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09 16:14:51 고친날 2006-01-15 15:51:11 읽은수 2186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 프롤로그 -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아스크(Ask) 황혼을 쫓는 늑대 - 프롤로그 -(- Prologue -) 너를 수호(守護)한다! 그것이 내가 무덤에서 돌아온 유일한 이유다! 비엘가르드(Bielgard)평원, 살결을 찢을 듯이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제국의 기사들은 석상처럼 굳어버린 한 남자를 발견했다. 눈 속에 파묻힌 남자,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은 것 같은 남자 하나를 지나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가 서있는 장소가 문제였다. 기사들의 진격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곳. 그곳은 단순한 평원의 땅덩어리라기보다 기사들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길목이었다. '뭐하는 작자이기에?' 시린 바람에 차갑게 얼어버린 투구의 구멍사이로 좁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사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마치 성자(聖子)가 짊어졌던 십자가처럼 거대한 대검에 간신히 걸려있는 남자, 굳이 그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지독한 추위에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남자는 빛바랜 피의 얼룩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마치 고깃덩어리가 무덤의 십자가에 걸려있는 듯한 기괴한 광경에 기사들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는지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제국과 인접한 약소국으로 항복권고를 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 지 어언 보름 만에 보잘것없는 걸림돌 하나가 눈에 밟힌 것이다. 하찮은 자, 그렇게 여기다보니 기사들은 놓쳐버리고야 말았다. 차가운 날씨 덕에 얼어버린 잿빛의 대검을 꽉 쥐고 있는 두 손과 그 검에 새겨진 사신(死神)의 문양을…. 결국 진격은 그로 인해서 잠시 멈춰 서게 되었고, 선두를 지휘하고 있던 기사단장은 주름진 눈살을 찌푸리며 어서 그를 치울 것을 명했다. 기사단장의 명령을 받들어 두 명의 젊은 기사가 말을 타고 그에게 달려가더니 랜스(Lance)의 끝으로 살며시 가슴을 찔러 비켜날 것을 권유했다. 아직 얼어 죽진 않았는지 반응이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든 남자는 말을 타고 앞으로 달려온 두 기사를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냉큼 도망이라도 칠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남자는 비켜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바람이 불어온다. 시린 바람이 미친 듯 세상에 몰아친다.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을 얼려버릴 것 같은 바람이 불어와 두 기사와 남자를 쓸고 갔다. 그 바람에 원래 진홍이었는지, 수많은 원혼을 낳으며 붉어진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핏빛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바람이 쓸고 간 머리카락 사이로 현실감을 잃어버린 지독한 칠흑의 눈동자가 기사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흐리멍덩해 보이는 눈동자 속에서 나아갈 길을 잃어버린 분노와 깊은 절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눈빛에서 원인모를 불안감을 느낀 기사들, 그러한 마음을 대변하듯 타고 있던 말들이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았는데 투레질을 하며 뒷걸음치고 있었다. 적어도 본능에 있어선 인간보다 짐승이 솔직한 법이다. 말들의 반응을 경시할 수 없었던 기사들은 그제야 남자를 향해 경계하는 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렇다 해서 기사들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스며든 것은 아니었다. 남자의 눈빛을 보고 한 순간 섬뜩했던 것뿐이지 기껏해야 도망치는 것이 전부일거라 여겼다. 정신이 나갔으면 모를까 적어도 덤벼 오진 못할 것이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죽음이 뻔히 보이는 싸움을 걸어오겠는가! 딱 잘라 말해 그는 혼자인 반면 두 기사의 뒤에는 든든한 동료들이 수없이 많았다. "에, 엠블라(Embla)…." 핏기 없는 입술이 열렸다. 엠블라라고 말했다. 지명? 아니면 유명한 사람의 이름? 무겁게 닫혀있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 단어를 두고 기사들은 서로에게 아느냐는 눈치를 보냈다. "어서 비켜라! 그런 것 따윈 모른다!" 순간 긴장이 풀렸다는 걸 깨달은 기사 하나가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는지 남자를 다그쳤다. 지금은 단어의 뜻을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어서 그를 치워내야만 했다. "그런 것 따위라…." 기사 하나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을 되뇌던 남자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불길한 징조, 떨어지는 고개와 함께 나아갈 길을 잃었던 분노의 끝자락이 만년설이 쌓인 대지 위에 떨어졌다. "그, 그래! 엠블라, 그런 것 따위는 몰라도 당장 비키지 않는다면 네 녀석의 목이 날아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불온한 기운에 다른 기사가 허세에 찬 호통을 쳤지만, 남자는 그 말이 귀에 들려오지 않는 것 같았다. 나직한 중얼거림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너희 인간들에게 있어 엠블라는 그런 것 따위였나? 겨우 너희 같은 인간들을 살리려고 그녀가? 그래, 결정됐다." 무엇이 결정된 건지 기사들로서는 모를 노릇이었다. 게다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벌써 비켜나고도 남았어야 할 남자가 아직까지 그들의 앞에 있다는 게 중요했다. "이 자식, 약간 미친 것 같은데…." "기사단장님께 보고한 뒤 죽여서라도 치워야 될 것 같다." 두 기사가 이런 말을 주고받고 있는 사이 새하얀 눈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웃고 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창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와, 완전 미친 거냐! 뭐가 조, 좋아서 실실 웃는 거냐!" 기쁨의 미소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단지 그렇게라도 기사들은 상황을 축소시키고 싶었다. "지금, 너희들의 죽음이 결정된 거다." 말도 안돼는 소리! 그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대대규모, 즉 사백기가 넘는 그들에게 덤빈다는 건 개죽음을 자초하는 길이었다. 농락당하고 있는 거다. 이건 장난의 도를 넘어섰다. 기사들은 오만방자한 남자를 향해 날카로운 창끝을 겨누며 살의에 찬 비소(誹笑)를 던졌지만, 남자는 그 비웃음마저도 베어버렸다. 서걱! 날카로운 섬광(閃光)이 허공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방금 전까지 몸을 지탱하고 있던 대검이 눈 깜짝할 사이에 휘둘러져 두 기사 중 하나의 목을 반쯤 베어놓았다.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온다. 아름다운 핏줄기가 새하얀 눈에 녹아든다. 미친 공격이었다. 겁 없이 휘둘러진 대검에 당한 기사는 말에서 떨어지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다른 기사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눈을 커다랗게 뜨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너무 놀라 뇌가 정상적인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뭐야! 왜 공격한거야? 공격하면 안 되잖아! 우리를 죽이면, 우리를 죽이면 뒤에 있는 수많은 기사들은 어떻게 하려고?' 아쉽게도 남은 기사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남자의 대검이 다시 한번 휘둘러지자 그의 목마저 미련 없이 떨어져나갔다. 척추까지 끌려나온 머리통이 땅바닥을 나뒹군다. 주인 잃은 몸통에선 생생한 핏줄기가 끝없이 솟구쳐서 순백의 대지에 붉은 핏자국을 그려놓았다. 단 두 번의 공격, 한 눈에 봐도 비현실적인 공격이었다. 그의 키보다 더 큰 대검을 마치 단검처럼 휘두르는 상식 밖의 움직임, 정상적인 인간이 방금 같은 공격을 감행했다면 아마도 근육이 끊어졌으리라. 게다가 검이란 본디 대상을 베거나 찌르라고 만들어진 무기였다. 철퇴처럼 인간의 살점을 찢기에는 무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자에게 죽은 두기사의 상흔은 종이처럼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동료들이 죽자 앞으로 달려 나온 기사들의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그를 찢어죽일 듯 노려보았으나 결코 서두르진 않았다. 기사단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진 조용히 창끝으로 경계만 할 뿐이었다. 아무리 눈앞에서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고는 하나 그들은 충(忠)과 예(禮)를 생명같이 여기는 기사들이다. 바꿔 말해 그만큼 상관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피로 쾌락을 얻으려는 자가 있다면 신을 대신해서 정의의 철퇴를 내리쳐라!" 어차피 적지다. 적지에서 그들에게 해를 끼치는 자가 있다면 생각할 것 없이 그자는 적이라 판단한 기사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들은 일제히 만용을 부린 남자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슈욱! 수십의 창이 동시에 내질러져 그의 몸을 꿰뚫어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남자는 땅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올라 용케도 수많은 창을 전부 피해냈다. 뿐만 아니라 땅으로 착지하는 와중에서도 대검을 휘둘러 한 기사의 목을 베어내었다. 모두가 처음엔 가소롭게 여겼다. 벌레처럼 죽어갈 줄 알았던 남자는 놀랍게도 그들의 예상을 철저하게 부숴버리고, 시린 눈보라 속에서 황혼을 그리고 있었다. "크아악!" 대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어김없이 기사들의 살점이 갑옷과 함께 뜯겨져나갔다. 검붉은 핏줄기가 솟구친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팔뚝하나가 땅바닥에 떨어져선 꿈틀거리고 있었다. 뒤이어 빨간 핏덩이들이 차가운 대지를 장식했다. 그랬다. 단신으로 핏빛 황혼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에게 갑옷이란 무용지물이었다. 한번의 베기로 모든 걸 찢어버리는 검술 앞에 죽은 기사들의 수는 어느새 백여 명에 육박했다. 기사단장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충격에 넋을 잃어버렸다. 30년 가까이를 전장에서 살아왔지만, 이렇게 지독스러운 자가 중간대륙에 있다는 건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마치 사신의 낫이 휘둘러지듯 그의 대검 앞에 부하들은 썩은 볏단마냥 쓰러져갔다. 죽은 자들 위에 서있는 남자는 기사들에겐 사신이나 다름없었다. '가만, 죽은 자들 위에 서있다….' 한 남자가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용병왕 아스크(Ask), 패색이 짙은 전세까지 뒤엎어놓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져 전장에선 영웅으로 추앙받던 자, 항상 죽은 자들 위에 서있다고 하여 사자왕(死者王)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남자가 있었다. '아직 그가 살아있었단 말인가?' 젊은 남자를 보며 기사단장은 도리질을 쳤다. 이미 50년 전 전설이 되어버린 남자다. 살아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기사들은 일방적인 도살을 당하고 있었다. 그는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기사들의 피를 맛볼 때마다 그의 기세는 더욱 광폭(狂暴)해지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피가 생명수인 마냥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만약 그가 정말 아스크라면 이 싸움의 승리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기사단장은 후퇴를 명하지 않았다. 은연중에 그가 아스크가 아니길 바라면서도 설사 맞다하더라도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무찔러야만 했다. 이미 물리기에는 너무 많은 피가 대지를 적셨다. 처절했다. 처절한 황혼 속에서 그들의 격전은 쉽게 끝을 보이지 못했다. 그의 거침없이 휘둘러지는 칼날을 막아낼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빛이 번쩍일 때마다 기사들은 어김없이 전장의 이슬로 사라져갔다. 어느덧 태양은 서산으로 지고 있었다. 태양이 흘리는 피로 하늘이 붉어졌을 때야 일방적인 도살로 보이던 격전의 결말이 나왔다. 그곳은 더 이상 만년설로 뒤덮여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던 비엘가르드평원이 아니었다. 온통 시체들밖에 없었다. 육신에서 떨어져나간 핏덩이에서 뿜어진 지독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지옥의 전장이었다. 믿을 수 없는 결과, 기사단장이 죽은 후 도망친 보급부대를 제외한 모든 기사들이 반나절 만에 전멸한 것이다. 죽은 자들 모두가 목이나 몸통이 찢겨져나간 채…. 그 중심에 한 남자가 힘없이 서있었다. 온 몸에 끈적끈적한 피를 뒤집어쓴 그는 자신이 찢어버린 시체들을 밟으며 걸음을 내딛었다. 인간들의 찢겨진 살점을 밟으면서도 그의 얼굴엔 별다른 감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손에 쥔 대검을 놓쳐버릴 것처럼 기운을 잃어버린 남자, 혹독한 추위 속에 곧 얼어 죽을 것 같던 남자는 붉게 타오르는 황혼을 등지고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눈이 그쳤다. 하긴 지독한 땅거미를 밟고 걸어가는 남자에게 눈의 축복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단 하나의 떠오르는 단어, 엠블라를 되뇌며 걷고 또 걸었다. 이것이 중간대륙 미드가르드(Midgard)에서 불멸의 전설로 남아있는 용병왕 아스크의 마지막 이야기였다. 제국력 1666년 6월, 명분 없는 학살로 기억되는 이 격전은 여름 속에 눈이 내리던 날의 기억이었다. +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09 01:04:42 고친날 2006-02-26 05:31:26 읽은수 19322 [ 18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01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아스크(Ask) 황혼을 쫓는 늑대 제1화 겨울의 도시 "일어나세요!" "……." "오라버니, 어서 일어나셔야 해요!" 창가로 스며든 어두운 빛이 그녀의 발랄한 목소리에 부서진다. 암실(暗室)의 한쪽, 침대에 누워있던 스콜 비엘가르드(Skoll Bielgard)는 사실 그녀가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깨어있었다. 조그마한 기척에도 반응하는 그가 그녀의 요란한 발걸음 소리를 못 들었을 리 없었다. 그저 자는 척 하고 있는 것뿐이다. 무엇 때문에? 그녀가 이곳을 찾은 목적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까닭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오래전 잃어버렸던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게 만들었기에 한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어서 일어나셔야 한다니까요!" "……." "일! 어! 나! 세! 요!" "으음……." "에잇! 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스콜을 깨우는 걸 포기했는지 끙끙거리며 자는 척하는 그를 침대구석으로 밀더니 비좁은 침대에 올라와 꼭 붙어서 눕는 게 아닌가? 아마도 이대로 같이 자버릴 요량인 것 같았다. 후각을 자극하는 장미향기와 팔에 닿는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그리 싫진 않았지만, 미처 예상치 못한 전개에 스콜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깨우러 와놓고 이렇게 쉽게 포기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으음, 오라버니……, 거긴 안돼요……. 민감하단 말이에요……." 게다가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잠들어버렸는지 요상한 잠꼬대까지 해대고 있었다. 스콜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비좁은 침대에서 그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상체를 조심스럽게 일으킨 스콜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잡고 흔들었다. "소피아(Sophia), 일어나." "으음, 잠시요. 지금 중요한 타이밍이란 말이에요……." 그녀의 대사는 누가 봐도 잠이 든 사람의 대사라고 보긴 힘들었다. 물론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잘 자고 있었다. 스콜은 그녀의 정신력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일단은 깨우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꿈이 중요하냐? 뭔가 중요한 용무가 있어서 여기까지 찾아왔을 텐데?" 중요한 용무라는 말이 꿈속으로 스며들었는지 감겨있던 눈을 번쩍 뜨는 소피아였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는 듯이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스콜을 보며 요염하게 엉덩이를 살짝살짝 흔들어댔다. "지금 뭐하는 거냐?" 눈을 가늘게 뜬 스콜이 물어보았다. "오랜만에 오라버니를 뵈었으니 소녀의 섹시함을 어필하는 중이에요. 당연한 걸 왜 물어보세요?"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건 당연한 게 아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스콜은 일어나자마자 지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재미있었으니까 그만해라." "네? 재미있었다고요?" "응, 꽤나 훌륭한 조크였다." "조크라니요! 오라버니! 훌쩍! 그럼 제가 섹시하지 않단 말이에요? 어머나! 세상에나! 오라버니가 잠을 너무 오래 주무셔서 앞이 잘 안보이시는 것 같네요! 뭐, 그래도 괜찮아요! 눈이 멀었다 해도 전 오라버니를 사랑하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어요! 설사 오라버니가 장님이라는 이유로 저희가문에서 결혼을 반대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사랑은 애절할수록 그 빛을 발하는 법이니까요! 오히려 잘됐죠! 오라버니, 몰래 바람 펴도 걸릴 일은 없을 테니까요!" 매번 깨어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녀는 제대로 시끄러웠다. '훌쩍'이라는 소리를 입을 직접 낸 센스도 모자라 몇 년 뒤에 있을 일들을 미리 꿈꾸었는지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젠 스콜의 입에서 '넌 사실 섹시하다' 혹은 '아름답다'라는 말이 나오길 바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응시해왔다. 부담스런 눈빛이다. 물론 지금 눈앞에 있는 소피아는 많은 여성들의 질투와 시기를 살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제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미녀, 그 유명한 제국오화(帝國五花)중에 하나였으니……. 허리까지 흘러내린 긴 흑발과 맵시 있는 몸매로 나이에 비해 조금 성숙해 보이는 그녀는 마치 유명한 화가가 그려놓은 여신처럼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짙은 쌍꺼풀과 긴 속눈썹이 만든 매혹적인 눈매가 대답을 촉구하듯 그를 직시하고 있었다. 스콜은 살며시 시선을 피하며 얘기를 돌려버렸다. "소피아, 급한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냐?" "어머! 내 정신 좀 봐! 할아버지가 오라버니를 찾으세요!" "백작이 나를? 역시 임무냐?" "아마도 그렇겠죠. 그건 그렇고 어서 대답해주세요. 제가 정말 섹시하지 않나요? 사랑스럽지 않나요? 귀엽지 않나요? 꽉 깨물어주고 싶죠?" 시끄럽다. 이거 하나만은 분명했다. 소피아는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아도취에 빠져서 섹시한 자태를 취했다가 좁은 암실을 '휙'하고 한바퀴 돌더니 스콜에게 다가왔다. "어서 대답해주세요!" "내 눈빛이 말하고 있잖아. 옷장에서 옷이나 꺼내 줘." 성의 없는 그의 대답에 소피아는 얼굴을 더욱 가까이 가져가더니 핏빛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어둠보다 더 짙은 칠흑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봐왔다. 그러더니 깜짝 놀란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그에게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어머! 오라버니, 그런 엉큼한 생각가지시면 안돼요! 오라버니의 그런 음흉한 눈빛은 저를 곤란하게 한답니다! 아~ 부끄러워라~" "……." 복숭아처럼 얼굴에 짙은 홍조를 드리운 소피아의 앞에 있던 스콜은 그녀에게 옷을 꺼내달라는 걸 포기했다. "아잉~ 정말 부끄럽지만 오라버니께서 정 원하신다면 19년간 지켜온 소녀의 순결을……." "시끄러!" 차분한 눈빛을 하고 있던 스콜이 그녀의 말을 한마디로 잘라버리며 침대 옆에 놓인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으려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것일까? 기묘한 의문이었으나 아쉽게도 건물 밖으로 나가보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었다. "소피아, 내가 얼마나 잤지?" 그 질문에 그녀는 으레 있는 일이라는 듯이 집게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살짝 깨물면서 무엇인가 계산하는 눈치를 보였다. "오라버니를 못 본지 정확히 173일만이니까 대략 반년정도 주무셨네요." "반년? 그럼 겨울?" "네! 소녀에게 있어선 너무나 춥고 외로운 겨울이었어요! 물론 오라버니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까진 말이죠! 이제 일어나셨으니 소피아랑 놀아주실 거죠?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얘기인가요? 한 남자가 눈을 뜨자마자 안타깝고 가녀리지만 하늘이 내린 미모를 가진 소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소설을 쓰지 그래? 그 방면으로 꽤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누가 안타깝고 가녀리지만 하늘이 내린 미모를 가졌다는 거냐?" "아이참~ 오라버니는 장난꾸러기! 이미 눈으로 확인하고 계시면서 그런 걸 직접적으로 물어보시면 어떻게 해요!" 그렇게 말한 소피아가 귀엽고 발랄한 미소를 지으며 스콜을 바라봐왔다. 엠블라의 목소리와 미소를 닮은 소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소녀, 그는 결국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오라버니, 또 웃으셨어요!" "훗, 반년이 지났는데도 넌 여전하구나." "아니에요! 소피아가 얼마나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성숙했는데요! 가슴도 컸어요! 얼마 전까지 B컵이었는데 이젠 C컵이 됐는걸요. 친구들도 모두 부러워해요! 아마 감촉도 더 좋을 걸요? 만져보고 싶으시죠? 특별히 오라버니에게만!" "……." 졌다. 그녀가 양손으로 가슴을 모으더니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스콜은 소피아의 엽기적이고, 푼수기가 다분히 묻어나오는 말과 행동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그래, 여전했다. 저 성격만 고친다면 제국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미녀가 틀림없었다. 일단 겨울이라는 얘기에 스콜은 목주변이 모피로 덮여있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가죽코트를 입고 소피아와 함께 암실을 나왔다. 암실보다는 밝다고 하더라도 복도도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어둑한 복도를 두 번 정도 꺾자 현관문이 눈앞에 드러났다. 그는 쉼 호흡을 크게 하면서 바깥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문을 열었다. 암울한 색채의 하늘, 짙은 먹구름이 지배하고 있는 하늘아래엔 살을 에는 듯한 바람만이 스콜을 반길 뿐이었다. 잿빛의 시계탑은 정오를 가리키며 종소리를 울렸지만, 따스한 햇살은 그의 옛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2년 전 태양은 사라져버렸다. 태양을 집어삼킨 먹구름 때문에 낮인지, 밤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어두운 세상이 만들어져버렸다. 태양을 볼 수 없다는 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였다. 성층권까지 도달한 태양에너지가 짙은 먹구름에 반사되어서 낮 동안 지표면에서 흡수해야할 열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자 한밤이 되면 기온은 영하 60도까지 떨어져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극악의 조건에 놓이게 되었다. 물론 잊혀진 시대 때 존재했던 석탄을 뛰어넘는 마연석(魔煙石)의 힘으로 자체적으로 빛과 열을 만들어내어서 겨우 영하20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인류는 어둠이 빚은 우울함에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 어둠을 조장하는 것은 비단 먹구름만이 아니었다. 마연석을 사용하는 건물의 배기구에서 쉬지 않고 뿜어져 나온 뿌연 증기 때문에 가로등불빛마저 없었다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에 휩싸였을 것이다. "세상도 여전하구나." "뭐, 그렇죠. 소피아는 오라버니가 없어서 얼마나 쓸쓸했는지 몰라요. 아참, 저번에 약속하셨죠? 언제 프러포즈해주실 거예요?" 프러포즈를 약속한 기억은 없었다. 쓸데없는 얘기는 그냥 흘려버리기로 한 스콜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찢겨진 신문뭉치가 차가운 바람에 구르는 공허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마연석의 힘으로 열을 발산하고 있다고는 하나 영하 20도까지는 가볍게 내려가는 겨울이라 그런지 낮인데도 불구하고 거리엔 그와 그녀를 제외하곤 인적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죽어있는 거리, 그런 거리를 걸으며 스콜은 시가렛(Cigarette) 한 개비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깊숙이 들이마시고 길게 내뱉는다. 오랜만에 피우는 시가렛이라서 그런지 환각의 어지러움이 정신을 지배했다. 반대로 육신은 나른해지면서 추위마저 잊게 만들어주었다. 그는 뿌연 대기 속으로 스며드는 시가렛 연기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들었다. 소피아의 할아버지, 실베스트르(Sylvestre)백작은 어떠한 남자인가? 54년을 봐왔지만 아직도 그가 생각하는 바를 모르겠다. 물론 백작이 악의(惡意)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크게 관여할 필요는 없었다. 어쨌건 백작은 그에게 있어선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오라버니랑 같이 걸으니까 너무 좋네요." 얘기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주위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소피아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그에게 어떠한 존재일까? 단순히 생명을 구해준 백작의 손녀일까? 그게 아니라면? 굳이 답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언젠가부터 가슴속에 자리 잡은 묘한 감정을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상념에 젖은 채 거리를 걷다가 건물의 모퉁이를 꺾으니 한차례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귀가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면서도 스콜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누런 가로등불빛이 녹아든 거리 끝엔 주위의 빽빽하게 들어선 회색의 건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저택이 한 채 서있었다. "오라버니, 벌써 다 와버렸네요." "그래." 그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거리 끝에 서있는 저택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주변의 건물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저택, 어둠에 묻힌 넓은 저택을 보고 있자 왠지 을씨년스러운 기분에 젖어들었다. 스콜은 시가렛을 땅바닥에 비벼 끈 후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은 그와 소피아를 발견하자마자 저택으로 들어가는 정문을 열어주었다. 54년 전, 피로 얼룩진 그를 보살펴주었던 백작이 살고 있는 저택의 문이 열리자 집사가 정원까지 마중 나와 스콜과 소피아를 맞이했다. "스콜 비엘가르드님, 어서 오십시오." 스콜 비엘가르드, 원래 이름이 무엇이었던 간에 이것이 현재 그의 이름이었다. 그는 정원까지 나온 집사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엔 어떠한 임무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지 스콜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시린 바람만이 세차게 불어오고 있다. 마치 그의 미래를 암시하듯이……. 저택 안은 부드러운 불빛들이 포근한 느낌을 안겨다주고 있었다. 집사를 따라서 1층 서재로 들어가자 백작의 지식을 대변하는 책들이 책장에 가득 꽂혀있었다. 숲의 귀족이라 불리는 실베스트르백작은 진지하고 박식한 남자였다. 스콜은 그런 백작의 손녀인 소피아의 성격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았다. 방금 전 그의 잠을 확 깨게 만든 장난기어린 모습, 그녀를 떠올리자 자연스레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재미있는 일이군. 스콜, 자네가 미소를 보이다니!" 백작의 중후한 목소리에 당사자인 스콜이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소피아를 생각한 것만으로 버릇처럼 미소를 지어버린 그는 얼른 표정을 굳히며 조용히 정면을 주시했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겨 노년의 멋이 물씬 넘치는 백작이 두꺼운 책을 덮으며 갈색 가죽으로 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백작, 오랜만입니다." "아니, 그런 형식적인 인사는 필요 없네. 실제로 이 노인네는 자네를 6개월 만에 보지만, 자네는 잠들기 전에 인사를 하고 갔으니 어제일 같지 않은가?" "그렇군요." 맞는 말이다. 스콜이 잠든 건물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건물이 아니었다. 숲의 귀족 실베스트르백작의 허락이 없는 한 그 건물 근처로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보이지 않는 경비 덕에 스콜은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잠을 자면서도 단 한번도 깨어나지 않았다. 소피아가 깨우러오기 전까지 그는 시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보니 실제로 6개월이 흘렀다고 하나 스콜은 백작에게 인사를 한 게 엊그제처럼 느껴졌다. 단지 소피아가 가르쳐준 날짜를 기준삼아 인사를 한 것뿐이었다. "임무입니까?" "그렇지. 아쉽게도 이번에도 임무라네." 머쓱한 백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스콜은 한 가지 걸리는 점을 발견했다. 백작과 그 이외에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숨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소피아가 당연하다는 듯이 서있는 게 아닌가? 적어도 지금까지 이러한 경우는 없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스콜은 용병이었다. 그러나 용병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하찮은 직업으로 분류되진 않았다. 물론 179년 전 용병왕 아스크가 중간대륙에 이름을 떨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흔히들 알고 있듯 용병은 충성심도 낮고, 돈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이유로 천시를 받았었다. 그러한 직위를 용병왕 아스크는 명예를 생명같이 여기는 기사들에 버금갈 만큼 높여버렸다. 그래서 제국에서는 용병들에게도 계급을 주는 제도를 세웠는데 스콜의 계급은 이 나라에서도 몇 안 되는 부류인 루브룸(Rubrum)이었다. 루브룸이란 권위로만 따진다면 기사는 물론이고, 귀족보다 존경받는 용병을 뜻했다. 그런 직위를 얻은 자의 임무는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위험한 일들이 주류를 이룬다. 당연히 임무의 보안에 있어서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소피아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백작과 스콜의 뒤에 서있었다. "소피아, 잠시 자리를 비켜주겠니?" "오라버니! 자리를 비켜달라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제가 두 분이 얘기를 나누시는데 방해라도 된다는 건가요? 흥! 소피아를 너무 얕보시는군요! 저도 이번에 당당히 오라버니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게 됐어요!" 한 마디를 하면 항상 열 마디로 답변을 듣게 된다. 늘 있던 일이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녀의 답변이 너무 황당하단 것이다. 생각해보라! 스콜이 지금까지 맡아왔던 임무들은 그와 동일한 위치에 있는 다른 루브룸들조차도 꺼릴 정도로 어려운 임무들이었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남자가 바로 실베스트르백작이었기에 극한의 임무가 아니라면 스콜은 깨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용병양성학교 1년차인 햇병아리, 계급으로 따지자면 칸디둠(Candidum)인 소피아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는 얘기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임무의 등급이 어떻게 됩니까?" "루브룸이 맞네." 그의 생각을 읽은 백작의 답변이었다. "그럼 루브룸인데 소피아와 같이 임무를 수행해야 된다는 말이군요." "아쉽게도 그렇게 됐네." 스콜은 그 말을 듣고 자연스레 미간을 찌푸렸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만약 적국에 침입해서 고위층의 속하는 인물의 목을 딴다고 가정했을 시에 그녀는 방해만 될 뿐이다. 어쩌면 그녀로 인해서 임무실패는 물론이고, 목숨까지 잃을지도 모를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그의 자조적인 말투에 옆에 있던 소피아가 얼굴을 붉히면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어머! 오라버니! 어째서 이해할 수 없다는 거지요? 이번 임무에 적임자는 이 아리따운 소녀밖에 없다고요! 오라버니가 가지지 못한 장점을 제가 가지고 있다보니 이번 임무를 함께 수행하게 된 걸 왜 모르세요? 흥!" 스콜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애당초 용병으로서 가져야할 덕목 따위는 없었다. 소수의 힘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고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그들이었기에 어떠한 임무 앞에서도 잃지 않는 자신감과 비정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있어야 했다. 물론 소피아의 재능이 다른 이들에 비해 뛰어난 건 인정하고 있었다. 허나 아직 루브룸의 임무를 맡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보긴 힘들었다. 다만 한 가지, 소피아에게 있되 그에게 없는 걸 들라면 그녀가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여성의 힘이 필요한 임무입니까?"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빠르군. 우선 임무의 내용을 들어보게." "네." 조금 미심쩍었지만 백작의 말대로 임무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시엘 샤를마뉴(Ciel Charlemagne)공주님을 알고 있겠지?" 모를 리 없다. 이 나라, 샤를마뉴제국을 다스리는 카를(Carl)대제의 막내딸 시엘공주를 모른다는 건 간첩이란 말과 동등시된다. 뿐만 아니라 스콜은 백작의 간곡한 부탁으로 몇 년 전 황실의 파티에서 그녀를 몰래 지킨 적도 있었다. 분홍빛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앳된 아이의 모습을 간직한 은발의 소녀, 투명하고 커다란 눈망울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자신의 왕자님을 찾는 귀여운 모습이 뇌리에 남아있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번에 그녀가 용병양성학교 아스크로 입학신청을 했네." "네?" 믿지 못하겠다는 되물음, 확실히 의외였다. 아무리 용병양성학교 아스크가 요즘은 이름 높은 귀족의 자제들도 입학해서 경험과 지식을 쌓는 곳이기는 하나, 말 그대로 용병을 양성하는 학교이지 않은가? 황족 중에서도 직계인 시엘공주가 그곳으로 입학한다는 내용은 쉽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일단은 시엘공주님의 뜻대로 그녀의 신상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비밀에 붙이고 입학을 허가했네. 그래도 레지스탕스가 이 사실을 모르진 않겠지. 정보라는 것은 언제나 새어나가는 구멍이 있는 법이니……." "그럼 저의 임무는?" "그렇다네. 눈치 챘겠지만 자네도 시엘공주님과 함께 용병양성학교에 입학해서 그녀를 지켜주게." 스콜은 헛웃음이 나올 뻔한 걸 꾹 참았다. 그가 누구였던가? 용병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계급인 루브룸,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라 불리는 남자였다. 그런 그에게 용병양성학교에 입학하라는 말은 코흘리개 애들이랑 놀고 있으란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당초 이번 임무의 등급이 루브룸이라는 것 자체도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이번 임무는 거절하겠습니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선 적어도 그녀가 졸업을 할 때까지겠죠? 그렇다면 3년, 저에게 있어서도 3년은 헛되이 보내기엔 아까운 시간입니다." 그가 차갑게 거절의 의사를 표명하고 백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분위기가 거북한 쪽으로 돌아가자 소피아는 기가 죽어서인지 옆에서 가만히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황혼을 볼 수 있을 거네." 막 서재를 나가려했던 스콜은 황혼을 볼 수 있다는 백작의 한마디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임무가 자네의 마지막 임무가 될 것이야. 이 어리석은 노인네의 마지막 부탁이네." 스콜은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만큼 백작의 얘기는 그 어떤 악마의 유혹보다 진하고 달콤했으며 거부 할 수 없는 힘을 담고 있었다. "화, 황혼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물론,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네. 그날, 피에 물든 자네가 내뱉었던 말, 황혼을 볼 수 있는 날까지 우리 가문을 위해서 힘이 되어주겠다고 했지. 이번 임무가 끝나면 황혼을 볼 수 있을 거네." "……." "대신 시엘공주님을 꼭 지켜주게. 실은 그녀가 바로 죄악(罪惡)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가엾은 소녀라네. 그렇기에 자네에게 부탁하는 걸세." 죄악의 붉은 달! 18년하고 96일, 즉 6666일을 주기로 죄악을 뜻하는 붉은 달은 인류가 행해왔던 모든 악행을 머금고 떠오른다. 주위에서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쉽게 간과하고 넘기지만 적어도 스콜의 뇌리엔 깊게 박혀있었다. 그 날 밤에 태어난 음(陰)의 기운, 즉 여자아이들은 대재앙이라 불리고 있는 핌불베트르(Fimbulvetr)의 씨앗이 된다. 그럼 핌불베트르는 무엇인가? 음의 기운을 가진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가 죽지 않고 살아있을 경우 인류의 종말, 라그나로크(Ragnarok)를 경고해 벌어지는 모든 이상기후, 이것이 핌불베트르였다. 지금 제국의 하늘위에 있어야할 태양을 집어삼킨 먹구름 역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만약 핌불베트르가 사라지지 않은 채 다시 한번 죄악의 붉은 달이 떠오르게 된다면 지옥의 문이 열려 라그나로크가 닥치게 된다고 수많은 고서적에선 전하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핌불베트르의 원인인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는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죽이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스콜은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한 소녀를 떠올리고야 말았다. 물론 백작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는 것 같았다. 54년 전 그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외쳤던 엠블라(Embla)라는 이름의 소녀가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가엾은 소녀라는 걸. + 이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09 01:09:40 고친날 2005-12-09 17:30:17 읽은수 8801 [ 15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02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오렌지 빛 서재에는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촛불이 창틀사이로 불어온 바람에 떨려서 그들의 그림자를 흔들어놓을 뿐이었다. 황혼을 볼 수 있다는 말도 진한 유혹이었지만 죄악의 붉은 달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임무라는 걸 듣는 순간 오래 전 그의 몸속에서 정체되어 있던 무엇인가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임무가 실패하면 인류뿐만 아니라 그도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정정하죠. 이번 임무 접수하겠습니다." 단호한 스콜의 목소리를 듣고 백작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는 마치 이제 어미 곁을 떠나 푸르른 창공으로 비상하려는 새끼 새를 바라보는 것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아, 한 가지 이건 하찮은 일인데 시엘공주님 앞에선 웬만하면 자네의 정체를 들키지 않도록 하게." "무엇 때문입니까?" "시엘공주님은 자존심이 강하신 분이라 용병양성학교 내에서도 자신을 지켜보는 눈이 있단 걸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자네의 임무자체를 부정할거라 생각되네. 그렇기 때문에 시엘공주님과 관련된 주변의 눈들은 웬만하면 전부 속이는 게 좋을 걸세." "네, 확실히 여러 가지로 쉬운 임무만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럴 것이야. 그리고 스콜, 자네가 나서기에 곤란한 부분이 있다면 소피아에게 알려줘서 해결하도록 하게. 그 이유 때문에 이번 임무에 소피아가 동참하게 된 것이기도 하지. 후훗, 그러고 보니 우리 소피아가 자네의 선배가 되는 건가?" "아!" 그랬다. 지금은 겨울, 내년 봄에 용병양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면 소피아는 분명 학년으론 그보다 위였다. 스콜이 그녀를 바라보자 음흉한 눈빛과 의미모를 미소를 짓고 있다가 깜짝 놀라는 게 아닌가? 왠지 불안했다. "어머! 난 몰라! 오라버니가 저의 후배가 되는 거예요? 벚꽃이 피어나는 계절의 학교를 무대로 늙은 후배와 함께 뜨거운 사랑의 도피라니! 아!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요?" 늙은 후배라는 말이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확실히 스콜은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이를 추측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살았다. 그렇다 해도 외모만으로 따지고 본다면 이제 겨우 20대 초중반이었다. 게다가 소피아는 그의 나이를 고작 28~29살로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임무의 가장 큰 난제는 시엘공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말이 많은 소피아의 입단속과 그녀로부터 신변을 지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스콜이었다. 그녀도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얼굴 가득히 짙은 홍조를 띄운 채 자기 딴에는 내숭을 떤다고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에 또 다시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갔다.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소를 짓게 된 것이다. 그녀가 있어서 스콜은 황혼을 보지 못했는데도 이처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문득 그는 기묘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잃어버려도 황혼만 볼 수 있다면 이렇게 웃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스콜은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백작에게 인사를 하고 저택을 나온 스콜은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어둠에 휩싸인 겨울의 거리, 인적은 여전히 없었으며 시린 바람만이 거리를 베어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짙은 먹구름이 암울한 하늘을 조장하고 있었다. 이번 임무만 끝나면 하늘에 내린 황혼뿐만 아니라 그가 그토록 꿈꾸던 진정한 황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황혼이라……." "어머! 오라버니! 분위기 잡으시면 어떡해요! 소녀, 반해버릴 것 같잖아요!" 어느새 뒤따라왔는지 작은 속삭임까지 놓치지 않은 소피아가 발랄한 목소리로 대꾸해주었다. 분위기를 잡는다고? 확실히 지금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사실 소피아에게 보여줬던 희미한 미소보다는 이런 표정이 훨씬 익숙한 게 사실이었다. "소피아, 반할 것 같다니? 이미 반했잖아." 새하얀 입김을 흩날리며 스콜이 장난기어린 말투로 입을 열자 소피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오라버니의 그 미소에 반해버렸는걸요. 그러니까 책임지셔야 해요! 언제나 제 옆에서 미소를 지어주셔야 해요! 아! 몰라! 너무나 부끄러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어버린 소녀가 되었네요! 저의 비밀스러운 모습을 오라버니가 알아채버렸으니까 이제 정말 책임지셔야 해요!" 비밀스러운 모습이라? 소피아가 푼수라는 건 저택의 사람들과 그녀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미 다 깨달은 바 있는 기정사실이었다. 그런데 비밀이라니 우습지도 않았다. "너의 비밀스러운 모습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데?" 스콜이 진지한척하며 물어오자 소피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도리질을 쳤다. "까악~ 부끄러워요~ 숙녀에게 그런 농도 높은 질문을! 오라버니는 저질! 변태! 역시 이번 임무를 자청해서 맡겠다고 한 이유도 저와 함께 밤늦도록 교정을 거닐다가 인적이 없는 곳에서 저를 끌어안고~ 까악~" 즐기고 있다. 그녀는 또 다시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지 계속해서 도리질을 치고 있었다. 여기서 말리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그런 망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난 처음엔 거절했단다." "에이~ 오라버니! 한번 튕겨 본거잖아요! 바로 임무를 맡겠다고 하면 소피아에게 향해있던 뜨거운 마음을 들켜버릴까 봐서요. 아잉~ 오라버니는 부끄럼쟁이~" "……." 망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럴 땐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돌려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스콜은 다른 얘기를 하려고 손짓을 하다가 무심결에 그녀의 손과 부딪혀버렸다. 깜짝 놀라서 그녀의 두 손을 다시 잡아보자 나뭇가지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감촉에 스콜은 할말을 잃어버렸다. 거리에 사람이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영하 20도라고 해도 쉬지 않고 몰아치는 바람 덕에 체감온도는 그 이하였다. 한 마디로 지독스러울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그런데도 그를 깨우러 거리로 나왔고, 지금도 그를 따르면서도 춥다는 내색 한번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눈엔 푼수나 말괄량이로 보일 진 몰라도 이것이 소피아의 진짜 모습이란 걸 스콜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웃어주었다. 비록 희미했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손이 차구나." "……." 보잘 것 없고 의미 없는 말이었다. 단순히 있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소피아의 양 볼은 마치 화롯불에 덴 것처럼 빨갛게 물들어버렸다. 소피아, 그녀는 스콜이 항상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할아버지에게 들어서 그의 얘기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물론 54년이 아니라 9년 전으로 각색은 되었지만 그 얘기속의 남자 주인공은 너무나 아픈 과거를 걸어왔었다. 만약 자신이 그러한 일을 당했다면, 분명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스콜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래서 소피아는 억지스런 얘기를 해서라도 그에게 미소를 선사하고 싶었다. 아니, 그래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단순히 두 손을 만져준 것뿐인데, 걱정을 들었을 뿐인데 머릿속이 하얗게 채색되어버렸다. "소피아, 갑자기 왜 그래?" 이러면 안 된다. 무슨 얘기라도 해야만 했다. "……좋아요. 결심했어요.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정 원하신다면 이 소녀의 몸을 허락할게요." 스콜로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엉뚱한 대답이었다. "이제 그만." "어머! 세상에! 맙소사! 소녀가 방금 무슨 망측한 말이라도 했나요? 소피아는, 그러니까 소피아는……." 정신없는 아가씨였다. 아니, 그를 위해서 정신없는 척 연기를 하는 마음 넓은 아가씨였다. 스콜은 그런 그녀에게 무엇인가 해주고 싶었지만 자신이 가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기, 소피아." "네?" "이번 임무만 끝나면 함께 황혼을 보러가지 않을래?" "소, 소피아랑 같이 황혼을 보러 가신다고요?" "너만 좋다면……." 정확히 황혼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랐지만 그에게 있어 얼마나 소중한지는 알고 있었다. 그 말의 무게를 알고 있었기에 소피아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 말 진심이세요?" 그녀의 조심스런 되물음, 그 속엔 미세한 떨림이 묻어있었다. 방금 들었던 말을 혹시라도 잘못들은 건 아닐까하는 걱정에서 나온 떨림이었다. "그래, 함께 황혼을 보러 가자." 확답이다. 그제야 소피아는 고개를 들어 스콜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환희로 가득 찬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랬다.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은 말 한마디였지만 이들에게 있어선 그 무엇보다 설레는 말이었다. "어머! 부끄럼 많고 순결한 이 소녀에게도 드디어 사랑이라는 나쁜 악마가 찾아들었나 봐요! 가슴이 너무나 설레서 꼭 터져버릴 것만 같아요! C컵! C컵이 터지려고 해요! 아~ 느껴버릴 것 같아~" 어느새 평소의 장난기어린 모습으로 무사히 돌아온 소피아는 자신 있는 가슴 사이즈를 스콜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소피아와 헤어진 스콜은 마차를 한대 빌려서 도심을 벗어나고 있었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그는 창문을 열고 시가렛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깊게 들이 마신 한 모금을 내뱉자 흐릿한 옛 추억이 떠오른다.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해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들을 죽이는 것, 그것이 스콜의 생업이었다. 그는 언제부터 그러한 일을 해왔던가? 소피아의 할아버지인 실베스트르백작조차 태어나기 이전의 기억, 정확히 말해 179년 전의 기억 속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다. 항상 머리위에서 그를 비추고 있었기에 태양이 만든 황혼이 아름답다는 사실조차 미처 몰랐던 시절, 스콜은 휘몰아치는 눈발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절벽위에 서있었다. 아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절벽의 끝에 서서 하늘을 수놓은 눈송이들을 바라봤다. 시린 바람이 불어와 절벽위에 서있는 그에게 극심한 추위를 선사했지만 스콜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살며시 눈을 감을 뿐이었다. 환상적인 절경과 일체가 되는 착각에 빠져있던 그는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는 얼마나 강한 존재입니까?" 그의 말에 절벽 한쪽 끝에서 쭈그려 앉아있던 중년남자가 양 무릎을 짚으며 일어나더니 스콜이 가장 원했던 원초적인 답을 단번에 이끌어주었다. "적어도 인간들보단 강하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거죠?" "확신이라? 못 믿겠거든 오늘로 하여금 중간대륙으로 나가보아라.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믿기 힘든 전설들을 서로 주고받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전설을 만든 남자는 단 한명, 바로 너다." 자신감에 찬 아버지의 말을 듣고 스콜은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저 푸른 하늘을 고요함이 담긴 눈동자로 바라볼 뿐이었다. 흩날리는 눈송이와 어우러진 검은 매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드넓은 하늘은 그의 가슴속을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 "중간대륙으로 나가 마음껏 너를 시험하되,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었으면 한다." 스콜이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고개를 돌렸다. "어떤 부탁이죠?"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를 죽여줬으면 한다. 그 일은 중간대륙에 있어서는 피할 수 없는 희생이지만 절대 좋은 일만은 아니다. 악역을 맡아줄 수 있겠느냐?"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지옥의 문이 열려서 중간대륙 미드가르드(Midgard)에 사는 인간들이 종말을 맞이한다고 한다. 라그나로크를 피하기 위해 여자아이를 죽이는 일은 일족의 사명과도 같은 일이었기에 스콜이 모를 리 없었다. "……알겠습니다." "참, 이것 하나만은 조심해야 한다." "어떤 것을?" "인간들이 가진 마법!" 얘기를 끝낸 아버지의 눈동자는 기묘한 빛을 띠고 있었다. 스콜은 생각했다. 무엇이 저토록 아버지를 동요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인간들의 마법이 그 정도로 무서운 것이란 말인가? "마법 말입니까?" "그렇다. 잊혀진 시대에서부터 내려온 인간들의 마법은 그 오묘함과 신비함이 너무나 깊기에 쉽게 접근할 수 없을뿐더러 네가 검에 전념하는데 방해만 된다고 여겨 지금까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스콜의 눈동자가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럼 중간대륙에서 가장 강한 마법은 무엇입니까?" "그걸 알아서 무얼 하려고?" "배우겠습니다. 배워서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고 싶습니다." 스콜은 그야말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그런 배짱이 마음에 드는지 편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배우겠다고? 인간들이 가진 가장 강한 마법을 배우겠단 말이냐?" "네, 어떤 마법이라도……." "음, 인간들이 가진 가장 강한 마법이라? 중간대륙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 방금 사랑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스콜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궁금증이 담긴 눈빛으로 그의 아버지를 주시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도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 가치와의 교제를 하는 힘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 건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러한 감정이 인간이 가진 가장 강한 마법이라니, 여전히 편안한 웃음을 머금은 채 그의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봐선 잘못 들은 건 아니었다. "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은 단언 사랑이다. 사랑은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피할 수도 없으며 벼락보다 강하고 불꽃보다 뜨거워 너를 미치게 만들 것이다. 어쩔 땐 무한한 용기를 주기도 하는 반면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한다. 아니, 죽음마저도 가볍게 초월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다. 온 우주를 단 한사람에게 좁혀버리는 기적, 그것이 사랑이라는 위대한 마법이다." 스콜은 아버지의 말을 되새기며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설렘이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하더라도 그에게 있어 사랑이란 감정은 우주의 처녀지처럼 신비로울 뿐이었다. 덜컹!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마차가 멈췄다. 상념을 접고 마차에서 내리자 세차게 불어오던 바람이 그의 긴 머리카락을 쓸고 갔다. 주변에 빽빽이 들어서있던 건물들은 더 이상 없었다. 오직 검푸른 들판만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차가 멈춘 곳에서 5분 정도 걸어가자 날카로운 창살로 된 울타리가 나왔다. 그 곳을 넘어 이름 없는 비석들이 세워진 곳으로 들어선 스콜, 잎을 잃어버린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들만이 퀭한 눈동자로 막 공동묘지로 들어선 그를 반겼다. 스콜은 유유히 공동묘지를 걷다가 어느 한 비석에 멈춰 섰다. 이름 따위 모른다. 살아생전 단 한번도 본적 없는 이의 비석이었다. 그렇다고 인연이 전혀 없는 비석은 아니었다. 54년 전 그날 이곳에 그녀가 있었다. 자기를 죽이려던 그에게 목을 내주려했던 소녀는 죽기 전 한 가지 소원이 있다고 했다. 양부모님의 무덤가에서 아직 살아계실 친부모님을 꼭 한번 찾아뵙고 싶다며 애원했다. 결국 비석 앞에서 서럽게 울던 그녀의 청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 사랑의 시작이 되어버렸다. "두 달이다. 죄악의 붉은 달이 뜨면 그땐 널 죽이겠다." 그 당시 그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처음 만났을 때 죽이지 않았던 걸까? 왜 그녀를 겪고 난 다음에 죽이려 했던 걸까? 어리석은 선택이었지만 절대 후회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에겐 너무나 고마운 장소, 그렇다보니 이곳을 자주 찾게 되었다. "엠블라, 나 소피아와 함께 황혼을 보기로 했어." 아무도 없는 공동묘지, 들려오는 대답 따위 있을 리 만무했다. "미안해." 떠도는 망령이나 묘지의 까마귀가 전해줄까 싶었는지 그는 혼잣말을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죽인 무수한 사람들의 원혼 때문에 황혼을 보더라도 네 곁으로 못 갈지도 몰라. 그래도 나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볼 테니까 지켜봐줘. 추운 거 알아. 쓸쓸한 것도, 그래도 조금만 참고 있어. 곧 그곳으로 갈 테니……." 차가운 남자였다. 감정이라고는 희미한 미소밖에 지을 줄 모를 정도로 마음을 닫고 있던 남자였다. 그런 스콜이었지만 이 곳에만 오면 굳게 닫혀있던 마음이 너무나 쉽게 열려버린다. 그렇게 이 세상에선 찾을 수 없는 엠블라와 대화를 나누던 스콜은 비석을 옆에 두고 앉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엠블라, 그녀의 봄꽃 같던 미소가 어둠 속에서 아른거렸다. 그녀의 숨결, 그녀의 향기, 어느 것 하나 잊지 못했다. 54년이 지났는데도 그녀와 함께 했었던 두 달간의 기억만은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아직까지도 눈을 감으면 곁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의 머릿속에 진하게 각인되어버렸지만, 눈을 뜨는 그 순간 그 모든 것들은 사라져버린다. 그리움에 맺힌 한숨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스콜은 다시 시가렛 한 개비를 꺼내 물며 덧없는 아쉬움을 날려버렸다. 엠블라는 그에게 살아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무한한 축복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가 미처 가르쳐주지 못했던 사랑의 반 토막도 가르쳐준 유일한 연인이었다. "이제 알 것 같아. 너의 이름이 새겨진 쇠붙이를 불에 잘 달궈서 그걸로 내 심장을 지지는 거야. 그렇게 죽는 날까지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가슴에 지고 살아가는 것, 그게 사랑이지? 엠블라……." + 용병제도 샤를마뉴제국력 1559년, 아르카디아왕국출신의 루브룸백작에게서 제안된 이 제도는 용병왕 아스크의 눈부신 활약을 기리는 의미에서 제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되었으며 이듬해 용병길드가 설립되어 확실한 체계가 잡힌다. 칸디둠(Candidum) 속칭 강해지려는 자,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에 갓 입문해서 기초적인 용병술을 익힌 이들을 말한다. 그 외 독학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 용병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모든 자유용병을 뜻하기도 한다. 니그룸(Nigrum) 속칭 어둠에 물든 자, 이들은 빛의 힘을 가진 기사들과 가장 상반되는 성격을 지녔다. 첩보, 암살 같은 음지의 힘이 필요할 때 이들이 활약하며 칸디둠과 마찬가지로 용병길드에는 소속되어있지 않다. 루테올룸(Luteolum) 속칭 태양을 쫓는 자, 가장 보편화가 되어있는 용병으로 주로 전장에서 일반 병사들과 함께 활약을 펼치지만 자유용병과는 다른 취급을 받는다. 루테올룸이 되기 위해서는 간단한 시험을 거치는데 합격하면 이때부터 용병길드에 정식으로 소속된다. 카이룰레움(Caeruleum) 속칭 심연을 걷는 자, 귀족출신의 용병이나 루테올룸 중에서도 뛰어난 전과를 달성한 용병이 카이룰레움이 될 자격을 갖는다. 이들은 기사와 비등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용병길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인물들 역시 이 부류에 속해있다. 루브룸(Rubrum) 속칭 파멸을 부르는 자, 영웅의 반열에 들어선 인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용병계급 중에서 유일하게 황제가 직접 하사한다. 성기사와 비교되지만 명성이나 지휘권은 루브룸이 한수 위다. 용병길드에 소속된 모든 용병들에게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이 따르는 만큼 그 수는 극소수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09 01:14:27 고친날 2006-01-15 15:52:10 읽은수 7342 [ 23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03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화 시련(試鍊)을 다스리는 자 소년의 이름은 없었다. 그저 옛 전쟁영웅의 이름을 따서 듀란(Duran)이라 불렸다. 지하에서 생활을 해서 그런지 하늘로 삐죽삐죽 솟아나있는 짧은 머리카락이 무거운 습기를 머금고 묘한 윤기를 흘리고 있었다. 아직 일어날 시간이 되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리더로부터 이른 새벽부터 호출을 받은 것이 기분 나빴는지 죽상이었다. '이 놈의 영감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일까?' 듀란은 심통이 난 얼굴로 바로 앞에 있는 문을 '쾅쾅' 두드렸다. "녀석, 그렇게 때려서 문이 부서지겠냐? 열려있다! 이놈아!" 방안에서 들려온 목소리, 문을 열고 작은 방안으로 들어서자 방금 전 호통을 쳤던 노인이 아니꼬운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 듀란도 지지 않으려는 듯이 검푸른 눈동자로 노인을 째려보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노인, 그러나 그가 바로 지하세계에 살면서 제국에 대항하는 유일한 세력, 통칭 화이트 스모크(White smoke)의 리더였다. 쉽게 말해서 레지스탕스의 우두머리라는 말이다. "새벽부터 왜 부른 거요?" "이놈아, 임무다." 임무라는 말에 흐리멍덩했던 듀란의 눈빛이 갑자기 생글생글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이런 새벽부터 불렀다면 술집 심부름 같은 하찮은 일거리는 아니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분명 성공확률로 따지고 봐도 0.1%의 가능성도 안 되는 임무일 것이다. 암, 그 정도는 돼야 어디 가서 이번에 임무를 맡았다고 자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듀란은 우선 가죽재킷을 벗어서 구석에 있는 옷걸이에 걸어두고 노인에게 다가갔다. 미심쩍어하면서도 그의 생기 넘치는 눈빛을 보고 내심 마음을 붙잡은 노인은 조심스럽게 빛바랜 누런 서류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번 임무의 모든 내용이 거기에 적혀있다. 보고 나서 태우는 거 잊지 마라." "야호!" 대답 대신 짧게 환호한 듀란은 노인이 내민 서류를 얼른 빼앗아버렸다. 마음은 붙잡았지만 막상 서류가 손에서 떨어져나가자 아쉬움에 노인은 입맛을 '쩝쩝'다시고 있었다. 실수가 아니길 빌 뿐이다. 서류 위쪽에는 친절하게도 임무의 제목이 적혀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임무 같았으나 그는 비소(誹笑)를 지을 줄 알았다. "제국의 시엘공주를 죽여라? 호오~ 이거 굉장한 악필인데요. 하마터면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볼 뻔 했어요." "이놈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농담 따위는 집어치워라. 이게 얼마나 중요한 임무인지 느껴지지 않냐? 그리고 그 글은 화이트 스모크의 현자, 또는 노년의 미학이라고 불리는 본좌가 직접 적은 글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칭이었다. "에게~ 여기 맞춤법도 틀렸는데요." "이런!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고! 맞춤법이 그렇게 중요하냐! 눈이 조금 침침해서 틀릴 수도 있는 거지! 글자만 보지 말고 그 속에 담긴 내용을 느끼란 말이야! 콜록! 하찮은 맞춤법 따위에나 신경을 쓰니까 네 놈이 진전이 없는 거다! 알겠냐! 느끼라고! 콜록! 콜록!" 아무래도 영감이 어젯밤에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것 같았다. "영감,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진정하세요. 나이도 있으신데 건강을 생각해야죠. 고혈압도 있으신 분이……." "콜록! 아휴, 하마터면 가는 줄 알았네. 아무튼 내용을 잘 봐라." 듀란은 가벼운 코웃음을 치며 서류의 내용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주 간단했다. 무슨 연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시엘공주가 용병양성학교 아스크로 비밀리에 입학을 하게 되었고, 그는 그녀를 죽이면 되는 것이었다. "시엘 샤를마뉴공주, 나이는 18살, 18살이라고요? 저랑 동갑밖에 안된 애를 죽이란 말이에요?" "그래, 그녀는 18세 소녀이기 이전에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났다. 지금 제국이 겪고 있는 핌불베트르도 그녀가 살아있기 때문에 일어난 이상기후인 셈이지." "먹구름 좀 낀다고 괜한 사람을 죽이라고요?" "그러니까 평소에 공부 좀 하라고! 이 자식아! 어째 핌불베트르를 모르냐! 관련이 있다니까!" "음, 그래요? 그건 그렇고 34, 24, 35, 이거 제대로 된 정보예요?" 서류를 읽던 듀란의 눈빛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노인도 질문을 던지는 그의 의도를 단번에 눈치 챘는지 긴장된 음성으로 대답해주었다. "서류의 내용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18살에 바스트가 34라니, 이렇게 완벽한 몸매를 가졌는데도 죽여야 되나요?" "흠, 나도 그 점은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다." 듀란은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서류에는 공주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되어있었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죽이기에는 가엾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조금 가혹한 임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꽃을 꺾어야 하다니 조금 찝찝한데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너의 임무다." 18세의 소녀를 죽이는 것, 아무리 임무라지만 듀란은 확신할 수 없었다. "시엘공주가 살아있으면 하늘에 먹구름이 생기니까 그녀를 죽인다. 이게 영감이 말하던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를 위한 길인가요?" "아니, 전혀 상관없다." 노인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자유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무식한 네 녀석이라도 라그나로크는 알고 있겠지? 바로 인류의 존망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희생이라고 하면 이해하겠냐?" 영감이 목이 터져라 외치던 자유보다 더 중요한 문제,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인류의 존망이 걸려있다면 할 수밖에 없었다. "음, 하겠어요. 이번 한번만 영감을 믿어보죠. 그나저나 용병양성학교에 들어가려면 입학허가증이라든지 위조된 학생증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은데 그건 어디 있죠?" "없다." 단호한 노인의 말에 듀란은 잠시 할말을 잃어버렸다. "예?" "요즘 불경기라 자금사정도 안 좋고, 여러 가지로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마도 입학허가증을 구하는 것부터 네 놈 임무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거다." 노인은 진지하게 말했으나 정작 그 얘기를 듣는 듀란은 실눈을 뜨며 못 믿겠다는 눈치를 보내고 있었다. 의심에 찬 눈초리, 그의 눈빛을 읽은 노인은 괜한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냥 사실대로 말해보세요." "실은 지난달에 생긴 프레이야(Freyja)라는 술집에 공주가 자주 드나든다는 소문이 돌아서 그녀를 암살하기 위해 한 달간 그 곳을 출입하다보니, 어험! 괜히 오해를 살 것 같아서 비밀로 붙여왔던 일이다!"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계속해서 헛기침을 해댔고, 당연히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 챌 수밖에 없는 상황에 듀란은 한쪽 눈썹을 까닥까닥 거렸다. "18살의 공주가 술집을 자주 드나든다고요? 급조한 변명치고는 그럭저럭 괜찮군요." "크윽, 역시 무리가 있냐? 꽤나 기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그렇죠. 뭐, 상관없어요. 영감이 화이트 스모크의 재정을 유흥비로 쓴 일이 어디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오히려 재미있게 됐네요. 다만……." "원하는 게 뭐냐?" 상대가 고단수임을 직감한 노인은 듀란의 말을 자르며 단도직입적으로 나갔다. "뭐, 굳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다음부터 술집 가실 땐 저도 좀 데리고 다녀주시면 고맙겠죠. 강요는 아닌 것 아시죠? 물론 할머니가 이 일을 아시면 조금 곤란하겠군요." "제길! 알았다! 내 노년의 미학이라는 별호를 걸고 약조하마! 일단 이번 임무만 성공해라!" 노년의 미학,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칭이다. "훗, 좋아요! 반드시 성공해보이죠!" 해맑은 아이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듀란은 일단 예의상 인사를 한 후 구석에 걸어두었던 가죽재킷을 입고 방을 나왔다. 서류의 내용대로라면 시엘공주를 죄악의 붉은 달이 뜨는 4월 13일까지는 죽여야 했다. 지금이 1월이니 어느 정도 여유는 있었지만 문제는 3월초까지는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에 입학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입학을 못하면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다. 그렇다보니 그는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에 관한 조사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천천히 하나, 하나 풀어가야 했다. 이쯤 되면 고심에 빠질 만도하건만 지하도를 걷고 있는 듀란의 입가에는 여느 때처럼 비소가 걸려있었다. 지하의 묵은 때를 벗고 자신 있게 지상으로 나온 듀란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당장의 끼니를 해결할 돈도 주머니엔 없었던 것이다. "망할, 영감탱이!" 뒤늦게 욕을 해봐야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듀란은 구인광고게시판에서 한참을 헤맨 끝에야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숙식제공도 가능했지만 무엇보다 용병양성학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여관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애당초 용병양성학교에 침입해서 입학허가증이나 학생증을 위조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학교안의 지리도 제대로 모를뿐더러 너무 위험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곳의 방침을 이용하는 편이 수월했다. 학생들은 방학이나 임무 외에는 절대 나갈 수 없으며 학교 안에서 거주하는 일반인들을 제외하면 귀족이라고 할지라도 특별한 허가 없이는 출입을 엄격이 통제한다. 즉 면회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럼 조금만 생각해보자. 용병양성학교 아스크는 최고의 명문으로 알려진 만큼 중간대륙 곳곳에서 용병이 되기 위한 학생들이 몰리게 된다. 그렇다보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곳으로 지원한 학생들은 등록금이라든지 교칙이 담긴 서류를 받기 위해 벌써부터 학교근처의 여관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듀란은 이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조금 잔인한 방법이지만 그들 중에 하나를 죽여서 사자(死者)를 대신하는 쪽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희생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학교를 속이는 것보다야 이쪽이 훨씬 임무의 성공도가 높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마루에 걸레질을 하면서도 여관에 묵고 있는 학생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말수가 없고 눈에 띄지 않는 외모를 가진 자여야 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제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온 자여야 했다. 여관에서 일을 한지 보름 만에 듀란은 한 남학생을 주시하게 되었다. 170cm가 조금 넘을까 말까한 듀란의 키보다 작은 체구의 남학생, 그는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방안에 틀어박혀서 나올 생각을 안했다. 친구가 없다는 말이었다. 단지 왼쪽 뺨에 한일자로 그어진 작은 검상이 문제였다. 몇 번 지나치면서 본 사람이라도 얼굴에 남아있는 흉터정도는 쉽게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듀란은 그 점을 걱정하지 않았다. 해결방법이 전혀 없는 게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뺨을 칼로 찢어 그와 똑같은 상처를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듀란은 쓰라린 뺨을 감싸며 비소를 짓고 있었다. 이것으로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어느덧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의 입학일이 되어버렸다. 여관에 묵고 있던 학생들이 짐을 싸는 사이, 그는 한 발 앞서 조용한 골목길을 거닐었다. 이미 목표로 한 남학생의 이동경로까지 파악을 끝내놓은 뒤였다. 그는 인적이 없는 골목길 중앙에 서서 타깃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햇살이 없는 세상 아래 가로등 불빛마저 들어오지 않는 골목길은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한 밤중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지독한 어둠에 휩싸여있었다. 거기다 자욱한 안개까지 끼어있어서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의 형상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발걸음소리가 들려와 한 남자가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들려오던 발걸음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그의 앞에서 멈춰 섰다. "저기요. 지나가야 되서 그러는데 좀 비켜주실래요?" 좁은 골목길 중앙에 그가 떡 버티고 서 있자 앞으로 온 남자는 정중하게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구했다. 그 말에 천천히 눈을 뜬 듀란은 남자를 확인했다. 타깃이었다. "미안하지만 비켜줄 수 없다." "왜요?" "이곳을 지나가려거든 너의 목숨을 주고 가야 한다." 멋진 대사다. 며칠 전부터 생각해놓은 대사를 말하며 듀란은 내심 흡족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외의 전개가 펼쳐졌다. 그 말을 들은 남자가 군말 없이 뒤돌아서더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잠깐! 어딜 가는 거냐?" "이 곳을 지나려면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돌아가려고 하는데요." 앗! 영리한 놈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미처 이런 전개는 생각지 못했다. 당연히 덤빌 줄 알았는데 돌아간다는 말을 듣자 듀란으로서는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남자가 자존심도 없냐! 어쨌든 이 골목길로 들어온 건 너의 실수니까 그 목숨은 내가 취해가야겠다!" 한마디로 억지였다. 그제야 듀란이 처음부터 자신에게 살심을 가지고 있단 걸 눈치 챘는지 남학생의 몸에서도 적의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누군가 절 죽이라고 사주했나요?" 그가 진지하게 물어오자 듀란은 곧 죽을 상대에 대한 예우로 거짓은 말하지 않았다. "아니, 너의 죽음은 나의 사명과 직결된다. 단지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사명이라고요? 자기 의사로 인한 행동이란 말이군요. 그렇다면 저도 피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남학생의 몸에서 은은하게 퍼져오던 적의가 짙은 살기로 거듭났지만 듀란은 겁 없이 땅을 박차고 그에게 날아들었다. 마치 독수리가 지상에 있는 먹이를 낚아채는 것처럼 안개를 가르며 듀란의 발이 남학생의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는 생각보다 빠른 공격에 긴장했는지 땅에 착지한 듀란으로부터 한걸음이상 물러섰다. 피했다고 생각했다. 허나 얼굴에 난 상처에서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공격이 날카로운 것은 둘째치고라도 조금만 피하는 게 늦었더라면 방금 발길질로 두개골이 산산조각 났을 만큼 위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남학생은 듀란의 그림자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솔직히 두려웠다. 도망칠까하고 망설이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운이 없게도 그는 자신보다 강한 자였다. 잘못하면 이곳에서 죽게 생겼지만 그렇다고 곱게 물러설 수도 없었다. 상대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이상 여기서 도망치더라도 훗날 언제 기습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어렵겠지만 이곳에서 승부를 봐야만 했다. 남학생은 잔뜩 긴장한 채 안개 속에 묻힌 듀란의 그림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듀란의 그림자가 사라져버렸다. 놀란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사이 등 뒤에서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미안하다. 고통은 없을 거다." 듀란은 그 말과 함께 팔꿈치를 들어 남학생의 뒷목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으드득'거리는 잔인한 소리가 울렸다. 즉사, 목뼈가 산산조각이 난 남학생은 비명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듀란은 목이 기이하게 꺾인 채 길바닥에 힘없이 널브러진 그를 바라보며 애써 죄책감을 털어내었다. 아무리 대를 위한 희생이었다고는 하나 결국 그건 듀란의 입장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자지만 그에게도 반드시 꿈이나 이상은 있었을 것이다. 듀란은 그의 생명만 앗아간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그의 꿈과 이상마저 짓밟아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자,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완벽하게 처리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아직 주위에 인기척은 없었지만 언제 학생들이 이곳을 지날지 모를 일이었다. 듀란은 죽은 남학생을 한쪽 어깨에 들쳐 업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양쪽의 높은 건물로 인해 만들어진 좁은 하늘, 길은 저곳밖에 없었다. 그는 남학생을 업은 채로 골목을 이룬 한쪽 건물 벽을 차며 뛰어올랐다. 반동에 의해 그의 몸이 맞은 편 건물 벽으로 향하자 다시 그 벽을 차며 뛰어오르기를 반복했다. 놀랍게도 듀란의 몸은 양쪽 건물 벽을 발판으로 삼아 중력을 거스르고 있었다. 대지의 품에서 떨어져나간 그는 골목을 이루는 두 건물 중에 낮은 건물의 옥상에 뛰어오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혼자였다면 두 벽을 차며 위로 뛰어오르는 일 정도야 누워서 떡먹기였겠지만 남학생의 시신을 어깨에 들쳐 업고 뛰어오른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 일단 옥상의 바닥에 그를 누이고 소지품을 꺼내기 시작했다. 지갑이 있다. 지갑에서 학생증을 확인한 듀란은 뭔가 못 볼 것 봤는지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져버렸다. 충격은 거친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Ddong ko? 이, 이름이, 이름이 똥꼬라고?" 눈을 씻고 다시 봤지만 틀림없이 이름 란에 똥꼬라고 적혀있었다. 처음엔 이게 꿈이 아닌가 싶어서 뺨을 꼬집어보기까지 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미처 이름은 파악하지 않은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세상에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하며 씁쓸한 미소로 똥꼬라는 이름을 가진 남학생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이런 이름으로 20년 가까이를 살아왔다니 얼마나 혹독한 인생이었을까? 아마 어렸을 때는 따돌림도 많이 당했을 것이다. 가엾은 자였지만 이제부터 그의 이름을 써야한다는 사실에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물론 죽은 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똥꼬는 사람의 이름이라기 보단 신체의 특정부위를 가리키는 비속어에 가까웠다. 허나 어쩌겠는가? 이제 와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또 다른 학생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임무를 포기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싫든 좋든 간에 받아들여야할 문제였다. 시련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들이닥치는 법이다. 이 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여긴 듀란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의 학생복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하나 문제가 발생했다. 너무 작았다. 바지는 당연히 구보였고, 상의는 손목에서 위로 5cm나 올라올 정도 짧았던 것이다.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어깨부분이 당겨 와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마치 펭귄처럼 어정쩡한 자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순간 자신도 모르게 살심이 일었다. 그냥 눈 한번 딱 감고 다른 학생을 죽이고 싶은 유혹도 들었지만, 그는 애써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패션감각을 가졌다고 여기자. 그리고 이름은, 이름은, 음, 이름은 생각하지 말자.' 어째 시작부터 조금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렇다고 해서 기가 죽을 듀란이 아니었다. 그는 이것을 액땜이라 여겼다. 옥상에서 남학생의 시신을 깨끗하게 소각한 그는 안개에 물든 거리로 내려왔다. 얼마 걸어가지 않아 용병양성학교의 웅장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늘과 맞닿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높은 반구형(半球形)건물을 바라보며 숨을 깊이 들이쉰 듀란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프로필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의 이름은 똥꼬다……." 용병양성학교 아스크, 역시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에서 최고라 불릴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천장이 원형 돔으로 된 건물은 다른 평범한 건물들 백여 개정도가 들어설만한 크기로 제작되어 밖에서 보기에도 그 넓이와 높이에 목이 부러질 정도였는데 정문에서 입학허가증을 주고 안으로 들어와 보니 상상을 뛰어넘는 내부구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딴 건 다 제쳐두더라도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의 따스함에 고개를 드니 하늘엔 태양이 걸려있었다. 원형 돔으로 된 천장에서 눈부신 빛과 열이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천장이 높다 해도 구름보다 높은 곳에 설치됐을 일은 없을 테고, 아마도 마연석을 이용한 발광(發光), 발열(發熱)물질이 천장에 수백 개나 설치되어 인조태양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놀랄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원형 돔으로 된 건물 속에는 또 다른 건물들이 수십 개나 들어서 있는 게 아닌가? 듀란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곳은 이름만 학교이지 실상 거대한 건물 안에 만들어진 작은 도시라 해도 무방했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원형 돔으로 된 이 건물 속에 다 있었다. 심지어는 학교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술집까지도 변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신입생들에게 휩쓸려서 입학식을 무사히 마친 듀란은 배정받은 교실로 이동했다. 용병양성학교가 워낙 크고 중간대륙에서 명문으로 유명하다보니 입학하는 학생들도 많을 거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번 해에 입학한 신입생이 겨우 400여명밖에 안된다는 얘길 듣고 조금은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학교의 크기가 이렇게 넓은데 겨우 천명이 조금 넘는 인원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간에 수업은 한 반에 40명씩 10개의 반으로 나누어서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있었다. 물론 1년만 지나면 적성에 맞는 수업을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어차피 듀란은 시엘공주만 죽인다면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10개의 반, 혹시라도 듀란은 시엘공주와 같은 반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긴장을 풀지 않고 교실에 있는 학생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교실 앞문이 열리더니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여인이 들어왔다. 검은 정장위에 왼쪽 가슴과 어깨에 가벼운 갑주가 걸려있을 뿐만 아니라 햇볕에 잘 그을린 피부와 조금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만 보더라도 그녀가 용병이라는 사실은 쉽게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선 무엇인가 말로 설명 못할 기품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B반을 맡게 된 이사벨 크리스티나(Isabel Cristina)라고 합니다." 외모는 둘째치더라도 그녀의 이름을 들은 학생들은 하나같이 놀라서 입을 못 다물었다. 제국에서 최연소로 루브룸이 된 전쟁영웅 이사벨 크리스티나가 그들의 앞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듀란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이사벨은 루브룸 중에서도 꽤나 유명한 편에 속했다. 제국보다는 중간대륙 서쪽의 패권을 잡고 있는 아르카디아(Arkadia)왕국에 가까운 작은 섬의 여계가문인 크리스티나후작가문의 외동딸로 풍요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용병이 되어 수많은 전쟁에 참전했다. 결국 작년에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루브룸까지 된 그녀는 용병들, 특히 대부분의 여성들 사이에선 영웅으로 동경될 정도였다. 연정과 선망이 섞인 학생들의 눈빛을 그녀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기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출석부에 적힌 학생들을 하나, 하나 호명하기 시작했다. "프레키 발라스칼프(Freki Valaskjalf)?" "네." "시엘 샤를마뉴?" "네." 듀란은 이사벨이 자신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멍하니 있다가 시엘 샤를마뉴라는 이름을 듣고 다시 깜짝 놀라서 방금 대답을 한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탐스러운 은발이 어깨위에 내려앉은 여학생이었다. 뒤쪽에 앉아 있다보니 그녀의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공주가 아닐 거라 지레짐작한 듀란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설마 비밀리에 입학하는 시엘공주가 실명을 그대로 쓰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귀찮아도 최소한의 성의가 있다면 성(姓)은 바꿔야 비밀리에 입학했다고 할 거 아닌가? 그가 그런 망상을 하는 사이 출석을 부르던 이사벨이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조금 망설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똥꼬?" 교실에 있던 학생들 모두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신체의 특정부위에 힘이 들어갔다. 학생들은 생각했다. 출석을 부르던 그녀가, 다른 사람도 아닌 전쟁영웅 이사벨이 왜 갑자기 똥꼬라는 말을 한 것일까? 무슨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똥꼬 없니?" "……." "똥꼬는 없니?" 교실 안에 있던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직 뒤쪽에 앉아있던 듀란만이 심각한 갈등에 고뇌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릴 정도다. 분위기가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손을 들어 대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마른입술에 침을 묻히며 애써 긴장을 푼 그는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제 대답을 해야만 한다. '그래, 내 이름은 똥꼬다!' 듀란이 대답을 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쉼 호흡을 할 때 앞줄에 앉아있던 시엘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듀란의 대사를 가로채버렸다. "이, 있습니다." "어머? 방금 전에 네 이름은 분명히 시엘이라고 하지 않았니?" 그 말에 은발의 여학생은 더욱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을 했다. "네, 그러니까 시엘은 똥꼬가 있습니다." 지금 이 여학생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아! 해답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이사벨은 그녀가 하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아까 자신이 한 말을 생각 없이 그냥 쭉 나열해보면 '시엘 샤를마뉴? 똥꼬, 똥꼬 없니?'라는 말이 완성된다. 대략 난감한 조합이었다. 오해의 말을 내뱉어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자신에게도 잘못은 있었지만, 그런 질문에 부끄러워하면서도 대답을 한 여학생도 가공할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시엘은 숙녀로서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내뱉었는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되어서 울먹이고 있었다. 여기서 오해는 풀어줘야 했다. 이사벨은 훌쩍거리는 그녀에게 다가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해주었다. "시엘의 똥꼬가 있는 걸 물어본 게 아니야. 못 믿겠지만 똥꼬는 사람 이름이야. 실제로 무스펠하임(Muspelheim)에서도 일부지역에선 신체부위를 사람의 이름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내 전우들 중에도 팔뚝이라든지, 눈알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도 있었어." "네?" 이사벨이 친절한 설명을 해줬지만 시엘이나 다른 학생들은 쉽게 납득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예를 든 팔뚝이나 눈알은 그래도 인간의 신체 중 괜찮은 부위를 지칭하고 있어서 그럭저럭 사람의 이름으로 봐줄만 했다. 그러나 똥꼬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것이었다. "설마요? 아무리 그래도 똥꼬가 사람의 이름일 리가 없잖아요! 출석부가 잘못된 거 아닐까요?" "그래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이름이 똥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얌전히 앉아있던 수많은 학생들이 똥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분노해서 소리쳤다. 오버다. 물론 그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런 상황에 정작 당사자는 어떠한 기분이 될까? 듀란은 씁쓸한 미소를, 모든 것을 초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이 죽였던 남자, 참으로 파란만장한 생을 살아왔음이 분명했다. "하아~ 정말 힘든 삶을 살았겠구나." 그렇게 혼잣말을 흘리던 듀란은 자신 있게 일어섰다. 의자를 끌며 단번에 일어서자 모든 학생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활짝 펼쳤다. 마치 모든 비난과 시련을 이겨내겠다는 듯한 포즈를 취했으나 대답은 '지직'거리는 옷이 찢어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제 이름이 똥꼬입니다." 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옷이 찢어진 것도 모른 채 자아도취에 제대로 빠져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이제부터 자신의 이름은 똥꼬라고 강하게 주입하고 있었다. "아! 거짓말이야! 어떻게 사람 이름이 똥꼬일수가!" "저기 옷 좀 봐! 뭔가 이상해! 변태 같아!" 학생들은 옷이 찢어진 걸 지적했으나 그는 몸에 꽉 끼이는 펭귄패션이 문제라고 여기고 있었다. 듀란은 직감했다. 사람에게 있어서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대로 앉는다면 앞으로 귀찮은 일이라든지 따돌림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비록 한달만 버티면 끝나는 생활이었지만 그렇다고 비리비리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여기서 무엇인가를 보여줘서 입지를 굳혀야 했다. 이름은 똥꼬지만 절대 이름처럼 더럽거나 변태 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는 암살 말고는 다른 건 쥐뿔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장기자랑 한답시고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 중에 하나를 죽인다는 건 조금 문제가 있는 듯 했다. 한참동안 서서 고민에 잠겨있자 학생들의 시선이 점점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듀란은 다시 한번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며 어떻게 해서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 시련은 결코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만나는 달콤한 데이트가 아니란 걸,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어딜 봐도 희망의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비축분이 원고지 기준으로 2200매정도 있으니 성실 연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0 00:43:54 고친날 2005-12-09 16:34:19 읽은수 6088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04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아! 이대로 도태(淘汰)돼버리는 거야?' 앞날을 떠올리자 눈앞이 깜깜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구원의 손길이 그를 살렸다. 그들이 있던 교실 문이 힘차게 열려서 자연스레 듀란에게 쏠려있던 시선들이 그쪽으로 분산되었다. 열려진 문으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교복위로 발목까지 내려오는 모피코트를 입은 남자가 핏빛의 머리카락을 하늘거리며 천천히 들어섰다. 대략 20대 초중반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긴 장발로 얼굴을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한 눈에 미남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창백한 피부와는 대조적인 짙은 눈썹과 칠흑의 눈동자, 그 아래 오뚝 솟은 콧날과 핏기를 살짝 잃어버린 입술이 마치 조각상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듀란이 빈티 나는 옷차림과 이름 때문에 눈에 띄었다면 남자는 신이 빚은 것 같은 완벽한 외모만으로 교실 안에 있던 거의 모든 여학생들의 시선을 빼앗아버렸다. 듀란은 뭔가 손해 보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시선이 분산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자리에 앉았다.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질투 날 정도로 잘생겼다. 그러나 그 점 때문에 위기를 넘긴 그로서는 남자의 외모가 빛나는 게 고맙기만 했다. "저기, 어떻게?" 교단에 서있던 이사벨마저도 조각상 같은 남자의 외모 때문에 조금 전 듀란에 관한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는지 다소곳하게 묻고 있었다. "신입생입니다." "아, 이름이?" "스콜 비엘가르드입니다." 스콜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이사벨은 그의 이름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콜 비엘가르드, 어디서 들었었지?' 머릿속을 맴도는 이름의 정체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그를 붙잡아둘 수도 없었다. "빈자리로 가서 앉으시면 됩니다." 이사벨은 자신도 모르게 딱딱한 존댓말을 쓰고 있었지만 그녀 자신도, 그곳에 있는 모두도 그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외모는 처음 보는 사람들의 정신을 홀려버릴 만큼 완벽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는 이사벨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조용히 뒤쪽의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같은 루브룸이라도 스콜이 루브룸이 된 건 1666년 겨울, 즉 55년 전의 일이었다. 게다가 다른 루브룸들과는 다르게 매우 비밀리에 의식을 치렀기에 그 당시에 사람들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녀가 모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으나 스콜은 이사벨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수개월 전 대패직전에 몰린 전쟁에서 단신으로 적장을 베고 제국을 승리로 이끌어 루브룸이 된 그녀를 모를 리 없었다. 전쟁영웅 이사벨 크리스티나도 멀찍이서 스치듯이 본적만 있기에 직접 만나보고 싶었던 인물이었지만, 무엇보다 스콜은 교실 문으로 들어오자마자 앞자리에 앉아있는 시엘공주를 발견했다. 아마도 실베스트르백작이 같은 반이 되도록 미리 손을 써놓은 것 같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가자 희미한 미소를 그리며 자리에 앉는 스콜이었다. 반면 이사벨은 입안을 맴도는 그의 이름을 계속 되뇌면서도 출석을 마저 불렀다. 잠시 후 모든 학생들의 출석을 부르게 된 그녀는 수업에 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앞으로 3년간 저는 여러분들에게 검술의 기초이론부터 실습을 병행하면서 가르칠 거예요. 음, 첫 수업이니까 딱딱한 얘기를 하는 것보단 여러분들이 평소 검술에 관해서 궁금했던 게 있었던 걸 질문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요?" 그녀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그들 중에 한 학생이 차분히 손을 들더니 질문할 의사를 보였다. "거기!" "중간대륙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검술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주제에 어긋나지도 않으면서 호기심을 끌기에도 충분한 모범적인 질문이었다. 이사벨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잠시 생각하는 눈치를 보였다. "음, 솔직히 어떤 검술이 대륙에서 최고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검술마다 상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럼 결국?" "그렇죠. 앞서 말했듯이 최고의 검술은 없어요. 다만 최고의 자리에 가장 근접했던 검술은 있었어요." 그녀의 애매모호한 말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마 모두들 알고 있을 거예요. 그로 인해서 용병양성학교가 생겨나게 되었으니까요. 저의 우상이기도 하고, 대략 1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용병왕이라고 불렸던 남자 아스크, 그가 사용했던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Ascalon)이 최고의 자리에 가장 근접했던 검술이죠." 이사벨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아슈켈론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한 학생이 그녀의 설명에 반문을 던졌다. "선생님, 저는 용병왕 아스크가 실존인물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네, 몇몇 제국의 문헌에선 용병왕 아스크를 실존인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그 뿐만 아니라 그가 실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 역시 어디에도 없죠. 하지만 158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140년 전 용병양성학교가 그의 이름으로 설립된 거만 보더라도 그 당시 아스크라는 남자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는 짐작해볼 수 있는 문제겠죠?" "용병왕 아스크, 솔직히 만들어진 인물이 아닐까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학생은 바로 제국에서도 최강의 권력을 가진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외동아들 프레키 발라스칼프였다. 그는 눈이 부실정도의 금발을 뒤로 땋아서 늘어뜨렸는데 교복 위로 입은 화려한 코트가 꽤나 잘 어울렸다. 직위만큼이나 이성에게 호감을 받을만한 외모를 하고 있는 남자였다. 사실 프레키는 어느 검술보다 가문의 검술이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동경하고 있던 이사벨이 아스크의 검술을 허황되게 부풀리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내세운 의견이 결코 허황된 것만은 아니었다. 아스크란 인물의 활약한 시기만 봐도 제국력 1542년부터 1666년까지 대략 1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중간대륙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물론 여기에 믿지 못할 사실이 있다. 120년간 그를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하길 그의 외모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남자였다는 거다. 그랬다. 120년 동안 늙지 않는 인간은 없다. 그렇다보니 용병왕의 전설은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추세였다. 바로 그 당시 기량이 뛰어났던 인물들이 대를 이으면서 용병왕행세를 했다는 의견이 거론되었다. 한명의 남자가 120년 동안 늙지 않고 전설을 남겼다는 얘기보단, 실은 대를 이으면서 용병왕행세를 했다는 얘기가 더욱 현실성이 있다보니 몇 십년 전부터 용병길드나 학회에서도 어느 정도 이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역시 한명의 인물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아스크라는 인물은 단순히 용병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여러 명의 용병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라는 의견 쪽이 신빙성이 있지 않나요?" 프레키는 이사벨의 입에서 가문의 검술이 나오지 않은 게 은근히 섭섭했는지 조금 전부터 용병왕 아스크의 존재를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단에 서있는 이사벨은 마땅히 대꾸할만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용병왕 아스크를 한명으로 여기는 건 상식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앞자리에 조용히 앉아있던 시엘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용병왕 아스크는 실존인물이에요. 물론 그와 관련되어서 만들어진 수많은 전설도 모두 사실이에요. 저는 봤어요. 황립도서관안에 있는 비밀의 방에서 용병왕에 관련된 진실을!" 시엘 샤를마뉴공주, 아무래도 그녀는 용병양성학교에 비밀리에 입학을 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용병왕이 만든 수많은 전설은 아스크 단 한명에 의해 만들어졌다. 창가로 스며든 인조햇살에 반짝이는 은발을 한 여학생, 시엘은 자신 있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정체를 알리 없던 이사벨은 자신의 속마음을 대변해준 건 고맙긴 해도 얘기 자체엔 믿음이 가지 않았다. 시엘이 말한 황립도서관은 고위층의 귀족이나 황족들만 이용할 수 있었고, 귀족이라고 해도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출입이 일체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사벨조차도 그곳에 비밀의 방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시엘이라고 했지? 그 말이 사실이니?" "네, 제가 직접 그곳에서 봤어요." 자신 있게 대답한 그녀는 대략 5개월 전, 그 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그 날도 절망이란 이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6개월 밖에 살지 못하는 운명, 시한부 인생이란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싫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야 한다는 게 싫었지만 태양을 집어삼킨 짙은 먹구름을 보며 인정해야만 했다. 라그나로크를 알리는 핌불베트르가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로 인해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명령으로 그녀는 한정된 장소에서 정해진 사람들만 만나고, 다른 이와 이야기하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게 편할 정도로 통제를 받았지만 세상에 비밀이란 있을 수 없었다. 어느 날 묘령의 노인에게서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을 듣게 된 것이다. 이제 겨우 17살의 꽃다운 나이, 다른 이들 같으면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의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꿈꾸고 있을 나이였으나, 시엘의 얼굴엔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죽기 싫었다. 살고 싶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여린 가슴은 떠올리기 두려운 앞날로 인하여 절망과 좌절 속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째서 태어난 걸까?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기로 약속되어진 운명을 가지고 어째서 태어난 걸까?' 비록 남들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편안하고 넓은 침대에 잠을 자도 창백한 두 눈동자에서 눈물이 흐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러던 그녀가 눈물을 잊기 위해 찾은 곳이 바로 황립도서관이었다. 그곳에서 잊혀진 신화라든지, 위대한 영웅들의 서사시를 읽고 있는 동안은 자신의 처량한 처지를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엘은 매일같이 황립도서관을 드나들게 되었는데 어느 날 황립도서관 내에서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구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금지된 구역은 근처에도 다가가선 안 된다. 그 말을 듣고 시엘은 남들이 해보지 못한 걸 꼭 해보기로 결심했다. 당시 도서관은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없었다. 도서관장도 식사를 하러 나간 후였다.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던 그녀는 황립도서관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책장을 지나쳐 그녀가 도착한 곳은 새하얀 천으로 가볍게 묶여있는 문이 있는 장소였다. 모두가 알고 있다. 이 곳으로 오게 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작위를 빼앗기고 극형에 처해진다는 소문도 있었기에 일반 귀족들은 이쪽을 보는 것조차도 꺼려했다. 그렇다보니 경비조차도 없었다. 조용히 매듭을 푼 시엘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오래전부터 묵혀있던 탁한 공기가 그녀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좁은 방, 숨이 딱 막힐 정도로 좁은 방에 들어선 그녀는 열려진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양쪽 벽을 완전히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는 의외로 책이 많이 꽂혀있지 않았다. 시엘은 그 책들의 제목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았지만 기대완 다르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양쪽의 책장을 지나서 좁은 방의 구석까지 가보았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천으로 덮여져 있는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슴을 한번 쓸어내린 뒤 천의 끝부분을 조심스럽게 잡고 걷어내었다. "아!" 그곳에는 제국을 지배하는 짙은 어둠마저도 단번에 베어버릴 것처럼 날카로움을 간직한 검 한 자루가 바닥에 박혀있었다. 바닥에 박혀있는 검신의 길이를 제외하더라도 그녀의 키보다 한 뼘 정도는 긴 잿빛의 대검, 마치 혼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 검은 그녀의 영혼을 들뜨게 만들었다. 시엘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대검의 손잡이를 잡아보려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검이 가늘게 떨며 공명하는 것이 아닌가? 검이 울고 있다. 검의 서글픈 울음소리가 방안에 조용히 울리자 그녀는 몸속에 있는 모든 신경에 번개를 맞은 것 같은 충격에 한발 물러서버리고야 말았다. "나의 잠을 깨운 건 누구냐?" 검이 말을 했다! 더군다나 반말이다! 시엘은 너무나도 믿기지 않는 현실에 두 눈을 크게 뜨며 다시 한번 검을 바라보았다. 보통 검의 손잡이는 대부분 가죽이나 두꺼운 천으로 감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야만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실전에서 식은땀이 배이더라도 검을 놓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검은 그러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마치 이 검을 사용하는 자는 그러한 실수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고 만들어진 것 같았다. 즉 주인이 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검이 주인을 선택하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원칙에 어긋나게 만들어진 검은 그 형상마저도 지금까지 그녀가 봐왔던 수많은 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뭐랄까? 인간의 손이 거치지 않고 태어난 검 같았다. 잿빛으로 빛나는 검신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원석처럼 전혀 가공이 되어있지 않은 검신과 멀리서 전체적으로 보면 꼭 십자가처럼 보였다. 그러나 손잡이와 연결된 검신부분에는 어떠한 장인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사신의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사신의 검……." 시엘은 보고 느낀 그대로를 자신도 모르게 입 밖에 내었고, 검은 그녀의 말에 하찮은 듯 대꾸했다. "나의 이름은 전율의 마검(魔劍)이라 불렸던 미스텔테인(Mysteltein)이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들어본 적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읽은 적이 있었다. 잊혀진 시대에 만들어진 검으로 빛의 신 발드르(Baldr)를 죽인 마검이었다. 신까지 죽일 수 있었던 마검은 결국 인간의 탐욕을 불러일으켰고, 수많은 피와 파멸을 불러일으켰지만 미스텔테인은 애당초 하찮은 인간이 쥘 수 있던 검이 아니었다. 검이 주인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저주받은 마검이라고 불리던 미스텔테인은 어느 날 갑자기 대륙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리고 180년 전쯤 마검은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바로 용병왕 아스크의 손에 들려있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0 02:27:32 고친날 2005-12-09 16:34:34 읽은수 6036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05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용병왕 아스크, 그는 단신으로 수많은 전설을 만들면서 용병이라는 직위를 귀족에 버금갈 정도로 올려놓은 인물이었다. 그런 자의 검,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검이 어째서 이 곳에 있는지 시엘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그것보다 시엘은 눈앞에 박혀있는 마검 미스텔테인을 보며 그때서야 전설로만 치부되었던 아스크란 인물이 실존했던 건 아닌가하고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120년간 귀신같은 활약을 했던 남자가 실존했던 인물이었단 말이 된다. "아스크가 실존인물인가요?" "아스크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군." 검의 목소리는 탁한 쇳소리였지만 시엘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정말 실존했군요. 하지만 어떻게 한 인간이 늙지 않고 120년간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죠?" "훗, 인간이라면 120년이라는 시간동안 늙을 수밖에 없다. 아스크는 인간 따위가 아니다." "그럼 아스크란 남자의 정체는?" "그것까지는 나도 모른다. 설사 안다고 해도 너에게 그의 정체를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검의 입장에서 본다면 신원이 불분명한 그녀에게 주인의 정체를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비밀의 방에서 마검과의 조우, 이 일을 겪고 난 후 시엘은 의미 없던 삶을 그나마 보람차게 보낼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사건이 있던 뒤로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의 주인이었던 용병왕 아스크에 관한 서적을 전부 독파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전설이 있었고, 그 전설을 묘사해놓은 그림도 많이 접하게 되면서 그녀는 서서히 깨달아갔다. 아스크의 앞을 막고 있는 적들, 수많은 적들을 향해 휘둘러진 검은 그들의 육신을 베어내지 않고, 찢어버리고 있었다. 인간의 살점을 하나같이 찢어버리는 검술, 그것이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이었다는 것을 그 당시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시엘은 그날의 일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비밀의 방을 다시 찾으면서 발견한 낡은 책, 실베스트르백작이 집필한 '불멸의 용병 아스크'라는 책을 펼치는 순간 그녀는 진정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스크와 관련된 다른 서적에 비해 지독하리만큼 그를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사실 시엘은 다른 서적을 읽으면서 용병왕은 단순히 피에 굶주린 살인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망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베스트르백작이 집필한 책에서 아스크의 싸움은 언제나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패망해가는 나라를 단신으로 일으킨 이야기나 대부분 약하고 힘없는 자들의 편에 서서 포악한 군주들에게 대항했던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었다. 단 한번 54년 전 비엘가르드전투에선 명분이 없는 일방적인 도살이 자행되었다고 백작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었다. 그 뒤로 아스크가 모습을 감췄다는 건 우연치고는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다. 그녀는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에게 물어서야 겨우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엔 허황되고 거짓말 같다고 여겼던 이야기, 그러나 그가 누볐던 환상적인 이야기속의 대륙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 서있는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였다. 그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악행을 씻으려는 듯 올바르다 싶으면 약자의 편에 서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항상 죽음을 달고 살았지만 결코 두려워하거나 물러서지도 않았다. 반면 시엘은 그와 같은 환상적인 대륙을 살아가면서도 죽을 날을 두려워해 스스로 좁은 새장 안에서 안주하고 있었다. 바보였다. 어째서 이렇게 단순한 이치조차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일까? 물론 그녀는 6개월 안에 죽어야하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죽을 날만을 그리며 절망 속에 살아가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깨닫게 되었다.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웃을 수 자격이 있는 게 삶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6개월을 얻을 수 있었다. "아버지, 용병양성학교에 입학하고 싶어요." 시엘은 총명함이 빛나는 눈빛으로 카를대제에게 그러한 의지를 밝혔다. 그 말을 듣고 제국의 지도자이기 이전에 인자한 아버지인 카를대제는 따스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공주가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 "아버지, 사실 저도 알고 있었어요. 제가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났다는 걸요. 정확히 내년 4월 13일이 되기 전에 죽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요." "음, 공주는 그게 두려웠구나!" "얼마 전까진 두려웠어요." 시엘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과도 같은 맑은 눈동자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얼마 전까지라?" "네, 6개월이나 남았는데도 저의 마음은 항상 죽게 될 그날에 머물러 있었어요. 그렇다보니 언제나 두려웠고, 지금의 소중한 시간마저도 괴로움으로 채워갔어요." "오라, 그래서 용병양성학교에서 생활을 해보겠다는 거냐?" "네, 꼭 가보고 싶어요. 제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이것이 아버지에게 드리는 마지막 부탁이 될지도 모릅니다." 시엘은 허락되지 않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인지, 행운인지 그녀의 짐작은 가볍게 틀려버렸다. 그녀의 아버지, 카를대제는 결코 속이 좁고 어리석은 위인이 아니었다. 그녀가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에 가는 것을 선뜻 허락했던 것이다. "그래, 용병양성학교에 가거든 꼭 너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거라. 어느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너만의 이야기를, 나중에 아버지가 죽기 전에 꼭 들려주렴. 그리고 죽는다는 얘기는 하지 말거라. 널 죽게 내버려두진 않는다. 이 아버지의 심장을 걸고 약조하마." "고, 고마워요. 아버지." "아니다. 오히려 내가 고맙구나. 지금 우리공주의 눈빛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아버지로서 행복하구나." 그리하여 시엘 샤를마뉴, 다른 사람도 아닌 일국의 공주가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시엘은 어느새 촉촉이 젖은 눈망울로 그날의 회상을 마쳤지만 현실은 그녀를 반기지 않았다. "그런데 시엘은 어떻게 황립도서관에 있는 비밀의 방을 알고 있지?" "네?" 교단에 서있던 이사벨의 얘기를 듣고 '아차'싶었다. 욱하는 성격에 아스크라는 존재가 한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황립도서관에서 봤다는 얘길 하긴 했는데 황립도서관은 황족이나 고위층의 귀족이 아니면 일체 출입이 불가능했다. 잘못했다가는 정체가 들통 날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얘깃거리를 다른 쪽으로 돌려야만 했다. "어머! 그러고 보니 시엘의 이름이 제국의 공주님이랑 똑같네!" 이사벨이 마치 대단한 걸 발견해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듣고 주위에 있던 몇몇의 학생들이 공주와 이름이 같다는 것만을 가지고도 그녀를 관심 있게 바라보았다. "어머! 그리고 시엘공주님도 은발이라고 하던데 시엘도 은발이구나!" 기어코 이사벨이 결정타를 날렸다. 그 말에 이제 모든 학생들이 시엘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우와~ 이름도 같고 머리색깔도 똑같다~" "정말이네! 정말 대단한 우연이다!" 시엘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호호호~ 그렇지. 어렸을 때부터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 그래서 별명이 어렸을 적부터 공주님이었어." 어색한 웃음, 어색한 말투, 한눈에 봐도 시엘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전개가 이렇게까지 가면 한번쯤은 시엘이 진짜 제국의 공주가 아닌가하고 의심해봐야 정상이었건만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이름이 같고, 머리색깔이 똑같다 해도 제국의 공주가 용병양성학교로 입학하리라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니, 그만큼 제국의 위신은 대단했다. 다만 학생들은 시엘이 여러 가지로 제국의 공주와 비슷한 점을 들어 짜가공주라는 별명을 지어주게 되었다. 하마터면 정체가 들킬 뻔했던 위기를 대충 넘긴 것에 안도한 시엘이었지만 그녀의 뒤쪽에 앉아있던 한 남자는 새로운 고뇌에 빠져 들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듀란, 이제는 똥꼬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그는 시엘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로 그녀가 제국의 공주가 아닐까하고 의심을 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가정을 세워본 결과 곧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해야만 했다. 저 여학생은 분명 은발에 예쁜 얼굴, 완벽한 몸매, 게다가 이름까지 똑같다. 황립도서관에 출입했다는 얘기를 한 것만 봐도 시엘공주가 분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저 여학생이 정말 시엘공주라면 너무나 잘 짜여진 각본처럼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는 기분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는 거다. 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른다. 만약 저 여학생이 제국에서 그와 같은 암살자들의 눈을 교란시키기 위해 투입된 인물이라면? 그녀를 죽이면 진짜 시엘공주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다시 황실로 가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방금 전 그녀가 긴장을 했다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어색한 웃음과 말투로 자신은 시엘공주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것은 마치 진짜공주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완벽한 연기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것은 지독한 함정이다. 제국에서 그와 같은 암살자들의 위험 속에 진짜 시엘공주를 지키기 위해 가짜공주도 함께 입학을 시킨 것이 분명했다. 듀란은 그제야 이번 임무가 우습게 볼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저 여학생을 지켜줘야 한다는 사실도 유념하게 되었다. 만약 그녀가 레지스탕스에서 보낸 다른 암살자들의 손에 죽는다면 진짜 시엘공주는 황실로 가버릴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그가 처음 맡은 임무는 실패라는 낙인이 찍혀버린다. 암살의 프로페셔널을 지향하는 그가 실패를, 그것도 첫 임무의 실패를 가슴에 새기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임무가 어렵다는 착각에 빠진 듀란은 진짜 시엘공주는 역시 다른 반으로 배정되었다고 여겼다. 몇 반일까? 혹시 그는 똥꼬라는 이름 때문에 벌써 블랙리스트에 올라버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혼란에 빠진 듀란은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여전히 그를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똥꼬!" "……." "똥꼬!" "네, 네!" 듀란은 다른 생각을 하다가 그만 새로운 이름이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이사벨은 첫 수업부터 한눈을 팔다가 딱 걸린 그를 바라보며 짓궂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똥꼬, 여기 프로필을 보니 파괴의 검술 무스펠(Muspell)을 5년간이나 익혔네?" 중간대륙 미드가르드 남쪽에 무스펠하임이라는 거친 모래바람과 불꽃으로 이글거리는 나라가 있다. 그 곳의 적갈색 피부를 가진 전사들은 방어는 버리고 오직 공격만을 추구하는 검술을 사용했는데 그것이 바로 파괴의 검술 무스펠이다. 무스펠은 중간대륙에서도 알아줄 정도로 뛰어난 검술이었다.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을 모방한 듯하면서도 아슈켈론이 정상적인 인간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검술인 반면 무스펠은 원심력을 이용해서 근육의 파열을 막아주는 효과적인 검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건 그가 죽인 똥꼬라는 남자가 썼던 검술이다. 실제로 듀란은 무스펠을 책에서 어렴풋이 읽어본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설마 시키진 않겠지? 머리털 나고 대검이라고는 한번도 잡아본 적 없는데…….' 만약 시킨다면 지금까지의 시련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정말 멋진 시련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네, 일단은……." "그럼 똥꼬도 있으니 다음실습시간에는 파괴의 검술이라고 불리는 무스펠에 대해서 한번 배워보도록 해요. 똥꼬, 다음실습시간에 간단한 시범정도는 보여줄 수 있겠지?" "네, 일단은……."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하는 법이다. 다음실습시간이라고 해봐야 며칠 안 남았기에 눈앞이 깜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시엘공주를 찾아내서 암살을 하거나 아니면 며칠 안에 파괴의 검술 무스펠을 익혀야만 했다. 전자, 후자 모두 성공확률은 극악에 가까웠다. 거짓말과 빌린 돈은 처음엔 가볍게 여겨지더라도 나중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듀란은 그러한 세상의 절대 진리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포기해야 하나? 아니, 포기할 수 없다!' 아무래도 전자보다는 후자를 택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시엘공주를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가 섣불리 선택해서 죽인 여자가 진짜 시엘공주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전자의 실패는 임무실패와 직결된다. 차라리 검술은 못하면 핑계거리라도 만들면 되니까 서둘러서 일을 그르치기보다는 후자를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막상 결심은 굳혔지만 후자 역시 만만치 않았다. 5년이나 배웠는데 전혀 모른다고 한다면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적어도 어느 정도 수준엔 도달해있어야 했다. '아! 이번엔 정말 어디에서도 구원의 속삭임 따위는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는구나!'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0 02:33:34 고친날 2005-12-09 16:34:44 읽은수 5953 [ 16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06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너 아까 거짓말했지?" 오늘 있었던 수업이 다 끝나고 배정받은 기숙사로 가기 위해 막 필기도구를 챙기고 있던 시엘의 앞에 남학생 하나가 불쑥 나타나더니 다짜고짜 그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다.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첫 수업시간 때 네 입으로 직접 황립도서관에 출입했다고 했잖아." 남학생의 말에 동요했는지 시엘의 커다란 눈동자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지울 수 없는 실수였다. 더군다나 자기 입으로 내뱉어버렸으니 대충 둘러댈 수도 없는 일이었다. "거짓말은 아냐." "그럼 정말로 그곳에 들어갔단 말이야?" "그래." 남학생은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바로 수업시간에 아스크의 존재를 부정했던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외아들 프레키였다. 공작가문의 자제인 그도 황립도서관의 출입은 아버지와 함께 갈 때나 가능했는데 이런 여학생이 출입을 했다니!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나 지껄이는 계집아이는 여기서 그 버릇을 고쳐주어야만 했다. "혹시 너 내가 누군지 아니?" "몰라." 시엘은 관심 없다는 식으로 짧게 대답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 남학생과의 언쟁은 피해야만 했다. 계속 이야기해봐야 그녀의 정체가 탄로 날 가능성만 높았기 때문이다. "얼굴 좀 예쁘다고 거짓말해도 넘어갈 줄 아는 모양인데, 나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이야!" "그래서?" 그의 예상과는 달리 시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물론 당장 무릎을 꿇고 빌 거라는 착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가 공작가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거짓말을 시인하고 솔직히 대할 거라 여겼는데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얼음장처럼 냉담한 반응에 프레키는 자신만 우습게 여겨지는 게 아니라 가문도 무시당하고 있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라니? 샤를마뉴가문이라면 황족 말고 귀족 중에는 없어! 그럼 평민인 네가 황립도서관을 들어갔다는 얘기가 되는데 말이 된다고 생각해? 공작가문인 나조차도 마음대로 출입을 못한단 말이야! 그런데도 넌 그곳에 출입했다고 하잖아! 그게 거짓말이 아니고 뭐야?" "……." 프레키는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지만 시엘로서는 딱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생각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공주라는 걸 확 밝혀버리고 시비를 걸러온 그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입학했다. 참아야만 했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됐지?" 성의 없는 사과, 그녀의 태도는 오히려 프레키의 화를 부채질할 뿐이었다. "야! 너 자꾸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들래? 그렇게 말하면 내가 다 지난 일을 가지고 추하게 물고 늘어진 것처럼 느껴지잖아! 거짓말한 걸 인정하고 정중히 사과하라고!" "추하게 물고 늘어지는 건 맞잖아! 그리고 내가 너한테 뭘 사과해야 하는데?" "뭘 사과하다니! 이제 보니 말이 안 통하는 건방진 계집애네!" 건방진 계집애? 시엘의 커다란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황립도서관에 들어가서 보고 들은 걸 사실대로 얘기했을 뿐이다. 물론 지금은 신분을 감춰야 했기에 그런 사실이 거짓으로 비춰져도 밝힐 수 없지만 건방진 계집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잘못을 저지른 기억은 없었다. "뭐라고?" "건방진 계집애라고 했다! 왜 떫어? 너 혹시 얼굴 좀 반반하고, 철자만 같은 샤를마뉴를 쓴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널 공주님처럼 대해주길 바라는 거냐?" "이게!" 시엘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더 이상은 못 참을 것 같았다. 그때 언쟁 중이던 시엘과 프레키의 사이로 한 남학생이 스쳐지나갔다. 핏빛 머리카락 사이로 창백한 피부 결을 가진 남학생은 언쟁을 벌이고 있는 그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방해된다는 듯이 옆에 있는 프레키를 살며시 밀었다. "좀 비켜줘." "헉!" 살짝 밀었을 뿐이다. 그런데 프레키는 그 순간 그가 짚었던 가슴에서부터 수백, 수천 개의 칼날이 파고들어 몸속을 갈기갈기 찢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심장이 짓이겨지는 것 같은 충격에 호흡마저 곤란했다.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버린 프레키는 숨을 쉬기 위해 가슴을 힘껏 두드리고 있었다. "미안, 천식이 있었니?" 핏빛의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놀랐다는 표정으로 말을 붙여온 남학생, 옆을 지나가던 몇몇의 학생들도 조금은 이상한 낌새에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 시엘과 프레키는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로 끼어든 남학생이 단지 지나가겠다는 의도로 프레키를 살짝 밀었을 뿐인데 힘없이 쓰러지더니 지금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남학생이 때린 것 같지도 않고 방금 얘기를 들어보아 천식으로 생각을 굳히는 학생들이었다. "너, 너!" 프레키는 숨을 쉬기에도 버거웠는지 제대로 말도 못하고 있었다. "나 말이야?" "그, 그래! 너!" "스콜 비엘가르드다. 할 얘기가 있거든 언제든지 찾아와라." 그 말을 남기고 스콜이 교실을 나가버리자 한참 열을 올렸던 언쟁은 어이없게 막을 내렸다. "확실하게 말해두겠는데 난 거짓말 한 적 없어. 그리고 너 앞으로 나한테 말 걸지 마." 프레키도 화가 났지만 시엘도 이대로 물러서기에는 억울하긴 마찬가지였다. 마지막까지 거짓말은 한 적 없다는 걸 강조한 그녀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교실을 나가버렸다. 그들이 나가고 난 뒤 프레키는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짚으며 겨우 일어섰다. 스콜 비엘가르드, 정체는 모른다. 다만 자신이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이란 사실을 알고도 시비를 걸어온 자다. 그는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남자였다. 결코 이런 도전을 곱게 넘길 만큼 너그러운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던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황립도서관의 일로 언쟁을 벌였던 일 따위는 사라져버렸다. 오직 스콜을 향한 분노를 씹으며 교실을 빠져나왔던 것이다. 어쩌면 그것마저도 스콜의 계산된 행동이었을지도 몰랐다. 아무리 가벼운 시비라도 공주가 표적이 될 바에야 그 표적을 자신에게 돌리는 게 손이 덜 갔기 때문이다. 어쨌든 프레키까지 교실을 나가버리자 텅 빈 교실 안엔 단 한명의 남학생, 듀란만이 남아있었다. 짐작일지는 모르지만 방금 남학생의 손놀림이 카르마(Karma)를 감추고 펼쳐진 기술이라면 어마어마한 경지에 도달한 솜씨였다. 원래 카르마의 의미는 심신(心身)과 의(意)로 짓는 모든 선행과 악행, 즉 업보를 뜻했으나 지금은 그 뜻이 많이 퇴색되어서 인간이 일반적으로 살아가면서 쌓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을 때 얻게 되는 기운, 혹은 그러한 경지에서 기술이나 검술로 인해 외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을 뜻하기도 했다. 듀란, 그의 눈빛은 누가보기에도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비록 그 남학생에게 멋지게 당한 프레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단 한번의 손짓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았다. '나라면 가능했을까?' 생각할 것 없이 고개가 저어졌다. 만약 단 둘이 있었다면 눈치 볼 필요가 없었기에 상대의 급소를 가볍게 찌르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았을 테지만 교실 안에 있는 모두의 눈을 속이기 위해선 기술을 펼치면서 일어나는 카르마를 없애는 동시에 상대를 제압해야만 했다. 어쩌면 자신보다 강한 녀석이 같은 반 교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듀란의 입가에는 묘한 비소가 걸렸다. 아직 실체를 알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용병양성학교 아스크, 이 곳은 확실히 재미있는 곳임엔 틀림없다는 거다.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의 기숙시설은 두 명이 한방을 쓰게끔 되어있었다. 듀란은 현관에서 기숙사 방 배정이 적힌 쪽지를 보고 조롱이 담긴 비웃음을 지었다. 스콜 비엘가르드! 아까 들었던 이름이다. 같은 반이기에 어쩌면 같은 방을 쓸 지도 모른다고 예감했었다. 그런데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찝찝할 정도로 말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두개의 침대가 놓인 그럭저럭 쓸만해 보이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지하세계에 있을 당시 듀란의 방과 비교해본다면 황실이 따로 없었다. 널찍한 방안의 창가 쪽에 놓인 침대 위엔 그가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듀란은 서서히 접근하기보단 단번에 스콜의 정체를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맞은편 책상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가 스콜이 누워있는 침대 앞에 놓고 거기에 앉았다. "아까 솜씨는 정말 대단했다." "……." 낯부끄러울 정도로 스콜은 그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벌써 자는 거냐?" "어떻게 알았지?" 자랑은 아니지만 귀신도 속일 수 있을 만큼 민첩하게 처리했다. 그런데 의자에 앉아있는 이 남자는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 스콜은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감(感)이다." "예리하군."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었다. 듀란은 순간 그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죽일 거냐?" "아니, 내 실력을 알아볼 정도라면 굳이 죽일 필요는 없겠지." 스콜의 함축적인 말, 만약 평범한 입학생이었다면 자신이 카르마를 감춘 일격을 가했다는 사실을 짐작해낼 수조차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알아봤다. 즉, 그 역시 평범한 입학생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실력을 봤으면 조용히 입을 다물라는 경고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은연중에 말하고 있었다. 듀란도 그의 함축적인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여느 때처럼 비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감이 대단하군." "……." 스콜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방안에는 긴 침묵의 그늘이 오가고 있었다. 그는 누워서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 같았지만 듀란은 심각한 문제 앞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파괴의 검술이라 불리는 무스펠을 익혀야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누군가의 도움은 피할 수 없이 받아야만 했다. 무스펠을 알고 있되 그의 정체를 알고도 눈감아줄 사람을! 듀란의 시선은 어느새 침대에 누워있는 스콜에게 향해 있었다. "이봐, 너 혹시 파괴의 검술 무스펠에 대해서 알고 있나?" "잔다. 방해하지마라." "치! 정나미 없는 녀석!" 겉으로 한 말은 양반이었다. 듀란이 속으로 오만쌍욕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이 있던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콜에겐 무척이나 낯익은 여성의 목소리가 노크소리에 이어졌다. 귀엽고, 깜찍하고, 발랄하고, 섹시한 목소리였다. 어디까지나 자칭이지만 말이다. "오라버니!" 침대에 누워있던 스콜은 상체를 천천히 일으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문을 마음대로 연 소피아가 달려오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귀신처럼 휘날리며 달려오더니 그의 침대 앞에서 '쿵'하고 힘차게 넘어져버리는 게 아닌가? "아야~" "푼수……." 소피아는 바닥에 부딪혀서 빨갛게 물든 이마를 매만지면서도 밝은 미소를 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교복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약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말괄량이지만 그래도 백작가문인 소피아는 항상 드레스위에 새하얀 밍크코트를 걸치고 다녔는데 정장에 짧은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전혀 다른 사람이 서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넌 바보냐? 앞에 돌부리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인간이 넘어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아무것도 없었잖아?" "오라버니! 지금 상급생한테 반말 하신 거예요? 이 넥타이 색깔 안 보이세요? 오라버니는 1학년이니까 노란색! 저는 2학년이니까 파란색! 여기서 문제하나 드릴게요! 과연 노란색이 상급생일까요? 파란색이 상급생일까요? 맞추시면 상품으로 소피아를 드릴게요!" 여신처럼 아름다운 여학생, 그녀가 상품으로 자신을 준다는 말에 책상 앞에 앉아있던 듀란은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보더니 방밖으로 나가버렸다. 스콜은 괜한 오해를 산 것 같아서 기분이 찝찝했지만 정작 소문이 나면 가장 타격이 큰 말 많은 처녀인 소피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빨리 맞춰보세요." "노란색!" 스콜은 자신의 넥타이를 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방금 말했잖아요! 노란색 넥타이는 병아리를 뜻하는 1학년이고요! 파란색 넥타이는 지식을 뜻하는 2학년이에요! 아시겠어요? 그러면 어느 색깔의 넥타이가 상급생일까요? 상품으로 저를 드린다니까요!" "그래, 노란색!" 스콜은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확고하게 노란색을 고집했다. 그런 완고한 태도에 소피아는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날 그녀가 절대 아니었다. "어머! 축하드려요! 정답이에요! 굉장한 난이도의 문제였는데 맞췄네요! 그럼 억울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만큼 소피아를 드려야겠네요! 지금 당장 드릴게요! 아이~ 너무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아요~ 호호호~" 이미 미친 것 같았다. 스콜은 상황대처능력이 몹시 뛰어난 소피아의 재간에 갑자기 두통이 몰려와 한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런데 소피아가 진짜로 침대위로 올라오는 것도 모자라 겁도 없이 그의 몸 위에 올라타더니 상의 단추를 하나, 하나 푸는 게 아닌가? 몸 위를 지그시 누르는 그녀의 무게도 자극적이지만 무엇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낯선 장면에 아찔해질 수밖에 없었다. 스콜의 몸 위로 올라오느라 교복치마는 살짝 올라가 새하얀 허벅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으며 단추가 몇 개가 풀려버린 상의는 빛의 장난이 만들어버린 가슴의 굴곡을 보여 묘한 기분에 빠지게 만들었다. "장난은 그만해라. 소피아, 여기까지 찾아온 용무가 있을 텐데?" 스콜이 분위기를 바꿔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소피아는 그 눈빛에 취해버렸는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면서 작은 편지를 스콜의 품속에 직접 넣어주더니 나름대로, 어디까지나 나름대로 재빨리 사라져버렸다. 방밖에서 한 번 더 '쿵'하는 소리가 들려와 소피아가 어디쯤 뛰어가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확실히 달리기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소피아가 품속에 넣어준 작은 편지를 꺼내보았다. 하얀 편지봉투위에 붉은색의 하트스티커가 달려있는 걸로 봐서 흔히 말하는 러브레터 같았다. 우선 그는 편지를 꺼내서 글을 읽어보았다. 편지내용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 임무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시엘공주가 같은 반에 배정되었다는 것과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이 학교 안에 있다는 것이다. 바로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의 교장, 콘 히스토리에(Kon historie)가 그가 이번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과 이 편지를 확인하는 즉시 교장실로 와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스콜은 편지를 코트 속에 구겨 넣으며 기숙사건물을 빠져나왔다. 시간은 어느새 저녁을 알리고 있었다. 돔 형태의 천장은 인조태양의 빛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고, 거리에 있는 가로등 불빛이 그 빛을 대신하고 있었다. 호박색 불빛을 받으며 학교건물에 도착한 스콜은 1층에 있는 교장실로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갔다. 고풍스런 밤색의 목조가구들이 쭉 진열돼있는 꽤나 화려한 방, 스콜이 들어서자 방중앙의 넓은 소파에 앉아있던 노년의 교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일어서며 그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왔다. "콘 히스토리에, 오랜만에 스승님을 뵙습니다." 그 말에 스콜은 거추장스런 예의는 필요 없다는 듯이 손을 들어 제지한 후 그가 앉아있던 맞은편 소파에 먼저 앉았다. 그제야 교장도 스콜을 따라 소파에 앉았다. 참으로 기묘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갓 20살이 넘을 것 같은 외모를 가진 남자에게 적어도 70살은 되어 보이는 노년의 남자가 긴장된 말투와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대략 40년만이냐?" "네, 스승님은 여전히 시간의 구속에서 벗어나 계시군요." "너는 많이 늙었구나. 젊은 혈기로 나에게 덤벼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왠지 그 말을 하고 있는 스콜의 얼굴엔 쓸쓸함이 배어있었다. 스콜은 늙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과 환경은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있었다. 이 세상에 오직 그만이 멈추어져 있는 존재였다. "그것보다 많이 놀랐습니다. 설마 스승님께서 저희 학교에 입학하시게 되는 날이 오리라고는……." "임무 때문이다." "네, 실베스트르백작에게서 임무의 내용은 접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임무라는 것도 들었습니다." 교장의 말에 스콜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이 마지막 임무다. 이번 임무만 끝난다면 생명의 은인인 실베스트르백작과의 빚은 청산하게 되는 셈이었다. "역시 황혼을 보러 가실 겁니까?" 스콜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런데 스승님,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번 임무가 끝나면 스승님께서 그 아이와 함께 황혼을 보러 가신다고 약속을 하셨습니까?" 그 말에 감겨있던 스콜의 눈동자가 떠졌다. 어둠보다 더 짙은 칠흑의 눈동자가 누런 불빛에 빛나고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혼을 앗아 가버릴 정도로 마력이 담긴 눈동자가 교장을 직시하고 있었다. "소피아가 직접 너에게 그 말을 했나?" "그, 그것은 아닙니다." "그럼 소피아의 마음속을 읽었나?" "네, 저도 모르게 그만, 그 아이의 심장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지다 보니……."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교장은 그 말을 하며 기가 죽어서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스콜은 그런 교장을 힐책하듯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나의 마음속도 읽고 있나?" "아, 아닙니다! 제가 부덕한 바람에 심연의 카드를 3개월 전에 도둑맞고 말았습니다. 그게 없으면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걸 알고 계시잖습니까? 그리고 어찌 제가 스승님의 마음속을 읽으려 하겠습니까?" 말을 하고 있는 교장의 두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긴장으로 마른 침을 한번 삼킨 교장은 여전히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너도 많이 늙었구나. 쓸데없이 남의 일에 간섭하려는 것을 보니……." "죄, 죄송합니다!" 몸은 포근한 소파에 기대면서도 스콜은 더욱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교장을 직시했다. 카르마였다. 날이 선 칼날에 목 줄기가 베여지는 것 같은 느낌에 교장은 잔뜩 긴장한 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콘 히스토리에, 한 가지만 경고하겠다. 한 번 더 내가 하는 일에 간섭하려 들지 마라. 그리고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소피아의 마음속을 읽는 일 따위는 이제 하지마라. 알겠나?" "예! 명심하겠습니다!" 교장은 바짝 긴장을 해서 있는 힘껏 대답을 했다. 그제야 스콜은 교장을 당장에라도 베어버릴 것 같은 시선을 거두었다. "그건 그렇고 나를 부른 용무는?" "네, 다름 아니라 지금 제국 측에서 정보가 들어왔는데 시엘공주님을 암살하기 위해 레지스탕스 쪽에서도 손을 썼다고 합니다." "몇 명이나?" "레지스탕스에서 암살능력이 특화된 소년집단인 리버티(Liberty)가 움직인 것 같습니다. 아마 적어도 세, 네 명 정도는 움직였을 겁니다." "알겠다." 스콜은 짧게 대답을 하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필요한 정보를 접했으니 더 이상의 용무는 없었다. 그가 일어서자 번뇌에 빠져있던 교장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스승님, 염치불구 하지만 가시기 전에 한 가지만 가르침을 주십시오." "가르침이라? 뭘 말하는 거지?" "저 콘 히스토리에, 스승님을 뵙게 되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분명 같은 무스펠을 써도 스승님의 무스펠에는 있지만 저의 무스펠에는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걸 느꼈나?" 차분히 가라앉은 스콜의 말에 교장은 소파에서 얼른 일어서서 고개를 깊이 숙였다. 부끄럽지만 제발 가르침을 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스콜은 검술의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흡족해하고 있었다. "콘, 그때보단 확실히 성장했구나." "네! 31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차이는 아마도 검술의 차이가 아닌 너와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차이일 테다.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자와 죽음을 갈망할 수밖에 없는 자가 내딛는 한 발자국의 차이일 것이다." 그렇게 콘 히스토리에는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답을 그의 스승인 스콜의 입에서 듣게 되었다. 결국 죽음을 갈망하지 못한다면 교장은 평생을 가더라도 스콜을 따라갈 수 없단 말이었다. "지금의 가르침 새겨듣겠습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1 02:06:13 고친날 2006-02-27 19:14:05 읽은수 5920 [ 17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07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3화 붉은 이슬이 맺힌 전장(戰場) 기나긴 전쟁으로 기사들과 병사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칼끝과 이미 꺾여진 창대를 쥔 그들은 사상의 충돌에서 빚어진 가엾은 도구들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처절하게 서로를 짓밟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눈앞에 있는 적을 도륙할 뿐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 어떤 아름다운 이유를 갖다 붙여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를 반복하며 서서히 그들은 미쳐가고 있었다. 무기를 잃어버려 두려움에 온 몸을 떨고 있는 적을 사정없이 베어버리고 죄책감에 허덕이는 건 전쟁이 일어난 첫날에야 있을 법한 일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장에 쌓인 시체가 늘어갈수록 그들은 악마에게 혼이라도 팔아버렸는지 사람을 죽이는 일에 망설임을 잃어가고 있었다.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철저한 살인도구로 전략해가고 있었다. 암울한 빛깔의 하늘 아래, 아침을 알리는 기상나팔소리가 울려 퍼지자 막사에선 하나, 둘 혼을 잃어버린 것 같은 사람들이 기어 나와 모닥불이 지펴지고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들 중에 하나가 시가렛을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마약과도 같은 환각에 빠져서 오늘 끝날지도 모를 비참한 인생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 곳에 이사벨 크리스티나도 있었다. 용병양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전장에 뛰어든 그녀는 올해로 6년째 전장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검은 투구와 검은 갑옷을 입고 언제나 선두에 서서 적을 도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제국군은 '검은 여신'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까지 했다. 악마를 연상시키는 두개의 휘어진 뿔이 달린 투구 사이로 따스한 입김이 새어나왔다. 그녀는 말을 타고 언덕위에 서있었다. 막사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 이미 패전이라는 이름이 짙을 정도로 전세는 기울어져 있었다. 기사들과 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보급품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언제 죽을지 모를 앞날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역력하게 새겨져 있었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사벨은 한참동안 언덕에 서 있다가 투레질을 하는 말머리를 돌렸다. 그렇게 단신으로 말을 몰고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지금 달려가는 이 길은 불귀(不歸)의 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방법 말고는 다른 생각은 일체 떠오르지 않았다. 전장이 돼버린 역한 피비린내가 감도는 평원을 지나서 한참을 달려간 끝에 그녀가 도착한 곳은 적의 군세가 주둔하는 장소였다. 그녀는 깊게 쉼 호흡을 하며 약해지려는 마음을 붙잡았다. 이사벨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이야기가 스쳐지나갔다. 54년 전 비엘가르드평원에서 용병왕 아스크가 남긴 마지막 전설, 그는 단신으로 대대규모의 기사들을 전멸시켰다. 물론 용병양성학교에서 배운 제국의 역사에선 그 이야기를 왜곡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한 남자에게 4백이나 되는 기사들이 전멸했다는 얘기는 믿기 힘든 사실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그들의 상처가 하나같이 찢겨져있다는 얘기와 그곳에서 도망쳐 살아남은 사람의 증언을 들어보면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에 당했다는 것을! 비록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아스크의 마지막 전설은 명분이 없는 일방적인 도살로 후세에 기록될 일이었지만 지금 그녀에겐 아스크의 비엘가르드전투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사벨은 적군의 막사를 멀찍이서 바라보며 왼손으론 고삐를 쥐고, 오른손으론 무거운 창을 비켜 차고 있었다. 적들도 그녀를 발견했는지 무겁게 울리는 뿔피리 소리를 울려대더니 잠시 후 막사 쪽에서 거대한 말을 탄 기사 하나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거 검은 여신 아닌가? 이른 아침부터 웬일로?" 귀신같은 붉은 색의 갑옷을 차려입은 기사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그를 알고 있었다. 눈가에는 주름이 지어있었고, 턱수염을 길러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겼으나 그가 바로 용장(勇將) 게이로드 미스트 칼프(Geirrod Mist Calf)였다. 당시 검은 여신이라 불리던 이사벨도 중간대륙에선 꽤나 명성을 떨쳤지만 용장 게이로드에 비한다면 어린아이수준밖에 되지 못했다. 그녀가 갓 떠오르는 샛별이라면 게이로드는 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들의 나라인 요툰헤임(Jotunheim)을 지켜왔던 영웅이었다. 결코 소문만 무성한 인물은 아닌 듯 했다. 그가 탄 말이 다가오자 기세만으로도 대지가 진동하는 것 같았으며 대기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당신에게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하려고 왔습니다." 적이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이사벨은 존댓말을 사용했다. "이봐, 식사는 하고 왔냐?" 의외의 말이었다. 이사벨은 너무나 여유로워 보이는 게이로드 때문에 살며시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았다. "배가 부르면 포만감 때문에 긴장이 풀리죠. 그 정도는 알고 있지 않나요?" "하긴 굶주린 늑대가 무서운 법이긴 하지." "어서 창을 드십시오."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어차피 결투를 신청하러 온 이상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했다. 그 말에 게이로드는 호탕한 미소를 지으며 말에서 내리더니 등에 지고 있던 대검을 뽑아들었다. "짐승이 무슨 죄냐? 괜한 말은 희생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내려서 덤벼라." 그렇게 말을 던진 게이로드의 의도를 이사벨은 눈치 챌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식사도 거르고 들이닥친 그녀에 대한 예우로 그는 공평한 대결을 원했던 것이다. 사실 게이로드의 말은 그녀가 타고 있는 말을 가볍게 밟아버릴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이 거대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명성을 얻은 건 검술보다는 신기에 가깝다고 전해지는 기마술과 창술에 있었다. "목숨을 건 결투입니다. 왜 스스로 유리함을 버리는 거죠?" "이봐, 너무 끝이 뻔히 보이는 결투는 재미없잖아. 안 그래?" 이사벨은 은근히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상대가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을 건 결투에서도 스릴을 원한다면 그에 맞게 상대해주면 그뿐이었다. "후회하게 만들어 드리죠." 단호하게 외친 이사벨이 단번에 말에서 뛰어내렸다. "후회라? 죽이든, 죽든 후회는 반드시 따른다. 그걸 못 느끼면 인간이 아냐. 안 그래?" 이번에도 이사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옮은 말이다. 설마 전쟁 중인 적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시작하겠습니다! 각오하십시오!" 그 말을 던진 이사벨의 검이 단번에 게이로드의 목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단 한번의 찌르기로 상대를 죽여 버릴 것 같은 기세였지만 그 기세는 너무나 쉽게 깨뜨려졌다. 그의 대검이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지자 마치 폭풍 같은 기세가 그녀를 덮치며 한발 물러서게 만들었던 것이다. 소문이상으로 강한 남자였다! 기마술과 창술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그는 검술만으로도 충분히 강했다! 게이로드가 대검을 사용했기에 검속에 있어서는 유리하다고 여겼는데 그의 검속은 결코 그녀에게 뒤쳐지지 않았다. 반면 힘에선 그녀가 압도적으로 밀렸다. 하늘로 치켜들었던 그의 대검이 모든 것을 두 동강이 낼 기세로 떨어지자 이사벨은 재빨리 왼쪽으로 구르듯이 피해냈다. 아니, 피해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검풍(劍風)이 그녀의 코앞까지 닥쳐왔다. 대지를 반으로 가를 듯이 떨어지던 검이었는데 그가 땅을 박차고 허리를 틀자 검의 방향이 그녀를 쫓아 휘둘러진 게 아닌가? 생각지도 못했던 공격에 이사벨은 '아차'하면서 허리를 있는 힘껏 뒤틀었지만 대검이 스쳐간 어깨를 보호하고 있던 갑주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상식적이지 못한 휘두름! 강렬한 파괴력! 그녀의 머릿속에 하나의 검술이 떠올랐다. "혹시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 이사벨은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지만 정작 게이로드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만약 내가 아슈켈론을 익힐 수 있었다면 중간대륙을 통일해서 더 이상 이런 미친 전쟁으로 같은 인간의 피를 보는 일 따위는 막았겠지. 안 그래?" "그럼 그 검술의 이름은 무엇이죠?" "파괴의 검술 무스펠!" 그녀도 알고 있던 검술이었다. 다만 제국에서 무스펠을 쓰는 자의 수준과 게이로드가 쓰는 무스펠의 수준은 천지차이였다. 단 두 번의 휘두름을 본 것뿐인데도 무스펠이 극의에 이른 경지를 보는 것 같았다. 다시 그의 검이 내려쳐졌다. 파상적인 카르마 앞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피해내며 반격에 들어갔다. 대검을 휘두르는데도 빈틈이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움직임을 읽을 수 없던 그녀는 몇 번이나 대검에 유린당하고 말았다. 몇 번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도 그녀가 입고 있던 갑옷이 완전히 부서져버렸다. "크윽, 솔직히 놀랐습니다. 무스펠이 이러한 변화까지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듣지 못했어요." "뭐, 무스펠의 시드(Seed)는 남들보단 깊이 배웠다고 할 수 있지."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에 존재하는 모든 검술의 경지는 크게 세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검술이 지향하는 바를 표현하는 단계를 시드, 어느 정도 숙련되어 고유의 색이 나타나는 단계를 프룻(Fruit),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술의 최종오의가 펼쳐지는 단계를 리미트(Limit)라고 한다. "이것이 무스펠의 리미트가 아닌가요?" "그래, 나도 본적은 없지만 무스펠이 프룻이나 리미트에 이르면 칼에서 불꽃이 일어난다고 하더라." 검에서 불꽃이 일어난다고?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 말을 너무나 가볍게 내뱉은 게이로드는 아무런 사전경고도 없이 거대한 검을 다시금 휘둘렀다. 그랬다. 지금은 목숨을 건 결투 중이었다. 결코 검투장에서 벌이는 친목을 지향한 검투 따위가 아니었다. 이사벨은 게이로드의 강함 앞에 힘겨운 숨을 내쉬었다. 그의 검은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변화가 극심할 뿐만 아니라 막기엔 힘이 부족해서 무조건 피해내야만 했다. 어려운 상황이었건만 이사벨의 눈동자는 더욱 빛나고 있었다. 후회하게 해주리라.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말위에서 창을 들었다면 1%의 승산도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대지에 서서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에겐 아직 보이지 않은 비장의 수가 남아있었다. 다시 몇 번 더 파상적인 공세를 가진 대검이 휘둘러졌고, 그녀는 게이로드의 순간적인 빈틈을 찾아낼 수 있었다. 마치 독사의 이빨처럼 그녀의 검이 게이로드의 옆구리를 노리며 파고들었다. 퍼억! 분명 빈틈을 보고 검을 내찔렀다. 그러나 게이로드는 검을 아예 놔버린 채 주먹으로 빠르게 달려드는 그녀의 가슴에 카운터를 날려버렸다. "콜록, 콜록! 큭!" 검은 투구를 쓰고 있어서 그에게 들키진 않았다 해도 입안에서 핏줄기가 쏟아질 만큼 방금일격은 강력했다. 갑옷은 이미 부서지고 난 뒤였고, 맞은 부위의 옷이 찢겨져나가 그녀가 입고 있던 순백의 코르셋이 그대로 드러났다. 물론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가슴에도 상처가 났는지 코르셋이 붉은 얼룩으로 짙어지기 시작했다. 뒤로 몇 걸음이나 떨어져나간 이사벨은 힘겹게 일어선 채 각오를 다졌다. 살아서 이기겠다는 생각으론 이 남자에게 당하고 만다. 같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죽여야겠다는 각오가 필요했다. 이를 악물고 일어선 이사벨에게선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약하게 느껴지던 카르마가 거칠게 온 몸을 휘감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검이 마치 뱀처럼 요동치더니 주위의 풀들을 쓸고 있었다. "오호~ 이제부터 진짜 실력을 보이겠다는 거냐?" "아직 완벽하지 않아 동귀어진의 검술이라 아껴두었습니다." "음, 이름은?" "열망(熱望)의 검술 발렌시아(Valencia)입니다!" 열망의 검술 발렌시아! 중간대륙 미드가르드 남서쪽에 위치한 섬나라 발렌시아, 크리스티나후작가문의 영지인 이 곳에서 만들어진 검술은 특이하게도 누가, 언제, 무엇을 의도해서 만들었는지 알려져 있지 않은 몇 안 되는 검술 중에 하나였다. 다만 유래가 불분명한 다른 검술들과 차이가 있다면 강하다는 것이었다. 비록 잘못 익히면 검술을 쓰는 자의 팔까지도 무사하지 못하게 되는 동귀어진의 검술이었지만 장검이 벨 때는 힘에 치중되고, 찌를 때는 속도에 치중되어 실전적인 검술로 유명했다. 지금 그 발렌시아가 이사벨의 손에서 펼쳐지려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검에서 일어난 바람 덕에 그녀의 오른손에 끼고 있는 건틀렛이 달가닥거렸다. 게이로드는 카르마로 인해 뱀이 춤을 추는 듯한 검신을 호기를 띈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녀를 향해 대검을 내리찍었다. 이번엔 그녀도 피하지 않았다. 그대로 검을 치켜세우며 대검을 막아섰다. 그녀가 밟고 있는 땅이 움푹 파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하며 내리쳐진 대검을 장검 하나로 막아낸 것이다. 아니, 그녀가 들고 있는 검은 더 이상 장검이라고 볼 수 없었다. 짙은 카르마가 장검을 둘러싸고 있었다. 검신을 감싸고 있는 바람이 미친 듯이 소용돌이쳐서 내려쳐지던 대검의 힘을 분산시켜버린 것이다. 그러나 검술은 강해졌다 해도 게이로드와 이사벨의 힘 차이는 현격하게 드러났다. 강렬한 내리치기를 막아냈긴 했으나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그를 쓰러뜨리기도 전에 그녀의 온몸이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빠르게 승부를 봐야만 했다. 그녀는 그의 대검을 쳐내는 동시에 간격을 더욱 좁혔다. 순식간에 대검의 사각지대까지 파고든 이사벨! "잘 가십시오!" 매서운 소용돌이를 흩뿌린 칼날은 게이로드의 가슴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대검을 미련 없이 놔버리면서 겁도 없이 왼손을 들어 날아오는 칼날을 쥐어버렸다. 강철의 건틀렛을 끼고 있다고 해도 심하게 소용돌이치는 검신을 잡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는 압도적인 힘의 우세로 어떻게든 해보려 했지만 칼날에 맺혀있던 날카로운 질풍 앞에 손가락이 으깨져버리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래도 아주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손가락이 너덜너덜하게 되어선 피가 철철 터지는데도 게이로드는 어쨌건 목숨은 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사벨은 어느 정도 예측했던 상대의 움직임에 다시 한번 칼날을 세워 빠르게 파고들었다. 게이로드는 발렌시아의 기세가 보통이 아님을 깨닫고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동시에 아직 멀쩡한 오른손 주먹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강타해버렸다. 파팍! 이사벨은 검을 쥔 채로 멀리 나가떨어졌고, 게이로드는 엉망이 돼버린 왼손을 바라보면서 다시 대검을 쥐어들었다. 겨우 위기는 넘겼지만 아무래도 한손으로 상대해야 했기에 꽤나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았다. 정면을 주시하자 투구가 박살이 나면서 그 속에 있던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웨이브로 넘실거리는 금발 사이로 지적이면서도 강렬한 적갈색 눈동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코와 입에선 붉은 선혈이 터져 나와서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검은 여신이라, 확실히 여신이라 불릴 만큼 예뻤군." "크윽, 쿨럭! 칭찬은 고맙게 받겠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창을 드십시오." "싫다. 난 이걸로 할 거다." "이미 한 팔을 다쳐서 당신에겐 승산이 없습니다." "싫다니까! 기사가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한 입으로 두말을 하냐! 너 같음 그러겠냐? 안 그래?" 호탕하게 말은 던졌지만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짐만 되는 왼손은 완전히 버려야만 했다. 게이로드는 한 손으로 거대한 검을 들고 그녀를 호감 있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 끌면 끌수록 자신도 망가지고, 그녀도 망가진다. 그럴 바에야 이번 일합으로 승부를 보는 쪽이 나을 거라 여겨졌다. "한번의 승부다! 각오해라!" "갑니다." 그의 외침을 듣지 않았더라도 알 수 있었다. 게이로드의 몸에서 일렁거리던 카르마가 폭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격으로 삶과 죽음이 갈린다. 게이로드를 향해 달려가던 이사벨이 하늘로 뛰어오르며 방어를 완전히 버렸다. 그녀의 검에 맺힌 소용돌이가 창공을 갈기갈기 찢으며 그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검에 맺힌 질풍이 주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니, 주위를 벨뿐만 아니라 검을 쥐고 있는 이사벨의 오른 팔마저도 베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 건틀렛을 끼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적을 죽이기도 전에 팔목까지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한편 게이로드는 폭발하는 모든 카르마를 대검에 담은 채 자신에게 날아오는 그녀에 맞춰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대로 부딪친다면 분명 둘 중에 하나는 작살이 날것이 뻔했다. 어쩌면 둘 다 무사하긴 힘들어 보였다.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은 죽음의 일합이었건만 게이로드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늘로 뛰어오른 이사벨이 그의 숨통을 끊어놓으려는 기세로 다가오는데도 그 모습이 여신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울 따름이었다. 지금 대검을 휘두른다면 저 여성은 필시 죽는다. 그러나 기세를 보아 그도 그녀의 검에 무사하진 못할 거란 걸 예감할 수 있었다. 푸욱! 하나의 검이 하나의 인간의 몸에 깊숙이 박히는 소리가 났다. 어째서? 이사벨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칼날이 너무나도 쉽게 게이로드의 갑옷을 뚫고 가슴을 깊숙이 꿰뚫어버린 것이다. 그랬다. 게이로드는 끝까지 대검을 휘두르지 않은 채 그대로 멍하니 서있었다. 힘을 잃은 대검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게이로드의 카르마가 얼마나 강렬했던지 그가 놓친 대검이 땅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주위의 풀들이 누렇게 익어버렸다. 이사벨은 쉽게 믿겨지지 않는 현실에 놀란 눈빛으로 게이로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힘없이 쓰러지면서도 이제 불이 붙어버린 풀을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크윽! 거짓말이 아니었어. 진짜로 불이 붙었잖아……." 비록 대검에서 직접적으로 불꽃이 일렁거리지는 않았지만 대검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땅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주위에 있던 풀에 불이 붙어 이글거리고 있었다. "왜? 왜 휘두르지 않은 거죠?" "커헉! 쿨럭!" 땅바닥으로 쓰러진 그는 검붉은 핏줄기를 하염없이 토해내면서도 바보같이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콜록! 새삼스럽게 뭘 그런 걸 물어보냐? 그대로 휘둘렀다면…… 분명 둘 다 죽었다……. 안 그래?" 당연하다. 이사벨도 분명 같이 죽으려는 속셈으로 검을 날렸으니 말이다. "왠지…… 휘두르기가 싫어졌다고 할까? 커헉! 둘이 죽는 것보단…… 하나만 죽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 그 말에 그녀는 할말을 잃어버렸다. 게이로드의 논리는 엉터리였다. 이건 자신들만의 대결이 아니었다. 그 둘의 싸움은 전쟁의 승패를 가를 수도 있을 정도로 무거웠다. 어디 그뿐인가? 생명을 담보로 벌이는 결투였다. 절대 장난으로 칼싸움을 하는 애들 전쟁놀이가 아니란 말이다. 물론 신의 입장에선 두 인간 중에 하나가 죽는 게 나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신이 아니었다. "바보 아니에요? 그게 말이 돼요? 둘이 죽는 것보단 하나만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생명을 놔버렸다고요?" "크윽! 각오에서…… 졌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투구를 벗은…… 너의 얼굴을 보니…… 왠지 여기서 죽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했다고 할까? 크큭! 늙어서 주책인가……. 쿨럭! 커헉!" 이젠 검붉은 핏덩어리까지 토해내는 게이로드였다. "다, 당신 미쳤군요!" "암, 미쳤지……. 같은 인간을…… 죽이는 거, 이거 자체가 맨 정신으론 할 수 없는 짓이야……. 안 그래?" 알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사상과 이념의 차이로 적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살생을 범해왔다. 죽이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쿨럭! 아! 신기하게도, 아프진 않아……. 이게 죽는 건…… 가……. 이봐, 죽기 전에…… 부탁 한 가지만…… 해도 될까?" 이사벨은 비록 적이었지만 그의 곁으로 다가가 앉아서 손을 잡아주었다. 괴짜다. 바보다. 그래도 적으로 만나지 앉았다면 정말 좋은 친구가 됐을지도 모를 남자였다. "말해 봐요. 제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그 말에 게이로드는 암울한 하늘을 흐려진 눈동자로 바라보더니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쿨럭! 죽기 전에, 죽기 전에 여자의 가슴을, 너의 가슴을…… 한번만 만져보고…… 싶다……." 황당하다 못해 기가 찼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은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는 거친 핏줄기를 토해내면서도 여전히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뭘 그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안 그래?" 이사벨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강렬한 발렌시아의 카르마 덕에 거의 너덜너덜해진 코르셋과 그 안에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받치고 있던 핏빛으로 물든 브래지어까지 살짝 내려버렸다. 그러자 상아빛의 봉긋한 젖가슴이 세상 부끄러운 줄 모르고 드러났다. 물론 오른쪽 가슴은 조금 전에 얻은 상처로 아직도 피가 멈추지 않고 있었다. 게이로드는 멀쩡한 오른손을 두고 엉망이 돼버린 왼손을 뻗어 그녀의 상처가 난 가슴을 천천히 매만졌다. 너덜너덜해진 남자의 손에 뭉개지는 자신의 가슴을 바라본 이사벨은 단순히 가슴에 난 상처 때문인지, 아니면 전쟁이 나은 상처 때문인지 인상을 살짝 흐렸다. 어쩌면 그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였는지도 모른다. 전쟁이란 영웅이나 위대한 서사시를 남기는 게 아니라 이긴 쪽도, 진 쪽도 결국 전장에 맺힌 붉은 이슬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걸! "훗…… 생각…… 했던 거…… 것보다, 훨씬 감촉이…… 좋군. 후, 후회 없는…… 삶…… 이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여자가슴을 만질 수 있었으니'라는 뒷말은 하지 못했다. 이사벨의 가슴을 매만지던 그의 팔이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요툰헤임의 용장이라 불렸던 게이로드 미스트 칼프는 한 여인의 부드러운 가슴을 만지며 숨을 거두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 연참대전이란 것에 참가해서 하루에 올릴 수 있는 분량이 10~30K로 정해졌습니다. 앞으론 한편씩 연재하는 대신 분량을 최대한 많이 넣도록 하겠습니다.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2 00:44:07 고친날 2005-12-09 16:35:19 읽은수 5664 [ 16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08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투구는 쓰고 있지 않았다. 찢겨진 옷과 다 부서져버린 갑옷 때문에 너덜너덜한 코르셋을 그대로 드러낸 채 뇌쇄적인 성적 매력을 짙게 풍기는 대륙남부미인이 말을 타고 제국군이 주둔하는 막사로 힘없이 들어왔다. 병사들은 처음엔 그녀가 누군지조차 몰랐다. 병사들 사이에서 일어난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결국 말의 안장에 걸려있는 붉은 나비의 문장을 발견하고서야 크리스티나후작가문의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만 이 전쟁에 참가한 크리스티나후작가문이라면? 단 한명밖에 없지 않은가?' 바로 검은 여신 이사벨 크리스티나였다. 항상 투구를 쓰고 있어서 처음엔 몰라봤지만 이제 보니 남아있는 갑옷부분이라든가 그녀가 평소에 쓰는 향수의 향기를 알아챈 병사들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토록 강함을 자랑했던 그녀가 누구에게 저리 호되게 당했냐는 거였다. 여기저기에 심한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피도 상당히 많이 흘린 것 같았다. 곧 그녀가 타고 있는 말에 얹어져있는 시체를 발견한 병사들과 기사들은 그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사벨과는 다르게 그들은 단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 맞혔다.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수개월째 그들을 괴롭히며 지독한 패배감까지 여러 번 안겨다 준 요툰헤임의 용장 게이로드 미스트 칼프를! "용장이 죽었다!" "검은 여신이 용장을 무찔렀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전세는 크게 역전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이사벨의 얼굴엔 어두운 그늘이 내려있었다. 기사들이 즐거워하고 병사들이 환호하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용장이 무너진 이상 전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오늘도 적들을, 같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그 점이 가슴에 깊게 남은 이유에선지 역사에 길이 남을 활약을 펼치고도 그녀의 얼굴엔 어두운 그늘이 자리하고 있었다. "너무 좋아하지 마라. 비록 적이었지만 그는 영웅이었다." '죽는 순간까지 여자의 가슴을 만진'이라는 뒷말은 하지 않았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그녀의 얘기에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이사벨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게이로드는 적이었으나 그 강함 앞에 그들도 은연중에 마음에 두고 있던 남자였다. 제국군에 비해 상대도 안 되는 적군의 수로 여기까지 버텨온 남자다. 무엇보다 그는 남자의 로망을 추구했던 자였다. 전쟁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이면에는 시(詩)라든지 소설을 누구보다 즐겼다고 한다. 그런 사실을 증명하듯 요툰헤임에서는 그가 집필한 소설이 크게 히트를 친 적도 있었다. 적으로 만난 것이 참으로 아까운 남자였다. 그러나 용장이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가 20년간 충성을 다해 목숨을 바쳐 지켜왔던 나라, 요툰헤임은 아쉽게도 썩을 대로 썩어있었다. 요툰의 기사들이 그동안 부족한 수로도 제국군에게 대등하게 맞서서 싸울 수 있었던 건 언젠간 나라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리라 믿었던 용장 게이로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죽어버렸다. 그의 죽음은 나라의 죽음을 뜻하기도 했다. 검은 여신에게 용장이 아침밥도 못 먹고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요툰의 대신들은 자기 목숨 챙기기에도 바빠서 국왕에게 항복하기를 권고했으며 힘없는 국왕은 제국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공훈은 게이로드를 죽여 전세를 뒤엎은 이사벨 크리스티나에게 돌아갔고, 그녀는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루브룸이 되었다. 루브룸을 하사받던 날 그녀는 카를대제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사적인 알현을 가질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리스티나후작,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들었소." "용병양성학교로 가서 인재를 양성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녀의 청은 의외였다. 주위에서는 이제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으니 후방에서 안정된 삶을 살려고 한다는 뒷말이 오갔지만 청을 하는 그녀의 눈빛을 읽은 카를대제는 쾌히 승낙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게이로드의 죽음이 남아있었다. 자신이 죽는다면 요툰헤임이 멸망하리라는 것쯤은 미리 예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조차 휘두르지 않고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살아있음으로 해서 제국에 대항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전장에 시체가 쌓여가는 걸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러고도 남을 괴짜였다. 정치적인 이념보다 자신을 따라는 병사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이 죽으면 요툰이 항복하리란 걸 예상하고 그렇게 가버린 것일까? 그가 말했었다. 힘이 있었다면 중간대륙을 통일해서 하루 빨리 이 미친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결국 그녀는 그가 하지 못했던 일을 대신하려 했다. 수많은 인재들을 양성해서 대륙통일을 앞당겨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사랑을 해보셨소?" "부끄럽지만 아직 못해봤습니다." 카를대제는 이사벨의 대답에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황제는 그녀가 지금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25살의 젊은 여인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짐이었다. 지금까지 전쟁 속에서 피를 보며 서서히 여성으로서 가져야할 감정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 때문에 일어난 희생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곳에서 먼저 사랑을 배우시오." 그렇게 해서 제국력 1721년, 이사벨 크리스티나는 루브룸이 된 이듬해 26살의 나이로 정식으로 용병양성학교로 오게 되었다. 지금 그녀는 교무실에 앉아서 학생들의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스콜 비엘가르드, 그에게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갔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다고 여겨서 계속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사실 그의 이름이 아니라 성이 문제였다. 비엘가르드는 바로 용병왕 아스크의 마지막 전장이었던 제국에서 북서쪽으로 보름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넓은 평원의 이름이었다.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의 역사를 통틀어보아도 그곳에 사람이 살았던 기록은 없었다. 그런데 비엘가르드라는 성을 쓰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린 그녀는 스콜의 서류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특이한 사항은 없었다. 아니, 너무 평범해서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용병양성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서류를 보면 유명한 귀족, 혹은 검술집안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젊은 나이에 하나의 일화를 남긴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스콜의 서류에는 그런 작은 일화조차도 없었다. 심지어는 쓰고 있는 검술조차도 중간대륙의 병사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절망의 검술 니플(Nifl)이었다. 뭔가 감춰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사벨은 게이로드를 떠올린 나머지 그와 연관되어 그러한 생각이 든 거라 여기며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서류를 정리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건물을 나왔지만 딱히 갈 곳도 없었다. 인조태양의 빛이 꺼져서 어둠으로 물든 교정을 거닐던 그녀는 검투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직까지 열망의 검술 발렌시아의 리미트, 즉 최종오의를 보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리는 그녀였다. 몇 년, 아니 몇 십 년이 걸릴지는 몰라도 극의를 보는 그날까진 포기할 수 없었다. 학생들이 있는 기숙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검투장에 들어선 이사벨은 그곳에서 뜻밖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불을 꺼뜨려서 검투장은 깊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사람이 있었다. 두 개의 인영이 어둠 속에 묻혀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남여구분도 할 수 없었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그녀는 기척을 죽이고 입구 쪽에서 가만히 앉아 그들을 지켜보았다. 시야가 어둠에 익숙해지자 서서히 그들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모피코트와 붉은 장발을 지닌 남자, 바로 스콜 비엘가르드와 맞은편에 서 있는 남자는 특이한 이름 때문에 기억을 하게 된 똥꼬였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과연 이 시간에 그들은 무엇을 하려고 이곳에 있는 것일까? 조금 더 다가가서 얘기내용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왠지 기척을 들킬 것 같은 이상한 예감이 들어 멀찍이서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강당에서 이사벨이 그들을 훔쳐보기 한 시간 전, 교장실에 다녀온 스콜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방문을 열고 방안을 들여다보자 소피아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듀란이 바로 뒤에서 그녀의 목에 과일칼을 들이대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장면은 어느 누가 봐도 인질을 두고 협박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좋아! 나도 몰릴 때까지 몰렸다고! 얘가 말해줬어!" "얘라니! 건방지게! 선배란 말이야!" 분명 인질이었지만 전혀 기가 죽지 않은 소피아였다. 듀란은 잠시 움찔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 선배가 가르쳐주셨어! 너 무스펠을 알고 있지?" "오라버니! 미안해요! 무서운 과일칼로 협박을 하는 바람에 무스펠을 알고 있다고 불어버렸어요." "어서 대답해!" "살려주세요!" 긴박한 상황, 그러나 스콜은 기가 차서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묵묵히 방안을 한번 둘러보더니 무거운 어조로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둘이 짰냐?" 모든 상황을 일축에 정리해버리는 한마디였다. 더 볼 것도 없었다. 정곡을 단번에 찔려버린 듀란은 언제 협박을 했냐는 듯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책상위에 있는 접시에서 과일 하나를 집어서 마저 깎기 시작했다. 소피아는 자신이 세운 완벽한 계획이 스콜에게 너무나도 쉽게 들통이 나자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봐요. 선배, 제가 이거 안 먹힌다고 했잖아요." 듀란의 투정에 소피아가 눈을 부릅뜨더니 구름 낀 하늘처럼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똥꼬, 내 계획은 완벽했어! 네 연기가 너무 어색했잖아!" "대사도 몇 마디 없었는데 연기가 어색할 리가 없잖아요! 오히려 선배가 울먹이고 있었어야죠!" "뭐라고? 너 내가 봤는데 과일칼 거꾸로 쥐고 있었어! 난 나름대로 표정연기에 몰두하고 있었단 말이야! 흥!" 이젠 둘이서 싸우고 있다. 도대체 진지함이라고는 쥐뿔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소피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 녀석까지 이런 유치한 놀이를 즐기는지는 미처 몰랐었다. "그만해라. 과일이 반쯤 깎여져 있는 걸 보고 눈치 챘다." "헉! 그랬었군!" "흥! 거봐! 역시 이 천상의 미모를 가진 소녀의 표정연기는 완벽했었어!"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그냥 해본 말인데 듀란은 그건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듯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쳤고, 소피아도 스콜에게 다가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보다 아까도 그러더니 왜 무스펠에 대해서 자꾸 묻는 거지?" 진지한 눈빛으로 질문을 하는 스콜을 보고 소피아가 살며시 옆으로 다가오더니 팔짱을 껴왔다. "오라버니, 똥꼬가 무스펠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 저보고 잠시만 인질이 되어달라고 부탁을 해왔어요. 전 오라버니를 속이는 짓은 하기 싫다며 안한다고 했지만 인질이 안 되면 소녀를 겁탈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소녀는 오라버니에게 줄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 흑흑흑……." 말이 많다. 방금 전 자기 입으로 자신이 세운 계획은 완벽했다고 말해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려하고 있었다. 듀란은 억울하지만 딱히 뭐라고 말해봤자 이득 볼 건 없다고 판단했는지 다 깎지도 않은 과일을 아작아작 씹어 먹고 있었다. "무스펠을 배우고 싶다고?" "그래……." 듀란은 과일의 반쪽을 머금은 채 뭔가 죄를 지었는지 그와 시선도 못 마주치고 있었다. 스콜도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 첫 수업 때 분명 그는 5년간 무스펠을 익혔다고 했는데 지금 그에게 무스펠을 가르쳐달라고 하는 걸로 봐선 무슨 사정이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가르쳐줄 수는 있다. 그런데 뭐 때문에 나에게 무스펠을 가르쳐달라는 거지?"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소피아 때문에 그가 5년간 익혔다는 말은 빼고 얘길 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의 사명과 직결된다." "사명이라? 그 사명을 들을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말할 수 없다." "그럼 미안하지만 가르쳐줄 수 없다." 듀란은 가르쳐 줄 수 없다는 말을 직접 듣자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이미 어느 정도는 정체를 의심받을 걸 각오하고 한 부탁이었지만 여기서 거절을 당하게 되면 괜한 손해를 보는 거였다. "잠깐, 그럼 한 가지 내기할까?" 듀란의 내기, 그것은 어둠에 휩싸인 검투장에서 대결을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스콜이 이기면 그의 사명을 말해주고, 반대로 그가 이기면 무스펠을 가르쳐 주기로 말이다. 너무나 속이 보이는 제안이었다. 별로 득 될 건 없었지만 스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교장에게 검술의 차이를 얘기해주면서 가슴속 아련히 남아있는 그 무언가 때문에 검을 한번 휘두르고 싶었다. 그렇게 그들은 지금 불을 끈 검투장에서 대결에 앞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가지만 제안 하지." 고요한 침묵 속에 입을 연 스콜이 어둠 속에서 몸을 풀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듀란은 목을 까딱거리며 어떠한 제안인지 말해보라는 눈치를 보냈다. "난 손가락 하나만 사용하겠다. 이 손가락을 제외한 내 몸에 있는 어떤 부위라도 때린다면 너의 승리로 해주마." 그 나름대로 공정을 위해 수준을 맞춰준 것이었으나 얘기를 들은 당사자, 듀란은 심기가 뒤틀릴 수밖에 없었다. "날 물로 보냐? 지금 장난해! 그냥 곱게 무스펠을 가르쳐주겠다고 해라!"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포기해도 된다." "흥, 후회하지나 마라!" 전형적인 대사다. 소설을 보면 항상 후회하지마라고 대사를 날린 쪽이 꼭 후회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쨌건 듀란은 오른손에 쥐고 있는 단검을 있는 힘껏 쥐더니 마치 유성처럼 하얀 빛을 뿌리며 스콜의 바로 앞으로 쏘아졌다. 탁! 작은 마찰음이 검투장안에 울려 퍼졌다. 듀란은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빛에 버금갈 정도로 빠르게 내지른 단검을 겨우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워서 쳐내버린 것이다. 그것도 단검의 면이 아닌 날을! 어둠 속에서 그의 움직임을 읽고 내지른 단검을 쳐낸 것도 대단했지만 단검의 날을 쳐서 무력화 시킨 것엔 정말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였다. 원래라면 지금 손가락 하나가 바닥에 나뒹굴었어야 정상이었는데도 스콜의 손가락에선 피한방울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제길! 무슨 속임수를 쓴 거지?" 속임수 따위가 아닌 실력이란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상대가 턱없이 강했기에 도발이라도 해서 냉정을 흩트릴 심산으로 수작을 걸어본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고요했다. 왠지 섬뜩함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번엔 진짜다!" "잠깐!" 그가 스콜의 주위를 돌면서 막 공격하려는 찰나 잠깐이란 소리에 급제동이 걸렸다. "내가 진 것 같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아까 단검을 내려칠 때 잘못해서 손매가 살짝 베여버렸군." "치!" 이기면 가르쳐주겠다는 약속은 받았으니 그가 한입으로 두말만 하지 않는다면 무스펠은 배울 수 있겠지만 왠지 찝찝했다. 평소의 그였다면 다시 덤비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 일합에 상대의 실력을 충분히 파악한 뒤였다. 다시 덤빈다면 승리의 가능성은 희박했다. 여기선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자존심보다는 인류의 존망이 걸린 이번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묻자. 왜 일부러 옷깃을 베어줬냐?" "어떻게 알았지?" "감(感)이다." 감이라? 다른 건 몰라도 그의 감각 하나만큼은 천부적이었다. "지금 우리를 몰래 훔쳐보는 눈이 있다. 피차 실력을 발휘해봐야 서로 손해일 것 같은데?"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듀란은 스콜의 말을 듣고서야 상대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상대가 숨을 참지 않는 한 기척을 알아챘을 것인데 그와의 대결에 너무 긴장을 해버린 나머지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우리의 대화 내용을 들었을까?" "아니, 들리지 않았을 거다." 루브룸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었다. 확실히 이사벨은 동체시력이 발달해서 어둠 속에서도 그들의 움직임은 대충 볼 수 있었지만 첩보나 은신 쪽에는 약한 그녀는 그들의 대화소리를 하나도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뭔가 있을 거라 여겼던 스콜, 자신이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어둠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그녀에겐 그가 단 한번도 움직이지 못하고 일합에 듀란에게 제압을 당한 것처럼 보였다. '역시 괜한 기우였나?' 이사벨은 왠지 도둑고양이가 된 기분이 들어서 더 이상 있을 필요를 못 느꼈다. 물론 생각했던 것보다 듀란의 움직임이 빨라서 놀라긴 했으나 은근히 기대했던 스콜에 대한 실망이 컸기에 그녀는 기척을 죽인 채 검투장을 벗어났다. "갔네." 듀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스콜은 중앙에 세워놓았던 대검을 힘껏 쥐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검의 감촉에 스콜은 깊게 쉼 호흡을 했다. "이것이 무스펠이다." 그들을 훔쳐보고 있던 기척이 사라지자 스콜은 약속했던 것처럼 대검을 들고 듀란의 앞에서 무스펠을 펼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힘으로만 승부를 거는 검술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그런데 점점 검술은 그 색(色)이 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스콜이 아주 미세하게 허리를 틀었을 뿐인데 내려치던 거대한 검이 변화를 일으키며 휘어지더니 어느새 하늘을 베어냈다. 대단했다. 몸 자체를 구심점으로 삼아 가속도가 붙은 대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것도 굉장했지만, 무엇보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스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거친 카르마가 무섭게 휘둘러지는 대검에 옮겨 붙자 뜨거운 불꽃이 검신에서 피어올랐다.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는 진 광경이었다. 너무 놀라서 석상처럼 굳어버린 듀란 앞에 스콜은 휘두르던 검을 천천히 멈추더니 그에게 건네려했다. "자, 기초부터 가르쳐주지." "아, 아니, 난 한번 본 동작은 머릿속에 각인이 되니까 내일부터 나 혼자 연습하면 될 것 같아.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만 자러 갈래." "마음대로……." "너는?" "난 아까 그 기척을 쫓을 거다." 사라진 기척을 쫓는단 말인가? 듀란은 그것이 얼마나 고도의 훈련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검에서 불꽃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추적능력까지 대단하다면 적어도 그는 용병 중에서도 영웅이라 불리는 루브룸의 바로 아래계급인 심연을 걷는 자 카이룰레움(Caeruleum)의 경지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쨌든 수고하라고, 오늘 고마웠어." 그 말을 남기고 듀란은 먼저 검투장을 나왔다. 사라지는 그를 보며 스콜은 그 자리에 우뚝서있었다. 애당초 기척을 쫓을 생각은 없었다. 이미 기척의 정체 역시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저 한참동안 대검을 쥐고 있던 스콜은 주위에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천천히 눈을 감았다. 동시에 그가 쥐고 있던 대검엔 조금 전과는 같은 듯 하면서도 더욱 거칠고 맹렬한 카르마가 이글거리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불꽃이 일렁거렸다. 사실 방금 전은 무스펠에 있어서 리미트에 이르기 전 전단계인 프룻일 뿐이었다. 파괴(破壞)의 검(劍)! 최종오의(最終奧義)! 폭염(暴炎)의 제(祭)! 놀랍게도 불꽃의 색이 바래지고 있었다. 검은 빛으로 변해버린 지옥의 마그마는 하늘이라도 녹여버릴 기세로 치솟더니 미친 듯이 일렁거렸다.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듀란에게 파괴의 검술 무스펠의 최종오의는 보여줄 수 없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3 04:09:40 고친날 2006-02-27 19:17:24 읽은수 5565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09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4화 인간들의 시대(時代) 화창한 날씨였다. 아니, 화창한 날씨처럼 느껴졌다. 제국의 하늘은 올해로 2년째 짙은 먹구름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지만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의 건물 안은 높이를 알 수 없는 돔형태의 천장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빛으로 나른한 봄날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인간이 찾아낸 마연석의 힘이란 어느덧 신의 영역에까지 닿은 듯 했다. 학생들이 있는 야외검투장 주변에는 인조태양의 힘으로 나무나 풀들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어서 좋은 경치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공기까지 신선했다. 학생들은 검투장에 올라와서 한 명씩 짝을 지어 검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스콜의 앞에는 금발을 뒤로 땋은 남자가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첫날 인사는 잘 받았다. 이제 내 차례지?" 프레키 발라스칼프, 입학첫날 스콜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일부러 짝을 이룬 것 같았다. 검투를 하던 중에 상처가 생기는 경우는 가끔씩 일어났기에 실수를 가장해서라도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심산이었다. "각오는 됐지?" "칼이나 들어라." "흥, 언제까지 그렇게 폼 잡을 수 있는지 보자." 무가로 이름난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자제이니만큼 어렸을 적부터 유능한 스승 밑에서 개인지도를 받아왔었다. 그렇다보니 같은 또래라면 그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왔고 실제로 강했다. 명문가의 자제끼리는 친분을 도모하는 의미에서 검투를 자주 나누었는데 아직까지 프레키는 패배한 적이 없었다. 그의 스승도 얘기해주었지만 검에 관한한 남다른 소질을 타고 난 프레키였다. "간다!" 힘차게 외친 그가 검을 날렵하게 휘둘렀다. 긴 호가 대기를 베어내며 무시하지 못할 바람소리를 내었다. 충만한 카르마가 스며든 검은 그대로 스콜의 어깨 쪽을 베어내려 했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막아내었다. 당연히 이 정도는 막아낼 거라 여기고 휘두른 검이다. 그는 귀족이었다. 첫 번째 공격은 인사일 뿐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있는 힘껏 검을 내찌르자 칼날은 마치 채찍처럼 날카롭게 스콜의 급소를 향해 날아갔다. 챙! 이번에도 막아냈다. 프레키는 조금은 의아해하면서도 계속해서 맹공을 퍼부었다. 그렇게 공격은 십여 차례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폭풍처럼 강인했던 그의 기세는 스콜의 부드러운 검에 족족 막히고 있었다. 어느새 프레키의 얼굴엔 미소 대신 찡그린 인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강한 건 처음 겪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면 뭔가 술수라도 부린 것일까? 어떤 술수를 부렸는지 알 도리가 없었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움직임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너," 그때 묵묵히 검을 주고받고 있던 스콜의 입이 열렸다. "왜 부르냐?" "검술에 집중해라." "뭐라고? 시끄럽다! 네 녀석이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사실 어떻게 검술을 쓰든 스콜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지만 프레키는 지금 자신을 앞에 두고 머릿속이 잡념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러다보니 몸이 굳어서 처음의 날카로운 공격과는 달리 공격다운 공격이 안나오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무슨 술수를 쓰고 있는 거냐? 내 공격을 어떻게 읽었지?" "어깨다." "어깨라고?" 어깨의 움직임만으로 상대가 어디로 검을 내지를지 예측한단 말인가? 아니다. 그건 불가능했다. 어깨만으로 검의 길을 대략적으로 읽는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팔목이나 손목만 꺾어도 얼마나 많은 움직임이 펼쳐지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 실수다' 그때서야 프레키는 깨달았다. 상대를 앞에 두고 구겨진 자존심을 어서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 나머지 너무나 단조로운 공격을 취하고 있었다. 상대는 강하다. 검술에만 집중해도 고의적으로 상처를 주기는 쉽지 않은 마당에 머릿속의 생각들이 그의 행동을 가로막고 있었다. 프레키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발도자세를 취했다. 스콜의 수준이 높은 걸 인정하고 있었기에 가문의 절기를 보여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자! 그만!" 그때 이사벨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검투를 하던 학생들이 하나, 둘 검투장을 내려와 석조로 된 계단에 앉아 쉬기 시작했다. 당연히 프레키도 발도자세를 엉거주춤하게 풀 수밖에 없었다. "내 실력은 이게 진짜가 아니다. 잠시 방심하고 있던 거다. 다음엔 기필코!" "알고 있다." 짧게 대꾸한 스콜은 프레키를 놔두고 다른 학생들처럼 검투장을 내려왔다. 학생들이 내려가서 계단식으로 된 의자에 앉자 웨이브 진 금발사이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이사벨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내일 프리마라톤 하는 거 알고 있니?" "네?" "그게 뭐예요?" 프리마라톤,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일주일간 적응기간을 가지고 신체적인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서 프리마라톤에 참가해야 한다. 물론 단순한 달리기대회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용병양성학교가 있는 제국의 수도외곽에서 출발하는 프리마라톤은 총 두 군데의 도시를 거쳐 그곳에서 체크를 하고 다시 수도로 돌아와야만 했다. 여기서 문제는 처음 도착해야 하는 도시가 제국수도에서 북쪽으로 120Km이상 떨어진 라인하르트(Reinhardt)후작영지에 있는 잘츠부르크(Salzburg)까지 가야하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거리를 달려가야 하는 것도 어려운 점이었지만 무엇보다 길을 따라가면 한참을 돌아서 잘츠부르크에 도착할 수 있었기에 실제적인 거리는 150Km가 넘었다. 어쩔 수 없이 최대한 거리를 줄이기 위해선 산이나 재수 없으면 절벽까지도 타야만 했다. 이런 정보를 운 좋게 숙지한 극소수 학생들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아무 것도 모르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옆의 학생들에게 아느냐는 눈치를 보내고 있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때였다. 이사벨이 학생들의 앞에 서서 프리마라톤에 관한 사항들을 하나, 하나 설명해주자 그 얘기를 듣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김없이 죽상을 지어보였다. 어쨌건 학생들은 이사벨의 지시에 따라 같이 달릴 일행을 짜야만 했다. 아무래도 거리가 거리이니만큼 혼자서 달렸다가는 잘못해서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사고로 생명까지 위험할 경우를 대비해 프리마라톤의 체계는 5명을 한 조로 이뤄야만 했다. 아이들에게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일주일간 지켜본 결과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8명을 먼저 앞으로 나오게 했다. 이는 약한 아이들끼리 뭉치지 않기 위해 이사벨이 생각해낸 작은 배려였다. 그 이외에 사람들은 특별한 사항이 없는 이상 친분이 있거나, 같이 달리고 싶은 사람한테 갈 수 있도록 했다. 이사벨의 눈매는 예리했다. 그 8명중에 시엘공주도 끼어있었기에 다른 학생들이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눈치를 보는 와중에 스콜은 망설일 것 없이 그녀의 앞에 섰다. 겨우 160cm를 넘길까 말까한 그녀 앞에 대략 20cm는 더 큰 스콜이 눈앞에 서자 시엘은 왠지 모르게 자신이 외소하게 느껴져 발끝을 살짝 올리고 있었다. 그녀다운 귀여운 행동이었다. "반가워. 잘 부탁해." "그래." 아무래도 어색했는지 시엘이 먼저 스콜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한 그들 곁으로 각각 생각이 다른 듀란과 프레키가 걸어왔고, 마지막 한명은 시엘과 한방을 쓰고 있는 유약해 보이는 여학생이 얼굴을 붉히며 들어왔다. 그들처럼 다른 일행도 모두 짜여지자 그제야 미소를 머금고 있던 이사벨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참, 깜박해버렸네. 프리마라톤이라는 말에 왜 프리가 붙었는지 얘기를 안 해줬구나." 일행의 구성이 끝이 나자 얘기를 하는 그녀의 의도는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었다. 프리마라톤은 진행 중에 다른 일행을 만났을 경우에 공격을 가해도 무방할 뿐만 아니라 한 학생당 1시간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을 수도 있었기에 거의 강제적으로 대결구도를 만들고 있었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어떤 일행에 들어가든지 선택의 자유는 주되 힘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막기 위한 그녀 나름대로의 처사였다. 첫 수업시간에 프리마라톤에 대한 정보를 접한 것 말고는 별다를 것 없는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수업도 마치게 되자 기숙사로 돌아온 시엘은 먼저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있었다. 물론 그녀에게 편안한 옷이라고 해봐야 나이트드레스였다. 우아하고 고급스런 소재의 분홍빛 드레스였는데 교복 이외에 평상시 입는 드레스와 다른 점이라고 해봐야 화려한 자수나 레이스가 적고, 소재가 조금 더 부드럽다는 것이었다. "시엘공주님, 침소에 드시지요." "오냐~" 옆 침대에서 수수한 파자마를 입은 채 연애소설을 읽고 있던 그녀의 짝꿍인 아이리스(Iris)가 백합처럼 순수한 미소를 지어주며 말을 걸어왔다. 밤하늘을 훔쳐다 놓은 것 같은 시엘의 눈동자에 비하면 다소 작은 눈을 가졌지만 그 점 때문에 그녀는 눈웃음이 매력적이었다. 아이리스는 매일 밤마다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잠을 자는 시엘을 처음에는 조금 특이한 아이라고 여겼었다. 그렇지만 일주일째 보다보니 이제 공주님이라고 놀릴 정도로 익숙해져있었다. "아참! 아이리스, 내일 프리마라톤에서 처음에 도착해야 하는 도시가 네가 살던 곳 맞지? 잘츠부르크!" "으응, 별로 도시라고도 할 것도 없어. 그냥 콜로세움 때문에 그렇지 실상은 작은 마을인걸." 대답을 하는 그녀의 표정이 왠지 침울해보였다. 시엘은 아이리스가 고향생각이 나서 그러겠거니 하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이리스, 그녀는 성(姓)조차 없는 가난한 농가의 딸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몸이 약해서 주위의 걱정을 많이 샀는데 9살이 되던 해 근처 오두막에 살고 있는 이름 없는 용병에게 검술을 배우면서부터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에 들어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배운 절망의 검술이라 불리는 니플은 55년 전 중간대륙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만 하더라도 굉장한 검술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던 검술이었다. 물론 현재에 이르러서는 예상했던 것만큼 강한 검술은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히려 강하기보다는 장검을 휘두르는데 있어서 적은 힘으로 큰 효율을 보장했기에 요즘은 제국의 병사들이나 잡병까지도 쓸 정도로 널리 알려진 검술이었다. 흔히 니플을 주 검술로 쓴다고 하면 무시를 당하는 게 정석일 정도였다. 그래도 아이리스는 자신이 휘두르는 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지 몰라도 절망의 검술 니플로 반드시 유명한 용병이 되기로 마음먹고 연마를 해왔다. "아! 어떻게 해!" 잠시 상념에 젖어있던 아이리스의 귓가에 고심에 찼는지 침대에서 뒹굴며 불평을 터뜨리는 시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나 달리기 엄청 못하는데 어떡하지? 짐 된다고 버리면 안돼? 알았지?" 역시 내일 있을 프리마라톤 때문이었다. 자기 머리를 '콩'하고 쥐어박으며 혀를 살짝 내밀어서 장난기 있는 모습을 보이는 시엘,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사실 시엘은 아버지에게 용병양성학교로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다음 날부터 바로 특훈에 들어갔다. 그러나 원체 운동엔 소질이 없었는지 유능한 스승을 두고도 그리 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더욱이 항상 조신하게 걷는 것만 연습했던 그녀에게 달리기는 딱 잘라 상극이었다. "괜찮을 거야. 힘들면 쉬어가면 되지. 나도 사실 달리기는 자신 없는 걸. 정 안되면 남학생들이 업어주지 않을까?" 아이리스의 얘기를 듣고 시엘은 같은 일행이 된 남학생들을 떠올려보았다. 똥꼬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둘의 얼굴에서 친절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덕목은 찾기 힘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스콜은 몰라도 프레키는 그녀와 앙숙지간이 아닌가? 황립도서관일로 싸운 뒤로 지난 일주일간 큰 마찰 없이 지냈지만 지나갈 때마다 거슬리는 눈빛을 하고 있던 건 기억한다. "우리 때문에 늦어지면 아마 걔들은 싸워서 시간을 벌자고 할 것 같은데……." 왠지 무뚝뚝해서 거만하게까지 보이는 스콜, 자존심이 세서 건방지고 남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프레키, 옷차림도 이상하고 좀 바보 같아서 믿음이 전혀 가지 않는 똥꼬, 셋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아마도 시비가 붙으면 그냥 넘길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셋 다 공격적인 성향이 지극히 강했다. 그나마 똥꼬가 같이 달리게 되었으니 잘해보자면서 일일이 악수도 하고 냉랭한 분위기를 살리려는 모습이 가장 완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엘, 넌 혹시 마음에 드는 애 없니?" 은밀한 밤에 여학생 둘이 하는 얘기는 정석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시엘은 같은 반에 있는 남학생들을 유심히 떠올려보았다. 별로 이 사람이다 싶은 아이는 아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넌 있니?" "난 스콜이라는 얘가 마음에 들던데~ 헤헤~" "우리랑 같이 달리게 된 애?" "응." 스콜 비엘가르드, 확실히 그는 남다른 외모에 가볍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 뭐, 좋게 말하면 뭔가를 초월한 것처럼 보였지만, 나쁘게 말하면 너무 폼을 잡고 다녔다. "그 애의 어떤 점이 좋은데?" "니플을 쓰거든." 시엘이 아는 건 아이리스가 니플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니플을 쓰는 남학생이 같은 반에 있다면 관심이 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순리인지도 몰랐다. "넌 마음에 드는 애 없어?" 아이리스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또 다시 추궁해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로 마음에 드는 애는 없었다. "난 우리 반 애들은 별로, 나에겐 오직 용병왕 아스크밖에 없어!" "너 취향이 할아버지야?" "아냐! 아냐! 아스크는 불멸의 존재라서 늙지 않는단 말이야!" 시엘은 꿈을 꾸고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의 한 쪽엔 언제나 고운 꿈이 담겨져 있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나 이제 한달밖에 살지 못할 운명이 되어버렸지만 혹시라도 아스크가 자신을 구해줄지도 모른다는 허망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다. 결국 죽게 된다.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꿈이라도 꾸지 않는다면 너무 힘들어 잠도 못 이룰 것 같았다. 이제 18살의 소녀에겐 너무나 아픈 미래였다. "그런데 정말 아스크가 살아있을까?" 아이리스가 그렇게 입을 열자 시엘은 침대에 누워서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있을 거야. 아니, 어쩌면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전설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스크가 실존인물이라……." "응, 확실해." 시엘은 자신 있게 대답하며 얇은 이불을 덮었다. 초봄이다. 학교 밖은 아직도 극심한 추위를 자랑했으나 학교 안은 벌써 벚꽃이 만개할 정도로 따스했다. 그녀가 눕자 아이리스도 읽고 있던 책에 책갈피를 끼워 덮더니 몸을 일으켜 벽에 있는 스위치를 내렸다. 불이 꺼진 어두운 방안, 그녀는 가슴 한쪽엔 설렘을, 또 다른 한쪽엔 고향으로 가야한다는 걱정을 담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잘 자." "응. 좋은 꿈 꿔." 시엘도 눈을 감았다. 프리마라톤이 걱정되긴 했지만 내일의 일을 걱정해서 잠을 망치는 과오는 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는 한 달 뒤에 죽을 운명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새로운 곳으로 나가기 때문에 드는 자연스런 두려움 때문에 설레는 그녀였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4 05:24:17 고친날 2006-02-27 19:20:33 읽은수 5545 [ 29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10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긴 밤이 지나고 어느덧 오후의 햇살이 소녀들을 비추고 있었다. 시엘은 있는 힘껏 달렸다. 태어나서 이렇게 쉬지 않고 달려본 적은 없었다. 아니, 이 정도 거리라면 걸어본 기억조차도 없었다. 제국의 하늘을 집어삼킨 짙은 먹구름도 여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핌불베트르로 인해서 생긴 먹구름은 제국의 하늘에만 한정되어 있는지 한참을 달려오자 먹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제국의 공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신선한 공기가 폐 속을 적시자 기분은 좋았지만 육신은 끊어질 듯한 통증에 허덕이고 있었다. 숨쉬는 것조차도 힘들 정도다.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에 들어오기 전에 나름대로 특훈을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계였다. 이렇게 쉽게 체력이 바닥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손목에 걸린 시계를 보니 프리마라톤이 시작한지 이제 겨우 4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앞에선 듀란과 프레키가 지치지도 않는지 맹렬히 뛰어가고 있었고, 그나마 시엘에게 위로가 되는 건 옆에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같이 뛰어가는 아이리스가 있다는 거였다. 아이리스도 숨이 턱 끝까지 차서 곧 쓰러질 듯 하면서도 시엘의 시선이 닿자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 역시 체력의 한계라는 걸 한눈에 알아본 시엘은 온 힘을 끌어내어서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조금 쉬어갈까?" "그럴까?" 시엘의 예상대로 더 이상은 힘들었는지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대답이 나왔다. "얘들아! 조금만 쉬어가자! 나 더는 못 뛰겠어!" 시엘의 외침에 앞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달리던 듀란과 프레키가 천천히 멈춰 섰다. "흥, 꽤나 달리는데! 그래도 낙원은 절대 포기 못한다." "휴, 낙원은 뭐냐? 어쨌든 똥꼬, 너야말로 운이 좋은 줄 알아. 이대로 계속 달렸으면 네 녀석의 패배였다." 땀으로 목욕을 한 프레키가 지지 않았다는 걸 강조하며 크게 소리쳤다. 듀란은 끝까지 비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역시 고되었는지 시엘의 쉬자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길가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들은 출발 지점부터 여기까지 거의 전력질주로 달려왔다. 확실한 오버페이스였다. 그럼 왜 이토록 처절하게 달려온 것일까? 듀란은 출발하기 전에 가방을 메고 있는 시엘과 아이리스의 옷차림을 살펴보았다. 제국을 벗어나면 날씨가 더워질 거란 정보에 둘 모두 상의는 하늘거리는 가벼운 소재의 옷과 하의는 무릎까지 오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이런 차림으로 절벽 같은 곳을 그녀들이 오른다면 밑에서 오를 경우 낙원이 펼쳐지게 된다. 그런 아찔한 장면을 다른 애들에게 양보할 순 없었다. 그래서 듀란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절벽이나 산맥을 넘을 때는 남자 중에서 가장 선두에 달리던 사람이 제일 뒤에서 오르기로 말이다.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그는 흐뭇한 기분에 취해 프리마라톤이 시작하자마자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거기에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 평소에는 얌전한 귀족인 척 하던 프레키가 그를 바짝 쫓아왔던 것이다. 물론 프레키는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대를 이어야하는 자신이 다른 이의 뒤에서 달린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용납을 안했기에 듀란을 잡으려고 분발한거지만 그는 프레키 또한 낙원을 노리는 라이벌로 받아들였다. '음흉한 귀족 녀석! 나의 낙원을 노리다니!' 이리하여 둘의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일행 전체의 달리는 속도도 올라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오버페이스로 선두를 지키며 여기까지 달려오게 된 것이다. 두 쌍의 남녀는 그렇게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터질 듯한 심장을 진정시키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뒤에서 달려오던 스콜도 잠시 후에야 그들이 앉아있는 곳에 도착해서 쉴 곳을 찾는 것 같았다. 짙은 먹구름이 사라진 하늘은 푸르렀다. 이상하게도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날씨는 더워지고 있었지만 제국에서라면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때문에 그런 점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뒤늦게 도착했어도 그들과는 다르게 여유로워 보이는 스콜은 나무 등걸에 기대어 시가렛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프레키가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시가렛 좀 끊는 게 어때? 뭐, 일찍 죽는 거야 상관 않겠지만 그렇게 피워대니까 달릴 때 뒤쳐지는 거 아냐?" 겉으론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비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일찍 죽는 다라? 만약 시가렛을 피우다 죽어 천국으로 갈수만 있다면 그는 입에서 시가렛을 떼지 않고 잘 때도 물고 있을 것이다. 스콜은 프레키의 말에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그저 시가렛 연기를 깊은 하늘 속으로 날려 보냈다. 사실 그가 맨 뒤에서 달리고 있는 데에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아직까지 시엘은 단 한번의 습격도 받지 않았다. 이제 어느 정도 그녀의 정체가 암살자들의 시야에 포착되었을 시기다. 만약 그가 암살을 하려했다면 지금을 절호의 기회로 잡았을 것이다. 용병양성학교 안이 아니라 이렇게 도심에서 떨어진 곳이라면 퇴로를 확보하기에도 좋고, 여러모로 암살을 하기엔 학교 안보단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콜은 시엘과 아이리스의 뒤에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가 걱정한 살의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마냥 이렇게 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들은 오버페이스를 무릅쓰고 가장 선두권을 유지했다. 즉 여기서 쉬고 있으면 뒤에서 따라오는 다른 일행과 맞부딪칠게 뻔했다. "여기는 그래도 평지라서 괜찮은데 저긴 어떻게 넘어가?" "아무래도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숨을 고르고 있던 시엘이 저 멀리 눈앞에 보이는 높은 절벽을 향해 손짓을 하자 옆에서 쉬고 있던 아이리스도 엄두가 안 나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돼! 강행해야 해! 저 절벽을 넘지 않으면 적어도 10km는 돌아가야 된단 말이야!" 듀란은 강력히 절벽 쪽으로 가자고 주장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시엘과 아이리스의 속옷이 만들어줄 낙원을 쫓고 있었다. "그래, 똥꼬의 말이 맞아. 힘들겠지만 넘어봐야지." 프레키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듀란의 말처럼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절벽을 넘어야만 선두권을 지킬 수 있었다. 아마도 오늘은 절벽을 넘고 산속에서 노숙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왕 쉰 김에 여기서 점심이나 먹고 갈까?" 시엘의 말에 다른 아이들도 이의가 없는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대기의 흐름을 읽고 있던 스콜은 곧 있음 다른 일행이 이곳을 지날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고 여겼는지 토는 달지 않았다. "똥꼬, 이거 같이 씻으러 가자." 시엘은 솔직히 아이리스랑 같이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남자의 손길이 필요한 일들이 있을 것 같아 셋 중 가장 만만한 듀란을 불러서 몇 가지 요리재료를 가방에서 꺼내들고 조금 떨어진 시냇가로 향했다. 시엘과 듀란이 시냇가로 재료를 씻으러 간 사이 아이리스는 가방에 있던 성냥을 꺼내서 주변에서 모은 풀로 불을 붙이려고 무단히 애를 쓰고 있었다. 생각보다 불이 잘 붙지 않는 듯 했다. "내가 해줄게." "으응, 고마워." 보다 못한 스콜이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하자 아이리스는 얼굴에 살짝 홍조를 띠며 성냥을 넘겨주었다. 그는 우선 아이리스가 모아놓은 풀잎을 만져보았다. 어제 비가 내렸는지 풀잎의 겉은 몰라도 속은 축축이 젖어있었다. 그는 무스펠을 펼칠 때와 같이 카르마를 운용해 풀잎을 건조하게 만든 다음 성냥으로 불을 붙이면서도 혹시 모를 습격을 대비해 대기의 흐름을 읽는 건 잊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듀란은 암살자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물론 정체가 불분명한 사나이였지만 시엘을 향한 그의 시선에선 털끝만큼의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그의 눈빛을 읽자면 조금 음흉하다고 할까? 오히려 듀란에게선 그녀를 지키려는 기색이 강하게 느껴졌기에 혹시라도 시냇가에서 습격이 이루어지더라도 그가 어느 정도 막아줄 거라 계산하고 있었다. 사삭! 그때 저 멀리서 푸른 잔디를 밟으며 달려가던 일단의 무리가 일행을 발견했는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시엘과 듀란이 시냇가로 갔으니 이쪽은 3명밖에 없었고, 그들은 남학생 4명에 여학생 1명으로 그냥 지나치기가 아까웠던 것이다. 물론 열심히 달리기만 해도 프리마라톤에선 상위의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른 일행과 싸워서 이기는 걸 주안점으로 두고 있는 시스템자체가 문제였다. "귀찮으니까 그냥 꺼져라."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무리를 보고 있던 프레키가 귀찮은 듯이 손을 젓자 무리를 이끌고 있던 평민출신의 길링(Gilling)은 건방진 말투를 곱게 넘기지 않았다. 그를 알고 있었다.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외아들, 은근히 깔보는 듯한 눈매를 하고 있었기에 입학첫날부터 점찍어놓았던 상대였다. 이건 하늘이 준 기회였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저 콧대 높은 귀족의 자제를 마음껏 팰 기회가 있겠는가? "훗,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우리도 쪽수만 믿고 덤비는 건 아니거든?" 조금 특이한 억양을 구사하는 길링을 프레키는 쏘아보았다. 그의 말처럼 쪽수로만 따지고 보면 자신들이 불리한 건 자명했다.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프레키는 아이리스를 전력에서 배제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2 대 5, 아이리스는 빼고 계산을 했다 쳐도 프레키는 결코 자신들의 전력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밉상인 스콜, 확실한 사실 하나는 그는 강하다는 거다. 프레키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별로 나을 게 없다면 그냥 막연하게 반에서 제일 강하다고 여겼겠지만 그 역시 또래 아이들한텐 진 적이 없었기에 스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고 있었다. 이 싸움은 절대 불리하지 않았다. "스콜, 잠시만 동맹이다. 이 녀석들 손 좀 봐주자." 바위에 앉아있던 프레키가 그렇게 입을 열며 앞으로 나왔으나 스콜은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야! 안 싸울 거야? 같이 손 좀 봐주자니까!" "바쁘다." 찬물을 끼얹는 스콜이었다. 역시나 재수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프레키는 길링일행보다 그를 더욱 사납게 노려보았다. "뭐라고? 그럼 나보고 아이리스랑 둘이서 다섯 명을 상대하란 말이야?" "아니, 아이리스도 식사 준비한다고 바쁘니까 너 혼자 싸워야지." 그는 불을 키우기 위해 느긋하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고, 아이리스도 스콜의 말처럼 싸우는 것보다는 식사준비를 하는 게 나은지 갑자기 뭔가를 달가닥거리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프레키는 왠지 손해 보는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앞으로 나갔다. 다른 건 몰라도 그는 미식가다. 그렇다보니 웬만하면 일행에서 식사담당을 맡고 있는 아이리스는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스콜도 마찬가지였다. 귀족으로서 자존심이 있지 불을 키우기 위해 부채질이나 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차라리 혼자서 다섯을 상대하는 편이 나았다. "너 혼자서 우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하냐?" "전력을 다하면!" 길링의 말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프레키는 왼쪽 허리에 찬 검을 바라보았다. 어제 스콜에게도 괜히 방심을 한 탓에 추한 꼴만 보였다. 어떠한 대결에서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그는 결심하고 있었다. 전의를 굳힌 프레키가 왼손으론 검 집을 쥐고, 오른손으론 검의 손잡이를 가볍게 쥐었다. 그 상태에서 자세를 살짝 숙이자 멋진 발도자세가 잡혔다. "와라!" 길링일행은 정말 혼자서 싸우겠다는 그를 보고 맘껏 비웃었다. 허나 프레키의 입가에도 자신감으로 가득 찬 미소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곳에서 제국의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을 있게 한 의지의 검술 오딘(Odin)을 펼치려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나른한 바람에 흩날리는 금발 사이로 자신감이 넘치는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그는 발도자세 그대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길링일행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아무리 평민출신의 길링이라고 하더라도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검술이 매섭다는 사실정도는 알고 있었다. 잊혀진 시대에 살았던 신들의 왕 오딘의 이름이 검술에 괜히 붙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한 남자와 다섯이나 되는 무리는 서로를 노려본 채 석상처럼 굳어있었다. "길링, 어떻게 할까? 장난이 아닌 것 같은데……." "잠깐만 있어봐." 생각했던 것보다 프레키의 기세가 드세었다. 아무리 그들이 다섯이라도 얕잡아보고 덤빈다면 당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 정도로 그의 몸에선 흉흉한 카르마가 뻗어 나오고 있었다. "저기, 그냥 갈까?" 자신이 없었는지 일행 중에 한명이 자그맣게 속삭였다. 솔직히 길링도 그의 제안이 끌렸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난다면 다시는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앞으로 프레키 앞에서는 기조차 제대로 피지 못할 것이다. "10살에 곰을 잡은 이 길링을 보고 그냥 가자고? 시끄러워! 5대1이야! 동시에 덤벼들면 질 일은 없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꽤나 괜찮았다. 비록 프레키의 몸에서 예사롭지 않은 카르마가 뿜어져 나온다하더라도 결국 그는 한명이었다. 다섯 방향에서 동시에 달려들면 그로서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결단이 서자 길링일행은 빠르게 그의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고, 그때 발도자세를 취하고 있던 프레키의 오른손에서 눈부신 섬광이 번뜩였다. "어중간한 각오로 덤벼들 생각은 하지마라!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검에는 인정은 없다! 반경 2M안에 들어오는 물체는 무조건 벤다!" 단순히 빛이 번뜩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동안 검은 이미 뽑혀져서 휘둘러졌다가 다시 칼집으로 들어갔다. 중요한 것은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가 검을 휘두르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발 앞서있던 길링의 상의 앞자락이 '서걱'거리는 소리를 뒤늦게 내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미 그의 앞자락은 칼날에 베여져있었다. 소름끼치는 장면에 그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발만 더 내딛었어도 길링은 프레키의 검에 배가 갈려 길바닥에 쓰려졌을 것이다. "흥, 거기부터 죽음의 공간이다. 다섯 모두를 죽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하나에서 둘은 죽는다." "……." 그들은 지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대로 덤벼들면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박혔고, 등줄기에는 자연히 식은땀이 맺혔다. "하하하,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군. 얘들아, 그냥 가주자." 길링이 어색하게 웃으며 물러나자는 얘기를 하자마자 무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꽁무니 빠지게 줄행랑을 쳤다. 스콜은 여유롭게 부채질을 하면서도 중간대륙에 남아있는 옛 속담을 떠올렸다. '귀족은 썩어도 귀족이었던가?' 자존심이 너무 강해 남들이 보면 비뚤어져 보이는 프레키였지만 실력하나만큼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다. 길링일행이 사라져버렸다 해도 이곳에 계속 있으면 또 다른 일행과의 조우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식사를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길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시냇가주변에서 점심을 해결한 그들은 다시 출발하게 되었다. 물론 낙원을 쫓는 듀란과 프레키의 자존심이 부딪쳐 또 다시 일행은 오버페이스로 달리게 되었다. 한참동안이나 달려간 끝에 듀란이 그토록 그리던 거대한 절벽이 나왔다. '드디어 낙원이다! 무슨 색일까!' 오후가 되자 초봄의 날씨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날씨는 더워졌다. 진땀을 흘리면서도 여러 가지 색깔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입이 귀에 걸려있던 듀란은 어서 빨리 절벽을 오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스콜은 고개를 저으며 높은 절벽이 만들어놓은 폭포 쪽으로 향했다. "스콜, 어디 가는 거야? 이쪽이 오르기 쉬울 것 같은데?" "아니, 길이 있다." 의구심을 품으며 스콜을 따라간 일행은 폭포가 쏟아지는 절벽 앞에 당도했다. 어딜 봐도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없어보였다. 그런데 스콜이 폭포 안쪽으로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가? 황급히 그를 따른 일행은 폭포 안쪽에서 자그마하게 뚫린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야광석들이 여기저기에 박혀 있어서 동굴은 그리 어둡지 않았지만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고래의 입처럼 느껴져서 왠지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이 동굴 왠지 꺼림칙한데, 길은 확실히 있는 거냐?" 인상을 찌푸린 프레키의 말에 스콜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라인하르트영지가 제국의 손에 들어왔기에 잊혀졌을지 몰라도 스콜이 중간대륙으로 나온 지 얼마 안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제국군은 이 동굴을 북쪽지방을 점령하기 위한 교두보로 사용했다. "아, 맞아! 라인하르트영지가 제국의 손에 들어올 때 이 동굴이 큰 역할을 했어!" 황립도서관에서 많은 지식을 쌓았던 시엘이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래." 스콜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확실히 시간은 단축시킬 수 있겠다." 시엘까지 합세하자 그제야 프레키도 인정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스콜이 앞장서서 달리자 다른 아이들도 조심스럽게 뒤따르기 시작했다. 비록 야광석이 박혀있어서 희미하게나마 빛은 있었지만 조금만 걸음을 잘못 내딛으면 발목이 꺾일 것처럼 동굴 바닥은 울퉁불퉁했다. 그나저나 듀란, 그는 어렸을 적부터 뒤꿈치를 살짝 들어서 달리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면의 굴곡에 구애되진 않았는데도 왠지 힘들어보였다. 꿈꾸던 낙원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아무래도 의욕을 상실한 것 같았다. 언제나 그러했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하얀 재가 되어버린 듀란은 아까와는 달리 일행의 뒤쪽에서 힘없이 달리고 있었다. 동굴은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안으로 들어갈수록 크기도 점점 넓어지고, 야광석의 수도 늘어가고 있었다. 처음 동굴의 입구는 대략 3M정도의 높이가 될까 말까했는데 지금은 10M도 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조심스럽게 달리던 일행 앞에 두개의 갈림길이 나왔다. 앞서 달리던 스콜은 눈앞에 놓인 두 갈림길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의 기억 속엔 이쯤에서 갈림길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 이 동굴 안엔 갈림길이란 애당초 없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자 아직까지도 마음이 안 놓였는지 프레키가 의심하는 투로 입을 열었다. "길은 알고 있냐?" "너희는 이 길을 따라서 쭉 가면 된다." 그는 두 갈림길 중에 오른쪽 길을 가리켰다. "확실한 거냐?" "봐라. 오른쪽은 우리가 왔던 길처럼 야광석이 박혀있고, 왼쪽은 야광석이 없다." 확실히 왼쪽만 야광석이 없어서 칠흑의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설사 저 길이 맞다 하더라도 쉽게 발걸음이 안 떨어질 정도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으스스했다. "먼저 가라." "너는 같이 안가?" 스콜이 잠시 일행과 떨어지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아이리스가 걱정이 되는지 물어왔다.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갈림길, 그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일단은, 너희가 가는 길은 한 시간만 달리면 출구가 나온다. 곧 뒤따라갈 테니까 먼저 출발해." 일행은 어두운 이곳에서 혼자 남겠다는 스콜이 걱정됐지만 정중하게 부탁을 해오자 어쩔 수 없이 그가 가리킨 길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스콜은 어둠에 휩싸인 길 쪽으로 재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이 길 끝에 무엇이 도사리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미 은연중에 깨닫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자신과 같은 카르마, 인간이 내뿜을 수 없는 카르마가 느껴져 프리마라톤을 잠시 제쳐두더라도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의 예상대로 어둠 속에선 무엇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주변의 어둠이 옅게 느껴질 정도로 짙은 카르마가 피어오르는 기묘한 광경에 스콜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껏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카르마다. 이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카르마를 뿜던 물체는 서서히 꿈틀거림을 멈추더니 그에게 다가왔다. "인간인가? 아니, 인간이 아닌가?" 말로는 쉽게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한 소리가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내며 들려왔다. 스콜은 눈을 부릅뜨며 낮은 어조로 대답했다. "정체가 뭐냐?" "정체라……, 너희에게 있어 우리는 마물(魔物)이라 불릴 거다." 마물, 지옥에 사는 동물을 일컫는 말이다. 이미 왼쪽 길로 들어설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어떻게 중간대륙으로 마물이 들어왔는지가 궁금했다. 스콜로서는 지금 이 상황이 몹시도 혼란스러웠다. 물론 지옥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시엘이 살아있었기에 죄악의 붉은 달이 뜨게 되면 이 세계로 악마와 마물이 물밀 듯이 몰려올 것은 뻔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아직 죄악의 붉은 달은 뜨지 않았다는 거다. 마물이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에는 한달은 일렀다. "아직 죄악의 붉은 달은 뜨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 곳에 왔지?" 스콜은 긴장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상대해왔던 그 어떤 인간들보다 강했다. 그랬다. 인간들과는 근본부터가 다른 카르마가 거침없이 뻗쳐오고 있었다. "후훗, 라그나로크, 우리를 진정한 해방에 이르게 하는 날을 말하나? 나는 악(惡)한 인간과 계약할 기회가 있어서 부서진 문틈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너 혼자?" "그렇다."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내지만 지능은 그렇게 높지 않은지 묻는 말에 숨김없이 대답하는 마물이었다. 어쨌든 안도할 수 있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아직은 중간대륙에 본격적인 악마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과의 계약으로 악마나 마물이 빠져나올 정도로 지옥의 문이 극히 불안해졌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너는 강한 카르마를 가지고 있군. 나의 힘을 시험하기엔 적격이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대기를 찢으며 무엇인가가 스콜의 눈동자를 스치고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가자 그는 긴급히 몸속에 잠자고 있던 카르마를 끌어올렸다. 상대가 보통이 아니다. 허리에 찬 검을 뽑아들어 힘껏 쥐자 어두웠던 동굴 안을 환하게 비출 정도로 검신이 눈부시게 빛났다. 마물은 한 눈에 봐도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파충류와 곤충을 합쳐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번뜩이는 비늘을 가지고, 입이 쭉 찢어진 악어 같은 머리통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짐승처럼 네발로 땅을 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마귀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앞발은 날카로운 여러 개의 갈퀴가 달려있었고, 8개의 다리로 인간처럼 직립보행을 하는 것 같았다. "하찮은 존재, 덤벼봐라." 악어처럼 생긴 길쭉한 머리통의 이마부분엔 인간의 얼굴이 박혀있었는데 그 입이 뻐금거리며 말을 하고 있었다. 스콜은 섬뜩한 마물의 모습에 생각할 것 없이 검에 거친 카르마를 강제로 주입했고, 오히려 방금 전까지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사그라졌다. 다시 동굴 안은 짙은 어둠이 내렸다. 스콜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폭한 카르마를 읽었는지 마물은 듣기 거북한 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다. "재미있겠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콜은 소름이 끼칠 정도의 카르마가 자신에게 쏘아지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고 텀블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아니나 다를까 마물의 긴팔이 휘둘러졌는지 살갗을 찢을 것 같은 바람이 스콜의 코앞까지 불어왔다. 그는 처음으로 의심을 했다. 장검, 강철로 만들어진 이 무기로 마물을 죽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 다시 한번 소름끼치는 카르마가 동굴 자체를 파괴시켜버릴 것처럼 몰려들었다. "큭!" 다른 생각으로 방심하고 있던 스콜의 반응이 조금 늦었는지 그의 왼팔이 크게 베여져 피가 터져 나왔다. 뚝뚝! 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묘하게 크게 울렸다. 지금 스콜은 큰 상처를 입고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웃었다. 중간대륙 미드가르드로 나온 이후로 지금까지 자신의 피를 본 기억이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아버지 말처럼 그는 인간들에게 당할 만큼 약하지 않았다. 그래서 피를 볼 기회조차 흔치않았었는데 눈앞에 있는 마물은 오랜만에 그를 긴장하게 만들 정도로 강했었다. "나의 공격을 피하다니 생각했던 것보단 강한 것 같군." 스콜이었기에 피할 수 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육신이 갈기갈기 찢겨져 죽었을 것이다. 순간 자신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죄악의 붉은 달이 끝없이 반복되어서 아무런 죄 없는 소녀들이 희생될 바에야 차라리 지옥의 문을 열고 모든 악마들을 멸해버리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산일지도 몰랐다. 지금 눈앞에 있는 마물이 지옥에서 얼마나 강한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러한 것들이 수도 없이 몰려온다면 봉인이 풀리는 그날 중간대륙 위의 인간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게 된다. 스콜은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어리석은 일일지는 몰라도 또 다시 자기 손으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가엾은 소녀를 죽일 수는 없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운 선택이 될지 몰랐지만 그는 결심을 굳혔다. 우선 바로 앞에 있는 마물부터 죽인다! 그는 각오를 다지며 지금 상황을 돌아보았다. 이 곳에서 마물을 만나게 될지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기에 주로 사용하는 대검조차 없었다. 장검만으로 상대를 해야만 했다. 그가 장검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검술은 55년 전 엠블라를 위해 만든 절망의 검술 니플! 이것으로 승부를 봐야만 한다는 얘기였다. "크큭!" 또 다시 어둠 속에서 쏘아지는 살기 짙은 카르마, 스콜은 자세를 있는 힘껏 낮춰 마물의 공격을 피하자마자 먹이를 노리는 호랑이의 이빨처럼 검을 내찔렀다. 수십, 수백 개의 칼날이 마물을 덮쳤지만 검의 장막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물은 그에게 공격을 감행했다. 푸욱! 스콜의 가슴이 그대로 도륙 났다. 마물의 발톱에 의해 한 일자로 깊게 그어진 그는 거친 피를 토하면서 바닥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강한 것도 문제였으나 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 더욱 난제였다. 마물의 몸을 둘러싼 딱딱한 껍질은 인간의 연약한 가죽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만큼 강한 듯 했다. 즉 방어개념도 상식을 넘어섰다. 이대로 끌고 간다면 패배하는 건 자명한 일, 스콜은 땅을 짚으며 천천히 일어선 후 여전히 어둠 속에서 일렁거리는 짙은 카르마를 노려보았다. "한 가지만 묻자. 너는 지옥에 사는 생물 중에서 어느 정도로 강하지?" "크큭, 궁금하면 날 쓰러뜨려라." 마물의 비꼬는 말투에 스콜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식어갔다. 무엇인가 결단을 내렸는지 말없이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마물은 그가 다가오자 미친 듯이 앞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르릉! 마치 동굴 안으로 벼락이라도 떨어진 것 같았다. 동굴의 천장과 벽이 휘둘러진 앞발에서 파생된 바람만으로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어마어마한 기세 속에서도 스콜은 물러서지 않았다.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의 빠른 공격이었지만 어차피 동굴은 어둠 속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살기를 감지해서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스콜은 생각할 것 없이 검을 내찔렀다. 다시 한번 칼날은 수십, 수백 개로 불어나더니 마물에게 쏘아졌다. "크큭, 그 따위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스콜의 맹렬한 공격을 마치 어린애가 목검을 들고 장난을 치는 걸로 여길 정도로 강한 마물은 비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그때 검은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수십, 수백 개의 칼날이 갑자기 크게 회전을 하더니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스콜의 손에 들려있던 검은 완벽하게 사라져버렸으나 짙은 어둠 속이라 확인할 길은 없었다. 검을 잃어버린 그는 맨몸으로 마물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무방비의 상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스콜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지만 무엇인가에 의해 튕겨져 나가자 마물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맨몸으로 한발, 한발 다가와서 한 뼘밖에 안되는 거리로 들어온 스콜, 마물은 온 힘을 다해서 발톱을 휘둘러 그를 찢어 죽이려고 했다. 찰나의 시간! 그것이 펼쳐졌다! 절망(切望)의 검(劍)! 최종오의(最終奧義)! 천년(千年)의 연(煙)! 어둠에 휩싸인 동굴,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동굴 안, 순식간에 마물이라 불렸던 생명체는 피를 튀기며 토막이 나버렸다. 바위처럼 튼튼한 피부 속에 감춰진 연약한 살점들이 으깨지는 소리가 잔혹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너무나 간단하게 나버린 승부, 싸늘한 시선으로 방금 전까지 마물이 있던 곳을 노려보던 스콜은 강력하면서 이질적인 카르마가 사라지자 긴장을 풀었다. "죽었나?" "크큭, 나는 머리만 살아있어도 일주일은 살수 있다." "다행이군. 자, 말해라. 너는 지옥에서 얼마나 강한 존재지?" "날 이겼다고 거만 떨지 마라. 난 너희 중간대륙으로 따지면 곤충에 속하니까! 진정한 해방을 하게 되는 날 악마들에 의해 인간들의 시대는 끝날 것이다!" 곤충에 속한다는 말을 들은 스콜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다시 한번 찌푸렸다. 즉, 방금 무찌른 마물은 악마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더 이상 용무가 없어진 스콜은 마물의 머리를 짓밟아버리며 다시 시엘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인간들의 시대가 끝난다고? 어쩌면 그럴지도…….' 보랏빛으로 불타오르는 석양이 일행의 주위로 찾아들었다. 해는 아직 서산에 걸려있는 초저녁이었지만 숲의 어둠은 일찍 찾아들었다. 주변에서는 야행성인 올빼미와 산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와서 시간이 밤으로 저물고 있음을 알렸다. 숲 속 작은 공터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던 아이리스는 숲 저편에서부터 '사사삭'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불빛을 발견했는지 한 남자가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가슴은 한일자로 깊게 베여져 붉은 얼룩이 그려져 있었고, 왼팔은 어떻게 움직이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다친 거 같았다. 바로 스콜이었다. 제일 처음 스콜을 알아본 아이리스가 달려가서 그를 부축을 하자 차를 마시고 있던 프레키도 깜짝 놀라서 눈을 커다랗게 떴다. 프레키는 그의 상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밉상인 녀석이다. 겉멋만 잔뜩 들은 거만한 녀석이었지만, 그만큼 강한 녀석이었다. '과연 누가 저 녀석에게 저렇게 큰 상처를 준 걸까?' 프레키가 아는 건 적어도 1학년 중엔 그에게 대적할 자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모닥불을 피운 자리까지 걸어온 스콜이 주위의 바위에 쓰러지듯 걸터앉는 모습은 참으로 낯선 모습이었다. 바위에 앉아서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는 모습에 어느 누구도 쉽사리 말을 걸 수가 없었는데 의외로 스콜이 먼저 의문점을 풀어주었다. "사마귀였다." "응?" 갑자기 뜬금없이 사마귀라니? 일행이 의혹에 찬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자 한참동안 어둠을 불사르던 모닥불을 직시하고 있던 스콜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스프를 끓이던 아이리스, 차를 마시던 프레키, 훈제고기를 엉성하게 썰고 있던 시엘, 심각한 눈빛으로 그를 관찰하고 있던 듀란, 모두가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회의가 감도는 미소였으나 그들 앞에서 처음으로 웃음을 보인 것이다. "사마귀랑 싸우고 오는 길이다." 프레키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사마귀라면 곤충이 아닌가? 딱 잘라 말해 인간은 곤충한테 저렇게 얻어터지고 싶어도 일반적으론 불가능했다. 가슴에 난 상처만 대략 한 뼘은 넘어보였다. "얼마나 큰 사마귀였냐?" 그렇다. 문제는 크기였다. "집채만 했다." "집채? 물론 강했겠지?" "너보다 강했다."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는 프레키였다. 그 말만 들으면 마치 프레키는 사마귀보다 나약하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스콜의 몰골을 보자 별로 따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황을 보니 방심해서 어이없이 당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된 거였다. 높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프레키가 인정한 스콜이 정말 약해빠진 곤충 따위에게 당했다면 그의 안목도 형편없다는 말이 되는 게 싫었다. 그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프레키였기에 비록 곤충일지는 몰라도 상대가 강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그런데 중간대륙에 집채만 하고 사마귀처럼 생긴 괴물이 있어?" 딱 잘라 말해 없었다. 중간대륙을 떠도는 수많은 전설과 기화 중에 집채만 한 사마귀가 있다는 건 한번도 듣지 못한 얘기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황립도서관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시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두워서 착각한 게 아닐까?" 시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생각도 그러했다. 아마 악어처럼 쭉 짖어진 입에 인간의 머리가 달렸고, 총 다리 수가 10개에 직립보행까지 한다고 했다면 아마 미친 취급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스콜은 여전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푸념하듯 대꾸했다. "어쩌면 잘못 봤을 수도……." 권태로움에 빠진 스콜을 바라본 일행은, 그가 싸웠던 상대에 대한 의문이 먼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우선 그의 상처를 치료하는 게 급선무였다. 수건에 깨끗한 물을 묻혀서 피를 닦아내고 붕대로 상처부위를 감싸니 그럭저럭 응급처치는 끝났다. 치료를 마친 다음 따스한 스프와 훈제고기로 저녁을 먹은 일행은 제국에서 이곳까지 달려온 피로가 쌓였던 탓인지 더 이상 스콜에게 의문을 토로하지 않고 금세 잠자리에 들어버렸다. 스콜은 모두가 침낭을 펴고 잠을 청하자 눈을 감고 있는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시엘 샤를마뉴공주, 아이리스의 옆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그는 앞으로 있을 거대한 폭풍을 예감할 수 있었다. 지금 여기서 그녀를 죽이면 중간대륙은 적어도 18년간은 평온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들로 지금까지 18년마다 2천이 넘는 소녀의 생명을 저승의 강에 빠뜨려 통곡의 눈물로 넘치게 만들었다. 스콜은 그녀를 지켜주겠노라 다짐했다. 더 이상의 비극은 싫었다. 귀찮았다. 일주일 전만 해도 전혀 몰랐던 소녀였지만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스콜의 시선은 55년 전 엠블라를 바라보듯 따스해지고 있었다. 왠지 오늘밤은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스콜은 모두가 잠이 든 걸 확인하고 난 뒤 가방에서 6현과 19프렛으로 이루어진 울림통이 있는 악기, 키타라(Cithara)를 꺼내들고 숲의 어둠 속을 주시했다. 근처에서 가장 높게 자라난 나무를 발견한 그는 나뭇가지만을 밟으며 뛰어올랐다. 지상에서 대략 10M 넘게 올라온 스콜은 나무 등걸에 기대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달빛은 은은하게 그를 감싸며 평온한 기분에 빠져들게 해주었다. 이윽고 주머니에서 시가렛 한 개비를 꺼내 문 스콜은 간단하게 키타라를 조율하고 달빛 아래 녹아드는 부드러운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선율이 밤하늘에 조용히 울렸다. 차분한 곡조는 차가운 이 밤과 꽤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그렇게 선율은 조금씩, 조금씩 빨라졌다. 일정한 리듬에서 시작된 설렘이 천천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내 리듬은 극한에 이르렀다. 선율에 맞춰 그의 심장까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때론 고요하게, 때론 신랄하게……. 손가락은 뜨거운 갈증에서 벗어나 시원한 오아시스를 찾았는지 물위를 신나게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율동이 빚어낸 선율은 물방울처럼 나약하지 않았다. 폭풍처럼, 불꽃처럼, 미친 하늘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빨로 꽉 깨문 시가렛에서 나온 연기가 찢어지고 있을 정도로! 정체된 영혼을 흔들고! 자신이 존재하는 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과거와 나의 기억이 뒤틀려버렸다. 그것만으로 내가 아닌 존재가 된다. 무한의 축복이 잔혹하게 변해버린다. 투쟁과, 전투의 시간이 온 것이다. 이곳에서 살아남아 최고가 되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고 그 변화를 이용해주겠다. 허나 잊어서는 안 되는 진실이 있다. 세상이 수 천 번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내가 너를 사랑했었다는 기억이다. 환각에 취한 듯 스콜의 시선은 어지러웠으며 흐려져 있었다. 온 몸을 지배하는 전율이 손가락 끝까지, 발가락 끝까지 도달했다. 그 순간 몸속에 잠들어있던 기운이 폭발해버렸다. 때론 어두운 듯, 때론 격렬하게 숨어있던 그의 진정한 모습이 타락의 끝을 보이는 연주하는 노랫소리에 동화되어 얼굴을 드러냈다. 자아를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자신은 존재하고 있는 걸까? 그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깨달음과 함께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우주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자신의 음악을 남겼다. 그가 사라져도 다른 이의 가슴속에 영원히 각인될 그 음악으로 밤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5 06:25:56 고친날 2005-12-09 16:35:58 읽은수 5451 [ 19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11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5화 잘츠부르크의 안개 차분한 도시였다. 길거리에서 노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뺀다면 나무위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작은 새들의 지저귐까지 들릴 정도로 잘츠부르크는 조용한 도시였다. 게다가 도시는 전체적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어있었다. 가로수들이 유난히 많을 뿐 아니라 나무를 베지 않고 집을 지었는지 집집마다 지붕을 뚫고 나온 나무가 꽤나 있었다. 지나쳐 보기에는 정감 있는 장면이었지만 나무를 그대로 두고 집을 지었다는 건 그만큼 건축기술이 발달한 도시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허나 시엘에겐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경관이 일체 들어오지 않았다. 어젯밤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숙을 한 탓에 목이며, 허리가 삐걱거려 못 살 지경이었는데 날씨까지 무더워 숨조차 쉬기가 벅찼다. 초봄의 날씨로 보기는 힘든 더위, 뿐만 아니라 해가 지면 날씨는 급속도로 추워졌다. 마치 중간대륙 남쪽에 있는 사막의 나라 무스펠하임의 기온을 그대로 옮겨놓았는지 일교차가 너무나 심했던 것이다. 이것은 잘츠부르크를 덮친 이상기후인 핌불베트르였다. "너무 아파." "시엘, 아침부터 투정부리면서도 용케 여기까지 달려왔네." "응, 그건 그래. 내가 생각해도 참 장해." 땀에 흠뻑 젖은 시엘의 투정에 아이리스가 순수한 눈웃음을 치며 도시를 바라보았다. 대략 10일 만에 보는 고향의 정경이었다. 원래라면 밤쯤에 도착해야 정상이었으나 동굴을 통해서 이곳까지 뛰어왔기에 다른 일행들보다 대략 반나절은 일찍 도착한 일행은 도시 입구에서 학교 측에서 나온 교사에게 체크를 하고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도시로 들어오면서 체크를 한 시간은 그 순간부터 정지하게 된다. 즉 이틀간의 긴 마라톤의 피로를 도시에서 푼 다음 다시 출발하기 전에 한 번 더 출발시간을 체크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이리스, 넌 집이 여기잖아. 한번 안 가 봐도 괜찮아?" "괜찮아. 겨우 10일밖에 안 됐는걸." 대답을 하는 아이리스의 눈빛이 조금 쓸쓸해지는 걸 시엘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저께 밤 기숙사에서도 고향얘기를 꺼내자 그녀의 눈빛은 왠지 모를 슬픔이 깃들어서 쉽게 말을 걸 수 없었다. "여긴 구경할만한 건 없어?" 아이리스가 쓸쓸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 시엘이 커다란 눈동자를 반짝이며 얼른 말을 돌려버렸다. "음, 도시가 워낙 작아서 특별한 건 없는데……." "없는데?" "콜로세움에 가면 아마 심심하진 않을 거야." 잘츠부르크 콜로세움, 직경이 190M, 외벽은 4층 건물높이에 내부는 최대 5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계단식 관람석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도시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기량을 시험하거나 싸움구경을 하기 위해 몰린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꽤나 유명한 관광명소로 손꼽히고 있었다. 그들은 아이리스의 손에 이끌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장소로 오게 되었다. 상당한 크기의 원형투기장 앞에 도착하자 도시가 전체적으로 조용한 것과는 달리 커다란 함성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굉장한데!" 듀란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지? 그나마 잘츠부르크는 콜로세움 때문에 유명한 편이야." 아이리스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해줬지만 정작의 그의 관심사는 콜로세움이 아니었다. "아니, 그것보다 저기 아가씨가 굉장하다고……." 길거리를 혼잡하게 가득채운 사람들 중에서도 거의 옷을 입고 있지 않은 묘령의 여인에게 홀려버린 듀란이었다. 그런 그를 하찮은 듯이 바라보고 있던 프레키는 애써 여인에게 쏠리는 시선을 거두며 정면에 놓인 웅장한 콜로세움을 바라보았다. "우리도 한번 참여해볼까?" "정말?" 콜로세움에서 승리하면 명예가 주어질 것이다. 자존심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가 이러한 기회를 마다할리 없었다. 무엇보다 도시로 나가기 전까진 프리마라톤의 시간도 누적되지 않기에 한번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쉽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칠 거다." 부푼 가슴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프레키의 등 뒤에서 찬물을 끼얹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콜이었다. 그는 이곳의 수준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물론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의 생도가 됐다는 건 카르마의 잠재력이나 자질이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얘기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 겨우 10일밖에 안된 햇병아리들이다. 스콜은 프레키나 듀란의 실력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높이 평가하는 편이었지만 이곳에 출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콜로세움에서 죽음의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기며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었다. 만약 1년 후라면 프레키나 듀란은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서 이곳의 사람들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수준이 될지도 몰랐지만 지금으로서는 우습게 여길 수준이 못 되었다. "흥, 자신 없으면 넌 빠지면 되잖아. 내가 멋지게 이겨주마!" 그렇게 말한 프레키가 먼저 인파 속으로 사라져갔다. 시엘과 아이리스도 그가 얼마나 활약할지 궁금했기에 굳이 출전하겠다는 프레키를 말릴 생각이 없었다. "어랏! 이게 누구야? 아이리스잖아." "……." 프레키가 사라진 인파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더니 아이리스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남자의 얼굴엔 미간을 중심으로 대각선의 기다란 검상이 있었는데 그녀는 그가 다가오자마자 한순간에 주눅이 들어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에 갔다고 하던데? 역시 헛소문이었지? 여기 있는 거 보니까 알겠네! 키키킥! 하긴 니플 같은 엉성한 검술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용병양성학교도 망할 때가 된 거겠지! 키킥!" 비꼬는 말투인데도 아이리스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옆에 있는 스콜의 귀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니플이 엉성한 검술이라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였다. 니플은 결코 약한 검술이 아니다. 단지 검으로 환상을 이끌어내야 했기에 제대로 익힐 수 있는 인간이 몇 없다는 게 단점이었다. "그래,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 아직도 그런 엉망진창인 검술을 연마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남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콜의 신경을 벅벅 긁고 있었다. "저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에 입학했어요." 존댓말을 쓰고는 있다. 그러나 대답을 하는 아이리스의 주먹은 꽉 쥐어져 있었다. 그걸 눈치 채지 못한 남자는 그녀가 아스크에 입학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비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프레키가 봤다면 당장이라도 결투를 신청했을 정도로 남자의 태도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리스는 저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세상이 망해가는 군! 니플 따위로 용병양성학교 아스크로 들어갔다니! 어쨌든 쫓겨나면 나한테 와라! 시녀 자리정도는 언제든지 시켜줄 수 있으니까! 키킥!" 듣기 싫은 비웃음소리를 흘린 남자가 아이리스의 어깨를 두들이자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이를 꽉 깨물고 똑똑히 대답했다. "니플은 절대 약한 검술이 아니에요!" "약한 검술이 아니라고? 아직도 인정하지 못한 모양인데 너에게 니플을 가르쳤던 그 이름 없는 용병도 결국엔 나한테 졌잖아! 키키킥!"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웃음소리를 남긴 남자는 몇 번 더 아이리스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인파 속으로 발길을 돌렸다. 옆에서 참다못한 시엘이 뭐라고 한마디 따지려했지만 아이리스가 재빨리 그녀를 잡아 세웠다. "시엘, 됐으니까 가지마." "하지만 저 남자가 널 너무 무시하잖아! 옆에 있는 내가 화가 날 정도인데 넌 괜찮아?" 괜찮을 리 없었다. 그녀가 존경하던 스승을 꺽은 남자였다. "수르트(Surt)남작이야. 저렇게 보여도 콜로세움의 마스터라서 누구도 함부로 못 대하고 있어. 어쩌면 저 사람의 말처럼 니플은 약한 검술일지도 모르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아이리스가 쓸쓸한 말을 남기자 시엘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이리스, 우린 친구 맞지?" "응, 당연하지." "그럼 무슨 일인지 얘기해줄 수 있어?" 시엘은 가끔씩 고향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두워지는 아이리스의 얼굴이 저 남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녀가 힘이 못되어준다면 제국의 황제인 아버지의 힘을 빌려서라도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당사자인 아이리스의 입장에선 하기 쉬운 얘기가 아니었다. 떠올리기 싫은 과거였지만 그녀는 친구들에게 무거운 아픔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천천히 과거를 털어놓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소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농가의 일을 거들고 있었다. 어서 끝내고 한시라도 바삐 가야할 곳이라도 있는지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던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정도면 됐다. 어서 아피(Afi)님한테 가보렴." "아빠, 정말? 고마워!" 소녀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며 헛간 한쪽에 고이 모셔두었던 무거운 장검을 여린 어깨에 지고 허둥지둥 뛰어가 버렸다. 소녀가 한참동안 뛰어간 끝에 도착한 곳은 조용한 산 속의 오두막, 이곳에 볼일이 있었다. "아피스승님, 계세요?" 소녀의 힘찬 외침에 집안에서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아무래도 어젯밤에 과음을 하고 뻗었는지 흐리멍덩한 눈빛에 주름이 잡힌 허름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집안에서 걸어 나왔다. 어딜 봐도 부실해 보이는 남자였지만 그를 본 소녀는 한 떨기 백합처럼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랬다. 행색은 거지가 '형님'할 정도로 초로한 남자였지만 그가 바로 소녀에게 검술을 가르쳐준 스승 아피였다. 2년 전 아피는 병약한 소녀에게 니플 같은 검술을 가르쳐줘봐야 뭐하겠냐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제자로 받아들였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대충 가르쳐주다가 잡일이나 시켜먹을 생각이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소녀는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니플은 검을 가볍게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검술이었다. 즉 무거운 물건도 요령 있게 들다보니 소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초체력이 향상되어 건강까지 되찾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소녀는 지금의 삶에 무척이나 만족하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있었다. "아피스승님, 니플은 얼마나 강한 검술이에요?" "음,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절망의 검술 니플은 세상에서 세 번째로 강한 검술이다." "그럼 첫 번째로 강한 검술도 가르쳐 주세요." 소녀의 당돌한 부탁에 아피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실력으로는 니플이외에 다른 검술을 가르치는 건 무리였다. "안돼!" 한참을 고민하는 척하던 아피가 소녀의 부탁을 거절했다. "왜 안돼요?" 소녀는 작은 눈매를 최대한 크게 뜨며 대꾸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 아피는 한숨부터 먼저 나왔다. 숙취 때문인지 두통이 몰려와 머리를 긁적인 그는 하나, 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음,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검술은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이고, 두 번째는 아마도 파괴의 검술 무스펠일거야. 하지만 두 검술 다 네 키보다 두 배는 큰 대검을 다루는 검술이라서……." 물론 할 줄도 몰랐지만 동심의 상처를 주기는 싫다는 핑계로 그건 얘기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첫 번째랑 두 번째로 강한 검술은 너 같은 작은 여자아이가 배우기엔 아직은 이른 검술이라 할 수 있지. 그러니까 네가 배울 수 있는 검술 중에서 가장 강한 건 니플이라고 할까?" 절망의 검술 니플, 현재 중간대륙의 잡병들도 구사할 만큼 흔한 검술이었지만 소녀는 대륙의 정황 따위는 알지 못했다. 아피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아피스승님, 그럼 오늘은 뭘 배워요?" "음, 벌써 니플을 배운지 2년이 넘었으니까 천천히 검을 나눌 때가 된 것 같은데……." "검을 나눈다고요?"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를 보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아피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마당에 아무렇게나 박혀있는 장검을 뽑아들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하얏!" 기합과 함께 허공을 향해 검을 몇 번 휘두르자 놀랍게도 검이 순식간에 수십 개로 불어났다. "봤지? 이게 나누는 거라고 하는 거야." "네!" 소녀가 힘차게 대답했다. "원래 이 스승님은 검을 수백 개까지 나눌 수 있는데 술이 덜 깨서 말이야. 하하하." 아피는 부끄러웠는지 머리를 긁적였지만 소녀의 눈동자엔 동경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보고 전장의 용병인 루테올룸이 되었는데도 전쟁이 무서워 산속의 작은 오두막에 숨은 겁쟁이라고 했지만 소녀의 생각은 달랐다. 아피는 강했다. 그리고 그가 쓰는 니플은 세상에서 세 번째로 강한 검술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소녀의 주위에 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지 않은가? 소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걸릴 때까지 오두막이 있는 산속의 작은 공터에선 소녀의 기합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자! 오늘은 병아리모양 쿠키다!" 언제나 점심때가 되면 아피는 소녀를 위해서 직접 쿠키를 구웠다. 비록 개수를 보자면 초라한 한 자리였으나 정성이 들어간 그의 쿠키는 세상 어느 과자보다도 달고 맛있었다. 소녀는 쿠키가 담긴 접시를 들고 있는 아피에게 한 걸음에 달려가더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아피스승님, 이거 호랑이처럼 생겼어요." 순간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가 봐도 병아리모양으로 보긴 힘들었지만, 처음 의도가 병아리였기에 호랑이로 보기에도 조금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응? 그래? 하하하! 이거 예리한 걸! 사실은 호랑이모양이야!" 그는 방금 전에 자신 있게 내뱉은 병아리를 얼른 집어넣어버렸다. 그러나 소녀의 의심을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언제나 솔직한 소녀였다. "거짓말이죠?" "아냐! 정말 호랑이모양으로 만든 거야! 너의 안목을 시험해본거야! 니플을 하기 위해선 동체시력도 굉장히 중요하거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근데 왜 다리가 두개에요?" 아차! 당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진 아피는 초라한 등을 보이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소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큰일이다. 삐졌다. 소심한 성격의 아피를 너무 몰아붙인 탓이다. "와! 이거 누가 만들었어요? 호랑이모양 쿠키 정말 맛있어요!" 소녀는 일부로 오두막 안에 있는 아피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치며 정성이 가득 담긴 쿠키를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약효는 바로 나타났다. 소녀의 말에 오두막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아피가 고개를 빠끔히 내민 것이다. "그치? 호랑이모양 쿠키 맛있지?" "네!" "내일도 호랑이모양 쿠키 만들어줄게!" "네!"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구분하기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었다. 쿠키를 다 먹은 소녀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아피도 알고 있었다. 소작인의 삶이란 그리 넉넉한 편이 못되어서 어린아이의 손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 내일 보자." 아피의 말에 무거운 장검을 어깨에 짊어진 소녀는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산을 터벅터벅 내려왔다. 너무나 가난한 살림, 남들이 보기엔 몸서리쳐질 정도로 힘들어 보이는 삶이었지만, 소녀는 싫은 내색 한번 안하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험악하게 생긴 남자와 산속에서 마주쳐버린 것이다. "어랏! 조그마한 게 검을 들고 있네!" "아저씨는 누구예요?" "나 말이냐? 난 그 이름도 유명한 수르트남작님이시다!" 소녀는 산속에서 만난 남작에게 기가 팍 죽었다. 아피와는 달리 인상이 험악했을 뿐만 아니라 몸도 우락부락해서 꼭 산속에 사는 곰하고 마주친 기분이었다. "그것보다 꼬마야! 넌 왜 이런 산 속에서 검을 들고 있냐? 혹시 검술이라도 연마하고 있었냐? 키키킥!" 무시하는 듯한 말투가 확연히 드러났다. 소녀는 조금 기분이 나빠서 얼굴을 살며시 찌푸리면서도 자신 있게 대답했다. "네, 세상에서 세 번째로 강한 검술을 배우고 오는 길이예요!" "뭐라고? 세 번째? 이 꼬마가 장난하나!" 더 물어볼 가치도 없이 거짓말이라고 여긴 남작은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소녀의 팔을 꽉 잡고 심문을 하듯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다. "무슨 검술이 세상에서 세 번째로 강한데? 어서 말 해봐라." "아파요." "말 안하면 팔을 부러뜨릴 거야." "아악! 아파요! 니플이에요!" 소녀의 비명소리에 섞여 니플이라는 얘기를 들은 남작은 어이가 없는지 한참을 비웃었다. "키킥! 난 또 뭐라고, 절망의 검술 니플은 쓰레기들이나 쓰는 검술이야. 하긴 너 같은 거지같은 옷차림을 한 꼬마한테는 어울리는 검술이지! 그래! 키키킥!" 소녀는 잡힌 팔이 아프면서도 눈을 부릅뜨고 곰처럼 생긴 남작을 노려보았다. "아니에요! 아저씨보다 훨씬 강한 아피스승님이 니플은 이 세상에서 세 번째로 강한 검술이라고 했는걸요." "나보다 강하다고? 그 녀석은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야. 넌 니플이 왜 절망의 검술이라고 불리는 줄 아냐? 검술을 쓰면 쓸수록 절망하게 되거든! 그래서 절망의 검술이라고 불리는 거야! 키키킥!" 그 말에 소녀의 눈망울이 흐려지더니 눈물 한 방울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물론 남작에게 잡힌 팔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녀의 꿈은 니플로 아피 같은 훌륭한 용병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남작은 그 꿈을 무참히 짓밟고 있었다. "참! 이 기회에 그 스승이란 작자를 만나봐야겠다. 어디서 사기 칠 게 없어서 꼬마한테 사기를 치고 다니는 거야. 내가 보여주마. 니플이 얼마나 형편없는 검술인지! 키키킥!" 소녀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왠지 모르지만 남작이 아피에게 해코지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녀는 가기 싫어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고, 남작은 쥐고 있던 팔을 더욱 쌔게 쥐며 질질 끌고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려고 하였다. "끼아악! 아악! 우앙앙~" 잡힌 팔이 끊어질 것 같은 통증, 남작의 손톱이 깊숙이 박혀 여린 살결에선 피가 터져 나왔다. 팔 한쪽이 피로 물들자 소녀는 질질 끌려가면서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런데도 남작은 그러한 소녀를 보면서 흥겨운지 악마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엉엉, 놔주세요. 팔 아파요." "시끄럽다!" 짝! 남작이 손을 들어 소녀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그만하시죠!" 그때 산중턱에서부터 아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서럽게 울먹였다. "네 녀석이 이 꼬마한테 사기를 쳤냐?" "무슨 말씀이시죠? 사기라뇨?" 소녀의 비명소리를 듣고 오두막에서 단번에 뛰어내려온 아피는 수르트남작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잘츠부르크의 무법자'라고 불릴 정도로 성격이 흉폭 할 뿐만 아니라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람을 죽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귀족이라는 특권으로 무죄로 풀려난 후 예전보다 더욱 거칠게 행동을 한다는 얘기도 들어왔었다. "니플이 세상에서 세 번째로 강한 검술이라는 개소리를 흘리지 않았냐?" "아니, 그건!" "어디 한번 보자! 네 녀석이 말한 니플이 얼마나 강한지!" 아피를 노려보던 남작은 더 이상 소녀에게는 관심이 없는지 길바닥을 향해 힘차게 던져버렸다. 마치 물에 젖은 인형처럼 땅바닥에 떨어진 소녀는 힘없이 나뒹굴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아피는 그 장면에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든 아피, 그는 사실 마을 사람들의 말처럼 전쟁이 무서워서 산속 작은 오두막에 기거하고 있었다. 겁쟁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단 한사람, 그를 위대한 사람처럼 봐주는 소녀가 있었다. 아피가 별거 아닌 걸 보여줘도 감탄하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봐주는 소녀, 그에게 있어선 이 세상 누구보다 소중하고 고마운 아이였는데 지금 그 소녀가 아파하고 있었다. 죽을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다쳐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에 자연히 이가 갈렸다. 스승으로서 제자가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어찌 모른 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피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용케 삼키고 냉정하게 지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남작이 아래쪽에서 달려오는 형국이니 그리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니플을 최대로 전개해보겠다고 다짐하며 신경을 집중했다. 허나 세상일이란 게 언제나 그렇듯 마음먹은 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달려오던 남작이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서 그가 있는 곳으로 휘두르자 무엇인가가 '톡'하고 쏘아졌다. 동시에 자신의 배에 작은 침 같은 게 박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술에 취해버린 것 같았다. 어지러움과 함께 정신이 가물가물해졌다. 남작의 몸이 두개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끝내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해져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어지는 통증, 말 못할 고통이 온 몸을 지배하자 아피는 한쪽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속을 뒤집어 놓았는지 점심 때 먹은 빵 쪼가리를 토해버린 아피는 각오를 다지며 눈을 감았다. 보이지 않는다. 평소였다면 아마도 도망쳤을 것이다. 아니면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구걸이라도 했을 테다. 그래,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소녀가 있다. 그를 응원하는 소녀의 눈동자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피는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도 검을 내찔렀다. 칼날은 순식간에 수십 개로 불어났지만 남작은 그저 멀찍이 떨어져서 비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던 남작은 니플이 만든 카르마가 점차 약해지자 천천히 다가가 검을 치켜들어 단번에 아피를 베어버렸다. "커헉!" 허무한 결말이었다. "키키킥! 좋아!" 남작은 인간의 육신을 베어낼 때 드는 이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살인을 할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계약을 하고 싶을 정도로 그는 육질을 베어낼 때 드는 쾌감에 빠져있었다. 반면 독에 취해 반격 한번 못해보고 검에 깊게 베여져버린 아피는 피를 토하면서도 소녀에게 못난 모습밖에 보이지 못했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쓰러졌다. 결국 평생을 겁쟁이로 살아가다 자신을 스승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던 소녀하나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다. "쿨럭, 아, 아이리스……." 기고 있다. 소녀를 향해 기어가는 아피를 바라보며 남작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쓰레기들이라서 별로 재미도 없군! 키킥!" 소녀도 울었다. 힘이 없는 게 너무나 억울했는지 남작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한참을 울부짖었다. 몸에 있는 수분이 다 빠져버릴 정도로 눈물을 흘린 소녀는 결국 정신을 잃어버렸다. 얘기를 끝낸 아이리스의 눈동자는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흐릿하게 젖어있었다. 그녀의 사정을 듣고 난 시엘은 그녀를 감쌌고, 듀란은 차가운 눈빛으로 오늘 밤 그 남자, 수르트남작을 암살해버리기로 결심을 굳힌 채 콜로세움의 관람석으로 향했다. 그때 콜로세움의 중앙으로 아까 신청을 하러갔던 프레키가 들어왔다. 오히려 아이리스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응원하자고 했고, 시엘과 듀란도 그녀의 심경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빈 관람석에 앉아 프레키를 향해 박수를 쳤다. 모두가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격양되어서 프레키를 응원하는 사이 그들의 뒤쪽에 있던 스콜은 조용히 일행에게서 떨어졌다. 일행 중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빠져나온 그는 콜로세움 1층에 있는 잡화상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후드가 깊숙이 내려와서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망토 하나랑 저기 있는 은가면 하나 얼마죠?"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6 11:56:42 고친날 2006-02-27 19:22:18 읽은수 5063 [ 25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12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잡화상점에 들어간 스콜이 신분을 감출 수 있는 옷가지를 사는 동안 콜로세움 안은 꽤나 시끄러웠다. 투기장으로 막 들어선 젊은 남자를 보고 처음엔 어느 누구도 그의 승리에 손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하나 없는 매끈한 얼굴과 값비싸 보이는 화려한 옷차림을 보고 관객들은 야유를 보냈다. 그들은 엄연히 돈을 내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한눈에 봐도 풋내기 같은 외모를 한 남자 때문에 괜히 시간낭비만 하게 생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봐, 우린 땅꼬마가 노는 걸 보러온 게 아니야!"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라고!" 물론 여성관객들은 귀품이 느껴지는 그의 외모에 호감을 가지는 것 같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었다. 그러다 진행자가 뒤늦게 그의 내력을 소개하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야유를 보내던 관객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바,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프레키 발라스칼프님입니다. 사용하는 검술은 오딘입니다!" 제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외아들, 그의 이름이 진행자의 입에서 거론되었다. 관객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건 단순히 그가 공작가문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관객들 대부분이 평민이었기에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귀족의 자제가 참여했다면 이때다 싶어 더욱 조롱했을 테지만 발라스칼프공작가문만은 예외였다. 타 귀족과는 다르게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은 정치적인 힘으로 권력을 쥐었다기보다는 전쟁에서 무훈을 세우며 명성을 떨친 가문이었다. 딱 잘라 오딘이라는 검술 하나로 이름 높은 명가였다. 그렇다보니 처음에는 야유를 던졌지만 그의 내력을 알게 되자 재미있는 승부가 펼쳐질 것 같다는 기대감에 관객들은 그의 맞은편에서 나온 상대가 누군지 확인했다. 프레키의 맞은편에 선 남자, 탄탄한 체구와 수많은 상처들만 봐도 콜로세움에서 많은 경험을 가진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도 처음엔 프레키를 보고 싱거운 시선을 던지다 진행자의 소개를 듣고 나서야 긴장이 되는 듯 했다. 그 역시 제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오의인 오딘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윽고 투기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콜로세움 안에 울려 퍼졌다. "어디 한번 검술을 펼쳐봐라! 꼬마야!" 힘차게 외친 남자는 그대로 달려들어서 바위처럼 튼튼한 주먹을 프레키를 향해 휘둘렀다. 매서운 권풍이 몰아칠 정도로 위력적인 주먹인건 확실하나 맞지만 않는다면 솜방망이나 다를 게 없었다. 프레키는 힘겹지 않게 남자의 내질러지는 주먹을 피해내었다. 노도(怒濤)와 같은 주먹이 몇 차례나 쏟아졌지만 그는 용케 다 피해내고 있었다. 프레키가 아무런 반격도 가해오지 않자 주먹을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고 여겼는지 남자는 더욱 신이 나서 주먹을 내질렀다. 살상적인 위력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상대는 프레키를 너무 얕잡아봤는지 빈틈을 너무 쉽게 드러냈다. '어리석은!' 프레키의 입가에 자신감에 찬 미소가 그려졌다. 대기에 긴 호를 그리며 휘둘러진 칼날은 남자의 비어있는 옆구리를 그대로 베어버렸다. 피가 튄다. 프레키는 붉은 핏방울을 보며 승리를 확신했다. 허나 그러한 생각조차도 프레키 역시 남자를 은연중에 얕보는 것인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퍼억! 검에 베어져 화끈한 통증이 뇌를 찌를 텐데도 남자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휘둘러 프레키의 가슴을 정통으로 후려쳐버렸다. 단 한방에 나가떨어진 그는 입가로 흘러내리는 핏줄기를 닦아내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스콜의 말대로 결코 얕잡아볼 수 있는 곳이 아닌 듯 했다. 그렇게 방심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천성인지 검이 들어가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을 풀어버렸다. 프레키는 입속에 고인 피를 땅바닥에 퉤하고 뱉으며 남자에게 손짓을 했다. "와라!" 상대를 바라보는 그의 눈매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애당초 전력을 다했다면 한방에 보낼 수 있는 상대였다. 그 후 몇 차례의 주먹이 내질러졌지만 전력을 다한 프레키의 일 검에 승부는 어렵지 않게 끝을 맺었다. 그의 검이 휘황찬란하게 대기를 긋자 남자는 팔뚝에 심한 부상을 입고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프레키 발라스칼프 1승!" 진행자의 말에 관객들은 환호했고, 프레키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음상대를 맞이했다. 오늘로서 중간대륙에 다시 한번 오딘의 위명을 떨치는 날이 될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주위의 예상과는 달리 프레키는 무서운 기세로 연승궤도에 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4연승을 한 그는 이제 5연승의 제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관객들의 기대 속에 맞은편의 문이 열리면서 그의 다음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드가 달린 망토를 깊숙이 눌러쓰고 있어서 정체를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지독하게 강렬한 카르마를 갈무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상대였다. 게다가 은 가면까지 쓴 걸로 봐서 신분의 노출을 굉장히 꺼려하는 자인 걸 알 수 있었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 그를 소개하려던 진행자가 갑자기 체하기라도 한 듯 멈칫했다. "아, 아스크……." 단 세 마디에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용병왕 아스크의 이름이었다.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암묵적으로나마 아스크란 이름을 태어나는 아기에게 지어주는 걸 중간대륙에선 엄격히 금기시하고 있었다. 물론 딱히 법으로 정한 건 아니다. 단지 용병왕이 중간대륙에 모습을 드러내면 누구나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조용히 지켜왔던 법칙이었다. "검술은 니플입니다." 진행자는 자기 입으로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아스크란 이름과 정체를 가리고 있는 옷차림만 보고 왠지 소름이 끼치기까지 했는데 검술 란에 적힌 니플을 보고 김이 새버렸다. 니플 따위를 쓴다는 걸로 보아 진짜 용병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관객들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는지 먹고 있던 음식물을 그에게 던지는 자까지도 생겨났다. "용병왕의 이름을 겁도 없이 쓰다니!" "미친 거 아냐!" 관객들의 반발은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무리도 아니었다. 귀족들에게 있어서 아스크란 존재는 실존인물이기를 꺼릴 뿐 아니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존재임에 분명했다. 이유는 평민도 마음만 먹는다면 될 수 있는 용병의 직위를 자신들과 같은 위치에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콜로세움의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평민들에게 있어서 아스크란 존재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위치에 서있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로 인해 귀족의 괄시를 덜 받고 살수 있게 됐는데 지금 니플 따위를 쓰는 정체도 불분명한 자가 아스크란 이름을 쓰고 있으니 비방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다. 관객들 대부분이 그를 욕하고 있었지만 아이리스의 눈빛만은 남다르게 변해있었다. 모두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녀가 아는 한 콜로세움이 세워진 이래 니플을 가지고 투기장에 들어온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다. 흔한 검술인 만큼 니플을 쓴다는 것 자체가 패배와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이리스는 그러한 니플로 콜로세움에 서리라 다짐하며 지금까지 검술을 갈고 닦아왔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도 그녀의 생각을 대변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저 사람 이름이 용병왕이랑 똑같은 걸 가지고 다들 너무 하는 거 아냐?" 시엘은 반응이 요란한 관객들을 보고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넓은 대륙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을 것 같았다. "시엘, 모르고 있었어? 아스크는 용병왕 이외엔 쓸 수 없는 이름이야. 설사 아스크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해도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못 견디고 결국엔 이름을 바꾸게 된단 말이야. 어느 지역인가 작은 마을에선 아스크를 신으로 추앙할 정도야." "그래? 그럼 미드가르드에 아스크란 이름을 쓰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단 말이야?" "그건 나도 모르지. 내가 아는 건 잘츠부르크에는 적어도 아스크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었어." 아이리스의 얘기를 들은 시엘은 커다란 눈동자를 더욱 크게 뜨고 정체불명의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렇다는 얘기는?" "둘 중 하나겠지. 장난이 지나친 괴짜이거나, 아니면 정말 용병왕일 가능성도 있어." 만약 그가 진짜 용병왕이라면 역사의 길이 남을 만한 날이었다. 55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허나 그 가능성은 희박했다. 시엘이 생각하기에 그가 정말 용병왕이라면 아이리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굳이 약한 니플을 사용하기 보단 용병왕하면 떠오르는 검술인 아슈켈론을 들고 나왔을 것이다. "아닐 가능성이 크겠지?" "아마도 그냥 이름만 같은 걸 거야." 시엘과 아이리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콜로세움 중앙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반면 은가면 속에 감춰진 스콜은 아스크란 이름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55년간 쓰지 않았던 이름을 쓴 이상 아무리 프레키라도 어중간하게 상대해줄 수는 없었다. 스콜이란 이름의 무게와 아스크란 이름의 무게는 그야말로 천지차이였다. 비록 스콜도 루브룸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스크는 그러한 개념자체를 만든 이름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그는 눈앞에 서있는 프레키를 노려보았다. 은가면 속에 가려진 매서운 눈매, 게다가 아스크라는 이름, 프레키는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었다. 이성은 진짜일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지만 그의 몸이 뭔가 심상치 않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설마 진짜냐?" "물러나라." 죽고 싶지 않다면 항복하라는 나지막한 경고였다. 프레키는 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자신의 몸이 두 쪽으로 갈려 뇌수와 내장이 주르륵 쏟아지는 환상을 보았다. 식은땀이 이마에 맺힌다. 지독한 살기 앞에 머리가 바짝 얼어버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은 프레키는 자신도 모르게 한발 물러서버렸다. 말도 안 되는 카르마! 더 이상 그가 아스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눈앞에 있는 남자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그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어떻게 죽는다는 걸 미리 체험했기 때문이다. "항복하지." 힘없이 돌아서서 걸어 나오는 프레키, 너무나도 쉽게 항복을 선언한 그를 보고 관객들과 진행자는 의혹에 찬 눈초리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시엘과 아이리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라고 치부해버릴 만한 일이었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프레키가 너무나도 쉽게 기권을 한 것도 모자라 콜로세움의 중앙에 들어서는 전사들마다 칼 한번 부딪쳐보지 않고 기권을 하며 내려오고 있었다. '도대체 저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의문에 휩싸인 눈동자로 시엘은 정체불명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처음에 두, 세 명이 기권을 선언했을 땐 단순히 아스크라는 이름의 무게 때문에 물러선 것이라 어림짐작해버렸다. 그런데 그 수가 점점 많아지자 그녀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콜로세움의 중앙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벌써 9연승 째였다. 아이리스의 말에 의하면 현 콜로세움의 마스터인 수르트남작의 기록이 13연승으로 앞으로 이런 식으로 5연승만 더 하게 되면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콜로세움의 연승기록을 갱신하는 것이었다. 즉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때 수많은 관객들 사이에서도 용케 시엘과 아이리스를 발견한 프레키가 옆으로 다가와 힘없이 주저앉았다. "휴, 여기 있었군. 한참 찾았다." "프레키, 아까 왜 그냥 항복했어?" "차원이 다른 상대였으니까……." 아이리스의 물음에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을 한 프레키는 콜로세움 중앙에 서있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쏘아보았다. "차원이 다르다고? 어떻게?" 그녀가 궁금하다는 듯이 다그치자 그는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있는 환상에 도리질을 쳤다. "봐버렸어. 저 남자한테서 온 몸을 찢을 것 같은 카르마가 뻗쳐 나오더니 내 몸이 두 동강이가 나더라. 이런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계속 서 있으면 죽는다는 확신이 들었어. 아마 항복을 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느꼈을 거야." 카르마만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전의를 상실하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선 뱀과 개구리, 혹은 호랑이와 토끼처럼 천적관계만큼의 힘 차이가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프레키는 미련 없이 기권을 선언한 것이다. "혹시 정말 아스크가 아닐까?" "어쩌면 그럴지도, 하지만 어째서 니플이지?" 터무니없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프레키의 말이 사실이라면 진짜 용병왕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물론 몇 가지 문제점은 노출돼있었다. 어째서 이곳에? 그리고 어째서 중간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검술 중에서 니플이냐는 거였다. 12연승, 이제 관객들도 반수 이상이 콜로세움의 중앙에 서있는 남자를 보고 혹시 용병왕이 아닐까하는 의심에 사로잡힌 시선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허름해 보이는 망토의 후드를 깊이 눌러쓰고 있어서 전혀 정체를 짐작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궁금증을 부채질했다. 그때 그의 맞은편의 창살로 된 철문이 천천히 올라가더니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미간을 중심으로 대각선으로 그어진 검상, 수르트남작은 안 그래도 험한 인상을 구기며 걸어오더니 후드를 깊숙이 눌러쓴 남자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콜로세움의 관객으로 있던 부관 중에 하나가 긴급히 달려와서 그의 연승기록인 13연승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한 걸음에 달려온 수르트남작, 그는 눈앞의 남자를 보자 괜한 기우였다는 생각을 가졌다. 은 가면과 허름한 망토로 정체를 감추고 있어서 처음엔 주의 깊게 보았는데 그가 들고 있는 흔해빠진 장검이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편없는 카르마를 보아 그리 강한 상대가 아닌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더군다나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그가 쓰는 검술이 니플이라는 걸 알고 있는 이상 확실한 승리로 장식을 해주어야만 했다. 남작은 어떻게 그를 요리할까 고민을 하며 점점 뜨거워지는 햇살아래 서있었다. "이봐! 듣자 하니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12연승까지 했다며? 다른 사람한테 어떤 속임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나한텐 안 통해! 키키킥!" 여전히 기분 나쁜 웃음소리였다. 남작은 모르고 있었다. 눈앞에서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먹잇감이 미리 겁을 먹고 도망가지 않도록 스콜이 일부러 카르마를 완벽히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제안 하나 할까?" "키키킥! 무슨 제안인지는 몰라도 뇌물이라면 사양한다! 난 너희 같은 평민이 아니라서 돈보다는 명예를 중요시하거든!" 남작은 스콜의 행색과 카르마를 보고 실력이 형편없음을 짐작하고 미리 선수를 쳤다. 아마 상대가 강해보였다면 타협의 여지를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콜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예상을 가볍게 빗나갔다. "데스매치!" "뭐라고? 데스매치를 하자고? 건방지게도 겁 대가리를 상실했구나!" 말 그대로 둘 중 하나가 목숨을 잃을 때까지 죽음의 투기를 하자는 제안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남작은 인간의 살점을 마음껏 벨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심 반겼으나 지켜보는 관객들의 눈이 많았기에 겉으로는 귀족의 명예가 훼손되어 화가 난 척하며 진행자에게 투기방식을 건의했다. 곧 그들이 들어왔던 양쪽의 창살로 이루어진 철문이 닫히자 분위기를 읽은 관객들이 오랜만에 이는 흥미로움에 들뜨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아스크와 수르트남작님의 데스매치를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 콜로세움은 뜨거운 환호로 가득 찼다. 오랜만에 벌어지는 데스매치였다. 아스크라고 밝힌 남자가 이길까? 아니면 콜로세움의 마스터인 수르트남작이 이길까? 더군다나 목숨을 걸고 겨루는 일전이었기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는 것만은 분명했다. "간다!" 남작은 친절히도 공격할 의사를 밝히며 스콜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치켜세운 남작이 스콜을 단번에 베어내려고 내리쳤지만 그는 가볍게 검을 피하며 발을 들어 남작의 배를 걷어 차버렸다. "큭!" 가벼운 발차기라 여겼는데 내장이 뒤틀린 것 같은 충격에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선 남작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용케 버티고 서있었다. 그러나 스콜은 그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단번에 거리를 좁힌 스콜이 다시 한 번 더 힘차게 남작의 배를 걷어 차버렸다. 좀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충격, 지독한 충격이 척추를 타서 뇌를 깨부수고 있었다. 남작은 내장이 뜯겨져 나가는 통증에 피를 한사발이나 토해내며 무릎을 꿇었다. 대결은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싱거운 대결구도가 펼쳐지자 관객들은 정말 용병왕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더욱 깊게 품으면서도 한편으론 수르트남작을 응원했다. 그는 명색이 콜로세움의 마스터였다. "이봐! 마스터, 힘내라고!" 허나 지금 남작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단 두 번의 발차기를 맞았을 뿐이지만 생전 처음으로 겪어보는 아픔이었다. "키키킥! 오랜만에 쓰는 군!" 너무 아파서 미친 것일까? 남작은 입으로는 붉은 피를 질질 흘리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비웃음을 지으며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햇살아래 무엇인가 빛나는 작은 물체가 스콜에게 쏘아졌다. 예전에 아이리스의 스승인 아피를 죽일 때와 마찬가지로 독이 묻은 침이 검에서 발사된 것이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스콜은 왼손을 들어 날아오는 침을 어렵지 않게 튕겨내 버렸다. "너의 실력이란 게 고작 이런 거였냐?" 쏘아버린 침을 집게손가락 하나로 쳐내버리는 무위에 놀라는 남작과는 반대로 스콜은 찝찝한 기분을 털어버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잘츠부르크 콜로세움은 중간대륙을 대표할 정도로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프레키가 4연승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나름대로 대진 운이 뒤받침이 되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 곳의 마스터라는 수르트남작의 실력이 프레키보다 낮으면 낮았지 높아보이진 않았다. 한 마디로 이 실력으로 13연승을 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분명 무엇인가가 있었다. "궁금하냐? 내가 어떻게 13연승을 했는지? 키키킥!" 그 말을 던진 수르트남작의 몸에서 이질적인 느낌의 카르마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중간대륙에 살아가는 생물체와는 사뭇 다른 카르마에 스콜은 그제야 모든 상황을 추리해낼 수 있었다. 어제 동굴에서 만났던 마물이 한 말이 생각난 것이다. 분명 악한 인간과 계약을 할 수 있어서 부서진 문틈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잘츠부르크에서 마성(魔性)의 카르마를 뿜어내는 수르트남작,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으나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는 상황에 스콜은 검을 꽉 쥐었다. 처음엔 단지 니플의 무서움을 가르쳐주기 위해 도망가지 못하도록 데스매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상대가 인간이길 포기한 마물의 숙주였다면 봐줄 필요가 없었다. "네 녀석이 진짜 용병왕 아스크라고 해도 날 이길 수 없을걸? 게다가 니플 따위를 쓰는 이상! 키키킥!" 입속에서 흘러넘치는 피를 훔쳐낸 수르트남작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성의 카르마를 끌어올린 이상 패배란 없었다. 눈앞에 서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어떻게 요리해줄까 하는 고민에 빠질 뿐이었다. "덤벼봐라. 니플 따위는 나의 피부를 뚫지도 못한다! 키키킥!" 남작은 자신했다. 검술이란 검으로 인간의 가죽을 효율적으로 베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만약 검술을 당하는 상대가 바위처럼 튼튼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검술이 강하더라도 결국 무용지물이었다. "어리석은 자……." 은가면 속에 가려져있던 스콜의 눈매가 무섭게 번뜩였다. 살육의 향연에 취한 남작은 자신의 힘을 가늠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았다. 검을 휘두를 가치도 없는지 눈부신 빛처럼 순식간에 다가간 스콜은 방금 전처럼 남작의 머리를 힘껏 발로 차버렸다. 파악! 거세게 내질러진 스콜의 발에 정통으로 머리를 맞은 남작은 대략 3M가량을 날아가더니 땅바닥에 처박혀버렸다. 말 못할 고통 때문인지 땅바닥에 뻗어버린 그는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커헉!" 뭔가 이상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뇌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세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두 팔로 땅바닥을 집고 일어서려고 했는데 너무나 어지러워 일어서지도 못하고 다시 쓰러져버렸다.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남작은 분명 마물과 계약을 해서 강철도 튕겨내 버리는 피부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단 한번의 발차기로 턱의 감각이 없어져버렸다. 침을 뱉어내자 목구멍에서 터져 나온 피에 섞여 누런 이빨이 몇 개나 보였다.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뇌를 찌르고, 어지러움 때문에 구역질이 나오려고 해서 고통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현실을 이해할 수 없던 남작은 여전히 눈앞에서 차분히 서 있는 스콜을 노려보았다. "크윽! 설마 너도 마물과 계약을 했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다. 아직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남작은 스콜이 강한 이유도 그처럼 마물과 계약을 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해 못하겠냐? 네 녀석이 계약을 한 사마귀는 이미 내 손에 소멸되었다. 지금 네 놈에게는 마물과의 계약을 했던 증거로 남아있던 마성의 카르마만이 허상처럼 뿜어져 나왔을 뿐 실질적인 힘은 없다는 말이다." 그제야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지 깨달은 남작은 눈을 크게 뜨며 스콜을 응시했다. 그는 방금 전 발차기로 얼얼한 턱과 찢어진 볼을 감싸며 기어서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거짓말! 그럴 리가 없어! 결코 인간 따위가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마물은 약하지 않아! 아하! 나한테 거짓말을 해서 겁을 주려고 하는 거 다 알아! 키키킥!" 몸은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아둔한 자였다. 스콜은 앉은 채로 뒷걸음을 치는 남작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가선 검을 겨누었다. "인정하든 안하든 상관없다. 마물과 계약을 하고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한 네 놈의 이해 따위는 필요 없다." 남작은 무서웠다. 지금껏 항상 약한 사람들에게 이런 공포와 두려움을 선사했었지 받은 거의 적은 없었다. 미간에 있던 상처가 육신 거린다. 어렸을 때 학대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살점을 베어낼 때 드는 충만한 기분으로 베어질 때의 통증과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믿어왔었다. 스콜이 검에 흉흉한 카르마를 불어넣자 남작은 그제야 두렵다는 감정을 다시 뼈저리게 느꼈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자, 잘못했어! 살려줘! 도,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께!" 피투성이에 엉망진창이 돼버린 남작에게서 더 이상 귀족의 자존심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살기 위해서 발악하는 벌레처럼 땅바닥을 기면서 스콜에게서 떨어지고 있었지만 결국엔 창살로 이루어진 문과 콜로세움의 벽에 가로막혀 도망갈 곳을 잃어버렸다. 두려움에 떨고 있다. 공포에 떨고 있다. 스콜은 경멸이 섞인 눈빛으로 남작을 바라보면서 우선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그가 마물과의 계약을 한 사실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였다. 원래의 그의 목적은 아이리스와 중간대륙의 사람들에게 니플이 절대 약한 검술이 아님을 보여주려 했었다. "들어라!" 스콜은 목소리를 깔면서도 거칠게 소리쳤다. 카르마만으로 천지를 쪼갤 듯한 목소리에 콜로세움의 벽에 몰릴 때까지 몰린 한 남자의 죽음을 기대하고 있던 관객들도 잠시 환성을 멈췄다. 기묘한 관경이었다. 눈으로 보기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귀로 듣기엔 단 한명도 없었다. 쥐죽은 듯 조용했다. "니플은 나 용병왕 아스크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검술이다!" 아마 스콜이 그러한 말만 던졌다면 관객들은 그의 의견을 묵살해버렸을 테지만 그 말을 뒷받침하는 겁 없는 행동이 이어졌다. 그가 하늘을 향해 검을 몇 번 휘두르자 수백 개의 칼날이 폭풍 같은 기세로 솟아오르더니 하늘을 찢어버리고 있었다. 대기가 지른 소름끼치는 비명만으로 관객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버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온 몸을 지배하는 소름, 이제 그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55년 만에 용병왕이 중간대륙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이 지금까지 하찮게 여겼던 니플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관객들은 아직까지도 하늘을 찢고 있는 칼날들을 보며 니플의 리미트가 펼쳐진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이것이 니플의 최종오의다!" 리미트, 아직 구경조차 못한 것이다. 스콜의 외침과 함께 그가 들고 있던 검이 흐릿해지더니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대신 검을 쥐고 있던 오른팔에서 안개가 스르르 피어올랐다. 무더운 날씨, 눈부신 태양빛이 내리쬐는 날 피어오른 기묘한 안개는 곧 스콜의 온 몸을 감싸더니 주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절망(切望)의 검(劍)! 최종오의(最終奧義)! 천년(千年)의 연(煙)! 스콜이 한 걸음 내딛자 바로 앞에 있던 남작과 그 뒤에 있던 벽을 향해 안개가 서서히 퍼져나갔다. "크아악! 아악!" 처절한 비명소리! 안개에 닿은 남작의 한 팔이 서걱거리며 힘없이 잘려나가고 있었다. 잘게 썰린다. 피가 튀고 뼈가 조각난다. 안개가 감싼 벽도 예외일 수 없었다. 마치 두부처럼 힘없이 뭉개져버렸다. 니플은 말 그대로 죽음의 안개였다. 인간의 살점이 하나하나 분해가 되는 참혹한 장면에 관객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만 가르쳐주마. 니플의 절망(切望)은 희망이 끊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절실한 희망이라는 뜻이다. 내일이 없는 소녀에게 절실한 희망을 담아 만들어준 검술이다." 스콜은 남작에게만 들릴 정도로 나직막이 얘기하면서 떠오르는 한 소녀를 애써 머릿속에서 떨쳐내었다. 그녀를 생각하자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싶은 분노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남작은 오른팔을 집어삼켜버린 핏빛 안개 때문에 공포에 질렸는지 그의 말을 이해 못하고 있었다. 그저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하지만 들어야 했다. 듣고 이해를 해야만 살 수 있었다. "자, 선택해라. 이 자리에서 죽겠느냐? 아니면 다신 마물을 불러내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겠느냐?" "사, 살려주시는 겁니까? 살려주세요! 제, 제발 살려주세요!" 남작은 한 팔을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죽지 않기 위해 바닥을 기며 스콜의 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을 해왔다. "살고 싶으면 입을 벌려라." 그가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일단 살기위해 남작은 시키는 대로 될 수 있는 한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비정함이 감도는 눈빛을 한 스콜이 남작의 입 속에 왼손을 쑤셔 넣었다. "컥! 사, 사, 살려주신다고!" "약속대로 살려준다. 다만 마물과 계약을 할 수 없도록 혀는 내가 가져가겠다." 잔혹하고 끔찍한 말에 남작의 눈이 부릅떠졌다. 혀를 뽑는다는 게 무슨 말인가! 지금까지 느꼈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공포에 그는 온 몸을 떨며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된 남작은 제발 혀를 뽑지 말라는 부탁으로 남은 왼팔로 스콜의 다리를 꽉 잡고 빌 뿐이었다. 지지직! 역겨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스콜의 한 손엔 한 뼘 가량의 빨간 핏덩이가 남작의 입속에서 뜯겨져 나왔다. 그는 극심한 충격으로 정신을 잃어버렸는지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고, 스콜은 피와 침이 엉겨 붙은 새빨간 핏덩이를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콜로세움의 부서진 철창 쪽으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그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수천의 관객이 호기심에 스콜을 뒤따르려고 했지만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살기에 가로막혀서 채 몇 발자국도 못 내딛고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한발만 더 내딛으며 죽는다. 스콜의 몸을 감싼 지독한 카르마가 모두의 머릿속에 그러한 경고를 던지고 있었다. + 검술 먼저 검술의 단계는 잊혀진 시대에 남아있던 고문서를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크게 시드(Seed), 프룻(Fruit), 리미트(Limit)로 나눌 수 있다. 리미트는 보통 검술의 절기를 뜻한다고 해서 최종오의라고도 불린다.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Ascalon) 샤를마뉴제국력 1542년, 용병왕 아스크가 중간대륙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에 의해서 펼쳐졌던 검술로 수많은 검술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손꼽힌다. 대검을 마치 단검처럼 자유자재로 휘두르기에 이에 상응하는 초인적인 육체와 일반적인 검의 강도를 뛰어넘는 명검이나 마검이 있어야만 펼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시드는 극한까지 이른 검속과 힘의 조화로 인간의 살점을 베기보단 찢는다. 프룻과 리미트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파괴의 검술 무스펠(Muspell) 샤를마뉴제국력 1618년, 중간대륙 남쪽지방 무스펠하임에서 아스크가 만든 검술로 아슈켈론의 아류라고 불릴 만큼 파괴력 넘치는 대검으로도 어마어마한 검속을 자랑한다. 방어는 버리고 공격에만 무섭도록 치중된 이 검술의 시드는 원심력에 의한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프룻은 대검에 붙은 카르마의 가속도와 대기가 부딪쳐 불꽃을 일으키는데 리미트에 이르면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마그마가 검을 지배하게 된다. 절망의 검술 니플(Nifl) 중간대륙 북쪽지방 니플하임에서 아스크가 엠블라를 위해 만든 검술로 장검이나 세검에도 통용되는 폭넓은 효용성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비교적 적은 힘으로도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초기에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중간대륙의 잡병들까지도 구사할 만큼 넓게 퍼졌으나 얕게 알려진 검술이다. 검술의 시드와 프룻은 특별한 구분이 없는데 수십, 수백 개로 나눠진 칼날의 개수가 수준을 의미한다. 리미트에 이르면 수백 개의 칼날이 회전을 일으켜 상대의 시야를 조롱하며 죽음의 안개를 피어낸다. 열망의 검술 발렌시아(Valencia) 중간대륙 남서쪽 섬나라 발렌시아에서 만들어진 이 검술은 유래가 불분명하지만 벨 때는 최고의 힘을, 찌를 때는 최고의 검속이라는 시드로 유명하다. 프룻에 이르면 검신을 둘러싼 질풍이 거칠게 소용돌이쳐서 막강한 파괴력을 내게 되지만 잘못 구사할 경우 검을 쥔 술자까지도 위험에 빠진다. 리미트는 세상을 정화시키는 태풍을 부를 수 있다고 전해지는데 고문헌에서는 태풍이 눈앞에 모든 적을 휩쓸고 태풍의 눈이 술자를 보호하여 최강의 창과 방패를 얻을 수 있다고 적혀있다. 의지의 검술 오딘(Odin) 샤를마뉴제국을 1500년 넘게 섬겨온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베기 자체가 특화된 검술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도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검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극한까지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검술의 시드와 프룻의 경계가 희미하지만 숙련되면 빛보다 빠른 발도로 술자를 중심으로 반경 2M내에 들어온 모든 생명체는 무조건 선공을 가하는 죽음의 공간으로 만든다. 리미트에 이르면 공간마저도 베어낸다고 한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7 13:44:03 고친날 2006-02-27 19:28:15 읽은수 5020 [ 15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13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6화 월하의 원무곡(圓舞曲) 얼음과 안개의 나라라고 불리는 니플하임보다는 아래쪽에 위치해 있지만 그래도 잘츠부르크는 중간대륙에서 북반구에 속했다. 그런데도 낮에는 초봄의 계절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뜨거운 햇살이 내리쫴서 무더운 날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것 역시 제국의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과 마찬가지로 핌불베트르의 영향이었다. 해가 서산으로 지고 핌불베트르가 사라지자 잘츠부르크는 원래 날씨를 찾아서 급속도로 추워졌다. 낮에는 한 여름의 날씨였는데 밤에는 한 겨울의 날씨가 따로 없어 일교차가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의 어느 도시보다 극심했다. 지금 도시는 그나마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체온으로 시린 바람을 이겨내고 있었다. 프리마라톤을 시작한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의 1학년 학생들이 오늘은 이곳에서 잠을 자야했기에 밤이 되기 전에 거의 도착해서 학교에서 마련한 숙식시설을 갖춘 4층 건물로 모여들었다. 언제나 이맘때쯤엔 학생들이 이 건물에 숙식을 했기에 학교에서 고용된 일꾼들이 청소를 한 듯 했으나 1년간 비워뒀던 공백은 쉽게 지울 수가 없었다.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곳엔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 점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무리 지저분하고 불편해도 노숙을 하는 것보다는 나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집중되어있었다. 입이 두개만 모이면 나오는 얘기가 바로 용병왕 아스크에 관한 일이었다. 55년 만에 잘츠부르크 콜로세움에서 모습을 드러낸 용병왕은 하찮게 여기던 니플의 리미트를 펼쳐서 지금까지 중간대륙에서 출판된 검술에 관한 모든 책자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야! 너도 들었냐? 용병왕이 정말 실존 인물이라며?" "응, 낮에 콜로세움에 있던 사람들이 봤다던데……." "아! 조금만 빨리 도착했으면 볼 수 있었을 건데!" 학생들은 하나같이 역사적인 순간을 놓친 걸 안타깝게 여기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댔다. 그런 학생들을 지나쳐 두 쌍의 남녀가 건물의 정문을 열고 거리로 내딛고 있었다. 아이리스와 시엘, 그리고 듀란은 용병양성학교 학생들 중에서 유일하게 용병왕 아스크를 직접 봤다는 우월감 때문에 추위마저도 잊고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아이리스의 감회는 남달랐다. 겉으로는 예쁜 눈웃음을 치고 있지만 오늘 낮에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용병왕의 등장도 물론 놀랄만한 일이었다. 게다가 니플을 그가 창안했다는 사실은 그녀의 가슴을 흥분으로 가득 채울 수밖에 없었다. '아피스승님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어.' 나이를 한살, 한살 먹을수록 니플의 한계를 발견한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승의 말에 신임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일로 믿음은 굳어져버렸다. 아직까지 그녀의 머릿속에 생생하고 또렷하게 남아있었다. 하늘을 찢을 듯한 기세로 퍼져나가던 수백의 칼날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깊숙이 각인된 장면은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검이 사라지자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 안개에 닿은 모든 것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니플의 진정한 힘을 본 그녀는 자신 있게 아피스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젠 단짝이라 부를 수 있는 시엘도 아이리스와 같이 가고 싶다고 졸라대서 데리고 나왔고, 그런 시엘을 몰래 지켜야만 하는 듀란과 스콜도 바람을 쐬고 싶다는 핑계를 들어서 그녀들을 따라 나왔다. 결국 프레키만 여관방에 틀어박힌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근데 정말 집엔 안가 봐도 돼?" "응, 괜찮아." 거리를 거닐던 시엘이 걱정을 담아 물어오자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한 아이리스는 산길로 이어지는 길목으로 들어섰다. 겨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찾아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고생하는 부모를 뵐 면목이 없어서 찾지 못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시엘과 아이리스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북쪽으로 나있는 산길로 들어섰고, 그 뒤를 듀란과 스콜이 마치 호위병처럼 아무 말도 없이 뒤따르고 있었다. '뭐지? 이 기분은…….' 아까부터 듀란의 표정이 묘하게 뒤틀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밤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감 하나만은 천부적인 그는 길옆으로 나무와 숲 풀이 만들어놓은 짙은 어둠 속을 주시했다. "왠지 느낌이 이상한데……." 옆에서 걸어가는 스콜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이자 그도 작은 목소리로 대꾸해주었다. "셋이다." "셋?" 의문스런 표정으로 되묻는 듀란에게 스콜은 그가 바라봤던 왼쪽과 반대편을 한 번 더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에 둘, 오른쪽에 하나, 오른쪽 녀석의 움직임이 뛰어나다." 듀란은 직접적으로 얘기는 안하고 있었지만 스콜을 그와 같은 소년암살집단 리버티출신이라 여기고 있었다. 저번에 무스펠을 배우기 위해 갔던 검투장에서 단검의 날을 손가락으로 쳐내는 신위나 은신한 상대를 파악해내는 능력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감이 누구보다 뛰어난 그라도 스콜의 실력 앞엔 발끝도 못 미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연중에 그를 리버티 내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롤랑(Rolland)이 아닌가하고 의심하고 있었다. 워낙 성격자체가 과묵해서 직접적으로 말은 안하고 있지만 스콜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시엘을 지키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의 예상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거 하나는 스콜은 절대 평범한 입학생은 아니라는 거였다. "우리를 노리고 있는 걸까?" "아마도……." 도시에서부터 여기까지 따라왔다는 것 자체가 그들을 노리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스콜은 추적자의 끊어질 듯한 카르마를 느끼면서 상대의 신중함에 경탄했다. 카르마를 완벽하게 감춘다면 하수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산짐승 같은 카르마를 이끌어내어서 그들을 멀리서부터 따라오고 있었다. 산길을 오르면서부터는 마술이라도 부렸는지 바람에 날려 오는 체취 역시 사라져버렸다.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꿰뚫어보고 있는 스콜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그들의 추적은 대성공이었을 것이다. 그때 앞에서 걸어가던 아이리스와 시엘의 걸음이 멈춰졌다. 오르막길 끝에 작은 공터, 가녀린 달빛을 받은 쓸쓸한 오두막 한 채가 공터의 중심에 서있었다. 오래전부터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는지 무성한 덩굴만이 마당과 오두막에 줄기를 뻗어있었다. 아이리스는 오두막 옆쪽에 작게 솟아오른 둔덕 쪽으로 가더니 나무로 만들어져있는 쓰러진 십자가를 주워서 둔덕 앞에 똑바로 세웠다. 그 곳이 바로 아이리스에게 니플을 가르쳐준 아피의 무덤이었다. 그녀는 집안일을 거드느라 바빴다고는 하나 쓰러진 십자가를 보며 한동안 찾지 못했던 미안함에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수르트남작에게 당했던 그 날, 아피는 독과 검에 큰 상처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리스를 업고 그녀의 집에까지 데려다주었다. 기어코 그녀의 부모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눈을 감았다고 한다. 3일간을 끙끙 앓던 아이리스는 당시 의사와 아버지가 나눴던 얘기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잘못하면 생명까지 위험할 수도 있었다는 말과 아피가 숨을 거두면서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을 들었다. "제가 부족해서 당한 것이라고, 니플은 절대 약한 검술이 아니라고 전해주십시오." 그 말에 아이리스는 깨어나자마자 다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피는 바보 같은 남자였다.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쥐어짜면서까지 그녀를 지켜준 것도 모자라 꿈과 미래까지도 지켜주려 했다. 아이리스는 그러한 아피를 멍청이라고 외치며 하염없이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승님, 고마워요. 제 삶의 목표를 잡아줘서……." 무덤가에 온 아이리스는 옛일이 떠올라 눈앞이 흐려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친구가 운다. 시엘은 무덤가에 쓰러지듯 앉아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없이 안아주었다. 이제는 잊혀진 사람, 죽은 사람을 찾은 그녀의 등이 너무나 초라한 슬픔으로 가득차있었다. 시엘도 이제 한 달 뒤면 잊혀지게 된다. 죽는다. 인류의 종말,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해서 목숨을 희생해야했지만 죽음보다 더 두려운 건 자신이 죽고 나면 이러한 슬픔이 뒤따른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 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그녀로 인해 다른 이들까지 아픔을 겪는다는 건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었다. 그래도 죽어야만 했다. 시엘은 암울한 밤하늘처럼 어두운 미래를 바라보며 차가운 한숨을 내뱉었다. 사사삭! 숙연한 분위기 속에 바람 때문인지, 산짐승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숲 풀을 헤치는 소리를 내었다. 스콜이 가장 먼저 허리에 차고 있던 낡은 장검을 뽑아들자 옆에서 주위를 노려보고 있던 듀란도 뒷주머니에 꽂아두었던 단검에 손을 가져갔다. 걱정했던 정체불명의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들의 비범한 차림에 듀란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숲 풀을 헤치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더니 왼쪽에서 두 명, 오른쪽에서 한 명의 괴한이 나타난 것까진 스콜의 얘길 미리 들어서 놀랄 것도 없었다. 다만 셋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은 건 꽤나 신선한 반전이었다. 아! 허리띠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그곳까지 다 드러내놓고 있었기에 다 벗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듀란은 그런 변태적인 차림새를 보면서 언젠가 이러한 추적기술을 레지스탕스에서 배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끼아악!" 갑자기 나타난 벌거숭이들로 인해 가장 평범한 반응을 보인 건 아무래도 여성인 아이리스였다. 그녀는 갑작스레 옷을 홀딱 벗은 나체의 남자들이 숲 풀 속에서 뛰쳐나오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랬다. 이것이 정상적인 여성의 반응이었다. 그들을 막 둘러싼 셋 중에 하나가 이미 계산했던 반응에 미소를 머금는 게 보였다. 그 남자가 바로 소년암살집단 리버티의 정점에 서있는 남자 롤랑이었다. 그는 이곳에 오기까지 모든 상황을 염두 해두고 일주일 전부터 만반의 계획을 짜두었다. 듀란이 감으로 움직인다면 롤랑은 철저한 사전계획으로 움직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리버티에선 꽤나 유명한 그들이었지만 같은 출신이라 하더라도 암살자라는 특성상 폐쇄적인 교육을 받다보니 서로를 몰라보고 있었다. 어쨌든 롤랑의 계획대로 그들은 기회를 엿보다 인적이 없는 곳에서 세 방향에서 일행을 둘러쌌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간단하게 전력만 본다면 그들은 셋이었고, 상대는 하나가 더 많은 넷이다. 일방적인 살인을 가해야 되는 그들의 수보다 대상의 수가 많다는 것은 은연중에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어려운 임무가 되게 만든다. 그렇다고 적들의 수가 줄어들 때까지 기다리다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방법은 하나! 넷 중에 두 명이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이쪽에서 옷을 벗는다면 그녀들의 눈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다못해 평정심을 잃게는 만들 수 있으니 그들은 산길로 올라오기 전부터 이미 옷을 벗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유는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샤워를 미리 했기에 몸엔 깊이 스며들지 않았지만 옷에 묻은 채취는 버림으로서 상대에게 추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점도 있었다. 모든 것이 척척 맞아 떨어졌다. 아이리스를 보고 있으니 그의 예상대로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것 같았다. 그런데 아까부터 조금 거슬리는 시선이 있었다. 정작 목표로 했던 시엘공주, 그녀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멀뚱멀뚱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전개는 적어도 롤랑의 계획 속에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의 나신을 보게 되었다. 달빛이 만들어놓은 묘한 그림자에 젊은 남성들의 나신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황실에서만 살았던 그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장면이었기에 진한 호기심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작다……." 그녀가 무엇을 지칭했는지는 굳이 주어를 듣지 않아도 거기 있는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엘의 고개가 누구에게 돌아간 채 그러한 말을 내뱉었느냐는 거였다. 듀란이 먼저 그녀의 시선을 쫓았고, 아이리스도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가락 사이로 살며시 시엘이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주시했다. 바로 롤랑이었다. 모두의 시선, 같이 암살을 계획했던 동료들의 시선까지 자신의 중심에 쏟아지자 자연스레 얼굴이 붉어진 그였다. "왜들 그래?" "작다……." "아냐! 이건 날씨가 추워서 작아진 거야!" 구차한 변명이었다. 셋 모두 옷을 벗고 있으니 춥기는 매한가지였다. 시엘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점을 모르는 건 아니었기에 괜찮다는 위로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를 본 롤랑은 찬바람이 불어오는 날씨 속에서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맺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적에게 주려했던 동요가 자신에게 불어 닥치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된다. 냉정을 되찾아야만 했다. "길게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너희들의 목숨은 우리가 접수해가겠다!" 사실 시엘공주만 죽이면 끝나는 일이었지만 굳이 타깃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 처음부터 누구 한사람만을 노린다는 얘기를 한다면 기를 쓰고 막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 말을 듣게 된 타깃이 전력을 다해 빈틈을 내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어느 녀석이 리더지?" 산속의 오두막, 그야말로 적기에 습격을 한 셋을 칠흑의 눈동자로 차분히 바라보고 있던 스콜이 입을 열자 롤랑이 한참을 고민한 끝에야 대답을 했다. "나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스콜이 칼끝을 롤랑에게 겨누었다. 다수의 적이 있을 경우엔 리더만 제거하면 적들은 쉽게 와해된다. "어머! 쟤가 리더야? 제일 작은데……." 좋게 말하면 순수한 논리, 나쁘게 말하면 너무 야한 논리를 펼친 시엘의 얘기에 옆에 있던 아이리스도, 진지하게 적들을 노려보고 있던 듀란도, 그리고 롤랑과 함께 일행을 덮쳤던 두 명의 괴한마저도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쿠쿠쿡." "하하하." 만약 지금 이곳을 다른 사람들이 지나갔다면 이 장면을 보고 나체 파티라도 하는 걸로 여길 정도로 분위기는 이상하게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단 한명, 놀림의 대상이 되어버린 롤랑의 눈동자는 점점 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설마 제국의 공주가 남자의 알몸을 보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을 정도로 색을 밝히는 요부였다니! 어쩌면 그의 평정심을 잃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도발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롤랑은 단검에 힘을 실기 시작했다. '오래 끌어봐야 불리한 건 이쪽이다.' 물론 실상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시엘은 아버지의 통제로 인해서 극소수의 정해진 사람들만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18년을 살아왔으니 다른 이들이 겪고 들었던 농도 짙은 18년과는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시엘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남녀의 비밀스런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 아직까지도 아기가 배꼽으로 나오는지 알고 있는 시엘로서는 남성의 나신을 보면서도 그저 순수한 호기심만을 느꼈을 뿐이었다. "각오해라! 그리고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야!" 잠시간의 침묵 끝에 다른 이들이 생각지 못했던 말을 내뱉은 롤랑이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의 모습을 보고 일행은 의외로 그가 소심한 성격을 가진 걸 눈치 챘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너무나 맑은 눈동자로 기가 차는 질문을 던지는 시엘이었다. 아이리스나 듀란도 그녀의 아이 같은 순수함을 몰랐다면 한 시대를 풍미했을 요부로 여길 만큼 당찬 질문이었다. 이랬든 저랬든 리버티의 정점에 선 남자 롤랑은 그 질문에 적지 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크기보단 테크닉이지!' 차마 자기 입으론 뱉을 수 없는 말이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이러한 일로 고뇌를 느낄 필요가 없었다. 어서 빨리 그들을 처리하고 잘츠부르크를 벗어나야만 했다. "문답무용(問答無用)!" 힘차게 대답한 롤랑이 단검을 치켜세우며 아직까지도 자신의 중심에 시선을 두고 있는 시엘을 향해 유성처럼 쏘아졌다. 마치 눈부신 탄환처럼 재빠른 움직임, 듀란은 롤랑이 펼친 움직임을 보면서 자신이 배웠던 기술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사실에 확신했다. 그들의 정체는 리버티가 분명했다. 치엥! 바람을 가르며 시엘에게 쏘아지려던 롤랑이었지만 한 남자의 검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시린 바람에 붉게 이글거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고요하고 차가운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롤랑을 꿰뚫어버릴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텀블링을 하며 시엘에게 다가서기도 전에 단검을 가로막은 스콜에게서 떨어졌다.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스콜이란 남자의 정보로는 방금 전의 일격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그를 노리고 날아간 것이 아니라 시엘을 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앞을 막고 있었다는 사실에 롤랑은 계획이 생각보다 많이 꼬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보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스콜은 확실히 위험한 존재였다. 반면 스콜로서는 꽤나 곤란한 입장이었다. 눈들이 너무 많았다. 듀란이라면 몰라도 시엘과 아이리스는 자신의 정체를 털끝만큼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펼칠 수 있는 검술이라고 해봐야 학생프로필에 적혀있는 니플뿐이었으며 그것 역시 극의를 제외한 기초적인 검술로만 승부를 봐야 했다. 스콜이 작은 고민에 빠진 사이 눈빛을 묘하게 빛내던 롤랑은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험한 카르마를 내뿜으며 스콜의 목 줄기를 향해 단검을 내질렀다. 막지 못할 공격은 아니었다. 다만 원인모를 자신감을 가진 롤랑의 눈빛에 스콜은 순간적으로 고갤 돌려 시엘을 바라보았다. 그랬다. 애당초 목적은 그가 아니었다. 스콜이 롤랑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 다른 두 명의 암살자가 그녀에게 단검을 휘두르며 목숨을 취하려 했다. 순식간에 위기에 빠져버린 시엘을 보고 스콜은 고뇌에 빠졌다. 여기서 능력을 보여서라도 그녀를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 아니면 그녀와 옆에 있는 아이리스를 믿어볼 것인가?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선작수가 조금 늘어서 혹시나해서 아스크로 검색을 해봤는데 칠야님께서 추천을 해주셨더군요. 처음으로 추천을 받은거라 너무 감동했습니다ㅠ.ㅠ 조용히 읽어주시고, 힘이 되는 리플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성실연재로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모습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8 17:25:21 고친날 2006-02-27 19:31:07 읽은수 4846 [ 16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14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로 무서워서 시엘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나신의 남자들이 단검의 날을 세우고 달빛을 베어내며 달려들고 있다. 당장 피해야 한다. 날카로운 단검에 목이 꿰뚫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다리는 땅바닥에 붙어버렸는지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았다. 죽는다.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닥쳐온 절대 절명의 위기 앞에 시엘은 용기를 잃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하압!" 죽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칼에 찔리는 고통 대신 호쾌한 기합소리가 시엘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질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자 교복 대신 검은 도복을 입은 남자가 바로 앞에 서서 날아드는 단검을 막고 있었다. 번쩍거리는 섬광을 만들면서 나신의 남자들을 물러서게 만든 그가 고개를 살짝 돌려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느 때처럼 약간의 조롱이 담긴 비웃음, 악의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아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미소가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모습을 하나, 하나를 새기고 있었다. 짧은 머리카락이 밤바람에 하늘거린다. 심해의 빛깔을 닮은 검푸른 눈동자, 제국에 있는 남자들과는 달리 태양에 그을린 짙은 피부,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왼쪽 뺨의 작은 상처까지도 그녀의 눈에 새롭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괜찮아?" 평범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아니다. 약간 하이 톤이었다. "으응……." 시엘은 묘한 감흥에 젖어서 어색한 미소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꼭 죽는 줄 알았는데 아직 살아있다. 그가 살려주었다. 혼란스러웠다. 언제 죽을지 모를 상황 속에서 그녀의 심장은 다른 방향으로 콩닥거리고 있었다. 시엘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구해준 듀란, 이것이 그와 스콜의 차이점이었다. 스콜이 조금 전 롤랑의 공격을 막아설 때는 그녀가 위험을 감지하기도 전에 미리 차단을 했다. 허나 듀란의 경우는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순간에 그녀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어쩌면 그의 미숙함이 시엘에게 위기의식을 주는 반면 생명을 구해줬다는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는지도 모른다. 그런 시엘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듀란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 나신의 남자들을 노려보았다. 확신컨대 그들도 그와 같은 리버티 출신이다. 다만 그녀를 진짜 시엘공주라 오인하고 습격을 가한 것이었기에 일단 지금은 막아서되 전력을 다할 수는 없었다. 얼굴은 한번도 본 적 없었지만 레지스탕스에서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나온 동료들이었기에 죽여서도 안 되고, 죽을 수도 없는 위험한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상 단검의 날들이 번뜩이는 살벌한 상황에 처하자 듀란은 이를 꽉 깨물며 상념을 접고 방어에만 전념했다. 그랬다. 동료라서 죽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지나친 오산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칼날이 만들어낸 카르마가 매섭게 불어와 몸을 틀어서 겨우 피해냈는데 뒤쪽에 있던 나무가 '팍'하고 부러져버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치기만 했더라도 치명상, 하마터면 그대로 황천길로 갈 뻔 했던 듀란은 각오를 다졌다. 그들도 그와 같은 리버티다. 애당초 상처하나 없이 곱게 끝낼 수 있는 수준의 적들이 아니었다. 너무 안이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듀란은 몸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르마를 오른손과 쥐고 있던 단검에 응집하기 시작했다. 예사롭지 않은 카르마가 맺힌 단검은 이내 이글거리는 불꽃을 토해내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무스펠이었다. 스콜이 지난 번 단 한번밖에 보여준 적 없는 무스펠을 어느새 익힌 듀란은 불꽃이 이글거리는 단검을 들고 내달렸다.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나신의 남자들에게 달려드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성난 호랑이가 불을 뿜는 것처럼 보였다. 불꽃이 맺힌 단검을 화력한 손놀림으로 회전시키며 나신의 남자들을 향해 힘껏 내던진 듀란! 그를 보며 시엘은 문득 그의 이름과 불꽃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가졌다. '똥꼬가 불타고 있어…….' 다행히도 그녀의 생각은 듀란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가 불이 붙은 단검을 내던지자 '사악'거리는 소름끼치는 소리만이 공터를 휘감을 뿐이었다. 대기를 불태우며 날아드는 그의 단검을 쳐낼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나신의 남자들은 옆으로 재빨리 피해냈다. 그것으로 끝이라 여겼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가 던졌던 단검이 긴 호를 그리며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스승의 기술이었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무기가 사라졌다고 여긴 한 남자가 듀란에게 덤벼오다 그만 돌아오는 불꽃이 맺힌 단검의 날에 허벅지를 베여 균형을 잃고 땅바닥을 굴렀다. "크윽!" 같은 동료였기에 일부러 비켜 던진 것이 운이 좋았는지 달려오던 자의 허벅지를 베어낸 것이다. 짙은 피와 불똥을 흘리며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온 단검을 잡아챈 듀란은 다시 한번 더 힘껏 단검을 날렸다. 사사삭! 남은 한 남자마저도 처리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애당초 한 번 당했던 기술에 두 번이나 당할 정도로 호락호락한 위인들이 아니었다. 둘 모두 이번엔 어렵지 않게 단검을 피해낸 후 오히려 단검을 잡으려는 듀란의 빈틈을 노려 방금 전 허벅지를 베였던 남자가 자세를 한껏 낮춘 채 달려들었다. 다리를 베어낼 심산인지 험한 기세가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왔다. "각오해라!" "젠장!" 듀란은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단검을 잡는 걸 포기하고 힘껏 땅을 박차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그들이 노리던 함정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듀란을 노려보고 있던 또 다른 남자가 그가 뛰어오르는 걸 확인하자마자 같이 하늘로 쏘아지며 단검을 휘두른 것이다. 달빛 아래 핏빛 호가 그려졌다. "크윽!" 깔끔하게 당했다. 너무 늦게 알아차린 덕에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피한다고 피했지만 팔뚝을 깊게 베여버린 듀란은 피를 땅바닥에 뚝뚝 떨어뜨리며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섰다. 무기를 잃고 부상까지 당하자 나신의 남자들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쉴 틈이 없었다. 밤바람을 베어내며 휙휙 휘둘러지는 단검을 피하는 것도 힘이 들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정신없이 피하다보니 점점 밀려서 결국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궁지에까지 몰리게 되었다. '제길!' 듀란은 두 남자의 번뜩거리는 단검을 노려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설마 임무를 시도해보기도 전에 동료들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듀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기를 잔뜩 머금은 단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아마 그렇게 1분만 더 지났더라도 단검을 맞고 비명횡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구원이 손길은 그리 늦지 않게 떨어졌다. 비록 그와 나신의 남자들보다는 약하다고는 해도 아이리스가 듀란을 돕기 검을 뽑아든 것이다. 밤이라는 어둠과 가장 어우러지는 니플이 그녀가 쥔 검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달빛에 찬란한 빛을 발하며 번뜩인 칼날이 내찔러지자 검신은 순식간에 수십 개로 불어났다. 남자들은 뒤에서 갑작스레 덮쳐오는 매서운 기세에 듀란을 공격하던 걸 멈추고 양쪽으로 흩어지며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일단 니플은 피했지만 전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사실에 인상을 찌푸렸다. 니플을 펼쳤던 아이리스와 시엘 옆에 그들 중에 가장 강한 롤랑을 상대하고 있어야 할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서있는 게 아닌가? 듀란이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자 벌거벗은 채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롤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승부는 어렵지 않게 나버렸는지 그는 땅바닥에서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 승부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스콜이 남은 두 남자를 향해 한발, 한발 내딛자 그들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땅을 힘껏 때렸다. 펑! 알몸이라 특별한 무기는 없을 거라 여겼는데 허리에 차고 있었는지 연막탄이 터져 나왔다. 짙은 안개가 산속의 작은 공터를 가득 채우자 그들은 얼른 일행이 만든 포위망을 빠져나와 정신은 아직 남아있는 롤랑을 들쳐 업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스콜은 굳이 그들을 쫓을 필요를 못 느꼈다. 지금 여기서 추격해서 끝내버린다면 시엘에게 있어서 그의 존재는 부각될 것이 뻔하다. 방금 전에 롤랑을 상대할 때도 강한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상처를 입은 그는 그녀가 없는 시간과 장소를 노려서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얼굴이 알려진 이상 그들은 더 이상 위험요소로 작용하지 못했다. "뭐야! 내가 쫓아가볼게!" 뿌연 안개 속이었지만 달아나려는 수작을 부린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듀란이 그 말을 던지며 그들을 습격했던 무리를 뒤쫓았다. 스콜로서는 무리를 쫓아서 끝을 보겠다는 듀란을 말릴 이유가 없었기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물론 듀란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바로 같은 리버티의 동료들을 쫓아서 지금 노렸던 시엘공주가 가짜라는 걸 말해주기 위함이라는 걸 스콜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듀란은 일행이 묵고 있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의 표정은 알게 모르게 어두운 그늘이 자리하고 있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배정받은 방안으로 들어가자 프레키는 책을 읽다 곯아떨어졌는지 책상에 엎드린 채 잠을 자고 있었고, 침대에 누워있던 스콜이 천천히 눈을 떠서 그를 맞이하였다. "놓쳤나?" "그래, 부상자가 있는데도 생각보다 빠르더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인 스콜은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것 같았다. 듀란은 씁쓸한 마음에 테라스로 나가서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식혔다. 거짓말이었다. 아무리 자취를 감추더라도 스콜에게 당한 롤랑이 흘린 진한 피 냄새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달아나는 그들과 조우를 하게 되었다. 나신의 두 남자는 뒤쫓아 온 듀란을 발견하자마자 도망치던 것을 멈추고 다시 단검을 치켜들었다. 부상이 심한 롤랑마저도 그를 찢어죽일 듯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칼 내려. 나도 리버티다." 듀란의 한 마디에 그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가 리버티라고 말했다. 그 말은 그들이 리버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도 되었다. 아무리 제국의 정보력이 무시 못 할 수준이라고 해도 단번에 그들이 리버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었다. 레지스탕스 내에서도, 게다가 같은 리버티출신끼리도 임무를 수행하기 전까지는 서로의 얼굴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버티라고? 그 말을 우리보고 믿으라는 거냐? 넌 아까도 시엘공주를 죽이는 걸 방해하고 있었잖아." 롤랑의 대꾸는 확실히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리가 있다.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가 리버티라는 걸 증명할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누가 이런 암습을 꽤했지?" "내 계획이었다." 몸 여기저기에 칼집이 나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롤랑이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계획은 누가 봐도 완벽했었다. 다만 스콜이라는 자가 치가 떨리도록 강했기에 5분도 버티지 못했다는 게 계획의 차질을 불러온 것이다. "네 녀석이 롤랑이냐?" "어, 어떻게?" "내가 듀란이다." 롤랑이나 듀란, 도저히 리버티의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름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그제야 롤랑도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좋아. 믿어주지. 그런데 아까는 어째서 우리의 임무를 방해한 거지?" "훗, 너희를 도와 준거다. 아까 너희가 노렸던 타깃이 실은 진짜 시엘공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짜가 아니라고?" 가짜라는 말에 놀란 되물음을 던졌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듀란을 보고 롤랑은 오히려 어이가 없었다. 이마를 짚은 그가 찬찬히 말을 이었다. "어째서 가짜라고 여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지스탕스에서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그녀가 진짜 시엘공주다." "정보라니?" 이번엔 듀란이 놀랄 차례였다. "영감이 말하더군. 네 녀석에게 접선방법을 깜박 잊고 얘기하지 못했다고, 그러니 모를 수밖에……." 망할 영감! 그 점은 듀란도 이상하게 여기고 있던 차였다.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의 존망이 걸린 임무라 했다. 만약 실패하면 인류가 종말을 고하게 된다고 했다. 그의 어깨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만들었다. 분명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보험을 들어놓았을 것이다. 듀란은 예상하고 있었다. 즉 이번 임무가 단독임무가 아닐 거라는 생각은 이전부터 가지고 있어왔었다. 문제는 같은 임무를 받은 암살자들과 연락이 전혀 안되고 있었다. 그런 점 때문에 그는 가짜 공주라고 여긴 시엘을 다른 암살자가 죽일까봐 지키고 있지 않았던가? "어쨌든 우린 얼굴이 알려진 이상 레지스탕스로 철수하겠다. 다행이라면 넌 그녀에게 신임을 얻고 있으니까 아직 기회는 많다는 거겠지. 뒷일을 부탁한다." "그 정보, 확실한거냐?" 정작 시엘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듀란의 감이 뒤틀려버렸고, 롤랑의 계획 역시 무산되어버렸다. 그녀가 진짜 공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느끼게 된 듀란은 마지막으로 확신을 가지고 싶었다. "내 목을 걸 수 있다." 그 말을 남기고 롤랑일행은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멍한 표정을 지은 채 테라스에 나와 있던 듀란은 조금 전에 있었던 그 일을 밤바람에 날려버렸다. 힘이 빠진다. 처음 임무를 받았을 때부터 18살의 소녀를 죽여야 된다는 사실이 매우 찝찝했었는데 만약 시엘이 진짜 공주라면 불행히도 그는 본의 아니게 친분까지 쌓아버린 것이다. 듀란은 씁쓸한 비소를 머금으며 테라스의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어머! 무사했네!" 밤바람을 타고 좋은 향기가 듀란의 코끝을 간질였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자 바로 옆방의 테라스로 나온 시엘이 예쁜 얼굴을 살짝 붉히고 있었다. "다행이다. 아까 네가 쫓아간다고 했을 때 조금 걱정했었는데……." "응, 결국 잡지도 못하고 놓쳐버렸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는 고마웠어." 산 속 오두막, 생각지 못한 습격으로부터 생명을 구해준 듀란의 모습이 다시 회상되었는지 시엘은 얼굴을 더욱 붉혔다. "너 아니었으면 아마도 지금 여기에 서있을 수조차 없었을 거야. 정말 고마워."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부끄러웠다. 테라스가 옆방이랑 연결은 되어있지 않았다. 그래도 바로 옆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리였다. 여자랑 이렇게 단 둘이 있기는 처음인데다 시엘은 그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프리마라톤을 하면서 이틀 동안 항시 붙어있었는데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 왠지 오늘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낯설게 보였다. "똥꼬야, 넌 어떻게 살았어?" 의외의 질문에 듀란은 괜한 지레짐작을 하고 있었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어쩌면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듀란은 마른 침을 삼켰다. "어떻게 라니?" "네가 살던 무스펠하임 말이야. 난 제국 말고는 다른 곳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거든. 그곳은 어떤 곳이야?" 전혀 모른다. 그 역시 한번도 가본 적 없었기에 딱히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답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적당히 둘러대야만 했다. "국토의 반 이상이 사막인 나라야. 뭐, 덥지." 책에서 읽은 정보였다. 그것 이상의 답변은 그에겐 무리였다. "책에서 읽은 것하고 똑같구나." 시엘이 붉어진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듀란은 왠지 가슴 한쪽이 뜨끔했다. 아직도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물론 롤랑이 목숨을 걸고 그녀가 진짜공주라고 말했지만 그의 감은 여전히 그녀를 죽이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나 사실대로 말할게.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보면서 가슴이 설레는 거 있지." "누구?" 의문스런 듀란의 눈빛. "그러니까……." "응." "그러니까, 너……." 짙은 홍조를 띠며 시엘의 입에서 나온 갑작스런 고백에 듀란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라는 말을 아직도 이해 못했는지 눈을 커다랗게 뜨며 그녀를 응시했다. 밤하늘에 눈부시게 흩날리는 은발, 창백한 피부, 맑고 투명한 눈동자, 어딜 봐도 아름다운 소녀가 바로 옆 테라스에 서서 고백을 해왔다. 대상은 바로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었다. 혼돈의 바다에 빠져버린 듀란은 얼른 냉정을 찾아 상황을 정리해야만 했다. 만약 그녀가 진짜 공주라면 이렇게 쉽게 마음을 줄 리 없다. 제국에는 멋진 남자들이 수두룩하고 저 정도 외모에 공주라면 엄청난 프러포즈를 받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장래를 약속한 귀족까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듀란은 확신했다. 그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역시 가짜다. 진짜라면 그에게 마음을 주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이 기울어지자 듀란은 밝은 비소를 지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젠 친구라고 해도 무방할 관계의 그녀를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에 남아있던 무거운 체증이 사라진 것이다. "넌 나 어떻게 생각해?" 고백이후에 이어지는 전형적인 대사가 나왔다. 그녀는 몹시도 부끄러운지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귀엽다. 예쁜 건 둘째치더라도 그녀의 순수한 마음이 너무나 귀엽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넌 예쁘고, 착하잖아." "그래서?" "너무 갑작스러워서 잘 모르겠어. 그런데 만약 너 같은 아이가 여자친구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거짓이 아닌 진심이었다. 물론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히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대상이었지만,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흐뭇함과 함께 보이지 않는 설렘이 피어오르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가엾은 여자였다. 그녀의 순수함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분명 아무것도 모른 채 제국의 귀족들에게 이용당해서 가짜 공주행세를 하는 것일 테다. 암살의 위험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런 위험한 게임에 발을 대딛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생각해보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대역을 누가 자청해서 하겠는가? 불쌍한 처지에 놓인 그녀,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모습을 보니 그녀를 정말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고마워. 똥꼬는 생일이 언제야?" "생일?" 특별한 감정이 향한 사람, 그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마음에 소녀가 물었지만 아쉽게도 소년에겐 생일 따위는 없었다. 기억나지도 않았던 시절부터 작년까지 소년은 인간이 아닌 살인을 하기 위한 도구로 키워졌었다. 도구에게 생일이란 건 거추장스런 장식에 불과했다. "1월 7일이야." 그렇다보니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근거 없는 날짜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새하얀 입김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어머! 똥꼬! 너 18살이지?" "응." "나랑 같은 날 태어났네! 신기하다!" 그녀가 웃음을 띠면서 좋아한다. 아무 날짜나 생각 없이 불렀는데 그게 우연히도 그녀의 생일과 같은 날일 줄은 예상치 못했기에 듀란은 혹시나 이것이 진한 인연의 증거는 아닐까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허나 잠시 후 그는 벼락에 정통으로 맞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니다. 그냥 부른 날짜가 아니었다. 바로 임무를 맡기 전 서류에서 본 진짜 시엘공주의 생일을 자신도 모르게 불러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듀란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 구차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18살이다. 제국력 1703년 1월 7일 출생, 거기에 6666일을 더하면 얼마인가? 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6666일, 즉 18년 96일을 더하자 1721년 4월 13일이라는 절망적인 숫자가 머릿속에 박혔다. 죄악의 붉은 달이 뜨는 날이다. 정녕 그녀가 진짜 공주였단 말인가? 이렇게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해주는 그녀가? 아니라고, 꿈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독할 정도로 찬바람이 불어오는 현실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게 바로 그라고 고백해줬던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소녀, 시엘을 죽여야 될 운명이었다. 지금이라도 뒷주머니에 있는 단검을 뽑아든다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테라스의 난간을 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잘못 들은 걸 거야. 아니면 거짓말 일거야. 그래, 거짓말이야.' + 진심어린 격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조금씩이지만 선작수가 늘고 있어서 기쁜 하루입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19 19:06:13 고친날 2005-12-09 16:36:44 읽은수 4718 [ 28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15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7화 폭풍(暴風)속의 나비 잘츠부르크에서 한차례 습격 이후로는 별 탈 없이 프리마라톤은 끝나가고 있었다. 초반에는 선두권을 유지하다가 그만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다른 일행보다 조금 느린 초저녁이 되서야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국의 서쪽 입구에서부터 가녀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용병양성학교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빗줄기가 점점 거세어졌다. 학교에 들어서며 습기를 가득 머금어버린 옷을 턴 스콜은 듀란이 그냥 헤어지기 아쉽다면서 술집에서 한잔하자는 것을 만류하고 먼저 기숙사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침대에 그녀가 요염하게 누워있었다. 활짝 핀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는 소피아를 보자 일주일간의 긴 여정이 끝났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오라버니! 수고하셨어요! 식사부터 하실래요? 아니면 샤워부터 하실래요? 그것도 아니면……." 말을 하던 소피아가 허리를 살짝 뒤틀며 침대시트를 톡톡 건들었다. 무슨 꿍꿍이인지 프리마라톤을 하고 있는 동안 그의 침대를 마음대로 꾸며놓은 것이다.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냐?" "호호호~ 오라버니! 분위기를 묘하게 이끌고 가시네요! 전 오라버니가 피곤하실까봐 바로 주무실래요? 이런 뜻에서 침대시트를 친 것뿐이에요. 어찌 저 같이 정결하고 순진한 소녀가 남녀관계에서 비밀스럽게 벌어지는 황홀한 일들을 상상이나 하겠어요! 안 그래요? 그러는 오라버니야 말로 이상한 상상하시는 거 아닌가요? 설마 소녀를 탐닉하고 싶으신가요?" 얘기를 하던 것을 잠시 멈춘 소피아가 침대에서 일어나서 그에게 다가오더니 등 뒤로 듀란이 따라왔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말을 이었다. "저는 단지 임무를 수행해야 된다는 일념으로 침대를 예쁘게 꾸며놓은 것뿐이에요. 이게 바로 위장전술이랍니다! 똥꼬가 혹시라도 같이 있으면 침대를 꾸미는 척 하려고 했죠. 아무리 제가 겉보기엔 섹시하고, 잘 익은 과일처럼 탐스럽다고 해도 그런 엉큼한 눈빛은 곤란하답니다. 뭐, 정 원하신다면……." "시끄러!" 며칠 안본 사이에 어디서 숨도 안 쉬고 말하는 기술이라도 배워왔는지 말수가 더 많아진 것 같은 소피아였다. 만약 이런 인물이 소설에 나온다면 글을 진행하는 입장에선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대사분량 때문에 스토리 진행이 안 되니 말이다. "그나저나 또 누군가로부터 연락이냐?"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소피아는 그녀의 용무를 단번에 맞춘 스콜을 놀랍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혹시 독심술을 익히셨나요?" "아니, 아무래도 너 이번 임무에서 연락책인 것 같아서……." 제대로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에 그녀는 울상을 지어보였다. 그랬다. 잘츠부르크에서 있었던 한차례 암습을 제외한다면 학교에선 너무나 평온한 나날들이 지속됐기에 소피아가 활약할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다. "흑흑, 실은 소녀도 그런 게 아닌가하고 의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아픈 곳을 찌르시다니! 오라버니! 미워요! 너무해요! 저 불쌍하죠? 가련해 보이죠? 보호해주고 싶죠? 안아주고 싶죠? 사랑스럽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까부터 숨을 안 쉬면서 말하고 있었다. "그만! 요점만 얘기해라!" "아! 할아버지가 오라버니보고 학교 정문 앞에 마차가 있으니 그걸 타고 와달라고 했어요. 긴히 전할 내용이 있다면서요." "나 혼자만?" "네, 원칙은 임무를 수행하는 소피아도 같이 가야 되지만 저녁 먹고 전 보충수업이 있어서……." 임무보다 수업이 우선인 소피아, 수업보다 임무가 우선인 스콜, 이것이 이번 임무에서 차지하고 있는 둘의 비중이었다. 스콜은 다시 방을 나가려다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이 났는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오라버니? 왜 그러세요? 뭔가 잊으신 거라도 있으세요? 역시 방분위기를 이렇게 만들길 잘했네요. 출근하시기 전에 새신랑이 새색시에게 하는 키스를 해주시려는 거죠? 그렇죠? 맞죠?" 그러면서 입술을 쭉 내미는 소피아의 얼굴을 정색하며 손으로 민 스콜은 주머니에서 손톱만한 보석이 달린 목걸이를 꺼냈다. 블러디 오팔이라고 불리는 검붉은 빛을 발하는 이 보석은 잘츠부르크 외곽 광산에서만 나오는 귀한 광물이었다. "예전에 약속했었잖아. 혹시라도 먼 곳으로 임무를 나가게 되면 그 곳에서만 나오는 특산물 같은 걸 사오기로 말이야." 무뚝뚝한 말투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목걸이를 건네는 스콜이었지만 2년 전 소피아가 우기듯이 한 약속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걸 받아든 그녀는 잠시 할말을 잃어버렸는지 감격에 찬 미소만을 지어보였다. "예쁘네요. 오라버니, 고마워요." "그다지 비싼 건 아니야." 거짓말이다. 블러디 오팔은 엄청 귀한 광물이다. 어쨌든 선물을 하고 막 돌아서려는 스콜을 소피아는 이대로 보내줄 수 없었다. 쪽! 그에게 다가온 소피아가 입술만 살짝 닿는 버드 키스를 해왔다. 너무도 고마웠다. 블러디 오팔이라는 값비싼 보석을 받은 것 때문이 아니다. 가볍게, 그것도 거의 우기기식으로 한 약속을 스콜이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마웠던 것이다. 200년을 가까이 살아온 스콜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이라는 걸 처음 한 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받은 그는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낯설었는지 소피아에게 별다른 작별인사도 하지 않고 방을 나와 버렸다. "다녀오세요! 샤워하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부부사이에도 하지 않는 대사를 서슴없이 내뱉으며 손을 흔드는 소피아를 뒤로 하고 10여분을 걸어가자 용병양성학교의 정문이 나왔다. 교장이 미리 손을 써놓았는지 그의 이름을 밝히자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은 군말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의 건물 안과 제국의 세상은 확연히 달랐다. 안은 차분한 봄의 날씨로 단장했지만 밖은 짙은 먹구름을 머금은 흐린 하늘 아래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보통 이정도의 기온이라면 눈이 내려야 정상이건만 하늘은 변덕스럽게도 비를 뿌리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 대기하고 있는 마차에 올라탄 후 옷에 묻은 물방울을 털어내며 의자에 앉았다. 작은 차창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은 빗물이 만들어놓은 우울함에 젖어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죄악의 붉은 달이 뜨기까지 한달도 남지 않았다. 소피아의 할아버지인 실베스트르백작은 과연 어떤 의도로 시엘공주를 지키라고 한 것일까? 임무를 수락할 당시만 하더라도 그는 악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치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처음엔 그도 저주받은 굴레를 끊을 요량으로 이번 임무를 수락했지만 이런 상태로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된다면 틀림없이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운이 좋아서 종말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악마에게 종속되거나 많은 피를 보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과연 살아남은 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희생을 감수한다는 것이 그가 나아가야할 길인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스콜은 눈을 감았다. 지금 마차 안에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많은 고민과 번뇌를 가진 스콜을 실은 마차는 덜컹거리며 백작의 저택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간 끝에야 마차는 천천히 멈춰 섰다. 차창을 통해서 목적지에 당도한 걸 확인한 스콜은 마차에서 내려 비속에 그려진 한 폭의 유채화 같은 고풍스런 저택을 바라보았다. "스콜 비엘가르드님, 어서 오십시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집사는 마차가 있는 정원까지 마중을 나와서 스콜에게 인사를 했다. 묵묵히 자신의 본분을 한결같이 처리하는 집사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스콜은 그를 따라서 백작이 있는 서재로 향했다. 포근한 불빛과 무수한 책들이 꽂혀있는 수많은 책장을 지나 응접실처럼 생긴 소파가 놓인 중앙에 이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백작이 주름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네." "별 말씀을……." 스콜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자 불편하다는 듯이 백작이 그에게 다가와 어깨를 잡고 자세를 바로 잡아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명을 구해줬다고 하나 이미 55년 전의 일이었다. 그동안 스콜이 그에게 해준 일들 하나, 하나가 그 빚을 청산하고도 남을만한 일들이었다. "저에게 급하게 전할 내용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자네가 보면 반가워할만한 사람이 와있네." 그제야 고개를 돌린 스콜은 소파 뒤쪽 창가에 서있는 중년남자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낯이 익은 인물이었다. "오랜만에 스승님을 뵙습니다." 비록 스콜에게 자세를 굽히고 있지만 남자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위엄이 짙게 묻어나 있었다. 인자한 눈매완 다르게 기개가 보통이 아닌 남자, 그가 바로 스콜의 두 제자 중에 한명인 카를 샤를마뉴였다. 용병왕 아스크, 즉 스콜은 정치적인 영향력으로만 봐도 확실히 쉽게 볼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용병양성학교의 교장 콘 히스토리에뿐만 아니라 제국을 다스리는 카를대제까지도 그의 제자였기 때문이다. "카를, 오랜만이구나." "네,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한때 학문을 가르쳤던 제자인 카를과 스콜의 회우를 흐뭇한 눈빛으로 지켜보던 백작은 그 둘을 소파에 앉도록 권유하면서 직접 작은 술잔에 보드카를 따라서 한잔씩 돌려주었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서재 안은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라그나로크에 관련되어서 여러 얘기를 나누던 중 스콜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에 카를대제와 실베스트르백작은 인상을 찌푸리며 낮은 신음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들은 라그나로크, 즉 지옥의 문이 열려 악마들이 중간대륙으로 몰려들게 되면 인류가 어떤 위협을 받게 될지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들의 앞에 있는 스콜이 일당 천에 버금갈 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단 건 알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용병왕이라는 칭호와 함께 항시 죽은 자들 위에 서있다 하여 사자왕이라는 그림자 같은 칭호까지 따라다니겠는가! 그런 남자의 입에서 라그나로크가 닥치면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악마들이 중간대륙으로 쏟아져 나와 무차별적인 학살이 시작될 거란 얘기를 듣게 되었다. 스콜은 프리마라톤 도중에 동굴로 들어갔던 일과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마물의 강함을 사실 그대로 말했다. 강했다. 전력을 다했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크나큰 상처를 두 개나 얻은 상대였다. "악마의 힘은 우리가 예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강할지도 모른다. 내가 상대했던 마물은 악마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었고, 스스로를 곤충에 빗대었다." 백작은 그의 말을 토대로 하나의 가정을 세워보았다. 만약 스콜과 동등한 힘을 가진 자가 100명이 있는데 모두가 합심해서 마음을 모질게 먹는다면 현재의 인류는 그들의 지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인류는 약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들보다 강한 힘을 가진 악마가 수두룩하다면 미래는 굳이 안 봐도 뻔했다. 실베스트르백작과 카를대제는 심각한 고뇌에 빠져들었다. 라그나로크를 대비해서 철저한 준비는 진행되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들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이 필요하다." 카를대제를 바라보는 칠흑의 눈동자는 진지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극한까지 끌어올린 스콜의 카르마를 유일하게 감당해낼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가진 검이었다. 허나 55년 전 당시의 황제였던 카를대제의 아버지가 비엘가르드평원에서 제국의 기사들을 죽인 용병왕의 생명을 살려주는 대신 힘을 봉인시키겠다는 목적으로 가져가버렸다. "스승님, 정말 송구스럽지만 미스텔테인의 자취는 찾을 길이 없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이냐?" "저의 아버님께서 살아계실 당시 미스텔테인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어딘가에 숨기셨는데 임종하는 그날까지 검을 숨긴 장소를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미스텔테인의 자취가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는 얘기를 들은 스콜은 미간을 살며시 찌푸렸다.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이 있어도 악마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미스텔테인이 없다면 힘의 반 이상을 잃은 상태에서 그들을 상대해야 된다는 말이었다. 희망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스콜, 너무 걱정하지 말게. 중간대륙을 통째로 뒤져서라도 두 달 내에는 꼭 찾아내겠네." 독한 보드카를 입안에 털어 넣은 백작이 쓴 표정을 지으며 단단히 약조했다. 그러나 스콜은 고개를 가로저어졌다. 이제 죄악의 붉은 달이 뜨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난 뒤 일주일만 중간대륙이 무방비로 방치되면 인류의 절반은 죽어있을 것이다. "두 달이면 너무 늦습니다. 인류가 멸망하고 난 뒤에 미스텔테인을 찾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스콜의 진지한 눈빛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백작은 포근한 미소로 긴장을 풀어주었다. 카를대제와 함께 그를 이곳에서 보자고 한 진짜 용무를 밝혀야 할 때였다. "실베스트르님, 그건 제가……." "카를, 자네가 말해볼 텐가?" "네, 제가 직접 얘기하는 편이 아무래도 예의인 것 같습니다." 카를대제의 요청에 백작은 한발 물러서서 빈 술잔에 보드카를 따랐다. 술이 잔속으로 부어지는 소리가 기묘하게 크게 들려왔다. 얼마나 무거운 침묵이 이곳에 감돌고 있는지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지금 제국은 다른 나라들과 지독한 영토분쟁 중에 있습니다. 혹시 스승님은 어째서 전쟁이 일어났는지 알고 계십니까?" 스콜정도 되면 실상을 알고 있으리라 여기고 던진 질문이었지만 카를대제의 예상과는 달리 제국의 전쟁은 그의 관심 밖의 일이었다. 물론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신빙성 없는 소문들은 난무했기에 그는 막연히 대륙통일이 명분일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전쟁에 관해선 털끝만큼도 알고 싶지 않은 스콜이었다. 200년을 가까이 살아오면서 반세기를 넘게 전쟁터에서 살아왔었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의 살점을 뜯어내고 피를 흩뿌렸는가! 전쟁 얘기만 들어도 지난날의 과오로 인해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그는 일부러 그런 얘기를 듣는 것 자체를 꺼려왔었다. "모른다. 얘기해봐라." "사실 죄악의 붉은 달과 관련이 있습니다." "죄악의 붉은 달이라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턱을 괘고 있던 스콜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얘기에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네, 지금 중간대륙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크게 보면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들을 더 이상은 죽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세운 제국연합과 소녀들을 죽이는 것은 필요악이라는 의견이 중심인 웨스트동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들 때문에 인류전체가 위협을 받는다면 소녀들을 죽일 수밖에 없다. 대를 위해 피할 수 없이 소를 희생한다는 옮은 얘기였지만 결코 인도적이지는 못한 행위였다. 18년 96일을 주기로 대략 2천명의 죄 없는 여자아이가 죽임을 당해왔다. 그러한 행위를 묵과하면서 신관들은 윤리와 정의를 논하고, 귀족들은 법규를 준수하라고 한다. 생각해보라. 이 얼마나 위선과 가식에 물든 행위인가! "전쟁의 명분은 그것 때문이었나? 확실히 제국은 이상에 한 걸음을 내딛은 셈이지만 한 달 뒤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많은 피를 부르게 될 것인데……." 스콜은 안타까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마치 중간대륙을 지켜보고 있는 창조주의 농간처럼 느껴졌다. "스승님의 말씀대로입니다. 하지만 방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제국을 위시한 제국연합 국가들은 지옥의 문이 열리더라도 쉽게 침략당하지 않도록 결계를 쳐두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결계라고?" 카를대제의 말에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도대체 결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이기에 중간대륙의 동쪽전체를 지킬 수 있단 말인가? 불가능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결계로 동쪽전체를 지킬 수 있단 말이냐?" "그건 아닙니다. 대마법사 엘시드(Elcid)님의 수고 끝에 대륙 동쪽에 있는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결계를 쳤지만 인적이 뜸한 곳엔 결계가 닿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마법사 엘시드, 중간대륙 남동쪽 섬나라 발렌시아에서 100년 전에 태어난 남자로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자였다. 그가 관여한 결계라면 악마들로부터 한동안은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결계가 닿지 못한 곳, 즉 인적이 뜸한 곳이라도 사람은 살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크건 작건 간에 희생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스콜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만 했다. "어쨌든 결계가 악마의 손길이 닿지 않도록 한동안은 버텨준다 하더라도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안된다. 악마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는 거냐?" 단번에 핵심을 파고들어 카를대제가 하려는 말을 이끌어낸 스콜이었다. "그렇습니다. 결계로 당장의 위험은 피할 수 있다하더라도 스승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악마들이 생각보다 강하다면 결국엔 결계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깨어질 것입니다. 저희는 이번에 마연석을 이용해서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전투력인 마연기사(魔煙騎士)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힘을 빌려서 악마의 세력을 소강시킨 다음 지옥의 문을 완벽하게 닫을 계획입니다." 마연기사, 쉽게 말해서 마연기관을 몸에 장착하여 대포의 화력을 지닌 무기화된 인간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으음." 결국 마연기사로 공격을 하고 결계로 방어를 펼친 다음 빗장이 불안하게 걸린 지옥의 문을 이번엔 확실한 자물쇠로 문을 닫는다는 말이었다. 이론상으로는 너무나 쉽고 간단했지만, 그러한 문이라는 개념이 과연 인간계처럼 물질화가 되어있느냐가 문제였다. 눈에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하는 것도 확신할 수 없을뿐더러 문이 어디 있는지조차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건 너무나 무모한 도박이었다. 어쩌면 카를대제는 지금 전 인류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 문을 닫느냐 못 닫느냐에 따라서 수억의 생명이 걸려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네, 그 안에 저의 딸과 저의 생명도 걸려있습니다." "자신은 있나?" "스승님이 도와주신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단호하고 빈틈없는 대답이었다. 비록 그의 앞에선 자세를 굽혔지만 언제나 위엄 있는 모습으로 제국을 다스려온 카를대제의 눈동자가 총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래전 젊었을 때의 그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 스콜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이만, 공주를 지키러 가봐야겠군.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소녀, 즉 수억의 생명이 그녀의 손에 달려있으니……." "스승님, 무슨 말씀이신지?" "카를, 모르겠나? 열쇠는 문을 여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라 문을 닫는데도 쓰인다. 만약 지옥의 문을 닫을 수 있다면 그건 문을 열었던 공주에 의해서다."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스콜은 백작이 따라주었던 보드카를 단번에 삼키고 미련 없이 저택을 나왔다. 스콜이 백작의 저택에서 심각한 얘기를 나누는 동안 시엘일행은 용병양성학교 안에서도 꽤나 외곽에 위치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오렌지색의 밝은 불빛이 쏟아지는 중앙에선 후드를 깊이 눌러쓴 음유시인이 조용한 가락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랫소리를 듣는 이는 그리 만치 않았다. 아직 초저녁이라서 술집 안의 손님이라고 해봐야 시엘일행처럼 프리마라톤을 끝내고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 위해 모인 1학년 학생들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낮술은 빨리 취한다고 했던가? 술집에 들어온 학생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이런 곳에 올 기회가 흔치 않았다. 낯선 분위기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던 그들이었지만 술이 몇 잔 돌아가자 처음의 어색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술집은 점차 왁자지껄한 원래의 분위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시엘일행도 다른 일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후까지 달렸던 피로감에 술이 가진 나른함이 곁들어지면서 취기가 쉽게 올라왔다.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자제답게 어렸을 적부터 엄격한 교육으로 보이지 않는 격식이 몸에 묻어있던 프레키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긴장이 풀렸는지 실실 웃고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냐?" 일행 중에서 제일 술이 약한 것 같았다. 프레키는 뜬금없이 세상타령을 해댔고,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광경에 시엘과 아이리스는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분위기는 서서히 무르익어갔다. 그런 그들에게 조금 전 술집의 중앙에서 연주를 하고 있던 음유시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오렌지 불빛이 만든 그림자로 인해서 후드에 가려진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옷맵시를 보아 여성이 분명했다. "안녕!" 초면에 반말이다. 술이 거나하게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프레키의 고개가 휙 돌아가더니 음유시인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곧 시선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입을 연 것이 아니다. 그녀의 어깨에 앉아있는 예쁜 새 한 마리가 일행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와! 새가 말을 하네요?" "앵무새랍니다." 음유시인의 차분한 목소리에 시엘이 신기한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앵무새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책으로 접한 기억이 났다. 조류 중에서도 인간의 혀처럼 살점이 많고 움직임이 유연한 혀를 가져서 말을 흉내 낼 수 있는 새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해도 실제로 눈으로 보게 되니 너무나 신기했다. "제가 점성술(占星術)을 조금 배웠는데 괜찮으시다면 여러분들의 운명이나 미래를 봐드려도 될까요?" 점성술이라는 말에 시엘과 아이리스는 호기심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무거운 짐과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그녀들은 18살의 설렘을 간직한 소녀들이었다. "여기 앉으세요." 아이리스가 사심 없는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빼주자 음유시인은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앉더니 일행을 그윽하게 둘러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손에서 별자리가 그려진 무수한 카드가 테이블 위에 놓아지자 진한 카르마가 테이블위에서 피어올랐다. "헉!" 카르마의 본질을 파악하는 안목이 다른 셋보다 월등히 뛰어난 듀란이 깜짝 놀라서 낮은 신음소리를 입 밖에 내었다. 시엘이나 아이리스가 보기엔 테이블 위로 뿌연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뿐이었지만 그의 눈엔 별자리가 놓인 카드위로 소우주가 펼쳐지고 있었다. 술에 취한 프레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우주를 만들어내는 카르마가 존재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조차 없었기에 멍했던 두 눈을 부릅뜬 프레키였다. 그녀의 점성술은 진짜다. 아니, 점성술뿐만 아니라 이런 카르마라면 전투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무시하지 못할 경지였다. 만약 그녀와 대결을 펼치게 된다면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느 분부터 봐드릴까요?" "저부터 봐주세요." 호기심이 일면서도 부끄러웠는지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던 아이리스가 대답했다. 음유시인은 카드가 놓인 테이블위에 가지런히 두 손을 올려놓더니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금방 점괘가 나왔는지 그녀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자 그걸 들은 앵무새가 작은 날개를 팔락이며 아이리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니플 좋아함. 시엘 좋아함. 스콜 너무 좋아함. 좋아하는 거 너무 많음. 그래도 프레키는 별로 안 좋아함." 앵무새가 줄줄 내뱉은 점성술의 결과는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앵무새가 어떻게 그들을 이름을 알고 있는지는 점성술의 묘리에 맡기기로 하더라도 대략 4~5초 사이에 아이리스는 속마음을 통째로 들켜버린 것이다. 마음에 걸리는 건 스콜을 좋아한다는 대목에서만 '너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것이고, 프레키는 별로 안 좋아한다는 대목이었다. 아이리스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프레키는 애써 태연한척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얼굴에 일어난 약간의 경련은 감출 수 없었다. "와! 신기하다! 저도 봐주세요!" 그나마 시엘이 있어서 살벌해지려는 분위기는 와해되고 있었다. 음유시인이 다시 집중한 후 뭐라고 알 수 없는 언어를 내뱉자 앵무새가 바로 입을 열었다. "아이리스 좋아함. 듀란한테 뿅 갔음. 프레키는 매우 재수 없어함." 듀란은 점괘를 듣고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알고 있는 그의 이름은 똥꼬였다. 그런데 앵무새는 그의 본명을 서슴없이 내뱉어버렸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닥쳐온 시련 앞에 또 다시 등줄기에 식은땀이 맺혔다. 시엘은 뿅 갔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이미 듀란은 모든 시나리오를 완성한 직후였다. 사실 그는 무스펠하임에 버려진 고아였지만 아이가 없던 착한 부부가 거두어 주었고, 본명도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듣는다고 밝혔다. 동화 같은 유치한 얘기, 그런데도 모두가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제국과 무스펠하임은 기나긴 전쟁으로 많은 고아를 낳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허나 문제는 프레키였다. 이것으로 아이리스에 이어 연타를 얻어맞은 그는 돌아올 수 없는 복수의 강을 건너고 있었다. 시엘이 그를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찍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적으로 재수 없다는 말을 들으니 속에서 뭔가가 울컥 올라왔다. 이건 인간의 운명이나 미래를 점치는 점성술이 아니었다. 단순히 대상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뿐이지 않은가? 오기가 발동한 프레키는 속으로 시엘을 향해 거친 욕을 내뱉는 동시에 그와 듀란의 점괘 역시 확인해달라고 음유시인을 보챘다. 이렇게 하면 앵무새의 입을 빌어 그녀를 마음껏 욕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시엘 엉덩이와 가슴으로 시선이 너무 자주 감. 아이리스한테도 몇 번 갔음." 와우, 파격적인 듀란의 점괘였다. 그는 '헉'하고 놀라서 얼른 시엘과 아이리스를 바라보았지만 살며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그녀들이었다. 아쉽게도 듀란에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저 테이블 위에 있는 술만 홀짝거릴 뿐이었다. 곧 이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프레키의 점괘시간이었다. "속으로 시엘 엄청 욕하고 있음. 성격 이상함. 스콜 너무 신경 씀. 즉 호모일 가능성 농후." 호모일 가능성 농후라는 말에 술을 마시고 있던 듀란이 술이 기도로 넘어갔는지 거친 기침을 하며 가슴을 치고 있었다. "호모라니! 아냐! 거짓말이야! 내 명예를 더럽히다니! 베어버리겠다! 앵무새!" 변론을 해보려고 했지만 중요한 건 진실만을 말하는 앵무새라는 거다. 물론 프레키가 스콜에게 신경을 쓰는 건 그에 대한 라이벌의식이었지만 결국 시기와 관심은 종이 한 장 차이였다. 그러한 사정을 알 길 없는 일행, 그 중에서도 바로 옆에 앉아있던 듀란은 살며시 술잔과 의자를 들어서 프레키와 떨어져 앉았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이 그러했는지 불신의 싹을 키운 음유시인은 테이블에 펼쳐놓았던 카드를 챙긴 다음 시엘일행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이리스가 고마움에 같이 일어나서 인사를 하자 그녀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길 꺼냈다. "아참, 한 가지 잊어버렸네요. 스콜이라는 남자에게 '당신은 실패작'이라고 전해주시겠어요?" 왠지 섬뜩함이 몸을 감싸는 건 단순히 기분 탓일까? 듀란은 눈을 치켜뜨며 후드를 깊이 눌러쓴 음유시인을 쏘아보았다. "궁금한 게 있어요. 그러고 보니 여기 있는 저희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건 카르마를 읽었다고 쳐도 여기 없는 스콜의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그것은 점성술의 묘리에 맡겨야 될 문제겠죠." "그에게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 "엠블라, 그거면 충분할거예요." 몇 시간 뒤 술집에서 나온 일행과 일부러 떨어진 듀란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밤의 교정을 거닐고 있었다. 비라도 흠뻑 맞고 싶었다. 그러나 용병양성학교의 높이를 알 수 없는 천장은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죄악의 붉은 달이 뜬다. 이제 4월 13일까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시엘의 상냥한 눈빛을 마주대할 자신이 없었다.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그녀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이 터질 듯이 괴로웠다. 더군다나 음유시인의 점성술로 인해서 더욱 확실해져버렸다. 그녀가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그런 감정을 뻔히 아는데도 죽여야 한다. 물론 그는 이미 그러한 사람을 죽인 적이 있었다. 소년암살집단 리버티의 교육방식은 잔혹하고 폐쇄적이었다. 길거리에 버려진 고아를 주워 와서 스승 한명을 붙인 다음 일대일방식으로 살인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같이 생활을 하다보면 스승은 이미 고아에게 있어선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된다. 아버지 같은 존재, 그를 죽이는 것이 리버티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정에 이끌려 많은 소년들이 스스로 칼을 버리고 스승에게 목을 내주었다. 그곳에서 듀란은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마음속의 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댔다. 그에게 듀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주었던 아버지를 찔렀다. 금수만도 못한 짓, 비정하고 냉혹한 짓, 세상을 살아오면서 아는 단 한명을 찌른 것이다, 잔혹하다 욕할 수 있다. 손가락질 받아 마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은 결국 세상이었고, 그는 그 당시 살기 위해 검을 든 나이어른 소년에 불과했다. 예리한 칼날이 아버지의 가슴에 파고들 땐 검푸른 눈망울은 끝내 참지 못하고 가련한 눈물을 떨어뜨렸다. 오늘날까지 괴롭다. 아니, 죽는 날까지 씻을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처절하게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듀란은 시엘을 향해 칼을 겨눌 수 없었다. 만약 그가 그녀를 일방적으로 좋아했더라면 이를 악물고서라도 시엘을 죽이고 미쳐버리면 그만이었지만 문제는 그녀가 그를 좋아해주고 있었다. 목숨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배신해야 된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를 향한 단검은 힘을 잃어버리고 땅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죽일 수 없다. 허나 그를 더욱 궁지로 몰아붙이는 건 그녀를 죽이지 않으면 인류가 종말로 치닫는다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 너무나 절망적인 갈림길 앞에 선 듀란은 그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지는 하늘을 버리고 기숙사 건물로 들어갔다. 힘없이 방문을 열자 불이 켜져 있었다. 저택에서 돌아온 스콜이 침대에 누워있었던 것이다. 너무 많이 마셔버렸나? 무기력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은 듀란은 지금의 답답한 심정을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스콜, 일어나봐." "……." 언제나 그러했듯 얘기의 주제를 꺼내기 전까지는 쉽게 대답을 하지 않는 그였다. 듀란은 예상했던 반응에 절망이 뒤섞인 비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 "한 남자가 있었어. 그리고 바보 같은 여자도 있었지. 남자에겐 사명이 있거든. 바로 그녀를 죽이는 거야. 그녀를 죽이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돼. 그래서 남자는 계획적으로 여자와 친해졌어. 남자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고, 여자는 그를 이 세상 누구보다 믿고 따르게 되었어. 이제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서 죽이면 사명을 완수할 수 있어." "그런데?" 방금 전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스콜은 흥미가 일었는지 나직한 대답을 남겼다. 관심 없는 것처럼 눈은 여전히 감고 있었으나 지금 듀란이 하는 이야기는 그와 엠블라의 얘기와 너무나 흡사했기에 결말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도 얘기는 여기서 끝났어. 책이었는데 뒷부분이 뜯겨져 있었거든. 그냥 궁금해서, 남자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술에 취한 중얼거림은 방안을 힘없이 돌아다니다 스콜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왜 여자를 죽이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지?" "여자가 죽지 않으면 악마들이 중간대륙에 사는 사람들을 다 죽일 거야. 아마도……." 듀란은 자신도 모르게 스콜에게 정체를 폭로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흥미롭게 듣다가 넘겼을 이야기였지만 악마라는 말에 자연스레 죄악의 붉은 달과 라그나로크가 떠오른 스콜이었다. 그렇다면 듀란의 얘기를 한번 의심해볼 여지가 있었다. "너에겐 그 여자를 악마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힘이 있냐?" '너'라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만취한 듀란은 유도심문을 파악할 기력조차 없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지켜주고 싶다." 비록 들릴 듯 말 듯한 속삭임이었지만 듀란의 의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스콜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꿔버렸다. 그는 암살자다. 다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한 가지 있었다. 그에게선 단 한번도 시엘을 향한 살기를 느낄 수 없었다. 물론 조그마한 살기라도 느껴졌다면 그의 암살은 스콜에 의해서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단 한번도, 단 한번도 살기가 없었기에 아직까지 듀란을 암살자라고 생각지 못했다. '지켜주고 싶다?' 어쩌면 해답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가엾잖아. 그녀가 사는 이 세상은 추악한데, 모두 그녀를 죽이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정말 깨끗한 눈으로,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 그런 애가 무슨 큰 죄를 저지른 거지? 얼마나 죄가 컸기에 죽어야 하냐고? 그것도 그녀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한테 죽어야 한다는 건 너무 가엾잖아." 그 말을 내뱉은 듀란은 술기운 때문에 감정이 격해진 것인지, 아니면 시엘의 처지가 너무나 가련하게 느껴진 것인지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인간은 이기적인 생물이다. 너에게 소중한 하나의 생명과 네가 모르는 수많은 생명을 저울질해봐야 결국엔 전자를 택하게 된다. 중요한 건 하나다." "하나라고? 그게 뭐지?" "그녀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느냐하는 믿음이다. 끝까지 지키지 못할 바엔 지금 죽여라." 이것이 스콜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와 엠블라가 만든 이야기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했다. "끝까지 지키지 못할 바엔 지금 죽이는 게 낫다고? 괜한 사람들이 죽고 나서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아프니까……." 힘없는 되물음, 힘없는 대답이었다. 긴 침묵을 깨고 듀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보니 술집에서 음유시인을 만났다. 그녀가 너에게 전하랬어. 너는 실패작이라고……." 듀란의 얘기를 들어보아 그곳에 없던 스콜을 지칭했다는 것은 이미 그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럼 과연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에서 누가 용병왕 아스크의 정체를 알고도 실패작이라는 말을 남길 수 있을까? "그녀의 이름은?" "엠블라, 엠블라였어." 엠블라! 그녀의 이름을 다른 이의 입에서 듣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던 스콜은 지금까지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확실하냐?" "그래." 술이 떡이 된 듀란이라도 스콜이 평소와는 너무도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 흥분하고 있었다. 55년 전에 잃었던 엠블라가 나타났다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없던 스콜은 듀란에게 다가와선 거칠게 다그치기 시작했다. "어디서 봤지?" "간판이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아마도 '나른한 햇살'이라는 술집이었어." 더 물을 것도 없었다. 스콜은 기숙사방문을 박차고 달리고 있었다. 진짜 엠블라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직접 그녀를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능은 소리치고 있었다. 엠블라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노란병아리2005-11-19 19:44:43 ^^ㅋ 2 화랑(花郞)2005-11-19 20:30:34 재밌게 읽고 갑니다..ㅎ 노란병아리님의 흔적이 여기서도''; 쿨럭//ㅋ 3 60일탈출2005-11-20 01:10:44 엠블라의 의미심장한 말!! 4 오드리했어2005-11-20 16:12:02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5 김백호2005-11-20 18:28:27 노란병아리님, 화랑님, 60일탈출님, 오드리했어님 감사합니다. 꾸벅~ 6 마뢰2005-11-22 12:10:28 ㅎㅎ 7 UHboy2005-11-22 20:41:20 듀란은 똥꼬대신 본명이 나왔는데 스콜은 원래의 이름인 아스크가 아닌 스콜이라 하네요 ㅎㅎ 엠블라의 정체는.. 그리고 실패작이라는 알수없는 의미의 뜻은...?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ㅎㅎ 8 김백호2005-11-23 14:22:45 뒤에 보시면 스콜이 아스크란 이름을 버립니다. 스콜이란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죠^^ 그에 반해 듀란은 잠시 용병양성학교로 입학하기 위해서 가진 이름이다보니, 그리고 똥꼬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나오면;; 조금;; 9 가을흔적2005-11-25 16:11:15 실패작이라.. 10 123452005-11-26 02:37:57 으음...똥꼬가 너무 나서는게...왠지 좀... 11 Cross2005-11-26 10:42:57 이야기가 점점 미궁속으로!!!~~~ 갑자기 나타난 엠블라... 스콜이 실패작이라... 시놉에서부터 느꼈지만... 스케일을 너무 크게 잡으신듯.... 이야기가 조금만 망가져도 아야기 전체의 흐름이 완전 뒤죽박죽 될수도 있는데... 하지만 그많큼의 위험요소가 있어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지요 ^^ (아...사악하다....) 12 시라노2005-11-26 18:02:44 파이링!! 13 樂見者2005-11-30 01:00:26 노란병아리님 하고 가을흔적 님은 가는곳 마다 뵈는듯...쿨럭...;; 14 나코2005-11-30 02:46:25 으음... 그 음유시인의 정체는 무엇인가; 잘 봤습니다~ 15 몽몽2005-12-01 15:09:27 잘보고갑니다^^ 16 Hernesto2005-12-10 11:13:24 아 정말 사이사이의 개그 웃겨 죽네요.. 17 김백호2005-12-10 11:41:48 리플 감사합니다^^ 18 청송(淸松)2005-12-14 00:03:35 엠블라....! >_놀고 있던 왼손 아닌가요? 35 김백호2006-02-19 04:31:17 낭민객님,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36 火狼2006-02-20 11:32:38 근데 잘도 심연의 카드를 훔쳤군요.. 37 김백호2006-02-20 14:54:18 콘은 나이가 들어서... 쉽게 훔쳐냈다는 후문이... 38 작은마음2006-02-23 08:50:51 카드를 잃어버렸다는건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정말이였구낭.. 39 사란2006-02-24 05:14:36 아아, 정말 .. 엠블라 .. 히잉 ..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18화 [39]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16화 [28]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22 18:20:00 고친날 2006-01-15 15:56:28 읽은수 4098 [ 2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18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9화 자기희생(自己犧牲) 영겁(永劫)의 어둠으로 지배되어온 밤, 그 어둠을 베어내는 것은 영롱한 새벽의 기운이었다. 여명의 검푸른 햇살은 계절과는 무관하게 시원함을 간직하고 있기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벽을 하루의 시작이라고 부르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한 새벽의 축복이 담긴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태양은 떠올랐다. 안개처럼 흐릿한 빛줄기 사이로 비추어진 햇살은 스콜을 원인모를 편안함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평화로워보였다. 아니, 평화로워 보일뿐이었다. 사람들은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들의 피로 빗어낸 처절한 평화에 안주하고 있었다. 어느새 그들은 저주받은 이 관례를 너무나 쉽게 여기게 되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스콜마저도 소녀들의 희생자체엔 관심이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소녀들을 죽여 왔으면서도 그것이 정의로운 행동인 줄 착각해왔었다. 위선자, 누구보다 진한 위선의 개였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다. 18년 96일을 주기로 매번 2천명이 넘는 소녀들이 지금껏 죽어왔지만 결국 친지들이 아닌 바에야 사람들은 주변에서 일어난 작은 불행으로 치부해버린다. 그 역시 지금까지 죽여 왔던 소녀들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가볍게 넘겨왔었다. '나는 지독한 위선자였다.' 지금 그는 그녀와 함께 분지에 세워진 바벤베르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와 비와 함께 내린 아침 햇살에 젖어있었다. 그녀를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작은 불행으로 보였던 일들이 얼마나 당사자에게 있어선 혹독한 일들인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눈빛,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소녀, 그녀는 스콜의 옆에서 따스함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마을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쩌면 이곳을 찾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전 어차피 죽어야 해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곁에서 죽는 건 결국 그분들에게 절 두 번이나 잃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짧은 행복 뒤에 이어질 죽은 자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고 있다. 죽음에 처한 자신의 입장보다 부모님에 대한 걱정에 나온 얘기, 부모님을 찾은 것이 결국 그녀의 지나친 욕심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지금이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어요." 그녀가 방황하고 있다. 춤추는 빗줄기처럼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네가 죽는 건 한달 뒤의 일이다. 남은 한달을 어떻게 쓰든 그건 너의 권리다." 스콜이 해줄 수 있는 말은 누구나가 해줄 수 있는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진부한 얘기였다. 이런 말이 위로가 될 리 없다. 그녀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그였기에 남은 삶을 후회 없이 쓰란 말에는 부조화가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의 말에 미소로 답해주었다. "미안해요. 스콜님의 말처럼 아직 한달이나 남아있는데……." 그녀의 마음은 아슬아슬하게 제 자리를 찾은 듯 했으나 오히려 스콜의 마음이 아련히 아파왔다. 한달이라고? 고작해야 한달이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리는 짧은 시간이었다. 세상의 어떤 이가 자신의 목숨이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그러나 엠블라는 스콜의 그러한 생각을 비웃듯이 진심이 담긴 미소로 세상을 대하고 있었다. 거짓된 평화를 위해 생명이라는 거룩한 희생을 하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면서 스콜은 은연중에 그녀가 죽지 않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 봐도 방법이 없었다. 그녀가 죽지 않으면 중간대륙으로 물려든 악마들에 의해 인류가 멸망한다. 라그나로크를 막을 방법이 달리 없었기에 스콜은 미안하단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괜찮아요. 오래전부터 각오하고 있었는걸요." "넌 죽음이 두렵지 않아?" "솔직히 말씀드려야 하나요?" "솔직히?"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요. 두려워요. 하루, 하루가 지나는 게 너무나 두려워 미칠 것 같아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하다가도 내일을 생각하면……." 이것이 그녀의 진심이었다. 아무리 세상을 밝게 바라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여린 어깨는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앞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워 어쩔 줄 모르는 가엾은 소녀, 아무리 강한 척, 착한 척해봐야 엠블라는 이제 겨우 18살의 소녀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용케도 지금까지 이런 연약한 마음을 감추고 있었다. 지난 한달 동안 몰래 지켜보던 스콜조차도 알아챌 수 없을 만큼 그녀는 완고하리만큼 자신 안에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스콜은 고갤 돌려서 흐린 눈망울을 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120년을 살아온 그였지만 이토록 마음을 안타깝게 만드는 이는 만난 적이 없었다. '세상은 어째서 그녀를 죽여야만 하지? 아니, 세상이 그녀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녀를 죽이는 거다.' 죄책감, 동정,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 스콜은 더 이상을 말을 하지 못하고 가련해 보이는 소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남은 한달 안에 행복을 찾을 수 있게 그녀를 도와줄 것이다. "힘들면 날 원망하고, 내게 기대라." 단순히 손이 잡힌 것뿐인데도 깜짝 놀라서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엠블라에게 스콜은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러한 행동, 그건 그녀를 위한다기보다 지켜줄 수 없는 자신의 아픔을 감싸는 행동일지도 몰랐다. "지금 기댈 수 있나요?" "지금?" "네……." "그래……." 그녀가 조심스럽게 안겨왔다. 풋풋한 향기, 아담하고 부드러운 몸, 죽음 앞에 미소를 짓기에는 너무나 나약한 몸이었다. "스콜님, 고마워요." 흩날리는 빗줄기는 마치 바람 곁에 나부끼는 꽃잎들처럼 스콜과 엠블라를 포근하게 적시고 있었다. 그렇게 그에게 기댄 그녀를 꼭 끌어안은 스콜은 이제부터 가야할 길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한 건지도 모른다. 파직! 그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돌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절벽 쪽이다. 무심코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엠블라는 깜짝 놀랐는지 낮은 비명소리를 질렀다. "스콜님, 저기!" 그녀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 그곳엔 겨우 대여섯 살로 보이는 꼬마아이가 높은 절벽을 오르다 기반이 불안한 바위를 밟았는지 미끄러져서 지상에서 20M쯤 되는 높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었다. 꼬마아이의 축 늘어진 팔로 보아서 얼마 못 버티고 떨어질 것만 같았다. 엠블라는 긴박한 상황이니만큼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곳으로 내달렸다. 물론 그녀 나름대로는 열심히 달리고 있었지만 절뚝거리는 한쪽 다리 때문에 일반인들에 비해 형편없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달려가는 엠블라, 힘이 빠지는지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절벽에 매달려있는 꼬마아이, 그의 계산상으론 엠블라가 당도하기 전에 꼬마아이는 땅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아니, 그러한 계산을 하기도 전에 꼬마아이는 이미 매달려있던 돌기를 놓쳐버리고 추락하고 있었다. "안 돼!" 그녀가 구해내기에는 늦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스콜은 어쩔 수 없이 잠들어있던 카르마를 일깨웠다. 마치 창공을 누비는 솔개처럼 허공을 밟으며 절벽까지 순식간에 날아간 스콜은 떨어지는 아이를 공중에서 낚아채서 안전하게 땅바닥에 착지했다. "괜찮니?" 꼬마아이는 지금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뒤늦게 벼랑근처로 달려온 엠블라는 크게 다치지 않은 아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꼬마야, 위험하잖아." 엠블라의 걱정이 담긴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아이는 어느 정도 상황이 이해가 되었는지 조그마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고, 고맙습니다." "왜 절벽같이 위험한 곳을 오르니?" 그녀의 말을 들은 아이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손가락으로 절벽 중턱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하늘빛의 꽃, 물망초가 예쁘게 피어있었다. "꽃을 따려고?" "네,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서요." 무모했지만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행동이었기에 엠블라는 더 이상 꼬마아이를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당장이라도 절벽 중턱에 피어있는 물망초를 대신 따주고 싶었지만 절름발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누나가 할 수 있으면 따주고는 싶지만……." 굳이 얘기를 듣지 않았더라도 스콜은 그녀의 미소를 보고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러했기에 꼬마아이를 내려놓고는 단번에 절벽 중턱까지 뛰어오른 그는 물망초를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따왔다. "여기 있다." 무뚝뚝한 말투로 땅바닥에 주저앉은 아이에게 물망초를 건네는 스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도 되는지 몇 송이의 물망초를 가슴에 조심스럽게 안으며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티 없이 맑은 미소를 지어주는 작은 아이, 그 장면을 지켜보며 엠블라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재차 인사를 한 꼬마아이는 얼른 집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절벽에서 떨어질 때 튀어나온 바위에 부딪혔는지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검은 색의 바지는 흥건한 피로 물들어 있었고, 발목을 타고 내려오는 붉은 핏줄기가 보였다. "데려다주마." 그렇게 말하며 꼬마아이를 안은 스콜은 산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비록 말투는 무뚝뚝하고 차가웠지만 아이를 안고 있는 그의 마음을 엠블라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던 엠블라가 의미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금 쓸쓸한 듯 하면서도 안타까움이 맺힌 그녀의 미소를 본 스콜의 눈동자는 의문으로 물들어있었다. "혹시 물망초의 꽃말을 아세요?" 그녀가 먼저 입술을 떼었다. "물망초?" "네, 지금 아이가 안고 있는 꽃이 물망초라는 꽃이에요." 스콜은 꽃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금껏 너무나 세상을 편협하게 살아왔다는 증거다. 그녀를 겪을수록 세상은 신비로워졌다. 그의 궁금한 표정을 눈치 챈 그녀가 가녀린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노래하듯 얘길 했다. "옛날 다뉴브(Danube)강가로 한 쌍의 남녀가 산책을 하고 있었어요. 사랑하는 남자와 같이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여자는 강가에 피어있는 연보라빛깔의 꽃이 보고 '아! 참 예쁜 꽃이에요!'라고 감탄을 했죠. 사랑하는 그녀에게 꽃을 꺾어주고 싶었던 남자는 손을 뻗다 그만 강물에 빠져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는 강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헤엄을 쳤지만, 물살이 너무 세서 나오지 못하고 자꾸만 떠내려갔죠. 여자는 남자를 따라 강가를 달려가며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여자마저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강가로 뛰어들려고 하자, 남자는 어쩔 수 없이 강물에서 빠져나오겠다는 건 단념해버리고 쥐고 있던 꽃을 힘껏 여자에게 던지며 '나를 잊지 마세요!'라고 했어요. 곧 남자는 물 속으로 잠기고 말았죠. 남자에게서 그녀의 손에 던져진 꽃이 바로 물망초예요. 그래서 물망초의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Forget me not)가 되어버렸죠."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스콜은 어째서 꽃을 바라보는 그녀의 미소가 쓸쓸해보였는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물 속에 빠져버린 남자가 던진 물망초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물망초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은 것이었다. "죄송해요. 괜히 슬픈 얘기를 해서 분위기만 어색해져버렸네요." "아니야. 좋은 이야기였어." 그렇게 쉽게 지울 수 없는 얘기를 되새기며 스콜은 걸었다. 아이의 집은 엠블라의 집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낡은 집안으로 아이를 안고 들어가자 방 한쪽 침대에 누워있던 해쓱한 여인이 상체를 일으키며 그들을 맞이하였다. 어떻게 해서 그녀가 버려진 자들의 도시인 바벤베르크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폐색이 짙은데도 불구하고 기품 있는 모습을 남아있는 걸로 봐서 귀족출신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엄마, 꽃 따왔어." 스콜의 품에서 내려온 아이는 가슴에 안고 있던 물망초를 꽃병에 담아서 침대 옆에 있는 볼품없는 장식장 위에 올려두고는 방금 전에 있었던 절벽의 일을 세세하게 얘기했다. "저희 아이를 구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차라도 대접할게요. 누추하지만 잠시만 그쪽에 앉아계세요." 엠블라는 그녀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는지 스콜의 팔을 살며시 끌며 입구 맞은편에 있는 식탁에 앉게 되었다. "위험하니까 다시는 그런 곳에 가지마." 난로위에 주전자를 올려놓은 그녀가 아이의 상처를 치료해주면서 따끔하게 혼을 냈지만 아이는 티 없이 맑은 미소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엄마는 감기 때문에 창문도 못 열어놓고 있잖아. 답답할 것 같아서 그런 건데……." "엄마는 괜찮아. 꽃은 고맙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꽃이 아니라 너란다." 아이의 마음이 너무나 안쓰러웠는지 눈시울이 조금 붉어진 그녀가 얘기를 하자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약속을 했다. "엄마, 알았어. 이젠 절벽 같은 덴 안 갈께." 치료가 끝나자 아이는 다친 다리인데도 또 밖으로 놀러나가 버렸고, 그녀는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스콜과 엠블라에게 건네며 재차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것보다 많이 아프신 것 같은데 도시에 한번 안내려가 봐도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요. 제 병은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여인은 원래 니플하임에서도 꽤나 이름 있는 백작가문의 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은 그녀와 그녀의 약혼자를 니플하임과 샤를마뉴제국이라는 이름으로 갈라놓았고, 결국 둘은 이곳까지 도망쳐오게 되었다. 버려진 자들의 도시 바벤베르크, 귀족생활을 할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으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그리 힘들진 않았다. 그러던 중 남편이 원인모를 병으로 먼저 목숨을 잃게 되었고, 슬퍼하는 것도 잠시 불행의 연속으로 그녀 역시 병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차를 마시며 그녀의 과거를 듣던 엠블라와 스콜은 아픈 사람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집밖으로 나온 엠블라는 바람 앞에 촛불처럼 불안해 보이는 모자의 사랑 앞에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행복해보여요." "뭐가?" "비록 가난하고 병마에 시달려 불투명한 미래라도 두 사람에겐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한순간의 부러움이 스쳐지나갔지만 엠블라는 도리질을 쳤다. 겨우 한달밖에 함께 할 수 없다 해도 이젠 그녀에게도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죽는다." 스콜의 차가운 말이 무슨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엠블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네?" "사신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녀의 카르마는 죽음의 낫에 깊게 베어져버렸다. 아마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아직 세상을 모르는 초롱초롱한 아이의 눈동자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슬픔이 묻어 있던 여인의 눈동자가 스쳐지나간다. "저렇게나 행복해 보이는데……." 한동안 말이 없는 엠블라였다. 누구보다 죽음에 대해선 각오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인이 죽고 난 뒤 아이가 얼마나 슬퍼할지를 생각하게 되자 자연스레 그녀의 부모님들에게도 미안해진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정말 스콜님이 있어주어서 다행이었어요." "무슨 말이지?" "스콜님이 없었다면 아마도 아이는 크게 다쳤을 거예요. 만약 아이가 심하게 다쳤다면 그녀는 더욱 슬퍼하면서 떠나갈 수밖에 없었겠죠. 저도 스콜님처럼 남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죽기 전에 한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헛된 망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야. 힘을 가졌어도 진정으로 구하고 싶은 한 사람도 정작 구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스콜의 진심이었다. 아무리 스콜이 강하더라도 악마들을 상대로 인류의 방패 막은 될 수 없었다. 그렇다보니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옆에 있는 엠블라도 결국엔 죽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한탄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스콜님은 정말 소설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분이세요. 이렇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소설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인걸요." 그녀가 해맑게 웃는다. 그러나 그는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현실은 아이를 홀로 남겨둔 가련한 어미를 죽인다. 현실은 인류를 대신해 죄 없는 소녀를 죽여 왔었다. "소설이라? 날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있다면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어떤?" "그 소설은 삼류라는 거다." 너무나도 빨리 시간이 가버렸다. 흐르는 물처럼 잡을 수 없는 시간 앞에 스콜은 좌절하고 절망에 빠져야만 했다. 어느덧 그녀를 죽여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지난 한 달간 티 없이 맑고 친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봐준 엠블라의 목에 칼을 겨눠야만 했다. "시간이 됐다." 미스텔테인의 거친 쇳소리가 밤하늘을 차갑게 가르며 귓가에 박혔다. 알고 있다. 온통 붉은 세상이었다. 허름한 집도, 우거진 숲도, 바위도, 냇가도, 심지어는 거대한 산맥마저도 진한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치 이날 태어나는 여자아이의 운명을 비웃듯이!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주스러운 죄악의 붉은 달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18년하고 96일, 벌써 몇 번은 겪어 낯설지 않은 달빛이었건만 오늘 그의 눈동자에 새겨진 각오는 다른 날과 달랐다. 아직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살아있다. 스콜은 지난 한 달간 그녀와 함께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120년을 넘게 살아온 그가 고작 18년을 살아온 그녀에게 배울 것은 너무나 많았다. 아무리 오랜 세월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가 살아온 발자취는 전장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즉 일상적인 생활은 전혀 모르던 스콜은 그녀의 앞에선 아직 세상을 모르는 평범한 남자일 뿐이었다. 그녀에게 가정집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을 먹는 법을 배웠고,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법, 아량을 베푸는 법과 꽃의 꽃말을 배웠다. 고상한 취미라 할 수 있는 악기를 연주하는 법까지 배우게 된 스콜은 그녀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검술밖에 없었다. 어쩌면 라그나로크를 대비해서 여성의 몸으로도 빠르게 익힐 수 있는 검술인 니플을 창시하게 된 것이다. 이미 스콜은 그녀를 죽일 용기를 잃어버렸는지도 몰랐다. "앞으로 몇 시간 뒤면 중간대륙은 악마들의 세상이 된다. 어떻게 할 셈이냐?" 미스텔테인의 질문에 스콜은 쉽게 답하지 않았다. 오직 시가렛 연기만이 무거운 근심을 머금고 붉은 밤하늘로 피어오를 뿐이었다. "죽인다." 한참 뒤에야 무겁게 닫혀있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을 굳힌 거냐?" 미스텔테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녀는 죽지 않는다. 지옥의 문을 통해 중간대륙으로 몰려드는 악마들을 모조리 죽이겠다는 얘기다." 이해하기 싫은 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를 스콜은 그리고 있었다. 설사 그가 악마들을 몇 달 사이에 걸쳐 모두 죽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날아간다. 그는 지금 두 갈래의 갈림길에서 굳이 험한 길로 들어서려하고 있었다. 그곳은 한 소녀의 목숨과 중간대륙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목숨을 저울질하는 위험한 길이었다. "너무 무모하다." "그럴지도……." 무모한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녀를 죽인다고 해도 중간대륙에 내려진 뿌리 깊은 저주는 사라지진 않는다. 그녀를 죽여도 오늘 태어난 여자아이들을 언젠간 또 죽여야만 했다. 만약 이것이 신이 인간들에게 내리는 일종의 시련이라면 저주를 푸는 방법은 열쇠를 부수는 일만이 능사는 아닐 거라고 의심하기 시작한 스콜이었다. "너에게 있어서 그녀는 그 정도로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냐?" "모르겠다. 지난날 내가 무엇을 봤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내가 느낀 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렸다는 거다. 그래서 그녀를 조금 더 붙잡아서 보고 싶은 것뿐이다." "너의 그 욕심이 수많은 피를 부를지도 모르는데도? 어쩌면 너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 "이런 게 사랑이라고? 아니, 동정일거다."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스콜은 자신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을 어떠한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는 대충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랑이란 감정은 이런 게 아닐 거라 여겼다. 여전히 근심을 털어낼 길이 없던 그는 시가렛 연기에 취해 죄악의 붉은 달이 중천에 설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느껴지는 왠지 모를 불온한 기운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천천히 일어선 스콜은 그녀가 사는 집 쪽을 향해 육안을 돋웠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었고, 잠시 후 한 달간 그가 지냈던 허름한 이층집에서 거친 불꽃이 피어오르는 게 아닌가? 아직 지옥의 문은 열리지 않았는데도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스콜은 미스텔테인을 꽉 쥔 채 그곳을 향해 비호처럼 내달렸다. "뭐하는 짓들이냐?" 버려진 자들의 도시 바벤베르크의 모든 사람들이 불타오르는 이층집 앞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그녀의 부모를 인질로 잡고 엠블라를 화형이라도 처하려는 듯이 장작더미위로 그녀를 막 올리려하다가 이곳까지 단숨에 달려온 스콜을 보고 뒤가 구릴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계십시오. 아무리 당신이 강하다고 한들 우리들 모두를 죽일 수는 없잖습니까? 어차피 그녀는 죽어야 한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시잖습니까? 인류가 멸망하지 않기 위해선 이 길밖에 없습니다." 스콜에게 경고를 하면서도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침없는 살기에 사람들의 눈동자는 하나같이 겁에 질려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어째서?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웃으면서 인사를 나눴던 이웃들인데 이토록 비정하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인간이란 자신이 살기 위해선 옆에 있는 친구나 가족마저도 배반할 수 있을 만큼 이기적인 존재였나? 이러한 자들을 위해서 죄 없는 소녀가 그동안 희생을 당해왔단 말인가? 스콜이 흉흉한 살기를 담은 미스텔테인을 치켜들었으나 사람들은 이미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지 녹이 슬어있는 검을 들고 그의 앞에서 대항했다. "제발 모른 척 지나가 주십시오. 저희로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시끄럽다." "저희도 살기 위해……." "살고 싶다고? 너희들이 그토록 바라는 삶을 그녀에게선 빼앗으면서? 그렇게라도 해서 살고 싶냐? 개소리 짓거리지마라!" "하지만……." 앞서 나온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분노를 머금은 미스텔테인이 휘둘러졌다. 너무나도 가볍게 하나의 생명이 떨어진다. 방금 전까지 몸통에 붙어있던 머리가 날아간다. 몸통에서 힘없이 떨어져나간 머리는 진한 핏줄기를 뿌리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척추까지 끌려나온 머리통은 사람들의 미래를 암시하듯 바닥에 붉은 핏자국을 그려놓았다. 벌어진 입에서 나온 혀가 축 늘어진다. 눈알은 공포와 놀람으로 굳어진 채 치켜떠져있었다. 그런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도 사람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가엾게도 그들 나름대로 살기위한 처절한 발악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무차별적인 살인, 한번 휘둘러지기 시작한 미스텔테인에 인정이란 없었다. 임신을 한 여성의 배를 가르고 그곳에서 조용히 숨쉬고 있던 아기의 숨결마저도 베어버렸다. 잔혹한 칼날은 엠블라가 바벤베르크로 들어설 때 친절하면서도 한편으론 비굴한 미소를 지어주었던 용병의 몸통마저도 반으로 갈라버렸다. 용병은 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내장을 애써 떠받쳐보았다. 뜨거운 피와 따스한 김이 엮인다. 믿기지 않는 표정, 곧 그러한 표정은 멈춰버린다. 주위는 그러한 자들의 악취로 더렵혀지고 있었다. 스콜은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가 악마였다. 사신이었다. 그의 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여지없이 인간의 생명이 하나씩 떨어져나갔다. 마치 장난기어린 꼬마아이가 작은 개미들의 몸통을 하나하나 뜯어서 죽이는 것처럼 그는 인간들의 육신을 마음껏 찢어버리고 있었다. 겨우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지나지 않아 뒤편에서 묵묵히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한 소년을 제외하곤 모든 사람들이 육신조차 온전히 보존하지 못한 채 땅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끔찍한 광경에 엠블라는 울었다. 저주받은 자신의 운명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버렸다. 결국 스콜의 대검에 묻은 피의 원인은 그녀에게 있었던 것이다. 반면 스콜은 뒤편에 서서 차가운 눈초리를 하고 있는 소년을 노려보았다. 한 달 전 절벽에서 떨어지는 걸 구해준 아이, 일주일 뒤 병든 어미를 잃어 엠블라의 부모가 거두어서 오늘까지 같이 생활을 해왔지만 지금 아이의 모습은 평소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전개됐는데도 소년의 눈동자에선 한 치의 동요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겉모습은 같았지만 그들이 알고 있던 아이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자그마한 몸속에 어마어마한 카르마를 갈무리하고 있다는 느낌에 스콜은 미스텔테인을 힘 있게 쥐며 치켜들었다. 그러자 소년도 오른손을 들더니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검을 소환해내었다. 치엥! 순간적으로 무엇인가가 번뜩여서 스콜은 본능적으로 미스텔테인을 곧추세웠다. 보지 못했다. 10M나 떨어져 있던 소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앞에 와서 미스텔테인을 부숴버릴 기세로 검을 휘두른 것이다. 스콜은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서 미스텔테인을 휘두르며 조그마한 아이를 날려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막혔다. 힘에서 밀리고 있었다. 작은 몸뚱이, 얇고 투명한 검신에서 나오는 힘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 앞에 결국 스콜은 튕겨져 나가버렸다.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소년을 노려보았다. 단 한번의 검을 주고받았을 뿐이지만 그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인간의 몸뚱이를 빌린 인간이 아닌 존재였다. "호오! 저의 공격을 막아내는 인간이 있다니 상당히 놀랐습니다! 혹시 인간이 아닙니까?" 오히려 그가 물어야 할 질문을 소년이 했다.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스콜 역시 인간이 아니다. 적어도 인간보단 월등한 존재라 배웠지만 그 얘기를 엠블라가 듣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네 녀석의 정체는 뭐냐?" "어느 정도 눈치는 챘겠지만 지금은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를 죽이기 위해 아이의 몸을 잠시 빌린 추적자 정도면 어떻습니까?" 비꼬는 말투를 던진 소년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엠블라보단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스콜에게 더욱 더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추적자라고? 그렇다면 그녀를 죽이기 전에 나를 먼저 죽여야 할 것이다." "흥, 애당초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엠블라는 방금 스콜이 내뱉은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녀는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가져서는 안 될 마음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애써 감춰왔었다. 그렇게 지내왔는데 방금 스콜이 그녀를 죽이기 전에 자신을 먼저 죽여야 한다고 말해줬다. 그 말 때문이었을까? 죽음을 앞뒀음에도 불구하고 엠블라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죄악의 붉은 달이 뜨면 누구보다 먼저 목숨을 앗아갈 거라고 여겼던 그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신을 지켜준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스콜님, 고맙습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노란병아리2005-11-22 18:33:02 흠 멋진 ... 그림이 그려지네요. 낭만적입니다 2 UHboy2005-11-22 21:14:30 헉 다읽었다.. 글하나하나 용량되 어마어마하고 내용도 알차고 좋은 소설입니다. 부디 힘을 잃지 마시고 좋은 글 계속해서 써주세요 ㅎㅎ 3 松竹2005-11-22 22:27:57 22kb인데 왜 이렇게 짧죠...? 흠냐.. 잘읽고 갑니다. ^^ 4 오드리했어2005-11-23 09:38:47 잘읽구갑니다^^ 5 김백호2005-11-23 14:27:21 모두 감사드립니다. 지금 바로 다음편 올려드리겠습니다. 6 호야(好夜)2005-11-23 21:57:44 잘 보고 갑니다. 7 김백호2005-11-24 10:08:39 감사합니다^^ 8 가을흔적2005-11-25 16:19:00 아~ 9 [草木]2005-11-27 05:08:07 으음... 10 김백호2005-11-28 22:08:47 가을흔적님, 초목님 리플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11 극동이2005-11-29 22:07:17 잘보고갑니다 ㅎㅎ 12 김백호2005-11-29 22:31:57 극동이님, 앞에도 잘보고'갑니다' 하셔서 그냥 가시는 줄 알았다는 ㅠ.ㅠ 다시 뵈니 반갑네요^^ 13 로겔프2005-11-30 23:20:09 잔인과 감동의 적절한 조화... 14 나코2005-12-01 05:09:26 잘 봤습니다~ 엠블라가 자신의 목숨을 내주게 되는 건가.. 15 몽몽2005-12-01 15:21:49 잘보고갑니다^^ 16 J사랑2005-12-05 18:57:52 명언이었슴다. 그 소설은 삼류라는거다. 17 J사랑2005-12-05 18:58:21 거기서 감동이 짜르르~ 18 김백호2005-12-05 20:20:58 J사랑님, 잘봐주시니 고맙습니다. 비꼬아버린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암시이기도 합니다^^ 19 패그지2005-12-25 10:45:50 주인공의 행동이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하군요. 20 날랭2005-12-25 15:01:57 아... 21 소검무제2005-12-29 22:26:56 잘 보고 갑니다. 22 창공의바람2006-01-08 08:16:04 작가님의 소설은... 아스크는... 절대 삼류소설이 아닙니다 ^^ 23 김백호2006-01-08 11:49:00 감사합니다ㅠ.ㅠ 24 Σ비호란™2006-01-15 15:08:22 잘보고갑니다^^ 25 청송(淸松)2006-01-17 16:56:21 으악~! 너무 재밌는 거 아닙니까...[털썩~!] 그나저나 자기 소설을 3류로 떨어뜨리는 상큼한 센스~!>__카르마 로 되는거 맞죠? 잘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17 날랭2005-12-26 01:45:38 건필하세요~ 18 소검무제2005-12-29 22:51:37 잘 보고 갑니다. 19 창공의바람2006-01-09 09:31:22 흐음... 이거 북구신화를 바탕으로 한거 아니었나요? 성경의 루시퍼... 가 나오네요... 그리고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 흠.... 20 김백호2006-01-09 09:55:57 네, 뒷부분에 얘기가 나오지만, 북구신화에서 나오는 신의 사자(발퀴레)들을 성경에 나오는 천사들로 설정하였습니다^^ 21 Σ비호란™2006-01-16 20:02:03 잘보고갑니다^^ 22 소면살우2006-01-21 08:27:00 본격적인 이야기라... 우리의 똥꼬가 더욱 강해져서 이 이야기에 한몫했스면 좋겠네요~ ^^;; 건필하세요~ 23 김백호2006-01-21 14:00:00 하하하, 그 예상은 어느 정도 맞습니다^^ 24 鄭龍錫2006-01-21 21:33:01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25 청송(淸松)2006-01-22 21:56:52 오오~이제부터 시작이군요. 그런데 분위기가 서서히 암울해지는데 izi-응급실 들으면서보니까 분위기가 잘 산다는...+ㅁ+/ [나만 그런가 @ㅁ@?] 26 김백호2006-01-22 22:04:30 사실 이전까지 혼이 결여되어있었죠. 아마 벨리알을 만나면서부터 재미있어질 듯 합니다. 27 절대꼭미남2006-01-22 23:17:34 제 리플에대한 글도 달아주시다닛 +.+ 감동 건필하세요 28 절대꼭미남2006-01-22 23:18:29 근데 나도 수정구슬 있으면... 여탕을 몰래 훔쳐볼텐데 ..(ㅡ퍽 퍽) 29 김백호2006-01-23 00:52:04 김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고, 젊은 처자보다는 나이 들은 아주머니들과 조우할 확률이 높습니다. 자제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30 破邪神劍2006-01-29 22:47:35 갑니다~ 31 필사(必死)2006-02-02 08:17:00 후오 잼있네요. 소돔과 고모라... 이거 원피스에 나오는 거대한 말이름이랑 같네요.. 32 김백호2006-02-02 15:41:36 네, 원피스도 성경에서 따왔지 싶습니다^^ 33 巨時期2006-02-03 22:07:52 하핫. 잘 읽고 갑니다. 34 Ruah2006-02-16 20:57:22 지옥설정을 보니 웬지 블랙매트리스가 생각나네요 잘읽고 갑니다 35 김백호2006-02-16 21:51:49 Ruah님, 새턴게임인데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이었습니다. 아스크의 세계관중에 지옥은 정확히 성경과 그노시스사상, 그리고 블랙매트릭스가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야겠죠. 36 火狼2006-02-20 12:13:43 건필하세요 37 행주(荇廚)2006-02-22 14:20:52 즐감했어요. 38 작은마음2006-02-24 07:24:00 >__ 감수하면서 나이어른 -> 나이어린 5 김백호2005-11-28 19:56:22 앗, 오타지적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6 롤리팝스2005-11-28 20:55:38 한번에 쭈~욱 봤는데 굵직한 내용에 매끄러운 전개가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무엇보다 가장 끌리는건 역시 다른 작가님들 보다 한 수 위의 용량(?)!!ㅎㅎ 그럼 즐겁게 다음편을 보러 가겠습니다!! 7 Cross2005-11-28 21:42:57 점점 글의 몰입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지함속에 위트가 좀 약한거 같습니다... 글의 맥이 탁 귾긴다고 할까요??? 물론 미묘한 차이입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지요. 글에 모든걸 담을수 있다면 좋겠지만 때로는 한가지만을 담는걸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물론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8 김백호2005-11-28 22:14:49 롤리팝스님, 읽는 동안 즐거우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도 즐겁습니다. 그리고 Cross님 말씀은 노트에 체크, 체크^^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9 쾌인2005-11-28 23:56:40 아 역시 엄청난 분량! 하지만 오늘은 한편밖에 못읽겠어요.. 내일 전국연합 모의고사를 치는 날이라 잠이라도 푹 자려구요^^ 건필하세요! 내일 모두 보겠습니다! 자드키엘 왠지 좋은데요^^ 10 아르미네2005-11-29 02:55:28 ↑ 동감. 건필하세요^^ 11 60일탈출2005-11-29 16:57:55 아 올라온것좀봐 ~ 행복해 12 김백호2005-11-29 17:49:29 쾌인님, 아르미네님 모의고사 잘 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60일탈출님 말씀 들으니 제가 더 행복합니다!! 13 노란병아리2005-11-29 18:03:15 후후후후 ^^* 14 몽몽2005-12-01 15:30:46 잘보고갑니다^^ 15 샤이라2005-12-18 16:57:58 우와~~~!! 용량봐라! 파묻힐것 같다!!! 우꺄꺄꺄~! 소소한반전....곧 커다란 반전을 볼수 잇겟죠? 몰입도 장난아니네요... 16 날랭2005-12-26 02:23:20 건필하세요! 17 소검무제2005-12-29 23:10:03 잘 보고 갑니다. 18 절도범산타2005-12-31 01:07:17 캬~ 19 창공의바람2006-01-09 10:20:32 ㅎㅎ 오늘편 정말 웃기군요... 이런 해프닝이 많이 있긴 하지만 프레키한테... ㅋㅋ 20 하늘홍차2006-01-10 00:21:00 프레키의 커밍아웃을 축하하며.. 잘 보았습니다. ^^ 21 김백호2006-01-10 00:24:01 쿨럭, 프레키가 감사하답니다-_-a 22 Σ비호란™2006-01-17 20:08:39 잘보고갑니다^^ 23 소면살우2006-01-21 09:16:08 프레키... 여타 다른 귀족애들과는 차원이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군요! 최고입니다~~ 24 절대꼭미남2006-01-23 00:52:52 카프지엘과 프레키가 귀엽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 나만 그런가;;;; 이럼 안되는데.... 건필하세요 25 김백호2006-01-23 00:58:00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으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6 아침안개2006-01-24 02:10:57 건필! 27 破邪神劍2006-01-29 23:17:21 크크큭.. 진짜 이런 전개가 이어지리라고는..ㅎㅎ 28 巨時期2006-02-03 22:53:13 프레키 불쌍해요 ㅠㅠ 29 火狼2006-02-20 12:37:17 프레키.. 절망이군요.. 30 작은마음2006-02-25 09:39:50 카프지엘...너무 불쌍해요 ㅜㅜ.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5화 [27]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3화 [39]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28 15:42:23 고친날 2005-12-13 14:51:33 읽은수 2831 [ 15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5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13화 서쪽에 묻힌 날개 죄악의 붉은 달, 중간대륙 미드가르드를 파멸로 이끄는 징조라 하여 인간들은 붉은 달빛을 보는 것조차 꺼려하고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들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라그나로크가 닥쳤는데도 중간대륙엔 평온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었다. 오히려 핌불베트르가 사라져버린 탓에 샤를마뉴제국만 하더라도 태양을 집어삼킨 짙은 먹구름 대신 높고 푸르른 창공이 펼쳐져있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 시엘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에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인류의 종말을 뜻하는 라그나로크가 실은 인간의 망상이 빚은 결과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나?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죄도 없는 소녀들을 죽여 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은 이미 악마들의 일부가 대륙으로 감촉같이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결국 사건은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정확히 죄악의 붉은 달이 지고 난지 일주일만인 제국력 1721년 4월 20일에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대륙의 북서쪽에 위치한 신성왕국(神聖王國)이 하룻밤 사이에 변해버린 것이다. 평화를 사랑했던 나라, 현명한 국왕 아래 올바른 정치를 펼쳐서 국민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불렸던 신성왕국이 무절제한 징병을 행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여자를 인질로 삼아 병사들을 확충한 신성왕국은 즉각 서쪽의 패권을 쥐고 있는 아르카디아왕국에게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그렇게 아르카디아왕국을 중심으로 이룬 반제국군의 동맹은 어이없이 깨어지게 되었고, 지금 대륙 서쪽은 피바다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스콜은 눈치 챌 수 있었다. 결계를 치지 못했던 신성왕국이 이미 악마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록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던 아르카디아왕국이라 하더라도 결국 인간들이 세운 나라였다. 그리 머지않아 그들이 멸망할거란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도 있었다. 자드키엘의 말에 의하면 아무래도 악마들은 인간들을 조금 더 가지고 놀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 언제든지 인간들을 식량이든, 노예로든 마음 내키는 대로 쓸 수 있었기에 유흥을 목적으로 인간들끼리 전쟁을 일으키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시가 급했다. 악마들에 의해 대륙 서쪽을 모두 지배당하다면 결계 따위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의 전쟁이 국가적 이념이나 신념에 의한 싸움이었다면 지금 서쪽의 군대와 싸우는 것은 결국 악마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밖에 되지 못했다. 그랬기에 스콜은 한시바삐 지옥의 문으로 향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자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를 찾아내야만 했다. 그의 의지가 담긴 전문은 이미 며칠 전에 소피아와 실베스트르백작의 손을 거쳐 카를대제에게 전해졌다. 그 결과가 오늘 용병양성학교에 도착했고, 한반의 담임을 맡고 있는 이사벨은 현시에 맞지 않는 엉뚱한 임무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죄악의 붉은 달에 관련된 정보는 전혀 접하지 못해온 그녀라도 용병양성학교의 흐름이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낌새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말도 안돼!" 맡고 있는 반으로 3명의 전학생이 온 것만 하더라도 전대미문의 일인데 그녀의 손에 쥐어진 임무는 용병양성학교가 처리한 일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상식 밖이었고, 터무니없었다. 이사벨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을 숨긴 채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교단에 서자 한참 신나게 떠들고 있던 학생들도 얼른 제 자리에 앉았다. 반장인 프레키 발라스칼프가 며칠 전 그녀에게 맞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는지 주춤거리며 일어서서 인사를 하자 이사벨은 바로 임무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우리 반이 다른 반보다 뛰어나다는 이유로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어요." 막중한 임무라는 말에 이제 겨우 칸디둠이라고 할 수 있는 용병견습생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물론 용병양성학교에서 수련을 하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었지만 역시 긴장감이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들은 원하고 있었다. 용병이라면 누구나가 가슴 설렐만한 처음으로 맡게 되는 임무를 말이다. "선생님, 어떤 임무인가요?" 한 학생의 기대에 찬 눈빛을 응시하던 이사벨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임무의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국의 첫째 공주인 에리(Eri)공주님을 모두 알고 있죠?" 왜 모르겠는가? 황족이라는 신분을 떠나서 소피아와 함께 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미녀로 유명했다. "그녀의 애완동물이 가출을 했다는군요. 우리들이 맡은 임무는 집을 나간 귀여운 고양이를 찾는 것이에요." 이사벨은 본인의 입으로 말을 하고 있으면서도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어머!" 한숨을 내쉬는 이사벨과는 다르게 시엘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에리 샤를마뉴, 다정다감한 둘째언니와는 다르게 조금은 차가운 첫째언니였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동물들과 함께 있을 땐 유일하게 밝은 미소를 보인다. 그렇게 동물을 좋아하다보니 그녀의 개인동물원이 황실 안에 세워질 정도였다. 귀여운 고양이라는 말에 딱히 떠오르는 동물은 없다 해도 그녀가 얼마나 동물들을 아끼고 신경 써서 보살피는지 알고 있었기에 언니가 지금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지 연상이 되었다. "정말 막중한 임무네요!" 잔뜩 기대했었는데 겨우 애완동물을 찾는 일이라는 사실에 김이 빠진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시엘의 눈동자는 열의와 열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것보다 몇 명이나 임무에 참여하게 되나요?" 실망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한줄기의 빛을 찾는 이는 반드시 있는 법이다. 반수 이상이 임무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운이 좋다면 빠질 수도 있다. 그 학생의 말을 들은 다른 학생들의 머릿속엔 이번 임무에 빠져야만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반에 있는 모든 인원이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네? 선생님, 말도 안돼요!" 알고 있다. 말이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사벨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귀여운 고양이는 현재 제국 서쪽부근에서 사라졌다는 정보를 접했어요. 만약 이대로 서쪽으로 간다면 내전중인 곳으로 탐색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귀여운 고양이의 생김새를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에리공주님밖에 없기에 공주님도 함께 저희를 따른다고 하더군요." "와~" 학생들은 하나같이 감탄사를 내질렀다. 전쟁터로 간다는 말에도 흥미가 일어났지만, 제국에서도 유명한 미녀인 에리공주를 호위한다는 말에 남학생들은 떨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점이 바로 이사벨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대목이었다. 애당초 고양이 한 마리를 찾기 위해 몇 년 뒤면 제국의 막강한 힘이 될 용병양성학교 1학년의 한반을 전쟁터로 몰아넣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황권계승자인 에리공주의 호위를 아직은 햇병아리인 1학년들이 부담해야 된다는 사실 역시 마음에 걸렸다. '이번 임무는 뭔가 나사하나가 빠진 것 같단 말이야.' 이사벨의 그러한 생각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다만 임무의 결제를 한 카를대제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임무를 결코 우습게 다룬 건 아니었다. 영웅의 반열에 오른 자들이 두 명이나 참여하게 된 임무다. 반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전쟁영웅 이사벨 본인과 실체는 용병왕인 스콜이 이번 임무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번 임무의 주안점은 에리공주님을 지키면서 전쟁터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귀여운 고양이를 찾는 것이 되겠군요. 임무명은 귀여운 고양이 구출작전쯤으로 하면 좋겠네요. 이것으로 임무의 전파는 끝내도록 하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오늘 수업은 없습니다. 모두 푹 쉬고 내일 아침 교실에서 봐요." 조례가 끝나자 학생들은 내일 있을 임무보다도 오늘 놀 수 있다는 말에 들떠서 신이 나 있었다. 끼리끼리 모여서 흥겹게 떠드는 교실에서 나온 스콜은 참으로 어이없는 임무에 한숨을 쉬며 기숙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한 남자가 그의 어깨를 잡아챘다. 고개를 돌린 그를 강인한 눈매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자드키엘, 그가 입가에 묘한 미소의 흔적을 남기며 입을 열었다. "설마 네가 꾸민 거냐?" "아니, 난 그저 서쪽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달라고 실베스트르백작에게 전했을 뿐이다." "누구를 통해서?" "소피아……." 그랬다. 이런 황당한 임무를 생각해낼 사람은 아무리 제국이 넓다고 하더라도 역시 그녀밖에 없었다. 스콜의 전문은 아마도 그녀 나름대로 왜곡되고 해석되어서 실베스트르백작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오라버니!" 양반은 못 되는 것 같았다. 교정의 풀숲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갑자기 뛰쳐나온 그녀는 물처럼 흘러내리는 흑발에 묻은 나뭇잎을 떼어내며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나가는 남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이곳으로 쏠렸다. "오라버니! 어때요? 제가 생각해낸 너무나 낭만적인 시나리오가! 기발하죠? 천재적이죠? 감탄하셔서 말문마저 잃어버리셨나보네요! 어쩜 좋아!" "괜찮았다." 솔직하지 못한 스콜이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았냐! 벌써 이사벨은 무엇인가 알지 못하는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것 같았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말들이 많이 오가고 있었다. 그러나 스콜은 솔직하게 말하고 나면 쏟아질 어마어마한 대사 량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괜찮았다며 상황을 일축시켜버렸다. "저의 명석한 두뇌에서 나온 임무니까 절대 실패하시면 안돼요. 소녀는 오라버니가 멋지게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올 때까지 절대 학교 밖으론 안나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절대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강한 부정에 더 불안해졌다. "정말이냐?" "당연하죠. 한참 학업에 전념해야 하는 소녀가 이곳을 두고 어딜 가겠어요. 절대 학교 밖으로 안나갈 테니까 혹 임무 중에 저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더라도 절대 저라고 여기시면 안 된답니다. 후훗~"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말을 새길 뿐이었다. 과연 세상에 비밀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물며 황실에서만 있던 아름다운 첫째공주 에리 샤를마뉴가 서쪽으로 여정을 떠난다는 얘기가 비밀로 붙여지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싫든 좋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버렸다. 그 얘기를 접한 수많은 귀족들은 그녀의 호위를 자청했지만 카를대제는 차갑게 고개를 저었다. 결국 그들은 이번 임무에 있어서 방해만 될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예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때 카를대제의 스승이었던 대주교의 요청은 쉽게 뿌리칠 수가 없었다. 황위를 물려받을 첫째공주가 제국의 밖으로 나가는데 걱정을 안 할 인물이 아니다. 대주교의 성품과 진심어린 걱정을 알기에 카를대제는 성당에서 심혈을 기울여 뽑은 성기사(聖騎士) 발터 그라이펠(Balter Greyfell)이란 자를 공주의 호위에 붙였다. 지금 공주를 실은 은빛 마차가 한 기사에 의해 호위되며 제국의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순백의 갑옷을 입고 백마에 타고 있는 기사, 마차도 기사도 태양 아래 번쩍거리는 광채로 빛나고 있었다. 발터는 얼굴은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아르답기에 이 넓은 제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미녀라는 소문이 퍼진 것일까? 남자로서는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발터는 혹시라도 창가를 통해서 그녀의 미모를 훔쳐볼 수 있을까 싶어서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그러나 마차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얼른 정면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발터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얼음장처럼 서늘한 목소리가 마차의 옆에서 달리며 힐끔거린 발터에게 경각심을 가져다주었다. 얼굴은 아름다울지 모르나 그녀의 성격은 마치 천장에 매달려서 떨어질 듯 말 듯한 고드름처럼 날카로웠고,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어쨌든 에리공주가 탄 마차는 제국 서쪽 출구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도착하게 된 마차. 사실 발터는 이곳까지 오게 되면서 임무의 내용도 듣지 못했다. 그저 공주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물건이 도난당했다는 애기와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공주의 안전을 책임지라는 대주교의 말만 전해 듣고 이곳까지 온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20살도 안 된 것 같은 아이들 40여명과 같이 여정을 떠나게 될지는 그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제국의 서쪽입구에서 일행을 맞아 떠난다는 내용을 알고 있던 발터의 인상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한편 일찍이 제국 서쪽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일행은 멀리서부터 보이는 은색의 마차와 백마를 타고 있는 위엄 있어 보이는 기사를 발견하곤 가슴이 설렘을 느꼈다. 이미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귀여운 고양이라는 애완동물을 찾는 것보단 에리공주를 호위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마차가 그들이 있는 곳 앞에서 멈춰 서자 학생들의 담임이었기에 이번 여정에 참여하게 된 이사벨이 마차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백마를 타고 있던 발터가 그녀를 경계하며 창으로 살며시 제지하는 것이 아닌가? "황제폐하의 승인이 있는 문서가 없을 시에는 공주님께 다가갈 수 없다. 굳이 공주님께 용무가 있다면 나를 쓰러뜨리고 지나가야할 거다." 매우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었다.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발터를 바라보는 이사벨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소설을 너무 많이 봤는지 창으로 제지하는 몸짓이나 말투는 그럴 듯 했지만 지금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대사였다. "발터님, 괜찮습니다. 그분은 아마도 이번 여정의 책임자 같습니다. 방해되니 발터님이 나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지만 신분도 모르는 자인데……." "괜찮다고 말하잖습니까?" 융통성이 심하게 부족한 발터를 향해 다시 한번 더 이가 시릴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가 꽂혔다. 심장이 얼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발터는 명색이 성기사인데 옷도 허름하게 입은 여성 앞에서 무시를 당하는 게 왠지 억울했지만 그렇다고 일국의 공주에게 따지고 들 수는 없었다. 그건 도리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아까부터 공주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그러한 모습, 왠지 모르게 불쌍해보였다. "에리공주님, 타깃이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부턴 조금 거칠게 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차도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마차는 눈에 띄다보니 전역지에 가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아니! 옷도 허름하게 입은 자들이 무엄하다! 어찌 공주님께 저런 낡은 마차를 이용하란 말이냐!" 황실에서 나온 은빛 마차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초라해 보이는 마차에 발터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그것보다 이사벨에게 초면에 반말을 하고 있었다. 허름한 옷을 입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내력이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옷을 허름하게 입은 이유는 최대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였지 알고 보면 몇 년 뒤면 제국의 빠질 수 없는 인재들이었다. 게다가 집시복장을 하고 있지만 이사벨이 누구인가! 발터가 성기사라고는 하나 지위로 보면 더욱 막강한 루브룸이 아닌가! 몇 마디만 하면 그에게 무안을 줄 수도 있었는데도 여정을 떠나기도 전에 괜한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은 이사벨은 그저 침묵을 지킨 채 에리공주의 대답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현실을 버리고 철없이 꿈같은 세상에서 안주하고 있다면 전쟁터에서 제국의 황족가문이 새겨진 은빛 마차를 고집할 것이고, 조금만 생각이 있다면 그녀는 마차에서 내릴 것이다. 그러한 이사벨의 계산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카를대제가 그렇듯 에리공주 역시 어리석은 인물은 아니었다. 마차의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의외로 금빛 자수만 작게 그려진 수수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물론 드레스만 수수할 뿐 양산으로 햇빛을 가렸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세상이 밝아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출렁거리는 은빛 머리카락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투명한 살결은 마치 태양처럼 세상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 쌍꺼풀이 매혹적으로 자리 잡은 눈동자, 살짝 치켜떠진 눈매를 한 여인은 고호한 자태를 뽐내며 마차에서 완전히 내렸다. 그녀는 이사벨을 바로 알아봤는지 가볍게 목례를 하더니 미리 준비해둔 허름한 마차에 올라탔다. 그 짧은 시간이었건만 성기사 발터와 많은 학생들은 그녀의 외모뿐만 아니라 우아한 몸짓에 홀려버렸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아름다움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너무나 감동했는지 침까지 흘리며 바라보던 듀란은 문득 옆에서 쏘아보는 시선을 느끼고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녕, 시엘." 같은 은발을 가졌는데 너무나 달라 보이는 시엘이었다. 물론 그녀가 못생겼다는 얘기가 아니다. 아직 시엘은 성숙한 여인의 향기보다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공주의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물론 몇 년 뒤엔 시엘도 그녀의 언니처럼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 날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는지 긴장이 잔뜩 풀린 표정을 되어버린 듀란이었다. 정말 행복한 남자였다. 무엇보다 제국의 막내공주가 그의 여자친구가 아닌가! "너 음흉한 생각하고 있지?" 시엘은 의외로 이런 쪽으론 예민했다. 따스한 햇볕 아래 잠을 주체하지 못하고 꾸벅꾸벅 조는 강아지처럼 긴장이 한껏 풀려버린 그의 표정을 읽은 시엘은 왠지 모를 불온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니, 절대로 음흉한 생각 같은 거 안 했어. 으흐흐~" 그렇게 말하며 느끼한 웃음을 짓는 듀란, 누가 봐도 뻔한 상황에 시엘은 참지 못하고 꿀밤을 한대 날렸고, 옆에 있던 프레키는 티격태격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에리공주의 외모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했다. 발라스칼프 공작가문의 자제인 그였기에 충분히 결혼 가능성이 있는 여인이다. 이미 이사벨에게 있어선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자신, 첫사랑의 아픔은 가슴속에 간직한 채 새로운 사랑인 에리공주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해바라기처럼 이사벨만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랬다. 당사자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으나 프레키 혼자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장면에 시엘이 조금은 의아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듀란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저기 프레키 얼굴이 너무 심각해보이지 않아?" "응, 아무래도 반했나봐." 그 말에 시엘이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어머! 우리 언니한테? 하긴 우리 언니가 예쁘긴 하지." "아닐 거야. 아마도 저기 있는 성기사한테 반한 걸 거야." "잠깐만! 저 사람은 남자잖아!" 아무래도 시엘은 얼마 전에 카프지엘과 프레키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너 모르고 있었어? 저 녀석 얼마 전에 카프지엘한테도 러브레터 보냈다가 차였잖아. 그리고 예전에 술집에서도 스콜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점괘도 나왔었잖아." "아! 맞다! 그럼 프레키는 바람둥이네. 후훗." "오호, 바람둥이라? 그러고 보니 그러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가을흔적2005-11-28 16:01:23 연참이군요 ^^* 남색 ㅠㅠ 2 롤리팝스2005-11-28 21:08:54 백호님은 자주 지위하고 지휘를 혼동하시더라구요..ㅋㅋ 읽는덴 상관없지만 그래도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요~~^^ 3 Cross2005-11-28 21:52:11 정말 나사가 빠진거 같군요 ㅎㅎ 그런데 글을 읽고 생각해 보니 이번 화는 중요한 알맹이는 속~ 빠진거 같습니다 (아닌가-_-;;;) 겉돈다고 해야하나요? 재미있게 봤지만요 ^^;;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겁니까? 무튼...프레키의 남색....문제는 쉽게 가라않을 문제가 아닌거 같군요 ㅋㅋ 4 김백호2005-11-28 22:16:22 롤리팝스님, Cross님 리플 감사히 읽었습니다. 일단 지금 다시 한글파일 열어서 지위랑 지휘부터 고쳐야겠네요. 5 노란병아리2005-11-29 18:07:28 남색 오해라 후후후후 6 아르미네2005-11-29 23:56:33 시험은 망했지만 소설은 읽는...<- 7 몽몽2005-12-01 15:31:03 잘보고갑니다^^ 8 松竹2005-12-13 10:17:05 중간쯤에 심열을 기울여...심혈을 기울여...가 맞을것 같네요.. 아닌가..ㅡㅡ;; 잘 보고 갑니다. 흐흐 9 김백호2005-12-13 14:50:39 송죽님 말씀대로 심혈이 맞습니다! 날카로운 오타지적 정말 감사합니다! 10 날랭2005-12-26 02:29:02 건필하세요~ 11 J사랑2005-12-27 15:39:03 프레키는 바람둥이~ 12 아트리2005-12-29 10:23:40 헐 불쌍한 프레키~~~ㅋㅋㅋ 13 소검무제2005-12-30 14:08:32 아 바람둥이라...ㅎㅎ 14 절도범산타2005-12-31 01:16:02 헐,,,,, 15 창공의바람2006-01-10 08:14:42 프레키.... 항상 오해받는군요~ 16 Σ비호란™2006-01-17 20:16:03 잘보고갑니다^^ 17 소면살우2006-01-21 09:23:52 소설의 키워드중 하나는 "오해"인것 같군요...ㅋㅋㅋㅋ 스토리와는 다른 코믹성이 아스크를 더욱 빛나게 하는거 같습니다~ 18 김백호2006-01-21 14:01:41 네, 항상 꼬이고, 꼬이죠. 뒤로 갈수록 이점은 줄이고 있습니다. 왜냐면 진도가 너무 안나가다보니^^ 19 절대꼭미남2006-01-23 01:06:52 아하하핫 이런 바람둥인 처음 인데 건필하세요 20 破邪神劍2006-01-29 23:24:53 불쌍한 프레키;;; 21 巨時期2006-02-03 23:03:55 아아... 프레키 너무 불쌍해요... 22 火狼2006-02-20 12:41:50 프레키 갈수록 망가지네요.. 23 김백호2006-02-20 14:57:07 프레키의 컨셉이라고 할까요? 24 파상풍2006-02-21 23:37:56 백호님 정말좋아해요^^ ♡~(하지마!!) 계속 이렇게 마니 연재해주세요~ ♡(하지 말라니깐!!) 연참두 부탁~해요! ♡~(타앙!) 25 김백호2006-02-22 00:18:54 여성분이시면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고 고맙게 받겠지만, 남자분이시면 저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이니 그 마음 접길 바랍니다. 그리고 연참을 하고는 싶지만, 이제 곧 완결이랍니다. 26 작은마음2006-02-25 09:43:55 이제 완결?;. 끝을 향해간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요?;. 27 김백호2006-02-25 13:53:20 아, 오해가, 현재 적고 있는 부분에서 완결이 다 되었다는 말입니다. 후훗.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6화 [2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4화 [30]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28 15:49:55 고친날 2005-12-09 16:39:19 읽은수 2669 [ 2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6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아침부터 출발한 여정은 특정한 목적지도 없이 그저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사라진 중간대륙은 무척이나 평화로워보였다. 늦은 오후 무렵에 일행의 발길이 멈춘 곳은 인적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험난한 산악지대였다. 만만치 않은 인원이 이동하다보니 해가 지기 전에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할 준비를 해야만 했다. 우거진 숲 풀 속에 꽤나 큰 공터를 찾은 그들은 마차가 중앙에 자리하자 삼삼오오 모여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산속에서 노숙을 하는 게 그들로서는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날 프리마라톤으로 노숙을 경험한 바가 있었지만 40여명이 넘는 인원이 있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물론 요리를 하는 것도 그중에 하나에 속했다. 스콜과 듀란이 모여 있는 장소에 모인 인물들 중엔 딱히 요리를 할만한 인물이 없었다. 주변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던 시엘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팔을 걷어붙이더니 모닥불에 냄비를 얹었고, 듀란은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엘, 요리도 잘해?" "아니, 한번도 안 해봤어." 역시나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그녀가 요리라는 걸 해봤을 리가 없다. 황실에선 최고급요리사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는데 굳이 그녀가 손에 물을 묻힐 필요는 없었다. 경험이라고 해봐야 프리마라톤에서 능숙한 아이리스의 옆에서 구경을 한 게 전부인 그녀였다. 그럼 아이리스는 불쌍한 이들을 두고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소문이란 무서운 거다. 점심시간 때 그녀의 요리솜씨가 좋다는 소문은 하루아침에 퍼져버렸고, 지금은 이곳저곳에 있는 다른 학생들의 요리를 거들어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 앉아있는 여학생이라고 해봐야 시엘과 도도하게 앉아서 해가 지려하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아니엘뿐이었다. 악마인 그녀에게 요리를 부탁하기에는 조금 껄끄러웠다. 왠지 거미다리나 사마귀눈알 같은 걸 넣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듀란은 어쩔 수 없이 시엘이 요리를 하겠다는 걸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재료들이 부글부글 끓는 냄비 속으로 사라져갔고, 그의 걱정과는 반대로 꽤나 좋은 향기가 모닥불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스프 완성!" 다른 학생들은 이미 요리를 먹고 있었지만, 이제 스프하나가 완성된 것이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스프를 만들어낸 시엘은 먼저 굶주림에 지친 듀란의 접시에 스프를 담아서 건네었다. "그런데 이거 무슨 스프야?" "응, 귀엽고 깜찍한 시엘의 특제스프." 불투명한 물에 엉성하게 썰린 건더기의 정체가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만족할 수 있는 답은 얻을 수 없었다. 어쨌든 향기가 상당히 좋은 걸로 봐서 어느 정도 맛은 있는 것 같았다. 듀란이 조심스럽게 한 수저를 뜨자 시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든 요리에 잔뜩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남자친구가 스프를 먹는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어때? 괜찮아? 맛있어?" 아쉽게도 대답 따위는 들려오지 않았다. 스프를 한 수저 떠먹은 듀란이 그대로 땅바닥으로 고꾸라지더니 머리를 바닥에 내다찍는 것이었다. "시, 시엘, 도대체 뭘 넣은 거야. 어, 언제 요리로 사람을 주, 죽이는 기술을 연마한거야? 얘들아! 머, 먹지마라! 커헉!" 요리란 본디 인간의 허기를 달리기 위한 것인데, 시엘의 요리의 용도는 조금 다른 듯 했다. 듀란은 고통에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경고를 남기고 그렇게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 곳에 앉아있던 스콜과 세 악마는 그 장면을 보고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어랏, 듀란한테는 입맛이 안 맞나보네. 미각의 달인인 카프지엘이 먹고 평가해줘." 이건 입맛을 따질 상황이 아닌 것 같았지만, 카프지엘 역시 못 먹는 게 없는 남자였다. 인간들의 하찮은 혀와는 근본부터가 다르다고 언제나 자부심을 가져왔던 그였기에 시엘이 준 접시를 마다하지 않았다. 카프지엘은 자신감 있게 뜨거울 텐데도 접시채로 입안으로 들이부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말 한마디도 채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그저 중풍 걸린 환자처럼 심하게 온몸을 부르르 떨뿐이었다. 이로써 두 명이었다. 연달아서 두 명이 정신을 놓쳐버리자 그때서야 어느 정도 자신의 요리솜씨가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모자라다는 것 같다는 걸 깨우친 시엘이었다. 그러나 그녀로서도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만한 증거가 필요했다. "아니엘, 같은 여자로서 이것 좀 먹고 얼마나 맛없는지 평가 좀 해줄래?" 왠지 무서운 시엘이었다. 대놓고 먹기가 두렵다고 말한다면 그녀의 여린 마음에 상처를 줄 것만 같았다. 물론 자드키엘 같았다면 다른 사람의 이목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거절했을 테지만 아니엘 같은 경우엔 위선과 사람들을 속이는 걸 좋아하다보니 지금은 무척이나 착한 척을 하고 있었다. "미안, 난 다이어트중이라서……." 역시나 그녀는 간사하고 영리한 악마였다. 아니엘은 손으로 가볍게 제지하며 해가 지고 나서 먹는 음식은 다이어트의 주적임을 강조하더니 얼른 그들이 앉아있는 모닥불에서 멀어져버렸다. 이제 남아있는 자는 스콜과 자드키엘, 언제나 폼을 잡고 있는 스콜이 과연 어떤 핑계를 대며 이 위기에서 빠져나올지가 참으로 관건이었다. 그때, 불행 중 다행인지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와 그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구제해주었다. "크하하! 어리석은 놈들이군! 산속에서 불꽃을 피우는 건 우리 같은 도적들한테 당하고 싶단 말인 걸 모른단 말이냐?" 덥수룩한 수염과 온몸에 나 있는 수많은 흉터들,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인상, 누가 봐도 도적이란 걸 알 수 있는 정형적인 무리들이 일행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다행이군.' 도적들에게 습격을 당한 상황인데도 스콜과 자드키엘은 왠지 그들이 밉게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위기는 모면한 것 같군. 그런데 이것들은 뭐지?" "도적단이다. 산을 넘는 여행자들을 약탈해서 먹고 사는 집단이다." "어차피 결계 밖인데 다 죽여 버릴까?" 참으로 섬뜩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자드키엘이었다. "아니, 우리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정도라면 그녀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그녀, 스콜의 예상대로 백여 명에 육박하는 도적단과 일행사이에 한 여성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집시복장을 했음에도 지적이면서도 성숙한 기품이 묻어있는 여성, 이사벨을 보고 도적들은 군침을 흘리기에 바빴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면 눈 감아드리죠." 도적들은 만용을 부리는 그녀의 말투를 처음엔 비웃었지만 곧 이어 그녀의 뽑혀져 나온 검에서 풍기는 카르마를 보고 낮은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서있는 땅바닥에 있던 흙먼지가 날린다. 검신이 비틀어지는 것 같이 보인다. 그 모든 것들이 카르마가 만든 질풍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그녀가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았다.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해야 될 것 같았으나 결국 그녀는 혼자다. 그에 반해 도적단은 백여 명이나 되었으니 물러설 생각 따위는 하지 못했다. "아가씨, 칼보다는 이걸 잡는 게 어때?" 검술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수적우세에 그들은 건들거렸고, 한 남자는 야한 농담을 던지며 허리를 요란스럽게 흔들고 있었다. 이사벨 크리스티나, 그녀는 저급한 말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검에 더욱 카르마를 불어넣었다. 질풍이 폭발한다. 육신마저 찢어버릴 듯한 카르마에 그들은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말은 필요 없을 것 같군요. 덤비세요." "하하하, 용기가 너무 지나친 거 아냐? 우리보고 덤비란다." "저 이사벨 크리스티나의 이름을 걸고 모두 베어드리겠어요." 한참 신나서 웃고 있던 도적단의 두목, 그리고 그의 부하들 모두가 입을 벌린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사벨 크리스티나가 누구인가? 작년 요툰헤임과의 전쟁에서 요툰의 용장이라 불렸던 게이로드 미스트 칼프를 죽이고, 전세를 단번에 뒤엎은 전쟁영웅이었다. 그런 그녀가 그들의 앞에 있다. 아니, 그걸 떠나서 그녀가 루브룸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눈 여겨 관찰을 해보니 허름한 집시복장의 가슴부분에는 용병양성학교 아스크를 상징하는 태양문양의 브로치가 달려있었다. 물론 그녀뿐만 아니라 일행 모두의 가슴엔 태양문양의 브로치가 달려있었다. 하나 같이 범상치 않은 카르마를 가진 집단, 곧 도적들은 그들이 용병양성학교에서 임무수행을 위해 나온 학생들임을 깨달았다. "하하하, 사실 저희는 유랑중인데 배가 너무 고파서요. 뭐 좀 얻어먹을 게 없나 해서 그냥 등장하기도 그렇고 해서 도적인 척 해본 거예요. 장난이었어요." "그걸 믿으라고?" "하하하, 재미없었나요?" 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려는 도적단의 두목, 역시 한 집단의 리더이니만큼 상황파악은 누구보다 빠른 듯 했다. 비록 거짓말로 꼬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그의 선택은 현명했다. "배가 고프다면 저녁식사 정도는 나눠줄 수 있다." 그들이 도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래봤자 학생들을 해할 수준도 못된다는 걸 계산한 이사벨은 그들의 거짓말에 넘어가주기로 했다. 제국의 첫째공주인 에리 샤를마뉴가 동행이었기에 여비는 몇 년을 써도 모자랄 정도로 넘쳐나고 있었다. 식량이야 다음 마을에서 사면 그뿐이었다. 차라리 식사를 대접하고 이 곳 주변의 정보를 그들에게서 얻으려고 한 것이다. 무엇보다 도적들이 백여 명이 될 정도로 치한이 불안한 정세를 파악하고 싶었다. "이분들에게 요리를 좀 나눠주겠니?" 이사벨의 얘기에 학생들은 남은 요리들을 살펴봤지만 거의 다 먹어버리고 난 뒤였다. 남은 요리라고 해봐야 시엘이 커다란 냄비에 만든 정체불명의 스프밖에 없었다. 시엘은 갑자기 자신의 요리를 먹어줄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며 그릇에 스프를 담아서 도적들에게 친절하게 나눠주고 있었다. 도적이기 이전에 그들도 같은 사람이다.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향기로운 스프를 시식하기 시작한 도적단이었지만, 스프를 몇 수저 뜨지도 못하고 하나, 둘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커헉! 하, 함정이다! 으, 음식을 머, 먹지마라! 도, 독이……." 도적단의 두목은 채 말도 끝내지 못하고 그렇게 땅에 머리를 박더니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적이라고 해서, 힘이 약하다고 해서 의리를 모르는 건 아니다. 전쟁터에서 죽음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사자의 무기와 갑옷을 함께 훔쳐 온, 어떻게 보면 그들은 피보다 진한 전우들이었다. 비록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고 해도 시엘의 요리를 먹은 두목과 몇몇의 도적들이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쓰러지자 남은 자들은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보다 맞서 싸우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오늘 죽자! 죽고 도적의 전설이 되자!" 그들 중에 하나가 소리쳤다. 여기서 죽는다고 하더라도 후세에 회자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지만, 그들에겐 나름대로 고통에 따르는 대가가 필요했기에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숲 속의 공터, 곳곳의 모닥불이 만들어낸 그림자들이 요란하게 춤을 추고 있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치열한 소리,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과 신음소리, 용병양성학교의 학생들과 도적들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그들의 싸움이 장렬했다거나 눈물겨울 만큼 처절했던 건 아니었다. 아무리 결의로 똘똘 뭉쳤다고 하나 도적은 도적이었다. 전투에 있어선 천재집단이라고 불려도 시원찮을 용병양성학교 학생들과 질풍처럼 몰아치는 이사벨의 칼날 앞에 마치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 바빴다. 베었다. 살이 베였는지는 몰라도 옷이 칼에 찢어진 걸로 봐서 다친 것 같다는 어림짐작에 바닥에 나뒹굴며 엄살을 떠는 도적들과의 싸움은 애당초 시작하나마나한 싸움이었다. 결국 백여 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채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버렸고, 단 한명의 사상자도 나지 않은 허무한 결말에 용병양성학교의 학생들은 오히려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분하지만 우리가 졌습니다." 칼에 베인 상처도 없다. 다만 누구의 것인지는 몰라도 가슴부분에 발도장이 선명하게 찍혀있는 자는 억울하다는 듯이 무릎을 꿇고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전개를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다. 요리를 베풀고 그들에게서 정보를 캐내려했던 이사벨은 이렇게 된 이상 강압적으로 나가서라도 그들에게서 정보를 빼내야만 했다. "저기, 패배를 인정했으니까 살려주시면 안 되나요?" 약한 모습, 어쩌면 처음부터 이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요리를 먹고 쓰러진 두목과 동료들을 버리고 도망치자니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 같고, 그렇다고 목숨을 거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었다. 조금 싸우다가 항복을 하는 것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그들은 하고 있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그것만 대답해준다면 보내드리죠." 애당초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이사벨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어떤?" "당신들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도적단이 백여 명이나 되는 인원으로 구성이 된 거죠?" "……." 잘 다듬어진 칼날같이 예리한 질문에 도적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쉽게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얘기하기가 곤란한가요?" "그건 아니지만 조금……." "그럼 어쩔 수 없죠. 시엘, 아까 그 스프 어느 정도 남아있어?" 어느새 시엘의 요리를 고문도구로 사용하려는 이사벨이었다. 효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방금 전 머리를 땅에 쥐어박으며 온몸을 부르르 떠는 섬뜩한 광경을 바로 눈앞에서 본지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도적은 대답을 안 하려야 안할 수가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얘기해드릴게요." 그들은 죽는 것보다 스프를 먹는 게 더 두려운 듯 했다. "사실 저희는 신성왕국 동쪽 외각에 사는 소작인들이었습니다." "소작인이라고요?" 놀란 되물음, 신성왕국은 현왕이라 불리는 홀리니스(Holiness)왕 덕에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에서도 국민들이 가장 윤택한 삶을 살아간다고 전해지는 복지국가였다. 그런 나라에 살면서 어째서 소작인이 도적으로 탈바꿈을 하게 된 것일까? 게다가 이곳은 신성왕국에서 일주일이나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제가 들은 소문으로는 신성왕국은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들었는데요." "네, 맞습니다. 신성왕국에 살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울 정도로 저희는 현실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전부터 말도 안 되는 징병제도가 시행되었고,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이곳까지 도망쳐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나오니 먹고 살길이 막막해서 어쩔 수 없이 도적질로……." 참으로 의외의 얘기였다. 신성왕국이 서쪽의 패권을 잡고 있는 아르카디아왕국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는 얘기는 전한 적이 있었으나 주민들이 도망칠 정도로 징병을 험하게 시행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적어도 이사벨이 알고 있는 신성왕국의 홀리니스왕은 국민들을 잘 인도하는 넓은 아량을 지닌 인물이었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기분에 그녀는 도적들에게 여러 가지를 묻고 있었고, 뒤에서 사건을 주시하고 있던 자드키엘은 아니엘에게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다는 눈치를 보냈다. 명령을 받은 아니엘은 즉각 도적단의 앞으로 가서 몇 걸음 서성였다.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붉은 실크의 얕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는 도적들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놓았다. 자신에게 욕정을 품은 상대의 마음을 읽은 그녀는 가소로운 미소를 지으며 자드키엘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무엇인가를 얘기했다. "아무래도 그자가 신성왕국에 온 듯 하다." 자드키엘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처럼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악마?" 그의 말에 자드키엘은 이글거리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딱 잘라 난 인간들의 마음을 조종하지 못한다. 다만 악한 인간들에게 강식에서 비롯된 공포심을 이용해서 내가 원한 방향으로 환상을 이끌어낼 뿐이다. 아마도 신성왕국의 왕이 어리석어서 내가 강식을 걸었다면 전쟁이나 징병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왕의 권위가 신에 버금간다고 한들 대신들이 바보가 아닌 바에야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왕의 말을 순순히 들어줄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다른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왕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신성왕국을 덮친 재앙은 잠식(蠶食)의 능력을 가진 자다. 그리고 잠식을 쓰는 악마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 단 한명뿐이다." "그게 누구지?" "후훗, 어둠의 공작이라고 불리는 1층의 군주 벨리알이 친히 중간대륙에 모습을 드러낸 것 같군." "벨리알이라고?" 화려한 언변과 폭넓은 지식을 가진 악마, 근본은 천사로 태어났지만 타락의 끝을 보여 소돔과 고모라의 인간들을 난간, 수간, 동성애에 빠지게 만들었던 자, 그가 지금 신성왕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를 찾는 것도 시급하지만 이대로 신성왕국을 내버려둘 수만은 없을 것 같군. 벨리알이 개입한 문제라면 아르카디아왕국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고 그에게 조언을 던져주는 자드키엘이었다. 스콜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둠으로 물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악마라면 어차피 모두 죽이기로 다짐했다. 1층의 군주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생각보다 조금 일찍 마주치게 되는 것뿐이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간혹 정적을 깨뜨리는 산짐승의 처량한 울음소리, 모든 것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생명의 소리였다. 그 숲 속의 한 가운데 4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노숙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몇 시간 전 도적들 때문에 겪었던 작은 해프닝을 두고 아직도 떠들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몇몇은 일찍 잠을 청하려는 듯 텐트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사이로 보이는 그러한 모습을 흥미로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던 자드키엘에게 스콜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네가 찾으려는 열쇠는 찾았나?"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다. 아직은 확실하게 답을 못 내렸지만 적어도 인간들은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가 있을 때 한계 이상의 힘을 내는 것 같다." 자드키엘이 가볍게 내뱉은 말, 소중한 존재라는 말에 스콜은 쓰디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중한 존재라는 말을 이해하고 있나?" "언어자체는 이해하고 있다. 다만 나에게는 그것이 없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를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고 사랑하는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그에게 자신이외에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것은 그의 절대정의를 꺾으라는 말과 같았다. "너에겐 소중한 사람이 있었나?" 이번엔 자드키엘이 물었다. "그래, 아주 오래전 반드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체가 된 거냐?" 그에게 있어 사랑을 절대 악이었다. 당연히 손댈 수 없는 처녀지 같은 감정 앞에 자드키엘의 말투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사랑이라? 그녀를 잃은 그 순간부터 사랑하기 시작했다." 스콜의 눈빛은 춤추는 모닥불에 취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무겁고 싸늘한 정적만이 그들의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귓가에 갑옷이 '철컥'하는 소리는 평소보다 더욱 크게 들려올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들이 알고 있기론 여기 있는 인원 중에 이렇게 둔탁한 갑옷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자는 단 한 명, 성기사 발터 그라이펠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모닥불에 번뜩이는 은빛 갑옷을 입은 기사가 한 여인을 호위하며 그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발터 그라이펠의 호위를 받고 있는 여인 에리 샤를마뉴, 그녀는 아름다운 은발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금빛 자수가 가슴부분에서 허리까지 새겨진 우아한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앞으로 걸어왔다. "발터님, 이 분과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으니 잠시만 자리를 비켜주었으면 합니다." 성기사 발터, 만약 그녀와 처음 만나게 된 아침에 이런 말을 들었다면 당연히 그녀의 옆에서 호위를 계속하게 해달라고 진언을 했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에리공주의 성격을 파악하고 난 뒤였다. '고집 세고,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하는 공주님이다.' 소외당하고 있다는 기분은 떨쳐버릴 수 없었으나 방해가 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깊숙이 숙인 발터는 곧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발터가 저편으로 걸어가자 이번에 공주의 눈빛은 스콜의 옆에 앉아있는 자드키엘에게 향해졌다. 그녀는 말 대신에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구했다. 즉 공주는 처음부터 스콜의 존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둘이서만 나눠야만 하는 중요한 얘기라도 있는 듯 했으나 문제는 얘기의 방향이 라그나로크가 됐든, 시엘공주에 관련되었든 이미 자드키엘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드키엘을 멀리 보낸다고 하더라도 결계 밖인 이상 그가 들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스콜과 공주가 나누는 얘기를 못 들을 리가 없었다. 한 마디로 그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건 괜한 짓이었다. "그는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 할 말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냥 해도 상관없다." 자신을 얕보는 듯한 말투, 게다가 반말이었다. 일국의 공주인 자신에게 서슴없이 반말을 내뱉는 스콜의 태도에 에리공주는 인상을 살며시 찌푸려보였다. "딱 잘라 말씀드려 어떤 사람이 이런 바보 같은 작전을 생각해냈는지 궁금했는데 지금 태도를 보아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었군요." "칭찬이라면 고맙게 받겠다." "미안하지만 비꼬는 중입니다." 굉장한 신경전이었다. 사실은 소피아가 저지른 일인데도 변명하기가 귀찮았는지 스콜은 가볍게 넘겨버렸고, 에리공주로서는 그의 건방진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번 작전을 직접 꼬집고 있었다. "단순히 비꼬기 위해서 날 찾아온 것은 아닐 텐데? 할말이 뭐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무엇을?" "진실." 진실이라는 단어를 쓴 걸로 보아 그녀가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는 극히 미미하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단순히 저의 애완동물 때문에 이곳까지 온 게 아니라는 걸 피차 알고 있지 않나요? 무엇보다 당신의 정체가 궁금하군요. 도대체 얼마나 영향력이 대단하신 분이시면 이런 엉터리 같은 임무를 저의 아버님께서 허락하셨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에리 샤를마뉴, 확실히 이번 임무가 귀여운 고양이를 구출하는 임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시엘과는 다르게 눈치도 빠르고, 영특한 여성임에는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앞에서 커다란 실수를 하고 있었다.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다. 스스로가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가졌는지 실토해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부탁을 받아서 이곳까지 오긴 했지만 진상은 모르고 있다. 그리고 스콜과 자드키엘의 정체 역시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어떻게 할 거냐? 스콜, 숙녀의 질문에 대답을 해줘야 하는 게 이 세계의 예의 아니냐?" 자드키엘의 짓궂은 농담을 들으면서도 이미 그는 빠르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일행과 떨어져서 조사를 하려면 지금 이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녀의 지시가 필요했다. "진실을 가르쳐주는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고요?" 호기심으로 가득한 에리공주의 눈빛을 읽은 스콜은 조건을 걸며 그녀가 원하는 진실을 가르쳐주기로 결심했다. "신성왕국 부근에 도착하면 기회를 봐서 나와 저 자, 그리고 프레키 발라스칼프에게 일행과 떨어져서 다른 곳을 조사하도록 보내줬으면 한다." "좋아요. 별로 어려운 조건도 아니네요. 그때 분위기를 봐서 지시내리도록 하죠. 그럼 이제 진실을 들어볼까요?" "지금 신성왕국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몇 시간 전 본디 소작인이라고 밝혔던 도적들을 겪었던 터라 아무리 마차 안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건이 심상치 않다는 건 예상하고 있던 에리공주였다. "우리는 신성왕국이 악마에게 지배되었다는 정보를 접했다." "악마라고요? 무슨 동화책도 아니고, 악마라니……." 황당하다는 되물음이었다. "라그나로크, 지옥의 문이 열렸는데도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스콜의 얘기를 들은 에리공주는 눈을 크게 뜨며 주변의 텐트를 둘러보았다. 시엘이 살아있다. 아니, 그녀가 죽어야 된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애당초 라그나로크나 핌불베트르 같은 전설은 심심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 여기고 관심조차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라그나로크가 거짓이 아니라면?'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인 자신의 누이 시엘 샤를마뉴가 아직 살아있다. 지난 4월 13일이 그녀가 태어난 지 6666일, 즉 다시 한번 죄악의 붉은 달이 떴다는 사실을 상기해냈다. "라그나로크, 지옥의 문이라는 것이 실존했다는 말인가요?" 스콜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에선 치열하게 악마들과 싸울 준비를 하는데도, 아직도 한쪽에선 라그나로크를 그저 전설로 치부해버리는 인간의 여유로움에 눈을 감은 것이다. "처음 우리의 의도는 지옥의 문을 닫을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 서쪽으로 가고 있는 거다. 하지만 신성왕국이 악마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이대로 방치해둘 수만은 없다. 한번에 두 가지 일을 떠맡게 된 셈이지." "좋아요. 그 말이 사실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주겠어요." 이것으로 됐다. 어차피 모든 사실을 숨긴 채 그녀의 의지를 빌린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계산이었다. "자, 그럼 당신들의 정체는 무엇이죠? 어째서 지옥의 문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고, 아버님에게 입김을 불어넣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거죠?" "……."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그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말해줘야 하는지 스콜로서는 곤란한 문제였다. 용병왕이 됐든, 루브룸이 됐든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다른 사람도 아닌 시엘의 언니인 에리공주에게 말해줘야 하는 게 영 꺼림칙한 일이었다. "당신의 정체, 말하기가 곤란한가요? 그럼 이건 어떤가요? 아무리 제국이 넓다고 하더라도 저의 아버님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은 기껏해야 발라스칼프공작님과 대주교님밖에 없죠. 문제는 여기 속한 일행 중에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자제가 있다죠? 게다가 방금 전 당신의 입에서 프레키 발라스칼프도 일행에서 함께 떼어달라고 했죠. 우연치고는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당신이 일국의 공주인 저에게 반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허세라고 볼 수 있죠. 그럼 당신은 어째서 허세를 부렸던 걸까요? 그건 아마도 당신이 프레키 발라스칼프가 노출되지 않기 위한 허수아비이기 때문이 아닌가요?" 에리공주의 영리한 여인이라고 판단한 스콜은 조금 전 일부러 프레키까지 따로 조사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려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의 기대에 져버리지 않고 꽤나 예리하면서도 날카로운 추리로 미끼를 문 것이다. 물론 그녀의 계산속엔 가장 중요한 존재가 빠져버렸다. 용병왕 아스크, 그의 존재자체를 그저 허황된 옛이야기라고 여기고 있는 그녀였기에 스콜의 미끼에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가을흔적2005-11-28 16:06:30 음식으로 인하여 싸움이 벌어지는 군요 ㅎㅎ 2 김백호2005-11-28 16:08:55 시엘의 활약으로 싸움이 벌어지는 거죠-_-;; 3 Cross2005-11-28 22:04:47 뭔가 굵지한 사건 하나가 절 기다리는듯한 느낌이!!!!!+.+ (아님.....말고....퍽!!!!~;;;;;;=3) 음...그런데...어둠의 공작이라 불리는 자라면 굉장히 쎼지 않겠습니까? 공작이란 칭호가 가위바위보 해서 딴 칭호가 아니라면-_-;;; 3명이 같이 가는건...너무 무리수를 두는건 아닙니까? 프레키는 뭐...깎두기 격이지만... 4 김백호2005-11-28 22:18:15 네, 거의 정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둠의 공작 벨리알은 1층의 주인인만큼 지옥에서 일곱번째로 강한 자라고 할 수 있죠. 5 [팬지]꽃말2005-11-29 13:59:28 초반부분에......악마인 그녀에게 요리를.....어쩌구 저쩌구 한 다음부분에 꼭 듀란이 아니엘이 악마인걸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착각인가...흠... 혹시 모르니 나중에 수정할 때 한번 보심이....ㅋㅋ;;; 잘 읽고 있습니다 ^3^ 6 김백호2005-11-29 14:20:30 팬지님, 리플 감사합니다. 네, 앞부분에서 나오긴 하지만, 자세하게 설명을 못하고 지나간 듯 합니다. 듀란은 죄악의 붉은 달에 대한 정보와 자드키엘과 카프지엘, 아니엘의 정체도 알고 있습니다. 딱 하나, 스콜이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건 알 되 용병왕이라는 사실만 모르고 있죠^^ 7 60일탈출2005-11-29 17:14:15 오예 재밌다 재밌어~ 8 노란병아리2005-11-29 18:11:00 음식이라. 할줄 아는 남자는 1명도 없엇군요 9 김백호2005-11-29 19:07:08 먼저 60일탈출님, 노란병아리님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그렇게 되네요;; 10 몽몽2005-12-01 15:31:18 잘보고갑니다^^ 11 날랭2005-12-26 02:36:36 건필하세요~ 12 아트리2005-12-29 10:35:47 헐 불쌍한 도덕들~~ 13 소검무제2005-12-30 14:18:47 잘 보고 갑니다. 14 절도범산타2005-12-31 01:26:47 오,~ 15 창공의바람2006-01-10 08:26:25 시엘... 코미디 그 자체군요~~ 16 Σ비호란™2006-01-17 20:26:12 잘보고갑니다^^ 17 소면살우2006-01-21 09:33:54 시엘의 요리솜씨는 악마조차 쓰러트리는 군요... 18 절대꼭미남2006-01-23 02:03:16 앗 살우님이 내가 쓰려 했던 댓글 달으셨네 하핫 생각나는군... 비앤나 햄 캐첩 넣고 냄비에 볶은다음에 설탕넣어야 하는데 맛소금 큰한숫갈 넣어서.... 먹고 죽을뻔한 기억이;; 덜덜덜 건필하세요 19 김백호2006-01-23 02:25:54 인생의 쓴(짠) 맛은 일찍 배울수록 좋죠. 20 破邪神劍2006-01-29 23:33:29 덜덜덜...;; 21 巨時期2006-02-04 00:19:32 하핫. 잘 읽고 갑니다. 22 김백호2006-02-04 03:40:13 매회 잊지않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하세요. 23 작은마음2006-02-25 09:50:54 >_<,,,,,,,,대단..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7화 [25]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5화 [27]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28 15:56:10 고친날 2005-12-09 16:39:29 읽은수 2639 [ 15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7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14화 바다에 떨어진 물방울 신성왕국의 수도 프로피티아(Profiteia)는 일찍이 예언의 땅이라고 불릴 만큼 학자들이 많은 도시로 유명했다. 따스한 햇살과 서늘한 바람이 어우러져 무엇인가에 몰두하기 좋은 여건을 두루 갖춰 많은 학자들을 배출한 이곳은 지금 지옥과도 같은 광경으로 돌변해버렸다. 뾰족한 첨탑과 높은 건물들로 이루어진 뛰어난 고딕건축양식을 자랑하는 건물들은 곳곳에서 피어난 불꽃에 휩싸여져 있었고,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는지 허겁지겁 도망치는 사람들과 길거리에 버려진 가엾은 아이의 울음소리만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광경을 창가를 통해 바라보고 있던 기사단장 피에로 마그네스(Piero Magnes)는 눈을 감으며 커튼을 쳐버렸다. 그가 방안을 둘러보았다. 불이 꺼진 어둡고 넓은 방안으로 쏟아진 얕은 빛줄기에 빛나는 수많은 눈동자들이 결의로 가득 차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사태는 어느 정도인가?" 더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헛된 희망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징병이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군대로 끌려가게 되면 마치 노예처럼 낙인이 찍히게 되는데 그 낙인에 주술이라도 걸려있는지 정해진 장소를 벗어나는 순간 몸뚱이가 터져서 탈영은 엄두도 못 낸다고 합니다." "으음……." 같은 인간으로서 자행될 수 없는 잔혹함에 기사단장 피에로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좋다. 더 이상은 이대로 방치해둘 수만은 없다. 홀리니스기사단의 명예를 걸고 이 나라를 바로 세우자." 근엄한 목소리를 들은 방안을 가득 채운 기사들은 비밀리에 활동을 하고 있는지 대답 대신 고개만을 끄덕이고 있었다. 기사단장은 무겁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오늘 있을 변혁을 꿈꾸고 있었다. '홀리니스 왕이시여! 제발, 국민들을 굽어 살펴주십시오!' 기사단장은 변혁을 꿈꾸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야망에 사로잡힌 남자는 아니었다. 단지 왕과 몇몇의 대신들이 나아가는 길이 국민들을 위한 길이 아니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반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비록 우리가 어디까지 도달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허나 왕께서 조금이라도 우리의 뜻을 알아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자."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기사단장 피에로가 방을 나서자 그 뒤를 수십의 기사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석재건물 뒤쪽에 자리한 공터에 묶인 수십 필의 말에 올라탄 그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왕성으로 향했다. 태양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은빛갑옷을 차려입은 기사들은 치안이 엉망이 되어버린 도시의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가끔 그들을 막아서는 겁에 질린 병사들, 정확히 말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이 지켜왔던 국민들이었지만 기사들은 독한 마음을 먹으며 그들을 베어버리고 길을 열었다. 그렇게 철옹성보다 더 단단하게 결의를 굳힌 기사들 앞에 한 남자가 홀연히 나타났다. 여기저기에 타오르는 불꽃이 만든 아지랑이 사이로 검은 말을 탄 남자가 보였다. 갑옷 따위는 입고 있지 않았다. 착 달라붙는 가죽옷과 청회색의 얼굴 아래 멋진 수염을 기른 중년남자는 왕성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을 막고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비켜라. 우리는 홀리니스기사단이다." "홀리니스기사단이라고?" "그렇다." "흥, 반역을 꾀하려는 무리들! 피차 길게 얘길 할 필요는 없겠지?" 흑마를 탄 남자는 용감하게도 단신으로 그들에게 싸움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쉽게 볼 수는 있는 남자는 아닌 듯 했다. 분명 고삐를 쥐고 있던 빈손이었는데 그가 오른 손을 하늘을 향해 내뻗자 3~4M에 육박하는 기다란 막대기가 소환이 된 것이다. 정정한다. 그것은 막대기가 아니었다. 한쪽 끝에 달려서 번뜩이는 구부러진 칼날은 마치 사신의 낫을 연상케 하였다. 검은 기류가 감겨있는 칠흑의 낫을 치켜든 그는 손짓을 하며 왕성으로 향하려던 기사들을 도발하고 있었다. '뭔가, 위험하다.' 기사단장 피에로는 오랜 전장의 경험으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이곳을 감돌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응해야만 했다. 어차피 그를 쓰러뜨리지 않고서는 왕성으로 갈 수 없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이들 중에 단 한명만이라도 왕성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비밀통로를 통해 왕께 진언을 드리는 것이 가능했다. "진격하라!" "와아아!" 진격명령을 들은 기사들은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며 알 수 없는 기운으로부터 두려움을 떨쳐내었다. 그렇게 불타오르는 도시에서 수십의 기사들과 검은 말을 탄 남자의 대결은 시작되었다. 그가 혼자라고 해서 얕보진 않았었다. 허공에서 낫을 소환하는 것만으로 인간으로서는 다가설 수 없는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력을 다했다. 모든 걸 걸었지만 기사들은 단 한번 휘둘러진 검은 낫을 막아낼 길이 없었다. 바람을 베어내며 휘둘러진 기다란 낫은 앞서 달리던 두 명의 기사를 너무나도 깔끔하게 베어버렸다. "크아악!" 비명소리, 낫이 휘둘러지고 난 다음에야 뒤늦게 피가 튀었다. 붉은 빗줄기가 기사들의 몸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말목과 함께 허리가 가로로 정확히 잘려버린 기사들은 삶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으로 쓰러져버렸다. 기사단장은 눈앞에서 벌어진 참변을 믿을 수가 없었다. 보통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아무리 완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한사람의 뼈와 살을 베는 것만으로도 그 힘은 현격히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그가 휘두른 낫은 마치 바람 곁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처럼 부드럽고 멈춤 없이 두 기사의 몸과 말목을 가볍게 베어버렸다. 힘의 개념자체가 다른 자였다. 피에로가 너무나 놀라운 광경에 잠시 주춤하는 그 사이에도 기사들은 힘없이 베어지고 있었다. 머리통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피로 된 빗줄기가 암울한 하늘에서 쏟아졌다. 피와 함께 온 몸으로 쏟아진 공포감에 피에로는 이를 악물었다. 그 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는 모든 기사들이 이미 죽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여기서 죽는다. 모두 예외 없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리디아(Lydia)! 어디에 있느냐!" 기사단장 피에로의 찢어질 듯한 외침을 듣고 순백의 난초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고귀하고 기품 있는 갑옷을 차려입은 기사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무서우냐?" "아, 아닙니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긴장했는지 잔뜩 떨리며 대답하고 있었다.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갑옷의 굴곡으로 보아서 여성이 틀림없었다. "여기서부터는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구나. 너는 지금 당장 신성왕국을 벗어나서 구원을 요청해라." "아닙니다. 저도 위대한 홀리니스기사단입니다. 끝까지 기사단장님을 따르겠습니다." 허리에서 뽑혀져 나온 레이피어를 힘 있게 쥔 리디아는 죽더라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금 그들이 가는 길이 지옥의 문턱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따르겠다는 젊은 여성을 피에로는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모르겠느냐? 너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나는 마음 놓고 전투에 임할 수 있다. 만약에라도 네가 죽는다면 나의 죽음이 개죽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느냐?" "기사단장님! 아니, 아버지!" "여기 있는 모두가 아마도 같은 심정일 거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건 죽음보다 두려운 일이다. 아버지로서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느냐?" 죽으러 가는 길, 차마 아버지는 딸을 그 길로 몰아넣을 수 없었다. "어떻게 저만……." "이건 명령이다. 넌 반드시 살아남아 신성왕국을 구원해줄 전력을 찾아서 돌아와라. 그것이 너의 사명이다. 알겠느냐?" "아버지……." 아버지의 비장함이 감도는 얘기를 듣고 죽음을 예감했던 것일까? 하늘에서 내리는 붉은 빗방울처럼 투구 속에 감춰진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약한 모습을 감추려 애썼지만 기사단장이기 이전에 그녀의 아버지였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는 아버지에게 그녀의 눈물은 감춰질 수 없었다. "녀석, 내가 지금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생이별을 하는 사람 같구나. 우리는 저자를 쓰러뜨리고 왕성까지 계속해서 진격한다. 너는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보내는 것뿐이다. 어서 가라!" 아버지의 위로에 무엇인가 굳은 다짐을 했는지 리디아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말머리를 돌렸다. 그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있던 기사단장은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흑마를 탄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리디아,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약한 마음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너희에겐 미안하다. 차마 딸아이에게 같이 죽자는 말은 못하겠더구나." "아닙니다. 기사단장님,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너희들 중에서도 가족을 부양해야 되는 자가 있다면 지금 여기서 퇴각할 것을 명령한다." 마지막으로 살 수 있는 기회였지만 오히려 그 말로 인해서 기사들은 더욱 더 전의를 굳혔다. "비밀통로를 알고 있는 리디아가 살았으니 저희는 마음껏 싸울 수 있습니다." "고맙다. 그럼 진격하자! 왕성을 향해 한발이라도 더 내딛다 죽자!" 나직한 소리, 기사단장의 말을 들은 기사들은 하나같이 생명을 짜내는 듯한 고함을 지르며 진격하기 시작했다. 흩날린다. 핏줄기가 꽃잎처럼 하늘을 예쁘게 수놓는다. 인간의 몸속에 있던 검붉은 내장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것도 모자라 하늘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바람에 날리는 풀잎처럼 가볍게 휘둘러지는 사신의 낫에 인간의 몸뚱이는 나약하게 뜯겨져나갔다. 기사단장 피에로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어김없이 휘둘러지는 사신의 낫을 온힘을 다해서 창을 꺾어 막아냈지만 부서지는 창날이 허리에 박히는 통증 뒤로 낫과 함께 통째로 땅바닥에 처박혀버렸다. "쿨럭……." "호오, 나의 공격에 살아남은 인간은 네 녀석이 처음이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부서진 창날이 허리에 박혀서 예리한 낫의 날에 베어지는 걸 막아준 것뿐이었다. 오히려 창날이 산산조각 나면서 허리를 통해 내장을 찔렀기에 죽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피에로는 진한 피를 토하면서도, 흐릿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비웃음을 흘리고 있는 흑마를 탄 남자를 노려보았다. "묻고 싶은 게 있다." "흥, 좋아. 살아남은 보상으로 가르쳐주지. 궁금한 게 뭐냐?" "네가 우리나라를 여기까지 몰고 간 거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 남자, 그라면 한 나라를 이토록 어지럽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짐작한 피에로였다. "영리한 녀석이군. 그래, 이곳을 시작으로 중간대륙의 인간들에게 절망과 공포를 안겨다 줄 것이다." "너, 너의 정체는?" "벨리알, 너희에게 있어 나는 악마라고 불린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신의 낫은 잔혹하리만큼 예외 없이 휘둘러졌고, 한때 신성왕국을 위해 진심을 바쳐 충성을 다했던 홀리니스 기사단장 피에로의 목은 몸통에서 떨어져나가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차갑게 식어갔다. 말을 타고 재빨리 도심을 벗어나던 은빛의 여기사, 리디아 마그네스는 갑자기 고삐를 당겨서 그녀가 도망쳐 온 북서쪽 도심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성적으론 설명할 수 없다. 뭐라고 꼭 집어서 설명할 길은 없었지만, 배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허전함에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나왔다. '아버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직감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아버지는 살아 숨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독하게 물었는지 깨문 입술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그녀는 피와 눈물을 삼켰다. 지금은 슬픔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비록 세상엔 없다하더라도 거룩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한 몸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아버지는 명예로운 전사들만이 갈 수 있는 발할라에서 자신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에겐 신성왕국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사명이 남아있었다. '동쪽으로 가자.' 지금 신성왕국은 동맹국이었던 아르카디아왕국과 치열한 전쟁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성왕국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왕실로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비밀통로까지 가르쳐준다면 아르카디아왕국은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눈엣가시였던 신성왕국을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그들에게 제공해주는 꼴이었다. 그렇다면 아르카디아왕국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축척하고 있으면서 힘의 균형을 이뤄 신성왕국을 다시 부흥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중간대륙이 아무리 넓다하더라도 그곳밖에 없었다. 동쪽의 패권을 쥐고 있고, 대륙의 주인이라는 오만한 칭호가 붙은 샤를마뉴제국밖에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말머리를 수도 프로피티아의 동쪽 입구 쪽으로 틀었다. 그렇게 힘차게 수직적이고, 직선적인 고딕양식의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를 달리던 그녀의 앞에 홀연히 검은 말을 탄 남자가 나타났다. 귀신같은 남자다. 성이 있는 도시 북서쪽에서 이곳까지 그녀는 거의 최단시간과 최단거리로 주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따라잡혔다. 믿을 수 없는 결과 앞에 그녀는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무서워해선 안 된다! 아버지의 원수다!' 그가 여기 있다는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걸 확증하는 말이었다. 공포감을 씻기 위해 그녀는 복수심을 품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은광이 번뜩이는 레이피어를 뽑아들었다. 불타오르는 마을 덕에 건조한 바람을 맞은 레이피어는 복수의 피를 마시고 싶다며 그녀를 재촉했다. "흥, 그런 걸로 뭘 할 수 있지? 헛된 희망 따위는 버려라." "시끄럽다. 넌 내 손으로 꼭 죽여보이겠다." "앙탈 진 인간 여자군. 그냥 죽이기에는 왠지 아까운 걸. 좋아, 넌 특별히 꼬챙이에 꽂아서 나의 침실에 전시해주마." 세상의 모든 것을 가소롭게 내려다보는 벨리알의 눈빛을 읽은 그녀는 가슴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검에 담기 시작했다. 알고 있다. 모든 힘을 다하더라도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란 사실을 직감했지만 리디아는 물러설 수 없었다. 그에게 그녀는 침실의 장식품 같은 하찮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존재에게도 이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싸운다. 싸워서 활로를 뚫고 아버지의 유언을 지켜야만 했다. "이리얏!" 힘차게 말을 몰고 벨리알에게 달려가는 리디아는 태어나서 검술을 닦아온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보이지 못했던 최고의 찌르기를 구사하며 벨리알의 심장을 향해 검을 내찔렀다. 챙! 분명 칼날은 벨리알의 가슴에 정확하게 박혔다. 그런데도 부서진 것은 그의 심장이 아니라 놀랍게도 그녀가 쥐고 있던 레이피어였다.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함께 그녀의 희망도 거울처럼 깨져버렸다.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 멍한 표정이 되어버린 리디아, 그녀를 향해 칠흑의 빛을 발하는 낫이 어김없이 휘둘러졌다. 곧 그녀의 목은 깨끗하게 베어지고, 그녀의 몸뚱이는 침실의 장식품으로 재활용될 듯 했다. 그때였다. 낫을 내려치려던 그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춰버렸다.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지 힘겹게 떨며 겨우 고개를 돌린 벨리알은 귀신같이 무서운 얼굴로 근처에 있는 교회의 첨탑을 노려보았다. 멍한 눈빛이 되어버린 그녀도 그의 시선을 쫓았다. 다른 한 남자가 있었다. 교회의 첨탑에서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던 남자는 쥐고 있던 표창 하나에 모든 카르마를 불어넣어서 벨리알의 등을 향해 던진 것이다. 미스릴금속으로 제작된 표창은 한 인간의 모든 카르마를 담아 리디아로 인해 생겨난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벨리알의 등에 박혀버렸다. 표창에는 마비효과가 있었는지 벨리알은 고개를 교회 쪽으로 돌린 채 굳어가고 있었다. "지금입니다! 빨리 도망치세요!"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리디아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고삐를 꽉 쥐며 말을 몰아서 동쪽의 입구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교회의 높은 첨탑에서 그녀에게 활로를 열어준 남자는 마치 날다람쥐라도 되는 냥 바람을 가르며 지붕들을 옮겨 밟더니 긴급하게 말을 몰고 가는 리디아의 뒷자리에 깃털처럼 가볍게 내려앉았다. "고, 고맙습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그녀였지만, 어쨌든 목숨을 구해준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잊지 않았다. "지금은 인사보다는 전력을 다해서 도망치세요. 제가 가진 카르마를 모두 쏟아주어서 마비성분이 농축된 표창을 박는 덴 성공했지만 아마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약효도 그리 오래 못갈 것 같습니다." "저 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요?" "네, 지금은 길게 얘기하기가 그렇고, 중요한 건 인간이 아닙니다. 죄송한 얘기지만 며칠 전부터 녀석의 곁을 맴돌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죽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1층의 군주 벨리알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은신이 뛰어난 자라는 말이기도 했다. "아마,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당신이 원하는 지원군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우연치고는 너무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은데 용병양성학교 아스크의 학생들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습니다." 그는 이미 리디아와 그녀의 아버지가 나누었던 얘기의 내용도 빠짐없이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원군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파악하고 있었다. 은신뿐만 아니라 첩보나 정보수집에 있어서도 뛰어난 자였다. 한마디로 범상치 않은 남자였다. 도대체 그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샤를마뉴제국의 움직임까지 훤히 꾀고 있는 것일까? 힘껏 말을 몰면서도 그녀는 깃털처럼 아무런 충격도 주지 않고 말에 내려앉은 남자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당신의 이름정도는 알 수 있을까요?" "저요? 저의 이름은 롤랑이라고 합니다. 신성왕국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의뢰가 저희 집단으로 들어와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 뒤는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의 작명법으로 보았을 때 중간대륙 동쪽출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샤를마뉴제국 쪽에서 온 자일 것이다. 그녀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정보력에 있어선 샤를마뉴제국보다 지하에 기거하고 있는 레지스탕스 화이트 스모크가 한수 위였고, 그러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년암살집단의 리더 격인 롤랑이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전 리디아 마그네스라고 합니다. 목숨을 구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마그네스가문은 서쪽방면에선 꽤나 이름 있는 가문에 속했다. 현왕을 수호하는 로얄가드라고 불리는 4대가문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 이름 높은 가문에서 태어난 여기사의 고맙다는 얘기를 들은 롤랑은 태양아래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확실히 지난 날 잘츠부르크에서 벌거벗고 시엘일행을 덮쳤을 때완 분위기 자체가 틀려보였다. 물론 그때도 인력으로 어쩔 수 없었던 용병왕 아스크라는 존재만 없었다면 그의 작전은 오늘처럼 성공했을 것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스콜로 인해서 빛을 발하지 못했던 그가 오늘에서야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별 말씀을……."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가을흔적2005-11-28 16:10:43 ^^* 2 패도무적2005-11-28 17:10:51 ㅋ 건필 3 Cross2005-11-28 22:10:03 거참....룰랑은 잊을만 하면 나타나내요 ^^;; 어째든 서서히 한꺼풀 벗겨지는군요 ~~ 흥미진진합니다!!~ ^^ 4 김백호2005-11-28 22:19:15 가을흔적님, 패도무적님, Cross님 리플 잘 읽었습니다. 롤랑, 이것이 조연의 한계죠;; 5 60일탈출2005-11-29 17:24:37 하하핫 롤랑이다. 6 김백호2005-11-29 17:50:26 오랜만의 등장이긴 하죠^^; 7 노란병아리2005-11-29 18:12:36 흐음 8 몽몽2005-12-01 15:31:36 잘보고갑니다^^ 9 Hernesto2005-12-11 09:17:09 피에로란 이름이 의미가 있어보이네요.. 마치 정말 피에로 같이.. 10 날랭2005-12-28 13:46:23 음.. 롤랑이군요. 11 아트리2005-12-29 10:42:29 홀ㅎㅎ 작은 롤랑이닼ㅋㅋ 12 김백호2005-12-29 10:56:14 네, 작은(?) 롤랑입니다^^; 13 소검무제2005-12-30 14:23:55 잘 보고 갑니다. 14 절도범산타2005-12-31 01:34:11 끄끄끄,, 작은 롤랑군 15 창공의바람2006-01-10 08:35:35 롤랑 재출연했군요~ 16 BrownFace2006-01-11 23:43:31 피에로...데스나이트되나? ㅋㅋㅋ...아님...머리들고다니는애?.ㅋㅋ 17 Σ비호란™2006-01-18 20:01:56 잘보고갑니다^^ 18 소면살우2006-01-21 09:39:04 롤랑... 가진바 기술..(테크닉?)을 다 펼치지도 못하고 사라지기엔 아까운 케릭터였는데...ㅎㅎㅎ;; 다시 멋지게 나타나는군요.... 19 김백호2006-01-21 14:02:15 네, 이번등장은 성공했습니다. 다행히도 옷을 입었으니까요^^ 20 절대꼭미남2006-01-23 02:16:48 벌거벗은... 모습이 아니군 중요한건 !!!(테크닉 이라고) 역시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문구 ㅡ롤랑ㅡ 건필하세요 21 破邪神劍2006-01-29 23:38:23 짜슥.. 엑스트라는 아니었구나ㅎ 22 김백호2006-01-30 06:24:40 작은 고추 롤랑, 여기서 나오고 또 안나오죠-_-;; 23 巨時期2006-02-04 10:11:31 하핫. 잘 읽고 갑니다. 24 火狼2006-02-20 13:16:16 건필하세요 25 작은마음2006-02-25 09:52:22 단순한 변태는 아니였구나...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8화 [35]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6화 [23]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28 16:05:03 고친날 2005-12-13 14:45:17 읽은수 2573 [ 15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8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에리공주가 키우던 귀여운 고양이를 찾아서 서쪽으로 여정을 떠난 지 벌써 일주일째 접어들고 있었다. 어제 서쪽으로 향하던 일행과 떨어진 세 남자는 지금 중간대륙에서도 가장 방대하기로 유명한 거인(巨人)의 숲으로 들어서고 했다. 과연 허명이 아니었다. 이곳에 자라난 울창한 나무들은 하나같이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 높이 자라있었고, 장정 열명이 손을 마주잡고 빙 둘러야만 감쌀 수 있을 만큼 둘레도 어마어마했다. 거인이 심어놓은 것 같은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발에 밟히며 자라나는 잡초들 역시 마치 갈대처럼 그들의 가슴까지 치솟아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녹색산림으로 들어선 그들을 맨 처음 반긴 것은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바람이었다. 거인의 숲이라는 별명이 이곳의 특징을 빗대어 지어졌다면 미드가르드의 허파라는 또 다른 별명은 이곳의 역할을 말해주고 있었다. 중간대륙의 사람들에게 공급되는 산소의 1/3이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나무와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올 때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맑은 공기와 풍부한 자원 때문인지 가끔 보이는 초식동물들과 곤충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커보였다. 다른 곳에선 구경할 수 없는 진풍경에 거인국에 초대된 난쟁이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그들은 자연이 내린 위대한 유산을 마주하며 더욱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깨에 한 남자를 짊어지고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 길게 늘어진 장발 사이로 조각처럼 아름다운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얕은 입술과 오뚝한 콧날 위에 밤의 호수를 연상시킬 정도로 고요한 한 쌍의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지금 한 곳을 뚫어지고 바라보고 있었다. "저쪽에 있다." "그래, 그런데 어째서 여기로 온 것일까?" 아무런 감흥 없이 대꾸를 한 남자도 방금 말을 꺼낸 남자에 버금갈 정도로 상당한 미남이었다. 다만 청회색의 피부와 성난 호랑이처럼 강렬한 눈빛 때문에 미남이라는 느낌보단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스콜과 자드키엘이었다. 그들은 어제부터 수상한 그림자가 그들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공주와 약속한 대로 일행과 떨어져서 거인의 숲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물론 두 사람만 빠졌다면 이사벨뿐만 아니라 에리공주에게도 정체를 의심받을 건 뻔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일주일 전 에리공주의 머릿속에 그려진 시나리오대로, 이번 임무를 뒤에서 움직이는 자가 프레키라는 걸 암시하기 위해 지금 스콜의 어깨에는 정신을 잃은 프레키가 걸려있었다. 물론 문제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 서쪽으로 여정을 떠난 총 44명중에 겨우 3명이 일행에서 이탈하게 되는 것이었지만, 실질적인 전력으로 따진다면 5할 이상이 떨어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시엘을 지키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런 위험요소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은 거인의 숲에 발을 내딛어야만 했다. "녀석은 여기에 버려두면 되겠지." 숲 속까지 들어왔으니 쉽게 발견은 안 될 거라고 여긴 스콜은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꽤나 귀찮았는지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프레키를 땅바닥에 내다버렸다. 사삭! 그때 그들을 이곳까지 이끌었던 그림자가 또 다시 스쳐지나갔다. 숲 풀이 흔들리는 장면을 보고 스콜과 자드키엘은 지루했던 술래잡기를 그만 끝낼 요량인지 전력을 다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달렸다는 표현보다는 자드키엘은 중력을 무시하고 허공을 밟고 있었고, 스콜은 검을 휘둘러 일어난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으며 빠르게 뒤쫓고 있었다. 막상 마음을 먹자 그림자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숲 속에 녹아들 것 같은 초록빛 옷과 복면을 쓴 여인은 금세 쫓아온 그들을 보고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여인은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어서 아름다운 몸매가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스콜과 자드키엘의 시선을 끈 것은 그녀의 옆에서 으르렁거리는 한 마리의 사자였다. "소피아,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 가볍게 내뱉은 스콜의 말을 들은 여인은 흠칫했고, 자드키엘 역시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는 한편 그녀를 자세히 관찰해보았다. 소피아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도 스콜은 한번에 복면을 쓴 여인이 소피아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호호호~ 소피아라는 사람도 저처럼 훌륭한 몸매를 가지고 있나보죠? 하지만 아니에요. 그녀는 아마도 당신에게 약속한 것처럼 용병양성학교에서 열심히 학업에 전념하고 있으니까요. 아주 착실하게 말이죠!" "……." 방금 말로 인해서 자드키엘도 그녀가 소피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왜 그런 눈빛들로 보시죠? 전 정말 소피아가 아니라니까요! 전 복면으로 아리따운 미모를 감춘 의문의 소녀에요. 제가 바로 귀여운 고양이를 납치한 범인이라니까요!"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귀여운 고양이를 납치했다고 하나 막상 그녀의 옆에 있는 건 백수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자 한 마리밖에 없었다. 혹시 사자가 고양이를 잡아먹어버린 게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보는 자드키엘이었다. 그러나 스콜의 생각은 달랐다. 아무래도 그녀와 함께 오래 생활을 하다보니 어느 정도 그녀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그 사자를 보고 귀여운 고양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냐?" "어머! 오라버니! 아참! 실수! 거기, 당신! 어딜 봐서 얘가 사자라는 거예요! 얘는 귀여운 고양이에요!"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완전히 자기 마음대로였다. 뭐, 엄밀히 따지고 보면 사자도 고양이과 동물이니 더 이상 따져서 얘기를 질질 끌고 싶진 않았다. 그녀와 대화를 하다보면 끝이 없단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피아, 그건 그렇고 우릴 여기까지 오게 한 이유가 있을 텐데?" "아이참! 거기, 당신! 전 소피아라는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전 복면으로 미모를 감춘 의문의 소녀라고요!" "알았어. 복면으로 미모를 감춘 의문의 소녀,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한 목적이 뭐지?" 웬만할 일로는 웃지 않는 자드키엘이었으나 둘이서 하는 얘기에 자지러질 수밖에 없었다. 스콜은 어느새 소피아와 대화를 최소로 하며 이야기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제가 여기까지 끌고 오다니요! 전 어디까지나 귀여운 고양이의 납치범! 이럴게 아니라 빨리 도망가야지! 어머! 저기 표지판은 뭐지!" 그러면서 사자의 목걸이를 잡아끌며 황급히 도망가고 있었다. 얼마 못가서 '털썩'하고 풀숲으로 쓰러지는 소리까지 내는 소피아를 꼭 닮은 의문의 소녀였다. "쟤, 왜 여기까지 온 거냐?" 생각해보니 제국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자그마치 일주일이나 넘게 걸린다. 심심해서 거인의 숲으로 산책을 온 것은 아닐 테고, 그녀가 보라는 표지판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이런 숲 속에, 더군다나 길도 나있지 않은 이런 곳에 표지판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녀가 준비한 것이니 뭔가 열쇠가 될 것이 분명했다.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의 집으로 가는 길……." 자드키엘이 나무를 파서 만든 표지판에 적힌 글을 그대로 읽자 스콜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정정해야 될 것 같았다. 소피아의 정신세계는 가공할 정도로 남달랐다. 이랬든 저랬든 그들은 표지판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표지판을 보고 얼마나 걸어갔을까? 슬슬 날이 어두워지자, 혹시 표지판의 방향이 잘못 세워진 건 아닐까하는 의심을 가진 사이 눈앞에 다른 나무들과는 비교조차 안될 만큼 거대한 나무가 눈앞에 드러났다. 웅장하다는 표현은 이 나무에 적합했다. 중간대륙에서 가장 큰 나무, 아직까지 나무의 끝을 확인했다는 인간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세계수 이그드라실(Yggdrasil)에 버금갈 만큼 거대한 나무였다. 만약 나무의 뿌리 끝에 미미르(Mimir)의 샘물만 있었다면 이 나무가 이그드라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 크기에 있어서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들의 시선을 끈 것은 나무에 반쯤 파묻혀서 지어진 조그마한 집이었고, 저녁식사시간인지 굴뚝에서는 맛있는 향기가 곁들어진 연기가 하늘을 향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마도 저곳에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라는 자가 있을 것이다. 소피아의 말과 행동 때문에 뭔가 엉성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지만 일처리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처리하는 그녀였다. 정말 저 곳에 그자가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중간대륙을 구원할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되는 셈이었다. "여기까지 온 목적이 뭐냐?" 거대한 나무아래 지어진 집, 확실히 이곳은 거인의 숲에서도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 앞에 선 스콜과 자드키엘이 막 노크를 하려고 할 때 그들의 뒤에서 반갑지 않은 이방인을 경계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콜은 천천히 뒤돌아서서 아무런 기척도 없이 나타난 노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까지밖에 오지 않는 작은 체격을 가진 노인, 불어오는 바람에 한쪽 바지가 나풀거린다. 오른다리를 잃었는지 목발을 짚고 있는 모습은 꽤나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무언으로 말하고 있었다.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라는 자를 찾으러 왔다." 차가운 눈빛과 차분한 말투에도 노인은 여전히 의심에 사로잡힌 시선으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본좌가 위대한 현자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님이시다. 무슨 용무지?" 스스로를 위대한 현자라고 자칭하는 걸로 봐서 괴짜라는 소문이 헛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물어볼 것이 있다." "음, 근데 이놈 보게, 몇 살이나 처먹었다고 반말이냐?" 조금 거친 언어가 튀어나왔으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형적으로 봤을 때뿐이었고, 실질적으로 여기 있는 세 남자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건 다름 아닌 노인이었다. "적어도 너보단 많다." 당연한 대답, 노인은 스콜의 말을 듣고 관상이라도 읽는지 한참동안 그의 얼굴을 찬찬히 보더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넌, 20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잖아?" 노인의 말에 씁쓸한 미소로 대꾸를 하는 스콜이었다. "음, 그럼 네 녀석이 용병왕 아스크냐?" "어, 어떻게?"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위대한 현자라고 해도 단번에 그의 정체를 꿰뚫어볼 줄은 예상치 못했었다. "나도 들은 건 있다. 그런데 아주 놀고 자빠졌네. 중간대륙의 영웅이라 칭송되는 녀석이 악마랑 같이 다니는 거냐?" 이번에 노인은 자드키엘의 정체까지 단번에 알아내었다. 뭐,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가 진짜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라면, 이미 지옥을 다녀왔기에 피부색만 보고도 그의 입장에선 악마라는 사실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네 녀석이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한 가지만 알고 싶다. 지옥으로 어떻게 간 거지?" "흥, 건방진 놈! 내가 왜 반말까지 들으면서 너에게 지옥으로 가는 법을 친절히 가르쳐줘야 하냐?" 꽤나 기가 센 노인이었다. "네 녀석을 죽여서라도 알아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협박이었다. 스콜은 애당초 소설 속에 나오는 착하고, 정의로운 용사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누가 뭐래도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용병으로 100년을 넘게 지내온 자였다. "흥, 요놈 봐라. 네가 그런 협박에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냐? 중간대륙에 사는 사람들을 악마들로부터 구하기 위해 지옥으로 가는 것 정도도 모를 줄 아냐? 그런데 날 죽인다고? 난 중간대륙의 사람이 아니냐? 괜한 사람 하나는 죽이면서 몇 억의 사람들을 지킨다는 게 말이 되냐?" 언중유골이라 했다. 노인의 말에는 죄악의 붉은 달, 즉 라그나로크를 비꼬는 듯한 뉘앙스가 숨어있었다. 어찌 보면 따가운 질책에 스콜은 또 다시 지켜주지 못했던 소녀를 떠올리고야 말았다. 노인은 자신의 약한 내면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스콜은 눈을 감아버렸고, 옆에서 그의 의도를 눈치 챈 자드키엘이 강렬한 눈빛으로 노인을 노려보았다. "이 녀석, 죽여 버릴까?" 자드키엘의 본성은 어쩔 수 없는 악마, 스콜과의 계약으로 용병양성학교 안에서는 얌전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피가 끓어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인간을 죽이고 싶었다. "죽이지는 마라. 우선은 팔 두 쪽과 남은 다리 한쪽만 없애는 건 어때?" "오호, 그것도 재미있겠군." 흥미로운 눈길로 다가오는 자드키엘을 향해 노인은 삿대질을 하며 마구 욕지거리를 날리고 있었다.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은 노인에게도 역시 악마는 두려운 존재였다. 지금 잃어버린 한쪽 다리도 악마들이 가져간 것이 아니던가! "빌어먹을! 알았다! 그냥 존댓말로 정중하게 한번만 부탁해라! 아무리 네 녀석이 200년을 가까이 살았다하더라도 내 눈엔 겨우 스무 살 처먹은 어린애로밖에 안 보인다! 그런 녀석들에게 반말을 듣고 지옥으로 향하는 길을 순순히 가르쳐주면 내 자존심이 뭐가 되냐! 이런 융통성도 없는 것들!" 확실히 신성왕국의 수도 프로피티아광장 한복판에서 역신 로키를 찬양하는 시를 읊다 몰매를 맞을 정도로 배짱 있는 괴짜였다. 스콜은 고개를 끄덕였다. 존댓말을 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생명을 구해준 실베스트르백작에게도, 정체를 감추기 위해 이사벨에게도 그는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스콜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노인의 집 정문이 '끼익'하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안에서 한 명의 여성이 걸어 나왔다. "장난은 그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스콜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그녀를 만나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었다. 아무리 빈껍데기라지만 그녀의 모습은 그가 그리도 그리던 엠블라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제법이군요. 벌써 여기까지 오게 되다니, 이거 아무래도 저번에 당신을 보고 '실패작'이라고 했던 건 조금 보류해봐야겠네요." 부드러운 목소리, 그러나 그녀의 어감은 독설 적이다 못해 한 겨울에 얼어붙은 꽃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 "제가 얘기해드리죠." "엠블라, 안돼! 꼭 존댓말을 듣고 가르쳐주려고 했단 말이야!" 현자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엠블라는 괜한 시간낭비는 따위는 하고 싶지 않은지 로브에 감춰진 입술을 살며시 열었다. "당신들, 비프로스트(Bifrost)는 알고 있겠죠?" 비프로스트, 신계 아스가르드(Asgard)와 중간계인 미드가르드를 잇는 무지개다리였다.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지옥의 문이 있는 발할라 역시 아스가르드와 마찬가지로 신계로 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프로스트를 건너면 아스가르드뿐만 아니라 발할라로도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비프로스트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겠죠?" "알고 있나?" 조용한 스콜의 대꾸였다. "옛말에 등장 밑이 어둡다는 얘기가 있죠. 혹시 제국의 수도에 있는 신전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라르크(Larc)……." 지금으로부터 1721년 전, 샤를마뉴제국이 중간대륙 동쪽에 거점을 잡았을 때 수도에 신전을 세웠는데 이름은 라르크라고 신이 직접 지어주었다는 증거가 고문서에서 발견되었다. 다만 라르크가 어째서 비프로스트와 연관이 있는지 스콜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맞아요. 라르크죠. 모든 것은 신의 장난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의 이름이 시엘이죠? 그럼 '라르크 앙 시엘(Larc En Ciel)'이라고 하면 무슨 뜻이 되죠?" 하늘에 걸린 다리, 무지개였다. 즉 비프로스트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지명과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합쳐졌을 때야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해에 라그나로크가 중간대륙을 엄습하리라는 걸 이미 신은 1721년 전에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지금 그들이 중간대륙을 지키기 위해 하는 갖은 발악 역시 신의 손바닥 안에서의 움직임이라는 거다. "그러고 보니 시엘이라는 아이, 참 귀엽게 생긴 아이였는데 많이 컸나?"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노인이 물어왔고, 스콜은 노인이 지옥을 다녀왔다는 것은 이미 시엘과 한번 만난 적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지옥으로 가기 위해 먼 서쪽까지 여정을 오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그들은 열쇠를 쥐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아직 당신들은 비프로스트에 갈 자격이 없습니다." 엠블라의 차가운 독설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대로 지옥에 가더라도 문을 닫을 수 있을 거란 착각은 버리는 게 좋아요. 실패작이라는 말, 괜히 한 얘기가 아니란 걸 알아두세요. 먼저 자신의 한계를 철저히 깨닫는 게 중요할 거예요. 어때요? 1층의 군주 벨리알에게 당신이 얼마나 가엾은 존재인지 깨닫는 건?" "어차피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신성왕국에 있는 벨리알을 쓰러뜨려 보이라는 엠블라의 제안, 그녀가 제안하지 않았더라도 벨리알을 가만히 둘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지금 네 녀석이 들고 있는 검으로는 지옥의 문을 닫는 건 고사하고 벨리알한테도 역부족이야. 설마 모르는 건 아니지?" "그건 네 녀석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노인의 비꼬는 말투에 스콜은 신경질적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다. 지금 그에겐 그 어느 때보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의 힘이 필요했으나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스콜의 날카로운 심경을 읽은 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끙끙거리며 무엇인가를 끌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아! 노인이 무거운 걸 들고 나오면 도와주는 게 도리 아냐! 기본도 안 된 것들 같으니라고!" "그건……." "그래, 여기서 며칠만 이걸 가지고 놀아라. 이 검만 제대로 쓸 줄 안다면 예전의 너의 전설 정도는 다시 만들 수도 있지 않겠냐? 그리고 너희는 아직 라르크(Larc)신전과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시엘(Ciel)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잇는 앙(en)의 뜻은 모르고 있다. 벨리알을 쓰러뜨리고 오면 가르쳐주마. 어때? 꽤 괜찮은 거래지 않냐?" + 라르크 앙 시엘, 일본그룹중에선 그나마 좋아했던 그룹이라서 한번 넣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중간대륙 동쪽의 1721년 전에 생겨난 가문의 작명은 게르만어를 사용하고, 1721년 이후로 생겨난 가문은 프랑스어로 작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목표는 100KB였는데 아무래도 글의 흐름상 조금 못 미치는 91KB에서 끊게 되었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가을흔적2005-11-28 16:19:22 라르크 노래 좋아요 잘 보고 갑니다^^* 2 七夜2005-11-28 16:22:49 라르크 엔 시엘... 드라이버즈 하이 좋은데... 여하튼 건필하세요. 3 패도무적2005-11-28 17:15:07 라르크 좋죠 ㅋㅋ 하이도 ㅋ 4 김백호2005-11-28 18:08:52 가을흔적님, 칠야님, 패도무적님 감사합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라캉시엘을 좋아하시는군요. 5 천혼귀2005-11-28 20:07:27 건필하세요! 6 삼국무쌍N2005-11-28 20:23:33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함니다. 7 Cross2005-11-28 22:18:48 벌써부터 벨리알과 스콜의 대결이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스콜이 유니크급 아이템(?)을 얻었으니... 기대되네요... 하지만 글의 흐름상 좀 있어야 될거 같은데... 언제 기다리나~~~ㅠ.ㅠ 방법은 하나!!!! 하루에 30kb씩 꾹꾹 담아서 일일연재를....헉;;;; 시퍼런 칼을 갈고 계신 모습이 보이는군요.....^^;;;;; 8 김백호2005-11-28 22:25:59 천혼귀님! 삼국무쌍님! Cross님! 리플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벨리알과의 대결은 30KB씩 꾹꾹 담아도 3~4일은 걸릴듯;; 9 HolySoul2005-11-29 00:04:06 우히히 너무 재미있네요 10시서 부터 쭉 느긋하게 읽었네요! 그나자나 이젠시엘에서 첫째공주님으로 바꿔야겠군요 +_+ 쿠헬헬... 사람의마음이란 역시 너무 잘빠뀐다 -_-ㅎ 10 60일탈출2005-11-29 17:31:33 오홍 근데 엠블라 정체가 더 궁금하3 11 김백호2005-11-29 17:51:26 HolySoul님의 얘기를 들으니 구석에서 삐져있는 시엘과 콧대를 한껏 세우고 있는 에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60일탈출님, 엠블라는 쉽게 말해서 인형일 뿐입니다^^ 스콜과 마찬가지로요^^ 12 노란병아리2005-11-29 18:15:38 즐겁네요 13 몽몽2005-12-01 15:31:49 잘보고갑니다^^ 14 松竹2005-12-13 12:20:04 스타 맵이름이 북유럽(?) 신화에서 나온건가보네요. 그냥 무심결에 듣고 말았는데.. 비프로스트,홀 오브 발할라, 또 뭐있었는데.. 여튼 잘보고 갑니다. 15 샤이라2005-12-18 18:01:08 로스트템플 잃어버린사원... 16 김백호2005-12-26 02:38:52 날랭님 미리 글 남깁니다. 항상 잊지않고 리플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17 아트리2005-12-29 10:52:59 재밋어요~~ 18 날랭2005-12-30 11:27:14 하하 ^^;; 저는 하이도 같이 샤방한 얼굴이 마음에 든다는...ㅋ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기관지 염에 심하게 걸려서..거의 쓰러져 있었거든요...흑.. 19 김백호2005-12-30 11:30:06 감기 조심하세요. 저도 편두통때문에ㅠ.ㅠ 20 소검무제2005-12-30 14:31:44 잘 보고 갑니다. 21 절도범산타2005-12-31 01:44:29 캬캬캬, 건필! 22 창공의바람2006-01-10 08:44:37 흠... 받은 검이 뭘까나?? 23 김백호2006-01-10 12:22:40 하하하, 별것 아닌 검입니다^^ 24 Σ비호란™2006-01-18 20:09:51 잘보고갑니다^^ 25 김백호2006-01-20 07:23:48 비호란님, 항상 잊지 않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6 소면살우2006-01-21 09:46:39 아앗~ 계속 읽고 싶지만... 이리 궁금한 상황에서... 전 조조보러 갑니다 ㅠ_ㅠ 이만... 건필하세요요요~~ 27 잠이와요;;2006-01-23 02:50:36 라르크엔시엘 곡 좋습니다 ㅎㅎ 폰 벨소리로 사용하고있죠 28 김백호2006-01-23 03:09:04 하하하, 저도 한때 좋아했었습니다. 전 지금은 음, 라디오헤드의 Creep을 2년째 폰소리로 쓰고 있군요;; 29 절대꼭미남2006-01-23 03:23:11 읽으면서 느낀건데... 2부는 여명을 쫓는 늑대 아니에요?ㅋ 남은 9k는 소피아의 상상을 펼쳤으면 채웠을텐데... 건필하세요~ 30 김백호2006-01-23 03:59:39 하하하,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는 1부의 마지막 보스급이라서 아마도 힘들듯 합니다. 31 破邪神劍2006-01-29 23:46:02 오옷!! 유니크아이템이닷! ㅎ 32 巨時期2006-02-04 10:23:02 잘 읽고 갑니다. 33 카미드2006-02-09 00:03:39 비프로스트.......is 스테이크...OTL 34 火狼2006-02-20 13:26:58 건필하세요 35 작은마음2006-02-25 10:00:28 ...........ㅡㅡ;... 에궁에궁에궁..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9화 [29]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7화 [25]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29 13:56:17 고친날 2005-12-09 16:39:54 읽은수 2539 [ 19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9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칼날은 아름다운 빛을 뿌리며 차가운 새벽의 공기를 베어냈다. 칼날이 휘둘러지는 것과 동시에 잎사귀에 걸려있던 얌전한 아침이슬이 하늘을 촘촘하게 수놓는다. 검이 휘둘러질 때 일어난 바람 덕분이었다. 검을 들고 있던 여인은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수많은 이슬들을 놓치지 않았다. 구사하는 검술만큼이나 격렬하고 아름다운 그녀는 온 몸을 뒤흔들며 땅바닥에 안기려는 이슬의 꿈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작은 이슬방울들이 그녀의 검 앞에 터져버린 것이다. 놀라운 실력을 보였음에도 그녀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금발을 뒤로 묶고 다시 검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햇볕에 잘 그을린 건강미 넘치는 피부를 가진 여인, 집시 옷을 입고 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서려있는 얼굴이 살며시 찌푸려졌다. '아직도 부족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사벨은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검술연습을 거르지 않고 있었다. 남들은 젊은 나이에 루브룸이 되었다고 해서 그녀가 검을 다루는데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난 걸로 알고 있지만, 실상 그녀는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노력파였다. 하늘이 내린 인재는 무섭지 않다. 오히려 그런 능력으로 가진 인간들은 자만과 교오로 똘똘 뭉쳐 현실에 만족하며 그저 그런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사벨은 달랐다. 어렸을 적부터 귀족아가씨가 검을 잡는다고 주위로부터 질책도 많이 받았고, 남들보다 시련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에 와서는 전쟁영웅 이사벨 크리스티나라는 존재 때문에 수많은 여성들이 용병이 되면서 자부심을 가졌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귀족아가씨가 검을 잡는다고 하면 기품이 없어 보인다면 괄시를 받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검을 잡은 일종의 선구자 같은 여인, 다른 사람에게 심경을 고백한 적은 없었지만, 그녀는 아직 열망의 검술 발렌시아의 극의를 보지 못한 것에 심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스승이라도 있었으면 모른다. 길 따위는 없었다. 아쉽게도 발렌시아의 극의를 펼친 자는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힘든 길이었으나 이사벨은 포기를 모른 채 검을 잡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독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위로도 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엔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누가 뭐라 해도 루브룸이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절대적인 강함이 필요했던 것이다. 게다가 어제 접한 정보로 인해서 그녀는 하루라도 편하게 보낼 수 없는 입장에 처해져버렸다. 어제 일행은 신성왕국 인근의 이름 없는 마을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던 그녀는 한 여학생의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탁자에 기대어두었던 검을 쥐고 밖으로 나왔다. 비명소리가 들린 곳, 여관 뒤뜰에 마차를 세워둔 곳에 도착한 그녀는 뜻밖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사자가 있었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짐승이, 그것도 백수의 왕 사자가 여관 뒤뜰에 떡 하니 앉아서 풀을 뜯고 있는 장면은 사뭇 낯선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이사벨 선생님, 사자가 풀을 뜯고 있어요." 사자가 풀을 뜯고 있다. 눈으로 보면서도, 귀로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까지 했다. 그때 비명소리를 듣고 뒤뜰에 나온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놀란 듯이 입을 열었다. "어머! 귀여운 고양이가 여기 있었네." 이사벨이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양산을 곱게 쓴 아리따운 에리공주와 그녀를 묵묵히 호위하고 있는 성기사 발터가 서 있었다. "에리공주님의 애완동물인가요?" "네, 귀여운 고양이에요." "사자 아닌가요?" "고양이에요." 역시 샤를마뉴가문의 피는 범상치 않았다. 지금 여기엔 없지만 이 사자를 본 스콜과 자드키엘은 모든 것이 소피아의 꾸민 시나리오, 즉 애당초 귀여운 고양이도 실제로는 없었고, 정체를 숨기기 위해 사자를 소품으로 데리고 다니는 거라 여겼다. 그런데 에리공주는 진짜로 이번 임무를 위해 사자를 풀어준 것이다. 아니, 귀여운 고양이를 풀어준 것이다. 그녀가 소곤소곤 걸어간다. 사자를 닮은 고양이의 입에 겁도 없이 손을 넣어 풀을 못 먹게 한 그녀가 엉덩이를 '톡톡'때리며 풀을 먹으면 설사를 한다고 나무라고 있었다. 그러자 빼앗긴 풀이 아까운지 '야옹'하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사자였다. 아니, 귀여운 고양이였다. 울음소리를 들어선 분명 고양이가 맞는 것 같았지만 이사벨로선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음이 가지 않았다. 도대체 뭘 먹였기에 저렇게 골격과 살이 커질 수 있는지 말이다. 어쨌든 이것으로 임무는 성공인 셈이었다. 대략 십여 일간의 긴 여정 끝에 제 발로 찾아온 고양이를 발견한 게 조금 허무했지만, 임무를 완수한 지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대로 짐을 싸기 시작한 일행은 여관을 나와 다시 제국으로 가기 위해 동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물론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채 마을을 벗어나기도 전에 일행을 향해 전광석화처럼 달려오는 말 한 필과 조우를 하게 되었다. 말에 타고 있는 두 사람, 피로 목욕을 한 것 같은 은빛 기사와 기진맥진해 보이는 남자를 보고 이사벨은 혹시나 있을 기습, 에리공주의 신변을 걱정해서 재빨리 검을 뽑아들었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전혀 없던 성기사 발터 역시 누구보다 재빠르게 번뜩이는 검을 뽑으며 마차를 호위했다. 이윽고 학생들도 검을 뽑아들었지만, 막상 은빛 기사는 투구를 벗으며 적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게다가 은빛 기사는 여성이었다. 너무 긴박한 상황이라 미처 살피지 못했지만 입고 있는 갑옷 역시 몸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주고 있었다. 리디아 마그네스, 그녀는 롤랑을 뒤에 태우고 여기까지 오는데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 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관문마다 경비병들이 그들을 죽이기 위해 사력을 다해 덤벼왔던 것이다. 지쳐서 자신의 허리를 꽉 부둥켜안은 채 아직도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롤랑을 측은한 눈빛으로 한번 훔쳐본 리디아는 이사벨을 직시하며 간곡한 사연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신성왕국이 멸망을 향해 걸어가고 있단다. 그들로서도 이대로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는 얘기만은 아니었다. 대규모의 도적단이 제국국경까지 넘어와서 도적질을 할 정도라면 수도에는 가보지 않아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 정도는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일행은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했다. "저희들만으로 신성왕국에 가더라도……." "그래요. 저희들 힘으론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 같은데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정이 딱한 건 알지만 스콜과 자드키엘, 그리고 프레키가 없는 지금, 44명이라는 머릿수로 신성왕국으로 간다는 건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반대를 했다. "제가 왕실로 들어가는 비밀통로를 알고 있어요. 제발, 거기까지 만이라도 갈 수 있도록, 왕께 진언을 드릴 수 있게만……." 회의가 비관적으로 돌아가자 리디아는 무리한 부탁인줄 알면서도 절박한 심정을 담아서 일행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이사벨이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일행을 반으로 나눠서 반은 제국으로 복귀를 한 다음 지원을 요청하고 나머지는 이곳에서 기회를 엿보기로 하자. 어때?" 그녀가 누구인가? 전쟁영웅 이사벨이었다. "좋아요." 게다가 그녀의 말에 긍정하는 여인이 다른 사람도 아닌 제국의 공주, 에리 샤를마뉴였으니 학생들은 더 이상 불만을 토로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눠진 일행의 반은 동쪽으로 향하게 되었고, 남은 일행은 최대한 적과의 조우를 피하면서 왕성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하고 있었다. 한편, 그렇게 일행이 여관에서 회의를 거듭하는 사이 여관의 지붕에선 두 사나이가 결코 호의적이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때는 같은 리버티 출신이었던 듀란과 롤랑이 어정쩡한 거리에서 서로를 신경 쓰며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죽이지 않았지?" 어렵게 롤랑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 "영감은 네 녀석의 행동을 알고 있는 듯한 눈치던데, 한숨만 내쉬고 통 말을 안 해주니 우리들로서는 알도리가 있어야지. 너의 입으로 듣고 싶다. 듀란, 어서 말해봐라." 듀란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시엘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고, 이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말은 그에게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처절하게 리버티가 되었던가? 그런 그들에게 사랑이란 불필요한 것이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봐도 인류의 안전과 한 여인의 목숨은 저울로 잴 가치도 없는 문제였다. "변명이라도 좋으니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해봐. 난 아직도 나와 비등하다고 평가를 받는 네 녀석이 임무를 실패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단 말이다. 그게 아니면 내겐 변명조차 들을 자격이 없는 거냐?" "나의 사명보다, 사명보다 값졌기 때문이다." "그게 뭔데?" "너도 알게 될 거다. 언젠가는……." 지금은 이렇게 얼버무릴밖에 없는 듀란이었다. 제국의 지원군을 기다리며 여관에 묵고 있던 일행은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오늘 밤 왕성에서 파티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인 궁중파티라면 분명 경비도 왕성으로 집결될 것이고, 당연히 왕성까지 잠입하기에는 오히려 수월할 것이 뻔했다. 문제는 적절하지 못한 시기에 열리는 파티라는 것이다. 여기사 한명이 수도의 관문을 뚫고 탈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깊은 관계자가 아닌 다음에야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 소소한 얘깃거리에 불과했지만 문제는 그녀의 신분에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국왕을 곁에서 보필하는 로얄가드 중에 한 가문, 마그네스후작가문의 여기사였다. 왕성의 비밀통로에서부터 신성왕국의 세세한 정보를 모두 꿰고 있는 그녀가 다른 나라로 망명이라도 하는 날이면 아무리 악마의 지배 아래 놓여있다고 하더라도 여간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니었다. 어쩌면 왕성에서 열리는 파티는 그녀를 잡기 위한 미끼일지도 몰랐다. 함정일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리디아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애당초 그녀의 목숨은 그날 아버지와 함께 그곳에서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차피 죽다 살아난 목숨,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서까지 목숨을 연명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역시 갈 거죠?" 전형적인 남부미인, 이사벨 크리스티나도 왕성에서 파티가 열린다는 얘기를 접했는지 고심에 빠진 리디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네,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가야겠지요." "제가 힘이 될 수 있다면 도와드릴게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잇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위로하는 이사벨이었다. "마음이 복잡할 땐 모든 걸 잊고 검투라도 하는 게 어떨까요? 긴장도 풀 겸." "네? 좋긴 한데, 제 검은 부러져버려서……." 이사벨의 권유를 듣고서야 어둠의 공작 벨리알의 가슴을 찌르고 부러진 레이피어를 떠올렸다. 그것은 그녀의 희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럼 2층에 있는 검중에 마음에 드시는 걸 써보세요." 여관을 거의 통째로 빌린 일행은 2층 구석방에 그들이 들고 다니는 무기이외에도 예비무기들을 잔뜩 쌓아놓고 있었다. "아뇨, 생각나버렸어요. 저한테는 오랜 친구와 약속을 하면서 맡겨둔 검이 있거든요." "어디에?"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에요." 자신을 걱정해주는 이사벨의 마음을 알기에 리디아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데리고 여관의 뒤뜰로 향했다. 그곳에서 말에 올라탄 그녀들은 대략 20여분을 달려 거인의 숲 서쪽 입구에 당도하게 되었다. 이곳이었다. 그녀의 가문과 함께 로얄가드의 기둥이라 일컬어지는 발레아레스(Baleares)공작가문의 장남 뮤(Mu) 발레아레스와 약속한 장소. 짙은 청록 빛으로 우거진 숲의 입구를 바라보며 이젠 흐릿해진 15년도 넘는 기억 속으로 그녀는 걸어가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그녀와 뮤는 검 한 자루만 챙겨들고 거인의 숲으로 탐험을 떠났었다. 거인의 숲은 모든 것이 컸다. 잡초들조차도 조그마한 꼬마들의 키를 훌쩍 넘겼으니 하나, 하나가 새롭고 신비로울 수밖에 없었다. 거의 매일 이곳을 드나들었기에 지리를 빠삭하게 꿰고 있던 둘은 그날 처음 발견하게된 거대한 나무 때문에 한참동안 눈을 땔 수가 없었다. 목이 아파서 다 올려다보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자란 나무, 따사롭게 쏟아지는 햇볕아래 오만하게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를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던 둘은 나무의 뒤쪽에 반쯤 묻힌 집 한 채가 있다는 사실에 입을 못 다물었다. "너무 음침한 것 같아. 그만 돌아가자." "아냐! 마녀의 집이야! 우리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두려워하는 리디아와는 달리 뮤는 가슴이 설레는 걸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떨고 있는 리디아의 손을 꼭 붙잡고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으며 그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야!" 그때 갑자기 뭔가 번쩍하더니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아픔이 두 꼬마를 지배했다. 놀라서 뒤돌아 본 둘의 앞에는 심술 맞아 보이는 노인이 거대한 고목처럼 그들을 거만하게 내려보고 있었다. "위대한 현자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님의 저택을 보고 뭐라고 했냐? 이 바보 꼬마야. 마녀의 집이라고?" "와! 마녀다!" 뮤는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고 있는 노인을 보고 두려워하기는커녕 허리춤에 차고 있던 조금 커 보이는 철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한 마디를 더 내뱉었다. "덤벼라! 마녀!" "뭐라? 이게 개념을 통째로 삶아먹었나? 겁 대가리를 상실한 꼬마 같으니라고!" 그렇게 노인과 꼬마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노인은 생각보다 약했다. 아니, 노인이 약했다기보다는 꼬마 뮤가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고 표현하는 편이 옮았다. 퍼억! 격전 끝에 철장갑을 낀 주먹에 복부를 정통으로 맞은 노인은 피를 토하며 땅바닥에 쓰러져버렸고, 여전히 어쩔 줄 모르던 리디아에게 다가간 뮤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마녀를 무찌른 것을 축하해달라고 했다. "리디아, 이제 걱정하지 마. 마녀는 사라졌어." 정확히 말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다만 북부를 쥔 채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마녀를 쓰러뜨렸다며 의기양양해있는 뮤와는 반대로 리디아는 손수건을 꺼내서 노이의 입술주위에 묻은 피를 닦아주고 보살펴주었다. "치료해주지마! 마녀란 말이야!" 그러나 대답 대신 리디아의 날카로운 눈빛이 뮤에게 박혔다. "너! 장난이 지나친 거 아냐!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렇게 함부로 폭력을 쓰면 되니? 나 나쁜 아이한테는 시집 안 갈래." 리디아의 절대무적 필살기(必殺技), '시집 안 갈래'가 나오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고만장해있던 뮤는 금세 울먹일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냉큼 잘못을 시인했다. "리디아, 내가 잘못했어. 한번만 봐줘? 응?" "흥!" "응? 다시는 안 그럴게. 마녀님, 미안해요." 글쎄 마녀가 아니라니까, 이해를 전혀 못하고 있는 뮤였다. "좋아, 그럼 다시는 함부로 폭력을 쓰지 않겠다는 뜻에서 내 칼이랑 너 장갑이라 여기에 맡겨두자. 그리고 나중에라도 둘 중에 누구 하나가 잘못된 길을 걸을 땐 여기 있는 무기로 서로에게 벌주자. 어때?" "음……." 뮤는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리디아의 무기도 마찬가지지만 뮤의 무기도 가보 급은 아니더라도 유명한 대장장이가 만든 명품이었다. "이거 비싼 건데?" "싫음 말고, 흥!" "알았어. 약속 할게." "자~" 그러면서 리디아가 앙증맞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머쓱해하는 뮤도 새끼손가락을 걸며 다짐하는 것 같았다. 뮤 발레아레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조금 어리석고 귀여운 꼬마아이였지만, 리디아가 성숙한 여인이 된 만큼 그도 많은 성장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발레아레스공작가문은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왕을 곁에서 보필하는 로얄가드였다. 즉,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약혼을 한 사이였는데 지금은 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잠시 떠오른 옛 추억을 접으며 예전에 자주 거닐었던 길목으로 이사벨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참으로 운명이란 기묘한 것이리라. 거대한 나무에 묻혀있는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리디아와 이사벨은 며칠간 수련을 마치고 거인의 숲을 막 나오려는 스콜일행과 딱 마주치게 되었다. 숲 속에서 만난 두 남자, 절대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는 이사벨이었으나 그들의 옷차림과 온몸을 감싸며 주위를 휩쓰는 거친 카르마 때문에 검을 뽑아들 수밖에 없었다. 얕고 투명한 검신엔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내린 빛이 스며들어 눈부시게 번뜩이고 있었다. "혹시 저희한테 용무가 있나요?" 이사벨로서는 그들이 스콜과 자드키엘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지난 며칠동안 스콜이 받은 신무기를 시험하기 위해 수련을 하게 되었고, 목숨을 건 피 튀기는 혈전에 혈전을 거듭한 끝에 원래 입고 있던 옷 따위는 이미 찢어진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지금 입고 있는 옷 역시 멀쩡한 건 아니었다. 노인이 건네준 후드가 깊숙이 내려오는 낡은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이곳으로 오는 와중에도 수련을 한답시고 크게 한대씩 치고 받았기에 옷 여기저기에 피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게다가 용병왕 아스크의 이름으로 신성왕국을 구하기 위해 둘 다 은 가면까지 준비한 터라 그녀가 몰라보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랐다. 이사벨과 리디아는 숲 속에서 마주친 그들의 옷차림의 특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았다. 오른쪽에 있는 남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왼쪽에 있는 남자의 허리에는 두툼한 철로 된 벨트가 걸려있었고, 거기엔 자그마치 아홉 자루의 대검이 힘겹게 매달려있었다. 구도류(九刀流)! 사람의 손이 아홉 개도 아니고, 설사 아홉 개라 치더라도 한 자루 당 적어도 20kg이라는 어마어마한 무게를 이겨내야 구도류를 구사할 수 있었다. 대략적으로 계산해도 성인남자 3명의 몸무게였다. 구사하는 건 둘째치고라도 대검의 끝이 땅에 닿아있어서 무게가 조금 줄었다고는 하나 싸움에 임하는 자가 아홉 자루씩이나 허리에 검을 차고 있다는 건 상식적이지 못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한 걸음조차 내딛지 못할 무게였다. 그런데 그는 움직이고 있었다. "비켜라." 낮게 깔린 저음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머리가 쭈뼛쭈뼛 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말 한마디 내뱉은 것뿐인데도 어마어마한 살기가 몰아쳤던 것이다. 거인의 숲이라고 불리는 이 숲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그녀들을 찢어 죽이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숨조차 함부로 내쉬기 힘든 살기 앞에 이사벨은 검을 쥐고 있던 손이 떨려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전장을 누벼왔고, 지난날 요툰헤임을 20년간 수호했던 용장 게이로드 미스트 칼프 앞에서도 목숨을 던지며 전과를 달성한 그녀다. 검은 여신, 혹은 전쟁영웅이라 불리던 이사벨이 지금 떨고 있었다. "저, 정체가 무엇이죠?" 애써 떨림을 감추려는 가련한 목소리, 이사벨은 온 힘을 쥐어짜내며 겨우 한마디를 더 내뱉었으나 그들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며 앞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사벨과 리디아는 그들이 땅바닥에 깔린 풀잎을 밟으며 한발, 한발 걸어올수록 이대로 죽는 건 아닌가하는 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녀는 도리질을 쳤다. 만에 하나 그들이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지금의 이 분위기속에선 검을 내지르진 않고 못 버틸 것 같았다. 꼭 날카로운 칼 한 자루가 목 줄기로 다가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만용이라 불려도 시원찮을 용기를 내어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내찔렀다. 열망의 검술 발렌시아, 벨 때는 힘에 치중하며 찌를 때는 속도에 치중하는 특성을 가진 검술이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다하더라도 성인남자 3명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자가 발렌시아의 검술을 피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따위는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사벨은 지독한 살기를 이겨내며 검을 내질렀던 것이다. 그러나 피해냈다. 피했을 뿐만 아니라 내질러진 그녀의 검극을 살짝 밟으며 하늘로 뛰어올라 어느새 그녀의 등 뒤로 걸어가고 있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장면, 영웅의 반열에 오른 루브룸인 그녀의 검이 너무나도 쉽게, 너무나도 가볍게 무너져버렸다. 이사벨은 뒤돌아볼 수조차 없었다. 단 한순간에 검을 다시 잡을 용기조차 잃어버린 것이다. 다만 너무나 궁금한 것이 있었다. 목숨을 주고서라도 알고 넘어가야만 하는 사실이 있었다. '도대체 저 사람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어떻게 저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지?'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단 한명의 인물이 깊게 박혔다. 수많은 전설이 따르던 남자, 그녀가 루브룸이라면 그 루브룸이라는 개념자체를 만들어낸 남자, 용병왕 아스크였다. "호, 혹시 용병왕 아스크님이신가요?" "……." 대답 따위는 들려오지 않았다. 두 남자의 멀어져가는 발걸음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제발, 대답해주세요. 당신이 아스크님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저는 뭐가 되죠? 아무리 노력해도 같은 또래로 보이는데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단 말이에요? 이건 너무 비겁하잖아요!" 그녀는 절망에 쓰러지고 있었다. 그랬다. 천부적인 재능이 없더라도 후천적인 노력만으로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가 익히는 검술 발렌시아의 극의 역시 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만약 그가 그녀와 같은 또래의 사람이라면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져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발……, 가르쳐주세요." "한때는 아스크라고 불렸었다." 스콜은 언제나 지혜롭게 일행을 이끌던 이사벨이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답해주었다. 그녀는 그제야 긴장이 풀려버렸는지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렸고, 옆에 있던 리디아는 멀어지는 남자들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아스크님, 혹시 신성왕국을 구해주시려고 이곳에 오셨나요?" 그 말에 발걸음을 멈춘 스콜은 짧은 시간,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무거운 침묵의 그늘을 펼쳤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떼었다. "난 사랑했던 여자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신성왕국을 구할 수 있겠나?" "그럼 무엇 때문에 여기 계신 거죠?" "날뛰는 한 마리의 악마를 죽이러 가는 뿐이다." 그 얘길 끝으로 아스크와 정체불명의 한 남자는 그녀들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이사벨과 리디아는 그들이 사라지고 한참이 지나도록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실존했었어." 이사벨은 언젠가 머릿속에 이러한 상황을 그려왔었다. 만약에 용병왕 아스크가 중간대륙에 아직 실존해있고, 기회가 되어 그를 만나게 된다면 여러 가지 질문을 하리라 다짐해왔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던진 질문은 그가 맞느냐는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여러모로 아쉬움만 남긴 만남이었지만 이사벨의 눈동자에는 절망이 아니라 설렘에서 일어난 불꽃이 스며들어있었다. 그랬다. 아스크는 적어도 200년을 가까이 살아온 자다. 그가 방금 보여준 실력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완성된 강함이라 할 수 있었다. 시간이 부족했던 것뿐이다. 결국 노력으로 증명해보이겠다고 다짐하는 그녀였다. "리디아, 일어나죠." "네, 고마워요." 일어나서 그녀에게 손을 뻗은 이사벨에게선 조금 전의 격렬하게 무너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으며 어느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둘 모두 알고 있었다. 이렇게 무작정 쉬고 있을 수 없었다. 그녀들에게 무거운 짐이 있다. 왕성에서 열리는 파티를 이용해서 몰래 왕실에 잠입해야만 했다. 그리고 용병왕 아스크는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녀들에게 힘이 될 거란 건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었다. "아스크님도 있으니 성공할 수 있겠죠?" 다시 일어서서 숲 속으로 들어가던 리디아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누구보다 이사벨의 긍정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확신할 순 없죠. 다만 중요한 건 하나 있어요." "어떤?" "적어도 아스크란 이름으로 치룬 전쟁에서 그는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랬다. 용병왕 아스크가 전설이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120년간 단 한번도 패배를 몰랐다는데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니코틴2005-11-29 14:24:08 [del] 홍홍 2 산길2005-11-29 14:24:45 여..연참은 어찌된것 입니까!!!?흑-_ㅠㅠㅠ다음편을!!!...... ... .. 퍼퍼퍽 -_ㅠ 3 마인(魔人)2005-11-29 14:37:18 3 4 [팬지]꽃말2005-11-29 14:41:47 혹시 이미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몇 권을 예상하고 계시나요?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흠냥;; 잘 읽었습니다 ^3^ 5 난악마다2005-11-29 14:42:09 항상 좋은글감사해요 6 진(鎭)2005-11-29 15:13:26 좋아요~~!!! 7 HolySoul2005-11-29 16:01:21 역시 역시 너무재미있어요~ 8 60일탈출2005-11-29 17:39:42 아 벌써 다 읽었네. 아쉽네 9 가을흔적2005-11-29 17:47:11 잘 보고 갑니다 10 김백호2005-11-29 17:56:04 니코틴님, 산길님, 마인님, 팬지님, 난악마다님, 진님, HolySoul님, 60일탈출님, 가을흔적님 리플 감사합니다. 몇가지만 답해드리면 일단 비축분이 거의 바닥인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어제 92KB는 약간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쿨럭, 그리고 아스크의 완결은 원고지로 6천매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책으로 하면 아마도 6권정도가 되겠지만, 출판계약이 과연 될지 의문이라서;; 11 노란병아리2005-11-29 18:17:06 ^^* 우흐흐흐흐흐 12 김백호2005-11-29 19:40:35 노란병아리님, 그 웃음의 의미는, 쿨럭... 13 Cross2005-11-29 20:49:49 이제 제가 기다리고 기다린던 굵직한 사건의 스타트를 끊으셨군요 ^^ 하지만 유니크급(?)아이템(?)을 얻은 스콜과 자드키엘과의 수련 모습이 나오지 않은게 아쉽군요.... 31화 마지막 장면부터 글이 연결되었으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을것 같네요 ^^ 14 몽몽2005-12-01 15:32:14 잘보고갑니다^^ 15 Urim2005-12-25 14:47:54 전장의 여신이라고 뻐기더니, 결국은 간사하고 약해빠진 여자였군. 16 김백호2005-12-25 21:42:56 아, 그렇게 보이셨습니까, 의도는 조금은 현실적인 인물로 그리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이사벨은 그렇게 간사하지는ㅠ.ㅠ 17 아트리2005-12-29 11:05:34 스콜의 전설이 시작~~~~ 18 날랭2005-12-30 11:46:26 흠흠.. 다음화는 피가 튀기려나~ 19 소검무제2005-12-30 14:41:55 잘 보고 갑니다. 20 절도범산타2005-12-31 01:54:55 오,,!! 21 창공의바람2006-01-11 08:01:29 오옷~~ 검이 무려 9개!! 8개도 10개도 아닌 9개... (퍼퍽) 22 김백호2006-01-11 10:20:02 팔도류, 십도류, 이러면 이상하잖아요;; 구도류하면 뭔가 있어보이죠;; 23 Σ비호란™2006-01-18 20:16:55 잘보고갑니다^^ 24 절대꼭미남2006-01-23 03:48:19 푸핫 구도류 하면 뭔가있어 보이죠라니 !!! 감탄 무슨 새로운 기술 만들어 냈는지도 궁굼 어~ 아직 예지력 안생기셨나;;; 나는 또 없어!!!!!! 건필하세요~ 25 김백호2006-01-23 04:00:52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귀차니즘때문에 예지력은 좀... 그걸 배우려면 지리산에 들어가야 된다고 해서요. 한 10년 연중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26 破邪神劍2006-01-29 23:53:27 계룡산에 들어가면 1년정도 줄어들지도 ㅎㅎ 27 巨時期2006-02-04 10:35:10 하핫. 잘 읽고 갑니다. 28 火狼2006-02-20 13:32:33 구도류..ㅡㅡ? 29 작은마음2006-02-25 10:07:07 냠...9개의 대검.. 어떻게 가지고 있는걸까..ㅡㅡ;. 쥔공이 거인이였낭..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0화 [25]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8화 [35]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29 18:57:56 고친날 2005-12-22 00:02:39 읽은수 2570 [ 14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0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15화 가장무도회(假裝舞蹈會) 햇볕이 테라스가 있는 큰 창으로 들어와 방안을 온통 환하게 밝혔다. 넓은 방안에 배치된 갖가지 고급스런 가구들이 눈부시게 빛났지만 방 중앙의 실크가 곱게 덮여있는 더블침대엔 지금 멸망의 징조가 싹트고 있었다. 나체가 된 여성이 개처럼 엎드려서 교성을 흘리고 있다. 잘 익은 과일처럼 풍만한 몸매, 농익은 육체가 흔들린다. 뒤에서 그녀의 엉덩이 사이를 모질게 범하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청회색 피부 결을 가진 자였다. 우아한 몸짓으로 여성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를 잠식하던 그는 그녀가 흘린 눈물까지 지배하려 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항하던 기색이 있었다. 침대 위에는 그녀가 입고 있던 검붉은 드레스가 처참하게 찢어져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포기한 것 같았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진흙이 묻든, 상처가 나든 가랑이만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침대에 머리를 묻고, 간간히 신음을 흘리던 여성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이젠 없었다. 그저 침대시트를 개처럼 물어뜯고, 두 손으로 찢을 듯이 붙잡으며 지독한 현실이 빨리 지나가기 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청회색의 피부를 가진 자, 그가 바로 벨리알이었다. 일찍이 난간, 수간, 동성애로 소돔과 고모라를 지옥으로 떨어뜨린 타락천사, 어둠의 공작이라는 칭호가 괜히 붙은 건 아니었다. 비록 당하지 않기 위해 발악하던 여성을 길들일 때는 거칠게 밀어붙였으나 정복하는 과정은 한편의 서정시처럼 우아하고 부드러웠다. 참으로 신사다웠다. 아, 신사? 정정한다. 지금 그의 아래에서 안타깝고 억울한 교성을 흘리고 있는 여성이 누구였는지 잠시 망각하고 내뱉은 말이다. 침대에서 벌어지는 파렴치한 행위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국왕의 아내, 즉 왕비였다. 국왕은 이미 벨리알의 지배 속에서 안주하고 있었다. 왕관에 가려진 이마에는 노예의 낙인이 찍혀 있어,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아내가 외간 남자에게 범해지는 와중에서도 평화롭게 차를 마시며 창공의 도화지에 구름으로 그려진 풍경화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 하늘이 절망과 파멸을 뜻하는 황혼으로 향하고 있는지는 모른 채, 미친 자들의 파티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한때 신성왕국의 현왕이라 불렸던 홀리니스왕은 벨리알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향연에 취해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똑똑! 그때 여성의 신음으로 들뜬 방안의 분위기를 끊는 노크소리가 조용히 울려왔다. 멍한 눈빛으로 노을을 감상하고 있던 국왕은 그 소리를 듣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대답했다.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 은빛 갑옷을 차려입은 준수하면서도 강인한 외모를 지닌 기사는 방안에 펼쳐져 있는 지독한 장면에 흠칫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신성왕국으로 망명을 온 남자, 벨리알공작에게 국모라 할 수 있는 왕비가 개처럼 유린당하고 있었다. 가랑이 사이의 치부를 드러내고,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흐흑, 발레아레스공작, 보지 마십시오." 그 와중에서도 왕비는 방금 들어온 뮤 발레아레스에게 치욕적인 장면을 들키고 싶지 않았는지 침대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눈물로 호소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어긋난 톱니바퀴처럼 뭔가가 비틀어져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화로웠던 나날을 유지하던 신성왕국이었다. 아르카디아왕국과 샤를마뉴제국이 치열한 전쟁을 거듭하는 와중에서도 현왕의 지도아래 신성왕국만큼은 영원한 평화에 젖어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벨리알이라는 남자가 이곳에 오면서부터 하나, 하나 바뀌기 시작했다. 정체가 불분명한 남자였지만 국왕이 공작의 작위를 수여하는 걸로 봐서 범인은 아니라고 여겼다. 그렇다. 범인은 아니었다. 그는 공작이 되자마자 자신의 뜻대로 나라를 조율해가기 시작했다. 많은 충신들이 무리한 정책에 진언을 올렸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사형장에 울려 퍼진 합당하지 못하다는 절규였고, 더 이상 대신들은 나라를 걱정하기보단 자신의 한 목숨 연명하는 것으로 만족하게 돼버렸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뮤는 로얄가드이기 때문에 국왕의 곁에서 그를 보필하고 있었다. 아무리 지독한 타락의 길로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국왕과 함께 하는 것이 그의 운명이고, 숙명이라 여기고 있었다. "왕비님……." 그러나 오늘 이 장면을 본 그는 자연스레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비틀어진 건지도 모른다. 국왕에게선 더 이상 예전의 현명한 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둡고, 탁한 그늘에 지배당한 국왕은 강인한 눈빛으로 호소하는 뮤에게 겁이라도 먹었는지 손을 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 무엇이냐?" "국왕페하, 파티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전쟁이 일어난 걸 자축하는 것이다. 전장에선 칼을 든 국민들이 죽어나가는데 귀족들과 대신들의 관심은 왕국에 열리는 연회에 빠져있었다. "하악……, 아흑……." 어쩌면 그도 그들과 종이 한 장 차이의 인간이었다. 국왕을 부르짖으며 피를 흘려간 국민들처럼, 벨리알공작에게 철저히 유린당하는 왕비를 보면서도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녀의 말처럼 고개를 돌려 현실을 외면하고 파티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는 것밖에 없었다. "알았다. 함께 가지 않겠나? 벨리알공작." "좋습니다. 당연히 가야겠지요." 왕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고, 벨리알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격렬하게 하나가 되었던 왕비를 내팽개친 채 고급스런 소재의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머리카락까지 단정하게 빗어 넘긴 그가 먼저 걸어 나가자 그제야 왕도 힘없이 걸음을 내딛었다. '왕의 앞을 걷고 있다.' 뮤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천연덕스럽게 걸어가는 벨리알을 노려볼 뿐이었다. 이제 방안에는 처참하게 강간당한 왕비만이 흐느낌을 흘리고 있었다. 뮤는 지독한 현실 앞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미 찢겨져버린, 타액으로 더럽혀져버린 검붉은 드레스자락을 잡아서 왕비의 나신을 덮어주는 것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발레아레스공작님, 구, 국왕을 죽여주십시오." 처절한 목소리, 한이 맺힌 여자의 구슬픈 목소리였다. "국왕페하를 지키는 것은 저의 사명입니다. 지금의 그 말씀은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아직도 그가 국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신도 봤잖아요! 제가 겁탈을 당하는데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발레아레스공작!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건가요? 이 나라는 이미 망했습니다!" "……."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태어난 곳, 자신의 삶의 흔적이 묻어있는 곳,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곳, 이곳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방울의 눈물이 눈가에 맺힐 뿐이었다. "자살도 못한단 말입니다! 지하 감옥에 가보셨나요? 자살한 귀족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시체를 뜯어먹고 있다고요!" 그 말을 끝으로 왕비는 절규했고, 믿을 수 없는 말에 뮤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후후, 실은 저와 왕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다 국왕폐하께서 저희의 불륜을 알게 되었고, 국왕폐하는 한 가지 제한을 하셨죠. '관계를 하고 싶거든 차라리 내 눈 앞에서 하라'라고 말이죠. 왕비께서 우리의 관계가 들켜버리니 아예 미친 척을 하는 군요. 어서 가시죠. 발레아레스공작." 뒤에서 들려온 서늘한 목소리, 연회장으로 걸어간 줄 알았던 벨리알공작이 문가에 기대어서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뻔한 거짓말입니다! 벨리알공작! 당신은 천벌을 받을 겁니다!" "천벌이라? 왕비님, 저에게 누가 천벌을 내린단 말입니까?" 그랬다. 신이 빚은 악마, 그 악마의 존재가치는 인간의 타락이다. 벨리알은 그 누구보다 충실히 그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었다. 그 뿐이었다. "어서 갑시다. 발레아레스공작." 벨리알은 정중하게 손짓을 하였고, 뮤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을 땔 수밖에 없었다. "발레아레스공작! 이것 하나만 알아두세요! 당신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왕국의 지하 감옥으로 가보면 아시잖습니까!" 등 뒤로 들려오는 왕비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경을 담고 있었다. 뮤도 이미 잘못되어도, 한참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 말밖에 없었다. "전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세상이 수 천 번 바뀌더라도 죽는 순간까지 신성왕국의 국왕을 수호하는 의무를 가진 로얄가드입니다." 충의(忠義), 그것이 그가 살아서 숨쉬고, 주먹을 쥐고, 땅을 걷는 이유였다. "발레아레스공작께선 재미없으신가보군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연회장을 외면한 채, 2층 테라스의 난간에 기대어 크리스털로 장식된 호화로운 샹들리에만 바라보고 있던 뮤에게 다가온 벨리알이 비꼬는 듯한 말투를 던졌다. 깊은 심연의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은 묵 빛의 눈동자가 인상을 살며시 찌푸리고 있는 뮤를 다그치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닙니다." "역시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고 계셨습니까? 아니면 나라를 배신한 약혼자라도 생각하고 계셨나요?" 벨리알의 입에서 나온 약혼자란 리디아 마그네스를 일컬었다. 난초처럼 청초한 아름다움이 깃든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그의 어깨를 자주 빌려왔었다. 그렇게 모진 마음을 못 먹을 것 같던 그녀도 나라를 위해서 반기를 들게 되었고, 비록 소문뿐이지만 국왕을 암살하려다 벨리알공작에게 토벌을 당하자 다른 나라로 망명을 했다는 얘기는 접할 수 있었다. "이거, 어쩌면 약혼자를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리디아를 다시 볼 수도 있다는 말에 반짝이는 샹들리에를 바라보고 있던 강인한 눈매가 벨리알을 직시하였다. "확실한 건 아니고, 그저 감일 뿐이지만 반역의 무리들이 파티를 연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혹시 발레아레스공작님, 시간 있으시면 비밀통로 쪽에 믿을 수 있는 기사들로 경비를 배치시켜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아무래도 잘못되면 국왕폐하의 신변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일이니……." 그렇게 말끝을 흐린 벨리알은 상황과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챌 수 있었다. 며칠 겪어보진 않았지만 쉽게 병력을 움직일 인물은 아니었다. 확신이 있을 때만 움직이는 자다. 게다가 비밀통로라면 왕과 로얄가드가문을 제외한다면 아는 사람들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런 길을 다른 기사들에게 경비를 세우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제가 직접 가보겠습니다." "오, 그래주시겠습니까?" 간사한 연기, 처음부터 벨리알의 의도는 뮤의 입에서 비밀통로를 지키겠다는 말이 나오길 바라며 미끼를 던져놓고 이제 와서 의외라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럼 수고해주십시오." "……."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은 상대다. 그리고 어차피 연회장에 있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악한 장면에 그는 치를 떨며 연회장을 벗어나 왕성의 깊숙한 곳을 발을 내딛었다. 그가 사라지고난 연회장은 화려한 황혼의 물감을 칠하면서 파티가 진정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간다.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시작되자 귀족들은 떠드는 것을 멈추고 음악에 젖어있었다. 스쳐보기엔 다른 파티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그런데 어째서 뮤는 연회장을 보는 것조차 꺼려했을까? 그 의문점은 지금 연회장에 들어선 두 남자에 의해서 풀 수 있었다. 스콜과 자드키엘, 여성처럼 화려한 자수와 빛나는 보석이 박혀있는 정장을 차려입은 그들은 파티에 어울리는 은빛가면을 쓰고 이곳에 숨어들어 있었다. 파티에 막 들어온 그들에게 과일향이 물씬 풍기는 붉은 리큐르(Liqueur)를 권하는 웨이터, 거절할 분위기가 아니라서 한 모금 마신 자드키엘은 재미있는지 미소를 지었고, 반대로 스콜은 인상을 살며시 찌푸렸다. 술이 아니었다. 이것은 선혈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과일 향을 첨가한 음료였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아름다운 음악에 젖어서 발을 바닥에서 떼지 않는 느리고 고풍스런 바스당스(Basse dance)를 추거나 웨이터가 건네는 붉은 리큐르를 들이키고 있었다. 물론 스콜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겨우 다섯에서 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 그 조그마한 여자아이들이 네 발로 기어 다니고 있었다. 벌거벗은 채, 목에는 개처럼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고, 귀부인들은 마치 유행이라도 쫓듯 여자아이가 묶인 목줄을 잡아끌며 정겹게 인사까지 나누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남자귀족은 벌거벗은 여자아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치부를 구둣발로 지그시 누르며 더럽고 추악한 본능을 드러내었다. "결국 악마들에게 지배당한다면 우리는 이런 삶을 살게 되는 거냐?" 그것은 스콜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한탄이었다. 어느 정도 예견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게 되자 악마에 대한 적의가 피어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스콜의 말을 끝까지 들은 자드키엘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스콜, 방금 네가 한 말은 내가 지상에 올라와서 들은 말 중에 가장 재미있는 말이었다." 자드키엘은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스콜로서는 그가 왜 웃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뭐 때문이지?" 당연히 이어지는 질문, 자드키엘은 겨우 웃음을 가라앉히고는 조금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벨리알은 확실히 인간의 육신에 낙인을 찍어서 그들의 정신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신이 아닌 바에야 여기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낙인을 찍고 마음대로 부릴 수 있을까?" "……." "불가능하다. 만약 그렇게 하게 된다면 아마도 벨리알의 마성이 아무리 깊다하더라도 과부하로 인해 오히려 낙인은 소멸돼버리고 한 인간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게 될 걸." 그 말인 즉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순수한 자기 의사로 이 파티를 즐기고 있는 인간이 극소수 포함되어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군중심리에 휩쓸려서 자신들이 저지르는 과오조차 깊게 돌아보지 못하는 한없이 짧은 생각을 가진 인간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럼 몇 명 정도나?" "그래, 그게 문제지. 말해줄까? 벨리알의 낙인이 찍힌 인간을? 왕을 포함해서 채 10명도 안 된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적게 잡아서 2~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단 10명만이 악마에게 정신적인 지배를 받고 있고, 그 이외는 스스로가 같은 인간을 학대하고, 그러한 장면을 보며 즐기고 있다는 말이었다. "어떠냐? 스콜, 꽤 소름끼치는 장면 아니냐?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악마보다 더 추악해질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다른 악마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인간의 이러한 점은 높이 사고 있다." "……." "이들은 마치 아직 가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아마도 악마들은 이 원석들을 기호에 맞게 가공해서 장식품으로 쓸 생각이겠지." 자드키엘의 유창한 독설, 그러나 지금 스콜의 귀에는 그 말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은빛가면 속에 가려진 그의 눈빛은 차갑고도 시리게 변해가고 있었다. 여자아이를 개처럼 끌고 다니는 짙은 화장을 한 귀부인, 여자아이의 치부를 구둣발로 짓누르며 음탕한 상상에 젖은 남자귀족, 그리고 피를 마시며 그 매혹적인 맛에 중독 되어버린 인간들, 모두 인간으로서 더 이상 가치가 없는 존재들이었다. 연회장의 입구 쪽 자리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스콜이 무거운 걸음을 내딛자 자드키엘은 의문에 휩싸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딜 가는 거냐? 파티는 이제 시작인데?" "피를 마시는 파티, 그런 걸 원한다면 피의 향연을 열어줘야지." 한 겨울에 몰아친 눈보라처럼 차갑고, 지붕에 매달린 고드름처럼 날카롭게 말을 내뱉은 스콜이 지금 향하는 곳은 아홉 자루의 검을 감춰둔 장소였다. "설마 여기 있는 인간들을 다 죽일 생각이냐?" "아니, 개처럼 기고 있는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냐?" "그럼?" "내 눈엔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자들, 그들의 죽음만 결정됐을 뿐이다." 그 말에 자드키엘은 앞으로 펼쳐질 파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는지 '크큭'거리며 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좋아, 마음에 든다. 대신 벨리알은 웬만하면 건들지 마라. 녀석은 내 먹잇감이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너무 빠른 연재는 오히려 독이 될 것 같기도 해서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다음 화를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니 일단 이번편과 한편 더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플로 물어보셔서 잠시 아스크를 소개하자면, 역사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용병왕 아스크에 관련된 이야기인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는 대략 원고지 6천매정도, 만약 책으로 나온다면 6권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다음편까지 분량이 원고지 2240매로 2권분량이 조금 넘습니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2,3부격인 라그나로크로부터 구원받은 미드가르드의 전란의 시기를 다룬 아스크 -폭풍 속의 나비-와 국경에 위치한 두 가문의 처절한 대결을 다룬 아스크 -지옥의 사자들-도 -황혼을 쫓는 늑대-와 비슷한 분량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거의 낙서수준의 시놉시스만 잡혀있을 뿐입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랍스타2005-11-29 19:10:21 선리플 후감상! 건필이요^^ 2 몽유(夢遊)2005-11-29 19:12:18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3 가을흔적2005-11-29 19:56:52 잘 보고 있습니다^^ 4 루크리시온2005-11-29 19:58:20 잘보고 있어요^^건필있니다~ 5 천혼귀2005-11-29 20:04:50 건필하세요! 6 노란병아리2005-11-29 20:18:12 ^^* 7 Cross2005-11-29 21:00:35 음.....앞에 내용이....그러니깐... 가장무도희의 앞부분...과정이라고 해야되나요?? 그 부분이 생략된거 같습니다?? 뒷 내용을 본다면 방법은 제시되어 있으니...여러가지로 추측할수 있지만...이야기 앞뒤(32화 33화)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습니다... 매치가 잘 안됀다고 해야하나요??? 꽤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진거 같아요(나만 그런가???-_-;;;;) 스피드한 전개도 좋지만...역시나 약간의 여유가 된다면... 조금 여유를 갔는것도 ^^ 그리고 저 역시 여담이지만... 벌써부터 2부 3부에 흥미가 동하는군요 ^^ 8 HolySoul2005-11-29 21:35:53 역시 감동의 물결 9 산길2005-11-30 00:08:33 흐흐 다음편으로 10 60일탈출2005-11-30 00:40:37 오 내년 2월달안에는 모든 걸 다 볼수 있음 좋겠네 11 몽몽2005-12-01 15:39:05 잘보고갑니다^^ 12 곤2005-12-12 22:28:21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13 아트리2005-12-29 11:14:12 휘리릭~~~ 14 날랭2005-12-30 11:53:16 건필하세요~ 쿨럭-- 15 소검무제2005-12-30 14:48:42 잘 보고 갑니다. 16 절도범산타2005-12-31 02:02:26 오오~ 17 창공의바람2006-01-11 08:10:49 2, 3 부도 기대가 되요~ ^^ 18 Σ비호란™2006-01-18 20:39:40 잘보고갑니다^^ 19 카이혼2006-01-20 22:50:19 흠... 전 주인공 자체가 맘에 드는데.. 20 김백호2006-01-20 23:06:45 그렇습니까? 스콜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1 절대꼭미남2006-01-23 04:04:43 아 나의 생각은 틀렸네 2부...3부등 3부는 생각지 못했는뎅 아아 건필하세요~ 22 김백호2006-01-23 04:10:32 지리산에 올라가셔서 예지력을 전수받으세요. 23 破邪神劍2006-01-29 23:59:28 후음.. 연대기네요 상당히 기나긴 ㅎ 24 巨時期2006-02-04 10:47:25 하핫. 잘 읽고 갑니다. 25 작은마음2006-02-25 10:11:42 재미나요..에겅,...추한 인간의 모습이ㅜㅜ..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1화 [3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29화 [29]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1-29 19:14:44 고친날 2005-12-09 16:40:21 읽은수 2487 [ 14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1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황혼으로 물든 왕성연회장은 광기로 가득차있었다. 환락의 축제에 젖은 귀족들은 스스로 미치광이인척 했다. 장엄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벗 삼아 옷을 벗어던진다. 약속이라도 하듯이 하나, 둘 옷을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샹들리에 불빛 아래 추한 몸뚱이가 드러난다. 추한 기름덩어리들이 몸을 섞는다. 난교파티, 그들은 해가 머리 위를 지배할 동안 힘겹게 유지하고 있던 위선된 인격을 버리고, 알몸으로 다른 성을 탐닉하기에 바빴다. 물론 가면은 쓰고 있었다. 이성을 찾아서 더러운 욕정을 터뜨리는 자들은 차라리 나았다. 같은 성을 탐닉하는 자, 하나의 몸뚱이에 둘이서 들러붙어 있는 자, 게다가 개처럼 끌고 다니던 여자아이의 몸을 농락하는 자도 있었다. 그들은 빌어먹게도 가면의 힘을 철저히 빌리고 있었다. 저주받을 것이다. 저주받아 마땅하다. 신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러한 말들을 웃어넘기고 있었다. 1cm두께도 안되는 가면으로 묵살되고 있었다. 사뭇 어울리지 않는 음악에 취해 그들은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였고, 요분질을 해대었다. 즐거워한다. 환희에 차있다. 오직 네발로 기어 다니는 어린아이의 눈물만이 붉은 리큐르를 떨어뜨려도 티도 안 나는 레드카펫에 스며들고 있었다. 망할 것들, 미친 것들, 당장이라도 죽어져할 것들, 배를 갈라서 내장을 끄집어내 산채로 눈앞에서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것들이었다. 어린아이는 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피를 흘리고, 비명을 지르며 그들을 저주하였다. 쨍그랑! 심판은 내려졌다. 아홉의 날개를 가진 자가 신의 모습이 그려진 천장의 채색 유리창을 깨고 하늘에서 떨어졌다. 파멸을 뜻하는 붉은 노을 빛, 너무나 아름다운 빛이 그자를 비추었고, 귀족들은 화려한 연출에 박수갈채를 보내며 욕정을 토해내고 있었다. 스콜은 눈을 감았다. 방금 전 연회장을 나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했던 추악한 장면에 그는 할말조차 잃어버렸다. 그저 아홉의 강철 날개가 대기를 그을 뿐이었다. 가장 처음 희생양은 난교파티를 묵인한 채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고 있던 남자였다. 목뒤에 선명한 낙인이 찍힌 머리통이 피를 흩뿌리며 날아가더니 벽에 처박혀버렸다. 벽에 그어진 혈흔, 벌거벗은 귀족들은 그것마저도 일종의 쇼라고 생각했는지 겁을 먹기는커녕 손가락질을 하며 웃고 있었다. '즐겁냐? 더 즐겁게 만들어주마!' 스콜은 연주를 멈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그가 지휘를 한다. 죽는 것이 두려웠던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연주를 시작했다. 우울한 노래, 어두운 노래, 귀로 파고드는 선율만으로도 관에 처박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노래,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무서운 노래, 죽음의 노래, 미친 귀족들을 위한 노래, 스콜이 속삭인 노래는 바로 장송곡이었다. 약한 나는 너희에게 비린내 나는 생선취급을 받아왔어. 그래, 얼마 전까지 나는 너희의 심장을 파먹던 하루살이였어. 너희는 나의 자석, 타르, 알코올, 오르가즘 같은 존재야. 난 너희를 좋아하고, 사랑하면서 인간이 되려고 노력했어. 너희의 암을 갉아먹으면서도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 여겼어. 결국 깨닫게 되었지. 알지 말아야 될 진실을 깨닫게 된 거야. 너희들 역시 육식 난초를 먹고 자라난 벌레들이란 사실을, 이제 너희는 분노가 깃든 아홉 날개의 먹이가 돼야 해. 너희의 머리통을 가르고, 그 위에 여자아이의 숨결을 얹어서, 자근자근 씹어 먹어줄 테니 마지막으로 마음껏 웃고 즐겨 봐. 너희가 아끼던 처녀막도 한입에 먹어줄 테니 걱정하지 마. 살고 싶다고?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착하게 살겠다고? 악마가 내린 유혹 하나 뿌리치지 못하면서 너희는 살길 원해? 안돼. 너무 늦어버렸어. 너희의 죽음은 이미 결정돼버렸어. 섬뜩한 노랫소리였다. 맨 정신으론 들을 수 없는 노래였지만 귀족들은 신나서 떠들고, 웃고, 성교하고, 욕하고, 지랄을 떨고 있었다. 좋아한다. 자신들의 장송곡이 들려오는데도 좋아하고 있다. 모든 광경을 입구 쪽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자드키엘은 스콜의 지휘에 맞춰 같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미친 자들을 죽이기 위해서 함께 미쳐버린 스콜을 위해 건배한다. 붉은 리큐르를 목구멍에 넘긴다. 그는 피에 취해, 곧 있음 펼쳐질 살육의 파티가 너무나 기대되는지 살을 떨며 흥분하고 있었다. 스콜은 자드키엘을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에 쥐어져있던 강철의 대검이 휘둘러졌다. 일부러 빗겨서 휘둘렀는지 조각상 같은 외모를 가진 스콜을 유혹하려고 다가가던 귀부인의 팔이 떨어져나갔다. 신경이 아직 살아있어서 레드카펫에 떨어진 팔뚝은 손가락을 마구 움직이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술에 취해, 환락에 취해 제 정신을 잃어버린 귀부인이었지만, 그 장면을 보고도 웃고 넘길 순 없었다. 뒤이어 번개에 관통당한 것 같은 고통, 피를 철철 흘리는 왼팔을 보며 그녀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끼아악!" "그렇게 좋냐?" 스콜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귀부인을 비웃었다. 이제야 깨달은 거냐? 너희는 절대 쉽게 죽이지 않는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 그것만으로도 무한한 축복을 받은 것인데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 얼마나 무겁고, 어리석은 죄인지 철저히 깨닫고 죽어야 했다. 그의 검이 다시금 피를 머금고 있었다. 예외는 없었다. 붉은 핏줄기가 연회장의 천장, 내벽, 바닥을 더럽혔다. 장송곡을 연주하고 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겁에 질려서 악기를 놓쳐버리자 죽음의 노래가 멈추었다. 스콜이 천천히 뒤돌아섰다. 흩날리는 핏빛 머리카락에 반쯤 가려진 은빛가면이 태양이 마지막으로 빚은 노을빛 아래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숨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할 정도의 공포감에 떨고 있었다. "연주해라. 악기에서 손을 떼는 그 순간 죽는다. 마지막 경고다." 다시 울려 퍼진 장송곡, 그제야 귀족들은 이것이 쇼가 아니란 걸 깨달았는지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지르며 살기위해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연회장 밖으로만 나가서 숨으면 살수 있다는 공통적인 생각, 그 생각을 자드키엘이 모를 리 없었다. "자, 계약입니다. 저보다 힘이 약한 자는 연회장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만약 나갔을 경우 사안에 의해 찢겨지게 됩니다." 터무니없는 말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었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나? 귀족이기에, 나름대로 법을 공부했기에 그의 말 따위는 무시해버리며 연회장의 정문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순간 내딛었던 한 귀족의 다리가 처참히 잘려나갔다. 살점이 보인다. 움츠린 근육과 뼈가 보인다. 그 사이로 피가 분수처럼 터져나가는 장면을 보고 귀족은 쇼크로 쓰러져버렸다. 대다수의 귀족들이 그 장면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도망칠 곳이 없게 되었다. 뒤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사람들의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고 있었고, 앞에선 보이지 않는 칼날이 그들의 육신을 조롱하고 있었다.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자 그들은 구석에서 팔짱을 끼고 붉은 리큐르를 마시고 있는 자드키엘에게 살의를 품었다. 아무래도 뒤에서 아홉 자루의 강철 대검을 쥔 자는 상대하기가 꺼려졌는지 의자와 촛대를 든 귀족들은 자드키엘에게 덤벼들었다. "멍청한 것들……." 파파팍! 인간의 몸이 터져버린다. 살점이 벽에 덕지덕지 붙는 광경, 축 늘어지는 옷 속에 섞인 핏줄기와 내장, 그리고 공포를 머금은 채 땅바닥에 굴러 떨어진 눈알, 손 한번 펼치지 않고 자드키엘은 눈빛만으로 인간의 육신을 폭발시켜버렸다. 짝짝짝! 그야말로 놓치지 아까운 광경에 연회장의 단상위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된 옥좌에는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왕이 앉아있었고, 그 옆엔 꽤나 흥겨운 눈빛을 하고 있는 벨리알이 있었다. "자드키엘, 나의 파티에 흥을 돋워져서 이거 고맙다고 해야겠군." 자신이 주최한 파티가 엉망진창이 되었는데도 벨리알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 역시 악마, 어차피 인간들이란 하찮은 소모품,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올 걸 예상하고 있었나?" "나에겐 이게 있다는 걸 잊었나?" 그렇게 대답하며 벨리알은 손에 들려있는 주먹만한 수정구를 보여줬다. 무한의 수정구, 그것만으로 그는 천개의 눈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젠장!" "이제야 눈치 챘나? 크큭, 이건 인간들을 미끼로 던진 함정일 뿐이다." 미처 손을 쓸 겨를도 없었다. 벨리알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그들이 밟고 있던 레드카펫이 늘어지며 내벽을 타고 오르더니 천장까지 뒤덮어버렸다. 온통 붉은 빛의 세상이 만들어졌다. 마치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돼버린 이공간(異空間)에 빠진 것 같았다. "자, 계약이다. 이곳에서 조그마한 상처라도 얻는 자는 그 순간 레드카펫에 모든 피를 빨리게 된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콜에게 팔과 다리를 베였던 수많은 귀족들이 레드카펫의 쓰러지거나, 달라붙더니 순식간에 쭈글쭈글해지면서 말라 비틀어져갔다. 처절한 비명소리가 붉은 연회장을 가득 채워가고 있었다. "보이지? 조그마한 상처라도 얻는 날에는 그걸로 끝이다. 그럼 마음껏 즐겨주길 바란다. 나는 이만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죽이러 가봐야겠군. 크큭." 국왕의 목덜미를 잡고 사라지는 벨리알의 신형, 스콜과 자드키엘도 그로부터 시엘을 구하기 위해 따라가야 했지만 벨리알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주변은 검은 그림자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일렁이는 그림자들을 바라본 자드키엘은 인상을 한껏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벨리알을 따르는 1층의 악마들! 빌어먹을! 매복하고 있었나?" 붉은 빛으로 채색된 세상이 검은 그림자들로 뒤바뀌어갔다. 지독한 함정이다. 레드카펫으로 봉인된 연회장을 가득 채우는 악마의 머릿수로 보아서 이곳을 살아서 나가기는 틀린 듯 했다. "제길, 멋지게 걸려버렸군." 이제 막 눈을 찌를 듯한 길이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이 곳, 저 곳을 살피던 자드키엘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고 덫에 걸린 늑대처럼 점점 다가오는 악마들을 향해 으르렁대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벨리알이 쳐놓은 덫에 그야말로 꼼짝없이 걸려버렸다. 얼핏 살펴봐도 연회장, 즉 붉은 이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악마들의 수는 백여 명은 족히 넘어보였다. 아무리 그가 악마들 중에 뛰어난 혈통을 지닌 7층의 악마라고 할지라도 작은 상처를 얻는 길로 소멸의 위기를 맞이하는 이곳에선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할 수 없었다. 귀족들이 죽어나간다. 레드카펫에서 불쑥 튀어나온 악마들은 마치 오소리사냥이라도 하듯 천천히 인간들을 물어뜯으며 중앙으로 몰고 있었다. 활로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살려주세요." 중앙에서 등을 맞대고 있던 스콜과 자드키엘에게 다가온 여자아이, 소녀는 글썽이는 눈망울로 아홉의 검을 가지고 있는 스콜의 다리에 매달리며 졸랐다. 그래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황급히 땅에 질질 끌려있는 목줄의 손잡이를 스콜의 손에 쥐어준 소녀는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제 다섯에서 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죽음의 본질 따위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산된 행동이 아니다. 목이 뜯겨나가고, 신체가 말라비틀어지는 끔찍한 미래를 피하고 싶은 지극히 본능에서 나온 가련한 행동이었다. 두려움에서 비롯된 강자에게 달라붙는 약자의 운명이었다. 여자아이는 막연하게 스콜이 강하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그의 애완동물이 될 수만 있다면 살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허망한 기대감에 그 자그마한 손으로 목줄의 손잡이를 그의 손에 꽉 쥐어주었다. "살려주시는 거죠?" 부드럽고 여린 손이 붉은 피로 끈적끈적한 대검을 쥐고 있는 스콜의 손을 감싼다. 제발, 목줄을 놓지 말라며 감싸고 있었다. 그 소녀를 이어서 아직 살아남은 여자아이들이 하나같이 스콜의 손에 목줄을 쥐어주었다. 대략 수 십 개의 보석이 박혀있는 목줄 손잡이, 어쩌면 여자아이의 가치보다 더 비싼 목줄 손잡이를 바라보며 스콜은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귀족들마저도 악마들보다는 같은 인간에게 의존하고 싶었는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의 팔과 다리를 재물 삼았던 그에게 매달려왔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그러면서 추한 종이가 들어있는 지갑을 통째로 건넨다. 손가락과 팔에 차고 있는 더러운 덩어리들도 건넨다. "지금은 이것밖에 없지만 집에는 재물을 쌓아둔 게 많습니다. 일단 이걸 받아주세요." 귀족들도 여자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웃고, 떠들 땐 신분이 있었지만 죽음 앞에선 인간이란 본디 평등한 존재였다. "흥, 그래봤자 소용없다. 아무리 스콜이라고 해도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 없잖아." 이미 자드키엘은 포기하고 있었다. 악마들의 왕 루시퍼나 신의 옥좌 오른쪽에 앉을 자격을 갖춘 대천사 미카엘이라면 모를까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살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랬기에 스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드키엘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잘못들은 게 아니다. 묵묵히 악마들을 노려보고 있던 스콜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많은 악마들을 죽임 속셈인지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이냐?" "살고 싶으면 네가 가진 모든 카르마를 끌어올려서 너의 온몸을 감싸라." "그게 무슨 말이지?" "미스텔테인이 없는 한 잘 되리란 보장은 없다. 허나 성공하면 살 수 있다. 다만……." "다만?" "이공간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죽음이 결정된다. 어쩌면 너까지 죽을 수 있다." 쉽게 믿겨지지 않는 말이었다. 자드키엘이 누구인가? 루시퍼의 피를 이어받은 자였다. 도대체 얼마나 지독한 기술이기에 그가 사전에 얘기를 듣고 모든 카르마 짜내어 방어에 치중해도 죽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여기 있는 소녀들도 모두 죽겠군." 그 말에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목줄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던 스콜은 처량한 아이들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삶을 갈망하는 눈동자다. 미친 듯이 삶을 갈망하고 있었다. "죽기 싫어요." "살려주시면 하라는 거 다 할게요. 제발, 살려주세요." "으앙~ 살려주세요." 스콜은 그 소녀들이 건네준 목줄을 꽉 쥐었다. 살려주고 싶다. 비록 고통과 불행밖에 없다할지라도 살려주어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축복된 것인지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러나 스콜에겐 악마들을 소멸시킬 힘은 있어도 소녀들을 지켜줄 힘은 없었다. '빌어먹을! 제기랄! 도대체 얼마나 강해져야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거냐!' 절망으로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있던 스콜은 마음을 모질게 먹으며 쥐고 있던 목줄을 힘없이 놔버렸다.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목줄을 보고 여자아이들은 마치 그것이 세상의 모든 희망과 생명이라도 되는 냥 주저앉아서 울음을 터뜨렸다. "잘 들어라. 너희는 지금 죽는다." "제발, 살려주시면 안 되나요? 제발요." 처절할 정도로 삶을 갈망한다. 그런데도 죽어야 한다. 이게 현실이었다. "미안하다. 나에겐 너희를 지켜줄 힘이 없다. 대신 너희를 이렇게 만든 그 녀석만은 꼭 내손으로 죽여준다고 약속하마." "흐흑, 제발……." "그러니 부디 편히 눈 감아라." 잔혹한 말이었다. 그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스콜은 울컥하고 올라오는 울분을 참기 위해 이를 꽉 깨물며 심장에 묶여있던 사슬을 끊어버렸다. 조용히 침묵하고 있던 카르마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미친 듯이 터져 나온 카르마가 주변을 휩쓴다. 자드키엘은 몸이 통째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카르마를 사력을 다해 전개해서 온몸을 감쌌다. 아직 그 무엇도 펼쳐지지 않았는데 그의 옆에서 버티고 있기조차 힘들었다. 스콜의 옆에 있던 가엾은 눈망울을 한 소녀들도, 덮쳐오던 악마들도, 어리석은 귀족들마저도 직감했다. 자신들의 죽음이 지금 이 순간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분노(忿怒)가 깃든 칼날은 아기의 숨결마저 벤다! 통곡(慟哭)으로 물든 황혼에서 깨어난 칼의 조각이여! 숙명(宿命)의 사슬마저 깨부수고 거짓된 태양을 멸하리라! 전율(戰慄)의 검(劍)! 최종오의(最終奧義)! 파멸(破滅)의 겁(劫)! 비가 내린다. 칠흑 빛깔의 비가 내린다. 세상은 암흑으로 빠져든다. 부드러운 빗방울이다. 바람에 날릴 정도로 가벼운 빗방울이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검은 빗방울이 어디서부터 떨어졌는지 몰랐다. 빗방울 하나가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 가죽옷을 입은 악마에 떨어졌다. 빗방울 하나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소녀의 눈동자위에 떨어졌다. 빗방울 하나가 추악한 세상에 벌거벗고 있는 귀족의 머리위에 떨어졌다. 떨어진다. 한없이 떨어진다. 떨어진 빗방울은 아주 가볍고도 부드럽게 악마의 어깨를 관통했다. 눈동자로 스며든 빗방울은 소녀의 머리통을 터뜨려버렸다. 벌거벗은 귀족의 머리위에 떨어진 빗방울도 마치 꼬치처럼 그대로 꿰뚫고 그가 서있던 대지마저 꿰뚫어버렸다. "크아악!" "아아악! 아악!" 순식간에 상황은 돌변해버렸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절규, 이어지는 죽음의 바다, 하늘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검은 빗방울에 이공간마저도 녹아버렸고, 레드카펫을 찢은 빗방울은 대리석바닥마저 구멍을 내버렸다. 그런 비가 하늘에서 그칠 줄 모르고 내리고 있었다. 파멸의 시간이다. 예외 없는 파멸의 시간이었다. 거세어진 빗방울, 검은 폭우 속에 살아남은 자는 있을 수 없었다. 세상을 씻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쓸고 가버렸다. 세상은 무로 돌아가 버렸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랍스타2005-11-29 19:20:45 빠르게 올라오네요^^ 건필이요 2 몽유(夢遊)2005-11-29 19:22:50 아쉽다... 글 보고 있을때 올라왔네요... 잘 보고 갑니다...^^ 3 정재욱2005-11-29 19:32:01 또올라왔네요 ㅋ 대단 4 김백호2005-11-29 19:41:26 랍스타님, 몽유님, 정재욱님 리플 감사합니다. '비축분'이라는 초절정필살기죠-_-v 5 미캉엘2005-11-29 19:56:24 오~~5등이다 ! 6 루크리시온2005-11-29 19:57:40 오 빨리 올리셨군요! 오늘 다봤어요 ^^ 잘보고 갑니닷^^ 7 가을흔적2005-11-29 19:58:26 잘 보고 갑니다 8 천혼귀2005-11-29 20:12:09 건필하세요!! 9 노란병아리2005-11-29 20:18:25 내일 봐요 >0< 10 김백호2005-11-29 20:30:03 미캉엘님, 루크리시온님, 가을흔적님, 천혼귀님, 노란병아리님 감사합니다. 저는 다시 글 쓰러 가야겠습니다ㅜ.ㅜ 행복하세요ㅠ.ㅠ 11 삼국무쌍N2005-11-29 20:46:50 잘 읽고 갑니다.ㅎ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글이네요. ㅎㅎ 12 Cross2005-11-29 21:08:20 음? 갑자기 하드코어쪽으로???? ㅎㅎ 농담이구요.^^ 한 수라도 스콜과 벨리알에 결투장면을 원했지만... 뭐..그건 글을 보면서 다음 기회로 밀어뒀는데... 결투장면이....약합니다;;; 뭐가 .....묘사하는것도 없이 그냥 한방으로.... 물론 최후의 한방으로 생각해야겠지만... 결투장면을 좀더 보강(?)해야 된다는생각이 드네요 ^^ 재미있고 흥미진진 합니다. 조금씩 긴장 탑니다...ㅎㅎ 13 HolySoul2005-11-29 21:40:26 역시 재밌다는.. 크크 14 산길2005-11-30 00:14:50 흐흐 잘보고 갑니다~ 15 쾌인2005-11-30 00:38:18 우화~ 다 봤습니다~ 악마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주시네요! 후훗 그럼 건필하시구요! 많이많이 올려주세요! 16 60일탈출2005-11-30 00:46:32 아 뉴 뜬거 벌써 다 봤네 쩝. 17 크리노아2005-11-30 07:23:07 잘 보고 갑니다. 역시 최고입니다. ^^ 18 김백호2005-11-30 11:34:38 말씀 감사합니다. 잠을 잘못 잤는지 허리랑 목이랑 ㅠ.ㅠ 19 몽몽2005-12-01 15:39:17 잘보고갑니다^^ 20 아트리2005-12-29 11:19:53 전 담편으로 휘리릭~~~~~~~~~ 21 날랭2005-12-30 11:59:09 흠흠 ...미스텔테인은 시엘 공주가 행방을 알고 있는.. 그런데 어떻게 찾게 될지 궁금하네요 22 소검무제2005-12-30 14:52:38 잘 보고 갑니다. 23 절도범산타2005-12-31 02:09:29 우와아아아~!! 24 창공의바람2006-01-11 08:19:46 허걱... 25 Σ비호란™2006-01-18 20:47:48 잘보고갑니다^^ 26 소면살우2006-01-21 14:53:02 오오 드디어 펼쳐지는 겁니까~? 최종오의...+_+ 건필하세요~~ 전 다음편 보러 후다닥~~ ㅎㅎ (이미 지나간 리플에도 답글을 달아주시다니...ㅠ_ㅠ 멋지세요~ ㅡ_-)b ) 27 김백호2006-01-21 15:21:47 마음같아선 전부 달아드리고 싶지만, 못 달아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글을 안쓰기에 여유가 있어서^^ 28 절대꼭미남2006-01-23 04:46:09 전율의검 최종오의 파멸의 겁... 전율이 올랐음;; 어으~ 건필하세요 29 巨時期2006-02-04 11:04:53 햐아~ 멋있어어~ 30 김백호2006-02-04 11:16:36 그, 그렇습니까? 31 鬼舞2006-02-17 00:49:51 순간 아수라 파천무생각이.. ㅋㅋㅋㅋ 32 火狼2006-02-20 13:50:07 진짜 강하군요...ㅡㅡ 소름이... 33 작은마음2006-02-25 10:17:37 냐라라라>__사실 요즘 연재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글을 올릴 때마다 점점 줄어드는 선작수를 보며 혼자서 고심을 하다 절취신공에 절단마공까지 써봤지만, 결국 줄어들어 500에 겨우 턱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무판에서 판타지로 선작수 500은 적은 수가 아니란 건 알고 있지만, 선작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리메도 생각을 해봤지만, 그건 여기까지 봐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 합니다. 그렇다보니 리메를 하기보단 조기완결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이렇게 미리 얘기드립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얘기는 한 가지, 조기완결이라고 하더라도 완결까진 최선을 아끼지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럼 연참대전이 시작하는 날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머리나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학생?백수?2005-12-08 20:30:36 으헥... 조기완결이라뇨... 안돼요~ ㅜㅡㅜ 2 실페리온2005-12-08 20:32:15 편히 쉬시고 연참대전이라고 무리하진 마셔요 +_+ 3 데스카2005-12-08 20:35:51 조기완결이라니....마음 아프네요. 그리고 루시퍼 = 스콜 = 아스크...역시 먼치킨이였3. 4 60일탈출2005-12-08 20:56:17 끄끄끄 작가님 너무 힌트가 그냥 알려주려고 낸거33 5 화랑(花郞)2005-12-08 21:08:17 루시퍼 = 스콜... 맞나??ㅋ 조기완결 거부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힘을내서~ㅠ 6 노란병아리2005-12-08 21:14:32 ㅌㅌㅌㅌㅌ 병아리발자국 7 노란병아리2005-12-08 21:15:25 학원 염장물인지 알고 등록해서 봣는데 알고보니 세기말 이야기.. (퍼억..) 8 Hongkid2005-12-08 21:18:16 아~ 왜 난 이것도 절단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ㅜ.ㅜ 잘보고 갑니다~ 항상 N뜨는 날만 기다리고 있을게요 ^^ 9 HolySoul2005-12-08 21:38:20 우아아~ 감동! 학원에서 지친몸과 심신을 달래는 느낌이군요! 자 분발해서 수학공부합세다! 10 실버울프2005-12-08 21:40:55 지금 모하는 거지...ㅡㅡ? 쓰블.... 왠 못 알아들을 말들이냐...ㅡㅡ;;; 에잉! 11 롤리팝스2005-12-08 22:03:19 작가님이 넘 상심해 하시고 계신거 같네요^^ 그래서 이러케 작은 힘이나마 드릴려고 댓글을~~ㅎㅎ 이 글을 보신 모든 분들이 의아해 하는 부분이 참 좋은 글인데 거기 비해 댓글이나 선작수가 많지 않다는 건데...그래도 꾸준히 보는 독자들이 있으니 기운내세요^^ 너무 숫자에 신경쓰시지 말고요^^ 그럼 힘내세요^^ 12 dragon-def2005-12-08 22:13:24 조기라니 안되~ 13 아르미네2005-12-08 22:22:43 재..재밌는데..! 14 길주니2005-12-08 22:36:04 제가 보기엔 그게 아닌거 같은데 루시퍼는 스콜의 아버지고 스콜이 아버지 한테 배워서 같은 카르마를 내 서 베리알이 착각을 한거 같은데요 즉 루시퍼=스콜 아부지 스콜=루시퍼 아들 이런 형식인거 같다는 ㅋ 이렇지 않으면 스콜 아버지의 능력은 설명 하기가 좀 그렇지 않나요 15 행인11132005-12-08 22:38:13 [del] 딱 제 스타일의 소설인데...제가 별종인가요 ㅡ,.ㅡ;;;; 조기 완결이라뇨 ㅠ_ㅠ 재밌어요 ~! 16 쾌인2005-12-08 22:43:11 앗 길주니님 머리 좋으시다! 저도 스콜이 루시퍼인지 알았는데.. 스콜이 루시퍼 아들인듯??^^ 17 실버울프2005-12-08 22:48:48 선작수가 떨어지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하루에 한편 혹은 두편이상씩 안올라오기에 줄어드는 겁니다. 연참을 해보시면 다시 선작 올라가지요. 하루에 한편씩의 연재가 좋은 방법입니다. 18 아리오스2005-12-08 23:47:24 제가 보기엔 루시퍼=스콜 맞는듯 위에 님 말대로라면 스콜이 지상에 내려온 첫 번째 악마가 될 수 없음 그럼 스콜 아버지에 존재는 머냐? 아마 신이 아닐지 19 곰2005-12-08 23:50:26 [del] 고무림을 ㅜㅜ 이거보는 낙으로 오는데 .... 힘내세여 .. 20 난악마다2005-12-09 00:27:59 절단만은...안됩니다..전아스크때문에산다구요! 모두들읽고댓글에한표를! 21 Cross2005-12-09 01:20:36 아스크는 매니아적인 글??? 어째든 전 정말 재미잇게 보는 글인데... 홍보가 부족한게 아닐런지??? 22 들아탈수2005-12-09 01:44:29 얼레리..그럴 글이 아닌데 이상하네요..잘 보고 갑니다. 작가님 힘내세요 23 同安2005-12-09 10:28:28 간만에 꽉 찬 글이라고 좋아했는데 조기완결이라니요!! 작가님 화이링~ 24 bulum2005-12-09 10:47:00 잘보고 갑니다. 25 몽몽2005-12-09 13:26:40 잘보고갑니다^^ 26 천혼귀2005-12-09 15:23:43 건필하세요! 27 케르베우2005-12-09 17:01:16 아스크를 애독하시는 독자분들 모두 고무림 게시판에 아스크 를 추천한방씩 해보는 것은 어떨지요?^^ 28 패도무적2005-12-09 18:01:13 흠... 아마도 샛별이란게 루시퍼를 뜻하는 걸껄요? 아닌가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ㅋ 건필하세요~! 29 박선생님2005-12-09 19:43:06 김백호님 자신을 잃으시면 안되죠 저는 믿습니다 아스크가 폭발하는 날이 올거라구요 30 BloodWolf2005-12-10 20:32:06 선작 이것밖에 업는데.... 31 가을흔적2005-12-11 21:41:06 잘 보고 갑니다 32 엠프티니스2005-12-12 05:02:51 쿨럭. 조기 완결이라닝;; -_-;; 이거 보러 고무림 오는디 ㅎㅎ 건필 하시공 ㅎㅎ 아자아자아자~!!! 33 松竹2005-12-13 14:55:11 루시퍼=스콜이 맞긴한데 반쪽인거 같네요. 즉, 스콜(복사품)=루시퍼(본체)=스콜의 아버지. 머리에서 크는 기생충(?)으로 태어난 스콜이니 완벽히 루시퍼라고 볼수 없겠죠. 다만 힘은 루시퍼와비슷하겠으나 예전 엠블라가 했던 말중에 그 기생충으로 태어난 복사품은 본체의 기억을 가질수 없다라고 했던거 같은데.. 기억을 봉인한게 아니고 기억이 아예없는듯. 악마의 왕인 루시퍼의 복사품이지만 인간들의 편에선 그를 보고 엠블라가 실패작이라고 한건 아닌지...지금 존재하는 엠블라의 복사품도 어쩌면 악마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지옥에서만 사용되는 방법이라니까요. 기생충에의한 북사는..그래서 그 노인네와 같이 있었던가.. 34 레드토깽이2005-12-15 14:28:35 데로드&데블랑 이랑 분위기 비슷....온몸에 전율이 넘잼나요^^ 35 독일건달2005-12-15 21:08:42 송죽님의 말에 올인 36 김백호2005-12-15 21:09:45 후후후-_-+ 37 windsupper2005-12-23 14:47:40 작가님 힘내십시오~ 이렇게 뒤늦게라도 선작추가하고 열심히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 38 아트리2005-12-29 12:15:06 조기라니요~~~ 박카스 한병 드시고 힘내세요~~^^ 39 소검무제2005-12-30 15:21:46 잘 보고 갑니다. 40 날랭2005-12-30 16:18:52 반응이 뜨거운데요..^^ 건필하세요~ 41 세월2006-01-02 10:52:31 염장 스토리가 안 나와서 그렇다는 .,,, 퍽... 루시퍼=스콜이죠 ㅋㅋ 42 창공의바람2006-01-11 09:50:31 스콜이 루시퍼였다니.... 주인공이 악마다니!!!! 43 김백호2006-01-11 10:22:44 음-_-a 44 Σ비호란™2006-01-18 21:15:22 잘보고갑니다^^ 45 소면살우2006-01-21 15:30:23 이래저래...헷갈리니...빨리 다음편으로 gogo 46 절대꼭미남2006-01-23 08:13:44 역시나 ㄷ다들 루시퍼를 스콜로 ... 그 반전이 궁금 건필하세요 47 검은묵시록2006-01-26 18:49:03 오오 ~!!! 루시퍼가 스콜이였군요... 근데 그럼 뇌를 옮긴게 아니고 그냥 기억을 봉인했다는거군요. 48 破邪神劍2006-01-30 00:40:35 흐음... 계속 가보면 알겠지요 ㅎㅎ 49 巨時期2006-02-04 12:39:31 하핫. 잘 읽고 갑니다. 50 폭염권룡2006-02-07 02:39:30 설마 아스크=스콜(확정) 아스크=스콜=루시퍼???? 51 김백호2006-02-07 07:01:22 제가 답변으로 드리는 것보다는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아서, 노코멘트하겠습니다! 52 모른다니까2006-02-12 23:21:43 너무 잼있어요~~ 다른분들이 백호사마의 글을 몰라서 그런것임 ㅋㅋ ㅎㅎㅎ 53 핑핑이2006-02-16 15:46:12 선작수가 1000에 달하는 것은 거품입니다. 현 500이 바로 진성독자일듯.. 실망하지 마시고 건필하세욤. 54 김백호2006-02-16 18:16:59 하하하, 지금은 선작수 2150대죠. 하지만 역시 거품인 것 같습니다. 대략 천명정도만 살아남으신듯...ㅠ.ㅠ 55 火狼2006-02-20 14:14:50 헷갈려요.. 왠만하면 끝까지 연재하시길 조기완결 하면 안타까와여..ㅡㅡ 56 김백호2006-02-20 15:01:15 네, 조금 줄어들었기는 했지만, 후반부의 서브스토리를 뺀거라서 스콜의 비중은 더 커져보일 듯 합니다.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8화 [34]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6화 [3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09 16:14:51 고친날 2006-01-15 15:51:11 읽은수 2184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 프롤로그 -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아스크(Ask) 황혼을 쫓는 늑대 - 프롤로그 -(- Prologue -) 너를 수호(守護)한다! 그것이 내가 무덤에서 돌아온 유일한 이유다! 비엘가르드(Bielgard)평원, 살결을 찢을 듯이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제국의 기사들은 석상처럼 굳어버린 한 남자를 발견했다. 눈 속에 파묻힌 남자,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은 것 같은 남자 하나를 지나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가 서있는 장소가 문제였다. 기사들의 진격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곳. 그곳은 단순한 평원의 땅덩어리라기보다 기사들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길목이었다. '뭐하는 작자이기에?' 시린 바람에 차갑게 얼어버린 투구의 구멍사이로 좁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사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마치 성자(聖子)가 짊어졌던 십자가처럼 거대한 대검에 간신히 걸려있는 남자, 굳이 그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지독한 추위에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남자는 빛바랜 피의 얼룩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마치 고깃덩어리가 무덤의 십자가에 걸려있는 듯한 기괴한 광경에 기사들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는지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제국과 인접한 약소국으로 항복권고를 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 지 어언 보름 만에 보잘것없는 걸림돌 하나가 눈에 밟힌 것이다. 하찮은 자, 그렇게 여기다보니 기사들은 놓쳐버리고야 말았다. 차가운 날씨 덕에 얼어버린 잿빛의 대검을 꽉 쥐고 있는 두 손과 그 검에 새겨진 사신(死神)의 문양을…. 결국 진격은 그로 인해서 잠시 멈춰 서게 되었고, 선두를 지휘하고 있던 기사단장은 주름진 눈살을 찌푸리며 어서 그를 치울 것을 명했다. 기사단장의 명령을 받들어 두 명의 젊은 기사가 말을 타고 그에게 달려가더니 랜스(Lance)의 끝으로 살며시 가슴을 찔러 비켜날 것을 권유했다. 아직 얼어 죽진 않았는지 반응이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든 남자는 말을 타고 앞으로 달려온 두 기사를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냉큼 도망이라도 칠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남자는 비켜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바람이 불어온다. 시린 바람이 미친 듯 세상에 몰아친다.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을 얼려버릴 것 같은 바람이 불어와 두 기사와 남자를 쓸고 갔다. 그 바람에 원래 진홍이었는지, 수많은 원혼을 낳으며 붉어진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핏빛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바람이 쓸고 간 머리카락 사이로 현실감을 잃어버린 지독한 칠흑의 눈동자가 기사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흐리멍덩해 보이는 눈동자 속에서 나아갈 길을 잃어버린 분노와 깊은 절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눈빛에서 원인모를 불안감을 느낀 기사들, 그러한 마음을 대변하듯 타고 있던 말들이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았는데 투레질을 하며 뒷걸음치고 있었다. 적어도 본능에 있어선 인간보다 짐승이 솔직한 법이다. 말들의 반응을 경시할 수 없었던 기사들은 그제야 남자를 향해 경계하는 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렇다 해서 기사들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스며든 것은 아니었다. 남자의 눈빛을 보고 한 순간 섬뜩했던 것뿐이지 기껏해야 도망치는 것이 전부일거라 여겼다. 정신이 나갔으면 모를까 적어도 덤벼 오진 못할 것이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죽음이 뻔히 보이는 싸움을 걸어오겠는가! 딱 잘라 말해 그는 혼자인 반면 두 기사의 뒤에는 든든한 동료들이 수없이 많았다. "에, 엠블라(Embla)…." 핏기 없는 입술이 열렸다. 엠블라라고 말했다. 지명? 아니면 유명한 사람의 이름? 무겁게 닫혀있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 단어를 두고 기사들은 서로에게 아느냐는 눈치를 보냈다. "어서 비켜라! 그런 것 따윈 모른다!" 순간 긴장이 풀렸다는 걸 깨달은 기사 하나가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는지 남자를 다그쳤다. 지금은 단어의 뜻을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어서 그를 치워내야만 했다. "그런 것 따위라…." 기사 하나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을 되뇌던 남자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불길한 징조, 떨어지는 고개와 함께 나아갈 길을 잃었던 분노의 끝자락이 만년설이 쌓인 대지 위에 떨어졌다. "그, 그래! 엠블라, 그런 것 따위는 몰라도 당장 비키지 않는다면 네 녀석의 목이 날아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불온한 기운에 다른 기사가 허세에 찬 호통을 쳤지만, 남자는 그 말이 귀에 들려오지 않는 것 같았다. 나직한 중얼거림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너희 인간들에게 있어 엠블라는 그런 것 따위였나? 겨우 너희 같은 인간들을 살리려고 그녀가? 그래, 결정됐다." 무엇이 결정된 건지 기사들로서는 모를 노릇이었다. 게다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벌써 비켜나고도 남았어야 할 남자가 아직까지 그들의 앞에 있다는 게 중요했다. "이 자식, 약간 미친 것 같은데…." "기사단장님께 보고한 뒤 죽여서라도 치워야 될 것 같다." 두 기사가 이런 말을 주고받고 있는 사이 새하얀 눈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웃고 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창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와, 완전 미친 거냐! 뭐가 조, 좋아서 실실 웃는 거냐!" 기쁨의 미소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단지 그렇게라도 기사들은 상황을 축소시키고 싶었다. "지금, 너희들의 죽음이 결정된 거다." 말도 안돼는 소리! 그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대대규모, 즉 사백기가 넘는 그들에게 덤빈다는 건 개죽음을 자초하는 길이었다. 농락당하고 있는 거다. 이건 장난의 도를 넘어섰다. 기사들은 오만방자한 남자를 향해 날카로운 창끝을 겨누며 살의에 찬 비소(誹笑)를 던졌지만, 남자는 그 비웃음마저도 베어버렸다. 서걱! 날카로운 섬광(閃光)이 허공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방금 전까지 몸을 지탱하고 있던 대검이 눈 깜짝할 사이에 휘둘러져 두 기사 중 하나의 목을 반쯤 베어놓았다.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온다. 아름다운 핏줄기가 새하얀 눈에 녹아든다. 미친 공격이었다. 겁 없이 휘둘러진 대검에 당한 기사는 말에서 떨어지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다른 기사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눈을 커다랗게 뜨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너무 놀라 뇌가 정상적인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뭐야! 왜 공격한거야? 공격하면 안 되잖아! 우리를 죽이면, 우리를 죽이면 뒤에 있는 수많은 기사들은 어떻게 하려고?' 아쉽게도 남은 기사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남자의 대검이 다시 한번 휘둘러지자 그의 목마저 미련 없이 떨어져나갔다. 척추까지 끌려나온 머리통이 땅바닥을 나뒹군다. 주인 잃은 몸통에선 생생한 핏줄기가 끝없이 솟구쳐서 순백의 대지에 붉은 핏자국을 그려놓았다. 단 두 번의 공격, 한 눈에 봐도 비현실적인 공격이었다. 그의 키보다 더 큰 대검을 마치 단검처럼 휘두르는 상식 밖의 움직임, 정상적인 인간이 방금 같은 공격을 감행했다면 아마도 근육이 끊어졌으리라. 게다가 검이란 본디 대상을 베거나 찌르라고 만들어진 무기였다. 철퇴처럼 인간의 살점을 찢기에는 무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자에게 죽은 두기사의 상흔은 종이처럼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동료들이 죽자 앞으로 달려 나온 기사들의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그를 찢어죽일 듯 노려보았으나 결코 서두르진 않았다. 기사단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진 조용히 창끝으로 경계만 할 뿐이었다. 아무리 눈앞에서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고는 하나 그들은 충(忠)과 예(禮)를 생명같이 여기는 기사들이다. 바꿔 말해 그만큼 상관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피로 쾌락을 얻으려는 자가 있다면 신을 대신해서 정의의 철퇴를 내리쳐라!" 어차피 적지다. 적지에서 그들에게 해를 끼치는 자가 있다면 생각할 것 없이 그자는 적이라 판단한 기사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들은 일제히 만용을 부린 남자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슈욱! 수십의 창이 동시에 내질러져 그의 몸을 꿰뚫어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남자는 땅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올라 용케도 수많은 창을 전부 피해냈다. 뿐만 아니라 땅으로 착지하는 와중에서도 대검을 휘둘러 한 기사의 목을 베어내었다. 모두가 처음엔 가소롭게 여겼다. 벌레처럼 죽어갈 줄 알았던 남자는 놀랍게도 그들의 예상을 철저하게 부숴버리고, 시린 눈보라 속에서 황혼을 그리고 있었다. "크아악!" 대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어김없이 기사들의 살점이 갑옷과 함께 뜯겨져나갔다. 검붉은 핏줄기가 솟구친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팔뚝하나가 땅바닥에 떨어져선 꿈틀거리고 있었다. 뒤이어 빨간 핏덩이들이 차가운 대지를 장식했다. 그랬다. 단신으로 핏빛 황혼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에게 갑옷이란 무용지물이었다. 한번의 베기로 모든 걸 찢어버리는 검술 앞에 죽은 기사들의 수는 어느새 백여 명에 육박했다. 기사단장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충격에 넋을 잃어버렸다. 30년 가까이를 전장에서 살아왔지만, 이렇게 지독스러운 자가 중간대륙에 있다는 건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마치 사신의 낫이 휘둘러지듯 그의 대검 앞에 부하들은 썩은 볏단마냥 쓰러져갔다. 죽은 자들 위에 서있는 남자는 기사들에겐 사신이나 다름없었다. '가만, 죽은 자들 위에 서있다….' 한 남자가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용병왕 아스크(Ask), 패색이 짙은 전세까지 뒤엎어놓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져 전장에선 영웅으로 추앙받던 자, 항상 죽은 자들 위에 서있다고 하여 사자왕(死者王)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남자가 있었다. '아직 그가 살아있었단 말인가?' 젊은 남자를 보며 기사단장은 도리질을 쳤다. 이미 50년 전 전설이 되어버린 남자다. 살아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기사들은 일방적인 도살을 당하고 있었다. 그는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기사들의 피를 맛볼 때마다 그의 기세는 더욱 광폭(狂暴)해지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피가 생명수인 마냥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만약 그가 정말 아스크라면 이 싸움의 승리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기사단장은 후퇴를 명하지 않았다. 은연중에 그가 아스크가 아니길 바라면서도 설사 맞다하더라도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무찔러야만 했다. 이미 물리기에는 너무 많은 피가 대지를 적셨다. 처절했다. 처절한 황혼 속에서 그들의 격전은 쉽게 끝을 보이지 못했다. 그의 거침없이 휘둘러지는 칼날을 막아낼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빛이 번쩍일 때마다 기사들은 어김없이 전장의 이슬로 사라져갔다. 어느덧 태양은 서산으로 지고 있었다. 태양이 흘리는 피로 하늘이 붉어졌을 때야 일방적인 도살로 보이던 격전의 결말이 나왔다. 그곳은 더 이상 만년설로 뒤덮여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던 비엘가르드평원이 아니었다. 온통 시체들밖에 없었다. 육신에서 떨어져나간 핏덩이에서 뿜어진 지독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지옥의 전장이었다. 믿을 수 없는 결과, 기사단장이 죽은 후 도망친 보급부대를 제외한 모든 기사들이 반나절 만에 전멸한 것이다. 죽은 자들 모두가 목이나 몸통이 찢겨져나간 채…. 그 중심에 한 남자가 힘없이 서있었다. 온 몸에 끈적끈적한 피를 뒤집어쓴 그는 자신이 찢어버린 시체들을 밟으며 걸음을 내딛었다. 인간들의 찢겨진 살점을 밟으면서도 그의 얼굴엔 별다른 감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손에 쥔 대검을 놓쳐버릴 것처럼 기운을 잃어버린 남자, 혹독한 추위 속에 곧 얼어 죽을 것 같던 남자는 붉게 타오르는 황혼을 등지고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눈이 그쳤다. 하긴 지독한 땅거미를 밟고 걸어가는 남자에게 눈의 축복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단 하나의 떠오르는 단어, 엠블라를 되뇌며 걷고 또 걸었다. 이것이 중간대륙 미드가르드(Midgard)에서 불멸의 전설로 남아있는 용병왕 아스크의 마지막 이야기였다. 제국력 1666년 6월, 명분 없는 학살로 기억되는 이 격전은 여름 속에 눈이 내리던 날의 기억이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Hernesto2005-12-12 02:51:46 오호 이게 비엘가르드 평원의 명분없는 참사였군요.. 2 무판중독2005-12-12 11:52:02 추천보고 왔는데 재밌을 것 같아서~선작! 3 김백호2005-12-13 06:48:30 네, 아스크가 마지막으로 남긴 비엘가르드평원의 학살이죠^^ 그리고 약간 걱정이 되네요. 부디 즐감하시길... 4 카르나인2005-12-14 02:03:32 쓰신다고 수고 하셧습니다^^ 요즘 나오는 소설 보다 내용면이나 줄거리상 뛰난것 같이 없이 삭삭한 내용이지만 작가님께서 가지고 있는 독특한 필력으로 인하여 180도 확 변한 내용입니다. 요 최근들어 본 소설 중에 이모저모를 따졌을떄 최고인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너 작가님의 독특한 필력 정말 좋네용^^ 글 읽은 사람 몰입하게 만들고 자야되는데... 5 김백호2005-12-14 15:56:47 쿨럭,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6 北海鎭君2005-12-21 18:22:52 담글은 언제 올라오죠? 궁금하네요 담글 올라올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건필하세요~ 7 절도범산타2005-12-24 20:29:48 1666년 6월 6일 6시 6분 6초는 아니었는지..-_-낄낄..[퍽!] 8 날랭2005-12-26 16:43:48 건필하세요~ 9 자려수2006-02-06 23:50:59 음. 하루만에 읽느라 고생했네 ㅠㅠ 10 제노사이더2006-02-15 15:45:06 오 재밌겟다...건필하세요 11 행주(荇廚)2006-02-21 13:58:28 글이 너무 멋지네요...실감나게 표현하셨네요 ^^ 12 사란2006-02-22 08:16:24 아아, 이게 그 비엘가르드 . . 13 黑月影2006-02-28 10:03:18 비엘가르드 사건이군요.. 14 가시지기2006-02-28 14:42:19 저는 재밌는 소설을 보면 싸한 느낌이 들면서 몸이 찌르르 떨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나니 그런 느낌이 드는군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추천글모음 Ver. 2006.01.21 [1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시놉시스 및 등장인물소개 [21]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09 17:11:50 고친날 2005-12-09 17:36:02 읽은수 2412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8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어둠의 공작이라 불렸던 벨리알이 죽은 지 한달이 지날 무렵이었다. 벨리알에 의해서 타락의 끝까지 치달았던 신성왕국은 그의 죽음과 더불어 멸망의 길만은 피할 수 있었다. 한때 벨리알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던 수치를 가슴 깊이 새기며 일어선 홀리니스국왕과, 그를 믿고 따르는 국민들이 있는 이상 신성왕국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았다. 물론 위기는 있었다. 벨리알이 내린 재앙은 하루아침에 씻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먼저 아르카디아왕국과의 전쟁을 종결시켜야만 했기에 휴전을 목적으로 화친의 문서를 보냈건만, 돌아온 것은 차갑게 식어버린 사자(使者)의 목이었다. 철옹성처럼 굳어버린 적대감, 철저히 무시를 당하고도 신성왕국의 국왕은 이번엔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아르카디아왕국으로 향하게 되었고,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면 결국은 통한다고 했던가?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눈 끝에 근 한 달 만에 휴전이 체결되어 다시 동맹국으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렇게 전란으로 일어났던 폭풍은 잠잠해지고 있었다. 실상 신성왕국을 덮친 재앙은 중간대륙에 몰아칠 혼란의 한 조각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대로 평화로운 나날들이 지속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날, 벨리알이 죽은 한 달이 지난 제국력 1721년 6월말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바람이 불어오던 날, 중간대륙 동쪽과 서쪽을 이등분하고 있는 험난한 산맥, 그래서 '대륙의 벽'이라고까지 불리는 가룸(Garum)산맥 위에 하나의 성이 불현듯 나타났다. 고성(古城), 마치 괴기소설 속에 묘사되는 드라큘라백작이 사는 성처럼 음침하고 암울한 잿빛의 고성은 대지의 여신의 품에서 떨어져나가 지상에서 족히 100M정도 높이에 부유하고 있었다. 그 성이 인간들의 눈동자에 새겨진 날, 가룸산맥 주변에 있던 작은 마을들이 하루아침에 죽어버렸다. 따스한 바람은 여전히 불어오고 있었으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는 머리통을 잃어버렸고, 사랑을 나눴던 연인들은 벌거벗은 채 조각, 조각이 나서 누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정도 처참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진한 죽음, 지독한 피비린내만이 쓸쓸하고 을씨년스러운 마을을 돌아다닐 뿐이었다. 사람들과 사람들의 입에서 마물이라는 존재가 거론되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거대한 곤충을 보고 라그나로크로 인해 지옥의 문이 열렸음을 깨달았다. 마물의 안개로 하나, 하나 사라져가는 마을을 두고 볼 수만은 없던 각 국가는 즉각 토벌군을 결성해서 가룸산맥으로 보냈으나 단출한 병력으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토벌군마저도 마물에 의해 전멸하게 되자 이 문제는 심각하게 대두되었고, 각 국가의 원수들은 마물에 대항하기 위해 전령을 교환했다. 이윽고 힘을 하나로 뭉치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불필요했기에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던 대륙 동맹이 긴급하게 체결되었다. 어제까지 서로의 목울대를 향해 칼과 창을 겨누었던 전방에 배치된 병력들이 각 수도에 집결되며 가룸산맥에 떠오른 고성을 칠 준비를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여기서부터 많은 문제가 야기되었다. 마물들로 혼란해진 정세를 틈타 병력이 빠진 외곽의 마을들이 같은 인간들의 손에 약탈과 방화, 강간이란 짐승과도 같은 만행들이 저질러졌고, 무법지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에 총공격이 있기 전까지 병력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수도에서는 그전까지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용병들을 정규군 대신에 외곽의 마을로 보낼 것을 결심했다. 각 마을별로 임시로 지어진 용병길드건물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곳에 모인 용병들은 각양각색의 이름으로 자신들을 치장했다. 용병대의 활약으로 내일을 보지 못해 미쳐버린 사람들과 그동안 지켜왔던 법과 윤리의 싸움은 싱겁게 끝을 맞이하였다. 주민들의 제압이 끝이 나자 이번엔 기다렸다는 듯이 마물들의 무차별한 습격이 이어졌다. 아무리 용병들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들은 인간, 그들로서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 더 많은 용병들과 마연기관총이라는 신병기로 무장한 마연기사가 최종방어선에 배치되었다. 마물과의 치열한 공방전, 마물의 수는 끝이 없었는데 반해 용병과 미연기사의 수는 한계를 보였다. 인력에서 밀린 그들은 다시 한번 제국에게 구원을 요청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제국은 최후의 카드라고 볼 수 있는 용병양성학교의 학생들까지 마물의 침공에 방패역할을 맡겨야만 하는 상황에 닥쳐버렸다. 스콜은 창가로 흘러들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짙은 가죽바지위에 계절에 맞는 가벼운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는 그는 아직까지 낫지 않은 오른손 때문에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 달째 그의 오른손을 꽁꽁 묶고 있는 누런 붕대, 그래도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을 맨손으로 겁도 없이 펼친 대가치고는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던 스콜은 창문을 닫고 실베스트르백작이 앉아있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서 무거운 침묵을 끝낼 회상에 빠졌다. 벨리알을 죽이고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가 말했던 앙의 답을 얻기 위해 거인의 숲으로 갔었다. 아쉽게도 표독스런 눈길을 하고 있던 엠블라의 흔적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거대한 나무에 지어진 집을 보수하고 있던 노인은 그를 발견하자 꽤나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발할라로 가는 법을 일러주었다. 의외로 간단했다. 부유대륙 발할라가 가장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제국의 라르크신전의 위에 있을 때, 신전의 중앙에 그려진 마법 진을 약간만 비틀어놓고, 시엘공주의 피 한 방울만 거기에 떨어뜨리면 눈부신 빛이 일어나면서 천계인 발할라로 갈 수 있는 문이 열린다는 것이다. 대신 주의할 점이 있었다. 길어야 한 달, 인간의 육신을 가지고 천계 발할라에 있는 시간이었다. 더 이상 지체하게 된다면 육신은 사라져버리고, 영혼만 남는다는 섬뜩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렇게 방법은 듣게 되었지만, 당장에 갈 수 없었다. 우선은 서쪽에 있다고 알려진 발할라가 제국으로 오려면 아직 몇 개월은 남아있었다. 그 안에 스콜은 오른손을 치료하고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을 찾아야만 했다. 비록 미스텔테인이 없어도, 왼손으로 검을 휘둘러도 워낙 검술에 소질이 뛰어난 그이기에 인간들을 상대하는 데는 지장조차 느끼지 못했다. 문제는 그가 상대해야 하는 적들은 인간이 아니라 마물이나 악마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을 사용할 수 있는 미스텔테인이 없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그는 아직도 벨리알에게 이긴 것을 그저 운이 좋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벨리알이 방심하지만 않았더라도 그의 패배는 자명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한시라도 빨리 미스텔테인을 찾아야 했다. "스콜, 황실에선 어떠했나?" 걱정이 담긴 백작의 질문에 스콜은 그저 미소만을 지어줄 뿐이었다. 에리 샤를마뉴공주가 공식적으로 면회를 요청해왔다. 수업 중에 그 얘기를 듣게 되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엘과 뭔가 알겠다는 눈빛을 보내는 듀란을 뒤로 한 그는 황실에서 보내준 마차를 타고 에리공주가 기거하고 있는 황성의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하게 되었다. 똑똑! 노크를 하자, 들어오라는 짤막한 목소리가 문을 통해 들려왔다. 에리 샤를마뉴의 목소리였다. 황금으로 도금된 손잡이를 당겨서 고급 목재의 문을 당겼다. 빛이 안 들어와 비교적 어두운 복도와는 다르게 천장이 뚫려있는지 방안은 따스한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찬란한 빛줄기, 인공태양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강화유리창이 천장에 없었다. 그 말인 즉, 3년간 제국을 휘감았던 짙은 구름의 핌불베트르가 도시를 덮치기 전에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라는 얘기였다. 정면엔 햇볕아래 너무나 아름답고, 고귀한 자태를 취하고 있는 꽃 한 송이가 동물들을 쓰다듬고 있었다. 뒤로 묶은 은발이 찰랑거린다.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동물들을 쓰다듬던 그녀는 정작 스콜을 바라볼 땐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앉아있는 대리석 바닥에 서리가 끼어있지 않은 게 의문이었다. "제가 당신을 부른 이유를 알고 있나요?" "말해라." 평소 같았다면 본론을 꺼내기 전에는 대답조차 안했을 스콜이었지만, 그 날 벨리알을 죽이는 장면을 에리공주가 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대답을 해서라도 얼른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 그녀는 시엘과는 다르게 눈치도 빠르고 영리하다. 물론 지난날 그 영리함이 오히려 독이 되어 프레키가 배후라는 헛된 추측을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도 남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의 정체가 용병왕 아스크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벌써 한 달이 지난 일을 두고 부른 건지도 몰랐다. "들리는 소문엔 가룸산맥주변에 인간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지독한 마물이 출몰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인가요?" "그런 걸 어째서 나한테 묻는 거지?" 그녀는 스콜의 대꾸에 꽤나 보기 힘든 미소를 지어보였다. 서늘한 듯 보이면서도 진한 매혹이 느껴지는 눈매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은 얼굴이 그린 미소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보는 최고의 경치에 버금갈 만큼 아름다웠다. 역시 제국오화(帝國五花), 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미인일 뿐만 아니라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는 얘기는 괜한 헛소문이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황족직계라는 신분과 차가운 성격 덕에 다른 꽃들과는 달리 '향기 없는 꽃'이라는 비통한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이라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제 생각이 틀렸나요?" "나뿐만 아니라, 용병양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벌침에 쏘이는 듯한 톡 쏘는 에리의 말을 가볍게 넘긴 그의 말속에는 자신이 특별한 인물이라는 것을 은근히 부정하고 있었다. "네, 저도 용병양성학교 학생들이 곧 마물이 출몰하는 전방의 마을로 배치될 거란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물론 당신도 가겠죠?"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스콜은 어쩌면 괜한 고집을 부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녀가 만약 그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방금 얘기는 비웃음을 사고도 남을만한 얘기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용병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 정체를 감춘 채 대화를 나눠야 했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렇게 부상을 입은 채로 전방으로 배치된다면 죽을지도 몰라요." 에리공주의 말에 스콜의 눈매가 순간이지만, 예리한 빛을 발했다. 그녀가 그의 죽음을 의심하고 있다. 즉, 그의 실력을 의심하고 있다는 말이다. 만약 그녀가 스콜이 용병왕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의 죽음에 대해선 쉽게 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으로 걱정은 한시름 놓게 되었다. "그래서?" "그래서라뇨? 저는 단지 당신 같은 유망한 인재가 허망하게 죽는 게 제국의 전력에 커다란 손실이기에, 의향만 있다면 아버님에게 부탁해서라도 되도록이면 안전한 곳에 배치시켜드릴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은 것 뿐이에요." 약간의 동요다. 차갑게 얼어있던 한 송이 백합이 따스한 바람에 녹아버렸는지 그녀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그 모습에 스콜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어째서 내게 그런 호의를 베풀려고 하는 거지?" "흥! 전 그때 당신이 저와 시엘을 구해주었던 은혜를 갚으려는 것뿐이에요. 괜한 오해는 사고 싶지 않네요.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거든, 이곳으로 찾아오세요." 단순히 빚지고는 못사는 고결한 자존심 때문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그에게 호의를 보이는 걸까? "아마도, 내 의지로 이곳으로 오는 일은 없을 거다." 그녀가 다른 남자들에게 그러했듯 차갑게 돌아선 스콜은 미련 없이 그 장소를 벗어났고, 에리공주는 그녀 앞에선 굽실거리는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한 성격을 가진 그의 뒷모습을 찡그린 채 쏘아보았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조기완결이라는 말에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는 듯 해서 드리는 얘기지만, 지금까지 풀어왔던 스토리와 스케일이 있어, 칼로 무베듯 싹둑 자르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 말씀드렸다시피 원고지 6천매로 잡았던 완결을 한 5천매쯤에서 끝내게 될 것 같아 얘기드린 겁니다. 즉, 조기완결이라고는 해도,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보다 아직도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 많이 남았으니 너무 아쉬워하지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5천매선에서 끝낸다고 하더라도 내용에는 충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른 건 몰라도 소설은 끝이 중요합니다. 만약 제가 끝을 흐지부지하게 끝내버리고, 다음작을 쓰게 된다면 지금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과연 저의 글을 읽어줄까요? 저라면 읽지 않습니다. 아무리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더라도 끝이 엉망인 글엔 전 손을 뻗지 않습니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반드시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엔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 추천 감사합니다. 연참대전을 앞두고 조금 쉬려고 했는데 새벽에 추천보고 헤이해진 제 자신한테 부끄러워서 이렇게 글을 써서 올려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방랑자Jaro2005-12-09 17:15:47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곰2005-12-09 17:30:47 [del] 예.. 그래두 조기완결이라 조금 아쉬워서.. 좋은글 감사합니다 3 김백호2005-12-09 17:32:20 쿨럭, 제가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이렇게 글 쓰는데 힘이 되는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4 bulum2005-12-09 17:33:02 잘보고 갑니다 5 60일탈출2005-12-09 17:34:52 아 사정이 많은가 보군요 아무튼 재밌게 끝나길 바랍니다. 6 솜사탕2005-12-09 17:59:03 -0 ㅜ 정말 재밌는데.. 7 천혼귀2005-12-09 18:42:00 건필하세요!! 8 크리노아2005-12-09 18:52:12 잘 보고 갑니다. 조기완결 이야기를 하시며 힘들어 하시는 것을 보면서도, 팬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렇게 댓글 다는 것 뿐이군요. 9 몽유(夢遊)2005-12-09 19:09:20 아... 재미난 글인데... 쩝... 작가님 정말 멎지십니다... ㅜㅡ 10 박선생님2005-12-09 19:49:07 파이팅! 옵빠~ >>ㅑ~ 11 몽몽2005-12-09 20:36:33 잘보고갑니다^^ 12 실페리온2005-12-10 00:17:18 조기 완결이라도 작가님이 멋진 끝부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다니 기뻐요 +_+ 아무리 재미있어도 끝이 허술하면 찝찝한 기분이 들거든요 13 들아탈수2005-12-10 01:28:47 재밌어요 ㅠ.ㅠ 잘 보고 갑니다 14 !!2005-12-10 15:08:59 [del] 생각이 왜 이제 났을까요 ㅎㅎ 해를 쫓는 늑대 스콜 달을 쫓는 늑대 하티 아웅... 뭐 하티는 달을 먹었다니까;; 15 패도무적2005-12-10 18:58:16 건필! 16 노란병아리2005-12-11 17:12:57 하.. 힘내십시오. 17 가을흔적2005-12-13 01:08:49 잘 보고 갑니다 18 샤이라2005-12-18 18:47:38 힘내세요....>.<; 19 김백호2005-12-18 18:51:11 정말 감사합니다. 20 아트리2005-12-29 12:23:18 달리장~~~ 21 날랭2005-12-30 16:40:58 건 필!! 22 소검무제2006-01-04 00:06:21 잘 보고 갑니다. 23 창공의바람2006-01-11 09:59:20 ㅋㅋ 공주가 히로인이구나!!~~ 그런데 소피아는..... 24 김백호2006-01-11 10:23:51 후후훗, 과연 그럴까요? 25 절도범산타2006-01-13 16:10:56 캬캬캬,~! 26 Σ비호란™2006-01-19 19:32:06 잘보고갑니다^^ 27 소면살우2006-01-21 15:47:42 계속 고고...-ㅁ-; 28 절대꼭미남2006-01-23 08:36:19 건필하세요 29 破邪神劍2006-01-30 00:44:54 대체 히로인은 누구지;; 30 김백호2006-01-30 06:28:57 히로인이라... 아스크 완결되기 몇화 전에 밝혀질 듯 합니다. 하하하. 31 巨時期2006-02-04 13:10:28 잘 읽고 갑니다. 32 모른다니까2006-02-12 23:26:48 수고! 33 火狼2006-02-20 14:18:28 그래도 1000매가 사라지는건데...ㅡㅡ 34 술독오른곰2006-02-22 16:12:20 재밌게 읽고 갑니다. 수고하세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9화 [60]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7화 [56]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11 19:41:49 고친날 2005-12-12 16:02:42 읽은수 2374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9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스콜, 미스텔테인이 어디 있는지 찾았네." 자의는 아닌 에리공주와의 재회, 그 회상에 잠겨있던 스콜은 실베스트르백작의 입에서 나온 뜻밖에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찾았습니까?" "그렇다네. 그런데 문제가 생겨버렸어. 미스텔테인이 황립도서관에 숨겨져 있는 걸 발견했는데 용병 중에 하나가 다가가자마자 그를 베어버리고, 스스로 도서관의 지붕을 뚫고 황혼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고 하더군." 황혼의 저편이라면 서쪽이다. "미스텔테인다운 행동이군요." 태양의 끝을 알리는 서쪽은 파멸을 뜻한다. 어쩌면 신을 죽인 마검 미스텔테인과 가장 어울리는 방위였다. 그리고 서쪽이라면 짐작 가는 곳이 있었다. 이전에 가봤을 땐 없었지만, 미스텔테인과 그가 처음 만난 장소, 틀림없이 그곳밖에 없었다. 망각의 늪 레테(Lethe), 원래는 강이었다고 한다. 죽은 사람들을 그 강에 띄우면 천국으로 이른다고 해서 이승과 저승을 경계 짓는 강이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레테는 몇 천년 전에 있었던 전란으로 많은 시신들을 머금게 되었고, 더 이상 시신들은 떠내려가지 못하고 그곳에서 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륙의 벽이라고 불리는 가룸산맥에서 시작되어 남쪽 무스펠하임까지 이르던 기다란 강줄기는 인간의 시체,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利己)의 늪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번에 용병양성학교의 학생들이 서쪽의 방어진지로 배치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이왕이면 망각의 숲 레테로 배치해주십시오." 이미 미스텔테인이 그곳에 있다는 걸 확신한 스콜이었다. "그곳이 가장 마물들의 활동이 잦아서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괜찮겠나?" "제가 거기서 시엘공주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를 발할라에서 그녀를 지킨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게다가 저 혼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많은 동료들이 그녀의 곁에 있습니다." "훗, 그런가?" 실베스트르백작은 지난 6개월 사이 스콜이 조금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6개월 전 처음 임무를 받을 당시만 하더라도 그는 소피아를 임무의 필요성에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립과 독선, 그래도 그런 작은 단점 따위는 날려버릴 정도로 완벽하리만큼 강한 남자 스콜이 지난 6개월 사이 믿을 수 있는 동료들마저도 얻게 된 것이다. 거기에 그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미스텔테인까지 얻게 된다면, 희망의 빛줄기는 그들의 손안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알았네. 그렇게 처리하도록 전하겠네. 그것보다 온 김에 소피아에게 한번 가보게나.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지금 저택에 와있네." 백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스콜은 서재를 나와서 계단을 밟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내딛는 걸음은 망설임 없이 소피아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문을 열자 곱게 꾸며진 침대에 아름다운 여인이 누워있는 게 보였다. 문소리도 못 들었는지 끙끙 앓고 있는 소피아의 곁으로 다가간 스콜은 침대 밖으로 나온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다. "오라버니?" "그래, 많이 아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따스함이 깃든 목소리, 물론 소피아는 스콜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었다. "네, 죽을 것 같아요. 콜록, 소녀 죽기 전에 청이 한 가지 있답니다. 오라버니에게 저의 순결을……." "시끄러." 아픈데도 여전하다. "농담이 아니에요. 콜록, 콜록, 정말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그 전에 저의 순결을 오라버니에게 드리고 싶어요." "인간은 웬만해선 감기론 죽기 힘들어. 그것도 코감기로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본다." 백작에게 듣기 전에 이미 저택으로 들어서면서 집사에게 들어서 병명은 알고 있었다. 기침을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상 그녀의 병명은 급성 비염, 즉 코감기였다. "콜록, 그럼 키스라도……." 집요한 소피아였다. 언제나 집요하고 고집스런 모습을 보이며 그의 입 꼬리를 올려주는 소피아, 스콜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머리맡에 놓여진 수건으로 닦아주며 키스 대신 흐릿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프긴 아픈 것 같다. 단순한 코감기라면 추위에 떨진 않는다. 몸살기운도 있다는 말이다. 만사가 귀찮을 정도로 아픈데도 그에게 미소를 선사하려는 고집스런 모습을 보이는 소피아를 스콜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의외로 고집이 센 아가씨, 그때도 그러했다. 9년 전 그 날도 소피아의 그러했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흔들어놓았던 것이다. 소녀의 눈망울은 쓸쓸함으로 가득차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 떨어지는 벚꽃 잎 사이로 조그마한 여자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놀고 있다. 한참동안 여자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소녀는 제 딴엔 커다란 결심을 했는지 그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저기……." "응?" 짧은 망설임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연 소녀를 향해 여자아이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저기, 있잖아. 나도 같이 놀 수 있을까?" 소녀는 외로웠다. 뒤늦게 귀족학교에 입학한 소녀에게는 아직까지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기에 용기를 내어 여자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간 것이다. "뭐라고 한거야? 잘 못 들었어. 다시 한번 말해봐." "나도 같이 놀 수 있었으면 해서……." 여자아이들의 되물음, 소녀는 조금 전에 가졌던 용기를 잃어버린 채 자신 없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뜻을 전했고, 여자아이들은 머리를 맞대며 심각한 회의를 하는 듯 했다.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소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여자아이들의 판결을 기다렸다. "미안해. 백작가문이랑은 놀 수 없어." 그것이 여자아이들이 내린 잔혹한 판결이었다. 말도 안 되는 핑계다. 제국의 귀족학교가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공작가문이나 후작가문의 자녀들이 그녀를 퇴짜 놓았다면 어느 정도 이해의 가능성은 있었으나 여자아이들 대부분이 남작, 자작가문이었다. "그렇구나. 알았어." 그래도 소녀는 인정해야만 했다. 어쩌면 자신들보다 높은 가문이라는 점 때문에 반감을 사버린 건지도 몰랐기에 얌전히 물러서야만 했다. 사실, 문제는 백작가문이 아니라 소녀의 외모에 있었다. 눈이 하나 없는 게 아니다. 귀가 하나 없는 게 아니다. 너무나 예뻤다. 소녀가 곁에 와있는 것만으로도 태양이 다가온 것처럼 눈이 부셨다. 여자아이들은 그런 소녀에게 시기와 질투를 느꼈고, 어두운 마음속에 자리한 그늘이 그 태양에 비춰줘 사라질까봐 소녀의 존재자체를 꺼려했던 것이다. "알았으면 저리 가줄래? 괜히 너 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말이야." "아, 미안해." 소녀는 말하고 싶었다. 제대로 숨을 못 쉬더라도 괜찮으니 함께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그러나 흙탕물은 결코 일급수에 사는 버들치와 반기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친구가 되어달라고 치맛자락이라도 붙잡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그녀들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해서 소녀는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안 가니?" "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지금 갈게." 소녀는 재잘거리는 여자아이들을 뒤로 하고 혼자서 집으로 걸어올 수밖에 없었다. 쓸쓸했다. 소외감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도 힘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을 비추는 태양은 너무나 눈부셨고, 바람은 상쾌했다. "아가씨, 이제 오십니까?" "……." 집에 도착하니 어두운 표정의 소녀를 보고 집사가 묻는다.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할아버지가 계시는 서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곳에서 소녀는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처음엔 거인인 줄 알았다. 180cm가 약간 넘는 남자는 마치 귀족학교의 정문 앞에 있는 석상처럼 엄청 큰 거인처럼 보였다. 소녀는 순수하게 시선이 갔다. 물론 잘생긴 외모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성의 감정이 아닌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선을 땔 수 없었다. 그런 소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할아버지와 심각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당시 소녀가 바라는 건 무엇이었을까? 소녀는 얌전히 서재의 한쪽에 앉아서 남자와 할아버지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참, 인사해라. 루브룸에 이르신 용병님이시다." "용병아저씨?" "허허, 아저씨가 아니라 오라버니라고 부르렴." 웃음 진 할아버지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버니……." 소녀의 귀여운 목소리에서 나온 말에 남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일어나더니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서재를 나가버렸다. 소녀는 차갑게 무시를 당해버린 것이다. '어째서? 어째서 내겐 아무도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거야?' 그러한 날들은 반복되었다. 그렇게 작은 소녀의 가슴은 쓸쓸한 외로움으로 가득 차서 점점 더 사람들과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황혼이 드리운 강가에 앉아서 혼자서 흙장난을 하고 있던 소녀는 들판에 누워있던 그 남자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소녀의 마음에 다시 한번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조금이라도, 단 1분이라도 다른 사람과 정답게 얘길 하고 싶었다.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소녀는 망설이지 않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오라버니……." "……." 얼굴까지 빨갛게 물들면서 친근하게 불러보았지만, 아쉽게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기분, 자주 느끼는 그 기분에 소녀는 돌아섰다. 익숙하다. 사람들의 무시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게 돌아서는 소녀의 초라한 등이 남자에게 어떤 환상을 이끌어냈던 것일까? 언젠가 한번 꼭 봐왔던 것 같은 뒷모습, 절대 잊을 수 없는 뒷모습을 발견한 남자는 무겁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왜 불렀지?" 조금 늦은 대답이었으나 소녀는 얼른 돌아섰다. 대꾸를 해준 것만으로도 기쁜지 소녀의 얼굴엔 환희가 깃들어있었다. "저기, 저와 친구가 되어주실 수 있으세요?" "친구?" "네." 소녀는 얼굴을 더욱 빨갛게 물들이며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의 용기는 안다. 이런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하고, 말을 붙여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에게라도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허나. "무리다."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요?" 소녀와 마찬가지로 남자에게도 친구가 없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윤회를 거듭한다. 즉, 가슴 아프게도 흐르고 있다. 그러나 남자에겐 그 흐름이 적용되지 못했다. 친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들은 남자를 버려두고 죽음이란 이름으로 작별을 고할 뿐이었다. 그렇다보니 그에게 있어서 친구란 단어는 가슴에 새기는 아픔이라 절대 가지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 했다. 남자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들판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작고 붉은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내게 있어 친구란 이런 돌멩이다." 그러면서 그 돌멩이를 강가로 던져버렸다. "난 항상 여기 있는데, 돌멩이들은 나의 곁을 먼저 떠나버린다. 나로서는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죽음의 강을 건너서 윤회를 거듭하는 인간을 강가로 던진 돌멩이에 비유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친구라는 존재를 그가 가질 수 없다는 걸 넌지시 보여준 것이다. 소녀의 마음은 알고 있다. 외로워하는 마음, 쓸쓸해하는 마음, 그러나 소녀의 마음을 이해했다고 해서 그가 새로운 아픔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오늘도 사람을 죽이는 임무를 맡았기에 괜한 감상은 불필요했다. 그렇게 황혼이 지는 들판의 기억은 남자의 머릿속에서 금세 지워져버렸다. 다음 날, 그는 백작에게 임무의 보고를 하러갔고, 저택에서 임무가 완벽하게 처리됐다는 얘기를 들은 백작은 그에게 조용히 부탁을 해왔다. 2층 소녀의 방으로 가달라고 했다. 감기가 심하게 걸린 것 같은데 그를 찾는다고 한다. 남자는 백작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그가 가리킨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끙끙 앓고 있는 소녀를 볼 수 있었다. 소녀도 남자를 바라보았다. 소녀가 이불속에 감춰져있던 가녀린 손을 내밀었다.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손, 여기저기가 긁혀서 빨갛게 부어오른 손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펼쳐진 손바닥 안에는 의미 없는 돌멩이 하나가 쥐어져있었다. 소녀가 입을 열었다. "차, 찾았어요. 이제 친구가 될 수 있나요?" 아름다운 황혼이 지는 강가에서 그가 생각 없이 던져버린 돌멩이를 소녀는 밤새도록 찾아다녔던 것이다. 그것이 스콜이 기억하는 소피아와의 첫 만남이었다. 잠시 옛 기억에 젖어있던 스콜은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름다운 처녀가 침대에 누워서 자신을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단 걸 느꼈다. 그와 조금이라도 더, 단 1분이라도 얘기하고 싶어서 스스로 푼수가 되어버린 소피아의 손에 살짝 키스를 해주며 스콜은 몸을 일으켰다. "이만 가볼게." "저기, 오라버니." 돌아서려는 스콜의 손매를 소피아가 지그시 잡아끌었다. "응?" "이번에 용병양성학교의 학생들이 전방으로 배치된다고 들었어요. 소녀는, 이왕이면 오라버니와 함께 임무를 수행했으면 해요." 아픈 그녀다. 게다가 그의 임무를 돕다가 감기에 걸렸기에 용병양성학교에서 나와서 집에서 쉴 수 있는 특권까지 가졌다. 굳이 임무에 속하지 않는 위치에 있는데도 그녀는 그와 함께 있길 원하고 있었다.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은 위험할지도 몰라." "소피아는 괜찮아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오라버니랑 함께라면 괜찮아요." 무거운 침묵이 방안을 감돈다. "진심이야?" "네." 의심할 여지가 없는 단호한 대답이었다. "휴, 그럼 함께 가자. 황혼의 저편으로……." + 이번 기회에 저의 글이 얼마나 큰 관심을 받고 있고, 제가 얼마나 못난 생각을 가졌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림삼류님, 天歌님, 실페리온님, 화랑님, 케르베우님, 청송님, 방랑자Jaro님, 곰님, Bulum님, 60일탈출님, 솜사탕님, 천혼귀님, 크리노아님, 몽유님, 박선생님, 몽몽님, 들아탈수님, !!님, 패도무적님, 노란병아리님, 학생?백수?님, 데스카님, Hongkid님, Holysoul님, 실버울프님, 롤리팝스님, Dragon-def님, 아르미네님, 길주니님, 행인1113님, 쾌인님, 아리오스님, 난악마다님, Cross님, 同安님, Bloodwolf님, 삼국무쌍N님, 가을흔적님, 피버스님, [팬지]꽃말, Painkiller님, 朔月님, 랍스타님, 후레쉬맨님, 푸른봉황님, 산길님, 구라마군님, ENA님, 감마님, 한승우님, 파란괴도님, 정재욱님, 미캉엘님, 루크리시온님, 니코틴님, 마인님, 진님, 七夜님, Hernesto님, En님, 草木님, UHboy님, 흑산, 노담님, 호야님, 로겔프님, 댓글과 추천으로 저에게 어마어마한 카르마를 주신 육십 여섯분과 이 글을 선작해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을 남깁니다. 시간이 없어서 저번에 인사드린 22화 이후로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에게만 인사를 드려 너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이름이 빠졌다면 너무 섭섭해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주말 마무리 잘 하세요.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노란병아리2005-12-11 19:43:24 ^^ 좋은 주말 되시길, 2 화랑(花郞)2005-12-11 19:50:31 수고 하셨습니다..^^ 3 들아탈수2005-12-11 19:53:28 ㅎ 새 글이다.. 잘 보고 갑니다 4 데스카2005-12-11 19:57:34 이 글 기다린다고 하루종일 고무림 들락거렸습니다....후후후 5 몽유(夢遊)2005-12-11 19:58:41 술한잔 마시고 봤는지 몰라도... 좋네요...^^ 오해하시길 마시길... 원래 이런 사랑 비스므리한 이야기는 채질적으로 싫어하거든요...^^ 덧붙여... 일요일에 이런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6 dragon-def2005-12-11 20:04:48 잘보고갑니다 궁금증 해소를 위해 어여 담편을~ 7 ENA2005-12-11 20:06:19 앗 내아이디다 ㅎㅎ 8 천혼귀2005-12-11 20:11:30 건필하세요!! 9 쾌인2005-12-11 20:46:16 앗 제이름도??^^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힘내시구요! 10 박선생님2005-12-11 20:56:50 죠은 주말요*^^* 11 HolySoul2005-12-11 21:09:48 에헤헤 잘봤습니다아~ 12 실페리온2005-12-11 21:20:53 그런데 육십 여섯이라....66...;;; 6666일...쩝;; 13 질라르디노2005-12-11 21:27:45 넘넘 잼있어요 ㅋㅋ 소피아 홧팅 14 60일탈출2005-12-11 21:30:41 끄끄끄 내 이름도 달렸구만 달린 이상 계속 달아달라는 무언의 의지!! 15 호야(好夜)2005-12-11 22:04:19 잘 보고 갑니다...^^ 16 !!2005-12-11 22:08:51 [del] ...윗분중에도 있지만 66명...이라니-_- 66번째 분이 누굴까??ㅎㅎ 여기가 해외라서 그런지 보기 힘드네염 ㅎㅎ 17 빙시(氷矢)2005-12-11 22:16:52 댓글 않달았다고 결코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분위기를 완성시킨 '자신만의' 글 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18 난악마다2005-12-11 22:44:59 내가끼어있다니 _ -흐읍 작가님힘내세요 ~ 19 케르베우2005-12-11 22:50:12 환타지 소설중 유일하게 관심깊게 읽고 있읍니다. 항상 건필하세요. 20 아리오스2005-12-11 22:55:25 좋은 주말대시길... 21 朔月2005-12-11 23:07:45 아앗! 저까지 껴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 선호작 중에서 얼마 없는 판타지인만큼 관심이 안갈리가 없지요. 댓글을 안 단다고 해서 독자들이 관심이 없다는 너무 비관적인 생각은 하지마세요 ^^ 22 피빛향기2005-12-11 23:15:01 좋은주말 되세요~~~ 23 패도무적2005-12-11 23:18:24 ㅎㅎㅎ 건필하세요~! 24 김백호2005-12-11 23:21:46 댓글 주신 모든 분들의 말씀 고맙게 읽었습니다. 네, 당연하죠. 절대 비관적인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독자분들에게 황혼을 쫓는 늑대가 되라고 하면서 정작 제 자신은 뒤를 돌아보거나, 멈춰서면 안되겠죠. 25 피버스2005-12-11 23:48:08 잘봤습니다~ 26 황룡잔천2005-12-12 00:33:00 그런데요; 정말 궁금한게 있는데.. 황혼의 저편으로 가자는게 무슨 뜻인거죠;? 죽자는 건가요;? 27 아르미네2005-12-12 01:38:44 앗.살짝제닉네임이<- ...건필하시구. 우..드디어 검을 되찾는건가요? ..................무지무지힘들것같다는생각이^^ 28 Hernesto2005-12-12 02:48:08 요즘 천애홍엽과 함께 문장하나마다 집중해서 읽고 있는 글 중 하나 입니다. 힘내세요! 29 몽몽2005-12-12 02:57:14 잘보고갑니다^^ 30 엠프티니스2005-12-12 05:15:52 ㅎㅎㅎ 건필~!! 31 엠프티니스2005-12-12 06:14:28 신을 죽인 마검이라.. 훔.. 전에 미카엘이 자신을 하티라 밝히며 강림했을때, 인간들은 아직두 '신'을 언급하냐면서 창조주를 얘기한거 같은디. [창조주에게 가장 신임받는 대 천사 라고 자기를 소개 했던거 같은디 ㅎ] 훔... 그럼 마검 미스텔테인이 죽인 발드르도 미카엘에 버금가는 천사중에 하나 인가?;; 마검 미스텔테인을 쥐고 발드르를 죽인 인물중에, 잊혀진 시대에 존재했던 인간계의 영웅이 있고, 그가 마몬이 소유한 영혼에 들어간다면..;; 마검 미스텔테인을 찾는일은 무쟈게 힘들겠네요 ㅎ; 32 아라라2005-12-12 06:50:46 여기까지 드디어 따라잡았군요. 글이 멋집니다. 부디 앞으로도 힘내시길 바랄게요~! +) 저는 엠블라보다는 소피아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ㅋ 스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착한 여동생, 훌륭한 친구네요~ 33 bulum2005-12-12 09:42:10 좋은글 입니다. 자부심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34 크리노아2005-12-12 12:53:15 다른 분들이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을 다 하셨군요. 잘 보고 갑니다 ^^ 35 Hongkid2005-12-12 12:58:54 매스컴났네 룰루~건필이요~ 36 BloodWolf2005-12-12 19:34:26 오홋!!! 제 닉네임이!!! 37 松竹2005-12-13 15:16:01 헛!! 제 닉넴은....ㅠㅠ;;; 쥘쥘..한동안 고향에 다녀 오느라 뜸했더니.. 이젠 열심히 출근도장 찍을께요 ㅠㅠ;; 38 김백호2005-12-13 15:42:50 하하하;; 죄송합니다-_-;; 39 Cross2005-12-13 22:32:42 엇!; 제 이름도 잇네요^^ 이거이거 앞으로도 열심히 봐야겟습니다~ㅎㅎ 40 가을흔적2005-12-15 06:57:28 잘 보고 갑니다 41 同安2005-12-15 20:14:31 앗 내 아이디닷!! 작가님의 깜짝 감동 이벤??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빨리 연재 따라 잡아야지.. 42 김백호2005-12-15 20:23:23 쿨럭, 이벤트까지는 아니구요. 그냥 너무 감사한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라도;; 43 샤이라2005-12-18 18:52:00 ㅎㅎㅎ;; 힘내세요~>.<; 44 windsupper2005-12-23 15:00:27 ㅋㅋ 늦게 글읽는 바람에 놓쳤다 ㅠㅠ 아무튼 수고하세요 ^^ 45 아트리2005-12-29 12:33:19 소피아의 등장ㅎㅎㅎ 주연급~ 46 날랭2005-12-30 17:01:21 ㅎㅎ... 건필하세요~ 47 소검무제2006-01-04 00:06:29 잘 보고 갑니다. 48 창공의바람2006-01-11 10:07:07 ㅎㅎ 소피아와 스콜의 분위기 좋습니다~ 특히 그 마지막 대사 캬~~ 49 절도범산타2006-01-13 16:17:35 캬캬.~!! 50 Eclipse2006-01-18 16:56:56 우후후후, 많기도 하군요. 힘내셔서 계속 가는 겁니다~ [아싸~] 51 Σ비호란™2006-01-19 19:36:04 잘보고갑니다^^ 52 소면살우2006-01-21 15:54:24 마검... 스콜 만나기 전에 이미 한건 했을지도...-_-;;; 흐음;;; 궁금합니다~ 전 계속 고고-ㅁ-;;; 늦게 접해서인지 작가님의 고충을 이제서야...(__);; 힘내세요!!! ~_~/ 53 김백호2006-01-21 15:58:51 이제 점점 중심적인 스토리로 향하고 있죠^^ 54 절대꼭미남2006-01-27 23:33:20 으흠~ 아직도 예지력의 능력이 없으시군 !! 소피아의 과거가 저거였군.. 건필하세요 55 김백호2006-01-28 01:14:38 제가 예지력을 익혔다면, 지금 이러고 있겠습니까? 당장에 로또부터 사야죠;; 56 破邪神劍2006-01-30 00:50:32 소피아녀석... 사람을 감동시키는군..ㅎ 57 巨時期2006-02-04 13:20:38 하핫. 잘 읽고 갑니다. 58 모른다니까2006-02-12 23:31:35 역시 뭔가가 끌어당기33 59 火狼2006-02-20 14:21:49 건필하세요 60 행주(荇廚)2006-02-23 10:04:54 ㅎㅎㅎㅎㅎㅎㅎㅎ 건필요.. 제 닉넴 올라있네요 감샤 ^^; 다른 아뒤지만....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0화 [42]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8화 [3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12 15:28:43 고친날 2005-12-17 06:16:59 읽은수 2363 [ 14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0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18화 강해지려는 자 자욱한 안개가 드리워진 어두운 마을에도 잔인한 태양은 여지없이 떠오른다. 햇볕에 지난밤 묵었던 피비린내는 타들어가고 있었다. '쾅쾅'거리는 철을 제련하는 소리와 가축들의 처량한 울부짖음으로 시작되는 하루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떠오른 눈부신 햇살과는 반대로 절망으로 가득차있었다. 지난밤의 습격으로 죽은 자의 수가 스물을 넘어섰다. 부러진 성냥개비의 숫자도 아니고, 잃어버린 보물의 숫자도 아니었다. 처절하게 삶을 갈망하던 시신들의 숫자였다. 역병을 방지하기 위해서 마을 중앙에 시신들을 모아두고 불을 지른다. 끝까지 살아남고자했던 헛된 희망은 이글거리는 불꽃에 타서 허망한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가엾게 죽은 자들, 그들은 절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자들도 몇 명 있긴 했지만, 반수 이상이 용병양성학교 아스크를 졸업해서 태양을 쫓는 자라 불리는 루테올룸에 이른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지난 밤 마물의 습격으로 생을 달리했다. 마물의 습격은 날이 갈수록 흉폭하고 집요해졌다. 처음 습격은 가장 깊은 밤이 찾아들거나, 달이 어두운 날에 이루어졌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며칠 사이로 해가 지기가 무섭게 습격이 시작되어서 심할 때는 새벽까지 그들을 괴롭히기에 이르렀다. 어젯밤의 습격으로 이젠 마을을 포기해야 될지도 모를 절망적인 지경에 처한 것이다. "올리비에(Oliver)!" 자욱한 안개를 헤치고 달려온 젊은 남자가 허름한 집의 정문을 두드렸다. 얼굴을 다 덮을 정도로 긴 머리카락사이로 맑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시나 읊고 다니는 음유시인을 연상케 할 정도로 얌전하고 곱상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외모는 확실히 여기저기의 상흔이 있는 그의 갑옷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어쩌면 갑옷뿐만 아니라 절망이 감도는 이 마을과도 사뭇 어울리지 못했다. 이곳은 다른 곳도 아니고, 가장 마물의 활동이 심각하다고 알려진 망각의 늪 아랫마을인 포가든 빌리지(Forgotten Village)였다. 포가든 빌리지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마을 자체가 워낙 작은 점도 있었으나 원래 마을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 하룻밤 사이에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되어버렸기에 뒤늦게 배치된 용병들은 마을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그냥 잊혀진 마을이라고 이름붙일 수밖에 없었다. "올리비에! 일어나봐!" 그 마을에서 몇 채 안남은 멀쩡한 집 앞에 선 곱상하게 생긴 남자는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졌는지 문이 부서져라 두드렸다. 잠시 후 집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한 여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남자보다 짧게 자른 붉은 머리카락과 짙은 피부색으로 보아 남자에게 올리비에라 불린 여성이 불꽃의 나라 무스펠하임의 출신이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그녀의 작명법으로 봐서 본래 무스펠하임 출신이었으나 제국으로 망명을 한 것 같았다. "로젠 아델베르크(Rozen Adelberg)!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밤새도록 마물과 치열하게 싸우고 이제 막 잠들려고 했는데, 그 잠을 방해받은 것이다. 예민해진 올리비에는 눈을 치켜뜨며 신경질적으로 대꾸했지만, 로젠은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하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 참으로 죽음의 전장인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 도착했데." "하암~ 뭐가 도착했는데?" 가슴이 너무 설렌 나머지 입가에 깃든 미소를 지우지 못하는 로젠과는 반대로 올리비에는 하품을 하며 관심 없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시답잖은 내용이면 당장 문을 닫아버리고, 잠을 청할 기세였다. "글쎄, 신입들이 도착했다니까!" "신입들? 용병양성학교의 애송이들?" "그래!" 올리비에의 입장에선 김빠지는 얘기였다. 귀찮았는지 그녀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문을 닫고 방해받은 수면은 다시 취하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밤에도 마물들의 습격이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지금은 그녀의 오랜 전우 로젠과 쓸데없는 얘기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단 밤에 있을 전투를 위해서 푹 쉬는 편이 훨씬 시간을 뜻있게 보내는 방법이었다. "엥, 그래도 우리 후배들이잖아. 같이 구경 가자." 닫히려는 문짝을 얼른 잡아채며 로젠이 애원하듯 입을 열었다. "너 혼자 가. 난 잠이나 잘래."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나 혼자 가면 부끄럽단 말이야." 로젠의 부끄럽단 말에 올리비에는 문을 닫으려다말고 한쪽 입 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그는 정말 지독한 이중인격자였다. 평소엔 순수한 아이처럼 칭얼대지만, 전장에선 마물보다 무서운 짐승으로 돌변해버린다. '베르세르크(Berserk) 로젠이 부끄럽다고?' 오죽했으면 로젠에게 육상에서 가장 거대한 포식자인 곰의 가죽을 뒤집어썼다는 뜻의 베르세르크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지금이야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본 모습을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그의 부탁을 쉽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그로 인해 그녀는 죽음의 위기를 몇 번이나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끄럽다는 말과 함께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는 로젠의 모습에 한 번 더 코웃음을 친 올리비에는 피곤한지 기지개를 켜면서도 방안으로 들어가 검을 챙겨들고 나왔다. "너의 부탁이니까 같이 가주는 거야. 그런데 신입들은 구경해서 뭐하게?" "신입들이니까 빨리 안면을 익혀놔야지!" "흥, 어차피 이곳으로 배치 받은 이상 일회용인걸. 길어야 이틀 버티고 죽든가 전부 도망칠게 뻔하잖아……." "그래도 이번엔 다를 거야!" 질펀한 흙바닥을 저벅저벅 걸어가면서 머리를 긁적인 로젠은 자신 없는 어투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2~3일에 한번씩 용병양성학교에서의 신입들이 이곳으로 배치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했다. 매번 열다섯에서 스물이 배치되었는데 그 중에 살아남은 자는 겨우 하나에서 둘이었다. 그렇게 힘겹게 살아남은 그들도 채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죽거나 실종되기가 일쑤였다. "참, 이번에 온 학생들 중엔 그 아이도 있데." 신입들을 실은 마차가 세워진 막사에 거의 도착한 로젠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어떤 아이?" "제국오화(帝國五花)중에 에스메랄다(Esmeralda)! 소피아 실베스트르!" 어느 사이엔가 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미녀들에게 별명이 생겨진 모양이었다. 에스메랄다 소피아는 그녀들 중에서도 제국일화, 혹은 향기 없는 꽃으로 유명한 에리 샤를마뉴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답다는 소문이 자자했기에 로젠은 걸어가면서도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가 떨리는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할 정도로 긴장한 것과는 반대로 올리비에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꽤나 무뚝뚝한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신입이라면 이곳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녀도 같은 여자였으니 제국오화는 알고 있되, 당연히 관심 밖의 일이었다. 여전히 잠에 취해 하품을 하면서 걸어가던 올리비에와 로젠은 임시로 쳐진 커다란 막사의 휘장을 걷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햇빛이 옅게 들어오는 막사 안을 잠시 둘러본 올리비에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얘들은?' 지난번까지의 신입들과 너무나 달랐다. 결국 죽음이란 결말을 맞이했다고는 하나 지난번 신입들의 눈동자엔 그래도 총명한 기운이 스며들어있었다. 로젠에게 말은 안했으나 그녀로서도 그런 모습에 어느 정도 기대가 갔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곳에 배치된 신입들은 한 눈에 봐도 이건 아니다싶었다. 루브룸의 바로 아래계급인 카이룰레움에 이른 자신들이 들어왔는데 어느 누구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게다가 몇몇의 외모는 실전경험이 전무하단 걸 광고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 중에 특이 눈에 띄는 한 남자, 붉은 장발로 눈을 완전히 가리고 있는 남자가 그녀의 인상을 가장 찌푸리게 만들었다. 딱 잘라 말해 목숨을 건 아슬아슬한 전투에서 시야를 가릴 정도로 머리카락이 길다는 건 생명을 버리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이곳의 전투는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아무리 불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짙은 어둠 속에서 싸워야 했고, 상대는 인간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선사하는 마물이었다. 인간을 압도하는 강함 앞에 시야까지 버렸으니 아마도 저 남자는 오늘밤 안에 죽을 것이다. 올리비에는 남자의 장발을 보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른손에 붕대까지 하고 있단 걸 발견하게 되었다. 왼손잡이일 경우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왠지 오른 손에 부상을 입고 있는 모습은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눈에 거슬렸다. 이번엔 그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시선이 갔다. 같은 여자가 봐도 질투가 일어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리 밝지 않은 막사에 여신이라도 내려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눈부신 아름다움을 가진 걸로 봐서 조금 전 로젠이 말했던 제국오화 중에 한명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제국오화 중에 하나는 오늘밤에 지겠네.' 그녀는 두터운 모포를 덮고 붉은 장발을 한 남자에게 힘없이 기대어있었다. 안색이 창백하고, 기침을 하는 걸로 봐서 오뉴월엔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감기라도 걸린 것 같았다. "휴." 올리비에는 자연스레 한숨이 나왔다. 차라리 그들은 나았다. 그 남여 옆엔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다 못해 청회색의 피부를 가진 남자는 마치 미라처럼 온몸에 붕대를 둘러서 간이침대에 누워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세상물정을 전혀 모를 것 같은 너무 티 없이 맑은 눈을 가진 동화속의 공주 같은 여자와 왠지 모르게 어두침침하고 음흉해 보이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로젠을 따라서 이곳에 온 게 괜히 후회가 됐다. '왜 이렇게 엉망이지? 어차피 죽을 거란건가? 이건 순전히 환자랑 어린애들만 보냈잖아.' 막사를 잠시 더 둘러본 올리비에는 깊은 실망의 강에 빠져버렸다. 곧 제국용병길드의 무성의한 처사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필시 지난번까지 배치된 신입들이 전멸했다는 비보를 듣고 이왕 죽을 거라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환자들을 지원군이란 명목으로 이곳에 보낸 게 틀림없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괜히 화가 나는 올리비에였다. 옆에 있던 로젠도 방금 전과는 달리 조금은 실망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래도 이 중에선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나는 자였다. 화려한 정장을 입고 있어서 처음엔 풋내기로 넘겨버리려 했으나 그의 황금빛 눈동자는 묘지라 할 수 있는 이곳으로 배치됐는데도 불구하고 넘치는 자신감이 흐르고 있었다. "프레키 발라스칼프, 선배님을 뵙고 인사드립니다." 자신의 이름을 프레키 발라스칼프라고 밝혔다. 그제야 그녀도 신입 중에서도 그럭저럭 쓸만한 자가 왔다는 것에 겨우 한숨 돌리는 눈치를 보였다. "올리비에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로젠이야. 잘 부탁해." 프레키 발라스칼프, 검가로 이름 높은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외동아들이면서도 용병양성학교에 입학을 했다는 얘기를 잘츠부르크 술집에서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녀는 무스펠하임에서 망명을 왔기에 제국의 귀족들을 약간 무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도 몇 안 되게 인정하고 있던 가문이 바로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이었다. 이름 높은 그곳의 자제가 이곳으로 배치된 건 나름대로 기대를 해볼만한 일이었다. 로젠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실망의 기색을 감추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편히 쉬세요. 이따가 정식으로 인사를 하러 오죠." 더 둘러봐도 별 다른 인물은 없는 듯 하다. 비록 아랫사람이었지만, 융통성이 조금 부족한 올리비에는 딱딱한 존댓말로 프레키에게 쉬라고 얘기하며 막사를 나오려고 했다. 그때 한 남자가 막사의 휘장을 걷으며 올리비에와 로젠이 서있는 입구로 들어섰다. 고슴도치처럼 그리 길지 않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고, 왼쪽 눈 대신에 검은 안대를 하고 있는 남자가 까칠까칠한 수염을 매만지면서 들어오더니 근엄한 표정으로 막사 안을 둘러보았다. "올리비에, 악셀대장님을 뵙습니다." "로젠, 대장님을 뵙습니다." 갑자기 긴장을 한 올리비에와 로젠은 오른손을 들어서 왼쪽가슴에 붙이며 방금 들어온 남자에게 절도 있게 경례를 했다. 이미 카이룰레움에 이른 올리비에와 로젠이 바짝 긴장을 할 정도의 남자. 그는 7년 전 가룸산맥에서 왼쪽 눈 하나를 내주고 전쟁을 종결시켜 루브룸에 이른,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도 유명한 외눈박이 늑대 악셀 폰 페르젠(Axel von ferzen)후작이었다. '악셀이라고?' 시엘과 장난을 치고 있던 듀란은 조금 전 막사로 들어온 여성의 입에서 나온 '악셀'이라는 말을 놓치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경례를 받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악셀이란 이름을 가진 남자가 대장이라?' 듀란의 정보력이 틀리지 않다면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용병대의 이름은 대장의 칭호를 딴 '외눈박이 늑대'가 분명했다. 그의 눈동자는 짙은 호기심으로 물들어있었다.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만큼은 외눈박이 늑대 악셀은 용병왕 아스크보다 더 비중 있는 인물인지도 몰랐다. 악셀은 용병의 직위 중에서 유일하게 암살자의 성향이 심해 어둠에 물든 자들이라 일컬어지는 니그룸출신의 루브룸이었다. 다른 나라라면 모르겠지만, 샤를마뉴제국에선 어느 정도 루브룸에 이르기까지의 정형화된 길이 있었다. 먼저 엘리트용병이 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용병양성학교에서 기초적인 용병술을 익히고, 졸업과 동시에 귀족이냐 평민이냐에 따라서 카이룰레움이나 루테올룸으로 나뉜다. 그리고 수많은 전장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기량으로 전훈을 톡톡히 세우다보면 살아있는 영웅 루브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현재 전란중인 제국이었기에 그러한 절차를 거친 자들이 1~2년에 한명씩은 루브룸으로 탄생되는 형국이었지만, 유독 니그룸출신의 루브룸은 나오지가 않았다. 그도 그걸 것이 니그룸의 성격상 암살이나 첩보가 주된 임무이다 보니 겉으로 드러내놓고 포상을 해줄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악셀은 달랐다. 귀족이라 용병양성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전과만 세우더라도 바로 카이룰레움이 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어둡고 칙칙한 니그룸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니그룸으로서의 임무를 착실히 수행하던 어느 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7년 전 가룸산맥에서 눈 하나를 잃으면서까지 그는 아르카디아왕국의 침공을 단신으로 막아냈다. 잘못하면 국경을 침공당할 뿐만 아니라 수천의 목숨까지도 살려낸 남자를 제국은 니그룸이라고 방관할 수만은 없었다. 그리하여 악셀은 현재까지도 유일한 니그룸출신의 루브룸으로 유명했다. 그것이 바로 니그룸인 듀란이 은연중에 꿈꾸던 이상향, 악셀 폰 페르젠후작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전화의 황혼의 저편과, 미스텔테인&미카엘에 관해 의문점을 제기하신 분이 계셔서 지금부터 간략하게나마 설명 드리겠습니다. 먼저 황혼의 저편으로 가자는 말은 단순히 미스텔테인이 사라져버린 서쪽으로 가자는 말도 되나, 파멸을 뜻하는 황혼의 저편으로 가자는 얘기도 됩니다. 그렇다보니 스콜이 소피아와 같이 죽자는 뉘앙스로도 들리지만, 어디까지나 스콜은 황혼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황혼의 저편, 즉 파멸의 저편을 논하고 있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 뒤에는 또 다른 시작이 있습니다. 파멸의 저편이란 결국 파멸 뒤에 오는 재창조를 뜻하고, 스콜은 소피아와 함께 그 재창조를 향해 달리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물론 스토리 적으로 볼 때 황혼의 저편은 또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점은 앞의 복선과 함께 글쟁이인 저로서도 관여할 수 없는 스포일러라고 하는 문제가 되니 우선은 독자 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두 번째 미스텔테인&미카엘을 설명하기 전에 혹시라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북구신화를 간략하게 설명해야 될 것 같습니다. 북구신화에는 주신 오딘을 섬겼던 신의 사자들, 즉 천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주신 오딘의 명령에 따라 영광된 죽음을 맞은 인간들을 발할라로 초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통틀어서 '전사자를 선택하는 자'라는 뜻으로 Valkyrie(나라에 따라 발큐리에, 발퀴리, 발키리, 왈큐레등으로 불려서 아직도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불립니다. 즉 아스크의 세계관은 북구신화와 성경이 묘하게 뒤틀려있는데 저는 성경에서 나오는 천사들을 이들 Valkyrie(신의 사자)로 정의내렸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주신 오딘이 죽고, 빛의 신 발드르가 Valkyrie를 부리고 있습니다. 즉, 빛의 신 발드르를 죽였던 미스텔테인의 위치만으로 보자면, Valkyrie(미카엘)보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미스텔테인은 스스로 움직여서 발드르를 죽였습니다. 본문에 보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검이 아니라고 나오죠^^ 그렇다면 마몬이 부리는 네 명의 고대영웅들에게 실망을 하실지 모르나, 그중에 나이트만 살짝 공개하자면 대영웅 클로비스 샤를마뉴, 바로 샤를마뉴대제국을 건국한 초대황제입니다. 앞으로도 글을 읽으시다가 혹여 궁금한 점이나,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노란병아리2005-12-12 15:32:43 음 그런거군요.. ㅌㅌㅌㅌ 병아리 발자국 남기고 가요. 2 산길2005-12-12 15:37:39 흐흐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3 호야(好夜)2005-12-12 15:38:49 ^^ 4 진(鎭)2005-12-12 16:13:25 흥미진진합니다. 열심히 써주세요. 5 몽몽2005-12-12 16:18:39 잘보고갑니다^^ 6 아라라2005-12-12 16:39:17 건국영웅의 말로가....저런;; 음음, 여러 용병 여러분 겉만 보고 판단하시면 안됩니다~ 7 劍虎2005-12-12 16:41:57 오늘 하루만에 다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이네요...... 건필하세요~~ 8 60일탈출2005-12-12 16:46:03 아항 하지만 독자들의 그런 궁금증은 외전격으로 올려 주심이?? 9 김백호2005-12-12 16:52:59 쿨럭,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리플은 감사히 먹겠습니다^^ 10 아리오스2005-12-12 16:53:23 음 용병들이 너무 실력을 못보는듯... 전장에서 오래 살다보면 쥔공을 볼떄 최소한 먼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여? 아님 최소한 듀란이 먼가 한수 할꺼 같다는것을 눈치 채야 하지 않을지요? 11 들아탈수2005-12-12 16:55:43 잘 보고 갑니다! 12 학생?백수?2005-12-12 17:17:50 으힛;;; 잘보고 갑니다~ 조기완결은 싫어요~ 13 부교주2005-12-12 17:28:17 후아~! 드디어 다읽었어요 여기까지 오느라 몇시간이 벌써 ; 작가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ㅎ 14 김백호2005-12-12 17:55:29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리오스님의 말씀에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음화에 그 열쇠가 나옵니다^^ 15 천혼귀2005-12-12 17:59:41 건필하세요! 16 쾌인2005-12-12 18:17:59 앗 저만 그런가요? 절단마공 ㅠ_ㅠ 건필하시고 가능하시면 오늘안에좀..^^;; 17 데스카2005-12-12 19:05:54 하아....우리 주인공 하렘으로 갓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어이어이..) 18 질라르디노2005-12-12 22:07:49 선리플 후감상 ㅋㅋ 19 김백호2005-12-12 22:08:28 하하하, 내일 올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데스카님 언제나 하렘을 노리고 계신다는... 무섭다는;; 20 엠프티니스2005-12-12 23:17:46 ㅋㅋ 언제나 홧팅인 겝니다 ㅎㅎ 건필~! 21 노란병아리2005-12-13 10:00:55 연참대전 완주 부탁합니다 >0< ㅌㅌㅌㅌㅌ 병아리 발자국 남겨요 22 절영검2005-12-13 11:56:00 독일식 작명법이랑 글 분위기가 잘 어울려요~^^ 23 김백호2005-12-13 14:33:47 엠프티니스님, 노란병아리님, 절영검님 말씀 감사합니다. 24 엠프티니스2005-12-13 15:15:58 아스크를 다시 읽어보다 보니, 지옥은 7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4층인가엔 군주가 2명이라면 강자는 8명인디 ㅎㅎ 1층의 군주인 베리알이 지옥에서 7번째로 강하다면..훔... 루시퍼를 제외한 서열인건가요 ㅎㅎ; --- 전에 엠블라와 스콜이 만났을때, 엠블라가 스콜을 보고, [ 그들이 문을 여는걸 허락했다 ]고 했고 자신은 스콜을 돕는 역할 이라고 한거 같은디. ㅎㅎ 스콜이 최초로 지상에 내려온 악마이고, 지상에서 최초로 태어난 악마라면.. [ <- 아스크 라는 악마가 내려와서 죽었고. 뇌간충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 [ 그들 ]의 정체는? ㅋ; 25 松竹2005-12-13 15:28:42 잘 보고 갑니다..연참대전 꼭 우승하시길... 26 김백호2005-12-13 16:43:29 우승은 무리라는... 쿨럭... 참, 그러고보니 8명이군요. 이건 저의 실수, 그리고 그들의 정체는 밝혀드릴 수 없습니다! 후후훗~ 27 Cross2005-12-13 22:36:03 제가 추측햇던것과 많이 틀리지 않군요~ 그런데 황혼의 저편이란 말에 그렇게 심오한 뜻이?~ ^^; 28 bulum2005-12-14 10:36:09 잘보고 갑니다. 29 가을흔적2005-12-29 12:12:25 ^^* 30 아트리2005-12-29 12:42:47 휘리릭~~~ 31 날랭2005-12-30 22:17:11 건필하세요~ 32 소검무제2006-01-04 00:09:24 잘 보고 갑니다. 33 창공의바람2006-01-11 10:17:08 건필하세요~ 34 절도범산타2006-01-13 16:26:20 컥, 충격!! 35 김백호2006-01-13 18:45:43 헉, 어디서 충격을 받으셨나요-_-? 36 Σ비호란™2006-01-19 19:39:31 잘보고갑니다^^ 37 소면살우2006-01-21 16:05:35 북구신화~ 오오~ ~_~;; 어렵습니다~ -ㅁ-;;; 칼이 천사보다 강하군요...그냥 마물들은 칼한테 부탁하면...-ㅁ-;;;; 38 절대꼭미남2006-01-27 23:42:43 건필하세요 39 破邪神劍2006-01-30 00:58:00 오딘이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다음편을 계속 보다 보면 나오겠지요.. 오늘은 여기까지 보겠습니다^^ 40 김백호2006-01-30 06:30:27 아스크는 북구신화를 거의 전승하고 있답니다. 오딘은 거랑 펜릴한테 물려서 죽죠^^ 41 巨時期2006-02-04 13:32:31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2 모른다니까2006-02-12 23:38:21 수고 ㅎ_ㅎ~~~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1화 [51]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39화 [60]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13 17:12:52 고친날 2005-12-14 05:07:56 읽은수 2292 [ 13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1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눈앞에 동경하는 남자가 있다. 듀란은 시엘과 손장난 치던 것을 그만두고 갑자기 일어서더니 올리비에나 로젠처럼 왼쪽가슴에 오른손을 올려 경례를 했다. "편히 쉬어." 듀란이 경례를 하자 덩달아 시엘을 포함한 몇몇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서서 경례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악셀은 편히 앉아서 쉬라는 손짓을 하며 막사 안에 있는 신입들을 무심히 둘러보았다. "반갑다.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포가든 빌리지에 온 것을 환영한다. 본인은 이곳의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악셀 폰 페르젠이라고 한다." "와!"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는 학생들이 여기저기에서 속출했다. "너희들은 용병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미덕이 뭐라고 생각하나?" 막사 안에 있는 학생들은 갑작스런 그의 질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용병에게 덕목이 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린 소피아를 간호하고 있던 스콜은 용병의 미덕이란 말에 고개를 들어 악셀을 바라보았다. 저 남자가 내뱉은 용병의 미덕이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면 외눈박이 늑대에 관련한 소문이 뜬소문이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만큼 용병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콜록, 자유 아닌가요?" 모포를 덮고 몸을 으슬으슬 떨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 소피아가 입술을 열었다. 용병이 다른 직업군, 기사나 병사와 다른 점은 단 한 가지, 자유로움이란 걸 스콜에게 항상 들어왔기에 생각할 것이 그렇게 내뱉은 것이다. 소피아의 말을 들은 악셀은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답이다. 우린 어느 직업보다 자유로운 직업이다. 그렇기에 잘못보이면 방탕해보이고, 천박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우리는 방종과 자유는 분명 구분 지어야겠지?" 악셀의 억양이 살짝 올라갔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엔 그 만큼의 책임이 분명 따른다. 그리고 최전선인 이곳은 그 책임감이 가장 강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부디 이곳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되, 제국의 안전이 우리의 손에 걸려있다는 사실만은 유념해주길 바란다." "예!" "네!" 악셀의 짧고 유창한 연설에 학생들은 막사 안이 울릴 정도로 늠름하게 답했다. "일단 마물이 출몰하는 밤까지는 자유롭게 보낼 수 있으니 한 숨 푹 자두는 게 좋을 거다. 이만." 그 말을 남기며 악셀이 막사의 휘장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가자 올리비에와 로젠도 그를 호위하듯 밖으로 나갔다. 자유시간이다. 듀란으로서는 소중한 자유시간을 시엘과 함께 보내는 것도 더없이 좋았지만, 이대로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악셀 폰 페르젠후작, 그는 무가로 이름 높은 신성왕국의 발레아레스가문에서 용섬기(龍殲技)를 배운 유일한 제국의 남자였다. 용섬기의 전통후계자 뮤와 죽마고우이며 한 달 전 뮤의 죽음으로 이제는 대륙에서 주먹만으론 가장 강한 사나이기도 했다. 딱 잘라 말해서 듀란은 그에게 용섬기를 배우고 싶었다. 지금까지 갈고 닦아왔던 단검을 버린 지금 누구의 지도도 없이 혼자서 주먹질을 연마해왔다. 그러다보니 강한 적들에게 먹혀들만한 수준이 되지못했다. 그 사실을 벨리알에게서 처절하게 배운 것이다. "똥꼬, 왜 그래?" 듀란이라는 그의 본명을 알면서도 시엘은 '똥꼬'라는 표현이 좋은지 이렇게 불러왔었다. 지독스럽게 아름다운 눈동자, 그야말로 밤하늘의 별이 녹아들은 것 같은, 그윽한 달빛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운 눈동자가 궁금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엘, 나 잠시만 나갔다올게." "어딜 가는데?" "널 지켜줄 수 있는 필살기를 저 남자한테서 배울 생각이야." 닭살 멘트였다. 옆에서 그 얘길 듣고 똥 씹은 것 마냥 한껏 얼굴을 찡그린 프레키와는 달리 시엘은 부끄러운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나간 악셀을 뒤쫓을 요량으로 막사의 휘장을 걷어내자 암울한 하늘 빛 아래 저편으로 걸어가는 세 명의 인영이 보였다. "저기!" 멀어져가는 악셀일행을 본 나머지 다급했던 듀란은 격식을 차릴 틈도 없이 '저기'라는 애매한 말로 그들을 불러 세웠다. "날 불렀나?" "네, 부탁이 있습니다." 듀란은 성질이 급한 편이었다. 이전 스콜의 정체를 캐물을 때도 그러했고, 무스펠을 배우기 위해서 스콜에게 접근했을 때도 항상 단도직입적으로 나가야만 직성이 풀렸던 것이다. "뭔가?" "페르젠후작님의 용섬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나의 용섬기를?" 악셀은 꽤나 의외라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많은 용병들과 사귀어왔지만 그의 용섬기를 배우겠다는 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만큼 노력과 투자한 시간에 비해 이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술이었다. 악셀은 듀란의 검푸른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마을을 감도는 안개처럼 흐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눈빛은 마음에 든다. 강해지려하는 자의 눈빛을 가지고 있군. 다만 나의 용섬기는 익힌다고 하더라도 실전에서 크게 쓰일 것 같진 않아서 말이야." 옆에서 잠을 참으며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올리비에도 은연중에 악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로 용섬기는 주먹과 다리 외에도 신체의 모든 부위를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숙련만 된다면 특유의 속도를 살려서 대인전의 최강이 될 수 있는 기술이었지만, 짧은 리치와 아무래도 무기가 가진 파괴력에는 못 미치는 힘의 차이 때문에 실상 전쟁에선 그리 큰 효용을 보이지 못하는 기술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용병양성학교에서도 주먹이나 다리를 사용하는 용섬기 같은 기술보다는 아무래도 살상력이 뛰어난 무기를 사용하기를 학생들에게 권해왔던 것이다. "저에겐 이 주먹으로 꼭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오호? 그것이 꼭 주먹이어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나?" "네!" 힘찬 대답에 악셀은 꽤나 흥미로웠는지 듀란이 가진 기술이 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가 가진 기술, 주먹으로 펼칠 수 있는 건 스콜에게 배운 무스펠밖에 없었다. 뒷주머니에 있던 장갑을 낀 듀란이 두 주먹을 힘껏 쥐자 태양빛을 닮은 카르마가 주먹에 응집하기 시작했다. "하압!"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멀쩡하던 두 주먹에서 이글거리는 열화가 갑자기 피어올랐다. 화락! 악셀을 포함한 올리비에와 로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겨우 소년의 티를 벗은 용병양성학교의 생도가 손에서 불꽃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올리비에와 로젠은 방금 전 막사 안에서 실망했던 것과는 달리 기대이상의 모습에 놀라서 벌어진 입을 못 다물고 있었다. 악셀 역시 가느다란 눈동자가 꽤나 크게 떠졌다. 그의 머릿속은 지금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확실히 용섬기는 완벽한 기술이라 말할 수 없었다. 결투에서만 빛을 발할 뿐 전장에선 어울리지 않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손에서 불꽃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어쩌면 용섬기의 최대약점인 파워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불꽃이라, 정말 놀랍군." 이글거리는 열화를 보며 악셀은 진심어린 감탄을 했다. 인간의 주먹에서 불꽃을 만들어낸다는 건 단순히 카르마로 불꽃을 불러냈다는 것을 넘어서 무엇보다 불꽃에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로 카르마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다는 말이었다. 스승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천재적인 자질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된 악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의 소질을 가졌다면 용섬기를 배워 전장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조금 가장되게 말한다면 몇 년 뒤 루브룸이 될 가능성도 다분해보였다. "좋다. 이름이 뭐냐?" "똥꼬입니다." 악셀의 인상이 자신도 모르게 찌푸려졌다. '이름을 물은 것뿐인데 왜 욕을 하는 거지?' 순간 의구심이 들었지만, 눈앞에서 불을 지르고 있는 학생의 눈빛은 진지했다. 도저히 그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름이 뭐냐니까, 갑자기 무슨 말이냐?" "제 이름이 '똥꼬'입니다." 듀란은 똥꼬라는 이름을 남들에게 밝힐 때마다 그날의 기억을 피할 수 없이 떠올려야만 했다. 여관의 하고많은 학생들 중에 그는 똥꼬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을 죽이게 되었다. 그 학생의 꿈과 이상을 짓밟으며 얻어낸 이름은 마치 저주처럼 듀란을 난감한 상황에 여러 번 닥치게 만들었다. 아마도 인과응보라는 것일 테다. "아, 참 특이한 이름이군." 옆에서 무표정하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올리비에와는 다르게 로젠은 똥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긴지 '킥킥'거리다 악셀의 눈치를 보고 겨우 웃음을 참는 것 같았다. "똥꼬, 어쨌든 용섬기를 가르쳐주마." "네! 감사합니다!" "다만 용섬기는 빠른 손동작에 버금갈 만큼 손가락의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만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확실히 눈치가 빠른 듀란이었다. "먼저 이것이 가능해지거든 다시 와라." 그렇게 말을 남긴 악셀이 한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카르마가 응집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요하면서도 잔잔한 카르마가 악셀의 오른손에 집중되자 순간 그의 손이 사라져버렸다. 듀란은 놓치지 않으려고 안력을 돋웠고, 뿌연 잔상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악셀의 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방금 눈앞에서 펼쳐진 잔상이 착각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의 손은 잔잔히 흐르는 카르마에 감싸여져있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바로 그의 손에 작은 브로치가 달린 베이지색 브래지어가 걸려있었던 것이다. "윽! 대장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올리비에가 악셀의 손에 들린 브래지어를 얼른 가로채더니 뒤로 감췄다. 그때서야 듀란과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던 로젠도 그 브래지어가 올리비에의 것임을 눈치 챘다. "봤느냐?" 어이없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악셀은 무거운 어투로 입을 열었고, 듀란은 고개를 저었다. 손이 잔상처럼 뿌옇게 흩뿌려지는 장면을 봤을 뿐이었다. 그런데 마치 마술처럼 그의 손에는 올리비에의 브래지어가 걸려있었다. 단순히 손이 빠른 것만으론 브래지어는 취할 수 없다. 물론 탑브라라서 어깨 끈이 있는 브래지어보단 빼내기 쉬울 진 몰라도 그녀는 꽉 조이는 상위위에 가벼운 갑주까지 걸치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빈틈없는 옷과 살결사이로 파고들어서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고 빼내었다는 말이었다. 상식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앞에 듀란은 근심에 찬 표정을 지어보였고, 악셀은 외눈을 까딱거리며 이것을 할 수 있어야 용섬기를 가르쳐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결코 쉬운 수련은 아니었다. 그러나 듀란의 자질을 끌어올리기에 더 없이 좋은 수련임엔 틀림없었다. 어쩌면 용섬기의 창시자가 지금 듀란과 용섬기가 만날 것을 예견하고 이런 괴이한 수련절차를 만든 건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한 달 안에 마스터해라." 악셀의 '한 달 안에 마스터해라'라는 말은 듀란의 귓속으로 들어오면서 '한 달 동안 만질 수 있다'라고 해석이 되었다. "알겠습니다." 자신 있게 대답하는 듀란을 보고 악셀은 코웃음을 쳤다. 용섬기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손가락의 감각을 키우는 이 훈련의 기간은 보통 3개월은 잡아야만 했다. 원래 손의 감각이 남달랐고, 소질이 뛰어난 악셀마저도 한 달 만에 겨우 마스터한 기술이었는데 듀란은 너무나 자신 있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악셀의 그러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듀란은 의미모를 미소와 함께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악셀과 두 부관에게 인사를 하고 막사로 향했다. 어쩔 수 없다. 지금보다 강해지기 위해서, 용섬기를 배우기 위해서 그는 이 수련을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이 수련은 절대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수련이 아니다. 모두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기다려라! 시엘!' 음흉한 기운을 흘리며 막사로 사라지는 듀란에게 올리비에는 쉽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떤가? 올리비에, 이번에 온 신입들은 조금 기대를 해봐도 되지 않겠나?" "조금 의외입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방금 전 막사로 들어갔을 땐 거의 부상당한 학생들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망했는데 하나에서 둘 정도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배치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국용병길드가 이곳을 사지로 보고 부상당한 학생들만 보낸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 수정을 가해야만 했다. "과연 하나에서 둘뿐일까?" 악셀의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대장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 "지금까지 이곳에 온 신입들이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를 떠올려보면 답은 알 수 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전에 신입들은 우리가 막사로 들어가면 긴장을 한건지, 아니면 은연중에 과시를 하고 싶었는지 카르마를 살며시 끌어올려서 막사 안을 긴장된 공기로 가득 채워왔었다." "네, 지난번도 그러했습니다." 악셀의 얘기대로였다. 그들에게 은근히 잘 보이고 싶었는지 카르마를 알게 모르게 끌어올려서 총명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어떠했지?' 자신을 프레키 발라스칼프라고 소개한 학생을 비롯해서 몇 몇은 이전의 학생들처럼 카르마를 은연중에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그 외 제국오화라고 불리는 소피아의 근처에 있던 남자들에게선 카르마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방금 전 불꽃을 이끌어낸 학생의 몸에서도 카르마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다보니 손에서 피어오른 불꽃을 보고 더욱 깜짝 놀라게 된 것이다. "그러면 대장님 말씀은?" "그래,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어쩌면 이번에 배치된 학생들은 용병양성학교에서 숨겨왔던 정예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요? 아무리 그래도 칸디둠인데……." 올리비에는 아직도 신뢰할 수 없었다. 아무리 용병양성학교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들 결국 그들은 좋은 말로 강해지려는 자, 나쁜 말론 애송이들이라고 불리는 칸디둠이었다. 게다가 부상과 병치레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는데 악셀은 그들에게 지나치다시피 기대를 하고 있었다. "훗, 방금 너도 주먹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장면을 봤잖아. 불꽃을 만들어내는 칸디둠이다." "아!" "확실히 평범한 녀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악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분명 칸디둠이다. 그런데도 불꽃을 맨주먹으로 만들어내었다. 그녀가 카이룰레움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전장을 누볐지만, 지금껏 주먹으로 불꽃을 만들어내는 자는 고사하고 검으로 불꽃을 만들어내는 자도 보지 못했다. 그만큼 희귀한 경지였다. "왠지 오늘밤이 기대가 되는 걸요!" 조금 전 브래지어 사건이후로 계속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던 로젠이 실실 미소를 지어보였다. 로젠의 말처럼 조바심 낼 필요는 없었다. 밤이 되면 싫어도 그들의 역량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난 먼저 한 숨 자러 간다." 악셀이 그렇게 말하며 신입들의 막사를 등지고 걸어가자 로젠과 올리비에도 밤에 있을 마물과의 전투를 준비해서 이만 잠을 청하러 발길을 재촉했다. 머리위에 태양은 지상을 비추려 노력했지만, 자욱한 안개로 너무나 암울한 빛깔의 하늘이었다. 조금은 우울한 색채 속에 녹아든 마을의 한쪽에 지어진 막사에선 지금 한 여자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꺄악! 똥꼬! 변태!" "시엘! 이건 다 너를 지켜주기 위한 수련이야!" 물컹! "미쳤어? 꺄악!" 듀란의 수련은 그날 밤까지 꽤나 집요하게 진행되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느덧 저의 글의 선작수가 695, 거의 700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정연란의 순수판타지로서는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것 같습니다. 한 독자분의 말씀처럼 이젠 자부심을 가지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저의 글이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독자분들이 관심있게 읽어주시고, 추천도 해주신 결과이기 때문에 자만하기 보단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집필토록 하겠습니다. 인간의 욕망이란 본디 끝이 없다고 했던가요? 선작수 700의 문턱에 서있다보니 굉장히 높아서 닿을 수 없을 거 같았던 고무판 총선작수 커트라인인 1000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오하게도 저는 그곳을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아스크를 정말 재미있게 읽으신 분이 계시면 조심스럽게 추천을 부탁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필력이나 기량이 부족해 최고의 글은 아니지만, 최선의 글이라는 것 이것 하나만은 자부하고 있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엘렌드2005-12-13 17:14:36 호.. 1타.. 선리플후감상, 건필하세요~ 2 노란병아리2005-12-13 17:20:53 ^^* 파이팅 힘내시길. 3 笑士2005-12-13 17:22:44 ㅎㅎㅎㅎ 일독하고 드디어 리플을 남기네요; 요거 하나로 아래쪽 다 땜빵 ㅌㅌㅌㅌㅌ 근데 물컹이라... 음......음.....꽤 !! 4 천혼귀2005-12-13 17:26:20 건필하세요! 5 ENA2005-12-13 17:26:52 그 수련 저도 하고싶어요! 6 삼국무쌍N2005-12-13 17:27:33 호오 2타 ㅋㅋ 순위권 안에 들기는 처음이네요 ㅋ 잘 읽고 갑니다 ㅋ 소피아♡ 7 데스카2005-12-13 17:55:13 잘읽었습니다. 하하하!!! 연참대전 2번째가 지나갔습니다. 8 쾌인2005-12-13 18:03:57 물컹...이라! 소피아도 많이많이 등장시켜주세요!!^^ 건필하시구요! 자부심을 가지세요! 9 60일탈출2005-12-13 18:24:40 오오 난 스콜과 소피가 짝짝꿍 되서 얼레리 꼴레리 됬음 좋겠네 끄끄 10 박선생님2005-12-13 19:13:53 Fighting!! 11 dragon-def2005-12-13 19:14:02 물컹~ 다음 기대 ㅎㅎ 12 朔月2005-12-13 19:18:24 으흠으흠. 앞으로 이런쪽으로(빠악!) 13 절영검2005-12-13 19:37:16 정말 좋아요 건필하세요^^ 14 빙시(氷矢)2005-12-13 20:01:21 저도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15 !!2005-12-13 20:10:47 [del] 윗분 아뒤 조낸 지존이네요0... 빙시.... 용섬기를 배운다고 할때까지는 좋았는데... 갈수록 코믹해지는....??ㅎㅎㅎ 16 김백호2005-12-13 20:24:04 네, 용섬기 자체는 매우 진지한 기술입니다. 뮤 발레아레스의 희생과 함께 나왔던 기술이니까요. 다만 용섬기를 배우는 자격을 얻는 과정에서 비롯된 에피소드는 조금...^^a 17 푸른봉황2005-12-13 20:36:56 몇 일 묵혔다가 읽는 이 센스.. ㅡ.ㅡㅋ 잘 읽었습니다. 라그나로크... 신들의 황혼.... 신들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의 시대가... 18 실페리온2005-12-13 20:44:40 힘내세요! 선작수1000, 반드시 하실수 있으실 겁니다! 19 엠프티니스2005-12-13 20:46:31 ㅎㅎ 아스크 읽는 재미 ㅋㅋ ㅎㅎ 언제나 행운이 귀여운? ㅎㅎ 작가분과 함께 하기를 ㅎㅎ 건필~!!! ------------------------------------------ 그런데.. 뇌간충은 지옥에서만 서식한다던데.. 지상에 있는 이유가..모인지 ㅎㅎ;; 잊혀진 시대에 라그나로크가 일어나서, 내려왔던 악마들중에 아스크가 있었고, 죽은후에 지상에 남아있던 동료들에 의해 뇌간충을 이용해서 다시 태어난건가? ㅋㅋ; ------------------------------------------- 20 김백호2005-12-13 20:53:41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몇 가지만 답해드리면 세상 자체도 윤회를 거듭하죠. 이제 인간의 시대는 끝나고, 악마들의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두둥! 그리고 뇌간충이 지상에 있는 이유는 전화에 물으셨던 그들에 의해서 라고 답해드리겠습니다. 그 뒤로는 저도 모릅니다. 퍼억! 퍼퍽! 절대 말 못합니다! 퍼퍽! 퍼퍼퍽! 21 질라르디노2005-12-13 21:05:04 잼있어요ㅋㅋ 건필하세요^^ 22 Cross2005-12-13 22:40:22 언제쯤이나 스콜과 누가 될지 모르는 히로인과의 엘레리꼴레리가 시작될지~/?? 23 松竹2005-12-13 22:46:51 잘 읽고 갑니다. 후훗. 우선 선작이 늘어 나셨다니 감축 드려요. 더 늘어 나실 겁니다. 좋은글 감사.ㅎㅎ 24 진(鎭)2005-12-13 23:04:57 힘내시고 계속 재밌게 써주세요. 재밌게??? 아무튼 잘 보고 있습니다. 25 크리노아2005-12-13 23:12:57 선작 1000을 향해~ ^^ 잘 보고 갑니다~ 26 아라라2005-12-14 01:01:41 푸하하하;;; 똥꼬를 위한 수련법이군요~! 27 부교주2005-12-14 01:39:53 파이팅 ㅎㅎ 작가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28 김백호2005-12-14 01:41:53 아닙니다. 오히려 힘을 주시는 리플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새벽까지 달려도 피곤한지도 모르는걸요^^ 29 하얀나그네2005-12-14 03:47:03 재밌군요..막 다 읽었습니다..우우 새벽.. 용섬기를 배우고 싶군요..한달동안이나 그짓을..퍽퍽!! 30 사심안2005-12-14 08:08:35 그나저나 뮤는 어떻게 수련했을꼬? 31 bulum2005-12-14 10:43:30 잘보고 갑니다. 32 松竹2005-12-14 12:30:23 30//뮤 도 거시기 짝꿍이 있었잖습니까... 용섬기는 짝꿍이 있어야만 마스터 할수 있는 기술이군요.. 솔로는 못 배우는 이런 극악한 무공이 다 있나. 허허 33 김백호2005-12-14 18:01:07 쿨럭,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뮤와 악셀은 마네킹을 두고 했다는;; 34 가을흔적2005-12-29 12:12:46 잘 보고 갑니다 35 아트리2005-12-29 12:52:18 헐 나두 수련하고파~~~ 36 날랭2005-12-30 22:23:42 ㅎㅎ... 듀란은 수련 자체에 의의를 더두는 것 같다는.. 근데..왜.. 브레지어 위에 브로치가...-- 37 소검무제2006-01-04 00:14:00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8 김백호2006-01-04 06:48:40 하하하, 역시나 수련에 관심들이 많으시군요-_-;; 39 창공의바람2006-01-11 10:23:14 괴짜같은 수련이군요~~ ^^ 그리고 똥꼬 오랜만에 출연 (이름이) 40 절도범산타2006-01-13 16:35:38 정말 부러운 수련 41 Σ비호란™2006-01-19 19:42:44 잘보고갑니다^^ 42 소면살우2006-01-21 16:12:36 공주님도 좀 강해져야...;; 똥침기술이라도...ㅡ,.ㅡ;;; 43 김백호2006-01-21 16:14:15 이번에도 똥인가요?-_-;; 수렴하도록 하겠습니다. 44 절대꼭미남2006-01-27 23:52:11 하하하 건필하세요 45 破邪神劍2006-01-30 22:25:31 물..물컹이라니 -ㅁ- 듀란 없애버리겠다! 46 巨時期2006-02-04 13:52:10 저 수련 저 할레요~~~ 나도 시켜줘요오~~~~~~~ 47 김백호2006-02-05 07:33:54 마음만 있으시면 언제든지 하시면 됩니다. 다만 경찰서를 자주 드나드셔야 할 것 같아서 조금은 비추입니다. 먼저 이계로 텔을 타시고나서 카르마를 느끼신다면 하시길 추천해드립니다. 48 모른다니까2006-02-12 23:44:13 오+_+!!!!! 어쩃든 수고~~ 49 火狼2006-02-20 14:30:59 도대체 히로인은 누군지..ㅡㅡ 저수련 갠적으로 꼭 하고 싶군요.. 50 김백호2006-02-20 15:02:26 하하하, 아스크는 딱히 히로인으로 누구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시점은 맨마지막이 될 듯 합니다. 지켜봐주세요. 51 쾌감조루2006-02-23 10:31:08 즐감했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2화 [5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0화 [42]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14 15:44:07 고친날 2006-01-21 17:02:49 읽은수 2281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2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그나저나, 감기가 생각보다 오래가는구나." 태양과 헤어지는 걸 슬퍼한 하늘이 눈물을 뚝뚝 흘릴 것 마냥 하늘은 짙은 먹구름을 머금고 있었다. 땅위에는 망각의 늪 레테에서 흘러들어온 자욱한 안개와 여름의 따스한 바람 때문에 찝찝한 느낌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었는데 소피아는 덥지도 않은지 모포를 덮고 스콜에게 꼭 기대어있었다. "오라버니! 혹시 제가 엄살이라도 피우고 있다는 말씀이세요? 콜록! 콜록!" 기침을 강조하면서 한다. "아니, 그건 아냐." 막사 앞 통나무를 잘라서 만든 의자에 앉아서 엠블라가 남긴 악기인 키타라를 손보고 있던 스콜은 소피아가 따지고 들자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성격을 보자면 엄살을 피우고도 남을만했지만, 이번엔 진짜였다. 짙은 쌍꺼풀과 긴 속눈썹이 자리한 매혹적인 눈매가 그를 새침하게 바라보고 있다. 왠지 감기를 앓고 있는 그 모습이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소피아, 그녀는 모르고 있지만, 감기라는 무기를 이용해서 주위 사람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만들어 꽉 끌어안아주고 싶은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마물이 출몰할 텐데 괜찮겠어? 게다가 비까지 내릴 것 같은데……." 어둑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며 스콜은 비가 내릴 걸 미리 짐작하고 말을 꺼냈다. "괜찮아요. 오라버니가 절 지켜줄 거잖아요. 헤헤~" 언제나 만사태평인 그녀였다. 스콜로서도 마물의 정체에 대해선 정확히 아는 것이 없었다. 프리마라톤을 할 때 동굴에서 만났던 마물이 그가 경험한 기억의 전부였다. 당시엔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사실의 강함이었지만, 그렇다고 우습게 볼 정도로 약한 존재도 아니었다. 그러한 마물들이 다수 출몰하게 된다면 소피아를 지켜주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어차피 저의 임무는 자드키엘오라버니의 휠체어를 끄는 일이잖아요. 오라버니가 걱정하실 정도로 위험한 일은 없을 거예요. 아니면 혹시 자드키엘오라버니와 제가 같이 행동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건가요? 오라버니, 지금 질투하시고 계신 거죠? 콜록! 콜록!" "훗." 감기가 걸렸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말이 많다.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가장 믿을만한 자의 곁에 있는 것이니 소피아의 안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자드키엘, 미라처럼 온 몸에 붕대를 두르고 있어 한 치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강함은 여전했다.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스콜은 괜한 걱정거리는 접어두고, 그 동안 정신없이 보내왔던 탓에 녹이 많이 슬어있는 키타라의 현을 쓰다듬었다. 그리 길지 않은 손톱을 세워 현에 묻어있는 녹을 제거하고 조심스럽게 울려보았다. 상흔 같은 녹을 제거했다고는 하나 오래된 금속으로 된 줄이다보니 대기로 퍼져나가는 소리는 그리 맑지 못했다. '나름대로 어울리겠군.' 한음, 한음을 정성스럽게 조율을 끝마친 뒤 천천히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듣는 것만으로도 우울한 기분이 젖게 만드는 곡조, 그렇다고 스콜의 생각처럼 이곳과 잘 어울리는 노랫소리는 아니었다. 광기가 스며들어, 피가 난무하는 곡이 아니라, 서정적인 느낌에 차분하고 쓸쓸한 곡이었다. 소피아는 스콜의 연주가 좋은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맞은 편 통나무를 잘라 만든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듀란도 스콜의 연주에 끌렸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너 볼이 왜 그래?" 스콜의 어깨에 기대어 포근한 기분에 젖어있던 소피아가 의아한 듯 물었다. 확실히 듀란의 얼굴이 평소와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양 볼이 빨갛게 부어올라서 꼭 도토리를 입안 가득 머금은 다람쥐 같았다. "선배, 묻지 마세요." "똥꼬, 너! 가슴 만지려고 하다가 시엘한테 맞은 거지?" 아침부터 듀란이 요상한 짓을 하는 것을 놓치지 않은 소피아가 혀를 살짝 내밀며 다람쥐가 된 그를 놀리고 있었다. "아니에요! 이건 수련의 상처예요! 시엘을 지켜주기 위한!" "오호~ 그래?" 듀란의 항변을 들은 소피아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얼굴을 붉히며 스콜에게 더욱 기대어왔다. "스콜 오라버니~" 애교석인 목소리, 왠지 불길했다. "오라버니도 저의 몸을 이용해서 수련해주세요! 아마 듀란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왜냐면 전 C컵이니까요!" "……." 진지하게 연주에 몰두하고 있던 스콜은 그 말을 듣고 기운이 쫙 빠져버렸다. 조금 있으면 마물이 출몰할지도 모를 긴장된 상황 속에서도 진지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듀란과 소피아 때문에 스콜은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지독한 현실이 이겨낼 수 있는 열쇠인지도 모를 일이다. 내일 죽어야만 하는 시한부가 오늘 살아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하듯, 결국 삶이란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걸 듀란과 소피아는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뚝! 뚝! 빗줄기가 땅바닥에 하나, 듀란의 어깨위에 하나 떨어졌다. 양 볼이 빨갛게 물든 듀란은 태양과 헤어져서 슬퍼하는 하늘을 심정을 읽고 있었다. "비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래, 막사로 들어가자." 중얼거리는 듀란의 말에 스콜은 짧게 대답하며 키타라를 들고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들어가고 나자 하늘은 본격적으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울한 빗줄기와 어두운 마을은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을씨년스런 밤으로 저물어가고 있었다. 부슬부슬 떨어지는 빗줄기 사이로 악셀은 높은 망루에 올라 걱정에 찬 한숨을 내쉬며 마을저편 숲 속을 주시하고 있었다. 고오오~ 숲 속의 나뭇가지사이로 불어온 험한 비바람의 소리가 꼭 괴물의 울음소리처럼 들려왔다. 낮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공포분위기가 순식간에 마을을 휘감았고, 오늘 새로이 배치를 받은 신입들은 익숙지 않은 분위기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지도 몰랐다. 세상을 흐리는 빗줄기 사이로 높이 솟아오른 언덕이 보인다. 어둠으로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야 정상이건만, 숲 속에 솟아오른 언덕에 하나의 인영이 올라와있다는 사실을 악셀은 외눈으로 확인했다. 얼핏 봐도 말을 타고 있는 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기사의 오른손에 쥐어진 무엇인가가 달빛에 번뜩이며 휘둘러졌다. 아마도 공격신호일 것이다. 악셀은 외눈을 찌푸리며 바로 옆에 있는 올리비에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그녀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금색으로 도금된 나팔을 불었다. 부우웅! 마을을 깨우는 나팔소리를 듣고 임시로 지어진 막사나 집안에 있던 용병들이 하나, 둘 나와 나무를 날카롭게 깎아서 땅에 말뚝 박은 목책 뒤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중무장을 해서 전투준비는 끝내놓은 뒤였다. "음침한 게 너무 무섭다." 두려움이 엄습한 커다란 눈망울로 어두워진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시엘은 용케도 듀란에게 기대지 않고 칼을 들고 서있었다. 한 마디로 시엘은 다른 용병양성학교의 입학생들과는 달랐다. 낙하산이었다. 물론 스콜과 듀란도 엄밀히 따지면 낙하산이라고는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용병양성학교에 들어올 실력과 자질을 충분히 갖췄기에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엘은 달랐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고집하나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러한 그녀의 손엔 지금 꽤나 신비로운 빛을 뿌리는 검 한 자루가 들려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감은 깃들어있지 않았다는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널 꼭 지켜줄 테니까." 듀란, 평소 때는 조금 바보 같은 표정을 잘 짓는다. 조금만 예쁜 여자가 지나가도 실실거리며 정신을 못 차린다. 게다가 오늘은 하루 종일 귀찮게 해서 그녀의 표정을 구기게 만드는 주요원인이었지만, 지금 그의 심해 빛 눈동자는 너무나 믿음직스럽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삭! 사사삭! 언덕에 있는 기사와 같은 인영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마물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을을 둘러싼 숲 속의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는 괴이한 바람소리와 함께 술 풀을 헤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결코 반갑지 않은 소리는 마을을 휘감으며 조금 있음 펼쳐질 격전을 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오랜 경험을 갖춘 용병들조차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긴장이 되었던지 여기저기서 '꿀꺽'하는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무서웠는지, 아니면 눅눅한 빗줄기에 찝찝한 몸을 털어내는 건지 시엘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제국의 공주이기 이전에 그의 여자친구, 듀란은 그런 그녀를 꼭 안아주어서 안심시켜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었다. 휙! 그때 망루 쪽에서 무엇인가 쏘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름 아닌 올리비에가 쏜 화살이었다. 화살이 숲 속으로 날아가자 그곳에선 '끼익'하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대상이 마물인지, 무엇인지는 몰라도 목책의 근처까지 거의 접근해왔다는 말이었다. 듀란과 시엘은 긴장으로 굳어져서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어둠 속에 휩싸인 음침한 숲 속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곧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메뚜기처럼 생긴 머리가 세 개나 달린 마물이었다. 등에 뿔이 달려서 꼽추처럼 기어오고 있었는데 방금 전 올리비에가 쏜 화살이 어깨에 박혀있었다. 고통 따위는 없어보였다. 다만 화살이 꿰뚫은 어깨의 상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비로 인해 흐려진 풍경사이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그것은 마성의 카르마였다.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늙고 지치게 만드는 것 같은 진한 카르마의 물결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부응! 부우웅! 다시 한번 망루에서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짧게 한번, 길게 한번 울려 퍼진 나팔소리는 전투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왔다. 진격명령이다. 듀란은 한발, 한발 앞으로 나서는 용병들과 함께 걸음을 내딛었다. 바로 옆에는 시엘이 있었고, 저편에서 자드키엘이 앉아있는 휠체어를 뒤에서 잡고 있는 소피아와 수많은 마물이 몰려오는데도 여유롭게 서있는 스콜의 모습도 살짝 보였다. "난 시엘과 떨어져 있겠다. 내가 없어도 시엘을 지킬 수 있겠지?" 저녁을 먹고 난 뒤 듀란에게만 들릴 정도로 귓속말을 한 스콜이었다. 그 말에 듀란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며 힘 있게 주먹을 쥐어 짐승처럼 울부짖는 마물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치잉! 격돌은 시작되었다. 거침없는 마물의 손톱과 발톱이 빗속에서 휘둘러졌고, 용병들은 카르마를 있는 힘껏 끌어올린 다음 검을 치켜세워 막아내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용병들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알게 모르게 이인일조로 행동하고 있었다. 아무리 마물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애당초 용병들의 목적은 순수한 방어였다. 공격을 해선 승산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그들은 두 명이서 마물 하나의 공격을 필생의 의지로 막아서고 있었다. 이렇게 새벽의 여명이 밝아올 때까지 버텨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전장이 되어버린 마을의 울타리, 목책근처를 바라보던 악셀은 직접 전투에 참여할 요량인지 망루를 내려간 올리비에와 로젠을 따라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대장님, 여긴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혹시라도 대장님께서 당하시면 용병들의 사기가 극도로 꺾입니다." 내리는 비속에서 들리는 올리비에의 충언을 들고도 악셀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싸우지 않으면 미래는 없었다. "상황을 잘 봐라. 마물의 수가 평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그렇지만." 확실히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마물의 수는 고작해야 이십에서 삼십여 마리밖에 출몰하지 않았었다. 그 마물의 수에도 대략 200명이나 되는 용병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이를 꽉 깨물어야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자극했는지는 몰라도 지금 악셀이 나서지 않는다면 전멸은 피할 수 없을 듯 보였다. 대부분의 용병들이 절망에 가득 사로잡힌 눈동자로 숨 막히는 1초를, 곧 죽을 것 같은 1초를 넘기기에 바빴다.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피가 번진다. 마물을 내지른 손톱을 미처 막아내지 못한 용병 하나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마물은 얼른 그의 육신을 들어서 숲 저편으로 던져버렸다. 뒤에 있던 수많은 마물들이 용병의 육신을 향해 몰려들었다. 인간의 육신을 마구 난도질해서 뜯어먹는 끔찍한 장면, 팔과 다리가 뜯겨져나가고 머리통은 버려졌다. 그걸 주위들은 마물하나가 머리통에 구멍을 내더니 뇌를 빨아먹는다. 용병들의 사기는 처절하게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인상이 구겨지는 장면을 보고서도 프레키 발라스칼프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누구보다 빨리 앞으로 달려 나갔다. "크큭!" 수많은 마물들 앞으로 달려 나온 프레키, 그를 보고 마물들은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먹잇감이다. 프레키의 주위로 몰려든 마물들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귀청을 찢어놓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면서도 머리에 달린 인간의 얼굴로는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뭐가 좋다고 웃는 거냐? 한꺼번에 다 덤벼라! 멍청한 것들아!" 프레키는 다른 용병들처럼 질려버린 눈동자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물들이 그를 바라보듯 자신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마물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현재 아스크의 선작수가 정확히 777입니다.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깃들길.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랍스타2005-12-14 15:51:48 행운의 숫자 777 ㅎㅎ 잘 읽었습니다/ 2 劍虎2005-12-14 16:00:03 오 빨리 1000을 돌파하시길.... 3 김백호2005-12-14 16:03:56 랍스타님, 검호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네, 천(天)까지 얼마 안남았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달린다면 도달할 수 있겠지요. 4 아르미네2005-12-14 16:15:01 행운의 숫자..선작 천힛 예쁘게 찍으시기 바라며.. 연참대전성공하세요! 5 크리노아2005-12-14 16:34:32 1000을 향해 고고~ ^^ 잘 보고 갑니다~ 6 60일탈출2005-12-14 16:42:23 오오 777이라 꽤나 멋진 숫자의 선작이 되었군요~ 7 김백호2005-12-14 16:43:36 아르미네님, 크리노아님, 감사합니다. 네, 선작수 천도 목표이긴 하지만, 이것보다 연참대전에서 살아남는게 더 어렵고, 더 큰 목표겠죠^^ 8 朔月2005-12-14 16:43:56 223개만 더 늘면 되네요. 건필 9 김백호2005-12-14 16:46:27 60일탈출님, 삭월님 댓글 감사합니다. 지금은 778입니다. 행운의 숫자가 깨졌는데 기분은 좋네요;; 전 그럼 밥 먹고 글 적으러 가봐야겠습니다. 쉬익~ 10 JackieYoon2005-12-14 17:13:32 와, 정말 재미있네요. 한방에 다 읽었습니다. 11 bulum2005-12-14 17:14:06 잘보고 갑니다. 12 Painkiller2005-12-14 17:22:44 잘 보고 있습니다 ^^: 13 HolySoul2005-12-14 17:34:44 오홋.. 자고일어나서 읽다니 !!~ 14 데스카2005-12-14 17:49:56 학교 다녀오면 올라와져있군요. 연참대전이라서 그런가... 잘보고 갑니다. 오늘로 3번째 날은 갑니다. 파이팅!@ 15 아라라2005-12-14 17:51:50 호오, 선작 1000을 향해서~ 16 김백호2005-12-14 17:55:50 JackieYoon님, bulum님, painkiller님, HolySoul님, 데스카님, 아라라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다시 글 쓰러~ 쉬리릭~ 17 노란병아리2005-12-14 18:25:19 ㅌㅌㅌㅌㅌㅌㅌ 병아리 발자국 남겨요 18 江東妙手2005-12-14 18:49:31 드뎌 다 따라잡았습니다. 기념으로 선작 추가했습니다. 건필 !!! 19 엠프티니스2005-12-14 19:25:44 ㅎㅎ 밖에서 돌아오자마자 아스크를 읽는 맛 ㅋㅋ 오늘도 여지없이 한편 올라왔네요 ㅎㅎ 맛있게 ㅎㅎ 야금야금 먹고 있습니다 ㅋ ㅎ 내일? 올라올 [ 아스크 특제 스테이크 ] 를 기대하며 ㅎㅎ 건필~!! ㅎ 20 아리오스2005-12-14 19:33:56 건필 하세요. 연참대전에서 살아남은 날만큼 선작수는 늘듯.... 21 질라르디노2005-12-14 19:36:34 건필하세요~~ 22 김백호2005-12-14 20:20:27 노란병아리님, 江東妙手님, 엠프티니스님, 아리오스님, 질라르디노님, 말씀 감사합니다. 하루에 한글 5쪽분량만 써나간다면 매일 연재가 가능하지만, 지금 1쪽도 못쓰고 있습니다. 큰일입니다. 시놉시스대로 머릿속에는 정리가 되었는데 글로는 정리가 안되고 있습니다. 막혀버렸습니다ㅠ.ㅠ 23 실페리온2005-12-14 20:24:08 멋진숫자네요^^ 이 기세로 1000까지 +_+! 24 패도무적2005-12-14 20:24:56 흐흐흐흐 건필~!! 언능 미스틸테인(?) 찾아주세요~ 25 천혼귀2005-12-14 20:31:32 건필하세요! 26 김백호2005-12-14 20:33:41 실페리온님, 패도무적님, 천혼귀님 격려 감사히 받겠습니다. 미스텔테인, 끌었던만큼 극적이고, 멋있게 찾아야겠죠^^ 27 夢中醉睡2005-12-14 20:52:15 잘보고 갑니다~ 28 절영검2005-12-14 21:25:20 777화이팅입니다 ^^ 어떤 식으로 찾게 될지 궁금하네요 29 엠프티니스2005-12-14 22:13:06 혹시나 마몬과 결투를 하면서 얻지 않을라나? ㅋㅋ 스콜이 밀릴때 어디선가 미스텔테인이 날아와 구해주고 되찾을거 같은 ㅋㅋ 글 한편 올라올때 마다, 하루 하나씩 선작수가 올라가길 ㅋ ㅎㅎ 30 Homeros2005-12-14 22:59:14 이제서야 따라잡았네요. 휴~~~ 정말 즐겁고 흥미진진하게 따라왔습니다. 건강하세요. ^^ 31 쾌인2005-12-14 23:03:07 선작 天을 향해서??^^ 할수 있을거에요! 힘내시고 건필하세요! 소피아좋아요 ㅋㅋ 32 松竹2005-12-14 23:33:23 와우!! 댓글수가 장난이 아닙니다. 후후 고무판 평균 조회수대비 댓글수가 1%~5%인걸 감안할때 놀라운 양이네요. 댓글을 달지 않고 지나치기엔 글을 읽고 느끼는 감동이 너무나 선명하기때문일겁니다.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33 김백호2005-12-15 01:12:56 夢中醉睡님, 절영검님, 엠프티니스님, Homeros님, 쾌인님, 송죽님, 리플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몇 가지만 답해드리면, 절대 미스텔테인이 스콜을 구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스텔테인의 성격으로 볼때 스콜이 바로 앞에서 죽는다고 하더라도 피 빨아먹을 궁리밖에 안할듯;; 그리고 댓글 수는 저로서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카르마라는^^ 34 아이시아2005-12-26 15:20:41 오오~ 행운의 7땡땡 안에 들어 간다니 운이 좋군요 ㅎㅎ 제발 이런운 말고 대학합격의 운이 따라 줬으면 ㅠㅠ ㅋ 35 가을흔적2005-12-29 12:18:03 777 ^^* 36 아트리2005-12-29 12:58:41 1000을 향해 휘리릭~~~ 37 날랭2005-12-30 22:28:54 건필하세요~ 38 소검무제2006-01-04 00:16:54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9 창공의바람2006-01-11 10:29:27 으하하 드디어 배틀씬~~ 40 절도범산타2006-01-13 16:40:50 오호오오~ 41 Σ비호란™2006-01-19 19:44:32 잘보고갑니다^^ 42 소면살우2006-01-21 16:18:43 프레키 또 나서네...ㅋ;;; 잘보고 담편으로 갑니다~ ^^ 43 소면살우2006-01-21 16:20:50 아...언덕위에 기사를 악셀은 두눈으로 확인 못하는데...-_-;;; 44 김백호2006-01-21 16:58:09 헉, 제보 감사합니다. 악셀은 분명 외눈이죠!!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45 넬드라드2006-01-22 12:20:29 소피아.. 그런거구나... -_-(그럼 너보다 큰 사람이랑 하면되잖아?!) 46 절대꼭미남2006-01-28 02:28:28 건필하세요 47 破邪神劍2006-01-30 22:31:16 스타쉽 트루퍼스가 생각나는 장면이네요^^ 48 巨時期2006-02-04 14:12:06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9 모른다니까2006-02-12 23:49:21 으앜_-ㅁ 이 무지막지한 용량이33_-ㅁ 너무 잼있음 _-~~ 수고~~ 50 김백호2006-02-13 14:28:38 용량이 오히려 독이 되었죠.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흐뭇하군요. 51 카미드2006-02-22 01:49:19 왜냐면 전 C컵이니까요~ 에서 전 소중하니까요~ 가 생각나서 풉풉 웃어버렸습니다. 52 김백호2006-02-22 03:42:00 아마도 그 억양으로 받아들이시면 될 듯 합니다. 53 쾌감조루2006-02-23 10:41:33 재밌게 봤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3화 [47]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1화 [51]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15 17:20:10 고친날 2006-01-28 03:35:54 읽은수 2261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3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프레키 발라스칼프에겐 예전부터 절실히 갈망했던 칭호가 있었다. 공간을 베는 자, 의지의 검술 오딘이 극의에 이르면 눈으로 그어낸 자신의 공간 안으론 공기마저도 허락을 받고 들어와야만 했다.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오딘은 용서 없이 공기마저도 베어낸다. "키륵! 키륵!" 괴이하게 생겼다. 거미의 하체에 인간의 상체를 붙여놓은 것 같았다. 여덟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데 상체는 꼿꼿이 세우고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듣기 싫은 소리를 흘리며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지금 프레키의 공간 안으로 마물은 들어왔다. 스르렁! 한 치의 빈틈없는 발도자세에서 뽑혀져 나온 칼날은 빗속을 긋고, 마물의 피부를 베고 다시 칼집으로 들어왔건만, 프레키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두 동강이가 났어도 시원찮을 상황인데 마물은 작은 상처도 얻지 않았다. 다시 한번 출수하기 하려고 재빨리 발도자세를 잡았으나 이미 프레키와 마물의 거리는 너무나 가까워져있었다. 파악! 어이없는 표정 그대로 굳어서 마물의 주먹을 맞은 프레키는 땅바닥에 나가떨어지면서도 목뼈가 부러지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만 했다. 마물에게 맞은 관자놀이 근처에서 피가 터져서 빗물에 씻겨지고 있었다. "크크큭, 그딴 검으로 우리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 강한 타격 때문인지 깨질 듯한 두통에 시달리던 프레키는 마물의 얘기를 듣고, 몇 달 전 스콜이 말했던 사마귀가 불현 듯 떠올렸다. 크기가 집채만 할 뿐만 아니라 자세히 보니 곤충이라고 할 수 있는 거미를 거대화해놓은 것 같았다. '설마, 스콜은 이런 녀석이랑 싸워서 이긴 건가?' 잠시 시선을 돌려 스콜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 있는 마물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흉측하게 생긴 마물을 상대하고 있었다. 내리쳐지는 손톱을 왼손에 쥔 검으로 가볍게 받아넘기더니 한 번 더 검을 휘둘러 마물의 팔뚝을 아예 잘라버리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어둠과 함께 내린 비속에서 스콜은 너무나 여유롭게 마물을 상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프레키가 베어내지 못했던 마물의 피부를 그는 베어내고 있었다. 그의 검이 유독 좋은 게 아니다. 프레키가 쥐고 있는 검도 꽤나 이름 있는 장인이 만들어낸 검이었다. 아니, 검 자체만 두고 본다면 스콜이 쥐고 있는 낡은 장검보다는 그의 검이 훨씬 더 명검에 가까웠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검사에게 있어 치명적인 부상이라 할 수 있는 오른손을 다쳤는데도 스콜은 그보다 강하다는 말이었다. "빌어먹을……." 빗속에서 들릴 듯, 말 듯 한 욕설을 내뱉은 프레키는 얼굴로 흘러내리는 피를 훔쳐내며 다시 일어섰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검에 주입한 카르마가 부족했기에 마물을 베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의지의 검술 오딘은 생명체를 베기 위해 만들어진 검술이 아니었다. 한발, 한발 조롱이 담긴 걸음을 내딛는 마물을 노려보던 프레키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 눈을 감은 채 다시 한번 발도자세를 취하며 석상처럼 서있었다. "와라!" 채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살육에 미친 마물이 달려들었다. 그토록 위급한 상황에서 프레키는 어째서 눈을 감은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오딘은 공간을 베는 검술이다! 나의 공간으로 들어온 마물을 베는 것이 아니라, 마물이 우연히 들어온 나의 공간을 벨뿐이다!' 무(無)의 공간을 베는 데 눈이란 건 처음부터 거추장한 것이었다. 그러한 깨달음과 함께 뽑혀진 칼날은 프레키의 감은 눈을 대신하고 있었다. 마치 대낮이라도 된 것처럼 눈부신 빛을 뿌리며 의지의 검술 오딘이 진정으로 눈을 떴다. 서걱! 살점이 단번에 베어지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렸다. 주위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용병들과 마물의 고개를 돌리게 할 정도로 그 소리는 기이하다 싶을 정도로 크게 울렸다. 철퍼덕! 눈부신 호가 그려지고 난 뒤 그 앞에 있던 마물의 상체와 하체가 너무나 깔끔하게 베여졌다. 비스듬하게 잘려버린 상체는 하체에서 흘러내리더니 빗물이 고인 땅바닥에 그대로 처박혔다. 울부짖는다.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다. "끼아악!" 그렇게 생명을 쏟아버리는 듯한 비명을 지른 후에 부들부들 떨던 마물의 몸뚱이는 비에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죽은 것처럼 보였으나 죽진 않았다. 머리만 남아도 일주일은 살수 있을 정도로 질긴 생명력 때문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질긴 생명력 덕분에 지독한 고통을 맛보면서도 죽을 수도 없단 말이다. 마물은 눈을 부릅뜬 채 믿을 없는 결과 앞에 검은 피를 토해내었다. 강철보다 튼튼한 피부다. 인간이 만든 검, 인간이 휘두른 검 따위에 베여질 정도로 약한 피부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베여졌다. 베여지는 고통, 치가 떨리는 통증 앞에 마물은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간간히 비명만을 지를 뿐이었다. 반면 프레키는 진정한 오딘의 프룻을 깨달은 게 기뻤는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한쪽 입 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그에게 덤벼오는 또 다른 마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전체적으로 압도적인 마물의 수에 밀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프레키처럼 몇몇은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이며 마물의 물결을 막아내고 있었다. 듀란이야 시엘을 지켜가면서 싸워야 했기에 앞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그와 시엘에게 덮쳐오는 마물에겐 주먹을 내지르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빗속에서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신비한 불꽃, 그 불꽃이 감도는 주먹이 달려들던 도마뱀처럼 생긴 마물의 안면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퍼억! 듀란의 주먹이 어느 때보다 섬세하고 강하게 박혀 마물의 눈알을 터뜨려버렸다. 분명 갑옷과도 같은 강철의 피부를 가진 마물이었지만, 온 몸을 덮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갑옷 속에 감춰져있던 급소인 눈알을 공격당하자 달려오던 마물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크릉!" 정말 괴이한 신음소리를 흘린 마물은 외눈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긴팔을 휘둘러서 다가오는 듀란을 견제했다. 살짝 스친 것뿐인데도 소매가 찢어지고, 팔뚝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크윽!" 생각했던 것보다 깊은 상처에 인상을 살짝 찌푸린 듀란은 더욱 속도를 가하며 쓰러진 마물에게 달려들었다. 마물은 갑자기 달려드는 듀란이 겁이 났던지 마구 손톱이 달린 팔을 휘저었고, 그는 이리저리 한참을 피해내더니 결국엔 용서 없이 남은 한쪽 눈알마저 불꽃이 감도는 주먹으로 박살내버렸다. 푸욱! 마물의 얼굴에 깊숙이 박혀버린 주먹, 빗속에서 무리한 움직임으로 숨이 차서 헐떡거리면서도 마물의 얼굴에 박혀버린 주먹에 카르마를 불어넣었다. "하압!" 호쾌한 기합소리와 함께 마물의 얼굴에 박혀있던 주먹에 카르마가 충만해지자 마치 폭탄이 터져버린 것처럼 불꽃을 튀기며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더러운 파편들이 튄다. 듀란은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도 여전히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주먹에 붙은 불꽃을 바라보았다. "똥꼬! 괜찮아?" "응!" 괜찮은 것 같다. 무리하게 카르마를 응용했는데도 그럭저럭 버틸 만 했다. 생각해보니 반나절 만에 무척이나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처음 브래지어를 훔칠 수 있어야만 용섬기를 배울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반신반의했었다. 단지 음흉한 마음에 시엘에게 수십 번도 넘게 시도를 했고, 그러는 와중에 서서히 하나, 하나를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옷 속에 있는 브래지어를 훔치기 위해선 순간적으로 카르마를 폭발시켜서 최고의 속력을 내야만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눈 깜짝할 사이에 후크를 정확히 풀어야 했기에 속력보다 어쩌면 정확도에 더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걸 반나절동안 반복한 것뿐인데 천재적인 그의 자질이 빛을 발해서 눈으로 노린 급소에 주먹이 놀랍도록 빠르게 반응해서 박힌 것이다. 용섬기를 배우고 나면 얼마나 강해질지 모를 일이지만, 눈으로 노린 극점에 주먹을 완벽하게 내지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일단은 만족해야만 했다. 프레키와 듀란, 둘은 부족한 실전경험 속에서도 천부적인 소질로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생(生)과 사(死)가 갈리는 순간에서도 그들은 마물들과 용병들의 이목을 톡톡히 끌었다. 한쪽에서는 만겁의 시간동안 어둠을 영위하던 밤의 존재를 부정하듯 눈부신 빛을 뿌리며 검을 휘둘렀고, 다른 한쪽에서는 내리는 비를 부정하듯 이글거리는 열화를 불사르고 있었다. 물론 듀란과 프레키는 화려했으나, 실질적인 전과는 올리비에나 로젠, 그리고 외눈박이 늑대 악셀에 비해서 한참은 떨어졌다. 그리고 모두가 망각하고 있는 한 남자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낡은 검 한 자루를 쥐고 용병들이나 마물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구석에서 조용히 검을 휘두르고 있다. 일 검에 마물 하나씩 사이좋게 지옥으로 떨어진다. 마치 키타라로 연주를 하듯 그는 여유롭게 전장을 조율하고 있었다. 슉! 그의 검은 무섭도록 조용했다. 비에 젖은 와이셔츠가 바람이 날리는 소리만이 그에게서 들려오는 잡음의 전부였다. 가벼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시끄럽지도 않고, 화려하지 않은 검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마물들이 그 남자에게 두부처럼 썰려나가는데도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마법이라도 걸어놓은 것처럼. 물론 이 모든 것이 그 혼자서 이뤄낸 마법은 아니었다. 아무리 조용히 마물들을 쓰러뜨린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이지 못한 그의 활약을 어느 누구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숨은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오만의 악마라 불리는 자드키엘, 미라처럼 붕대를 감고 있는 그가 스콜에게 시선이 가지 못하도록 주기적으로 저편에 떨어진 마물들의 팔이나 다리하나 정도를 터뜨리고 있었다. 파바박! 용병들의 입장에선 원인 모를 폭발이 또 다시 일어났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물의 팔 하나가 떨어져나가며 주위로 핏물을 뿌렸다. 바로 앞에서 상대하고 있던 용병들은 조금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빈틈을 놓치기에는 아까웠는데 사력을 다해서 마물을 공략해나갔고, 끝내 자드키엘에게 팔 하나를 잃은 마물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해보고 무너져버렸다. 어쩌면 그들의 요행은 마물들이 평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몰려들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몰랐다. 원래라면 망루에서 전세를 지켜보며 지휘를 하고 있을 악셀마저도 전투에 가담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다. 그 속에서 다른 이의 활약을 유심히 지켜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악! 마물들의 피부는 강철보다 튼튼하다. 그러나 스콜의 앞에 서게 되자 마물들, 본인조차도 그러한 사실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철의 피부를 믿고 의기양양하게 덤벼들었다. 그런데 믿고 있던 피부는 두부처럼 그의 검에 으깨져버렸다. "키륵! 네, 네 녀석!" 마물은 혼란스런 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몸통이 완전히 으깨져버렸는데도 머리통에 붙어있는 인간의 머리가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그에게 말을 걸었다. "큭, 네 녀석, 인간이 아니냐?" 방금 자신을 베어낸 검에 묻은 카르마는 자신들과 비슷한 냄새를 가지고 있었다. 카르마의 성질뿐만 아니라 지독한 피비린내가 비속에서도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진하게 풍겨왔던 것이다. 인간의 삶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피가 검에 묻어있었기 때문에 마물은 그가 인간이 아니란 걸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그 말이 스콜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칠흑빛 눈동자가 땅바닥에 떨어져서 두려운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마물의 얼굴에 박혔다. 파직! 아니, 예상은 가볍게 틀려버렸다. 대답조차 하기 귀찮았는지는 그는 망설임 없이 마물의 얼굴을 그대로 짓밟아버렸다. 그에겐 지금 마물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문제가 있는 듯 했다. 얼핏 보면 전세는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직 숲 저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강렬한 한 쌍의 눈동자가 마을을 주시하고 있다는 걸 스콜은 알고 있었다. "자드키엘, 혹시 숲 저편에 있는 자의 정체를 알고 있나?" 비에 젖어 무거워진 옷을 입고,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면서도 스콜의 숨결은 조금도 거칠어질 생각을 안했다. "훗, 본래 흐르도록 약속되어진 존재, 그러나 멈추어진 존재다." "인간이었는데 악마가 되었다는 말이냐?" "비슷하다. 언젠가 말했었지. 탐욕의 군주 마몬이 부리는 아슈타파다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다. 탐욕의 군주 마몬은 금은보화로는 탐욕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끝내 인간의 영혼까지 탐내어 중간대륙을 호령했던 4대 영웅의 혼과 자신의 소멸을 걸고 도박을 하게 되었다. 결국 마몬은 그 도박의 승리로 중간대륙의 영웅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었고, 아슈타파다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던 것이다. "흥! 어둠의 공작 벨리알 다음에 등장한 게 아슈타파다의 주인 마몬이라? 스콜, 조심해라. 너무 이른 등장이다." 자드키엘은 온몸에 붕대를 감아서 눈만 나와 있는데도 사람 하나는 가볍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섬뜩한 눈빛을 빛내며 스콜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어차피 죽여야 될 상대다." "훗,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래도 벨리알과 같은 급으로 본다면 당할 수도 있다." "벨리알보다 어느 정도 강하기에?" "마몬은 벨리알보다 약하다." 여전히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면서도 자드키엘의 계속되는 경고가 마음에 걸려 질문을 던졌지만, 정작 마몬이 벨리알보다 약하다는 말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둠의 공작 벨리알과 아슈타파다의 주인 마몬,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한 전투력만으로 따진다면 마몬보단 벨리알이 훨씬 더 강했다. 아니, 벨리알뿐만 아니라 마몬은 일곱 군주 중에서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탐욕의 군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끝없는 탐욕으로 소유한 것들이 그의 힘을 철저히 뒷받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마몬은 벨리알보다 약한다. 다만……." "다만?" "마몬이 부리는 자들, 아슈타파다라고 불리는 그들 하나, 하나가 벨리알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빗속에서 울린 자드키엘의 목소리는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엘렌드2005-12-15 17:25:08 오옷.. 금방올라오는군요~ 2 bulum2005-12-15 17:31:20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감기조심하세요. 3 김백호2005-12-15 17:33:23 하하하, 네, 엘렌드님, 연재한담에 글을 올리고 난게 이미 퇴고가 끝난 시점이라서 오타가 있나 확인만 하고 올렸습니다^^ bulum님도 감기조심하세요. 저야 밖을 거의 안나가니^^ 4 몽몽2005-12-15 17:41:05 잘보고갑니다 5 크리노아2005-12-15 17:43:10 잘 보고 갑니다~ 6 엠프티니스2005-12-15 18:17:33 ㅎㅎ 처음으로 10타 안에 들었네요 ㅋ ㅎㅎㅎ 6타 ㅎㅎ 역시나 마몬과 엮이네요 ㅎㅎ 다음화가 기대되는 ㅎㅎ 건필~! 7 몽유(夢遊)2005-12-15 18:50:04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8 노란닭2005-12-15 19:07:53 좋쿠나 9 노란병아리2005-12-15 19:20:58 >0< 노란닭이다 ..쿠엑~~~~~~~~~~ 10 천혼귀2005-12-15 19:28:57 건필하세요! 11 60일탈출2005-12-15 19:54:07 그들 하나하나가 벨리알 보다 강한데 스콜이 이겼으니 스콜이 더 강하다 끄끄끄 4:1은 비겁하니 패스 12 김백호2005-12-15 20:03:03 몽몽님, 크리노아님, 엠프티니스님, 몽유님, 노란닭님, 노란병아리님, 천혼귀님, 60일탈출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우선 마몬이랑 붙기는 조금 이릅니다. 미스텔테인부터 찾아야겠죠. 그리고 오른팔을 다친 스콜로서는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벨리알도 운이 좋아서 이긴거니까요. 13 실페리온2005-12-15 20:04:34 저런, 베리알보다 강한4명이 다굴이라도 치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죠 ㅡㅡ+ 14 아리오스2005-12-15 20:07:33 아니 그것보다 하나하나가 벨리알보다 강할지도 모르는 애들이 왜 내기를 해서 그 꼴이니....자드키엘 말대로면 4명이서 다굴 까면 마몬정도는 충분 하겠다.... 15 김백호2005-12-15 20:22:04 실페리온님, 아리오스님 댓글 잘 읽었습니다. 한 가지 답변을 드리자면 고대영웅들은 마몬에 의해서 강해진 거죠. 아무리 영웅이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인간, 마성의 카르마가 없었다면 스콜과 비등한 대립관계를 만들 수 없었겠죠^^ 16 松竹2005-12-15 20:42:26 잘 보고 갑니다. 더 많은 양을 바랍니다. 크큭.. 전투씬이라 그런지 술술 읽혀서 더 양이 적어 보입니다. 마치 5분을 걸려야 먹을 수 있는 라면을 너무 배가 고파서 1분만에 먹어버리고는, 마치 작은 컵라면을 먹은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비유가 적절한가 ㅡㅡ;; 여튼 건필하시고 건강 유의 하시길..^^ 17 同安2005-12-15 20:50:17 아하~ 다 따라잡았다~~ 오늘도 즐거이 읽고갑니다~~ 18 HartBreak2005-12-15 21:12:07 [del] 건필하세요 `` 19 김백호2005-12-15 21:14:48 네, 송죽님, 아무래도 전투씬은 빨리 읽히죠^^ 그런데 라면얘기를 들으니 땡기네요. 하나 끓여먹어야지-_-;; 동안님도 정상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즐겁게 읽으셨다니 뿌듯하군요. HartBreak님도 말씀 감사합니다. 20 Hongkid2005-12-15 21:52:53 감기란 집에만 있어도 걸린답니다~ 습도 조절은 항상~ ^^ 항상 재밌게 읽고 있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꾸벅 21 독일건달2005-12-15 21:58:16 숨이 찹니다 여기까지 한꺼번에 달려오기 재미있읍니다. 22 엠프티니스2005-12-15 22:04:00 아스크 한편 한편 읽을때 마다. 읽고 나면 항상 시놉시스 및 등장인물 소개를 다시 한번 읽는 ㅋ;; 왠지 끌린다는 ㅋㅋ; 내일이면 수능 성적표 나오는디 ㅎㅎ;; ㅎㅎ 내일 학교갔다와선 꼭 1타 해야지 ㅎㅎ 건 필 ㅎ!!!! 23 쾌인2005-12-15 22:06:01 작가님 오늘꺼 읽으면서 갑자기 필력이 좋아지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뭔가 안정된느낌??^^ 건필하시구요! 소피아는..??ㅠ_ㅠ 24 떠도는바람2005-12-15 22:40:39 이틀에 걸쳐 결국 끝까지 다봤네요. 처음 추천을 받고 정말 대만족^^~ 특히 양이 많아 행복했어요~ 연참대전대두 20k 가 나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5 아라라2005-12-16 01:24:34 스콜과 자드키엘은 정말 좋은 콤비가 되고 있군요^^ㅋ 26 검검2005-12-16 01:40:02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저의 첫 댓글 ^^: 부끄~ 27 김백호2005-12-16 02:46:35 Hongkid님, 저희 집에는 가습기가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코가 막히고, 답답한 게 건조함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독일건달님,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우선 땀 닦으시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주세요^^ 엠프티니스님, 성적 잘 나오길 빕니다. 특히 언어영역, 그리고 내일 1타는 제가 할 겁니다-_-v 우후후~ 쾌인님, 네, 아직 글을 본격적으로 쓴지 3년밖에 안되서 아직도 성장중이랍니다. 물 많이 주세요! 그런데 소피아는 아시다시피 감기로 부실해서, 전투장면에선 등장시키기가 곤란하다는^^; 떠도는바람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되도록이면 많이 올리고 싶지만, 제 글쓰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요. 10KB를 쓰는데 컴퓨터에 하루종일 앉아있네요ㅠ.ㅠ 아라라님, 자드키엘과 스콜의 성격이 비슷하다보니, 둘다 거만하고, 잔인할 때 잔인하고, 위기가 닥치면 비정상으로 즐기는 세티스트들-_-;; 검검님, 추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더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집필하겠습니다. 28 엠프티니스2005-12-16 09:11:25 다시 한번 시놉시스를 읽다보니.. 카를 샤를마뉴의 설명에서.. 현명함을 가진 임물 이라고 써있네요 ㅎㅎ;; 29 절영검2005-12-16 10:20:22 간혹가다 들려오는 똥꼬란 단어 ㅋㅋ 30 야요2005-12-16 11:33:10 44화 빨리 올리라 ..그라고 앞부분에 오타 여렷 보이더라 몇편인지 기억이 않나네. 31 朔月2005-12-16 15:01:52 후훗, 스콜(아스크)의 정체가 언제쯤 밝혀질까요?(뭐 알고 있는 사람도 몇 있지만요...) 32 김백호2005-12-16 16:04:52 엠프티니스님, 절영검님, 삭월님 리플 정말 감사히 읽었습니다. . . . 야요, 심심하나? 킹콩이나 다시 보고 울면서 자숙해라. 아님, 292줄테니까 오랜만에 땅이나 파라. 33 Cross2005-12-16 21:53:03 역시 절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 너무 재미있습니다 !!! ^^ 34 닥2005-12-17 12:38:39 건필하세요^^* 35 가을흔적2005-12-29 12:18:46 잘 보고 갑니다 36 아트리2005-12-29 13:06:03 휘리릭~~~ 37 날랭2005-12-30 22:39:11 건필하세요..^^ 가습기가 없으면.. 젖은 수건을 이용하세요.. 38 소검무제2006-01-04 00:20:31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9 창공의바람2006-01-11 12:29:54 다굴은 무섭습니다~ 40 절도범산타2006-01-13 16:47:10 우호호~ 41 Σ비호란™2006-01-19 19:47:25 잘보고갑니다^^ 42 소면살우2006-01-21 16:28:41 계속 갑니다~ ㅎㅎ 졸려요=_=;;; 어제 새벽에 보고 영화보고 바로와서 보는중이라... 그래도 계속...ㅎㅎ 건필하세요~ 43 절대꼭미남2006-01-28 02:43:36 관자노리>>>관자놀이가 아닌지;;;; 하핫 건필하세요 44 김백호2006-01-28 03:36:15 절대꼭미남님,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했습니다. 45 破邪神劍2006-01-30 22:37:27 계속 갑니닷!~ 46 모른다니까2006-02-12 23:54:23 끝이 보이질 않삼orz... 이러다 밤샘할 가능성이... 47 火狼2006-02-20 14:37:06 건필하세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4화 [47]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2화 [53]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16 15:15:45 고친날 2006-01-25 17:12:41 읽은수 2250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4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섬뜩한 말이었다. 일곱의 날개를 가진 타락천사, 어둠의 공작이라 불렸던 벨리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릴 정도로 사악하고 강한 자였다. 그런데 그자보다 강한 자를 네 명이나 부리는 자가 마몬이라고 한다. 스콜이야 지금에 와서야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고 하나, 자드키엘은 처음부터 그들의 막강함을 알고도 스콜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아니, 어리석다 못해 광오(廣傲)한 선택이었다. "자드키엘, 너, 꽤나 무모한 선택을 한 걸 알고 있나?" "크큭,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시점에서 본 나의 모습이겠지?" "그, 그렇군." 그랬다. 자드키엘의 선택은 인간의 시점에서의 무모함이었다. 인간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닥치게 되면 타산적인 계산을 하고, 그 결과보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한다. 그러나 자드키엘은 돌로 된 벽이 뻔히 단단한 줄 알면서도 일단 주먹으로 쳐보고 얼마나 단단한지 알아내서, 무엇으로 내리치면 돌 벽이 부서지는지 파악하는 진보함을 가지고 있었다. '너의 진보는, 어쩌면 인류가 배워야할 숙제인지도 모른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죽이지 않으면 지옥의 문을 열어 인류를 말살하겠다고 신은 경고했다. 타산적인 계산을 해볼 때 인류의 목숨보다는 소녀들의 목숨이 가벼웠기에 그들은 저주받은 굴레를 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재미있지 않냐?" 자드키엘의 말에 스콜의 상념은 잠시 끊어졌다. "어떤 게?" "생각해봐. 마몬은 강식의 정의를 버리고 있다." 스콜은 그때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벨리알보다 약한 마몬이, 벨리알보다 강할지도 모를 아슈타파다를 부리는 건, 약한 자가 강한 자를 부리고 있다는 말이다. 악마들의 첫 번째 정의를 어기는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탐욕이다. 순수한 탐욕이 극에 이르러서 강식의 정의마저 무시하는 자, 그것이 바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몬의 실체다." 자드키엘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묘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되었다. 마몬 역시 자드키엘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목숨을 건 도박을 했다. 그 결과 그는 강식마저도 어길 정도의 탐욕을 배불리 채울 수 있었다. 자드키엘과 마몬은 자신들의 정의로 한 단계 진보하고 있었다. 인류에게 있어서 악으로 불리는 탐욕과 오만으로 신이 진정 원하는 진보를 이룩한 것이다. "재미있군." 어쩌면 지금 인류에겐, 이들의 정신이 필요한 건지도 몰랐다. 스스로를 죽음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걸 뻔히 알면서도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미소를 짓고 있는 자드키엘의 정신이! "끼룩!" 스콜은 자드키엘과 대화를 하면서도 험한 기세로 달려드는 마물을 어렵지 않게 베어 넘어뜨렸다. 자드키엘의 진의는 알고 있다. 그의 영혼조차 마몬에게 종속될 수 있다는 경고였으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마몬이 인류들에게 있어 악으로 분류되는 탐욕으로 그를 지배하려한다면, 그 역시도 철저한 악인 오만을 빌어 그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 믿었다. 그는 더 이상 고민할 것 없이 눈앞에서 으르렁거리는 마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은 핏줄기가 튀고, 비에 젖은 옷에 피가 스며들어도 검호는 멈추지 않았다. 밤이 깊어갈수록 전세는 용병들에게 유리해져가고 있었다. 처음에 마물의 수를 보고 꼼짝없이 죽는다는 예상했던 용병들은 점점 줄어드는 마물의 수와, 오히려 평소보다 적은 희생자의 수에 의아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유리했던 전세는 새벽까지 지속되지 못했다. 지쳐가는 용병들의 비례해서 마물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은 건 사실이지만, 한 기사가 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 순간부터 힘겹게 이끌고 있던 전세는 순식간에 뒤집혀버렸다. "허억!" "크아악!" 용병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용병 둘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땅바닥으로 흩어져버렸다. 처참한 광경, 공격이 어찌나 지독하고 빨랐으면 공격을 당한 용병들의 하체는 아직 그대로 땅을 딛고 서있는데 반해 상체는 찢겨질 대로 찢겨져서 빗물이 고인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용병 두 명이 반항 한번 못해보고 일 검에 당했다. 단 일 검으로 치열했던 전장에 정적을 안겨다준 기사는 도도하게 흑마를 몰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거대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그의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용병들은 온몸을 떨었다. 결코 여름비에 젖어서 떠는 게 아니다. 기사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카르마와 갑옷에 걸린 생명체 때문이었다. '이길 수 없다! 수 백 번, 수 천 번 다시 태어나도 이 남자한테만은 이길 수 없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력을 다해서 마물들의 공격을 막아내던 용병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박힌 생각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용기를 잃어버렸다는 걸 증명하듯 몸뿐만 아니라 적을 향해야할 검극마저 떨고 있었다. "응에~" 그들을 그토록 떨게 만든 갑옷에 매달린 생명체가 울고 있었다. 검은 갑옷의 관절, 관절마다 날카로운 뿔이 달려있어서 흡사 악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는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기들이 그 뿔에 꿰뚫린 채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갑옷의 뿔에 꽂혀서 피를 흘리고 있는 갓난아기들을 보고 용병들은 누구 하나 선뜻 공격을 하지 못했다. "네 녀석! 내가 상대해주마!" 그때 그가 나섰다. 프레키가 비에 젖은 금발을 휘날리며 용병들의 틈을 비집고, 기사에게 달려갔다. 정면을 노리는 건 무모한 짓이다. 갓난아기들이 산채로 갑옷위에 걸려있어서 쉽게 공격할 수도 없을뿐더러, 하늘에서 내리는 비마저도 피해갈 정도의 지독한 카르마만 보더라도 정면 승부는 승산이 없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하얏!" 그는 달려가다가 내딛는 왼쪽 발로 땅을 힘껏 걷어차며 급하게 오른쪽 방향을 꺾어서 기사의 빈틈을 노렸다. 뱀의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프레키의 검이 기사의 옆구리를 노리며 파고들었지만, 자신 있게 내지른 그의 검은 기사의 갑옷에 닿기 전에 알 수 없는 반탄력에 의해서 튕겨져 나갔다. "크윽!" 어이없는 상황에 프레키는 찌릿한 손목을 감싸 쥐며 인상을 험하게 찌푸렸다. 카르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강한 카르마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어서 공격이 먹혀들지 않았다. "꺼져라." 천금처럼 무거운 목소리가 검은 투구에서 흘러나왔다. 잠시 넋이 나가있던 프레키를 향해 기사는 검을 휘두를 필요성도 못 느꼈는지 말안장의 발고정대에 걸려있던 한 발을 빼더니 프레키의 몸통을 걷어 차버렸다. 퍼억! 콰지직! 무지막지한 카르마가 담긴 발길질을 맞은 프레키의 몸이 직선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망루 옆에 있던 목재건물의 벽에 그대로 처박혔다. 마치 벽을 향해 날아간 찰흙처럼 굉음과 함께 충돌하더니 천천히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공격이 무산된 후 프레키에겐 제대로 된 방어를 펼칠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랬기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방에 정신까지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방금 나가떨어진 프레키를 대신해 누군가가 기사를 막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용병들은 방금 프레키가 처절하게 당한 장면을 목격하고 난 직후인지라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누가 그들을 욕하겠는가? 뻔히 보이는 죽음 앞에 덤벼드는 천치는 그리 흔치 않았다. "나타났군." 기사가 나타난 망루 쪽과는 조금 떨어진 구석자리에서 눈치껏 마물의 몸통을 눈빛만으로 폭파시키던 자드키엘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슈타파다냐?" 스콜의 질문에 자드키엘은 휠체어에 앉은 채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슈타파다가 퀸, 비숍, 룩, 나이트로 구분되는 건 저번에 얘기했지? 그중에 저 자는 나이트다. 아마 너도 저 자의 정체를 알고 있을 거다. 샤를마뉴제국을 건국한 초대황제 클로비스(Clovis) 샤를마뉴다." "저 남자가?" 전설 중에 전설인 남자, 흑마위에 있는 흑기사 클로비스를 바라보는 스콜은 번개를 맞는 듯한 기분에 빠져버렸다. 현재 중간대륙에서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하고, 동쪽의 패권을 쥔 오늘날의 샤를마뉴제국을 있게 한 남자다. 대략 1700년 만에 부활한 전설의 영웅이 그의 눈앞에 버젓이 서있었다. 진중하고 위엄이 서린 모습이었으나 더 이상 그에게선 살아있을 당시의 영웅의 풍모는 기대할 수 없었다. 검은 투구사이로 번뜩이는 한 쌍의 눈동자는 줄기차게 내리는 빗속에서도 흐려지지 않을 정도로 지독스럽게 선명한 악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무섭도록 잔인한 모습, 검은 갑옷의 관절, 관절마다 달린 뿔에는 갓난아기들이 꼬치가 되어서 피를 흘리며 울어대고 있었다. "크큭, 여기서 그를 막을 수 있는 자가 있을까?" "……." "뭘 망설이는 거냐? 스콜, 너의 시간이다." 자드키엘이 보채지 않더라도 알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 여기서 그가 클로비스를 막지 않는다면, 용병들뿐만 아니라 시엘공주의 신변도 위험했다. 막을 수밖에 없었다. 스콜은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힘을 끌어올리며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고, 자드키엘은 소피아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몸을 의탁한 채 클로비스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사이 다른 곳에서 기사를 바라보는 한 여성, 올리비에의 각오는 남달랐다. 로젠과 같은 카이룰레움이면서 활을 주로 사용하는 그녀는 신궁이라는 칭호가 있으면서도 마물과의 싸움에서는 그리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에 반해 베르세르크 로젠의 활약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아직까지 활약다운 활약을 펼치지 못한 올리비에로서는 무거운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저 자를 쓰러뜨려 보이겠다.' 날카로운 눈매가 번뜩인다. 비에 젖어 새빨개진 짧은 머리카락을 살짝 매만지던 손가락이 등에 메여진 화살 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었다. 다른 화살보다 유독 큰 화살을 시위에 물려 천천히 당겼다. 숨을 멈추자 지나가던 비바람마저도 잠시 그녀를 배려해 멈춰버렸는지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구구궁! 카르마를 일으켜서 화살에 메기자 대기는 바짝 긴장을 했고, 그녀는 눈 하나를 살짝 감았다가 뜨며 기사를 노려보았다. 바람은 읽었다. 이대로 당기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했던 곳에 박힐 것이다. 퉁! 슈욱! 잔인한 갑옷이다. 울고 있는 아기가 걸려있는 갑옷을 피해, 투구의 빈틈을 발견한 화살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정확하게 목표한 곳으로 날아갔다. 밤하늘을 가르며, 빗줄기를 가르며 날아가던 화살은 기사의 투구 속으로 그대로 꽂히는 듯 했다. 파바박! 그러나 그것은 올리비에의 헛된 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클로비스가 쥐고 있던 검이 대기를 긋자 화살뿐만 아니라 앞에서 떨고 있던 용병의 육신마저도 반쪽으로 갈려버렸다. 인간의 신체가 정이등분으로 분해 되고,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는 장면을 보며, 올리비에는 저항한번 못해보고 생을 마감한 용병보다 그녀의 화살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렸다는 사실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드그득! 드그득! 그 놀람도 잠시뿐이었다. 멀리서 화살을 쏜 그녀를 알아보고 클로비스가 흑마를 몰고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올리비에는 얼른 등에 걸린 화살 통에서 화살을 뽑아 시위에 물리려했으나 흑마는 이미 눈앞에 당도해있었다. 게다가 다가온 클로비스의 카르마로 인해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환영을 본 그녀는 바로 앞에 적을 두고도 제대로 조준조차 못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깨닫게 되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머리보다 몸이 먼저 깨우친다. 올리비에는 뱀 앞에 개구리마냥 굳어져버렸다. '나, 나, 이렇게 죽는 거야?' 바로 앞까지 달려온 클로비스를 바라보며 올리비에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 죽음뿐이었다. 그녀는 빗방울을 어루만지면서 부드럽게 휘둘러지는 클로비스의 검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 검에 베어지는 거야? 역시 아프겠지?' 죽음을 앞뒀음에도 바보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치이잉! 숨이 넘어갈 정도로 아슬아슬 한 타이밍에 그녀의 앞에서 클로비스의 공격을 막아선 건 베르세르크 로젠이었다. 평소에는 어린 소년처럼 맑은 웃음을 짓지만, 전장에 나와 피만 보게 되면 성격이 180도 변하는 이중인격자, 주변에서 마물을 상대하고 있던 로젠이 그녀의 위기를 알아채고 클로비스의 내리친 칼날을 막아낸 것이다. "큭, 제길! 이거 장난 아니잖아!" 붉게 충혈 된 눈빛을 하고 있는 로젠의 근육이 요동을 쳤다. 너무나 부드럽게 휘둘러진 클로비스의 검을 두 팔로, 게다가 대검을 쥐고 막고 있는데도 부들부들 떨려온다. 어마어마한 완력의 차이였다. "크아압!" 괜히 그를 보고 베르세르크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폭발하는 카르마! 곰의 영혼이 깃든 듯 귀청을 찢어놓을 듯한 기합을 내지르며 클로비스의 검을 쳐내버렸다. "……." "헉, 헉, 젠장! 빌어먹을!" 흑마의 위에서 자신의 검을 쳐낸 로젠을 담담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클로비스와는 다르게, 로젠은 팔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거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단 한번 검을 맞부딪친 것뿐인데 모든 카르마를 소진해버렸다. 빌어먹게도 더 이상 팔에 힘이 들어가지가 않았다. "꺼져라." 죽음을 각오하고 있는 로젠과 올리비에를 죽일 생각이 없는지 클로비스는 그들을 철저히 무시하며 지나쳐갔다. 신선한 먹잇감에 구미가 당긴 것이다. 그는 앞으로 걸어오는 외눈박이 늑대에게 관심을 보였다. "어째서 죽이지 않는 거냐?" 그들을 그냥 지나쳐가는 무거운 존재, 축 늘어진 두 팔을 하고 있는 로젠이 그에게 따지고 들자, 클로비스는 악셀을 향해 말을 몰면서 나직이 대답했다. "너희는 이미 죽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음은 예전에 비축분이 있을 때처럼 하루에 30KB씩 올려드리고 싶지만, 밥 먹고, 응가누고, 잠자는 시간 빼고 거의 하루종일 컴퓨터앞에 앉아있어도 13~15KB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이 점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참, 현재선작수는 864입니다. 천(天)까지 얼마 안남았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김백호2005-12-16 15:15:55 1타-_-v 2 노란병아리2005-12-16 15:18:54 ..저기요 천(天)은 하늘천이고요 천(千)이 일천 천인데.. 이무래도 한자변환시 실수하신듯 합니다. 일순간 멍해진. 3 노란병아리2005-12-16 15:19:14 그리고 1타 .. 차지하다니 미.워.요!!! 4 몽몽2005-12-16 15:41:50 잘보고갑니다 5 엠프티니스2005-12-16 15:46:09 으아아악;;; 심부름 갔다올 동안;; 글과 함께 리플이 4개나;; 1타 -_-v <-- 압권 ;;; 6 악종2005-12-16 15:49:00 작가님한테는 선작수 천명이 하늘을 올라갈 만큼 기쁘다는 뜻이겠죠..ㅎㅎ 잘보고 갑니다~~ 7 김백호2005-12-16 15:52:27 리플 주신 노란병아리님, 몽몽님, 엠프티니스님, 악종님 감사합니다. 하늘 천자는 악종님 말씀처럼 제 글을 선택해주신 독자분들을 숫자로만 보는 건 왠지 매마른 느낌이 들어서, 선작수 천이 하늘에 닿는다는 의미로 일부러 써본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어제 약속드렸죠. 1타는 제가 한다고, 크크큭,.. 8 江東妙手2005-12-16 16:04:25 작가님 웃음소리가 크크큭이라니... 지옥에서 오신 건가요? 크크큭... 9 김백호2005-12-16 16:05:39 지옥에 있습니다. 크크큭... 10 솜사탕2005-12-16 16:14:43 ㄱ ㅓ언 필~ 재밌땅..+_+ 11 캘시퍼2005-12-16 16:48:08 겨우 다 읽었네요. 덕분에 도서관에서 공부는 안 하고..ㅡㅡ; D&D 이후로 이런 분위기를 풍기면서 맘에 드는 판타지는 처음인듯. 千쪽 줄인다는 글 봤을때, 어찌나 슬프던지.. 선작수 天에 가까워지는데, 다시 처음에 생각했던 불량으로 하는건? ^^ 흐흐~연참대전 참가하신게 이리도 기쁠 수 없다는~! 건필요!! 12 bulum2005-12-16 17:39:28 잘보고 갑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13 데스카2005-12-16 17:43:20 잘읽었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하시지만 방심은 금물.^^ 연참대전 4일째는 넘어갑니다.~~ 14 아리오스2005-12-16 19:08:23 데스카님 말처럼 방심은 금물이에요. 그럼 건필요 15 엠프티니스2005-12-16 19:15:52 훔.... 작가님께서 저번에, 미스텔테인이 스콜이 바로 눈 앞에서 죽어도 피 빨아먹을 궁리 밖엔 안한다구 하셨는데 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스콜[작가] <------미스텔테인[독자] 인건가요 ㅋ;; --------------------------------------------------------- 아참, 그리고, 미스텔테인의 친구들?은 어디에 있나요>? ㅎㅎ --------------------------------------------------------- ㅋ 건필 ㅎㅎ 16 엠프티니스2005-12-16 19:19:19 ㅎㅎ 오타 발견 ㅎㅎㅎ 신이 진정 원하는 진보를 [이륙] -> 이룩 17 사냥완료2005-12-16 19:29:12 헉...그 명대사.... " 넌 이미 죽어있다.." ㅋㅋ 켄시로오~ 18 들아탈수2005-12-16 19:31:39 요즘 고무판 들어오는 재미의 반은 아스크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ㅎㅎ 잘 보고 갑니다 19 구정물2005-12-16 19:52:50 으음..20 안에는..? 20 질라르디노2005-12-16 20:06:08 건필하세요~ 21 천혼귀2005-12-16 20:36:34 건필하세요! 22 카르나인2005-12-16 20:44:40 우오오오오 잼있당@.@ 23 떠도는바람2005-12-16 20:44:47 캬~ 비록 예전화 처럼 30k는 아니더라도 10k만 넘기면 되욤~~ 24 김백호2005-12-16 21:35:27 솜사탕님, 건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캘시퍼님, 과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3월달부터는 정신차리고 일을 해야 해서요. 이상을 향해 달리는 것도 좋지만, 접을 땐 접어야겠죠. 언제까지 집에서 놀면서 글만 적을 순 없으니까요^^; bulum님도 감기조심하세요. 데스카님, 네, 확실히 일요일밤부터 지속된 행군이 조금 힘든 시점이네요. 어서 빨리 주말이 와서 하루 쉬었으면 합니다^^; 아리오스님, 응원받아서 끝까지 살아남도록 하겠습니다. 엠피티니스님, 얘기 들으니까 왠지 섬뜩합니다. 전 혈소판이 부족해서 피 빨아먹어봤자 별로라는, 참, 오타지적 정말 감사드립니다. 바로 수정했습니다. 사냥완료님, 네, 북두의권의 명대사죠. 어렸을 때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조금 야하기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는^^ 들아탈수님, 감사합니다. 더욱 더 재미있는 글을 적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구정물님, 네, 20위안에 들으셨다는;; 한번 쏘셔야 할듯;; 질라르디노님, 감사합니다. 천혼귀님, 댓글 잊지 않고 남겨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르나인님,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정말 뿌듯합니다. 꾸벅~ 떠도는바람님, 사실 저도 주 5일째하고 싶다는ㅠ.ㅠ 금요일이랑 토요일분량 적을 때는 조금 힘이 드네요. 이게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25 Cross2005-12-16 21:59:10 잘 읽고 갑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 26 쾌인2005-12-16 22:13:52 아 요새 흡입력이 너무 강해요! 하늘이 보이네요??^^ 소피아는..단역??ㅠ_ㅠ 건필하세요!^^ 27 아라라2005-12-16 23:24:51 아니, 이런!! 올리비에랑 로젠 이렇게 죽는 건가요? 로젠은 우리 똥꼬의 스승님이 되어줘야지요~~ 다음 편 너무 기대되요; 잘 봤습니다! 28 松竹2005-12-17 00:10:04 담편은 외눈박이 늑대씬이겠고 그 담편이 쥔공 스콜의 등장일까요? 손도 아직 정상이 아닌데..어찌 잘 할랑가 모르겄습니다. 스콜 힘내~크크큭(왠지 더 다치길 바라는 듯한....) 29 김백호2005-12-17 00:29:42 Cross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이 부분이 재미있게 써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중압감에 눌리고 있습니다ㅠ.ㅠ 쾌인님, 아마도 아스크의 이야기가 본궤도에 오르다보니까 그런 듯 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그리고 소피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자드키엘의 휠체어를... 아라라님, 로젠이 아닙니다. 듀란에게 용섬기를 가르쳐주는 건 외눈박이 늑대 악셀대장이고, 로젠과 올리비에는 쉽게 말해 쫄병이죠. 송죽님, 왠지 악랄한 카르마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는;; 30 절영검2005-12-17 02:12:11 후훗 힘내세요 31 닥2005-12-17 12:38:27 건필하세요^^* 재밌어요^^ 32 血死魔人2005-12-17 20:23:59 건필하세요 `` 33 가을흔적2005-12-29 13:05:48 ^^* 34 아트리2005-12-29 13:13:53 휘리릭~~~ 35 날랭2005-12-30 22:47:06 건필하세요.. 아직도.. 기관지 염이...흑... 36 소검무제2006-01-04 00:23:50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7 창공의바람2006-01-11 12:39:37 天이라~ ㅋㅋ 그나저나 거물급 등장이로군요~~ 38 김백호2006-01-11 12:43:19 네, 클로비스 샤를마뉴 정도면 거물급이죠^^; 39 절도범산타2006-01-13 16:53:26 거물~ 40 Σ비호란™2006-01-19 19:49:57 잘보고갑니다^^ 41 소면살우2006-01-21 16:35:11 너는 이미 죽어있다...명대사를 남기고 사라져가겠군요...ㅎㅎ 42 ☆행복☆2006-01-25 06:00:03 방금 프레키가 처절하게 장면을.... 뭐하는 장면이요??? ㅎㅎ 중간에 한 단어 빠진듯... 이거 완전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잠도 안자고 지금 완전 버닝중입니다 43 김백호2006-01-25 17:08:05 앗,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지금 찾아서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44 절대꼭미남2006-01-28 02:55:13 너는 죽었다!!!! 스콜 출동!! 뚜등~ 뚜등~ 건필하세요 45 破邪神劍2006-01-30 22:43:02 후음... 중간보스 등장! 46 巨時期2006-02-04 17:22:27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7 火狼2006-02-20 14:41:19 잘보고 갑니다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5화 [69]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3화 [47]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17 00:43:24 고친날 2005-12-31 02:41:13 읽은수 2249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5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 19화 정의와 위선의 경계 비가 그치려 하고 있다. 밤새도록 줄기차게 울던 하늘은 이제 조금만 있으면 태양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눈물진 얼굴을 지우고 있었다. 짙은 먹구름이 모습을 감추고, 천연덕스런 달빛과 별빛이 지상에 도래하자 반대로 클로비스의 잔인한 갑옷은 더욱 선명한 악의를 드러냈다. 한밤중에, 거기다가 비까지 내려서 검은 갑옷에 아기들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뿔이 연약한 몸통을 삐져나올 정도로 심하게 관통하고 있고, 밧줄이 오랏줄처럼 아기들을 꼭꼭 묶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었다. 십여 명중에 몇몇은 죽어있었지만, 대부분의 아기들이 몸통이 관통당한 채로 살아있었다. 클로비스가 내뿜는 카르마가 아기들의 생명을 겨우 유지시켜주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생명을 짜내는 것 같은 울음소리를 들어볼 때 여린 몸통을 꿰뚫는 고통은 모른 척 하고 있는 듯 했다. 악셀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잔혹한 장면에 외눈을 찌푸리며 그에게 한걸음씩 걸어갔다. '어째서일까? 저렇게 불필요한 인질을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강한 자가 어째서?' 클로비스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던 그의 의구심은 오래갈 수 없었다. 흑마가 빗물과 핏물로 더럽혀진 진흙탕을 밟으며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악셀은 닥쳐오는 지독한 카르마를 상대해내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카르마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탐색전 같은 건 무의미했다. 단숨에 전력을 다한다. "용아!" 용의 어금니라는 뜻처럼 상하로 벌린 두 손이 날카로운 카르마로 가득 찼다. 양다리를 살짝 벌려 기마자세를 취한 악셀은 왼손은 겨드랑에 꼭 붙이고, 오른손은 달려오는 클로비스를 향해 쭉 뻗었다. 두 손으로 공기를 잡아 뜯을 듯이 쥔 악셀은 빠르게 달려오는 흑마에 탄 클로비스를 노려보았다. 격돌! 클로비스가 흑마의 고삐를 당기며 검을 휘둘렀다. 어둠을 찢어버리는 눈부신 검광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악셀은 그대로 자세를 숙인 채 흑마의 다리를 노리며 파고들었다. 기사의 최대의 장점과 단점은 바로 말이다. 말위에 있음으로 해서 가속을 받아 직선공격은 더욱 매서워질지는 모르나, 사선에서 들어오는 공격에 대해선 방어가 미흡했다. 악셀은 낮은 자세로 파고들어 카르마가 충만하게 뭉친 두 손으로 흑마의 앞다리를 잡아 뜯으려고 했다. 우선은 중심을 흐트러뜨리는 게 순서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무섭게 휘두른 두 손은 알 수 없는 반탄력에 의해 튕겨져 버렸다. "크윽!" 흑마의 앞다리를 잡아 뜯으려 했던 찰나 손톱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순수한 카르마로 이루어진 얇은 장막 앞에 악셀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장막이 존재하는지는 몰라도 그걸 뚫지 못하는 이상 이긴다는 건 불가능했다. "궁금하냐?" 클로비스가 떨어져서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 있는 악셀의 의중을 엿보고 무거운 목소리를 흘렸다. "정체가 뭐냐?" "나이트, 아슈타파다에서 나이트는 킹을 지키는 절대방패와 적을 뛰어넘는 기동성을 가졌다." "절대방패라고?" 악셀은 클로비스의 말을 전부 이해하진 못했다. 그가 알고 있기로 아슈타파다는 고대체스를 뜻했으며 나이트는 그 자신을 지칭하는 것 같았다. 그런 나이트가 '절대방패'를 가졌으면 그 상위개념인 룩, 비숍, 퀸, 킹은 도대체 어떠한 능력을 가졌단 말인가! 기가 찰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상위개념은 고사하고, 대륙 최고라 불리는 자신의 주먹이 나이트에게도 통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이트라? 어쩌면 그런 생각은 매우 광오에서 비롯된 건지도 몰랐다. 분명 악셀은 현재 대륙에 살고 있는 인간들 중에서 가장 강한 주먹을 가진 사나이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의 앞에 있는 흑기사 클로비스가 어떠한 자인지 안다면 그는 주먹을 거둬들어야만 했다. 샤를마뉴제국 초대황제 클로비스는 살아있을 당시에도 악셀보다 강했으며, 마성의 카르마를 얻은 지금은 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함을 손에 넣게 되었다. "저항해라." "뭐라고?" "저항해라. 철저한 절망을 곁들어 죽여주마." 방금 전 올리비에나 로젠을 상대할 때완 달리 악셀을 상대하는 클로비스는 유난히 말이 많았다. 즉, 악셀은 그들과는 다르게 유흥의 상대는 된다는 말이었다. 이건 어쩌면 칭찬으로 받아들어야 할 문제였지만, 아쉽게도 그런 말을 듣고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닥쳐라! 용익(龍翼)!" 악셀이 진흙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정말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높이 날아오른 악셀은 마치 매가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지상으로 낙하하듯 클로비스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 머리부터 낙하하던 악셀의 신형이 갑작스레 공중제비를 돌며 회전력이 실린 발차기로 클로비스의 투구부분을 강하게 걷어찼다. 파팍! 악셀의 발길질은 클로비스의 투구의 뿔도 건들지 못하고, 대기 중에 강렬한 스파크만을 남기며 무위로 끝나버렸다. 그는 공격을 가한 다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땅바닥에 불안정하게 착지했다. 투구조차도 그가 말했던 절대방패로 감싸여있는 것 같았다. 몸 전체가 강한 카르마로 둘러싸여있다면 카르마를 모아 한곳만이라도 집중공략을 해야 뚫을 가능성이 있었다. "힘들 것 같군." "다 한거냐?" 기대했던 것 이하라는 말투를 내뱉은 클로비스가 고삐를 당겨 말머리를 틀며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휘익! 자그마친 5M가량 떨어져있었는데 날카로운 칼날에 베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악셀은 흙탕물이 깔린 땅바닥을 구르며 아슬아슬하게 칼날처럼 쏘아진 카르마를 피해내었다. 핏물과 흙탕물이 스며들어 입고 있던 천 옷과 갑옷이 더러워졌지만, 그런 걸 신경 쓸 틈은 없었다. 그는 왼손으로 오른손목을 감아쥐며 두 손에 모여 있던 카르마를 한 손에 몰아넣기 시작했다. "용조(龍爪)" 용섬기의 마지막 기술, 자폭을 하면서까지 모든 걸 멸해버리는 용섬에 이르기 전 오의가 그의 주먹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여의주를 쥐고 있는 용의 강렬한 발톱처럼 구부리고 있던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뻘겋게 물들어갔다. "각오해라! 하압!" "흥." 단조로운 듯 보이면서도 수없이 많은 길을 열어놓고,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경고를 하는 듯한 현란한 움직임을 펼친 악셀은 눈 깜짝할 사이에 클로비스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콰직! 악셀의 신형이 다시 나타난 곳은 클로비스의 등 뒤에서였다. 완벽하게 사라졌던 그가 등 뒤를 노리고 용의 발톱을 휘두른 것이다. 악셀의 모든 카르마가 한 손에 뭉쳐졌기에 절대방패는 순간적이나마 뚫렸지만, 그가 입고 있는 갑옷에는 결정적으로 상처를 줄 수가 없었다. "앙앙~" "응에~" 아직 살아있는 아기들이 클로비스의 등에 매달려서 울고 있다. 아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망설인 것이 실수였다. 이미 투구 속에 가려져있던 클로비스의 입가엔 가소롭다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멍청한 놈!" 퍼억! 클로비스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고삐를 쥐고 있던 왼 주먹으로 악셀의 머리통을 후려갈겨버렸다. 주먹을 맞고 나가 떨어져버린 악셀, 그는 버려진 쓰레기처럼 한참동안 땅바닥을 뒹굴더니 겨우 멈춰 섰다. "크으윽!" 피를 흘리며, 피를 토하면서도 이를 꽉 깨문다. 부들부들 떨리는 두 팔로 땅바닥을 짚고, 겨우 일어서는 악셀에게 클로비스는 더 이상의 여유를 주지 않고 사형집행인이라도 된 듯 천천히 다가서고 있었다. "흥, 자신의 목숨 하나 간수하지 못하면서, 어째서 남의 목숨까지 챙기려고 하는 거냐?" "……."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크나큰 실수임에는 틀림없었다. 아기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도 그를 쓰러뜨렸다면, 악셀을 비롯한 용병들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건 그들의 입장이었다.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았다고? 열을 위해 하나가 죽는 것보다 하나를 위해 열이 죽는 게 올바르다는 말이냐? 세상을 너무 아름답게만 보고 있는 거 아냐? 지금 주위에 있는 용병들을 봐라. 네 녀석을 처절하게 원망하고 있을 걸." 클로비스의 비웃음이 곁들어진 말을 듣고, 악셀은 부들부들 떨리는 고개를 돌리며 이곳으로 달려오는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겐 미안했다. 허나 그는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신할 수 있었다. "훗, 내가 세상을 아름답게 본다고? 내 비록 남들보다 눈 하나가 적지만, 눈이 하나 적다해서 남들과 다른 세상을 보는 건 아니다. 내 외눈에 비춰진 세상은 분명 아름답다! 세상이 더럽고 추악하게 보인다면 그건 네 녀석의 눈동자에 먼지가 끼어있기 때문이다!" 외눈박이 늑대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렇게 울부짖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악셀에게 달려온 올리비에와 로젠을 포함한 용병들이 그를 호위하기 시작했다. "대장님을 해치우려면 우리부터 죽여야 할 거다!" 악셀의 앞에서 올리비에가 다가오는 클로비스에게 무서운 속도로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화살을 시위에 물리는 오른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화살은 비록 클로비스를 쓰러뜨리지는 못했지만, 다가오는 흑마의 걸음은 잠시 멈출 수 있었다. 올리비에도 그러한 사실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악셀을 이곳에서 피하게 할 시간만 벌면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의 화살 통에는 화살이 더 이상 없었다. 끊어질 듯한 근육들의 비명을 참아가며 쏘아대었지만, 그녀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었다. "제기랄! 안돼!" 절망과 좌절에 빠진 올리비에는 지금 상황에선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활과 화살 통을 던져버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장검을 빼어들었다. 무모하단 걸 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해서 1분이라도, 10초라도 버텨내 악셀이 살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악셀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1분에, 10초에 맡긴 것이다. 그녀의 갸륵한 정신이 전해진 걸까? 그녀의 옆으로 로젠을 포함한 수십 명의 용병들이 나란히 서서 흑마를 타고 다가오는 클로비스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그를 막을 수 있는 자가 없다는 사실을, 태양을 쫓는 자 루테올룸이 몇 명이 무너졌는지 모른다. 심연을 걷는 자 카이룰레움도 둘이나 무너졌다. 심지어는 파멸을 부르는 자 루브룸마저도 무너져버렸다. 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인간 중에는 없는 듯 했다. 아니, 단 한명 용병왕 아스크라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는 이곳에 없었다. "로젠, 그 동안 고마웠어." "치! 아직 작별인사를 하기엔 일러!" "그, 그런가?" 올리비에는 속으로 죽음을 직감하고 비장함이 감도는 말을 내뱉었지만 로젠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크게 소리치며 천천히 다가오는 클로비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찢어죽일 정도로 살기가 오가는 전장의 한복판, 그곳으로 한 남자가 너무나 여유롭게 걸어 들어왔다. 비에 젖은 붉은 장발이 얼굴에 착 달라붙어서 눈을 가리고 있었다. 피로 물든 검은 색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는 산책을 하듯 클로비스와 용병들의 사이로 들어오더니 목을 꺾으며 '으드득'하는 시원한 소리를 내었다. 올리비에는 그 남자가 누구인지 대번에 알아보았다. 제국오화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여인의 옆에서 간호를 하고 있던 남자, 긴 머리카락과 오른손에 붕대를 한 것을 보고 오늘밤 죽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남자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아직 살아있었다. 살아있을 뿐 아니라 겁을 상실했는지 무적을 자랑하는 흑기사에게 덤비려하고 있었다. "칸디둠! 비켜! 위험해!" 통성명조차 할 기회가 없었기에 올리비에는 그의 계급을 불렀고, 그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여전히 탄탄한 등을 보이며 다가오는 흑기사의 정면에 서있었다. "누가 저 멍청이 좀 데려와!" 올리비에의 말을 듣고도 어느 누구하나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마를 몰고 바로 앞까지 다가온 클로비스와 스콜의 거리가 너무나 가까웠다. 게다가 클로비스의 뒤에는 빽빽하게 마물들이 서있었다. 올리비에는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생명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은 듯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일 검으로 죽일 수 있는 거리에 있는데도 클로비스는 쉽게 검을 휘두르지 않고, 칸디둠인 스콜의 앞에 말을 타고 가만히 서있었다. "……." "……." 묘하게도 무거운 정적이 감돈다. 모두의 시선이 지금 전장의 한복판에 쏠려있었던 것이다. 먼저 클로비스가 고삐를 쥐고 있던 왼손을 들어 스콜을 도발했다. "애송이, 덤벼라." 클로비스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은 전장을 울렸다. 스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낡고 볼품없는 장검의 끝으로 그를 겨눌 뿐이었다. - - - - - - - - - - - - - 절 취 선 - - - - - - - - - - - - -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암행2005-12-17 00:48:22 으읔 끊겼다. 2 Cross2005-12-17 00:49:36 조회수 한자리 숫자일때 읽는 이 기분이란~~ ^^; 항상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그런데 절취선의 정체는???-_-;;ㅎㅎ 3 아리오스2005-12-17 00:56:00 아마 절취선에 정체는 절단마공? 아님 나머진 1시간 후에 올린다던지.... 무조건 후자에 올인 하겠음 믿어요 작가님... 아 연참대전 규칙땜에 안될려나... 4 dragon-def2005-12-17 01:01:40 아 담편이 궁금혀라~ 5 김백호2005-12-17 01:04:00 암행님, Cross님, 아리오스님, dragon-def님, 리플 감사히 접수했습니다. 절단마공의 상승무공으로 절취선공이라고 합니다. 선작수가 떨어질 때, 떨어지는 선작수를 잡기 위해 글쟁이가 부리는 사파최고의 초절정무공이죠-_-v 6 재미루2005-12-17 01:08:05 으읔..절단마공 정말 무섭습니다... 다음화가 기대돼서 잠을 이룰 수 없을듯 한데...ㅠ 7 닥2005-12-17 01:12:35 건필하세요^^* 8 투덜투덜이2005-12-17 01:30:47 ---------------------------댓글 절취선-------------------------- 보복입니당 ㅋ 9 들아탈수2005-12-17 01:39:03 헛 횡재했다 -_-; 자기 전에 한 편 더 보고 가네요... 보고 나니 안 보고 담편까지 몰아볼 껄 하는 생각도 드는 -_-a 10 난악마다2005-12-17 02:05:22 무슨짓입니까//절취선이리..퍽.. 잘보고갑니다 ㅎ 11 절영검2005-12-17 02:15:26 절취선의 압박이군요... 작가님의 농간에 맘상하는 독자 ㅠㅠ 12 김백호2005-12-17 02:32:06 재미루님, 닥님, 투덜투덜이님, 들아탈수님, 낙악마다님, 절영검님, 리플 감사히 읽었습니다. 그러데 농간은 절대 아닙니다ㅠ.ㅠ 사실 절취선에도 약간의 비밀이 있답니다. 제 스스로 절정이라 생각하는 부분, 스콜이 악마와 싸우기 직전에 절취선을 넣어본 것입니다. 앞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콜vs벨리알, 그리고 지금이 스콜vs클로비스죠^^ 13 60일탈출2005-12-17 02:41:43 오 일부러 "절 취 선"이라고 쓴건가!! 그렇게 나오신다면 다음편을 기다리는게 인지상정 14 아라라2005-12-17 03:39:47 이런, 전 편에서 로젠이랑 악셀을 헷갈렸군요.ㅠㅠ;; 절단마공이라니~! 다음 편 기대할게요! 15 만년근산삼2005-12-17 03:53:38 흐흐......;; 16 캘시퍼2005-12-17 06:00:29 저 절취선은 다분히 의도적인데.. 아마 이렇게 분노하는 저희들을 상상하면서. 웃으며 글을 쓰셨을듯.^^ 근데, 딱 10K 에 맞춰서 절단되는건.. 어마어마한 경지인데.. ㅡㅡ;; 17 엠프티니스2005-12-17 06:33:26 연참대전 보니... 아스크 순위가 계속 내려가는 ㅠ.ㅠ 맨처음에 4위였었는데.. 지금 이 순간은 10위;;; 독자들 모두의 내공을 드릴테니 어서 연참신공을 극성으로 전개해 주시와요 ㅎㅎ 건 필~! 18 HolySoul2005-12-17 06:59:00 으헤헤 학교가기 전에 보고 갑네다아~ 19 하얀나그네2005-12-17 07:02:46 아침에 읽는 아스크는 너무 재밌어!! 건필!! 좋은 주말 되세요~ 20 양성민2005-12-17 08:15:56 칫 절단 마공. 21 솜사탕2005-12-17 08:30:35 정말...ㅠㅠ..절단 마공 좀..아침부터 주화입마에....ㅠㅠ; 22 박선생님2005-12-17 09:22:26 ggg 23 bulum2005-12-17 09:35:00 갈수록 재미있어지는군요. 잘보고 갑니다. 감기조심하세요. 24 엠프티니스2005-12-17 10:19:54 오타 발견 ㅎㅎ 그런 나이트가 '절대방패'를 [ 가졌다는 ] 그 상위개념인 룩. 비숍.퀸.킹 ~~ -> 가졌다는 <- 25 엠프티니스2005-12-17 10:23:07 아...그리고 절취선이라면. ㅎㅎㅎ [가위] 로 쓰윽~ 그어버려야지 ㅋㅋ ㅎㅎ 26 노란병아리2005-12-17 10:42:44 그나저나. 내 마누라는 엘프에 나오는 늑대왕 엑셀이 자꾸 생각나는 이유는 이름이 비슷하고 같은 늑대라서 일지도 모릅니다 ㅋㅋㅋㅋㅋ 27 노란병아리2005-12-17 10:49:57 용의 강렬한 발통처럼->발톱 28 松竹2005-12-17 11:49:53 상쾌한 아침부터 절단 마공...쿨럭 주화입마의 초입에 들었습니다. 쿨럭쿨럭..에취~~~ 여튼 내일 또 뵙기를 바라며...콜록... 29 엘렌드2005-12-17 12:09:44 이번 절단마공은 위력이 대단하군요. 으윽 30 천혼귀2005-12-17 12:14:28 건필하세요! 31 JackieYoon2005-12-17 12:23:43 어라랏.. 절단 마공에 이은 절취마공까지... 연참신공은 언제쯤 나오나요 32 떠도는바람2005-12-17 12:30:13 너무 해요 정말....정말... 작가님 미워~... 33 Painkiller2005-12-17 12:37:50 아..정말...매정해요..ㅡ.ㅜ 34 크리노아2005-12-17 12:40:25 아......절취선 보고 순간 욱하는 성격이 도졌네요. 잘 보고 갑니다......(다음 편 빨리 올리셔야 할 겁니다 클클...) 35 아는여자2005-12-17 12:54:15 ...........................................................작가님 머하삼 -_-+ 36 엠프티니스2005-12-17 13:16:16 작가님께서는 지금 독자들이 넘겨준 막내한 내공을 다스리시고 연참신공을 극성으로 익히시기 위해, 마계의 지하 석실에서 수련중이시랍니다 ㅋㅋ;; 37 엠프티니스2005-12-17 13:17:52 아!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아스크 코멘트 달린거 중에서 가장 많은 코멘트가 달렸던 글이 42개던데 ㅎㅎ 이번엔 50 넘겨봅시다 ㅎㅎ 38 악종2005-12-17 14:21:38 그럼 50개 넘기기에 저도 하나 보탭니다^^ 건필하시고 이주정도 남은 2005년!! 마무리 잘하시기를~~ 39 !!2005-12-17 14:24:44 [del] ...조낸 화난다...절단마공... 40 엠프티니스2005-12-17 14:27:36 절단마공이 아닌 절취선공이라고 하시던걸요? ㅋㅋ;; 훔.. 아직까지 작가분이 모습을 안 보여주시는거 보니... 아무래두 내공을 너무 많이 보냈나 봅니다 ㅋ;; 어마어마한 카르마를 지닌 내공을 감당하지 못하시고 쓰러지신듯 ㅋ;; 41 검검2005-12-17 14:50:37 잘 읽었습니다. 흠....선작수와 조회수를 극대화 시킬 방도를 연구중입니다 ^^+ 42 朔月2005-12-17 14:59:27 엄청나군요. 다음화를 보고 싶어 손이 달달 떨릴 정도입니다. 큭, 벨리알 때도 그랬지만 위험할 때에 나타나는 나태한 주인공 ^^ 50까지 앞으로 9개 남았습니닷! 43 김백호2005-12-17 17:30:43 리플 정말 감사히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확 띄는 문구, 선작수와 조회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혹시 친구들에게 아스크를 권한다던지... 쿨럭... 44 쾌인2005-12-17 18:07:35 ㅌㅌㅌ 다음글읽으러!ㅋ 45 엠프티니스2005-12-17 18:58:14 ㅋㅋ 이제 45개다 ㅋㅋ ㅋㅋ50까지 5개 남았네요 ㅋㅋ 여러분 어서 올리3 ㅋ 46 同安2005-12-17 20:04:57 아~~ 절단마공.. 47 독일건달2005-12-18 16:57:28 다음편이 한편 더 있는것을 알았다 해도 절취선이라는 말을 보는순간 덜커덕 48 감마2005-12-18 21:52:47 어허헉!!ㅋㅋ 마지막에 장검의 끝으로 그를 겨누었다를 끝으로 그었다. ------절취선------ 으로 봣다는 지금 무지하게 혼자웃는중 ㅋㅋ 49 가을흔적2005-12-29 13:09:29 ^^* 50 아트리2005-12-29 13:20:45 절취선 ㅋㅋㅋ휘리릭~~~ 51 날랭2005-12-30 22:51:51 48/ ㅋㅋㅋ.... 그리고 오타있습니다.. 아이셔츠 ->와이셔츠 52 김백호2005-12-31 02:39:06 앗,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53 소검무제2006-01-04 00:26:43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54 insaneMast2006-01-07 09:57:15 마공을 초월하여 도를 얻고 절단선공의 경지에 이르면 절취선이라는 도구 없이도 만인을 절단절망의 상태에 빠뜨리며 글의 첫 문장을 보는것 만으로도 느껴지는 절단지기의 위압감이 독자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고 합니다. 대성하시길.. 55 김백호2006-01-07 11:01:33 감사합니다. 허나, 제가 쓰는 무공의 이름은 절취선공입니다. 13번의 검기를 날린 후 '절취선'이라고 외치고 다시 13번의 검기를 날리는 것입니다. 56 창공의바람2006-01-11 12:46:18 크윽... 절취선공!~ 주화입마에 빠질뻔했다는;;; 57 Σ비호란™2006-01-19 19:52:16 잘보고갑니다^^ 58 소면살우2006-01-21 16:41:35 신공연마 중이셨군요...;; 덕분에 독자들은 쓰러집니다~_~; 잘 보고 다음편으로 갑니다~ ㅎㅎ 59 김백호2006-01-21 17:05:20 네, 대성하는 그날까지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60 절대꼭미남2006-01-28 03:02:46 드뎌 드뎌 보고 싶은 장면이 나오는군 기대 기대~ 건필하세요 61 김백호2006-01-28 03:36:47 하하하, 그렇습니까? 62 破邪神劍2006-01-30 22:47:26 미스텔레인이 있어야할텐데.. 63 巨時期2006-02-04 17:36:25 커헉! 저...절취선에... 주...주화입마에.... 쿨럭 64 김백호2006-02-05 07:34:40 그래도 당일날의 충격보단 덜 하실 듯 합니다-_-a 65 모른다니까2006-02-13 00:08:49 앗..._-ㅁ 금단의 절단마공_-ㅁ 66 김백호2006-02-13 14:29:58 흠흠, 절취선공입니다. 67 火狼2006-02-20 14:45:32 이놈의 절취선...ㅡㅡ 68 쾌감조루2006-02-23 11:23:32 ㅎㅎㅎㅎ 절취선 멋지네요..근데 담이 궁금 ㅋ 69 김백호2006-02-23 18:18:18 궁금하라고 그어놓은 것이죠. 후훗.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6화 [47]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4화 [47]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17 16:01:37 고친날 2005-12-17 16:37:05 읽은수 2247 [ 8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6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올리비에와 로젠을 비롯한 용병들은 스콜이 흑기사에게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너무 늦었어.' 냉정한 성격의 그녀였지만, 뻔히 눈앞에서 사람 하나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흔들렸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앞으로 달려가 그를 구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구하기엔 시간상으로 철저히 부족했다. 저벅! 수많은 걱정과 우려 속에서 스콜은 오히려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딛었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그는 한 걸음 내딛는 것으론 부족했는지 왼손에 쥔 낡은 장검으로 찌르기를 구사했다. 슈욱! 그의 검은 프레키의 검처럼 눈부신 빛은커녕, 일반인이 휘두르는 검속에 비해서도 느린 듯 했다. 게다가 어린아이도 검로(劍路)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저런 게 통할 리 없잖아! 바보 같은!' 올리비에는 카르마도 느껴지지 않는 형편없는 찌르기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피했으나 묘하게도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소피아와 휠체어를 탄 자드키엘의 표정은 너무나 여유로웠다. 아침에 이들을 막사에서 볼 때만 하더라도 저 앞에 있는 남자와 꽤나 친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듯 하다. 제국오화, 같은 여자가 봐도 아름다운 소피아의 눈빛은 조금은 걱정이 묻어있었으나 휠체어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자드키엘의 눈빛엔, 뭐랄까, 순수한 흥미로움이 맺혀있었다. 붕대를 칭칭 감았지만, 순간 보였다. 그는 투우장에서 막 시작하려는 투우사와 황소의 싸움을 관전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째서?' 올리비에는 잠시 외면했던 시선을 다시 정면에 두었다. "헉!"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느릿하고 평이하게 들어간 검이 그 어떤 맹공으로도 뚫리지 않던 흑기사의 카르마를 뚫고, 아기의 몸통을 뚫고, 갑옷을 뚫고 박혀있었다. "크윽, 네 녀석!" 검은 갑옷이었지만, 선명한 핏줄기가 보인다. 스콜은 투구에 가려졌다고 하더라도 놀란 클로비스의 표정을 읽었는지 듀란이 자주 짓던 비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이미 밤이 시작되어 마물의 습격이 있기 전부터 완벽하게 카르마를 감추고 있었다. 적들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를 속여 오며 단 한순간을 노렸던 것이다. 느릿하게 찔러 들어가는 그 순간, 그의 카르마는 여지없이 폭발했다. 감춰두었던, 아껴두었던 카르마가 찰나의 시간의 빌어 검에 담기자, 절대방패라고 불렸던 카르마는 찢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증거로 클로비스의 복근부분에서 검은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흥,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나? 나의 방심을 유도했던 거냐?" 배를 뚫고 파고든 스콜의 칼날을 잡아서 부셔버린 클로비스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쉽게 걸려들진 몰랐다." 스콜의 비소와 함께 내뱉어진 말에 공격을 당한 것보다 더 치욕감을 느낀 클로비스, 아무리 방심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카르마를 뚫는 인간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상상조차 못했다? 어째서 상상조차 못했던 걸까? 클로비스는 우선 분탕해진 마음을 가라앉혀야만 했다. "혹시 네 녀석이 벨리알을 쓰러뜨렸냐?" 이렇게 강한 자라면 흔치 않을 것이라는 클로비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 녀석도 너처럼 방심하다가 죽었다." "그런가? 벨리알을 죽인 인간이 있다고 해서 보고 싶었는데, 네 녀석이었군." 스콜의 검에 배가 찔려서 검은 피를 쏟으면서도 클로비스는 상처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흥미로운 눈길을 보냈다. 방심했다고는 하나, 벨리알을 죽였다면 상대는 인정받아 마땅했다. '강한 것뿐만 아니라 교활하고 잔인하기까지 한 녀석이다.' 그의 몸을 보호하는 절대방패를 뚫은 건 그렇다 쳐도 아기가 있었는데도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찔렀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클로비스는 흑마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그가 흑마에서 한 걸음 정도 떨어지자 그전까지 거친 파도처럼 밀려들던 카르마가 사실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게 아니라, 그가 타고 있던 흑마가 내뿜는 카르마였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의 카르마는? 한 마디로 태산이 무너지는 듯 했다. 사실 흑마는 클로비스에게 있어서 일종의 결계에 지나지 않았다. 외부의 카르마를 안으로 파고들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있었지만, 그의 카르마 역시 외부로 표출하지 않게 만든다. 즉, 그가 말에서 내렸다는 건 전력을 다하겠다는 말이었다. "재미있겠군." "흥! 자신만만한 것도 지금뿐일 거다! 간다!" 친절히 공격하겠다고 말해준 클로비스, 그러나 그의 검은 결코 친절하지도 너그럽지도 못했다. 검에 뭉쳐있는 충만한 카르마가 휘두를 때마다 폭발할 듯 일렁거렸다. 반 토막 난 검 하나를 들고 매섭게 휘둘러지는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스콜을 보면서도 주위에 있던 용병들은 어느 누구하나 그를 도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기가 드센 올리비에마저도 클로비스의 몸에서 철철 넘쳐흐르는 태산 같은 카르마에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도, 도망쳐!" 이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전장전체에 흐르는 긴장된 공기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답답함 속에서도 올리비에는 입술을 떼어 그에게 도망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들리지 않는 것인지 클로비스의 검을 피하면서도 스콜은 떨어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도망이라?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크크큭." 올리비에의 겁에 질린 목소리를 들은 자드키엘이 껄끄러운 웃음소리를 내며 대꾸했다. "넌 지금 너의 친구가 죽게 생겼는데 웃음이 나와?" "어머! 방금 누가 죽는다고 그러셨어요? 스콜오라버니 같은 미남이 저 검고 칙칙한 애한테 죽을 것 같나요? 스콜오라버니는 무적이에요. 사실 오라버니는……." 올리비에가 스콜의 죽음을 경고한 것을 두고, 자드키엘보다 소피아가 더 열을 올리며 반론을 던지다 갑작스레 말끝을 흐렸다. 하마터면 사실은 루브룸이라고 말할 뻔했다. "저 애가 뭐? 루브룸인 악셀대장님까지 당한 상황인 걸 모르니? 지금은 운이 좋아서 겨우 공격을 피하는 것뿐이야. 잘못해서 스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천부당만부당한 말이다.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올리비에가 알고 있는 그의 계급은 칸디둠이다. 그녀가 방금 말한 것처럼 루브룸인 악셀마저도 당한 상황에서 그가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해보였다. 흑기사가 말에서 내리기 전까진 전설의 영웅인 용병왕 아스크가 온다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가 오더라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에요! 그건 스콜오라버니를 모르니까 하는 소리죠! 오라버니는 루브룸보다 더 강한 칸디둠이에요!" 순 억지였다. 주위의 용병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너무 공포에 질린 나머지 헛소리까지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을 쉽게 넘길 수 없는 남자가 있었다. 듀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3월부터 지난 4개월 동안 스콜의 곁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다보니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순간 주마등처럼 스콜의 지난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처음 그는 카르마를 완벽하게 감추면서 반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프레키의 명치를 찔렀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기술이 카르마를 감추고 행해진 것이라고 여겼었는데, 실은 용섬기와 같은 원리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 스콜은 카르마를 찰나로 일으켜 극점을 공격한 거다. 너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져서 카르마를 감춘 걸로 생각한 거다.' 소름이 쫙 끼쳤다. 어둠의 검투장에서 검으로 불꽃을 만들어내던 사내, 잘츠부르크에서 소년암살집단 리버티의 에이스 롤랑을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걸리지 않아 쓰러뜨린 사내, 그래,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듀란은 그가 카이룰레움이라고 여겼었다. 그렇게 죄악의 붉은 달이 떴고, 그는 자신이 실은 공주를 지키는 임무를 맡은 자라고 스스로 밝혀왔었다. 그 뒤로 자드키엘을 만나게 되었고, 극히 소수만 아는 사실이지만, 신성왕국에서는 벨리알마저도 무찔렀다. 성기사 발터, 폭식의 악마 카프지엘, 그리고 자신까지 셋이서 덤벼도 당해내지 못했던 자를 혼자서 죽여 버렸다. 그 동안 시엘을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듀란은 매우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스콜은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는 거지?' 대륙에서 검으로 명성을 떨치는 자들을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쉽게 연상되는 인물이 없었다. "똥꼬, 추워? 왜 그래?" 사뭇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목소리가 그를 걱정해서 부른다. 여자친구이기 이전에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 시엘이 그의 눈동자를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었다. "비, 너무 많이 맞은 거 아냐?" "아냐. 괜찮아." 죄악의 붉은 달, 인류의 종말,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해 일어선 남자, 가정에 가정을 거듭하면서 스콜의 정체를 뒤쫓기 시작했다. 순간 머릿속에 벼락이 떨어졌다. '그가, 그가 용병왕이다!' 스스로 내린 결론을 속으로 되뇌던 듀란은 등줄기에서부터 안면까지 쫙 퍼지는 무시무시한 소름에 온몸을 떨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난화의 댓글을 읽어보니 글을 안 올릴 수가 없더군요. 휴일을 반납하고 올려드리는 글, 조금 짧더라도 즐감하셨길 바랍니다. 월요일날 빠질 수 없는 연말모임이 있어 오늘, 내일 적는 분량은 아마도 월요일, 화요일분량이 되어 일요일은 올려드리는 못하는 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주말 되시길...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劍虎2005-12-17 16:09:05 김백호님도 즐거운 주말되시고 건필하세요~~ 2 노란닭2005-12-17 16:09:29 2타이올시다 3 박진섭2005-12-17 16:14:12 어헉! 조회수 3! 4 박진섭2005-12-17 16:16:17 위에는 흥분해서 등수놀이를 했고;; 소설 잘 보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5 재미루2005-12-17 16:16:35 ㅎㅎ 재미있네요...올러온지 얼마 안되서 읽다니...이렇때가 젤좋아 ㅋ 6 실페리온2005-12-17 16:18:43 빙고, 듀란 정답! 7 크리노아2005-12-17 16:19:37 잘 보고 갑니다. 8 곰2005-12-17 16:35:41 [del] 잘보고 갑니다. 연참 ^^ 9 엘렌드2005-12-17 16:43:14 아스크는 하나씩보지말고 모아서봐야겠어요. 이거 원 하나보면 담편이 너무기다려지니.. 10 몽몽2005-12-17 16:43:30 잘보고갑니다 11 bulum2005-12-17 17:15:34 즐거은 주말되십시요. 잘보고 갑니다. 12 Claude2005-12-17 17:37:25 [del] ..윗분들처럼 좋은말을 못하겠군... 더욱더 연참을 바랍니다... 13 60일탈출2005-12-17 17:38:17 으음. 좀 적다니 아쉽긴 하지만 !! 내용이 알차면!! 14 쾌인2005-12-17 18:11:27 으악!!! 무시당하던 주인공이 엄청난 인물임이 밝혀지는 그 희열의 장면을... 소피아 많이 나왔으니까 뭐.. 어쩔수없죠!^^ 건필하세요! 15 캘시퍼2005-12-17 18:20:26 듀란을 세번째 제자로 삼으면 될듯 16 닥2005-12-17 18:22:53 건필하세요^^* 17 수능끝났32005-12-17 18:38:25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역시 여러 분들이 추천한 작품! 앞으로도 많이 써주세요~ 18 엠프티니스2005-12-17 19:06:00 이미 3번째 제자가 아닐까 싶은디 ㅎㅎ 암묵적이지만, 그에게서 무스펠을 배웠다는거 자체가.. 아. 그러고보니 듀란은 한번 보는 것 만으로도 그걸 다 기억해서 저번에 스콜이 보여준 무스펠의 프룻을 보고 단 시간에 프룻을 이끌어 냈으니. 어쩌면. 저번에 보여준 니플의 리미트도 잘하면 이끌어 낼지도?;; ㅋㅋ 19 악종2005-12-17 19:14:33 싸움의 절정을 다음주로 넘기신다니 ㅠㅠ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20 엔젤하트2005-12-17 19:25:51 ㅎㅎ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 21 들아탈수2005-12-17 19:52:54 ㅎㅎ 잘 보고 갑니닷 22 同安2005-12-17 20:09:37 똥꼬가 알아차렸군요.. (개인적으로 똥꼬라는 이름이 맘에든다는//) 다음 스토리가 기대되요~~ 23 血死魔人2005-12-17 20:32:40 건필하세요 `` 24 야요2005-12-17 20:50:50 백호 월요일날 않나와도 되니까 글이나 빨리빨리 올리라 25 빙시(氷矢)2005-12-17 22:34:58 역시 듀란은 제자감. 26 난악마다2005-12-17 23:39:29 연재만세~! 27 아라라2005-12-18 02:22:02 드디어 알아차린 똥꼬~^^ㅋ 28 샤이레일2005-12-18 12:18:22 이야 역시 스콜 너무 멋있습니다! 저도 몸에 소름이 돋는군요 29 질라르디노2005-12-18 16:20:47 똥꼬 니가 2짱해라 ㅋㅋㅋ 건필하세요~~ 30 실버울프2005-12-18 17:18:23 과여 진실이 밝혀지면 어덯게 될 것인가!!! 두둥!!! 스콜=아스크=루시퍼 일치함 ㅡㅡ 뭐 결과는 끝을 보면 알 수 있을듯.... 다른 분들도 아실터....ㅡㅡ 31 노란병아리2005-12-18 17:34:57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병아리 발자국 남겨요 32 풍검성가2005-12-18 18:02:51 [del] 아아 백호님 여기서 이렇게 인기를 끌고 계실 줄 ㅠㅠ 저도 정말 진심으로 기쁘군요. 몇 년간 백호님을 보아 온 저로서는, 백호님이 얼마나 자기 글에 애착이 대단한지 잘 아는지라. 이심전심이라고나 할까 붉은 서풍은 아니지만 아스크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걸 보니 저도 뭔가 가슴이 뭉클하네요. 꼭 득필하시길 기원합니다! 33 김백호2005-12-18 18:41:46 리플 감사히 읽었습니다. 주말내도록 열심히 집필중입니다. 월요일 되자마자 바로 올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 . 승혁님, 아니, 필우여! 도대체 어디서 연재하고 계십니까? 마녀넷에 연재하신다고 해서 바람의 인도자랑 라크로니시로 찾아봤는데 둘 다 없더군요. 혹시라도 이 글 확인하시면 어디서 활동중이신지 말씀 좀 해주십시오. 참, 그리고 붉은 서풍도 조아라에서 40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버럭! 버럭! 34 가을흔적2005-12-29 13:10:49 잘 보고 갑니다 35 아트리2005-12-29 13:27:59 휘리릭~~~ 36 날랭2005-12-30 22:56:34 건필하세요~^^ 37 소검무제2006-01-04 00:29:34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8 창공의바람2006-01-11 12:53:49 똥꼬... 눈썰미가 없구나... 39 Σ비호란™2006-01-19 19:54:51 잘보고갑니다^^ 40 소면살우2006-01-21 16:47:29 똥꼬 춥구나...; 41 절대꼭미남2006-01-28 03:09:39 허억 허억 마지막은 저도 등골의 전율이 돋는군요 너무 몰입해버렷네 ;; 제가 듀란의 입장에 서봐서 잠시 스콜의 정체를 파악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됬는데... 소름이 확 돋치면서 전율이 -_-; 좋아요+,+ 건필하세요 42 김백호2006-01-28 03:43:27 저도 이 장면을 적을 때는 듀란에게 감정이입해서 적으면서 즐겼던 걸로 기억합니다. 조금은 그 카르마가 영향을 끼친 것 같네요. 이미 절대꼭미남님은 저의 마수안에 걸렸다는!! 43 破邪神劍2006-01-30 22:50:17 짜슥 드디어 알아챘군 ㅎㅎ 44 김백호2006-01-30 23:06:47 너무 늦게 알았죠^^ 45 巨時期2006-02-04 17:45:48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6 모른다니까2006-02-13 00:12:34 수고!~ 47 火狼2006-02-20 14:48:10 오오 알아냈다...건필하세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7화 [50]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5화 [69]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19 00:12:19 고친날 2006-01-28 03:45:23 읽은수 2306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7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는 멈췄지만, 듀란은 감기 걸린 강아지마냥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똥꼬, 왜 자꾸 떨어? 정말 괜찮아?" "응, 괜찮은 것 같아." 시엘의 질문에 겨우 대답할 수 있었다. 숨이 벅차오른다. 듀란은 흑기사의 앞에 있는 그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검 한 자루 없는데도 루브룸인 악셀마저 무너뜨렸던 흑기사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시간을 벌 수 있는 남자, 지금 상황조차도 그가 용병왕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용병왕은 모든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나 특히 대검에 능하다!' 역사에서는 지워졌다고 하더라도 서점에만 가면 용병왕에 관한 서적들이 꽤 있었다. 아직까지도 책 제목에 '용병왕'만 적혀있으면 그 책의 내용이 어떻건 판매부수는 보장이 되기에 개나 소나 용병왕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기 때문이었다. 듀란도 지난 날 용병왕에 관한 서적을 읽은 적이 있었기에 머릿속에 각인된 장면을 떠올렸다. 지금 그 장면이 신성왕국에서 벨리알을 쓰러뜨리던 스콜의 모습과 겹쳐졌다. '그래! 대검이다!' 그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근처에 있는 올리비에와 로젠이 있는 곳으로 재빨리 뛰어갔다. "그 검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대검을 땅바닥에 박고 겨우 버티고 서있는 로젠에게 듀란이 정중하게 부탁했다. 로젠은 생뚱맞은 그의 부탁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선뜻 땅에 박힌 대검을 뽑아서 건네주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한 듀란은 그대로 돌아섰다. "스콜!" 듀란은 1초도 아까운지 그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로젠의 대검을 힘껏 던져버렸다. 그가 흑기사의 악랄한 공격을 피하면서 돌아본다. 자신을 향해 회전하며 날아오는 대검을 가볍게 잡아챈 스콜은 고맙다는 표시에선지 대검을 던져준 듀란의 비소를 흉내내어줬다. "무찔러버려라!" "똥꼬, 당연한 말을! 오라버니! 파이팅!"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장이 돼버린 포가든 빌리지에 있던 모든 용병들은 처음엔 흑기사의 앞에 있는 그가 몇 수를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란 걸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살아있다.' 스콜은 그러한 용병들의 생각을 부셔버리며 아직까지 버티고 있었다. 루테올룸도 아니고, 카이룰레움도 아니고, 루브룸도 아니다. 칸디둠인 그가 흑기사의 앞에서 기적처럼 살아있었다. 기적이라? 어쩌면 그들은 칸디둠인 그에게서 기적을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가 쓰러지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흑기사에게 목이 베이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몰랐기에 스콜이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할 때마다 용병들의 심장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클로비스 샤를마뉴!" 듀란이 던져준 대검을 거머쥔 스콜의 말에 클로비스가 작은 동요를 일으켰다. "나의 이름을 알고 있었군. 그런데도 내게 칼을 겨눌 용기가 있나?" "너라고 예외일 순 없다. 왜냐면 곧 내 손에 지옥이 멸해질 테니까!" "흥, 망상이 지나치군!" 산사태! 거대한 돌덩이들이 떨어지는 듯한 카르마와 함께 클로비스의 검이 무서운 속도로 찔러 들어왔다. 스콜은 대검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 클로비스의 검을 쳐내버렸다. "크윽!" 클로비스의 검과 맞부딪친 충격은 수십 개의 돌덩이를 온몸에 강타당하는 기분이었다. 스콜은 잠시 주춤하면서도 재빨리 하늘로 휘둘러졌던 대검을 아래로 내리꽂았다. 콰르릉! 금속과 금속이 충돌했는데 벼락이 치는 소리가 들린다. 전장의 귀청이 찢어진다. 그것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카르마의 충돌이 빗은 굉음에 불과했으며 검을 맞부딪친 당사자들은 쭉 밀려가며 약속이나 한 듯이 둘 다 한쪽 무릎을 꿇었다. "쿨럭!" 충격은 오히려 클로비스 쪽이 더 받은 듯 했다. 전신을 미세하게 떨면서도 금세 일어서는 스콜과는 달리 클로비스는 쓰고 있는 투구의 홈으로 검은 핏줄기를 뱉어내며 뒤늦게 일어났다. 순수한 카르마와 카르마의 대결에서 밀렸다. 클로비스는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스콜을 노려보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그와 함께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아기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칼날이 정신없이 휘둘러진다. 얼핏 보면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것 같았지만, 그 속에는 스콜의 퇴로를 막아 점점 피하기가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파상적인 공세란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용병들의 피부를 터뜨려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몇 번 더 피하던 스콜이 이를 악물며 대검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쾅! 콰르릉!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둘은 피를 토하며 고스란히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아찔한 공격들이 서로의 목 줄기를 물어뜯을 듯이 전개되었고, 한번의 실수가 승부를 결정지을 듯 했다. "하얏!" "제길!"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던 스콜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대로는 불리했다. 클로비스는 장검을 두 손으로 쥐며 휘둘렀지만, 스콜은 왼손으로 대검을 쥐고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무리 검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고는 하나 막강한 상대 앞에 더군다나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대검을 휘두르는 건 확실히 위험했다. 손목이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이 밀려들어왔다. 점점 밀린다. 뒤로 한발, 한발 물러서던 스콜은 어느새 공격보다는 방어에 모든 것을 치중해야할 정도의 상황에 처해버렸다. "지지마라!" 스콜과 클로비스의 대결을 손에 땀을 쥐며 관전하던 이름 없는 용병, 얼굴에는 마물의 피를 뒤집어쓰고, 갑옷은 여기저기가 부서져서 형편없는 몰골을 하고 있는 용병 하나가 그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점점 밀리고 있는 장면이 안타까웠는지 스콜을 응원한 것이다. 그때였다. 그때부터 전장의 분위기는 묘하게 뒤바꾸기 시작했다. "이겨줘!" "제발 무찔러줘!" 웅성웅성되던 소리가 스콜의 귀에 박힐 정도로 커졌다. 마치 잘츠부르크에 있는 거대한 콜로세움의 중앙에서 관객들의 환호성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수없이 많은 용병들의 응원을 받은 스콜은 짜릿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흥! 저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저렇게 떠드는 건지! 멍청한 것들!" "과연 그럴까?" 조용히 듣고 있던 스콜의 대답, 이미 인간이던 시절의 감정 따위는 상실해버린 클로비스를 비웃는 듯한 목소리였다. 찌이익! 갑작스레 휘둘러진 칼날, 스콜의 비웃음과는 반대로 클로비스의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가슴을 한 일자로 베어버렸다. 붉은 핏줄기가 터져 나온다. 물론 스콜의 대검도 대롱대롱 걸린 아기의 몸을 으깨버리며 그의 갑옷을 깨부쉈다. "크윽!" "으윽! 이런 미친! 같이 죽자는 거냐?" 스콜은 방어를 완전히 버리고 공격을 한 것이다. 그 덕에 그의 가슴은 지금 피를 분수처럼 쏟았고, 클로비스의 옆구리에서도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생각이 난 것뿐이다. 네 녀석을 상대하는데 어울리는 검술이!" 몇 십 년 전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가 용병왕 아스크로 불리던 시절 무스펠하임에 한동안 몸을 의탁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용병왕 아스크는 지금의 스콜보다 훨씬 강했었다. 물론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이 그의 손에 들려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그를 믿고 따르던 수많은 용병들이 나누던 언어가 그의 힘의 원천이었다. "집사람이 얘기를 낳았데요. 딸이래요. 이번 전쟁만 무사히 넘기면 집에 갈 수 있겠죠?" "휴, 그래야지. 나도 이 놈의 지긋지긋한 전쟁이 빨리 끝나야 편찮으신 어머니를 보필할 수 있을 텐데……." "아저씨도 집에 가고 싶으시겠네요." "뭐, 그렇지. 그건 그렇고, 집사람은 예뻐?" "왜요?" "딸아이가 네 놈 닮았음 큰일이잖아!" "아이, 아저씨도!" "하하하……." "……저희 살아서 돌아갈 수 있겠죠?"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용병왕 아스크님이 우리 편에 계시잖아!" 예전, 지금은 땅에 묻혀 먼지가 되어버린 자들의 언어가 그의 귓가를 맴도는 듯 했다. 그들을 위해, 그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아스크는 적 앞에선 방어를 버리고, 오직 공격만을 추구하게 되었다. 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도 꿈이 있을 터였고, 최대한 빨리 전투를 끝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다보니 만들게 되었다. 오직 공격만을 추구하는 검술을. 지금 인간들이 다시 그에게 과거의 기적을 바라고 있었다. 스콜은 가슴이 베어진 통증 따위는 씹어버리고, 숨을 깊숙이 들이마셨다. '기적을 원하나?' 스콜이 쥔 대검으로 카르마가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눅눅하고 습기 찬 밤과는 상극이라 할 수 있는 검술, 그 검술이 펼쳐지려하고 있었다. 그 카르마가 어찌나 밝았던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의 동료들과 용병들은 누르스름한 빛에 눈부셔했으며 곧 쉽게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어둠을 태우는 불꽃이 대검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글거리는 불꽃에서 떨어진 불똥은 물웅덩이가 있는 땅바닥에 떨어졌는데도 쉽게 꺼질 생각을 안했다. 오죽했으면, 바로 앞에 있던 클로비스가 악마조차도 쉬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의 카르마를 느끼고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파괴(破壞)의 검(劍)! 최종오의(最終奧義)! 폭염(暴炎)의 제(祭)! 폭발! 말 그대로 폭염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그가 쥐고 있던 대검을 하늘로 향하자 휘감고 있던 불꽃의 색이 바래지더니 검은 불기둥이 터질 듯 피어올랐다. 쏴아악! 폭포수가 거꾸로 쏟아지는 것처럼 타오르는 불기둥은 대기를 미친 듯이 불살랐고, 그 장면에 용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클로비스도 투구에 가려진 눈을 커다랗게 뜨며 어떻게 해서 지상에 사는 그가 지옥에 있는 불꽃을 불렀는지 모르겠다는 눈치를 보였다. "네 녀석! 인간이 아니구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미친 불기둥이 클로비스의 바로 앞에서 휘둘러졌다. "크으윽!" 클로비스는 황급히 땅바닥을 굴러서 피한다고 피했지만, 불기둥이 스쳐간 등 부분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신음을 흘렸다. 등에 꽂혀있던 갓난아기들은 예외 없이 통구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불기둥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물웅덩이가 고여 있던 땅바닥이 바싹 말라버려서 비가 내렸다는 사실을 철저히 부정했다. 검에서 떨어져나간 불똥을 맞은 것만으로도, 근처에 있던 마물의 몸이 활활 타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재가 되어버렸다. 치가 떨린다. 지독스럽게 악랄하고 무서운 불기둥이었다. 그런 불기둥이 미친 듯이 휘둘러지고 있었다. 이건 방어의 개념을 넘어섰다.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지옥의 불구덩이에 떨어진 듯 괴로웠다. 휘둘러지는 대검에 최대한 떨어지기 위해 정신없이 물러서는 클로비스, 인간의 약한 마음을 이용하려했던 이유에선지 갑옷에 걸치고 있던 아기들은 그대로 통구이가 되어버려서 먹음직스런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앙~" 왼쪽 어깨의 뿔에 꽂혀있던 아기만이 그 지독한 지옥불꽃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클로비스는 달려드는 불기둥으로부터 최대한 떨어진 후 스콜을 찢어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헉, 헉, 네 녀석에겐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지키는 사명이 있지 않았냐?"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죽이기 위해서 중간대륙으로 간 벨리알, 그런 그를 죽였다는 것만으로 스콜이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지킨다는 사실을 유추해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결국 네 녀석도 스스로를 정의라고 믿고 검을 휘두르는 거겠지? 누구보다 진한 위선자이면서!" "적어도 너보다는 정의에 가깝겠지." 스콜의 대답에 클로비스는 쉽게 입을 열지 않고, 흐트러진 숨 사이로 불길한 웃음만을 흘리고 있었다. "너, 내 몸에 걸려있는 아기들이 평범한 아기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평범한 아기들이 아니라면? "설마?" "그래, 바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들이다!" 클로비스가 밝힌 허무맹랑한 사실에 스콜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그의 불기둥에 통구이가 되어버린 아기들이 실은 올해 4월 13일에 태어났다는 말이었다. "넌 사실, 올바르다고 믿기 때문에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지키는 게 아니잖아? 조금 솔직해져보는 게 어때? 그저 너와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 아니냐? 너와 가까운 사람 하나를 지키기 위해 타인의 수많은 피를 자아내는 자, 그러면서도 그것이 정의인 줄 아는 자, 그게 바로 네 녀석의 참 모습이다." "……." "자! 마지막 갓난아기다! 이 아기도 죽여라!" 클로비스는 아기가 걸린 왼쪽 어깨를 으스대며 겁도 없이 걸어오고 있었다. 작은 빈틈이라도 보이는 날이면, 그것으로 끝나는 생사의 일전에서 클로비스는 스콜에게 동요를 안겨다주고 있었다. 파악! 그러나 클로비스의 예상과는 달리 불기둥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휘둘러졌다. 클로비스의 아기가 걸려있던 왼쪽어깨가 단번에 으깨져버렸고, 스쳐가는 불기둥에 투구마저도 날아가 버렸다. "크윽! 큭! 어째서!" 팔 하나를 어이없게 잃어버린 클로비스는 스콜의 부동심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선 눈곱만큼의 동요도 없었던 것이다. "병신! 지금껏 살아오면서 적이라는 이름으로 내 손에 묻은 피가 몇 천, 아니, 몇 만인 줄 알고나 있나? 아쉽게도 난 네 녀석의 기대와는 달리 철저한 악(惡)이다!" 스콜은 파괴의 검술 무스펠을 일으키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이미 각오를 하고 있었다. 잔인하게도 용병들의 목숨과 갓난아기들의 목숨의 저울질은 끝난 뒤였다. 이제 와서 갓난아기의 정체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클로비스가 판 무덤은 자신의 무덤이었다. 찌그러진 투구가 벗겨져서 드러난 은발 사이로 어둡게 일그러진 클로비스의 표정과는 반대로 미명의 빛이 주위를 감돌기 시작했다. 새벽이 오고 있었다. 왼쪽 어깨까지 잃어버린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큭, 그런 거냐? 악마를 죽이기 위해 이미 악마가 되었다는 말이냐? 나의 패배군. 자, 죽여라." 밝아오는 여명, 검푸른 하늘 아래 클로비스는 미련 없이 무릎을 꿇고, 목을 내밀었다. 그러나 스콜은 그를 벨 생각이 없어보였다. "꺼져라." "어째서? 어째서 죽이지 않는 거지?" "아이러니하군. 넌 이미 죽었다. 죽일 필요가 없을 뿐이다. 대신 마몬한테 전해라. 보채지 않아도 찾아가서 죽여줄 테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크윽!" 클로비스는 치욕을 삼키며 일어섰다. 그가 아무런 제재 없이 흑마에 올라타자, 뒤에 있던 수많은 마물들도 숲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 가지만 말해주지. 우리에게 있어 위선은 선이다. 그러나 너희에게 있어서 위선은 악이다. 넌 우리의 선을 멸하기 위해 너희의 악을 택했다. 명심해라. 신의 눈엔 네 녀석은 우리에게 더 가깝다는 것을!" 팔 하나를 잃은 클로비스가 그 말을 남기며 흑마를 타고 숲 속으로 달려갔고, 스콜은 그 자리에 서서 밝아오는 여명을 흐릿한 눈동자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알고 있다. 이렇게 붉은 피를 흘리는데도, 난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걸……." 피가 터져 나오는 가슴을 쓸던 스콜은 누구도 듣지 못할 정도로 나직한 중얼거림을 흘렸다. + 盡人事待天命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몽유(夢遊)2005-12-19 00:17:17 발자국... 꾸욱...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2 루이나스2005-12-19 00:17:38 재밌게 보고 갑니다 3 夢中醉睡2005-12-19 00:18:44 잘보고 갑니다~! 4 수능끝났32005-12-19 00:19:25 휘유~ 멋집니다~ 앞으로도 많이많이 써주세요! 5 김백호2005-12-19 00:26:29 몽유(夢遊)님, 루이나스님, 夢中醉睡님, 수능끝났3님,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4분이나 리플을, 정말 감사합니다. 전 다시 글 쓰러 가보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6 몽유(夢遊)2005-12-19 00:29:00 근데 왜 갑자기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을? 스콜은 하늘이 지켜주지 않는 이를 위해서... 하늘 마저도 부정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7 김백호2005-12-19 00:33:01 아,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저 말은 소설과는 무관합니다. 조금 흔들리고 있는 저 자신에게 한 말입니다. 8 난악마다2005-12-19 00:36:15 지켜봅니다항상~! 9 라타니엘2005-12-19 00:40:36 쵝오에요 단숨에 끝까지 달려왔네요 김백호님 필력 쵝옵니다~ 즐독하고 감니다~~ 10 샤이레일2005-12-19 00:47:24 구구구굿입니다! 백호님이 붉은서풍 작가셨군요! 조아라에서 재밌게 봤었습니다 11 Painkiller2005-12-19 02:31:51 카리스마가 넘치네요.~ 12 절영검2005-12-19 03:18:47 ,본질의 혼동... 13 FW창조2005-12-19 03:40:38 윽~! 지금까지 보고감~ 14 들아탈수2005-12-19 05:18:20 좋구나~ 15 사냥완료2005-12-19 07:19:12 오오 역시 스콜~ 미스텔테인은 어딨는겁니까아~ 16 同安2005-12-19 07:39:56 아.. 감동 백배.. 즐겁게 보구 갑니다.. 17 몽몽2005-12-19 08:09:19 잘보고갑니다^^ 18 노란병아리2005-12-19 09:49:10 크으 >0< 좋다. ㅌㅌㅌㅌㅌㅌ 병아리 발자국 남겨요 19 닥2005-12-19 09:53:15 건필하세요^^* 좀 더 올려주세요^^ㅋ 20 bulum2005-12-19 10:46:52 갈수록 흥미 진진 ~~ 잘보고 갑니다. 21 아라라2005-12-19 12:14:45 크, 멋져요! 22 크리노아2005-12-19 12:42:21 잘 보고 갑니다~ 23 캘시퍼2005-12-19 13:08:26 미스텔테인이 근처에 있을텐데 그 정도의 검이면, 벌써 아스크의 카르마를 느끼고, 자기가 스스로 날아올 듯도 한데.. 조용하네요 ^^; (흠.. 자존심인가 ㅡㅡ;;) 글구, '폭염의 제'를 일반 대검이 버텨낸다는 건 조금 무리인듯도..^^ 건필요! (제일 먼저보던 솔져보다 더 우선시하게 된게 아스크라는 ^^a) 24 실페리온2005-12-19 13:59:23 좋은글, 감사합니다. 25 60일탈출2005-12-19 14:16:55 아스크 봉인된 기억 풀면 다 떄려 잡을 라나? 큭큭 26 천혼귀2005-12-19 18:44:41 건필하세요! 27 질라르디노2005-12-19 19:20:01 잘보고갑니다 ^^ 28 아리오스2005-12-19 19:53:11 건필하세요 29 朔月2005-12-19 20:34:28 크으. 진짜 감탄밖에 안나옵니다. 판타지 중에서 이렇게 몰입도 받아본 적은 요즘엔 없었는데... 좋은 글보고 갑니다. 수고하십쇼. 30 松竹2005-12-19 21:26:15 잘 보고 갑니다. 아기가 불에 그을려 통구이가 되고 먹음직스런 냄세를 풍기다뇨;;;; 통구이가 된 것까진 이해되지만.... 먹음직스런은 좀 ...으흠.. 여튼 건필 하세요.~ 31 쾌인2005-12-19 23:32:03 아 재밋네요!!^^ 건필하세요!! 32 맥스2005-12-20 01:16:31 아... 매우 재밌다는=_=; 글 정말 잘쓰시네요.. 앞으로의 스토리도 기대되고 복선도 잘이해 했답니다. 역시 주인공의정체는... 개인적인 취향에 아주 잘맞는 글이라는;; 장르나 분위기나 스토리나 성격등등;; 특히 악마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럼 건필하세요 33 따뜻한세계2005-12-20 08:00:15 진인사대천명이라...어려운 말이군요...정말. 소설 속의 주인공은 그래도 작가님의 의도에 의해서 인간이 될 확률이 참 높으나... 우리 들은...이 역사속에 존재하는 우리들은... 어떻게 될까요...^^ 34 Cross2005-12-22 22:27:16 아~~ 버뿌다바뿌다 하면서 몇일을 고무림에 접속을 못했더니 분량이 꽤 쌓여있군요 ^^ 역시나 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너무 재미있네요 ^^ 35 가을흔적2005-12-29 13:12:29 불쌍 ㅡㅜ 36 아트리2005-12-29 13:37:25 휘리릭~~ 가을흔적님 따라가기 힘들다~~ 37 날랭2005-12-30 23:01:25 건필하세요~ 38 블래스터2006-01-01 23:43:12 건필하세요^_^* 39 소검무제2006-01-04 00:33:33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40 창공의바람2006-01-11 13:04:44 후아~~ 41 절도범산타2006-01-15 23:08:32 진인사대천명 42 Σ비호란™2006-01-19 20:00:06 잘보고갑니다^^ 43 절대꼭미남2006-01-28 03:18:07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이씬 너무 좋아요 건필하세요 44 破邪神劍2006-01-30 22:55:41 미스텔테인을 주세요~~ 45 김백호2006-01-30 23:10:58 가지러 갑니다^^ 46 巨時期2006-02-04 17:53:48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7 모른다니까2006-02-13 00:18:43 이런_-ㅁ 어느새12시가 넘어 23분을 가르키고 있네용_-ㅁ 48 火狼2006-02-20 14:52:54 미스텔테인은 언제 구하죠..ㅡㅡ? 49 김백호2006-02-20 15:03:34 이제 구하러 가야죠-_-;; 50 쾌감조루2006-02-23 11:40:03 즐감 했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8화 [6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6화 [47]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20 19:03:41 고친날 2006-02-06 14:09:07 읽은수 2278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8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0화 별의 전설 낡은 고성의 첨탑창가에 한 여성이 서있었다. 그녀는 봉긋이 솟은 가슴과 잘록한 허리, 아슬아슬한 힙까지,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실크소재의 나이트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어찌나 길었던지 귀족부인처럼 땋은 붉은 머리카락이 드레스의 끝자락까지 닿아있었다. 그녀의 고혹적인 눈매가 비가 그치고 불어오는 칠월의 바람에 떨리고 있었다. 매끄러운 손이 바로 옆에 놓인 시커멓고 기다란 관을 쓸고 있었다. '용병왕 아스크, 당신인가요?' 이제 막 피어나려하는 여명의 저편, 그곳에서 불어온 바람결에 느껴지는 카르마가 그녀의 마음을 심란하게 흔들었다. 오래전 기억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남자, 살아있을 당시 유일하게 인정했던 남자의 카르마였다. 그녀의 이름은 스카디(Skadi), 지금은 마몬이 이끄는 아슈타파다의 퀸이 되어버린 여성이었다. 아슈타파다는 지금으로부터 18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실제로 퀸의 자리를 공석으로 둔 채 비숍, 룩, 나이트만으로 이루어져있었다. 그 이유는 중간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마몬의 탐욕을 불러일으킬 만큼 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마몬은 제국력 1542년, 니플하임을 침공한 샤를마뉴제국을 보게 되었다. 북쪽으로 진격하는 제국의 힘은 악마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막강했고, 중간대륙을 지켜보고 있던 신의 사자들조차도 대부분이 니플하임이 멸망할거라 예견할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니플하임, 그러나 니플하임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이 서로에게 깊은 적대감으로 무장을 하고 있던 터였기에 제국의 침공 앞에선 철저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멸망해가는 니플하임의 구세주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이 바로 스카디였다. 제국의 북진을 막아낸 그녀를 니플하임의 사람들은 핏빛구세주(Bloody Saver)라 불렀고, 8개월이라는 믿을 수 없는 시간에 니플하임의 전 국가를 통일하고 얼음의 여왕(Queen of Ice)이라고 칭송받게 된다. 결국 그녀는 니플하임의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제국으로부터 빼앗긴 영토를 되찾게 되는데, 후세에 사람들은 이를 겨울전쟁이라 불렀다.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1542년 10월에 발발한 겨울전쟁에서 길이길이 전해질 영웅이 둘이나 나타났으니 바로 용병왕 아스크와 얼음의 여왕 스카디였다. 그들은 적이었으며, 아직까지도 음유시인이 부르는 서사시에는 치열했던 그들의 전투를 잘 담고 있었다. 용병왕 아스크에게 최초로 상처를 준 스카디, 마몬은 그녀의 영혼을 탐내게 되었다. 물론 아스크라는 인물도 탐이 났던 건 사실이지만, 아슈타파다의 공석으로 남아있는 자리는 여왕의 자리밖에 없었다. 탐욕을 주체하지 못했던 마몬은 끝내 참지 못하고, 그 이듬해 스카디를 찾아가 도박을 하게 되었다. 언제나 그러했든 자신의 목숨과 그녀의 영혼을 걸고서. 스카디는 악마를 무찌를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릴 수 없어서 응하게 되었지만, 결국 패한 그녀는 마몬의 퀸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퀸이 비숍, 룩, 나이트와의 차이점이었다. 다른 고대영웅들이 이미 죽어서 영혼인 채로 발할라나 지옥에서 마몬과 도박을 했다면, 스카디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영혼만을 구속당한 것이었기에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의지조차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마몬의 계약을 어겼을 시엔 의지를 빼앗기게 되고, 철저히 이용당하다 영혼의 소멸까지 당하게 되다보니 그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스카디는 악마나 마물에게 인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파하면서도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180년간 잊고 있었던 남자의 카르마가 바람결에 실려와 그녀의 마음을 진탕 흔들어놓았다. '아직까지 살아있다니…….' 그녀는 아스크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하게 되었다. 망각의 늪 레테를 지나서 포가든 빌리지를 멸하러 갔던 나이트 클로비스 샤를마뉴가 여명의 옅은 빛 아래 고성에 오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 배여 있었다.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고, 강렬했던 카르마가 말이다. 고성의 바로 아래까지 다가온 클로비스를 지켜보고 있던 스카디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스크, 더 강해졌나보군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더렵혀지지 않았던 그의 갑옷은 여기저기가 심하게 부서져있었고,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갓난아기들도 다 죽었는지 떨어져나간 뒤였다. 거기에 왼팔마저 잃은 듯 했다. 스카디는 첨탑의 꼭대기라 할 수 있는 방안의 창을 닫고 성의 중심부로 걸음을 내딛었다. 눈으로 보고, 확신은 가질 수 있었으나 직접 귀로 듣고 싶었던 것이다. 첨탑과 마몬이 있는 알현실은 성의 크기만큼이나 떨어져있었지만, 그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그곳에 당도할 수 있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알현실이다. 마몬의 탐욕을 한껏 자랑하고 있었다. 중간대륙에서 최강국이라 불리는 제국의 황실이나, 아르카디아왕실과는 비교조차 거부할 정도로 값비싼 금은보화들로 방안 가득 장식되어있었다. 알현실의 제일 높은 두 자리 중 왼쪽에 앉아있는 남자, 온몸이 털로 덮인 남자는 품위 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향기로운 붉은 소스가 더해진 갓난아기의 손가락 하나, 하나를 칼로 베어서 먹고 있다. 생살이 씹히는 소리, '으드득'하는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조용한 알현실에서 울리는 소리의 전부였다. 그의 옆의 자리에는 사치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온몸에 금으로 도배를 한 뚱뚱한 남자가 있었는데 얼굴에 피어난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바로 아슈타파다의 주인인 마몬이었다. 스카디가 알현실로 들어서자 이미 클로비스는 방 중앙의 레드카펫이 깔려있는 장소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온 스카디의 인사를 받으면서도 마몬은 여전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지? 나이트, 네가 그렇게 당하다니?" 뚱뚱한 몸매와 잘 어울리는 작은 눈매를 의구심으로 가득 채운 마몬이 궁금한 듯 그를 다그쳤다. "벨리알을 죽인 자가 포가든 빌리지에 있었습니다." 감정이 배제된 클로비스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내용자체는 꽤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확실한 거냐?" "그렇습니다." 부상을 당한 클로비스를 보고 깜짝 놀란 마몬과는 달리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관심 없는 듯 식사를 하고 있던 온몸이 털로 덮인 남자, 폭식의 군주 베헤모스는 벨리알을 죽였다는 사내가 포가든 빌리지에 있다는 말을 듣고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했나보군." "그렇습니다. 게다가 인간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클로비스의 말은 놀람의 연속을 자아냈다. "인간이 아니라니?" 흥미가 제대로 동했는지 베헤모스가 포크와 나이프를 식탁위에 놓으며 다시 물었다. "불꽃, 지옥의 불꽃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마몬 역시 베헤모스와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지옥의 불꽃을 부렸다면 악마로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알기론 악마들 중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는 자드키엘 말고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아니다. 마몬은 깜빡하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릴리스의 까마귀가 준 정보대로라면 벨리알을 죽인 자는 믿기지 않지만, 인간이라고 했다. 그녀의 눈은 벨리알이 가지고 있던 무한의 수정구만큼이나 정확했다. 그렇기에 벨리알을 죽인 자의 피부색이 자신들처럼 잿빛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피부색이 어땠지?" "인간의 피부색이었습니다." "혹시 피 색깔도 보았나?" "붉은 피였습니다." 놀랄 노자다. 붉은 피를 흘리면서도 지옥의 카르마를 가진 자, 그런 생명체가 중간대륙에 있을 리 만무했다. 그때 뒤에서 조용히 다가오던 퀸 스카디가 보랏빛 입술을 살며시 열었다. "아마 그의 정체는 용병왕 아스크일 겁니다." 그녀의 말에 클로비스를 바라보고 있던 마몬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용병왕 아스크,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스카디를 퀸으로 만들기 위해 지상을 지켜보았기에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한 인물을 잊었을 리가 없었다. 관심은 있었지만, 스카디를 퀸으로 만들겠다는 탐욕 때문에, 공석과는 관련 없는 성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버린 인물이었다. "퀸, 정말이냐?" "네, 확실히 그의 카르마였습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카르마였습니다." "그래? 음." 용병왕 아스크, 문제는 어떻게 180년이나 지났는데, 악마도, 천사도 아니면서 살아있을 수 있냐는 거였다. 마몬은 적어도 그가 천사는 아닐 거라고 믿고 있었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신의 사자들은 중간대륙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데 180년 그의 활약은 중간대륙의 운명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이트, 그의 외모가 어땠었나?" "붉은 장발의 젊은 남자였습니다." 늙지도 않는다. 천사와 악마도 아닌데 늙지 않고, 게다가 중간대륙에선 가질 수 없는 카르마까지 가지고 있다. 정체를 전혀 유추할 수 없었기에 진한 호기심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역시?" "네, 저의 철저한 패배였습니다. 곧 이곳으로 온다고 했습니다." "그래? 이거 점점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벨리알을 죽였던 남자의 정체가 밝혀질수록 어린애처럼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마몬과는 달리 갓난아기의 손가락을 썰어먹던 베헤모스의 표정은 불만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는 답답한지 처녀의 생피가 단긴 금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그대로 일어났다. "베헤모스, 어딜 가는 건가?" "바람이나 쐬러 간다." "크큭, 설마 내기를 어기고, 그를 죽이러가는 건 아니겠지?" "내기는 내기였으니, 양보해주마. 대신 서쪽으로 가서 식량 좀 가져와야겠다." "그런 건 마물을 시켜도?" "됐다. 내가 직접 고르겠다." 그 말을 던지며 베헤모스는 알현실을 빠져나갔다. 이미 그들은 중간대륙으로 넘어오기 전에 벨리알을 죽인 남자를 누가 죽일까하는 문제에 대해 내기를 했었다. 물론 내기는 마몬이 이겼고, 유흥거리를 빼앗겨버린 베헤모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아스크는 망각의 늪 레테를 경유해서 이곳으로 올 것 같습니다." 얼음위에 피어난 불꽃같은 묘한 눈빛을 하고 있던 스카디가 베헤모스가 나가자마자 말을 꺼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지?" "용병왕 아스크의 무기,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이 망각의 늪 레테에 있습니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그것은 악마들에게 있어서 악마들의 왕 루시퍼만큼이나 숭배되는 무기였다. 빛의 신 발드르를 죽였던 마검이다. 그런 무기를 용병왕이 쓴다는 말을 들은 마몬은 더 이상 웃지 못했다.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용병왕이 미스텔테인을 부린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용병왕 아스크, 확실히 쉽게 볼 수 없는 자입니다." 스카디는 그렇게 입을 열며 180년 전의 전장에서 봤던 용병왕의 잔혹한 모습을 떠올렸다. 미스텔테인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대지는 두려움에 떨었고, 하늘은 울부짖었다. 인간의 육신이 갈기갈기 찢겨져나간다. 철로 만들어진 방패, 갑옷 따위는 전부 부질없었다. 1542년 10월, 겨울전쟁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에서 니플하임의 정예 2만이 그 남자 하나로 인해서 제국의 5천이란 숫자에 무릎을 꿇었었다. 그 치욕은 아직도 그녀의 뇌리에 남아있었다. "이거 정말 재미있는데, 천사인지 악마인지도 모르는 자가 미스텔테인까지 취하게 된다면 잘못하면 잡아먹힐 수도 있는 형국이 된다." "……." 잠시 고민에 빠져있던 마몬은 음흉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아슈타파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단 퀸, 포가든 빌리지의 공격명령은 취소한다. 파괴자 아바돈한테 빌린 마물을 쓸데없는 데 낭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룩! 비숍!" 마몬의 목소리를 듣고, 알현실의 어두컴컴하게 자리 잡은 그림자에서 두개의 인영이 불쑥 튀어나왔다. 한 남자는 어마어마한 근육질에 온 몸에 쇠사슬을 두른 우락부락한 남자였고, 다른 남자는 깡마른 체격에 망토를 두른 노인이었는데, 특이한 것이라면 그가 쥐고 있는 지팡이 끝에는 신비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룩과 비숍, 체스에서 직선은 육체를 뜻하고, 사선은 영혼을 뜻했다. 즉, 초인적인 육체를 가진 룩과 무한한 마법력을 가진 비숍의 조합은 가히 마몬이 내세울 수 있는 최강의 조합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부르셨습니까?"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깍듯이 고개를 숙인 룩과 비숍을 보며 마몬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얘기를 꺼냈다. "너희는 지금 당장 마물을 데리고, 망각의 늪 레테에서 대기하라. 비숍의 마법력이라면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의 위치는 알 수 있겠지?" "네." "근처에서 대기하면서 그곳으로 오는 자가 있거든 무조건 죽여라. 한 가지 명심할 건 미스텔테인을 취할 생각은 꿈에도 꾸지마라. 미스텔테인은 나조차도 다루지 못하는 마검이다." 탐욕의 군주 마몬, 그의 끝없는 탐욕조차도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만은 두려워했던 것이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먼저 추천 덕분에 선작수가 899가 되었습니다. 목표로 했던 天까지 정말 얼마 안남았습니다.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일단 지난화에 주신 두 가지 질문에 답해드리겠습니다. 폭염의 제를 일반대검이 견뎌내는 문제, 이점은 사실 저로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을 내렸던 문제입니다. 먼저 간단하게 원리를 보자면, 첫번째 막대한 양의 카르마를 1차적으로 검에 두릅니다. 두번째 2차적인 카르마의 막을 검 주위에 형성해서 산소를 응집합니다. 세번째 1차적으로 둘렀던 카르마를 발화점 이상으로 과열해서 태우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가 파괴의 검술 프룻의 원리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폭염의 제, 아무리 카르마가 검을 태우기전에 쏟아져부어준다고 하더라도 검이 멀쩡한 건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검에 손상을 주게 된다면 절망의 검술 니플같은 경우엔 대책이 없어지더군요. 니플을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카르마로 검자체는 고열로 녹이고, 주위의 공기는 응결시킵니다. 즉, 고체->액체->기체화를 시킨다음 수없이 고체와 기체를 반복합니다. 이렇게 따지다보니 실제로 무스펠보다 니플이 금속에 훨씬 더 많은 무리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중간대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현상에 관한 건 카르마로 검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의 원리는 블랙홀, 검으로 차원과 차원의 경계를 긋다보니 일반적인 금속이 찰나간 수억만년의 시간을 넘나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슈켈론만은 예외로 일반 금속이 버틸 수 없다는 설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랬든, 저랬든 아무래도 장르가 판타지이다보니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설명드릴 수 없는 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갓난아기가 통구이가 되고, 먹음직스런 향기를 풍긴다는 묘사에서 혹여 사상을 의심받을까봐 글을 남깁니다. 세상에 살아있는 어떤 동물이든지, 심지어는 바퀴벌레조차도 불에 태우면 고소한 냄새가 납니다. 이건 인간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죠. 여기서 저의 의도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인간도 어디까지나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싶어서 이렇게 묘사하게 된 것입니다. 혹시라도 너무 잔인해서 많은 분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면 이 부분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글쟁의 손에서 나오지만, 그 글을 완성하는 건 독자님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글이 나아질 수 있는 좋은 의견,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ENA2005-12-20 19:08:16 조회수 1의 짜릿함~! 2 삼국무쌍N2005-12-20 19:11:17 2타 ㅋ 3 김백호2005-12-20 19:15:13 3타-_-v 4 노란병아리2005-12-20 19:32:01 음 왠 타수놀이 타수 놀이 대신 사랑해요~ ♡ 5 몽유(夢遊)2005-12-20 19:41:24 헉... 바퀴벌레를 태우면 고소한 냄새가 난다고요? 작품의 글보다 그 말에 더욱 충격먹었습니다... ㅡㅡ; 6 미캉엘2005-12-20 19:46:48 10위 안에 들엇다 ~~ 유후~~~ 7 김백호2005-12-20 19:50:23 노란병아리님, 저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부디 그 마음 거두어주시옵소서. 미캉엘님, 축하드립니다-_-;; 그리고 몽유님, 네, 전에 살던 집에 옆집에서 넘어왔는지 욕실에 바퀴벌레가 가끔씩 나타났었습니다. 그럼 전 일단 호수로 공격을 한다음에 바퀴벌레가 지치고, 뒤집히면 미리 준비한 촛불의 촛농으로 바퀴벌레를 못 움직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화장지 한장을 떼어서 라이터기름을 살짝 붓고 바퀴벌레가 잇는 촛농에 붙이면 심지가 만들어집니다. 심지에 불을 붙이고 기다리면 고소한 냄새가 나면서 타기 시작합니다. 대략 스무마리중에 한,두마리는 비명소리 비슷한 '끼익'하는 소리를 가끔 내기도 합니다. 8 엠프티니스2005-12-20 19:52:39 6타~!!! ㅋㅋ 다다음쯤에 마몬 잡을지도? ㅎㅎ 건필~! 9 빙시(氷矢)2005-12-20 20:06:01 응원하고 있습니다. 10 독일건달2005-12-20 20:06:46 자상한 설명 감동입니다 11 데스카2005-12-20 20:07:58 오늘도 잘봤습니다. 선작수 千(천)이 얼마 남지 않으셨군요. 선작수 千(천)에 향하여 파이팅!!! 12 쾌인2005-12-20 20:34:47 하늘이 보이는군요 ^^ 오늘판은 잠시 쉬어가는 편?? 내일 기대할게요! 13 닥2005-12-20 20:40:33 건필하세요^^* 14 재미루2005-12-20 20:45:31 오늘도 변함없이 재미있네요. 다음편도 기대하고 기대하고 또 기대합니다~ 15 김백호2005-12-20 21:05:37 엠프티니스님, 빙시님, 독일건달님, 데스카님, 쾌인님, 닥님, 재미루님 리플 감사히 읽었습니다. 전 이만 글쓰러 갑니다. 모두 즐거운 밤 되세요. 16 Hongkid2005-12-20 21:20:45 즐독하고 갑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겁니다~ 홧팅!! 17 HolySoul2005-12-20 21:23:11 또 학원끝나고 와서 봅니다 +_+ 다시 복습하러 가야겠군요.. 하이튼 보고 가니 기분좋습니다 . 아하하하... 18 아리오스2005-12-20 21:33:55 문득 든 생각 마몬은 왜 마족들과 도박을 해서 부하로 삶지 않았을까.... 19 아리오스2005-12-20 21:36:46 그리고 질문 미스텔테인에 주인은 아스크 밖에 없었나요? 또 미스텔테인은 혹시 루시퍼가 만든 무기? 20 아리오스2005-12-20 21:40:25 나이트는 아기 매단 갑옷 퀸은 잠옷 룩은 쇄사슬 비숍은 망토 유일하게 비숍만 제대로된옷을 입은... 21 캘시퍼2005-12-20 21:47:16 자세한 답변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 오의들에 대해 꽤 이해가 되는듯해서 흐뭇하다는.. 이왕 답변하는김에 아슈켈론의 오의도 조금 설명해주세요. 예전에 보면서, 가장 상상이 안 되었던게 아슈켈론의 오의기에.. 비가 내리듯이라.. ㅡㅡa 건필요~! 진짜 아스크 쵝오~!! 라는.. ^^ 22 크리노아2005-12-20 21:48:48 내일은 900을 넘기겠군요 ^^ 잘 ㅗ고 갑니다. 23 同安2005-12-20 21:50:23 혹시나 하고 들어왔는데 글이 있군요,,, 즐겁게 보고 갑니다.. 24 라타니엘2005-12-20 22:43:03 건필하세요 25 The[劍]2005-12-20 22:49:07 흠...너무 재밌어요^^ 건필하세요~ 26 질라르디노2005-12-20 23:29:53 건필하세요 27 NaRa2005-12-21 00:48:42 배고파요 28 hidemyface2005-12-21 01:49:24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건필요~~ *.*이왕이면 폭참도 ㅡ,.ㅡ;; 29 절영검2005-12-21 03:25:00 흠 이제 검을 얻는군요 30 無有2005-12-21 05:59:49 검을 얻는다면 더욱 강한 무력을 소유하겠네요. 31 따뜻한세계2005-12-21 06:55:00 아스크가 루시퍼 아닐까요?^^ 32 bulum2005-12-21 08:56:50 잘보고 갑니다. 33 60일탈출2005-12-21 09:40:32 작가님 뭘 그리 주렁주렁 답니까?? 판타지라는 거 하나만으로 모든게 설명 가능한 세계가 소설이고만. 34 아라라2005-12-21 10:15:52 미스텔테인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대신 미검? 아스크 왕자님 달리세용.ㅋ 35 江東妙手2005-12-21 10:54:42 음... 식전이시거나 식사하신 바로 직후시면 이 댓글 읽지 마십시오 ㅎㅎ 바퀴벌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저도 하나... 엄지손가락 크기만한 바퀴들 보신 적 있으시죠? 목재 수입할 때 따라온 놈들인데요. 대략 오래전 장마철에 하룻밤에 스무마리쯤 잡은 적도 있었답니다. 그 날도(언제인가는 모름) 큰놈 한마리를 잡으려고 파리채를 휘둘렀는데 이 놈이 한대 맞고 그만 연탄 아궁이로 추락했습니다. 꺼내지도 못하고 한 시간 정도 환기했습니다. 귀뚜라미 같은게 빠지면 냄새 구수합니다. 심지어 파리도 그럴듯한데... 바퀴벌레는 아니었습니다. 그 향기는 상상에 맡기고요... 함부로 실험하지 마십시오. 보장 못합니다. ㅋㅋ 36 검검2005-12-21 11:45:23 ^^ 곧 추천글 3편올릴게요~ 감사히 보고있습니다 37 모야모야2005-12-21 13:18:15 음. 익는 냄새가 그렇게 구수할것 같지 않은데요. 좋은 냄새가 날려면 적당한 온도(?)가 필요한데요. 강한 열이 가해지면 순식간에 익기보단 순식간에 숯덩이가 될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닿은 부분은 타고 안닿은 부분은 생살 그대로 그러니까 구수한 살익는 냄새가 나기보단 타는 냄새가 나야 정상일것 같아요.. (쓰고보니 좀 엽기 같음) 38 몽몽2005-12-21 14:19:58 잘보고갑니다^^ 39 천령a2005-12-21 19:04:40 굿,,잘보고 갑니다 ^^ 40 가을흔적2005-12-29 13:13:09 잘 보고 갑니다 41 아트리2005-12-29 13:50:46 ... 42 날랭2005-12-30 23:18:22 음... 아기를 태우면...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나는것이 아니라.. 노린내라고 해야하나.. 과히 좋지 않은 냄새가 납니다...(우리가 느끼기에는 역겹운 쪽에 가깝지요..) 머리카락 등 캐라틴으로 이루어진 부분이 탈때 나는 냄새입니다.. 실험을 해보시고 싶으시면... 가죽제품을 한번 불에 태워보시면 됩니다... 돼지나.. 소.. 닭등도 털을 뽑지 않고 태우면...역한 냄새가 난답니다.. 작가님에서 비교로 적어놓은.. 바퀴벌레와는 많이 다르답니다.. 바퀴벌레의 껍질은 키틴질로 이루어져 있고. 갑각의 성분이 포유류인 사람과는 분명다르니까요.. 아래에서 지적할까 하였던 내용입니다. 건필하십시오.^^ 43 김백호2005-12-31 02:38:08 날랭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반드시 참고해서 이 점은 꼭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내용이라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44 블래스터2006-01-01 23:49:32 건필하세요^_^* 45 소검무제2006-01-04 00:37:56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46 줌스2006-01-05 16:04:49 사람을 태우는 냄새와 오징어 태우는 냄새가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을 겪은 노인분들이 많아서 한국 사람들이 오징어 굽거나 하면 전쟁을 겪은 분들은 그 냄새를 지극히도 싫어하신다 합니다. 결코 좋은 냄새는 아닐 것 같습니다. 47 김백호2006-01-05 17:59:22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퇴고를 들어가면 반드시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48 창공의바람2006-01-11 13:12:50 작가님 바퀴벌레 태우신다는 리플보고 더 쇼크먹었습니다... 49 김백호2006-01-11 13:21:54 소질적에 취미삼아...;; 50 절도범산타2006-01-15 23:16:50 근데 생각해보니 지옥의 불꽃 정도나 되는 온도의 불이 아기 하나 태워 재로 못 만드나요. 51 김백호2006-01-15 23:57:14 아, 정면으로 맞은 건 한번밖에 없죠^^ 전부 스쳐지나갔다고 할까요? 스친것만으로 익어버렸다는 거죠^^ 52 Σ비호란™2006-01-19 20:04:56 잘보고갑니다^^ 53 넬드라드2006-01-22 13:11:28 ㅋㅋㅋ 처절한 바퀴벌레의 비명소리와 그것을 보며 좋아하시는 김백호님의 얼굴이...(흐뭇) 바퀴벌레 입장에선 악마같겠죠?(써보심이.. ㅋㅋ) 농담입니다. -_-; 54 김백호2006-01-22 14:59:21 아, 그런 내용 있습니다. 자드키엘의 대사중에 있죠. 70화 전에 나왔는데 '인간이 살아가면서 죽인 벌레의 수를 세지 않듯, 악마도 자신이 죽인 인간의 수 따위는 세지 않는다.' 이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55 절대꼭미남2006-01-28 03:30:11 만약 마몬이 아스크를 꼬시려 갔으면 어떻게 됬을까....;;; 건필하세요 56 破邪神劍2006-01-30 23:02:36 계속 가요~~ 57 巨時期2006-02-04 18:02:54 하핫. 잘 읽고 갑니다. 58 오스칼2006-02-06 13:14:35 [del] 저기요 악마한테 살색은 잿빛이자나요. 인간한테 살색은 말그대로 피부색 흑인한테는 검은색 이렇게 다른데 악마가 살색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잿빛아닐까요? 59 김백호2006-02-06 14:06:11 오스칼님, 예리한 지적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악마가 살색이라고 말하면 잿빛이 되는군요. 얼른 수정해놓겠습니다^^ 60 火爆發2006-02-08 00:48:03 스카디 불쌍해요 ;ㅂ; 61 모른다니까2006-02-13 00:25:54 흐흐 과연 어떤 맛이? (_-ㅁ 이런 ) 62 쾌감조루2006-02-23 11:53:51 즐감 했어요. 왠지 모를 쾌감이 ...변태? 노~ 아님.. 63 김백호2006-02-23 18:19:03 쿨럭, 도대체 어디서 쾌감을!!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9화 [47]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7화 [50]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21 19:17:30 고친날 2005-12-21 19:25:58 읽은수 2294 [ 13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9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올해 초만 하더라도 짧았던 사내의 머리카락은 그동안 많이 자라서 어느새 앞머리가 눈을 콕콕 찌를 정도가 되었다. 그는 새벽하늘처럼 검푸른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울룩불룩 튀어나온 돌 때문에 평탄하지 못한 바닥을 걸어가고 있었다. 맨발이었다. 아니, 옷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이곳을 감도는 수증기가 만들어낸 자욱한 안개 속에 감추기에는 너무 많은 상처를 가진 사내, 햇볕에 잘 그을린 피부와 탄탄한 근육으로 보기 좋은 몸은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상처로 거칠었던 삶을 무언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첨벙!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물에 그가 살짝 발을 담갔다. 갑자기 뜨거운 물에 닿게 되자 발가락으로부터 찌릿한 아픔이 밀려왔는지 그는 살며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곧 물속으로 몸을 완전히 담가버렸다. 이곳은 실외온천이다. 포가든 빌리지와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온천물이 샘솟고 있었기에 밤새도록 마물과의 싸움에서 지친 용병들은 이곳에서 피로를 풀고 잠이 들었다. 비록 여름이라고는 하나, 비까지 내려 제법 쌀쌀한 아침에 따뜻한 물에 들어간 것이 싫지는 않은지 그도 다른 용병들과 마찬가지로 피로에 물든 전신을 온천물에 내맡겼다. 그가 누워있는 탕 옆에는 통나무를 베여서 만든 높은 벽이 있었고, 맞은편에선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인하진 않았지만, 여탕은 통나무로 이루어진 벽으로 가로막혔을 뿐 바로 옆에 붙어있는 것 같았다. '혼탕이면 좋았을 걸…….' 무슨 상상을 했는지 온천물에 잠겨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에게 한 남자가 물속으로 걸어오더니 옆에 앉았다. "똥꼬라고 했지? 그는 괜찮나?" 오른쪽에는 시엘을, 왼쪽에는 소피아를 안고 음탕한 온천욕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던 듀란은 갑자기 들려온 무거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외눈박이 늑대라는 칭호가 어울리게 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하고 있는 악셀이 그에게 다가오더니 걱정스런 말투로 물어왔다. 악셀이 말하는 '그'는 바로 스콜이었다. 여명이 피어오르자 마물들은 약속이나 한 듯 숲 저편으로 물러섰고, 전장의 한복판에 있던 스콜은 그대로 쓰러지며 의식을 잃어버렸다. 지난 4개월간 단 한번도 스콜이 쓰러지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기에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던 듀란과는 달리 소피아가 가장 먼저 그에게 달려갔다. 걱정이 되서 어쩔 줄 모르는 소피아와 쓰러진 스콜의 곁으로 신속히 응급반이 도착했고, 땅바닥에 엄청나게 쏟은 피를 보면서 그들은 스콜이 살아있음에 그저 신기해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막사로 그를 옮기고 나서 응급반이 내린 병명이었다. 가벼운 빈혈, 그걸로 끝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이었다면 과다출혈로 죽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는데 빈혈이라는 병명을 내리게 된 그들, 그들 스스로도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듀란은 새벽에 있었던 그 일이 떠올라 살며시 비소를 머금었다. "네, 빈혈이라고 했어요. 하루정도만 푹 쉬면 괜찮아질 거라더군요." "빈혈이라고?" 악셀도 흑기사에게 당한 뒤라 정신이 없어서 스콜의 얼마나 당했는지는 살펴볼 수 없었다. 단지 가슴을 한 일자로 크게 베여지는 장면은 목격했다. 흑기사의 검에 베여져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는 장면을 분명히 봤는데, 빈혈이란다. "빈혈이라, 어쨌든 다행이군." 황당한 얘기에도 침착하게 대답한 악셀은 고심에 찬 표정을 얼른 지워버렸다. 스콜과 흑기사가 싸우는 장면을 지켜본 대다수의 용병들은 그를 두고, 사실은 루브룸일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카이룰레움인 올리비에와 로젠마저도 그가 루브룸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듯 했다. 그러나 같은 루브룸인 악셀은 알고 있었다. 7년 전 그가 루브룸이 된 이후로 단 두 명밖에 루브룸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4년 전에 룬베르크(Runberg), 그리고 1년 전에 이사벨 크리스티나가 루브룸에 이르렀다. 그 외엔 단 한명도 나온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만약 스콜이 루브룸일 경우 그보다 이전인, 대략 10년 전에 루브룸이 되었다는 말이 된다. 이제 겨우 20대초중반의 외모를 가진 남자가 적게 잡아서 10년 전에 루브룸이 되었다면 그가 루브룸이 될 당시의 나이는 10대 초반에서 중반이라는 말이었다. 악셀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포가든 빌리지에서 보여준 눈부신 실력으로 볼 때 루브룸이 될 자격은 충분했지만, 샤를마뉴제국에서 10대의 소년에게 루브룸을 하사한 적은 없었다. '과연, 정체가 뭘까?' 그가 깨어나서 직접 대화를 해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참, 악셀대장님, 저 브래지어를 빼내는데 성공했어요!" 스콜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생각에 빠져있던 그에게 듀란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걸어왔고, 악셀로서는 처음에는 그가 하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잠시 후에야 악셀의 표정이 다시 한번 굳어졌다. "브래지어를 빼내는데 성공했다고?" "네!" 듀란의 말을 들은 악셀은 기가 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보통 사람은 6개월이 걸리는 과정, 용섬기를 배우는데 있어서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체질, 즉 카르마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루는 게 능숙했던 뮤와 악셀도 한달이 걸렸는데 그걸 단 하루 만에 소화해냈다는 말이었다. 물론 악셀의 놀람은 겨우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스콜이 펼친 무스펠을 단 한번 본 것만으로 카르마로 불꽃을 일으키는 원리를 깨우치고, 지금 대륙에서 불꽃을 주먹에 붙이는 유일한 자. 천부적인 감과 다른 건 몰라도 카르마의 분해와 재조합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거의 복사를 하는 것과 비등한 속도로 익히는 자가 바로 듀란이었다. "정말이냐?" "네!" 듀란은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솔직히 쉽게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도대체 이번에 이곳으로 배치 받은 신입들은 어디서 살다온 자들인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검가로 유명한 프레키 발라스칼프가 이번 신입 중에 포함되어 있다는 서류를 접할 때만 하더라도 그의 활약이 가장 뛰어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프레키보다는 스콜이라는 자의 실력을 보고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그에게 생명을 구원받았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상황에서 악셀이 한 달 만에 성공했던 수련을 단 하루 만에 해낸 자도 이번 신입 중에 나온 것이다. "사실입니다. 제가 봤습니다." 방금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근 로젠이 정중하게 악셀에게 얘기해주었다. 그 말 대로였다. 로젠은 전투가 끝나자 지친 걸음으로 마을중앙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노곤해서 돌아가는 시엘의 순백색 브래지어가 순간 듀란의 손에 걸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변태! 똥꼬!" 아무리 수련이라고는 하나 치한이 따로 없는 짓이었기에 듀란은 시엘한테 실컷 밟히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브래지어를 들고 실실 웃고 있었다. "그래? 그럼 이제 다음단계를 가르쳐줘야겠군." "네!" "처음 브래지어를 훔치는 기술이 용의 감각과 용의 발톱을 익히는 수련이었다면, 두 번째는 용의 숨결과 용의 시야를 익히는 수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보여주겠다. 잘 봐라." 무척이나 근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뜨거운 온천물에서 몸을 일으킨 악셀이 외눈을 번뜩이는 순간, 그의 몸 자체가 로젠과 듀란의 시야에서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잠시간의 정적,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궁금해 하는 그들의 눈앞에 다시 악셀의 신형이 나타났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대략 10초간 사라졌던 그의 손엔 다름 아닌 통나무로 가려진 맞은편 여탕에서 온천을 즐기고 있는 여자용병들의 속옷이 가득 쥐어져있었다. 색깔도 가지가지, 모양도 가지가지,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듀란과 로젠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도 악셀이 말하려는 의도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이 기술은 기척을 죽이고 밤에 잠을 자는 여성의 침대로 접근해서 속옷을 모두 벗겨 와야 하는데, 지금은 여건이 좋지 않으니 여탕을 지나서 이 속옷을 두고 오기만 해라." 악셀이 훔쳐온 속옷을 다시 가져다두라고 말하자 듀란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다른 건 몰라도 용섬기의 창시자는 여성의 속옷에 지독하리만큼 집착했던 인물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는 뭐라고 반박을 하려다가 너무나도 위엄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악셀에게 주눅이 들어서 그가 훔쳐온 속옷을 건네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걸리면 똥 된다.' 악셀의 외눈은 그를 뚫어질 듯이 직시하고 있었다. 어서 알아차리기 전에 속옷을 가져다놓고 오라는 눈빛과 만약 걸리거든 혼자서 독박을 쓰라는 강압의 눈빛이었다. 듀란은 어제 하루 종일 맞아서 빨갛게 물든 뺨을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악셀대장님." "말해라." 그의 감은 천부적이다. 왠지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은 듯 했다. 꼭 걸릴 것 같은 기분이 그의 뒷골을 진하게 엄습해왔다. "이거 꼭 해야 되나요?" "한번은 거쳐야 되는 과정이다. 너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다." 용기를 주는 악셀의 말을 들은 듀란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탕 쪽에는 통나무를 세워서 만든 벽이 있었고, 그 벽과 딱 붙어서 자라난 커다란 나무가 한그루 보였다. 온천물 때문인지 기이하게 꺾인 나무, 그 나무의 나뭇잎들은 자신의 몸을 감출 수 있을 정도로 빽빽하게 자라있었다. 아마도 악셀 역시 저곳을 통해 여탕을 지나서 속옷을 훔쳐온 것 같았다. "휴,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무운을 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악셀은 너무나도 진지하게 응원을 하고 있었다. 뭐, 악셀이 속옷을 가져온 이상 그가 가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가져다놓아야만 하는 일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각오를 다진 듀란은 발끝을 살짝 세우며,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속옷을 가져다놓고 다시 이곳에 올 때까지 숨을 내뱉으면 안 된다. 카르마의 흐름을 한순간이라도 거스르게 된다면 여자용병들에게 들킨 건 뻔한 일이었기에 아예 숨을 참기로 결정한 것이다. 쉬익! 바람소리, 본디 니그룸출신의 듀란은 각오가 서자 나직한 바람소리만을 흘리며 통나무 벽 쪽에 자라난 커다란 나무의 잎사귀 속으로 무사히 몸을 감춘 듯 했다. 그런데도 잎사귀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떨어지기는커녕 육안으로만 본다면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정도였다. 악셀과 로젠은 그의 귀신같은 솜씨에 놀람 반, 감탄 반인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나무에서 단번에 여탕을 지나가야 하다니…….' 빽빽한 나뭇잎에 몸을 감춘 듀란은 예리한 눈매를 빛내며 단 한번의 도약으로 빛처럼 빨리 여탕을 지나갈 수 있는 활로를 포착하고 있었다. "와! 소피아언니, 가슴 정말 예뻐요! 부러워요!" 막 도약을 하려는 순간 시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뭇잎이 꽤나 빽빽하게 자라난 덕에 몸을 완벽하게 감췄긴 했으나 듀란은 바로 밑에서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기에 시엘이 부럽다고 하는 거지?' 듀란은 결국 남자다.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여기까지 온 김에 슬쩍 보고 가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자 그는 잠시 임무를 망각하고 잎사귀하나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자세를 낮춰 시선을 내리깔았다. 수많은 잎사귀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살짝 나뭇가지를 옆으로 밀자 눈에 확 들어오는 여성이 있었다. 소피아,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을 틀어 올려서 평소 때는 볼 수 없는 매혹적인 목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목선에 이어지는 쇄골과 그 아래엔 웬만한 남자들은 그냥 숨을 멎게 만들 정도로 앙증맞은 버찌가 얹어진 봉긋한 가슴이 탄력 있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가 물속으로 들어가려고 움직이자 잘록한 허리를 따라 훌륭한 엉덩이의 곡선도 살짝 보였다. 첨벙! 온천물이 만들어낸 수증기로 자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소피아는 미의 여신 프레이야의 뺨을 칠 정도로 매끈한 피부와 완벽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꿀꺽……." 그것은 실수였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듀란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켜버렸고, 순간 초긴장상태가 되어서 여탕에 있는 여성들의 동태를 살폈다. 시엘은 온천물속에 들어가서 입으로 거품을 '보글보글'내고 있었고, 소피아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간지럼을 피우려는지 두 손을 시엘에게 쭉 뻗고 있었다. '부럽다.' 다행히 들키지 않은 것 같다는 안심과 함께 듀란은 소피아와 시엘이 놀고 있는 장면에 홀려서 쉽게 떠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한 여성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누구야!" 카이룰레움에 이른 올리비에의 목소리가 듀란이 숨어있는 나무를 향하자 소피아와 시엘은 얼른 물속으로 몸을 감추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녀들의 머리위에 있는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소피아언니, 어떻게요! 저기 사람이 있는 거 같아요!" "누구야?" 제대로 걸린 것 같았다. 여탕에서 온천을 즐기고 있던 여자용병들의 시선이 자신이 숨어있는 나무로 집중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임무를 수행하는 건 불가능했다. 재빨리 남탕 쪽으로 돌아가서 아무 일 없는 척하면 들키지 않을 가능성은 아직 충분했다. '하나! 둘!' 셋 하면 단번에 나무에서 뛰어 남탕으로 넘어가려했던 듀란이었으나 갑작스레 뒤통수를 때리는 강렬한 충격에 그만 중심을 잃고 말았다. 아쉽게도 신궁이라 불리는 올리비에가 근처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들어서 듀란의 뒤통수를 정확히 가격한 것이다. 그는 중심을 잃은 것도 모자라 발까지 헛디뎌서 통나무 벽을 넘지 못하고 여탕 안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 여탕의 바닥에 떨어진 듀란은 고개를 들 생각도 못했다. 생각해보니 자신은 벌거벗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여탕에 있는 그녀들의 속옷이 전부 그의 한손에 쥐어져있었다. "똥꼬!" 시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에 쥐고 있는 속옷을 봤는지 화가 잔뜩 난 목소리에 듀란은 대책이 서질 않아서 땅에 떨어진 채 정신을 잃은 척을 하고 있었다. 유치했지만, 이것이 유일하게 이곳을 살아서 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용서 없었다. 쓰러진 그의 부위를 가리지 않고 밟기 시작했다. "아아악!" "까뒤집어!" "아악! 여긴 소중한 곳이에요! 밟지 말아주세요!" 사필귀정이라 했다! "밟아!" 자근자근! "아아악!"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 화까지 릴렉스이며 다음 화부터 검을 찾으러 갈 것 같습니다. 참, 아스크가 선작수 베스트에 턱걸이로 올랐습니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걸압니다. 하늘에 닿은 건 아니기에 긴장 늦추지 않고 달리도록 하겠습니다. Q&A입니다. '미스텔테인'에 관해 잠시 설명 드리면 이 검은 역신 로키가 만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북구신화에 보시면 역신 로키의 질투와 장난에 의해 상록수의 기생목이 검으로 변해서 빛의 신이며 불사자인 발드르를 죽이는데 이검이 바로 미스텔테인이며, 라그나로크의 서막이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신이 신을 죽이기 위해 만든 마검으로서 기생목은 인간을 뜻하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미스텔테인의 성별은 남성입니다. 숲 속의 잠자는 미검이 아닙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늪 속에 잠자는 남검이라고 해야겠죠. 스콜이 왕자님이니까 야오이물이 되죠-_-;; '마몬'이 어째서 도박으로 같은 악마들을 부하로 삼지 않았냐? 하는 질문에 굳이 답변을 드리면 부하로 둘 필요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각층의 군주들은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악마들의 왕 루시퍼를 제외하고는 그들에게 명령권을 가진 자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몬이 악마들을 부하로 두고, 마지막 보스가 된다면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퍼억! 쿨럭! '아슈켈론'의 오의는 쉽게 말해서 검은 빗방울입니다. 다만 평범한 빗방울이 아니라, 이 빗방울 하나, 하나에 우주가 담겨있고, 차원의 경계가 그어져있습니다. 즉, 수많은 블랙홀이 빗방울이 되어서 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빗방울은 생명체에 닿아도 멈추지 않고, 중력에 이끌려 직선으로 뚝 떨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하늘에서 내린 검은 비를 피하지 못하면, 반드시 죽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외 아직은 답변 드리기가 이른 질문이 한, 두개가 있었습니다. 이 점은 나중에 본문에서 확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전 다시 글 쓰러 가보겠습니다. 참, 갓난아기에 대한 묘사부분은 '고기가 타는 냄새'라는 묘사가 괜찮을 것 같군요.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쾌인2005-12-21 19:20:32 1타? 2 Painkiller2005-12-21 19:20:46 조회수 1에 보는 영광을..~ ^^; 1타인건가요.?~ 3 쾌인2005-12-21 19:20:54 아 한시간째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선리플후감상^^ 건필하세요! 4 Painkiller2005-12-21 19:20:56 아니네요...ㅡ.ㅜ 5 닥2005-12-21 19:21:42 건필하세요^^* 6 김백호2005-12-21 19:23:38 Painkiller님, 쾌인님과 정확히 14초차이, 대사가 너무 길었어요. 다음 기회를 노리세요-_-;; 닥님 리플 감사히 읽었습니다. 7 쾌인2005-12-21 19:39:38 아 오늘편 재밌네요 ^^ 아까 1등 해놓고 잠시 뭐좀 하느라.. 건필하세요! 내일 기대할게요!!^^ 8 데스카2005-12-21 19:42:21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선작수 99위로군요.. 축하합니다. 그러므로 더 노력하세요....(어이...) 추운데 몸조리 잘하시고 감기라도 걸리면 안되니...(어이!!!!) 그럼 건필하세요~ 9 으허헝2005-12-21 19:47:17 ㅎ 하나 더 올라오나요? 퇴근전에 봤으면 좋겠네요 넘 심한가? ^^;; 10 Nara2005-12-21 19:49:35 비를 피해라.. 비사이로막가??(퍽!!) 11 김백호2005-12-21 19:54:06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Nara님, 으허헝님, 데스카님 리플 감사히 읽었습니다. 인간의 신체로 가장 피하기 힘든 것이 비라고 생각해서 아슈켈론의 오의가 비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비축분이 없어서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립니다ㅠ.ㅠ 내일 뵙겠습니다! 12 엠프티니스2005-12-21 20:00:41 ㅎㅎ 건필임돠 ㅋㅋ 미스텔테인 녹여서 엿 바꿔먹고 싶다 ㅎㅎ -_-;;ㅋㅋㅋ 13 엠프티니스2005-12-21 20:02:15 아참..그리고 파괴의 검술 무스펠의 리미트를 펼치는걸 보고 대번에 [ 아스크 ] 하고 떠오르지 않을까요? ㅋㅋ;; 14 수능박선생2005-12-21 20:10:41 화이링~* 15 아라라2005-12-21 20:18:26 친절한 설명에 감사드려요;; 하하하;;; 하지만 늪속의 잠자는 미검 좋은데( -_-) 똥꼬는 이름이 저 모양이 될 때부터 망가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거의 사정 없이 밟히고 있군요.ㅋ 그러게 왜 과욕을 부려서! 아, 선작 베스트에 드신 거 축하해요~ 16 실페리온2005-12-21 20:55:59 나이스 듀란 -_- 죽지만 마라 17 아리오스2005-12-21 21:04:59 똥꼬씨 예상외로 나중에 최종보스로 등장할지도....그리고 악셀씨 기술이 아주 대단 근데 1번쨰 수련이 2번째보다 어렵지 않을까요? 자는 사람 보다 깨있는 사람 속옷 훔치기가 더힘들텐데... 18 화랑(花郞)2005-12-21 21:09:27 고기가 타는 냄새;;; 대략 난감..ㅜㅜ 19 HolySoul2005-12-21 21:27:29 우헤헤~ 재미있군요 큭큭.. 가서 향등원과 역원 복습해야겠군요.. 건필이요~! 20 캘시퍼2005-12-21 21:43:12 계속계속 올라왔으면 소원이 없겠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편씩 꾸준히 올라오는것에 감사하면 지낸다는.. 건필요! ^^ 21 검검2005-12-21 21:50:46 음....듀란.....의 신에서... 좀더 생생하면서 리얼하고 다이나믹한 묘사가 필요하다고 소심하게 건의해봅니다...^^; 22 질라르디노2005-12-21 22:27:50 ㅋㅋ 듀란 아직 멀었다 ㅋㅋ 건필하세요^^ 23 北海鎭君2005-12-21 23:22:20 내년초에 군대가는데 이거 다보고 갈수 있을라나 모르겠네... 24 김백호2005-12-22 00:08:05 엠프티니스님, 무스펠의 최종오의를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초반부에 요툰의 용장 게이로드가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프룻에 이르면 검에 불꽃이 붙는다고 하더라'라고 할 정도죠^^ 수능박선생님, 화이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라라님, 그래도 똥꼬는 그나마 나은 편이죠. 남자가 살다보면 변태소리듣는 건 간혹 있는 일이니, 문제는 프레키죠. 남색-_-;; 실페리온님, 듀란, 맞은 부위는 한동안 죽어있을 듯... 아리오스님, 아마도 1번째보다 2번째가 어려운 점이 1번째의 경우 대상에게 들켜도 상관이 없지만, 2번째의 경우는 그야말로 들키지 않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보니, 특히나 이불을 똘똘 말고 자면 난감하겠죠;; 화랑님, 괜찮지 않습니까? 고기가 타는 냄새, 괜찮은 것 같은데요+_+ HolySoul님, 항등원이랑 역원이 뭐하는데 쓰는 건가요?-_-;; 뭔진 몰라도 아무튼 열심히 공부하세요. 캘시퍼님, 지금도 이게 한계인듯 싶습니다. 쿨럭, 쿨럭, 검검님, 그럼 심의에 걸리지 않을까요?-_-;; 질라르디노님, 의외로 잔인하시다는... 北海鎭君님, 언제 군대를 가십니까? 아마도 아스크 1부격인 -황혼을 쫓는 늑대-는 2월말쯤에 완결이 날 것 같은데요. 2부는 1부가 성공하느냐에 따라서 갈릴 것 같구요. 25 엠프티니스2005-12-22 06:46:55 거의 없어서 더 의심 받을거 같은데 ㅋㅋ;; 파괴의 검 - [무스펠] 이라는걸 용병들이 모를리는 없을테고. 흑기사- 클로비스 를 상대하면서 리미트. 의 초식명이랄까요.. 그걸 외치면서 사용하는데 -_-?; 무스펠의 리미트를 시전하는걸 보고,들으면서 혹시,아스크? 하고 의심할수도? ㅋㅋ;; 26 bulum2005-12-22 11:25:05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 올라가리라 생각되네요. 잘보고 갑니다. 27 노란병아리2005-12-22 12:59:53 잘 보고 갑니다. 28 몽몽2005-12-22 13:06:02 잘보고갑니다^^ 29 후레쉬맨~2005-12-22 14:20:02 [del] 아~ 스콜이 너무 부러워지는데요... ㅋ 30 천령a2005-12-22 19:28:43 굿,,잘보고 가요 ^^ 31 가을흔적2005-12-29 13:14:39 ^^* 32 아트리2005-12-29 14:02:52 휘리릭~~ 33 날랭2005-12-30 23:24:44 건필하세요~ 34 블래스터2006-01-01 23:52:04 건필하세요^_^* 35 소검무제2006-01-04 00:41:54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6 창공의바람2006-01-11 13:20:04 똥꼬 불쌍하군요... 자업자득이지만..... 37 절도범산타2006-01-15 23:26:20 부러워 38 Σ비호란™2006-01-19 20:10:00 잘보고갑니다^^ 39 절대꼭미남2006-01-28 03:39:11 하하하 건필하세요 40 김백호2006-01-28 03:45:57 감사합니다. 즐감하시길... 41 破邪神劍2006-01-30 23:12:0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2 巨時期2006-02-04 18:14:48 저렇게 맞더라도 해보고 싶군요... 43 김백호2006-02-05 07:35:37 비추-_-;; 44 모른다니까2006-02-13 00:31:20 오!!!!맞으면서도 감상을 해주는 센스가 필요!!! 45 火狼2006-02-20 15:11:49 저거 왜이리 부러운지...ㅡㅡ 46 쾌감조루2006-02-23 12:09:53 아니..이런...일이... 주인공인 스콜의 여자를 훔쳐 보다니...듀란 사형시켜버려요 . 47 김백호2006-02-23 18:20:06 이미 쥐어터지고 있으니까 용서해주죠-_-;;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0화 [104]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8화 [63]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22 21:03:24 고친날 2005-12-22 21:22:40 읽은수 2310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0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애타게 그리워하던, 단 한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심장을 도려내서라도 듣고 싶은, 기억의 파편에 아련하게 남아있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스콜은 살며시 눈을 떴다.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 흐린 세상, 전장의 그을림이 묻은 막사의 천막이 불어오는 바람에 춤을 춘다. 상체를 조금 일으키자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라버니, 괜찮으세요?" 방금 전 그의 잠을 깨웠던 노랫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 언제나 한결같이 그를 바라봐주는 소피아의 애교 넘치는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꿈결에 들었던 노랫소리가 혹시 소피아가 연주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가슴에 엠블라의 키타라가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소피아, 혹시 네가 연주한거야?" "아, 방금요?" 고개를 끄덕여주니 소피아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혀를 살짝 내밀어보인다. "어떻게 해요. 부끄럽게, 들리셨어요?" "응, 좋았어." "그래요? 그럼 앞으로 자주 연주해드릴게요! 대신 한 곡당 키스 한번씩은 해주셔야 해요!" 소피아의 농담에 스콜은 희미한 미소를 그려주었다. 그녀의 노력을 안다. 키타라의 7현은 강철 줄로 되어있는 만큼 쉽게 운지를 할 수 없었다. 카르마로 음이 넓게 퍼지는 것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손가락 끝을 감싼다면 음이 흐려지기 때문에 맨손으로 연주를 해야 했다. 당연히 손에 쥐가 내릴 정도의 악력과 손가락 끝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감내했을 때야 비로써 연주를 할 수 있는 현악기였다. 자랑스럽게 솜씨를 자랑하지만,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실하게 연습을 한 흔적인 굳은살이 그녀의 손가락 끝에 자리하고 있었다. "감기는 다 나았어?" "네, 온천물에 소녀의 농익은 육체를 반짝반짝 씻고 나니까 말끔하게 나았어요." 부적절한 언어의 선택으로 묘하게 상상이 됐다. "뭐, 지금 몇 시쯤이지?" "저기 보세요."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막사의 휘장이 포근한 바람에 펄럭인다. 누런 빛깔의 햇살이 스며들고 있다. 저녁이었다. 새벽에 쓰러져서 하루 종일 잠들었던 것이다. 스콜이 노을의 빛깔을 바라보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정리하는 사이 그가 누워있던 맞은편의 침대에 있던 한 남자가 부들부들 떨며 상체를 일으켰다. "스콜……." "어디서 그렇게 얻어터진 거냐?" 아침에 여탕에 숨어들었다가 속옷도둑으로 몰려서 몰매를 맞은 듀란이었다. 어디 한군데 크게 다친 곳은 없어보였지만, 골병이 들었는지 끙끙거리며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 "오라버니, 똥꼬랑 이야기하지 마세요. 쟤, 변태에요. 저의 탐스러운 알몸이 보고 싶은 나머지 여탕에 숨어들지 않나, 저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있는 속옷을 훔쳐가지 않나, 정말 곤란해죽겠어요. 오라버니, 혼내주세요!"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는 소피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좀 그러했지만, 전혀 없는 사실을 말할 정도로 실없는 성격은 아니었다. "심심했냐?" 한심하다는 듯한 스콜의 말투를 들은 듀란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냐! 수련의 일환이었단 말이야! 시엘을 지키기 위한 수련!" "여탕을 훔쳐보고, 속옷을 훔치는 게?"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용의 숨결과 용의 시야를 깨우치는 신성한 수련이었어!" 듀란은 열을 올리며 항변을 하고 했다. 그러나 스콜로서는 그것이 비겁한 변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천사와 악마조차도 두려워하는 인간의 최고의 장점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자였다. 카르마로 이루어진 모든 기술을 카피하는 능력, 그런 소질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무스펠을 단 한 번 본 것만으로 흉내를 낼 수 있었다. 이미 악셀이 용섬기를 쓰는 장면을 봤기 때문에 굳이 속옷을 훔칠 필요도 없었다. "아참, 악셀대장님이 너 깨어나면 할 얘기가 있다고 했어." 할말이 그거였는지 그 말을 하고난 듀란은 얼른 침대에 몸을 파묻었다. 반대로 스콜은 팔자 좋게 침대에 누워있을 입장이 되지 못했다. 어차피 오늘 밤에도 마물의 습격이 이루어진다면 더 이상 억지로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었다. '소꿉놀이도 오늘로서 끝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악셀에게는 사실을 말해서 활동의 제약을 없앤 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을 찾으러 가야만 했다. 막사를 나와 소피아와 잠시 헤어진 스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채의 무너진 집과 여기저기에 지어진 막사가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어제와는 다른 풍경의 포가든 빌리지였다. 뭐랄까, 왠지 정감이 가는 풍경이었다. 스콜은 근처에 있는 용병에게 물어서 악셀의 소재를 파악했다. 포가든 빌리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북쪽 언덕에 있다고 한다. 마을에서 북쪽으로 대략 10여분을 걸어가자 울창한 숲 풀 사이로 좁다란 오르막길이 나왔고, 그 길을 쭉 따라가니 주변에 자라난 나무들보단 조금 커다란 고목이 자리한 언덕이 나왔다. 고목에 등을 기댄 채 앉아있는 남자, 외눈박이 늑대 악셀은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지 그가 이곳을 찾은 것도 모르고 마을 쪽을 흐릿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불렀다고 들었다." 이미 정체를 밝히기로 결심한 스콜은 유치한 연극 따위는 할 생각이 없는지 반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악셀은 얼른 고목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키며 반가운 미소로 그를 맞아들였다. "오늘 하루 종일 생각을 해봤는데, 당신의 정체를 도저히 알 수가 없더군요." 오히려 악셀이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대충 짐작을 한 스콜, 따스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칠흑의 눈동자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지?" "당신의 정체를 두고 다른 사람들은 루브룸이라고도 하는데, 당신의 나이를 보면 제가 루브룸이 된 이후로 됐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두 명밖에 없죠. 한 명은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는 룬베르크,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이사벨 크리스티나, 그녀는 여성이니까 아니라고 봐야겠죠? 그럼 도대체 당신의 정체가 뭐죠?" "……." "루브룸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졌으나, 루브룸이 아니라니, 도저히 모르겠더군요." 악셀은 자신이 내뱉은 말 속에 이미 정답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얘길 하면 믿을 텐가?"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추궁하는 그의 외눈을 직시하고 있던 스콜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넌 너의 나라를 가슴속에 품고 있다. 그 나라를 지금 빌려주었으면 한다." 스콜의 얘기를 들은 악셀은 외눈을 커다랗게 뜨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바람결에 바래지기에는 너무 가까이 서있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방금 스콜이 한 말은 용병들끼리 흔히 쓰는 말로서 높은 계급의 용병이 낮은 계급의 용병에게 명령권을 행사할 때 쓰는 말이었다. 만약 악셀의 계급이 카이룰레움이나 루테올룸만 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말이었으나, 악셀의 계급은 어디까지나 루브룸이었다. 제국의 황제를 제외하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 중간대륙에서 단 한명밖에 없었다. '용병왕 아스크!' 그다. 악셀은 갑자기 오한이 몰려왔는지 온몸을 떨면서도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어째서 용병왕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 그는 이미 눈앞의 사내가 용병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다만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전설이었기에 무의식중에 거부했던 것이다. 그러다 정작 본인의 입에서 명령권이 떨어지자 퍼즐조각처럼 모든 것이 깔끔하게 끼워 맞춰졌다. 올리비에, 로젠, 그가 덤벼도 이길 수 없었던 흑기사를 무찔렀던 남자, 루브룸인 자신과는 젤 수조차 없는 영역에 도달한 남자, 처음부터 열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악셀은 외눈을 가졌으나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은 어느 누구보다 뛰어났다. 그는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자신의 본능을 믿었다. 본능이 울부짖고 있다. 눈앞의 사내를 따르라고 차갑게 울부짖고 있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시게 되셨습니까?" 악셀의 말투는 급작스럽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공손하게 바꿔있었다. "망각의 늪 레테에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이 있다." "아!" '용병왕 아스크'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과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이었다. 전설로만 치부되던 마검, 그 마검이 레테에 있다는 말을 듣고, 눈앞의 용병왕이 그 마검을 찾으러 왔다는 얘기까지 듣게 되자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치 소설속의 등장인물이 된 기분이었다. "몇 가지 부탁이 있다." 용병왕이 눈앞에 있다. 게다가 자신에게 부탁이 있다고 말했다. 용병으로서 이보다 더 영광된 순간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어떤 명령이든지 내려주십시오." "우선 나의 정체가 용병왕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끔 도와줬음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신입들이 오는 시기가 정확히 언제지?" 스콜의 질문에 악셀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재빨리 대답했다. "정확히 5일 뒤입니다." 5일 뒤, 그때까지만 포가든 빌리지에 있다가 병력이 보충되면 미스텔테인을 찾으러 가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5일 뒤라……." "용병왕님, 그런데 5일 뒤에 오는 병력은 이곳의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병력이 아니라, 고성을 떨어뜨릴 제국의 총병력이 진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악셀이 건네준 정보는 스콜로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보였다. 주요병력이 수도에 집결되어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스콜일행이 이곳에 도착한지 일주일도 안 되서 진격을 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서둘러야 했다. 5일 뒤, 병력이 도착해서 시엘의 안전이 보장이 된다면 한 시간이라도 더 빨리 미스텔테인을 찾는 것이 마물과의 전면전에서 한사람이라도 더 살리는 길이었다. 멋지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해야 할까? 마몬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스콜과 악셀이 예상했던 것처럼 마물의 습격은 지난 5일간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미스텔테인을 찾고, 고성을 떨어뜨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5일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길바닥에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금 있으면 제국의 병력이 포가든 빌리지에 도착한다는 정보를 접한 스콜은 대검 한 자루를 등에 메고, 망각의 늪 레테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라버니가 가신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갈 거예요." 소피아의 의지는 확고했다. 망각의 늪은 극도로 위험해서 혼자서 가려고 했지만, 팔짱을 끼며 놔주지 않는 소피아를 억지로 떼어버리기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였다. 저택에서 그녀와 함께 하기로 약속을 했으니 말이다. 그녀와 함께 마을을 벗어나자 길모퉁이에 활을 차고 있는 여성이 스콜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올리비에는 별다른 말도 안하고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뭐지?" "악셀대장님께서 동행하라고 명령하셨다." 여름인데도 올리비에와 스콜사이엔 찬바람이 오가고 있었다. 망각의 늪 레테는 확실히 정상적인 인간이 갈만한 곳은 아니었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수많은 시체가 묻히고 강이 늪으로 변했을 때부터 늪지를 떠도는 원혼들과 기괴한 환경이 만들어낸 기형생물들 덕에 꽤나 위험한 곳으로 변해버렸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작은 배려를 해준 악셀의 체면도 있기에 스콜은 뒤따라오는 올리비에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다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소피아만이 심통 맞은 얼굴을 하며 더욱 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팔짱을 껴왔다. 이거 왠지 시작부터 꼬이는 것 같은 기분이 진하게 들었다. 투덜거리는 소피아와 냉랭한 오한을 안겨다주는 올리비에와 함께 망각의 늪으로 향하던 스콜은 마을 북쪽에서부터 시작된 높은 산맥과 절벽 때문에 북동쪽에 있는 다리를 경유해서 레테로 가려했다. 대략 30여분을 그렇게 걸어갔을 것이다. 꽤나 널따란 길이 계속되는 지점에서 무수한 군마가 일으킨 먼지가 저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앞서 걸어가고 있던 올리비에가 안력을 돋워서 군마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 같았다. "태양의 문장이다." 샤를마뉴제국의 깃발을 확인한 올리비에는 스콜에게 얘기를 해주었고, 일행은 고성으로 향하는 제국군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길 가장자리로 물러서서 걷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제국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오와 열을 맞춰서 빠른 속도로 서쪽으로 진격하던 제국군은 길 가장자리로 걸어가는 그들 때문에 점점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줄 알았는데 제국군의 선두가 그들이 있는 앞에서 멈춰 서자 올리비에는 말은 하지 않아도 꽤나 놀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제국의 병력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던 은빛 갑옷을 차려입은 기사가 말머리를 틀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 기사를 호위하는 듯 한 각기 화려한 갑옷과 무기를 가진 자들도 자연스레 그들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네요." 선두에서 제국군을 이끌던 기사의 목소리는 의외로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 소피아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0^ 스콜 : 글쟁이는 어디가고, 소피가 대신 인사하는 거야? 소피아 : 글쟁이는 지금 아파서 누워있어요. 누군가 글쟁이를 음해하려고 비데물줄기를 6으로 맞춰서 똥꼬에서 피가 나왔데요^0^ 스콜 : 쿨럭! 무서운 세상이군! 이젠 가족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란 말이야? 소피아 : 글쟁이도 없는데, 오라버니! 50화 기념으로 인기투표나 한번 하는 게 어때요?+_+ 스콜 : 인기투표? 소피아 : 네, 아마도 저한테 몰표가 쏟아질까봐 걱정이 되긴 하지만, 한번 해보아요+_+ 듀란 : 아냐! 1등은 나야! 내가 얼마나 많은 활약을 했는데! 나름대로 명장면도 꽤 있다고-_-^ 소피아 : 호호호~ 똥꼬, 설마 지난화의 만행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시엘 : 그래, 변태 똥꼬-_-+ 듀란 : 윽! 시엘 너마저! 생각해보니 이건 불리해! 지금 시점에서 인기투표는 나한테 너무 불리해! 프레키 : 그건 패자의 변명일 뿐이지. 그나저나 인기투표라? 의외로 내게 몰표가 쏟아질지도 모르겠군. 듀란 : 너? 넌 조연에 철저한 유머캐릭터잖아-_-+ 프레키 : 뭐라고? 누가 그래? 아냐! 내가 얼마나 진중한 캐릭터인데! 항상 강함만을 추구하는 스콜의 진정한 라이벌이라고! 듀란 : 그건 니 생각이고, 넌 별다른 활약도 한 적 없는 거 같은데, 게다가 치명적으로 남색-_-;; 프레키 : 아! 나 남색이었지! 제길ㅠ.ㅠ 소피아 : 자, 자, 둘 다 시끄럽고요^0^ 인기투표를 그럼 시작할게요. 방법은 간단해요. 댓글로 등장인물중 마음에 드는 인물의 이름을 한명만 적어주시면 된답니다. 이왕이면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도 알려주셨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해요. 방금 글쟁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그 점을 어필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인물들을 개성 있게 그릴 수 있다고 하네요. 자드키엘 :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자드키엘은 카리스마가 있어서 좋다'라고 하면 된다 이거지?-_-+ 스콜 : 너 은근히, 신경 쓰고 있구나-_-;; 시엘 : 그런데 아무도 참여 안하면 어떡하죠? 소피아 : 아냐! 시엘! 원래 잘생긴 오빠들과 예쁜 언니들은 이런 글은 그냥 넘기지 않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단 말이야! 댓글, 달아주실 거죠?+_+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劍虎2005-12-22 21:08:20 1등은 소피아 ㅋㅋ 건필하세요~~ 2 데스카2005-12-22 21:16:03 하하하...오늘도 잘읽었습니다. 학교 다녀오면 아스크가 올라와져 있는데 오늘은 조금 늦었군요. 냉방에서 아스크 기다린다고 추웠습니다..^^ 인기투표하면 소피아가 1등이 당연지사. 소피아 만세!!!~~ by. 소피아 러브 팬클럽 회장. (끌려간다...) 3 ENA2005-12-22 21:19:43 1등 소피아 유머 있는 센스와 재치있는 대쉬 적극적인 애정공세 랄까요 ㅋㅋ 4 몽몽2005-12-22 21:21:47 잘보고갑니다^^ 5 BloodWolf2005-12-22 21:30:39 오~~ 5타 10등안에든것 처음이에요 6 Nara2005-12-22 21:31:39 잘생겼다니... 훗 1등 똥꼬 이름과 같이 나오는 대사가 맘에 든다.. ex)똥꼬!변태! 총총총.. 7 朔月2005-12-22 21:34:09 소피아. 웃음이 터져나오는 푼수끼! 1등은 무조건 소피아입니다!! 8 血死魔人2005-12-22 21:35:00 음, 실패작 스콜 -_-;에 한표 건필하세요 `` 9 HolySoul2005-12-22 21:35:25 학원 같다가 오면 항상 올라와 있어서 기분 좋네요 ㅎ 건필하세요! 그리고 향등원이랑 역원은 고 1 에 나오는 수학 뷁 같은 겁니다.. 오늘 시험밨는데 역시 -_- 뷁.. 10 데스카2005-12-22 21:35:29 아...그리고 궁금한게 있는대요. 듀란이 카르마로 이루어진 모든 기술을 카피 할수 있다고 하는데.... 그럼 아슈켈론도 카피를 해서 흉내를 낼수있나요? 흉내 내는 정돈 어렵지 않을까요? 하지만 인간을 초월하는 기술인데...하하 11 김백호2005-12-22 21:42:04 먼저 잘생긴 데스카님의 질문에 답변을 드리면, 듀란의 정신적, 육체적인 능력을 뛰어넘는 카르마로 이루어진 기술은 당연히 흉내를 낼 수 없습니다. 아슈켈론이 대표적이죠. 이론으로 파악을 했다고 하더라도 듀란이 아슈켈론을 흉내낸다면 오의는 고사하고 시드를 구사하는 순간 팔뚝이 떨어져나가죠. 현재 소피아 4표, 스콜 1표, 듀란 1표입니다. 소피아,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군요. 12 미캉엘2005-12-22 21:46:30 소피아에게 한표~~ ㅎㅎ 13 독일건달2005-12-22 21:48:25 듀란한테 한표 어여 발전해서 진짜인간으로서 스콜을 능가하는 실력을 가지길... 14 쾌인2005-12-22 21:51:17 당연히 소피아죠!!^^ 이뻐서좋다? 사실 말투가 좋아요 ^^ 건필하세요!! 15 하얀나그네2005-12-22 21:56:54 아무래도 소피아일까나.. 확실히 저런 여자를 만나고 싶네요.. 16 김백호2005-12-22 22:00:23 압도적이군요. 소피아가 이렇게 비중이 컸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현재 소피아 7표, 듀란 2표, 스콜 1표입니다. 17 아리오스2005-12-22 22:12:44 마음같아선 소피아에 1표주고 싶지만 소피아는 1등할꺼 같으니 우리 나오자마자 죽은 불쌍한 똥꼬군에 한표 그 이름으로 힘겹게 살아 왔는데 나오자마자 죽은...얼마나 불쌍.. 18 사냥완료2005-12-22 22:16:53 벨리알 한표...랄까나요....[특이한게 좋아서.] 19 감마2005-12-22 22:22:22 음...원래는 소피아였지만 너무 몰표니 불쌍한 1표 받은 비운의 주인공 스콜!! 1표 20 김백호2005-12-22 22:26:22 쿨럭, 그럼 아리오스님과 감마님 표는 소피아 0.5, 스콜이랑 똥꼬에게 0.5씩 주겠습니다(순전히 글쟁이 마음대로-_-;;) 현재 상황은 소피아 8표, 듀란 2표, 스콜 1.5표, 벨리알 1표, 똥꼬 0.5표 되겠습니다^^ 21 황룡잔천2005-12-22 22:33:26 소피아에게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표!!! 아름답고~ 섹쉬하고~ 일편단심 민들레인 소피아양~ 아아~ 나에게도 저런 행운이 굴러들어온다면~ 라그나로크따윈 신경쓰지 않고~ 행복하게 살텐데~ 22 Cross2005-12-22 22:39:01 역시나 남자들의 로망!!!!!!! 전 소피아를!!!!!(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_-) 로망 로망 로망 클쑤마스 클쑤마스..... 솔로....솔로..솔.........으악!!!!!!!!!!!ㅠ.ㅠ 23 김백호2005-12-22 22:54:14 황룡잔천님의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표는 무효표처리되었습니다. 쿨럭, 농담입니다. 그리고 올해 크리스마스는 저도 케빈형(80년생이더군요. 한살많다는)이랑 성룡삼촌이랑 보내야 할듯. 자, 현황은 소피아 10표, 듀란 2표, 스콜 1.5표, 벨리알 1표, 똥꼬 0.5표입니다. 24 서효2005-12-22 23:02:56 롤랑... 은 나뿐인가!! 25 HolySoul2005-12-22 23:06:05 우리의 주인공 -_- 어디 가셨나.. 주인공에게.. 26 크리노아2005-12-22 23:07:21 잘 보고 갑니다~ 저도 소피아에게 한표....일까요. 일편단심으로 그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신을 바꾼 사람이라서 마음에 듭니다~ ^^ 27 fantasia2005-12-22 23:20:57 역시 커플증오대전 프레키에게 한표! 28 닥2005-12-22 23:22:44 건필하세요^^* 소피아 사랑해요~!!ㅋㅋ 29 까망울보2005-12-22 23:33:15 저두 소피아....양에게 한표 주고 싶네요. 약간 푼수끼이긴 하지만, 상처를 안고있는 스콜을 감싸주는 그 넓은 가슴에 푹 안기고 싶네요...^^;; 더불어 엉덩이가 아프신 작가님에게도 한표....ㅋㅋㅋ 재치있는 인기투표멘트...ㅋㅋㅋ 30 김백호2005-12-22 23:50:26 참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계속 달리자구요! 현황은 소피아 13표로 압도적으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그뒤를 스콜 2.5표, 듀란 2표, 벨리알 1표, 롤랑 1표, 프레키 1표, 똥꼬 0.5표입니다. 31 라타니엘2005-12-22 23:52:42 스콜~콜콜~~ 32 60일탈출2005-12-22 23:57:03 저 역시 소피아에 한 표 저런 스타일 여자 없나!!! 33 엔젤하트2005-12-23 00:03:41 가혹한 운명을 이겨내고 사랑을 찿은 우리의 공주님 시엘 양에게 한표~ +_+/ 잼있어요~ 34 질라르디노2005-12-23 00:05:38 저도 소피아요 ㅎㅎ ㅋㅋ 센스가 넘쳐요~ 스콜, 똥꼬, 자키드엘도 찍고 싶지만은... 굳이 한명고르라면 당연히 소피아! 35 김백호2005-12-23 00:12:48 꽤나 충격적이군요. 아스크가 소피아에게 지배되고 있었다니, 큭, 현황발표하겠습니다. 현재 1위는 부동의 에스메랄다 소피아!! 15표로 압도적입니다. 그뒤를 전율의 남자 스콜이 3.5표, 시련의 남자 듀란이 2표, 어둠의 공작 벨리알 1표, 작은 남자 롤랑 1표, 남색 프레키 1표, 어리버리공주 시엘 1표, 엑스트라 똥꼬 0.5표입니다. 36 들아탈수2005-12-23 00:20:11 ....소피아에게 표가 몰리네요;; -_- 저도 소피아에게 투표하러 왔습니다만;; 소피아의 사랑이 해피 엔딩으로 끝맺음되기를 ~.~ 37 Painkiller2005-12-23 00:38:05 늦었습니다만.. 저는 자드키엘에 한표 던집니다.~! 그 멋진 캐릭에 표가 없다는 것이 의아하네요..-_-; 자드키엘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정도로 멋진 캐릭터라고 생각되네요..~ 38 마음의병2005-12-23 01:05:07 스콜 불쌍하다.. _-).. 한표..추가요~ 스콜 39 leerhkdals2005-12-23 01:12:13 소피아에 7표요! 40 아미델린2005-12-23 01:23:48 ^^ 저도 소피아에게 표를~ 스콜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소피아가 더 좋아요 소피아와 스콜 사이가 잘 되길 빌며~ 건필하세요 작가님 41 김백호2005-12-23 01:28:03 하하하, 막간에 중간집계를 하겠습니다. 부동의 1위, 소피아 실베스트르 18표. 그뒤를 스콜 비엘가르드 4.5표. 듀란 2표. 자드키엘 1표. 벨리알 1표. 롤랑 1표. 프레키 발라스칼프 1표. 시엘 샤를마뉴 1표. 똥꼬 0.5표입니다. 많은 참여부탁드립니다. 전 이만 글 쓰러 가보겠습니다^^ 42 삼국무쌍N2005-12-23 01:42:47 성기사 발터였나??ㅋ 한표 던지고 감니다 ㅋ 43 마법도끼2005-12-23 01:49:15 저기 이사벨이 죽인 루브룸 용병대장에게 한표 인상적인 죽음이었어요... 44 천하무상2005-12-23 02:40:43 저는 역시 용병왕~ 아스크... 카리스마 있자나요~ 건필하세요~ 45 엠프티니스2005-12-23 03:10:05 스콜 한표 인겝니다!!!! 46 김백호2005-12-23 06:10:33 사람심리라는 게 처녀지를 밟고 싶은 것! 스쳐갔던 인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는군요! 우후후후~ 중간집계입니다~ 에스메랄다, 소피아 실베스트르 18표. 용병왕 아스크, 스콜 비엘가르드 6.5표. 심장을 태우는 불꽃, 듀란 2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공주, 시엘 샤를마뉴 1표 공간을 베는 자, 프레키 발라스칼프 1표. 요툰의 용장, 게이로드 미스트 칼프 1표. 리버티의 엘리트, 롤랑 1표.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1표. 정의의 철퇴, 성기사, 발터 그라이펠 1표. 어둠의 공작, 질투의 군주, 타락천사, 벨리알 1표. 엑스트라, 똥꼬 0.5표. 47 엠프티니스2005-12-23 07:30:23 훔..제국군을 지휘하는사람.. 이사벨 크리스티나 인가보다 ㅋㅋ; 48 The[劍]2005-12-23 08:03:48 저도 역시 섹시하고 귀엽고 깜찍한 우주제일초절정 미녀 소피아 양에게 한표...^^;; 워낙 몰표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라지만 저도 저런 여친구하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을 이렇게 투표로 대신합니다..ㅠ_ㅠ 솔로부대에서 커플부대로 같이 전향하실분 없나요..ㅠㅠ 49 無有2005-12-23 08:44:39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에 한표! 50 따뜻한세계2005-12-23 08:59:32 역시 주인공에게 한표...주인공의 표가 너무 적어서 불쌍해요!^^ 51 Hernesto2005-12-23 09:02:52 헉.. 프레키가 남색임을 인정했다.. 부르르..(오한이 들었음.. 진짜로) 전 아스크에게 한표 주겠습니다. 52 자청비2005-12-23 09:20:28 저두... 아스크한테 한표 ㅡ.ㅡ 소피아 너무 몰푠데요-_-+ 53 江東妙手2005-12-23 09:48:08 댓글달면 바로 작가님에게서 미남 소리를 듣는군요. ㅋㅋ 에... 저는 스콜에 한표. 생각이 너무 많고 깊어서 감정 표현이 더딘 남자.... 54 사심안2005-12-23 09:51:51 소피아.... 선천적인 푼수라면 그다지에 그다지이지만... 스콜을 위해 일부러 망가져 준다는데에 감동... 거기다 지성과 무력과 미모를 겸비한... 남자는 아스크.. 주인공이라서라기 보다.... 전 강하고 등짝이 멋있고 함께하기에 걱정없는 존재를 좋아하거든요.. 바키 아버지는 강하고 등짝은 멋있는데.. 같이 있기 무서워서.ㅜㅜ 절대로 싫지만... 아스크는 아니니까요. 55 김백호2005-12-23 10:07:25 <인기투표현황> 에스메랄다 <소피아> 실베스트르 19.5표 용병왕 <스콜> 비엘가르드 11표 심장을 태우는 불꽃 <듀란> 2표 붉은 달의 공주 <시엘> 샤를마뉴 1표 공간을 베는 자 <프레키> 발라스칼프 1표 용장 <게이로드> 미스트 칼프 1표 <롤랑> 1표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1표 마연기사 <발터> 그라이펠 1표 어둠의 공작 <벨리알> 1표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1표 <똥꼬> 0.5표 와, 스콜이 많이 쫓아왔습니다. 전 이만 자러갑니다. 지금 막 다음화를 다 썼는데 자고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퇴고하고 바로 올려드리겠습니다. 56 엠프티니스2005-12-23 10:19:43 오~!~~ 미스텔테인이라 ㅋㅋ 그런데...미스텔테인도 인간인가? ; -_-;; ㅋㅋㅋ 57 노란병아리2005-12-23 10:24:19 쥔공에 1표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58 Nara2005-12-23 11:11:01 좋아 듀란 3위만 가자..+_+ 59 야요2005-12-23 11:23:44 마몬에게 한표 식습관이 나랑 비슷한거 같은데 ㅋ 60 실페리온2005-12-23 11:33:59 소피아 올인 61 악종2005-12-23 11:35:12 소피아 최고!!-ㅁ- 62 엠프티니스2005-12-23 11:46:55 마몬은 소유욕 아닌가? ㅋㅋ 먹는거라면 그...베헤모스인가? 그넘 일거 같은데 ㅋㅋ; 아! 그러고보니 리플수 60개 넘겼네요 ㅋㅋㅋ 63 검검2005-12-23 15:18:13 스콜 한표요 건필하세요~^^ 64 bulum2005-12-23 16:25:18 잘보고 갑니다. ㅎㅎ 갈수록 댓글이 늘고 있네요. 65 천령a2005-12-23 16:37:37 소피아에 한표요, 정말 좋아요 ^^ 66 windsupper2005-12-23 16:46:17 저도 처녀지를 건들러~ 이름은 까먹었지만;; 시엘 샤를마뉴의 큰언니~~ 아마 지금 제국군 사령관으로 온듯 ㅋㅋ 어느정도 삼각관계가 예상될듯? 혼자만의 짝사랑이 아니길 바래요~~ ㅋ 67 은월(銀月)2005-12-23 17:21:28 자드키엘 마족이면서도 인간다운 캐릭터같아요ㅋㅋ 멋있고 카리스마있어요ㅎ 68 超必殺氣2005-12-23 17:56:08 잘 봤습니다. 요즘따라 재미있는 판타지를 연속으로 발굴하는 터라 기분이 정말 좋군요. 제가 짜임새 있는 소설을 굉장히 선호하는 편이라서요 ^^. 그리고 고무판에서 생활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적어봅니다. 읽은 수에 비례해서 리플이 굉장히 많군요. 그만큼 독자분들이 작가분을 생각해주시고, 또 작가님도 글을 잘 써주신다는 것 같아요. 보통 리플 1개당 읽은수 100 이라는 비례를 과감하게 부셔준것 같습니다. ^^. 69 超必殺氣2005-12-23 17:59:54 아 그리고 저의 투표는 호모 프레키 입니다. ㅡ,.ㅡ... 남색이라 좋아하는건 당연히 아니구요 ㅎㅎ.. 처음과 다르게 자신의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 발전해나가려는 모습이 멋져서 그럽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또 그 안에서 발전해나가려고 하고. ^^. 70 엠프티니스2005-12-23 18:47:40 시엘의 언니라면... 에리 샤를마뉴 아니던가요? ㅋㅋ 훔.. 그나저나 자고 일어나서 바로 퇴고해서 올려주신다고 하셧는데 ㅋㅋ 일어나보니 다음날 새벽 00:00분 01 초 인거 아니3 ?ㅋㅋㅋ;; 아직까지 새글이 안 보이넹.. ㅋㅋㅋ 이번엔 꼭 1타 해야 할텐데 ㅋㅋㅋ;; 히유.. 아~! 그리고 이걸루 70타 입니다~!!! 71 김백호2005-12-23 20:40:05 <중간집계입니다> [22.5표]에스메랄다 소피아 실베스트르 [13표]용병왕 스콜 비엘가르드 [2표]심장을 태우는 불꽃 듀란 [2표]공간을 베는 자 프레키 발라스칼프 [2표]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1표]붉은 달의 공주 시엘 샤를마뉴 [1표]용장 게이로드 미스트 칼프 [1표]롤랑 [1표]향기없는 꽃 에리 샤를마뉴 [1표]마연기사 발터 그라이펠 [1표]어둠의 공작 벨리알 [1표]수왕 베헤모스 [1표]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0.5표]똥꼬 이상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72 hidemyface2005-12-23 22:49:41 전 마몬이요 끝없는 욕망과 과감한 모험이 맘에 드네요 ㅎㅎ 73 厚顔無恥2005-12-24 03:12:09 소피아에게 한 표. 저런 여자 어디 없수? 74 同安2005-12-24 10:09:49 똥꼬 화이팅!!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소설 분위기를 업시켜주는 똥꼬!! 이름부터 마음에 드는 똥꼬!! 난중에 스콜을 위해 무언가 해 줄 수 있을만큼 성장할 것 같은 똥꼬!! 똥꼬가 최곱니다~~ 75 松竹2005-12-24 18:16:59 듀란듀란이죠.. 초반부터 맘에들었다는.. 무거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한 몸 희생해 분위기를 업 시켜주는 센쓰~.. 스콜은 쥔공임에도 너무 강하고 적도 없을것 같고 인간이 아니기에..쿨럭... 같은 인간으로서 스콜의 힘을 넘을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천재적인 똥꼬라면 약간의 활약을 기대해도 되겠지요? 흐흐 76 색골마성2005-12-27 13:56:23 소피아가 최고죠 이 글의 히로인 77 가을흔적2005-12-29 13:17:37 잘 보고 갑니다 78 김백호2005-12-29 13:41:34 아트리님의 휘리릭신공에 대비해서 이곳에 미리 인사를 남깁니다. 매회 잊지 않고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즐감하시길 바랍니다. 아참, 이왕이면 투표도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79 아트리2005-12-29 14:14:27 ㅎ훨 ~ 먼저 오시다니~~~ 똥꼬에 한표~~~ㅋㅋㅋ 휘리릭~~ 80 날랭2005-12-30 23:34:23 음.. 저는 소피아에 한표.!! 귀엽잖아요.^^ 작품의 분위기를 적절하게 조절해주는 캐릭터 인것 같아요. 81 블래스터2006-01-01 23:53:57 건필하세요^_^* 82 소검무제2006-01-04 00:46:18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83 푸른봉황2006-01-07 19:11:59 프레키 1표요. 점칠때 여자가슴 훔쳐본다는 장면에서 그런 점괘가 나왔을때 한마디 말없이 묵묵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맘에 들더군요.ㅎㅎ 공작가라는 신분만 아니면 가장 매력있는 케릭터가 됐을텐데. 그 나이때 남자라면 다 그렇죠.ㅎㅎ 이해합니다. 짜식..남자의 이름으로 용서한다..(응??) 84 김백호2006-01-07 19:22:07 앗, 그건 듀란이라는-_-a 듀란이 시엘의 가슴을 훔쳐보다가 딱 걸렸죠. 듀란에게 표를 주겠습니다^^ 85 무적이2006-01-08 16:51:06 소피아 건필하세요..... 86 창공의바람2006-01-11 13:26:36 1등은 당연히 소피아~ 유머로 분위기를 풀어줍니다 ^^ 2등은 듀란~ 카리스마있으면서도 철저하게 무너지는;; 3등은 스콜 ~ 주인공이니까;;; 87 절도범산타2006-01-15 23:36:36 크크, 역시 저도 영원한 히로인 소피아양에게. 88 Σ비호란™2006-01-19 20:14:52 잘보고갑니다^^ 89 김백호2006-01-20 08:01:37 인기투표 결과발표입니다. 1위 에스메랄다 소피아 실베스트르 [28.5표] 2위 황혼을 쫓는 늑대 스콜 비엘가르드 [13표] 3위 불꽃의 사나이 듀란 [6표] 4위 공간을 베는 자 프레키 발라스칼프 [2표] 4위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2표] 6위 비운의 공주 시엘 샤를마뉴 [1표] 6위 용장 게이로드 미스트칼프 [1표] 6위 작은 고추 롤랑 [1표] 6위 향기없는 꽃 에리 샤를마뉴 [1표] 6위 마연기사 발터 그라이펠 [1표] 6위 어둠의 공작 벨리알 [1표] 6위 탐욕의 군주 마몬 [1표] 6위 수왕 베헤모스 [1표] 6위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1표] 15위 똥꼬 [0.5표] 90 소면살우2006-01-21 17:20:34 소피아! 이지만... 추천안한쪽을 가보고 싶은게 사람심보라서... 시엘의 요리를 먹고 쓰러진 산적들을 바라보고 이건 독살이다 라고 외치고 달려든 산적중 6번째 산적을 추천합니다-_-; 91 김백호2006-01-21 17:22:51 쿨럭, 대략 난감하군요-_-;; 92 넬드라드2006-01-22 13:25:49 완전 저세상으로 사라져버린.. 아이리스..(그녀는 어디에..) 93 절대꼭미남2006-01-28 03:46:41 공주군,,,, 건필하세요 94 破邪神劍2006-01-30 23:18:24 건필하세요^^ 95 또다른만남2006-02-03 13:44:02 아니엘 누님에게 1표.. 의외로 아니엘 누님의 표가 없네여.. 너무 일찍 죽으셔서 그런가?ㅎㅎ 96 김백호2006-02-03 14:51:52 네, 아니엘 한표 접수하겠습니다. 그런데 실은 죄송하게도 투표가 끝나버렸죠ㅠ.ㅠ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97 巨時期2006-02-04 18:35:27 허헉!! 끝났다니요 ㅠㅠ 폭식의 악마 그 뭐더라... 이름은 어려워서 그 분 주고 싶었는데.... 98 김백호2006-02-05 07:36:05 카프지엘말입니까? 마음속으로 받겠습니다. 하하. 99 Shiel Rune2006-02-06 19:17:36 큭~저도 김백호님 마음속으로 등장도 못하고 죽은 오딘에게 한표 100 김백호2006-02-07 07:02:50 오딘이라-_-;; 뒤에서 벽화속에서 한번 등장합니다. 펜릴한테 잡아먹히고 있는 그림이죠-_-;; 101 모른다니까2006-02-13 00:39:15 늦었지만 한표!!! 전 자드사마~~ (추가로 아니엘사마~흐흐=_+) 102 김백호2006-02-13 14:32:44 자드키엘, 예리하시군요. 뒤쪽에서 활약이 빛을 발할 것입니다. 103 쾌감조루2006-02-23 12:26:58 소피아 짱.... 순종적이며 한남자를 위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순종적이며 밝은 성격의 유머와 더불어 따뜻한 마음.. 그리고 부드럽고 편안하게 해줄수 있는 그런 여자를 원하지 않을까요? 104 김백호2006-02-23 18:21:59 음, 전 아닙니다. 평소엔 톡톡쏘는 맛이 있지만, 잠자리에선 귀여워지는 타입이 전 좋더군요. 쿨럭... 적고 보니 무슨 얘길 하는 건지...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1화 [5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49화 [47]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23 20:22:02 고친날 2005-12-24 04:33:57 읽은수 2271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1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 스콜은 목소리만으로 말위에 앉아있는 은빛여기사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다." 반말이었다. 정작 은빛여기사는 반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었지만, 그녀를 호위하고 있던 푸른 갑옷을 입은 중년기사가 카르마가 가득 담긴 날카로운 창끝으로 그의 목 줄기를 겨누며 소리쳤다. "네 놈 방금 뭐라고 지껄였느냐?"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는지 우렁찬 목소리와 박력 있게 내질러진 창 때문에 스콜보다 바로 옆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소피아가 깜짝 놀라 그만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감히 이 분이 누구신줄 알고 함부로 혀를 놀리느냐! 어서 무릎을 꿇고 사죄해라!" 중년기사,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이 전장에서 활약을 하며 권력을 쥐었다면 이 남자, 힐드스칼프(Hlidskjalf)공작은 정치적인 이권다툼에서 철저하게 승리해서 발라스칼프공작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급부상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섬기는 분이 하찮은 용병에게 반말을 듣게 되자 기회다 싶어서 앞으로 나섰다. 그의 행동은 교활한 늑대처럼 기민했으나, 성급한 면이 없지 않았다. 스콜은 상대할 가치도 못 느꼈는지 중년기사의 말은 씹어버리고, 우선 쓰러진 소피아를 일으켜주었다. "천한 용병 주제에, 어서 무릎을 꿇어라!" 힐드스칼프공작의 말을 듣고 스콜의 옆에 있던 올리비에의 눈매까지 매섭게 바꿨다. 무스펠하임에서 제국으로 망명을 온 그녀는 아직까지도 제국의 귀족들에게 불신이 남아있었는데 지금 상황은 너무 심했다. 은빛여기사의 정체는 몰라도 분명 스콜은 그녀와 알고 있는 사이인 듯 했다. 그런데 반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너무 열을 내며 스콜을 모욕하고 있었다. 확실한 오버였다. "힐드스칼프공작, 됐습니다. 저랑 아는 사이입니다." 상황이 의도하지 않았던 쪽으로 돌아가자 은빛여기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아니, 아무리 그러셔도 한낱 용병 따위가 공주님에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하시죠." 그녀의 말과 함께 여름인데도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고 있었다.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하는 은빛여기사가 투구를 천천히 벗었다. 꽤나 갑갑했던지 투구를 벗은 그녀가 틀어 올렸던 머리를 풀고 고개를 젖히자 길게 내려온 은빛 머리카락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시엘공주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 시엘공주보다 아름다운 눈을 가졌지만, 조금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그녀는 바로 첫 번째 공주 에리 샤를마뉴였다. 이번에 고성을 떨어뜨리는 제국군의 총지휘를 맡게 된 것 같았다. "무리 아닌가?" 스콜이 비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흥! 우습게보지 말아줬으면 하네요. 이래봬도 일대일로는 웬만한 남자들한테 지지 않으니까요."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시엘과는 다르게 에리는 머리가 비상할 뿐만 아니라 운동신경까지 좋았다. 확실히 그녀는 옆집 여동생 같은 느낌의 시엘과는 달리 샤를마뉴제국을 이끄는 여제가 될 가능성을 모두 갖춘 공주였다. "설마 저희를 마중 온 것은 아닐 테고, 뭐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죠?"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텐데?" "흥!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빨리 끝내는 게 좋을 거예요. 고성이 떨어지고 나서 와봤자 아무런 소득도 없을 테니까요." 그녀가 뭔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스콜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는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듀란이 자주 짓던 비소를 그려주었다. "마물을 쉽게 보지마라. 전멸할 수도 있다."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그럴 여유 있으면 당신 몸이나 챙기세요." 에리공주가 차가운 미소로 맞받아치며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왠지 인사라기보다는 비꼬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인사 아닌 인사를 건넨 그녀가 다시 말을 몰고 서쪽으로 향했고, 소피아는 경계하는 듯한 눈빛으로 에리공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말투는 공격적이었지만, 정감이 있기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소피아, 뭐해? 어서 가자." "아! 네, 오라버니!" 잠시 멍해있던 소피아를 데리고 스콜은 제국군이 향하는 길과는 반대로 동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뒤를 말없이 올리비에가 뒤쫓을 뿐이었다. "네 녀석,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뭔가 아쉬웠는지 공주의 곁에서 호위를 하던 푸른 갑옷을 입은 중년기사, 힐드스칼프공작이 그들에게 다가와서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걸어가던 스콜의 고개가 돌아갔다. 칠흑의 눈동자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뭐냐?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빌면 용서해주마." "너야말로 운 좋은 줄 알아라. 우리일행이 조금이라도 다쳤다면 너의 모가지가 부러졌을 테니!" "뭐라고!" 자신보다 나이도 어려보이는 용병이 그를 우롱하고 있었다. 힐드스칼프공작은 참지 못하고 창을 내지르려고 했지만, 다행히도 그 창끝이 스콜에게 닿기 전에 한 남자의 손에 가로막혀버렸다. "힐드스칼프공작님,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들이!" "어서 출발하시죠." "흥!" 힐드스칼프공작은 방금 자신의 창대를 왼손으로 가볍게 쥐며 공격을 무산시켜버린 젊은 기사가 부담스러웠는지 말머리를 돌려서 선두로 달려가 버렸다. 젊은 기사는 스콜을 향해 미안함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실례했습니다. 그럼, 전장에서 뵙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뒤늦게 출발한 젊은 기사, 그는 지난날 신성왕국에서 벨리알에게 오른팔이 어깨까지 잘려버린 성기사 발터 그라이펠이었다. 화려했던 과거를 등진 것처럼 검은 갑옷을 입었는데 잘려버린 오른팔에는 꽤나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는 강철 팔이 박혀있었다. '마연기사다!' 스콜의 뒤에 있던 올리비에가 멀어지는 발터의 모습을 보고 제국의 최강병력으로 불리는 마연기사 중에 한명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의문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강한 건 둘째 치고, 제국의 공주와 사심 없이 대화를 하며 마연기사가 깎듯이 대해왔다. 처음 포가든 빌리지에서 봤을 때만 하더라도 부상당한 신입이었는데, 그를 알면 알수록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갔다. 그런 올리비에의 마음을 알리 없는 스콜은 제국군과 반대편으로 걸어가다 북동쪽에 잇는 다리로 향했다. 이 다리만 건너서 조금만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꽤 넓은 숲이 나왔고, 그 숲 뒤에 망각의 늪이 있었다. 미스텔테인이 있는 곳에는 내일쯤에나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부터 쉬지 않고 간다면 아마 깊은 밤중엔 미스텔테인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정적으로 늪지에는 쉴 곳이 없었다. 구천을 떠도는 원혼과 기형적인 생명체들로 일반적인 사람들의 출입이 금해질 정도로 위험한 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그들은 2시간 정도를 소요해서 도착하게 된 숲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가야했다. "여기가 괜찮을 것 같은데……." 여름이라고 해도 밤이 되면 찬바람이 불어온다. 주위에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서 그 바람을 막아주고, 무엇보다 잡초가 길게 자라 있어서 침낭을 하나만 깔아도 그럭저럭 편한 잠을 취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오라버니, 왠지 낭만적이에요." 숲 속에 만들어진 작은 공터, 마치 방안처럼 주위는 울창한 숲 풀의 벽으로 둘러싸여있었고, 천장은 나뭇잎들이 미처 가리지 못한 조그마한 구멍이 하나 나있었다. 시간이 저녁으로 향하자 그곳으로 황금빛이 스며들어 더욱 숲 속의 작은 공터를 황홀한 분위기로 바꿔주었다. 일단 여기서 잠을 자고, 새벽에 늪으로 출발하면 될 것이다. 스콜은 긴 밤을 지새워줄 장작을 구해서 모닥불을 피웠다. 올리비에는 일행이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잠자리를 손봤으며 소피아가 요리를 담당했다. 백작가의 여식이라서 요리를 할 기회가 없었을 텐데도 그녀는 누구와는 다르게 요리에도 제법 소질을 보였다. 사실 이번에 포가든 빌리지의 여정도 그녀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었다. 아이리스가 비교적 제국에서 가까운 곳으로 배치를 받게 되자 이번 여정에서 요리를 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소피아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여행 내내 시엘의 맛있는 요리를 맛볼 뻔했다. "음, 맛있다." 입맛이 제법 까다로운 올리비에지만, 소피아의 요리는 입맛에 맞는 듯 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난 뒤 스콜은 일찍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내일 새벽에 늪지로 들어가서 해가 지기 전까진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야 했다. 늪지에 갇힐 경우 스콜 혼자라면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올리비에와 소피아는 잘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들을 여기에 두고 혼자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으로 마물이 세, 네 마리만 몰려와도 소피아와 올리비에가 살아남는 것에 장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밤의 어둠 속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울창한 나무의 잎사귀가 만들어낸 조그마한 하늘로 달빛이 부서지며 내리쬐고 있었다. 해가 지자마자 일찍 잠이든 올리비에와는 달리 소피아는 잠이 오지 않는 듯 했다. 조금 떨어져서 눈치를 살피고 있던 소피아는 올리비에가 깊은 잠이 들었다는 걸 확인하더니 침낭을 들고 스콜의 옆으로 가까이 붙었다. "오라버니, 안 주무세요?" "어서 자." 그녀의 아련한 향기에 나직이 대답한 스콜은 침낭에 들어가서 나뭇잎이 만든 조그마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바로 옆에 누우며 그와 같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참 예쁘네요." 별이라,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서 그런 걸까? 55년 전 엠블라에게서 별자리를 배웠던 일이 생각나버렸다. 그녀와 함께 했던 오뉴월, 우연인지 지금은 칠월이었다. 55년이 지났건만, 별자리는 거의 변하지 않았단 말이다. 스콜은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의 서쪽에서 밝게 빛나는 별 하나를 발견했다. 이 계절에서 가장 밝은 빛을 내는 베가(Vega)라는 이름의 별이었다. "너무 아름다워요. 오라버니, 혹시 별자리 아는 거 있음 얘기해주세요!" 그녀가 눈빛을 반짝이며 그에게 애교석인 부탁을 해왔다. "저기 봐." 그는 은하수 서쪽에 있는 베가를 찾아주고, 베가의 아래에 마름모꼴로 배치된 별과 베가의 옆에 있는 별을 이어주었다. 그냥 보기엔 이상한 모양이었다. "저게 뭐예요?" "리라(Lyra)야." 리라, 키타라와 마찬가지로 중간대륙 서쪽에서 만들어진 악기 중에 하나였다. 악기에 관한 설명을 들은 소피아는 그 별빛보다 더욱 반짝이는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옛날 중간대륙 서쪽에 오르페오(Orfeo)라는 시인이 있었어. 그에게는 이 세상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사랑스런 에우리디케(Eurydice)라는 아내가 있었지." "소피아만큼 아리따웠나보죠?" 참 뻔뻔한 소피아였다. "훗, 들어봐. 그렇게 둘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는데 에우리디케는 그만 집 근처 강가에서 독사한테 물려 죽고 말았어." "어머! 어떻게 해요!" "죽은 아내를 보고 깊은 비탄에 빠진 오르페오는 결국 그녀를 다시 살리기 위해 저승으로 가게 돼. 그러나 저승의 강과 저승의 문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지. 그곳을 지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오르페오는 아내를 볼 수 없다는 슬픔을 리라로 연주하게 되었고, 그 노랫소리가 얼마나 애절하고 절박했으면 사신들도 눈물을 흘렸고, 저승의 왕까지도 감동을 하게 되었다고 해." "와아~" "감동한 저승의 왕은 에우리디케를 다시 지상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하지. 다만 한 가지 조건을 걸었어. 둘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오르페오가 앞서 길을 걷되 두 사람이 지상에 도착하기까지 오르페오는 절대 뒤돌아봐서는 안 되고, 에우리디케는 절대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어." "그래서요?" 소피아는 궁금한지 고개를 돌려 흥미진진한 눈길로 스콜을 다그치고 있었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는 무사히 저승을 벗어나는 듯 했어. 저승의 길이 끝나는 광명이 눈을 부시게 만들었고, 오르페오는 이제 다왔다는 생각에 아내를 불렀지. 그런데 아무런 대답이 없는 거야. 계속해서 불렀는데 대답이 없자 오르페오는 어떻게 했을까?" "뒤돌아봤나요?" "그래, 저승의 왕과 한 약속을 어기고, 아내가 걱정이 된 나머지 그는 뒤돌아볼 수밖에 없었어. 돌아본 그의 눈동자엔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놀라는 아내가 보였어. 그렇게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아내를 다시 저승으로 떠나보낸 오르페오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에 죽을 때까지 울다가 가슴에 가지고 있던 리라와 함께 밤하늘의 별자리가 되어버렸지." "슬픈 얘기네요." "응, 저 별이야. 그 이후로 사람들은 저 별을 보고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믿음을 되새기곤 해." "왠지 알 것 같아요. 진실을 볼 수 없는 남자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을……." "그만 자자." "네." 스콜이 눈을 감았고, 소피아는 잠시 눈을 감고 있는 스콜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애틋한 미소를 그리며 같이 눈을 감았다. 진실을 볼 수 없는 남자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여자, 그것은 전설로만 치부해버릴 수 없는 얘기였다. '오라버니, 바보.'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선작수가 天을 돌파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했다고, 만족하고 멈춰서 있으면 안된다는 걸 압니다. 더 큰 목표를 두고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화는 암시만 있는 전체적으로 밋밋한 화였습니다. 다음화 예고를 간단히 해드리면 중간대륙 미드가르드 최후의 전쟁이라 불리는 가룸산맥의 전투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기투표현황입니다. 1위, 2위인 소피아와 스콜은 거의 확정되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남은 건 3위쟁탈전, 듀란이냐, 프레키냐, 자드키엘이냐, 이것이 궁금하군요. [22.5표]에스메랄다 소피아 실베스트르 [13표]용병왕 스콜 비엘가르드 [2표]심장을 태우는 불꽃 듀란 [2표]공간을 베는 자 프레키 발라스칼프 [2표]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1표]붉은 달의 공주 시엘 샤를마뉴 [1표]용장 게이로드 미스트 칼프 [1표]롤랑 [1표]향기없는 꽃 에리 샤를마뉴 [1표]마연기사 발터 그라이펠 [1표]어둠의 공작 벨리알 [1표]수왕 베헤모스 [1표]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0.5표]똥꼬 이상입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몽유(夢遊)2005-12-23 20:22:51 발자국... 꾸욱... 잘보고 갑니다...^^ 2 캘시퍼2005-12-23 20:23:15 윽..조회수 2 ㅡㅡ;; 3 구정물2005-12-23 20:24:14 멋지십니다.. 게시판에 추천 해드렸음.. 정말 재미있네요 오늘인 2연참이라.ㅋ 4 노란병아리2005-12-23 20:31:54 잘 보고 갑니다 (쉬리링~~~~~~) 5 김백호2005-12-23 20:36:29 몽유님, 캘시퍼님, 구정물님, 노란병아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추천도 너무 고맙습니다. 전 일어나서 밥 한끼 안먹어서 일단 밥먹고 오겠습니다. 6 엠프티니스2005-12-23 20:43:27 5타? ㅋㅋ 7 엠프티니스2005-12-23 20:44:45 이런 -_-;; 긁읽고 나서 보니 ;; 작가님이 5타 드셨네 ㅋㅋㅋ;' 이론 ㅋㅋ 히유. 내일부터는 대학원서를 ㅋㅋ;; 이궁..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가고 싶엇는데 -_-;; 못갈거 같다는 ;; 8 朔月2005-12-23 20:46:11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스크를 보는 센스! 크... 이제 고무판 닫아도 되겠네요.(올라오기 전까지 계속 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럼 건필하시길... 9 엠프티니스2005-12-23 20:47:08 후후... 덧붙여서, 그 인기 투표 ㅋㅋ 아스크 완결 짓는 날 까지 쭈욱~~~~ 이어지길~!!!!!! 건필!!!!! 10 김백호2005-12-23 20:47:42 엠프티니스님, 경남권에 사세요? 저도 부산인데;; 삭월님 감사합니다. 내일부턴 조금 일찍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잠자는 시간대가 무너져버려서;; 이런, 이런 전 밥 먹으러 가보겠습니다! 11 데스카2005-12-23 20:49:02 오늘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하하...축하합니다~!!~ 전부터 갈망하던 天을 돌파하셨군요!!! 그런 기념으로 광참 어떻습니까??? 다크서클 생길때까지 광참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군요. 이제 天을 돌파했습니다. 꿈을 더 크게 잡아야죠? 열심히 노력하세요..^^ 파이팅~!!~ 12 劍虎2005-12-23 20:49:52 역시 소피아는 1위 할수밖에 없다는 ㅋ 건필하세요~~ 13 엠프티니스2005-12-23 20:53:24 ㅎㅎ 경남권에 사는건 아니고요 ㅎ 사회복지과 하면, 대학때문에 허울만 높은 서울대를 제외하고 사회복지학과가 최초로 설치된 강남대와 대구대가 유명하거든요 ㅎ 점수는 강남대가 더 높은거 같지만, 정작 사회복지학과로 최고로 이름 높고 유서 깊은 곳이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거든요 ㅎㅎ 그런데.. 대구대 갈려면 1~2점이 부족하네여 -_-;; 대구대가 가.나군., 현도복지대가 나군이라서 고민하고 있답니다 ㅎㅎ [복지대 고르면서 알게된건 -_-;; 복지대는 국립대가 없다 -_-;;] <- 한 5~7대 국립대학에 사회복지학과가 있긴한데 -_-;; 사회과학과에 포함되어 있어서 제대로 사회복지학 공부를 할수 없는 환경이라네여 -_-;; 14 血死魔人2005-12-23 21:29:02 음, 건필하세요 `` 15 無有2005-12-23 21:55:49 마검이 등장하는 때를 기다라며,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16 질라르디노2005-12-23 21:56:29 ㅋㅋ 잼있게 봤어요 건필하세요 17 쾌인2005-12-23 22:00:59 아 소피아를 많이 등장시켜주는정도의 센스??^^ 건필하세요! 요새 정말 재밌네요^^ 18 엘렌드2005-12-23 22:19:47 흠 소피아 압도적이군요;; 인기투표에 힘입어 앞으로 소피아의 등장이 크게 늘듯..?ㅎㅎ 19 혈강시2005-12-23 22:30:21 쪽지 마지막줄 센스... 백호님 멋져여 ㅠ 20 아미델린2005-12-23 22:34:18 나중에 소피아가 거의 죽을 뻔할 때 스콜이 자기 마음을 깨닫지는 않을까 싶은데.. --;; 뭐.. 소피아가 죽기 바라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암튼 건필하세요^^ 21 HolySoul2005-12-23 22:50:04 지금은 피방에서 밤새는중 +_+ ! 22 hidemyface2005-12-23 22:52:08 마몬마몬마몬이요~~ 23 라타니엘2005-12-23 22:56:52 건필하세요 24 몽몽2005-12-23 23:17:57 잘보고갑니다^^ 25 닥2005-12-24 00:31:48 건필하세요^^* 26 악종2005-12-24 01:31:47 축하드립니다^^ 滿(가득찰 만) 까지 달리시기 바랍니다^^ 27 산길2005-12-24 02:01:26 흐흐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28 厚顔無恥2005-12-24 03:16:22 55년 부분 이상해요. [55년 전]이 문맥상 맞죠? 29 아리오스2005-12-24 04:27:35 음 진실을 볼수 없는 남자와 진실을 말할수 없는 여자 이말이 나중일에 핵심이 될듯 대충 소피아가 먼일로 배신을 한다던지 사실 소피아가 루시퍼(아스크)가 인간이 된 원인과 관련이 있다던지 나중에 소피아가 죽을꺼 같은 불길한 예감이... 작가님 소피 죽이면 안대여!!! 30 엠프티니스2005-12-24 07:29:15 아직. 루시퍼 ,아스크에 관한건 확실하게 안 밝혀지지 않았나요>? ㅎㅎㅎ 아! 그리고!!! 작가님 쪽지 ㅎㅎ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ㅎㅎ 언제나 행운이 함께하시길 ㅎ ㅎ 건필!!! 31 엠프티니스2005-12-24 07:31:41 훔... 잠깐 전편 가보니까 마몬과 소피아 한표 늘었네요 ㅋㄷㅋㄷ 전에. 글에서 , 스콜이 라그나로크를 직접 깨부수기 위해 지옥의 존재들과 싸운 이야기는 역사에 전해 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ㅎ 혹 죽는건강 ㅋㅋ; 32 bulum2005-12-24 08:40:38 잘보고 갑니다. 축하 드립니다. 33 同安2005-12-24 10:14:42 똥꼬 1표 추가했으니 꼭 반영해주세요.. 글구 선작수 천 돌파 축하드립니다.. 34 超必殺氣2005-12-24 10:47:38 똥꼬 0.5표.... 갑자기 불쌍해진다 ``. 35 미캉엘2005-12-24 11:16:15 건필하세요`~ 36 질라르디노2005-12-24 11:24:14 그나저나 아직 7층까지 있는 군주들을 다 죽이지도 못헀는데 중간대륙 최후의 전쟁이란 말은 여기서 스콜이 무찌르고 곧바로 지옥으로 쳐들어 간다는 뜻인가요??? 37 엠프티니스2005-12-24 14:14:32 그 전쟁이...혹시나 엄청나게 긴건 아닐런지? ㅎ 100년전쟁이나 30년 전쟁 같은 전쟁일런지도? ㅎㅎ 38 천령a2005-12-24 16:56:04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갈수록 재밌어 지네요 ^^ 39 엠프티니스2005-12-24 19:26:47 작가님은 어디루 ?ㅎㅎ 40 가을흔적2005-12-29 13:18:24 역시 ㅎㅎ 41 아트리2005-12-29 14:21:51 헐 불쌍한 똥꼬~~ 휘리릭~~~ 42 날랭2005-12-30 23:45:25 건필하세요~ 43 블래스터2006-01-01 23:56:05 건필하세요^_^* 44 소검무제2006-01-04 00:50:00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45 Σ비호란™2006-01-20 18:15:28 잘보고갑니다^^ 46 소면살우2006-01-21 17:24:50 아앗...인기투표를 했건만...(방금;;;) 너무 늦었었군요..ㅠ_ㅠ 47 소면살우2006-01-21 17:25:36 그나저나 저런 신화이야기는 여인네와 작업할때 써먹으면 좋겠지만...역시 이름 외우는건 어려워서..-_-;;; 48 김백호2006-01-21 17:30:26 네, 다음 인기투표때 꼭 투표해주세요! 그리고 이름 두개만 알면 되잖습니까! 버럭! 작업에 성과있으시길!! 49 절대꼭미남2006-01-28 03:56:38 작업할대 써먹으려 해도 밤하늘에 별보기가 영 힘드니... 가끔 한두개 보이는게 별인데 ;;; 이름 두개만 알면 뭐합니까 버럭!!! 어디 공기 좋은 시골같은데 가야 별을 볼수 있잖습니까 -_-;; (↑위에 버전) 건필하세요 50 김백호2006-01-28 05:50:33 저는 부산에 사는데 이곳엔 별이 없군요. 후후후~ 강원도에서 군생활할때는 참 별이 밝고 선명했는데, 밤하늘이 진짜 아름다웠습니다. 51 破邪神劍2006-01-30 23:24:05 별자리라.. 대략 다 그 별이 그 별같고 이 별이 이 별 같다는 -ㅁ-;; 52 김백호2006-02-01 17:38:57 그렇죠. 저도 한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된다는... 그것도 오래전에 배운거라서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하. 53 巨時期2006-02-04 18:48:11 하핫. 잘 읽고 갑니다.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2화 [50]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0화 [10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24 21:59:12 고친날 2005-12-24 21:59:12 읽은수 2282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2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1화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망각의 늪, 레테에 도착하자 눈앞엔 온통 기기묘묘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자(死者)들의 넋이 흘러가는 것처럼 자욱한 안개가 물결처럼 넘실거리고 있다. 그 아래 늪이 보인다. 얕아 보이나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검은 물에는 백골이 수면위에 떠올라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발에 밟히는 뼈다귀들, 이방인을 비웃는 까마귀들, 주변 풀숲에서 육신을 뜯어먹으려는 맹수의 눈동자까지, 마치 지옥에 와있는 착각이 들었다. 스콜일행은 늪지를 따라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갔다. 얼마 걸어가지 않아 늪의 안개가 다른 곳보다 심하게 짙은 곳에 당도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들은 늪 위에 떠있는 조각배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조각배 위에 인영이 보인다. 검은 망토를 입고 후드를 깊이 눌러쓴 인영은 구부정한 자세로 조각배에 달린 노를 쥐고 있었다. "망자(亡子)다." 카르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스콜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만 죽은 자라는 말에 소피아와 올리비에는 자연스레 오싹한 기분이 들었는지 눈을 커다랗게 부릅떴다. "가자." 스콜은 망설임 없이 지옥으로 향할지도 모를 조각배에 올라탔고, 소피아와 올리비에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늪지 중앙에 있는 섬으로 데려다 줬으면 한다." "뱃삯은?" 일체의 감정도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죽음의 면제다." 스콜이 의미모를 말을 하자 망자는 아무런 불만도 없는지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의 말처럼 늪 중앙에는 작은 섬이 하나 있다. 이곳은 떠도는 망자들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짙은 안개를 헤치며 천천히 나아가는 조각배, 깊숙이 들어갈수록 안개 속에 숨어있던 원혼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려왔다. "인간이다. 살아있는 인간이다." "살아있는 인간의 살점! 한입만 먹어봤으면! 키키킥!" 소피아는 배에 앉아서 두 눈을 꼭 감은 채 스콜의 팔을 쥐어뜯을 듯 꽉 붙잡고 있었다. "무서워할 것 없어." 여전히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만을 끄덕인다. 하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무서워할 수밖에 없는 장소였다. 올리비에도 애써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그녀의 두 눈동자는 긴장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끼익! 끼익! 고요한 늪 속에 노 젓는 소리와 원혼들의 조롱이 담긴 소리를 들으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맞은편의 작은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각배에 내린 스콜은 악마의 손가락처럼 기묘하고 음침하게 꺾여서 자라난 나무들이 만든 좁다란 길로 걸음을 내딛었고, 소피아와 올리비에는 행여나 그를 놓칠까봐 얼른 뒤따라갔다. 그 길 끝에는 공터가 있었는데 사람만한 바위가 그 공터의 중앙에 솟아나있었다. 덩굴에 휘감긴 바위위에 뭔가가 있다. 스콜을 따라가며 안력을 돋운 소피아는 바위위에 있는 뭔가가 검이라는 사실을 이내 깨달았다. 칠흑의 십자가가 비스듬히 바위에 박혀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신은 마치 원석처럼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만들어진 것 같았고, 가공이 되지 않은 검신과 손잡이 부분에는 세밀한 사신의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오랜만이군." 검이 말을 했다. 스콜이야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나 소피아와 올리비에는 검에서 들려온 쇳소리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물론 고서적을 살펴보면 말을 하는 검이 대륙에 실존한다는 부분도 나와 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건 아무래도 감회가 남달랐다. 만약 시엘이 있었다면 반갑게 인사라도 나눴을 상황이었지만, 소피아는 알면 알수록 괴상한 이곳의 분위기에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꼭 검에 귀신이 붙어있는 것 같았다. 반면 올리비에의 눈동자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칠흑빛깔의 십자대검, 게다가 말을 한다면 굳이 더 설명 듣지 않더라도 검의 정체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박식한 여인이었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가만 전율의 마검이 그에게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는 건 스콜이 미스텔테인과 무관한 인물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신을 죽인 미스텔테인은 인간들의 탐욕을 끝없이 부채질했고, 소유한 인간들은 하나같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저주받은 검으로 불리며 대륙에서 사라져버린 미스텔테인은 대략 180년 전 용병왕 아스크에 의해서 다시금 대륙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용병왕이 사라져버린 1666년 6월 미스텔테인도 역사의 그림자속으로 숨어버렸다. 아니, 숨은 것처럼 보였을 뿐인지도 몰랐다. 용병왕 말고도 지금 이 남자, 스콜과 연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의 힘이 필요하다." 스콜의 진지한 말에 미스텔테인은 콧방귀를 뀌는 것 같았다. "흥! 웃기는 소리하지마라! 넌 나의 주인이면서도 패배했다! 설마 까먹은 거냐?" 그래, 두 번이나 졌었다. 처음은 자신의 이름을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라고 밝힌 대천사 미카엘에게 패했었고, 비엘가르드전투에서 명분 없는 학살을 하고 의욕을 잃어버린 채 제국군에게 붙잡혀버렸다. "기억하고 있다." "그럼, 잘 알겠군? 넌 이미 나의 주인으로서 자격을 잃었다! 베어버리기 전에 꺼져라!" 거침없는 말을 듣고 스콜은 미스텔테인이 박혀있는 바위에 몸을 기대며 시가렛 한 개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깊숙이 들이마시고, 축축한 안개 사이로 연기를 내뱉는다. 그 연기가 부서지며 대기에 스며든다. 시가렛 한 개비를 다 필 때까지 스콜과 미스텔테인 사이에선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화 많이 났냐?" "당연하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쪽팔린다! 바벤베르크에서 그 괴상한 녀석은 그렇다 쳐도, 어떻게 인간들한테 붙잡힐 수가 있는 거냐? 빛의 신 발드르가 그 장면을 보고 얼마나 비웃었겠냐? 젠장!" "……." "어이, 뭔가 말을 해봐! 미안하다라든지! 나의 무너진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준다든지!" "훗." "뭐가 좋다고 웃는 거냐? 이 망할 놈아!" "솔직하지 못하구나. 망할 검 주제에……." "흥! 잘못한 건 네 녀석이라고! 적어도 나의 힘이 필요하다면 좀 더 비굴한 표정을 지으란 말이야!" 티격태격하고 있지만, 소피아와 올리비에는 마치 오랜 친구가 만나는 것 같은 장면에 묘한 눈빛으로 미스텔테인과 스콜을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숲 저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갑작스레 수십 마리의 마물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다. 50여 마리는 가볍게 넘을 것 같았는데 전혀 카르마를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에 스콜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도 이 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최면에 걸린 것이리라. 매개체는 단 하나, 조각배를 노 젓던 뱃사공을 통해서 걸린 것 같았다. 멋지게 함정에 걸려버린 스콜은 몰려드는 마물들을 바라보며 등에 메고 있던 대검을 뽑아들었다. "거기 당신하고 소피아, 일단 이 바위위에 올라가있으면 안전할 거다." 스콜은 안개에 번뜩이는 대검을 다가오는 마물들에게 겨누며 그녀들을 바위위로 올라가게 엄호했다. 마물의 수는 많았지만, 크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상대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하지만 않는다면, 웬만한 적이라면 미스텔테인이 그녀들을 지켜 주리란 걸 알고 있었다. "편하게 좀 쉬려고 했는데, 네 녀석이 오니까 괜히 시끄러워지잖아!" "훗, 원래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았나? 피가 난무하는 세상을!" "그건 그렇긴 하지만서도……." "어때? 피를 실컷 빨게 해주마!" "젠장맞을! 한 가지만 물어보자! 어째서 네 녀석이 직접 날 찾으러 오지 않은 거냐?" "여러 가지로 바빴다. 저것들 보면 모르냐? 라그나로크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이곳에는 있을 수 없는 지옥에 사는 마물들이 있었다. "결국 지옥의 문을 열렸단 말이냐?" "그래, 악마들의 피는 실컷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하티라는 이름을 쓰는 녀석의 피도!" "키키킥, 그거 재미있겠군. 좋아. 그럼 저기 있는 마물이랑 뒤에 있는 두 녀석을 네 순수한 힘으로 쓰러뜨려봐라! 그럼 다시 한번 믿어주마! 어때?" '마물 뒤에 두 녀석'이란 말을 듣기 전까지 스콜은 두개의 인영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마법으로 카르마를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재미있겠군!" 마물 한 마리가 겁도 없이 스콜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그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더니 달려드는 마물보다 한 걸음 더 빨리 내딛으며 대검을 휘둘렀다. 서걱! 눈부신 빛과 함께 휘둘러진 대검, 거친 바람을 머금은 칼날은 앞서 달려오던 마물을 단번에 그어버렸다. 베어진다. 아니, 찢어지고 있었다. 콸콸! 검은 피가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온다. 상하로 찢겨진 몸통에서 내장과 장기가 쏟아진다. 그걸 밟아 으깨버린 스콜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땅바닥에 쓰러진 마물의 머리통에 대검을 쑤셔 넣었다. 뿌직! 머리통을 가르며 깊숙이 박혀버린 대검, 그 검에 카르마를 주입하자 마물의 머리통은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주위로 더러운 파편이 날아가는 것을 보며 스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나!" 그 소리와 함께 주변에서 으르렁거리던 수십 마리의 마물들이 섬이 떠나갈 듯한 괴성을 지르며 그에게 덤벼오기 시작했다. 칼날보다 더 날카롭고 강력한 손톱이 휘둘러진다. 동시에 휘둘러진 수십 개의 손톱에 활로가 없는 듯 했으나 하늘로 뛰어오르면서 전부 피해낸 스콜, 중력을 받아 떨어지던 그는 가장 가까이 있는 마물의 정수리에 대검을 깊숙이 찔러버렸다. 머리통을 꿰뚫고 들어간 대검은 목을 지나, 장기를 지나, 생식기로 뚫고 나왔다. 피와 이물질이 방금 뚫려버린 구멍에서 터져 나온다. "둘!" 마물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발악하듯 손톱을 마구 휘둘렀지만, 스콜은 이미 대검을 뽑고, 다른 마물을 상대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휘둘러지는 대검, 미친 듯이 휘둘러지는 대검에 마물 하나가 대각선으로 예쁘게 찢어졌고, 뒤에서 덮치는 마물의 배를 대검이 관통했다. "셋! 그리고 넷!" 스콜의 기합과 함께 배를 꿰뚫었던 대검이 하늘을 향해버렸다. 자연스레 배에서부터 찢어져 반으로 갈려버린 마물의 몸통에서 검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몇 마리를 쓰러뜨렸는지 알리는 스콜의 외침과 함께 마물들은 너무나 힘없이 픽픽 쓰러져갔다. 올리비에는 믿기지 않는 장면에 눈을 크게 부릅떴다. 흑기사를 상대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인간 중에서 이렇게 강한 자가 있는 것에 감탄을 했다면, 지금은 인간을 초월한 능력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 휘둘러진 대검에 마물들은 한결같이 찢어지고 있었다.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찢어버리는 검술, 그녀는 오싹하며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다. 미스텔테인과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생전 처음 보는 검술이면서도 너무나 유명해서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검술 앞에 그녀는 지난 날 듀란이 그러했고, 악셀이 그러했던 것처럼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더 의심할 것도 없는데도 가슴으로 인정한 사실을 올리비에는 애써 머리로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저 꿈으로 치부해버리고 싶었다. 카이룰레움인 그녀조차도 마물 하나를 이겨내기 위해선 목숨을 걸고 싸워야했다. 그만큼 마물은 인간에게 강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그런데 그의 앞에 있는 마물은 마치 어린아이가 칼을 들고 덤벼온 것처럼 형편없이 쓰러지고,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데도 올리비에는 고개를 저으려고 했다. 어쩌면 아직 실감을 못하는 건지도 몰랐다. "마흔여덟!" 어느새 작은 섬의 땅바닥은 마물들의 시체와 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검은 피에 미친 듯이 살육을 즐기고 있는 그의 모습 앞에 소피아는 물론이고, 올리비에마저도 전율을 느끼며 두려워했다. 말 그대로 전율의 검술이다. 아니, 이건 검술이 아니었다. 처음에 대검에 단번에 찢겨죽은 마물은 그나마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셈이었다. 스콜은 지금 대검은 쓰러진 마물의 배에 찔러놓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고정한 다음, 마물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 뜯고 있었다. "끼에엑!" 처참한 비명소리를 들으면서도 스콜은 광기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통에 차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마물의 몸통에 박아뒀던 대검에 그가 왼손을 대자 검은 폭풍우가 일어나며 몸통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마흔아홉!" 검은 폭풍우를 견디지 못했는지 대검마저 '쩍쩍'소리를 내며 금이 가고 있었고, 이제 몇 마리 남지 않은 마물 중에 하나가 그 틈을 비집고 스콜을 공격하려 했다. 허나 붕대를 감고 있던 그의 오른손 주먹이 더 빨랐다. 퍽! 콰지직! 얼굴을 무겁게 찌그러뜨려버린 주먹이 폭발한다. 붕대가 찢어진 오른손에는 수십 개의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으나 주먹을 쥐고 펴는 데는 이상이 없는 듯 했다. 거의 두 달 만에 완치된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신경이 끊어져서 평생 불구로 남아버렸을 오른손 주먹이 다시금 휘둘러졌다. 마물의 목을 강타한 그의 주먹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커다란 구멍을 뚫어버렸다. "쉰!" 결코 가볍지 않는 숫자가 전장을 울렸다. 차 한잔마실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방금 전까지 그에게 덤벼들었던 마물들의 태반이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짝짝짝! 저편에서 들려오는 박수소리에 스콜은 부서져가는 대검을 꽉 쥐어보였다. 싸움은 지금부터였다. + 20화의 소제목이 별의 전설로 바꿨고, 21화의 소제목이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화의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선 댓글 남겨주신 모든 분들에게 답변을 드리고 싶지만, 일단 글을 먼저 올려드리고 싶은 욕심에 한 가지만 얘기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가룸산맥의 전투는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의 중간대륙에서의 마지막 전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스케일은 크지만, 가룸전투를 끝으로 지옥으로 바로 가진 않습니다. 예고를 짧게 해드리면, 바로 중간대륙에서 불리기에는 부유대륙 발할라, 실제론 알브헤임이란 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알브헤임, 알브(Alfr)는 고대 노르웨이어로 판타지에 자주 나오는 엘프(Elf)의 어원이죠. 즉 알브헤임이란 말은 요정의 땅이라는 뜻입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학생?백수?2005-12-24 22:02:05 조회수 1의 짜릿함? 선리플 후감상 2 학생?백수?2005-12-24 22:06:24 오홍오홍 파워업 할 스콜의 모습 기대기대 +_+ 3 노란병아리2005-12-24 22:09:40 ^^* 4 ENA2005-12-24 22:12:39 검을 들거라~~ 5 몽몽2005-12-24 22:14:40 잘보고갑니다^^ 6 朔月2005-12-24 22:15:56 전율의 검술이면 아슈켈론인데 일반 대검으로도 쓰네요? 그냥 시드인가 보죠? 7 데스카2005-12-24 22:29:57 오늘도 잘봤습니다...(매일이지만..) 드디어 전율의 검 미스텔테인이 주인공 손에 들어오는군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무지무지!!! 그런데 광참은 언제 해주실건데요? 전 광참 엄청 좋아하는데??? 빨리 해주시길 바랍니다. 8 血死魔人2005-12-24 22:31:49 음, 스콜이 요새 이름을 많이 뿌리고 다니는군요. 건필하세요 `` 9 캘시퍼2005-12-24 22:41:00 미스텔테인.. 말하는 것도 깍쟁이 반항아 같아서 멋짐 ^^;; 인기투표때 미스텔테인에 한표 주려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시기를 놓친. 백호님 건필요~!! (내일은 아마도 안 올라오겠죠.. 낙이 없다는 ㅠㅠ) 10 곤2005-12-24 22:43:06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11 캘시퍼2005-12-24 22:46:56 근데, 전 스콜이 싸우는 모습을 볼때면. 베르세르크의 가츠 가 생각난다는.. ^^; 12 쾌인2005-12-24 22:48:49 재밌어요!! 소피아 왜 대사가없죠..ㅠ_ㅠ 건필하세요^^ 13 Cross2005-12-24 22:53:20 아아~~ 소피아의 비중이 작아요~~`ㅠ.ㅠ 자자!!! 계속 이러시면 시위 들어갑니다~ 소피아의 비중을 늘려라~ 늘려라~ 14 아리오스2005-12-24 23:12:40 마자마자 소피아라면 그 상황에서도 멋진 말을 했을텐데..... 15 김백호2005-12-24 23:43:25 리플 감사히 읽었습니다. 우선 몇가지만 답해드리면, 본문에서 펼쳐진 아슈켈론은 처음엔 시드였고, 마지막 한번이 프룻이었습니다. 그뒤로 검이 천천히 부서지고 있죠. 다만 오의에 이르면 본문에서도 있듯이 지옥의 원석으로 만든 검도 버티지 못합니다. 그리고 스콜이 용병왕이라는 사실을 알브헤임에 가기 전까지 알리긴 알려야 하는데, 한꺼번에 알릴지, 아니면 소수에게만 알리게 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소수에게만 알리기로 결정을 내려서 한사람, 한사람에게 임펙트를 주다보니 너무 반복적인 느낌이 없지 않아 생긴 것 같습니다. 자, 인기투표현황입니다. 순위는 거의 확정인 것 같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23.5표]에스메랄다, 소피아 실베스트르 [13표]용병왕, 스콜 비엘가르드 [4표]심장을 태우는 불꽃, 듀란 [2표]공간을 베는, 자 프레키 발라스칼프 [2표]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2표]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1표]붉은 달의 공주 시엘 샤를마뉴 [1표]용장 게이로드 미스트 칼프 [1표]롤랑 [1표]향기없는 꽃, 에리 샤를마뉴 [1표]마연기사, 발터 그라이펠 [1표]어둠의 공작, 벨리알 [1표]수왕, 베헤모스 [1표]아슈타파다의 주인, 마몬 [0.5표]똥꼬 이상입니다. 16 닥2005-12-25 00:02:18 건필하세요^^* 메리크리스마스~~ㅋ 17 라타니엘2005-12-25 01:04:49 오 마검을 드는순간이 무진장 기대되내요 18 몽유(夢遊)2005-12-25 03:36:35 좋은 글 잘보고갑니다...,^^ 그리고 추천 제목을 그렇게 단건... 제목 칸이 부족해서입니다. 뭐... 약간의 낚시가 곁들여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만... ㅡㅡ; 흐흐흐... 말이 참 아다르고 어다르죠...^^ 19 김백호2005-12-25 05:55:14 리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천해주셔서 너무 좋아서 장난으로 '버럭'한거랍니다^^ㅋ 20 엠프티니스2005-12-25 05:56:04 19타!!!! ㅎㅎ 건필 하는거3 ㅋㅋ 21 엠프티니스2005-12-25 05:56:41 이런.. 또 작가님한테 19타 먹혔다 ㅋㅋ 지금 이시간 글 쓰고 계신가보네 ㅎㅎㅎ 22 김백호2005-12-25 06:00:00 아닙니다. 편두통때문에 누워있다가, 잠시 들어왔습니다. 다시 누워야 할듯, 머리를 움직이니까 더 아프네요;; 개보린이 효과가 좋은데, 아스피린밖에 없네요ㅠ.ㅠ 23 bulum2005-12-25 09:23:55 담배피우시나요? 하루만 참아 보세요. 빠른 쾌유 빕니다. 24 천령a2005-12-25 10:57:28 정말 재밌습니다 ^^ 건필하세요 25 마음의병2005-12-25 11:09:52 아프면 아니되옵니다. 빠른 쾌차를.. 26 들아탈수2005-12-25 11:58:12 잘 보고 갑니다. 작가님 아프시면 안 되요~.. 푹 쉬세요 27 無有2005-12-25 12:11:26 드디어 ,마검이 나왔군요. 28 미캉엘2005-12-25 16:09:15 미스텔테인 성격 마음에 드네요`~ ㅎㅎ 그런데 한사람이 투표 2개해도 돼나??? 돼면은 소피아 한표 미스텔테인 한표 ㅎㅎ 29 darkeye2005-12-25 16:29:06 타이레놀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있죠 빠른 쾌차를 빌며... 연참!! 30 60일탈출2005-12-25 17:23:23 메리 크리스 마스 창밖을 보라.창밖을 보라. 연인들이 다닌다 OTL.. 31 BloodWolf2005-12-25 19:26:37 젠장... 쏠로들의 아픔을... 32 엠프티니스2005-12-25 20:14:29 ㅋㅋㅋ 33 윈드써퍼2005-12-25 21:58:29 기대합니다 ^^ 34 김백호2005-12-25 22:05:16 리플 감사히 읽었습니다. 어제 푹 쉬었으니(TV도 안보고 잠만 잤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35 질라르디노2005-12-25 22:50:56 잘읽고 갑니다 ㅎㅎ 스콜 멋지다 36 松竹2005-12-26 01:31:00 잘 보고 갑니다. 항상 한 발씩 늦는군요.. 이제는 좀 빨리 출근도장을 찍어야할듯 합니다. 아스크에 n이 있으면 좀 묵혔다 맨나중에 읽는지라.. ㅋㅋ 술도 친구도 아스크도 오래될수록 맛있다죠..쿨럭. 37 검검2005-12-26 02:26:29 재밌게 보고갑니다~^^ 38 하늘바람별2005-12-26 10:47:34 처음 보자마자 글의 흡입력에 쭉 읽어내렸습니다. 이제는 고전이 된 다크문이라는 판타지를 꽤 감명깊게 읽었었는데, 글의 느낌이 참 흡사하네요^^ 여타 판타지와는 다른 무거움이 있군요. 잘 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시놉시스 좋은 판타지를 보게 되서 참 기분이 좋군요~ 39 가을흔적2005-12-29 13:22:00 ^^* 40 아트리2005-12-29 14:28:31 휘리릭~~ 41 날랭2005-12-30 23:51:36 건필하세요~ 42 소검무제2006-01-04 00:53:33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43 창공의바람2006-01-11 13:45:42 드디어 미스텔테인과 재회~~ 44 김백호2006-01-20 07:27:20 비호란님, 매회 잊지 않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늦었지만, 여기에 글을 남겨 감사인사를 대신합니다^^ 45 Σ비호란™2006-01-20 18:21:25 잘보고갑니다^^ 46 소면살우2006-01-21 17:32:57 우리의 작은 롤랑과 이름만 남은 똥꼬는 딱히 별명이 없네요-ㅁ-;;;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똥꼬는 죽어서 이름만 남기는군요;; 47 절대꼭미남2006-01-28 04:04:55 역시 마검다운 마검 건필하세요 48 破邪神劍2006-01-31 01:07:58 미스텔테인녀석 귀엽네요 ㅋ 49 巨時期2006-02-04 19:05:59 하핫. 잘 읽고 갑니다. 50 火狼2006-02-20 17:33:16 삐진거군요 미스텔테인...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3화 [44]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1화 [53]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26 12:19:51 고친날 2005-12-26 13:22:52 읽은수 2283 [ 19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3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이 펼쳐지려하고 있었다. 아슈켈론이 무서운 것은 비단 적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 검에 짓이겨지고, 찢어지는 적들을 보며 술자인 스콜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광기에서 비롯된 파괴욕망에 시달려야 했다. 아무리 수양이 높아 자신을 절제하려고 애를 쓰더라도 피를 뒤집어쓰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하늘 아래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자들의 숙명이었다. 지금 스콜에게 있어서 누군가를 지킨다든지, 지옥의 문을 닫는다는 문제는 별개였다. 눈앞에 보이는 두 개의 인영, 그 인영을 도살하고픈 욕망이 심장을 지배했고, 어떻게 하면 예쁘게 찢을 수 있을까하는 계획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쉰하나!" 대부분의 마물이 그의 대검에 베여져 땅바닥을 기고 있는 와중에 겁도 없는 마물하나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어김없이 대검은 휘둘러져 강철처럼 튼튼하다 불렸던 피부를 갈라놓는다. 깨끗하게 찢어놓지 못했다. 마물의 쇄골로 들어간 대검은 가슴부분까지 베다가 멈춰버렸다. 스콜도 알게 모르게 지친 것이다. 그를 탓하듯 분수처럼 터져버린 검은 피가 얼굴을 더럽혔다. 그는 대검을 쥐고 있지 않는 왼손으로 마물을 얼굴을 뜯을 듯이 잡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내다꽂았다. "끼익, 끼익!" 고통에 찬 듯한 신음소리, 스콜은 발을 들어 마물의 얼굴을 짓밟아버리며 두 개의 인영이 다가오는 것을 노려보았다. "덤벼라!" 다가오던 둘이 스콜이 가진 힘에 순수하게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물 50여 마리를 쓰러뜨리는 건 그들로서도 꽤나 벅찬 일이다. 인간이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굉장하군. 이름이라도 알 수 있겠나?" 얼굴은 꽤나 놀란 것 같지만, 목소리는 꼭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억양이 없었다. 조금 전 조각배로 이곳까지 데려다준 검은 망토에 후드를 깊숙이 눌러쓴 노인의 목소리였다. 그 옆에는 옷 대신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쇠사슬을 온 몸에 두른 우락부락한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름?" "그래, 너 정도라면 적이라도 묘비정도는 세워주고 싶군." 자만이 아니면 자신감이었다. 여기서 스콜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은연중에 비꼬고 있었다. "스콜 비엘가르드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군. 하긴 내가 대륙과 연을 끊은 지는 꽤 오래 되었으니, 나의 이름은 라스푸틴(Rasputin)이다." 예언자 라스푸틴! 본명은 그레고리 에피모비치(Grigorii Efimovich), 중간대륙 미드가르드를 통틀어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였다. 샤를마뉴제국이 중간대륙을 지배하기 이전에 번영을 누렸던 잊혀진 천년왕국 시절의 예언자, 그 당시 인간들은 지금보다 뛰어난 마법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중에서 라스푸틴의 마법력은 절대적이었다는 기록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났으면 적국의 왕마저도 미치게 만들었다고 한다. 너무나 뛰어난 마법력 때문에 오히려 노후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을 때까지 산속에서 은거를 했다고 고문서는 전하고 있었다. 그 자가 눈앞에 있었다. 마몬이 이끄는 아슈타파다의 비숍으로서 말이다. "키킥, 나도 소개해야 하나? 부끄럽지만, 나의 이름은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다." 잭 더 리퍼, 그는 퀸, 비숍, 나이트처럼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에서 최고의 살인마를 꼽으라면 모두 그를 지목할 것이다. 혼자서 1614명이라는 사람을 죽인 그는 여자들과 아이들의 살점은 구워먹었다고 전해지는 미치광이였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1614명의 사람을 죽였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바로 그의 버릇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는 사람을 죽일 때마다 옷 대신에 입고 있는 쇠사슬을 하나씩 늘렸는데 그가 죽을 때 몸에 두른 쇠사슬의 숫자가 정확히 1614개였던 것이다. "자, 자기소개도 끝냈으니 신나게 놀아볼까?" 희대의 살인마 잭, 그는 곧 있음 펼쳐질 격렬한 향연을 앞두고 온몸이 근질거리는지 목을 꺾어 '우두둑'하는 소리를 내더니 순식간에 스콜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스콜은 갑작스럽게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린 잭의 위치를 간파하기 위해서 주변을 살폈다. 지난날 벨리알보다 빠른 것 같진 않지만 상황이 좋지 못했다. 라스푸틴의 마법력으로 카르마가 느껴지지 않는 상황 아래 짙은 안개까지 잭을 도와서 육안만으로 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퍼억! "크윽!"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잭, 바위 같은 주먹이 스콜의 복부를 정통으로 강타해버렸다. 고통에 찬 얼굴을 하면서도 스콜은 반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잭의 주먹이 조금 더 빨랐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왼 주먹으로 스콜의 얼굴을 후려쳐버렸다. 얼굴을 맞고 공중으로 뛰어진 스콜의 몸이 채 땅바닥에 착지하기도 전에 잭의 신형이 그의 밑으로 오더니 주먹으로 옆구리를 사정없이 가격해버렸다. 파악! 콰직! 그 충격에 미스텔테인이 박혀있는 커다란 바위까지 날아가 부딪친 스콜은 검붉은 피를 토해내면서도 잭을 노려보았다. 그는 의외로 싱겁게 당하는 스콜에게 놀랐는지, 더 이상 몰아붙일 의사가 없다는 걸 두 손을 올리는 제스처로 알렸다. "이거 실망인 걸? 생각보다 약하군. 아, 아닌가? 내가 너무 강한 건가?" 아무리 희대의 살인마라고 해도 살아있을 당시엔 스콜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인간이었음에는 틀림없었다. 아마도 마몬에게 영혼을 구속당하면서 비약적으로 강해진 것일 테다. 사실 퀸 스카디, 비숍 라스푸틴, 룩 잭, 나이트 클로비스 중에서 마몬의 아슈타파다가 되면서 가장 강해진 것은 바로 잭이었다. 열쇠는 마성의 카르마였다. 살아있을 당시부터 철저한 악이었던 그는 지옥에서 마몬과 계약을 하고 마성의 카르마를 부여받자 어마어마한 시너지효과를 보게 되었다. "오호~ 별것도 아닌 것한테 굉장히 몰렸는데? 이거, 이래가지고 나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겠냐?" "시끄럽다!" 분명 위기의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을 비꼬는 미스텔테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바위에 처박힌 몸을 일으킨 스콜은 거칠게 소리쳤다. "어이, 어디서 뺨맞고 어디서 화풀이냐?"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 "치! 그냥 죽어버려라!" 미스텔테인의 악담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죽을지도 몰랐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승산이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잭 혼자만을 상대해야 한다면 어떻게 가능할지도 몰랐지만 그의 뒤에 있는 라스푸틴도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카르마를 감추는 기초적인 마법 말고는 아직 그 어떤 마법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저자가 더 무서울지도 모른다.' 스콜은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내며 쥐고 있는 대검에 카르마를 불어넣었다. 강렬한 카르마가 뭉치고 있었다. 그에게 난도질당해서 땅바닥에서 신음을 흘리고 있는 마물들은 물론, 망각의 늪 레테에 있는 원혼들마저도 두려워할만한 카르마가 그의 검에 응집했다. 그 증거로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던 잭도 조금은 긴장하는 기색을 겉으로 드러내었다. 그렇게 주체되지 않는 카르마가 마치 불꽃처럼 그의 대검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간다!" 스콜은 달리기 시작했다. 한 뼘 넓이의 검신, 사람 키만 한 대검을 들고 달려가던 스콜은 어느 정도 거리가 확보되자 검을 힘껏 휘둘렀다. 강하고 빨랐지만, 너무나 단조로운 공격에 잭은 재빨리 땅을 박차고 뒤로 뛰며 피했다. 허나 스콜의 매서운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검을 휘두르면서 생겨난 회전력에 몸을 맡긴 그가 검을 따라서 같이 한바퀴 회전해 뒤로 뛰어서 피한 잭에게 대검을 그대로 던져버렸다. 콰과광! 살기가 가득 담긴 카르마가 실린 대검이 차마 피할 틈을 주지 않고 날아오자 잭은 여전히 뒷걸음을 치면서도 미친 듯이 두 주먹을 번갈아가며 내질러 자신에게 날아오는 대검을 아예 박살을 내버렸다. "휴! 위험했잖아!" 안도하는 잭,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대검을 던진 것조차도 스콜에게 있어서 다음 공격을 가하는 준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진짜 공격은 이것이었다. 전력을 다해서 대검을 부셔버린 잭의 옆으로 스콜이 어느새 달려와 있었다. 마치 늑대처럼 자세를 한껏 숙인 채 그에게 달려온 스콜의 눈매가 매섭게 번뜩이는 순간 잭의 옆구리를 감고 있던 쇠사슬이 박살이 나버렸다. 스콜의 주먹이 쇠사슬을 끊어버리며 옆구리에 박혀버린 것이다. "크으윽! 이런, 빌어……." 잭은 극심한 통증이 감도는 옆구리를 감싸며 뒤로 물러섰고, 스콜은 빈틈을 주지 않으려고 재빨리 뒤쫓았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의 세상이 하얗게 채색되었다. 아니, 그에게 눈부신 염화가 떨어진 것이다. "플레임 스트라이크(Flame Strike)!" 콰르릉! 두 주먹에 카르마를 응집해서 겨우 막아냈지만,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피를 토하면서도 두 주먹에 카르마를 최대로 전개해서 연속해서 쏟아지는 뜨거운 불꽃덩어리를 막아내었다. 콰르릉! 쾅! 콰릉! 신비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지팡이로 신나게 불꽃덩어리를 쏘아버리는 라스푸틴에게 스콜이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막는 것이 전부였다. 그의 주먹이 불꽃덩어리를 터트릴 때마다 함께 입술사이에선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이렇게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단 말이다. 다행히도 구원의 손길이 던져졌다. 바위위에 있던 올리비에가 카르마를 담은 화살을 쏘아서 스콜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불꽃덩어리들을 그나마 줄여주고 있었다. 물론 소피아도 그때까지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진 않았다. 허리에 차고 있던 사복검을 뽑아들고, 스콜이 있는 곳까지 달려간 그녀는 그에게 쏟아지는 불꽃덩어리를 쳐내려 했다. "하악!" 그런데 상상 밖이었다. 그녀가 상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충격에 그녀는 겨우 불꽃덩어리 두개를 쳐내고는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했다. 올리비에도 화살은 쏘고 있었지만, 스콜에게 떨어지려는 불꽃덩어리의 궤도만을 바꿔놓을 뿐 완벽하게 소멸을 시키지는 못하고 있었다. 스콜은 저편에 쓰러진 소피아가 걱정이 되면서도 일단은 두 주먹을 휘두르며 끝없이 쏟아지는 불꽃덩어리를 막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 있을 힘도 없어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처절하게 버티는데도 라스푸틴은 아직 온 힘을 다하고 있지도 않은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쉬익! 그때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바람을 베는 듯한 소리와 함께 스콜에게 쏟아지던 불덩어리들이 거짓말같이 사라져버렸다. 미스텔테인이었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위에서 바로 앞으로 날아와 박혀버린 십자대검을 바라보았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이 스콜에게 쏟아지려는 모든 불덩이들을 우직하게 맞고 있었다. "뭐냐?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스콜은 미스텔테인이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듯 입을 열었으나 이미 그의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던 미스텔테인은 코웃음을 쳐보였다. "흥! 나도 널 구해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저기 있는 예쁜 사복검이 불꽃덩어리한테 당하는 걸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예쁜 사복검?" 소피아가 쥐고 있는 검, 그 검이 아무래도 미스텔테인의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너 검이잖아? 검이 반할 수도 있냐?" 여전히 불꽃덩어리가 눈앞에서 폭발하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스콜과 미스텔테인의 관심은 다른데 가있었다. "흥!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벌레마저도 사랑할 자격은 있다!" "하지만 검은 무생물이잖아?" "그건 너희 인간들의 입장이잖아! 시끄럽고, 날 쥐어라! 어디까지나 예쁜 사복검을 위해 일단 힘을 합치는 거다!" 스콜에게 미스텔테인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쏟아지는 불꽃덩어리를 맞으면서도 의연하게 서있는 미스텔테인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성냥불이냐? 가렵지도 않다." "미친……." 스콜은 잘난 척하는 미스텔테인에게 차가운 욕설을 내뱉으며 손잡이를 쥐었다. 그러자 원인을 구할 수 없는 기류가 뒤틀리더니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주변의 안개들을 흩뜨려놓았다. 그 장면은 마치 스콜과 미스텔테인이 만나는 것을 두려워해 안개가 도망치는 것 같았다. 불꽃덩어리를 쉬지 않고 쏘던 라스푸틴과 그 앞에서 상처를 입은 옆구리를 매만지고 있던 잭은 대기가 두려워해 떨고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바람, 나무, 바위, 잡초마저도 그들이 다시 만났음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한 현상 앞에 인간이나 악마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라스푸틴과 잭은 본능에 따라 자신들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섰다. "뭐야! 왜 이래!" 뒤로 물러서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 와중에서도 가엾은 용기를 낸 자는 조금이라도 더 멍청한 잭이었다. 그는 변해버린 세상의 모든 것을 부정하듯 힘껏 달려가며 스콜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스콜은 천천히, 매우 천천히 미스텔테인을 들어오려 주먹을 막아내었다. "크윽! 크아악" 그냥 주먹과 검신이 부딪친 것이 아니다. 이미 스콜이 미스텔테인을 쥐는 그 순간부터 아슈켈론이 조용히 담겨져 있었다. 조용하다고 해서 거칠지 않은 아슈켈론이 아니었다. 얌전한 척 있다 미끼를 물자 순식간에 본 모습을 드러낸 검은 소용돌이 앞에 잭이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결과는 뻔했다. 미친 짓이었다. 파바박! 파팍! 잭은 순식간에 팔꿈치까지 완벽하게 잃어버렸다. 뼈와 살점, 그리고 핏방울까지 아슈켈론이 감도는 미스텔테인의 입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잭에게 팔을 잃은 고통을 느낄 틈도 없었다.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뒷걸음질을 치는 것이 전부였다. "도망간다고 해서 살 거라고 생각 하냐?" 스콜의 차분한 목소리 뒤로 미스텔테인이 휘둘러지면서 맺혀있던 검은 소용돌이의 일부가 잭에게 쏘아졌다. 끼이익! 검은 소용돌이가 대기와 스파크를 일으키며 고막을 찢어놓는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며 잭에게 날아왔다. 피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소용돌이는 그에게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아, 안돼! 아악! 아아악!" 피할 곳 따위는 없었다. 잭은 놀라 부릅뜬 눈을 한 채 그대로 검은 소용돌이에 온몸이 찢겨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 그러나 엄청난 일이 벌어져버렸다. 단 한방에 아슈타파다 중 하나인 룩이 갈기갈기 찢겨져서 땅바닥에 피 몇 방울만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거다. 잭이 있던 자리에는 식사를 맛있게 끝낸 검은 소용돌이와 기류가 뒤틀려져 공간이 일그러진 광경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쉰둘!" 비숍에게 공포를 불어넣는 차분하면서도 무거운 목소리, 이제 스콜의 시선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플레임 스트라이크'로 자신을 가지고 놀던 비숍 라스푸틴에게 쏘아졌다. 라스푸틴은 잭이 당하는 장면을 보고 깨달았다. 검은 소용돌이, 절대로 막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란 것을, 물론 정답이었다. 스콜에겐 하티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대천사 미카엘마저도 막기보다는 피했던 기술이 아슈켈론이었다. "사, 살려……." 그는 감정에 치우쳐서 삶을 구걸했다. 그러나 스콜의 눈매는 그의 죽음을 노래하고 있었다. "미리 말해주마. 네 녀석이 쉰셋이다." + 아스크외전 -미녀탐정 소피아-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행동이 있다면 그것은 무생물과의 대화시도였다. 거울은 말이 없다. 말수가 적은 게 아니라 원래 말이 없다. 그런데도 여인은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어느새 그녀가 거울과 입씨름을 한지도 어언 30여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어젠 거울이 깨지는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일찍 끝났지만, 오늘은 그녀도 단단히 벼루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진다고 오라버니가 말했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미친년!" "헉!" 방금 거울이 말을 했다. 미친년이라는 소리를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그런데 미친년이 가장 예쁘다는 건 또 무슨 말일까? 예뻐지려면 광녀(狂女)처럼 머리에 꽃을 꽂아야 된다는 걸까? 모를 일이었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그녀의 형편없는 추리력에 있었다. 거울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너무 친근하다는 느낌에 뒤돌아보자 거기엔 그녀와 오랜 친구인 카트린느(Catherine)가 서있었다. "어머! 언제 왔어?" "그래, 소피, 너 광녀니? 요즘 왜 그래?" "아니, 그냥 심심해서 그런 거야." "아무리 심심해도 정상적인 사람은 거울이랑 대화를 시도 안 해!" 카트린느의 질책에 소피아는 그저 배시시 웃기만 할 뿐이었다. 확실히 이건 광녀들이나 하는 짓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오늘로서 4일째, 포가든 빌리지에 마물이 습격해오지 않고 있었다. 부지런해서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는 소피아는 새벽에 일어나서 달리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혼자서 숲 속에 들어와 거울이랑 노는 일을 그저께부터 하게 되었고, 카트린느는 그런 그녀를 딸 챙기듯 챙겨주었다. "끼아악!" 그때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그녀들의 귓가에 박혀들었다. 소리를 들어보아 막사 쪽이다. 혹시 시엘이 마물에게 당한 것은 아닐까하는 불길한 예감을 지우며 그녀들은 재빨리 막사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달려와 보니 습격의 흔적은 없었다. 다만 평소와는 다르게 여자막사 안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을 카트린느의 손을 잡고 비집고 들어간 소피아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러면 곤란하지." "그렇죠, 아무리 여기가 외곽이라고 해도 엄연히 문명이 있는 곳인데 지킬 건 지켜야 되지 않나요?" "그래, 그런데 도대체 누구야?"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소피아가 옆에서 침통을 표정을 짓고 있는 올리비에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선배님, 무슨 일인가요?" "응? 글쎄, 간밤에 시엘 침대 앞에 누군가 똥을 싸놨데……." "네?" 소피아가 믿기지 않는지 되물었고, 잠이 덜 깼는데도 불구하고 올리비에는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시엘이 새벽에 침대에서 일어나서 신발을 신기 위해 발을 내딛었는데 따끈따끈하고 물컹한 뭔가가 밟혔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듣던 소피아가 움찔했다. 생각만 해도 괜히 발바닥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 찝찝했다. "시엘은요?" "저기 있잖아." 쇼크를 받았는지 다른 침대에 쓰러져있었고, 똥독이 안 오르게 듀란이 시엘의 발바닥을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 소피아의 매혹적인 눈매가 예리하게 빛났다. 마물도 습격하지 않아서 심심하던 차에 대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카트린느!" "응? 왜?" "우리가 이 사건을 해결하자!" "미친……." 소피아는 카트린느의 진심어린 조언을 무시하고 갑자기 전에 없던 활기를 띄우며 시엘과 지금 증거물인 응가가 어디 있는지와 비명소리가 들린 시각이 정확히 몇 시 몇 분이었는지부터 파악하기 시작했다. 우선 소피아는 증거물이 있는 막사의 밖 풀숲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듀란이 삽으로 한번에 퍼놓은 듯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물론 응가에는 시엘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소피아는 순간 한편의 추리소설의 주인공이 된 기분에 휩싸여서 기다란 나뭇가지 하나 꺾어다가 그 응가를 찔러보았다. 나뭇가지의 끝부분조차 잘 들어가지가 않는다. 지금까지 격어보지 못한 아주 튼튼한 응가였다. 소피아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 벌써 범인을 잡은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가만! 그러고 보니!' 순간 그녀의 머릿속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순식간에 범인을 좁히기 시작했다. 그랬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범인은 그 사람이었다. 소피아는 다시 대강당으로 들어가서는 의심이 가는 몇 사람의 요즘 변을 본 시기와 건강상태를 파악했고, 곧 의미 있는 미소를 짓게 되었다. 막사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 중심에 선 소피아는 손가락을 하늘위로 치켜들며 크게 소리쳤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범인은 이안에 있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대사와 장면이었다. 미녀탐정 소피아, 그런 그녀의 모습에 웬만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감탄에 찬 한마디씩 해주었다. "미친년." "누나, 왜 그래?" "너 뭐가 불만이야?" 조금 부정적인 반응이었지만, 그들의 말에 흔들릴 소피아가 아니었다. 주위에 시선에는 굴복하지 않고 그들을 둘러보던 그녀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선 증거물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격어본 적 없는 아주 튼튼한 응가인 것으로 보아 범인은 매우 건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모두가 할말을 잃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시엘양이 응가를 밟고 비명을 지른 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는데 응가는 벌써 딱딱하게 굳어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응가에는 시엘양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죠. 이 점으로 보아 범인은 시엘양이 밟기 바로 전에 응가를 배출했던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렇기에 범인은 아직 이안에 있는 것이죠!" "그럼 범인은?" "언니, 그럼 범인은 누구야?" 옆에 있던 카트린느와 시엘도 조금은 그럴듯한 말에 소피아를 다그쳤고, 그녀는 신이 나서 손가락으로 범인을 지목했다. 소피아의 손가락이 머문 곳, 그곳에는 아직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시엘이 침대에 앉아있었다. 듀란은 혹시나 자신을 지목한 것이 아닐까 해서 시엘과 떨어져봤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그녀를 지목하고 있었다. "나? 내가 왜 범인이야!" 시엘은 억울한지 반박했지만, 소피아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손가락을 흔들며 설명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범인은 바로 시엘양 본인입니다! 제가 방금 전 말씀 드렸던 것처럼 응가는 시엘양이 밟은 지 5분 만에 굳을 정도로 튼튼한 강도를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응가에는 시엘양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습니다. 이 말인 즉, 응가가 배출되고 나서 채 굳기전인 1분도 안됐을 때 밟았다는 것입니다. 그럼 시엘양이 범인이 응가를 보는 걸 기다렸다가 응가를 다 보고나자 바로 밟았을까요? 그건 아니겠죠! 그렇습니다! 시엘양은 자신이 응가 본 후에 바로 밟고 나서 비명을 지르고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없애는 고도의 자작극을 펼쳤던 것입니다!" 막사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시엘을 향해졌고, 그녀는 정말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며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하였다. 그러나 소피아는 이미 그녀를 범인으로 점찍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알리바이가 없는 몇 명을 돌아가면서 건강을 파악해보았는데 우연히도 시엘양은 거의 모든 여성들이 겪고 있는 변비가 없다고 하더군요. 즉 이러한 튼튼한 응가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아!" 시엘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전 장이 튼튼하냐는 소피아에 말에 고개를 끄덕여준 일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자신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철저하게 그쪽으로 수사를 한 것이다. 시엘은 당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피아의 추리를 뒤엎을만한 무엇인가가 그녀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막사 안에선 응가를 누지 맙시다!" 시엘을 향한 소피아의 결정적인 한마디, 그 한마디로 시엘은 다시 한번 쓰러지고 말았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조금 아는 것이 아예 모르는 것보다 위험하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느끼기에 그것을 정의로 두고 언행일치와 시키려 한다. 그러나 그전에 자신이 내세운 정의 앞에 '자신'이라는 두 글자가 강조되어 있지는 않나하고 의심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정의 앞에는 항상 '자신'이라는 두 글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제 글을 읽으시면서 즐거워하실(?) 독자분들을 상상하며 어젯밤부터 밥 먹는 것도 잊고, 쭉 적었습니다. 막상 다 적고나니까 배가 고픈 게 느껴지는군요.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고 자야겠습니다. 아무쪼록 즐감하셨길 바랍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마법도끼2005-12-26 12:22:09 즐감했습니다 2 Homeros2005-12-26 12:32:32 건필하세요 ^^ 3 bulum2005-12-26 12:32:40 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4 超必殺氣2005-12-26 12:35:05 진짜 시엘인거야 ``? 5 김백호2005-12-26 12:46:08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물론 진범은 따로 있습니다. 6 크리노아2005-12-26 12:57:42 잘 보고 갑니다. ^^ 7 노란병아리2005-12-26 13:05:56 으읔 ... 응가 애기 과자 먹고 있는데 ㅠㅠ 8 血死魔人2005-12-26 13:17:26 음, 저 응가이야기는 서브스토리인가요? ㄱ- 9 김백호2005-12-26 13:25:06 네, 외전입니다. 전 이제 자러갑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10 몽몽2005-12-26 13:44:58 잘보고갑니다^^ 11 캘시퍼2005-12-26 13:49:18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 12 60일탈출2005-12-26 13:58:12 아하하 그럼 결국 사건의 진범은 미궁으로 빠져가는 겁니까?? 큭큭 13 Hernesto2005-12-26 14:05:56 시엘... 이미지붕괴 ㅋㅋ 14 데스카2005-12-26 15:41:06 잘보고 갑니다....건필하세요(광참은?)... 15 닥2005-12-26 16:10:24 ㅋㅋ 불쌍한 공주님~ㅋㅋㅋ 16 엠프티니스2005-12-26 16:10:33 범인은...훔.....소피아 였다~~~!!!! ㅋㅋ 17 아리오스2005-12-26 17:02:29 범인은 작가님 라면 먹으시고 시엘 옆에 싸신게 틀림없음~~~!! 18 spica2005-12-26 18:12:02 시엘 "시엘... 똥꼬... 있습니다..." 할 때부터 느꼈는데, 원래 아스크의 어두운 분위기를 조금 밝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소피아 만큼이나-캐릭터인 듯 합니다. 19 질라르디노2005-12-26 18:27:06 잘보고갑니다ㅋㅋ 예쁜 사복검!! 20 천령a2005-12-26 18:41:53 푸하하하 이쁜 사복검,, 반했구나..ㅋㅋ 21 쾌인2005-12-26 19:25:07 오늘 아주 좋네요 ㅋㅋ 소피아 외전까지!ㅋㅋ 건필하세요!! 22 미캉엘2005-12-26 19:39:25 아~~ 저는 다음편에서 소피아가 모라고 할지 무지무지 궁금합니다 ^-^ 건필하세요~~!!!! 23 데스카2005-12-26 22:01:02 하하하....그러고 보니 아스크가 선화작 90위에 들었더군요, 축하합니다...꾸준히 열심히 하셔서 랭킹 오르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아직도 출판사에서 출판이야기 안나오나요? 빨리 책으로 만나보고 싶군요. 24 김백호2005-12-26 22:37:29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아직은 조회수가 낮아서 출판사컨텍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달려봐야겠지요^^ 25 松竹2005-12-26 22:59:14 잘 보고 갑니다. 건필요~~. 26 라타니엘2005-12-26 23:25:45 ㅋㅋ 건필하세여 27 結者解之2005-12-27 00:24:35 하하 잘 읽었습니다~ ㅋ 건필하세요~! 28 가을흔적2005-12-29 13:26:05 잘 보고 갑니다 29 아트리2005-12-29 14:38:35 미친년의 포스~~~ 휘리릭~~~ 30 날랭2005-12-31 00:43:38 건필하세요~ 31 블래스터2006-01-01 23:59:56 건필하세요^_^* 32 소검무제2006-01-04 00:57:50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3 창공의바람2006-01-11 13:55:28 미녀탐정 소피아;; 쿨럭... 34 절도범산타2006-01-16 01:11:04 아하하,, 소피아 귀여어~ 35 김백호2006-01-16 01:26:17 이번 외전은 소년탐정 김전일의 패러디정도일까요;; 36 Σ비호란™2006-01-20 18:34:18 잘보고갑니다^^ 37 소면살우2006-01-21 17:41:07 똥꼬인가..ㅡ.ㅡ; 38 절대꼭미남2006-01-28 04:19:45 많이 X팔리겠는걸 건필하세요 39 김백호2006-01-28 05:51:30 진범은 생각지 못한 곳에... 40 破邪神劍2006-01-31 01:15:01 쿡쿡.. 귀여운아스텔테인녀석 반해버렸군 ㅋㅋ 41 김백호2006-02-01 17:39:54 하하하, 네, 주인과는 달리 솔직한 녀석이죠. 42 巨時期2006-02-04 19:22:31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3 모른다니까2006-02-13 00:53:16 ㅎㅎ최고의 야식 라면님~~~ 수고! 44 火狼2006-02-20 17:41:38 건필하세요 범인은 시엘..ㅡㅡ?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4화 [52]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2화 [50]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27 15:13:58 고친날 2005-12-27 15:13:58 읽은수 2252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4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2화 시대가 만들어낸 영웅 훗날,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에는 용병왕에 버금가는 전설을 만든 남자가 탄생하게 된다. 물론 그 일은 지금으로부터 4개월 뒤의 일이다. 1721년 12월의 어느 날 부유대륙 발할라가 제국의 영토에 떨어지면서 샤를마뉴제국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하늘에서 떨어진 부유대륙 발할라로 인해서 군사력의 70%와 영토의 50%를 잃어버린 제국을 북쪽의 니플하임과 서쪽의 아르카디아가 가만히 놔둘 리 만무했다. 제국이 피폐해진 틈을 타서 침공을 가하기 시작했고, 이로써 인간들의 뼈와 피가 산과 강을 이뤘다고 전해지는 대륙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학자들은 하나같이 제국의 내일이 없다고 장담했고, 도박사들은 제국이 언제 멸망하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돈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한 절망적인 시기에 니플하임과 아르카디아의 침공에도 굴복하지 않고 제국의 국경을 수호한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제국의 아이들에겐 영웅이었고, 어른들에겐 선외의 대상이었다. 곧 사람들은 그들을 두고 흑색용병대, 혹은 대장의 성을 딴 란츠크네히트(Landsknecht)라고 부르게 되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이 곳 가룸산맥의 전투는 그 전설 같은 일화를 만들어낸 흑색용병대의 대장, 듀란 란츠크네히트가 공식적으로 처음 활약을 한 전투로 기록되어있었다. "똥꼬, 잘 해낼 수 있겠나?" "하하하, 당연하죠. 저에게 그 정도 임무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교오한 대답을 하면서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듀란을 바라보는 악셀의 눈동자는 신임으로 가득차있었다. 일주일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조금은 어리벙벙한 표정 때문에 더욱 놀라게 됐었다. 비록 카르마를 다루는 것이 미숙한 감이 없지 않아서 화상을 입지 않을까 아슬아슬하게 지켜봤지만, 놀랍게도 맨 주먹으로 불꽃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때서야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악셀은 깨달았었다. 오늘은 그의 가능성을 짐작해서 용섬기를 전수해준지 정확히 일주일째였다. 그의 성장은 마치 수분을 빨아들이는 스펀지 같았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안다. 속담인줄만 알았는데 그러한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듀란을 가르치며 악셀은 배울 수 있었다. 천재적인 그의 감각은 부럽기도 하고 두려움까지 들 정도였다. 만약 그가 나쁜 마음을 먹기만 한다면 커다란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검푸른 눈동자는 신념으로 새겨져 있었다. 자신이 믿는 것, 자신이 지켜줘야 할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차있었다. 그러던 중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1721년 8월 2일의 아침, 가룸산맥을 향한 진격이 시작되었고, 여기저기에서 간헐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포가든 빌리지의 방어를 할 필요가 없어진 용병들도 이번 제국군의 진격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총사령관인 에리 샤를마뉴에게서 매우 중대한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마물에 대해서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악셀의 부대에게 선두에서 지형조사 및 탐색을 해달라는 막중한 임무가 떨어졌고, 그는 자신을 보좌해줄 용병을 추려내야만 했다. 용병왕 아스크가 이곳에 있었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그에게 부탁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쉽게도 그는 전투의 승리가 아닌 전쟁의 승리를 위해 미스텔테인을 취하러 망각의 늪 레테에 있었다. 악셀은 올리비에의 빈자리를 듀란에게 부탁했다.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이런 부탁을 그에게 하리라곤 스스로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듀란은 일주일사이에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결코 닿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럼 출발할까?" "네!" 악셀이 손짓을 하자, 조금 떨어져서 여자용병들이랑 정답게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로젠도 얼른 그들에게 합류해왔다. 정말 평소에 하는 짓만 본다면 둘 다 믿음이 굉장히 가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전투에서만큼은 달라졌다. "로젠, 올리비에에게 얘기해버린다. 올리비에가 없으니까 다른 여자용병들한테 추파를 던지고 다니기에 바쁘다고 말이야." "아앗! 악셀대장님, 그건 고자질입니다." "고자질이 어때서?" "제가 제일 존경하는 대장님께서 고자질 같은 가슴이 좁은 사내가 하는 행동 따위는 않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로젠은 아무래도 올리비에에게만큼은 꽉 잡혀 사는 듯 했다. "뭐, 됐다. 출발하자." 농담 한번 해봤는데 끝까지 물고 늘어지자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진 악셀은 용병들을 지휘하며 선두에 섰고, 그 뒤를 듀란과 로젠이 뒤따랐다. 그렇게 얼마 걸리지 않아 수많은 용병들이 고성으로 향하는 산맥의 입구로 들어섰다. 지금부터 힘들어질 것이다. 간헐적으로 나왔던 마물들이라고 할지라도 산소가 부족해서 쉽게 숨이 차는 고지에서 싸우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느껴질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지금 그들은 마물의 둥지라고 할 수 있는 고성으로 가는 만큼 많은 수의 마물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도 악셀을 뒤따르는 듀란의 표정은 너무나 한량이었다. '적어도 시엘은 안전하다.' 듀란은 뭣보다 시엘의 안전이 보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얼굴에 감출 수 없는 여유가 묻어있었다. 그녀는 지금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언니인 에리공주와 함께 있었다. 총사령관 옆에 있으니 제국군이 전멸하지 않는 이상 그녀의 안전도 보장이 된다는 말이었다. 지금 그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마물과의 전투에서 한명이라도 덜 죽고 끝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게 시엘을 지키는 길이다.' 악셀을 따라서 한참동안 진격하던 그는 경사가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눈앞에 두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고 시커먼 성이 암울한 하늘 아래 떠있는 게 보였다. 신기했다. 물론 대륙에는 중력의 영향을 무시하고 하늘위에 떠있는 부유대륙 발할라도 있었지만, 그는 발할라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즉, 부유하고 있는 물체는 오늘 처음으로 보는 터라 쉽게 시선을 못 떼고 있었다. '어? 뭐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듀란의 눈동자가 의구심으로 물들어갔다. 하늘에서 뭔가가 내리는 것 같았다. 먼지 같기도 하고, 우박 같기도 했다. 뭔가가 고성이 있는 하늘 아래로 툭툭 쏘아지더니 점점 더 커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니, 그들과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커져 보이는 것이었다. "마물이다! 하늘에서 떨어진다!" 놀랍게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먼지들이 고성에서 떨어진 마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듀란은 재빨리 소리쳤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악셀이 신속하게 명령을 내렸다. "듀란, 신호탄을! 그리고 로젠은 전투개시의 나팔을 불어라!" 악셀의 외침을 듣고, 로젠은 즉시 지난날 올리비에의 임무였던 전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나팔을 힘차게 불었다. 듀란도 허리에 차고 있던 한 뼘 정도의 작은 막대기에 카르마를 불어넣어서 힘껏 하늘을 향해 던져버렸다. 아직 산맥의 중턱까지 도착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꽤나 올라왔었다. 이곳에서 선두가 마물에게 습격을 당해서 전멸을 당한다면 곤란했다. 어서 이 사실을 알려 지원군과 함께 싸워야만 했다. 나팔이 제국군 전체에게 습격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거였다면 힘껏 던진 작은 막대기는 어디서 습격이 시작되었는지는 알리는 수단이었다. 높이 자라난 울창한 나무의 키보다 훨씬 더 높게 던져진 막대기는 마치 폭죽처럼 폭발하며 그들의 현 위치를 알려주었다. 갑작스런 기습에 대비해서 제국군 전체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임무를 맡은 그들에게 남은 임무는 이젠 제국군이 이곳에 당도하기까지 버티는 일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다.' 듀란의 생각대로였다. 수없이 떨어지는 마물들을 바라보며 용병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겪은 마물과의 전투는 수적인 우세로 인해서 승리를 해왔었다. 그런데 지금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물의 수는 선두로 지정된 오백여명의 용병들의 수를 가볍게 넘는 것 같았다. "키륵!" 지축을 흔들 듯이 방금 떨어진 마물 하나, 거미처럼 생긴 거대한 마물이 듀란의 바로 옆에 떨어져서 사람 키보다 더 큰 팔을 휘두르며 덤벼왔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얼른 땅바닥을 굴러 휘둘러지는 팔을 피해낸 듀란은 그대로 땅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용익!" 힘껏 뛰어오른 그가 허공의 정점에 서더니 머리부터 낙하하기 시작했다. 빛처럼 빠르게 낙하하던 그의 신형이 공중제비를 돌며 마물의 몸통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콰직! 그 한번의 공격으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일주일전 포가든 빌리지에서 마물을 상대할 때와는 또 달라진 듀란이다. 그 당시 듀란이 일으킨 카르마의 성질이 거친 야수 같았다면 지금은 잘 다듬어진 한 자루의 칼날 같았다. 야수의 공격은 분명 매섭지만 허점도 많고 치명적이지 못했다. 허나 칼날은 조용하게 치명적인 부위에 박힌다. 그의 발길질 한방에 강철로 만들어진 검에서 상하지 않던 마물의 피부가 움푹 들어갔다. 근육 속에 감춰진 뼈를 산산조각 내서 함몰시킨 것이다. "화룡아(火龍牙)!" 물론 그 공격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발길질을 하고 땅에 착지하려던 듀란의 신형은 한 번 더 땅을 박차며 바로 마물을 향해 쏘아졌다. 이미 두 손에는 용섬기의 기운과 무스펠의 불꽃이 묘하게 뒤틀어져 눈부신 백색의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하압!" 살이 떨릴 듯한 순백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두 손이 마물의 몸통에 깊숙이 박혀버렸고, 호쾌한 기합소리와 함께 폭탄이라도 터졌는지 마물의 몸통은 카르마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덕분에 검은 피를 잔뜩 뒤집어써서 백색의 불꽃과 묘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하고 있던 듀란은 마물을 너무나도 쉽게 죽인 자신의 실력이 믿기지 않는 듯한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악!" 여기저기서 마물들이 땅에 착지하자마자 용병들은 카르마를 최대한 전개하며 덤비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개인으로 따져도 약한 그들이 수적으로도 밀리고 있었다. 길게 잡아서 10분이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제국군의 본진이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기에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력을 다해서 버티고 있었다. "히이잉!" 그때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악셀은 그 소리에 경사의 아래쪽을 바라보았지만, 아직 제국군이 도착하기에는 이른 시간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다시 한번 들려온 말울음소리, 고지 쪽이었다. "모두 조금 더 진격한다!" 치열한 접전 속에서도 악셀은 단번에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명령을 내렸다. 말울음소리가 고지 쪽에서 들려왔다는 건, 적중에 말을 탄자가 있다는 말이다. 일주일 전 포가든 빌리지에서 그들을 습격하여 악몽을 선사해준 흑기사가 떠올랐지만,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더 올라가면 말이 뛰어놀 수 있을 정도의 평지가 나온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물들에 맞서서 아무래도 평탄하지 못한 경사진 곳에서 싸우는 건 너무나 불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떨어진 마물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평지를 점거하고 평지나 아래쪽에서 몰려오는 마물을 상대하는 편이 훨씬 더 수월했기 때문이다. "듀란! 한 번 더 신호탄을!" 악셀은 보지 않아도 이 경사만 넘는다면 눈앞에 평지가 나올 것을 추측했는지 그에게 다시 한번 장소를 알리라 명령했다. 그의 명에 고개를 끄덕인 듀란은 재빨리 마물 하나의 머리를 밟고 최대한 하늘위로 뛰어올라서 막대기에 카르마를 붙였다. 그리고는 허공의 정점에서 전력을 다해서 막대기를 던졌다. 한 번 더 붉은 폭죽이 터져 그들의 위치를 제국군에게 알려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떨어지던 듀란은 나뭇가지를 몇 번 더 차며 땅바닥에 무사히 착지했다. 그가 떨어진 곳은 평지였다. 뒤를 돌아보자 용병들이 달려오고 있었고, 확실히 경사진 곳에서 싸울 때보단 유리한 전세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듀란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현명한 길로 이끄는 악셀의 통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루브룸에 오른 자는 남달랐다. 그가 루브룸이 된 이유는 비단 전투적인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란 걸 여실히 깨달았다. 다만 악셀이 예견하면서도 걱정했듯이 평지가 끝나는 곳, 다시 경사진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곳에는 여유롭게 투레질을 하고 있는 말위에 흑기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흑기사 클로비스 샤를마뉴!' 스콜에게 들어서 그의 이름을 듀란은 알고 있었다. 옅은 햇볕아래 광채를 뿌리는 검은 갑옷에는 지난날과 달리 아기를 꿰어 입지는 않고 있었다. 게다가 스콜에게 왼팔마저 잃은 터라 그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거 반가운데, 오랜만이군." 마물들을 이끌고 천천히 말을 몰아 다가온 클로비스는 악셀에게 덤비려는 마물들에게 제재를 가하며 입을 열었다. 그날 클로비스가 기억하고 있는 적은 스콜과 유일하게 그에게 상처를 줄 뻔했던 바로 이 남자, 악셀이었다. "반갑다고? 솔직히 반갑지는 않은데……." 악셀의 진솔한 말에 지난날 포가든 빌리지에서 방어를 해서 흑기사를 이미 알고 있던 용병들은 은연중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물이 수 십 마리 몰려오는 건 동료들을 믿고 저항할 수 있었지만, 흑기사의 위용 앞에선 자신들의 존재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포가든 빌리지의 용병들은 이곳으로 오게 되면서 자연스레 흑기사를 한번쯤은 떠올렸고, 다시 조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허나, 이토록 빨리 만나게 될지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악셀도 그러한 용병들의 심정을 읽고, 두 주먹으로 꽉 쥐어보였다. 자신밖에 없었다. 듀란이 급성장중이라고는 하나 아직은 흑기사의 상대로서는 많이 부족했다. 베르세르크 로젠은 말할 것도 없었다. 자신이 흑기사를 쓰러뜨려 용병들의 사기를 높여줘야만 했다. "피차 대화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외눈을 찡그린 악셀의 말에 클로비스는 검은 투구사이로 음침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빛나는 검을 뽑아들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화에 나왔던 흑색용병대의 이야기가 바로 2부격인 '아스크 -폭풍 속의 나비-'의 이야기입니다. 즉 1부는 1721년 12월, 4개월 뒤에 끝난다는 걸 알려드는 화이기도 하죠.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곤2005-12-27 15:15:00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2 엘렌드2005-12-27 15:21:24 그럼 2부의 주인공은 듀란이 되나요? 3 구정물2005-12-27 15:23:41 잘봤습니다. 건필! 4 윈드써퍼2005-12-27 15:28:51 캬~ 백호님의 에피소드 ㅋㅋ 연재한담; 5 데스카2005-12-27 15:32:16 오늘도 어제와 같이 잘읽었습니다. 2부 이야기가 언급되었군요...하하하 2부의 주인공은 듀란인가...보네요. 듀란이 주인공이 된다는건 소피아의 출연빈도가 더 떨어진다는 이야기!!! 듀란이랑 연이 없는 소피아가 주인공이 듀란으로 나오는 2부에 나올리가 없다는것이 제 생각...-_- 아...그리고 2부에서 듀란이 아스크처럼 강해지기는 합니까? 아스크랑 버금가는 수준의 전설을 만들었다면 그 정도 강함은 있어야? 하하하...이까지 잡담..건필하세요. (길다..) 6 몽유(夢遊)2005-12-27 15:36:13 꺽... 인기 투표에서 그렇게 인기가 없던 똥꼬가... 이런 비중있는 인물이 되다니... ㅡㅡ; 차라리 스콜이 지상에서 태어난 악마인것처럼... 실비아가 그 뭐시냐 대천사에 반항하다... 지상에서 태어난 천사로 만들어서... 스콜이랑 인간을 위해 궁짝궁 했음 좋겠다...ㅡㅡ; 암튼...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7 몽유(夢遊)2005-12-27 15:38:36 실비아가 아니고 소피아군요... 이놈의 기억력... ㅡㅡ; 아... 그리고 작가님... 저 위에 제 말은 그냥 헛소리에요...^^ 추운 날씨 감기 저심하세용...^^ 8 김백호2005-12-27 15:51:16 곤님, 엘렌드님, 구정물님, 윈드써퍼님, 데스카님, 몽유님, 리플 감사히 냠냠했습니다. 2부의 주인공은 현재로서 스콜이 될지, 듀란이 될지, 니플하임 북서쪽 변방에 살고 있는 노예족출신의 은발에 붉은 눈을 가진 단테(스콜의 네번째 제자)가 될지 미정입니다. 일요일날 놀면서 2부 - 프롤로그 -를 적어봤는데 언제 변덕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라 일단은 1부완결을 지어야 알 수 있는 문제겠지요. 전 이만 자러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9 ENA2005-12-27 15:55:27 2부 주인공은 스콜이나 단테에 한표~ 똥꼬가 스콜만큼 쌔질수는 없을거같구 차라리 제자가...;; 10 몽몽2005-12-27 16:03:47 잘보고갑니다^^ 11 캘시퍼2005-12-27 16:16:49 발할라 가기 전에 잠시동안 듀란을 스콜의 제자로 삼는겁니다. ^^; 사실 저 불꽃도 스콜을 통해 배운거니. 그렇게해주면, 주인공될 자격이 있을듯도한데.. 12 질라르디노2005-12-27 16:19:12 ㅜㅜ그래도 제목이 아스크인만큼 주인공은 스콜이 하는게 좋을껏같은데요... 듀란이 싫은건 아니지만 주인공의 카리스마는 아무래도 스콜! 13 Painkiller2005-12-27 17:15:40 2부도..역시 스콜이 하는게... 14 60일탈출2005-12-27 17:29:36 오오 듀란 좀 강해져야 시엘과 나중에 콩닥콩닥 사랑을 피워갈텐데 15 엘렌드2005-12-27 17:52:16 저역시 2부도 계속 스콜이 했으면 합니다 ㅎㅎ 16 천령a2005-12-27 18:04:00 주연은 스콜, 조연은 스콜제자가 낳을듯 해요,, 스콜보다 카리스마 있는사람 어딨나요? 딱 주인공격인 스콜,,2부도 스콜이었으면 해요 ^^; 17 만년근산삼2005-12-27 18:09:59 스콜은 각성한뒤 마계로 가야하지 아니하는 건가? 라는 것 때문에 2부에 스콜은 걍 주연급 조연급 인물정도 일듯, 혹은 가끔나와서 도와주는 전대기인 역할정도 하지 아니할까요? 18 結者解之2005-12-27 18:42:37 캬~ 역시 아스크! ㅋ 잘보고 갑니다~ 건필~! 19 노란병아리2005-12-27 18:47:33 잘 보고 갑니다 20 크리노아2005-12-27 19:41:58 잘 보고 갑니다. 21 朔月2005-12-27 19:58:04 그래도 제목이 아스크인 만큼 주인공은 스콜이어야됩니다. 만약 제자나 듀란이면 '아스크'인 의미가 없잖아요. '황혼을 쫓는 늑대'처럼 부제목도 아니고... 22 朔月2005-12-27 19:59:09 뭐 결과적으로는 작가님의 맘대로지만요... ;;;;; 23 松竹2005-12-27 20:27:16 오호 듀란듀란이 2부 주인공역 캐스팅 후보에 오르다니.. 감격입니다. 똥듀사모(똥꼬가 된 듀란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인 저로서는 참으로 기쁜일이군요. 하지만 반응들이 ㅡㅡ;; 무슨 인기가수가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을때와 비슷한 반응입니다. 헐헐헐.. 여튼 건필하시고 건강 유의하시길. 24 아미델린2005-12-27 20:32:39 건필하세요 ㅎㅎ 으음.. 소피아가 그리워라~~ 25 超必殺氣2005-12-27 20:34:43 흐흣. 확실히 게르만 Feel 이 나네요. 란츠크네이트 ㅎ.. 그나저나 똥꼬의 인기가 너무 치솟네요. 흣흣. 역시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ㅎㅎ. 26 라타니엘2005-12-27 20:40:07 아스크란 이름에의해 스콜이 2부주인공으로 되었으면.. 27 아리오스2005-12-27 20:58:36 은발에 빨간눈에 단테... 그럼 쌍권총을 들고 악마들을 처죽이고 다니는건가여... 28 zxcz2005-12-27 22:01:12 무지무지 잼잇네욤 ㅎㅎ 아껴아껴 봣는데 오늘결국 다봐버렷..ㅜㅜ 연참좀해주세용 홧팅!ㅋ 29 쾌인2005-12-27 22:04:27 음..... 소피아.......... 건필하세요!!^^ 30 dragon-def2005-12-27 22:43:48 잘보고갑뉘다~ 31 샤이레일2005-12-27 23:26:07 아아아...스코오올 이 당연히 주인공이여야 합니다!! 그 강렬한 카리스마 전율을 일으키는 파워! 흑흑 스콜이 주인공아니면 안볼껍니다앗! +ㅁ+// 32 김백호2005-12-28 00:07:22 지금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왠지 이것도 투표가 되버렸군요;; 자세한 얘기는 다음화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33 실버울프2005-12-28 00:35:50 스콜 즉 아스크가 자신의 본래 힘을 얻기를 누군지 알지만...ㅡㅡ 제국과 적으로 나오길 루시퍼여!!! 34 Hernesto2005-12-28 05:33:18 저도 그냥 스콜이 .. 35 bulum2005-12-28 10:00:36 항상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36 닥2005-12-28 17:18:54 건필하세요^^* 스콜이랑 소피아 돌아와요~ㅋㅋ 37 가을흔적2005-12-29 13:26:59 ^^* 38 아트리2005-12-29 14:46:01 휘리릭~~~ 39 날랭2005-12-31 00:50:54 아..저는 듀란도 좋은데요.. 스콜은 소피아와 어서 황혼을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ㅋ 근데 2부에는 아직 황혼을 볼 수 없는 시점 아닌가요....-- 40 블래스터2006-01-02 00:00:51 건필하세요^_^* 41 소검무제2006-01-04 01:00:22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42 창공의바람2006-01-20 11:39:54 오~ 그렇게 이어지는군요~ 43 Σ비호란™2006-01-20 18:39:07 잘보고갑니다^^ 44 소면살우2006-01-21 18:20:28 똥꼬...듀란이 저 이름을 선택했을때부터... 이미 주연은 포기했던겁니다... 아스크 하면 스콜! ㅎㅎㅎㅎ 45 절대꼭미남2006-01-28 04:29:53 건필하세요 46 破邪神劍2006-01-31 01:21:18 계속 갑니닷! 47 巨時期2006-02-04 19:33:06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8 모른다니까2006-02-13 00:59:10 1시돌파_-ㅁ~ 49 김백호2006-02-13 14:33:24 하하하, 수고하십니다^^ 50 火狼2006-02-23 09:34:07 스콜이 주인공인게 좋아요 51 쾌감조루2006-02-23 13:39:02 듀란이 주인공의 나오면 좀 그렇네요...아스크..는 스콜을 또다른 이름이며 신분인데... 듀란이 주인공이 되면 안되죠... 그리고... 듀란의 비중이 솔직히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뭐 어차피 주연급 인물이니 상관없다쳐도...소설의 본질을 생각하면... 조금 그런생각이 드네요... 독자는 글을 통해 작가의 생각과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작은 대리만족과 하나의 또다른 꿈을 꿉니다.. 그런데... 그런 독자들을 이끄는 주인공(물론 작가님이 글을 쓰며 독자들을 이끌지만..)이 비중이 작다면 안되겠죠.. 만약 2부가 같은 배경으로 시간이 많이 지나고 등장인물이 바뀐다면 상관없지만... 같은 등장인물에서 주인공이 바뀐다면 독자들의 이끄는 길잡이를 잃어버린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갠적인 생각이지만....같은 배경에 같은 등장인물로 또다른 주인공 구도로 이야기를 펼치는 소설은 대부분 망했죠 ... 듀란이 주인공으로 된다면 망할겁니다 ㅋㅋ 죄송; 암튼 그만큼 스콜이 좋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듀란이 주인공으로 되면 글도 안볼겁니다... 물런 다른 배경에 다른 등장인물이라면 당연 보죠... 그만큼 관심이 없다면 아예 이런글도 남기지 않았을 테니깐요.. 듀란은 인간이며...다른 소설처럼 인간의 한계를 넘는 불멸의 존재나 혼이 육체를 벗어나는 경지를 말하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면... 어느정도 제약을 둬야 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현재 듀란은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천재라지만( 다른 능력을 순식간에 익혀서 흡수하다시피하는...) 어디까지 인간입니다... 어차피 주인공은 평범한 인간이 아닌(악마..또는 루시퍼? 아님 복제루시퍼? 아님 ...?) 특정한 인물로 충분한 세월을 보내왔고...그만큼 경험도 있지만...듀란은 너무 비현실적으로 너무 급성장했어요.. 그런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초반 절망의검을 썼다고 쳐도 스콜이 마물한마리에 고전한거에 비하면 현재 글에서 마물이 너무 약합니다... 아니면 등장인물이 너무 급성장해서 너무 강해졌다고 해도 되겠지요.. 그럼에서 듀란은 더이상 강해지면 조금 오버가 아닐까요? 암튼 스콜이 주인공으로 가야 됩니다...암요..그래야지요.. 안그럼 안되요 ㅎㅎ 52 김백호2006-02-23 18:25:33 火狼님, 쾌감조루님의 솔직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5화 [44]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3화 [4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28 15:02:24 고친날 2005-12-29 11:04:37 읽은수 2212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5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고슴도치처럼 짧게 자른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검은 안대로 한쪽 눈을 가리고 외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자, 악셀은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쌓여있던 먼지를 흩뿌리면 달리던 그가 소리쳤다. "용조!" 용섬기중 용조를 제외한 다른 기술이 흑기사 클로비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난 번 조우할 때 깨달은 바 있었기에 악셀은 뒤로 뺀 오른손에 모든 카르마를 불어넣었다. 그의 오른손이 붉은 여의주를 쥔 것 마냥 시뻘겋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클로비스와의 간격이 좁혀지자 약속처럼 그의 몸은 사라져버렸다. 투구 속에서 가소로운 눈매를 하고 있던 클로비스도 뿌연 잔상을 뿌리며 사라진 그의 움직임만은 칭찬해주고 싶었다. 물론 그것은 감탄에서 비롯된 감정이 아니라, 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의 재롱을 보고 하는 칭찬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네 녀석은 정말 어리석군. 오랜만에 만난 것이 반가웠던 것뿐이지, 네 놈은 애당초 놀이상대도 되지 못한다." 말에 타있던 클로비스가 갑자기 한발을 올리더니 그대로 안장을 밟고 하늘로 뛰어올랐다. 날카로운 뿔과 두툼한 갑옷의 무게는 그에겐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늘로 뛰어오른 클로비스는 공중에서 검을 뽑으며 평지에 있던 용병들의 주위로 떨어졌다.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악셀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었다. 혼란에 빠뜨리려는 그의 잔꾀는 지난번 이미 겪었었다. 클로비스는 사라져버린 악셀은 찾을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의 앞에서 겁에 질려있는 여자용병에게 눈길을 주었다. 쉬이익! 매정하게 바람을 가르며 휘둘러진 칼날이 피를 머금고 핏빛 호를 그렸다. 여자용병은 두려움이 새겨진 눈동자로 굳은 채 가슴에서부터 골반까지 그대로 베여져버렸다. "끼아악!" 동맥이 끊어져서 '치익'하는 호수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를 내며 붉은 핏줄기를 바닥에 뿌리던 여자용병은 그대로 삶과 이별을 맞이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클로비스는 다른 먹잇감을 찾기 위해 주변의 용병들에게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하압!"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온 악셀의 기합소리, 미끼를 문 것이다. 또 다른 희생양이 나오지 않도록 다급했던 악셀은 최대한 빠르게 그의 뒤에서 나타나 용조가 실려서 붉어진 주먹을 내질렀다. "저번에도 얘기하지 않았나? 아기와 함께 팔을 베어낼 용기가 없다면 내 몸엔 털끝 하나 대지 못한다." 이미 뒤에서 공격을 가할 거란 걸 예상하고 있던 클로비스는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어 악셀의 주먹을 흘리는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촤악! 회심의 일격은 허공을 갈랐고, 오히려 가슴을 깊게 베여버린 악셀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뚝뚝! 꽤나 깊이 베였는지 바닥에 검붉은 피가 웅덩이를 만들 요량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머리가 멍해지는 동시에 화끈한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악셀은 다시금 붉은 여의주를 주먹에 쥐었다. "어째서 포기하지 않는 거냐? 약하고, 게다가 동료애라는 치명적인 약점까지 가진 주제에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덤비는 거지?" "쿨럭, 약하더라도 정의이기 때문에 행한다." 악셀이 피를 토하며 소리쳤다. "약자가 정의가 될 수 있다고 보나? 너희들의 역사를 돌이켜봐라. 개인과 개인, 혹은 국가와 국가가 이념과 사상의 충돌로 전쟁을 하게 되었을 때 정의는 강한 쪽에 손을 들어줄 뿐이다. 결국 정의란 힘이다. 약자는 위선으로 낙인찍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뿐이다. 약육강식, 이것이 세상을 지배하는 절대정의다!" "너의 말은 괴변일 뿐이다!" "아니, 이것만이 진실이다! 어째서 모르나? 수 천 년의 역사를 겪어오면서 단 한번이라도 패한 자가 정의가 된 적이 있었나?" "시끄럽다!" 흑기사 클로비스의 말은 아쉽게도 사실이었다. 중간대륙에 민주주의라는 국가이념을 세우며 일어선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는 수차례 타국의 침략을 받게 되면서 한때 식민지였던 시절도 있었었다. 그 당시 나라를 위해 죽음도 마다않았던 민족투사들은 철저한 악으로 응징을 당했었다. 만약 그 나라가 지금처럼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면, 그 당시의 민족투사들은 아직까지도 악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실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강자의 힘을 빌려 다시 일어서게 되었고, 결국은 정의가 될 수 있었다. 그래, 클로비스의 말대로 강해야만 세상이 손을 들어주고 편이 된다면 차라리 악이 되더라도 세상의 정의와 끝까지 맞서주겠다고 다짐을 하는 외눈박이 늑대였다. 악셀은 피를 토하는 와중에서도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의 입김에서 카르마가 퍼져 나왔다. 꽤나 신기한 장면을 연출한 악셀은 다시금 붉은 빛을 주먹에 새기며 달리기 시작했다. "흥! 어리석은!" 클로비스는 무작정 덤벼오는 악셀을 여전히 가소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검에 카르마를 불어넣었다. 말에서 내린 클로비스, 지금 그에게는 절대방패는 없었지만, 더 이상 악셀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군." 한 발 내딛으며 휘둘러진 칼날이 악셀을 베었다. 용조의 기운이 깃든 주먹을 내지르기도 전에 팔뚝을 베여서 피가 흩뿌려졌다. 다행히도 빠른 반사 신경으로 팔이 잘리는 건 모면했다고 하나 극심한 부상을 당해버렸다. 악셀은 베여진 오른팔을 축 늘어뜨리고, 주춤거리면서도 이번엔 물러서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피로 물든 오른팔을 들어서 왼쪽 손목을 잡았다. 이번엔 왼손에 용조를 담아 공격할 요량인 듯 했다. 무모했다. 누가 봐도 무모한 공격이었는데 악셀은 끝까지 고집스럽게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클로비스는 처절하기까지 한 그의 공격을 무산시키기 위해 검을 들었고, 그때 듀란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배후공격이 들어왔다. 방금 전 악셀이 숨을 내뱉을 때 흘러나왔던 카르마는 용의 숨결로서, 용섬기를 사용하는 자들끼리 대화를 하면서 비롯된 현상이었다. 악셀은 마물 두 마리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듀란의 마음속에 클로비스의 빈틈을 칠 것을 요청했고, 듀란은 신중하게 배후에서 타이밍을 노린 것이다. 악셀의 희생으로 얻어진 기회, 듀란의 두 주먹에서는 '화룡아'라 이름붙인 백색의 불꽃이 맺혀있었다. 등이 보인다. 클로비스의 오른쪽 어깨와 왼쪽 옆구리를 두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쥐고 있던 두 손에 악력을 가해 잡아 뜯어버렸다. 콰득! 찌지직! 갑옷이 부서진 건 당연한 일이고, 떨어지는 살점과 함께 피가 터져 나왔다. 절대강자로만 보였던 클로비스였지만, 악셀의 맹공을 한 팔로 상대해야 했기에 빈틈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공격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클로비스가 아니라는 거였다. 그는 눈앞에서 용조의 기운을 빌어 덤벼오는 악셀을 다시 한번 베어버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뒤돌아서서 듀란에게도 검을 휘둘렀다. 둘 다 피한다고 피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클로비스의 공격에 악셀은 허벅지를 또 다시 깊숙이 베여버렸고, 듀란은 목이 얕게 베여져버렸다. 눈곱만큼만 칼이 더 깊이 휘둘러졌더라면 즉사할 정도였다. "컥!" "흥, 운이 좋은 애송이군." 클로비스는 검을 땅바닥에 박아두고, 목을 쥐며 주저앉아버린 듀란의 그 목을 꽉 잡아 조였다. "이대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목뼈가 부러지고, 숨통이 끊어져서 죽는다. 네 녀석은 나약한 주제를 알고나 덤비는 거냐?" 듀란은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마물을 상대하면서 일주일사이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자신했었다. 어쩌면 그 날 밤 포가든 빌리지에서 스콜이 보여줬던 압도적인 강함을 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허나 오산이었다. 분하게도 듀란은 한 팔이 없는 클로비스에게도 농락당하는 신세였다. 강하다. 지난날 벨리알을 보고 느꼈던 막강한 힘의 차이가 다시 한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되도록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진 않는다!" 허벅지를 베이고, 오른팔과 가슴이 베였는데도 악셀은 기갈을 지르며 클로비스에게 덤벼들었다. 마구 내질러지는 주먹이 매서운 건 사실이었으나 클로비스는 한발을 들어 가볍게 그를 차버렸다. "그래, 네 녀석부터 죽여주마." 그제야 먹이가 순서가 잘못된 걸 인지한 클로비스는 듀란을 주변에 보이는 바위를 향해 힘껏 던져버린 후 땅에 박아놓은 검을 다시 뽑아들었다. 콰직! "크으윽! 쿨럭!" 바위에 정통으로 부딪쳐버린 듀란은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쓰러졌다. 인간이 아닌 자, 이젠 두렵다. 무서웠다. 목에서는 피가 터져 나오고, 바위에 부딪친 지독한 통증 때문에 중풍 걸린 것처럼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클로비스는 그런 듀란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검을 들고 악셀에게 걸어갔다. 악셀로서도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시점이었다. 이대로 싸운다고 하더라도 이길 가능성은 희박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하면 되는 거였다. 악셀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채 다가오는 클로비스를 노려보면서도 호흡을 깊게 내뱉었다. 다시 한번 카르마가 퍼져 나왔다. '듀란!' 악셀이 용의 숨결을 빌어 그를 부르고 있었지만, 듀란은 등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통증에 숨조차 제대로 못 내뱉고 있었다. '듀란!' '크윽, 네.' '눈을 떠라!'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져있던 듀란을 다그치는 악셀이었다. '모,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눈만 뜨면 된다! 잘 봐둬라! 이것이 너에게 전수하는 마지막기술이다! 너라면 한번 만에 익힐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마음속의 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무겁게 와 닿는 걸 느낀 듀란은 피를 철철 흘리며 일어서려고 애를 썼다. '아, 악셀대장님!' 검푸른 눈동자가 불길한 의문에 흐려지고 있었다. 악셀은 듀란이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야앗!" 미소 뒤에 이어진 대기를 찢어놓을 듯한 기합을 내지른 악셀의 몸에서 범상치 않은 카르마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미건조하게 걸어가던 클로비스도 의외라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왔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그가 낸 카르마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까지 만들 정도의 카르마는 아니었기에 그는 망설이지 않고 걸음을 내딛었다. 천천히 일어선 악셀이 그를 향해 힘껏 달려오자 클로비스는 그제야 검을 치켜들어서 정면으로 달려오는 그에게 겨냥했다. 아무리 발악해봤자 악셀의 주먹보다는 클로비스의 검이 더 길었다. 그렇기에 악셀의 공격은 뻔히 눈에 보였다. 이렇게 검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으면 달려오다가 오른쪽이나 왼쪽에서 공격해올 것이 뻔했다. 클로비스는 카르마를 담은 검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으면서도 실제론 좌우에서 덮쳐올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미 예상된 공격패턴을 막기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웠다. 다만 한 가지, 조금 걸리는 게 있었다. 정면으로 힘차게 돌격하는 악셀의 입가에 자신감에 찬 미소가 걸려있었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푸욱! 클로비스는 잠시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면에서 돌격해오던 악셀이 우회하지 않았다. 심장을 그의 검에 찔리면서도 더욱 박차를 가하며 달려와 결국 자신의 몸 안에 클로비스의 오른팔이 끼이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자살?' 클로비스는 자살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전히 의아한 눈빛으로 바로 앞에서 거친 숨을 내뱉는 악셀을 바라보았다. 검붉은 핏줄기를 클로비스의 갑옷에 토해내면서 두 손으로 그를 감싸 안았다. "뭐, 뭐하는 거냐?" 악셀의 기묘한 행동, 검을 쥐고 있던 오른팔에 가슴을 관통해서 끼운 채 그를 꼭 끌어안는다. 그러자 클로비스가 입고 있던 갑옷의 뿔이 악셀의 온 몸을 꿰뚫어서 둘은 한 몸으로 엮어버렸다. "크, 크윽! 너, 너의 오른팔, 저승으로 가져가겠다!" "뭐라고?" "용섬!" 용섬기 최종오의! 용섬작열! 클로비스를 안고 있던 악셀의 몸이 순식간에 눈부신 빛을 뿜어내더니 생명이 담긴 카르마가 거칠게 폭발해버렸다. 마치 주변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진동했고, 뿌연 흙먼지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잠시 후 흙먼지가 가라앉자 그곳에는 한 남자가 가슴이 뻥 뚫린 채 서있었다. 클로비스는 오른팔이 팔뚝까지 끊어져서 터져 나오는 피를 감당하지 못하고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크으윽! 이런 미친! 어째서! 가슴을 뚫려놓고, 팔 하나를 바꾼 것만으로 마치 이겼다는 듯이 웃는 거냐! 타산적으로 생각해봐도 나의 승리잖아! 왜 웃는 거냐고! 대답해라!" 클로비스는 지금 벌어진 일이 이해가 되지 않아 힘없이 서있는 악셀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악셀은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아니, 더 이상 답할 수 없었다. 웃으면서 우뚝 서있는 남자, 그의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검붉은 핏줄기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주, 죽은 거냐?" 그랬다. 악셀은 어쩌면 검에 가슴이 꿰뚫리는 그 순간 이미 죽음을 맞이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그의 강렬하고 뜨거운 의지가 만들어낸 기적으로 지금 클로비스는 두 팔을 잃어버린 허수아비가 되어버렸다. 반면 그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지켜본 듀란은 언제 아파했냐는 듯이 일어서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으면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외눈박이 늑대 악셀 폰 페르젠후작, 오늘 아침 식사할 때만 하더라도 썰렁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죽였던 남자, 아내에게 편지를 못 썼다고 고민을 하던 남자, 아기가 3살인데 구구단을 한다고 거짓말을 하던 남자, 그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그가 죽은 것이다. 이제 함께 웃을 수 없게 되었다. 웃을 수 없을뿐더러 같이 마물을 잡고, 그 얘기로 밤을 새지도 못하게 돼버렸다. 슬펐다. 빌어먹게 슬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스승인 악셀이 처참하리만큼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했지만, 왠지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용섬기를 그에게 가르쳐주며 악셀이 말했었다. 언젠가는 꼭 평화로운 세상이 올 거라고, 그의 꿈은 그 평화의 거름이 되는 거라고 했다.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행했다. '스승님, 고맙습니다. 마지막 기술, 이 두 눈에 똑똑히 새겨 넣었습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선작수 天을 돌파하고 나니 왠지 만족감때문에 글이 잘 안써지는 것 같아 목표를 정했습니다. 이름하여 하늘에 닿았으니 그 하늘에 깨달음을 얻겠습니다. '天悟'백을 목표로 달려보겠습니다. 무모한줄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天을 목표로 했을 때도 솔직히 이뤄질거란 기대는 하지 못했습니다. 쉬운 목표라면 성취감도 없겠지요. 아무쪼록 '天悟'백을 향해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도와주실거죠+_+ 그리고 지난화의 2부 주인공에 관련된 얘기를 잠시하자면 세명다 부적격사유가 있기에 고민중입니다. 스콜, 1부부터 너무 강하게 나왔습니다. 스콜이 주인공이라면 인간들의 전쟁이 주가 되는 2부는 투드에 버금가는 먼치킨물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듀란, 1부에서 너무 망가졌습니다. 이 이미지로 주인공을 맡게 된다면 심히 걱정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단테(시혼 단테님을 생각하고 작명한 것인데 무의식중에 데빌메이크라이였더군요)가 가장 유력한데, 1부에 안나오다보니 인지도가 낮아서 이 점 역시 위험할 것 같습니다. 뭐, 이건 일단 1부를 완결짓고 고민할 문제니 접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잠을 청하러 가보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아미델린2005-12-28 15:12:16 건필하세요 작가님 ^^ 다음 편 기대할게요 2 난악마다2005-12-28 15:20:16 후후첨으로이타즐거운마음으로 읽고있습니다. 작가님항상건필~! 3 크리노아2005-12-28 15:21:30 잘 보고 갑니다~ 4 The[劍]2005-12-28 15:29:00 온몸이 찌르르하네요;; 눈물날뻔..ㅠ_ㅠ 건필하세요 5 bulum2005-12-28 15:30:18 ㅎㅎ 이정도 글이면 4~5천은 그냥 넘길건데요.무협의 편식에서 판타지까지 오는데 저도 시간이 좀 걸렷거든요.그전엔 무협만 봣었는데,,,, 하여간 선작수 신경안쓰셔도 충분한 글이란 말씀 드리고 싶네요. 잘보고 갑니다. 6 샤이레일2005-12-28 15:31:37 하앙~먼치킨이어도 좋아요오~스코올 7 데스카2005-12-28 16:14:12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잘 생각해보니... 그냥 2부 주인공을 소피아로 하는것도 나쁘지 않는데...(어이...) 소피아 주인공으로 해보는것도 생각해보세요..^^ LLS(러브 러브 소피아)팬들이 환영할것 입니다. 그럼...건필하세요. 8 60일탈출2005-12-28 16:17:52 음. 그렇담 주인공은 ... '솟소소소소소소소 피피피피피피 아아아아아아' 9 Homeros2005-12-28 16:25:33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 10 닥2005-12-28 17:27:06 건필하세요^^* 그래도 스콜이 좋아요~ㅋㅋ 11 천령a2005-12-28 17:31:44 그래도 스콜,, 대충 기억을 잃거나, 힘을 봉인시킨상태에서 2부에도 나오면 안될까요.. 12 악종2005-12-28 17:54:15 滿을 향해 달리셔야죠^^ 고무판 회원 모두가 선작하기를...ㅎㅎ 13 Painkiller2005-12-28 18:36:50 잘 보고 갑니다 ^^; 14 zxcz2005-12-28 18:46:20 잘 보고 갑니다 ^^ 스콜 빨리나왓으면..ㅜㅜ 15 쾌인2005-12-28 19:07:37 소피아가 좋을것 같군요!! 하늘에 오르셨으니 이제 하늘에서 깨달음을 얻으실 차레네요^^ 건필하세요!! 16 엠프티니스2005-12-28 19:38:42 스콜은 걍 주연급 조연정도로 만족하면 되겠네요 ㅎㅎ 아스크 1부의 마지막 순간에 스콜이 단테? 를 듀란의 용병대에 소개해서 두명이서 주인공 하고 ㅋ 단장과 부단장 ㅎㅎ 스콜은 이따금 조언해주거나 위급할때 구출해 주는정도 ㅋ 17 朔月2005-12-28 20:14:05 에에? 솔직히 1부에서 강했다고 해도 힘을 남발하지는 않았잖아요? 아주 위급한 순간에만 아슬아슬하게 짜잔해서 오의한번 날려주는 센스 정도밖에...(뭐 그정도만으로도 충분히 강하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스크의 색다른 재미에서 주인공의 강한 무위가 한목한답니다. 너무 강력하다고 주인공으로 채택하기 망설이다면, 권왕무적에서 아운은 어찌해야 합니까 -_-;;; 18 朔月2005-12-28 20:14:39 덧붙여 김운영님의 흑사자는 날때부터 강하죠 -_-;;;; 이런 녀석들도 있는데 아스크는 애교로 봐줘도 무방할듯 19 몽몽2005-12-28 21:38:11 잘보고갑니다^^ 20 超必殺氣2005-12-28 22:46:11 뭐든 상관 없습니다. ㅎ 21 아르미네2005-12-28 23:05:49 듀란 ;ㅁ;............................ 22 엠프티니스2005-12-29 04:23:58 작렬하게 -> 장렬하게. 아닌강. 23 김백호2005-12-29 10:20:04 댓글 잘 읽었습니다. 오타지적도 감사드립니다. 24 노란병아리2005-12-29 11:03:00 잘 보고 갑니다. 25 deathray2005-12-29 12:48:45 [del] 시간 나는 대로 읽어서 3일 걸렸네요. 건필하세요 26 가을흔적2005-12-29 13:27:31 잘 보고 갑니다 27 아트리2005-12-29 14:52:43 휘리릭~~~ 28 윈드써퍼2005-12-30 00:32:13 스콜로 밀고 갑시다~~~에 50표! 29 ★ E L ♨2005-12-30 22:28:41 보스와 싸우다 힘과 기억을 잃고 떠도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주인공이 바뀌는 건 독자 입장에서 정말 최악의 수거든요. 30 날랭2005-12-31 01:01:25 건필하세요~ 31 블래스터2006-01-02 00:02:58 건필하세요^_^* 32 소검무제2006-01-04 01:03:36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3 절도범산타2006-01-16 08:26:35 끌끌 34 건곤무쌍2006-01-18 01:39:21 주인공이 바뀌는 건 강력히 비추합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중간에 바뀐 소설이나 만화는 끝까지 봐 본적이 없는 듯 하네요. 35 김백호2006-01-18 01:40:52 네, 의견 소중히 수렴하도록 하겠습니다^^ 36 창공의바람2006-01-20 12:05:42 스콜입니다 스콜~~ 계속 소피아랑 출연시키셔야해요~ 37 Σ비호란™2006-01-20 18:46:11 잘보고갑니다^^ 38 절대꼭미남2006-01-28 04:37:58 음 건필하세요 39 破邪神劍2006-01-31 01:29:32 건필하세요^^ 40 巨時期2006-02-04 20:33:09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1 모른다니까2006-02-13 01:07:26 으앜 학교에서 잠자게 생겼삼 책임지세욧!!! 으으..끌끌.. 42 김백호2006-02-13 14:34:14 학교는 원래 취침도 병행하는 곳이죠. 굳이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43 火狼2006-02-22 21:04:58 스콜 힘 봉인한 상태로 주인공 하면 안될라나요.. 44 김백호2006-02-22 23:58:05 하하하, 일단 죄송하게도 아스크 2부는 잠시 미뤄두고, 다른 글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정이 조금 좋아지면 시도해봐야겠죠.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6화 [50]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4화 [52]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29 20:31:34 고친날 2006-01-03 11:13:28 읽은수 2162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6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바위에 으스러진 육신은 통증에 시달리는데, 반대로 정신은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맑게 개어있었다. "타산적으로 계산을 해봤을 때 셈이 안 맞을지도 모른다. 목숨을 주고, 고작 팔 하나를 가져갔으니, 그래, 바보천치 같은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악셀대장님, 아니, 악셀스승님의 희생으로 너에게 죽어야할 수백여 명의 용병들이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 하나로 수백의 목숨을 살린 것, 이것이 그의 정의였다." 듀란은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얼마나 세게 쥐었던지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 붉은 피가 주렁주렁 맺혀있었다. "내가 네 녀석을 얼마나 죽이고 싶은지는 알거라 생각한다. 허나, 기회를 주겠다. 꺼져라. 당장 꺼진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무척이나 교오한 말을 내뱉은 듀란의 눈빛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려워했던 상대다. 두 팔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것이 현재 듀란과 클로비스의 차이였으며 세상이 내린 정의처럼 보였다. 그러나 듀란의 눈동자는 만약 싸우게 되더라도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아니, 질 수 없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차있었다. 악셀이 생명을 던지면서까지 가져간 팔이다. 그 팔이 없는 상대에게 진다는 것은 악셀의 죽음이 헛되었다는 얘기밖에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질 수 없었다. 지금 저 남자보다 약하다면 싸우면서 강해지면 된다. 강자가 되어 짓밟아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듀란의 생각은 악셀이 말하려고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를 지도 몰랐다.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약자로서 최선을 다했던 그의 정신과는 다르게 듀란은 진정 세상이 약자를 위선으로 둔다면, 강자가 되어서 정의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스승과 제자의 생각은 철저히 달랐다. 어쩌면 흑백논리로는 정할 수 없는 세상의 정의 아래 살아가기에 다를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몰랐다. 지금 듀란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결의는 지난 날 스콜이 마음먹었던 결의와 비슷한 것이다. 신이 악마를 만들어 그들에게 말하길 너희에게 있어서 오만, 욕정, 탐욕, 폭식, 나태, 분노, 질투가 지극히 정의이며, 그것을 행해야 너희는 악마로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했다면, 악마들은 악마가 되기 위해 정의를 행하고 있는 거였다. 그러나 신은 인간들에겐 악마들의 정의를 악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스콜은 악마들에게 있어서 선이지만, 눈에 보이는 악을 멸하기 위해 인간들에게 있어 철저한 악을 품었고, 지금 듀란도 신이 악마에게 내려준 정의, 약자의 악을 버리고 강자의 선을 선택한 것이었다. 듀란은 이 길이 옮지 않다는 걸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행할 수밖에 없었다. 알게 모르게 스콜이 걸어갔던 길을 그는 답습하고 있었다. "흥, 검을 들 팔이 없다고 해서 날 얕잡아 보는 거냐?" "그럴지도 모르지." 듀란의 무뚝뚝한 대꾸에 클로비스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보여주마! 너와 나의 극명한 차이를!" 클로비스의 몸에서 일렁거리며 뻗쳐 나온 카르마가 땅바닥에 떨어진 검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검은 부들부들 떨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혼자서 움직이고 있었다. "어떠냐? 철저히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그의 외침과 함께 옆에서 둥둥 떠 있던 검이 듀란을 향해 쏘아졌다. 듀란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을 노려보면서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목이 찢어진 고통, 등짝이 바위에 부딪친 통증, 미칠 것 같은 아픔, 물론 두렵다. 죽는 것만큼이나 두려웠다. 그러나 그 모든 걸 넘어서 악셀은 희생이란 업적을 이뤘다. 그는 악셀의 제자였다. 그의 희생이 결단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했다. 한 남자가 살았었고, 그 남자는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온 몸을 불태우며 죽어갔다. 그 남자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안개처럼 뿌옇게 떠 있어서 잡히지가 않았다. 너무 멀어서 정확하게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찌릿하며 아파온다. 그 아픔은 칼이나 주먹에 맞은 아픔하고는 또 다른 아픔이었다. 그 아픔은 육신의 아픔이 아니라 마음의 아픔이었다. 육신의 고통은 시간이 흐르면 나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아픔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진다는 것을 안다. 첫 번째 스승, 아버지 같은 스승을 죽일 때 이미 배웠던 사실이었다. 푸욱! 날아온 검이 듀란의 왼쪽 어깨 바로 아래를 관통해버렸다. 피가 콸콸 쏟아진다. 피부가 찢어지는 충격에 듀란은 그대로 쓰러질 듯 하다 한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억지로 버티고 서있었다. "어째서 피하지 않은 거냐?" 클로비스가 의아한 듯 물었지만 지금 듀란에게 그의 목소리는 귓속으로 전해지지 못했다. 검에 꿰뚫린 통증 때문인지 머릿속에 벌이라도 들어가 있는지 윙윙거리는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시끄럽다." 그 와중에서도 듀란이 대답했다. 물론 클로비스의 얘기를 듣고 시끄럽다는 말한 것이 아니다. 신경을 타고 전해진 통증이 귓속에 울려서 시끄럽다고 말한 것이다. 아픔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는 자기 자신에게 시끄럽다고 말한 거였다. 그는 왜 피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왼쪽어깨아래에 박힌 검 때문에 움직이지 않아야 할 왼손을 떨면서 들어 오른손목을 감아쥐었다. "화룡조(火龍爪)!" 그의 오른손에서 절박한 열의가 담긴 순백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순백의 불꽃 속에 피어있는 한 송이의 붉은 꽃송이처럼 일그러지는 기운이 숨어있다. 아름다웠다. 너무나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이 지독한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불꽃 속에 붉은 정의가 담겨져 있는 듯 했다. 그는 그나마 멀쩡한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올리더니 클로비스가 던진 검을 어깨 죽지에 꽂아놓은 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흥, 처음부터 내 검을 묶어둘 생각으로 피하지 않았던 거냐?" 달려가던 듀란은 정확하게는 듣지 못했어도 클로비스가 하려는 말뜻은 알 수 있었다. "네 녀석을 이기는데 이 팔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 육신을 돌본다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행동인가를 깨달았다. 전쟁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서도 인간은 아이러니하게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한다. 자신의 사상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그만큼의 희생은 반드시 따르게 되어있다. 그런데 인간은 그러한 희생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의견만을 중시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리석고 이기적인 인간의 본질이었다. "그래서 피하지 않았다는 거냐?" 듀란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내린 답은 아직도 눈앞에 있는 투명한 안개처럼 손에 잡히질 않고 있었다. 다만 눈앞에서 두 무릎을 꿇고 있는 클로비스를 노려보았다. 백색의 불꽃이 담긴 듀란의 주먹이 클로비스의 투구를 꽉 잡아채었다. "크윽!" 고통에 괴로워한다. 그런데도 클로비스는 삶을 구걸하지 않았다. 어째서? 어쩌면 이것이 죽는 날까지 얻지 못할 답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아무리 뛰어도 잡지 못할 정도로 높은 곳에 걸린 답이 듀란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왜 구걸하지 않는 거냐?" "이미 알고 있을 텐데?" "희생이 없는 정의는 없는 거냐? 빌어먹을!" 악셀이 죽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듀란은 그 말을 내뱉으며 닭똥처럼 굵직한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표정에서 부서지며 떨어진, 뜨거운 열의가 담긴 눈물방울은 그렇게 클로비스의 투구위에 떨어져버렸다. 왜 눈물이 나왔던 걸까? 왼쪽 어깨가 찢어질 듯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입에서 내뱉어진 답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바보 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처절한 답을 찾기 위해서 인류는 아직도 수많은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려왔다. 그도 그래왔었다. 살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 같은 스승을 죽였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똥꼬라는 남자를 죽였다. 어디 그뿐이냐? 친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카프지엘이 죽었고,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악셀이 죽었다. 희생이 없는 정의는 없다. 인류는 빌어먹을 만큼 정의를 좋아한다. 그 정의를 위해 인류는 희생을 감수한다. 물론 자신보다는 타인의 피를 빨아먹은 행위를 희생이라 이름 짓고, 정의로 둔다. 그러한 힘이 없는 약자는 위선과 악으로 낙인찍히는 세상이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젠장 맞을 세상이다. 희생이 없는 정의는 없다. 그것은 인간이나 악마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신의 주관 아래 그들은 다른 정의로 공평하게 살인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았던 거다. "수고했다." 깨달음과 함께 클로비스가 가엾게까지 느껴졌지만, 듀란은 투구를 쥐고 있던 오른손을 폭발시켜버렸다. 잔혹하고 눈부신 빛과 함께 강렬한 힘으로 정의를 논했던 클로비스의 머리통은 사라져버렸다. 생각을 하고, 명령을 내리는 뇌는 없어졌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몸뚱이만 남아서 듀란의 몸에 기대어왔다. 쓰러져왔다. "와~" "이겼다!" 주위에 있던 몇몇의 용병들이 마물들과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클로비스의 머리통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사기는 극대화되었지만, 듀란은 여전히 비참한 기분에 빠져있었다. 환호성을 지른다. 그들을 이끌던 외눈박이 늑대는 죽었는데 좋아서 환호성을 지른다. 한때 그들의 황제라고 불렸던 클로비스 샤를마뉴가 악마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하다 죽었는데 환호성을 지른다. 물론 몇몇은 눈물진 미소를 짓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좋다는 의미에서 나온 미소였다. 죽지 않아도 된다는 이기심이 부른 미소였다. 악셀과 클로비스의 죽음에 슬퍼하기보단 자신이 살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한 것이다. '과연 악마는 누구인가? 과연 지옥은 어디인가?' 자신의 정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자들, 벨리알도 그러했고, 카프지엘도 그러했다. 이 남자 클로비스까지도 영혼의 구속을 당했다고는 하나 악마로 다시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정의를 위해 고결하게 목숨을 던졌다. 희생이 없는 정의는 없다. 단순히 인간들의 눈으로 볼 때 그들은 악이었으나 세상의 눈, 즉, 신의 눈으로 볼 때 그들은 과연 악이었을까? 어쩌면 진정한 악은 인간들 자신들일지도 몰랐다. 나약한 정신과 육체를 가졌음에도 한 평의 땅을 먹기 위해 동족을 살해하는 자들, 땅위에 있는 어떤 짐승도 행하지 않는 살인을 순수하게 유흥으로 즐기는 자들, 자신의 욕심을 위해 비겁하게 타인을 해하는 자들, 모두 인간들이었다. 듀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갑자기 마물보다도 옆에 있던 용병들이 더 무섭게 느껴진 것이다.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직 답을 내리기에는 일렀다. 그는 이를 꽉 물며 왼쪽 어깨 죽지에 박혀있는 검을 천천히 뽑기 시작했다. "크아악!" 피가 터져 나온다. 카르마를 둘러 최소한의 지혈을 한 듀란은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클로비스를 죽인 그에게 수십 마리의 마물이 개떼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도 듀란은 단 하나의 정의를 떠올렸다. 그녀를 지킨다. 눈앞에 있는 것처럼 시엘의 얼굴을 그린 그는 골치 아픈 생각은 떨쳐버리고 오직 그가 살아있는 이유 하나만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세상의 정의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상관없었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죽이는 것, 이 행위자체만을 볼 때 악마들에게 있어서 선이지만, 인간들에게 있어선 악이었다. 또는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었다. 처음부터 선이 될 수도 있었고, 악이 될 수 있었던 하나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처음부터 위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자신은 위선자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녀만 지킬 수 있다면 그는 악으로 낙인찍히든, 잔혹한 피가 그렁그렁 맺힌 똥꼬로 불리든 상관없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멍해진 정신 속에서 듀란은 주먹을 꽉 쥐었다. 미친 야생마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상태라면 마물 한 마리를 죽일 수 있는 것조차 의심이 갔다. 아니, 한 마리라도 좋다. 한 마리라도 저승의 길동무로 삼아주겠다. 그때부터 듀란은 자신을 향해 덤벼오는 마물들을 향해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불꽃이 작렬하는 주먹은 마물의 피부를 꿰뚫고 박혀서 폭발했다. 하나를 죽였으나 여기저기서 그의 온몸을 베어왔다. 마물의 날카로운 손톱에 베여져서 입고 있던 가죽옷은 걸레가 되어버렸고,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인간의 몸 안에 피가 얼마나 있는지 몸소 보여주던 듀란은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도 시엘의 안전을 위해 한 마리라도 더 죽이기 위해 미래를 버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왼팔의 감각이 없어진지 오래다. 깊숙이 베여져서 절뚝거리는 다리로, 듀란은 기듯이 마물 하나를 또 쓰러졌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또 다시 그를 베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절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마물들을 바라보며 흐리멍덩한 눈빛을 하고 있던 듀란은 마지막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눈을 감는 건 각오하고 있던 일이다. 다만 보고 싶었다. 하늘에 그려보았지만, 너무나 흐릿하게 보인다. 시엘의 얼굴을 죽기 전에 딱 한번만 보고 싶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등을 베어왔다. 이미 만신창이가 될 대로 된 듀란은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좀 더 잘해줄걸…….' 후회밖에 들지 않았다. 죽는 것보다 시엘에게 잘해주지 못했다는 후회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죽음은 그렇게 그의 숨결을 앗아가려하고 있었다. "끼룩!" 그때 그의 귓가에 마물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대자로 뻗어버린 듀란은 하늘을 마음껏 날고 있는 새를 바라보았다. 깃털이 수북한 두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듯 하늘에 동그란 원을 그리며 날고 있다. 눈을 찡그리며 자세히 바라보자 새가 아닌 듯 했다.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부리와 날개를 가졌지만, 가지런한 몸통과 발은 사자의 것이었다. 괴상한 생명체, 그러나 듀란은 그 생명체를 괴수대백과사전에서 본적이 있었다. '괴수 그리핀(Griffon)!' 신수라고도 불리는 짐승, 중간대륙 서쪽 아르카디아지방에서 처음 발견된 그리핀은 구부러진 부리라는 뜻의 언어에서 파생되어 처음에는 그리피오스(Gryphios)라고 불렸었다. 그러다 그리피오스라는 말이 동쪽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그리핀이라고 줄여진 것이다. 그리핀은 순수한 생명체가 아니었다. 그가 알기론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내는 사자와 병아리처럼 '삐악삐악'거리는 독수리가 고대마법으로 합성된 전투생명체였다. 평소에는 사자와 독수리처럼 따로 있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합체해버린다. 순간 듀란은 그러한 그리핀을 보며 죽음의 늪에 빠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걸 깨달았다. 에리공주가 데리고 다니던 사자는 분명 고양이울음소리를 내었다. 유추해보자. 저 짐승을 다루는 사람이 에리공주라면 그녀의 곁에 있는 시엘이 근처에 와있다는 말이었다. "다 죽어가네? 그냥 누워있어라." 모난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한 목소리, 그를 잡아 뜯을 듯이 몰려들었던 마물을 단숨에 물리쳐버린 남자, 가죽옷 위에 금빛이 나는 갑옷을 차려입은 프레키 발라스칼프가 그의 곁에 다가와 있었다. "프레키……." "그래, 가룸산맥의 영웅이라 불릴 몸이 친히 납시셨다." 발라스칼프공작 자제라는 위치 때문에 제국군의 본진으로 배치를 받았던 프레키가 이곳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것이다. + 사실 이번화때문에 연참대전을 이틀 남기고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서 한자, 한자 최대한 쉽게 적는다고 적었지만, 정독하지 않는다면 난해하고 지루한 화가 되었을 듯 해서 걱정이 됩니다. 그 걱정이 그저 기우였길 바랍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미캉엘2005-12-29 20:32:04 오~~ 조회수 0에 보는 기쁨~~ 2 아미델린2005-12-29 20:36:15 ^^ 오늘도 어김없이 올라왔군요 건필하시길~~ 3 자청비2005-12-29 20:40:08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4 실페리온2005-12-29 20:54:02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5 몽몽2005-12-29 20:55:44 잘보고갑니다^^ 6 김백호2005-12-29 21:00:32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7 데스카2005-12-29 21:06:56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듀란 너무 강해진것 같은....어중간한게 가장 좋은데. 아...스콜한테 비굴하게 무스펠 배울때가 그립군요..(눈물 글성) 처음엔 듀란 '어중간한' 조연배우인줄 알았는데....꽤 성장했군요. 후후후..그럼 건필하세요. 8 한밤중손님2005-12-29 21:08:18 ㅋ 건필ㅇㅁ 9 가을흔적2005-12-29 21:12:31 잘 보고 갑니다 10 김백호2005-12-29 21:18:48 듀란이 강해졌다고는 하나 아직 갈길이 멀죠. 아마도 이사벨이랑 싸우면 질걸요. 이사벨까진 갈것도 없고, 시엘한테도 지잖아요. 매일 얻어터지면서 사는 똥꼬-_-;; 11 60일탈출2005-12-29 21:19:36 괜찮아요. 소설 읽으면서 재미 이외의 무엇을 얻어갈 수도 있으니까 12 HolySoul2005-12-29 21:20:03 역시 학원같다오면한편이 올라와 있어서 기분이 좋군요 ^^ 건필이요! 13 닥2005-12-29 21:37:10 건필하세요^^* 14 마법도끼2005-12-29 21:40:44 아니 프레키가 저런 멋진 등장씬을 -_- 이녀석 단순히 남색을 즐기는줄만 알았드만... 15 김백호2005-12-29 21:43:03 결론은 멋진 남색이죠. 실은 프레키도 일편단심 '이사벨바라기'인데 가끔 외도를 해서 그렇죠. 전 이만 자러 가보겠습니다. 아무쪼록 즐감하셨으면 하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16 구정물2005-12-29 21:47:02 좋군요 건필!~ 17 江東妙手2005-12-29 21:57:38 절대선도 없고 절대악도 없는 건가요? 오직 사랑만이? 18 라타니엘2005-12-29 22:37:33 건필하세요 19 Hernesto2005-12-29 23:53:30 잔혹한 피가 그렁그렁 맺힌 똥꼬.. 아으으.. 몸이 떨릴정도로 무섭군요,.. 뭘 했길래 ㅡ,.ㅡ;; 20 크리노아2005-12-29 23:59:28 기우이십니다. 잘 보고 갑니다. 21 쾌인2005-12-30 00:28:33 한자한자 열심히 적으신게 느껴지네요^^ 다음편엔 소피아를 기대하면서..^^;; 건필하세요!! 22 실버울프2005-12-30 00:30:29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23 윈드써퍼2005-12-30 00:37:43 감사하시다면 연참으로 보답을!!! ㅋㅋ 24 Painkiller2005-12-30 03:04:44 잘 읽고 갑니다 ^^; 25 캘시퍼2005-12-30 03:22:13 남은 이틀 힘내서 꼭 완주를~! 단, 연참대전 후에 너무 오래 쉬시면 안 됩니다 ^^ 매일매일 아스크 올라오는게 낙인데 그게 없어지면.. 난감하다는 26 주정2005-12-30 04:14:26 오후 8시부터 읽기 시작해서 결국은 현재시각 4시 13분. 다 읽어버렸네요 -_-;;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피곤해서 이제 자러가야겠네요;; 27 김백호2005-12-30 06:14:01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특히 주정님, 8시간동안 아스크와 함께 보내셨다니, 수고하셨습니다ㅠ.ㅠ 참, 다음화는 장면이 바꿔서 스콜&소피아쪽 이야기입니다. 28 샤이레일2005-12-30 07:57:56 아악.~ 스콜 나오길 기다렸었어요..다음화 보고싶어어... 29 엠프티니스2005-12-30 08:00:57 역시 아스크 !!! ㅋ 하.. 얼마나 아스크를 지켜보고 계신분이 많으신지, 순위권 안에 드는건 꿈도 못 꾸겠네요 ㅋㅋ;; 건필 하세요 ㅎㅎ 30 朔月2005-12-30 10:07:49 크으. 다 읽고 나서 느껴지는 이 짜릿함.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덧붙여 2부 주인공은 스콜이었다면 좋겠습...퍽!! 질질질(끌려간다.) 31 超必殺氣2005-12-30 10:25:25 다음편. 다음편 +_+ 32 노란병아리2005-12-30 10:28:58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병아리 발자국 남겨요 33 천령a2005-12-30 12:12:13 잘보고 가요 ^^ 34 엠프티니스2005-12-30 13:34:58 ㅎㅎㅎ 연참대전 - 아스크 200kb 돌파 축하~!!!!! 35 아트리2005-12-30 14:39:26 스콜은 언제 보나여~~~ 휘리릭~~~ 36 bulum2005-12-30 14:56:43 감사히 보고 갑니다. 37 날랭2005-12-31 01:06:02 건필하세요^^ 38 블래스터2006-01-02 00:04:38 건필하세요^_^* 39 소검무제2006-01-04 01:06:21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40 절도범산타2006-01-16 15:49:31 퍄퍄퍄 41 Σ비호란™2006-01-20 18:53:44 잘보고갑니다^^ 42 창공의바람2006-01-21 09:14:22 그리폰~~ 43 절대꼭미남2006-01-28 04:45:15 건필하세요 44 破邪神劍2006-01-31 01:34:07 이번편은 뭔가 생각하게 하는군요 45 김백호2006-02-01 17:41:14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번화는 굉장히 심열을 기울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46 巨時期2006-02-04 20:54:04 하핫. 잘 읽고 갑니다. 이번이 지금까지중에서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네요. 이해가 안됀 것은 아니지만... 47 김백호2006-02-05 07:39:26 네, 이해가 어렵지는 않은 내용이죠. 다만 내용을 현실로 바꿔놓았으면 훨씬 더 이해가 쉬웠을 내용이었죠.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예로 들어서 얘기했다면 이해가 빨랐을 내용이라 아쉬웠습니다. 48 모른다니까2006-02-14 02:36:42 항상 수고!!!_~_~^_ㅁ 49 경천2006-02-16 21:44:07 사자 맞잖아!!!(버럭!!!) 50 火狼2006-02-22 21:09:42 건필하세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7화 [44]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5화 [4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29 21:23:08 고친날 2006-01-25 21:30:20 읽은수 1528 [ 3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추천글모음 Ver. 2006.01.21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글쓴이 七夜 날짜 2005년 11월 15일 제목 [추천]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김백호님의 아스크를 추천합니다. 인류가 저질렀던 모든 악행을 머금고 떠오른다는 죄악의 붉은 달. 그날 밤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인류에게 재앙을 내리는 라그나로크의 씨앗이라고 하여 태어나자마자 죽이는 것이 원칙이다. 주인공은 시간의 구속에서 벗어나 있는 스콜 비엘가르드. 스콜은 옛날부터 죄악의 달에 태어나는 여자아이들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제국력 1666년 4월, 죄악의 달에 태어난 절름발이소녀 엠블라를 만난다. 그녀의 부탁으로 2달간 그녀를 살려주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역시 엠블라는 죽게 되고 스콜은 후회한다. 그리고 제국력1721년. 스콜은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시엘이라는 소녀를 지키게 된다. 뭐, 제 필력이 딸려서 자세히는 쓰지 못하지만 재밌습니다. 뛰어난 세계관과 개성 있는 주인공들이 주목할 만 하다고 봅니다. 아직 분량은 그렇게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하튼 지금 졸업고사 기간이지만 시험공부도 미룬 채 추천합니다. 다른 분들 취향은 잘 모르겠지만 한 번 보시고 판단해주세요. 그럼 이만... +++ 글쓴이 松竹 날짜 2005년 11월 24일 제목 추천] 진주를 찾다... 황혼을 쫒는 늑대... "아스크" 김백호님의 아스크입니다. 맛스타가 난무하고 드래곤이 재롱 피우는 그런 판타지에 질려 있을 때 아스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재밌습니다. 비록 맛스타도 안나오고 드래곤도 안나오고 오크니 오우거도 안나오지만 재밌습니다. 처절하면서도 어두울때쯤 한번씩 터져주는 위트. 웃기죠... 필력도 대단하시고... 성실하시고... 이번 연참대전 참가 작품입니다. 지금 2등을 달리고 계시죠.(정연란 기준) 한번씩 달려가서 봐주세요. 사족 1.초반 2화만 넘기면 재밌습니다. 초반에 조금...아주 조금 지루합니다. 2.마나 대신 카르마가 등장합니다. 카르마에 한번 빠져 보시겄습니까...? +++ 글쓴이 구진자 날짜 2005년 11월 24일 제목 가장 강력한 마법은? "그렇다. 잊혀진 시대에서부터 내려온 인간들의 마법은 그 오묘함과 신비함이 너무나 깊기에 쉽게 접근할 수 없을뿐더러 네가 검에 전념하는데 방해만 된다고 여겨 지금까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스콜의 눈동자가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럼 중간대륙에서 가장 강한 마법은 무엇입니까?" "그걸 알아서 무얼 하려고?" "배우겠습니다. 배워서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고 싶습니다." 스콜은 그야말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그런 배짱이 마음에 드는지 편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배우겠다고? 인간들이 가진 가장 강한 마법을 배우겠단 말이냐?" "네, 어떤 마법이라도……." "음, 인간들이 가진 가장 강한 마법이라? 중간대륙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 방금 사랑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 ---- 김백호님의 [아스크] 중에서 ---- 김백호님의 아스크 추천들어갑니다. 아래 아스크 추천글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참신하고 문장력 좋습니다. 위의 인용구를 보고 필이 오시는 분들 함 읽어보세요. +++ 글쓴이 패도무적 날짜 2005년 11월 24일 제목 일단 보시오... 왔노라 보았노라 추천하노라!! ㅋㅋ 김백호님의 -아스크- 말이 필요없습니다. 보십시오.ㅋㅋ +++ 글쓴이 12345 날짜 2005년 11월 25일 제목 12345의 추천 - 23 아... 오랜만에 하는 추천? 우후후후... 요번 추천은 그냥 삘 꽂혔습니다. 김백호 님의 아스크... 꽤 많은 추천이 올라왔지만 1화가 무슨 내용인가... 또 약간 암울해서 보기를 계속 망설여왔습니다. 그러다 학원가기 전 선작이나 대거 정리 하자 싶어 아스크를 보게 되었는데... 아뿔싸... 학원이 가기 싫어지는군요. 휴우... 그나마 추천을 하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 지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직 4화 밖에 보지 않아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슬픔을 가진 남자와... 그 슬픔을 위해 웃기려는(?) 여자... 아아... 히로인... 너무 귀엽습니다.^^: +++ 글쓴이 몽유(夢遊) 날짜 2005년 11월 25일 제목 드레곤도 엘프도 아닌 넘이 오래사네요... 아스크 <---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드레곤도... 엘프도... 아닙니다. 200년이 넘어도 20대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기사 몇 백명에게 혼자서 맞짱도 뜹니다. 가슴 찡한... 사랑이야기도 틈틈히 있습니다. 한번 읽어 보시와요...^^ +++ 글쓴이 휴케바인 날짜 2005년 11월 27일 제목 [추천] 잠자기전에 추천 하나~!!아스크 김백호님의 아스크를 추천합니다. 인류가 저질렀던 모든 악행을 머금고 떠오른다는 죄악의 붉은 달. 그날 밤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인류에게 재앙을 내리는 라그나로크의 씨앗이라고 하여 태어나자마자 죽이는 것이 원칙이다. 주인공은 시간의 구속에서 벗어나 있는 스콜 비엘가르드. 스콜은 옛날부터 죄악의 달에 태어나는 여자아이들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제국력 1666년 4월, 죄악의 달에 태어난 절름발이소녀 엠블라를 만난다. 그녀의 부탁으로 2달간 그녀를 살려주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역시 엠블라는 죽게 되고 스콜은 후회한다. 그리고 제국력1721년. 스콜은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시엘이라는 소녀를 지키게 된다. 위에글은 七夜님에 추천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다른것도 필요 없이 七夜님이 너무 잘 요약을 해주셨더군요^^ 아스크라는 글은 七夜님의 추천을 보고 보게 된 글인데 정말 좋은 글입니다. 일단 세계관이 정말 잘 만들어지고 주인공이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시간이란 개념에서 벗어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이 시엘이라는 소녀와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 아스크란 이야기는 새로운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 합니다^^ 김백호님의 아스크 한번 꼭 보시길^-^/~!! +++ 글쓴이 [草木] 날짜 2005년 11월 27일 제목 지상에서 태어난 악마. 제가 추천드리고자 하는 것은 '아스크'입니다. 김백호님의 글인데요. 소재가 산뜻(-_-;;)하고 독창적이여서 보기좋습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정말 독특한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흠흠. 여하튼 아스크 추천드립니다. ------------------------------------------------ 지상에서 태어난 악마. 죄악의 붉은 달! 18년 하고 96일, 즉 6666일을 주기로 죄악을 뜻하는 붉은 달은 인류가 행해왔던 모든 악행을 머금고 떠오른다. 그 날 밤에 태어난 음(陰)의 기운, 즉 여자아이는 대재앙이라 불리는 핌불베트르의 씨앗이 된다. 핌불베트르는 죄악의 붉은 달 아래에 태어난 여자아이가 죽지 않고 살아남을 경우 생겨나는 인류의 종말, 라그나로크(Ragnarok)를 경고해 벌어지는 모든 이상기후를 일컫는다. 지상에서 태어난 악마. 그가 하는 일은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아를 죽이는 일이다. 이것은 항상 되풀이 된 일이다. 약 18년 마다 그는 붉은 달 아래의 여아를 죽였고 그의 칼은 여아의 피를 머금었다. 시작은 그때였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에 태어난 아이를 죽이기 위한 그가 '죄악의 붉은 달 아래에 태어난 아이'를 사랑해버린 것이다. 그는 '죄악의 붉은 달 아래에 태어난 아이'를 지키려고 했다. 그러나 끝내 '죄악의 붉은 달 아래에 태어난 아이'는 목숨을 잃었고 그는 슬픔에 빠졌다. 지상에서 태어난 악마. 이번에 그가 맡은 일은 '죄악의 붉은 달 아래에 태어난 아이'를 지키는 것.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것이 끝나면 그는 황혼을 쫓는다. 이번이다. 이것이 끝이다. 이번에는 지킨다. 나의 이름에 걸고 맹세한다. '너를 수호(守護)한다! 그것이 내가 무덤에서 돌아온 유일한 이유다!' [아스크] +++ 글쓴이 몽유(夢遊) 날짜 2005년 11월 28일 제목 좋은 글이 사장되는게 아쉽습니다. 판타지 작품 중에 아스크 <ㅡㅡ 이 글 보셨나요? 작가분이 재미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 많이 하십니다. 흥미를 끄는 재미있는 글입니다. 좋은 글인데 매니아 층만 보는 것 같네요. 매니아 층이 있다는 것은 작품이 읽을 만하다는 거죠. 1회 조회수가 별로 안돼서 아쉽지만... 그 1회 조회수를 24회까지 1/3 정도 유지하는 작품입니다. 글 용량이 적은 작품이 아닙니다. 한 번 읽어 보시길...^^ +++ 글쓴이 청송(淸松) 날짜 2005년 12월 03일 제목 연참대전 후유증.... -상략- -_-;; [추천글로 돌변하는 센스~!] 죄악의 붉은 달에 태어나는 소녀를 죽여야만 하는 운명의 우리 주인공 스콜. 그의 정체는 무려 백수십년 전부터 존재해 오던 용병왕 아스크~! 데로드 앤 데블랑처럼 처음에는 슬픔과 진중함을, 그리고 중간 중간에 코믹스런 이야기를, 정말 대단한 건 이 두 가지가 전혀 위화감 없이 섞여 들어간다는 데에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조회수가 너무 낮다는 것~! 조회수에 연연하지 마시고 한번 쭈욱 읽다보면 어느새 김백호님의 팬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 글쓴이 케르베우 날짜 2005년 12월 05일 제목 김백호님의 아스크 추천합니다. 어떤 분이 글을 남기신 글을 읽고 김백호님의 아스크를 읽어봤읍니다. 선작수는 별로 되지 않지만 판타지물중 이렇게 몰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참 오랜만이네요. 뭐 말로써 설명하는 것 보다는 한번 읽어보시길... 무협물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아스크는 정말로 읽어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은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읽어야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님도 힘이 날것 같구요.^^ +++ 글쓴이 화랑(花郞) 날짜 2005년 12월 09일 제목 <아스크>, <월광>, <화염의 군주>, <선무> 추천합니다.^^ 아스크 18년마다 인간계에 멸망이 찾아온다는 설정이 눈길을 끄는 소설입니다. 한 번 본다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입니다. 황혼을 쫓는 늑대, 스콜의 이야기 아스크... 필독하세요...^^ -하략- -_-;; +++ 글쓴이 실페리온 날짜 2005년 12월 10일 제목 (추천)판타지 1, 아스크 세상을 지키기 위해 죄악에 붉은 달 아래 태어나 6666일을 살아온 소녀들을 죽여 왔다. 용병왕 아스크, 더 이상 죽이지 않겠다. 공주를 지켜 불완전한 지옥문을 완전히 열어 지옥문을 완전히 닫겠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아마 대충 맞을 겁니다. 에 추천하는 소설은 아스크입니다. 왠지 무거운 듯한 느낌을 받는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가끔 튀어나오는 케릭터들의 행동으로 웃음이 터져 나올 때도 있지요^^; 주인공은 용병왕이라 불리는 아스크입니다. 일단 상당히 강합니다. 대충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젊은 외모의 노인내지요. 그런 그가 살고 있는 이 대륙에는 죄악의 붉은 달이라는 게 떠서 그날 태어난 소녀가 6666일, 그러니까 18년 몇...일을 살면 지옥문이 열려 악마가 뛰쳐나옵니다. 불완전하게 닫긴 문이지요. 그걸 막고자 6666일이 되기 전에 아스크는 매번 그 소녀들을 죽여 왔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마음을 바꿔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 시엘공주를 지키는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초반부만 줄거리를 줄여 봤습니다.ㅎ 더 이상 말하면 넷타성이 짙어지기에;; 나머지는 직접 읽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지금까지 38화가 나왔지만 편당 내용이 길어서 꽤 오래 읽으실 수 있는 판타지. 김백호님의 판타지 소설 `아스크` 추천합니다. +++ 글쓴이 天歌 날짜 2005년 12월 11일 제목 [추천] - 너를 수호(守護)한다! - - 너를 수호(守護)한다! 그것이 내가 무덤에서 돌아온 유일한 이유다! - 6666일.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나는 아이들... 그들은 라그나로크의 씨앗이 되고... -죽여! 그래야 세상이 평안해 진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목숨... 즐기고 싶어요... -너를 수호 하겠다! 그것이 내가 무덤에서 돌아온 이유니까!!! 이윽고 6666일 만에 태어난 아이가 18살이 되고... 악마가 지상에 강림한다. -모두 죽여 없어겠다!! 라그나로크를 만드는 모든 것들을 없애버리겠다!!! 나는... 그러기위해서 돌아온 것이니까!! 그리고 그의 손에 지옥 1층의 군주 벨리알이 죽는다. -위대하신 분... 스스로 기억을 봉인하셨나요... 하지만 아직도 6층이나 남은 지옥! 그리고 그곳의 군주들!! -루시퍼...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나는... 황혼을 쫓는 늑대... 스콜이다! - ----------------- 이상.. 제가 추천하는 소설 김백호 님의 [아스크] 입니다. 굉장한 수작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분들은 안그러신가 봅니다. 작가분께서 계속 떨어지는 선작수에 상처받으셔서 조기완결을 시킨다고 하시는데...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안타까울 마음을 가눌길 없어서 제가 고무판에서 첫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김백호님의 아스크. 재밌습니다! 많이들 보러가세요!! +++ 글쓴이 劍虎 날짜 2005년 12월 12일 제목 강추 아스크~~ 정연란에 있는 아스크란 소설 강추요~~ 가볍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 아닌 약간은 진중한 소설이고요..... 판타지의 맛을 제대로 느낄수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분량도 많고요!! 요즘 선호작이 떨어져 걱정이라고 하는 작가님이 이해가 갈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선호작과 조회수가 떨어져 추천드립니다~~ +++ 글쓴이 검검 날짜 2005년 12월 14일 제목 저의 추천 작품입니다 - 아스크 - 만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한 생명의 희생... 그러한 희생들의 대가로 살아남는 사람들은 과연 인.간.인가... 암울한 잿빛 구름 사이에 한 줄기의 밝은 빛이 있다면 그 빛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인간이 아닌 인간이며 악마가 아닌 악마인 한 마리 늑대... 황혼을 쫓는 한 마리 늑대, 그에게 황혼은 안식일지, 아니면 또 다른 어둠의 시작일지... 저의 고무림 첫 번째 글이자 첫 추천작! 김백호님의 <아스크>입니다. 인류에게 닥친 시련을 어떠한 모습으로 극복해 나가는지 함께 지켜보고 싶습니다. 아이 부끄러워 ^^; +++ 글쓴이 hidemyface 날짜 2005년 12월 15일 제목 추천 아스크 제가 고무판에 회원가입한지도 꽤 오래 되었는데요 작품은 몇 개 추천하지 못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수작 한편을 추천하려 합니다. 제 모자란 글 솜씨로 오히려 내용을 왜곡할까봐 잘 못 쓰겠는데요(사실 술도 한잔 ㅎ;;) 내용은 아스크 작가님이 올려놓으신 시놉보면 대충 파악이 될꺼고요 마치 다크문과 데로드&데블랑을 보는 듯한 아니 그것을 능가하는 수작인 것 같습니다. 내용은 대춘 대륙최강자 아스크의 이야기입니다. ㅎㅎ (졸려서 뭐라고 섰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아스크 강추!!!!!!!!! +++ 글쓴이 검검 날짜 2005년 12월 19일 제목 추천작입니다. 김백호님의 ~~ 저번에도 추천 글을 올렸었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아서 민망하네요. 두 번째 추천 글입니다. 김백호님의 <아스크> 죄악의 달에 태어난 소녀들을 죽이면서 삶을 이어온 인간들... 그 소녀에 대한 사랑으로 인간이 되어가는 주인공 스콜! 자신의 신념으로 지옥의 문을 열어버린 그의 행보 앞에 타락한 삶을 이어온 인간들이 진정한 자신들의 삶을 찾기 시작한다. 가볍지 않고 과묵하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마음을 가진 남자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김백호 님의 <아스크> +++ 글쓴이 구정물 날짜 2005년 12월 23일 제목 [추천]>>아스크<< 황혼이 내리는 평원 위에 서있는 적발의 남자 그와 대치하고 있는 셀 수 없는 기사들 그가 움직이고 그의 대검이 휘둘러진다 기사들의 눈에 공포의 빛이 찰나간 스쳐간다 한 기사의 검이 그의 대검에 닿고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그의 대검은 바닥을 향해 내리쳐지고 기사의 몸이 종이 짝처럼 찢어진다 불가능하다! 말도 안돼! 이럴 순 없어! 기사의 눈이 말하고 있다 그의 대검에 기사들은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황혼이 끝날 무렵 지친 듯 대검에 기대어 있는 적발의 남자 그의 이름은 아스크! 용병왕 아스크! -_-.. 왠지 써놓고 어색하군요 [김백호]님의 [아스크] 입니다 재미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안 보신 것 같아 추천한방! 때립니다! +++ 글쓴이 몽유(夢遊) 날짜 2005년 12월 24일 제목 크리스마스는 결코 아기를 만드는 날이 아닙니다 옷 갈아입으러 잠깐 집으로 돌아온 지금 고무림 쪽지에 날라 온 내용입니다. 쪽지를 보내주신 작가분의 센스... 김백호님의 아스크 한번 읽어 보세요. 크리스마스가 지겹지는 않으실 겁니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PS: 쏠로가 편할 때도 있을지 모릅니다. 개목걸이 걸려서 끌려 다니는 것보다는... ㅡㅡ; +++ 글쓴이 結者解之 날짜 2005년 12월 25일 제목 [추천] 김백호님의 "아스크" 추천을 해보겠심다~ 방대한 스케일을 느끼고 싶으신분!! 그런 분들을 위해 아스크가 준비되어있답니다 ^^ 저도 얼마나 큰 스케일인지 짐작조차 불가능하답니다... 이제 슬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빠져드는 매력이 있답니다 ^^ 적극추천합니다!! 김백호님의 "아스크" 지금 바로 검색창에 "아스크"만 쳐보세요!! [어디서 본거 같은데?] +++ 글쓴이 검검 날짜 2005년 12월 30일 제목 푸념+추천입니다~ N자를 보는 반가움과 읽고난 후의 아쉬움... 저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겠죠? 그런 아쉬움이 싫어서 모아두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모으는 고통은 마치... 영약이 익길 기다리는 주인공의 마음이라고 할까요... 후후...^^; 저의 고통의 장본인 여러작품에 영물로 나오지만! 항상 사냥을 당하는... 하얀호랑이! 김백호님의 <아스크> 추천드립니다. 한소녀의 목숨의 대가로 열려버린 지옥의문 - 라그나로크- 다수를 위해 희생되어지는 것이 바람직했던 것일까? 아니면 많은 희생이 있더라도 인간다운 모습을 지켜나가는 것이 옳은 일일까? 다소 무거운 상황과 과묵한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위트 넘치는 대사들과 개성 있는 조연들로 인하여 미소를 머금고 보게 될 것 입니다. 더 많은 내용소개를 하고 싶지만, 무심코 썼던 지난 글에 알고 보면 재미없는 내용을 써버려서 이만 줄입니다. P.S 백호님 이글보시고 3연참이나 6연참 이런 거 하시면 안 됩니다. 건강이 최고니까요... (-_-)v-~ 후... +++ 글쓴이 황룡잔천 날짜 2005년 12월 30일 제목 정말 재밌고, 기대되는 소설. 아스크. 아름다운 소피아 누님과 함께 황혼을 쫓는 스콜. 용병왕이었던 시절의 아스크란 이름을 버린 채, 황혼을 쫓는 멋진 주인공 스콜. 하지만 아름다운 소피아 누님 덕분에 빛이 나는 소설입니다. 너무 재밌습니다! 꼭 보세요! 이 소설 보느라고 고무판 온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입니다! +++ 글쓴이 루이네카넨 날짜 2006년 01월 02일 제목 [추천] 몇가지 (퓨전) 판타지들 (상략) 김백호님의 아스크. 아스크 (Ask) 란 최고의 용병왕을 지칭하는 그 이름. 하지만, 그 용병은 자신의 임무를 거스르며 사랑한 한 소녀를 지킬 수 없었기에, 자신의 칼에 그녀가 죽었기에 그 이름을 버리고, 그녀에게 쓴 스콜이란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인간이 아닌, 인간을 초월한, 지상의 "악마"같은 존재. 저주받은 날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마계로의 문의 열쇠가 되고, 그들을 죽이려는 자들, 지키려는 자들, 그리고 마계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전 용병왕 스콜. 아, 상당히 진지하게 보이지만, "똥꼬"라는 케릭터나(...가명입니다 가명 -_-;) 자화자찬에 오버하는 (...비록 그 이유는 그리 재밌지는 않지만) 소피아 등... "죽음과 사랑" 이라는 주제로도 재밌게 그려진 소설입니다. (하략) +++ 글쓴이 천하말빨 날짜 2006년 01월 03일 제목 기존의 판타지에 질렸다면 [아스크]를 보라~!!! 아스크(Ask) 황혼을 쫓는 늑대 뭐 글 솜씨가 없는지라 추천글 쓰는 것도 민망하지만 너무 재미있는 글이라 이 느낌을 같이 공유하고 싶군요 삘받아서 처음으로 추천합니다 진부한 판타지에 질리신 분들 한번 읽어 보십시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의 글이나 요소요소 폭소탄도 마니 장착되어있습니다 약간 므훗한 히로인도 있구요 아스크 인기투표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죠 뭐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않겠습니다 제 첫 선호작이자 추천글이 된 아스크!! 읽어보시면 후회 안하실겁니다 초반에 약간 지루할 수도 있으나 눈은 모니터에서 손은 마우스와 자판기에서 절대 떼지 마시고 차분히 읽어 보십시오 독자 분들을 아스크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겁니다 오랜만에 좋은글 읽었다는 뿌듯함에 담배 맛이 죽이는군요 ^ㅡ^ +++ 글쓴이 매너모드 날짜 2006년 01월 08일 제목 김백호님!! 제가 뭔가 발견했습ㄴㅣ다!! 두둥~ 저 왠지...아스크의 반전을 알아낸 것만 같아요 ;ㅁ; 아스크 반전 있죠?? 그렇죠?? 자기의 수호천사 ?? 그런 거 비스므리한거 찾다가... 음?? 이게 뭐지??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설명을 봤더니 무려!! 두둥~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될까봐;;) 하여간 제 예리한 직감에 의하면... 아스크엔 반전이 있습니다!!!! ^^ 아참, 아직 아스크 안 보신 분들은... 김백호님의 아스크!! 적극 권해드립니다~ ^^ +++ 글쓴이 창공의바람 날짜 2006년 01월 08일 제목 [강추]아스크 오랜만에 추천글 올립니다 이거 진짜 오랜만에 보는 굉장한 글이더군요. 물론 고무판에 작가님들 필력이 모두 다 상당하시지만 왠지 김백호님의 글이 굉장히 맘에 들더군요... 때로는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 찔끔 나올 정도로 슬픈 스토리 그리고 개성 있는 캐릭터... 스토리는... 뭐 가서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라그나로크 (인간계의 종말) 을 다루는건데요...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18세를 맞이할 때 살아있으면 마계의 문이 열려 인간이 종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 시엘, 인간의 종말을 막기 위해 그녀를 암살하려는 듀란, 그리고 그녀를 지키려하는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난 스콜.... 한번 읽어보세요~ 그러면 저처럼 컴퓨터 앞에서 3시간동안 아스크를 읽고 앉아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숙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님 책임져요!~ ^^;;) +++ 글쓴이 松竹 날짜 2006년 01월 08일 제목 강력 추천!!! 아스크크크크 아스크가 조회수 200을 밑돌던 때 아스크를 처음 만났습니다. 식상한 스토리의 무협도 지겹고, 이계진입 깽판물은 더 지겹고, 판타지는 '드래곤, 마법사, 오크, 트롤...' 등장 공식에 지겨워져서 고무판 찾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던 시기였습니다. 뭔가 색 다른 것은 없을까.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멋진 판타지를 써가는 분은 없을까. 라는 고민에 하루 종일 작가연재란과 정규연재 고판타지란을 뒤적였습니다. 엄청난 정신적 노동이었지만 결국 아스크 같은 좋은 작품을 만났으니 손해 본 장사는 아니었습니다. 존재의 모호함(?)을 간직한 절대 카리스마 스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시엘공주, 매력만점 소피아!!!, 시엘을 죽이기 위해 시엘에게 접근했지만 사랑으로 발전해버린 듀란, 악마이지만 흐르는 존재들에 대한 동경과 연구를 위해 스콜과 동행하는 자드키엘...등등 개성 넘치는 케릭터!! 스토리는 요즘 추천이 많이 올라오다보니 대충은 아실듯 합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들이 성인이 되기전 죽어야만 라그나로크가 열리지 않고 인류는 평화롭게 살아갈수 있는 중간대륙의 이야기 입니다. 죄악의 붉은달 아래 태어난 이유때문에 죄없이 죽어야만 하는 수천의 소녀들의 목숨과 중간대륙에 사는 전인류의 목숨. 값어치를 매길수 없는 목숨을 저울질하여 그 동안 수천의 소녀들을 죽여 왔지만 이제 인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주어진 운명을 깨부수고자 라그나로크에 대응하는 인간들의(스콜은...?) 이야기. 아직도 보지 않으셨다면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 글쓴이 좌안(左眼) 날짜 2006년 01월 09일 제목 추천] 황혼을 쫓는 늑대, 용병왕, 그리고 ...? " 너의 이름은? " 한때는 용병들의 왕이었고 지금은 죄악의 붉은 달의 저주를 끊어내는 사신이었다. 그는 그에 앞에 서있는 자에게 물었다. " 남의 이름을 묻기 전에 자신의 이름부터 밝히는 게 예의 아니겠습니까? " 여유작작한 대천사, 미카엘(Michael)의 모습에 그는 두 손을 꽈악 쥐었다. 그는 앞에 있는 천사에게 말했다. " 좋다! 내이름은 스콜이다! " " 황혼을 쫓는 늑대 스콜이라.... 전 그러면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로 하겠습니다. 샛별을 닮은 자여. " " 샛별...? " 처음부터 공존할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미카엘은 그것을 느꼈다. 스콜역시 그것을 느꼈다. 두 늑대는 황혼과 여명을 쫓기 시작했다. 재회를 향한 발톱을 갈며... 죽지 않기에 더욱 힘든 삶을 살았던, 붉은 피를 가지고도 인간이 될 수 없었던, 살색 살점을 가지고도 그들과 동화할 수 없었던 자. 스콜 비엘가르드. 그의 아픈 기억을 끌어 안아준 여인. 소피아.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타락천사' 벨리알, '검은 성녀' 이사벨, '붉은 달의 공주' 시엘, '불꽃의 똥꼬-_-;' 듀란, '공간을 베는 자' 프레키, '외눈의 늑대' 악셀, '나이트' 클로비스, '룩' 잭 더 리퍼, '비숍', '퀸', '킹' '용병왕' 아스크. '지옥의 지배자' 루시퍼. '황혼을 쫓는 늑대' 스콜. 죄악의 붉은 달은... 오늘도 떠오를 것이다... +++ 글쓴이 좌안(左眼) 날짜 2006년 01월 11일 제목 요즘 너무나도 기다려지고 있는 소설 7개 추천세트~ (상략) 아스크 (Ask) - 김백호 죄악의 붉은달. 그리고 그 달빛아래서 세상을 처음본 소녀들. 그들을 죽여 세상을 구하는 황혼을 쫓는 늑대이자 사신. 스콜. 차라리 지옥을 부숴버리겠다는 그의 앞에 조력자가 나타난다! 피를 흘리면서도, 살이 뜯어지면서도 인간이 될수 없던 늑대! 세상을 향한 늑대와 악마, 그리고 죄악을 방관한 신에 대한 분노! 그들에게 더이상 정의따윈 중요치 않다! 정연] "아스크" - 김백호님께서 연재중이십니다. (하략) +++ 글쓴이 챌린저a 날짜 2006년 01월 11일 제목 [추천]아스크... 훔~~! 좋은 작품인데... 이상하게 조회수가 별로 안나오는 글이네요. 글 쓰는 필력도 좋으시고... 그리고 스토리도 준비를 많이 하셔서 쓰신 걸로 알고 있는데...! 또, 성실연재 하시고, 댓글 달면 일일이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친절하시고. 아... -_-;; 왠지 쓸데없는 말이 많았던 것 같네요. 아스크 안 보시고 계시는 분들은 꼭 보세요. 한번 보면 바로 끝까지 보실 거예요. 김백호님! 조회수 많이 안 나오셔도 실망하지 마시고 지금처럼만 쭉 잘 써주세요~~! +++ 글쓴이 風객 날짜 2006월 01월 12일 제목 추천겸 잡담 방금 아스크 다 읽고 시장에 같다 왔... 12시부터 영화를 보며(검은고양이 흰고양이) 틈틈히 고무림에 들려 계속 빈둥댓습니다. 그러다 아스크라는 추천글이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한번읽어봐야지 하고 클릭했습니다. 흠 64화라 나쁘지 않군 하고 봤는데 갑자기 밀려오는 용량의 압박... 고무판에 살아 온지도 언~ 2년 가까이 하지만 한편 한편의 압박이 이렇게 거센 작품은 처음입니다. 한 작품에 20k가 넘는 작품이 이렇게 많다니 참 대단하다고나 할까요. 작품도 괜찮고요.(제가 원래 재밌다고하는데 좀 인색합니다.) 한번 읽어보시라고 이렇게 글을 올렸습니다. 아스카를 거의 3~4시간 만에 다 읽고 나니 6시 정도더군요. 아버지가 장에 가신다길래 따라갔습니다. 장에 가니 시장 분들이 피워놓으신 장작불의 매캐~한 냄새가 먼저 나더군요. 이거저거 사고 마지막에 콩국을 먹었는데 따뜻한 콩국이 새벽에 제몸을 달래주더라고요. 아! 여기서 제가 말하는 콩국은 콩국에 튀김넣은 겁니다. 울산에 구 역전시장이라는 곳에 새벽밖에 안 파는데 그거 한 그릇에 1500원인데 한 그릇이면 가볍게 아침정도는 때울 수 있죠. 하여튼 고무판 독자님들도 폐인생활 적당히 하세요. +++ 글쓴이 ETERNITY 날짜 2006-01-12 13:38:49 제목 [추천]아스크 아스크 강력추천합니다............처음에는 시간때우기 용으로 시작하였지만 어느새 완전 빠져버렸습니다 아침9시부터 지금까지 쉬지않고 다읽었습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 가볍지 않은 스토리전개, 정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 어느새 아스크에 중독 돼버린 것 같습니다. 세상을 구하는 한남자의 이야기 아스크~ 모두 그 매력 속으로 빠져보아요~ +++ 글쓴이 朔月 날짜 2006년 01월 14일 제목 [ASK 추천]너를 수호(守護)한다. "아버지, 저는 얼마나 강한 존재입니까?" 내가 묻자, 아버지는 짤막하게 답했다. "적어도 인간들보단 강하다." 자신감에 가득 찬 아버지의 말을 난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전설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조금의 설렘도 가지고 있던 내게 아버지가 말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를 죽여줬으면 한다. 그 일은 중간대륙에 있어서는 피할 수 없는 희생이지만 절대 좋은 일만은 아니다. 악역을 맡아줄 수 있겠느냐?" 죄악의 붉은 달! 인간이 행해왔던 모든 죄를 머금고 떠오른 달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핌불베트르의 씨앗이라 하여 필사(必死)가 원칙이다. 나는 아버지의 부탁에 따라 붉은 달에 태어난 여자아이를 죽이길 생업으로 삼았고,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전 이미 죽어있는걸요." 순순히 죽음을 받아드리는 그녀는 소원 한 가지가 있다 말했다. 친부모를 한번만 만나고 싶다고 구슬피 울던 그녀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 것이 비극으로 끝날 사랑의 시작이었다. "너의 이름은?" "에, 엠블라예요." "나의 이름은, 스콜이다."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하루하루의 삶에 감사하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난 그녀를 지켜주었고, 그녀는 내게 감미로운 노래로 답했다. 그렇게 조금씩 이상한 감정들이 쌓여갔다. '엠블라. 너에게 남은 한 달을 주마. 후회 없이 행복해라.'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었다. 깊어져 버린 그녀에 대한 마음에, 악마들을 모두 죽일 것이라는 다짐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난 '벽'을 만났다. "호오! 저의 공격을 막아내는 인간이 있다니 상당히 놀랐습니다! 혹시 인간이 아닙니까?" 투명한 검을 쥔 그 녀석의 힘은 나조차도 당해내지 못할 종류의 것이었다. 무력한 나를 감싸며 그녀는 절규했다. "콜록! 저, 절 죽이시면 되잖아요. 콜록‥‥‥, 절 죽이시러 오신 거잖아요. 제발, 스콜님은 살려주시고, 저, 저를 죽여주세요." "엠블라, 물러서! 난 죽지 않는다! 그리고 너 역시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그녀를 지킬 수 없는 나에게 너무도 화가 났고, 삶을 포기하려는 그녀가 안타까웠다. 아직, 아직은 아니었다. 될 수만 있다면 좀더, 좀 더 지켜주고 싶다. "미안하다. 내가 약해서 널 지켜주지 못했지만 다음생애에서는 꼭 너를 지켜줄게." 그러나 같이 죽자는 말에 그녀는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검에 몸을 맡겨버렸다. 신조차 죽이는 마검에 꿰뚫린 그녀는 쓰러졌고, 내 마음도 허물어졌다. 육신은 대검에 대신 꿰뚫린 것처럼 갈기갈기 찢겨진 듯 했고, 정신은 하얗게 타 재가 되어 날아갔다. "이제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없습니다." 난 오늘 정했다. 이 녀석을 반드시 죽이기로. 그것이 언제가 됐든 변치 않을 것이다. "너의 이름은?" "저의 이름은 여명을 쫒는 늑대 하티로 하겠습니다." 기억해두마. 네 녀석은 꼭 내 손으로 죽여주겠다. 55년 전의 일들이 생생하게 재생됐다. 당장이라도 잡힐 듯한 뚜렷한 기억. 지금에 와버려서는 내겐 그녀와의 과거만이 남아있었다. "나는 살아있어. 행복한 결말로 나는 그의 기억 속에서 살아있을 거야." 한설보다 차갑고 사막의 모래 바람보다 메마른 내게 '사랑'의 반 토막을 알려준 그녀의 빈자리를 회상하며 그녀를 만났던 무덤가로 갔다. 이제 알 것 같아. 너의 이름이 새겨진 쇠붙이를 불에 잘 달궈서 그걸로 내 심장을 지지는 거야. 그렇게 죽는 날까지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가슴에 지고 살아가는 것, 그게 사랑이지? 엠블라‥‥‥. 그리고, 오랜 수면 끝에 일어난 내게 주어진 사명. 그것은 어떤 악마의 유혹보다 달콤한 대가를 내세웠다. "황혼을 볼 수 있을 거네." 결국 라그나로크는 일어난다. 지상에 남아있는 재앙의 씨앗은 질긴 생명력을 내비쳤다. 붉은 달은 떠버렸고, 지옥의 문은 열렸다. 힘과 힘, 광기와 광기가 맞물린 지상 아래, 악마들이 난입하고‥‥‥ 중간대륙의 치열한 격전의 장은 그 서막을 올린다. 이번에는 지킨다. 날카롭고 거친 마음을 가다듬어 나 자신에게 맹세한다. 너를 수호(守護)한다! 그것이 내가 무덤에서 돌아온 유일한 이유다! 김백호 [아스크ASK] +++ 글쓴이 당근이지~ 날짜 2006월 01일 17일 제목 김백호님의 아스크를 추천합니다 이글의 장점이라하면 무엇보다 작가님의 성실성입니다.매일매일 한편씩올라오는 연참신공.글에 묻어나는 정성. 그리고 캐릭터들의 살아숨쉬는개성. 정말 괜찮습니다. 멋진 캐릭터와 신선함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 아스크로 달려오세요~^^ (하략 : 아스크 추천란이다보니 타 출판작품작품관련 글은 삭제를 하였습니다^^;) +++ 글쓴이 카이렌 날짜 2006년 01월 18일 제목 [추천] 아.스.크. 죄악의 붉은 달이 떠오르는 밤... 죄악의 달 아래에 태어난 공주 시엘 샤를마뉴... 황혼을 쫓는 늑대 스콜 비엘가르드...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제국오화 소피아 실베스트르... 이 모두를 둘러싸고 있는 멸망의 길... 부유대륙 천공의섬 발할라가 라르크 신전에 도달했을때...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하나만 가르쳐 주마. 니플의 절망(切望)은 희망이 끊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절실한 희망이라는 뜻이다. 내일이 없는 소녀에게 절실한 희망을 담아 만들어준 검술이다." "황혼을 쫓는 늑대 스콜, 괜찮은 이름입니다. 그러면 저의 이름은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hati)로 하겠습니다." "좋다! 덤벼라! 전부 죽여주마! 7층의 악마를 얕보지 마라!" 정규연재란 김백호님의 아스크를 추천합니다. "어머나. 여러분~ 와서 보시면 섹시하고 사랑스럽고 귀엽고 꽉 깨물어주고 싶은 소피아를 선물로 드릴께요. 보러오실꺼죠?" 퍽퍽...(소피아의 많은 팬들에게 끌려간다.) //덧 이외에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넘쳐흐른 답니다. 암살집단 리버티의 열혈 청년(?) 듀란, 검은 여신 이사벨 크리스티나, 세상에서 세 번째로 강한 니플을 배운 상냥한 아이리스. 이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많답니다. +++ 글쓴이 데스카 날짜 2006년 01월 18일 제목 [추천] 아스크 김백호님의 아스크를 추천합니다. 인류가 행해왔던 모든 악행을 머금고 떠오르는 죄악의 붉은 달, 그 날 밤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인류가 종말을 이끄는 라그나로크의 씨앗이라고 하여 태어나자마자 죽이는 걸 원칙으로 하는 저주받은 세상이다. 그리고 이 저주받은 세상을 바꾸려는 자가 있었으니... 제국력 1542년 대륙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용병왕 혹은 사자왕이라고 불리고 최고의 검술에 근접하다는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과 빛의 신 발드르를 죽인 미스텔테인이라는 검을 사용하며 대륙의 전설을 만들어내고 불의에 맞서던 용병왕의 모습이 제국력 1629년 10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사람들은 그의 죽었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서서히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어갔다. 제국력 1666년 4월 용병왕은 대륙을 떠돌며 죄악의 붉은 달에서 태어나 죽지 않고 살아있는 여자아이를 죽이다가 죄악의 붉은 달에서 태어난 여자이자 용병왕의 첫사랑이게 될 엠블라를 만나게 됩니다. 제국력 1666년 6월 엠블라가 죽었는데도 혹한의 추위는 쉽게 물러가지 않았고, 분노를 잠재우지 못한 용병왕은 비엘가르드평원에서 제국의 기사들과 조우를 하고 되며 참혹한 도살을 하다가 7월 샤를마뉴제국에서 수많은 병력을 몰아 역적 용병왕을 사로잡게 되지만 당시 황제의 둘도 없던 친구였던 소피아아빠에 의해서 용병왕은 구원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1720년 12월 용병왕은 소피아아빠의 부탁을 받아 마지막 죄악의 붉은 달에서 태어난 소녀인 샤를마뉴제국의 공주인 시엘을 지키며 저주받은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용병왕 아스크 또는 스콜 비엘가르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 아스크는 처음 연재되었던 조아라에서 부터 재미있게 보아온 소설입니다. 그리고 제가 고무림으로 처음오게 된 이유도 아스크였죠. 그만큼 기억이 많은 소설입니다. 이게 다 소피아 사랑인것입니다. 소피아가 누구냐고요? 아스크의 히로인이에요. 만물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불리는 소녀이지요. 아스크 인기투표에서 최고 1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크크크, 소피아를 봐서라도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 보시지 않은 분이나 보시려고 마음만 먹으신 분은 보셨으면 좋겠네요...^^ +++ 글쓴이 건곤무쌍 날짜 2006년 01월 19일 제목 [추천] 김백호님의 아스크 여러분들의 추천과 많은 분량에 힘입어 어제오후부터 읽기 시작해서 지금 막 다 읽었습니다. 아직 출판이 안 되었다는 것이 의아합니다. 탄탄한 설정과 새로운 개념에 힘입어서 색다른 맛을 풍깁니다. 작가님의 필력 역시 딸리지 않습니다. 출판되어있는 어지간한 판타지보다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흠...살짝 비유를 하자면 데로드 앤 데블랑과 비슷한 향기를 풍기는 것도 같군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주인공 약하지 않습니다. 이쁜 히로인도 나옵니다. 주변에 멋진 인물들도 등장하지요. 가끔씩 배꼽잡고 웃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엽기 코믹물은 절대 아닙니다^^ 식상한 퓨전물과 영지물에 질린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분량도 꽤 많습니다. 후회 하지 않으실겁니다. +++ 글쓴이 당근이지~ 날짜 2006년 01월 20일 제목 아스크 디프마스터 선무 세 작품을 추천하겠습니다.(각각 다른 장르) 첫 번째 장르 판타지. 아스크입니다. 작가이신 김백호님의 열정이 묻어나는 글로 신선함과 카리스마가 있는 작품이지요. 등장인물들의 개성까지 살렸으니 금상첨화. 더욱 발전하시고 현 마음 변치 않으시는 작가님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하략) +++ 글쓴이 넬드라드 날짜 2006년 01월 20일 제목 [추천]김백호님의 아스크 아실 분은 다 아시는 고무판에서도 유명한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오늘 손을 대었는데, 40편까지 봐버렸네요. 아직도 재밌습니다. 진지하지만,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멋있는 장면에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연참대전도 상당히 오랫동안 참여하시고 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 글 쓰는 제가 봐도 글에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이시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기존의 판타지 설정을 최대한 억제를 하고 새로운 설정으로 신선함도 주고 있네요 ~_~ 그래도 이것만으로 안 되니까 허접한 글 솜씨를 발휘해... 김백호님의 아스크 추천하겠습니다! ---- 황혼을 쫓는 늑대, 용병 스콜의 이야기 아스크! 18년을 주기로 떠오르는 인류의 멸망-라그나로크-를 저지하기 위해, 수없는 소녀들을 죽여 왔던 주인공 그리고 그의 운명을 바꾼 여인 -엠블라- 그의 복수의 상대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 이제는 지키기 위해 그대의 검을 들어, 라그나로크를 막아라! 슬픔을 감춘 채, 파멸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황혼을 향해 달려가는 스콜. 과연 그 끝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저기, 소피아." "네?" "이번 임무만 끝나면 함께 황혼을 보러가지 않을래?" "소, 소피아랑 같이 황혼을 보러 가신다고요?" "너만 좋다면…." "그, 그 말 진심이세요?" 우리 모두 아스크와 함께 황혼을 보러 가자! p. s. : 정규연재란에 있습니다! +++ 글쓴이 카이혼 날짜 2006년 01월 20일 제목 [추천]아스크... 선작만 해놓고 안 본 작품 이였지만... 지금 까지 안 본 게 후회됐습니다... 지금 13화를 달리고 있지만 정말 재미있습니다아~! 황혼을 찾아 가려는 주인공, 그리고 숨겨진 과거.(제가 보는데 까지는 안나왔죠...) 분량도 꽤 많고 오랜만에 괜찮은 판타지를 발견 했내요~!~! 작품에 비해 조회수가 부족하다가 생각합니다... 고무판에서는 역시 판타지가 약새... 판타지 좋아 하시는 분은 '아스크'를 추천 드립니다~! ps.상큼하고 귀여운(?정말??) 히로인격 캐릭터와 한번씩 터지는 작가님의 센스!! 좋지요~!^^: +++ 글쓴이 ampller 날짜 2006년 01월 21일 제목 [추천] 김백호님의 아스크 오래전에 선작해놓고 시간이 없어서 읽지를 못했다가 오늘 시간이 나서 1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한호흡에 오늘 나온것까지 다 읽어버렸습니다. 빠른전개와 묵직한 스토리, 그리고 그 속에서 간간히 나오는 유머들... 최근에 제가 본 판타지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작이라 생각되는군요. 김백호님의 아스크 추천합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아랫글] 1 劍虎2005-12-29 21:31:15 ㅋㅋ 순간 작가님 골룸 되셨네요 ㅋ 2 김백호2005-12-29 21:48:17 헉, 그러고보니 검호님도 분명히 추천해주셨는데 빠졌네요. 얼른 편집해서 넣겠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3 劍虎2005-12-30 14:06:18 아 괜찮습니다... 추천이 작가님꼐 보여주기위해서 하는것도아니고요.... 그냥 좋은글을 다 같이 읽자는 취지에서 올린것이기 때문에 ㅋ 4 윈드써퍼2006-01-04 12:08:37 오홍홍 백호님 추천글 상당히 많군요~ 이제 매니아틱한 글로 접어섰다는 증거..ㅎㅎ 5 김백호2006-01-04 23:22:30 아무쪼록 추천주신 분들에게 후회하지 않도록, 추천에 부끄럽지 않은 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6 Urim2006-01-06 19:44:29 허허허, 뭔가 했더니.. 7 검검2006-01-13 02:46:00 오 제 글도 있어요~ 기분좋네요 ^^ 감사히보고있습니다~ 8 김백호2006-01-13 11:07:02 당연히 있어야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9 챌린저a2006-01-14 16:40:56 와~~! 제 글이 맨 마지막에 있네요. 아스크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김백호님 화이팅~~~~ 10 청송(淸松)2006-01-15 19:55:00 굉장히 많군요. 제 글도 있구....그나저나 부럽습니다 +ㅁ+/ 건필하세욤~~>_< 11 김백호2006-01-18 01:39:14 네, 이 점에 독자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12 松竹2006-01-18 23:49:29 흠.. 요기에 제 글이 보이니 조금은 부끄럽군요...흠흠. 13 당근이지~2006-01-21 09:24:46 앗 제 추천글을 올려주시다니 작가님 영광입니다 감사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 프롤로그 - [1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5-12-30 18:52:05 고친날 2005-12-30 18:52:05 읽은수 2187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7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3화 사룡(死龍)을 부리는 자 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언어가 있다면 그것은 단언 사랑이다. 깃털보다 가볍고, 천금보다 무거워 이 세상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도 누구나 할 수 없는 게 사랑이다. 사랑이 없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깊은 어둠이 내린 절망 속에서도 보석처럼 찬란한 빛을 발한다. 그 빛을 그녀는 그를 알기 전까지 보지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보게 되었다. 그 빛을 보게 된 순간부터 세상은 완전히 뒤바꿔버렸다. 햇살 아래 있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져 버렸다. 하늘 아래 있다는 이유만으로 평소에는 눈 여겨 보지 않았던 마차의 바퀴까지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고, 거리에 자라난 잡초에 심지어는 버려진 신문뭉치까지 아름답게 보였다. 과장이 아니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다.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어제와 같은 하늘인데도 시린 빛깔이 아니었다. 겨울이 따스하단 걸 가르쳐준 사람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가르쳐준 사람이다.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은 죽어가는 나를 살리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의 죽음에 의미는 부여해준다.' 그가 항상 들고 다니는 악기 키타라의 뒷면에 적혀있는 말이었다. 고운 글씨체였다. 소피아는 그 문장을 보며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팔짱을 끼자 어색한 미소로 답해온다. 차갑고 무뚝뚝한 남자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하다는 걸 안다. 소피아는 한손을 자신의 목에 가져갔다. 블러디오팔이 박혀있는 목걸이, 잘츠부르크에 갔던 그가 사줬던 목걸이를 꽉 쥔 그녀는 스콜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미소에 맺힌 그늘을 봤던 걸까? 그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내가 무섭지 않아?" 그가 말하려는 의도를 안다. 몇 시간 전, 망각의 늪 레테에서 그는 정말 무서웠다. 평소에 알고 있던 모습과는 전혀 상반되는 잔혹하고 악랄한 모습이었다. 덤벼오는 수많은 마물들을 향해 겁 없이 검을 휘두른다. 휘두르는 족족 마물들은 베여졌지만, 그는 확실한 마무리를 원했다. 짓밟는다. 터뜨려버린다. 그리고 쇠사슬을 온 몸에 두른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는 미스텔테인을 쥐고 달렸다. 안개를 헤치며 그가 향하는 곳에는 눈을 감은 채 신비한 빛을 뿌리는 지팡이를 쥐어들고 주문을 외우는 노인이 있었다. 스콜이 도착하기 전에 주문의 영창이 먼저 끝났다. 우르르! 콰르릉! 쾅! 정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리쳤다. 세상이 온통 눈부신 빛으로 번뜩였고, 눈이 부셔온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떨어지는 벼락을 맞았는지 그는 잠시 멈춰서있었다. 그가 멈춰있는 자리에 있던 풀들이 새까맣게 타버린 걸로 봐서 벼락에 정통으로 맞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끝이냐?" 그가 외쳤다. 적에게 정신적인 압박을 주기에는 충분한 말이었지만, 그를 알고 있는 소피아로서는 사뭇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상대는 전력을 다해서 하늘에서 벼락까지 불러내서 떨어뜨렸는데 끝이냐는 말은 왠지 상대에 대한 예우에 어긋난다는 묘한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뒤로 펼쳐진 장면에 그녀는 꾹 참고 있던 미소를 잃어버렸다. 주문을 재빨리 영창 하는 노인보다 이번엔 그가 빨랐다. 칠흑의 대검이 '붕'하는 무겁게 바람을 베는 소리를 내며 휘둘러졌다. 너무 끔찍한 장면에 그녀는 이번에도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비한 빛이 감돌던 지팡이는 땅바닥에 떨어져있었고, 노인의 몸은 고목처럼 우두커니 서있었다. 물론 입고 있는 로브의 후드부분과 함께 목이 뜯겨져 나가있었다. '머리가 없다.' 끔찍하다는 생각보다 본능적으로 노인의 머리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궁금해서 잔혹하게 펼쳐진 배경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땅바닥에는 번들거리는 마물의 시체가 가득했는데 노인의 머리가 그 속에 떨어져 있었다.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린 채 눈동자는 흰자위만을 보이고 있었다. "흑!" 놀란 가슴으로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런데도 그의 표정은 한 치의 동요도 없어보였다. 그저 무뚝뚝한 표정, 눅눅한 바람에 흩날리는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다. 진한 눈썹과 더 진한 눈동자가 알 수 없는 고독을 말하고 있었다. 언제 봐도 슬픈 눈빛이었다. 도대체 살아가면서 잃어버릴 수 있는 것 중에 얼마나 큰 것을 잃어버렸으면 저런 눈빛을 할 수 있는지 두려울 정도였다. 어쩌면 그녀가 그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시작한 이유는 그 눈빛 때문인지도 몰랐다. 결국 그녀의 노력으로 그의 입가에 미소는 그려줄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눈빛은 고독을 논하고 있었다. 웃는 입과 슬픈 눈동자는 마치 인형극을 하는 마리오네트의 얼굴처럼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어쩌면 평생이 걸릴지 몰라도 그녀는 모든 재능을 발휘해 언젠가는 그에게 참된 미소를 선사할 것이라 다짐했다. "무섭지 않아?" "오라버니가 왜 무서워요? 물론 가끔씩 소피아의 갓 구워진 빵처럼 따뜻하고 맛있게 익은 몸을 탐닉하는 짐승의 눈길은 조금 무섭긴 하지만, 괜찮아요! 어차피 오라버니한테 시집갈 건데요." "약,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지?" "호호호, 이 소녀에게는 더 이상 예뻐지는 약은 필요 없답니다. 지금보다 더 예뻐지면 곤란하답니다." "……." 말없이 바라보는 그에게 소피아는 매혹적인 눈웃음을 쳤다. 기분이 좋다.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것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행복을 지키기 위해 소피아는 오늘도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서운 장면을 꾹 참았던 것이다. "이틀 뒤면 오늘보다 잔인한 장면들을 보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겠어?" 관심 없는 척 하고 있어도 이미 그녀의 마음속을 들여다본 그의 말에 소피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알고 있다. 망각의 늪 레테에서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틀 있으면 가룸산맥에 도착하게 될 테고, 인간과 악마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그곳이라면 지금보다 더욱 더 잔혹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부끄럽게 왜 자꾸 말하게 하세요! 오라버니와 함께라면 이 소녀는 그 어디라도 괜찮다고 말했잖아요." "어디라도?" "네! 지옥까지 따라갈 거예요!" 왜냐고 묻는다면 사랑한다고 대답할 거다. 그것만으로 이유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가슴이 아려올 정도로 고마운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기에 그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다만 뒤에서 스콜과 소피아를 따라오던 올리비에만이 속이 거북한지 조금 떨어져서 걷고 있었다. 올리비에뿐만 아니었다. 스콜의 등에 매달려있는 미스텔테인 역시 이들을 따르기로 한 걸 철저히 후회하고 있었다. '스콜, 많이 변했구나.' 원래 그가 알던 아스크는 이런 남자가 아니었다. 훨씬 더 차갑고, 딱딱한 남자였다. 결코 시간이 그를 바꿔놓은 건 아닐 테다. 120년간 지켜봐왔기에 시간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답은 스콜이란 이름에서였다. 그는 스콜이란 이름을 쓰면서부터 세상에게 마음을 열었고, 결정적으로 예쁜 사복검을 허리에 차고 있는 여인, 가벼운 블라우스위에 갑주를 걸치고, 무릎까지 겨우 내려오는 짧은 치마를 입은 채 발랄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 때문이었다. "잠시 쉬어갈까?" 앞서 걸어가던 스콜이 뒤돌아보며 말을 했다. "네." "좋아요." 소피아와 올리비에는 그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조금은 쉬었다가자고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발바닥이 어제부터 하루 종일 걸어서 발바닥이 따끔거렸다. 스콜이 주변풀숲위에 있는 바위로 가서 앉자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소피아가 그의 키타라를 빼앗아서 조율을 하기 시작했다. 자주 들려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떠올린 소피아가 천천히 한음, 한음 소곤소곤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숲 속에 숨어있던 새들이 소피아가 연주하는 노래를 따라 불렀고, 서쪽에서 불어온 산들바람에 잎사귀는 한들거리며 춤을 추었다. 항상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던 올리비에도 조금은 긴장이 풀린 듯한 표정을 짓게 만드는 부드러운 선율이었다. 사랑은 바람 한점 없는 깊고 어두운 밤, 아름답게 빛나는 촛불처럼, 서로를 뜨겁게 태우고, 녹이고, 가장 찬란하게 빛을 발할 때, 꺼져버리는 것, 그것 아닐까요? 사랑은 빛바랜 추억 속에 웃음 짓던 연인으로 불멸토록 남고 싶은 마음, 그러나 너무나 쉽게 잃어버리고, 평생을 그리워해야만 하는 마음, 그런 안타까운 마음, 그것 아닐까요? 사랑은 죽어가는 날, 다시 살아나게 하진 못하더라도, 삶의 마지막 순간, 슬피 울어줄 당신이 있기에 제 삶 속에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 죽음마저 초월할 수 있는 것, 그것 아닐까요? 그것은 엠블라의 키타라에 적혀있는 문장을 토대로 소피아가 즉석에서 만들어낸 가사였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만들어낸 이 시간만큼은 인간과 악마의 전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듯 했다. 물론 숲을 덮친 짙은 살기가 느껴지기 전까지 말이다. "끼욱! 끼욱!" 갑작스레 연주를 방해하는 귀청을 찢어놓을 것 같은 소리에 스콜은 바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숲 속을 가득 채우는 살기, 숨이 탁 막히는 것 같은 살기에 소피아와 올리비에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스콜도 등에 걸려있는 미스텔테인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마물들이 내뿜는 살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 숲을 마물들이 빽빽이 채우고 있다가 한순간에 덮쳐오는 기분이었다. "끼욱! 끼욱!" 다시 한번 들려온 소리, 독수리의 울음소리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컸다. 그 소리만으로 온몸이 토막이 나는 것 같았다. 소피아는 사복검을 뽑아들었고, 올리비에도 왼손에 활을 들고, 오른손으로 화살통의 화살을 뽑을 준비를 했다. 칼날 같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짙은 살기를 담은 미친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더니 숲 전체를 흔들어놓았다. 나무들은 뿌리 채 뽑힐 듯이 춤을 췄고,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온 바람은 기괴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윽고 숲에 어둠이 들이닥쳤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 것처럼 숲은 어둑어둑하게 변해버렸다. 말도 안 되는 기상현상에 고개를 든 일행은 그만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오라버니, 저게 뭐예요?" 하늘을 누비며 날아다니는 날짐승, 날아다니되 새는 아니었다. 깃털은 없었으며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었고,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팔과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꼭 박쥐의 날개를 가진 도마뱀을 보는 것 같았다. 물론 그 크기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물보다 거대했다. "드래곤(Dragon)이다!" 웬만한 일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스콜로서도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미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에서 드래곤은 수천 년 전에 멸종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아니, 드래곤의 실존여부조차 불투명했었다. 가끔씩 음유시인의 노래 속에서나 나오는 게 전부인 짐승이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드래곤은 얼굴 반쪽의 살점이 떨어져나가 있어서 굴러다니는 눈알이 뼈에 걸려있는 게 보였고, 찢어진 날개하며 가슴부위도 갈비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언 데드 드래곤(Un Dead Dragon)!' 이미 수천 년 전 멸종했다고 전해지는 드래곤이 갑자기 중간대륙에 모습을 드러냈을 리는 만무했다. 저 드래곤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지만, 지옥의 문을 통해 중간대륙으로 들어온 것일 테다. "오라버니, 저기! 저기! 사람이 있어요!" 깜짝 놀라서 아름다운 눈동자를 커다랗게 뜨며 손짓을 하는 소피아의 말 대로였다. 드래곤의 목 부위에 한 남자가 서있었다. 온몸이 털로 덮여있는 남자, 멀리 있는데도 피를 빨아먹은 것 같은 새빨간 눈동자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섬뜩한 눈빛으로 숲 속을 가로지르며 나있는 길목에 서있는 스콜일행을 한번 흘겨보더니 무미건조한 비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시간은 매우 짧았으나 스콜에게 있어선 너무나 길고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붉은 눈을 가진 남자와 드래곤은 그들에게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고 다시 서쪽에 있는 고성으로 사라져버렸다. "인사를 하러 온 거 같군." "인사라뇨?" "어차피 이틀 있으면 싸우게 된다는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왠지 불길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미스텔테인으로 아슈켈론을 펼치더라도 이길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정말요?" "그래." 벨리알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비숍과 룩을 일격에 처단할 정도로 미스텔테인을 쥔 그는 강했다. 그런데 저 남자의 눈빛은 그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도 비웃고 있는 듯 했다. "서둘러야겠다." 이렇게 된 이상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드키엘에게서 1층의 군주인 벨리알보다 5층의 군주인 마몬이 약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다른 군주들도 거의 비슷한 실력을 가진 걸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지독한 착각이며 희망사항인 듯 했다. 만약 붉은 눈동자를 가진 그 남자가 지금 당장이라도 시엘을 죽이려든다면 그녀의 주위에 있는 그 어떤 이도 막을 수 없어 보였다. + 드디어 연참대전이 끝났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앞으로의 연재계획을 얘기드리면 10일까지는 조금 넉넉하게 2~3일에 한화씩 연재하고 1월연참대전에 다시 참가하도록 하겠습니다. 11일부터는 다시 달리겠습니다. 물론 2월연참대전에도 참가할 계획입니다. 아마 이렇게 연재를 하면 2월말이나 3월초까지는 아스크 1부를 완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오늘은 친구들이랑 술이나 한잔 하러 가야겠군요. 연말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킨에스2005-12-30 19:05:47 수고하세요 2 황룡잔천2005-12-30 19:09:58 2부에서는 소피아 누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요? 3 엠프티니스2005-12-30 19:10:38 3타!!!! 모처럼 좋은기회! 선리플 후감상 ㅋ 4 江東妙手2005-12-30 19:14:43 과음하지 마시고요... 새해 복은 많이 받으시고요... 2, 3일 간격으로 글 주시면 배고픕니다. 벌써 허기가... 5 엠프티니스2005-12-30 19:18:23 약, 꼬꼭 챙겨먹고 있지? <- 이부분 ㅋ 압박 ㅋㅋ;; 건필!!!! 아! 그리고 2부 폭풍속의 나비의 주인공은 누가? ㅎ? 캐스팅 되었는지요 ㅋㅎ 6 캘시퍼2005-12-30 19:18:28 1월,2월 연참대전에도 참가해주신다니.. 감개무량이라는 ㅠㅠ 즐거운 연말 되시길~ (전 도서관이라는 ㅡㅡ;) 7 데스카2005-12-30 19:22:30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이제 12월 연참대전이 끝이 났군요. 그런데 제가 바라던 광참이 없어서 섭섭합니다. 그래도 기분이 좋습니다. 제 애인 소피아 출연이 많아져서요.(끌려간다) 10일까지 지쳤던 마음과 몸을 휴식으로 풀어주세요. 크크크...그리고 1월 연참대전 시작하시면 고생을 조금 해주셔야겠습니다. 그럼...수고하셨습니다. 술 많이 마시지 마세요. 몸에 안좋습니다. 8 라타니엘2005-12-30 19:35:09 건필하세요 9 Painkiller2005-12-30 19:43:28 수고하셨습니다 ^^; 언제나 재밌게 보구있구요~ 10 샤이레일2005-12-30 19:45:35 아아악~다가오는 2부의 주인공은 당연히 스콜이어야 합니다아아~ 주인공이 바뀌면 몰입도에 방해되요. 자꾸 그 예전 스콜의 강렬한 카리스마 - 압도적인 힘 - 여자를 이끄는 매력 이 떠올라서 새로운 주인공에 적응 하지 못 할꺼 같아요오..ㅠ 11 독일건달2005-12-30 19:46:05 2부는 듀란키워주세요~~ 12 가을흔적2005-12-30 20:18:37 잘 보고 갑니다 13 노란병아리2005-12-30 21:17:54 잘 보고 갑니다.^^8 14 超必殺氣2005-12-30 21:18:41 갖구운 빵이라니... 이런 표현 난감하다 ;; 15 60일탈출2005-12-30 21:20:00 킁. 꽤 긴 소설이 되겠군요. 16 들아탈수2005-12-30 21:47:59 아스크가 연참대전 참가해서 행복했어요~ 담 편도 기대합니다 17 네펠레토2005-12-30 21:49:30 킹인가??????? 18 몽몽2005-12-30 22:14:51 잘보고갑니다^^ 19 아미델린2005-12-30 22:52:48 ^^ 잘 보고 갑니다 소피아 정말 보고 싶었어요>_< 꺅~ 암튼 건필요~~ 20 朔月2005-12-30 22:56:40 아바돈일까요? 21 쾌인2005-12-30 23:07:40 아 역시 소피아 ㅠㅠ 건필하세요! 22 劍虎2005-12-30 23:52:26 흠 역시 사랑의 힘이란 ㅋ 23 닥2005-12-31 01:06:44 건필하세요^^* 24 날랭2005-12-31 01:09:28 역시 소피아의 인기는... 25 Hernesto2005-12-31 04:40:50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26 사심안2005-12-31 05:47:52 제가 소피아를 좋아하는 이유중하나지요. 27 엠프티니스2005-12-31 06:44:02 베헤모스 인거 같은데 ㅎㅎ;; 지상에 내려온건 마몬과 베헤모스이니 ㅎ 언데드이긴 하지만. 동물을 이끄는 녀석이라면... 베헤모스인듯 ㅎ 28 미캉엘2005-12-31 09:29:17 2부는 소피아가 주인공으로`~~ 29 크리노아2005-12-31 10:31:18 잘 보고 갑니다. ^^ 30 천령a2005-12-31 12:55:43 잘보고 가요^^; 31 bulum2005-12-31 13:38:49 잘보고 갑니다. 수고하셧네요. 32 엠프티니스2005-12-31 14:04:05 드래곤이 멸종했다라. ㅎㅎ;; 지금의 라그나로크 이전에 있었던?? 라그나로크때 멸종한건가? ㅎㅎ 33 同安2005-12-31 14:04:26 2005년의 마지막은 아스크와 함께!! 남은 연말 잘 보내세요~~ 34 블래스터2006-01-02 00:08:21 건필하세요^_^* 35 소검무제2006-01-04 01:09:43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6 푸른봉황2006-01-07 20:10:12 스콜..주인공의 입장으로 구라를 치다뉘.... 뱃사공에게 죽음의 면제다.. 라구 했을텐데.. 37 김백호2006-01-07 21:30:49 하하하, 뱃삯으로 당장 죽이지 않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조금 그렇네요;; 결론은 구라인듯;; 38 절도범산타2006-01-16 15:55:50 캬캬, 달려라! 39 Σ비호란™2006-01-20 18:58:49 잘보고갑니다^^ 40 창공의바람2006-01-21 09:22:47 드래곤~~~ 그 짐승의 악마인가보져?~ 41 절대꼭미남2006-01-28 04:51:41 건필하세요 42 破邪神劍2006-01-31 01:37:54 베헤모스인가보군요.. 43 巨時期2006-02-04 21:04:30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4 火狼2006-02-22 21:14:10 점점 강자가..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8화 [42]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6화 [50]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01 15:54:37 고친날 2006-01-02 10:31:29 읽은수 2148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8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지난날 포가든 빌리지에 도착할 무렵 스콜과 작은 마찰을 일으켰던 힐드스칼프공작은 지금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 이곳은 체질상 맞지 않았다. 정치적인 이권다툼에선 그 누구보다 머리가 빨리 돌아가서 다른 인간을 짓밟는 일에는 무척이나 뛰어난 그였다. 그런 그에겐 전략적인 비중이 큰 전투라면 꽤나 어울릴 수도 있었겠지만, 악마나 마물과의 전투, 오직 힘과 힘의 충돌만 있는 이러한 전투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할 기회가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마물의 몸에서 터져 나온 피비린내는 술과 시가렛으로 썩을 대로 썩은 용병의 입 냄새를 바로 코앞에서 맡는 것보다 더 역겨웠다. 그렇게 속으로 불평을 씹으며 산맥의 중턱에 도착한 그 앞에 주변의 시체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이는 시체가 한 구, 눈에 들어왔다. 두 팔과 머리가 없는 자, 날카로운 뿔이 달린 검은 갑옷을 입은 자가 무릎을 꿇은 채로 죽어있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치열한 전장 속에서도 왠지 그곳만은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저자는 아무래도 범상치 않던 인물인 것 같다. 어떻게 죽었는지 연유를 파악해봐라." "네." 머리와 팔이 없는 시체를 보고 내린 공작의 명령을 듣고 부관은 최전선에서 마물들을 몰아내고 있는 용병들이 아닌 조금 뒤쪽에 있는 용병들에게 달려가 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정보를 수집한 부관이 그에게 다가와서 아뢰었다. "이곳을 지키고 있던 마물들을 이끌던 대장급이었던 남자인 것 같습니다. 포가든 빌리지에 있는 용병들 사이에서는 흑기사로 통하며 꽤나 강했다고 합니다. 페르젠후작이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치명상을 주었고, 이름 없는 용병 하나가 그를 죽였다고 합니다." "오호, 그래?" 부관의 얘길 들은 힐드스칼프공작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페르젠후작이라면 외눈박이 늑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루브룸에 이른 귀족이었다. 결코 자신이나 발라스칼프공작에 비해서 떨어지는 명성을 가진 자가 아니었다. "그럼, 당장 밑에 애들을 데리고 소문을 퍼뜨리도록 해라. 힐드스칼프공작이 페르젠후작과 함께 흑기사를 죽였다고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내 말뜻을 잘 알겠지? 치열하게 싸우던 중 페르젠후작은 전사를 했고, 분노한 힐드스칼프공작이 내지른 칼날에 흑기사가 죽었다는 사실을 강조해라." 누구의 공인지는 모르나 자신의 것으로 가로챌 속셈이었다. 이름도 없는 용병이 흑기사를 죽였다는 얘기보다 적어도 그처럼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 흑기사를 쓰러뜨렸다는 얘기가 듣기 좋았다. 지금부터 소문을 퍼뜨려놓는다면 나중에 흑기사를 죽였던 용병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돌아가는 건 비난뿐일 것이다. "후훗, 헛된 걸음만은 아니었군." 혹시라도 자신의 업적을 가로챘다고 이름 없는 용병이 직접 따지고 든다면 적당한 뇌물로 구슬리던가, 아니면 쥐도 새로 모르게 죽여 버리면 깔끔하게 끝나는 일이었다. "지금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라지는 부관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던 공작은 산위에서 불어온 바람과 함께 후각을 괴롭히는 역겨운 피비린내에 인상을 다시금 찌푸렸다. '지독하군.' 이번에 에리공주가 제국군의 총사령관을 맡지만 않았더라도 그는 이렇게 지저분하고 위험한 곳에 올 생각은 없었다. 그의 속셈은 이곳에서 영웅이 되어 에리공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계획이었다. 황위계승을 하는 그녀의 마음을 미리 얻어놓는다면 앞으로 권력을 마음껏 누릴 수도 있고, 잘하면 황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려면 마물 몇 마리정도는 잡아놔야겠지.' 힐드스칼프공작은 정치적인 이권다툼에도 탁월한 소질이 있었지만, 검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결코 남보다 떨어지는 인물은 아니었다. 비록 의지의 검술 오딘으로 대륙에서 명성이 자자한 발라스칼프공작에 가려져있었으나 힐드스칼프공작도 귀족들과 사교 중에 검투를 하게 되면 웬만해선 지지 않는 남자였다. 자심감에 가득 찬 공작은 말을 몰아 용병 두 명을 상대하고 있는 마물을 향해 돌격했다. 악어처럼 생겼는데 인간처럼 두 팔로 땅을 밟고 용병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지금 저들을 구해주면 내 얼굴을 기억해주겠지? 흑기사를 물리친 영웅 힐드스칼프공작님으로!' 마물의 등 뒤로 신속히 달려간 그가 검을 휘둘렀다. 날이 선 칼날이 햇살아래 눈부신 빛을 발하며 마물의 피부와 베어내는 듯 했다. 치엥! 칼날이 마물의 피부와 부딪치자 '헉'하고 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공작의 머릿속에 있던 그림은 멋지게 마물이 베여졌어야 했다. 그러데 마치 바위위에 검을 내리친 것처럼 손목이 진하게 아려올 뿐이었다. 그의 검에 상처 하나 입지 않은 마물이 상대하던 용병들을 외면한 채 천천히 뒤돌아섰다. 공작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마구 검을 휘둘러서 마물을 물리치려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낡은 바람이었다. 십여 번 마물의 피부를 강타하던 예리한 칼날은 결국 '챙'하는 소리를 내며 부러지고야 말았다. 용병들이 쓰는 이름 없는 대장간에서 만들어진 검과는 비교도 안 되는 명검이었으나 부러진 것이다. 물론 문제는 검이 아니라 공작의 공격에 카르마가 결여돼있다는데 있었다. 이곳에 있는 용병들이 마물들에게 너무나 쉽게 죽어나가서 하찮게 보일지는 몰라도 그들의 계급은 어디까지나 루테올룸이었다. 일반인들은 살아가면서 전혀 느끼지 못하는 카르마의 세계를 가진 자들이 두 명씩 한조를 짠 뒤 사력을 다해서 마물 하나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그 정도 강한 마물이었는데 공작은 겁도 없이 덤벼든 것이다. "뭐, 뭐야? 이 검 명검이라고 했는데!" 아직도 그 원인을 알지 못하는 공작은 괜한 검을 탓했고, 악어처럼 생긴 머리에 인간의 머리가 하나 더 얹어진 마물은 어리석은 공작을 비웃고 있었다. "쓰레기……." 마물에게 쓰레기라는 소리를 듣고도 공작은 우선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에 말머리를 돌려서 그곳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제길! 그 대장장이 놈! 죽여 버리겠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던 위기에 굳은 얼굴을 한 공작은 대장장이한테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마물들과의 간격을 겨우 벌렸다.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되자 말머리를 다시 돌려서 뒤에서 멀찌감치 지켜보았다. "와! 힐드스칼프공작이 흑기사를 물리쳤다!" "페르젠후작님의 죽음을 안타까이 여긴 힐드스칼프공작님의 검에 흑기사가 죽었다!" 때를 맞추어 부관과 그 밑에 있는 자들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유언비어를 퍼트렸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얘기에 본진에서 올라온 기사들마다 힐드스칼프의 지위 때문에 진위여부는 의심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존경을 표하면서 진격을 가했다. 힐드스칼프공작은 애써 방금 전 마물과의 조우로 당황했던 기색을 감추고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페르젠후작님이 전사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복수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꺼운 가면으로 위장을 한 공작에게 다가온 남자, 맑은 하늘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서글서글하게 생긴 남자, 붉은 빛 갑옷을 입은 그가 다가와 겸손하게 입을 열자 공작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손을 가볍게 올려보였다. 공작은 이 남자를 알고 있었다. 4년 전 루브룸에 이른 룬베르크라는 자였다. 페르젠후작과 친분이 있던 남자, 그는 고마움을 표하면서 쥐고 있던 검에 카르마를 불어넣어 터질 듯이 팽창된 누런 기운을 뿌리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제야 자신의 검에는 없던 기운이 다른 이들의 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공작은 대장장이가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음, 그렇게 된 거였군.' 잘못 처신하게 되면 거짓말로 들통이 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카르마는 알고 있되 공작은 아직 카르마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했다. '뭐, 싸우지만 않는다면 들키지 않겠지. 아무래도 영웅이 있어야 전사들의 사기가 오르는 법이니 혹여 들키더라도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거야.' 어리석은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공작이었다. 그는 하찮게 여기던 용병들이 하나같이 카르마를 이끌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보다는 시기를 품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마물을 물리치는 용병들을 보면서 지독한 피비린내에 코를 막은 채 주위를 둘러보던 공작은 마물을 단칼에 베어내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는 아니꼬운 눈빛을 할 수밖에 없었다. 프레키 발라스칼프, 아직 아버지의 위명을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그의 실력은 주위에 있는 용병이나 기사들에게 귀감이 될 정도였다. 처음 발라스칼프공작의 아들이 용병양성학교에 입학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비웃음을 머금었었다. 그런데 그의 아들들이 고급술집에서 흥청망청하는 사이, 그 비웃음을 사던 프레키는 전장에서 다른 이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재능을 보이고 있었다. '흥, 자식하나는 잘 낳았군! 발라스칼프공작!' 가룸산맥의 전투는 중간대륙의 운명을 건 전투이니만큼 이곳에서 전훈을 세우면 지위가 막강해지는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런데 발라스칼프공작은 이번 전쟁에 빠지고 수도에 있는 황제를 수호하는 역할을 스스로 자처했다. 그런 그를 보고 속으로 어리석다고 욕을 했었는데 이제 보니 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아들이 이곳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었다. 정작 마물들을 이끄는 흑기사를 죽인 건 자신인데도 용병들과 기사들의 눈빛은 프레키를 따르고 있었다. '뭐, 상관없지.' 전세는 제국군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만약 가룸산맥으로 제국군만 진격을 가했다면 이정도의 성과는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북쪽에서는 니플하임이, 서쪽에서는 아르카디아왕국과 신성왕국이, 그리고 남쪽에서는 무스펠하임이 진격을 하고 있었기에 마물들은 인간들의 압도적인 수에 밀리고 있었다. 비록 강을 이룰 정도로 많은 피가 대지로 스며들었지만, 이대로라면 전쟁의 승리는 명확했고, 당연히 최전선에서 활약을 한 힐드스칼프공작은 좀 더 굳건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하늘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괴상한 생명체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온몸이 털로 덮여있는 남자, 붉은 눈동자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폭식의 군주 베헤모스, 그가 이미 대륙에서는 멸망을 한 드래곤을 타고 가룸산맥의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몬과의 내기에서 패배해 스콜에게는 손을 데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었지만, 산맥의 꼭대기에 달린 문, 고성으로 통하는 문을 향해 진격하는 인간들까지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적은 없었다.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개미처럼 산을 오르는 인간들을 노려보던 베헤모스는 타고 있는 거대한 드래곤의 비늘을 쓰다듬었다. 그가 말하려는 걸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구름 위의 하늘을 누비던 드래곤은 갑자기 고도를 낮춰 산맥을 오르는 인간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날개만을 펄럭이며 하늘에 떠서 인간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너의 숨결로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공포의 전율을 안겨다줘라!" 인간들은 신이나 죽음처럼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유독 강한 호기심을 보인다. 드래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몇 천 년 전에 멸종했다고 전해져 이제는 신화에서나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드래곤에 관한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과장되어갔다. 요즘 나오는 드래곤에 관련된 소설이나 음유시인의 노래를 살펴보자면 드래곤이 인간의 언어를 소화할 수 있다든지, 인간으로 변한다든지, 인간보다 영리한 지적생명체라든지, 말도 안 되는 내용이 많았지만, 실상 드래곤은 파충류일 뿐이었다. 다만 뱀이나 곰을 숭배하는 민족이 있듯, 드래곤을 숭배하는 민족들 사이에선 신격화된 것이다. 그랬다. 드래곤은 어디까지나 동물이며 그 동물들 중에서 조금 영리하고, 교활한 것뿐이었다. 물론 드래곤이 처음부터 영리했던 것은 아니다. 드래곤이 영리해지기까지는 당시에 살던 인간들의 덕이 컸다고 한다. 드래곤에 관련된 일화가 과장되지만 않았더라도 높은 산꼭대기나 심해 깊은 곳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드래곤을 굳이 인간들이 찾아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먹이사슬의 제일 위에 존재하는 드래곤, 생명의 위협 없이 사는 드래곤은 먹이를 사냥하는 일과 종족을 번식하는 일 이외에는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고, 자연스레 멍청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드래곤은 동물 중에서도 둔한 쪽에 속했었는데 인간들이 부른 탐욕에 의해서 점점 영리해진 것이다. 그 당시의 영웅의 칭호로서 가장 위대한 칭호가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Dragon Slayer)였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칭호가 용을 잡은 자가 되면서 사람들은 드래곤을 잡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화약으로 만들어진 함정을 피하지 못한 드래곤은 죽어갈 수밖에 없었고, 드래곤은 살기 위해서 인간들이 쳐놓은 함정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리하고 교활하게 길들여진 것이다. 그 당시의 사람들이 얼마나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칭호에 미쳤었는지는 수 천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용병왕이 썼던 검술의 이름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 아슈켈론은 원래 드래곤을 잡았다고 알려진 세인트 조지(Saint George)가 들고 있는 검의 이름이었다. 즉, 용병왕 아스크의 검술이 가진 경이로움에 감탄한 사람들은 용까지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고 해서 아슈켈론이라고 이름지어주게 된 것이다. 뭐, 어쨌든 이제는 대륙에서는 멸종했다고 전해지는 드래곤이 가룸산맥의 하늘위에 떡하니 떠있자 그걸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날개 짓만으로 폭풍이 불어오는 듯 했고, 뱀 앞의 개구리마냥 하늘위에 떠있는 것을 본 것만으로 육신은 말을 듣지 않게 돼버렸다. "아, 아, 악마다!" "아냐! 드, 드래곤이야!" 인간들은 하늘위에 떠있는 드래곤의 위용 앞에 경악하며 너무나 당연한 감탄사를 내질렀고, 드래곤은 입을 크게 벌려 불을 뿜으려 하고 있었다. 드래곤 브레스(Dragon Breath)! 용의 숨결이 가룸산맥에 작렬했다! 불꽃이 떨어진 여기저기에 염화가 피어올랐고, 사람들은 엄청난 불길에 지옥을 경험해야만 했다. "크아악!" "아아! 아아악!" 뜨거운 불덩이들을 쉬지 않고 토해내는 드래곤, 그 불덩이는 가룸산맥을 온통 불바다로 만들어버렸고, 마물이나 용병을 가리지 않고 전부 태워 죽였다. 드래곤, 어쩌면 인간의 호기심이 만들어낸 악랄한 짐승이 그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쪽지로 인사를 드리는 것보다는 부족한 글이지만, 글과 함께 인사를 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올립니다. 아슈켈론은 실제 기독교 7대 성자로 꼽히는 성조지의 검 이름입니다. 흔히 드래곤 슬레이어하면 지크프리트의 성검 그람과 함께 가장 유명한 검이 바로 아슈켈론이죠. 아마 이 방면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아슈켈론이 거론될 때부터 아스크에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나오지는 않을까하고 의심을 하셨을거라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지루한 전개라고 생각되는군요. 아마도 스콜이 가룸산맥에 도착하는 이틀뒤부터 조금은 재미있는 전개가 펼쳐질 듯 합니다. 마몬과의 싸움방식이...(하략)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블랙드래곤2006-01-01 16:03:57 잘봤습니다- 2 산길2006-01-01 16:04:41 잘 읽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필 건필!!! 3 천령a2006-01-01 16:31:27 굿,,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4 엠프티니스2006-01-01 16:53:05 근하신년~! 새해 福 많이 받으시구 ㅎㅎ 건필 하세요 ㅎㅎ!!! - 아스크가 책으로 나오는 그날까지 ~! - 5 김백호2006-01-01 17:04:38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시는 새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6 은월(銀月)2006-01-01 17:04:43 잘 보고 갑니다~앞으로도 좋은 연재 부탁드립니다~ 7 데스카2006-01-01 17:15:01 새해 첫 연재글 잘 읽었습니다. 2006년에도 몸관리 잘하시고(몸아프시다고 연재 못하시면 곤란) 연애도..(안됩니다.) 귀차니즘, 뛰어먹기는..(아시면서..♡) 새해 광참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가장 좋은 길이네요..^^) 8 곤2006-01-01 17:22:13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9 노란병아리2006-01-01 17:55:19 올해에는바라는 일 모두 성취하고 건강하시고 가정에 좋은 소식만 들리기를 빕니다. 설 [*] 날 *-(_"_)- ■l☞☜l■ (__/___/__) 새해복많이받으세요 10 캘시퍼2006-01-01 18:38:33 오늘도 올려주셔서 너무 고맙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1 박선생님2006-01-01 19:47:33 잘보고 있습니다~ 12 60일탈출2006-01-01 19:58:49 그래요 빨리빨리 올려 주세요!! 13 강현성2006-01-01 20:14:35 행복한 새해가 되세요.~~ 14 Homeros2006-01-01 20:50:19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5 쾌인2006-01-01 21:27:10 앗 왠지 싫은 케릭터 하나 등장! 건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6 라타니엘2006-01-01 21:56:17 건필하세요 17 크리노아2006-01-01 22:57:39 잘 보고 갑니다~ 18 날랭2006-01-01 23:38:04 건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9 Hernesto2006-01-02 02:15:31 성 조지가 드래곤 잡는 것을 그린 그림을 본 기억이 나네요 드래곤이 멍청이로 나와서 더 좋습니다. 20 Hernesto2006-01-02 02:15:45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21 아미델린2006-01-02 09:36:28 새해 봇 많이 받으세요 ^^ 22 등짐꾼2006-01-02 10:21:28 나았지->낳았지 가 아닌가 싶네요 23 김백호2006-01-02 10:30:45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24 bulum2006-01-02 11:52:33 수고하셧네요. 잘보고 갑니다. 25 풍검성가2006-01-02 12:43:33 [del] 야하~ 아슈켈론이 그런 거였군요. 이름이 너무 멋져요 흑 백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정말 부러운 조회수 ㅜㅡ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저 마녀넷에서 연재 시작했어요. 작가게시판 을빛 - 바람의 인도자 찾아주세요 ^^ 득필하시길 바랍니다. 26 몽몽2006-01-02 12:53:01 잘보고갑니다^^ 27 松竹2006-01-02 14:47:51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하략의 압박 ;;; 스콜이 하늘에 떠 있는 드래곤을 어떻게 잡을지 궁금 하네요 ^^ 그리고 저 공작인지 후작인지.. 똥꼬의 전적을 가로채려 하다니..나쁜넘.. 28 천하말빨2006-01-03 01:54:21 어제 처음보고 완전 빠져서 이틀만에 다보고 말았습니다 아 아쉽군요 이렇게 재미있게 본건 정말 너무 오랜만인것같네요 근1년만에 로그인해서 첫 선호작으로 남깁니다 ^^항상똑같은 몬스터 드래곤이야기등이 주가 아닌 독특한 소설같습니다 글솜씨는 없지만 추천하러 갑니다 이런글은 다같이 즐겨야죠 ^ㅡ^새해엔 출판하셔서 대박나시고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29 로야크2006-01-03 06:42:57 ...으흐흑. 불타올라버리다니.. 30 가을흔적2006-01-03 14:37:28 잘 보고 갑니다 31 김백호2006-01-03 16:20:10 댓글주신 모든 분들과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아스크가 선작수 1200을 돌파했네요^^ 32 소검무제2006-01-04 01:13:01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3 Σ비호란™2006-01-20 19:06:17 잘보고갑니다^^ 34 창공의바람2006-01-21 09:34:03 마몬과의 싸움이요?? 마몬과의 싸움방식이 뭐에요!?! 아악!~~(퍽) 35 김백호2006-01-21 13:50:43 하하하, 보시면 나옵니다^^ 36 절대꼭미남2006-01-28 05:00:28 건필하세요 37 破邪神劍2006-01-31 01:42:56 멍청한 드래곤이라..ㅎㅎ 38 김백호2006-02-01 17:41:59 폴리모프다, 뭐다, 귀찮아서 그냥 공룡이라고 생각하시면 될듯 합니다. 39 巨時期2006-02-04 21:13:03 하핫. 참신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40 김백호2006-02-05 07:40:41 쿨럭, 감사합니다^^ 41 火狼2006-02-22 21:19:12 드래곤이 꽤나 약하게 나오는군요.. 42 김백호2006-02-23 00:00:21 그냥 파충류라고 생각하시면 될듯 합니다. 뭐랄까요? 날개달린 티라노사우스 정도로 보시면 될 듯, 물론 불을 뿜기엔 정상적인 인간들은 범접할 수 없겠지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9화 [46]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7화 [4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03 16:28:40 고친날 2006-01-03 16:28:40 읽은수 2073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9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가룸산맥은 화산(火山)이 되어버렸다. 드래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불덩이에 산등성이엔 붉은 악마가 내려앉은 듯 했고, 불길은 하늘을 태워버릴 기세로 치솟고 있었다. 인간들이 불을 지배하는 드래곤에게 저항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불길을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여기저기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는데 그 와중에서도 몇몇 아둔한 자들은 무모하게 활을 들었다. 차라리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먹구름에 화살이 걸리길 갈망하는 게 나을지 모를 행동이었다. 아무리 카르마가 깃든 화살이라고 하더라도 드래곤의 비늘을 뚫을 수는 없다. 드래곤에 관련된 고서적을 보면 확인된 바는 없지만 잡는 법이 수록되어있었다. 드래곤이 입을 벌렸을 때 입안에 창을 꽂아 넣는다던지, 아니면 드래곤의 먹이에 극독을 넣어야 잡을 수 있다고 되어있다. 즉, 비늘로 덮인 드래곤의 피부를 일반적인 강철로는 손상을 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아아!" 드래곤에 입에서 발사된 거대한 불덩이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너무나 무서운 기세로 떨어지는 불덩이를 본 프레키는 그대로 굳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바로 머리위로 떨어지고 있는 불덩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얼른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온몸으로 전했지만, 뇌의 명령을 그의 몸은 거부하고 있었다. 다급한 상황에 오른쪽으로 가야하는지, 왼쪽으로 가야하는지 충돌을 일으켜 엉거주춤한 자세만 취하고 있었다. "왼쪽이다……." 화끈한 기운을 느꼈는지 그의 등에 만신창이로 업혀있던 듀란이 입을 열었고, 프레키는 어느 쪽이 왼쪽인지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다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콰쾅! 떨어지는 불덩이에 대지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아슬아슬하게 불덩이를 피해낸 프레키는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사가 심하게 진 구덩이 같은 곳으로 떨어져버렸고, 듀란도 함께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퍼억! 구덩이 속으로 떨어져서 겨우 불덩이는 피할 수 있었지만, 모나게 박혀있는 바위에 또 다시 옆구리를 부딪쳐버린 듀란은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크윽, 피한 건 좋은데, 왜 오른쪽으로 피한 거냐?" 고통에 인상을 찌푸린 듀란의 질문에 프레키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급한 그 순간에 왼쪽, 오른쪽을 가릴 정신 따위는 없었다. 그냥 그의 말을 듣고, 어느 한쪽으로 반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뿐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평지보다 움푹 파인 경사가 있었기에 불덩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던 거다. 순전히 운이었다. "왼쪽으로 피했으면 죽었다. 그래서 오른쪽에 구덩이가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피한 거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존심 때문에 솔직하지 못한 프레키였다. "거짓말 하지 마!" "거짓말 아냐! 넌 귀족을 너무 물로 보는 경향이 있더라! 귀족은 원래 이런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서 전장의 지형을 샅샅이 조사한단 말이야! 그래서 이럴 때야 말로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야! 이래서 천한 것들하고 놀면 안 된다니까!" 콧방귀가 나온다. "흥! 웃기고 있네! 그냥 운이 좋아서 피한 주제에! 그리고 누가 너 같은 왕따하고 놀았다는 거야!" "뭐라고!" 전쟁터였다. 그들은 듣지 못했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며 불을 뿜는 드래곤과 인간과 마물을 가리지 않고 떨어지는 불덩이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덤벼오는 마물들 때문에 퇴각명령이 내려져있었다. 구덩이 비슷한 곳에 처박혀버린 둘은 수많은 용병들이 산을 내려가고 잇다는 사실도 잊은 채 논쟁을 펼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감히 변태 따위가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게 고마운 줄도 모르고!" "변태? 그리고 누가 구해주라고 했냐! 나의 장렬한 최후를 방해한 남색주제에!" "뭐라고? 남색이고 했냐?" "그래, 남색! 멋진 남자만 보면 환장을 하는 남색아!" 둘은 구덩이를 빠져나와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생각은 없는지 서로를 헐뜯기에 바빴다. 그렇게 신나게 사우고 있던 사이 온몸이 꿰뚫리는 것 같은 살기에 둘의 고개에 한곳으로 돌아갔다. "여기 인간이 있다!" 구덩이 위쪽에 흉측하게 생긴 마물 하나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다가 인간의 얼굴을 뻐끔거리며 언어를 뱉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음산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수많은 마물들이 듀란과 프레키가 있는 구덩이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듀란과 프레키, 논쟁을 벌이는데 여념이 없던 나머지 이미 용병들이 전부 퇴각했다는 사실은 눈치 못 채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이런 우중충한 곳에서 죽게 생겼군!" 주위를 둘러싼 채 음침하고 음산한 웃음소리를 흘리는 마물들을 노려본 프레키의 머릿속에는 딱히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라." 그때 방금 전까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신나게 논쟁을 벌였던 듀란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혼자서 미동도 못하는 주제에 그나마 멀쩡한 오른손을 들어 일그러진 불꽃을 피어내보이며 말이다. "무슨 말이냐?" "난 몸도 엉망이라 둘 다 도망치긴 글렀다. 하지만 넌 살 수 있다." 그의 얘기는 매우 진지했지만, 정작 그 얘기를 듣는 프레키의 얼굴은 험하게 구겨져있었다. "이래서 넌 바보라니까! 확실히 귀족을 물로 보지마라!" "지금은 귀족을 따질 때가 아니잖아. 한사람이라도 더 살아야지." "흥, 귀족은 절대 비겁하게 적에게 등을 보이지 않는다! 베어지더라도 가슴을 내주는 게 귀족이다! 게다가!" "게다가?" 의구심으로 가득 찬 듀란의 눈빛을 읽은 프레키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이런 곳에서 초라하게 죽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적어도 친구랑 함께 죽는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부끄러운지 돌아서서 나직하게 입을 연 프레키, 그 말에 듀란은 한쪽 입 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비소를 머금었다. 프레키뿐만 아니라 카프지엘도 말했었다. 친구를 위해서 죽는 거라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했었다. "친구와 함께 죽는다고? 바보천치군." "흥! 귀족이란 그런 거다!" 듀란에 말에 등을 보이고 있던 프레키도 웃었다. 방금 전까지 서로 물고 뜯으며 인격을 있는 대로 무시했지만, 그들은 그래도 죽음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사이였다. 비록 헛된 저항일지도 몰랐다. 듀란은 겨우 오른팔 하나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고, 프레키도 듀란을 구하기 위해 드래곤이 닥쳐오기 전까지 마물들을 쉬지 않고 상대했던 터라 많이 지쳐있었다. "두렵냐?" 듀란이 오른손에 피어오른 불꽃을 활활 태우며 묻자 프레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는?" "하나도 안 두렵다!" "좋아! 덤벼라! 이 마물들아!"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짜로 덤벼온다. 구덩이로 사정 봐주지 않고 쏟아지는 마물들을 바라보며 듀란과 프레키는 아찔해질 수밖에 없었다. 둘 다 두렵지 않다고 말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있을 수 없었다. 죽음 앞에 인간은 언제나 평등했기 때문이다. 그저 두렵지 않은 척 한 것뿐이다. "이야압!" "하야앗!" 그 두려움을 쫓아버리기 위해서 듀란과 프레키는 덮쳐오는 마물들을 찢어버릴 듯이 기합을 내질렀고,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저항을 했다. 무수히 휘둘러지는 날카로운 손톱에 그들은 만신창이가 되어갔고, 고통에 피를 토하고, 비명을 지르며, 죽음의 숨결을 뱉어냈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끝까지 공간을 베는 검을 휘둘렀고, 염화가 깃든 주먹을 휘둘렀다. 한계에 한계를 넘어선 듀란과 프레키는 결국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쓰러져버렸고, 그 구덩이가 그들의 무덤이 되는 듯 했다. 허나 그들이 마지막으로 본 풍경은 아직 죽기엔 이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신성한 빛이 구덩이로 떨어지며 자신들의 숨통을 끊어놓을 듯이 덤벼오는 마물들이 재로 변하는 꿈같은 광경이었다. 끝없는 어둠으로 떨어진다. 다시 기어오를 수 없는 저승의 구렁텅이처럼 절망적인 추락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진정 이것이 죽음이라 짐작하면서도 왠지 모를 편안하고 아늑한 기분이 몰려온다. 그러던 중 하나의 얼굴이 어둠 속에 떠오른다. 지독스럽단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눈동자 아래 새하얀 피부와 대조적인 붉고 도톰한 입술을 하고 있다. 눈부신 은발을 찰랑거리던 소녀가 새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엘이었다.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의 목숨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지켜주고 싶었다. 그가 죽으면 그녀가 슬피 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죽기엔 이르다.' 그러한 생각에 눈을 떴다. 누렇게 바랜 천막 위에 걸린 호롱불이 춤을 추고 있었다. 정신을 잃기 전 온몸을 지배했던 고통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만으로 현실이 아니라 여겼다. '여긴 어디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에 기대어 잠이 든 은발의 소녀가 입술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시엘?'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엘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을 보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옆 침대를 보자 의식을 잃기 전까지 마물에게 처절하게 저항했던 프레키가 누워있었다. "허허, 일어났는가?" 노인의 목소리, 낮은 목소리였지만 막사 안을 울리는 듯한 박력 있는 목소리에 듀란은 침대에 기대어 잠이 든 시엘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켰다. "네, 여기가 어디죠?" 회색의 머리칼을 길게 기른 깡마른 노인이었다. 입고 있는 누추한 로브자락과는 반대로 눈빛에서는 알 수 없는 기광이 흘러 범상치 않은 인물인 것 같았다. 듀란의 질문에 그 노인은 주름진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그리며 원하는 답을 찾아주었다. "보면 모르겠는가? 제국군의 막사라네." "그럼 중간대륙인가요?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걸요." 바로 이점이 이상했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부족했던 이유도 바로 이점에 있었다. 흑기사 클로비스의 검이 박혔던 왼쪽 어깻죽지의 깊은 상처를 제외하고는 온몸을 지배하던 아픔이 거짓말같이 사라져있었다. "허허, 이 돌팔이가 이번만은 제대로 치료를 한 것 같네." "혹시 저희를 구해주신 것도?" "뭐,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 된 것뿐이네." 생명의 은인이었다. 정작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가 민망했던지 겸손하게 대답하고 있었지만, 구덩이로 몰려들었던 마물의 수만 해도 십여 마리는 넘었었다. 보통 노인은 아니란 말이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존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은인의 이름을 묻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기도 했지만 듀란은 노인의 정체가 궁금했다. "뭐,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도 이 못난 늙은이를 보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대마법사 엘시드라고 부르기도 한다네." 이제 보니 겸손한 듯 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대마법사 엘시드라면 바로 라그나로크가 닥칠 것을 대비해서 대륙 동쪽의 거의 모든 도시에 결계를 친 인물이었다. 크리스티나후작가문의 영지라고 할 수 있는 중간대륙 남서쪽에 있는 섬, 발렌시아에서 태어난 마법사로서 적어도 100년은 넘게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생명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뭐, 우연히 그곳을 지나간 것뿐일세. 인사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 그럼 이 늙은이는 바빠서 이만 가보겠네." 듀란은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하려했으나, 엘시드는 애써 제지하며 막사를 빠져나왔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있었다. 아직도 가룸산맥의 중턱에선 불길이 치솟고 있어서 쉽사리 진격을 하지 못할 형편이었다. "어째서 날 치료해준 거지?" 그에게 날아온 말이었다. 막사바깥에 쳐진 기둥에 기대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 하늘에서 내린 어둠보다 더 짙은 카르마가 흘러나오는 남자, 그는 지난날 신성왕국에서 스콜의 아슈켈론 때문에 온몸을 다쳐서 휠체어생활을 했던 자드키엘이었다. "자네는 우리 편이잖은가?" "하지만 청회색피부를 가졌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엘시드를 노려보며 자드키엘이 대답했다. "허허, 피부색깔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자네의 운명은 이미 그를 따르고 있다네. 이틀 뒤면 이곳에 도착할 그를 지금처럼만 돕게. 언젠가는 자네가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네." 엘시드의 예언을 듣고 자드키엘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스콜이었다. 그가 이틀 뒤에 이곳으로 온다는 말이다. "그럼 전쟁은 3일안에 끝나겠군." "허허, 그렇겠지. 그럼 난 작전회의가 있어서 가보겠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finish2006-01-03 16:31:58 오늘 전부 다 읽었습니다~ 정말 재밌네요~!! 2 윈드써퍼2006-01-03 16:34:08 2빠 ㅎㅎ 3 날랭2006-01-03 16:34:42 ^^ 생각보다 빨리 올려 주셨네요~ 4 김백호2006-01-03 16:37:21 finish님, 꽤 많은 분량인데 수고하셨습니다^^ 윈드써퍼님, 2타축하드립니다-_-;; 날랭님, 후후후, 추천이 떠서 열심히 달렸습니다-_-v 5 쾌인2006-01-03 16:46:07 5타!! 6 쾌인2006-01-03 16:46:27 성공 ㅋㅋ 오랫만이네요ㅠ_ㅠ 건필하세요! 7 血死魔人2006-01-03 16:51:37 음 건필하세요 `` 8 김백호2006-01-03 17:04:56 네, 쾌인님, 血死魔人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연참대전 끝난 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노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시간 즐겁게 쓰시길 바랍니다^^ 9 크리노아2006-01-03 17:10:12 잘 보고 갑니다 10 아트리2006-01-03 17:31:16 소피도 오는구나~~~&& 11 박선생님2006-01-03 17:32:56 오오...멋져요~ 잘 읽고 있습니다~!!! 홧팅~ 12 질라르디노2006-01-03 17:34:42 오랜만에 리플다니요 ㅋㅋ 스콜이 온다!!! 13 단단이아빠2006-01-03 17:39:37 감사는 좋은 글을 읽는 저희가 드려야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 김백호2006-01-03 17:43:33 크리노아님, 아트리님, 박선생님, 질라르디노님, 단단이아빠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확실히 다음화에서 이틀이 지나긴 합니다. 그리고 독자분들이 없었으면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5 노란병아리2006-01-03 17:47:07 잘 보고 갑니다 ^^ㅋ 16 아이크2006-01-03 18:05:39 잘 읽었습니다. 17 데스카2006-01-03 18:13:20 잘읽었습니다. 하아...또 이틀을 기다려야 하는건가요..-_- 연참대전도 끝났는데 광참정도 해보시는건 어떻습니까? 크크크...건필하세요. 18 김백호2006-01-03 18:26:03 노란병아리님, 아이크님, 데스카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저도 이왕이면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지만, 비축분 없이 연참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중요한 부분을 조금 쉽게 넘길 수도 있고, 특히 전체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다보니^^; 안 그래도 필력이 딸려서, 이 점은 항상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9 HolySoul2006-01-03 18:46:15 역시 ! 학원가다오면 언제나 있는 센스... 이만 다 읽었으니 학원에서 배운거 복습하고 컴퓨터해야겠네요.. 3일뒤가 궁굼하군요 ! ( 소설상) 건필이요! 20 아라라2006-01-03 18:49:39 3일이면 전쟁이 끝난다라...스콜을 믿는, 그가 도착하면 하루만에 전쟁이 끝날 거라는 멋진 말이네요^^ㅋ 21 아미델린2006-01-03 18:51:04 ^^ 건필하세요 재미있네요 프레키도 꽤 멋있는 부분이 있었군요! 22 김백호2006-01-03 19:36:43 HolySoul님, 공부 열심히 하세요! 아라라님, 보시면 아시겠지만 하루만에 끝날 수밖에 없답니다! 아이델린님, 그럼요. 발라스칼프공작자제인걸요. 멋진 남색이죠! 23 Painkiller2006-01-03 19:54:06 재밌게 보았습니다 ^^; 24 朔月2006-01-03 20:26:25 프레키도 듀란도 멋진 녀석이지만 그래도 역시 2부 주인공은 스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무슨 소리야!! ;;;) 25 60일탈출2006-01-03 20:37:10 아아 프레키 불쌍해라 갑자기 남색으로 몰리다니 그런 26 라타니엘2006-01-03 22:34:28 건필하세요 27 닥2006-01-04 00:04:13 건필하세요^^* 역시 스콜이 해결사~ㅋㅋ 28 캘시퍼2006-01-04 00:29:16 전 다음 연참대전까진 쉬시면서 천천히하실줄 알았는데.. 지금도 꾸준히 올라오는 모습에.. 감탄한다는. ^^ 건필요~!! 29 소검무제2006-01-04 01:15:39 참으로 부러운 수련이오..ㅡㅡ 30 매너모드2006-01-04 06:12:05 아 힘들게 밤새서 겨우 다 읽었습니다 ㅠㅠ 오늘 데이트 있는데 김백호님!! 책임지세요!! ㅠㅠ흑흑 추천보고 들어오는게 아니였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31 김백호2006-01-04 07:11:53 Painkiller님, 朔月님, 60일탈출님, 라타니엘님, 닥님, 캘시퍼님, 소검무제님, 매너모드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뭐, 한가지만 말씀드리자면 데이트를 하신다고요? 응징뿌우운! 32 겜소설폐인2006-01-04 09:21:39 잘보고 갑니다. 33 검도장2006-01-04 11:09:59 오랜만에 괜찬은 판타지 소설을 접했네요 ..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군요.. 하지만 지금까지 숨도 쉬지 않고 읽으면서 느낀것은 역시.. 루시퍼 라는 직접적으로 너무 빨리 보인듯.. 너무빨리 궁금증이 사라져서 아쉬웠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나쁜것은 아니지만 ... 아쉽다는 너무 강한 암시였음 ㅡ.ㅡ; 그리고 아스크따라다니 여자 아스크는 끝까지.. 한여자만 생각했음하는 소망이있었는데. 최고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역시 가슴만지면서 죽는 장면 최고였음다. 건강하세요. 34 미캉엘2006-01-04 11:24:39 오~~ 소피아가 보고싶다~~~ 35 김백호2006-01-04 11:27:54 겜소설폐인님, 검도장님, 미캉엘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왠지 입이 근질거리는군요. 후후후~ 뭐, 몇화 안남았으니까 본문에서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36 bulum2006-01-04 15:23:16 수고하셧습니다. 37 패도무적2006-01-04 18:05:17 으흐흐 건필하세용 ㅋ 38 몽몽2006-01-05 14:22:56 잘보고갑니다^^ 39 Σ비호란™2006-01-20 19:09:28 잘보고갑니다^^ . 40 창공의바람2006-01-21 09:43:43 후하하하 41 절대꼭미남2006-01-28 05:06:47 저런 예언 나도 하고 싶다구~ 건필하세요 42 김백호2006-01-28 05:52:34 지리산에 올라가세요. 강추. 43 破邪神劍2006-01-31 01:47:20 프레키 녀석 제법 멋진데..ㅎㅎ 44 巨時期2006-02-04 21:25:35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5 火狼2006-02-22 21:21:59 건필하세요 46 쾌감조루2006-02-23 14:53:33 즐감했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0화 [55]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8화 [42]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05 02:17:31 고친날 2006-01-05 15:06:00 읽은수 2124 [ 9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0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대마법사 엘시드는 화산의 불빛으로 이글거리는 밤의 땅을 밟고 제국군의 사령관이 기다리고 있는 막사로 들어갔다. 누런 불빛이 내려앉은 막사 안은 각기 다른 갑옷을 입은 4명의 남여가 중앙의 탁자를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제국군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이 이 안에 있었으나 열띤 토론보다는 어디선가 슬픈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지 침통한 분위기로 착 가라앉아있었다. '역시 드래곤 때문이겠지.' 엘시드는 퇴각에 결정적인 이유를 되뇌며 정면에 앉아있는 여성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에리 샤를마뉴의 표정은 근심으로 가득 차있었지만, 이 밤의 절망을 단숨에 무찌를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녀의 우측에는 전장이 처음이라는 것을 몸으로 말하는 듯한 백금에 황금장식이 달린 거추장하고 화려하기만한 갑옷을 입은 힐드스칼프공작이 앉아있었고, 좌측에는 강인한 눈빛을 하고, 붉은 갑옷을 입은 우직한 루브룸인 룬베르크와 서글서글한 눈매로 전체적으로 선한 풍모를 갖춘 검은 갑옷을 입은 마연기사 발터 그라이펠이 앉아있었다. "기다렸습니다. 앉으세요." 정중함이 담겨있으나 그 안에는 얼음이 동동 떠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 엘시드가 자리에 앉자 작전회의는 본론을 들어갔다. 먼저 멋있게 기른 수염을 쓰다듬던 힐드스칼프공작이 대마법사 엘시드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병사들의 얘기에 의하면 드래곤을 타고 있는 자가 경고를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조심스런 물음에 엘시드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렇다네. 나도 들었지. 오직 선택받은 자만이 가룸산맥의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하였네." 엘시드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막사 안을 가득 채우는 묵직함이 있었다. 물론 내용자체도 그 무거움을 거들었기에 힐드스칼프공작은 가느다란 눈빛을 빛내며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선택받은 자라고 하심은?" "아마도 드래곤의 주인이 인정할 정도로 강한 영웅을 뜻하는 말일 걸세." 엘시드는 이미 드래곤의 주인이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정체를 밝힐 필요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용병왕 아스크, 아직 엘시드는 그를 본 적이 없었다. 엘시드가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나 용병왕 아스크의 존재가 역사에서 사라진 시기인 대략 60년 전, 그 당시에는 그도 별 볼일 없는 마법사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천문학으로 운명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기에 일단은 영웅이라는 말로 얼버무려버린 것이다. "제가 한번 가보면 안 되겠습니까? 아시다시피 페르젠후작을 죽인 흑기사도 제가 죽였잖습니까?" 염치없는 자, 흑기사를 죽였다는 걸 스스로도 정당화한 듯한 말투였다. 그 말에 우직한 인상과 강한 눈빛을 하고 있는 루브룸, 피가 묻어도 티도 안 나는 붉은 갑옷 때문에 '전장의 귀신'이라고 불리는 룬베르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정작 제국군의 총사령관인 에리공주는 서리가 날릴법한 코웃음을 쳤다. "재미있네요." "네?" 아름답지만,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눈빛이 힐드스칼프공작을 쏘아보고 있었다. 공작은 그 눈빛에 혹시 들킨 건 아닐까하는 예감이 들었지만,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사들과 용병들의 숭고한 희생의 피를 정치적인 야욕으로 더럽히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몰라서 묻는다면 얘기해드려도 되겠습니까?" 하얀 입김이 나올 정도로 한기가 맺힌다. 공작은 찔리는 게 있기에 시선을 조심스럽게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눈치 챈 거지?' 확실한 건 에리공주는 흑기사가 죽을 때 그곳에 없었다는 거다. 그런데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모든 전황이 그려져 있었다. 에리공주가 알고 있는 정보는 극히 미미했다. 흑기사가 강하다는 것, 그리고 루브룸에 이른 페르젠후작이 그 흑기사에게 죽었다는 것이 전부였지만, 적어도 본진에 함께 있다가 먼저 올라간 힐드스칼프공작이 흑기사를 죽이기에는 시간상으로나, 실력으로나 부족하다는 사실은 간파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흑기사를 죽였다는 대목에서 미세한 억양의 틀어짐이 있었다. 스스로를 설득했는지는 몰라도 에리공주의 예리한 눈매는 속일 수 없었던 것이다. 에리 샤를마뉴, 이제 겨우 23살의 나이로 이토록 중요한 전투에 제국군의 총사령관이 된 것은 황위계승자라는 이유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향기 없는 꽃의 이면에는 제국의 경제, 정치, 역사, 전략 모든 면에서 그녀를 가르쳤던 스승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모습이 감춰져있었다. 훗날 제국이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때 삼국의 침략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흑색용병대의 활약도 있었으나 그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지혜를 갖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엘시드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막사를 감도는 무거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엘시드에게 향해졌다. "뭐든지 말씀해보시지요." 그녀에게만은 존댓말을 쓰는 엘시드였다. "내일도 오늘처럼 진격을 하게 된다면 괜한 희생만 늘어날 뿐입니다. 현재로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래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제가 궁금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분명 엘시드님께서는 드래곤의 주인이 기다리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가 언제 이곳으로 올지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가르쳐주십시오. 제국군의 총사령관으로서 희생을 피하기 위해선 알고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놀랄 노자였다. 이 젊은 아가씨는 이미 엘시드의 머리꼭대기에 앉아있었다. "허허,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영웅이라는 말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늙은이의 입이 방정이었구려." 그녀의 말 대로였다. 흔히 영웅이란 말은 미래보다는 과거에 어울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영웅은 현재로서는 없는 미래에 올 자를 말하고 있었다. 미래에 올 자에게 영웅이란 말을 썼다는 것은 엘시드에게 있어서는 미래의 일이 과거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엘시드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예언을 해버린 것이었다. "허허, 혹여 총사령관님께선 용병왕 아스크의 존재를 알고 계신가요?" "용병왕 말입니까?" 모른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중간대륙에 살아가는 사람들치고 용병왕을 모르는 사람은 치매 걸린 노인과 옹알이를 하는 갓난아이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성격의 에리공주는 용병왕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깊게 부정하는 인물 중에 하나였다. 한 인간이 늙지 않고 120년간 활약할 수 있다는 얘기는 동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였다. "용병왕이 실존인물입니까?" "그렇습니다." 막사 안에 있던 초롱불이 흔들린다. 막사의 휘장 사이로 불어온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차가운 그녀의 마음도 흔들렸다. 어째서 용병왕이 실존인물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한 남자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는지 영리한 그녀로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시 그가 언제 오는지도 알고 계십니까?" "늦어도 이틀 뒤면 이곳으로 도착할거라 예상이 되는군요." 그 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힐드스칼프공작이 아니꼬운 표정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엘시드님께는 실례되는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얘기해보십시오."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엘시드의 표정을 읽은 에리공주가 차갑게 대꾸했다. "용병왕이라는 허황된 존재를 믿고 병력을 묶어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지금쯤 타국은 가룸산맥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있을 겁니다. 아무리 드래곤이 강력하다고는 하나 사방에서 오르려는 병력을 전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도 기회를 틈타서 진격을 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힐드스칼프공작의 의견은 결코 틀렸다 말할 수 없었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면 옮은 답안이었으며, 제국군을 이끄는 총사령관인 에리공주로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처사였다. "드래곤은 그렇게 만만한 짐승이 아니네." 대답을 하는 엘시드의 표정은 조금 굳어있었다. 힐드스칼프공작의 의견은 옮다. 그러나 그만큼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건 계산해두지 않고 있었다. 전투는 이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고 끝나느냐가 이기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자네도 보지 않았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제국군의 피해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수 백 여명에 달하는 생명이 불길에 타죽었네." 봤을 리가 없었다. 공작은 드래곤을 발견하자마자 기겁을 하고 누구보다 빨리 산을 내려왔었다. 그렇다보니 끝까지 남아 듀란과 프레키를 구해온 엘시드가 느끼는 두려움을 공작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가룸산맥의 전투에서 영웅이 되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떠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피비린내가 나는 이곳에 온 대가는 받아갈 생각이었다. 잠시 침통한 분위기가 흘렀고, 어렵게 결정을 내렸는지 에리공주가 가냘픈 입술을 떼었다. "이틀 정도라면 한번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작은 그녀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려했다. "들어보세요. 이틀 만에 무너질 정도의 고성이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전력을 다듬는 시간은 필요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수도에서 쉬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이 기회에 피로를 풀고 긴 호흡으로 전투에 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에리공주의 유창한 말솜씨에 공작은 반론을 끄집어낼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아가씨라면 흑기사를 죽였다는 사실 하나를 들어서 자신의 의견을 강견하게 밀어붙였을 테지만, 이미 속마음까지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그렇게 회의는 끝이 났고, 지휘부에서 내려온 명령에 따라 제국군은 이틀 동안 조용히 침묵을 지키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하루하고 반나절이 지났을 무렵, 아직 동이 트기에 이른 시간이라 검푸른 하늘과 안개가 어우러진 제국군의 진영으로 세 명의 이방인이 찾아들었다. 뒤에 따라오는 두 여인은 도시만큼 크게 이뤄진 진영을 신기한 눈초리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으며 앞을 걸어가던 한 남자는 새벽의 기운이 담긴 맑은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는 듯 했다. 너덜너덜한 검은 색 와이셔츠와 가죽바지를 입고, 등 뒤에는 땅바닥에 검극이 닿아, 흔적이 남길 만큼 길고 커다란 잿빛의 십자대검을 메고 있었다. 바람의 흩날리는 핏빛 머리카락 사이로 짙은 눈썹과 강렬하면서도 현실감이 부족한 칠흑의 눈동자, 그 아래 바르고 오뚝하게 선 콧날과 얕은 입술이 보인다. 이목구비가 환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장발에 가려졌다고는 하나 간간히 보이는 그 모습은 뭇 여성들을 외모만으로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오라버니, 도착했어요." "그래." 그와 잘 어울리는 미녀였다. 그녀의 말에 짧게 대답한 그는 암울한 하늘 빛 아래 검게 타버린 가룸산맥을 직시하였다. 산맥의 위에는 부유하고 있는 잿빛의 고성이 보인다. 그 성이 그를 간절히 부르고 있었다. +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빨간머리2006-01-05 02:36:12 [del]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갈수록 재미있어지네요~~~ 2 산길2006-01-05 02:39:31 잘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3 떠도는바람2006-01-05 03:03:10 자려다 문득 들어온 이때 이런 행운이~ 4 매너모드2006-01-05 03:18:08 으아...이제 검보고 다 눈치 까겠군요 ㅋ 그나저나 듀란이 흑기사 스틸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과연ㅋㅋ 5 질라르디노2006-01-05 03:27:19 뭐 스콜과 미스텔테인이라면 드래곤쯤이야 뭐 ㅋㅋ 6 주정2006-01-05 03:44:16 저 힐어쩌구 저쩌구 하는 공작이 자꾸 거슬리는군요. 언제쯤 사라진답니까? 7 김백호2006-01-05 04:15:08 빨간머리님, 더욱 재미있는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산길님, 네,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떠도는바람님, 하하하,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매너모드님, 어차피 처음부터 스콜의 상대는 여왕이었습니다. 질라르디노님, 베헤모스와 스콜의 대결은 아직 이릅니다^^ 주정님, 이를테면 인과응보, 권선징악, 사필귀정이죠. 8 엠프티니스2006-01-05 07:06:52 휘유. ㅎㅎㅎ 8 타입니다 ㅎㅎ 이제부턴 미스텔테인이 가장 좋아 하는 시간이겠네요 ㅎㅎ 앞에 밥상이 차려져 있으니 ㅎㅎ; 퀸의 피나 드래곤의 피. 상당히 매력적인 반찬 ㅎ.. 9 도굴2006-01-05 07:22:52 크헉... 중요한 곳에서 절단하는 센스. ㅋㅋ 10 캘시퍼2006-01-05 07:36:23 연참대전때 항상 저녁식사 때쯤 올라오던 글이 새벽에 올라오니, 기분 참 묘하네요 하루 쉬시는 줄 알고, 이해 되면서도 아쉬웠다는 ^^a 건필요~!! ^^ 11 HolySoul2006-01-05 07:51:29 어제 학원같다와서 없어서 찜찜했는데 이렇게 아침에 올라 와 있어도 기분이 좋군요 .. 건필하세요! 저는 영어던아너 외우러 -_-;; 12 크리노아2006-01-05 08:35:04 잘 보고 갑니다~ 13 날랭2006-01-05 09:11:24 잘 읽고 갑니다.^^ 14 김백호2006-01-05 09:47:16 엠프티니스님, 도굴님, 독이 든 밥상일수도 있죠. 그리고 글의 흐름상 짜른겁니다. 절대 절단이 아닙니다ㅠ.ㅠ 캘시퍼님, HolySoul님,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10일까지 매일 연재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연참대전 시작하기 전까지는 조금은 인간답게 생활을^^; 크리노아님, 날랭님 댓글 감사합니다. 15 닥2006-01-05 09:58:07 건필하세요^^* 소피라 너무 좋아~ㅋㅋ 16 찡찡이2006-01-05 10:10:03 너무 너무 재미있네요. 점점 더 푹 빠져드는 것 같아요. 다음편이 빨리 보고 싶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17 엠프티니스2006-01-05 10:16:52 ㅎㅎ 미스텔테인은 인간이 아닌 쇳덩어리이기 때문에 ㅎ 독이 든 밥상이라도 문제는 없을거에요 ㅎㅎㅎ 설마하니 밥 먹다가 미스텔테인이 녹이 슬지는 않을테고 ㅋㄷㅋㄷ; 드래곤 가죽에 퀸의 피를 뿌리구. 마몬의 머리를 싸서 ㅎㅎ 군침이 도는 식사를 ㅎㅎ;; [ 헉....근데 왜 내가 입맛이 돌지? ;; ] 그리고.. 미스텔테인을 위한 음료수로 전쟁중에 흘린 스콜의 피를 ㅎ;;; 18 엠프티니스2006-01-05 10:17:52 아! 한가지 빼 놓은게 있네요 ㅎㅎ 디저트로 그..힐드스칼프인가? 그넘의 심장을 ㅎㅎㅎ!!! 19 라타니엘2006-01-05 10:35:49 오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건필하세요 20 60일탈출2006-01-05 10:46:34 음.. 이거 에리도 아스크한테 푹 빠지겟고만 쯔쯔 21 엠프티니스2006-01-05 10:55:15 정산 -> 정상 ㅎㅎ 22 엠프티니스2006-01-05 10:56:21 좌측에는 강인한 눈빛으로 하고 있는 -> 강인한 눈빛으로 하고있는 부분 ㅋ 23 김백호2006-01-05 11:34:14 닥님, 감사합니다. 이번화에 대화 한줄밖에 안나왔다는-_-; 찡찡이님, 연참대전에 들어가면 매일 올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라타니엘님,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60일탈출님, 에리는 사랑보다는 동경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감정을 넣어볼 생각입니다. 엠프티니스님, 먼저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그리고 쇠는 독이 들어가면 녹이 슬죠. 뭐, 미스텔테인이야 아스크 최강의 금속인 샛별의 조각 루시펠리움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녹이 슬 걱정은 없겠지만요^^ 24 노란병아리2006-01-05 11:36:50 크으 재미있어요 25 마패2006-01-05 11:50:16 다음편 ~~~ 26 bulum2006-01-05 11:50:57 수고하셧네요. 잘보고 갑니다. 27 Hernesto2006-01-05 12:24:25 끄아아아 이런장면에서 끊어 버리시다니이!!!!!!!!!!!!! 에리가 스콜이 아스크라는걸 알고 놀라는 장면이 너무 기다려지는... 28 데스카2006-01-05 13:36:36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스콜의 먼치킨 전투대결은 또 언제 볼수 있을까나... 빨리 스콜의 먼치킨 전투대결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크크크...소피아 출연도 신경 써주시고요. 소피아는 살아있는 모든것의 이상향입니다...(어이..그게 말이 되냐?) 건필하세요...~!!! 29 샤이레일2006-01-05 14:05:40 크앙~ 다음편 보고싶어어~ 연참 '' // 역시 스콜이 짱입나다아~ 30 악종2006-01-05 14:21:12 스콜이 너무 안나와요..빨리 등장 시켜줘요!!!! 31 몽몽2006-01-05 14:23:16 잘보고갑니다^^ 32 朔月2006-01-05 14:30:23 28/동감입니다. 이상향이죠. ;;;; 그러니 한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습니다아아아앗!!! 33 아미델린2006-01-05 14:35:45 헐 언제 이렇게 많은 리플이.. 암튼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 건필하세요 작가님 34 Painkiller2006-01-05 15:19:57 몰입도가 점점 높아지네요 ^^; 35 쾌인2006-01-05 15:56:06 드디어 소피아???! 건필하세요!! 이제야 보네요 ㅠ_ㅠ 36 무심인2006-01-05 17:37:15 잘봤습니다. 37 超必殺氣2006-01-05 17:40:11 일단 힐트스칼프 인지 뭔지를 드래곤이랑 1:1 맞짱을 뜨게해서 죽은 후에 스콜 납시는거다. 퉤퉤. 구역질나오네. 38 독일건달2006-01-05 17:56:31 힐드스칼프를 좀더 철저한 악인으로 만들면 어떨까하는색각이 ~~퍽`` 39 김백호2006-01-05 18:12:30 댓글 주신 노란병아리님, 마패님, bulum님, Hernesto님, 데스카님, 샤이레일님, 악종님, 몽몽님, 삭월님, 아미델린님, Painkiller님, 쾌인님, 무심인님, 초필살기님, 독일건달님께 감사드립니다. 한숨 자고 왔는데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워서 다시 누으러-_-;; 40 소검무제2006-01-05 21:18:13 잘 보고 갑니다. 41 임프2006-01-06 00:51:39 건필하세요%%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42 finish2006-01-06 09:55:15 건필하세요~~ 43 천령a2006-01-06 19:16:20 잘 보고 가요 ^^ 44 血死魔人2006-01-06 22:18:47 음 스콜이 나오는 대목에서 다짜고짜 아니, 라고 하니 당황스럽군요 45 천하말빨2006-01-07 00:50:10 잘 보고 갑니다 제가한꺼번에 몰아서 읽는 스타일인지라 역시나 아쉽군요 ^^;한 일주일정도 쉬다가 와서 다시 몰아서 봐야겠군요 건필하세요~ 46 김백호2006-01-07 00:55:44 소검무제님, 임프님, finish님, 천령a님, 혈사마인님, 천하말빨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지금 다음화 올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틀이 갑자기 지나서 그런듯 합니다. 이부분은 추후에 반드시 손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슬럼프라서 지금은 수정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47 Σ비호란™2006-01-20 19:12:13 잘보고갑니다^^ . 48 창공의바람2006-01-21 10:32:05 어... 3일이라고했는데 벌써왔네?!?! 49 소면살우2006-01-21 18:52:25 힐드 머시기... 역시 약방의 감초처럼 ... 아군내의 암적인 존재가 등장하는군요... 이제 죽기만 하면 니 역할은 끝이다! ...ㅡㅡㅋ; 50 김백호2006-01-21 19:05:09 하하하, 말 그대로 약방의 감초죠-_-b 51 절대꼭미남2006-01-28 05:12:39 드뎌 복귀 인가 그의 활약이 궁굼해진다 건필하세요 52 破邪神劍2006-01-31 01:51:46 드디어 돌아왔군 ㅎ 계속 가요~ 53 巨時期2006-02-04 21:32:37 하핫. 잘 읽고 갑니다. 54 火狼2006-02-22 21:25:35 잘 읽고 갑니다 55 쾌감조루2006-02-23 15:09:47 즐감했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1화 [45]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59화 [46]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07 01:04:37 고친날 2006-01-09 19:07:36 읽은수 2080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1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4화 소녀의 손길 흐릿한 여명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옅어진 달이 떠있는 하늘 아래 어둑어둑한 진영을 걷던 그들의 귓가로 낯익은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오랜만이군."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는 듯 했다. 그러나 분명 사람이 있었다. 장례식에서나 입는 검은 정복을 입은 데다 피부색깔마저 어둠에 묻혀서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4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스콜은 대답했다.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채고 나직한 대꾸를 했는데 착각인지는 몰라도 반가움이 깃든 코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훗, 그런가?" "다 나은 거냐?" 4일전만 하더라도 휠체어신세를 지고 있던 자드키엘이 막사의 한쪽 기둥에 기대어 서있었다. 그의 상처를 생각해볼 때 도저히 불가능한 일, 보통 이런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는 게 정상이었지만, 스콜의 반응은 자드키엘이 민망해할 정도로 무덤덤했다. 그래도 뒤에서 따라오던 소피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스콜 대신 깜짝 놀라주었다. 그녀는 눈을 비비면서 막사의 한쪽 기둥에 기대어있는 남자가 정말 자드키엘인지 의심하고 있었다. "엘시드란 노인이 치료해주었다." 대마법사 엘시드가 자드키엘의 깊은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는 말은 이곳에 그가 와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한 말에도 작은 놀람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 스콜은 자드키엘의 뒤쪽에 앉아서 서로 등을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듀란과 프레키에게 시선을 두었다. "저 녀석들은 뭐냐?" "모르겠다. 귀신같이 알고 따라나서던데? 그건 그렇고, 지금 바로 출발할 생각이냐?" 자드키엘은 스콜의 등에 걸려있는 잿빛의 대검이 신경 쓰였는지 슬쩍 눈길을 주며 의사를 물었고, 그는 대답 대신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날이 밝아 사람들이 일어난 시간에 출발하는 것보다는 조금 무리가 있더라도 조용히 움직이는 쪽이 편했다. "지체해서 좋을 건 없겠지." 그렇게 얘기하며 몇 걸음을 내딛었는데 뒤쪽에서 곤히 졸고 있던 듀란의 귀가 예민하게 움찔대더니 천천히 고개가 들려졌다. "아, 스콜! 역시, 도착했구나!" 막 잠에서 깨어난 듀란이 암울한 하늘빛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그 덕에 그의 등에 기대어 잠들어있던 프레키는 뒤통수를 땅바닥에 찍으며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크윽!" 뒷머리를 감아쥐는 프레키와 듀란을 번갈아가며 눈길을 준 스콜이 물어보았다. "감이냐?" 그가 오늘 이곳에 도착한다는 건 자드키엘이나 엘시드를 제외한다면 전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운명의 별을 읽을 수 있는 대마법사 엘시드를 실제로 본적이 없지만, 적어도 그가 이곳에 온다는 사실을 여기저기 떠버리고 다닐 정도로 가벼운 자는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드키엘도 마찬가지였다. 즉 일체의 정보도 없었는데 미리 알고 이곳에 나와 있다는 건 듀란의 순수한 감이 적중한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하하하!" 듀란은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그것보다 시엘은?" "응, 막사에서 잘 자고 있어." "괜찮겠냐?" "대마법사 엘시드님께서 계시잖아." 조금 우스운 상황이었다. 엘시드에게 극존칭을 쓰면서 그보다 나이도 많고, 명성도 높은 용병왕에겐 반말을 쓴다. 스콜이 용병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듀란은 이전처럼 거리낌이 없이 그를 대해왔던 것이다. 전설의 영웅이라고 해도 듀란의 눈동자엔 지난 몇 달간 같은 방을 썼던 동급생으로밖에 비춰지지 않고 있었다. 사실 나이가 많다는 걸 안 이상 존댓말부터 해야 옮았지만, 그렇게 하나, 하나 고쳐가다 보면 알게 모르게 거리감이 생긴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냥 편하게 대하는 건지도 몰랐다. 뭐, 스콜로서도 그게 편했다. "따라오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스콜은 고성에 들어가는 거라면 몰라도 고성까지 향하는 길이라면 동행하는 것도 딱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딱 잘라 말해 그들의 목적지는 고성이 아니었다. 고성을 무너뜨리고, 지옥의 문이 있는 부유대륙 발할라로 가는 것이다. 그곳이라면 더욱 더 강한 적들이 나올지도 몰랐기에 듀란 같은 경우엔 조금이라도 많은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었다. "그럼 출발하자." "저기, 잠깐." 올리비에가 막 출발하려는 스콜의 발목을 잡았다. 그녀가 악셀에게 받은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 그들과 함께 할 이유가 없었다. "난 여기서 헤어지도록 할께. 악셀대장님께 보고를 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 그녀의 얘기를 들은 듀란과 프레키의 얼굴에는 밤하늘만큼이나 어두운 그늘이 자리 잡았다. 누구보다 대장을 따르던 부관인 그녀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악셀대장님은……." "응?" "악셀대장님은……, 명예롭게 전사하셨습니다." "뭐라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고 불리는 외눈박이 늑대, 그녀의 대장인 악셀이 죽었다고 한다. 올리비에는 쉽게 믿을 수 없는 말에 귀를 의심했지만, 아쉽게도 눈앞에 보이는 듀란의 표정은 그녀가 들었던 얘기가 사실임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무슨 말 하는 거야?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냐? 나라면 몰라도 악셀대장님이 마물 따위한테 당할 리가 없잖아." "흑기사의 팔 하나와 자신의 생명을 바꾸셨습니다." 팔 하나랑 생명을 바꿨다고? 겨우 팔 하나랑? 아쉽게도 꿈같은 그 얘기는 자신을 놀리려는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올리비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충격에 그대로 주저앉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망자를 안타깝게 하는 눈물보다는 입가에 슬픈 미소를 그렸다. '그답다.' 왠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분명 자폭을 했으리라. 팔 하나를 붙잡고 웃으면서 이 세상을 떠났으리라. "흑기사는 어떻게 됐지?" 그랬다. 중요한 건 흑기사의 생사여부였다. "흑기사도 죽었습니다." "그래……." 됐다. 누가 흑기사를 죽였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했다. 결국 흑기사가 죽었다는 건 악셀이 죽어가면서 지키려했던 것, 최소한의 희생,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내던진 그 행동이 결실을 맺었다는 말이었다. "어쨌든 난 로젠에게 가볼게. 미안해. 여기서 빠져서……." 올리비에는 겨우 일어서서 그들과 반대편으로 걸어갔고, 듀란도 아쉬운 눈빛으로 그녀의 힘없는 등을 바라보다가 앞서 걸어가는 스콜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스콜로서도 착잡한 기분에 젖어들 수밖에 없는 비보였다. '만약 그때 클로비스를 죽였다면…….' 지나버린 과거의 일을 돌이켜서 후회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란 걸 알고 있지만, 그러한 후회가 기어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일행을 서서히 비추는 여명과 함께 대략 10여분을 걸어가자 진지의 동쪽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쪽은 서쪽 입구와는 다르게 새벽인데도 대략 10M마다 용병들이 짝을 지어서 마물을 습격에 대비해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그들의 출입까지도 막고 있었다. "지금 가룸산맥은 오를 수 없다." 입구 쪽에서 시가렛을 피우며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과 용병들 사이에서 은빛 갑옷을 차려입은 젊은 기사하나가 가룸산맥으로 향하려는 일행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스콜보다 앞서 걷던 프레키의 눈매가 조금 매섭게 떠지며 대꾸를 했다. "아, 발라스칼프공자(公子)님, 힐드스칼프공작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진지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프레키를 알아본 기사는 힐드스칼프공작의 충복으로 지난날 듀란이 목숨을 걸고 죽인 흑기사 클로비스를 공작이 쓰러뜨렸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닌 장본인이었다. "누가 명령을 내렸는데?" "총사령관님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으로 알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했다. 총사령관이 내린 명령권을 실제론 힐드스칼프공작이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째서 힐드스칼프공작의 허락이 필요한 거지?" "그건 저로서도……." 기사는 가시가 돋친 것 같은 프레키의 질문을 받으면서 조금 난감해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뭐, 그럼 산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공자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힐드스칼프공작님께 보고하고 오겠습니다." 불만이 섞인 눈빛을 한 프레키에게 주눅이 들었는지 깍듯이 인사를 한 기사는 재빨리 말에 올라타더니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자드키엘이 스콜의 앞으로 와선 한손을 들어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 행동은 귀찮은데 입구에 대기 중인 십여 명의 병사들과 용병들을 죽이고 올라가자는 뜻이었다. "어떠냐?" "아니, 쓸데없는 피를 볼 필요는 없겠지. 무슨 의도로 산맥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들어보자. 대화로 해결이 안 된다면 그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스콜의 대답도 결국엔 말이 안 통하면 죽이겠다는 얘기였다. 젊은 기사가 사라지고 나서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들의 주위로 말발굽소리가 거칠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화려한 금장식이 새겨진 은빛 갑옷을 입은 중년의 기사가 말을 타고 스콜이 잠시 앉아있는 진지의 동쪽 입구에 도착했다. 그의 뒤에는 방금 전의 젊은 기사와 함께 대략 스무 명 정도 되는 기사가 늘어서있었다. '흥, 혹시나 해서 왔더니, 포가든 빌리지에 도착하기 전에 만났던 건방진 용병이었군.' 힐드스칼프공작은 기억력이 꽤나 잘 좋은 인물이었다. 용병왕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을 하면서도 지난 날 에리공주에게 무례하게 말을 내뱉었던 자가 이 남자라는 사실을 기억해낸 그는 잘 걸렸다는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뭐 때문에 이렇게 이른 시간에 가룸산맥을 오르려는 거지? 혹시 너희들 스파이냐?" 아무리 신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힐드스칼프공작의 조롱은 그냥 듣고 넘기기에는 거북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안하무인격인 공작의 말에 화가 나서 대꾸를 한 남자는 바로 프레키 발라스칼프였다. 실상 스콜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보니 대꾸를 하지 않은 것인데, 프레키는 그가 권력에 꿀려서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보니 힐드스칼프공작마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자신이 그를 대신해서 나서야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호, 이곳에 발라스칼프공자도 계신지는 미처 몰랐군요. 뭐,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가룸산맥에 오르려는 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다. 부관에게 이미 프레키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뒤였으나 일부러 모른척하면서 방금 전 그까지 스파이로 몰았던 것이다. "고성을 무너뜨리러 갑니다. 그런데 왜 저희를 막는 거죠?" "하하하, 공자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요. 가룸산맥의 중턱에는 드래곤이라는 무시무시한 생물이 살고 있답니다. 여러분들처럼 무모하게 공격을 갈지도 모를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 총사령관님이 저에게 인원을 통제하라고 하셨습니다." 공작은 프레키를 철저히 비꼬고 있었다. 그날 분명히 드래곤이 불을 뿜어 가룸산맥을 전부 태울 때까지 마물들과 싸우는 장면을 지켜봤으면서도 그를 어린애취급하고 있었다. "그래서요?" 프레키가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그다. 놀림을 당하고도 곱게 물러설 정도로 너그러운 성격이 아니었다. "뭐, 원칙대로라면 가룸산맥을 오를 수 없는 건 당연하지만, 제가 동행을 한다면 가능한 일이죠." 동행이라,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걸 알기에 프레키와 듀란이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지만, 정작 스콜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공작의 생각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제국군의 총사령관 에리공주가 명령을 내렸다. 가룸산맥으로 단 한명도 발을 내딛는 걸 허락하지 말라며, 그 책임을 힐드스칼프에게 줬다. 그런데도 공작은 인심 쓰는 척하며 그들을 따라 나서겠다고 했다. 그 말인 즉 공작은 그들을 이용해서 고성을 무너뜨리고 영웅이 되겠다는 말이었다. 설사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스콜일행이 동쪽 입구를 막무가내로 뚫어서 그들을 잡으러 가룸산맥을 타게 되었다고 핑계를 되면 그만이니 공작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는 것이다.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녀석이군. 하지만 그것이 어쩌면 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슬럼프인 것 같습니다. 글쟁이가 글을 즐겁게 써야, 독자분들도 즐겁게 읽어주실텐데, 멍한 정신으로 어렵사리 적었더니 글을 올리면서도 자신이 없습니다. 아무쪼록 즐감하셨음 합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카이렌2006-01-07 01:12:09 엇... 10키로나 되는 데... 너무 짧은듯이 휙휙 지나가버리는군요.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데요 그나저나 저 공작은 이번 고성 파괴작전(?) 에서 크게 한방 먹었으면 좋겠군요. 2 아미델린2006-01-07 01:14:22 힘내세요 작가님 ㅎㅎ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 공작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긴 하지만.. 건필하세요 ^^ 3 데스카2006-01-07 01:15:52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힘내세요. 뽀뽀라도 해드릴까요?..^^ 슬럼프 같은건 그냥 빠져오실 것이라고 믿겠습니다. 그런데 소피아는요? 소피아는...소피아...소피아..소피아.... 소피아의 비중이 이번화는 왜 이렇게 없는지 눈물이 앞을 가르는... 쩝...그리고 공작좀 빨리 죽여주시길 거슬립니다. (어이..) 건필하세요. 4 The[劍]2006-01-07 01:19:57 흐흑;;; 데스카님 말씀처럼 왜 우주제일초절정슈퍼울트라 깜찍발랄섹시한 소피아는 왜 안나오는겁니까~!! ㅋ 건필하세요~!!^^ 5 라타니엘2006-01-07 01:24:30 힐드스칼프공작 눈에 거슬리네-0- 어여 죽이지말고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여줬으면하는..;; 여튼 건필하세요~ 6 김백호2006-01-07 01:28:25 카이렌님, 아미델린님, 데스카님, The[劍]님, 라타니엘님, 댓글 감사합니다. 먼저 힐드스칼프공작은 마몬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인간 같은 악마, 악마 같은 인간'에 빠질 수 없는 등장인물이라 몇화 더 애를 먹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피아는 원래 출현빈도가 낮은 캐릭터입니다. 음, 좋은 말로 하면 희소가치성까지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런데 옆에 있으면서 말 한마디 안한 건 좀 그렇긴 하네요. 7 날랭2006-01-07 01:30:09 악셀 대장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강하네요. 죽었으나.. 아직 살아있는 듯 하다고 해야하나. 등장인물의 개성이 강한 것이 읽기에 즐겁습니다. 그래서 듀란이나..프레키.. 소피아(꺄아~) 같은 캐릭터 들이 사랑 받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 저도 소피아 팬이라는.. 쿨럭.. 작가님 요즘 무리하신 것 아닌가요. 우선 좀 쉬시고 몸부터 챙기십시오..^^ (후다닥~ 혹시 돌이 날아 올가봐 도망가주는 센스~) 8 몽몽2006-01-07 01:31:09 잘보고갑니다^^ 9 매너모드2006-01-07 02:43:00 ㅋㅋ꼬임에 빠져 넘어가는 놈인 듯 ㅋ 10 Painkiller2006-01-07 03:20:38 쉬엄쉬엄 쓰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빨리 보고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네요.. ^^; 건필하세요~ 11 눈팅이2006-01-07 03:31:03 [del] 아 눈팅이 밤팅이 다 되었네 즐독~`` 12 캘시퍼2006-01-07 05:51:51 연참대전 후에도 꾸준히 달리셔서, 지치셨을듯도한데. 그냥 며칠 푹~ 쉬셔도 됩니다. 다들 기꺼이(?) 이해해줄듯..^^; 며칠 후면 또 쉬시지도 못할꺼 아녜요. 1월 연참대전...(기대만빵~!) 13 엠프티니스2006-01-07 07:39:20 ㅎㅎ 푸욱 쉬시고 ㅎㅎ 건필하세요 ㅎㅎㅎ - 다음 전개가 상당히 궁금하다는 ㅎ - 14 [천태만상]2006-01-07 09:41:13 저 자식...할드스칼프 저놈 저거!...열 받게 하네..ㅡ.ㅡ....고성에서 명예(?)롭게 전사 하기를 작가님께 간절히 비나이다!!..우오오오... 그래도 무지 재밌어유~^^ 15 김백호2006-01-07 11:12:39 날랭님, 하하하, 소피아에 가려져 다른 인물들이 거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소피아,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몽몽님, 한결같이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너모드님, 네, 스콜이 독을 품게 된다면 살아남지 못하겠죠. 어디까지나 힐드스칼프공작이 능구렁이라면 스콜은 200년을 넘게 산 이무기니까요. Painkiller님, 아닙니다. 연참대전때보다는 확실히 여유가 있습니다. 영화도 보고, 소설도 읽습니다. 어쩌다 소설 하나를 잘못 읽었다가 슬럼프가 닥쳐버렸습니다. 눈팅이님, 후훗, 어떻게 하시다가 밤팅이가 되셨습니까? 캘시퍼님, 네, 1월연참대전에서도 반드시 살아남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연참대전이 시작되면 다른 생각은 할 여유가 없어지니까 오히려 더 글은 잘 적힐 듯 합니다. 엠프티니스님,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1일부터는 1일1회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천태만상님, 말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명예롭게라, 상당히 명예롭게 끝내야겠죠. 16 크리노아2006-01-07 11:40:10 잘 보고 갑니다. 17 닥2006-01-07 11:54:29 건필하세요^^* 드래곤 불로 엉덩이를 좀 지져야 할것 같네요~ㅋ 18 주정2006-01-07 12:10:08 "지체해서 좋은 건 없겠지." 지체해서 좋을 건 없겠지가 더 어감상 부드럽지 않나요? 19 김백호2006-01-07 12:17:36 크리노아님, 댓글 감사합니다. 닥님, 앞부분만 읽고 '드래곤볼로 엉덩이를' '드래곤을 엉덩이로' 먹으라는 건지 알았습니다. 주정님, 네, 저도 '지체해서 좋을 건 없겠지'라고 읽고, 쓰기는 좋은 건 없겠지라고 적었네요. 오타지적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좀 더 집중해서 적어야겠네요. 요즘 왜 이렇게 멍한지 모르겠습니다. 20 超必殺氣2006-01-07 12:45:41 Nice 힐트스칼프 죽었다. 21 블래스터2006-01-07 12:58:45 건필하세요^_^* 22 질라르디노2006-01-07 13:22:38 인생을 오랫동안 살아오신 아스크옹(?)앞에서 꽁수를 피려하다니..ㅋㅋ 근데 작가님... 저기에 소피아도 같이 가는거 맞죠???ㅋㅋ 23 사우림2006-01-07 13:47:00 정신이 멍할때는 태국 왓푸 맛사지 한번 받으면 몸과 마음이 아주 개운해 지더군요.. ^^ 24 쾌인2006-01-07 14:03:07 왜 소피아는 대사 한마디없이 눈을 비비며 의심하는장면만...ㅠ_ㅠ 건필하시구요! 절단 너무해요 ㅠ_ㅠ 25 朔月2006-01-07 14:22:11 으음. 아스크 최강의 인기를 자랑하는 소피아가 출현빈도가 낮은 캐릭터라니. 눈물이 앞을 가린는군요. ㅜ 26 朔月2006-01-07 14:22:30 에구. 오타다. 27 bulum2006-01-07 15:06:06 ㅎㅎ 좀 쉬셧다 하셔도 기다리겟습니다. 수고하셧내요. 잘보고 갑니다. 28 60일탈출2006-01-07 15:52:42 푸 벌써 다 읽다니.. 왤케 짧다가 생각이 들지?? 작가님글솜씨가 뛰어나서 그런가 29 아이크2006-01-07 16:54:09 잘 읽었습니다.. 30 천령a2006-01-07 18:19:22 힘내세요,, 자신이 없다뇨,,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31 옥면천재2006-01-07 21:29:05 정말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읽은수는 적지만 저에게는 선작톱10보다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32 김백호2006-01-07 22:46:37 초필살기님, 힐드스칼프공작, 아직 안죽었습니다-_-;; 블래스터님, 네, 건필토록 하겠습니다! 질라르디노님, 소피아도 지금 같이 있습니다. 단지 대본을 잃어버려서 대사를 못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사우림님, 태국 왓푸 맛사지가 뭔지는 몰라도 굉장히 아플 것 같은 예감은 드는군요. 쾌인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대본을 잃어버렸습니다. 퍼억! 쿨럭! 삭월님, 네, 아마 앞에서도 확인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소피아는 실상 많이는 안나왔죠. bulum님, 아닙니다. 지금도 여유롭게 글을 적고 있습니다. 다만 여유가 부른 결과인지 머릿속에 잡생각들이... 60일탈출님, 쿨럭,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신 듯 해서 기분만은 좋네요. 아이크님,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령a님, 네, 힘내겠습니다. 연참대전에서 꼭 살아남는 모습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얼마 안남았군요. 옥면천재님, 정말 말씀 감사합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글 적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3 가슈벨2006-01-08 00:29:34 건필하세요 34 同安2006-01-08 12:06:34 재밌는 캐릭터가 하나 등장했네요,, 아스크를 기다리는 많은 독자들이 있다는 것 기억해 주시면서 슬럼프를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백호님 아자아자!! 35 소검무제2006-01-08 13:55:15 잘 보고 갑니다. 36 도깨비모자2006-01-08 21:51:03 건필! 37 김백호2006-01-09 00:44:07 동안님, 감사합니다. 슬럼프따위는 짓밟아버리겠습니다. 소검무제님, 도깨비모자님, 건필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다음화 올려드리겠습니다. 38 노란병아리2006-01-11 20:32:50 엘시드 그리운 이름입니다, ^^ 그런 이름의 게임도 있었죠 ^_^* 39 김백호2006-01-11 20:43:35 아, 그건 미처몰랐습니다^^ 남쪽섬 발렌시아인들은 스페인식으로 이름을 짓다보니^^ 에스파냐의 명장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40 Σ비호란™2006-01-20 19:15:09 잘보고갑니다^^ . 41 창공의바람2006-01-21 10:39:25 아.... 엘시드가 El Cid 였군요~! 제가 스페인 역사에 대해서 조금 알아서... 엘 시드에 대해선 조금 알죠~!! 42 김백호2006-01-21 13:52:33 네, 영웅이죠^^ 아시다시피 발렌시아 출신은 전부 에스파냐인물들로 이름을 따왔습니다^^ 43 절대꼭미남2006-01-28 05:18:01 건필하세요 44 破邪神劍2006-01-31 01:55:39 공작녀석 죽을때가 다 되었군...ㅎ 45 巨時期2006-02-04 21:39:56 하핫. 잘 읽고 갑니다.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2화 [64]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0화 [55]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09 01:05:01 고친날 2006-02-08 08:36:19 읽은수 2117 [ 14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2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정오의 햇살 아래 산맥을 오르는 일행 중에 앞장을 서고 있는 자는 바로 스콜이었다. 소매부분과 그밖에 옷 여기저기가 찢겨져서 도시에서 봤다면 거지가 입는 누더기로 여겼을 테지만, 이곳은 전장이었다. 나름대로 전장과 어울리는 검은 색 와이셔츠와 가죽바지를 입은 그는 등에는 거대한 십자대검이 메여져 있었다. 대략 2~30Kg이 넘는 검을 메고서도 그는 지친 기색 없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의 뒤로 등에 걸려있는 미스텔테인이 스콜의 키보다 큰지, 작은지에 대해서 내기를 하고 있는 소피아와 듀란이 바짝 뒤쫓고 있었고, 프레키와 자드키엘은 조금 떨어져서 뒤쪽에서 따라오는 힐드스칼프공작의 기사들을 견제하며 말없이 걷고 있었다. '흥, 제대로 쫓아오지도 못하는군.' 말을 타고 오르는 힐드스칼프공작과 스무 명에 달하는 기사들, 그리고 일행의 식사를 실은 보급마차 두 대가 험한 산길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자 슬쩍 뒤돌아본 프레키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오전에 외눈박이 늑대 악셀이 장렬하게 전사한 평지를 지난 일행 앞에는 더욱 험한 산맥의 경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말을 타고는 더는 쫓아올 수 없는 지경에 이뤘던 것이다. 프레키는 눈에 거슬리는 공작과 기사들이 떨어져나가길 속으로 바라며 조금씩, 조금씩 걷던 발을 빨리 해서 가장 앞에서 길을 뚫고 있는 스콜의 바로 옆에까지 왔다. "힐드스칼프공작, 좀 건방지지 않냐?" "……." 프레키의 조금 거칠어진 숨결과 함께 새어나온 말에 스콜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무시를 해버린 것이다. 물론 오늘 처음 그를 알았다면 필시 지나친 자존심을 이기지 못하고 당장에라도 결투를 신청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근 몇 개월간 스콜과 같은 길을 걸어가며 알게 모르게 적응이 되어버렸다. 소피아는 예외가 되었지만, 본론을 말하지 않는 이상 쉽게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스콜, 저자들은 말까지 타고 있어서 방해가 된단 말이야. 설마 이대로 저 자들과 함께 정상까지 오를 생각이야?" "아니, 우리가 굳이 떨쳐버리지 않더라도 떨어져나가게 되어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냐?" "저길 봐라." 스콜이 고개를 살짝 들어서 가리킨 청명한 하늘 아랜 눈부신 태양이 그들을 내리쬐고 있었다. 영혼의 조각처럼 아름다운 구름 사이로 잿빛으로 빛나는 고성이 있었는데 그 고성의 주위를 지난날 지옥의 불덩이를 날렸던 드래곤이 맴돌며 날고 있었다. "확실히, 언제 이곳으로 날아올지 모르겠군." 프레키는 조금은 두려운 듯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눈앞에 모든 것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드래곤의 비행능력은 뼈저리게 겪은 적이 있었다. 뒤에서 그들을 따라오던 기사들도 그러한 드래곤이 고성을 맴도는 것을 발견하고 지레 겁을 먹었는지 알게 모르게 그들과의 간격을 벌리고 있었다. 스콜을 향해 불덩이가 떨어지더라도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얄팍한 행동이었다. "끼욱!" 그때 고성의 주위를 맴돌며 날던 드래곤이 포효했다. 엄청나게 큰 울부짖음, 산 정상 높이 떠있는 고성의 주위를 맴돌면서 낸 소리였는데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큰 여자가 비명을 지른 것보다 크게 들려온 듯 했다. "알아챈 것 같다." 앞서 가던 스콜의 나직한 말을 듣고 프레키는 금발 사이로 가려져 있던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오른손을 왼쪽허리춤에 메여있는 검의 손잡이에 가져갔고, 소피아와 듀란도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헉!" "아아!" 뒤에서 따라오던 기사들이 깜짝 놀랐는지 저마다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서운 속도로 드래곤이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지난 날 드래곤이 뿜는 불덩이에 호되게 당했던 프레키와 듀란은 드래곤이 날아오는 장면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이겨내야만 했다. 잔뜩 긴장을 한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달리 드래곤이 불덩이를 내뿜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소피아로서는 진한 호기심으로 날아오는 드래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무섭게 생겼다!"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까지 날아온 위용스런 드래곤의 압박에도 소피아는 너무나 단출한 탄성을 질렀다. 망각의 늪 레테의 인근 숲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너무 빨리 스쳐 지나가버려서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은 신비스러운 느낌이 남아있었는데 지금 그녀의 바로 앞에 내려앉은 것이다. 가슴살이 떨어져나가서 갈비뼈와 붉은 살점이 보인다. 신기하게도 피는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날카로운 갈퀴가 달린 박쥐같은 날개도 여기저기가 찢겨져 있었고, 머리 한쪽도 살점이 파여서 뼈가 드러났는데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알을 굴리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스콜 어떡하지? 선배는 도망쳐요! 위험해요!" 뒤에서 산을 타던 듀란이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존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피아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공포감이 척추를 흘러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게 할 장면이긴 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따라서 동물원에 갔었는데 그곳에 있던 사자가 갑자기 달려와 철창을 부실 듯이 내려찍으며 위협하는 장면을 보고 울먹이던 기억이 다시 한번 재생될 정도였다. 어렸을 때 본 충격적인 장면,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자의 발톱 사이에 커다란 가시가 박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사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키오옥!" 그랬다. 귀청을 찢어놓을 듯이 지르는 드래곤의 포효는 왠지 고통에 찬 울부짖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살덩이가 떨어져나가고, 찢겨져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내왔는지 알게 되자 무섭다는 생각보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엾기도 해라."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가엾다고?' 소피아의 말을 듣고서야 스콜도 드래곤이 그들을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고통에 차서 울부짖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언 데드 드래곤, 완전한 육신을 얻지 못하고 지옥에서 부활을 한 것이다. 다시 죽게 되는 순간까지 그 고통에 미친 듯이 싸우다가 죽게 되는 운명이었다. "너의 말대로 확실히 가엾은 운명인지도……." 스콜이 대답했고, 소피아는 짙은 쌍꺼풀이 자리한 아름답고 매혹적인 눈매로 따스한 햇살 아래 고통스러워하는 드래곤을 안됐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창을 던져라!" 그때 뒤쪽에서 어리석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듣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기분이 들게 하는 드래곤의 포효 앞에 당장이라도 말머리를 돌려서 도망가려 했던 기사들에게 힐드스칼프공작이 공포에 사로잡힌 채 소리친 것이다. "어서 던져라! 뭐하고 있냐!" 우물쭈물하는 기사들을 독살스럽게 노려보며 공작이 다시금 소리치자 기사들은 제각각 말안장에 걸쳐두었던 기다란 창대에 카르마를 불어넣으며 힘껏 던졌다. 쉬익! 슉! 카르마가 담긴 창들이 우수수 드래곤에게 날아갔다. 그러나 애당초 드래곤의 비늘을 뚫는다는 건 이제 갓 태어난 어린아이에게 호랑이를 죽이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상처 난 가슴에 창이 하나 박혀 드래곤의 화를 부채질하는 꼴만 연출하게 되었다. "끼옥!" "검을 들어라! 사악한 용을 멸한다!" 공포에 질려서 부릅뜬 눈으로 공작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기사들은 한손에는 고삐를 꽉 쥐고, 다른 한손에는 검을 뽑아 들어서 너무나도 무모한 진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을 향한 그들의 진격은 무모한 것을 넘어서 뇌 대신에 돌멩이를 집어 넣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리석어보였다. 그들은 기사다. 절대적인 신념으로 상관의 명령을 수행하는 자들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었다. "허락하지 않는다." 경사진 산맥을 어렵사리 오르던 기사들은 한 남자의 의해서 가로막혀버렸다. 스콜, 그가 등가죽 끈에 달린 고리에 메여져있던 미스텔테인을 뽑아서 옆으로 내질렀던 것이다. 거대하고 긴 검이 가장 앞서 달려오던 기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한발만 더 내딛으면 드래곤보다 내손에 먼저 죽는다." 그의 목소리는 비록 작았으나 강렬한 카르마가 목소리에서 배어나왔기에 진격하던 모든 기사들은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하찮은 용병 따위의 말을 들을 참이냐! 그자부터 죽이고 진격하라!" 하찮은 용병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갑옷조차 차려입지 못한 하찮은 용병이었기에 그의 외침과 함께 터져 나온 카르마를 느끼지 못한 힐드스칼프공작의 눈엔 스콜이 얕보이는 건 당연지사였다. "농담이 아니란 걸 알거다!" 스콜의 대답, 그 외침과 함께 폭발했다. 바로 옆에 있던 듀란과 프레키가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미친바람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고, 이윽고 그의 몸에서 대기를 유리처럼 깨뜨리는 듯한 지독한 카르마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순간 기사들은 인간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드래곤보다 이 남자가 더 무서운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말은 마치 황제가 내린 법령보다 무겁게 느껴졌고, 신이 내린 예언보다 진실 되게 다가왔다. 모두가 고삐를 감아쥐었고, 어느 누구도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걸음을 내딛는 순간 찢겨진다는 피할 수 없는 본능 앞에 기사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눈앞에서 펼쳐지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스콜이 기사들의 진격을 막은 이유는 드래곤의 화를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소피아 때문이다. 그녀가 망설일 것 없다는 듯 드래곤의 앞으로 달려갔다. '자살'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행동을 보면서도 스콜은 왠지 모르게 지켜봐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고양이처럼 세로로 길게 찢어진 드래곤의 홍채가 자신에게 미소를 띠우며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온 여인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르릉!" 다가오지 마라! 다가오면 죽이겠다! 라고 말하는 듯한 드래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비늘의 비린내까지 맡을 정도로 가까이 온 그녀의 눈동자는 묘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땅위에 두발을 내딛고 자세를 낮추고 있는 드래곤의 가슴에 박힌 창으로 그녀의 두 손이 향해졌다. 창대를 두 손으로 꽉 움켜진 그녀가 한번에 뽑아내었다. "끼익!" 피가 콸콸 쏟아진다. 작은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 소리에 여인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지어주고 있다. 그 여인을 드래곤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인의 눈동자는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여인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 가엾어보였다. "크릉!" 지난날 가룸산맥에서 인간들에게 지옥의 불꽃을 토해냈던 드래곤은 여인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마치 길들여진 강아지처럼 얌전하게 누웠다. 말 못하는 짐승이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잘해준 걸 고맙다고 얘기하지 못한다.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드래곤은 그녀를 해치지 않길 원했다. 그 말을 할 수 없기에 땅바닥에 넙죽 누워버린 것이다. "재미있군." 인간의 언어가 드래곤에게서 흘러나온 듯 했다. 아니, 드래곤이 땅바닥에 엎드리자 목에 앉아서 드래곤의 갈기를 쓰다듬던 남자가 입을 연 것이다. 온 몸이 검은 털로 덮여있는 남자, 부리부리한 눈매와 전체적으로 험한 삶을 산 것 같은 인간의 얼굴을 한 남자가 눈앞에 벌어진 일이 어이없는지 어울리지 않는 웃음 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붉은 눈동자는 잔혹한 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원래라면, 마몬이 지목한 자를 제외하곤 여기서 다 죽었다. 그녀에게 감사해라. 나의 드래곤에게 호의를 베풀어줬기에 너희들을 살려주는 거다." 악마답지 않는 말이었다. 아니, 악마라는 편견이 부른 오해일지도 몰랐다. 스콜은 수왕 베헤모스의 얘기를 믿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드키엘도 그렇고, 지독한 성격의 벨리알마저도 그랬다. 다른 건 몰라도 그들은 한입으로 두말은 하지 않았다. 베헤모스는 다시 갈기를 움켜잡아 드래곤이 날도록 명령했다. 바로 앞에 소피아가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난다는 생각이 든 건 스콜만의 착각이었을까? 얌전하게 날개 짓을 하며 지상에서 살짝 떠올랐다. "네 녀석, 드래곤의 발목을 잡아라. 마몬 녀석이 한시라도 빨리 네 녀석을 보고 싶어 하더군. 데려다주마! 고성으로!" "그래?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이군." 나직이 대답한 스콜이 드래곤의 발목을 붙잡자, 드래곤은 단번에 날아가려는지 거친 날개 짓을 하기 시작했다. 뒤쪽에 있던 힐드스칼프공작이 그 장면을 보고 다급했던지 거칠게 말을 몰아오며 소리쳤다. "나, 나도 데려가 다오!" 영웅이 돼야만 했다. 그는 고성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는 알 생각도 없이 그곳에 가면 영웅이 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아쉽지만, 네 녀석에게는 자격이 없다." "쉬, 쉽게 판단하지 마라! 어쩌면 내가 선택받은 자일지도 모른다!" "오호, 그래?" 베헤모스는 오만방자한 힐드스칼프공작의 말을 비꼬며 대답했다. 오만은 악마들에 있어서 첫 번째 정의였다. 루시퍼가 신이 되려했듯, 지금 공작은 영웅이 되려하고 있었다. "그럼 네 녀석이 선택받은 자라는 것을 증명해봐라." "어, 어떻게?" "강자를 증명해라! 여기 있는 인간중 하나를 죽여라!" 인간을 보고 인간을 죽이라 한다. 잔인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공작은 그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바로 앞에 있는 기사를 향해 있는 힘껏 검을 내찔렀다. 푸욱! 날카로운 칼날이 은빛 갑옷을 꿰뚫어버렸다. 그의 검에 찔린 기사, 흑기사를 공작이 죽였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던 자였다. 가장 신임했던 부관을 찌르고도, 공작의 얼굴에선 인간이라면 당연히 있어야할 죄책감이 결여되어있었다. "으윽!" 검에 찔린 기사는 갑옷의 배 부분을 꿰뚫고 삐쭉 솟아나온 칼날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피다. 찢겨진 창자줄기와 함께 검붉게 물든 칼날을 보며 기사는 이것이 현실이란 사실에 통탄해야만 했다. "크아악!" 공작이 다시 검을 뽑자 창자가 쓸리는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지른 기사는 피를 토하며 그대로 낙마해버렸다. 거칠게 관통당해 길게 찢어진 구멍에서 피와 함께 검붉은 빛이 감도는 허연 내장이 쏟아진다. 듀란과 프레키는 물론이고, 다른 기사들도 인간이하의 행동을 한 공작을 경멸하듯 쏘아보았으나 막상 공작은 자신의 화려한 미래만을 쫓기에 여념이 없었다. "학, 학, 어떠냐? 이 정도면 나도 자격이 있잖느냐!" "발목을 잡아라." 자신의 이기를 위해서 타인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희생시켜버리는 자, 그것이 얼핏 보면 악마들에게 있어서도 정의처럼 보였다. 그러나 뒤를 찔렀다는 점이 베헤모스의 신경에 거슬렸다. 강자가 약자를 핍박하고 죽이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정의로운 일이나, 약자가 강자를 뒤에서 습격하는 행동은 모든 악마들에게 있어 정의라 말할 수 없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베헤모스의 목소리를 듣고도 그는 고성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좋아하며 스콜이 잡고 있는 드래곤의 다른 쪽 발목을 붙잡았고, 이번엔 기다렸다는 듯이 소피아가 말썽을 부렸다. 아무런 말도 없이 스콜이 잡고 있는 발목 앞으로 온 그녀는 그의 목에 두 팔을 걸고 꽉 끌어안았다. "넌 뭐냐?" 베헤모스가 묻기조차 귀찮았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어머! 다 큰 숙녀에게 초면에 반말이시네요? 말 너무 함부로 하시는 거 아니에요? 저와 스콜오라버니는 이미 한 몸이니, 스콜오라버니가 초대받았다면 저도 초대받은 거나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제가 가는 건 당연한 거예요! 뭘, 꼬치꼬치 따지세요! 남자가 쪼잔 하게!" 순 억지를 부리며 자신의 몸에 꽉 매달린 소피아의 말에 스콜은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베헤모스도 방금 전 자신의 드래곤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그녀의 모습을 떠올려 굳이 말리지 않았다. 스콜이 마몬에게 죽으면 그녀는 지옥으로 데려갈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스콜과 소피아, 힐드스칼프공작을 태운 드래곤은 더 이상은 지체하지 않고 하늘 위에 떠있는 고성으로 향해 날아가 버렸다. 사라지는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던 듀란은 다시 꿋꿋이 산맥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려고?" 프레키가 듀란의 행동을 추궁했다. "산꼭대기에도 고성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고 들었다. 우린 그곳으로 향해서 스콜을 돕는다."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듀란을 본 프레키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를 따라 산맥을 타기 시작했다. 스콜과 소피아가 고성으로 직행해버린 이상 천천히 오를 필요가 없어진 자드키엘은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불에 타서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를 몇 번 밟더니 이내 날아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빠르게 정상을 향하고 있었다. 산맥을 오르는 것이 만만치 않았기에 듀란은 부러움이 담긴 눈으로 사라지는 자드키엘을 바라보다가 문득 치솟은 의문점에 입을 열었다. "참, 아까 소피아선배가 스콜과 이미 한 몸이라고 했는데 무슨 의미일까?" 그 말에 프레키의 얼굴엔 묘한 시기와 질투의 표정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감춰졌다. "아마도 그거 아니겠어?" "설마! 육체적인 교감! 혹은 육체적인 공명이라고도 불리는 그것!" "아마도……." "크윽, 부럽다. 나도 아직 시엘과 못해봤는데……." "흥! 생체난로 따위는 사치다!" 듀란과 프레키의 상상은 점점 진실과 멀어지고 있었다. + 이로써 책으로 잡아서 완벽하게 3권분량이 끝났습니다. 요즘 나오는 판타지보다는 약간 두꺼울 듯 합니다. 앞으로 2권분량만 더 집필하면 완결이군요. 남은 시간보다 지나온 시간이 길기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지금 이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완결되는 그날까지 함께 했으면 합니다. 그럴려면 더욱 더 재미있는 글을 적어야 한다는 걸 압니다. 자신은 없지만,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으허헝2006-01-09 01:11:04 헛 1타? 2 으허헝2006-01-09 01:11:41 이런 영광이.. 재미있게 잘보고 있습니다. 첨 1타도 해보고 ㅋㅋ 3 흘흘흘폐인2006-01-09 01:13:09 처음으로 1타인가 4 흘흘흘폐인2006-01-09 01:13:28 ㅠㅠ2타네 5 김백호2006-01-09 01:15:22 글을 올리고나서 잠시 연재한담 갔다왔는데 댓글 4개가 달려서 깜짝놀랐습니다-_-;; 이를테면 3타-_-v 6 곤2006-01-09 01:16:25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7 The[劍]2006-01-09 01:24:53 건필하세요~^^ 8 고등과학2006-01-09 01:28:07 아스크 안올라오나 하면서 처음부분 보고 있었는데 딱 올라오네요 ㅋㅋ 9 ENA2006-01-09 01:35:07 재밌어요~ 10 산길2006-01-09 01:48:49 흐흐 당연히 완결되는 그날까지!!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11 김백호2006-01-09 01:50:18 댓글주신 으허헝님, 흘흘흘폐인님, 곤님, The[劍]님, 고등과학님, ENA님, 그리고 산길님의 꿈속에 소피아가 깃들길, 밤이 깊었네요. 저는 이만 자러 가보겠습니다. 이제 연재대전에서 뵐 것 같습니다^^ 12 마보로시2006-01-09 01:51:39 [del] 요즘 판타지 소설이 별로 볼만한게 없는데... 아스크는 보고 있다는 ㅋ~-_-;;; 13 켄파치2006-01-09 01:59:15 건필하세요 14 카이렌2006-01-09 01:59:31 훗 소피아 지존 이군요 -4-b 자드키엘... 상당히 마음에 드는 녀석입니다. 힐드스칼프 공작... 인간쓰레기군요 저놈은... 고성에서 한방 크게 먹고 정신 차리기를... 15 주정2006-01-09 02:02:46 아아 나의~ 소피아가 출연했구려 ㅋ 거기 돌 든 당신! 내려놓으시지? 16 암행2006-01-09 02:05:25 역시 소피아 만세! 17 Painkiller2006-01-09 02:06:42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힐드스칼프 공작..결과가 보이는데요.. ^^; 건필하세요~ 18 주정2006-01-09 02:08:16 프레키의 말대로 생체난로 따위는 사치라는데 공감하지만.. 그래도 사치 한 번 해보고 싶소 -_-;; 힐드스칼프공작 왠지 목숨이 질길 것 같은 놈. 19 dragon-def2006-01-09 02:30:47 잘보고갑뉘다~ 20 실페리온2006-01-09 03:02:02 프레키의 말이 정의임 -_- 무적의 솔로부대에게 37.5도의 생체난로는 사치일뿐! 우리는 등산(운동)으로 몸을 덥히는 무적의 솔로부대! 21 블래스터2006-01-09 03:20:39 ㅎㅎㅎ 22 엠프티니스2006-01-09 07:06:46 하하하 -_-;; 생체난로라 ;; 다음화엔 . 마몬 vs 스콜인가요 ㅎㅎ 하.. 고성에서 스콜이 녹초가 되는건 아닌지 ㅎㅎ;; 마몬 다음엔 그옆에 있는? 베헤모스와 싸워야 할 터이니 ㅎ; 23 캘시퍼2006-01-09 07:11:41 선호작 제일 위에 있는 글인데, 당근 끝까지 함께~! 오히려 김백호님이 연중하는 그런 일이 안 생기기만을 빌뿐이랍니다 ^^ 내가 출판사 사장이면 바로 출판할텐데.. 이해가 안 된다는.. ㅡㅡ; 24 데스카2006-01-09 08:46:24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소피아가 조금이나마 출연이...ㅜ.ㅜ 소피아가 주인공이 될 그날까지~ LLS(러브 러브 소피아)!!! 파이팅 건필하시길. 25 떠도는바람2006-01-09 09:03:23 전 작가님과 한몸 이기에 절대로 떨어져 나갈수 없어요! (위의 듀란처럼 곤란한 착각은 절!대!사!절!) 26 60일탈출2006-01-09 09:36:45 오 하지만 그 2권 분량이 이번달안으로 다~ 나온다면 좋겟지만 ㅠㅠ 27 천령a2006-01-09 10:05:11 잘 보고 가요 ^^ 28 데스카2006-01-09 10:05:51 아..그리고요. 듀란하고 프레키 언제 죽어요? 되도록이면 빨리 죽고 공백을 소피아로 채워주시길. 소피아 만세///그냥 엑스트라들도 다 죽여주세요. 29 bulum2006-01-09 10:23:27 수고하셧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30 김백호2006-01-09 10:31:05 어제 잠이 너무 와서 앞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에겐 한번에 인사를 올렸군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마보로시님, 말씀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적겠습니다. 켄파치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카이렌님, 상당히 극단적인 평이군요. 쿨럭, 특히 소피아와 힐드스칼프공작의 평이 매우 극단적이라는-_-;; 주정님, 언젠가 데스카님이 하신 말씀이 있었는데 소피아는 그 누구의 여자도 될 수 없습니다. 지금 사설단체인 LLS에 가입하십시오! 암행님, 점점 느끼는 거지만, 소피아, 괴물이 돼가고 있습니다. Painkiller님, 생각해보니 힐드스칼프가 조금 불쌍하긴 하군요. 철저한 악역의 숙명이라고 할까요. 그래야겠죠. Dragondef님, 감사합니다^^ 실페리온님, 하지만, 프레키도 속마음으론 생체난로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블래스터님, 하하하^^; 엠프티니스님, 네, 다음화는 스콜 VS 마몬입니다. 절취선공을 기대해주세요. 캘시퍼님, 이번 기회에 출판사 하나 차리심이 어떠신지-_-;; 퍼억! 데스카님, 버럭! 듀란 죽으면 아스크 2부는 집필을 할 수가 없습니다. 듀란과 프레키의 컨셉이 바퀴벌레같은 질긴 생명력이죠. 떠도는바람님, 여자분이시면 환영이지만, 남자분이시면 죄송합니다. 60일탈출님, 조금 힘들것 같습니다ㅠ.ㅠ 한달안에 600KB는 도저히 무리입니다. 천령a님, 감사합니다^^ 후훗, 글을 올리는 사이에 Bulum님 댓글도 달렸군요. Bulum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31 찡찡이2006-01-09 10:36:05 정말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다음편이 무척 기대되네요. 32 악종2006-01-09 12:22:48 소피아 너무 귀여워 >ㅂ< 잘 보고 갑니다^^ 33 Hernesto2006-01-09 12:25:01 프레키는 동성의 난로가 좋겠죠 ^^ 34 超必殺氣2006-01-09 13:11:13 33//... -_-b 35 소검무제2006-01-09 13:14:54 잘 보고 갑니다. 36 松竹2006-01-09 13:22:07 잘 보고 갑니다. 천진난만순진뻐끔 소피아는 악마의종, 드래곤마저 감동시키는군요. 헐헐.. 37 라타니엘2006-01-09 13:46:57 공작의 결말을 즐겁게 상상하며 ㅋ;; 건필하세요~ 38 질라르디노2006-01-09 14:38:50 ㄲㄲㄲ 건필하세요 ^^ 39 쾌인2006-01-09 15:23:38 생채난로 따위는 사치입니다! 소피아 대사많네요^^ 건필! 40 아미델린2006-01-09 16:36:45 소피아 너무 좋아요 >_< 하핫~ 백호님 건필하세요~~ 41 미캉엘2006-01-09 17:00:56 역시 소피아가 나오면 재미가 두배~~ 42 김백호2006-01-09 17:16:09 찡찡이님, 다음화는 지금 적고 있는데, 굉장히 어렵군요. 나름대로 4권의 도입부이다보니 신경이 여러모로 쓰이는군요. 악종님,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가 소피아 -스콜을 쫓는 여우-로 변하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쿨럭, Hernesto님, 아닙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프레키도 이성난로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듯... 초필살기님,(--)(__)(--)꾸벅~ 소검무제님, 댓글 감사합니다. 송죽님, 그게 바로 소피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죠! 라타니엘님, 그리 멀지 않은 시간안에 판결은 내려질 것 같습니다. 질라르디노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쾌인님, 아미델린님, 미캉엘님, 사설단체 LLS에 가입하십시오. 적극 추천해드립니다-_-;; 43 結者解之2006-01-09 18:11:00 크...아스크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할것입니다~~ 44 同安2006-01-09 19:30:05 오늘도 즐겁게 보고갑니다~ 아스크가 끝나는 날까지// 쭉~~ 45 매너모드2006-01-09 20:20:05 프레키 이자식...생체난로따윈 사치다 하는 걸로봐선... 솔로부대로군 -_- 46 닥2006-01-09 22:59:17 건필하세요^^* 47 날랭2006-01-10 00:57:19 앗~~ ^^ 즐겁게 보고 갑니다. ㅋㅋ... LLS 회원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군요.. 언제 출석체크나 한번 해봐야 겠습니다. 48 몽몽2006-01-10 03:08:06 잘보고갑니다^^ 49 하늘마루2006-01-10 03:37:54 생체난로 즐~ 50 이플로드2006-01-10 11:41:20 생체난로... 프레키.. 갈때까지 가는군요 ㅋㅋ 51 무적이2006-01-10 21:16:41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52 김백호2006-01-10 23:53:48 결자해지님,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해요^^ 동안님도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달립시다!! 매너모드님, 개인적으로 가장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게 프레키입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저도 솔로부대라서 그런 듯 합니다. 반면 가장 감정이입이 힘든게 바로 소피아죠. 글쟁이는 등장인물들의 아버지라고 생각합니다. 여간 곤란한 딸이 아니죠. 닥님, 건필하겠습니다!! 날랭님, 데스카님이 만드신 사설단체 LLS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기분이군요. 생각해보니 이름이 너무 단순하고 촌스런 감이... 몽몽님, 댓글 감사합니다. 하늘마루님도 솔로부대이십니까?-_-;; 이플로드님, 처음부터 프레키는 갈때까지 갔습니다. 용병왕 아스크에게 싸움을 걸었으니 말이죠. 무적이님, 감사합니다. 반드시 건필하겠습니다!! 53 노란병아리2006-01-13 22:14:39 출판 가능성도 희박한 글에 완결을 부탁하는게 참 ㅁㅁ미안합니다 하지만 이글 좋아합니다 54 Σ비호란™2006-01-20 19:18:56 잘보고갑니다^^ . 55 넬드라드2006-01-22 14:24:41 프레키야... 그게 스콜이나, 듀란이었다면... 어땠겠니? 56 김백호2006-01-22 15:00:40 하하하, 57 창공의바람2006-01-24 07:57:41 감사합니다!!~~ 항상좋은글을 제공해주시는 김백호님!! 58 절대꼭미남2006-01-28 05:26:44 푸하핫 건필하세요 59 破邪神劍2006-01-31 02:01:18 생..생체난로;;; 60 巨時期2006-02-04 21:49:27 하핫;; 듀란이랑 프레키도 순진하네요. 소피아의 헛소리에 속는 것을 보면 확실(?)해요! 61 김백호2006-02-05 07:41:42 하하, 소피아가 약간 그런 경향이 있죠. 여우라고 할까요? 거짓말을 해도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는 뭔가가... 퍼억! 쿨럭! 62 멸절신검2006-02-16 21:50:07 드래곤 비늘땜에 입안을 공격 안하면 피해 못입힌담서요 63 김백호2006-02-16 21:55:50 네, 맞습니다. 드래곤의 비늘은 창으로 뚫을 수 없죠. 다만, 본글에서 나오는 드래곤은 언 데드 드래곤이죠. 머리 반쪽엔 살점이 없어서 뼈위에 눈알이 굴러다니고, 갈비뼈가 보이기도 하고, 비늘이 벗겨져서 근육이 그대로 보이기도 하기때문에 그 부분은 창으로 공략이 가능하답니다. 64 火狼2006-02-22 21:32:49 생체난로...ㅎ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3화 [51]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1화 [45]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11 00:38:49 고친날 2006-01-11 00:45:00 읽은수 2041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3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5화 미친 자들의 유희(遊戱) 드래곤의 발목을 붙잡고 성 앞에 도착한 소피아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스콜과는 다르게 잿빛의 벽돌로 지어진 고성의 장엄함에 감탄하고 있었다. 몇 해 전 읽은 '드라큘라'라는 소설에서 나오는 브란(Bran)성을 보는 것 같았다. 고깔형의 지붕으로 된 망루의 창가에선 정체불명의 눈동자가 번뜩이고 있었고, 높게 지어진 성벽로에는 잿빛의 악마들이 일렬로 서서 음습한 미소로 그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드래곤의 발목에서 손을 풀고 성 쪽으로 걸어가는 스콜을 지켜보던 수왕 베헤모스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드래곤의 갈기를 쥐며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끼이익! 끼이익! 그들이 성문 앞에 이르자 소름끼칠 정도로 음침한 도르래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쇠사슬이 달린 목조로 된 성문이 천천히 내려오더니 마지막에 가선 '덜컹'거리며 거칠게 땅과 부딪쳤다. "많다!" 소피아는 성안에 있는 악마들의 수를 보고 순수하게 감탄했고, 스콜의 눈동자도 조금 더 날카로움을 빛내며 가늘어졌다. 성문을 밟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악마들이 성 외벽에서부터 내벽의 문까지 양쪽으로 쭉 늘어서있었다. 이 정도로 많은 악마들이 있을 지는 스콜로서도 예상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들의 죽음은 이곳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결정된 건지도 몰랐다. '빌어먹을!' 속으로 거친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힐드스칼프공작은 스콜을 따라갔다. 성벽로에 서있는 악마들만을 보고도 살아서 이곳을 나간다면 기적이라고 여길 정도였는데 성안에 있는 악마들을 보게 되자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수백의 악마들이 그들을 쏘아보며 비웃음을 짓고 있다.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안쪽으로 걸어가는 스콜과 소피아를 보며 힐드스칼프공작은 혀를 찼다. 외성문을 지나 내성문 앞쪽에는 잿빛의 피부를 가진 악마들과는 달리 새하얀 피부 결에 여름인데도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지 목 주위가 화려한 깃털로 장식된 털옷을 입고 있는 여인이 서있었다. 하얀 피부와 하늘거리는 털옷 때문에 전체적으로 순백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것 같아 붉은 빛이 감도는 담갈색 머리카락은 유독 튀어보였다. 여성으로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매서운 눈매가 햇살 아래 번뜩인다. 스콜은 그녀를 알고 있었다. 대략 180년 전 겨울전쟁이 시작될 쯤에 지금의 라인하르트후작의 영지인 잘츠부르크에서 몰아치는 폭설과 함께 만난 기억이 있었다. 쥐고 있는 검에서 스산한 한기가 몰려든다고 하여 얼음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여인, 8개월 만에 광활한 북방대륙을 통일해버린 니플하임의 절대적인 영웅 스카디였다. "오랜만이라고 해야 하나요?" 차가운 목소리였다.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하는 에리공주의 목소리가 감정이 메말라버린 것 같은 목소리라면 그녀의 목소리는 거기에 표독스러움까지 더하고 있었다. "날 기억하나?" 그녀는 인간이었다. 적어도 인간은 180년 동안 늙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게다가 이곳에 있기에 그녀가 마몬이 지배하는 아슈타파다라는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아슈타파다 중에서도 최고의 피스라고 불리는 퀸이 분명했다. 다만 오랜만이라는 말에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생겨버렸다. 지난날 나이트, 룩, 비숍은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는 듯 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쉽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당신 하나 때문에 그 전쟁은 저희의 패배로 돌아갔으니까요." 그녀는 제국력 1542년에 발발한 겨울전쟁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묻는 건 어떻게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지? 나이트와 룩, 비숍은 살아있을 당시의 기억이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닌가?" "훗, 그건 전 죽은 상태에서 마몬과 도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른 자들과는 달리 산 채로 마몬과 도박을 한 그녀는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지독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말이었다. 적어도 스콜이 아는 스카디는 이 정도 악랄한 여인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너지는 모국을 보다 못해 여성의 몸으로 일어난 정의감이 넘치는 여걸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마몬과의 도박에서 지게 된다면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우릴 막을 생각이냐?" 스콜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아쉽지만, 제가 받은 명령은 당신과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산맥을 오르는 인간들을 여기 있는 악마들과 함께 도살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죠." 스카디의 입에서 나온 말은 끔찍한 말이었다. 언뜻 둘러봐도 수 백 여명이 넘는 악마들이 인간들과 싸움을 벌이게 된다면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마물과 비교될 정도로 악마들은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니었다. 루시퍼의 피를 이어받은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만큼 강하진 않더라도 폭식의 악마 카프지엘만큼 강한 자들이란 건 분명했다. 마물 백여 마리가 덤벼든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상대해내는 스콜일지라도 악마가 열명만 덤벼들어도 승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의 오의를 펼치지 않은 이상 필패한다고 봐야 옮았다. 그런데 그러한 자들이 지상의 인간들을 죽이러 간다는 말을 듣고 어찌 섬뜩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스콜은 눈빛을 더욱 날카롭게 빛내며 스카디를 노려보았다. "기억을 가진 채로, 인간들을 죽일 셈이냐?" "저로서는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영혼이 없습니다. 이렇게 보여도 마몬의 노예이니까요. 제가 바랄 수 있는 건 인간들이 모두 죽기 전에 마몬이 당신의 손에 죽는 것이겠죠." 왠지 스카디는 그에게 마몬을 한 시라도 빨리 죽여 달라는 말을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죠. 후훗, 그럼 이만, 내 성문을 열어라!" 앞으로 걸어온 스카디가 그를 지나쳐가며 소리쳤고, 동시에 양쪽에서 내성문이 열리며 화려함으로 치장된 성안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중간대륙에서 사라져버린 장인의 혼이 새겨진 미술작품과 조각들이 쭉 진열된 긴 복도가 보인다. 그러나 그 복도에는 마물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아마 저 마물들을 죽이지 못한다면, 마몬과 도박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을 겁니다. 마물들을 전부 죽이고 복도를 지나면 마몬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스카디는 고개만을 돌려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마물들을 슬쩍 바라보더니, 그렇게 내뱉고 외성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수많은 악마들을 이끌고 사라져버리자, 호랑이가 없는 숲 속에 왕이 여우가 된다는 식으로 복도에 있던 기기묘묘하게 생긴 마물들이 비릿하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당장 덤벼들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 스콜과 소피아는 고민할 것도 없이 검을 뽑아들었고, 뒤편에 서있던 힐드스칼프공작은 아찔한 기분에 젖어서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카르마를 읽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작은 겉모습만을 보고 그것이 무섭고, 무섭지 않고를 정한다. 그의 눈에 비친 악마들은 차라리 인간을 닮아서 많은 수에 겁을 먹기는 했지만, 이토록 처절한 두려움은 들지 않았었다. 흉측하게 생긴 마물들은 이미 경험한 바가 있었기에 치가 떨려올 정도였다. 자신의 검이 먹혀들지 않는 상대라는 사실도 있었지만, 전장에서 몇몇 죽어가는 용병들을 지켜봤기에 얼마나 잔인한 성격을 가졌는지도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꼼짝없이 죽게 생겼군! 네 녀석들 때문이야! 날 왜 여기에 데려온 거야!" "흥! 누가 데려왔다는 거죠!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동료까지 죽이면서 따라왔잖아요!" 사복검, 구부린 뱀이라는 말답게 검을 쥐고 있는 오른 팔을 뒤로 빼서 단번에 출수할 수 있는 자세로 살며시 웅크린 소피아가 불만이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시끄러! 그건 이미 지난일이다! 어쨌든 너희들이 책임져! 그래, 넌 예쁘장하게 생겼으니까 마물한테 달라붙어봐! 혹시 알아! 널 가지고 노는 대신 우릴 살려줄지? 안 그래? 용병?" 미천한 생각에서 나온 저질스런 말을 내뱉으면서도 공작은 어찌 보면 삼자라고 할 수 있는 스콜의 동의를 얻어 다수결의 법칙이라도 적용하려는 모양이었다. "뭐라고요?" 웬만한 일로는 독기를 품지 않는 소피아였지만, 어이없는 말에 날카롭게 공작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공작은 그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스콜의 동의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그에게 있어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판단한 것이다. "어떠냐? 용병? 살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이 여자를 넘겨주고, 마물들이 이 여자를 가지고 놀다가 찢어먹는 사이에 그 틈에 도망가는 거다!" "아가리, 다물어라."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는 스콜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공작의 말을 끊어버렸다. 스콜은 그의 옆으로 와서 검을 내지르려는 소피아를 조심스럽게 제지하며 마물들을 향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멍청한 놈! 그렇게 죽고 싶냐?" 힐드스칼프공작의 비난을 받으면서 걸음을 내딛는 스콜 앞에 비릿한 미소를 짓는 마물이 달려들었다. 우락부락하고 거대한 몸뚱이, 팔과 다리를 합쳐 10개가 넘는 마물이 달려들자 공작은 스콜이 갈기갈기 찢어져 죽을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쉬익! 그의 생각대로 찢어졌어야 했다. 그런데 달려들던 마물은 보이지 않는 벽에라도 부딪혔는지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 변한 것은 없었다. 아니, 변한 것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스콜의 자세가 약간이지만, 조금 전과 달라져있었다. 십자대검을 쥔 채 정면을 향하고 있던 스콜의 신형이 왼쪽을 보고 있었다. 그 뿐 만 아니라 오른쪽에 있던 십자대검이 왼쪽에 있었다. '설마! 눈 깜짝할 사이에 대검이 휘둘러진 거냐?' 푸식! 공작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순간, 마물의 몸통이 정확히 이등분으로 갈리며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대각선으로 베어진 상체가 하체를 타고 스르르 흘러내리더니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내장이 꿈틀대고, 신경들을 살아있어 10개의 팔 다리가 부들부들 떨면서도 마구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끼익!" 처절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나가떨어진 마물의 머리통을 짓밟아버리며 앞으로 걸어가는 스콜의 뒷모습을 본 공작은 혹시 이것이 꿈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현실감을 잃어버렸다. '뭐야? 왜 저렇게 쉽게 죽는 거야?' 공작은 점점 더 기묘한 꿈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지난날 용병들과 기사들을 통째로 찢어서, 붉은 살점과 줄줄 흘러내리는 내장을 뜯어먹던 마물들이 그의 앞에 서자 힘없는 벌레들처럼 꾸물거리다 두 동강이가 나고 있었다. '미치겠군! 뭐가 이래? 어디서부터 꿈이었던 거지? 하긴 드래곤을 타고 공중에 떠있는 성에 올 때부터 뭔가 이상했어!' 한 남자의 압도적인 강함 앞에 무릎 꿇는 마물들을 보며 힐드스칼프공작은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꼬집는다. 그런다고 꿈에서 깨어난다는 보장은 없었으나, 생생한 아픔에 공작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꿈이 아니라면?' 대마법사 엘시드가 말했다. 180년 전부터 60년 전까지 무패의 전설을 만들어 모든 용병들을 지배한다고 알려진 인물이 이틀 뒤에 온다고 했다. 용병왕 아스크, 눈앞에 있는 남자가 그 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작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마물들은 여지없이 스콜의 미스텔테인에 먹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엄청난 길이와 중량에 의해서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마치 광풍이 몰아치는 듯 하다. 검에 충만하게 깃든 카르마에 의해 마물들의 피부는 무 썰리듯 썰려나갔고, 힘겹게 저항을 하던 마물 중 순식간에 열 마리나 스콜의 검에 베여져버렸다. 촤악! 거침없이 휘둘러진 칼날이 검은 피를 뿌린다. 마물은 그의 검을 두려워해야만 했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정해진 숙명, 이 세상에 살아 움직이는 만물의 천적인 미스텔테인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끼이익!" 마물들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머금고 있던 미소를 잃어버리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눈앞에 있는 스콜이, 눈앞에 있는 미스텔테인이 자신들의 천적이라는 사실을 동료의 희생으로 철저히 깨달은 것이다. 차악! 타악! 뼈가 부서지고, 살이 뜯겨져나간다. 검은 피가 벽을 더럽힌다. 뜨끈한 내장에서 피어오른 김이 지독한 안개가 되고, 전장의 역겨운 향기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뒷걸음질을 치던 마물들은 이윽고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지르며 도망치는 마물들을 노려보던 스콜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 마리도 살려주지 않겠다. 그의 길을 막는 순간 마물들의 죽음은 이미 결정돼있었다. 화려한 도약을 하며 달리면서 휘둘러진 대검은 마물들을 용서 없이 베어갔고, 주종관계가 뒤바꿔버린 것 같은 광경 앞에 힐드스칼프공작은 어이없는 표정과 공포를 동시에 머금고 있었다. '저, 저 자는 악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오히려 마물보다 그가 더 악랄하게 보였다. 공작의 생각은 처음으로 틀리지 않았다. 용병왕 아스크, 아무리 용병들에게 있어서 정의롭게 비춰진다고 하더라도 그는 같은 인간들을 수 만 명이나 죽인 악마였다. 그렇게 업보(Karma)를 쌓은 칼날이 수 십 번 휘둘러졌다. 수 백 번 휘둘러졌다. 마물의 피가 미스텔테인의 배를 채웠을 때쯤 그들은 어느새 고성의 가장 깊숙한 방, 마몬이 기거하고 있는 방문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 1월 연참대전과 함께 아스크 4권 시작합니다. 원래 연참대전이 끝날때까지 선작수 1500을 목표로 뒀는데, 벌써 1400이군요. 정연란은 작연란과는 달리 추천이 없으면 거의 선작수가 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화가 거듭할수록 흥미가 떨어지다보니 줄어드는 게 정상이라고 해야겠죠. 그런 와중에서도 아스크가 선작수 1400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곤2006-01-11 00:40:34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2 크리노아2006-01-11 00:44:42 잘 보고 갑니다 ^^ 3 조은세상。2006-01-11 00:50:16 잘보고 갑니다아~ 4 켄파치2006-01-11 00:52:25 건필하세요 5 김백호2006-01-11 00:56:21 곤님, 네, 연참대전도 시작했으니 정신차리고 건필하겠습니다. 크리노아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은세상님, 아이디가 쿨럭, 쿨럭, 제 처녀작 붉은서풍 계약한 출판사하고 이름이 똑같군요-_-a 켄파치님, 감사합니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좋은 꿈꾸세요. 전 이만 자러가보겠습니다. 6 날랭2006-01-11 00:57:32 아~~ 잘 읽고 갑니다. ^^ 이번편 분위기 좋은데요.. 뭐라고 해야하나..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에 명쾌한(?) 학살 장면까지 마음에 듭니다.^^ 소피아의 밝은 분위기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아스크 특유의 분위기 같아요. 그래서 소피아가 더욱 인기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아시스라고 할까.^^;;) 글을 적다 보니 또 소피아 이야기로..ㅋ 그리고 이번편은 베르세르크의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 7 아트리2006-01-11 01:09:53 연참 대전 ㅎㅎㅎㅎ 조아 조아~~~ 건필하세여!!!! 8 데스카2006-01-11 01:14:10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다음회에 공작 악마한테 찢혀 죽도록 해주세요. 아시겠습니까??? 감히 소피아를....소피아를!!!! 이 썩을 공작이 우리 아름다운 소피아를 크악~~~!!!~!~!!!~~!~!! 이건 대사건입니다. LLS회원들 통채로 공작을 다구리해고 모자랍니다. 작가님 아셨죠? 빨리 죽여주세요!~♡ 끔찍하게~ 건필하세요. 9 dragon-def2006-01-11 01:28:23 잘보고갑뉘다~ 10 Painkiller2006-01-11 01:29:16 잘 보았습니다 ^^; 연참대전 끝까지 수고하세요~ 11 라타니엘2006-01-11 01:55:40 아아 이러면 안되는데 공작의 잔인한최후를 생각하면 나도모으게 웃음이..;;변태인가..;ㅋ 여튼 즐독하고 갑니다 건필~!~ 12 몽몽2006-01-11 01:59:59 잘보고갑니다^^ 13 캘시퍼2006-01-11 05:48:55 마물의 피는 맛 없을듯한데. 불쌍한 미스텔테인.. ^^; 그렇다고 향긋한 소피아의 피를 취했다간 독자들한테 붙들려 두동강 나버릴테고.. 쿨럭~ --; 건필요! 14 매너모드2006-01-11 07:05:26 크아 건필부탁드립니다~ ^^ 15 HolySoul2006-01-11 07:46:04 아침에 잘보고 갑니다 ^^ 16 영혼까지2006-01-11 08:58:52 저 공작은 도대제 학습이라는걸 할수있는지 궁금하네..무뇌충도아니구..건필요~ 17 겜소설폐인2006-01-11 09:34:26 재미있게 보고갑니다ㅋ 18 劍虎2006-01-11 10:00:16 건필하세요~~ 19 블랙드래곤2006-01-11 10:26:33 영혼까지///저 공작은 흔히 있는 주인공을 위해 죽고 누명씌워줄 쓰레기 귀족B라고 하죠. 20 김백호2006-01-11 11:12:41 날랭님, 아마도 스콜이 가지고 있는 미스텔테인이 가츠의 대검과 유사하기에 묘사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대하는 적들도 비슷하죠. 아트리님, 이제 연참대전의 압박감은 어느 정도 초월했습니다-_-v 데스카님, 후후훗, 공작을 죽여주세요. 뒤에 하트가 압권이군요. 왠지 조그마한 아이가 개미 다리를 뜯으면서 즐거워하는 잔인함이라고 할까요? Dragon-def님, 댓글 감사합니다. Painkiller님, 네, 1월 연참대전에서 반드시 살아남도록 하겠습니다! 라타니엘님, 왠지 무섭습니다-_-;; 몽몽님, 댓글 감사합니다. 캘시퍼님, 하하하, 아마 앞으로 인간의 피를 먹기는 조금 힘들 듯 합니다. 미스텔테인에게 있어선 불행이죠. 매너모드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olySoul님, 그런데 전부 어딜 그렇게 가시는지ㅠ.ㅠ 영혼까지님, 네, 어쩌면 인간의 본성과 가장 가까운 인물인지 모릅니다. 죽음이 닥쳐온다면 저토록 추악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이 아닐까요? 겜소설폐인님, 재미있으셨다니 뿌듯합니다^^ 검호님,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블랙드래곤님, 하하하, 그렇죠. 힐드스칼프공작도 알고 보면 불쌍하죠. 21 찡찡이2006-01-11 11:17:33 정말 아스크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22 60일탈출2006-01-11 11:24:55 헬로 ~ 과연 마몬과 어떤 내기를 했기에 아슈파타드가 된건가~ 아스크는 내기를 할까 아니면 초반부터 대판 싸울까 23 Hernesto2006-01-11 11:30:31 공작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마몬과 어떤 도박을 할지도.. 잘 봤어용~ 24 닥2006-01-11 11:32:58 건필하세요^^* 재밌으니깐 늘어나죠~ㅋㅋ 25 bulum2006-01-11 11:39:04 수고하셧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26 미캉엘2006-01-11 12:16:57 미스텔테인이 보고싶어요~~ 27 악종2006-01-11 12:25:11 1월엔 좋은 성적!! 내시기를^^ 재밌게 보고 갑니다 28 朔月2006-01-11 15:50:15 데스카//다구리 뿐입니까? 능지처참한 다음에 시체를 '미이라'에서 나왔던 그 식인벌레로 처리한 다음, 영혼을 지옥으로 데려가 칠겁에 해당하는 고통과 구백구십구번을 하루살이 같은 벌레 따위로 환생시켜야 합니다!! 29 結者解之2006-01-11 17:20:37 잘보고 갑니다~^^; 30 쾌인2006-01-11 17:57:46 저..저 공작자식!! 죽여버려요! 소피아를 욕보이다니!! 건필하세요 ^^ 31 들아탈수2006-01-11 18:40:24 스카디랑 싸우기 전에 마몬이랑 내기 혹은 결전을 하려나 ㅎㅎ 마몬이 죽어버리면 스카디는 어떻게 되려나 ; 내심 스카디도 아깝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_- 32 아미델린2006-01-11 18:41:19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 33 질라르디노2006-01-11 19:00:11 잼있어요 ㅋㅋㅋㅋ 저 더러운 공작이 어떤 식으로 벌받을지 ㅋㅋ 34 同安2006-01-11 19:34:56 천을 바라보던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1400이라니.. 매우매우 축하드립니다~~ 공작같은 캐릭터는 다이 하드던데..ㅋㅋ (Die Hard:죽기도 어렵다..ㅋㅋ) 어떻게 그 바퀴벌레같은 생명력을 유지할지 기대됩니다. 35 데스카2006-01-11 20:15:32 자!!! 공명하고 있습니다. LLS회원 여러분!!!! 우리 LLS회원들은 공작을 저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작의 불행은 기본이죠. 크크크크............ 36 김백호2006-01-11 20:56:37 찡찡이님, 감사합니다. 더욱 재미있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1,2권이랑 3,4권 쓸때 가장 큰 차이점이 많은 분들이 봐주시기에 실망시켜드리면 안된다는 압박감때문에 더 힘든 것 같습니다^^ 60일탈출님, 아마도 다음화에서 아슈타파다가 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아슈타파다가 되었는지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중점적으론 아니지만, 스콜이 그 내기를 경험하게 되죠. Hernesto님, 지금 완성했는데 아쉽게도 12시가 지나야 올려드립니다. 조금은 그 궁금증이 풀리시리라 믿습니다. 닥님, 네, 아무쪼록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아스카가 주제를 잃고 방황하게 된다면 버리기보단 따끔한 질책 부탁드립니다. Bulum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미캉엘님, 하하하, 미스텔테인은 항상 쥐고 있잖습니까? 대신 왠만하면 말을 잘 안합니다. 특히 맛 없는 피 먹을 땐, 삐져서 말수 없어집니다. 악종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1월 목표도 우선은 생존입니다. 생존하다보면 자연스레 분량은 어느 정도 되더군요^^ 삭월님의 분노, 어마어마한 카르마가 느껴집니다-_-;; 그런데 하나가 빠졌군요. 이왕이면 구족을 멸해야죠. 결자해지님,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쾌인님,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계시군요. 힐드스칼프공작, 캐릭터성 하나만큼은 제대로인듯;; 들아탈수님, 상당히 예리한 지적이십니다. 여기서 한가지, 어째서 퀸은 산채로 마몬과 도박을 했을까요? 그것은...(하략) 아미델린님, 감사합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어서 마몬이 끝나고, 그 다음 내용을 펼치고 싶습니다. 특히 2부의 도입부를 어서 쓰고 싶네요. 손가락이 간질간질... 질라르디노님, 후후훗, 댓글에 소피아얘기보다 공작얘기가 더 많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비인기투표하면 제대로 1등할듯;; 동안님, 네, 바퀴벌레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 합니다. 말은 안했지만, 공작은 컨셉은 바퀴벌레일지도 모릅니다. 데스카님, 분위기 조장하지 마세요! 버럭! 37 g,g2006-01-12 19:36:04 [del] 재밋네 38 소검무제2006-01-12 20:47:03 잘 보고 갑니다. 39 노란병아리2006-01-13 22:30:11 카ㅏ르마 그 얼마나 무거운 단어인가ㅏ? 40 Σ비호란™2006-01-20 19:21:41 잘보고갑니다^^ . 41 창공의바람2006-01-24 08:04:05 악마..... 42 절대꼭미남2006-01-28 05:34:02 건필하세요 43 破邪神劍2006-01-31 02:05:41 솔직히 저 공작.. 어떻게 공작까지 올라갔는지 모르겠군요... 44 김백호2006-02-01 17:42:56 저도 의문입니다. 다만 뭐랄까요? 정치, 경제면에선 뛰어난 인물이었죠. 45 巨時期2006-02-04 21:59:08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6 火狼2006-02-22 21:37:29 어찌 공작이 된건지.. 저공작 아버지가 뛰어났남요..? 저공작 빨리 악마들한테 먹히길.. 47 김백호2006-02-23 00:01:56 경제나 정치쪽에는 뛰어났다는 설정인데, 물론 집안도 빵빵했구요. 전쟁은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거죠. 조금 작위적이긴 하지만, 왠지 그려보고 싶은 인물이었습니다. 48 쾌감조루2006-02-23 15:46:44 역겨운 향기가...이부분 일부러 향기에 비유 하신건가요? 역겨운 악취가..이거 오타인가 ? 일부러 그리 했겠죠 ㅎㅎ? 혹시나 해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49 김백호2006-02-23 18:26:32 뭐랄까요? 어감을 중요시 여겨서요^^; 많이 이상하면 수정해야겠죠. 50 하하소2006-02-26 20:23:46 미스텔테인이랑 예쁜사복검의 외전이 보고 싶어요~_~)// 51 김백호2006-02-27 19:32:23 예쁜사복검은 말을 못해서 외전으로 만들어봤자, 대화가 이뤄지지 못한다죠...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4화 [55]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2화 [6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12 00:21:54 고친날 2006-01-18 00:19:32 읽은수 2009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4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검은 피로 물든 복도의 끝, 금빛으로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문 앞에 선 스콜은 한쪽 구석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마물을 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그가 죽여 왔던 다른 마물들보다 덩치도 작고,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손톱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도 연약해 보인다. 게다가 그에게 자비까지 구하는 듯 했다.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흡사 인간이 악마를 보듯, 마물의 머리에 달린 인간을 닮은 얼굴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스콜은 천천히 그 마물에게 다가갔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징그러운 마물, 더러운 악취까지 풍기는 마물, 그러나 삶을 구걸하는 마물이었다. "살고 싶으냐?" "사, 살고 싶다면, 살려줄 수 있냐?" "인간을 몇이나 죽였지?" "솔직하게 말하면 살려줄 테냐?" "말해라." "스무 명 정도다. 살려주는 거냐?" 인간을 닮은 얼굴의 입이 옴찔거리며 살려줄 수 있냐고 되묻고 있다. "아니, 죽일 거다." "뭐라고?" "죽인다." "이익!" 마물은 겁에 질려서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팔을 재빨리 내뻗었지만, 스콜의 대검이 풍차처럼 휘둘러지며 마물의 팔뚝을 잘라버렸다. 강철 같은 피부와 근육, 뼈가 너무나도 쉽게 단번에 끊어져버리자 검은 피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이길 수 없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두려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스콜에게 최대한 멀어지려고 했다. 벽에 붙어서 두려운 듯 남은 세 개의 팔을 마구 휘저었지만, 그것은 가녀리고 의미 없는 저항에 불과했다. 푸욱! 콰직! 벽을 등지고 있는 마물의 가슴에 미스텔테인의 묵직한 검극이 박혀버렸다. 꿰뚫린 가슴에서 검은 피가 콸콸 쏟아진다. 죽음을 직감한 마물은 가슴을 뚫는데 그치지 않고 벽마저 꿰뚫어버린 미스텔테인에 걸려서 가엾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살기 위해 팔과 다리를 마구 휘젓는 모습, 그 모습은 꼭 곤충이 핀에 꽂혀서 박제되기 전의 행동처럼 보였다. 따지고 보면 크게 다를 건 없는 행동이었다. 조금 클 뿐이다. 인간의 말을 하고, 공포라는 감정을 크게 나타낼 뿐이었다. 신의 입장에서 본다면 곤충이나, 마물이나, 혹은 인간이나 하나의 생명이 죽어간다는 건 똑같게 느껴질 것이 분명했다. "이래도 살고 싶으냐?" 팔뚝이 떨어져나가고, 가슴이 도륙 당했다. 그래도 살고 싶냐하고 스콜은 묻고 있다. "크그극! 어차피 죽일 거잖아! 아니면, 이것으로 살려줄 거냐?" 피를 토해낸 마물은 위선된 질문을 던지는 스콜을 노려보면서도 살려줄 거냐고 되묻고 있었다. "아니, 끝없는 고통이 있는데도 살고 싶은지 궁금했을 뿐이다." 마물이라고 하나,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스콜은 그 말을 던지며 벽에 박힌 미스텔테인을 서서히 긋기 시작했다. 가로로 천천히 벽을 긋자 자연히 가슴에 박혔던 미스텔테인이 생 피부를 조금씩 찢어놓았고, 마물은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끼기긱!" 복도를 비명으로 가득 채운다. 끝내 가슴을 꿰뚫었던 미스텔테인은 마물의 가슴에서부터 옆구리까지 완벽하게 뜯어놓았다. 벽에 진한 혈흔을 남기고, 복도의 바닥에 떨어진 마물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직도 살고 싶냐?" "크극, 주, 죽여 다오! 괴롭다! 제발, 죽여 다오!" 몸의 절반이 떨어져나갔는데도 죽지도 못한다. 가엾은 운명이다. 잔인한 운명이다. 어쩌면 마물이 죽인 인간들보다도 불쌍한 운명인지도 몰랐다. 인간들은 이 정도의 상처를 입으며 고통에 몸서리치다 죽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마물은 죽지도 못하고,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잔혹한 운명, 여기서 끝내주마." 스콜의 눈빛에선 한 치의 흔들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정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의 길을 막는 자는 인간이건, 마물이건 가리지 않고 베여왔었다. 여기서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끼이익!" 스콜의 대검이 마물의 머리통에 내리 찍히자 연약한 생명은 삶의 마지막 비명을 토해내며 차갑게 식어버렸다. '나는 악(惡)이다.' 이것으로 됐다. 이것으로 그가 예전엔 어떤 자였는지를 다시 기억해내었다. 악에 맞서기 위해 악이 된다. 그의 시선은 이제 화려한 금빛문양이 새겨진 문으로 향했다. "하압!" 호쾌한 기합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 카르마가 눈앞에 있는 문짝을 부시고, 날려버렸다. 방이 보인다. 복도와 마찬가지로 고풍스런 미술작품과 조각상들이 보기 좋게 진열된 넓은 방안이었다. 방 중앙은 체스 판처럼 검은 색과 하얀 색의 대리석으로 되어있었고, 왼편엔 방의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새장이 놓여있었다. 쇠창살로 만들어진 새장은 왠지 먹이창고라는 느낌이 강하게 일었다. 새장 안에 있어야 할 새는 없고, 대신 조그마한 소년과 소녀들이 겁에 질린 채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팔이나 다리가 이미 떨어져나간 뒤였다. 스콜은 눈살을 찌푸리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화려하게 치장된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 값비싼 보석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뚱뚱한 남자는 의외라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몬이 기다렸던 자는 단 한명, 벨리알을 죽인 남자였다. 그런데 탐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과 중년기사가 그의 방으로 같이 들어선 것이다. "뭐, 어쨌든 환영한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어 불길한 웃음을 지어보인 마몬은 환영한다는 의미로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들에 걸어오기 시작했다. "기회를 주마. 지금이라도 지상에 있는 악마들을 데리고, 지옥으로 돌아가라. 그럼 살 수 있다." 스콜이 감정 없이 말했고, 걸어오던 마몬은 그 말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돌아가지 않을 건 알고 있을 텐데?" "물론, 그냥 죽이기에는 미안한 감이 있어서 예의상 해본 말이다." 그렇게 대답한 스콜이 걸어오는 마몬을 향해 예고도 없이 도약했다. 순식간에 마몬의 바로 앞까지 날아간 스콜, 마물의 피에 젖어서 검게 빛나는 미스텔테인이 마몬의 목을 단번에 베어버릴 듯한 기세로 휘둘러졌다. 쉬익! 바람을 베어내던 칼날이 불과 한 뼘만 더 휘둘렀더라면 베여졌을 마몬의 목을 눈앞에 두고, 멈춰서버렸다. "날 죽이고 싶은 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먼저 저길 보는 게 어때?" 뭔가 스산하게 밀려드는 감을 믿고 미스텔테인을 멈춘 스콜에게 마몬은 손가락으로 그의 등 뒤를 가리켰다. 어느 사이엔가 소피아와 공작의 목에 철로 된 굵직하고 무거워 보이는 목걸이가 차여져있었다. 실상 스콜이 검을 멈춘 이유는 마몬의 몸을 감싸고 있는 카르마의 장막 때문이었다. 아슈켈론을 펼치지 않은 상태에선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벽이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설사 뚫는다고 하더라도 고성 전체가 무너질 정도로 크게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검을 멈춘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사이 또 다른 약점을 마몬에게 잡혀버린 것 같았다. "크큭, 방금 검을 멈춘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확실히 힘으로만 따진다면 난 너보다 약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난 너의 앞에 무방비로 서있다. 이건 뭘 말하는 걸까? 지금 나의 몸을 감싸고 있는 카르마는 폭발성이다. 즉, 내가 의도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했을 경우 너마저도 죽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럴 필요도 없어진 것 같군. 한 가지만 말해주마. 날 죽이면 너 뿐만 아니라 저들도 죽는다." 스콜에게 있어 소피아는 어쩌면 아킬레스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걸 마몬은 단시간에 눈치 챈 것이다. "그럼 널 죽일 수 있는 조건은 뭐냐?" 마몬을 인정해줘야만 했다. 성에 있던 악마들로 그들을 죽였으면 쉽게 끝날 일이다. 그런데도 마몬은 자신의 목숨마저도 내놓고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래, 처음부터 그렇게 나왔어야지." 마몬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흥겨움에 젖어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왔다. "도박을 하자. 나의 생명과 너의 생명을 걸고, 어때?" "방식은?" "RR이면 괜찮지 않냐?" RR은 러시안룰렛(Russian Roulette)의 약자였다. 잊혀진 시대에서부터 내려온 이 도박은 지금으로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회전식 권총에 총알을 한발만 넣고, 두 명 이상이 차례대로 총구를 자신의 관자놀이에 겨눠서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좋아, 재미있겠군." "다만, 방식은 조금 바꾸는 편이 좋을 것 같군. 장전은 한번만 한다. 그리고 게임을 한번씩 해서 지는 사람이 방아쇠를 당긴다. 어떠냐?" 그 말인 즉 설사 총알이 마지막 발에 발사된다고 하더라도 재 장전을 할 수 없으니 여섯 번의 게임 안에 승부는 난다는 말이었다. "좋다." 스콜이 대답하자 마몬은 옆의 탁자에 놓아둔 작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꽤나 오래되어 보이는, 손잡이 부분에 금장식이 있는 권총을 꺼낸 마몬은 회전식 탄창에 총알을 넣기 전에 카르마를 잔뜩 불어넣더니 그에게도 건넸다. 그의 카르마도 총알에 불어넣으라는 말이었다. 스콜이 총알을 받아서 카르마를 불어넣자, 잿빛의 총알은 검붉은 빛을 토해내게 되었다. "크큭, 좋아. 한방이면 가겠군." 스콜에게 총알을 받아든 마몬은 탄창에 장전을 하고 권총을 흔들면서 게임을 시작해보자는 눈빛을 보냈다. "첫 번째 게임은?" 그의 망설임 없는 말에 마몬은 조금은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이내 흥미로움이 깃든 눈빛으로 대답했다. "첫 번째 게임은 중간대륙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였다고 알려진 라스푸틴이 틀렸던 문제를 내마. 그 문제를 맞히면 내가 방아쇠를 당기고, 못 맞추면 네가 방아쇠를 당긴다." "오라버니! 하지마세요!" 그때 뒤쪽에 있던 소피아가 불길한 기분이 들었는지 그를 말리려고 소리쳤다. 물론 그를 믿는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임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스콜은 그런 소피아의 마음을 알기에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내며 다시 마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작해라." "좋아, 그럼 문제를 내지.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답은 뭐지?" 하나에 하나를 더하라. 가장 쉬운 문제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답은 두 가지였다. 수의 연산으로 보자면 둘이라 답하는 게 옳았지만, 진리의 연산으로 볼 땐 하나라 답해도 옳았다. 어째서 하나가 되느냐, 간단한 예로 인간은 정의를 좋아한다. 두 개의 정의가 공존할 수 없고, 논쟁은 전쟁으로 발발하여 하나의 정의가 승리하면 다른 하나의 정의는 위선으로 낙인찍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다. 결국 하나만 남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진리의 연산에 불과했다. 선택해야만 했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답하느냐, 깊게 보고 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스콜이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뭘 이 따위 문제로 고민을 하냐는 듯한 힐드스칼프공작이 뒤에서 소리쳤다. "그걸 문제라고 내는 거냐! 당연히 둘이다! 간단하게 생각해라! 물방울 하나에 물방울 하나를 더하면 하나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그 물방울이 충격을 받으면 수십 개로 흩어진다! 하나가 아니면 무한대라는 말이 되는데, 그것이 정답일 확률보다는 둘이 정답일 확률이 훨씬 높다!" 뒤에서 소리친 공작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마몬은 공작을 향해 비웃음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자, 답을 말해라." "하나다." 스콜은 힐드스칼프공작의 말을 철저히 무시하고 하나라고 답했다. 아니, 무시했다기보다는 공작의 말을 듣고서야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하나라고 생각하는 거냐?" "솔직히 말해서 답은 하나, 아니면 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한대가 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보면 답은 무한대 중에 하나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답은 둘 중에 하나, 아니면 무한대중에 하나, 즉 어떤 것을 선택해도 결국 하나라는 말이다." 해석을 전혀 새롭게 한 스콜이었다. 하나에 하나를 더해서 나온 답이 하나가 아니라, 수십, 수백, 수천 개가 될 수 있지만 답은 하나라고 대답을 한 것이다. 마몬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답이 하나라? 그럼 저 뒤에 있는 기사를 설득하든지, 아니면 네가 저 기사의 의견을 따라라. 너희가 제시할 수 있는 답은 하나다." 그랬다. 마몬의 입에서 이미 이 문제의 정답은 나왔다. 스콜은 의심할 여지없이 확신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걸 눈치 채지 못한 공작은 고집을 굽힐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자신의 의견이 철저히 옳다고 여기는 인간에게 자신과 다른 의견이 제시된다면 그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틀린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나 지금 스콜은 고집스런 공작을 보며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5초의 시간을 주마. 그를 죽여서라도 의견을 하나로 만들어라. 답은 하나밖에 될 수 없다." 놀리려는 것인지 마몬은 다시 한번 스스로 답을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작은 자신의 의견을 굽힐 줄 몰랐고, 스콜은 공작을 베어버릴까도 생각해봤지만, 결국 소피아 때문에 참기로 했다. 그녀의 앞에서만큼은 같은 인간을 죽이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마물이나 악마가 인간과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녀의 앞에서만큼은 인간과 다르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살인자는 될 수 없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인간의 피로 더럽힐 수 없었던 스콜은 결국 5초의 시간을 그냥 흘려버렸다. "시간은 끝났다. 답을 제시해라." "둘이다!" 뒤에 있던 힐드스칼프공작이 그렇게 소리쳤고, 마몬은 웃으면서 스콜에게 카르마의 총알이 장전된 권총을 건네었다. "네 녀석도 이미 답은 알고 있을 거다." 스콜은 권총을 받아 쥐었다. 그제야 둘이라고 외쳤던 공작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마몬이 그를 치하해주었다. "고맙다. 답은 하나였다." "뭐라고? 어째서 하나인거냐? 이건 사기야! 내가 둘이라고 말해서 하나라고 한 거 아냐? 만약 내가 하나라고 했다면 답은 둘이 됐을 테지! 안 그래?" 어쩌면 일리가 있는 말이었으나 그 말을 들은 마몬의 가느다란 눈동자가 무서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난 분명 내 입으로 답이 하나라고 일러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도박으로 얻지만, 지금껏 속임수를 쓴 적은 없었다. 처음부터 정해진 승부 따위는 나의 탐욕을 일으키지 못한다. 알겠나?" "거짓말 하지 마!" "겁 대가리를 상실했군. 좋아, 이번 방아쇠로 저 녀석을 쏴도 된다. 어떠냐?" 화가 난 마몬의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공작 때문에 오답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관자놀이를 향해 총을 쏴도 무관했다. "어째서! 어째서 날 쏴도 된다는 거지? 내기는 저 녀석이 했는데! 날 쏘는 건 비겁한 짓이야! 설마 진짜로 쏘진 않겠지? 너 혼자 죽으라고! 제기랄!" "그럼, 그 입 좀 닥치고 있으시죠?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요!" 조금 전 복도에 있는 마물들을 보고 겁에 질려서 그녀를 넘겨주자는 말을 했을 때부터 공작은 소피아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혀버린 상태였다. 스콜은 별로 관심 없는 눈길로 받아든 권총을 자신의 관자놀이를 겨누었다. 아직은 괜찮다. 확률은 육분의 일이었다. "안돼요! 오라버니!" + 요즘은 정말 글 쓸 맛이 절로 난다고 해야할까요? 댓글도 재미있고, 추천도 많이 떠서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연참대전이라고 하지만, 별로 압박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긴, 연참대전은 마지막 3~4일부터가 진정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어쨌든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슬픔의언덕2006-01-12 00:27:00 즐감하고~~무조건 버닝~~~~~ 2 슬픔의언덕2006-01-12 00:27:21 입니당,,ㅎㅎ 일타당,,냐하하 3 데스카2006-01-12 00:32:08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냥 공작 죽여주시길 바랍니다. 공작따윈 살아봐야 무의미합니다. 만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피아에게 미운 털이 받혔으니깐요. 그리고 마몬도 빨리 죽여주시길...크크크크 감히 소피아를 인질로 삼다니 말입니다. 뭐 소피아는 만물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괜찮지만 그래도 거슬림. 마몬은 가볍게 회뜨기식으로 죽여주시길. 뭐 더 잔인하게도 됨. 건필하세요. 4 카이렌2006-01-12 00:37:38 공작 얼른 사라져 버리도록 하세요. 스콜 벌써 부터 위기인가요? 아니면 설마 매트릭스로 관자놀이를 겨눈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피해내는 것입니까? 마몬은 가볍게 짓 밟아 주시고 공작 좀 절로 보내세요. 5 닥2006-01-12 00:38:51 건필하세요^^* ㅋ낙장불입~! 6 김백호2006-01-12 00:41:30 슬픔의언덕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데스카님, 왠지 댓글을 읽다보니 제가 살인청부업자가 된 기분입니다. 뭐, 다음화에 둘 중 하나는 어느 정도 결판이 날 걸로 예상됩니다만... 카이렌님, 댓글을 읽어도 제가 살인청부업자라는 걸 거부할 수 없군요. 어째서입니까! 왜 죽여달라는 청부밖에 들어오지 않는 겁니까! 이 세상은 이토록 매마른 것이었단 말입니까!! 닥님, 반갑습니다. 낙장불입-_-b 7 超必殺氣2006-01-12 00:42:47 글을 읽는 맛도 절로 난답니다 ^^ 8 데스카2006-01-12 00:46:42 간단합니다. 소피아에게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연약한 제가 어떻게 살인청부 같은걸 할수 있나요? 정말이지...제가 아무리 착해도 소피아를 위해서라면 어떻 짓도 할수 있습니다. 아..소피아의 풍만한 가슴이 필요한데...[어이..] 그리고 이 세상 매마를때로 매마른건 인정해야할 사실. 9 크리노아2006-01-12 00:51:26 전 하루 취침하기 전까지 이제나저제나 아스크가 뜨는 시간만 기다린답니다~ 잘 보고 갑니다~ 10 카이렌2006-01-12 00:53:00 후... 현실은.. 잔혹합니다... 그렇다고 살인청부업자 시란건 아니고;;; 공작의 재수없음이 너무나도 적절히(?) 묘사되었다고 할까요... 솔직히 마몬도... 겉모습이 좀 멋드러지게 생겼다면... 저런 한방인생을 사는 이는 충분히 좋아합니다~ 11 김백호2006-01-12 01:00:40 초필살기님, 말씀 감사합니다. 글을 적는데 정말 힘이 되는 말 한 마디입니다. 크리노아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하루에 한편밖에 못 올려드리지만, 되도록이면 최대한 많이 넣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데스카님과 카이렌님의 두번째 댓글을 보고 느낀건 외모지상주의, 쿨럭, 어째서 이 생각이 떠오르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마몬을 그리면서 스콜처럼 멋있게만 그렸더라면 정말 멋진 캐릭터가 탄생될 듯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하는군요. 지금이라도 성형수술을... 퍼억! 12 실페리온2006-01-12 01:54:22 확률 1/6이면 엄청나게 높은겁니다 -_- 게임에 따라 다르기도 하겠지만 명중률 99%에서도 가끔 미스가 나니까요 -_- 13 아미델린2006-01-12 02:01:46 ^^ 재미있게 읽고 가요. 다음 편 정말 기대되는데요? 후우. 소피아에게 아무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공작은 좀 혼이 나봐야 정신차릴 거 같은데.. -- 아니, 구제불능이면 어쩌지.. ㅎㅎ; 암튼 건필하세요~~ 14 dragon-def2006-01-12 02:09:26 잘보고갑뉘다~ 15 루크펠란2006-01-12 02:30:10 머야....겨우 12K밖에 안되는거야....많이...그리고 빨리점 올리지...ㅡㅡa 16 캘시퍼2006-01-12 05:55:14 공작조차도 캐릭터가 살아있는데.. (악마보다 더 추악한 인간의 모습) 문득 생각해보니, 시엘..이 가장 이미지가 약한듯 싶더군요. 시엘은 특별한 이미지가 없는듯. 미스텔테인의 정체를 아니, 미스텔테인의 위치를 알려주거나, 아스크가 용병왕임을 밝혀주거나하는 역할이라도 할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니플 사용하는 순박한 소녀(이름이 기억이 --;)보다도 이미지가 약하다는 암튼, 언제나처럼 잘 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 17 엠프티니스2006-01-12 06:20:31 니플을 사용하는 순박한 소녀 ㅋㄷ. 아이리스 였죠 ㅎㅎ 18 영혼까지2006-01-12 07:32:21 사실 이부분에 저 재수없는 인간 들어오보고 부터는 별로 보고싶지가 않아여 차라리 없애는게 ㅠㅠ 건필하세염~~ 19 bulum2006-01-12 08:57:41 ㅎㅎ 다들 원하시는구만 그냥 쏴버려요 .(음 내가언제 이렇게 ,,,,,,ㅜㅜ) 수고하셧네요. 잘보고 갑니다. 20 하늘마루2006-01-12 09:12:49 전지전능인 작가니깐 살인자가 되어야죠. 21 디스펠2006-01-12 09:50:10 성에 들어가는 부분부터가 그다지 썩.. 설정이 좀 이상하네요.. 소피아를 데려 간다는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요? 자기 자신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무작정 따라간다니.. 무슨 배짱인지.. 공작이야 그럴수도 있다고 넘어간다지만.. 소피아가 따라간건 좀 많이 이상하네요.. 어차피 가도 짐뿐이 안될꺼라는걸 알텐데 따라간다라.. 사랑하니까 무조건 간다.. 설정이 뭔가 많이 미흡함니다.. 뭐 잘 읽고 있습니다. 계속 좋은 소설 부탁드려요.. 22 Hernesto2006-01-12 10:11:50 퍼엉. 아스크 완결 그동안 재밌게 봤어요~(-0-..) 23 은빛물망초2006-01-12 10:21:50 스콜이 바뀐 것 같아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절대 망설이는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24 몽몽2006-01-12 10:46:39 잘보고갑니다^^ 25 겜소설폐인2006-01-12 11:05:16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ㅋ 26 김백호2006-01-12 12:41:41 실페리온님,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당길 엄두를 못 내야 정상이겠죠. 소설이니까 가능한 얘기라고 저 개인적으로도 생각합니다. 아이델린님, 후훗, 빨리 다음화를 올려드리고 싶군요. 무엇보다 이 한마디면 될 것 같습니다. 사필귀정. Dragon-def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루크펠란님, 죄송합니다. 제가 글을 집필하는 방식 두 번의 퇴고를 거치다보니 다른 분들보다 느린 듯 합니다. 항상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캘시퍼님, 네, 맞습니다. 사실 6권분량에서 5권분량으로 줄이게 되면서 가장 많이 지워버린 시놉시스가 시엘과 듀란의 이야기입니다. 전투적인 측면은 어쩔 수 없지만, 시엘이 전장을 보는 심리부분은 삭제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엠프티니스님, 네, 아이리스였죠. 작은 눈에 눈웃음이 매력적인 소녀였죠. 지금쯤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려나... Bulum님, 다음화에 그 결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있을지도^^ 하늘마루님, 하하하, 어서 다음화를 올려서 얘기를 드리고 싶군요. 디스펠님의 날카로운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저로서도 꽤 많은 고민을 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원래라면 자드키엘, 힐드스칼프공작과 함께 고성에 올라가야 하는데, 이렇게 됐을 경우 긴장감이 없다는 문제가 야기되더군요. 왜냐하면 마몬이 스콜보다 약하다는 사실을 독자분들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위험요소를 배치할 수밖에 없었고, 가장 알맞은 캐릭터가 소피아였습니다. 흠, 아무튼 이 장면은 조금 더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수정을 해봐야겠습니다. Hernesto님, 하하하, 아직은 6분의 1입니다. 스콜이 그렇게 재수없는 남자는 아니랍니다^^ 은빛물망초님, 의견도 감사합니다. 이번화도 여전히 차갑게 묘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군요. 역시 소피아가 걸리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생각이 들도록 최대한 다듬어 보겠습니다. 몽몽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겜소설폐인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보내세요. 27 청광월2006-01-12 13:32:27 공작 죽여버려요 ㅡㅡㅋ 너무 잼있게 읽고있어요~ 힘내시구 건필하세요~ ^^ 28 ETERNITY2006-01-12 13:33:01 현재시간 1:30 아침일찍일어나 읽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다봤습니다~ 설마 다음편 완결? 아니겠죠?ㅋㅋㅋ 재밌게 잘보다 감니다 29 천령a2006-01-12 14:38:56 휴, 잘보고 가요 ^^ 30 라타니엘2006-01-12 15:04:29 공작녀석 얼굴을 어떻게 고쳤기에 저정도로 철면피인건지.. 제발부탁인데 고통없이 죽지만 말아다오.. 31 朔月2006-01-12 15:22:02 으음. 이상하게 댓글단 사람들 모두가 마몬과의 내기 대결에 관심있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힐드스칼프를 더욱 고통스럽고, 더욱 처참하게 죽일까"에 눈을 돌리는군요. 헐헐헐. 32 쾌인2006-01-12 15:31:10 에휴... 공작이 죽어버렸으면... ^^ 건필! 33 아트리2006-01-12 15:31:42 ㅎㅎㅎ 연참 연참~~~ 34 백발검귀2006-01-12 16:55:14 넘 잼납니다~~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네요~~!!! 건필요~!!! 35 김백호2006-01-12 17:43:58 청광월님, 하하하, 다음화에 확인하시면 될 겁니다. 어떤 의미에선 깊게 생각해봐야 될지도 모를 문제겠죠. Eternity님, 추천까지 해주셨더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설마 이 정도 위기로 죽기야하겠습니까? 천령a님, 재미있게 보셨다니 흐뭇하군요. 감사합니다. 라타니엘님, 후훗, 왠지 그 심정이 절실히 와닿는 것 같습니다. '고통 없이 죽지만 말아다오'압권이군요. 삭월님이 내어주신 해답은 다음화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쾌인님, 감사합니다. 지금도 건필하고 있답니다^^ 아트리님, 항상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1~2권분량도 몇개월전부터 집필을 해서 완성된 상태에서 올린 거죠. 이 이상의 연재는 무리입니다...ㅠ.ㅠ 백발검귀님, 먼저 수고하셨습니다. 아무쪼록 더욱 재미있는 글이 되도록 집필하겠습니다. 36 同安2006-01-12 18:35:10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다음 작품의 주인공으로 공작을 쓰시는 건 어떠할지.. 성격 확실한 소설 나올 것 같은데요..ㅋㅋ 오늘도 재밌게 보고 갑니다.. 37 소검무제2006-01-12 20:50:56 잘 보고 갑니다. 38 60일탈출2006-01-13 00:20:16 헬로 과연.. 6분의 1이라 하지만 둘 중 하나가 죽는 것까지 포함하면.. 음..음 내 머린 과연... 39 김백호2006-01-13 00:28:36 동안님, 쿨럭, 성격은 확실한 글이 나오겠지만, 아마도 많이들 외면하실 것 같습니다^^ 소검무제님, 댓글 감사합니다. 60일탈출님, 하하하, 어쨌든 그게 러시안룰렛이라는 게임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해보진 않았지만(기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해볼 생각은 없지만) 매력적인 게임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40 질라르디노2006-01-13 18:55:30 두근두근.... 죽을리가 없을텐데 왜이렇게 떨리지 ... 41 노란병아리2006-01-14 21:23:28 ㅌㅌㅌㅌㅌㅌㅌ 병아리 발자국 남겨요 요즘 댓글수를 보면 초기 10개미만일때랑 비교하면 역시.. 좋은글은 알게 모르게 금방 소문이 난다 라고생각합니다 42 적룡검2006-01-15 00:33:42 음 아무리 봐도.. 소피아가 고성에 올라가는거.. 개연성이 전혀 없군요.. 공작은 너무 작위적이고.. 태클은 아니고.. 너무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건필. 43 김백호2006-01-15 01:11:10 질라르디노님, 노란병아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적룡검님, 아닙니다. 정말 소중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두 문제는 확실히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라고 개인적으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휴, 퇴고를 한번 들어가긴 가야하는데, 솔직히 -황혼을 쫓는 늑대-는 출판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일단 이대로 완결까지 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새로운 소설도 준비중이고요. 다시 한번 소중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44 날랭2006-01-17 21:49:12 아.. 오타 있습니다. 관자노리 ---> 관자놀이. 개인적 사정으로 다른곳에 다녀 왔습니다. 별로 좋은 일이 아니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만.. 아스크를 읽으면서 기분을 달래보렵니다. ^^ 화이팅!!! 건필하세요. 45 김백호2006-01-18 00:52:34 날랭님,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않좋은 일에 너무 신경쓰고 매달리지는 마세요. 그리고 오타지적은 감사합니다. 수정완료!! 46 Σ비호란™2006-01-20 19:27:31 잘보고갑니다^^ 47 소면살우2006-01-21 19:14:08 소피아를 인질로 잡은 이상 마몬은 곱게 죽긴 틀렸군요....; 48 창공의바람2006-01-24 08:12:37 건필하세요~~ 49 나르는오방2006-01-26 18:11:31 오늘은 여기까지 ㅋㅋ 50 절대꼭미남2006-01-28 05:41:52 저 공작 언넝 사라지지;; 질린다 똥놈시키 건필하세요 51 김백호2006-01-28 05:53:46 하하하, 캐릭터가 극단적이라서 그런지, 극단적인 평이 자자하군요. 52 破邪神劍2006-01-31 02:11:32 저 공작좀 죽여주세요 ㅠㅠ 53 巨時期2006-02-04 22:07:24 하핫. 잘 읽고 갑니다. 54 火狼2006-02-22 21:42:07 제발 저 빌어먹을 공작좀 죽여주세요 55 김백호2006-02-23 00:02:29 하하하~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5화 [59]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3화 [51]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13 00:26:27 고친날 2006-01-20 07:33:17 읽은수 2060 [ 13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5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철컥! 총의 공이가 탄창을 치는 소리만이 묵직하게 울려왔다. 비어있었다.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오줌이라도 지렸을 상황에서도 스콜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권총을 마몬에게 건네었다. "두 번째는 뭐냐?" 마몬은 신기한 눈빛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배짱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는 죽음을 일체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마몬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라그나로크가 닥치기 전까지, 스콜은 임무가 없을 땐 시체처럼 잠을 자며 항상 죽음을 갈망해왔었다. 저주받은 세상이 싫었다. 그러면서도 자살을 하지 못했던 것은 그가 진정 원했던 것은 소멸이 아니라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윤회를 거듭하고 싶었던 것이다. 윤회를 거듭한다면 그녀를 만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그래서 갈망했다. 예전에 검술의 차이가 무어냐고 묻는 용병양성학교 교장 콘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었다.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자와 죽음을 갈망할 수밖에 없는 자가 내딛는 한발의 차이라고 말이다. 이젠 악마들이 도래하여 죽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죽을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렸지만, 그가 애당초 죽음이나 소멸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 스콜의 정신을 높이 산 마몬은 그를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는 자라고 단언했다. 지옥에는 인간만큼이나 많은 악마들이 있다. 그보다 강한 악마들도 많았지만, 배짱 하나만큼은 마몬을 앞지르는 자가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러한 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반가웠다. 생의 마지막이 걸린 만큼 처절한 긴장의 순간이지만, 반가움에 마몬은 웃었고, 스콜은 여전히 현실감을 잃어버린 듯한 칠흑의 눈동자로 그를 직시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수많은 전장에서 승리를 했던 전략가인 샤를마뉴제국의 초대황제 클로비스를 이겼던 게임, 아슈타파다로 하는 건 어떠냐?" 아슈타파다, 잊혀진 시대엔 체스라고 불렸던 게임, 가로 여덟 칸, 세로 여덟 칸의 체크무늬판 위에서 각각 열여섯의 피스가 서로를 물어뜯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아슈타파다는 전장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흑색과 백색의 나라가 치열한 심리전과 전략적 요충지를 점검하며 승리를 향해 나아간다. 싸움을 좋아하는 인간, 그들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아슈타파다는 잊혀진 시대에서부터 내려온 몇 안 되는 게임 중에 하나였다. "시작하지." 스콜이 동의하자 마몬은 그에게 뒤로 물러서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자신은 새장의 문을 열어서 공포에 질려버린 아이들을 나오게 하였다. 방금 전까지 마몬과 스콜이 서있던 장소, 그곳은 흑색과 백색의 사각대리석으로 되어있어서 거대한 체스판이라 할 수 있었다. 미리 준비를 해뒀는지 아이들의 옷은 흑색과 백색으로 갈려있었으며 목에 차고 있는 굵은 쇠목걸이엔 각각의 피스, 비숍, 룩, 나이트, 폰을 나타내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이들은 스콜일행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여러 번 반복적인 교육을 받았는지 두려움에 떨면서도 각자의 자리를 신속하게 찾아갔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피스가 상대방의 피스에게 죽을 경우 실제로 이 아이들도 죽는다. 아무쪼록 신중하게 두길 바란다." 마몬의 말을 들은 스콜은 최소한의 희생으로 이겨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아니, 자신의 앞에 서있는 백색의 옷을 입은 아이들이 최소한의 피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흑색의 옷을 입은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스콜은 지금 눈앞에 서있는 아이들을 보며 지난날 벨리알이 연 연회장에서 그의 손에 매달려왔지만, 구해주지 못했던 노예소녀들을 떠올렸다. 그때도 지금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정의와 위선을 떠나서 벨리알을 죽이겠다는 일념하나로 가엾은 소녀들을 죽음을 내몰았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몬과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선 아이들의 희생은 피할 길이 없었다. 결국 그와 악마의 대립에서 빗어진 건 가엾은 아이들의 희생이 전부였다. 어쩌면 마몬은 그에게 그러한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건지도 몰랐다. '희생이 없는 정의는 없다는 거냐?' 지난 날 듀란이 죽어가는 클로비스를 보며 눈물을 떨어뜨린 이유, 스콜에게 있어선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반갑지 않게 다가왔다. "후훗, 뭔가 이상하지 않나?" 마몬의 말을 듣고 체크무늬의 대리석바닥 위에 서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없었다. 흑색과 백색의 아이들이 서있는 자리에는 각각의 한자리씩이 비어있었다. "킹이 없군." "뒤를 봐라." 그 말에 '아차'하며 스콜은 고개를 돌렸다. 소피아와 힐드스칼프공작의 목에 걸린 굵직한 목걸이에는 각각 킹을 표시하는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킹은 저 둘이다. 특별히 너에게 선택권을 주마. 누구를 너의 킹으로 할 테냐?" 소피아는 그제야 조금 전 마몬의 입가에 그려졌던 불길한 미소의 원인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이것은 함정이었다. 오라버니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철저한 함정이었다. 오라버니가 자신을 선택하든, 아니면 공작을 선택하든지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희생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 날 킹으로 선택해줘!" 힐드스칼프공작이 던진 말이었다. 지난 얘기지만, 조금 전에도 자신이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스콜은 마몬과의 대결에서 이겼을 것이다. 냉철하고 강한 남자라는 사실만은 인정한 공작이 살기 위해서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간청했으나 반대로 소피아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 피할 수 없는 희생 앞에 철옹성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유리처럼 쉽게 깨질지도 모를 스콜의 마음이 다치진 않을까하는 걱정에 젖어있었다. "이 남자를 나의 킹으로 한다." 스콜이 소피아를 버렸다. 그 말에 마몬은 웃었다. 공작도 웃었다. 소피아만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스콜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 따위는 버릴 수 있다 생각해서 고성까지 따라온 그녀, 그의 선택을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드는 섭섭함만은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소피아와 공작은 각자 자신들이 서야할 곳에 섰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마몬이 웃으면서 손을 들어 스콜에게 먼저 수를 놓기를 권했다. "난 이런 곳에서 죽기에는 아까운 신분이다. 내가 여기서 무사히 살아서 나가면 널 카이룰레움까지도 올려줄 수 있다. 잘해라." 공작의 말을 듣고 스콜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용병왕인 그에게 카이룰레움을 권하고 있는 공작, 그가 용병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듀란이나 올리비에가 봤다면 비웃음을 살만한 상황이었다. "넌 영웅이 되고 싶다고 했지?" 스콜이 말했다. "그래, 난 이 전투에서 반드시 영웅이 돼야 한다." "좋아. 그럼 널 영웅으로 만들어주마." 가엾은 아이들의 희생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제 몸 챙기기에 바쁜 공작은 영웅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기분이 흐뭇해보였다. 다만 그를 바라보는 스콜의 눈빛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피스를 놓기 전 스콜이 마몬에게 물었다. "뭐지?" "내가 여기서 항복을 하면 어떻게 되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말, 그 말에 마몬의 가느다란 눈동자가 순간 크게 떠졌다. "자신의 킹을 쓰러뜨리고, 5분의 1의 확률인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그 것 뿐이냐?" 마몬도 스콜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었다. 희생을 최소한도로 하는 방법은 스스로 패하는 길이었다. 그렇기에 스콜은 소피아를 적의 킹으로 두고, 힐드스칼프공작을 자신의 킹을 둔 것이다. 마몬은 스콜의 대담한 작전에 신이 나는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고 있었다. "크크큭, 확실히 그것뿐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에도 마몬이 웃을 수 있었던 건 그로서도 힐드스칼프공작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스콜이 죽는다면 제일 먼저 찢어죽일 자로 점찍어놓은 상태였기에 그를 죽이는 동시에 방아쇠까지 스콜이 당겨야하는 상황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아슈타파다는 절대 상대방의 킹을 죽이지 않는다. 항복을 했다면 자신의 킹을 스스로 쓰러뜨려야하는 규칙은 알고 있겠지?" 마몬의 단호한 얘기에 고개를 끄덕인 스콜은 미스텔테인을 힘 있게 쥐며 공작을 향해 걸어갔다. 확실히 소피아의 눈앞에서 살인자가 되는 건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소피아의 목숨과 공작의 목숨을 저울질하는 상황이라면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공작을 죽인다. 객관적으로 볼 때 결코 정의롭다 말할 수 없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스콜은 그 점을 중요시 여기지 않았다. 그는 단 한번도 스스로를 정의라 말하지 않았다. 만약 이곳에 스콜 대신에 힐드스칼프공작이 있었다면 그는 아이들이 다 죽어나가더라도 승리를 쟁취하려 했을 것이다. 결국 같은 사건을 두고도, 사람에 따라서 철저하게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그것은 이기적인 정의에 의해서였다. 결국 정의라는 단어 앞에는 '자신의'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는 말이다. 흔히 정의를 논할 때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자신의 정의가 정의인줄 착각을 한다. 그래서 '희생을 동반한 정의'라는 말을 바르게 해석하면 자신의 내세운 정의 아래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는 말이 되는데도 그 사실을 잊고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찍이 자신을 악이라 말한 스콜로서는 정의에 대한 미련도, 망설임도 없었다. 그가 뚜벅뚜벅 걸어가자 공작은 공포로 굳어진 몸으로 달아나려고 얘를 썼다. 겨우 뒤로 한 걸음을 뺀다. 그러나 그 이상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뱀 앞에 개구리마냥 스콜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죽는다!'라는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사, 살려줘! 살려줘!" 그것이 지금 힐드스칼프공작이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날 여기서 죽이면 넌 악당이 되는 거야! 그래도 좋아? 넌 영웅이잖아! 날 살려줘야지! 안 그래? 살려줘! 아니,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공포에 젖어서 횡설수설하는 공작의 말을 들으면서도 스콜의 표정은 너무나 무표정했다. 흡사 생명을 앗아가는 사신이 내려왔다면 이러한 표정을 지었으리라. "너의 죽음은, 그 기사를 죽일 때부터 이미 결정지어졌다." 스콜은 죽음이 결정됐다는 말을 버릇처럼 썼다. 이것은 얼핏 듣기엔 목숨을 자신의 의지대로 취하는 사신으로 여기질 수도 있지만, 결국 공작의 욕심에 의해 기사의 희생이 있다면, 지금 스콜의 욕심에 의해 그의 희생이 결정되었다는 말이었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미친 세상 아래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기에 지금 이 순간 공작은 철저한 약자로 결정돼버렸다. "흐윽!" 공작은 바로 앞까지 걸어온 스콜을 두려운 눈길로 바라보며 한 겨울에 밖에 버려진 아이마냥 온몸을 감싸며 이빨을 덜덜 떨어대었다. "선택할 기회를 주마." "어, 어떤?" "목이냐? 심장이냐?" 스콜은 친절하게도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너무나 친절하게도 말이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좋아 죽겠는지 마몬도 그의 말을 거들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마. 인간은 목이 끊어져도 바로 죽지 않는다. 뇌에 남아있는 피가 빠져나가는 1~2초 동안은 의식이 있다. 목이 떨어져나간 몸이지만, 수 초간 자신의 몸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에 반해 심장을 꿰뚫리면 지독스런 고통이 있을 것이다. 왜냐면 목이 잘리는 것보다 미세한 차이지만, 조금 더 의식이 있기 때문에 고통도 그만큼 길다. 개인적으론 목을 추천하고 싶군." 즐거운 듯 말하고 있지만, 이건 절대 즐겁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벌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죽음의 방식을 결정해야만 하는 것일 테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흐흑, 살고 싶어요." 이기적인 공작이기 전에 한 인간의 절박한 애원은 계속 되었고, 맞은편에 있던 소피아와 주위에 있는 아이들은 처절한 장면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스콜이나 마몬과는 달리 소피아와 아이들은 나약한 마음을 가진 인간이었다. 지금 공작을 덮친 공포가 절실히 느껴졌던 것이다. "선택해라." 단호한 말에 공작은 이젠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통한의 눈물이 흐른다. 더러운 콧물이 흐른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벌레처럼 자존심 다 버리고 살기 위해서 발악을 하고 있다. 제발 살려달라고 빈다. 그러나 스콜의 칠흑빛 눈동자는 이미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버리고 난 뒤였다. 자신의 손으로 수 만 명의 사람을 죽여 왔었다. 특별한 이유 따위는 없었다. 사상이 다르다는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미스텔테인은 피를 머금어왔었다. 여기서 주저할 필요는 없었다. 수 만 명중에 겨우 한 명의 목이 더해지는 것뿐이었다. "힘들다면 내가 결정해주지. 목을 베어주마." "아아! 제발! 제발요!" 스콜이 묵직한 잿빛의 칼날을 번뜩이며 들어올리자 그에게 매달리려고 무릎을 꿇은 채로 기어오던 공작은 순간 흠칫하며 뒤로 넘어져버렸다. "사, 살려주세요! 사!" 서걱! "살려…… 주……." 잔인한 핏빛 호가 그어지고 나서 공작의 머리통이 대리석바닥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 마몬의 얘기처럼 공작의 입에서 몇 마디가 더 흘러나왔었다. 목을 잃어버린 몸통은 중추신경이 살아있어 몇 번 휘젓더니 몇 초를 가지 못하고 바닥에 축 늘어진다. "권총을 다오." 역시 한 치의 동요도 없는 눈빛이었다. 마몬은 이제 그의 정체를 의심해야만 했다. 배짱뿐만 아니라 흡사 악마처럼 잔혹하기까지 했다. 피부만 잿빛이었다면 그는 자신보다 지독한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치워라." 마몬의 얘기를 듣고 아이들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공작의 몸통과 대리석바닥을 뒹구는 머리통을 들고 다시 새장 안으로 들어갔고, 마몬은 새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야 스콜에게 권총을 건네주었다. 철컥! 오분의 일! 이번에도 단 한번의 주저함도 없이 관자놀이에 대고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 스콜은 다시 권총을 마몬에게 던지며 입을 열었다. "세 번째는 뭐냐?" 차분한 스콜의 눈빛과는 달리 게임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었다. "세 번째는 중간대륙 최고의 살인자, 잭 더 리퍼와 한 내기를 해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정해진 시간은 한 시간, 저기 새장 안에 있는 아이들을 네 녀석이 전부 죽여 버리면 나의 승리가 되고, 다 죽이지 못하면 너의 승리가 된다." 조금은 묘한 제안이었다. 그의 말인 즉 새장 안에 있는 아이들을 죽이지만 않으면 스콜이 이긴다는 것이었다.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한 시간 안에 아이들이 전부 죽는다면 그의 패배라는 말도 된다. "네 녀석이 새장 안에 있는 아이들을 죽일 수도 있나?" "크큭, 마몬의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난 관여하지 않겠다.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그럼, 시작하지." 깊게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한 스콜의 말을 들은 마몬은 여전히 쉽게 읽을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벽 쪽으로 걸어가더니 모래시계와 주먹만한 수정구 하나를 가져왔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확히 1시간이 되면 전부 떨어지는 모래시계를 대리석바닥에 내려놓은 마몬은 이미 스콜이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예상했는지 주먹만한 수정구를 그에게 던졌다. 스콜에게 던져진 것은 다름 아닌 무한의 수정구, 그것은 지난날 벨리알이 가지고 있었던 기보로서, 앉아서도 천리 밖의 풍경을 볼 수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벨리알이 죽게 되면 자신의 소유가 된다는 내기를 한 적이 있었기에 지금 무한의 수정구는 마몬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보다 스콜은 무한의 수정구속에 비친 장면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 힐드스칼프공작은 왜 이토록 악하게 나왔을까요? 그리고 그의 최후를 보면서 여러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통쾌함일까요? 아니면 동정일까요? 전자의 경우라면, 제가 말하려고 하는 의도는 성공을 한 것 같습니다. 비록 소설속의 등장인물이지만, 살인은 어떤 아름다운 이유를 가져다붙인다고 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입니다. 그런데 살인을 통해서 통쾌함을 느끼셨다면, 그건 우리들 마음속에 악마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언젠가 말씀드렸습니다. 마몬편의 주제는 악마같은 인간을 보여드리겠다고, 저는 제가 지금 적은 글을 다시 읽으면서 제 속에 있는 악마를 보았습니다. 문뜩 듀란의 대사가 생각이 나는군요. '과연 악마는 누구인가? 과연 지옥은 어디인가?'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그라드리엘2006-01-13 00:27:36 조회수0...기적이군..ㅠ.ㅠ 2 쾌인2006-01-13 00:28:23 윽 오랜만에 1타 기대햇는데..ㅠ_ㅠ 백호님 방가방가??^^ 건필하세요! 3 데스카2006-01-13 00:40:32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잘죽였습니다..크크크 공작은 살 수 없었던 존재였습니다. 이유는.... 아스크하면 스콜보단 소피아가 생각나는 아스크입니다. 그런 아스크에서 소피아의 눈밖에 나면 죽음은 예정된 일입니다. 그런데 너무 간단히 죽이셨군요. 더 잔인하게 죽이는 편이 좋은데요. 진정한 지옥을 맛보게 하며 죽였으면 했는데 말이죠. 그럼..수고하세요!!~! 연참대전 파이팅~!@ 4 닥2006-01-13 00:55:58 건필하세요^^* 유쾌통쾌상쾌~! & ㅠㅠ씁쓸~ 5 시누사랑2006-01-13 01:05:04 역시... 기다리는 보람이 있는 글입니다.^^ 6 구정물2006-01-13 01:14:03 멋집니다! 아잣! 7 dragon-def2006-01-13 01:22:50 잘보고갑뉘다~ 8 김백호2006-01-13 01:27:51 그라드리엘님, 기적까지는 아닌 듯 합니다. 전 매일 봅니다-_-v 쾌인님, 네, 반갑습니다. 정확히 47초차이로 1타놓치셨습니다. 다음 기회를 노려보세요.(무슨 말을 하는 거냐! 퍼억!) 데스카님, 후훗, 끝에는 조금 씁쓸하게 얘기를 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공작의 죽음을 애도(?)해주시는군요. 여러분의 성원에 공작도 지옥에 잘 떨어졌을 겁니다. 닥님, 감사합니다. 짧지만, 왠지 모르게 굵직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댓글이군요. 유쾌상쾌통쾌 & 씁쓸이라... 시누사랑님, 고맙습니다. 내일도 최선을 다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구정물님, 대략 스콜이 멋지다는 뜻으로 해석하겠습니다. 설마 공작은 아니겠죠? 그런거죠? Dragon-def님, 항상 잊지 않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9 카이렌2006-01-13 01:29:51 음.. 글쎄요... 통쾌함과 동정이라... 개인적으로는 제가 감정이 메말라서 인지.. 공작에 대한 동정심 따위는 전혀 찾아볼수 없군요... 저렇게 까지 해서 살려고 하는 자에게는 안식을 주는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듀란의 대사부분... 뭔가 짜릿하군요. 덧// 전 외모지상주의는 아닙니다만... 뚱뚱한걸 싫어한답니다. 만약에 마몬이 평범한 체형만이라도 된다고 (그러니까 이를테면 약간 통통한?) 설정된거였다면 악마이며 적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니까요. 아.. 늦었지만 아스크 선작 1500 넘기신거 축하 드립니다. 건필 해주시길... 10 뿅스2006-01-13 01:34:02 정말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근데 갑자기 스콜이 자주 생각했던 아버지 가 궁금하네요. ^^ 스콜의 아버지 정도면 어느정도 쌜까? ㅡㅡ; 11 매너모드2006-01-13 01:53:49 마몬과의 내기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네요... 12 실페리온2006-01-13 03:56:52 죽을놈은 죽을 이유가 있어 죽는거 아니겠습니까. 통쾌함을 느낀다면 정신 이상자이겠지요 -_- 13 ENA2006-01-13 05:00:19 건필! 14 캘시퍼2006-01-13 07:11:51 자기보다 더 악마같은 스콜에 대해 소유욕을 느끼다못해 자신이 부하가 될지라도 항상 옆에 있고픈 탐욕을 주체못해 마몬이 스콜의 부하가 되는.. 그러다 사랑이 피어나 소피아와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엽기 엔딩은 어떠신지요? ㅡㅡ;;; 15 엠프티니스2006-01-13 08:44:13 마몬 깨고나면 스카디가 스콜의 부하가 되는건 아닐라나 ;; ㅎㅎ 16 라타니엘2006-01-13 09:19:06 아 그렇게도 기다렸던,,,공작이 죽었군요... 그런데 이 허무함이란..; 건필하세요~ 17 Homeros2006-01-13 09:37:02 공작을 자신의 킹으로 삼고나서 곧바로 항복이라니, 멋진 한 판이었습니다. 건필하세요 ^^ 18 김백호2006-01-13 11:04:56 카이렌님, 먼저 말씀 감사합니다. 확실히 그때 듀란의 대사에 비중을 실었었죠. 그리고 전체적으로 퇴고할 기회가 있다면 마몬을 통통한 정도로 다이어트를 시켜서 나와야겠군요^^ 뿅스님, 후훗, 그건 어디까지나 조작된 기억이죠. 다만 그 조작된 기억을 만든 자는 스콜보다 강하다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합니다. 매너모드님, 네,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말하려는 의도는 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실페리온님, 저는 힐드스칼프공작을 죽이면서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아, 요놈 잘 죽었다. 정도죠^^; ENA님,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캘시퍼님, 멋집니다. 특히 삼각관계라는 얘기부터 굉장한 포스가 느껴지는군요. 하하하, 감동했습니다. 엠프티니스님의 예상은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너무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본문에서 확인하시길^^ 라타니엘님, 공공의 적이 없어졌으니 그런 것 아닐까요? 힐드스칼프공작이 다른 건 몰라도 독자분들을 뭉치게하는데 제대로 한 것 같은데요. Homeros님, 사실 제가 장기는 어느 정도 두지만, 체스는 기본적인 것, 폰을 전략적 요충지인 중앙에 두고, 그 폰을 사수하는 기본적인 전략밖에 몰라서 그냥 시작하기 전에 끝내버린거죠;; 19 60일탈출2006-01-13 11:26:58 헬로 소피아가 활약할 모습을 보여주3~~ 20 bulum2006-01-13 11:42:07 통쾌~(ㅜㅜ 점점 더 망가지는....) 21 블래스터2006-01-13 12:35:32 하하핫 22 주정2006-01-13 13:10:15 퇴마록이란 책에서 현암군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희생이란 있을 수 없다고. 정작 생명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자신의 생명 역시 소중한 거라고 말입니다. 자신의 생명을 쉽게 버릴 수 있다면 타인의 생명도 그만큼 쉽게 버릴 수 있을 거라고요. 희생은 없는 편이 제일 좋겠죠 ^^;; 23 루이네카넨2006-01-13 13:10:43 ...슬슬 위험해지는데....; 4분의 1이라... 25%? 24 Hernesto2006-01-13 13:20:55 힐드스칼프 공작이 싫기는 했지만 사실적이라 죽일정도까지는 밉지가 않더군요(그냥 스콜이 용병왕임을 꺠닫고 알아서 처신 하는 정도를 바랬다는.. ^^;);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군상 이였기에; 저런 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더한걸 갈망하는 공작의 모습이 왠지 너무 사람 다웠습니다. 자신을 위해 평민을 서슴없이 희생시키는 것도 은수저를 물고 자란 귀족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생동이 아니였을까 생각합니다. 솔직히 소설에서 나오는 만인평등을 추구하는 주인공에 동조하는 귀족자제들은 너무나 허구적이라 느껴지기 때문에.. 스콜은 마치 정밀한 기계 같구요; 부품하나라도 고장나면 멈춰버릴 것만 같은'' 소피아의 존재가 수리공 같이 느껴집니다 ㅎㅎ; 잘 봤습니다. 25 몽몽2006-01-13 13:21:24 잘보고갑니다^^ 26 백발검귀2006-01-13 13:34:33 이번에도 질려나??? 다섯판다지고 마지막판에 이겨서 반전을 노리시나요?? 넘궁금해요~~!!빨리다음편을~! 27 김백호2006-01-13 13:58:03 60일탈출님, 네, 소피아가 그냥 올라간 것은 분명 아닙니다. 물론 위기감 조성도 있지만, 재치있는 소피아가 고성에 올라가야만 했던 이유가 있죠. Bulum님, 망가지는데 동의, 제가 기억하는 Bulum님은 편두통있다고 하니 담배 줄이세요. 혹은 감기조심하세요.라는 진지한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몇화전부터, 후후후, 후후후후 블래스터님, 웃음(?) 좋은 뜻으로 해석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정님, 멋진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어째서 기억을 못하는지, 그래도 대충 뜻은 통한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루이네카넨님, 위험해질수록 재미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Hernesto님, 힐드스칼프공작의 묘사가 쉬웠던 것은 바로 그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피아의 묘사에는 특유의 말투와 성격 때문에 대사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했지만, 공작의 경우는 그냥 편하게 생각해서 그리면 되었으니까요. 그나저나 소피아가 수리공이라, 답답할 정도로 어두운 배경의 아스크를 수리하는 정비공인 것 확실하죠. 몽몽님, 언제나 한결같은 댓글 감사합니다. 백발검귀님, 후후훗, 아쉽게도 다음화는 스콜이 바라보고 있는 무한의 수정구속의 내용입니다. 28 학생?백수?2006-01-13 14:46:30 흐음... 공작이 죽을때는 그냥 아... 죽었구나... 라는 생각뿐.. 죽을때가 되서 죽은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네요... 29 朔月2006-01-13 16:14:44 스콜이 공작을 킹으로 선택할 때부터 왠지 그럴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맞았네요. 참 공작다운 죽음입니다.(사실 더 잔인하게 죽길 바랬는데 막상 죽고 나니 좀 떨떠름하군요.) 건필하시고요. 스콜의 위험한 도박이 어디서 끝날지 기대됩니다. 30 질라르디노2006-01-13 19:03:27 날이 잘수록 재밌어 지는것같네요 ㅋ 작가님 건필하세요~ 31 同安2006-01-13 19:05:23 결국 공작이 죽었군요.. 다른 누군가의 소설에서는 주인공으로 환생하기를.. 묵념..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32 원유2006-01-13 19:07:33 [del] 잘보고있습니다. 새장안의 어린아이들을 다죽여야된다니.. 제생각으로 이기는방법은.... 1.잭더리퍼를 행동불능으로 만든다. 2. 새장을 부순다. 새장을 부숴서 안의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면 새장안의 아이들의 수는 0이되니까 죽을 아이도 없습니다.. 근데.. 이런글 써도 되나요? 마몬 좀 더 잔혹해져라. 33 朔月2006-01-13 22:05:53 32//잭더리퍼는 훠어어어어얼씬 예전에 죽었습니다만 ;;;;; 이건 예전에 잭더리퍼에게 했었던 내기입니다. 스콜에게도 똑같이 하는 거지요. 34 들아탈수2006-01-13 22:29:10 오오.. 새장을 깬다는 건 어떻게 보면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지만 지금 이 소설 진행상황을 볼 때 굉장히 참신한 생각같네요 @_@ 하지만 -_- 보아하니 스콜은 방아쇠5번은 당기고 뭔가 시작할 듯 -.- 35 엠프티니스2006-01-14 09:05:55 32// 새장을 부숴버린다는거 ㅎㅎ 상당히 매력적..... ㅎㅎ;; 36 엠프티니스2006-01-14 09:07:55 훔.. 저 수정구 안에 비춰진 장면은 스카디가 제국군을 휘젓는 장면일테고. 훔.. 광분한 스콜은 새장을 부숴버리고 아이들을 다 죽이고 방아쇠 당기고. 5번째까지 다 방아쇠 당겼을때, 제국군을 전멸시킨 스카디가 갑자기 나타나서 마몬을 처단하는 전개? ㅋㅋ;;; 37 超必殺氣2006-01-14 09:46:28 흘흘, 전 기독교도 불교도 타종교도 아닌 무교지만, 자기하기나름 아닐까하네요. 천국에사는 천사가 될수도, 지옥에 사는 악마가 될수도... 38 소검무제2006-01-14 10:56:56 잘 보고 갑니다. 39 무적이2006-01-14 13:12:23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40 김백호2006-01-14 14:34:02 학생?백수?님, 그렇습니까? 다음에 전체적으로 수정할 기회가 있으면 조금 더 처절하고 임펙트있게 수정하도록 해야겠군요. 삭월님, 먼저 추천 감사합니다. 방금 읽었습니다. 감동했다는, 그런데 마몬과의 도박이 조금 길어져서 걱정입니다. 아무래도 심리가 많이 들어가다보니 지루한 감이 있을 듯 합니다. 질라르디노님, 감사합니다. 조금은 부담되지만, 더욱 더 열심히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동안님, 네, 힐드스칼프공작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다만 저 성격으론 주연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유님, 2번 새장을 부순다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군요. 대단하시다는 말밖에 다른 말은ㅠ.ㅠ 네, 그리고 댓글은 제가 글을 쓰는데 영양제가 됩니다. 그리고 1번은 뒤에 삭월님 얘기 참조하시면 됩니다. 후훗. 들아탈수님, 새장을 부셔도 스콜의 패배죠. 스콜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한시간동안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엠프티니스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전부 읽히고 있군요. 그런데 새장만 부셔도 됩니다. 아이들은 굳이 죽일 필요가 없어지죠. 어쨌든 전개가 너무 단조롭다는 뜻일까요ㅠ.ㅠ 아니,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시고 읽는다는 뜻이겠죠? 그런거겠죠? 초필살기님, 동감합니다. 자기 하기 나름이죠. 다만 저는 부모님이라는 교를 믿습니다;;(너 혼자 멋지겠다는 거냐! 퍼억!) 소검무제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적이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41 노란병아리2006-01-14 21:26:39 인간이기에 -_-;;; 천국을 바라보며 지옥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존재. 42 사심안2006-01-15 15:40:04 그냥 역겨울뿐인데요. 43 김백호2006-01-15 22:25:11 노란병아리님, 멋진 말이군요! 사심안님, 쿨럭, 그렇습니까? 역시... OTL 44 날랭2006-01-17 22:02:06 음.. 죽음이란 슬픔이 같이 따라 다닌다는 사실을 자주 잊게 됩니다. 내기 부분 저는 잘 읽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45 Σ비호란™2006-01-20 19:33:46 잘보고갑니다^^ 46 소면살우2006-01-21 19:20:05 잘 죽긴했는데... 너무 늦게 죽인듯-ㅁ-;;; 47 넬드라드2006-01-22 14:47:39 그녀석의 죽음은 스콜의 말대로 당연합니다. 다른 사람을 희생으로 자신이 살아 왔다면 그 업보는 자신이 가지게 되는 것이죠.(그게 세상어디더라도) 그리고 스콜또한 설령 죽진 않더라도 그 업보는 스스로 짊어 져야 겠죠. 그 중 일부를 그는 이미 짊어 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구요. 저는 그 업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와 그 업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의 차이를 보여주신 것 같은데.. (너무 고차원 적인 해석인가.. ㅎㅎ) 48 김백호2006-01-22 15:04:21 글이란 것은 글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뒤쪽에서 세번째 게임을 하고 저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냅니다. 49 창공의바람2006-01-24 08:21:07 글쌔요... 저는 오히려 너무 인간의 본능이란게 저렇게 더럽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통쾌함같은건 전혀 안느껴지던데요... 50 김백호2006-01-24 08:22:10 네, 저도 통쾌함은 못 느꼈습니다. 다만 힐드스칼프를 죽일때 제 속에 있는 악마를 봤을 뿐이죠. 51 절대꼭미남2006-01-28 05:52:25 전 악마 이기에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넌 악마야 라는 소리를 자주 듣곤 했는데... 여기서도;;;; 역시 난 악마였군 건필하세요 52 김백호2006-01-28 05:55:30 엠블라의 죽음을 묘사할 땐 심하게 몰입을 하다보니 사내로 태어나서 눈물을 흘렸는데, 힐드스칼프공작의 죽음을 쓸 때는 기분좋게 썼습니다. 53 破邪神劍2006-01-31 02:17:31 드디어 죽었군... 54 김백호2006-02-01 17:43:18 하하하, 네^^ 55 그린나래2006-02-04 19:22:35 인간은 그저 인간일뿐이죠. 내안의 악마라는 것도 그저 나일 뿐입니다. 무엇을 하였다고 하여 그것을 나와는 다른 객체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회피일지도 모르지요 :) 56 巨時期2006-02-04 22:17:06 하핫. 잘 읽고 갑니다. 57 김백호2006-02-05 07:43:09 그린나래님, 좋은 말씀,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댓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巨時期님도 매회 잊지 않고,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58 火狼2006-02-22 21:47:12 이렇게 스스로 죽일거였으면 처음에 1+1때 죽이는게 나았을텐데.. 59 김백호2006-02-23 00:03:51 그렇게 하면 여러시각으로 봤을 때 스콜이 조금은 비겁한 감이 없지않아 있죠. 후훗.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6화 [39]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4화 [55]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14 14:42:12 고친날 2006-01-14 14:53:46 읽은수 2002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6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6화 인간을 동경하는 악마와 악마가 되어버린 인간 악마중의 악마, 지옥의 왕 루시퍼의 피를 이어받은 자,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은 스콜과 여러 면에서 닮아있었다. 냉철한 성격, 오만과 분노를 우선시 여기는 가치관, 무엇보다 하티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점은 거부할 수 없는 공통점이었다.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뿐만 아니라 신을 멸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 신이 되겠다.' 너무나도 원대한 야망을 가진 그였기에 지옥의 막강한 힘을 버리고 스콜과 손을 잡게 되었다. 그의 꿈이 중간대륙의 한쪽을 지배하는 것에서 그쳤다면 고민할 것 없이 다른 악마들과 함께 중간대륙을 휩쓸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천사들과의 전쟁을 준비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의 꿈은 같은 악마들마저도 적으로 만들어야 이룰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 신의 주관 아래 이 세상에 만들어진 모든 것을 적으로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루시퍼가 그러했듯 이 세상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해선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자드키엘은 알고 있었다. '거의 도착했군.' 자드키엘의 꿈이 이뤄지기 위해선 스콜이 살아있어야 했다. 설사 마지막엔 날이 선 칼날로 서로의 목 줄기를 겨누는 일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은 그의 힘이 절실히 필요했다. '기다려라.' 자드키엘은 달리고 있었다. 가룸산맥의 험난한 지형도 공기를 차며 달리는 그의 신기 앞에선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달리던 자드키엘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어느 한곳을 직시하였다. 듀란과 프레키가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빨리 달려온 그의 눈앞에 가룸산맥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무조차도 없다. 풀 한포기 자라나지 않는 곳이다. 칼날처럼 솟은 바위 몇 개만이 박혀있는 황무지로 이루어진 정상에 도착한 자드키엘은 저편에 보이는 기둥처럼 서있는 두개의 바위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정상의 중앙에 우뚝 서있는 두 개의 바위, 두 바위의 사이에는 주위에 흐르는 대기와는 달리 검푸른 빛이 감돌며 거칠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차원의 문이었다. '저 문을 통과하면 고성에 들어갈 수 있겠지.' 그러한 생각을 하며 몇 걸음인가 걸어간 자드키엘은 순간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차원의 문, 즉 검푸른 소용돌이가 치는 곳에서 불쑥 머리하나가 튀어나온 것이다. 잿빛의 피부의 회색빛이 감도는 머리카락, 그건 악마의 머리였다. 머리에 이어서 두 팔과 상체가 차원의 문에서 빠져나오더니 이윽고 전신이 전부 빠져나왔다. 막 차원의 문에서 나온 그 악마도 문 앞으로 다가온 자드키엘을 보고 처음엔 꽤나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가소로운 비웃음을 머금기 시작했다. "네 녀석이 자드키엘이냐?" "사안!" 악마의 질문에 대답할 필요도, 여유도 없었다. 또 다른 자가 차원의 문을 통해 이곳으로 오기 전에 그를 죽이고, 일단은 주위에서 정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자드키엘은 눈을 독수리처럼 무섭게 뜨며 악마를 노려보았고, 뭔가 이질적인 카르마가 덮치는 걸 깨달은 악마는 재빨리 옆으로 굴러서 피했다고 생각했다. 파팍! 자드키엘에게 있어선 불행이요. 그 악마에게 있어선 천만다행이었다. 비록 피하는 게 늦어서 오른쪽 옆구리가 완전히 뜯겨져 나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겨우 생명만은 건졌던 것이다. "크윽!" 거칠게 피를 토하고, 쏟는 악마를 보면 자드키엘의 사안은 거의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결국 죽이지는 못했다. 차원의 문을 통해서 악마들이 한, 두 명씩 나오고 있다. 여기서 제일 처음 나온 악마를 죽인 것과 죽이지 못한 차이가 크게 빗어지고 있었다. 자드키엘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당한 그 악마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 악마로 인해서 다른 악마들이 나오기 전까지 잠시 몸을 숨길 기회를 잃어버린 자드키엘은 차원의 문을 통해 끝도 없이 나오고 있는 악마들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네 녀석!" 어느 정도 악마들이 모여들자 방금 자드키엘의 사안에 당해, 옆구리가 뜯겨져나간 고통에 부들부들 떨던 악마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고, 자드키엘은 귀찮다는 듯 그를 노려보았다. 퍼엉! 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굉음과 함께 악마의 머리통이 크게 폭발해버렸다. 목 줄기에서 분수처럼 터져 나온 검은 피는 바람을 만나 피 안개를 피우고 있었다. 다른 악마들은 대담한 자드키엘의 행동 앞에 조금 놀라면서도 그의 최후가 뻔히 보였기에 서두르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였다. "당신이 자드키엘인가요?" 수많은 악마들 사이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흡사 에리공주가 그의 이름을 부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였다. 잿빛의 악마들 사이에 순백의 깃털 옷을 입고, 붉은 빛이 감도는 담갈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산한 한기에 자드키엘은 어렵지 않게 그녀의 정체를 짐작해내었다. '얼음의 여왕 스카디…….' 싸워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허나 그녀가 주위에 있는 악마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하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스콜과 겨룬다고 하더라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카르마가 그녀의 전신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시 묻죠. 당신의 이름이 자드키엘인가요?" "이미 알고 있지 않나?" "네, 그렇군요. 당신은 여기서 죽어줘야겠습니다." "흥, 이 몸을? 꿈이 야무지군." 메마른 감정에서 나온 스카디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넘긴 자드키엘, 그의 배짱은 그야말로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한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더니 어떤 사정경고도 주지 않고, 순간 눈을 부릅떴다. 방금 전 악마의 옆구리를 뜯어놓았고, 머리를 폭파시켜버렸던 사안이 다시 한번 펼쳐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의 사안은 목표물에 스치지도 못했다. 이미 그가 눈빛만으로 악마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 스카디는 미리 주의를 하고 있었고, 심상치 않은 카르마의 흐름이 느껴지자마자 재빨리 텀블링을 해서 몸을 빼버린 것이다. 치이익! 사안의 카르마는 방금 전 그녀가 서있던 빈 허공에 맺혀버렸다. 그녀의 옷에서 떨어져나간 깃털 몇 개만이 갈기갈기 찢겨져버리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무서운 기술을 가지고 있군요." 그녀의 말 대로였다. 자드키엘이 강한 이유는 바로 사안이 동공에서 쏘아지는 기술이라는데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펼쳐진 공격을 피하지 못하면 영락없이 저승길을 걷게 된다. 물론 스카디의 움직임은 그 찰나의 틈을 이겨내고 있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자드키엘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다. 무차별적인 공격이 펼쳐졌다. 수많은 악마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모르는 공격만큼 무서운 건 없다. 게다가 맞으면 찰과상정도의 가벼운 공격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살점이 통째로 뜯겨져나간다는 표현이 적당할 만큼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치이익! 그 와중에서도 비록 완벽하게 피하지는 못하지만, 스카디는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자드키엘이 만든 사안의 그늘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있었다. "하앗!" 땅바닥에 누워버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숙이 자세를 숙여서 머리 위를 스쳐가는 사안의 카르마를 피해낸 그녀는 자세를 숙였던 반동을 이용해 그대로 땅을 박차며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이로써 한 순간이지만, 스카디는 자드키엘의 사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공중제비를 돌며 허리춤에서 뽑혀진 칼날, 눈부신 태양 아래 검푸른 빛으로 번쩍거리는 칼날이 공중에서 휘둘러졌다. 지금은 분명 여름이었다. 그런데도 세상은 한기로 가득차는 듯 했다. 놀랍게도 그녀의 검이 휘둘러지자 시린 바람과 함께 눈보라까지 몰아쳐와 자드키엘의 시야를 홀려놓았다. '뭐지?' 검이 휘둘러지면서 불어온 것은 시린 바람과 눈보라만이 아니었다. 그 사이로 흡사 부메랑처럼 마구 회전을 그리며 그에게 쏘아지는 뭔가가 있었다. 자드키엘도 재빨리 도약을 하면서 일단 정체불명의 카르마를 피해내었다. 콰직! 방금 자신을 스쳐지나갔던 카르마, 그것을 맞은 뒤쪽에 있던 바위가 얼어붙은 채로 두 동강이가 나버렸다. '오호!' 조금만 늦었어도 그의 몸이 언 채로 두 동강이가 났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는데도 자드키엘은 땅에 착지하며 시선을 돌려 호기심이 가득 피어오른 눈빛으로 스카디를 쏘아보았다. 북방대륙 니플하임을 8개월 만에 통일한 얼음의 여왕 스카디, 살아있을 당시엔 어느 정도였는지는 몰라도 지금 그녀의 실력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제법이군." 자드키엘의 말에 스카디의 눈매가 살짝 치켜떠졌다. "아직 입은 살아있군요." "과연 그럴까? 피차 탐색전은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노는 건 어때?" 수백의 악마들에게 둘러싸여있는데도, 한번의 실수로 소멸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자드키엘은 마치 위험이라고는 모르는 백치처럼 이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말을 한 자드키엘이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내뻗었다. 그러자 마법처럼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두 자루의 검이 소환되어 그의 두 손에 쥐어졌다. 이도류(二刀流)! 두 자루 모두 조금은 특이하게 생긴 검이었다. 손잡이는 분명 하나다. 그런데 검막이를 지나면 길고 얇은 검신이 한 손잡이에 두개씩 붙어있었다. 톱날처럼 이가 줄지어 서있는 칼날이 태양 아래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지금 자드키엘의 손에 들려있는 두 자루의 검은 평범한 검이라고 하기보단 흔히 소드 브레이커, 검을 부수는 검이라 불리는 종에 가까웠다. 반면 자드키엘의 두 손에 들려있는 검을 보며 스카디는 어째서 그가 이도류를 구사하려는 건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본래 이도류는 일대일보다는 일대다수의 싸움에서 유용한 검술이라 할 수 있었다. '도대체 속셈이 뭐지?' 사실 자드키엘은 벨리알의 연회장에서 스콜이 보여준 구도류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구도류라 하더라도 실상 손에 쥔 것은 이도류였다. 아슈켈론의 오의를 버티지 못하고 검신이 날아가 버리면 재빨리 허리춤에 차고 있던 대검을 꺼내들었던 것이다. 스콜은 두 개의 대검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아무런 규칙도 없이 휘둘러진 대검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하늘을 찢어놓았다. 벨리알이 펼쳤던 붉은 하늘에 구멍을 뚫고, 파멸의 겁이라 이름 지어진 죽음의 비를 내렸다. 그 장면을 보며 자드키엘은 깨달았다. 그러나 그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실전경험이 결여되어있었다. 몇 백 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검을 쥐어볼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지난날 용병양성학교에서 쥐어본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연회장에서 얻은 깊은 부상 덕에 이틀 전까지 그는 환자처럼 제 몸 하나 까닥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이도류를 자신 있게 소환한 이유는 그 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그림을 실제로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무모했다. 수많은 악마들에게 둘러싸여있어서 절대 절명의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금, 그는 처녀지를 밟으려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조금 재미있어질 거다!" 그 말을 던진 자드키엘이 조금은 특이한 자세를 선보였다. 검을 쥔 채로 오른손과 왼손을 쭉 내뻗어 교차하였다. 오른손에 쥐어진 검은 왼쪽을 향하며 대지와 수평으로 겨누어졌고, 왼손에 쥐어진 검은 오른쪽을 향하며 하늘을 찌를 듯이 겨누었다. 동쪽의 섬나라에서 유래된 이도류와는 근본부터가 다른 자세 앞에 스카디는 호기심이 깃든 눈빛을 감출 수 없었다. "간다!" 호쾌한 외침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고, 자드키엘은 땅을 박차며 스카디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무서운 기세였다. 맹수가 가녀린 짐승을 덮치듯 그녀를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간 그가 하늘로 치켜들었던 두 검을 동시에 내리찍었다. 치잉! 금속이 거칠게 맞부딪치는 소리가 정상의 하늘을 울렸다. 험한 기세로 떨어진 두 검을 바라보며 스카디는 피하기보다 두 손에 쥔 하나의 검에 모든 힘을 담아서 오히려 쳐내버렸던 것이다. 사악! 공격을 막은 것에 그치지 않고, 격돌의 충격으로 살짝 공중에 떠있는 자드키엘을 향해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시린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친다. 그 안에 살기를 머금은 얼음의 카르마가 숨어있었다. + 사실 이번 화는 어제 새벽 4시쯤에 완성했지만, 잠이 너무 오는 가운데 멍한 정신으로 퇴고는 할 수는 없어서, 맑은 정신에 퇴고를 하기 위해 오늘 일어나서 퇴고를 하고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다음화부터는 조금 전개를 빨리 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발하라에 가서도 할 얘기가 많은데 너무 지체된 듯 하군요. 어쨌든 추천도 받고, 기분 좋은 주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도 즐거운 주말이 되셨으면 합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로리지온2006-01-14 14:43:24 [del] 엄머 나도 몰르는사이에 1등?[헐?] 건피르요 2 키보드마왕2006-01-14 14:45:52 건피~ㄹ요~ ㅋㅋ 3 카이렌2006-01-14 14:47:39 음.. 스카디와 자드키엘의 전투로군요... 자드키엘.. 너무너무 멋지고 맘에 듭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4 朔月2006-01-14 14:54:21 자드키엘 역시 멋집니다. 악마 주에서 스콜 다음으로 괜찮은 캐릭터. 건필하십쇼. ^^ 5 朔月2006-01-14 14:54:44 에궁. 또 오타네. 악마 중입니다 6 백발검귀2006-01-14 14:54:58 ㅋㅋㅋ 자드키엘도 멋지네요~!! 건필요~!! 7 곤2006-01-14 14:59:10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8 김백호2006-01-14 15:05:25 로리지온님, 하하하, 1등,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아이디에서 어마어마한 카르마가 느껴지는군요. 키보드마왕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카이렌님, 그렇죠. 아무래도 오만의 도시 출신 악마들은 다른 악마들보다 강하고, 특유의 교오함과 야망으로 뭉쳐있으니 멋진 요소가 많죠. 삭월님, 사실 자드키엘의 활약이 별로 없었죠. 그리고 주인공과 가장 비슷한부류이기 때문에 자드키엘이 +a를 받는거라 생각합니다. 백발검귀님, 말씀 감사합니다. 네, 멋있게 그리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겠습니다. 곤님, 감사합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도 오늘 하루는 놀고, 내일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9 Hernesto2006-01-14 15:06:07 조회수 50에 보는 ㅎㅎ; 아스크를 빨리보는건 처음인거 같네요 '' 잘 읽고 갑니다~ 10 아미델린2006-01-14 15:17:05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 11 데스카2006-01-14 15:30:17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자드키엘의 제대로 된 전투신이라군요. 벨리알때도 제대로 안나왔는데 이제야....ㅜ.ㅜ 이번화에 부족한 부분있습니다. 소피아는 왜 없나요? 소피아는 각화마다 넣어주시면 좋겠는데... 소피아가 가장 좋아요!!~!! 소피아 사랑해요~!~~!~!~!!~ 수고하세요. 연참대전 열심히 하세요. 내일 휴일 잘 쉬시고요. 12 매너모드2006-01-14 15:33:52 자드키엘 좋아요 좋아~ ^^ 13 닥2006-01-14 16:02:44 건필하세요^^* ㅋ똥꼬는 언제쯤 뛰어 올라나~ㅋㅋ 14 수희2006-01-14 17:57:15 몇시간전부터 읽기 시작해서 결국 여기까지...^^ 앞으로도 쭈~~욱 좋은글로 뵈었으면 하네요 15 dragon-def2006-01-14 19:20:51 잘보고갑뉘다~ 16 엘렌드2006-01-14 20:10:10 자드키엘 멋져요~ 17 노란병아리2006-01-14 21:27:13 ㅎㅎㅎㅎㅎㅎ ㅌㅌㅌㅌㅌㅌㅌ 병아리 발자국 남겨요 18 쾌인2006-01-14 22:32:14 아 재밌네요~ 소피아는 다음편에..^^?? 건필하세요!! 19 김백호2006-01-14 23:42:21 Herensto님, 하하하, 올리는 시간대가 조금 늦었죠. 아마 다음화부터는 다시 새벽에 올려드릴 것 같습니다^^ 아미델린님, 감사합니다. 조금 걱정했던 부분인데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정말 뿌듯하군요. 주말 잘 보내세요. 데스카님, 네, 그렇습니다. 2권부분에 나온 자드키엘, 처음, 전투신다운 전투신을 시작하려하고 있죠. 그리고 소피아가 무슨 텔레포트를 익혔습니까! 어떻게 고성에 있는 소피아가 나올 수 있습니까! 버럭! 매너모드님, 후훗, 자드키엘, 참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그동안 붕대때문에, 별로 활약을... 닥님, 하하하, 듀란이랑 프레키는 열심히 달려오고 있습니다. 자드키엘이 워낙 믿음직해서 별로 도움은 안될 것 같습니다. 수희님, 네, 아무쪼록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글이 되도록 열심히 집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ragon-def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렌드님, 아마도 다음화에도 자드키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자드키엘에게 보이지 않은 수가 있죠. 노란병아리님, 그러고보니 노란병아리님이 아스크 제일 처음에 댓글을 남겨주셨던 걸로 기억이 나는군요. 역시 헛소문이 아니었습니다. 쾌인님, 아직은 자드키엘이 나와야 합니다. 싸우다가 끊으면 좀 이상하잖습니까! 아무래도 아스크 -스콜을 쫓는 여우-라는 소설을 만들어야 할듯 싶군요. 20 데스카2006-01-15 00:55:06 그냥 소피아로 다 채워달라는 뜻으로 한 말이에요...^^ 자드키엘은 소피아 옆에 있을때 싸우라고 하시고. 저번에도 말한것과 같이 소피아 출연비중이 낮아요. 매화 출연을 시켜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소피아는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소피아를 매화 출연시켜라!!!!~!!@~!~~!!~~! 21 김백호2006-01-15 01:18:37 후훗, 지금도 소피아의 출현비중을 늘리는 것 때문에 스토리가 조금은 망가져버렸습니다. 원래 자드키엘과 스콜이 고성에 올라갔어야 하는데, 지금도 소피아의 출현을 최대한 늘린 거랍니다^^ 22 질라르디노2006-01-15 10:54:21 오호~ 연참대전이면 매일마다 아스크를 볼수있다는 뜻인가요??ㅋㅋ 23 블래스터2006-01-15 11:45:28 ㅎㅎㅎ 24 60일탈출2006-01-15 16:39:08 헬로 큭큭. 아 소피아때문에 자드키엘이 좀 뒤쳐진 거구나.. 뿔쌍해라 25 同安2006-01-15 17:53:29 그동안 잊혀져가던 캐릭터 자드키엘.. 이렇게 멋있게 나오는군요.. 오늘도 잘 보구 갑니다.. 26 김백호2006-01-15 22:23:53 질라르디노님, 아쉽게도 일요일은 쉽니다-_-;; 블래스터님, 웃음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궁금합니다! 60일탈출님, 네, 비하인드 스토리죠. 안 그래도 활약률이 저조한데 이것 때문에 자드키엘에게 볼 면목이 없군요. 동안님, 아닙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화에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27 몽몽2006-01-16 16:36:56 잘보고갑니다^^ 28 소검무제2006-01-16 23:27:20 잘 보고 갑니다. 29 켄파치2006-01-17 20:36:24 검 두자루를 쓴다면 이도류가 아니라... 쌍검술이 아닐런지요? 30 날랭2006-01-19 00:23:16 흠흠... 자드키엘이 이제 활약하려는가 보군요.. 기대하겠습니다. ^^ 31 Σ비호란™2006-01-20 19:37:27 잘보고갑니다^^ 32 창공의바람2006-01-24 08:27:49 ㅋㅋㅋ 발할라를 어떻게 묘사하실지 궁금하네요 북구신화에 대해선 아는게 별로 없어서... 33 김백호2006-01-24 08:31:49 현재로서는 최대한 동화적으로 묘사할 생각인데, 워낙 변덕이 심해서 확실하게는... 34 절대꼭미남2006-01-28 05:59:59 동쪽에 섬나라 하니 생각나는건 왜... 왜 일까;;; 건필하세요 35 破邪神劍2006-01-31 02:21:28 자드키엘 녀석 제법 멋있네요 ㅎ 36 巨時期2006-02-04 22:26:08 하핫. 잘 읽고 갑니다. 37 카미드2006-02-22 19:16:00 검면이 두개인 검..... 어디서 본 기억이 있네요. 웃음. 투명한 검신이였어요 38 火狼2006-02-22 21:50:39 자드키엘도 한명의 주인공 같다는.. 39 김백호2006-02-23 00:05:39 우선 칼날이 두개인 검은 소드 브레이커종류의 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이라죠. 그리고 자드키엘도 비중이 적은 녀석은 아니죠.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7화 [48]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5화 [59]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16 00:33:59 고친날 2006-01-18 00:24:23 읽은수 2018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7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스카디가 휘두른 검에서 얼음의 칼날이 쏘아졌다. 입고 있는 검은 정복에 달린 단추 하나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자드키엘은 대기에 흐르는 공기를 차며 그녀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슈욱! 잿빛 늑대의 날카로운 송곳니는 은빛 여우의 목을 물어뜯지 못하고, 허망한 하늘만을 갈라놓았다. 그만큼 여우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그러나 늑대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늑대는 맹공을 펼쳐,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쉴 새 없이 목 줄기를 물어뜯으려고 덤비는 늑대를 피해내기 위해 뒤로 확 젖혀진 여우의 가슴을 향해 왼손에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치익! 여우는 텀블링을 해서 늑대와의 간격을 벌리려 했지만, 심장을 베어낼 듯 깊숙이 휘둘러진 검 탓에 허벅지를 베이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물러서게 되었다. "으윽! 제법이군요!" "이제 시작이라니까!" 입고 있는 순백의 깃털 옷, 하늘거리는 치마부분이 허벅지에서 터져 나온 핏줄기에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인간이란 증거다. 늑대는 붉은 핏자국을 노려보며 한번 노린 먹잇감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포효하며 두 자루의 검을 휘둘러 그녀를 극한까지 몰아붙였다. 스카디는 현란하게 휘둘러지는 두 자루의 검을 정신없이 막아내면서도 눈빛만은 죽지 않았다. 늑대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기회는 있다!' 하늘과 대지를 수평으로 갈라놓을 듯 휘둘러진다. 공간을 깨부수듯 찔러 들어온다. 두 자루의 검이 가진 기세는 자드키엘이 늑대 중에 최고의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를 없애고 있었다. 허나, 그가 사냥꾼이라면 그녀는 사냥꾼을 잡아먹는 구미호였다. '지금이다!' 한순간의 빈틈, 자신의 심장 쪽으로 찔러 들어오는 칼날을 작은 움직임만으로 피한다. 왼쪽 팔뚝이 가볍게 스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피한 스카디는 다음 검이 떨어지기 전에 앞으로 한발을 내딛으며 그와 딱 붙어버렸다. 이로써 공격의 흐름은 끊어졌다. 그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바짝 붙어버려서 다음에 이어질 공격을 완전히 무산시켜버린 스카디는 왼손으론 자드키엘의 목을 휘어감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아 더욱 몸을 밀착하며 오른손에 쥔 검을 그의 종아리에 박아버렸다. 살갗을 뚫는다. 근육을 갈라놓는다. 검극은 종아리를 관통해서 쑥 빠져나와 땅에 박혀버렸다. "크윽!" 자드키엘의 거칠어진 숨소리가 그녀의 이마에 닿는다. 스카디는 잔인한 미소를 그리며 종아리에 박힌 검을 비틀었다. 피가 터져 나온다. 검은 피가 터져 나온다. 그가 악마라는 증거였다. 자드키엘은 종아리를 관통해버린 칼날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고, 밀착해있던 스카디는 그를 놀리려는 심산인지 자드키엘의 턱에 살짝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검은 그대로 꽂아둔 채 다시 텀블링을 해서 그와 떨어졌다. "자, 각오하십시오!" 그녀가 두 손을 마주잡은 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직선으로 이동하는 룩이 강인한 육체를 뜻한다면, 사선으로 이동하는 비숍은 드높은 정신력을 뜻한다. 그렇기에 직선과 사선으로 전부 이동할 수 있는 퀸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크으윽!" 모든 것은 눈부신 빛이 번쩍하는 사이에 일어나버렸다. '아차'하는 순간 자드키엘의 가슴을 향해 송곳처럼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박혀버렸다. 검은 핏줄기가 하염없이 쏟아져서 흙먼지만 가득한 대지에 양분이 되고 있었다. "크윽, 재미있군." 자드키엘은 왼손에 있는 검을 땅에 박아버리고, 가슴에 박혀버린 얼음조각을 부시고, 종아리를 꿰뚫고 박혀버린 검 역시 뽑아버렸다. 피가 콸콸 쏟아진다. "받아라." 순식간에 지독한 상처를 두개나 얻었다. 자드키엘은 그녀의 손에 검이 없다는 사실은 관심조차 없는지 방금 종아리를 꿰뚫었던 검을 그녀에게 던져버렸다. 그 검을 받아든 스카디는 당연히 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의 검을 왜 주는 거죠? 제가 검이 없으면 당신이 유리한 건 당연한 일인데, 어째서 스스로 유리한 입장을 버리는 거죠?" "크큭, 그런 거였냐? 관심 없다." 말도 안 되는 여유였다. 비록 그녀도 상처를 입긴 했지만, 허벅지의 상처와 왼쪽 팔뚝을 스쳐간 상처는 깊지 않았다. 그러나 자드키엘의 가슴과 종아리에 난 상처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오만방자하군요." "글쎄,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방금 하나를 깨달았거든." "그게 무슨 말이죠?" "검술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는 지난날 연회장에서 깊은 부상을 입어서 검으로 접하는 실전은 처음이었다. 그렇다보니 부족한 실전경험에서 그려진 움직임을 펼칠 수밖에 없었는데 그녀에게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간다!" 그 말을 던지며 극심한 부상에도 자드키엘은 공기를 밟으며 스카디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어차피 땅을 밟지만 않는다면 종아리의 부상 따위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통증만 이겨낼 수 있다면 가슴을 꿰뚫려버린 부상 따위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나에게 남은 건 부상이 아니라, 오직 공격뿐이다!' 달려오던 그가 두 발로 공기를 힘껏 차며 양손에 쥔 두 검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그 상태에서 온몸을 회전시키자 그녀에게 향해있던 두 칼날이 무섭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호오!" 확실히 막아내기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기세였으나, 명중률은 그다지 높지 않아보였다. 단순한 직선공격에 맞을 정도로 그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의 공격을 흘려버리기 위해 옆으로 살짝 피한 스카디, 검과 함께 회전을 하는 자드키엘의 신형은 그대로 날아가는 듯 했으나 그건 그녀의 철저한 오산이었다. 타악! 무섭게 회전하며 돌진하던 그의 신형에서 생각지도 못한 발길질이 날아왔던 것이다. 그것은 방금 전 그녀가 그러했듯 검술뿐만 아니라 전신을 활용한 공격이었다. 자드키엘이 내뻗은 발에 정통으로 가슴을 맞아버린 스카디는 뒤로 쭉 밀려났지만,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쥐고 있던 검 하나를 그녀를 향해 던져버렸다. 챙!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검을 보고 얼른 정신을 차려 쥐고 있는 검을 치켜들어서 힘껏 쳐내버린 스카디의 앞에 어느새 자드키엘이 다가와 있었다. 바로 눈앞에 다가온 자드키엘, 그는 방금 검을 던져서 빈 왼손으로 스카디의 턱을 잡아당기더니 그녀의 입술에 깊은 키스를 했다. 키스를 하며 남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배에 검을 박아 넣는다. 푸욱! 박힌 검을 비틀자 스카디는 자드키엘과 입술이 맞닿은 상태에서 거칠게 피를 토할 수밖에 없었다. "크큭, 숙성이 오래된 피라 꽤 맛있군!" "이익!" 배를 찔렸는데도 농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치욕적이었는지 한발을 들어서 자드키엘을 차버린 스카디는 떨어지는 그의 몸과 함께 비틀어진 채 뽑혀진 검 때문에 두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허억!" 이번에 입은 상처는 아무래도 쉽게 볼 수 없는 상처였다. 스카디는 충혈 된 눈빛으로 뒤로 떨어져나가면서도 여전히 대기 중의 공기, 정확히는 대기에 흩어진 먼지를 밟고 오만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자드키엘을 노려보았다. 착각인지는 몰라도 싸우는 도중에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그가 공격을 해왔을 때는 비록 험난하긴 했지만, 두 검만을 사용해서 덤벼왔기에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방금 전의 공격은 악랄하다는 평이 어울릴 법한 공격이었다. 그녀가 부린 기술을 보고 실전에서 단번에 응용을 한 것이다. 무서운 자였다. "스카디님, 이후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탐욕의 악마들 중 하나가 앞으로 걸어오며 말을 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드키엘, 욕심 같았으면 승부를 끝까지 내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악마였지만, 마몬에게 받은 명령을 무시하면서까지 자신의 욕심을 채울 수는 없었다. 그로 인해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어 버렸다. "저의 패배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신은 여기서 죽습니다." 그녀는 승부에서 졌음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죽음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수백이나 되는 악마들을 상대해서 버틴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흥, 패배한 암캐주제에 입은 살아있군!" "……." "좋다! 덤벼라! 전부 죽여주마!" 이 얼마나 무모한 자인가? 스카디에게 입은 상처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 몸이 멀쩡한 상태에서도 수많은 악마들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도 그는 자신에게 덤벼들려는 악마들을 조롱하고 있었다. 탐욕의 악마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덤비라는 그의 말이 없었더라도 일족의 배신자를 죽이려고 단번에 달려들 기세였는데 기름까지 부어진 것이다. "배신자 놈이! 죽어라!"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멍청한 놈!" 선두에 있던 십여 명의 악마들은 각각 한 마디씩을 내던지며 자드키엘에게 달려들었다. 악마들의 손톱과 칼날이 그에게 박히려는 지금 자드키엘은 여전히 여유롭게 비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멍청한 건 네 녀석들이다! 7층의 악마를 얕보지 마라!" 그 말과 함께 공중에 떠있던 그의 몸에서 황금빛의 카르마가 폭발했다. 눈부신 빛과 함께 흙먼지가 일어난다. 거친 소용돌이가 솟구친다. 소용돌이가 빗은 먼지로 주변은 눈으론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먼지가 가라앉은 잠시 후, 수많은 악마들에게 둘러싸인 자드키엘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 깃털이 달린 날개, 여섯 방향을 뻗은 총 3쌍의 날개를 활짝 펼친 자드키엘의 모습 앞에 덤비려고 앞으로 왔던 악마들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깨달았냐? 멍청한 것들! 강식이다!" 강식!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악마에게 있어서 일곱의 절대정의 중에 과반수이상을 범한 자들은 자드키엘보다 약할 경우 예외 없이 강식의 노예가 돼야만 한다. 선량한 인간에게 있어선 쓰레기나 다름없는 기술이었지만, 적어도 이곳에 있는 악마들에겐 그 무엇보다 무서운 기술이었다.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온 황금빛 카르마가 주위를 덮쳤고, 앞서 달려들던 악마들의 손에 하나같이 번개모양의 기묘하게 꺾인 검이 쥐어져버렸다. "으아악!" "저리가! 아악!" 그에게 덤벼들려던 십여 명의 악마들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자드키엘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그들은 강식의 노예가 되면서 더욱 강해졌다. 지난날 죄악의 붉은 달이 떴을 때 용병양성학교의 학생들을 강식의 노예로 만든 적이 있었다. 그 때 강식의 노예가 되었던 햇병아리 칸디둠들은 전장의 용병으로 이름을 떨치는 루테올룸들마저도 꺾을 정도로 강해졌었다. "가라! 나의 노예들이여! 미친 듯이 싸우다 죽어라! 크크큭!" 자드키엘의 잔혹한 명령이 떨어지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십여 명의 악마들은 무엇인가 거대한 공포와 싸우듯 눈을 까뒤집고, 이를 악물며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료였던 악마들을 향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장면에 스카디는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7층의 악마가 다른 악마들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얘기는 지옥에 사는 자라면 다 알기에 그녀도 숙지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허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제야 그녀는 각 층마다 수 천 명이나 되는 날개 없는 악마들이 겨우 108명밖에 되지 않는 7층의 악마들, 즉 루시퍼와 릴리스 사이에서 나온 날개를 가진 악마들에게 왜 주눅이 드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드키엘을 찢어죽일 듯이 노려보던 악마들이 그의 개가 되어서 거품을 물고, 보이지 않는 공포에 쫓겨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지금 악마들에게 대항하는 중간대륙에 사는 자들 중에 일대다의 싸움에서 가장 능한 자라 하면 스콜을 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모든 생명체를 파멸로 이르게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스콜의 기술이 함부로 펼칠 수 없는 기술이라면, 자드키엘의 강식은 그 효율성에서 아슈켈론을 멀찌감치 떨쳐버리고 있었다. 그는 적을 아군으로 만든다. '어쩌면 오만방자했던 건 그를 얕보고 있던 우리들이었는지도 모르겠군.' 벌써 산맥을 내려가서 중간대륙의 인간들을 일방적으로 도살했어야 할 악마들이 자드키엘이란 자 하나 때문에 꽁꽁 묶여버렸다. 이게 현실이었다. 그보다 약하고, 악마라면 강식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곳은 끝없는 무기창고나 다름없었다. 딱 잘라 말해 그의 카르마가 소진될 때까지 그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동료들을 죽여야 했다. 그렇게 지속된 시간이 10여분, 어느덧 산의 정상으로 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악마들끼리 치고 박는 중심에 화려한 3쌍의 검은 날개를 펄럭거리면서도 카르마의 소진이 극에 이르렀는지 거친 숨을 내쉬는 자드키엘이 보였다. "이야~ 많네." 왼쪽 뺨에 작은 흉터가 있는 남자, 흥분으로 일렁거리는 검푸른 눈동자가 수많은 악마들을 바라보며 햇살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옆에 있던 귀공자처럼 생긴 남자는 그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별로 많지도 않네." "많지 않다고? 애가 솔직하지 못해! 봐봐! 많잖아!" "그래서?" 귀공자처럼 생긴 남자는 곱지 않는 눈매로 전장이 되어버린 정상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등을 보이겠다는 거냐?" "미쳤냐! 그냥 많다고! 자드키엘을 구해야지!" 귀공자의 말에 옆에 있는 남자는 어리 숙한 표정과는 반대로 결의에 차있었다. "그게 가능하다고 보냐?" 냉철한 눈빛으로 전장을 바라보고 있던 귀공자가 나직이 물었다. 그 말에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옆에 있는 남자가 대답했다. "아마도 어렵겠지." "알긴 아는군. 허나 귀족은 절대 적에게 등을 보이지 않는다!" "끝까지 귀족타령 하네! 어쨌든, 그럼, 죽으러 가볼까?" "죽으러? 흥, 그거 마음에 드는군. 가자! 죽으러!" 그렇게 대답하며 황금빛 늑대가 달렸고, 검은 늑대도 비소를 지으며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전장을 향해 망설임 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 오랜만에 막힘없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전 이런 류가 확실히 좋군요. 이번화에서 아마도 스콜과 자드키엘의 성격이 갈리는 화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자드키엘은 저의 전작인 붉은 서풍(Bloody Zephyr)의 주인공의 성격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그렇다보니 비교적 얌전한 글인 아스크와는 달리 전작은 상당히 하드코어적인 성향이 짙죠. 아쉽게도 출판계약이 꼬이는 바람에 4권에서 미완으로 끝내버려서 지금 당장은 손을 못 보지만, 언제 기회가 되면 붉은 서풍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다음화는 다시 주인공 스콜의 이야기가 그려질 것 같습니다. 도박은 최대한 빨리 끝내고, 발할라로 떠나야겠죠. 너무 지체돼버렸군요. 발할라 이야기가 꽤나 많은데 걱정입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빨간머리2006-01-16 00:37:20 [del] 오오오~~ 잘 보고 갑니다~~ 스콜이 보고파요~ 2 라타니엘2006-01-16 00:43:57 자드키엘도 멋지군요 건필하세요 3 데스카2006-01-16 00:44:3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화 소피아가 나오는군요~!!~!!~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강합니다. 아~ 소피아 꿈에 그리던 소피아가 내일 나오는군요...^^ 뭐 자드키엘도 썩 나쁘지는 않지만 '남자'라는게 문제라면 문제. 스카디도 역시 나쁘지는 않지만 소피아에 비해서 떨어지는건 당연지사. 크크크..그러므로 소피아가 최고입니다!!! 건필하세요..^^ 연참대전 파이팅!!! 4 크리노아2006-01-16 01:11:36 잘 보고 갑니다~ 5 조은세상。2006-01-16 01:16:29 오오 역시..주인공 혼자 독주가 아닌 주변 애? 들도 충분히 멋집니다..ㅎㅎ 연참대전 너무좋아요~ 완주기원드려요^^ 6 닥2006-01-16 01:17:17 건필하세요^^* 못 먹어도 고고~~~!!!ㅋ 7 deathray2006-01-16 01:20:02 [del] 주인공이 연속으로 안나오다니.. 다음화에 나온다니 기대되는군요.. 그럼.. 건필하세요. 8 김백호2006-01-16 01:37:58 네, 빨간머리님, 다음화부터 다시 스콜이 복귀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스콜 스케줄이 빡빡하군요. 라타니엘님, 감사합니다. 자드키엘이 제 개인적으론 힘 주고 있는 등장인물입니다. 미스텔테인을 제외하고 스콜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할 수 있죠. 데스카님, 하하하, 언제 데스카님을 위해서 소피아 실베스트르 초상화를 하나 그려야겠군요. 제가 예전에 그림을 조금 그렸죠. 군대에서는 고참들 때문에 야한 그림도 제법 그렸답니다!! 크리노아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은세상님, 네, 이점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스콜에게 몰입이 되다 보니, 되도록이면 프레키와 듀란, 자드키엘의 개성을 더 살리고 싶은데, 기회가 잘 없네요. 닥님, 네, 못 먹어도 고하겠습니다. 사실 요즘 퇴고에 흔들렸었는데 부족한 점은 많지만, 그래도 끝까지 달려보겠습니다. Deathray님, 하하, 너무 기대는 하지마세요. 스콜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마몬편은 화끈한 장면보다는 일단은 대화로서 거의 풀어간다고 보면 되니까요. 후훗, 베헤모스랑 싸울 땐 아주 멋진 신이 준비되어있습니다. 9 쾌인2006-01-16 01:42:10 아.. 왠지 자드키엘한테 꽂히는데요??^^ 멋져요^^ 좋은 케릭터같아요^^ 건필핫에ㅛ!! 10 카이렌2006-01-16 01:59:02 아아.. 자드키엘... 전율입니다.. 순간 소름이 확 돋네요. 너무 멋집니다. 잘 보고 갑니다. 11 주정2006-01-16 02:27:25 아아.. 정말.. 다들 멋진 놈들이군요. 요번 편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특히나 전투장면이 머릿속에 연상 돼는것이 캬~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너무 많네요. 아아 다 가지고 싶습니다 그려 -_-ㆀ 12 주정2006-01-16 02:31:09 그런데, 갑자기 생각난건데 말이죠 발라스칼프 가문이랑 힐드스칼프 공작이랑 무슨 연관이라도 있나요? 아니면 그냥 XX스칼프 라고 하는게 유행? 13 김백호2006-01-16 02:43:30 쾌인님, 감사합니다. 장면이 잘 나온 것 같아서 흐뭇하군요. 전투장면은 앞으로 더욱 더 신경써서 집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좋은 캐릭터는 아니죠. 자드키엘은 어디까지나 악마라죠. 카이렌님, 하하하, 네, 활약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죠. 목표 자체만 두고 본다면 스콜(황혼을 쫓는다!)이나 듀란(공주를 지킨다!)의 목표보다 더 매력적일 수도 있는 게 자드키엘(신이 된다!)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정님, 댓글도 감사히 읽었습니다. 요즘 부담감 때문에 글이 조금 어려웠는데 오랜만에 즐겁게 써서 개인적으로 만족한 화입니다. 그리고 발라스칼프는 북구신화에서 오딘의 궁전 이름입니다. 힐드스칼프는 궁전에 있는 옥좌의 이름이죠. 즉 발라스칼프는 황제의 방패가 되어 안위를 도모하고, 힐드스칼프는 황제를 현명하게 보좌하는 역을 맡고 있죠. 물론 힐드스칼프공작은 정치와 경제면에서 매우 뛰어났던 인물입니다. 다만 전쟁에 처음 참여한 게 화근이었죠. 14 문휴2006-01-16 02:48:06 드디어 연재해놓으신 분량까지 따라잡았네요...후우~ 다른 글들의 평균 스크롤에 비해 분량이 상당하셔서 하루에 마물은 힘들었다는....... 그래도 틈만 나면 붙잡는 .... 오우~~~~ 더더욱 건필하시구... 오래오래 봅시다^^ 15 ENA2006-01-16 03:07:06 앗 김백호님이 붉은서풍 블러드제피 쓰신분이였구나.. 블러드제피 재밌게 봤었는데..어느날 잊혀진 -.,-; 16 술취한폐인2006-01-16 04:26:35 조아라에서 전에 붉은서풍을 본 것 같은... 17 매너모드2006-01-16 07:44:29 카드키엘...왠지 여왕님타입 -_- ㅋㅋㅋ 18 朔月2006-01-16 09:10:38 자드키엘 역시 멋진 녀석입니다. 그것보다 왜 스콜 녀석은 '악마' 주제에 강식이란 삐까번쩍한 기술을 쓸 수 없는 겁니까아아아앗!! 19 60일탈출2006-01-16 12:14:07 헬로 아고 우리 자드키엘 그 동안 얼굴만 내밀다가 좀 싸우니 좋겠구만 큭큭 나중에 그의 바람대로 될지 궁금하네 20 천심天心2006-01-16 12:42:48 정말 감동입니다... 이틀전 새벽까지 이것만 읽었습니다 =0=ㅋ 21 엠프티니스2006-01-16 13:03:49 ㅇㅇㅇ??? 22 The[劍]2006-01-16 13:17:17 너무 재밌네요^^ 건필하십쇼~ 23 血死魔人2006-01-16 13:17:54 흐음.. 프레키와 쪼끔 비슷하게 기연을 얻..[탕] 연참하세요 `` 24 데스카2006-01-16 13:53:28 그런데요. 자드키엘이 왜 벨리알때는 강식을 안사용했나요? 이제와서 생각이나네요??? 그리고 소피아 그림 그려주시면 아주 아주 감사하겠습니다.하하하 소피아 그림을 LLS의 영광의 상징으로~ 25 수희2006-01-16 14:56:43 순간 미스텔테인이 그립다는....^^;; 26 질라르디노2006-01-16 15:31:01 ㅋㅋ 재들이 싸우다 말고 뭔짓하는겨?ㅋㅋ 27 노란병아리2006-01-16 16:17:25 숙성이 오래된 피가 ..맛있어요?? 0,0 오오 신기. 28 몽몽2006-01-16 16:40:20 잘보고갑니다^^ 29 아미델린2006-01-16 16:52:46 악마들에게는 맛있지 않을까요 -0-;; 포도주도 오래 숙성되면 맛있잖아요;; [퍽] ㅎㅎ;; 암튼 건필하세요 ^^~~~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30 챌린저a2006-01-16 18:13:11 아~~! 역시... 오늘도 올려주셔서 감사 합니다. 김백호님! 아스크의 멋진 점이라면 동료들도 아주 멋지게 나온다는 거죠. ㅎㅎ 다른 작품중에는 주인공만 엄청나게 부각되어 있는것이 많은데... 저는 그게 왠지 별로 안 내키더군요. 31 꾸녀기2006-01-16 19:20:52 왠지 자드키엘이 스콜보다 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는.. ㅋㅋ 32 백발검귀2006-01-16 20:28:53 얼른 도박을 이기고 발할라로 떠날수 있기를~~! 건필요~! 33 풍검성가2006-01-16 21:15:27 [del] 백호님 할룽~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나서 ㅎㅎ; 요즘 시장서 장사한다우; 먹고 살려니(먼산) 와우 대단한 전투씬 >< 특히 싸우다 말고 키스하고 피빨아먹는 장면에선 전율이 쫙 ㅎㅎㅎ 역시 이런 쪽으론 전문이다...란 겁니까; 아스크 다 읽어봐야 하는데, 요즘은 내 글 쓸 시간도 부족한지라 ㅜㅜ 그렇다고 백호띠처럼 글이 술술 잘 써지는 타입도 아니고; 하지만 이번편 보고나니 왠지 저도 의욕이 샘솟네요. 더욱 성장하셨군요. 출판쪽도 잘 처리되길 바래요. 아, 출판하게 되면 싸인해서 책 한권 보내줄 거죠 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 기대할께요. 34 Urim2006-01-16 21:15:41 똥꼬와 재수없는 귀족녀석도 결국은 늑대가 되어버렸네요. 황혼을 쫓는 늑대는 그 자신을 쫓는 자들을 한마리의 늑대로 바꿔버리는 능력이 있나 봅니다. 35 同安2006-01-16 23:30:37 자드키엘~ 조넨 멋있는거다~~ 오늘도 즐겁게 보구 갑니다~~ 덧붙임..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뭐 택흘은 아니구요.. 맨 앞부분에 자드키엘을 은빛 늑대라고 하시고 스카디를 담갈색 여우라고 하셨는데.. 스카디 = 얼음의 칼날 = 순백의 깃털 옷 = 은빛 여우 이런 식의 전개가 통일적인 이미지를 주지 않을까요? 자드키엘을 은빛 여우라 하셨지만 자드키엘과 흰색, 은색 뭐 이런색이 연상되는 내용이 전혀 없어서.. 그냥 개인적인 느낌이었습니다.. 36 소검무제2006-01-16 23:32:38 잘 보고 갑니다. 37 김백호2006-01-17 02:55:56 문휴님, 수고하셨습니다. 어느새 제가 적은 분량이 그 정도가 되었군요. 개인적으론 뿌듯하군요. 저도 오래오래 뵙고 싶지만, 벌써 절반을 넘게 걸어왔답니다. ENA님, 저도 그점은 항상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붉은 서풍을 미완으로 끝내버린 점, 그래서 출판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스크에 더욱 애착을 가지고 붙잡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술취한폐인님, 하하, 그런가요? 3년 전 글이라서 잊혀진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몇몇분들이 기억해주고 계시군요. 매너모드님, 네, 스카디와 자드키엘, 둘 다 여왕님타입이죠. SM에 능한 남여죠. 나름대로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삭월님, 후훗, 악마라고 전부 '강식'을 사용한다면 자드키엘의 메리트가 너무 떨어지겠죠. 7층의 악마중에서도 극소수만이 '강식'을 쓸 수 있죠. 게다가 스콜은 정확히 따지자면 과거의 기억은 없죠. 천심님, 말씀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동입니다^^ 엠프티니스님, 의문의 이모디콘, 해석불가능입니다-_-;; 60일탈출님, 아마도 자드키엘이 그 바람을 끝까지 간직하게 된다면 마지막엔 스콜과의 격톨을 피할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The[검]님, 감사합니다. 건필토록 하겠습니다. 혈사마인님, 말씀을 끝까지 해주세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궁금합니다ㅠ.ㅠ 데스카님, 그때는 스콜의 활약을 위해서 자드키엘이 양보했죠.(이게 대답이 된다고 생각하냐! 퍼억!) 수희님, 네, 다음화에 미스텔테인이 나온답니다. 물론 대사는 없습니다. 이해바랍니다-_-;; 질라르디노님, 뽀뽀하고 있죠. 전장에서 피어나는 사랑이라고 할까요? 노란병아리님, 저도 이 대사를 쓰면서 고민을 했습니다. 실제로 맛있는 건 아니고, 놀린다고 해야 할까요? 악마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고기와 피는 갓난아이입니다. 몽몽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아미델린님, 히히, 포도주와 피는 엄연히 다르죠. 아마도 피로 담군 리큐르같은 건 오래되도 맛있을 것 같지만, 생피는 오래되면 간이 세상의 풍파에 찌들어서 별로일듯 합니다. 챌린저a님, 이점은 조금 어려운 점 같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동료들만 나오게 된다면 주인공이 주인공같지 않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주인공만 부곽되면 그야말로 먼치킨이죠. 꾸녀기님, 아무래도 카리스마로만 따진다면 자드키엘쪽이 스콜보다 높지 않을까요? 다만 스콜은 인간과 함께 생활을 해왔기에 같이 잔인한 행동을 하더라도 더욱 처절하다는 느낌이 있죠. 백발검귀님, 네, 어서 서둘러서 떠나야겠습니다. 마몬이라는 짐부터 정리를 해야겠죠. 승혁님, 저도 전투신만 잘 써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비밀번호 변경신청을 했는데, 계속 해도 메일이 안와서 아예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바람의 인도자 보고 싶습니다. 3편이나 떴던데, 게다가 제목을 보니 단이랑 아르비콘이랑 싸우는 신 같은데, 이건 회원탈퇴해서 재가입도 못하고 답답하군요. Urim님, 네, 4마리의 늑대죠. 핏빛 늑대, 잿빛 늑대, 흑빛 늑대, 황금빛 늑대죠. 갑자기 울프스레인이 떠오르네요. 거기서도 분명히 4마리의 늑대가 낙원을 쫓았는데... 동안님의 의견, 정말 감사합니다. 단순히 머리색으로 표현을 했는데, 확실히 떠오르는 이미지로 색을 부곽시키는 편이 나을 것 같군요. 아마도 자드키엘은 잿빛 늑대가 되고, 스카디는 은빛 여우로 내일 바로 수정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술 한잔 했더니,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잠이 와서 얼른 자야겠군요. 다시 한번 소중한 의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검무제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38 날랭2006-01-20 14:17:37 아하~~~ 자드키엘이 검은 날개를 쫙 펼치는 장면이 멋지군요..!! 강식이란 기술은 아무래도 손이 덜가는 (?) 기술이라는 점이 마음에 드네요 ^^ 바쁜일이 우선 해결되어서 들어왔습니다. 건필하세요~ 39 Σ비호란™2006-01-20 19:42:48 잘보고갑니다^^ 40 넬드라드2006-01-22 15:02:08 사기다! 41 창공의바람2006-01-26 10:25:31 크아~~ 자드키엘 카리스마가 압박~~ 42 절대꼭미남2006-01-28 06:09:17 카르마 채워주는 물약이나 포션 없나 -_- 그럼 무한 강식이... 건필하세요 43 아왜2006-01-28 20:40:44 아... 붉은서풍 쓰신 분이셨군요..; 44 破邪神劍2006-01-31 02:26:43 잠이 쏟아지는군요.. 오늘은 여기까지 읽어야겠습니다^^ 그럼 건필하시길... 45 김백호2006-02-01 17:43:44 매회마다 잊지 않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46 巨時期2006-02-04 22:35:14 하핫. 잘 읽고 갑니다. 47 火狼2006-02-23 09:37:18 건필하세요 48 쾌감조루2006-02-23 16:36:06 즐감했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8화 [6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6화 [39]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17 03:10:34 고친날 2006-01-18 00:22:40 읽은수 1927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8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7화 남자의 향기 무한의 수정구속에 비춰지고 있는 자드키엘, 그와 닮은 듯 하면서도 철저하게 다른 빛을 발하는 자드키엘을 현실감이 묻어나오지 않는 칠흑의 눈동자로 스콜은 바라보고 있었다. 듀란과 프레키가 가세했다고는 하나 상황은 여전히 불리했고, 절망적이었다. 아마 이대로는 10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스콜이 여기서 가만히 서있어야 할 시간은 아직 40여분이나 넘게 남아있었다.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점이었다. 40여분을 더 기다려서 이번 내기에서 승리를 하느냐, 아니면 지금 당장 새장 안에 있는 아이들의 목숨을 끊어놓고 패배를 인정하느냐, 둘 중에 하나였다. 갈림길, 두 길 중에 힘든 길을 택하라면 패배의 길이었다. 새장 안의 아이들을 죽여야 하는 점도 있었지만, 카르마가 담긴 총탄이 발사될 위험까지 따르고 있었다. 물론 죽음은 두렵지 않다. 다만 여기서 그가 죽는다면 소피아는 물론, 가룸산맥에 있는 모두가 죽는다. 아니, 중간대륙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악마의 지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대를 위해서 40분을 기다릴 것인가? 자드키엘과 프레키, 듀란을 버려야만 하는가? 스콜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지금껏 그가 믿고 행동해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 스콜은 무한의 수정구를 마몬에게 던져버리고, 미스텔테인을 힘껏 쥐며 새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소피아가 걱정이 되는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돌아볼 필요는 없었다. 그 목소리는 자신을 불러 세우는 목소리가 아니라, 지금부터 어떤 행동을 하든지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겠다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마몬, 한 가지만 묻자. 아슈타파다처럼 이것도 스스로 패배를 인정할 수 있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선택할 수 있는 건 둘 중에 하나다." 마몬은 불쑥 튀어나온 뱃살을 만지며 대답했다. 확실히 아슈타파다라는 게임은 항복이라는 개념이 있었기에 패배의 인정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내기는 처음부터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는 개념에서 시작되었다. 새장 앞에선 스콜, 그는 새장 안에서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이들의 가녀린 몸뚱이를 보며 문득 깨달았다. 자드키엘일행을 위해 아이들을 죽인다. 이것 역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었다. 그리고 자드키엘일행을 위해 중간대륙의 운명을 져버리는 것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었다.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되었다. '그런 얘기냐? 마몬?' 스콜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마몬은 자신과 게임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말하려 하는 게 분명했다. 처음 하나에 하나를 더하라는 퀴즈의 답은 무조건 하나밖에 없는 세상의 절대정의를 논하고 있다. 두 번째 했던 아슈타파다는 킹을 위해 있을 약한 자들의 희생을 논했다. 세 번째는 결국 어느 것을 선택해도 강자 때문에 약자는 희생당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만약 그의 추리가 틀리지 않다면 마몬은 매우 영리한 자였다.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서 그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서 서서히 그의 정신을 지배하려 들고 있었다. 결국 두 길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그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는 꼴이었다.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짜여진 시나리오였다. "재미있군." 스콜은 그렇게 내뱉으며 자신이 앞으로 취해야 할 바를 정했다. 세상에 절대정의 따위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마몬, 너는 새장 안에 아이들이 한 시간 내로 다 죽으면 나의 패배라고 했다." "그렇다. 새장 안에 아이들이 한 시간 동안 살아있을 경우 나의 승리, 그것이 아니라면 너의 승리다." "좋아. 그럼 져주마. 그리고 방아쇠를 당겨주마." 스콜의 말에 마몬은 흥미로운 눈길로 그를 주시했다. 그의 말인 즉 새장 안에 있는 아이들을 당장 죽이겠다는 얘기였다. 새장 앞에 선 스콜은 미스텔테인을 힘 있게 쥔 채 아이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죄 없는 아이들, 유일한 죄가 있다면 마몬에게 잡혀올 정도로 운이 없었고, 힘이 없었다는 게 죄였다. 그 아이들이 커다란 눈망울을 가엾게 떨고 있었다. '눈앞에 두 갈림길이 있다. 하지만 나의 손엔 나뭇가지를 치고, 바위를 부셔버려서 길을 새로이 만들 수 있는 검이 쥐어져있다.' 스콜의 검이 휘둘러졌다. 눈부신 호가 그려졌고, 칼날은 새장을 수평으로 그어놓았다. 새장의 위쪽부분이 아이들이 앉아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자리에 떨어지려고 한다. 순간 스콜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의 검이 눈 깜짝할 사이에 수 십 번도 넘게 휘둘러져서 떨어지는 새장의 위쪽부분을 완전히 조각조각을 내버렸다.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기에는 너무나 약하게 부서진 철 조각들이 바닥에 힘없이 떨어질 뿐이었다. "살고 싶으면 나와라." 겁에 질려있는 아이들에게 스콜이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무서워 떨면서도 마몬과 대등한 위치에 서있는 남자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힐드스칼프공작의 시체는 그대로 새장 안에 두고, 부서진 새장을 모든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제야 마몬도 스콜이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눈치 챘다. 분명 그와의 내기에는 새장 안이라는 전제가 붙어있었다. 즉, 아이들이 새장 밖으로 나온 이상 생사여부는 관련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이로써 나의 패배다. 권총을 넘겨라." 스콜은 비어버린 새장을 바라보며 묵묵히 얘기했다. 마몬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생각으로 아이들의 생명을 살려주면서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이다. "대, 대단하군." 마몬은 진심으로 감탄해서 탐욕이 깃든 눈길로 스콜을 바라보았다. 그는 강하다. 자신보다 육체적으로 강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강했다. 마몬이 만든 최고의 병기 퀸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아직 나에겐 킹이 없다.' 아슈타파다 중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킹이 없는 이유, 그것은 스스로를 킹이라 여겼던 점도 있었으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킹으로 점찍어놓은 인물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신에게 가장 신임 받던 사자, 그러나 신에게 버림받고 하늘에서 떨어져 지옥을 만들어낸 사자, 지옥에 사는 모든 악마들의 왕 루시퍼였다. 마몬은 조심스럽게 루시퍼를 킹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허망한 꿈에 불과했다. 미스텔테인이 마몬의 탐욕을 불러일으킬지언정, 곁에 두면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루시퍼 역시 그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고, 절대 지배할 수 없는 자였다. 그렇게 여겼던 자와 스콜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도박에선 이기고 있는데, 그의 결단력과 배짱 앞에서 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받아라." 마몬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을 지워버리며 권총을 던졌고, 그걸 받아든 스콜은 이번에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철컥! 빈 탄창이 울리는 소리, 그 소리에 마몬은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걸 느꼈다. 이건 결코 아이들이 장난으로 하는 내기가 아니다. 목숨을 걸고, 중간대륙의 모든 이들의 운명을 걸고 하는 도박이다. 지켜보는 그마저도 식은땀이 흐를 정도인데 그에게선 한 치의 동요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릇이 틀리다는 거냐?' 지금 마몬은 그의 정체를 의심하고, 생각해야만 했다. 대략 200년 전 지옥에서 사라져버린 루시퍼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스콜이란 자가 왜 자신이 유일하게 동경했던 루시퍼와 겹쳐 보이는지 말이다. "다음은 뭐냐?" 나직이 흘러나온 그의 말을 듣고 마몬은 진심으로 고민을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그와 마몬의 도박은 네 번째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이 생겨버렸다. 그의 정체, 그것이 너무도 궁금했기에 마몬은 계획에 있던 게임을 잠시 접어둬야만 했다. "잠시 쉬어가는 건 어떠냐?" "쉬어간다니, 무슨 말이냐?" "이번 게임은 나와 대결을 펼치는 거다. 말 그대로 싸움에서 이기는 쪽이 이기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다. 대신 죽이기보단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는 걸로 하면 어떠냐?"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냐?" 되묻는 스콜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래." "좋다." 스콜의 동의를 듣자마자 마몬은 황금이 주렁주렁 달린 뚱뚱한 몸을 풀며, 힐드스칼프공작의 핏자국이 남아있는 대리석 위에 섰다. 스콜도 그쪽으로 걸어갔다. 한시라도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게다가 이번 도박은 그에게 있어서 더 없는 좋은 기회였다. '단번에 승부를 내주마.' 그는 깊은 다짐을 하며 쥐고 있는 미스텔테인에 카르마를 불어넣었다. 그의 각오와 함께 지난날 흑기사 클로비스의 한 팔을 완벽하게 재로 만들어버렸던 지옥의 불기둥이 미스텔테인을 타고 터져 나왔다. 파괴(破壞)의 검(劍)! 최종오의(最終奧義)! 폭염(暴炎)의 제(祭)! 마몬에게 있어서 너무나 익숙한 지옥의 불꽃, 그 불꽃을 보며 마몬의 눈동자에 맺혀있던 의문점은 점점 짙은 빛을 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직 확신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었다. "하압!" 단숨에 모든 힘을 끌어내기 위해 힘껏 기합을 지르자, 마몬의 두 주먹에서도 스콜이 내뿜는 카르마에 버금갈 정도로 지독한 카르마가 터져 나왔다. 그 증거로 두 주먹이 묵 빛으로 물들어서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스콜의 눈매가 잘 다듬어진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 분명 자드키엘에게서 마몬이 벨리알보단 약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절대적인 평이 아니라, 상대적인 평이었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지옥의 5층을 지배하는 군주다.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카르마 앞에 긴장된 눈빛을 하면서도 스콜은 달리기 시작했다. 콰쾅! 검은 불꽃이 폭발하듯 끝없이 솟구치는 미스텔테인과 검은 돌처럼 변해서 주위의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마몬의 주먹이 격돌하는 것만으로도 귀청을 찢어놓을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물론 굉음뿐만이 아니었다. 고성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얼마나 크게 진동을 하였던지 주변에 있던 조각상들이 쓰러졌고, 벽에 걸려있던 미술작품들도 떨어져버렸다. 마몬이 불기둥이 감도는 지옥의 불꽃을 막은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주먹으로 그의 빈 가슴을 노리며 내질렀지만, 애당초 스콜도 그리 호락호락한 자는 아니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빠르게 내질러진 주먹에 가슴을 내줄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스콜은 침착하게 거하게 나온 마몬의 배를 걷어차 버렸다. 퍼억! 그의 긴 다리에 배를 맞은 마몬의 몸은 자연히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내지른 주먹은 아쉽게도 스콜의 가슴에 닿지도 못하고 허공만을 갈랐다. 그러나 마몬은 얼른 앞으로 달려 스콜에게 붙어서 주먹을 내질렀다. 파공적인 기세란 지금의 마몬의 공격을 보고 하는 말 같았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공격에 이번엔 스콜이 한 걸음 물러서면서 대검이 휘둘러진 공간을 확보하고 미스텔테인으로 마몬의 주먹을 베었다. 콰콰쾅! 다시 한번 지옥의 불꽃이 깃든 칼날과 지옥의 돌처럼 튼튼한 주먹이 맞부딪쳤다. 불똥이 튀고, 공간이 부서지며 비명을 지른다. "크윽!" "큭!" 스콜과 마몬 둘 다 서로가 빗은 엄청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신음성을 토해내며 조금씩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 대결이 지속된다면 언제 승부가 결판이 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결의에 찬 눈빛으로 마몬을 노려보던 스콜이 미스텔테인을 감싸던 불기둥을 거짓말처럼 거두어들었다. 그 모습에 마몬의 눈썹이 살며시 올라갔다. 어째서 그는 스스로 불꽃을 거둔 것일까? 패배를 인정하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방금 전 펼쳤던 불꽃에 버금 갈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걸까? 스콜의 정확한 실력을 가늠하지 못한 마몬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의구심만 깊게 가질 뿐이었다. "아무래도 네 녀석을 얕보고 있었던 것 같군." 의미심장한 스콜의 말과 함께 그가 쥐고 있던 미스텔테인이 비명을 내질렀다. 잿빛의 십자대검에 뭐라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위험한 카르마가 맺히고 있었다. 마치 우주의 한 조각을 훔쳐 와서 중간대륙의 대기와 뒤섞는 것처럼 차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었다. 소용돌이친다. 우주와 대기가 한데 뒤섞여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소용돌이는 주위에 있던 작은 공기하나마저 용서하지 않고, 찢어버리고 있었다. 마몬은 꽉 지고 있던 주먹에 자연히 힘이 빠져버리는 걸 느꼈다. 이빨이 떨리고 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본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던 시절, 스스로를 최강의 악마라 칭하고, 중간대륙을 공포로 몰아붙이던 시절, 한 남자가 홀연히 나타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었다. 그가 말했다. "나의 발가락을 핥을 수 있는 자격을 주마." 마몬은 비웃었다. "싫다면?" 그는 두 주먹을 꽉 쥐었고, 홀연히 나타난 그 남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직시하였다. "너에게 선택권은 없다. 너의 죽음마저도 나의 것이다." 그 말과 함께 그 남자의 몸에서 터져 나온 카르마는 마몬으로서도 도저히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딱 잘라 말해 마몬은 운명 따위는 믿지 않았다. 허나, 그 남자가 그의 유일한 주인이란 사실은 깨달을 수 있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ddoublek2006-01-17 03:23:25 오옷...1타?? 2 ddoublek2006-01-17 03:24:14 혹시나 해서 다시 나가서 확인했는데 클릭수 6이라니...ㅡㅡ;;; 첨있는 일이네요...ㅋㅋ 3 冥王星2006-01-17 03:36:20 늦은감 있는 조회수 15에 보는 민망함..ㅋㅋ 건필요~ 4 매너모드2006-01-17 03:41:58 으어어어어어~ 순위권 안에 들었네요..^^ 5 僚2006-01-17 03:44:48 잘 보고 갑니다^-^ 6 빨간머리2006-01-17 03:50:27 [del] 이번화는 뭔가 스콜의 정체성에 대해 뭔가 비밀이 보인듯한느낌?? 여하튼 잘 보고갑니다~~~ 7 꾸녀기2006-01-17 03:57:45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는뎅.. 끝낫넹.. ㅠㅠ 빨리 올려주세엽 ^^ 8 독일건달2006-01-17 06:04:44 이런 말이 친찬이 아니라 누가 되는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많이 읽으신 분 같아요 9 Hernesto2006-01-17 06:07:33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 옛 루시퍼인듯..? 10 힘내세요2006-01-17 06:37:05 음.. 아무래도 아몬이 도박으로 패배하기보단 스스로 항복할거 같다는 느낌도 드는군요.. 스콜이 누구인지 알아차렸을테니까요. 11 힘내세요2006-01-17 06:37:51 앗 오타 났군요.. 아몬이 아니라 마몬입니다.. 12 솜사탕2006-01-17 08:43:18 +_+ 재밋다~~~ 13 닥2006-01-17 08:45:56 건필하세요^^* 한남자 = 스콜? ㅋㅋ 14 朔月2006-01-17 09:14:10 정말 최곱니다! 점점 스콜의 정체가 드러나는군요 15 deathray2006-01-17 09:21:22 [del] 어제 새벽1시까지 기다렸었는데.. 결국엔 아침에 보네요.. 이번화에도 마몬과의 대결은 끝나지 않았네요.. 스콜이 루시퍼 같다는 생각이 마구 들기시작하는데.. 그럼 몇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와의 대화가 나오는 장면이 있던데.. 아버지가 누구지; 그럼 건필하세요 16 떠도는바람2006-01-17 09:29:06 오웃! 멋집니다^^~ 17 상단전2006-01-17 09:33:35 암튼 전 아스크 보면서 삽니다^^ 훌륭한 캐릭터들 모두 훌륭하게 키워주시길... 글구 소원이 있다면... 신에게 대항한 죄를 높이 사서 스콜에게 소멸이 아닌 윤회의 억겁을 씌워주시기를.... 18 진(鎭)2006-01-17 09:51:37 좋아요. 좋습니다. 19 엠프티니스2006-01-17 10:26:19 새장안의 아이들이 한시간 동안 살아있을 경우. 나의 승리. 아니면 너의 패배다. 라는 마몬의 말.. 나의승리가 아니라 너의 승리라고 해야 하지 않을라나요 ㅎㅎ 20 Sangel22006-01-17 10:31:04 으~ 너무 재미잇어요!! 21 우주양단2006-01-17 10:50:55 루시퍼 등장?? '그릇이 다르다는 거냐?'로 고쳐주세요~ 한 4일에 걸쳐 다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군요. 제 수십 개의 선작 중 유일한 판타지 작품입니다. 계속 재미있는 글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22 당근이지~2006-01-17 10:57:03 지금까지보면서 덧글은 처음올려봅니다^^ 백호님의글.지금까지 잘 보고있습니다.무엇보다도 작가님이 쓰시고자 하는것이 글에 묻어나는것이 너무 좋습니다.신선합니다.캐릭터들의 개성이 살아있습니다.제가 지금까지 읽은소설중에서 순위권에들어갈만큼 재미있네요^^ 보편성과 타협하지않고 쓰시고자하는글을쓰시는 그정신 저도 본받아 좋은소설을 써보겠습니다(아직 한편도 연재는안했어요 ㅋㅋ) 23 들아탈수2006-01-17 11:03:31 이야 길다 ㅎㅎ 백호님 글은 다른 글들과 달리 탄탄함이 느껴져서 너무 좋네요.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24 크리노아2006-01-17 11:48:26 잘 보고 갑니다. 25 몽몽2006-01-17 11:50:30 잘보고갑니다^^ 26 캘시퍼2006-01-17 11:51:50 우각님이 솔져를 완전판으로 재연해하듯이 김백호님도 붉은서풍 블러디제피 를 여기에 완전판 재연재 해주시면 안 될까요? ^^; 아스크에 반해, 다른 작품들도 너무나 보고프다는..ㅠㅠ 27 60일탈출2006-01-17 11:55:46 헬로 스콜의 정체는 바로... 우리가 짐작하는 그 L군이 맞나?? 큭큭 28 데스카2006-01-17 12:15:36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음이 아프네요...어째 소피아가 "오라버니...." 왜 한마디밖에 없을까요. "오라버니만 믿어요~♡" 이런 대사도 아니고요!!!! 소피아의 대사를 늘려달라!!!! 소피아의 출연을 높혀달라!!!! 소피아와 나의 사랑을 허락해달라!!!..(어이..) 수고하세요..^^ 29 The[劍]2006-01-17 12:33:03 아...도저히 눈을 뗄수가 없군요;; 제가 판타지에 입문한지 어언5년째 "아스크"야말로 최고라 말하고 싶습니다^^ 건필하세요~ 30 천심天心2006-01-17 12:33:18 최고내요^^ 진정 나의 베스트 판타지가 될것 같습니다~ 이대로만 유지해 주세요^^ㅎ 백호님 화이팅~ 31 블래스터2006-01-17 12:51:29 대단합니다. 32 카이렌2006-01-17 12:52:09 음.. 보통 바로바로 올리시길레 한시까지 기다리다 잤는데 3시에 올라왔었군요. 스콜 멋집니다! 잘 보고 갑니다. 33 힌2006-01-17 12:55:05 아흑.... 너무 좋아요~!!! 34 구정물2006-01-17 12:55:28 스콜은 루시퍼!?아스크! 역시 재미있습니다, 35 소검무제2006-01-17 13:26:41 잘 보고 갑니다. 36 실버울프2006-01-17 14:01:49 옛날에 마몬이 아스크를 만났거나 혹은 루시퍼를 만난듯 합니다 ㅎㅎ 37 당근이지~2006-01-17 14:05:25 음 게시판에 추천하고오는길이에요^^;백호님 화이팅~~ 38 백발검귀2006-01-17 14:12:35 옛날에 아마도 스콜의 예전모습(?)을 본듯하군요~~ ㅋㅋㅋㅋㅋ 신을 이길수잇다고생각하던 그와~~ 건필요~! 39 김백호2006-01-17 14:57:40 ddoublek님, 1타 축하드립니다. 다음화는 제가 1타를 할지도 모릅니다. 키킥. 冥王星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매너모드님, 하하, 순위에 연연하지마세요! 僚님,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빨간머리님, 네, 벨리알 때 한번 밝혀졌기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단계라고 해야겠죠. 꾸녀기님, 하하하, 어제는 조금 늦었죠.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느라, 댓글만 쓰고 열심히 쓰러 간답니다. 독일건달님,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은 그렇게 많이 보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책보다는 영화나 애니같은 걸 좋아해서요. Hernesto님, 네, 지옥의 왕 루시퍼죠. 힘내세요님, 아이디가 멋지십니다.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얘기죠. 하지만, 마지막까지 가볼 가능성도 있죠. 솜사탕님, 재미있으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닥님, 아직 확신하긴 이릅니다. 후후후... 朔月님, 쿨럭, 감사합니다. 네, 밝혀지는 듯 하죠^^ deathray님, 죄송합니다. 어제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는 바람에 조금 늦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의문점은 일단 간직하시고 계셔주시길 바랍니다. 떠도는바람님, 감사합니다. 떠도는바람님도 멋지십니다. 상단전님, 신에게 대항한 죄로 소멸이 아닌 윤회라, 정말 멋진 말입니다. 진(鎭)님, 감사합니다! 진님도 좋습니다! 2006-01-17 09:51:37 [del] 엠프티니스님, 네, 맞습니다. 오타였습니다. 확인하자 마자 바로 수정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Sangel2님, 감사합니다. 더욱 재미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주양단님, 유일한 판타지라, 정말 영광입니다. 그리고 '그릇이 다르다는 거냐?'는 한번 다시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 소중한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당근이지~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확실히 마몬편에서 진하게 드러났죠. 조금은 지루한 부분인데 재미있게 봐주셔서 뿌듯하군요. 그리고 추천 감사합니다. 들아탈수님, 탄탄함이라 정말 과분한 말씀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크리노아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몽몽님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캘시퍼님, 하하하, 붉은 서풍은 아스크와는 달리 지독스럽게 진지한 글입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모든 걸 아스크에 걸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60일탈출, 헬로, 헬로, 헬로, 하우로우, L군이 과연 맞을까요? 그럼 너무 답이 쉽지 않을까요? 후훗. 데스카님, 하하하, 안됩니다. 이것이 다 소피아를 위해서입니다. 소피아의 매력은 어디까지나 스콜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과 재치, 막 나오면 오히려 주책바가지가 될 수도 있죠. The[劍]님, 쿨럭, 감사합니다. 부담이 되긴 하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집필토록 하겠습니다. 천심天心님, 네, 사실 부담은 되지만, 최선을 다하면 알아주실거라 믿습니다. 혹시나 엇나가게 된다면 소중한 지적해주십시오. 블래스터님, 왠지 임펙트가 있는 칭찬이군요. 감사합니다. 카이렌님, 네, 보통 12시 30분경에 올리죠. 어제는 조금 늦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인걸요. 힌님, 신음소리, 좋군요. 구정물님, 아직 모르는거죠. 다만 제가 얘기드릴 수 있는 건 루시퍼라면 답은 너무 쉽게 나온다는 거겠죠. 소검무제님, 항상 감사합니다. 실버울프님, 네, 그건 맞습니다. 지옥의 군주이다보니 전부 루시퍼를 만날 수밖에 없죠. 백발검귀님, 정확히는 루시퍼를 봤죠. 스스로 신이 되려했던 루시퍼와... 40 주정2006-01-17 15:11:29 [마몬, 너는 새장 안의 아이들이 한 시간 내로 다 죽으면 나의 패배라고 했다.] 아이들이 다 죽으면 스콜의 승리겠죠. 마몬이 한 말은 수정하셨으면서 스콜이 한 얘기는 수정 안하셨네요. ^^; 41 Homeros2006-01-17 15:19:06 즐겁게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 42 김백호2006-01-17 15:22:36 주정님, 관심있는 댓글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다 죽으면 스콜의 패배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죽이는 대신 새장을 부순 스콜은 패배하게 되고 방아쇠를 당기는 거죠. Homeros님, 재미있게 읽으신 듯 해서 기분이 좋군요. 그리고 건강까지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43 데스카2006-01-17 15:23:09 이제 생각이 났는데요. 벨리알때 성에서 벨리알이 탈출하고 마물에게 위험을 쳐했을때 왜 자드키엘이 강식을 안했나요? 하하하..그냥 궁금해서요. 44 김백호2006-01-17 15:29:18 데스카님, 지난화에 물으셔서 댓글로 답변해드렸잖습니다!! 후훗, 스콜에게 활약할 기회를 양보한거랍니다^^ 45 데스카2006-01-17 15:32:48 제가 물어봤었군..^^ 건망증이 심했나보네요..이런이런... 46 쾌인2006-01-17 16:31:27 잘봤습니다^^ 철학적 내용들..ㅠ_ㅠ 건필하세요!! 47 수희2006-01-17 16:44:50 왜 스콜을 보고있으면 파천이 생각나는건지...^^;;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48 악종2006-01-17 17:34:12 제가 생각하기엔.. 스콜이 루시퍼의 복제품이고..전에 나왔던 아버지가 루시퍼 아닐까하는...그리고 루시퍼가 스콜에게 자신의 능력을 넘겨줬다던가...ㅋ 혼자만의 생각 이었음다!! 잘 보고 가요^^ 49 원유2006-01-17 20:05:16 [del] 잘 보고있습니다 ㅎㅎ 50 켄파치2006-01-17 20:50:23 건필하세요 51 대사자2006-01-17 22:58:41 후 드디어 다 읽었군~; 수고하세요 ^^ 52 절도범산타2006-01-17 23:20:57 킬킬, 과연 스콜의 정체는!? 53 同安2006-01-17 23:24:10 첫 타는 3시 23분..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이네요.. 전 50번대로 만족할랍니다~ 오늘도 재밌게 읽고 갑니다~ 덧붙임.. 별거 아닌 제 의견도 기꺼히 들어주시니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54 김백호2006-01-18 00:58:25 데스카님, 괜찮습니다. 저도 건망증 심하답니다. 거짓말! 퍼억! 쾌인님, 하하하, 이런 걸 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똥철학이라고 하는 거죠. 그리고 언제나 건필하겠습니다! 수희님, 파천이 뭔지 모른다는;; 부족한 저에게 지식을 전수해주십시오. 악종님, 과연 그럴까요? 뭐, 여러가지 대략 세가지 의견이 있던데, 루시퍼다. 루시퍼의 아들이다. 루시퍼의 복제다. 그중에 하나겠죠. 원유님,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꿈 꾸세요. 켄파치님도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머사자님, 후후훗, 수고하셨습니다. 다음화에서도 뵈어요~ 절도범산타님, 과연 스콜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아마 다, 다음화쯤에서 확실하게 밝히고 떠날 듯 합니다. 동안님, 첫타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하하하, 그리고 별것 아니라뇨. 잿빛과 은빛으로 수정하고나니까 저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들던걸요. 55 주정2006-01-18 03:11:26 아이들이 다 죽으면 스콜의 패배인데 스콜은 아이들을 살렸는데 왜 진거죠? 스콜의 말이랑 마몬의 말이랑 어긋나는데요? 56 김백호2006-01-18 03:30:17 네, 주정님, 앞에 마몬과 스콜이 처음 내기를 하는 장면을 보시면, 새장안에 있는 아이들이 한 시간 내로 전부 죽을 경우, 마몬의 승리이고, 한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이 새장안에 살아있을 경우, 스콜의 승리로 돌아간다고 나와있습니다. 즉, 한 시간이라는 시간을 두고, 승부가 갈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시간이 지나도 새장이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스콜이 이기는 것이고, 한시간 안에 새장에 변화가 있다면 마몬이 이긴다고 간단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란 아이들의 죽음이고, 전제는 새장안이라는 거죠. 그래서 스콜은 새장을 부시고, 아이들을 새장 밖으로 빼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죽은 것으로 처리가 되는 거죠. 왜냐면 새장안에 더 이상 살아있는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승부는 스콜의 재치가 발휘된 패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에 한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새장안으로 아이들을 넣는다면 스콜이 승리를 할 수 있지만, 한시간을 기다리게 되면 정상에 있는 자드키엘일행이 죽는다는 건 불보듯 뻔한 사실이기에 시간의 싸움에서 스콜이 패배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57 Σ비호란™2006-01-20 19:49:12 잘보고갑니다^^ 58 노란병아리2006-01-21 15:18:47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병아리 발자국 남겨요 59 절대꼭미남2006-01-28 06:16:49 점점 궁굼해지는구려 건필하세요 60 破邪神劍2006-02-02 22:26:15 재미있군요^^ 계속 갑니다~ 61 巨時期2006-02-04 22:47:51 하핫. 잘 읽고 갑니다. 62 火狼2006-02-23 09:41:15 건필하세요 63 쾌감조루2006-02-23 16:46:14 재밌게 봤어요 ^^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9화 [56]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7화 [48]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18 01:07:09 고친날 2006-01-18 01:07:09 읽은수 1926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9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눈앞에서 시공간을 찢고 있는 검을 보며 마몬은 더 이상의 미련을 버려야만 했다. "항복하겠다." 스콜이 그 남자인지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아니, 스콜의 정체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했다. 그에게서 마몬이 가장 동경했던 남자의 향기가 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항복하기엔 충분한 이유라 할 수 있었다. 마몬은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며 뚱뚱한 몸으로 권총이 놓여진 탁자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권총을 들었다. '싸우면 질 거란 걸 예상했으면서도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혹시 그 남자의 뜻을 거스르고 있는 게 아닌 지 걱정하는 걸까?' 걱정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 남자에게만큼은 거역하고 싶지 않았다. 혼란스러움에 빠진 마몬은 총구를 자신의 관자놀이에 겨누었다. 확률은 3분의 1이다. 세 번을 내리 이겼지만, 여기서 총탄이 발사된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마몬은 긴장으로 이빨을 꽉 물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었다. 당긴다. 여기서 끝나더라도 후회는 없다. 스스로가 부른 패배였고, 질 줄 알고 있었기에 각오도 하고 있었다. 허나 3분의 1이라는 확률 때문에 심장이 터질 정도로 두근거리는 건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내면의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기어오르고 있다. 그러나 주저할 수 없었다. 당겨야 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끌수록 추할뿐이다. 마몬은 이빨이 부서질 정도로 세게 물며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철컥! 눈을 질끈 감고, 방아쇠를 당긴 답변이었다. 두려움은 씻은 듯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하마터면 간이 튀어나올 뻔했다. 손에는 여전히 식은땀이 맺혀있었다. 아무리 배짱이 뛰어난 그라 하더라도 몇 천 년의 삶이 끝날지도 모를 순간 앞에 긴장하는 모습은 감출 수 없었지만, 스콜에겐 그것이 결여되어있었다. 긴장이 풀리자 다리에 힘이 쭉 빠져버려서 조금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몬, 그를 노려보던 스콜이 입을 열었다. "다음은 뭐냐?" 그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였다. 다음 도박을 하기가 꺼려진다. 2분의 1이라는 확률아래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난 이렇게 겁쟁이였던가?' 마몬은 못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준비했던 도박을 진행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운에 맡기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했다. "주사위다." "주사위?" 마몬은 스콜의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권총을 놓는 탁자 앞으로 갔다. 그곳에는 작고 아담한 목조상자가 있었는데 뚜껑을 여니 꽤 낡아빠진 주사위가 세 개나 들어있었다. 마몬에게 있어선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물건, 마몬은 어느새 몇 천 년 전의 기억을 다시 회고하고 있었다. 잿빛 하늘 아래, 불타는 도시를 배경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았던 남자가 말했었다. "너에게 선택권은 없다. 너의 죽음마저도 나의 것이다." 그 남자의 말에 마몬이 대꾸했다. "나의 주인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나?" "그것이 어떠한 방법이든지 가능하다." 그 남자의 말에 마몬은 제안을 했었다. 주머니에 있는 주사위를 던진다. 그리고 높은 수가 나온 자가 주인이 되는 거다. 그들의 위치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참으로 간단한 방법이었다.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좋다." 그 남자가 주사위를 던졌다. 8면체, 12면체, 20면체의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수는 놀랍게도 8,12,20으로 총합이 40이었고, 마몬이 던져서 나온 수의 합은 고작 다 합쳐서 4밖에 되지 못했다. 그것은 어쩌면 그 남자와 마몬의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내놓는 결과와도 같았다. 마몬은 흐릿하게 남아있는 상념을 접으며 목조상자에서 주사위 세 개를 꺼내서 흔들어보였다. "어떠냐? 할 테냐? 주사위는 순서대로 하나씩 던진다. 당연히 높은 수가 나온 자가 승리한다. 그리고 카르마로는 개입할 수 없다. 모든 것은 하늘이 정한 운명에 맡긴다." 마몬의 입에서 나온 말을 곱씹어보면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악마가 하늘을 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해라." 바로 이어진 스콜의 대답에 마몬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주사위를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무겁게 던져진 8면체에서 나온 수는 7이었다. 이어서 던져진 12면체의 수도 9로서 그리 낮은 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던져진 주사위의 수는 바로 20이었다. 총합이 36이다. 세 개의 주사위가 가질 수 있는 총합이 40인 것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높은 수임엔 틀림이 없었다. 그가 말한 하늘, 그에게 있어서 운명인 그 남자가 아직 그를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꽤 높은 수를 보며 마몬은 안도의 미소를 그리며 탁자에 떨어진 주사위 세 개를 스콜에게 던졌고, 그도 시간을 두지 않고 주사위를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스콜이 던진 8면체에서 나온 수는 8이다. 좋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12면체에서 나온 수가 5밖에 나오지 않았다. 20면체를 던져서 최고의 수인 20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33밖에 되지 않는다. 승부는 20면체를 던지지 않아도 가늠이 날 상황이 돼버렸기에 스콜은 굳이 남은 주사위를 던질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가 말없이 확률 2분의 1의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권총으로 손을 내뻗으려 할 때 뒤에서 스콜의 행동을 제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라버니! 그래도 던져봐야 아는 거잖아요!" 마몬과 스콜의 대화를 다 듣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소피아였기에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주사위를 던져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스콜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그가 살려주었던 아이들도 스콜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은 눈을 감더니 앙증맞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듯 했다. 팔이 하나 없는 아이는 남은 한손을 가슴 위에 올리며 눈을 감았고, 다리가 하나 없는 아이는 눈을 감자 균형을 잃고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어째서 잊고 있었지?' 엠블라, 그녀를 살리기 위해 그가 선택했던 절망은 이것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55년 전 그는 한 소녀를 위해 중간대륙과 지옥, 천국을 적으로 돌려버렸다.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한 소녀를 살리기 위해서 걸음을 내딛었었다. 비록 철저한 아픔만을 겪게 되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남은 주사위는 그가 가야할 길이다. 최고의 수인 20이라는 수가 나와도 그에게 희망은 없다. 오히려 승부가 확정되면서 더 깊은 절망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하더라도 그는 던져야만 했다. 그것이 그가 지금껏 살아온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제발, 이길 수 있게 해주세요." 소피아와 아이들은 절실한 희망을 담아 기도를 드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나직이 들려온다. "어때? 한번 주사위를 던져보는 게?" 마몬이 흥미로운 눈길을 하며 말했다. 던져서 20이 나와도 자신의 승리였기에 마몬은 그에게 주사위를 던져볼 것을 부담 없이 권유했다. '던져주마! 나의 운명의 수를!' 스콜은 묵묵히 20면체의 주사위를 던졌다. 소피아와 아이들의 기도와 바람이 담긴 낡아빠진 주사위는 하늘로 떠오르더니 이내 탁자위로 떨어졌다. 힘없이 떨어진 낡은 주사위, 그것이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운명을 바꿔버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생각지 못한 기적을 일으켜버렸다. 모두가 보았다. 낡은 주사위가 탁자위로 떨어지면서 그 작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반쪽으로 쪼개져버렸다. 두 쪽으로 떨어져나간 주사위의 수는 각각 19와 5를 가리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조금은 놀란 눈빛으로 스콜이 마몬을 바라보았고, 마몬은 자신의 이마를 치며 뭐가 그리도 좋은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주사위를 간직하고 있은 지가 몇 천 년이 지났다. 언제 부서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던 낡은 주사위였지만, 그것이 지금, 그리고 자신의 수보다 정확히 1이 높게끔 쪼개져버린 것이다. "나의 패배다. 기적의 남자여." 주사위가 부서진 것이니 마몬이 다시 주사위를 던지길 바란다면 다시 던져야하는 게 맞는 상황이었으나 그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패배를 쉽사리 인정한 것이다. 주사위가 쪼개져버린 것도 믿기지 않는 일인데, 거짓말처럼 정확히 1이 높게 나와 버린 것을 마몬은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해버리고 넘기지 않았다. 운명이다. "크크큭! 크카칵!" 마몬은 정말 시원하게 웃었다. 너무나 기가 막히는 전개다.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온몸에 짜릿함이 깃들 정도로 역전돼버린 것이다. '그때 당신은 나의 죽음마저도 당신의 것이라 했습니다.' 마몬은 조금은 멋쩍게 스콜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주며 그가 했던 것처럼 탁자위에 있는 권총을 쥐어들었다. '만약 이 권총에 총탄이 들어있다면 당신이 저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는 뜻이겠죠?' 마몬은 총구를 자신의 관자놀이에 겨냥했다. '그렇다면 거역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저에겐 거역할 자격이 없습니다.' 마몬은 손가락 하나를 방아쇠에 가져다대며 진정 즐거움이 깃든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몬의 눈동자가 잠시 스콜의 얼굴에, 눈동자에 멈춰 섰다. 이제 보니 그의 눈빛은 참으로 그 남자를 닮아있었다. "즐거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방아쇠는 당겨졌다. 파앙! 총탄이 발사되는 격렬한 파공음이 마몬의 귓가에 들렸다. 카르마가 잔뜩 담긴 총알이 자신의 관자놀이에 박혔다. 꿰뚫려버렸다. 두개골이 부서진다. 시신경이 끊어지고, 뇌가 으깨져버린다. 반대편에 거대한 구멍을 뚫으며 총알은 저편의 벽에 박혀버렸다. 검은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뇌수가 흐르고 있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소멸밖에 없었다. 이것으로 끝이었다. 수 천 년 동안 죽지 못했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해왔던 도박도 이것으로 끝이 나버린 거다. '이것으로 편히 쉴 수 있는 겁니까? 나의 주인이시어?' 천사들과의 전쟁에서도 지옥에서 안주하자는 의견을 냈던 지옥의 군주 중에 유일한 온건파였던 마몬, 그의 뇌가 터지면서 마지막으로 가졌던 생각은 이제야 편히 쉴 수 있다는 만족감이었다. 머리의 반쪽이 날아가 버린 마몬은 대리석바닥에 힘없이 쓰러져버렸다. 스콜은 부귀와 영화를 누릴 수 있었음에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 목숨마저도 걸고 도박을 해야만 했던 남자를 쓸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재미있었다." 마몬이 들을 수 있었더라도 참으로 좋아했을 말이었다. 그는 삶의 스릴을 찾아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끝없이 도전을 해왔던 자였다. 허나 항상 상대방을 이겨왔기에 비록 자신은 즐거웠지만, 상대에겐 재미를 주지 못했었다. 그래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 재미있겠다는 말, 그 말을 마몬은 오늘 그에게서 몇 번은 들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세상과 작별을 하는 순간에도 그 말을 들으며 떠날 수 있었다. '당신에게 재미를 드렸다니, 그거면 된 겁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고맙습니다. 나의 주인이시어.' 마몬이 죽음과 함께 부유하고 있던 고성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몬, 그는 확실히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 가지고 있는 카르마는 다른 지옥의 군주에 비해서 미약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가 만들었던 아슈타파다라든지, 이렇게 공중에 떠있는 고성을 본다면 그의 카르마가 형편없다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는 단지 자신의 목숨을 위하기보단 삶을 즐기기 위해 카르마를 투자했던 자였다. 스콜이 죽은 마몬의 시체를 슬쩍 보며 돌아서자 소피아가 갑자기 '와락'하고 안겨왔다. "오라버니!" "……." "오라버니! 소녀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아세요? 정말 미워요! 이런 소녀의 마음도 몰라주고! 저렇게 무서운 걸 어쩜 저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하세요!" 그녀의 몸에선 연한 장미향기가 난다. 그녀의 몸은 부드럽고, 연약했다. 그녀가 그의 가슴을 세차게 치고 있다. 그녀가 걱정에서 비롯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애써 강한 척 하며, 그에게 힘을 주었던 그녀가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울먹이고 있었다. "미안." 스콜이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꽉 안아주었다. "다음부턴 소녀한테 꼭 먼저 허락을 받으셔야 해요! 안 그러시면 정말로 오라버니한테 시집 안 갈 거예요! 다른 남자한테 가버릴 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이제 그녀의 말은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를 정도가 되어버렸다. 스콜도 그녀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헌신적인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껏 그냥 웃겨 넘겼던 말들이, 모두 그녀의 진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알았어." 나직하고, 부드럽게 대답한 스콜은 고성을 빠져나가기 위해 아이들을 불러 모아야 했다. 벨리알이 열었던 연회장에서 노예소녀들을 죽였던 기억, 그런 처절한 기억은 한번으로 족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벨리알에 이어서 마몬도 그 끝을 맞이하였습니다. 시간이 조금 넉넉했더라면 조금 더 그리고 싶은 인물이었는데 개인적으론 조금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이제 지옥의 군주중 무력 하나만으론 최강의 남자라고 불리는 수왕 베헤모스와 루시퍼와 버금갈정도로 악명 높은 파괴자 아바돈이 발할라에서 기다리고 있군요. 그럼 달려보겠습니다. 태양을 집어삼키는 날까지.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카이렌2006-01-18 01:07:56 와앗.. 일단 먼저 1타 치고 감상을 ... 2 카이렌2006-01-18 01:10:08 아아.. 마몬이 죽어버렸군요... 역시나 주사위는 기적을 일으킨건가요... 아까운 인물이 죽어버렸어요... 잘 보고 갑니다. 3 라타니엘2006-01-18 01:10:26 건필하세요 4 꾸녀기2006-01-18 01:27:25 마몬 이늠을 그냥.. 밑에 두고 있어야 하는데.. 아꿉네.. 왜 벌써 간겨.. 5 악종2006-01-18 01:31:13 지루한 삶을 조금더 행복하기 위해 도박을 즐기는 마몬.. 하고 싶은것을 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의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었다!!ㅋ 재밌게 보고 갑니다^^;; 6 데스카2006-01-18 01:34:21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소피아의 사랑스러운 말투~ 샤방~♡ 소피아의 존재는 인류 아니 만물에 대한 사랑받는다는 증거이니... 전 즐겁습니다..크크크 작가님이 소피아에게 해가 되는 일을 안하시길 믿습니다. 그리고 벨리알도 죽고 마몬도 죽고 그래도 벨리알이 마몬보다 더 좋네요. 마몬때문에 소피아의 옥체를 상하게 할뻔 했으니..-_- 하지만 더 짜증나는 공작은 진짜 더 잔인하게 죽었어야 했는데 진짜 아쉽네요...크크크 캬캬캬캬캬 건필하세요.~~ 7 dragon-def2006-01-18 01:41:23 잘보고갑뉘다~ 8 아리내2006-01-18 01:54:56 그렇게 되면 퀸은 어찌되는겁니까? 9 구정물2006-01-18 01:59:58 심야에 보는중입니다. 마몬 적이지만 마지막엔 멋지군요.. 10 김백호2006-01-18 02:20:17 카이렌님, 먼저 추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몬을 아깝게 생각해주셔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조금 깊은 관계인 글쟁이이기에 정말 죽이기 아까운 인물이었습니다. 라타니엘님,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꾸녀기님, 말씀대로 마몬이 우리편이었다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펼쳐졌을 지도 모르겠군요. 적과 도박으로 승부를 겨루니까요. 악종님, 네, 후회없이 살다갔겠죠. 애도를 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몬은 죽었지만, 많은 분들이 얘기를 해주시니 좋은 곳으로 갔을 겁니다. 데스카님, 하하하, 마몬이 벨리알보다 싫은 이유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었습니까? 그리고 왠지 공작을 얘기할 땐 어둠의 카르마가 묻어나오고 계시군요. Dragon-def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리내님, 네, 퀸이 만약 죽은 상태에서 마몬과 도박을 했다면, 마몬의 카르마가 사라지면서 죽었을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화에 하겠지만, 퀸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도박을 한 것이기에 죽지는 않습니다. 구정물님, 네, 가장 인간답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어디까지나 마몬은 컨셉이 인간같은 악마이기 때문이죠. 11 ETERNITY2006-01-18 02:36:02 마몬 죽는군요............. 뭔가 아쉬운 참 매력적인 캐릭터였는데 +_+ 여하튼 잘보다 갑니다~ 12 실페리온2006-01-18 02:42:17 흐음...먼져 죽어버린 `어느`인간 녀석 보다는 나은 악마였는데 죽었군요. 쩝.... 13 몽몽2006-01-18 02:42:59 잘보고갑니다^^ 14 켄파치2006-01-18 02:54:37 건필하세요 15 절도범산타2006-01-18 06:46:30 달려라~ 16 캘시퍼2006-01-18 07:41:11 마몬을 심복으로 삼아도 재미있었을텐데 싶습니다만 그런데 마몬이 미소년의 핸섬풍이 나닌 배불뚝이 아저씨니.. 주인공 파티에 낄 수 없었던거겠죠 역시.. 잘 생기고봐야한다는.. 그래서 전 암울하다는 ㅠㅠ 크크.. 17 매너모드2006-01-18 08:49:03 으아 마몬.... 너무..너무..애착이가는 케릭터네요....ㅠㅠ 18 Hernesto2006-01-18 09:56:19 마몬 맘에 드네요 ~ 19 영혼까지2006-01-18 09:58:51 건필하세염~~ 20 deathray2006-01-18 10:02:22 [del] 점점 스콜의 실체가 들어나는거 같네요.. 건필하세요 21 The[劍]2006-01-18 10:29:56 흠...왠지 반전이 있었으면 한다는;; ㅋ 뭐랄까~예상치못한?(혼자 미쳤군..ㅠ) 쿨럭~건필하세요..ㅎㅎ^^ 22 푸른꽃2006-01-18 10:50:32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나름대로 애착이 갔던 악마들이 너무 쉽게 죽어 조금은 아쉽네요.^^(카프지엘이나 마돈 등등...) 연재분을 오늘에야 따라 잡았습니다.. 다음 화 부터는 연재 분 마다 성실히 댓글 달겠습니다. 건필하세요`^^ 23 질라르디노2006-01-18 10:58:27 마몬이 죽으니깐 왠지 아쉽네요.. 근데 이제 스카디는 어떻게 되는거죠?? 개인적으로 자드키엘이랑 쎄쎄쎄했으면 ㅋ 24 60일탈출2006-01-18 11:36:43 헬로 아 마몬 악마중에서도 좀 특이한 악마엿지만 그래두 괜찮았는데 25 닥2006-01-18 12:30:03 건필하세요^^* 마몬을 위해 애도의 물결~~~~ 아~~왜~????ㅋㅋ 26 건곤무쌍2006-01-18 13:21:34 추천을 받고 읽기 시작합니다. 댓글 먼저 달고 본격적으로 읽으렵니다. 읽고 재미있으면 추천 들어갑니다 ^^ 건필하시길.. 27 미캉엘2006-01-18 13:42:52 잘보고 갑니다~~ 28 아미델린2006-01-18 14:09:10 소피아는 역시 귀엽네요 ^^ 건필하세요 백호님~ 29 아미델린2006-01-18 14:10:54 그런데.. '그냥 웃겨 넘겨버렸던' 이 아니고 '그냥 웃어 넘겨버렸던'이 더 맞는 거 같은데.. ㅎㅎ;; 30 바레이타2006-01-18 14:35:43 건필 31 血死魔人2006-01-18 15:45:34 나중에 스콜이 루시퍼로 돌변해서 라그나로크 진행시켰으면 하는 소망 ..) 32 백발검귀2006-01-18 15:52:06 마몬 마지막에는 멋지게 쓰러지네요.....남자다운것 같습니다~! 건필요~~! 33 쾌인2006-01-18 16:19:33 마몬 멋있군요..^^ 소피아도 아싸~ ^^ 건필하세요!! 34 Eclipse2006-01-18 18:35:57 아.. 정말, 감동입니다. 여기까지 쉬지않고 읽었군요. 건필하세요! 35 대사자2006-01-18 22:06:38 수고하세요~ 36 실버울프2006-01-18 23:00:28 마몬의 대장장이와 마몬의 상인이 기억나는 군요 리니지2 ㅎㅎㅎ 37 同安2006-01-19 01:44:37 마몬이라는 녀석도 알고보니 멋있군요.. 이런 멋진 녀석들이 있는 세계.. 저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지만 제가 하면 우스운 세계가 되어버리니 아스크 읽으며 대리만족 하는 수 밖에요.. 축구보고 열받았다가 아스크 읽고 풉니다.. 오늘도 재밌게 보고 갑니다.. 38 김백호2006-01-19 02:27:24 ETERNITY님, 감사합니다. 마몬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해주시니 마몬으로서도 흐뭇했을 것 같습니다. 실페리온님, 확실히 먼저 죽어버린 '어느'인간보다 나은 결말이었죠. 몽몽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켄파치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절도범산타님, 하하하, 네,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캘시퍼님, 후훗, 그런건가요? 그래도 스콜, 소피아, 자드키엘, 듀란 사이에 마몬이 있으면 왠지 균형이 맞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요. 독수리 5형제처럼요. 매너모드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Hernesto님, 네, 개인적으론 죽이면서 조금 아쉬운 자였습니다. 영혼까지님, 건필하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deathray님, 후훗, 점점 들춰야겠지요. 아마도 몇화 뒤엔 거의 밝혀질거라고 봅니다. The[劍]님, 제가 지금 드릴 수 있는 얘기는 아마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을거라 자신합니다. 푸른꽃님, 네, 마몬처럼 카프지엘의 죽음도 조금은 신경을 썼었습니다. 기억해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질라르디노님, 아마도 제가 느꼈던 감정이 조금은 글에 드러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어느 정도... 후훗. 60일탈출님, 하이~ 확실히 힘의 대결을 거의 하지 않았던 악마죠. 닥님, 하하하, 방법은 달랐지만, 자기 나름대로 삶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건곤무쌍님, 댓글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즐감하셨으면 합니다. 미캉엘님, 좋은 하루 되세요. 아미델린님, 먼저 오타지적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했습니다. 역시 소피아가 대세죠. 바레이타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血死魔人님, 오, 멋진 시나리오인데요. 그렇게 되면 소피아도 적이 된다는... 백발검귀님, 마몬의 죽음, 애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필, 좋지요! 쾌인님,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마몬을 좋게 봐주셔서 흐뭇하군요. Eclipse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 대사자님, 네, 댓글 감사합니다. 실버울프님, 저도 리니지2는 조금 했습니다. 8썹에서 블댄 73렙이라는, 후후. 同安님,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더라도 한번 혼자서 적어보세요. 저도 처음엔 그냥 저 혼자 볼려고 적은 게 글을 쓰게 되었는 걸요. 글 쓴다고 축구는 못봤습니다;; 39 건곤무쌍2006-01-19 02:32:34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좋네요. 다만 살짝 아쉬운건 주인공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좀 작위적인 설정이 많다고 할까요? 계속 싸움이 진행이 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인물들이 알게 되는게 정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까지 크게 무리가 있진 않습니다만 계속되다보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상한 형태가 되어버릴지도.. 개인적으로 약간 답답한 감도 좀 있구요 ^^ 선작 추가하고 끝까지 같이 달려보겠습니다. 작가님도 건필하십시오. 40 김백호2006-01-19 02:36:52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혹시 퇴고를 들어가게 되면 이 부분에 있어서 신경을 쓰면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앞으로 묘사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확실히 참고를 해야 할 점이군요^^ 41 Homeros2006-01-19 10:03:25 마몬은 무력의 측면에서 보면 가장 강했지는 않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악마중에 가장 매력있었던 캐릭터가 아니었나 합니다. 건필하세요. 42 소검무제2006-01-19 20:31:14 잘 보고 갑니다. 43 원유2006-01-19 22:35:47 [del] 마몬! 역시 군주는 다르군요... 뭔가 화끈하다고 해야되나.. 잘보고 갑니다 44 김백호2006-01-20 07:31:09 Homeros님, 네, 확실히 마몬이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긴 하죠. 그리고 아직 나오지 않은 군주들도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소검주제님, 댓글 감사합니다. 원유님, 멋있게 그리고픈 마음이 조금은 전달된 듯 해서 기분이 좋군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45 Σ비호란™2006-01-20 19:55:01 잘보고갑니다^^ 46 노란병아리2006-01-21 15:20:32 쩝 마몬도 The End,. 47 소면살우2006-01-22 07:01:31 퀸은 낼름 우리편으로...ㅎㅎ 48 넬드라드2006-01-22 15:14:09 소피아 네가 기적을 일으켰군.. 역시 사랑이었던가... 기적의 마법. 마몬은 그런 상대가 없었던게.. 1의 차이였을지도 모르겠군요. 49 김백호2006-01-22 15:17:06 어쩌면 4와 40보다 36과 37의 차이가 더 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50 절대꼭미남2006-01-28 06:25:36 어째서 나쁜 악마들이 마지막엔 멋지게 가는거지.... 마몬도 마지막엔 충의 포스가 느껴졌는데;; 건필하세요 51 김백호2006-01-28 14:39:43 네, 마지막에 루시퍼를 보고 거의 자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52 破邪神劍2006-02-02 22:34:06 왠지 맘에 드는케릭터였는데 죽어버렸군요 쩝... 53 巨時期2006-02-04 22:56:15 하핫. 마몬 정말 맘에 드네요. 소피아보다도 마음에 듭니다. 54 김백호2006-02-05 07:43:43 나, 나, 남색이셨습니까? 55 火狼2006-02-23 09:46:01 퀸은 주인공한티로 가는건가요.. 56 김백호2006-02-23 18:27:14 퀸은 과연 어디로 갈까요!! 두둥!!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0화 [54]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8화 [63]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19 02:30:07 고친날 2006-01-19 03:24:33 읽은수 1945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0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강식이 아무리 무서운 기술이라 하나 카르마의 끝은 있었다. 자드키엘은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자신이 빗은 마지막 강식의 노예가 같은 악마들에 의해서 찢겨죽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여기까지인가?' 그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했다. 듀란과 프레키는 아직 악마들에게 먹힐 정도의 수준이 되지 못했다. 멋지게 전장에 뛰어들었던 그들은 채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몰릴 대로 몰려서 자드키엘의 옆에서 지친 듯 서있었다. "헉, 헉." 심장이 터질 듯이, 근육이 끊어질 듯이, 미친 듯이 악마들에게 불꽃의 주먹을 내질렀지만, 이것으로 한계에 다다랐다. 듀란도 자드키엘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힘들겠군." 아직도 수없이 많은 악마들을 바라본 듀란의 말에 프레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이곳에 가장 먼저 있었던 자드키엘보다 더 지쳐 보이는 프레키였다. 사실상 프레키는 지금상황에선 전력에 도움이 거의 안 된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의 검이 방금 전 악마를 내리치면서 부러져버렸기 때문이다. 주변에 떨어진 악마가 쓰던 검을 주워든 프레키, 여기저기 상처 입은 처참한 그의 모습에서는 더 이상 귀족의 자존심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듀란도 지금 프레키가 얼마나 마음을 모질게 먹고 있는지 눈치 채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고성에 있는 스콜은 아마도 포기를 모르고 마몬과 싸우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에게 짐을 만들어줄 수는 없었다. 결연한 의지로 뭉친 그들, 그들의 곁으로 지금 한 여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주위에 검은 옷을 입고 잿빛의 피부를 가진 악마들밖에 없어서 유독 눈에 띄는 여성이었다. 순백의 옷자락 여기저기에 그려진 붉은 핏자국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 어쩌면 그 핏자국은 그들의 미래인지도 몰랐다. 얼음의 여왕 스카디는 궁지로 몰린 자드키엘일행이 있는 곳까지 오더니 미소를 지어보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였다. "뭐지?" 자신들의 최후를 조롱한다고 여긴 자드키엘이 날카롭게 쏘아붙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미소를 그린 채 검을 꺼내들 뿐이었다. 자드키엘의 적의로 가득 찬 시선은 관심도 없는지 스카디는 뽑아든 검을 휘두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늘거리는 옷자락이 바람결에 매혹적인 향기를 날린다. 검이 나비처럼 춤을 춘다.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주는 것 같은 춤이었지만, 그녀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카르마는 스산하다 못해 악랄할 정도였다. 그들은 스카디가 무엇을 할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었고, 이윽고 그녀의 검무는 그 극의를 발하였다. 얼음의 춤, 그녀의 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바람이 주위를 스쳐갔다. 그 바람은 자드키엘과 듀란, 프레키를 제외한 주변을 덮쳤고, 가장 앞서있던 악마들을 차례대로 얼려버리기 시작했다. 순간 거대한 얼음덩이 속에 갇혀버린 악마들, 그 얼음이 확산되어가자 악마들의 입장에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드키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악마들을 이끌었던 적이었다. 그러했던 그녀가 적을 죽이고 있다. 그렇다면 조심스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자드키엘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암울한 하늘빛 아래 부유하고 있던 고성, 그 성이 흔들리며 단번에 땅으로 떨어질 듯 불안하게 보였다. 그걸 증명하듯 고성에 붙어있던 땅덩어리들이 벌써 조각 조각나서 떨어지고 있었다. '스콜의 손에 마몬이 죽었군.' 스카디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과 땅으로 곤두박질치려는 고성을 보고 자드키엘은 아직 절망하기엔 이르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여기서 탈출해야만 했다. '고성이 떨어진다면, 다른 곳이 아닌 이곳 정상으로 떨어진다.' 자드키엘은 지쳐서 접고 있던 3쌍의 날개를 활짝 펼쳐 천천히 날개 짓을 하기 시작했다. "억!" "아아악!" 땅을 밟고 있는 발끝부터 시작해서 온몸을 얼려버리는 얼음덩이에 생매장을 당하는 악마들은 비명을 질러대었다. 처참한 비명소리를 들으면서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듀란과 프레키의 목깃을 그때 누군가가 낚아챘다. 자드키엘이었다. 한손으로 듀란과 프레키의 목깃을 잡아챈 그는 더욱 힘차게 날개 짓을 하며 조금 전 그와 목숨을 걸고 싸웠던 스카디에게 남은 한손을 내밀었다. "잡아라."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드키엘의 손길을 마다한 그녀,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떨어지는 고성에 깔려죽게 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어째서냐?" 스카디는 흐릿한 눈길로 얼음에 꽁꽁 얼어버린 악마들의 모습을 둘러보더니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얼음으로 잠시 악마들의 발을 묶어둔 것뿐입니다. 저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얼음이 녹게 되면 다시 깨어날 겁니다. 고성이 떨어져서 그들이 죽었다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는 전 갈 수 없습니다." "단지 그것뿐이냐?" "무슨 말씀이시죠?" "이유가 단지 그것뿐이냐고 물었다." "훗, 저는 마몬의 아슈타파다가 되면서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을 너무 많이 저질렀습니다. 그 증거로 마몬이 죽어 영혼의 구속은 풀렸는데도 저의 몸에선 여전히 마성의 카르마가 넘쳐흐르고 있죠. 이런 제가 살 필요가 있을까요? 전 여기 있는 악마들과 함께 마지막을 장식하는 편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실망한 나머지 자살을 하려하고 있었다. "넌 바보냐?" 한손엔 짐을 들듯 허우적거리는 프레키와 듀란의 목깃을 잡고 3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에 떠 있던 자드키엘은 스카디의 말을 비웃으며 동의도 얻지 않고 그녀의 허리를 감아서 안아버렸다. "이거 놓으세요! 전 살 자격이 없단 말입니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지른 악마란 말이에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허리를 더욱 꼭 끌어안은 자드키엘은 길고 거대한 3쌍의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라 고성이 떨어져 내리려는 정상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조용히 날아가던 자드키엘, 그의 팔을 풀려고 애를 쓰는 스카디를 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착각하지 마라. 인간, 너는 악마가 될 자격이 없다." "제 손에, 제 손에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들으면 놀랄 걸요? 자그마치……." "흥, 닥치고 들어라." 스카디의 말을 거칠게 끊어버린 자드키엘은 그녀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말을 이었다. "잘 들어라. 악마는 절대 죽인 인간의 수를 세지 않는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죽인 곤충의 수를 세지 않듯 말이다. 그런데 넌 지금 세고 있다.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죽인 인간의 수를 세고, 그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는 악마는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그것이 네가 인간이라는 증거다." "하지만……." "인간은 부족한 존재로 태어나지만, 죽는 날까지 흐를 수 있는 축복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고칠 수 있는,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이 내가 인간을 인정하는 유일한 장점이다." "……." "아마도 스콜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거다. 백 명을 죽였다면 천 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살고, 천 명을 죽였다면 만 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그래, 그녀석이라면 분명 그렇게 말했을 거다." 스카디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자살보다는 죽어가는 타인을 살리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걸 그의 말을 들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드키엘은 듀란과 프레키를 잡고 있는 손과 스카디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을 더욱 주었다. "게다가 넌 강하고, 아름답다. 인간주제에 나에게 욕정과 탐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넌 이제부터 나의 애인이 된다. 그러므로 죽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뭐, 뭐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얼굴을 붉히며 항변하는 스카디를 살짝 바라본 자드키엘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면서 정상으로 떨어지는 고성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날아가고 있었다. 콰르릉! 콰쾅! 천지가 진동을 한다. 고성과의 충돌을 이기지 못한 가룸산맥은 산사태를 일으켰고, 일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이번 산사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는지 짐작조차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스카디의 얼음에 묶여있던 악마들의 죽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결국 가룸산맥의 정상에 부유하고 있던 고성은 무너져 내렸고, 임시로 맺어졌던 대륙 동맹은 한동안 유지하게 되었다. 그들 모두가 라그나로크가 거짓이 아니었으며 악마들과 싸움은 이제 시작이 되었다는 걸 인지하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대륙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제국의 정황은 여전히 불안했다. 곳곳에서 악마들과 마물들이 출몰하게 되면서 제국군의 손과 발은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국경을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소규모의 마물과 악마들을 전부 처리하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연스레 결계가 쳐지지 않은 각 마을마다 용병길드가 활성화되었으며 불안한 대륙 정세와는 반대로 '용병황금기'가 도래하게 되었다. 외곽의 이름 없는 마을에서는 용병왕을 신으로 추앙할 만큼 용병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시기라 역사는 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제국력 1721년 9월 27일, 부유대륙 발할라가 가룸산맥에 올라서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그날 거대한 폭풍우가 중간대륙을 휩쓸어버렸다. 바로 대륙의 주인이라고 불리는 동쪽의 샤를마뉴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강대국인 서쪽의 아르카디아왕국의 국왕이 대낮에 피살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역사는 악마의 소행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성문을 지키는 네 병사를 말없이 베고, 맨손으로 성문을 부시더니 내성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내성문을 지키던 기사들, 아르카디아왕국이 자랑하는 수많은 기사들이 유령처럼 불쑥 나타난 남자에게 용감하게 덤벼들었으나 모두가 한 주먹거리도 되지 못했다. 아니,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손가락만을 사용해서 그에게 덤벼든 기사들의 육신을 전부 찢어놓았다고 한다. 그렇게 남자는 넓은 왕성을 단 한번도 헤매지 않고 국왕이 거처하고 있는 왕궁으로 단숨에 찾아가서는 그 앞을 지키는 기사들과 국왕의 목을 너무나도 쉽게 베어버렸다. 그 모든 일들이 경비가 가장 삼엄하다고 할 수 있는 대낮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일을 두고 중간대륙에 있는 사람들은 머리만 맞대면 떠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으며 꽤나 그럴 듯한 소문도 그 중에 몇몇 있었지만, 결국 진상은 파헤쳐지지 않은 채로 사건은 영원한 미궁으로 빠져버렸다. 여전히 마물과 악마들의 출몰은 잦았고, 사람들은 각자의 안위를 지키기에 바빠 한 나라의 국왕의 죽음을 길게 애도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중간대륙은 조금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이야기는 다시 대륙의 동쪽에서 시작된다. 제국에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황립기관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생각할 것 없이 이곳을 꼽게 될 것이다. '용병황금기'를 맞아 정신없이 돌아가는 용병양성학교 아스크, 이곳에서 역사의 그늘처럼 움직이는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소피아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0^ 시엘 : 언니! 이번 화는 제가 인사하기로 했잖아요-_-^ 소피아 : 어머! 그랬니^0^? 시엘 : 흥! 소피아 : 미안해! 언니가 나중에 맛있는 거 사줄께. 아니, 그것보다, 시엘! 너 요즘 고민 있니? 눈가에 주름 봐! 피부 좀 신경 써야겠다. 시엘 : 고민이 없을 수가 없죠! 소피아 : 무슨 고민인데 그래? 사랑스럽고, 앙증맞고, 섹시하고, 깜찍하기도 하지만, 헌신적인데다가, 지적이고, 우아하고, 매혹적인 이 언니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아 보렴^_^v 시엘 : 은근히 자기PR하지마세요-_-^ 언니 때문에 저희 같은 여성등장인물이 빛을 못 발하고 있잖아요! 이사벨언니 같은 경우엔 싸움이라도 잘하기 때문에 독자 분들이 '검은 여신'이라는 칭호로 어느 정도 기억을 해주시고, 아이리스도 니플을 좋아하는 순박한 소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정작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저! 시나리오의 꽃과 같은 제가 '시엘은 똥꼬가 있습니다.'라든지 '똥꼬가 불타고 있어'라든지, 자고 일어났더니 똥을 밟지 않나, 이상하게 똥이랑 너무 친하잖아요. 이러다가 '똥공주'가 되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에 요즘 제대로 잠도 못 잔단 말이에요. 카르마로 똥을 만들어낸다던지, 그걸 적에게 던진다던지, 하게 될 것만 같아요. 소피아 : 어머! 시엘, 그거 꽤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 이번 기회에 감독님한테 얘기해서 카르마로 똥을 만드는 거야! 그럼, 인기 제대로 끌 것 같아! 쾅! 그 말을 들은 시엘, 괜히 앞에 있는 책상을 주먹을 내리친다. 시엘 : 농담이죠-_-+ 소피아 : 다, 당연하지^0^;; 시엘 : 됐어요. 상의할 사람이 따로 있지. 인기걱정은 일체 없는 언니한테 한 제 잘못이 크네요. 시엘은 삐져서 소피아의 방을 휙 나가버렸고, 소피아는 조금은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오늘 나온 대본을 읽고 있었다. 밤은 점점 더 깊어져갔고, 조용한 밤중에 술 취한 것 같은 한 남자의 목소리가 창가를 통해서 들려왔다. 프레키: 자드키엘! 이 배신자! 생체난로는 고독한 늑대에겐 불필요하다고 했으면서! 감히 너마저 배신을 때려! 아니, 이건 감독 탓이야! 난 왜 남색이냐고! 나도 생체난로 줘! 날씨도 추워지는데, 으엉엉ㅠ.ㅠ 그 날 밤 한남자의 처절한 절규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ㅡ_ㅡ악덕2006-01-19 02:31:47 흐음.. 개인적으론 좋아하진 않지만..선리플 후독... 2 ㅡ_ㅡ악덕2006-01-19 02:35:41 자드키엘...멋진걸요?ㅋ 3 김백호2006-01-19 02:37:35 악덕님, 그렇죠. 자드키엘, 멋진 악마죠-_-b 4 켄파치2006-01-19 02:47:01 건필하세요 5 건곤무쌍2006-01-19 02:47:29 앞 내용을 다 읽어버려서 그런지 이번 화는 유달리 짧아 보이는 -_- 6 血天修羅2006-01-19 02:50:56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부디 다음편도 빨리 올려주시길......^^ 7 김백호2006-01-19 02:54:06 켄파치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건곤무쌍님, 실제로 이번화는 아주 조금 짧습니다. 그래서 질질 끌기보단 소피아와 시엘의 간소한 만담을 준비한 겁니다-_-;; 血天修羅님, 네, 하루에 한화씩은 꼭 올리도록 하겠습니다(연참대전이니까 당연히 올리는 거잖아! 퍼억!) 8 몽몽2006-01-19 03:05:07 잘보고갑니다^^ 9 Painkiller2006-01-19 03:21:35 자드키엘..연애방식도 참.. -_-;; 독특하군요 ^^; 10 질라르디노2006-01-19 03:37:20 캬캬 내 예상이 맞았다!!! 어쩐지 싸울때부터 얼아봤어 키킥 작가님 근데 이제 스카디 누님의 수명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11 꾸녀기2006-01-19 03:42:47 오 자드키엘... 역쉬 멋져.. 건 필 하세욥 오늘도 재미있게 보고 갑니당 ^^ 12 Hernesto2006-01-19 05:06:17 스콜이 약간 독불장군처럼 변하면 자드키엘과 같을거 같군요.. 둘다 맘에 드는 성격입니다 ㅎㅎ; 13 캘시퍼2006-01-19 06:58:29 카르마로 똥 만들어내면.. 대박일듯.. 크크. 후기보고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건필요~! 14 朔月2006-01-19 09:01:30 웃흥? 만약 카르마로 대변을 만들 수 있다면 역사상 유일무이의 공주님이 될겁니다. 아? 그럼 천생연분의 커플 탄생이로군요! 똥꼬와 똥공주 -_-;; 15 파진찬2006-01-19 09:09:51 건필이요 ^^;;; 16 데스카2006-01-19 09:30:18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죄악의 붉은 달에 태어난 똥공주!!~!~ 크크크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존재을 잊고 있었는데... 똥공주 = 시엘 이라고 생각하니 기억이 잘되네요. 그리고 자드키엘이 스카티 먹었군요..-_- 자드키엘은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놈은 연애질이나 하는 애가 아니라고요!!! OTL 교육 잘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자드키엘도 결국은 엎구리가 시려웠군요...얼마나 밤일이 그리웠으면..-_- 건필하세요..^^ 17 60일탈출2006-01-19 09:31:24 헬로 음 이제 수왕 베히모스와 한판 남았군 18 푸른꽃2006-01-19 09:36:27 자드키엘이 부럽습니다..ㅡㅜ 나도 생체난로~;; 19 창공의노래2006-01-19 09:47:46 참 만담이 더 잼있는듯 ㅡ,.ㅡ 20 Homeros2006-01-19 10:08:22 자드키엘...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던듯...크흑~ 21 닥2006-01-19 10:41:12 건필하세요^^* 자드키엘 연애방식도 오만하군요~ㅋㅋㅋ 넌 내꺼~ㅋㅋ 22 아미델린2006-01-19 11:06:16 ^^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하하 자드키엘이랑 스카디랑 죽이 잘 맞는 커플이 될 것 같네요 건필하세요 23 백발검귀2006-01-19 11:25:51 멋지네요~~!!!1 건필요~! 24 챌린저a2006-01-19 11:51:25 아~~! 정말 자드키엘 >.< 스카디 먹어 부렀네요. 싸울때 어느 정도 상상을 했긴 했지만..., 25 메머리2006-01-19 12:08:21 이런,,,,,,,,,,옆구리가 아려오오,,,, 26 들아탈수2006-01-19 12:22:39 잘 보고 갑니다. 제 맘에 쏙 드는 마무리네요 ~_~ 27 엠프티니스2006-01-19 13:04:00 훔.. 이번화에 대한건 아니지만. 65화에서 오타가 있는거 같네요 ㅎㅎ 거기서 죽음을 갈망할수 없는자 라고 되어있는거. 스콜의 이야기 라면 죽음을 갈망할수 밖에 없는 자 라고 해야 하지 않을런지 ㅎㅎ 28 라타니엘2006-01-19 14:00:52 즐독하고 가요 건필하세요 29 크리노아2006-01-19 14:09:18 잘 보고 갑니다~ 30 血死魔人2006-01-19 14:11:53 흐음, 확실히 염장이군요 -_ 쁽뚫얽즭퉳닧 연참하세요 `` 31 쾌인2006-01-19 16:02:39 시엘의 하소연 씬마저도.. 소피아만 보이는군요^^ 건필하세요!! 32 카이렌2006-01-19 17:43:40 음... 어제도 기다렸건만... 새벽 1시 반 넘어서 별수 없이 자러갔네요... 잘 보고 갑니다. 그나저나 시엘은 고민이 넘쳐 흐르는군요; 자드키엘은 언제나 멋집니다! 33 소검무제2006-01-19 20:35:21 잘 보고 갑니다. 34 은월(銀月)2006-01-19 21:01:20 흠 그나저나 스콜이 정말 루시퍼라면 자드키엘은 루시퍼와 릴리스 사이에서 난 7층의 악마이니 자드키엘은 스콜의 아들뻘-_-?? 35 원유2006-01-19 22:38:40 [del] 자드키엘♡스카디 입니까? ㅎㅎ 36 대사자2006-01-19 23:18:18 수고하세요~ 37 同安2006-01-19 23:20:08 자드키엘.. 이 남자같은 놈!! 네.. 네놈도.. 멋진 말의 결론은 작업이었단 말이냐!! 38 김백호2006-01-20 05:37:05 몽몽님, 댓글 감사합니다. Painkiller님, 가장 감정이입이 쉬운 녀석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여자한테 저돌적인 스타일이라서... 질라르디노님, 스타디는 마몬에게 영혼이 묶이는 순간부터 멈춰져버렸습니다. 그러다 다시 흐르게 되었죠. 인간의 수명과 같습니다. 꾸녀기님, 재미있게 보셨다니 기분이 좋군요. Hernesto님, 네, 스콜과 자드키엘, 다른 점보다는 비슷한 점이 많죠. 캘시퍼님, 똥을 연성하는 능력은 아마 상급의 카르마가 있어야 할듯... 일종의 소환이니까요. 朔月님, 그렇죠. 똥꼬와 똥공주, 멋진 조합이군요! 파진찬님, 건필하겠습니다. 데스카님, 하하하, 자드키엘은 아마도 그러한 개념은 부족할 듯 합니다. 사귄다는 느낌보다는 가진다라는 느낌이 강하죠. 60일탈출님, 하이, 그렇습니다. 절대무력 이안을 쓰는 수왕 베헤모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푸른꽃님, 자드키엘은 악마입니다. 부러워하지마세요. 창공의노래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_-;; Homeros님, 먼저 꼬리를 친건 스카디였죠. 닥님, 네, 자드키엘의 컨셉은 언제나 오만! 아미델린님, 아마도 루시퍼, 릴리스 커플을 제외한다면 거의 최강커플이 될 듯 합니다. 백발검귀님,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챌린저a님, 하하하, 저도 상상을 했답니다. 메머리님, 가까운 친구나 부모님에게 주물러달라고 부탁하세요. 퍼억! 쿨럭! 들아탈수님, 후훗,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엠프티니스님, 오타지적 정말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을 했지만, 이제야 인사를 드리네요. 라타니엘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크리노아님, 감사합니다. 血死魔人님,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아직은 염장축에는 못 낄듯 합니다. 쾌인님, 그러시면 안됩니다! 시엘을 봐주세요! 똥을 던진다잖습니까! 카이렌님, 오늘도 늦어져버렸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봐주신다는 부담감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군요. 소검무제님, 말씀 감사합니다. 은월(銀月)님, 하하, 스콜이 정말 루시퍼라면 자드키엘이 아들뻘이 되죠. 원유님, 네, 자드키엘과 스카디 급격하게 러브라인을 형성했습니다. 대사자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적겠습니다. 同安님, 항상 마무리를 하시는군요. 앞의 얘기가 사실은 더 중요하죠. 하하. 39 Σ비호란™2006-01-20 20:00:17 잘보고갑니다^^ 40 절도범산타2006-01-20 22:38:06 헐헐,, 41 노란병아리2006-01-21 15:22:47 흠 인간은 한없이 부족을 느끼죠 많이 모아도 더욱 더욱 더더욱 42 김백호2006-01-21 15:26:44 비호란님, 댓글 감사합니다. 절도범산타님도 감사합니다!! 노란병아리님, 저도 그렇습니다. 한없이 부족함을 느끼는 탐욕스러운 존재죠. 43 소면살우2006-01-22 07:14:21 자드키엘...역쉬나... 프레키도 이제 제 짝을 찾아줄때가 온듯...ㅡㅡㅋ;; 곱상한 남자로-_-;;;; 태중혼약한 상대라두..없나요? ㅋ; 남색은 변태보다 불쌍함-_- 44 김백호2006-01-22 15:06:37 태중혼약이라, 프레키도 고마워할 듯 하군요. 하지만, 프레키는 고독한 늑대여야 해서... 시도와 마음은 몇번 더 먹겠지만,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죠. 45 넬드라드2006-01-22 15:19:48 소면살우님의 의견이 좋은듯 태중혼약했는데 태어난 애가 남자애 였다던지(으하하 -_-) 결국엔 그 녀석이 여자로 밝혀진다.. 이런식의 스토리가 되면 멋질듯 하네요. 46 창공의바람2006-01-26 10:41:51 하하하 카르마로 만든 똥이라.... 47 절대꼭미남2006-01-28 06:32:07 건필하세요 48 破邪神劍2006-02-02 22:42:32 자드키엘 멋진데... 짜슥 너무 멋있다 ㅎ 49 巨時期2006-02-04 23:06:01 하핫. 생체난로... 50 해비(駭匕)2006-02-04 23:11:21 역시 재미있습니다. 건필하세요~ 51 김백호2006-02-05 07:44:31 네, 반드시 건필하겠습니다!! 52 火狼2006-02-23 10:11:56 흑.. 스카디는 스콜껀줄 알았는데.. 53 쾌감조루2006-02-23 17:08:18 음...악마와 인간의 결합...혹시 애라도 나면 어쩌려고... 54 김백호2006-02-23 18:28:57 스카디는 자드키엘이 강탈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미 악마와 인간 사이에 애가 있습니다. 단테라는 인물이죠. 본편에 나오진 않지만, 언급은 됐었죠. 루시퍼와 인간사이에서 나온 자식이랍니다.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1화 [58]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69화 [56]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20 05:44:05 고친날 2006-01-21 06:07:54 읽은수 1950 [ 14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1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8화 천공(天空)의 대륙에 걸린 진실 한 남자가 있다. 쌀쌀해진 날씨를 벗 삼아 검은 망토위에 후드를 깊숙이 눌러쓴 남자다. 붉은 머리카락만이 후드자락의 끝으로 살짝 드러나 있다. 그 남자의 양어깨는 얼핏 봐도 맞지 않았다. 아마 한 팔이 없는 것일 테다. 왼쪽어깨가 오른쪽어깨보다 유난히 좁았다. 남자의 얼굴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후드를 깊숙이 눌러쓴 탓도 있지만, 정오의 햇살 아래 진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피부색깔마저 분간을 못할 정도였다. 그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걸음이 향한 곳은 높은 성벽과 성문이 굳건히 닫혀있는 곳이다. 이제 가을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지만, 정오의 햇살은 아직도 따사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성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두꺼운 갑옷 때문에 늦더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길거리를 서성이는 강아지처럼 품위 없이 혀를 내밀고 있다가 한 남자가 성문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누추한 차림의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허가가 없으면 이곳으론 통행은 불가하다."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년남자가 말을 건넸지만, 검은 망토와 후드를 눌러쓴 남자는 귀머거리인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름대로 위엄 있게 말을 한 것인데 철저하게 묵살 당하자 기분이 나빴던지 중년의 병사는 그를 막아섰고, 그는 대답 대신 한손을 들어올렸다. 휘이익! 그 남자의 손에서 주먹만한 구(球)가 맺혔다.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검은 구가 남자의 손에서 천천히 떨어져나갔다.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남자의 손에서 떨어져나간 구는 바로 앞으로 나온 병사의 몸에 살포시 안겼다. 파지직! 검은 소용돌이가 치는 구가 병사의 몸속으로 사라지자, 순간 병사는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몸속으로 들어간 구가 그의 장기를 모조리 집어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크아악!" 결국 몸속으로 들어가 장기를 집어삼킨 구 때문에 허리가 붕괴돼버린 남자는 상체와 하체가 접혀버리며 길바닥에 떨어졌다. 구멍이 뻥뻥 뚫린 허리에서 연약한 살점과 조각 조각난 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한 핏자국이 땅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병사들은 기괴한 장면에 깜짝 놀라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과 들고 있던 창을 그 남자에게 겨누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수십 개의 구를 만들며 성문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으아악!" "으헉!" 각각의 구가 경계를 하고 있는 병사들의 몸속으로 사라져버리거나 스쳐지나가며 병사들의 몸을 뜯어놓고 있었다. 허리가 끊어진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면서 진한 핏줄기가 쏟아진다. 인간의 몸속에서 숨쉬고 있던 지독한 냄새가 주위를 덮쳤으며 부들부들 떠는 몇몇 병사들은 끝내 무기를 버리고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는 도망치는 병사들에겐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남은 구들은 그 남자의 의지를 따라서 앞을 가로막고 있는 두껍고, 튼튼한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콰지직! 구와 성문이 충돌하자 마치 충차의 쇠뿔이 성문을 강타하는 것 같은 무거운 소리가 주위를 엄습했다. 튼튼하기로 유명한 성문이었지만, 그 문은 몇 개의 구의 충돌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서져버렸다. 성문 안에 있던 기사들은 대낮에 닥친 폭풍우 같은 기습에 놀라서 검을 챙겨들고, 성문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귀신을 보았다. 기사들의 저항은 마치 인간에게 덤벼드는 개미들처럼 너무나 힘없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남자의 몸을 감싸는 수십 개의 구가 덤벼드는 기사들의 몸을 족족 터뜨려버리고 있었다. 명예와 신의를 생명같이 여기는 기사들은 주위의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공포 속에서도 이를 꽉 물고, 거품을 물고, 그에게 덤벼들었다. 물론 그것은 만용에서 비롯된 헛된 저항일 뿐이었다. 남자가 만든 구는 아무리 단단한 물체라도 뚫을 수 있는지 미스릴로 만들어진 갑옷을 입은 기사들의 몸통마저도 가볍게 꿰뚫어버렸다. "아아악!" 남자가 걷는 길에는 생명체는 용서받을 수 없었다. 오직 비명소리와 유혈이 낭자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피로 이루어진 길을 걷고 있었다. 그렇게 수십, 수백의 기사들이 덤벼들었지만, 지난날 아르카디아왕국의 기사들이 그러했듯 제대로 된 저항한번 못해보고 하나같이 죽어갔다. 남자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그는 처음 들어오는 황실일 텐데도 단 한번의 헤맴도 없이 단번에 이곳, 샤를마뉴제국의 황제인 카를대제가 기거하고 있는 곳을 찾아들어갔다. 콰쾅! 카를대제가 바쁜 정사 때문에 밀려오는 두통을 해소하기 위해 찾은 서재의 문이 폭발하듯 부서져버렸다. 깜짝 놀라서 부서진 문을 바라본 카를대제는 문 앞에 서있는 남자를 보고 낮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의 뒤쪽으로 보이는 복도엔 기사들의 시체가 수없이 쌓여있어 통행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고, 그의 검은 망토와 후드는 쏟아진 인간의 피로 잔뜩 젖어서 바닥에 붉은 피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가 여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를 부르며 왔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목적이 뭐냐?" 장래가 유망한 수많은 기사들이 눈앞에 있는 남자 하나로 인해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카를대제는 분노가 깃든 눈길로 그를 노려보며 희대의 명검을 뽑아들었다. "너의 죽음이다." 일체 감정이 섞여있지 않는 목소리였다. 쇳소리를 닮은 거친 목소리에 카를대제는 며칠 전 아르카디아왕국의 국왕을 대낮에 피살했던 인물과 그가 동일인물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날 왜 죽이려는 거냐?" "살고 싶으냐?" "훗,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죽어야 하는 이유를 모른 채 죽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남자는 카를대제의 말에 한쪽 입 꼬리를 올려서 미소라는 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카를대제의 예상처럼 아르카디아왕국의 국왕도 그가 죽였다. 그도 죽기 전 카를대제가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거지소녀가 너의 죽음을 청부했다." "거지소녀라고?" 남자는 그렇게 얘길 하며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거지소녀가 자신의 죽음을 청부했다는 말에 어느 정도 죽음을 직감하고 있던 카를대제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소녀가 말했다.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가 말하길, 만약 동쪽과 서쪽을 나누는 지배자들이 대낮에 비명횡사하는 일이 생긴다면 무료로 치료해주겠다고 했다. 소녀가 부탁했다. 동쪽과 서쪽의 지배자를 죽여 달라고, 전 재산인 빵 한쪽을 주며 부탁했다." 다가오는 남자의 말을 들으며 얘기를 정리한 카를대제는 어이가 없어서 허탈한 웃음소리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소녀의 어머니를 내가 살려주면 되는 것이냐?" "안된다. 소녀는 이미 죽었다. 나는 그 소녀를 먹으면서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했다." "허!"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죽음은 정치적인 음모나 대의명분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순진한 거지소녀가, 아니, 의사가 한 농도 짙은 농담으로 그가 죽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황성에 있던 기사들의 죽음도 그런 어이없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미 그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에 아르카디아왕국의 국왕이 죽었다는 거다. "네 녀석의 정체는?" "모른다." "뭐라고?"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리고 알 필요도 없다. 나는 자아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빵 대신 소녀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셨다는 거다. 나는 소녀의 청을 들어주기로 하고 살점과 피를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너는 죽어야 한다." 남자는 카를대제를 죽인다는 걸 확실히 밝혔고, 카를대제도 곱게 당할 수는 없었기에 그에게 저항하기 위해서 쥐고 있는 검에 모든 카르마를 불어넣었다. 극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하나, 그의 제자로서 부끄럽지 않는 수준의 니플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하압!" 생에 있어 최후가 될지도 모를 기합을 지르며 검을 내지르자 수백, 수천 개의 칼날이 비 오듯 남자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카를대제가 쏘아붙이는 칼날에 꿰뚫리면서도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니다. 칼날은 남자가 입고 있는 망토만을 뚫을 뿐 피부에 직접적인 해는 끼치지 못하고 있었다. '스승님과 같다!' 카를대제는 놀라서 눈을 크게 부릅떴다. 스승님과 같은 피부를 가진 자라면 그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었다. '차원이 다르다!' 놀라서 잠시 주춤한 카를대제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온 남자는 망설일 것 없이 한 손을 들어 구를 날렸고, 섬뜩한 느낌에 카를대제는 최대한 몸을 던져서 구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치이익!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피하긴 했으나 스쳐가는 구에 옆구리가 거의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크윽! 쿨럭!" 검붉은 피가 쏟아진다. 떨어져나간 상처에서 내장이 주르륵 쏟아진다. 갈색의 고풍스런 카펫이 카를대제의 피로 흥건히 젖고 있었다. "너는 이제 살 수 없다." 무뚝뚝하게 말을 던진 남자는 깊은 상처를 입고 쓰러진 카를대제를 스윽 바라보더니 커튼에 가려진 큰 창을 깨버리며 그곳으로 사라져버렸다. 카를대제는 대낮에 벌어진 꿈같은 일 때문에 바닥에 쓰러진 채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애써 흐려지는 정신을 붙잡는다. 버텨야만 했다. 방금 남자가 펼친 기술은 다른 사람도 아닌, 스승의 기술과 비슷했다. 단지 검을 휘감던 검은 소용돌이가 구가 되어 있었다는 차이점밖에 없었다. "쿨럭!"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려야만 했다. 그전까진 죽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의지와는 반대로 자꾸만 눈이 감기려고 한다. 방금 전까지 온몸을 휘감았던 번개에 찢기는 듯한 통증도 사라져버렸다. 남은 것은 육신이 공중에 붕 뜨는 것 같은 기분과 시간의 흐름조차 느끼지 못하는 무뎌진 감각밖에 없었다. 공간과 시간이 일그러지더니 갑작스레 어둠이 찾아들었다. 밤이 된 건 아니라는 걸 안다. 그저 눈이 보이지 않게 돼버린 것 같았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은데, 아직 살아있는 건가? 아니, 이미 죽어버린 건가?' 그의 걱정과는 반대로 실제로 카를대제가 바닥에 쓰러져있던 시간은 채 1~2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에게만 세상의 시간이 적용되지 못하고 무척이나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고 있었다. "아버지!" 황성의 외각에 거처하고 있던 에리공주는 아버지가 있는 황궁의 중심이 한 남자에게 습격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기사들을 대동하고 서재로 뛰어왔다. 그곳에서 펼쳐진 충격적인 장면에 에리공주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항상 침착함과 차분함을 유지하던 얼음 같은 공주였지만, 아버지의 배에서 거침없이 피가 터져 나오는 광경을 보고서도 평정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아버지! 아버지!" 자신을 끌어안으면서 부르는 목소리가 첫째 딸의 목소리라는 걸 깨달은 카를대제는 피를 토하면서도 생명을 쥐어짜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에리……, 아빠 말, 잘 들어……." "아버지, 말씀하지 마세요." 그녀의 아버지인 카를대제가 입을 열 때마다 터져 나오는 피를 보며 에리공주는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지독한 악몽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뭘 꾸물거리는 거냐? 목을 베기 전에 엘시드님을 모셔 와라!" 뒤에 있던 기사들을 독살스럽게 노려보며 명령을 내린 그녀는 아버지의 상처부위를 보며 눈물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헛된 명령일지도 모른다. 피가 너무 많이 흐르고 있다. 그런데도 끝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될지 그녀로서는 너무나 막막했다. 다급한 마음에 그녀는 커튼을 뜯어내어서 일단은 지혈을 하기 위해서 두꺼운 커튼의 천으로 아버지의 배를 감쌌고, 카를대제는 떨리는 손으로 에리공주의 가녀린 두 손을 붙잡아주었다. "잘 들어……. 중요한 얘기란다……." "아버지!" "스승님의 기술을 가진 남자……." "스승님의 기술을 가진 남자요?" "에리야……, 스승님의…… 기술을 가진 남자였다고…… 실베스트르백작……, 그를 찾아가서…… 말하고 앞으로 해야 할일을…… 들어라…….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거다……." "시, 실베스트르백작을 말씀하세요?" 그녀도 알고 있었다. 숲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백작은 박식하기로 유명한 남자였다. "그래……, 에리야……. 너에게 무거운 짐만…… 짊어지게 해서…… 미안하구나. 아빠는…… 이만 떠나야 할 것……." "그런 말씀 하시지 마세요! 어딜 가신다는 거예요!" "미안하다……. 네가 있어…… 안심할 수 있다……. 든든한 우리 딸……." "아버지, 안 돼요!" "마리(Marie)랑 시엘에게도……, 얘기해주렴……. 이 세상 누구보다…… 너희들을 사랑했다고……." "아버지! 아, 아빠! 죽지 마! 죽으면 안돼!" "……." "아빠! 안돼! 안돼! 안된단 말이야! 우리들 시집가는 거 전부 봐야지! 아빠! 으흑! 으흐흑! 왜! 왜!" 차갑게 식어버린 카를대제를 꼭 끌어안은 에리공주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그녀는 말하지 못했다. 바보같이 차가운 성격 덕에 부끄러운 나머지 한번도 하지 못했다. '사랑해요.' 이 한마디를 한번도 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듯 하면서도 가장 무거운 말, 사랑한다. 진심으로 사랑한다. 미칠 듯이 사랑한다. 심장이라도 꺼내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한다. 그런데 바보같이 하지 못했다. "아빠! 제발! 들어 줘……. 난 아직 못했단 말이야……." + 고요한 새벽의 기운을 마시며 글을 쓴다. 커피 한 모금, 담배 하나면 나는 인생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내가 지금 쓰는 이 글은 내게 물질적인 풍요는 주지 못한다. 출판? 솔직히 탐난다. 돈이 탐나서 출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쓴 글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줄 거란 욕심 때문이다. 어머니가 작가아들을 뒀다고 자랑하실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속물이 되었다. 그래서 야심 차게 출판을 겨냥하고 썼던 글이 바로 아스크다. 그렇다보니 처음 아스크에는 혼이 들어있지 않았다. 순수하게 글 쓰는 것이 좋아, 글을 썼던 붉은 서풍과는 달리 나의 아스크에는 혼이 결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추하게 만들어진 아스크는 지금 나에게 깊은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아스크를 쓰며 나는 커피 한 모금의 여유와 담배 한 개비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처음 글을 썼을 때처럼 불타오르고 있다. 글을 쓰는 사이 나는 내가 쓴 글에 동화되고 있었다. '이것만으로 만족하련다.' 나에게 기대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이 만족감을 가지고 세상을 떠나고 싶다. 딱 몇 년 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 내 나이 26살, 사랑도 할 만큼 했고, 친구도 후회 없이 사귀었다. 고통, 쾌락, 아픔, 기쁨, 슬픔, 겪을 만큼 겪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게 남은 숙제는 아스크의 완결과 다음 작 '절망에 관하여'의 완결이다. 이 글을 끝으로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 헛된 바람일지도 모른다. 나의 욕심, 내 글을 읽어주셨던 분들에게 평생 기억되고 싶은 마음, 죽는 날까지 글을 쓰다가 세상을 떠나버린 남자로 기억되고 싶다. 그 때문에 나는 세상에 길들여지기 전에 떠나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른다. 물론 바보 같이 자살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야 될 이유를 찾게 되면 사는 거고, 죽어야 될 이유를 찾게 되면 죽는 것뿐이다. 자살은 나를 믿고, 기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배신하는 행위이다. 나는 그의 말을 언제나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 "기억해주길 바란다. 서서히 사라져 버리기 보단 한꺼번에 타버리는 편이 낫다는 걸……." 1994년, 27살이라는 나이로 요절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이 했던 말, 나도 그처럼 전설이 되고 싶은 건 사실이다. 후회 없이 살다, 후회 없이 가고 싶다. 이런 바람이 어리석다는 걸 안다. 하지만,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옮은 것과 그른 것 따위는 애당초 사람들의 머릿수에 의해서 정해진다. 나는 약자다. 약자일 뿐이다. 결코 그르진 않다. 난 강자와 다를 뿐이다. 나는 아직도 2년 전 아버지의 장례식을 생생히 기억한다. 아버지의 친구 분이 오셔서 내게 얘길 해주셨다. "정말 인생, 멋지게 살다 가셨지." 그랬다. 아버지는 결국 오토바이사고가 원인이 되어 합병증으로 세상과 이별을 하셨다. 아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이상향으로 삼게 되어있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언제나 오토바이에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달리지 않으면 죽는 어느 만화의 인물처럼……. "아버지는 바람처럼 달리는 걸 좋아하셨고, 바람처럼 살다 가셨다." 나는 그때부터 아버지처럼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나는 내 인생에 내려진 숙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아버지가 그러했듯, 나의 죽음이 슬픔이 되지 않고,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을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내 모든 걸 글에 바치고 있다. 단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죽어가는 날까지 지금처럼 글을 쓰다가 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이 삼류로 기억될 진 몰라도 그것이 나의 유일하고 절실한 소망이다. "소설이라? 날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있다면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어떤?" "그 소설은 삼류라는 거다."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스콜의 대사 중에서…….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血天修羅2006-01-20 06:00:41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작가님 부디 힘내세요, 화이팅!!!!! 2 血天修羅2006-01-20 06:01:19 글고보니 제가 1타군요. 밤을 세운 덕분이라는.....(1타는 처음입니다,.ㅠ.ㅜ 3 Canada2006-01-20 06:03:45 [del] oh I miss first coment TT well good luck and do your best~~ This coment from Canada 4 김백호2006-01-20 06:33:10 血天修羅님, 재미있게 보셨다니, 최고의 칭찬입니다. 이번화는 시작부터 조금은 중요한 화라서 조금은 시간을 더 들였습니다. Canada님, 아쉽습니다^^ 3분차이로 놓치셨습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도 제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니, 감동입니다! 5 하늘마루2006-01-20 06:38:50 ㅎㅎ 6 김백호2006-01-20 06:41:24 하늘마루님, 이 시간까지 뭐하세요! 새벽 6시가 넘었습니다! 얼른 주무세요! 아, 생각해보니 일찍 일어나신 건지도 모르겠군요. 전 이만 자러 갑니다^^ 7 매너모드2006-01-20 07:00:07 김백호님 멋쟁이~~~ ^^ 8 캘시퍼2006-01-20 07:00:47 아침에 일어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기전 잠시 노트북을 켜 새로 올라온 아스크 한편 보는 걸 긴 하루의 시작으로 삼고 있답니다 ^^ 언제나처럼 꾸준히 연재해주셔서 감사할뿐입니다. 건필요~! 9 질라르디노2006-01-20 08:22:16 아스크 정말 재밌게 읽고 있어요^^ 근데 새로 등장한 인물 너무 억지스럽다.. 무서버 ㅠ 10 김백호2006-01-20 08:29:14 매너모드님, 감사합니다. 멋지게 살겠습니다. 캘시퍼님, 열심히 하시는 모습 부럽습니다. 전 공부하고 거리가 워낙 멀어서... 질라르디노님, 네, 나사가 하나 빠졌다고 해야할까요? 그가 나사가 없는 이유를 스콜은 발할라로 올라가기 전에 알아야겠죠. 11 데스카2006-01-20 08:52:21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하하...설마 스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겠습니까? 하지만 스콜의 아버지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스콜과 아버지의 대결이 나올지도..-_- 제 생각이지만요...쿠쿠쿠 수고하세요~ 매일매일 노력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저는..고등학생인데 이렇게 놀아도 될까요? 이래서 어떻게 살아나갈지.. 자각은 하고 있지만 몸이 안딸아주니... 건필하세요!!!!! 12 몽몽2006-01-20 09:26:07 잘보고갑니다^^ 13 솜사탕2006-01-20 09:51:49 건필하세요..^^* 14 찡찡이2006-01-20 10:29:49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15 좋아2006-01-20 11:02:55 아스크 넘 좋아요! 가끔씩 죽어주는 주변인물들~ 행복하다 ㅡㅡ;; 16 당근이지~2006-01-20 11:16:34 힘내십시오 백호님 항상 보고있습니다! 17 닥2006-01-20 11:17:05 건필하세요^^* 무서운 인물이 또 나타났네요 ㅠㅠ 18 Sangel22006-01-20 11:34:15 아스크 너무 멋있어요!! 잘보고 갑니다 ! 19 60일탈출2006-01-20 11:46:08 헬로 흠.. 저 사내는 누굴까??/ 새로운 인물의 등장~~!! 20 건곤무쌍2006-01-20 11:50:43 왜 나는 소피아보다 에리가 더 좋을까... 대세는 소피아인듯...하지만 에리에 미련이 너무 많다 ㅡㅡ;; 21 어2006-01-20 12:02:05 [del] 난 호주에서 읽고 있는데에~ ㅎㅎ 이거 출판나서 연재안하면 저 못봐요 ㅠㅜ 연재 꼭 해줘요~ 해외다보니 출판된걸 못봐서 지금 못본게 몇권인지... ㅠㅜ1년뒤에 한국가는데에~ 연재는 해줘요~ 넘 재밌음~ 22 메머리2006-01-20 12:04:00 저도 정말 이 아스크 보는 재미로,, 컴퓨터를 키게 된다는 ㅠ 23 천심天心2006-01-20 12:06:22 멋지다... 저 남자도 스콜처럼 어떤 이름모를 놈에게서 벌레로 인해 태어난 놈같군~ㅎ 24 복학생2006-01-20 12:24:21 아스크 최곱니다^^ 잘보고 가구요 계속 힘내서 건필하세요^^ 25 라타니엘2006-01-20 12:35:56 즐독하고 가요~ 건필하세요 26 소검무제2006-01-20 12:55:46 잘 보고 갑니다..^^ 27 朔月2006-01-20 13:38:35 헐... 스콜과 혼동시키기 위한 인물일까요? 누가 루시퍼일까? 28 血死魔人2006-01-20 14:04:54 음 못했단 있단 말이야 -_-? 잘 모르겠군요 ..) 으음, 저도 에리가 더 좋군요 -_-ㅋ 연참하세요 `` 29 악종2006-01-20 14:06:58 루시퍼가 아버지이고 두명의 복제를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스콜이다!! 혼자 생각해낸 답입니다 김백호님과 어떻게 다른지 지켜봐야겠어요^^;; 30 카이렌2006-01-20 14:43:24 음... 이 좋은 작품에 출판제의가 들어오질 않다니... 숨겨진 보석을 놓치는걸까요...; 음... 삼류치고는 내용이 너무 확 와닫습니다만;;; 잘 보고 갑니다. 31 주정2006-01-20 14:43:39 맨 마지막 에리의 대사 오타가 있네요. 글구 자신의 전 재산이 빵 한 쪽을 주며.. 여기도 오타. 32 켄파치2006-01-20 14:48:58 건필하세요 33 아는여자2006-01-20 14:50:02 매일 보고있습니다. 34 Painkiller2006-01-20 15:08:10 음..어색한 부분이.. 오른쪽어깨보다 왼쪽 어깨보다.. 라고 되어있는 부분이 좀 어색한것 같네요 ^^; 35 김백호2006-01-20 16:04:53 데스카님, 저도 고등학교때는 놀았던 기억밖에 안납니다. 정말 후회없이 놀았습니다. 몽몽님, 네, 댓글 감사합니다. 솜사탕님,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찡찡이님, 네, 재미있었다니 뿌듯하군요. 좋아님, 쿨럭, 주변등장인물들의 죽음에서 쾌락을! 폭주! 당근이지~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쓸게요. 닥님, 이름도 없는 이 남자, 아마 상당히 코어하게 그려질 듯 합니다. Sangel2님, 네, 더욱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0일탈출님, 하이, 가까운 시일내에 밝혀지겠죠. 이번화에는 풀 얘기가 많군요. 건곤무쌍님, 에리의 비중도 결코 적은 인물이 아니죠. 저도 개인적으론 에리가 좋습니다. 어님, 하하하, 출판은 조금 어려울 듯 합니다. 그리고 호주에서도 봐주시는군요! 메머리님, 그렇습니까! 매우 올바른 의미로 컴퓨터를 사용하시는 군요! 감동했습니다! 천심天心님, 그렇죠. 다만 스콜과 다른 과정에서 이곳으로 오게 된거죠. 복학생님, 쿨럭, 감사합니다. 꼭 건필하겠습니다. 라타니엘님, 댓글 감사합니다. 소검무제님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朔月님, 혼동시키기 보다는 스콜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인물이죠. 血死魔人님,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에리가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물이죠. 악종님, 하하하! 두둥!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요! 카이렌님, 과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열심히 적겠습니다. 주정님,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어제는 스토리에 신경을 쓰다보니까 오타가 많았네요. 부끄럽습니다. 켄파치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느여자님, 후훗, 매일 보실 수 있도록 매일 올릴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Painkiller님, 네, 확실히 오타가 맞습니다. 소중한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36 Hernesto2006-01-20 16:09:08 죄송하지만 본편보다 뒤의 수필(?)을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가님 기분이 진하게 전해져오는군요.. 화려하게 산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오래오래 타면서 주위 사람에게 온기를 끊임없이 나눠주는 것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커트 코베인처럼 보통사람과 다른 세계(마약도 일조..)에 살고 있던 뮤지 션과 창작의 고통을 껴안고 계신 작가님은 그에게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저같은 범인은 그냥 하루하루 살아갈뿐인... ㅎㅎㅎ). 하나 확실한 건 김백호님의 글을 아스크나 그 후속작 후에도 계속 보고 싶다는 겁니다 ^^. (필력이 딸려서 원하는 바를 제대로 썼는지나 모르겠군요 -_-)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37 아트리2006-01-20 16:30:33 힘 내시구요~~~ 건필하세요 ㅎㅎㅎ~~~ 38 화랑군2006-01-20 16:47:57 세상에 길들려졌기에..... 소설을 찾는지두.... ㅡㅡ;;; 39 아미델린2006-01-20 17:59:54 와.. 건필하세요 ^^ 40 백발검귀2006-01-20 18:54:47 루시퍼의 한조각인가??? 암튼 건필요~~!! 41 Σ비호란™2006-01-20 20:06:49 휴.. 며칠에 걸쳐 따라잡았습니다. 잘보고 가구요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42 실페리온2006-01-20 20:19:35 멋집니다. 매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43 절도범산타2006-01-20 22:46:50 우리 이쁜이 에리두 챙겨야지~ 44 ampller2006-01-21 04:09:44 아...멋집니다. 선호작에 추가해놓고 시간이 안되서 못보다가 오늘 어쩌다 시간이 나서 1편부터 읽었는데 한호흡에 여기까지 다 읽어버렸군요. 오랫만에 몰입할 수 있는 좋은글을 만난것같군요. 마지막에 백호님의 독백 역시 마음에 와닿네요. 좋은글 감사하구요. 건필하세요 ^^ 45 김백호2006-01-21 05:28:29 Hernesto님, 후훗, 끊임없이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그러는 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결국 길들여져버리지 않을까 그게 걱정입니다. 아트리님, 네, 힘내겠습니다! 건필하겠습니다! 화랑군님, 그렇습니까? 그럼 저라도 야생마같은 글로 보답을! 쿨럭! 아미델린님,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백발검귀님, 아마 다음화를 보시면 눈치채실 듯 합니다. Σ비호란™님, 네, 저도 여기까지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실페리온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재밌는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절도범산타님, 그렇죠. 누가 뭐라고 해도 제국일화는 에리 샤를마뉴죠! ampller님, 추천까지 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적겠습니다. 그런데 독백은 다시 읽어보니 부끄럽군요. 46 노란병아리2006-01-21 15:40:25 에에..... 왜 내가 들어간 소설은 삼류다 라고 말할때 제 맘이 아파지는건가요 ㅠㅠ 요즘 트렌드가 아니지만 들어간 정성을 아는데 47 同安2006-01-21 20:06:19 요즘 장르소설.. 지나치게 가벼운 감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생각.. 흔히 말하는 기본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지나친 문학의 엄숙주의때문에 베스트셀러를 다 외국 소설에 내주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엄숙주의만을 인정하며 그렇지 못한 것들을 화장실에서나 킬킬거리는 것들로 폄하 할 것이냐.. 이런 소설들을 봐라.. 대중의 want와 대중에게의 need를 모두 포함한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소설이 아스크입니다.. 드래곤 라자에서 느낄 수 있었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충격.. 무법자에서 느꼈던 조직속의 인간의 이야기.. 이런 철학에 까지야 부족한 감이 있지만 근래들어 문학의 갈래로써 장르소설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좋은 내용의 글이라 생각하고 봅니다.. 자신의 작품에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아스크는 그런 소설입니다.. 너무 즐겁게 보는 이에게 삼류라는 말은 듣기 가혹하네요.. 덧붙임.. 쓰고나니 넘 진지해졌네요.. 이런건 저랑 잘 안어울리는데..ㅋㅋ 48 소면살우2006-01-22 07:20:36 최곱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머라 장황한 평을 못하지만...; 49 넬드라드2006-01-22 15:34:58 김백호 님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스크는 아주 훌륭한 글입니다. 깊이도 있고,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김백호님 말씀대로 그렇게 멋지게 불태우시는 것도 멋집니다. (새하얗게 불태웠어...) 하지만, 독자로서 당당하게 요구 하겠습니다. 그냥 쭉 이렇게 멋진 작품 계속! 써주세요! ^^ 50 독일건달2006-01-23 03:48:38 독일에서도 읽어요 건필하세요 51 김백호2006-01-23 04:09:49 노란병아리님,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니까 개인적으론 만족하고 있답니다. 결론만 따진다면 전 요즘 행복합니다. 하지만 얼마 있으면 글을 계속해서 적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서 그게 조금 걱정입니다. 동안님,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의 삼류인생이 글에 부끄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좋은 소식으로 여러분들을 계속 뵈었으면 합니다. 소면살우님, 과찬이십니다... 쿨럭... 넬드라드님, 하지만 언젠가는 저도 세상에 길들여져야 할때가 오겠지요. 언제까지 방안에만 처박혀서 글만 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게 마음이 아픕니다. 그것때문에 차라리 후회없이 글을 쓰다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건달님, 후훗, 캐나다, 호주, 독일까지! 세계가 읽는 아스크이군요! 52 절대꼭미남2006-01-28 06:56:21 삼류라는걸 깨달은 순간부터 한보 한보가 일류로 가기 위한 발걸음의 시작이란걸... 한때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연필을 들고... 여러가지 생각 하면서 시놉을 짜보면서 막상 글을 쓰려니 정말 머리 아프고 답답하고 제 자신이 한심 했습니다. 저는 글을 쓰씨는 자체로만 작가님들이 존경스럽고 부럽습니다 . 아스크 라는 작품을 지금까지 읽으면서 작가님께서는 절대 삼류 인생같지 않아 보이는데요 제겐 일류 인생으로 보여요 이런 글 쓰시는 자체가 !!! 지극히 존경스럼 ( 헛소리 많이 했네-_- 분수도 모른넘이orz) 건필하세요 53 김백호2006-01-28 14:44:33 말씀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인데도 좋게 봐주시니 그 기대에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겠죠. 아무쪼록 완결될때까지 같이 달려주셨으면 합니다. 54 破邪神劍2006-02-02 22:48:20 주변인물 하나하나 죽어나갈때마다 속이 찢어집니다,.. 죽이지좀 마세요 ㅠㅠ 55 해비(駭匕)2006-02-04 23:12:17 코맨트 압박>.< 잘보고 갑니다~ 56 巨時期2006-02-04 23:15:21 하핫. 잘 읽고 갑니다. 57 火狼2006-02-23 10:35:02 하나하나 주변인물들이..ㅜㅜ 58 쾌감조루2006-02-23 17:21:04 멋진 글 감사합니다... 아래글들이 인상깊게 자리 잡네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2화 [60]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0화 [5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21 06:02:27 고친날 2006-01-21 06:37:52 읽은수 1947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2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용병양성학교 아스크, 그 중심에 위치한 남자기숙사의 한 방은 조용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선 시엘의 눈망울이 호기심으로 물들어있다. "스콜오빠,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시엘이 방안으로 깡충 뛰어오며 물었다. 붉은 머리카락이 눈 한쪽은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길게 자라 있는 남자, 차분한 표정을 하고 있던 스콜은 머리카락 사이로 살며시 가려진 칠흑빛의 눈동자로 가녀려 보이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스콜은 오늘 그가 용병왕이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말해줄 생각이었다. 더 이상 감출 필요가 없었다. 입학식 날 그녀가 말했다. 황립도서관에 있는 비밀의 방에서 용병왕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그리고 실베스트르백작이 말하길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은 황립도서관에 숨겨져 있었다고 했다. 두 얘길 조합해볼 때 시엘은 이미 미스텔테인과 만남을 가졌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미스텔테인에게 직접 물어보게 되었다. 미스텔테인은 비밀의 방에 있을 때 한 소녀를 만났었다고 대답했다. '그 소녀가 시엘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렇다면 스콜이 굳이 정체를 밝히지 않더라도 미스텔테인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렵지 않게 그의 정체를 예상할 수 있으리라 여겨졌다. 아마 이대로 얘길 하지 않고 정체를 숨기려고 든다면 결국 그녀에게 주는 건 배신감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시엘의 눈을 속이기 위해 미스텔테인을 감출 필요도 없었다. 실베스트르백작에게 부탁을 받아서 그녀를 몰래 지키고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러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러할 여유도 없었다. 라그나로크가 닥쳐 중간대륙은 혼란에 휩싸였고, 그러던 중 지옥의 군주를 두 명이나 소멸시켜버렸다. 이제 지옥에 있는 악마들은 중간대륙을 우습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돼버렸다. "시엘, 여기 앉아봐. 해줄 이야기가 있어." 워낙 무표정한 스콜이었기에 가만히 있어도 무거운 분위기를 풀풀 풍겼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심각해보였다. 시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걸어가 스콜의 맞은편 의자에 곱게 앉았다. "어!" 시엘이 낮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스콜의 침대 옆에 세워진 잿빛의 십자대검을 발견한 그녀는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검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검의 이름이 생각이 날 듯, 말 듯 입안을 맴돌고 있었다. "흥! 오랜만이다! 꼬마아가씨!" 검이 말을 했다! 게다가 반말이다! 그제야 시엘은 떠올릴 수 있었다. 이제는 1년도 더 지나버려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일, 황립도서관 비밀의 방에 잠자고 있던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이 눈앞에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미스텔테인이 왜 여기에 있냐는 거였다. 깜짝 놀란 눈빛으로 막 옆에 앉은 듀란을 바라보자, 그는 두 팔을 올려 보이며 스콜에게 물어보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오빠, 어떻게 된 거예요?" "사실 너에게 감추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 말에 시엘은 밤하늘의 별을 훔쳐다 놓은 것 같은 커다란 눈망울을 빛내며 스콜을 바라보았다. "저 검은 용병왕의 검이다." "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저 검은 나의 검이기도 하다." 자신이 머리가 나쁜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미스텔테인이 용병왕이 쓰던 검이라는 말은 이해가 됐다. 그런데 그 검이 스콜의 검이라는 건 무슨 말인지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 이상하다. 그럼 오빠가 용병왕이라는 말이 되는데?" 칭얼대는 아이처럼 얼굴을 살짝 찌푸린 시엘이 의심에 사로잡힌 투로 결론을 내리자 스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의 끄덕거림에 확실히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시엘이었지만, 옆에 있던 듀란이 예상하고 있던 것보단 담담한 반응이었다. 사실 듀란은 포가든 빌리지에서 스콜이 용병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정도의 충격을 받았었다. 그러한 전설의 인물을 눈 앞에 마주한 시엘의 반응은 너무나 초라했다. 확실히 놀라긴 놀랐다. 그러나 시엘은 항상 용병왕이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180년 전부터 대륙의 역사에 획을 그을 정도로 업적을 남긴 영웅으로 받아들이기보단 전자처럼 주위에 있는 사람 중에 혹시라도 용병왕이 있지 않을까하는 의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스콜오빠가 절 그동안 몰래 지켜주신 거네요?" 시엘의 눈망울은 감탄과 동경으로 살짝 물들어있었다. "아니, 나는 그렇게 도움이 되지 못했어. 널 가장 신경 쓰고, 곁에서 지켜준 건 듀란이야." 스콜의 말에 시엘의 고개가 살며시 돌아갔다. 이미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관계자 듀란, 그는 딴청을 피우는 척하다가 시엘의 시선이 느껴지자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어보였다. '스콜오빠가 용병왕이었어. 스콜오빠가 용병왕이었어. 스콜오빠는 용병왕이니까 어쩔 수 없이 정체를 감추고 있었다고 치지만…….' 시엘의 반응은 듀란의 기대와는 달리 냉대했다. "똥꼬! 넌, 지금까지 스콜오라버니가 용병왕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한텐 한 마디도 안했단 거야?" "응?" "우리 사이에 비밀 같은 건 없기로 했잖아! 너, 그럴 수 있어?" "자, 잠깐만, 얘기가 왜 그쪽으로 돌아가? 중요한 건 내가 널 지켜줬다는 거잖아!" "흥! 똥꼬, 너 웃긴다. 그거야 당연한 거잖아! 사귀는 사이니까!" 막상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자드키엘과 스카디가 첫날 이룬 키스도 못해봤고, 그들이 삼일 만에 되어버린 깊은 관계는 꿈도 못 꾸는 사이였다. "치, 매일 나만 가지고 그래!" 듀란은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그도 스콜이 용병왕이라는 사실을 안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까지 루브룸 혹은 카이룰레움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듀란은 시엘에게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쾅! 그때 그들이 있던 방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 긴 생머리에 눈매가 참으로 매혹적인 여성이었다. 소피아, 그녀가 평소와는 달리 장난기어린 미소 대신에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다. "오라버니, 큰일이에요." 스콜도 그녀가 심상치 않은 사실을 전하려 한다는 걸 예감했다. 그녀는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한 표정으로 단숨에 이곳까지 뛰어왔는지 숨을 거칠게 헐떡거리고 있었다. "카를대제님께서 돌아가셨데요." "네?" 소피아의 얘기를 듣고 가장 빨리, 가장 놀란 반응을 보인 건 아무래도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시엘이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값비싼 드레스가 망가지건 말건 문 앞에 있는 소피아에게 달려갔다. "언니,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 "언니!" "시엘,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거, 거짓말이죠?" "……."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되묻는 시엘의 중얼거림에 소피아는 차마 다시 한번 더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스콜과 듀란도 갑작스레 날아온 비보에 뒤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리석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어야 했다. 대비도 했어야 했다. 아르카디아왕국의 국왕이 대낮에 피살당했다는 정보를 접했을 당시에 뭔가 조치를 취해놨어야 했다. 그들은 서쪽엔 결계가 없기에 아르카디아왕국의 국왕이 그러한 변을 당한 것이라 짐작해버렸다. 오산이었다. 철저한 오산이었다. 안일한 생각에 그쳐 똑같은 참변을 당해버린 것이다. "소피, 혹시 누구에게 피살당한 건지 알고 있어?" 스콜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요. 아르카디아왕국의 방식과 같았다는 것만……." "언제 당했지?" "아직 한 시간도 안됐어요. 학교 앞에 마차가 준비되어있으니 오라버니가 시엘을 데리고 우선은 저희 집으로 가보셔야 될 거예요." 시엘은 두 어깨를 떨며 아직도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사슴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선 포도송이처럼 굵은 눈물방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알았다." 소피아와 듀란을 두고, 일단 스콜은 쓰러질 것처럼 힘이 없어 보이는 시엘을 부축하며 기숙사건물을 나와서 정문 앞에 있는 마차에 올라탔다. 카를이 죽었다. 영웅이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다방면에서 뛰어났던 남자,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남자였다. 니플을 극의까지 펼치지 못했다고는 하나, 그의 니플은 평범한 인간들이 근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죽었다. 상황을 정리해볼 때 성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과 기사들도 카를을 죽인 남자에게 죽은 것 같았다. '도대체 정체가 뭐지?' 결계가 있는 이곳에서도 그토록 강함을 보일 수 있는 자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인간은 아니다. 그리고 평범한 악마라고도 할 수 없었다. 마차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던 스콜은 문득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야 말았다. 인간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존재, 자신이라면 가능했다. 그라면 대낮에 황성을 돌파해서 저항하는 인간들을 죽이고, 황제마저도 단번에 베어버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자도 자신과 같은 수준의 남자라는 거다. 스콜은 여러 생각들로 고심에 차있었고, 시엘은 기운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려서 입고 있는 드레스의 앞자락이 진한 얼룩을 그릴 뿐이었다. '카를, 미안하다.' 그들을 실은 마차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주변의 회색과 잿빛의 건물들과는 달리 고풍스런 멋을 내고 있는 저택에 도착했다. 시엘은 스콜의 손을 잡고 내려서 집사의 인사를 받으며 백작이 있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임무 때문에 자주 오는 곳이었기에 스콜은 시엘을 인도해서 백작이 기다리고 있을 서재로 향했다. 서재의 문을 연 스콜의 눈에 제일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바로 에리 샤를마뉴였다. 백옥처럼 깨끗한 피부를 가진 은발의 여성,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정이라고 불리는 엘프(Elf)가 지상에 내려온 것 같은 외모를 가졌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입고 있는 순백의 드레스는 잔혹한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우아하면서도 차가운 태도 때문에 향기 없는 꽃, 혹은 얼음공주라고 불렸던 그녀의 두 눈동자는 지금 복수의 불꽃이 처절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왔나?" 실베스트르백작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들을 맞이하였다. 시엘은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피에 젖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에리를 보고 달려가서는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 아빠가! 아빠가!"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며 말을 걸어오는 시엘을 꼭 안아준 에리도 비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허나 그녀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녀를 믿고, 세상을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힘들 때일수록 장녀로서, 이제 황위를 계승받을 몸으로서 더욱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앉으시죠." 얇은 코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십자대검을 들고 있는 스콜을 보며 에리가 입을 열었고, 스콜은 고개를 끄덕이며 백작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지금 그녀의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하고 있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하고 있다. 어금니를 꽉 깨문 아름다운 그녀가 흐릿한 눈빛을 지우며 말을 이었다. "실베스트르백작님에게서 얘기는 모두 들었습니다." 몇 번이나 들었던 차가운 목소리였으나 그 속에는 감출 수 없는 슬픔이 묻어있었다. 그 말을 들은 스콜이 백작을 바라보자, 그는 여전히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컵을 가져와 그에게 보드카 한잔을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공주님이 말씀하시길, 황제폐하께서 당한 게 자네와 같은 기술을 가진 자에게 당했다고 하더군. 혹시 짐작 가는 자가 있나?" "저와 같은 기술이라고 하셨습니까?" "황제폐하의 유언이었으니 확실한 듯 하네." 자신과 같은 기술이란 말에 스콜은 마차에서 오면서 생각하고 있던 사실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음에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가요?" 시엘이 가엾은 눈망울을 떨며 물어오고 있었다. 아직 여린 소녀, 그녀로서는 아버지의 죽음이 쉽게 감당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에리가 그녀를 꼭 끌어안아주자 시엘의 눈망울에 맺혀있던 눈물이 다시 폭포수가 되어서 흐르고 있었다. 시엘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미친 듯이 오열하며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 시엘을 토닥이던 에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그에게서 들려올 대답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를 보였다. 그녀는 연약한 몸과는 어울리지 않게 강한 정신력을 가진 여성이었다. "아쉽게도 짐작 가는 자는 없습니다. 저와 같은 기술을 쓰는 자가 중간대륙에 있다는 얘기자체도 조금은 의외입니다." 스콜은 지난날 엠블라의 인형이 말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와 엠블라, 둘 모두 뇌간충이 만들어낸 인형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그들 말고도 또 다른 인형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누가 어떤 의도로 인형을 만드는 거지?' 지금 여기서 자신의 옛 기억을 들쳐봐야 도움은 되지 못했다. 유일한 추억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와 나눴던 사랑에 관한 대화마저도 조작된 기억이라고 엠블라의 인형이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끼욱!" 그때 저택의 창가로 한 마리의 거대한 괴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에리 샤를마뉴가 키우는 신수인 그리핀이었다. 독수리의 머리와 사자의 몸통을 가진 그리핀이 창가 앞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택을 맴돌며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를 읽은 에리공주의 눈매가 더욱 더 진한 복수의 불꽃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남자의 행방, 어디에 있는지 포착한 것 같습니다." "……." "아스크님,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그녀가 모든 사실을 들었다고는 하나 용병왕이라는 얘기를 직접 듣게 되자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이름은 스콜이다." "스콜님, 제발 도와주세요. 백작님도 당신만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셨습니다." 간절히 청하며 아름다우면서도 진한 슬픔이 배어있는 눈동자로 스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카를은 이 나라의 황제이기 전에, 너의 아버지이기 전에, 나의 제자였다." + 드디어 아스크에도 멋진 타이틀이 생겼습니다. 적월님께서 작업해주셨는데 굉장히 멋집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번씩 구경해주세요! 그리고 지난화의 댓글로 올렸다가 못보시는 분이 계실까봐 얼른 지우고 이번화에 올려드립니다. 50화에 시작했던 인기투표 결과입니다. 1위 에스메랄다 소피아 실베스트르 [28.5표] 2위 황혼을 쫓는 늑대 스콜 비엘가르드 [13표] 3위 불꽃의 사나이 듀란 [6표] 4위 공간을 베는 자 프레키 발라스칼프 [2표] 4위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2표] 6위 비운의 공주 시엘 샤를마뉴 [1표] 6위 용장 게이로드 미스트칼프 [1표] 6위 작은 고추 롤랑 [1표] 6위 향기없는 꽃 에리 샤를마뉴 [1표] 6위 마연기사 발터 그라이펠 [1표] 6위 어둠의 공작 벨리알 [1표] 6위 탐욕의 군주 마몬 [1표] 6위 수왕 베헤모스 [1표] 6위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 [1표] 15위 똥꼬 [0.5표] 소피아 실베스트르, 그녀는 강했습니다. 자그마치 지지율이 45%가 넘는군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아스크 주요 등장인물인 핏빛늑대 스콜, 잿빛늑대 자드키엘, 흑빛늑대 듀란, 금빛늑대 프레키의 표를 다 합쳐도 그녀한테 안된다는 것입니다. 소피아, 그녀는 이미 아스크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슬픔의언덕2006-01-21 06:12:18 즐감했네염^^ 근데 0.5표는 모333???? 2 김백호2006-01-21 06:21:32 슬픔의 언덕님, 댓글 감사합니다. 표가 0.5표씩 쪼개지다보니까 발생한 사태입니다. 3 하늘마루2006-01-21 06:42:15 똥꼬 0.5표라... 4 산길2006-01-21 07:07:37 ...역시 소피아 누님?;!!!!!! 섹시 다이나마이트;?!!!! 낄낄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5 매너모드2006-01-21 07:45:22 아악!! 마몬이...너무...전 마몬지지자인데 ㅠㅠ 6 루릴2006-01-21 07:50:16 근데 듀란이랑 똥꼬랑 같은 인물 아닌가요? 7 멍멍2006-01-21 08:33:57 [del] 처음부분에 듀란에게 죽은 녀석도 똥꼬죠ㅋㅋ 8 적월[赤月]2006-01-21 08:38:11 오늘도 재밌게 보고 가려다... 헉, 제 이름이 써져 있어서 이렇게 처음으로 리플 남깁니다.^-^ 언제나 재밌는글 감사합니다~! 9 leerhkdals2006-01-21 09:08:25 소피아 만쉐~ 10 복학생2006-01-21 09:26:46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50화 투표 참여할걸 마몬이 멋지던데..ㅋ 11 영혼까지2006-01-21 10:06:30 건필하세염~~ 12 Σ비호란™2006-01-21 10:19:48 "카를은 이 나라의 황제이기 전에, 너의 아버지이기 전에, 나의 제자였다." . 아... 스콜의 마지막 대사 대박....-_-b 13 챌린저a2006-01-21 10:54:41 아! 자드키엘 3일만에 깊은관계(?) 대단합니다 -_-b ㅋㅋ 14 劍虎2006-01-21 11:00:48 역시 여성파워는 대단하죠 ㅋ 그것도 미소녀라면 말이죠 ㅋㅋ 15 백발검귀2006-01-21 11:16:31 ㅋㅋㅋㅋ 대단한 소피아..... 완전 여왕님이네요~~ 16 닥2006-01-21 11:43:07 건필하세요^^* 작업의 정석 = 자드키엘~ㅋ 역시 오만 카리스마 때문이겠죠?? 17 血死魔人2006-01-21 11:51:14 혹시 소피아 죽으면 선호작 많이 빠져나가는게 아닐가 하는 생각 ..) 18 주정2006-01-21 12:04:36 지배당하고 싶소. 제바알~ 19 질라르디노2006-01-21 12:12:02 역시 자드키엘 ㄷㄷㄷ 20 60일탈출2006-01-21 12:13:39 헬로 아흠 불쌍한 듀란 엉뚱히 시엘한테 혼나네 21 우주양단2006-01-21 12:21:15 와. 표제 정말 멋있네요. 적월님이 많이 수고하신 듯 하네요. 진짜 좋음. 작가님.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글 계속 부탁드립니다. 22 몽몽2006-01-21 12:27:44 잘보고갑니다^^ 23 실버울프2006-01-21 12:36:24 소피아 그녀는 아스크의 주인공급입니다. 스콜과 잘되게 해주세요 흐흐흐 24 악종2006-01-21 12:48:15 타이틀 정말 멋진데요^^ 점점 제가 예쌍한 대로 가는듯한...ㅎㅎ;; 복제가 대세!! -ㅁ-; 잘 보고 갑니다!!!! 25 血天修羅2006-01-21 12:57:17 역시 소피아!!!! 그녀는........ 지존이었다.^^ 26 朔月2006-01-21 13:22:46 후훗. 45%라니 의외네요. 그것 밖에 안될줄이야. 보면 볼수록 윗분말씀에 심히 동감합니다. 소피아 죽으면 선호작 좌르륵 떨어질것 같은 예감. ㅎㅎㅎ 27 구정물2006-01-21 13:34:49 재밌습니다! 정말로! 건필하세요! 28 카이렌2006-01-21 13:40:52 잘 보고 갑니다. 그나저나 자드키엘 2표라니... 너무하군요... 타이틀 멋지네요 축하드려요. 29 데스카2006-01-21 13:52:0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의 소피아는 역시 대단합니다. 1위를 먹지 않았습니까?? 크크크 주인공을 제치고요. 그러므로 주인공은 소피아가 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소피아가 짱먹었거든요. 크크크 스콜은 지우고 소피아를 채워도 괜찮다고 생각이... 수고하세요~!!! 타이틀도 Good이에요!!! 30 Sangel22006-01-21 14:19:05 앗! 소피아가 1위를 먹었군 대단해!!-0- 잘보고 갑니다 31 카이혼2006-01-21 14:32:10 이야~! 이틀만에 다 봤습니다아~!~! 잘봤습니다아~! 건필!! 32 수희2006-01-21 14:50:36 다음편도 기대만빵입니다^^ 33 건곤무쌍2006-01-21 15:07:01 아~ 정말 대세는 소피아... 하지만 정말 에리가 더 좋은데..내가 이상한가 ㅎㅎㅎ 34 ampller2006-01-21 15:07:38 좋은글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 35 건곤무쌍2006-01-21 15:13:29 소피아를 버리고 에리랑 맺어지게 해 달라고 말씀드리면...수많은 독자분들한테 밟히겠군요....그렇다면 에리랑 소피아를 양쪽에....헉... (((((((( ") 36 김백호2006-01-21 15:19:40 하늘마루님, 네, 0.5표를 보고 불쌍하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산길님, 말씀을 듣고, 문뜩 떠오르는 생각, 설마 인기투표의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C컵이기 때문입니까? 매너모드님, 사실 인기투표를 할 시기엔 마몬은 거의 나오지 않았죠. 루릴님, 멍멍님이 설명해주셨듯이 아스크 3화에 등장했던 엑스트라가 바로 똥꼬죠. 적월님, 감사합니다. 타이틀이 멋지다보니 선작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leerhkdals님, 하하하, 소피아는 너무 강합니다. 복학생님, 저도 아쉽군요. 마몬 한표 추가되는건데요. 영혼까지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Σ비호란™님, 나름대로 힘주어 본 대사인데, 알아주시니 감사하군요. 챌린저a님, 실화를 바탕으로... 먼산... 劍虎님, 사실 등장도 많이 안했는데, 무서울 정도입니다. 백발검귀님, 네, 여왕님이라는 표현이 좋을 듯, 아, 에리가 걸리는군요. 닥님, "넌 내 여자니까"컨셉이라고 할까요? 血死魔人님, 그럴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절반이 빠져나가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정님도 진지한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는데, 어쩌다... 질라르디노님, ㄷㄷㄷ의 뜻이 뭔지 모릅니다. 궁금합니다. 60일탈출님, 하이! 그렇죠. 듀란은 전투 빼고는 항상 바보같이 당하죠. 우주양단님, 못난 글쟁이의 건강까지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타이틀 끝장이죠. 몽몽님, 댓글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버울프님, 잘 이루어져야 하겠죠. 중심스토리에 서있는 인물들이니까요. 악종님, 하하하, 그렇죠. 사실 처음 들었을 때 뜨끔했습니다. 제일 처음 예상하신 송죽님때도 뜨끔! 血天修羅님, 하하하, 그런가요? 지존이라서 무섭게 느껴지는 듯... 朔月님, 후후훗, 이 기회에 소피아를 죽이고 스콜과 자드키엘, 듀란과 프레키 사각관계를... 야오이물을... 선작수 1이 될듯;; 구정물님,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카이렌님, 그때는 자드키엘이 미라처럼 하고 있을 때였죠. 그래도 2표씩이나 받은거죠. 타이틀 진짜 멋지죠. 데스카님, 은근슬쩍 소피아 앞에 '저의'라는 말이 붙어있다는, 언제나 만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Sangel2님, 네, 초반부터 소피아의 독무대였죠. 솔직히 다른 인물들은 거의 동정표라고 할까요? 카이혼님,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함께 했으면 합니다! 수희님, 네, 하루만 쉬고 월요일날 뵙겠습니다. 건곤무쌍님, 대세정도가 아니라 아스크를 지배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에리에게 기대를 해주시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따뜻한 소피아와 차가운 에리죠. ampller님,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참, 추천도 감사합니다! 37 ETERNITY2006-01-21 15:38:25 음 의외로 표가 적군요 투표한분이 얼마 안되나 .. 오늘도 잘보다감니다 38 노란병아리2006-01-21 15:43:34 ㅌㅌㅌㅌㅌㅌㅌ 병아리 발자국 남겨요 인기투표라 ㅎㅎㅎ 39 Urim2006-01-21 15:57:33 작은고추 롤랑... 처량하군요.. 크윽. 40 절도범산타2006-01-21 16:20:02 파하하하,, 41 김백호2006-01-21 17:28:30 ETERNITY님, 아마 지금보시는 분들보다 조회수도 절반밖에 안되던 시기라서 그런듯 합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참여를 해주셨죠. 노란병아리님, 인기투표참여하셨습니까+_+ Urim님, 별명이랑 1표가 적절히 조화되고 있죠. 절도범산타님, 하하하! 댓글 감사합니다. 42 同安2006-01-21 20:11:26 제가 분명 0.5표일때 똥꼬 한 표! 이랬단 말입니다!! 그리고.. 왜 똥꼬는 그냥 똥꼽니까! 흑흑.. 내가 가장 아끼는 캐릭터가,. 바뀌었지, 공작으로.. 오늘도 재밌게 보고 갑니다~ 43 쾌인2006-01-21 23:04:12 잘봤습니다^^ 근데 저번편에 그 수필? 은 무엇인가요 ㅠ_ㅠ ㅠ_ㅠ 44 륜.2006-01-22 00:42:22 으~ 드디어 다 읽었군요~ 여태껏 댓글 한번도 안달고 글만 읽어서 죄송해요~ 너무 잼있어서 댓글 달 시간도 아까웠거든요 ㅎㅎ;;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 화이팅~ 45 超必殺氣2006-01-22 01:04:54 롱랑 불상하다... 하필이면 작은 고추 -ㅅ-. 46 아미델린2006-01-22 01:31:08 멋있는 타이틀이네요 ^^ 건필하세요 화이팅~ 47 소면살우2006-01-22 07:27:51 휴...드디어 여기까지 따라잡았네요...~_~ 상당한 분량인데 몰입감에... 푹빠져서 계속 달렸던것 같습니다~ 작가님 건필하세요~ ^^ 48 대사자2006-01-22 09:53:54 수고하세요~ 49 소검무제2006-01-22 11:49:00 잘 보고 갑니다. 50 김백호2006-01-22 15:14:28 同安님, 표는 분명 듀란이었습니다!! 스콜을 곁에서 도울 수 있는 친구가 된다!! 이러한 부분이 있는 걸로 봐서 듀란이었습니다!! 똥꼬는 3화에서 죽은 엑스트라입니다!! 쾌인님, 그냥 가끔씩 글을 쓰다보면 내가 왜 글을 써야하고, 왜 살아가야하는지를 되새길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을 글로 남기고 싶을 때가 있더군요. 그냥 흔적이라고 할까요? 륜님, 하하하, 수고하셨습니다. 과분한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완결되는 날까지 계속 뵈었으면 합니다! 超必殺氣님, 별명 멋지지 않습니까? 작은 고추-_-;; 아미델린님, 감사합니다. 타이틀때문에 선작수가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다는... 후훗, 소면살우님의 재치있는 댓글덕에 저도 재미있었습니다. 반드시 건필하겠습니다. 대사자님, 네, 어제 쉬었으니 다시 달려야겠군요. 소검무제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51 사심안2006-01-23 08:17:18 ^^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결과입니다. 52 블래스터2006-01-23 13:40:36 이런.. 이런.. 이런... 이런... 죽다니.. 카를대제가. 53 Hernesto2006-01-24 07:46:49 자드키엘... 부럽다 -ㅅ-.. 54 Hernesto2006-01-24 07:49:41 작은 고추 롤랑의 강한 압박 ... 표지 멋지네요. 아슈켈론의 형상화? ㅎㅎ; 55 아트리2006-01-24 21:51:40 불쌍한 똥꼬 ㅎㅎ 듀란이 똥꼬가 아니었낭...? 56 절대꼭미남2006-01-28 07:04:01 -_- 건필하세요 57 破邪神劍2006-02-02 22:52:21 첫날 키스 3일만에 깊은관계라;;; 58 해비(駭匕)2006-02-04 23:13:44 잘보고 갑니다~ 59 巨時期2006-02-04 23:24:18 하핫. 잘 읽고 갑니다. 60 火狼2006-02-23 10:40:56 자드키엘 넘 부러워여.. 전 에리도 좋은데..ㅡㅡ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3화 [5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1화 [58]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23 05:02:35 고친날 2006-01-23 18:19:55 읽은수 1843 [ 13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3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스콜과 에리를 태운 마차는 그리핀을 쫓아 제국의 수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30분쯤 달려서 도착한 장소, 마차의 문을 열고 내린 스콜을 반긴 건 낯익은 풍경이었다. 여기저기 부서져 상흔이 남아있는 건물들과는 반대로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활기차보였다. 시간은 저녁으로 기울고 있어서 벌써부터 주위는 옅은 안개가 피어올라있었으며 그 안개를 헤치고 날아든 그리핀을 발견한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신기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삼면이 커다란 호수로 둘러싸여있는 도시, 그래서 전체적인 자연경관은 꽤나 빼어난 곳이었지만, 태양이 지고 나면 호수에서 피어난 안개가 도시 전체를 감싸기 때문에 안개의 도시라고 불리는 미스트폴리스였다. 이곳은 몇 개월 전 자드키엘을 처음 만난 장소이기도 했다. 주인도 죽고, 한쪽 벽이 완전히 허물어져 문을 닫아버린 술집건물위에 앉은 그리핀이 구슬푸게 울고 있었다. "저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를 뒤따라서 마차에서 내린 에리공주가 석양아래 번뜩이는 레이피어를 들고 한쪽이 완전히 붕괴되어버린 술집을 바라보며 입술을 떼었다. "이야~" 지나가던 몇몇의 사람들이 술집위에 내려앉은 그리핀을 볼 때보다 더 놀랐는지 방금 마차에서 내린 그들을 보고 참지 못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마차에서 내린 남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 신과 여신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남녀, 마치 다른 세상에서 살다온 사람 같았다. 특히 차갑고 도도해서 서늘한 미가 느껴지는 여성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든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어쩌면 외모도 외모였지만, 순백의 드레스 여기저기에 묻어있는 핏자국 때문인지도 몰랐다. 에리공주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드레스에 묻은 아버지의 핏자국은 그녀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기다려라. 위험할지도 모른다." 술집에서 느껴지는 짙은 카르마를 느낀 스콜이 조용히 말을 했다. "알아서 처신하겠습니다. 아무리 위험하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습니다." 에리는 단호하게 대답했고, 스콜로서는 더 이상 말릴 권한이 없었다. 상대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준 것만으로 그의 역할은 끝났다. 그녀의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봐서 아버지를 죽인 상대를 보지 않고 넘어가진 않을 거란 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게다가 신수의 호위까지 받고 있으니 괜찮을 거라 여겼다. "조심해라." 그래도 짧게 경고한 뒤 스콜은 다 부서진 술집으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에리도 드레스 자락을 찢어서 석양아래 새하얀 허벅지를 드러내며 스콜을 뒤따랐다. "꿀꺽!" 길거리에 있던 남자들은 너무도 아름다운 여성이 스스로 드레스를 찢고 맨살을 드러내자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한 여성의 허벅지를 본 것만으로 길거리에 있던 남자들은 이대로 죽어도 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물론 그들의 그러한 생각을 하고도 남았어야 했다. 장차 샤를마뉴 제국의 여왕이 될 에리공주의 맨 허벅지를 보게 된 것이었으니 횡재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면 에리의 눈매는 그러한 남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들고 있는 레이피어처럼 날카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금은 품위 따위를 챙길 때가 아니었다. 아버지를 죽인 자의 얼굴을 확인을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서 몸이 최대한 자유로워야 했다. 그녀의 목숨은 자신의 것만이 아니다. 이 나라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운명이 걸려있었다. 제국의 황제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 마당에 그녀까지 죽게 된다면 정처 없이 대륙을 떠도는 둘째가 없는 이상 시엘이 제국을 이끌어나가야 되는 형편이 되었다. 순수하고 연약한 심정을 가진 시엘에게는 아직 이 세계의 더러운 단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품위를 지키다가 죽기에는 한참은 일렀던 것이다. 스콜과 함께 술집으로 걸어가던 에리, 그런 그녀의 귓가에 우울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감정이 메마른 자가 부르는 노래다. 그 흔한 류트나 비엘의 연주는 없었지만, 왠지 악기가 없는 편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쓸쓸한 노래였다. 혼란스러운 어떤 오후에, 공허함만이 감도는 술집에서, 난 죽음이 적힌 책의 한 페이지를 넘겨, 내가 어떤 식으로 외롭게 죽어 가는지를, 읽으며 내가 누워야 할 곳을 찾고 있어.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어. 날 시체로 만들어줄 너를. 신이나 천사가 약속하길, 육신을 찢는 대신 영혼을 준다면, 난 까마귀의 밥이 되더라도 만족하며, 그것이 악마의 농간이라 해도 웃으면서, 즐겁게 내가 누워야 곳을 찾을 수 있어. 나는 오늘을 기다려왔어. 내가 시체가 되는 오늘을. 스콜은 술집 안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바람을 노래하는 자, 그자는 죽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죽어 얻을 수 있는 윤회를 원하고 있었다. 빠직! 스콜이 술집 안으로 들어서며 바닥을 밟자 낡은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버렸다. 그 소리를 듣고 어둠이 자리한 구석에 앉아있던 남자는 노래를 멈추었다. 몇 걸음 더 걸어간 스콜은 눈앞의 남자가 보여주는 괴기스런 광경에 자연스레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상할 대로 상한, 그렇게 시퍼렇게 변해버린 인간의 팔 하나, '왱왱'거리는 파리들이 들끓고 있는 가녀린 팔 하나를 뜯으면서 노래를 부르던 남자는 방금 술집의 부서진 벽으로 들어온 스콜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망토와 검은 후드를 눌러써서 일체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는 한참동안 스콜을 바라보더니, 무엇인가 잊고 있던 것을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깨달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보일 턱이 없는 남자의 눈빛이 호의적으로 변했다고 착각하는 건 스콜뿐이었을까? 아니다. 역겨운 장면을 보면서도 남자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려는 에리 역시 그러한 착각을 했다. 남자는 그들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쥐고 있던 시퍼런 살덩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바로 앞에 있는 스콜보고 팔뚝을 먹으라는 행동이었다. "뭐냐?" "형……." 형이라니! 시체를 뜯어먹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스콜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형이라니! 에리공주의 눈매가 의심에 사로잡힌 채로 스콜에게 쏘아졌다. "방금 날 보고 형이라고 했나?" "생각나버렸다. 내가 왜 이곳에 있었는지, 모든 게 형 때문이다." 남자는 스콜의 말은 무시한 채 무엇인가 계속해서 떠오르는지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죽이는 사명을 저버린 형을 죽이라고 했다. 나는 싫다고 했다. 그랬더니 실패작이라고 했다." "실패작?" 스콜도 그러한 말을 엠블라의 인형으로부터 들었었다. "실패작은 버려진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형을 죽이고 싶지 않다'라는 자아를 원했기 때문에 버려졌다는 걸, 나는 후회했다. 나에겐 자아 따위는 필요 없었다." "……." "나는 자아를 버렸다. 자아를 버린 나는 형을 죽일 수 있다. 형을 죽인다. 그러면 나를 용서받을 수 있다. 행복할 수 있다. 나에겐 자아보다는 아버지가 필요하다." 그의 독백은 자신의 잊혀졌던 기억이 점점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얘기를 하는 도중에 스콜에게 먹으라고 내밀었던 시퍼런 팔뚝을 다시 끌어안는다. 그러면서 음침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정체가 뭐지?" "형이 태어난 이유는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죽이기 위해서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그런 사명을 저버린 형을 죽이기 위해서다. 그뿐이다." 스콜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말한 아버지는 아마도 지난날 엠블라의 인형이 말했듯 조작된 기억에서 비롯된 착각일 것이다. 스콜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아버지의 모습과 똑같은 존재다. 허나 이 남자는 그 기억이 진실이라 믿고 있었다. 스콜은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려야만 했다. 조작된 기억이라고 할지라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수 있는 열쇠가 거기에 있을 것만 같았다. '조작된 기억의 장소, 그곳은 어디였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곳이 어디였는지는 떠오르지가 않았다. 절벽에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었던 이후로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은 망각의 늪 레테에서 미스텔테인을 쥐었던 기억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용병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북쪽에 있는 사람을 미친 듯이 죽였고,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들을 생각 없이 죽이고 있었다. '나는 도대체 어디서 왔지? 어디서 태어난 거야?' 가장 중요한 자신의 정체성을 스콜은 이제까지 모르고 있었다. "너는 어디서 태어났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콜은 두 눈을 부릅뜨며 그에게 물었다. "알브하임(Alfheim)……." "알브하임? 거기가 어디지?" "하늘에 걸린 대륙 알브하임, 나는 알브하임에서 태어났다. 형을 죽이기 위해 그곳에서 태어났다." 그가 일어섰다. 망토를 두르고 있었지만, 한눈에 한 팔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로 왼쪽어깨가 움푹 파여 있었다. 아니, 그의 팔이 없다는 사실보다 더욱 중요한 얘기를 스쳐지나갈 뻔 했다. '하늘에 걸린 대륙 알브하임!' 알브(Alf)는 잊혀진 시대의 고대어로, 현대어로 번역을 하면 엘프(Elf)라는 말이었다. 엘프는 요정이다. 즉, 알브하임이라고 하면 '요정의 나라'라는 말이 된다.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에는 수많은 기화가 있다. 그중에 요정의 나라가 하늘에 떠있다는 설도 있었는데, 그가 알기론 그 설이 뜻하는 곳은 적어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었다. '부유대륙 발할라다!' 만약 그곳에서 이 남자가 태어났다면 자신의 출생도 그곳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에 발할라로 가게 될 스콜의 앞에 발할라에서 왔다고 자처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우연으로 넘기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너무나 잘 돌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곳에 가면 지금까지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았던 진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스콜이었다. "형은 나에게 죽는다." 그러면서 눈앞의 남자는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놀랍게도 그가 미스텔테인을 통해서만 펼칠 수 있었던 아슈켈론과 흡사한 기운이 감도는 구를 네 개나 소환해내었다. "위험해!" 다른 차원과 이곳의 차원이 일그러진 채 구를 이룬 장면을 보고 스콜은 미스텔테인을 두 손으로 힘껏 쥐며 에리에게 소리쳤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스콜의 다급한 외침에 에리도 잔뜩 긴장을 한 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레이피어를 움켜쥐었다. 슉!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의지만으로 구를 퍼뜨리더니 그들이 서있는 술집의 네 귀퉁이에 구를 박아 넣었다. 치이익! 술집의 네 귀퉁이에 박힌 구는 공간을 갉아먹는 기괴한 소리를 내었고, 이윽고 네 귀퉁이에 박힌 구를 중심으로 사각의 흑색장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난날 벨리알이 연회장에 준비했던 함정과 비슷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형은 강하다. 형은 이 세상에서 아버지를 빼고 어쩌면 가장 강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절대 형한테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서로 차원을 불러내지 못한다면 형은 약해진다고 했다. 그러면 나라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방금 그가 던진 네 개의 구의 역할은 아무래도 차원의 결계인 듯 했다. 결계 안에선 다른 차원을 불러내지 못한다. 그렇다는 건 미스텔테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슈켈론을 꺼낼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기분이 조금 더럽군." 자신보다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자가 있다. 자신이 살아 숨쉬는 이유를 만든 자가 있다. 1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 자에게 조종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콜은 지금 분노하고 있었다. 그의 두 손은 분노로 미스텔테인이 비명을 지를 만큼 힘껏 쥐고 있었다. "덤벼라!" "형은 죽는다. 나는 형을 죽이기 위해 태어났다. 우리는 천적관계다. 그러니까 형은 아무리 발악을 해도 나한테 이길 수 없다." 그의 말을 들은 스콜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지 모를 존재에 대한 분노를 애써 삼키며, 한쪽 입 꼬리를 올려 차가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 주말 잘 보내셨어요? 여기서 끊어줘야하는데 지금 보니 용량이 딱 10kb군요. 그래서 죄송해서 예전에 썼던 단편 중에 하나 올려드립니다. 제목도 없는 단편이지만, 아무쪼록 즐감하셨으면 합니다. 혹시 재미없으셨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 서늘한 바이올린 소리가 흐르는 카페의 창가에 남자와 여자는 말없이 서로의 눈동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가 그 카페를 지날 때마다 헤드라이트에 비친 여자의 눈동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뭐 때문에?' 무엇인가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보였다. 오른쪽 집게 손톱으로 테이블을 살짝, 살짝 긁고 있다. 그건 그녀가 긴장하고 있을 때 자주 하는 버릇이었다. 남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재촉하진 않았다. "우리 헤어져요." "……." "저 사실 다른 남자가 생겼어요." "그래?" 여자의 단 두 마디에 남자의 시선이 약간 떨어졌다. 약간이라고? 그래, 그의 시선은 분명 약간 떨어졌을 진 몰라도 가슴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알았어. 헤어지자……." 쉽지 않은 동의였지만 못할 것도 없었다. 그녀가 원했던 전개가, 결말이 이거라면 남자는 굳이 그녀를 잡지 않기로 했다. 결국 그녀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집어넣은 건 자신일지도 몰랐기에 그녀의 뜻이 그렇다면 그 뜻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왜?" 할말을 마치고도 그녀는 여전히 집게손톱으로 테이블을 살짝, 살짝 긁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지만 이번엔 뜨거워질 수 없을 것 같아요. 눈에 보여요. 끝날게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죠?" 염치없는 질문이다. "그게 문제야?" 여자의 말에 남자는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앞에 놓인 작은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끝이 보인다고 착각하는 여자에게 그는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저 어떻게 하죠? 그 남자랑 결국엔 헤어질 걸 뻔히 아니까 막상 만나도 설레지도, 별로 만나고 싶지도 않아요." "시끄러……." "네?" "시끄럽다고, 그게 지금 나한테 할 말이야?" "그게……." 남자의 거친 말투에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씨팔년아! 넌 그럼 죽을 거 뻔히 아는데 왜 살아 가냐?" "……." "모르겠어? 어차피 인간은 죽어! 그럼 언젠가는 죽는다고 해서 살아있는 시간을 버리는 바보 같은 놈이 세상에 있냐? 내일 죽더라도 오늘 웃는 게 인생이야! 세상에는 결과는 좆같더라도 과정이 중요할 때가 있는 거야! 헤어질게 뻔히 보인다고? 그래서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없다고?" "……." "난 만약 네가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사랑해줄 거야. 알겠어? 너 같은 썩은정신머리론 아마 영원히 사랑은 모를 거다. 이 빌어먹을 년아!" 남자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화를 내더니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렸다. 빌지를 들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한 남자는 계속 창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를 힐끔 보더니 그대로 카페를 나가버렸다. 혼자 남게 된 여자, 오렌지 불빛 아래 그녀의 창백한 눈동자가 깊은 슬픔에 젖어있었다. 작은 눈물방울 하나가 테이블에 떨어졌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인간은 죽는다. 죽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열심히 살아야 했다. 하지만 무덤가에서 슬피 울고 있는 그를 생각하긴 싫었다. "이걸로 된 거야. 나쁜 여자란 기억으로 지워지겠지……." Fade out……. 카페를 박차고 거리로 뛰쳐나온 남자의 눈동자는 가로등불처럼 흐릿하게 젖어있었다.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정도로 착해빠진 여자, 그의 손엔 어제 여자의 지갑에서 나온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쪽지가 들려있었다. 급성선암(폐암의 한 종류로 젊은 여성에게 발병확률이 높음)이라고? 이게 뭐야! "병신 같은 년아! 왜 나 때문에 걸린 병이라고 말을 못해! 나 때문에 죽게 생겼다고 지랄을 했어야지! 이 지지리도 복도 없는 년아! 씨팔!" 남자는 술에 취한 사람마냥 거리를 거닐며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담배를 피우는 남자, 폐암에 걸린 여자,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옆에 있다고 해서 폐암에 걸린다는 건 유아기적 사고방식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다. 그런데도 남자는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또한 여자는 남자가 그렇게 생각할 걸 알고 있었기에 병을 숨기고 대신 이별을 선고한 것이다. 병신 같은 것들, 둘 다 조금만 서로에게 기대었어도 최소한 오늘은 사랑할수 있었을 텐데…….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힘내세요2006-01-23 05:12:17 하하.. 묘하게 꼬이는군요.. 스콜의 아버지란 사람.. 정체가 뭔지 ^^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2 허걱보이2006-01-23 05:58:48 잘 보고 갑니다^^ 3 잠이와요;;2006-01-23 06:19:41 헐 몇신데 안주무시고 ;ㅁ; ㅎㅎ 아님 일찍이어나시는 바른생활맨?? 허걱 아직71편 볼차렌데 n표시가 떠서 글올립니다. 4 크리노아2006-01-23 06:26:07 잘 보고 갑니다~ 5 아크리치2006-01-23 06:41:43 좋은글 감사합니다 ^^ 6 김백호2006-01-23 06:59:22 힘내세요님, 참고로 말씀드리면 아버지란 사람의 정체, 다음화에 안밝혀지는데요. 아마 발할라에 올라가야-_-;; 허걱보이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잠이와요님, 가장 깊은 밤이 되어야 글이 잘 적혀서요. 요즘은 이 시간에 올리고 있습니다. 보통 남들 일어나는 시간에 잠을 청하죠. 크리노아님, 댓글 감사합니다. 아크리치님, 하하,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7 캘시퍼2006-01-23 07:03:14 아직도 아스크 위에 올라갈 선작을 못 찾았다는..^^; 좋은 글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8 매너모드2006-01-23 07:49:48 멜로물이로군요!! 9 The[劍]2006-01-23 08:19:13 아~~잼남니다..ㅠ_ㅠ 진짜 요새는 아스크 <ㅡ 살아가는 이유임 ㅋㅋ 건필하세요^^ 10 朔月2006-01-23 08:56:51 아, 정말 재밌네요. 그런데 저번에 벨리알 때 그랬던 것처럼 부술 수는 없나요? 11 닥2006-01-23 09:17:26 건필하세요^^* ㅋㅋ용량압박에 재밌는걸 봤네요^^ 12 카이혼2006-01-23 09:46:59 건필~!~! 13 超必殺氣2006-01-23 10:33:14 ADIS 인가...; 14 Sangel22006-01-23 10:40:20 재미있게 보고 가요~! 15 카이렌2006-01-23 11:16:41 음.. 언제나 잘 보고 갑니다. 스콜과 동생의 전투입니까... 16 주정2006-01-23 11:23:37 그리핀을 발견한 사람들의 눈동자에 신기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좀 어색하네요. 사람들의 눈동자에 신기한 빛이 감돈다는건. ex)그리핀을 발견한 사람들은 신기해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니면 작가님이 말하고 싶으신건 저녘 노을을 받아서 사람들의 눈동자가 빛났다는 건가요? 그럼 대략..부끄..+ㅁ+ 17 건곤무쌍2006-01-23 11:23:40 인형에..벌레에..악마에..이젠 동생입니까..흠... 뭔가 혼란스럽군요. 뭘 빼먹고 읽은건가 -_-? 어쩄든 이번화도 에리공주가 나와서 좋네요. 아니 이젠 여왕인가.. 건필하세요. 18 노란병아리2006-01-23 11:45:11 크으 얼른 다음 편을 손에 쥐고 싶어지네요 >.< 19 악종2006-01-23 11:57:08 발할라에 올라가면 이제 확실하게 알게 되겠네요~ 그때 까지 달려 주세요!!!!! 20 武愛會2006-01-23 12:10:38 왠지 아버지가 루시퍼일거 같군요..... 21 질라르디노2006-01-23 12:19:55 저녀석 왠지 터무니없이 강할것만 같은 느낌이 ... 22 비무장괴한2006-01-23 12:40:43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최소한 오늘은 사랑할수 있기를.. 좋군요. 23 소검무제2006-01-23 13:14:52 잘 보고 갑니다. 24 블래스터2006-01-23 13:42:45 마지막에 잇는 글 슬프다..ㅠㅡㅠ 25 천심天心2006-01-23 13:47:59 이거,,, 단편도 재밌네요 ^^ 26 몽몽2006-01-23 14:07:27 잘보고갑니다^^ 27 구정물2006-01-23 14:34:54 오늘 정말 기쁩니다! 대학에 붙었습니다! 건필하세요~1 28 김백호2006-01-23 14:51:53 캘시퍼님, 쿨럭,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지금처럼 후회없이 완결지었으면 합니다. 매너모드님, 네, 덤은 멜로였습니다. The[劍]님, 하하, 과찬이신 줄 알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감사합니다. 朔月님, 전율의 검 최종오의 파멸의 겁은 세상의 모든 것을 부술 수 있습니다. 다만 뒤에 있는 에리와 미스트폴리스에 사는 인간들이 죽겠죠. 그리핀도 죽겠죠. 이거 정말, 양날의 칼입니다. 닥님, 후훗, 그렇습니까? 그렇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카이혼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超必殺氣님, 헉, 누가 에이즈입니까? Sangel2님, 댓글 감사합니다. 카이렌님, 네, 발할라 전초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주정님,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이 부분은 더욱 자연스러워질 수 있도록 수정을 하겠습니다. 주정님이 내주신 의견도 좋군요. 건곤무쌍님, 하하, 사실 따지고 보면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뭐, 발할라에서 쉽게 풀어드릴테니, 말을 아끼겠습니다. 노란병아리님, 네, 얼른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악종님, 그렇죠. 그런데 아니죠. 완결까지 달려야겠죠!! 武愛會님, 과연 그럴까요? 제 3의 인물일수도 있습니다. 질라르디노님, 저도 왠지 저 녀석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할 것 같습니다. 비무장괴한님, 네,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웃는 게 인생이겠지요. 소검무제님, 댓글 감사합니다. 블래스터님, 부족한 글인데, 감성이 뛰어나시군요! 천심天心님, 쿨럭, 감사합니다. 몽몽님,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정물님, 그렇습니까? 축하드립니다!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러 가셔야지요! 29 소면살우2006-01-23 15:04:36 집안 싸움이군요... 마치... 입시, 취직을 위해 공부를 강요하는 아버지... 늦게나마 자신의 길을 가려고 가출하는 자식 가출한 형을 잡기 위해 나서는 동생 ㅡㅡㅋ;;; 30 절도범산타2006-01-23 15:32:43 헐헐,, 31 아미델린2006-01-23 16:05:51 집안 싸움.. -0-;; 32 수희2006-01-23 16:06:26 항상 그렇지만..다음편 또한 기대만빵^^ 내일 또 들를께요~ 33 미캉엘2006-01-23 17:15:55 잘보고 가요~~~ 건필하세요~~~~^-^ 34 leerhkdals2006-01-23 17:59:44 루시퍼인가.... 35 대사자2006-01-23 18:29:58 수고하세요~ 단편도 재미 있군요 ^^ 36 Σ비호란™2006-01-23 18:43:54 잘보고갑니다^^ 37 데스카2006-01-23 19:46:0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늘 컴퓨터 킬 시간이 없어서 늦게 보게 되었네요...하하하 아버지가 아니라 동생이였군요. 형과 동생과의 뜨거운 한판이 이루어지는군요. 아쉬운점은 소피아대신 에리가 나왔다는 점이네요. 뭐 에리도 나쁘지는 않지만 소피아가 더 좋은데.. 에리의 인기를 원하시면 소피아처럼 귀여움모습도 넣어주시는편이... 수고하세요~ 내일 글도 기대되네요. 38 同安2006-01-23 22:59:17 아스크를 읽다보면 그 옛날 언제가 읽었던 북유럽신화가 생각이 나네요. (초등학교 무렵이었을텐데 기억은...) 그리스 신화만 보다 질려서 봤던 신화.. 그 때 느꼈던 그 신선함이란.. 그 때의 기억하나하나가 아스크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나 봅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39 쾌인2006-01-23 23:30:33 윽 절단마공!!! 어서 올려주세요!! 건필~! 40 김백호2006-01-24 07:15:21 소면살우님, 후훗, 지금까지 올리신 댓글에서 알고 있었지만, 센스가 있으시군요. 확실히 집안싸움이죠. 조금 스케일이 커서 문제죠. 절도범산타님의 간탄사는 아마도 소면살우님의 말씀을 보고 하시는... 아미델린님까지 감탄을 하신 것 같다는... 수희님, 기대는 하지 마세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도 있잖아요. 아, 재미없는 글 또 올렸네, 하고 봐주세요ㅠ.ㅠ 미캉엘님,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leerhkdals님, 아버지 말씀하시는 거죠? 글쎄요? 루시퍼일까요? 대사자님, 하핫, 부끄럽습니다. 사실 어떤 여자 고민상담을 해오길래 만들어준 얘기입니다. Σ비호란™님, 네, 다음화에서도 뵈어요. 데스카님, 후훗, 카를대제의 복수를 찾는데 소피아가 나오면 생뚱맞잖습니까! 하핫, 그리고 에리의 매력포인트는 도도함이라고 할까요? 아무래도 여황이 될 몸인데 귀여운 것보다는 정복하기 힘든 산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同安님, 북구신화가 재미있는 게 많죠. 그리스신화도 재미있긴 한데, 전체적으로 싱거운 국같다고 할까요? 그에 반해 북구신화는 김치찌개같은 느낌일까요? 톡 쏘죠. 쾌인님, 어째서 여기가 절단마공입니까! 그리고 제가 쓰는 건 절취선공입니다! 마공따위는 익히지 않습니다!! 41 Hernesto2006-01-24 07:56:33 잘 보고 갑니다~ 42 동자치2006-01-24 18:32:37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 43 소검무제2006-01-24 19:28:28 잘 보고 갑니다. 44 아트리2006-01-24 21:57:03 휘리릭~~ 45 창공의바람2006-01-26 10:59:48 크헉... 스콜~~~ 46 포도잔2006-01-26 15:25:14 아버지란 존재가 신이아닐까요? 아스크는 아버지를 거역하고 아버지가 자신에게 내려준것도 버렸으니까 루시퍼가 신에게 거역한거와 같다는생각이..^^; // 건필요!! 47 절대꼭미남2006-01-28 07:09:53 혹시나 아버지 루시퍼? ㅋ 엉뚱한 생각하나 드네;; 그남자의 향기... 48 破邪神劍2006-02-02 22:59:43 마지막에 있는 글 눈에 들어오는군요^^ 49 巨時期2006-02-04 23:36:47 하핫; 단편에 더 눈이 가는 것은 왜일까요...? 50 김백호2006-02-05 07:45:08 욕이 있어서 그런거 아닐까요? 퍼억! 51 火狼2006-02-23 10:49:26 저 동생도 무지 강할듯...건필하세요 52 쾌감조루2006-02-23 17:47:34 재밌게 읽었습니다...아래 단편도 잘 봤네요..어쩌면 단순하면서...흔한 이야기지만...나름데루 생각할수 있는...생각하는 이야기... 원래 그런게 인생아닌가요 ? 나이 먹은 티가 나는 리플같네요.. 53 김백호2006-02-23 18:32:57 네, 강합니다. 그것때문에 에리가 조금 밑보였죠. 그리고 단편은 실은 어떤 여자가 저한테 인생상담 비슷한 걸 해왔기에 글을 적어서 줬던 겁니다.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4화 [50]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2화 [60]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24 07:19:43 고친날 2006-01-25 17:09:31 읽은수 1784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4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묻겠다. 그럼, 너는 나에게 있어서 최강의 적이냐?" 스콜의 말을 듣고 방금 전까지 맛있게 먹었던 썩은 팔뚝을 바닥에 곱게 내려놓은 남자는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대답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형의 천적이니까 형한테만큼은 가장 강할 거라고 했다. 인간이 아무리 발악을 해도 형을 이길 수 없듯, 형은 나에게 이기지 못한다." "그러냐?" 그 말은 눈앞에 남자만 꺾는다면 자기 자신을 이겨냈다는 말과 같았다. 조작된 기억속의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자인지는 짐작할 길이 없었지만,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는 다른 자에게 패하지 않는다. 이 남자를 꺾는다는 건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 그마저도 꺾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위험하지만, 흥미로운 싸움임에는 틀림없었다. "재미있겠군. 어디, 얼마나 강한지 보자. 덤벼라!" 스콜의 말이 떨어지기 이전에 이미 남자는 망토를 흩날리며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을 펼친다. 다른 차원을 부를 수 없는 차원의 결계가 만들어졌다고는 하나 아슈켈론의 시드는 덤벼오는 모든 물체를 단검처럼 빠르게 휘둘러 순수하게 찢어버리는 특성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앗!" 호쾌한 기합소리와 함께 두 손에 쥔 검이 힘 있게 휘둘러졌고, 남자는 미스텔테인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찢겨질 것만 같았다. 허나, 남자의 신형은 검을 통과시켜버렸다. 아니, 흐릿한 잔상만이 베여졌으며 실제로 남자는 스콜의 바로 앞에 와있었던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바로 앞까지 달려온 남자는 공기 중에 스파크를 일으킬 정도로 무시무시한 카르마가 깃든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복부를 맞은 스콜은 한줄기의 선혈을 흘리며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 허물어져가는 술집의 벽에 처박힌 스콜은 재빨리 일어서서 몸을 추슬렀다. "형은 검속에 있어선 무서울 정도로 빠르지만, 몸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검술이 독이 되어 느린 편이다. 게다가 검술은 단조롭다." "훗, 잘 알고 있군." "형은 너무 느리다. 나는 그런 형보다 빠르다. 그러니까 형은 나를 한대로 때리지 못한다." 남자의 말, 스콜의 정체가 용병왕 아스크라는 걸 알고 있는 듀란이 들었다면 통탄할만한 얘기였다. 스콜이 아무리 여유 있게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공속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듀란보다 빠른 건 사실이다. 물론 그 점은 듀란이 어디까지나 인간이라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는 건지도 몰랐다. 자신이 느리다는 것, 스콜로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55년 전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의 움직임을 그는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몇 달 전 벨리알의 움직임을 보고도 그가 느리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게 되었다. 원인은 그의 손에 들려있는 대검에 있었다. 아무리 힘이 좋은 남자라고 하더라도 드는 게 고작일 정도로 무거운 미스텔테인 같은 대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른다. 그만큼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은 심했던 것이다. 대검으로 인해서 막대한 파괴력은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적을 맞춰야만 했다. 그렇게 파괴력에 검속까지 살리기 위해선 스콜은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움직임이 적다는 것이었다. '그때 느꼈던 기분이다.' 이제는 한 달도 더 지난 일인데도 스콜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망각의 늪 레테에서 나와 숲 속에서 잠시 쉬던 중에 만나게 된 남자, 드래곤을 타고 있던 수왕 베헤모스는 그를 보고 미소를 지어보였고, 스콜은 그 미소에서 알 수 없는 위화감 같은 것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미소는 자신의 약점을 한눈에 꿰뚫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서있는 남자, 자신을 보고 형이라고 부르는 그 역시 자신의 약점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충고, 고맙군." 이번엔 스콜이 달리기 시작했다. 미스텔테인을 바닥에 비스듬히 끌며 힘차게 달려간 그는 남자를 향해 대검을 호쾌하게 그었지만, 이미 남자는 스콜의 눈앞에서 완벽하게 자취를 감춰버리고 난 뒤였다. 흡사 유령에게 홀리는 기분까지 들었다. "형은 지금 무의미한 저항을 하고 있다." 어느새 뒤에서 나타난 그가 오른팔을 내질러 스콜의 등을 강타했다. "크윽!" 마치 거대한 바위가 등뼈를 부셔버릴 듯 후려치는 강렬한 충격에 스콜은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도 미스텔테인을 뒤로 휘둘러서 남자를 떼어내었다. 입에서 한 움큼 터져 나온 핏줄기를 닦아낸 그는 진땀을 흘리며 눈앞에서 여유롭게 서있는 외팔이 남자를 노려보았다. 힘없이 휘둘러지는 주먹인데 일격, 일격이 정상적인 인간의 배에 박힌다면 내장을 쓸어버릴 정도로 지독한 파괴력을 가졌다. 게다가 그보다 월등히 빠른 자였다. 이대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하아압!" 스콜은 포효했다. 대기마저도 두려워 떨 듯한 비명 같은 기합을 내지른 그의 대검에, 폭발할 듯 이글거리는 염화가 피어올랐다. 에리공주의 신변을 걱정해서 극의에는 이르지 않았다고는 하나 그들이 있는 술집은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무서운 불꽃이었다. "형은 나에게……." 화염에 휩싸인 검이 휘둘러지는 걸 기다렸다가 이번엔 머리위에서 나타나 그의 두개골을 박살낼 기세로 주먹을 휘둘렀지만, 스콜도 미스텔테인을 휘두르다 말고 급하게 꺾으며 떨어지는 남자의 주먹을 향해 올려쳐버렸다. "헉!" 예상을 뛰어넘는 검의 변화에 남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급하게 내질렀던 주먹을 거두었다. 그러나 극심한 통증이 주먹을 휘감는 건 피할 수가 없었다. 검은 후드에 가려져 보이진 않았지만, 재빨리 물러선 남자는 주먹에서 터져 나온 진한 핏줄기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거, 실망인데." 스콜이 말했다. 분명 그는 스콜을 죽이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라고 했지만, 단순히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만을 철저히 무력화시킬 뿐 파괴의 검술 무스펠은 계산에 두지 않은 것 같았다. 아슈켈론은 확실히 한번, 한번의 휘두름이 대상의 죽음을 부를 정도로 그 파괴력은 경이로운 건 사실이다. 허나, 변화에 있어선 초라한 검술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무스펠은 비록 파괴력에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찢어버리는 아슈켈론에 비해 떨어지진 몰라도 대검을 휘두르면서 발생하는 회전력을 중심으로 하는 검술이니만큼 변화 면에서 아슈켈론을 능가하고 있었다. "형, 나 아프다." 남자는 흐느끼며 말하고 있었다. 미스텔테인과 정통으로 부딪쳐서 망가진 손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는지 부르르 떤다. 터져 나오는 피를 바라보다 아까운지 입을 가져다 대서 빨고 있었다. 붉은 피였다. 그와 같은 피, 그와 같은 기술을 쓰는 자를 보며 스콜은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도 묘하게도 안타까운 마음의 지배를 받았다. 가엾다. 불쌍하다. 그는 인간의 시체를 뜯어먹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의 주먹에서 터져 나오는 피를 먹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흐흑, 너무 아프다." "그 상처가 처음은 아닐 텐데?" 팔이 하나 없는 것을 보고 말한 스콜, 그 말을 듣고 처참하게 망가진 손으로 이제는 없는 게 익숙해진 왼쪽어깨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그렇다. 아버지가 말했다. 형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좋아했다. 그런데 만나는 대신 형을 죽여야 된다고 했다. 나는 죽이기 싫다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나를 베겠다고 했다. 나는 무서웠다. 나는 아버지가 휘두르는 검을 피했지만, 어깨가 베여져버렸다. 아팠다. 울음을 터뜨리자 아버지는 나를 버렸다." "……." "그래서 나는 자아를 버리기로 했다. 자아가 없으니 나는 형을 죽일 수 있다. 다시 아버지한테 귀여움을 받을 수 있다." 착각일까? 스콜은 이 남자와 대화를 하면서 그가 어린아이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서쪽과 동쪽의 지배자를 죽인 남자다. 그런데도 어린아이 같다. 어쩌면 작의 악의로 개미를 찢어 죽이는 아이처럼, 만약 그의 눈에 인간이 자신과 동급의 생명체로 보이지 않는다면? 그는 그저 수많은 개미 중에 여왕개미를 죽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나는 형의 천적이다. 하지만 나는 형에게 상처를 입었다." "훗, 세상이란 원래 하나의 잣대로는 평가할 수 없는 곳이다. 천적이란 없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쥐? 고양이?" "그렇다." 남자는 싸우다말고 쥐와 고양이라는 말에 유난히 호기심이 가는지 되묻고 있었다. 어두운 술집 안, 거기에 후드에 가려져서 얼굴을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지금 그는 신기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스콜의 과거를 돌이켜보는 것 같기도 했다. 살아온 시간에 비해 세상을 너무도 몰라서 엠블라에게 하나, 하나 소소한 것들을 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한 기억 때문에 스콜은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허나 그는 적이다. 제자인 카를을 죽인 자다.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동정심이 들었다. 남자가 그를 보고 형이라고 부르듯 스콜도 남자를 죽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이 남자를 죽일 수 있을까?' 스콜과 그는 같은 곳에서 태어났고, 같은 방식으로 태어났다. 속마음을 토로하자면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발할라에 대해서 묻고 싶었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으며 자신이 태어난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묻고 싶었다. 허나 결국엔 죽여야 할 상대, 잔인하지만,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걸 안다. 길게 얘기해봐야 아픔만 쌓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그는 미스텔테인을 힘껏 쥐었다. "간다!" 스콜은 쥐와 고양이의 관계를 생각하며 무방비로 서있는 남자에게 친절하게도 공격한다는 걸 밝히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남자도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중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했는지 달려오는 그의 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치익! 불꽃을 터뜨리며 휘둘러진 칼날은 자석이라도 붙여놓았는지 그의 사라진 신형을 쫓았고, 결국 술집 2층 지붕에 닿을 정도로 높이 뛰어오른 남자가 떨어지는 걸 놓치지 않고 골반 아래쪽을 베어버렸다. 남자는 피를 흩뿌리면서도 대검이 살을 베면서 일어난 작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스콜에게 달려들었다. 한 팔로 스콜의 머리를 꽉 쥐고, 두 다리는 허리에 둘러서 완전히 밀착해버린 채 날카로운 이빨로 그의 목을 꽉 물었다. "크윽!" 말 그대로 한 움큼 목의 살점이 뜯겨져나가자, 스콜이 지독한 통증에 낮은 신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목에서 터져 나오는 피를 남자는 받아먹고 있었다. "좋아!" 스콜은 독한 마음을 먹고 몸에 붙어있는 그를 베어내려는지 미스텔테인을 자신의 몸을 향해 휘둘렀다. '치익'거리며 불꽃에 닿은 옷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스콜의 가슴에 착 달라붙어있는 남자의 등짝이 미스텔테인에게 지져지고 있었다. "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 남자는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섰고, 스콜은 떨어지는 간격을 보고, 미리 남자가 피할 곳을 읽은 뒤 대검을 휘둘렀다. 휘익! 이글거리는 검이 대기를 불살랐지만, 흑 빛의 망토를 휘날리며 피해낸 남자, 날쌘 고양이처럼 자세를 숙여서 일단 수평으로 그어지는 대검을 피해냈지만, 이번에도 칼날은 다시금 남자의 신형을 쫓기 시작했다. 내리찍는다. 마치 대지를 두 동강이 낼 듯 힘차게 떨어지는 대검을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피해낸 남자는 짐승처럼 자세를 숙인 그대로 세발로 달려서 피가 흥건한 주먹을 스콜에게 내질렀다. 타악! 스콜도 호락호락하게 당할 위인이 아니다. 내질러지는 주먹을 향해 오른 발을 들어 차버리자 공격은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올려 차진 발을 맞고 튕겨져 올라가는 그 힘을 이용해서 오히려 남자는 쓰러지듯 공중에 붕 떠버렸다. 그 상태에서 급하게 한발을 당기듯이 차자 스콜은 후두부를 강타당할 수밖에 없었다. 퍼억! 공중에서 누운 자세가 되어서 발길질을 한 남자, 그 공격에 정면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머리 뒤쪽에서 느껴지는 강열한 통증을 얻은 스콜은 몸의 균형이 앞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그러한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중력은 무시하고 공중에서 뜬 채로 무섭게 발길질을 해서 스콜의 가슴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었다. "컥! 커헉! 헉!"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정신없이 내질러지는 발길질을 맞으면서도 위기를 벗어나야 된다는 생각에 미스텔테인을 미친 듯이 휘둘러서 남자를 떼어내고는 스콜은 거칠어진 숨결을 내뱉었다. 피가 섞인 숨결이었다. "제, 제법이군." "형도 제법이다." 둘 다 잔뜩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스콜보다는 남자가 조금은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고 있었으나, 확실한 결정타는 날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뒤에서 그들의 피 튀기는 대결을 지켜보는 에리도 긴장되는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그녀는 지금 식은땀이 흐르는 두 손으로 레이피어를 꽉 쥐고 있었다. 일찍이 스콜이 벨리알과 싸우는 장면을 지켜본 적이 있다. 그때 그의 모습은 너무나 믿음직스러웠다. 그러한 모습을 봤기에 실베스트르백작에게 그가 실은 용병왕이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크게 놀라진 않았다. 사람의 그릇을 보는 눈이 어느 정도 정확한 에리공주는 무뚝뚝하고, 거친 성격을 가졌지만, 그의 실력하나만큼은 지금까지 그녀가 봤던 수많은 남자들 중에 가히 최고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게 여겼다. 그런데 그런 그가 힘들어하고 있었다. 함몰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를 형이라고 부르는 남자가 알게 모르게 그의 정신마저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제발…….'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어젯밤 12시부터 적었지만, 진도가 안나가서 이제야 완성했습니다. 아무쪼록 즐감하셨길 바랍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삐라2006-01-24 07:20:35 이런 이른시간에!! 2 삐라2006-01-24 07:24:28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아~ 3 김백호2006-01-24 07:24:59 삐라님, 해가 떴군요. 커튼이 두꺼워서 몰랐습니다.OTL 4 엠프티니스2006-01-24 07:44:08 형제는 용감했다 ㅋㄷㅋㄷ ; 5 HolySoul2006-01-24 08:01:15 아침공부하고 왔더니 올라와 있네요 ㅋㅋ 오랜만에 리플남기고 갑니다 6 Hernesto2006-01-24 08:02:15 에리 스콜에게 드디어 빠진거냐? ~ 흐흐 잘 보고 가요~ 7 학생?백수?2006-01-24 08:19:52 7빠 선리플 후감상! 8 김백호2006-01-24 08:30:40 엠프티니스님, 오호, 형은 용감한 건 확실한데, 동생은 조금 겁을 상실한 듯한 모습도 있지만, 다쳐서 아프다고 울먹이잖습니까, 애매하네요. HolySoul님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 Hernesto님, 음, 에리공주의 콧대는 굉장히 높기 때문에 저 정도는 '좀, 고맙네'정도 일까요? 학생?백수?님, 하하, 아니, 7타인데, 굳이 선리플후감상 할 필요가 없잖습니까! 버럭! 9 질라르디노2006-01-24 08:50:19 작가님 그럼 에리공주는 결혼 안시켜주실건가요?ㅜ 그나저나 동생은 왜 구 안써요??? 10 노란병아리2006-01-24 08:57:12 ^_^ 잘 보고 갑니다. 11 朔月2006-01-24 09:06:57 우우웃. 발할라의 전초전이란 말은... 역시 2부 주인공은... 12 매너모드2006-01-24 09:35:45 항상 즐감하고 있습니다 ^^ 13 바레이타2006-01-24 09:41:04 건필 14 matsal2006-01-24 09:49:28 건필여.... 15 라타니엘2006-01-24 09:49:35 즐독하고 가요~건필하세요 16 김백호2006-01-24 09:51:51 질라르디노님, 에리도 결혼은 해야겠죠. 저 차가운 성격을 녹여줄 남자를 언젠가는 만나겠죠. 그리고 동생은 구를 못 쓰는 것입니다.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을 봉인하기 위해서 차원의 결계를 치고, 결계 안에선 다른 차원을 불러낼 수 없도록 해놨습니다. 스콜의 아슈켈론뿐만 아니라 구 역시 다른 차원과 현재의 차원을 믹스를 하는 기술이다보니 펼칠 수 없게 된 것이죠. 노란병아리님, 오늘은 병아리 발자국 안 남기시나요? 삭월님, 아마도 발할라로 가기 전의 처절한 전초전이 될 듯 합니다. 그런데 2부하곤 상관이 없죠. 후훗, 발할라 이야기까지 1부이니까요. 매너모드님, 하하, 뿌듯하군요. 다음화에 뵙겠습니다. 바레이타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Matsal님, 네, 댓글 감사합니다. 라타니엘님, 건필하겠습니다!! 전 이만 자러 갑니다!! 17 캘시퍼2006-01-24 10:13:34 보통은..이제 자러 갑니다.. 라는 댓글이 달릴때인데 아직까지.. 안 주무셔도 괜찮으세요? 저희땜에 항상 피곤하신듯해서 걱정된다는. (결코 혹시나 내일 아스크가 안 올라오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프다는... 쿨럭~ ㅡㅡ;) 18 데스카2006-01-24 10:45:0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하하....에리의 차가운 성격을 녹여줄 분이라.... 설마 동생군은 아니겠죠. 왠지 느낌이 그렇게 전하는.... 설마 아버지 죽인자와 짝짝꿍하겠습니까? 아..빨리 스콜이랑 아버지랑 대판 싸우는거 보고 싶네요. 건필하세요. 19 아라라2006-01-24 10:47:42 역시 멋지군요. 항상 감사합니다~ 20 몽몽2006-01-24 10:57:02 잘보고갑니다^^ 21 닥2006-01-24 11:29:43 건필하세요^^* ㅠㅠ 스콜이 힘들면 나도 힘들어 지는데... 한약이라도 한재 지어먹여 주세요^^ㅋ 22 힌2006-01-24 11:57:02 부리는 .. 오타 맨 마지막줄이요~ 23 아미델린2006-01-24 12:03:10 에리공주.. 스콜은 소피아 거예요.. ㅎㅎ;; 암튼 스콜 많이 힘들어보이네요 어떻게 안 될까요? ㅠ_ㅠ 건필하시길~~ 24 들아탈수2006-01-24 12:20:34 음.. 스콜이 루시퍼인가 했는데 -_- 진실은 점점 더 암흑 속으로 -_-a 25 카이렌2006-01-24 12:24:59 잘 보고 갑니다. 멋지군요. 26 극성2006-01-24 12:25:4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스콜이 루시퍼라고 생각했었는데 ㅡㅡ;; 과연 스콜의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27 血死魔人2006-01-24 13:09:04 프레키 불쌍한데 에리공주 줘버려요 -_-; 28 건곤무쌍2006-01-24 13:43:46 에리공주는 스콜이랑 맺어주세요.;;; 소피아는??? 흠..소피아는...모르겠음 ㅎㅎ 29 잠이와요;;2006-01-24 14:09:08 아 스콜동생분 살렸으면 하네요 ㅎㅎ 30 同安2006-01-24 14:11:36 슬픈 이야기네요.. 아버지, 동생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하다니..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31 메머리2006-01-24 14:15:23 화해했으면;; 32 블래스터2006-01-24 14:19:04 스콜편 되라 동생이여 33 Homeros2006-01-24 15:06:21 감사히 잘 먹어습니다. ^^ 34 leerhkdals2006-01-24 17:49:27 건필~ 35 동자치2006-01-24 18:37:55 형제끼리 쌈이나 부치고 아버지가 뭐하는 인간이래요?(인간아닌가 ^^;;) 36 Σ비호란™2006-01-24 18:49:50 잘보고갑니다^^. 요새 최고로 재밌게 보고 있는 아스크!! 37 소검무제2006-01-24 19:28:51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38 상상소년2006-01-24 19:58:13 ㅎ 잘 보고 갑니다. ^-^ 오랜만에 재밌는 글을 찾아서 1화부터. 이편까지 주욱~ 봣네요. ㅋㅋ 조기완결 없이…. 계속 주욱~ 봣음 좋겠네요. ㅋ 완결은 있겠지만……. 39 아트리2006-01-24 22:03:48 가재는 게 편인데 ㅎㅎ 버려진 동생도 형의 싸움에 동참하면 어떨까나 ㅎㅎㅎ ~~~ 휘리릭~~~~ 40 대사자2006-01-24 22:52:38 수고하세요~ 41 쾌인2006-01-24 23:30:01 그냥 동생이 스콜편됐으면...^^ 건필하세요!! 42 김백호2006-01-25 04:15:08 캘시퍼님, 하하하, 제가 좋아서 적는 글인걸요. 많이 읽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데스카님, 아버지랑은 대판 싸우진 않을 것 같습니다. 후훗, 조금만 지켜봐주세요. 얼마 안남았군요. 아라라님, 제가 멋지다는 말로 해석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몽몽님, 항상 댓글 잊지 않고 달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닥님, 스콜은 튼튼합니다. 강철처럼 튼튼합니다. 그리고 엘시드의 치유마법때문에 한약같은 필요없습니다. 힌님,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수정은 아까 전에 했는데, 이제 인사드리네요. 아미델린님, 스콜, 지금은 힘들 수밖에 없겠죠. 자신의 저주받은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이니까요. 들아탈수님, 후훗, 많은 분들이 진실을 알고 계시던데요. 이제 곧 나오니... 기다리세요! 카이렌님, 감사합니다. 저보고 멋지다는 말이죠! 감사! 감사! 극성님,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얼마 안남았으니 본문에서 확인하시길... 血死魔人님, 하핫, 에리공주가 물건입니까! 그리고 부와 권력을 가지고 지상 최대의 미모를 가졌는데, 남색한테 주다니요! 건곤무쌍님, 음, 에리공주에 대한 댓글이 늘고 있군요. 이거 소피아 긴장해야겠습니다. 잠이와요;;님, 전개는 다음화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올려드립니다. 同安님, 처절한 이야기라고 해야겠죠. 어쨌든 다음화에서도 뵙겠습니다. 메머리님, 아쉬운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길을 가로막고 있죠. 블래스터님, 그랬으면 저도 좋겠습니다. 착한 녀석인데 아쉽군요. Homeros님, 하하, 아스크는 요리가 아닙니다! leerhkdals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동자치님, 아마도 인간은 아닌 듯 합니다. 정확한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거짓말쟁이! 퍼억! Σ비호란™님, 쿨럭, 과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열심히 적겠습니다. 소검무제님, 네! 꼭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상소년님, 하하하, 저도 먹고 살아야되서, 일하면서 연재는 무리라서요. 일하기 전까진 완결을 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트리님, 그럼 아버지가 너무 불쌍하죠. 어쨌든 다음화에서 뵙겠습니다. 대사자님, 네, 감사합니다. 쾌인님, 많은 분들이 아쉬워해주시는 군요. 저도 그렇답니다. 43 주정2006-01-25 11:55:37 감촉같이 사라져버렸다는게 맞는 말인가요? 감쪽같이? 깜쪽? 깜족? 44 김백호2006-01-25 17:06:01 앗, 오타가 맞습니다. 감쪽이라고 해야겠죠.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45 창공의바람2006-01-26 13:21:06 스콜.... 질것인가.... 46 궁상자2006-01-27 02:52:59 겨우 다 따라잡았네요 ㅎㅎ;; 김백호님 아스크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계속 건필해주세요 +_+!! 47 절대꼭미남2006-01-28 07:16:16 건필하세요 졸립다... 48 破邪神劍2006-02-02 23:03:44 뭔가 모르게 결여된듯한 느낌이 드는 케릭터군요... 49 해비(駭匕)2006-02-04 23:15:57 잘보고 갑니다~ 건필이요~ 50 巨時期2006-02-04 23:45:11 하핫. 잘 읽고 갑니다.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5화 [69]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3화 [53]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25 04:18:43 고친날 2006-01-25 18:19:13 읽은수 1783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5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한쪽 벽이 허물어진 낡은 술집, 여기저기 난 구멍으로 황혼의 빛깔이 스며들고 있었다. 어찌 보면 아늑하고, 정취 있는 광경, 그 속에 두 남자는 목숨을 걸고 서로의 목 줄기를 물어뜯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서? 왜 싸워야 하는가?'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서?' 적어도 상대의 목숨을 끊어놓기 위해선 가장 필요한 두 가지 이유를 두 남자는 상실한 채 싸우고 있었다. 치열하게 주고받는 주먹과 칼날 속에 시간과 공간마저 잊혀져가고 있었다. '왜 여기에 있는가? 그 전에 무엇을 했던가?' '이곳은 어디였던가? 왜 여기에 있는가?'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리고, 오직 눈앞에서 존재하는 '적'이라는 상대를 찢어죽이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버렸다. 남자는 스콜을 형이라고 부르면서도 그의 가슴을 향해 수도를 찔러 넣는다. 순수한 살기로 뭉친 카르마로 인해 마치 칼날처럼 뻗어오는 수도를 흘려버린 스콜은 자세를 흩트리면서까지 미스텔테인을 찔러 넣는다. 대검의 손잡이를 돌려, 대검 자체를 회전시켜서 가공할 위력을 발하는 찌르기는 남자의 몸을 스쳐가며 망토자락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대검에 붙어있던 불이 옮겨 붙었지만,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에게 덤벼들었다. 대검의 찌르기는 그들의 뒤에서 긴장된 눈빛으로 사태를 관망하는 있는 에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빈틈임엔 틀림없었다. 퍼억! 남자의 주먹이 스콜의 명치에 작렬했다. 그는 온 몸이 마비되는 것 같은 강렬한 통증에 휩싸이면서도 어금니를 꽉 물고 버텨졌다. 명치를 맞고 뒤쪽으로 밀려나는 몸, 내지른 대검을 아예 놔버리며 한 발로 술집의 바닥을 힘껏 밟으며 몸의 중심을 앞으로 기울였다. 남자의 몸도 주먹을 내지른 탓에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카운터다!' 마치 사신의 낫처럼 눈부신 섬광이 남자의 얼굴에 내리꽂혔다. 대검을 놓은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쥔 채 남자의 얼굴을 강타해버린 것이다. 후드가 찢어진다. 볼의 살점이 통째로 뜯어버릴 듯한 공격을 받은 남자는 그대로 술집의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아, 아프다." 아파서 미칠 것만 같았다. 싸운다는 게 이토록 무서운 건지 이제야 깨달았다. 여기서 그만하고 싶었다. 조금 전 먹고 있던 팔뚝을 마저 먹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서 형을 죽이지 않으면 영원히 아버지에게 버림받는다는 사실에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헉, 헉, 혀, 형은 죽어야 한다." 후드가 찢어졌다. 남자의 맨 얼굴이 술집 벽에 난 구멍을 통해 들어온 황혼의 빛줄기 아래 숨김없이 드러났다. 스콜은 남자의 외모를 보고 순간 숨이 탁 막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남자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이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머리카락 색깔은 물론, 이목구비만을 본다면 쌍둥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다만 눈동자의 색깔이 약간 갈색이 감돌고 있었고, 창백한 피부색인 스콜보다 더욱 창백했다. 그리고 말라서 광대가 조금 튀어나와 보인다는 차이점밖에 없었다. 흡사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뒤에 있던 에리도 스콜과 너무나 닮은 남자의 얼굴에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람에 찬 신음소리를 겨우 참았다. 그제야 스콜은 어째서 남자가 자신을 보고 단번에 형이라고 불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닮았군." "나의 형이니까 닮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자아가 없으니까 닮았다고 해도 형을 죽인다." "자아가 없다고? 아까부터 자아가 없다고 하던데 한 가지 가르쳐줄까?" 잠시지만, 감상적인 눈빛을 한 스콜의 말에 남자는 궁금하다는 눈치를 보냈다. "날 죽이려는 이유, 그건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증거겠지?" "그렇다."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욕망, 그것 역시 너의 의지에서 비롯된 행위다. 즉, 넌 자아를 가지고 있다." "아, 아냐! 나에겐 자아가 없다! 형은 거짓말쟁이다!" "없다고 여기고 싶은 것이겠지." "아냐! 아니야!" 스콜의 말에 흥분을 했는지 남자가 기갈을 지르며 덤벼왔다. 스콜도 미스텔테인은 던져버린 형편이라 어쩔 수 없이 맨주먹으로 싸워야만 했다. 무기를 잃었지만 더욱 독해진 스콜과, 미친 듯이 덤벼오는 남자, 싸움은 더욱 과열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오랜 세월을 만나지 못한 형제의 싸움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거울을 보는 듯 얼굴이 똑같은 두 남자의 대결,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서글픈 느낌까지도 안겨다 주었다. "하아앗!" "하야!" 마치 필생의 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상대에 몸에 상처를 주고, 죽이려고 가진 애를 쓰고 있다. 두 남자의 목숨을 건 결투를 지켜보고 있던 에리는 묘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여기로 오는 게 아니었어. 내가 원했던 복수는 이런 게 아니야. 어쩌면 그들은 만나선 안 되는 운명이었는데, 나로 인해 가엾은 운명이 되어버린 건지도…….' 그녀의 생각처럼 동생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파서 눈물을 짓는 건지 아니면, 죽지 않는 형이 미워서 우는 건지 분간할 수 없었다. 형은 입을 꾹 다문 채 동생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살을 주고, 뼈를 치는 지독한 전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남자는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파파팍! 동생의 주먹이 상처가 있는 형의 목에 거침없이 박혔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엄청난 출혈이 터져 나온다. 형은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동생은 마치 집채처럼 거대하게 느껴지는 주먹을 보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지만, 아쉽게도 피하진 못했다. 그 주먹이 동생의 얼굴에 정면으로 박혔고, 커다란 비명소리로 아픔을 내보였다. "아아악!" 주먹이 떨어지자 동생의 눈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눈알이 터져버린 것 같았다. 형은 그 장면을 보면서 잔인하게도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였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거친 대결, 이 대결에서 눈 하나를 잃었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기도 했다. 거리감이 상실된다. 카르마로 정확하게 잰다고 하더라도 이미 늦다. 그리고 왼쪽 눈을 다침으로 해서 왼쪽에서 들어오는 공격은 오직 카르마로 감지하고 방어해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카르마를 느끼고, 방어를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거다. 치명적인 동생의 약점이 드러나자 형은 집요하게 그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폭풍우 같은 공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 에리는 눈을 감고 싶었다. 스콜의 모습은 마치 귀신이라도 된 듯 붉은 피를 튀기며 잔인하게 변해있었다. 그들에 비해서 동체시력이 한참은 떨어지고, 전황을 파악하는 능력도 떨어지는 에리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스콜은 악랄하게 남자의 왼편으로 파고들어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왼쪽 눈이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왼쪽 팔도 없었다. 스콜의 처절한 공격에 남자는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다리의 힘이 풀렸는지 무릎을 꿇자 스콜은 한 발을 들어서 남자의 머리통을 힘껏 차버렸다. 파팍! 발길질을 맞고 술집의 벽에 '쾅'하고 부딪쳐버린 남자는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충격에 몸을 추스르는 것조차 힘들어보였다. 스콜은 그렇게 지독하게 공격을 했는데도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남자의 죽음을 원하고 있었다. 남자를 확실한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해 달려들려던 스콜의 앞을 가로막은 여성, 놀랍게도 에리 샤를마뉴였다. 그녀는 무엇 때문에 그들이 이토록 처절하게 싸웠는지조차 잠시지만, 잊고 있었다. 그러다 겨우 생각이 났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었다. '이건 아냐!' 스콜은 이성을 잃고, 오직 본능에만 의존하는 짐승처럼 변해있었다. 무서웠다. 너무나 무서웠다. 이건 아니었다. "됐어요! 복수는 됐어요! 둘은 형제가 아닌가요?" 분명 그녀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이곳에 왔지만, 그녀가 원했던 복수는 이런 게 아니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처절하고 잔혹한 장면을 보며 그녀가 느낀 것은 지금 바닥에 쓰러진 남자보다 자신들이 악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비켜." 스콜은 에리의 등 뒤로 일어서는 남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복수는 됐다니까요!" "아니, 미안하지만 복수는 상관없다. 이건 그와 나의 문제다.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문제다." 그 말에 에리는 도리질을 쳤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운명이니까……." 잔혹한 운명의 유혹에서 비롯되었다. 남자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 자신을 죽이려 한다. 그것만으로 비극은 정해져있었다. 자신도 곱게 죽어줄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를 죽여야만 했다. 그것만으로 비극은 정해져있었다. "위험해!" 갑작스런 상황에 스콜이 힘껏 외쳤다. 막 일어섰던 남자가 눈부신 빛처럼 한 순간에 달려와 스콜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에리를 향해 수도를 내질렀던 것이다. 적에게 있어서 약점이 있다면 그 약점을 철저히 공략한다. 그것은 방금 형에게 배운 사실이었다. 그랬다. 형제라고는 하나, 이미 형제의 눈에서는 한 치의 동정도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스콜은 어쩔 수 없이 에리를 감싸며 수도를 대신 맞으려고 돌아서버렸다. 푸욱! "커헉!" 깊숙이 박혀버렸다. 남자의 수도가 그의 갈비뼈를 부셔버릴 정도로 깊숙이 박히자 스콜은 강렬한 통증을 버티지 못하고 에리를 끌어안은 채로 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끌어안고 있는 에리의 옷에 피를 한 가득 토해버린 스콜은 그녀를 풀어주며 나직이 소리쳤다. "우리에겐 타협의 여지는 없다. 그의 이상과 나의 이상은 서로의 피를 부르고 있다. 마치 저주받은 운명처럼, 안 그러냐?" 등에 수도를 꽂은 채로 얼굴의 한쪽이 거의 붕괴되다시피 한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다. 하지만 형은 실패작이니까 살아있으면 안된다. 나는 형을 죽여야 한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실패작이 된다. 나는 실패작이 되는 게 두렵다." 그렇게 말한 남자는 잔인하게도 등에 박힌 수도를 비틀었다. 피가 철철 터져 나와서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고, 스콜은 휘청거리면서도 무릎을 꿇은 채로 돌아서서 주먹을 날렸다. 그렇게 다시 미친 자들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그 싸움은 처절하고, 처절했으며, 처절할 수밖에 없었다. 왜 싸워야 하는가? 모른다.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모른다. 둘은 어느 것 하나 대답할 수 없는 처지에서도 주먹을 맞부딪치며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서로에게 남기고 있었다. 파악! 수없이 교차하는 주먹과 주먹을 맞아가고 맞춰가던 스콜이 강렬하게 발길질을 해서 그를 떨쳐내었다. 나가떨어진 남자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일어서서 무시무시한 카르마가 깃든 주먹을 쥐어보였다. "형, 나는 지금 모든 걸 건다." 그 말에 스콜 역시 꽉 쥐고 있는 주먹 하나에 모든 것을 걸기 위해서 카르마를 응집해보였다. "길게 끌어서 좋을 건 없겠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었다. 대기를 찢으면서 서로의 목 줄기를 뜯어버리기 위해 달려가던 둘은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동시에 주먹을 내질렀고, 결국 그들의 싸움은 처참한 종지부를 찍었다. 콰쾅! 서로의 주먹은 서로가 감당할 수 없는 크나큰 상처를 주었다. 하나의 인영은 용케 바닥에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서있었지만, 다른 하나의 인영은 가슴이 찢어졌는지 피 안개를 터트리며 나가떨어졌다. "혀, 형……." 쓰러진 남자가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피를 너무 많이 토한다. 찢어진 가슴에선 피 뿐만 아니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스한 내장이 주르륵 쏟아졌다. 이미 죽음은 결정돼버렸다. 그렇다고 서 있는 스콜의 상태도 좋아보이진 않았다. 두 발로 용케도 버티고 서있었지만, 그것은 고집에 불과했다. 온 몸이 찢겨져서 피가 터져 나오고 있다. 마치 온몸에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둘 다 지독한 상처를 입었다. 남자는 형의 몸에 난 상처를 한번 보고, 자신의 몸에 난 상처도 한번 보더니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형……."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파서 우는 게 아니다. 졌다는 사실에, 자신이 실패작이라는 사실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 죽는다. 형, 내가, 실패작이었다." "……." "형은 실패작 아니다……. 내가 실패작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기에 그와 자신을 태어나게 만들고 실패작이라고 버렸는지 궁금했다. 스콜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애당초 지금 눈앞에서 기어오고 있는 남자에게 품었던 분노가 아니었다. "편히 눈 감아라. 아버지라는 자는 내 손으로 죽여주마." "안 된다……. 형, 아버지를, 아버지를…… 미워하면 안 된다……. 아버지는 착하다……. 형을 죽이라고 내게 말했을 때, 나를 베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존재, 모든 사건의 원흉으로 여겼던 자가 눈물을 흘렸다는 말에 스콜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조작된 기억에 불과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아직도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었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사건, 스콜은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을 했다. "날 형이라고 했지? 무덤이라도 만들어주마. 이름이 뭐냐?" "미안해……. 형……."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아직, 나 아직 이름이 없다……. 미안하다……. 형……."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 말에 스콜은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생명이 태어나면 가장 먼저 받는 축복은 이름을 선물 받는 것이었다. 그 선물을 아직 태어나서 받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그걸 미안하다고 한다. "헤임달(Heimdall)……." "으, 응?" "너의 이름이다." 신계 아스가르드와 중간대륙 미드가르드를 잇는 무지개다리 비프로스트, 그곳을 수호하는 신의 이름이었다. "헤임달? 조, 좋은…… 이름……, 고, 고마워……. 형……."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땅바닥에 축 늘어져버렸다. 바닥에 늘어진 내장을 보면서도,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남자의 최후를 끝까지 지켜본 스콜도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그 역시 극심한 부상을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애써 붙잡아두고 있던 정신을 계속해서 지킬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스콜은 점점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걱정하며 그를 부르는 에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허걱보이2006-01-25 04:33:41 잘 보고 갑니다^^ 2 FW창조2006-01-25 04:42:39 켁~! 내가 첫번째로 쓰려고 했는데 ㅜ.ㅜ 흑흑 아스크 다쓰시고 다른거 쓰실 계획이 있나여? 3 김백호2006-01-25 04:50:29 허걱보이님, 댓글 감사합니다. FW창조님,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는 총 40화(현재 28화完)로 계획을 잡았고요. 일단은 2부, 3부의 계획은 접어두고, 현대물을 써볼 생각입니다. 제목은 처음엔 '절망에관하여'로 정했다가 너무 칙칙한 것 같아서 사랑가(蛇狼歌) -뱀과 이리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음, 계속 글을 적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아스크 1부가 완결되는 2월말이나 3월초부터 연재를 하려고 계획중입니다. 4 不狂不及2006-01-25 06:08:33 새벽에 자려다 잠시 들렀더니 글이 올라왔네요. 댓글은 처음 다는데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터 느낀 거지만 에리는 정말 밉상이군요-0- 5 AppleTree2006-01-25 06:52:09 음...........대충 추리(?)를 하면....그들의 아버지는 창조신??? 스콜은 타락천사 미카엘??? 실패작인 이유는 마계로 떨어져서???크아아아악!!! 모르겠다~~!!! 재미있습니다. 힘내세요. 6 [천태만상]2006-01-25 06:56:19 멋져요오오오 7 Hernesto2006-01-25 07:19:18 아흐.. 가슴 저린다.. 동생녀석 이름도 없었다니.. 잘 보고 갑니다. 8 캘시퍼2006-01-25 07:20:10 아직도 12화나 남아있네요. 괜시리 기분이 좋다는 ^^;; 앗싸~! 9 슈페리어2006-01-25 08:21:29 진정 당신이 최고입니다. 요즘은 아스크 읽는 재미로 고무림에 온답니다.앞으로도 건필하세요... 10 소검무제2006-01-25 08:52:43 잘 보고 갑니다.. 11 질라르디노2006-01-25 09:35:37 작가님 소피아는 언제 나와요?? 여기서 한번쯤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워주세요 ㅋㅋ 12 夢2006-01-25 09:37:30 비프로스트 다리를 지키는 신이라던 그 헤임달이군요. 이래저래 신화에서 보이는 이름들이 나와서 꽤나 인상깊고 좋습니다 ㅇㅅㅇbb 13 몽몽2006-01-25 09:52:20 잘보고갑니다^^ 14 소면살우2006-01-25 09:59:07 헤임달 가는군요... 아쉽군요... 스콜의 말빨이 되면... 순진한 녀석쯤... 꼬드겨서 아빠한테 대들게 할텐데... 역시 말보다 주먹-ㅁ-; 저리 죽는게 멋지긴 하지만... 역시 죽음은 좋지 못한것이죠... 스콜네 집이 대가족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_-;; 형제가 한 10명쯤 있으면 큰일;;; 여동생이라도 나오면 난감;;; 건필하세요~ ^^ 15 곤2006-01-25 10:02:25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16 찡찡이2006-01-25 10:12:18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스콜과 동생의 싸움신 잘 보았습니다. 아스크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계속 써 주셨으면 좋겠네요. 17 넬드라드2006-01-25 10:15:15 에리는.. 과연.. -_-? 18 카이혼2006-01-25 10:29:24 안타깝네요.. ㅜㅜ 19 루이나스2006-01-25 10:38:29 으흠 헤임달이라는 이름을 줄때 몸에서 소름이 ;ㅁ; 역시 신화의 내용이 약간 포함된듯 하군요 재밌습니다 ^^ 20 Sangel22006-01-25 11:11:12 너무 재미있어요!! 잘보고 갑니다 ! 21 들아탈수2006-01-25 11:11:35 안 됐다 -_-a;;; 그건 그렇고 바보 같은 에리 공주 .. 스콜의 마수에 빠져드는겝니까..; 22 상상소년2006-01-25 11:12:25 잘 보고 갑니다 ^-^ ㅎ 어제 새벽에 잠깐 들어와볼걸 ;ㅁ; ㅋ;; 23 박선생님2006-01-25 11:16:38 아아..마음 아파요.. 불쌍... 24 크리노아2006-01-25 11:33:10 최고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25 삼국무쌍N2006-01-25 11:41:45 리플이 넘우 만으면 달 맛이안난다는 ㅋ 나만그런건가?ㅋ 수도꼬지+_+ㅋ 오타같아요 ㅋ 잘읽고 갑니다 ㅋ 홧팅 입니다 ㅋ 26 카로나2006-01-25 11:57:20 ...에리 비호감 그자체; 27 미캉엘2006-01-25 12:25:48 아~ 너무슬픈 운명을 가진 형제네요 그리고 소피아가 보고 싶어요~~~ 28 잠이와요;;2006-01-25 12:26:46 동생 죽었네요 ㅠㅠ 에리 밉상이야 왜 막고 그래 ;ㅁ; 29 챌린저a2006-01-25 12:36:11 아... 서로를 죽일수 밖에 없는 슬픈 운명을 가진 형제라 -_-;; 너무 슬픕니다. 30 데스카2006-01-25 12:57:52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결국 동생은 죽었네요. 뭐 선택지는 2개였으니... 1. 살린다. 2. 죽인다. 2번 선택을 하였군요. 그것도 운명이였으니... 에리라...걔도 스콜이 먹었으면 하는... 개인적으로 하렘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제 연참대전 얼마 안남았네요. 얼마 안남은 기간동안 건필하세요~!! 31 네펠레토2006-01-25 12:58:07 에리뭐냐..... 역시 이런 소설에선 그냥 걸리적거리는 방해꾼이다... 그냥 끼어들지나 말지.(맞아 죽을려나...) 32 닥2006-01-25 13:22:02 ㅠㅠ 너무 슬프네요 ㅠㅠ 33 교교우2006-01-25 13:47:34 ^^; 재미잇군요.^^ 34 천심天心2006-01-25 13:51:04 멋지다... 스콜, 헤임달... 헤임달 죽었지만 멋진 조연이었다~ 이런 글을 써주시는 백호님 정말 감사합니다^^ 35 매너모드2006-01-25 13:52:30 크흑...ㅠㅠㅠ 이렇게 감동적인...ㅠㅠㅠ 36 구정물2006-01-25 14:11:41 재밌군요! 더욱더 건필 하세요~! 37 바레이타2006-01-25 14:19:51 건필 38 켄파치2006-01-25 14:48:26 건필하세요 39 블래스터2006-01-25 14:51:28 에리.. 저런 여자 졸 싫어요 =ㅅ= 40 ampller2006-01-25 15:27:06 좋습니다~ 백호님의 글 덕분에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건필하세요 ^^ 41 이런////2006-01-25 16:24:57 에리 히로인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조금 생겼을라나; 42 절도범산타2006-01-25 16:44:18 다크 포스!!!!!!!!! 43 독일건달2006-01-25 16:57:25 마음이 아프네요 에리의 행동도 이해가 되요 아버지의 복수라도 그건 아니지요 불쌍한 헤임달 44 김백호2006-01-25 17:03:39 不狂不及님, 에리가 밉상이었다니, 의외의 정보군요. 댓글 감사합니다. AppleTree님, 음, 미카엘은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로 나오죠. 엠블라를 죽인 자, 그 자가 미카엘입니다. 조금 있으면 정체는 밝혀지겠죠. [천태만상]님이 더 멋집니다다다!!! Hernesto님, 가엾고 철 없는 자였죠. 하지만 살인자이기도 했죠. 캘시퍼님, 네, 이야기가 70%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쭉 같이 달려요! 슈페리어님, 쿨럭, 과찬이십니다. 그 기대에 조금이라도 보담할 수 있는 글을 적도록 최선을... 소검무제님, 댓글 감사합니다. 질라르디노님, 저도 그것때문에 고민입니다. 조금 밝은 이야기는 준비가 되어있는데, 너무 분위기가 망가질까봐서요. 夢님, 감사합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통하는 이름이라고 생각되어서 헤임달이라고 지어주게 되었습니다. 몽몽님, 항상 감사합니다. 소면살우님, 하하하, 지옥의 군주와 버금갈 정도로 강한 자들이 대가족이면 난감할 듯... 곤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찡찡이님, 후훗, 아직 30%가 남아있습니다. 후회없이 읽을 수 있도록 멋지게 끝내야겠죠. 넬드라드님, 변수가 많죠. 그런데 이번화에서 밉상을 제대로 받은 듯 하군요. 카이혼님, 네, 가엾은 남자였던 것 같습니다. 명복을... 루이나스님, 그냥 여기저기에 신화를 조금씩 얘기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중심스토리만 따지면 크게 관련은 없죠. Sangel2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흐뭇하네요. 감사합니다. 들아탈수님, 음, 두고봐야 알 일이겠죠. 뭐, 발할라로 올라가게 되면 에리는 못 나옵니다. 여기가 1부에선 마지막 씬이죠. 상상소년님, 네, 어제 조금 일찍 올렸습니다. 박선생님님, 죽음을 애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리노아님, 쿨럭, 최고는 과찬이십니다. 열심히 적겠습니다. 삼국무쌍N님, 그렇습니까? 참, 수도꼭지가 맞는 말이죠.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카로나님, 이번화에서 에리가 몇몇분들에게 비호감을 산듯 하군요... 미캉엘님, 서로의 존재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그러한 운명을 만든 자가 어쩌면 라그나로크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죠. 잠이와요;;님, 그녀가 왜 막았냐면 동생이 불쌍했기 때문이죠. 형제가 피를 튀기면 싸우는 장면을 지켜볼 수가 없었던 거죠. 챌린저a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아쉬워해준만큼 헤임달은 뿌듯할 겁니다. 데스카님, 하하하, 아무래도 아스크가 후반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중심적인 이야기만 다를 것 같습니다. 사실은 마몬에서 너무 끌어서 조금은 전개를 빠르게 해야 해서요. 네펠레토님, 에리로서는 막을 수밖에 없었죠. 많은 분들이 동생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만큼 그녀는 막을 수밖에 없었겠죠. 닥님, 쿨럭, 눈물을, 조금은 아쉬운 내용이긴 하죠. 교교우님, 댓글 감사합니다. 천심天心님, 결국 제가 제일 멋있다는 칭찬입니까? 맞다구요. 감사합니다. 퍼억! 매너모드님, 감사합니다. 과분한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구정물님, 네, 더욱 재미있게 적으라는 채찍질로 알고 열심히 적겠습니다. 바레이타님, 건필하겠습니다. 켄파치님, 저번에 말한다는 걸 깜빡했더군요. 왜 쌍검술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이도류라고 했냐면 도와 검의 개념이 명확하게 그어지지 않은 점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어감을 중요하게 여겨서요. 블래스터님, 하하하,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었겠죠. 저도 ampller님과 다른 분들의 마약같은 댓글을 읽으면서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이런////님, 후훗, 글쎄요. 그건 두고봐야 알 수 있는 사실 아닐까요? 절도범산타님, 다크 포스인 겁니까? 하하하. 독일건달님, 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로서는 아버지의 복수의 대상인데도 이건 아니다라고 느껴서 동생을 죽이려는 스콜을 말린 거겠죠. 45 아트리2006-01-25 18:06:22 헐 스콜의 동생인데,,,,, 넘 단역이었다는//// 휘리릭~~~ 46 카이렌2006-01-25 18:06:29 전율입니다... 뭐랄까... 도플갱어의 싸움을 보는 듯 하기도 하고... 뭔가 저 동생의 마지막 한마디가 가슴에 와닫는군요... 동생은 형을 미워하지 않았을거 같군요... 잘 보고 갑니다. 47 HolySoul2006-01-25 18:15:39 역시 !! 대단합니다 ! 건필하세요!! 48 Σ비호란™2006-01-25 18:21:29 에리..........-_-;; 좀 그렇군요.. 괜히 나서서 위험하게 만드는..;; 헤임달은 멋졌지만 너무 단역이었던듯..... 잘보고갑니다^^ 49 파란2006-01-25 19:35:31 잘 읽었습니다 50 건곤무쌍2006-01-25 19:59:29 댓글이 점점 많아지는 듯 한 느낌...좋네요. 이번화는 가슴이 찡한 화였지만 동생이 너무 단역인듯한.. 저는 그래도 에리가 좋습니다..후후 乃 51 同安2006-01-25 21:48:26 요즘 비뢰도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다음 내용을 미리 알고있지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아스크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소설이 될꺼라고 이 연사 강.력.히. 주장합니다!! ㅋㅋ 52 주정2006-01-25 21:52:41 난 그래도 오직! 소피아뿐이오!! 아아~ 제발 소피아 출현빈도좀 높혀요 T^T 53 천성패왕2006-01-25 22:17:09 건필하세요 54 ☆행복☆2006-01-25 22:53:44 아~~완전 재밌어요!! 55 라타니엘2006-01-25 23:31:16 건필하세요 56 아미델린2006-01-25 23:44:38 에리.. 스콜한테 반할 것 같아요.. ㅠ_ㅠ 안되.. 그보다 동생 정말 불쌍하네요.. ㅎㅎ;; 이름까지 없었다니.. 에휴.. 암튼 건필하시길~ 57 실페리온2006-01-26 00:04:12 안타깝네요. 동생은 단지 경험이 부족했을뿐.... 58 동자치2006-01-26 01:23:54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 59 김백호2006-01-26 07:13:10 아트리님, 그런가요? 역시 소녀를 어떻게 먹게 되는지 하는 장면이 그냥 간단하게 황제와의 대화로 끝나서 짧게 느껴진 게 아닌가 의심해봅니다. 카이렌님, 전율이라,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맞습니다. 동생은 형을 미워하지 않았죠. 다만 동생의 짐은 형이 무겁게 짊어져야겠죠. HolySoul님, 쿨럭, 과찬이십니다. 건필하겠습니다! Σ비호란™님, 하하하, 에리, 비호감인가요? 너무 미워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헤임달이라는 이름 기억만 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파란님, 댓글 감사합니다. 건곤무쌍님, 네, 확실히 이번화에 많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화에 에리가 많이 나오죠. 그리고 소피아도 나오죠. 同安님, 하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스크는 출판도 어려운 실정이라... OTL 주정님, 네, 다음화에 소피아는 나옵니다. 다다음화도 나올 것 같습니다. 천성패왕님, 네, 건필토록 하겠습니다! ☆행복☆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라타니엘님,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아미델린님, 음, 반한다고 하더라도 에리는 표현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애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실페리온님, 그래도 많은 사람을 죽였죠. 다만 변론을 하자면 자드키엘의 대사에서 찾을 수 있겠죠.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죽인 벌레의 수를 세지 않듯 그들은 죽인 인간의 수를 셀 필요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는 거죠. 동자치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60 한소군2006-01-26 10:20:19 에리라는 망할인간으로 인해 스콜의 등에 커다란 구멍이..ㅡ.ㅡ 미안하단 말 없으면 죽여버려!!ㅡㅡ; 61 창공의바람2006-01-26 13:26:15 헤임달.... 불쌍하군요... 62 포도잔2006-01-26 15:33:47 루시퍼(스콜)와 미가엘(헤임달)의 대결 결과를 말하는건가요..? 자신을 만든 자를 뛰어넘고 그자리를 얻으려하니 실패작. (루시퍼) 자기가 만든 창조물을 죽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미가엘) 그가 실패작(루시퍼)를 죽이지못해서 그(미가엘)는 아버지(신)가만든 이유를 못 달성하였으니 실패작이 되는건가요.?; /// 건필요!! 63 김백호2006-01-27 12:57:59 한소군님, 하하, 너무 극단적이십니다! 무섭습니다! 창공의바람님, 후회없이 갔다고 할까요? 포도잔님, 음, 결과를 말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번 비꼬아보고 싶었습니다. 굉장히 깊게 읽어주시는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64 절대꼭미남2006-01-28 22:48:06 음 건필하세요 65 破邪神劍2006-02-02 23:08:28 또 죽었다 ㅠㅠ 정좀 붙일려고 하시면 죽이셔 ㅠㅠ 66 해비(駭匕)2006-02-04 23:18:13 건필하세요~ 67 巨時期2006-02-05 00:00:07 하핫. 잘 읽고 갑니다. 68 火狼2006-02-23 11:08:39 헤임달이라...로키 같은 애들도 나오남요..? 69 김백호2006-02-23 18:34:06 후훗, 헤임달은 일단 이름만 활용한 거랍니다. 왜냐면 빛의 신 발드르를 제외하고는 전부 죽었기 때문이죠. 다만 로키는 어딘가에 봉인되어 있답니다. 후훗. 스콜이 쥐고 있죠^^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6화 [62]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4화 [50]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26 07:26:12 고친날 2006-01-26 08:26:44 읽은수 1778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6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29화 사자(死者)의 값어치 칠흑이다. 허벅지까지 잠긴 칠흑의 물속을 걷고 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검은 색이라고 여긴 건지도 몰랐다. 실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일지도 모르는데 그의 마음이 검은 색이라 말한 것일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의 마음속에 있었다. '이곳은 어디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동굴 같은 곳을 걸어가고 있던 스콜의 귓가에는 발을 내딛으면서 들려오는 '첨벙'거리는 물소리만이 울릴 뿐이었다. 답답했다. 불안했다. 좋은 기분만은 아니었다.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의문점을 품은 채 그는 지칠 줄 모르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자 저 멀리서 작고 여린 빛줄기가 흐릿하게 쏟아지는 게 보였다. 그는 달렸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어둠 속의 동굴보다는 빛에 감싸이고 싶은 욕망이 그의 다리를 부채질하고 있었다. 빛은 점점 밝고 선명해졌다. 선명해진 그 빛 덕에 주변에 무엇이 있고,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허벅지까지 오던 물은 붉은 빛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피 같기도 했다. 그의 머릿속이 피라고 여기는 동시에 후각을 괴롭히는 비린내가 확 풍겨왔다. 스콜은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달리는 것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빛은 점점 더 밝아져 이젠 눈이 부실 정도였고, 단 한번 눈을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도, 핏빛 물도, 동굴도 사라져버렸다. 마치 마술처럼 나무로 지어진 통나무집 한 채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하늘도 있었고, 땅도 있었다. 통나무집 앞에 조그마한 소년이 쪼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스콜은 다가갔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훌쩍'거리며 울던 아이는 다가오는 그를 알아채고 애써 눈물을 지워보였다. '누굴까?' 자신과 닮았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스콜에게 소년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나는 형이 부러워." "왜?" 자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자신의 몸속에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대신 대답을 해주는 것 같았다. "형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사람을 죽이잖아. 그래서 나는 형이 부러워." "아냐. 나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후훗, 형은 거짓말쟁이야. 형의 손은 항상 피에 젖어 있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중간대륙으로 나갈 수 있는 거잖아. 이름을 받을 수 있는 거잖아." "난……." 아니라는 손짓을 하던 스콜은 문득 두 손에 벌겋게 묻어있는 피를 보았다. 그 피는 지금껏 그가 죽여 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오르게 만드는 촉매제였다. "아냐. 난……." 스콜은 두 손을 뒤로 감췄다. 딱 잘라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피에 젖은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던 소년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형, 나도 데려가면 안돼? 나도 중간대륙으로 가고 싶어. 이름을 받고 싶어." "넌 오면 안돼. 오면 죽어." 그의 몸속에서 들려온 목소리, 이번에는 비장함까지 감돌 정도였다. "누가? 누가 날 죽여?" "내가 널 죽일 거야. 그러니까 넌 중간대륙에 올 생각은 하지 마." "어째서! 그런 건 싫어!" 소년은 스콜의 말이 무서운지 도리질을 쳤다. 두 팔로 종아리를 꽉 감싸 쪼그려 앉은 채 울먹이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성의 목소리, 차가운 듯 하면서도 걱정이 담겨있는 목소리에 스콜은 공간이 일그러지는 걸 깨달았다. 천천히 눈을 뜨자 방금 전 눈앞에 있던 소년은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아직 초점이 잡히질 않아서 이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푹신한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괜찮으세요?" 누군가 그의 안부를 물었다. 괜찮다. 하지만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중간대륙에 내려와서 처음으로 의식을 잃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방금 전 아이가 나왔던 꿈, 그것은 헤임달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부른 꿈이거나, 그것이 아니면 잊고 있던 기억의 한 조각이 분명했다. 상체를 조심스럽게 일으킨 스콜은 눈앞에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고풍스런 방안과 어울리는 여인이다. 창가로 스며든 햇살에 백금처럼 반짝이는 머리카락, 새하얀 피부 때문에 조금은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고혹적인 쌍꺼풀과 긴 속눈썹이 자리한 눈매는 도도해보이기까지 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바라보면 신기하기까지 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스콜은 그녀를 알고 있었다. 제국에서도 그녀의 미(美)를 따라올 여인이 없다고 해서 제국일화로 유명한 에리 샤를마뉴였다. "여기가?" 침대와 목조가구들이 빼곡히 차있는데도 비좁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넓은 방안을 둘러본 스콜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황궁의 별실입니다." 대답을 하는 에리의 눈빛은 알게 모르게 젖어있었다. 그녀는 하얀색을 좋아하는 듯 했다. 그래서 볼 때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지금 그녀는 스콜의 눈동자색깔만큼이나 짙은 검은 빛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 드레스를 입은 이유가 그녀의 눈빛을 젖게 만든 것일 테다. "나는 얼마나 의식을 잃었었지?" 그의 말에 착각인지는 몰라도 에리의 차가운 눈동자에 안도하는 빛이 잠시지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 날로부터 3일이 지났습니다. 하마터면 위험할 뻔 했는데, 엘시드님께서 당신을 치료해주셨습니다." "그는 어떻게 처리했지?" 3일이 지났다는 말에 스콜은 헤임달의 처분을 물었다. 그러자 에리는 침대 끝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서 창가로 걸어가며 천천히 대답을 했다. "아버지의 장례와 함께 치러주었습니다. 무덤은 당신이 자주 가는 시외에 만들어주었습니다." "내가 자주 가는 무덤?" 그 말에 에리가 슬픈 듯 하면서도 투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가 말해주었습니다. 소피아 실베스트르, 당신이 쓰러져있던 3일 동안 매일 이곳에 와서 당신을 간호했습니다." "그런가?" "……." 대답을 하지 않고 묵묵히 창가를 바라보고 있다. "고맙다." 스콜의 고맙다는 말에 에리는 힘없이 고개를 저어보였다. "별 말씀을요. 제가 그곳으로 당신을 데려가지만 않았더라도 당신의 손으로 직접 동생을 죽이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모든 게 저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아니다. 그녀가 자책할 필요는 없었다. 스콜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운명이 이끈 것뿐이다. 네가 미안해할 일은 없다." 그렇게 말을 한 스콜은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침대 옆에 놓인 값비싸 보이는 옷걸이에 걸려있는 낡은 자신의 코트를 걸친 그는 여전히 창가를 바라보고 있는 에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장례를 치러줘서 고맙다. 나중에라도 나의 힘이 필요하다면 어떤 일이든지 한 가지는 반드시 들어주도록 하마." 고마움을 달리 표할 길이 없어서 스콜은 그런 약속을 했지만, 이 약속이 후에 부유대륙 발할라가 제국의 영지로 떨어져 약해진 국력을 틈타 외국의 침공을 받게 될 때, 제국의 운명을 구해줄 약속이 될지는 그들로서도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이날의 약속이 없었다면 '잘츠부르크의 기적'도, '니플하임의 재앙'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제국의 절대수호자라 불리게 되는 블러디 세이버(Bloody Saver)의 등장 역시 없었을 것이다. "그럼……." 인사를 간단하게 남기고 방안을 나가려던 스콜은 선천적으로 차가운 목소리에 붙잡혔다. "내일 회의가 열리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녀의 말에 스콜은 돌아섰다. "무슨 회의인데 내가 참석해야 되지?" "여기 와보세요." 그녀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손짓을 했고, 스콜은 의구심이 피어난 눈빛을 하면서도 에리가 서있는 창가로 다가섰다. 그녀의 향기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갔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창가를 가리킨다. 창가를 통해 보이는 하늘, 그곳에는 대략 한 달 전 가룸산맥에서 봤던 고성처럼 거대한 크기의 대륙이 떠있었다. 거리를 생각해봤을 때, 고성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부유대륙 발할라……." 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가 죽은 3일 전부터 발할라는 가룸산맥에서 제국까지 마치 구름처럼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국의 하늘에 멈춰있는 상태입니다." 부유대륙 발할라가 마치 그들을 초대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존재가 저 속에 숨어있기에 대륙마저도 마음대로 움직인단 말인가? 스콜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길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보다 훨씬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직감했다. "즉?" "네, 실베스트르백작님에게 어느 정도 정보를 접했습니다. 정말 라르크신전의 마법진을 고치는 것만으로 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는 저로선 아직도 믿음이 안가지만,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돕고 싶습니다." "돕다니?" "당신의 손에 중간대륙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 당신을 쉽게 죽게 할 수 없는 게 저의 입장이라고 할까요?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서라도 당신을 최대한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여전히 스콜은 의구심이 담긴 눈빛을 에리에게 보내고 있었다. "아마도 당신은 소수의 인원으로 저곳에 갈 생각이시죠? 저는 최대한 강한 인력을 뽑아서 시엘과 당신을 지키는데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녀는 영리한 여인이었다. 그의 성격상 아무리 어려워도 도움을 청하지 않다는 걸 간파하고 그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 전에 선수를 친 것이다. 한 마디로 괜찮은 작전이다. 조금 잔혹할지도 모르나 스콜과 몇몇의 사람들만 발할라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희생될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 스콜의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따르고 있었다. "알겠다. 하지만, 내일 회의는 참여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 "어째서죠?" "나보다 현명한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지." 상대를 높이 사는 건지, 아니면 비꼬는 건지 헷갈리는 말을 던진 스콜은 그대로 돌아서서 방을 벗어났고, 에리는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담긴 눈빛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나라를 다스렸던 황제가 죽었다. 그것보다 황제를 지키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젊은 기사들이 희생되었다. 그렇다보니 전체적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내고 있는 황실을 벗어난 스콜은 황성의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많은 마차 중에 하나에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마부 석과 연결된 차창을 통해 마부가 스콜의 목적지를 물었다. 그의 목적지, 감옥처럼 생긴 자신의 집도 아니고, 실베스트르백작의 저택도 아니며, 용병양성학교 아스크도 아니었다. "시외에 있는 공동묘지." 그의 말을 들은 마부는 두필의 말에 채찍을 내려쳐 달리기 시작했다. 그를 실은 마차는 빠른 속도로 제국의 수도를 벗어났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마차는 그가 말한 시외의 공동묘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문을 열고 마차에서 내린 스콜은 그가 내린 곳 옆에 한 대의 마차가 더 세워져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면서도, 그 외엔 거의 변함없는 공동묘지의 풍경에 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햇살이 없을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검은 들판대신 황금빛 들판이 햇살 아래 반짝여서 음침한 느낌이 약간이지만, 덜 느껴진다는 거였다. 스콜은 공동묘지의 입구로 들어가서 몇 걸음을 걸어가다가 그가 향하고 있는 곳 저편에 하나의 인영이 묘지 안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 안력을 돋워서 그 인영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여성이다. 물처럼 흘러내린 흑발이 허리까지 가지런히 내려와 있었으며 에메랄드빛이 도는 실크드레스를 입은 걸로 봐서 꽤나 고위층의 여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터벅터벅! 그의 발걸음소리만이 메마른 대지에 닿았고, 조용한 공동묘지를 울렸다. 저편에 서있던 그녀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스콜 쪽으로 고개를 획하고 돌린다. 매혹적인 눈길, 바르게 선 코, 앙증맞은 붉은 입술,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서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알 수 없는 매력을 풍기는 외모였다. 그녀가 그를 발견하자마자 기쁜 듯이 웃으며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소피아." "오라버니~ 니~ 니~ 니~ 니~" 스스로 메아리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 딴에는 재회를 감동적으로 연출하려는지 산 정상에서 크게 외쳐야 나는 소리를 평지에서 흉내 내고 있었다. 입고 있는 드레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슬로우 모션으로 달려오던 그녀가 '와락'하고 안겨온다. 향긋한 장미향기와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싫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부담스런 재회였다. "오라버니! 소녀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세요! 그동안 어디 가셨어요! 오라버니가 없으니까 발정 난 남학생들이 저를 괴롭혀서 얼마나 혼났는지 모른단 말이에요!" 발정이라, 조금 과장은 됐지만, 그녀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가룸산맥에서 돌아온 그녀의 사물함에는 사랑고백이 담긴 편지가 한가득 담겨있었고, 학교 안을 걸어갈 때면 한 시간에 한명씩 사귀자고 남학생들이 말을 걸어올 정도였다. 아, 그것보다 중요한 문제를 하마터면 망각할 뻔 했다. 에리에게 이미 소피아가 3일 동안 쉬지 않고, 그의 곁에서 간호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녀는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지 능청을 피우고 있었다. 이것도 그녀의 마음이다. 자신이 베푼 것에 보답을 바라지 않는 마음, 얼핏 보면 장난기가 가득한 말괄량이 같으면서도 스콜이 아는 누구보다 속이 깊고, 그를 가장 배려해주는, 그에게 만큼은 마음씀씀이를 아끼지 않는 여인이었다. 너무도 고맙지만, 사랑스럽지만, 아쉽게도 사랑할 수 없는 여인 소피아 실베스트르의 참 모습이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연참대전이 끝나는 내일,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의 이야기는 끝이 나겠군요.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의 이야기가 벌써 70%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보셨으니 끝까지 함께 해주실거죠!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엠프티니스2006-01-26 07:39:39 선리플 후감상! 1타!!! 2 하늘마루2006-01-26 07:43:40 벌써 70%라는 아쉬움... 3 천성패왕2006-01-26 07:44:16 건필하세요 4 매너모드2006-01-26 07:48:26 크헐...아스크가 끝나면 무슨낙으로....ㅠㅠ 5 엠프티니스2006-01-26 07:50:07 장례를 치러져서 고맙다 <- ??? 산 정상에서 크게 외치야 <- 외쳐야 6 곤2006-01-26 08:10:27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7 질라르디노2006-01-26 08:24:53 헉.. 아쉽지만 사랑할수없는??? 왠지 불안하네요ㅜ 1부끝나면 2부시작아닌가요?ㅋ 2부보면 되지 ㅋㅋ 8 김백호2006-01-26 08:33:43 엠프티니스님, 첫번째도 오타 맞습니다. '치러줘야'가 맞죠. 자세히 읽어주시고 지적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퇴고를 하면서도 수정을 하다보니 자꾸 오타가 나네요. 하늘마루님, 많이 달려왔죠. 거의 3달을 연재했군요. 천성패왕님,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매너모드님, 하하, 고무판에 좋은 글이 많이 있잖습니까! 곤님,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질라르디노님, 후훗, 2부는 현재로선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스크가 출판이 되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단 한번도 출판제의가 없는 걸 보면 가능성이 희박한 듯 합니다. 조금 더 대중성있는 소재의 글을 적어야겠죠. 9 朔月2006-01-26 09:27:57 웃흥? 사랑할수 없는이라. 10 Emiya2006-01-26 09:31:36 출판제의라... 이미 분량이 너무 많고 봐온 사람들이 많아서 출판제의가 안들어 오는게 아닐까요?? 보통 출판작은 분량이 2권 부량정도만 연재하고 출판..... 뭐 그래도 재밌어요 >.< 11 푸른동산2006-01-26 09:37:42 계속해서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12 루이네카넨2006-01-26 09:44:16 ...으음... 결국 스콜은 마지막에 사라진다는 것일까요. 왜 이런 느낌이... 13 劍虎2006-01-26 09:51:25 끝까지 달려요~~ 건필하세요!! 14 leerhkdals2006-01-26 10:23:53 연참신공을 보여주세요! 건필~ 15 Sangel22006-01-26 10:52:26 아~ 너무 재미있어요!! 잘보고 갑니다 16 소면살우2006-01-26 11:55:09 건필하세요~ 오~ 오~ 오~ 오~ 17 대사자2006-01-26 12:09:20 수고하세요~ 18 건곤무쌍2006-01-26 12:14:20 오늘도 들렀다 갑니다. 건필하십시오. 19 미캉엘2006-01-26 12:30:52 아스크가 30%분량밖에 안남았다니.. 작가님 건필하세요~~~~ 20 챌린저a2006-01-26 12:41:03 이제 30% 정도 밖에 안남았다니... 내가 선작한 판타지는 3개밖에 없는데 2개로 줄어들겠네요-_-;; 아! 그래도 작가님 수고하세요. 21 구정물2006-01-26 12:42:26 음...얼마 안남았다지만 재미있군요! 작가님! 건필 하세요~ 22 천심天心2006-01-26 12:48:46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런 글이 출판 안된다면 무슨 글이 출판되겠습니까? ㅋㅋㅋㅋㅋ 전 고무판에서 이글만한 글은 손으로 꼽는다고 생각하고있어요 ㅋ 정말 세계관의 완성도도 대단하고 개연성역시 대단 더 좋은건 주연과 조연의 완벽한 조화~ ㅋ 정말 좋습니다~ 책으로 나온다면 이 글은 데로드와 나란히 꽃혀있는 될겁니다~ 그럼 건필하세요~ 23 Hernesto2006-01-26 12:56:01 스콜! 제자의 딸(에리)을 채가는거다! -ㅅ-.. 제자의 딸이라 보니 왠지 묘(?)한 느낌.. 그러고 보니 실베스트르 백작도 스콜의 제자 였나요? 그러면 소피아는 제자의 손녀딸인가 하하핫 잘 읽고 갑니다!! 24 겜소설폐인2006-01-26 12:56:16 재밌게 보고 가요 25 카이렌2006-01-26 13:02:39 풋... 스스로 만드는 메아리와 '발정난'의 표현이라니... 소피아 답군요. 잘 보고 갑니다. 스콜이 슬슬 기억을 되찾으려고 하는걸까요. 26 소검무제2006-01-26 13:05:32 당연히 끝까지 가야죠. 27 데스카2006-01-26 13:11:02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소피아는 말로 표현을 할수없는 위대한 존재입니다. 소피아 만세~ 만세~ 만만세~ 그리고 이번에도 2부가 언급되었군요. 2부 주인공 역시 스콜입니다!!!! 크크크 똥꼬(듀란)은 적당히 강하게 해주시길....듀란이 먼치킨되는거 상상이 안가서... 벌써 70%가 끝나다니 짧은 감이 있지만 2부가 남아있으니 기대합니다. 이제 부유대륙으로 가서 무슨 일을 할꼬...역시 기대중. 건필하세요~!!! 28 엠프티니스2006-01-26 13:14:12 이궁.... 지금 정연란 생존자중에 제 선작이 5개 있는데 ;; 아스크가 4위라는 ㅋㄷ;;; 담달 연참대전에선 1위 하실수 있으실라나? ㅎㅎ 29 빙시(氷矢)2006-01-26 13:29:05 당연히 끝까지 갑니다. 30 창공의바람2006-01-26 13:31:54 아니... 사랑할수없다니... 31 마음의병2006-01-26 14:45:41 아놔...... _-).. 왜케 재미있어.. 이거 끝나면 허털한디.. 벌써 70%.. 제길슨.. 32 Σ비호란™2006-01-26 15:31:46 벌써........ 33 켄파치2006-01-26 15:39:34 건필하세요 34 수희2006-01-26 15:49:11 양양에 다녀오느라 오늘에서야 3편을 몰아서 봤네요^^ 잼나게 잘 읽었구요~ 앞으로 남은 30% 기대할께요~! 35 독일건달2006-01-26 16:36:33 잘보고 있읍니다. 멋진글입니다. 36 캘시퍼2006-01-26 18:13:08 출판제의 안 들어온게 너무 마음아프고, 도저히 이해불가능하지만,, 정말 이런 말해서는 안 되는 줄 알지만, 이런 생각도 해선 안 되지만 제의가 안 들어와서 너무 고맙기도한.. 이 모순된 심리 ㅡㅡ; 출판금 대신 간단한 성의라도 표현하고픈 마음은 가득한데, 저도 현재는 돈 대신 공부를 하는 처지다보니, 이렇게 댓글 밖에는 못 남기네요. 언제나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장문의 댓글은 여기만 쓴다는 ^^) 아, 근데, 혹시 개인적으로라도 '아스크' 제본하실 계획 있으신지요? 한부 꼽사리끼고파서.. 왠지 이대로 없어지면 아쉬울듯해서 ^^ 37 잠이와요;;2006-01-26 18:15:38 네 끝까지 갑니다 '돔'도요 38 라타니엘2006-01-26 18:24:07 건필하세요 39 몽몽2006-01-26 18:25:04 잘보고갑니다^^ 40 복학생2006-01-26 18:57:26 잘보고갑니다 끝까지 건필해주세요^^ 41 실버울프2006-01-26 20:53:13 글을 조그만 고쳐 보심이? 잘 고쳐지면 출판제의도 들어 올듯 한데욥? 42 상상소년2006-01-26 21:02:47 ㅎ 잘보고 가요~ㅋ 1부도 재밌지만 ㅋ 2부도 엄청 기대되네요 ㅎ ;ㅁ; 잘츠부르크의 기적과 니플하임의 재앙이라.. ㅎㅎ;;; 언제한번 대륙전도(?)를 보고 싶네요 ㅋ;; 43 찡찡이2006-01-26 21:04:07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44 륜.2006-01-26 21:25:18 허허 70% 진행이라니 아쉽군요~ 좀 이른감이 있지만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45 60일탈출2006-01-26 21:40:35 헬로 아 빨리 끝을 봤음 좋겠다. 어떤 초대형 반전도 있길 바래요~ 46 학생?백수?2006-01-26 21:42:32 호오703명중 44명이 코멘트를.... 적은건가;;; 47 아미델린2006-01-26 22:57:05 소피아 불쌍해요 ㅠ_ㅠ 48 同安2006-01-26 23:23:46 아스크같은 소설에 출판제의가 들어오지 않는 것.. 이것이 지금 장르문학의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 장르문학대상을 받은 목풍아가.. 대여점에서 전혀 맥을 못췄던 것이 그 예가 되겠지요..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한 명의 독자로써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그래도 아스크 같은 소설이 있기에 장르문학이 '문학'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재밌게 보고 갑니다.. 49 아라라2006-01-27 04:06:42 벌써 70%가! 흑;; 항상 감사해요~ 50 마패2006-01-27 10:55:07 재밌다 재밌어!! 51 궁상자2006-01-27 11:35:44 건필하세요~ 52 김백호2006-01-27 12:54:09 朔月님, 네, 남자는 첫사랑을 눈을 감는 순간까지 기억하죠. Emiya님, 하하,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번작은 저의 이름을 독자분들에게 선보였다고 치면 되는 거죠. 푸른동산님, 감사합니다. 지켜봐주세요. 루이네카넨님, 글쎄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후후훗. 劍虎님, 네, 달립니다! 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leerhkdals님, 연참은 무리입니다. 만성피로인지 요즘 좀 힘들더군요. 하하. Sangel2님, 감사합니다. 흐뭇하군요. 소면살우님, 건필하겠습니다~ 다~ 다~ 다~ 대사자님, 네, 열심히 적겠습니다. 일단 며칠만 푹 쉬고요. 건곤무쌍님,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미캉엘님, 30%, 정말 부담가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망시키면 안된다는 압박감... 챌린저a님, 앗! 완결되자마자 지우실 겁니까! 버럭! 구정물님, 네, 마지막까지 건필해야겠지요. 천심天心님,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스크는 솔직히 출판은 힘듭니다. 요즘 출판시장이 그렇죠. 개인적으론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출판은 못해도 기억만 해주신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Hernesto님, 실베스트르 백작은 스콜의 제자가 아니었습니다. 하하, 그러고보니 원조교제군요. 겜소설폐인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카이렌님, 네, 소피아가 소피아다워야죠. 그리고 기억은 발할라에 도착해서 하나, 하나 풀어가야겠죠. 소검무제님, 오! 감사합니다! 달리자구요! 데스카님, 네, 일단 소피아 만세 한번하고, 듀란은 지금도 먼치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불꽃을 만들어내는 남자는 대륙에 딱 한명밖에 없죠. 다만 상대적으로 약한 것 뿐이죠. 엠프티니스님, 하하하, 죄송합니다. 분량을 늘리면 질이 떨어져서요. 아무래도 힘들듯 합니다. 빙시(氷矢)님, 오랜만입니다.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해요! 창공의바람님, 너무 깊은 의미로 생각은 안하셔도 될겁니다. 마음의병님, 음, 정말 재미있으시면 절 믿고 차기작도... Σ비호란™님, 벌써라뇨! 꽤 많이 달려왔답니다. 켄파치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수희님, 너무 기대는 하지마세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일건달님, 쿨럭, 감사합니다. 열심히 적겠습니다. 캘시퍼님, 하하하, 그런겁니까?+_+ 많은 분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욕심에 출판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뭐, 계속 글은 쓰는 걸요. 언젠가는 정말 좋은 글을 쓸 수 있겠죠. 잠이와요;;님, '돔'도요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라타니엘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몽몽님, 댓글 감사합니다. 복학생님, 휴, 연참대전으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겠죠. 실버울프님, 퇴고를 하긴 해야겠지만, 그것보다 또 새로운 작으로 독자분들과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상상소년님, 대륙전도라, 언제 한번 그려서 올리도록 해보겠습니다. 귀차니즘때문에 약속은... 확실히... 쿨럭! 퍼억! 찡찡이님, 감사합니다. 내일 또 뵈요! 륜님, 아직 30%나 남았습니다. 아쉽기에는 이릅니다! 60일탈출님, 하이, 별다른 반전이 없습니다. 후후훗. 후후후훗. 학생?백수?님, 703명중에 44명이면 꽤 많은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스크가 댓글수는 밀리지 않죠! 아미델린님, 소피아가 괜찮을 겁니다. 소피아의 사랑은 괜찮다고 말할 겁니다. 同安님, 아닙니다. 제 글의 부족한 점은 인정을 해야겠지요.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실력을 더 길러서 부끄럽지 않은 글을 언젠가는 적을 수 있겠죠. 아라라님, 하하,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눈물 뚝! 마패님, 감사합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궁상자님, 도착하셨군요. 건필하겠습니다. 53 Homeros2006-01-27 13:15:59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자~! 54 블래스터2006-01-27 13:52:40 호오 55 당근이지~2006-01-27 15:02:24 아스크가 안뜨는게 이상하게느껴집니다 보기드문 개성과 탄탄한스토리 모든걸갖춘소설 56 절도범산타2006-01-28 12:23:35 호올~ 57 절대꼭미남2006-01-28 22:53:12 건필하세요 58 破邪神劍2006-02-02 23:12:45 단연히 끝까지 갑니다^^ 다음작품도 기대하고 있습니다ㅎ 59 해비(駭匕)2006-02-04 23:20:47 아아~ 정말 재미있습니다. 건필이요~>.< 60 巨時期2006-02-05 09:43:10 하핫. 잘 읽고 갑니다. 61 火狼2006-02-23 11:14:30 스콜이 계속 주인공이였으면 하는... 62 쾌감조루2006-02-24 06:13:49 즐감했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7화 [8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5화 [69]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1-27 13:12:39 고친날 2006-01-27 13:36:37 읽은수 2011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7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황혼의 비가 내린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금빛빗줄기는 시궁창에도 내리고, 시체들이 묻힌 썩은 땅위에도 내리기 마다하지 않는다. 시궁창은 현실이고, 내리는 빗줄기는 그들에겐 희망이었다. '너는 생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다갔다.' 희망을 바란다면 절대 눈을 돌리지 마라. 아무리 현실이 가혹하다고 하더라도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다. 심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촛불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불꽃을 태우는 것처럼 희망에서 먼저 눈을 돌리지 마라. 그는 죽으면서까지 얻으려고 했었다. 스콜은 내리는 소나기속에서도 그 남자의 무덤 앞에서 우두커니 멈춰 서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공허한 마음에 빗소리가 더해져 쓸쓸한 눈빛으로 회색빛의 십자가에 적혀있는 글씨를 읽고, 또 읽었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불행을 향해 달려가야 했던 가엾은 운명이었지만,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자상한 형에게 행복을 선물 받은 남자, 헤임달, 그는 이곳에 묻혔다. 제국력 1721년 10월 19일.' 십자가에 적혀있는 글씨, 그 글을 누가 주문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에리 샤를마뉴, 무덤주인의 이름이 헤임달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스콜을 제외하곤 그녀밖에 없었기에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남자였나요?" 그녀가 물어보았다. 값비싼 에메랄드빛 드레스가 비에 젖는다. 촉촉한 빗방울 때문에 뇌쇄적인 향기를 풍기는 그녀는 스콜의 옆에 서서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비가 아무리 내려도 그녀의 마음은 한결같이 그의 옆에 서있었다. 스콜은 소피아의 질문에 쉽게 답을 구하지 못했다. 아쉽게도 헤임달과 그는 만나자마자, 서로를 물어뜯기에 바빴다. 그것이 운명이고,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여기며 자신들의 피의 젖은 눈물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나쁜 형을 둔 착한 남자였다." "나쁜 형이라고요?" 소피아의 되물음에 스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밖엔 모른다. 그것밖에 모르니까 더 알고 싶다. 아니, 알아야 한다. 그가 어떤 남자였고, 어떻게 살았는지, 아마도 발할라에 가면 배울 수 있겠지." 힘없이 대답을 한 스콜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내리는 비를 마주보았다. 빗줄기 사이로, 짙은 구름사이로 부유대륙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그와 소피아의 운명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저곳에 가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거야." 직감할 수 있었다. 발할라에 가면 중간대륙에 내린 재앙의 원인도,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했던 이유도 알게 될 것이다. 스콜의 말을 듣고 그의 시선을 그녀가 쫓는다. 그 매혹적인 눈매로 하늘에 걸려있는 대륙을 바라본다. 멈춰있는 부유대륙은 마치 그들에게 어서 빨리 오라고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도 오라버니와 언제까지나 함께 할 거예요."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러나 오늘은 문득 이 얘기를 묻고 싶었다. "내가 죽는다고 해도?" 비를 동반한 서늘한 가을바람에 스콜의 목소리가 흩날린다. 짙은 농담이 섞인 얘기였다. 하지만 그녀는 죽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버럭'하고 화를 내며 스콜을 몰아붙였다. "죽는다는 말씀 한번만 더 하시면 정말 미워할 거예요! 소녀한테 미움 사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용병양성학교에 있는 소녀의 팬클럽이 가만히 안 있을 걸요!" "후훗, 알았어." "그런데 정말 오라버니가 죽으시면, 저도, 저도 같이 죽을 거예요." "……." "약속할게요." 그녀의 대답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가 엠블라에게 주는 마음만큼, 그녀도 그에게 그에 못지않은 사랑을 준다. 그러면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마치 신이 인간에게 내리듯 그녀는 그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고 있었다. 그가 엠블라에게 느꼈던 사랑, 그녀가 그에게 느꼈던 사랑, 진실을 볼 수 없는 남자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여자의 헌신적이어서 슬픈 사랑, 그것은 아가페(Agape)였다. 햇살 한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안, 허리에서부터 엉덩이까지의 아슬아슬한 곡선을 뽐내며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의 곁으로 한 남자가 다가간다. 둘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옷은 하나도 걸치지 않고 있다.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을 지긋이 바라보던 잿빛 피부를 가진 남자는 그녀의 봉긋한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아, 차가워요." "차갑다고? 훗." 잿빛 피부, 그것은 검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뜨거운 붉은 피와는 다르게 차가운 피와 차가운 마음을 가졌다는 얘기다. 자드키엘은 그에겐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색깔을 잃은 불투명한 미소를 그리며 그녀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다. 가슴을 매만지던 손은 허리를 거쳐 엉덩이를 한 번 더 쓰다듬더니 이내 깊은 숲 속으로 뛰어들었다. 숲 속의 감춰진 꽃잎을 괴롭히던 자드키엘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모든 운명이 시작되고, 모든 운명이 끝나는 곳, 너의 이곳, 영광된 죽음을 맞이한 전사만이 갈 수 있다는 숲 속에 숨겨진 묘지 발할라, 드디어 마지막까지 왔다." "으응…… 당신도 가겠군요?" 얼음의 여왕이라 불리는 스카디는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달콤한 숨결을 내뱉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애절할 정도다. "당연한거겠지. 만약에, 만약에 그와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될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나는 그와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 "그것이 당신의 운명인가요?" "아니, 나는 운명 따위는 믿지 않는다." 스카디의 말에 자드키엘은 날카로운 눈매를 빛내며 진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신이 된다. 신이 되어서 나의 운명조차 바꿔버릴 거다." "그것마저도 당신의 운명이었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흥, 신이 되는 것마저도 나의 운명이라? 그 운명은 누가 주관하지?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또 다른 변수를 만들면 그뿐이다." "영원히 만족하지 못할 남자군요." 그 말에 자드키엘은 대답 대신 스카디의 부끄러운 꽃잎을 더욱 괴롭혔다. "나는 현재 너의 몸에 만족하고 있다. 너의 몸은 신의 애인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하아, 학, 전 그런 것 따위는 필요 없어, 없습니다. 저에게 죽어간 사람들, 하악, 그 사람들에게 속죄하며, 죽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가?" 자드키엘은 조소를 흘리며 스카디의 무르익은 몸을 마치 제 것 인 냥 조롱하며 그녀에게 깊은 키스를 했다. 그녀의 탐스런 몸 위로 올라간 그는 동물처럼 그녀를 괴롭힌다. 이성은 남아있지 않고, 오직 본능만이 남아버린 동물처럼 그녀를 정복하고 있었다. "아아!" 흔들린다. 자드키엘의 허리의 움직임에 따라서 그녀의 육체가 흔들린다. 두 다리를 힘껏 올려서 깊이 그녀를 정복한다. 때론 격렬하게, 때론 부드럽게, 아래에 깔려있는 스카디를 약 올리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있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추한 듯 보이면서도 아름답고, 가벼운 듯 보이면서도 그 어떤 사랑보다 무거운 사랑, 그들의 사랑은 에로스(Eros)였다. 하루가 지났다. 이곳은 꾸미지 않았는데도 화려한 느낌이 드는 넓은 회의실이었다. 한쪽 벽면을 통째로 드러내어서, 벽 대신에 커다란 창이 자리하고 있는 회의실, 그곳으로 아침의 햇살이 눈부시게 비춰지고 있었다. 양 옆으로 늘어서있는 늘름한 기사들은 마치 동상처럼 한 치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중앙 회의석에 앉아있는 귀족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회의실의 아치형 천장은 웅장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다. 라그나로크, 원래 이 말은 잊혀진 시대에 있었던 신들의 황혼에서 유래된 말이었다. 그 라그나로크가 천장전체를 덮고 있었던 것이다. 불꽃이 피어오르는 대지에서 역신 로키를 필두로 하여 거인들과 악령들이 구름이 춤을 추는 부유대륙을 침공하는 장면, 호화스런 무기를 챙겨들고 맞서 싸우는 신들의 모습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장면은 역시 주신 오딘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늑대 펜릴(Fenrir)의 거침없고 사실적인 모습이었다. 처절한 그림이다.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손에서 탄생된 것인지 그림 속에 있는 신들과 거인들은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듯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러한 그림이 그려진 천장 아래 지금 중앙의 회의석엔 화려하기도 하고, 단아하기도한 각양각색의 정복을 차려입은 귀족들이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상단에 위치한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앉아있는 여성에게 꽂혀있었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그 어떤 말로도 쉽게 형용할 수 없어서 아름답다는 초라한 말밖에 내뱉을 수 없을 정도의 여인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귀족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묵 빛의 드레스, 다른 여인이 입었다면 마녀라고 여길 정도로 칙칙함이 묻어있는 드레스였는데 그녀의 찬란함엔 전혀 손색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어두운 빛깔로 치장을 해도 눈이 부실정도로, 귀족들의 혼을 빼어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는 차갑게 얼어붙은 목소리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일 부유대륙 발할라로 갈 전사를 추천받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에리가 아닌 그녀 또래의 다른 누군가가 부유대륙 발할라로 가서 지옥의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했다면, 귀족들은 하나같이 콧방귀를 뀌거나, 그 말을 내뱉은 사람에게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했을 것이다. 허나, 에리 샤를마뉴의 목소리에는 귀족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녀가 어리다는 점을 들어, 여성이라는 점을 들어서 그녀의 의견을 가볍게 여기지 못했다. 그래도 그중에 몇몇의 귀족들은 과연 인간이 발할라로 갈 수 있는가하는 점에 대해서 의문점을 보냈다. 그 질문에 라르크신관장과 대마법사 엘시드, 그리고 선황이 돼버린 카를대제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실베스트르백작까지 그녀의 말을 거들자, 귀족들은 더 이상 의심도 가지지 않았다. 회의는 그녀의 예상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대략 20~30여명의 강한 기사들과 용병들이 추천을 받게 되었다. 그 안에는 당연히 발라스칼프공작가문도 포함돼있었는데, 발라스칼프공작은 옆에서 간절히 부탁을 하는 아들의 의견을 모른 척하지 못하고, 프레키를 공작가문의 대표로 발할라로 보내기로 공표를 했다. '이것으로 나도 가게 되었다. 듀란.' 프레키는 아직 시엘이 샤를마뉴 제국의 셋째공주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또한 공을 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나서 추천을 얻은 것도 아니었다. 그가 발할라로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어젯밤 듀란과 한 약속 때문이었다. "지옥의 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얼마나 강한 적들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공할 확률은 낮고, 죽을 확률만 높은 임무다." 검투장에서 조용히 검을 주고받던 듀란에 말에 프레키는 검을 힘껏 내지르며 되물었다. "어떤 임무인데?" "발할라로 가서 지옥의 문을 닫는다." "네 녀석이?" "그래." 짧고 단호한 대답을 듣고 프레키는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 녀석이 가면 나도 간다. 아마도 네 녀석은 내가 없으면 금방 죽어버릴 걸. 이 몸이 친히 네 녀석과 함께 전설을 만들어주마." 꽤나 진지하게 말했지만, 듀란의 눈빛은 아무래도 불안해보였다. "너, 설마, 날 사랑하는 거냐? 그런 거냐?" "이런 미친!" 그 뒤로 한바탕 신나게 싸웠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주먹을 맞대며 같이 가보자며 약속을 했었다. 그러한 사정 때문에 프레키는 이번 발할라로 가는 원정대에서 빠질 수가 없었다. 우정에 목숨을 건 남자, 프레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마음가짐은 어느 정도 에리의 마음가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국민들을 살피기 위해서 제국의 수도를 비울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동생인 시엘의 안전을 위해서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강한 전사들을 발할라로 보내려는 에리, 그녀 역시 프레키와 같았다. 형제, 자매, 친구처럼 오래 사귀면서 무르익게 되는 우애를 닮은 사랑이 있다. 이성 간에 피어난 사랑처럼 뜨겁진 않지만, 다른 사랑에선 느낄 수 없는 깊이가 있고, 편안하고 아늑한 이 사랑의 이름은 스톨게(Storge)였다. 또 하루가 지나갔다. 깊은 밤 제국수도 중앙에 세워진 라르크신전의 깊숙한 장소, 마법진이 새겨진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광이 번뜩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한 남자가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고, 이것으로 약속된 인원은 전부 도착한 듯 했다. 모든 사람들이 마법진의 앞에 서자, 라르크신관장은 지독스러울 정도로 맑고 투명한 눈망울을 하고 있는 시엘을 눈빛으로 불렀다. 그녀가 앞으로 걸어가자 듀란의 옆에 있던 프레키가 의구심이 담긴 표정을 지어보였다. "듀란!" "왜?" 엄숙한 분위기속에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프레키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방금 전 신전 앞에서 듣기로는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공주가 마법진에 피를 떨어뜨린다고 하지 않았냐?" "맞아." "그런데 왜 시엘이 앞으로 나가는 거야?" 보통 상황이 여기까지 전개되면 눈치를 채야 정상이건만 고집스럽고, 융통성 없는 프레키는 시엘이 왜 앞으로 걸어가는지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넌 바보냐? 아니면 바보인척 하는 거냐? 그녀가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다." 그들의 옆에서 묵묵히 시엘이 신관장의 도움으로 피 몇 방울을 내기 위해 손에 작은 상처를 내는 장면을 지켜보던 자드키엘이 입을 열었다. "헉!" 프레키의 '헉'소리는 시엘이 공주였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시엘의 손에서 떨어진 몇 방울이 피가 마법진에 닿자마자 그녀의 앞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켜서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차원의 소용돌이다. 모든 것은 사실이었다. 일찍이 가룸산맥의 정상에서 고성으로 가는 차원의 문과 닮았다는 사실을 안 몇몇은 저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면 발할라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고오오! 얼핏 들으면 차원의 소용돌이 저편에서 거대한 괴물이 으르렁거리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거친 소용돌이는 더욱 심하게 회전하고 있었으며 하나, 둘 용기를 낸 사람들이 그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다. 스콜과 소피아, 자드키엘과 스카디, 프레키와 이사벨, 룬베르크 등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차원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고, 이젠 남은 건 핏방울을 떨어뜨린 시엘과 듀란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가 조금은 두려운지 양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듀란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작은 소녀를 바라보며 비소를 지어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똥꼬, 나 사실 조금 무서워." 사라지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저편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기괴한 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날 정도였다. "너의 남자친구가 바로 옆에 있는데 뭐가 무서워! 걱정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널 끝까지 지켜줄 테니까!" 사귄지 6개월이 넘었는데도 전혀 스킨십의 발전이 없는 듀란은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며 시엘의 가녀린 손을 꼭 잡아주었다.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는다. 둘의 마음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티끌만큼의 의심도 없이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세상에서 가장 순결하고, 고귀한 사랑, 이들의 사랑은 정신적인 사랑 프시케(psyche)였다. + 연참대전이 끝나고 나면 항상 내일의 죠가 생각나는 군요. 껍데기만 타버리는 젊음 따윈 필요없어. 눈부실 정도로 빨갛게 타버리는 거야. 결국 하얀 잿가루만 남겠지. 그래, 최후의 순간까지 불태워버리겠어. 후회는 하지 않아.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카로나2006-01-27 13:13:32 이야 타이밍 좋네요 ㅎ 2 카로나2006-01-27 13:16:43 흐음.. 근데 저 사랑의 종류는..; 아가페와 에로스는 들어봤지만 나머지는 처음들어보는데.. 와 신기하네요 ㅋ 3 주정2006-01-27 13:18:26 아앗~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당~ 4 산길2006-01-27 13:18:39 흐 아 오늘편은 왠지 아련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시고~ 즐거운 설 되시길~ 5 소면살우2006-01-27 13:18:41 ㅎㅎ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6 미캉엘2006-01-27 13:20:38 명절 잘보내새요~~ ㅎㅎ 7 주정2006-01-27 13:20:48 [촛불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불꽃을 피우는 태우는 것처럼...] 피우는 태우는? 피우는 누군지 모르겠고.. 태우는 지오디? 8 은월(銀月)2006-01-27 13:20:59 오~~ 정말재밋어요~~ 9 나르는오방2006-01-27 13:22:24 흐응.. 모지... ㅡ,.ㅡ 10 leerhkdals2006-01-27 13:23:48 대략 순위권~! 건필! 11 카이렌2006-01-27 13:24:45 커헉... 팬클럽... 대박입니다... 그나저나 시엘이 세번째 공주였나요;;; 전 이때까지 두번째 공주로 착각하고 있었던거군요... 잘 보고 갑니다. 12 Homeros2006-01-27 13:27:12 각기 다른 생각, 각기 다른 마음, 각기 다른 사랑이 발할라에서 모여서 산화하겠군요. 그들의 앞길에 (작가의) 축복이 있기를...^^;; 13 바레이타2006-01-27 13:28:29 건필 14 설냥2006-01-27 13:29:12 건필하세요 15 주정2006-01-27 13:30:46 [사귀진 6개월이 넘었는데도 전혀 스킨십의 발전이...] 사귀진? -ㅁ-;;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6 matsal2006-01-27 13:34:12 건필하세염... 17 김백호2006-01-27 13:35:23 카로나님, 실제로 사랑의 종류라 정의해놓은 게 몇개가 더 있는데, 아가페, 에로스, 프시케, 스톨게가 대표적이죠. 주정님,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얼른 수정했습니다. 수정하던 중에 고치다보면 가끔씩 발생하죠. 하하. 부끄럽습니다. 산길님, 네, 나름대로 중간대륙 이야기의 대미죠. 소면살우님도 명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미캉엘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 은월님, 감사합니다. 중간에 정전되서 이번화가 조금 빡셌네요. 나르는오방님, 너무 추상적인 질문이십니다. 저도 잘... leerhkdals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카이렌님, 그렇죠. 첫째 에리 샤를마뉴, 얼음공주, 둘째 마리 샤를마뉴, 대륙을 떠돌며 자신보다 강한 낭군을 찾는 열혈공주, 셋째 시엘 샤를마뉴, 어리버리공주죠. Homeros님, 산화한다고 말씀하시니 왠지 무섭습니다. 잘 해결해나가야겠죠. 하하하. 18 김백호2006-01-27 13:39:12 쿨럭, 답글을 쓰는 동안, 댓글이 많이 달렸군요. 바레이타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설냥님, 댓글 감사합니다. 주정님,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두개나 있었군요. 후후후. 얼른 수정했습니다. matsal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19 무량상인2006-01-27 13:39:15 두번째 공주는 누구져? 20 데스카2006-01-27 13:49:13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제 부유대륙으로 넘어가는군요. 부유대륙에는 어떤 적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뭐 부유대륙의 운명은 낙하이니...쯧쯧 부유대륙에서 큰일이 날것같네요...당연한것이겠지만. 그리고 부유대륙에서도 소피아의 출연이 빛이 나길 바랍니다. 소피아는 LLS의 꿈입니다!!! Love Love Sophia~~ 어제 정전으로 마음고생 심하셨을텐데 올려주시니..ㅜ.ㅜ 건필하세요~!! 21 Σ비호란™2006-01-27 13:53:19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는군요..... 22 챌린저a2006-01-27 13:57:35 김백호님....! 명절 잘 보내세요. ㅎㅎ 23 신우성2006-01-27 13:58:13 이야 벌써 77번째군여 ㅋㅋ 77! 행운을 빕니다! ㅎ 24 劍虎2006-01-27 13:59:10 사랑의 종류도 여러가지군요.... 25 김백호2006-01-27 14:08:26 무량상인님, 마리 샤를마뉴입니다. 다만 본문에선 카를대제가 죽을 때 한번 언급되고 끝나죠. -황혼을 쫓는 늑대-에선 등장을 안하죠. 데스카님, 감사합니다. 부유대륙에 있는 적도 있지만, 이 곳에 사는 이종족이나 진실에 더욱 중점을 두고 쓸 것 같습니다. 비호란님, 네, 마지막장소를 향해 각자의 이상을 가지고 달려가고 있죠. 챌린저a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 하하. 신우성님, 네, 77의 행운이 깃들길 바랍니다. 검호님, 후훗, 저도 사랑을 찾아서 떠나야겠군요~ 26 상상소년2006-01-27 14:42:51 ㅎㅎ 드뎌 발할라로 들어가는군요~ ㅋ 기대되요~ㅎ 연참대전 무시하고 하루에 2~3개 올리삼!!! ㅋㅋ(농담;;) 27 빙시(氷矢)2006-01-27 14:44:40 아, 사랑 나열집이구나, 요번편은. 28 파란2006-01-27 14:50:16 잘 읽었습니다 29 Hernesto2006-01-27 14:55:33 에로스 만쉐~ (퍽) -ㅅ-.. 잘 읽고 가용~ 30 冥王2006-01-27 15:23:06 100회 연재가 멀지 않았군요~ㅎㅎ 100회 연재때는 100회 기념 10연참이 어떠신지?ㅎㅎ 31 루이네카넨2006-01-27 15:25:50 으음, C.S.루이스의 The Four Loves에는 프시케 대신 Philia - 우정 비슷한 사랑이 있었죠 아마도. 32 아라라2006-01-27 15:27:32 그러고보니 소피아는 마치 어머니처럼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군요. 발랄한 모습에 알고는 있어도 인식은 못하고 있었는데 말이지요.ㅎㅎ 33 천심天心2006-01-27 15:36:51 아가페, 에로스, 프시케, 스톨게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말입니다. 이번화가 정말 제 맘에 딱 들어오네요~ 정말 멋진 글입니다. 아스크는... 34 구정물2006-01-27 15:51:36 ...스카디..꽃...잎...-_-;;; 35 캘시퍼2006-01-27 16:01:47 이렇게 정해놓고 쓰라고해도 쓰기어려울듯한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셔서, (이번회도 무지 맘에 듭니다~)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김백호님! 최~고!! 설 연휴 푹 쉬세요~!! (전 그 때도 도서관에..쿨럭~) 36 Urim2006-01-27 16:09:01 감탄만 나오네요. 37 질라르디노2006-01-27 17:16:26 오늘 아침에 없어서 하루가 우울했는데 오후에 보니깐 있어서 정말 기쁘네요^^ 그나저나 자드키엘과 스카디의 사랑방식이 가장 맘에 든다는..(퍽) 38 독일건달2006-01-27 17:28:23 이글도 소장가치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39 同安2006-01-27 17:30:22 에로스에 조금 포인트를 더 주셨으면하는.. 쿨럭..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40 182006-01-27 17:33:13 [del] 18금 41 Sangel22006-01-27 17:36:25 잘보고 갑니다!! 윽! 너무 재미있어서 흑흑 42 이런////2006-01-27 17:39:35 소피아가 불쌍해서 못보겠어 ㅠㅠ 43 건곤무쌍2006-01-27 17:43:22 전 이상하게 소피아에게 감정이입이 안되는군요. 아스크 시작할 때부터 스콜 곁에 있었고, 일편단심의 마음을 보여주고, 귀엽기까지 한데 말이지요. 뭐랄까.. 확 와닿는 임팩트가 없달까..;;; 개인적인 의견이니 무시하셔도 상관없습니다. 후후 그나저나 이번 화는 좀 발그레~~ 되는군요. 스카디..꽃..잎 이라니..=_= 44 朔月2006-01-27 17:51:24 죠라... 마지막까지 하얗게 불태운 복싱맨이군요-_-;;; 45 하늘마루2006-01-27 17:53:17 카.. 사랑이란;; 많군요 헌신적 어머니의 사랑인 아카페만 알았는데; 46 들아탈수2006-01-27 19:01:43 오오오 느낌이 새롭네요. 이번 편! ~ 그리고 프레키도 어느 새 정이 많이 들었네요 -_-a 별 비중없이 느껴지던 때도 있었는데..혹시 2부의 주인공이 스콜이 아니고 듀란이 된다고 하면 듀란과 프레키의 이야기도 상당히 재밌게 볼 수 있을꺼 같은 ~_~ 47 아미델린2006-01-27 19:24:11 사랑의 종류는 많지요.. ㅎㅎ;; 저는 아가페와 에로스, 필리아에 대해서 쓰고 있는데.. 음.. 암튼 건필하세요 ^^ 48 검은묵시록2006-01-27 20:30:35 헐...프시케하고 에로스 빼고 모르겟네.. 신화에 따르면 프시케하고 에로스는 부부죠... 49 실페리온2006-01-27 22:15:36 이제 끝을향한 질주도 거의 종착역에 다가섰네요. 그리고 역시. 매번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50 몽몽2006-01-27 22:39:13 잘보고갑니다^^ 51 超必殺氣2006-01-27 22:49:36 아가페,프시케,에로스는 사랑에 관한거라 알고있었는데 스톨게는 처음이네요 ;; 우정이라 표현해야하나. 52 쾌인2006-01-27 23:06:12 아 필력이 계속 느시는것 같아요^^ 건필하세요!! 53 매너모드2006-01-27 23:28:51 스톨게`~~ 전 무엇보다 에로스....ㅠㅠㅠ 54 눈꽃편지2006-01-28 00:35:59 새해복만이받으세요. 55 롤리팝스2006-01-28 01:15:47 쨔잔~~ㅎㅎ 오랜만에 복귀합니다~~ 실은 그동안 밀린거 다 보고 오느라 애좀 먹었답니다^^ 서사적인 글이 좋아 잊지 못하고 함께하는데 첫 느낌 그래도여서 너무나 재미나고 만족하며 읽고 있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하고 싶네여~~ㅎㅎ 56 극성2006-01-28 01:38:57 연참대전 성공 축하드려요. 57 친구[親寇]2006-01-28 02:51:10 사랑의종류,,.,감동 ㅇㅅㅇ 58 켄파치2006-01-28 03:47:02 멋집니다. 59 주정2006-01-28 12:22:42 저도 에로스가...쿨럭 60 절도범산타2006-01-28 12:38:28 꼬..꽃잎!! 61 삼국무쌍N2006-01-28 12:52:52 어제 컴퓨터가 맛이가는 바람에 ㅋ 아스크 읽으려고 ㅋ 오늘 아침 ㅋ 포멧해버리고 ㅋ 다시 깔았네요 ㅋ 사진이랑 ㅋ 께임이랑 ㅋ 많았는데 ㅋ 다 날리면서 ㅋ 쫌 아까웠는데 ㅋ 아스크 읽고 나니까 ㅋ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버렸다는 ㅋ 잘 읽고 감니다 ㅋ 홧팅 입니다 ㅋ 62 궁상자2006-01-28 13:19:53 19금 만쉐이~!! 63 쌍룡두미2006-01-28 17:30:41 새해福많이 받으시고'-' 좋은글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 대박~ 64 절대꼭미남2006-01-28 23:05:47 건필하세요 65 마패2006-01-30 00:43:45 똥꼬..확꺠네 ㅋㅋ 66 넬드라드2006-01-30 15:28:19 이럴수가.. 똥꼬와의 사랑인가;(잡설입니다 타앙~!) 좋은글 멋진글 앞으로도 부탁합니다. 건필. 67 아트리2006-01-31 19:52:48 새삼 자드키엘이 부럽다는...... 똥꼬 화이팅!!!~~~ 68 소검무제2006-01-31 23:08:37 아아..자드키엘.............우우 69 대사자2006-02-02 11:20:21 아 역시 재미있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진짜로 전권으로 곡 소장하고 싶군요 ^^;; 70 필사(必死)2006-02-02 15:52:53 아... 자드키엘.. 이럴수가 스카디가 넘어가다니.. 크아아 71 破邪神劍2006-02-02 23:19:35 결국 여기까지 왔군요^^ 아가페 스톨게 에로스 프시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타입은 아가페입니다.. 요즘 북유럽신화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반가운 이름들이 많이 나와서 읽고 좋더군요 스콜과 하티도 읽었구요 펜릴도 봤습니다^^ 그럼 작가님도 건필해주세요 72 풍검성가2006-02-03 00:31:38 [del] 아 정말 재밌군요. 백호님. 글솜씨는 더 훌륭해지셨고 솔직히 말해서, 군대서 봤던 붉은 서풍과는 문체면에선 이제 비교가 안될 정도네요. 물론 그때도 훌륭했는데 지금은 더 그렇다는 소립니다. 오해없으시길 ㅡㅡ;; 아스크가 벌써 70%나 진행되다니 놀랍네요. 출판은 어떻게 되가세요? 꼭 책으로 읽어보고 싶네요. 전 인터넷으로 글 읽는데는 도저히 적응이 안되서;; 설은 잘 쇠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기회 되면 나중에 소주나 같이 한잔 합시다. 혹시 울산 올 일 있으면 연락 주소 ㅎㅎ 나도 부산 갈 일 있으면 연락할께요. 73 김백호2006-02-03 13:42:15 상상소년님, 하하, 그렇게 올려드렸어야 했는데, 아주 푹 쉬고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빙시(氷矢)님, 그러고보니까 그렇네요.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로 꾸민 화죠. 파란님, 댓글 감사합니다. Hernesto님, 어째서 에로스가 만세인 겁니까! 주인공이 나누는 사랑은 아가페인데 말이죠! 퍽! 冥王님, 100화쯤에 아마도 -황혼을 쫓는 늑대-를 완결할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루이네카넨님, 네, 필리아도 사랑의 한 종류죠. 생각보다 분류가 세분화 되어있죠. 아라라님, 소피아는 발랄한 이미지가 확실히 강하죠. 물론 속이 깊은 면도 있으니 금상첨화겠죠. 천심天心님, 쿨럭, 과찬에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부끄럽지 않은 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구정물님, 중요한 것은 스카디의 꽃잎이 아니라는! 버럭! 버럭! 캘시퍼님, 하하하, 캘시퍼님, 말씀대로 설 연휴 푹 쉬고 돌아왔습니다. 왠지 죄스럽기까지 하군요. Urim님, 강렬한 한 마디 감사합니다. 질라르디노님, 제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으셨다니 저야말로 뿌듯합니다. 독일건달님, 타이밍이 묘해서 어감이 조금 야하게 들립니다. 므흣. 同安님, 네, 조금 약하게 주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아무래도 미성년자분들도 보고 계시니까요. 18님, 그렇습니까? 표현을 최대한 완화했는데, 18금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Sangel2님, 부담이 된다는, 아마도 다음화는 재미가 많이 없을 것 같아서요. 이런////님, 하하하, 그래도 여기까지 보셨는데, 끝까지 봐주시리라 믿습니다. 건곤무쌍님,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꽃잎에 시선을 고정하신 것 같습니다. 朔月님, 네, 가장 멋지게 생각하는 인물중에 하나죠. 하늘마루님, 많지만 결국 서로를 생각하는 그 마음은 통일된다고 봅니다. 들아탈수님, 이번화는 조금 단편씩으로 엮어본 화입니다. 그리고 2부가 나온다면 아마도 듀란과 프레키가 주인공이 아니라도 많이 그려질 듯 합니다. 아미델린님, 네, 아미델린님도 글을 쓰시는 걸 아는데 제가 시간이 넉넉하지 못해서 다른 분들의 글은 일체 읽어드리지 못하네요. 건필하세요. 검은묵시록님, 네, 아스크를 쓰기 전에 썼던 글이 바로 그리스신화를 다룬 글이었다죠. 실페리온님, 발할라가 종착역이죠. 열심히 집필하겠습니다. 몽몽님, 네, 감사합니다. 超必殺氣님, 그렇죠. 우애적인 사랑이죠. 저기 윗분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필리아와도 비슷한 사랑입니다. 쾌인님, 감사합니다. 다음화는 더욱 신경을 써야겠군요. 하하하. 매너모드님, 에로스에 연연하지 마세요! 버럭! 버럭! 눈꽃편지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롤리팝스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네, 마지막까지 함께 달려요. 극성님, 감사합니다. 2월 연참대전에서도 살아남도록 하겠습니다. 친구[親寇]님, 감동하셨다니, 저야말로 정말 감동했습니다! 켄파치님, 그렇습니까? 켄파치님이 더 멋지십니다! 주정님, 에로스라뇨! 소피아의 아가페는 어쩌시고! 절도범산타님, 댓글이 너무 야하잖습니까! 버럭! 삼국무쌍N님, 포멧하시면 컴터는 빨라지잖아요. 저도 포멧 한번 해야되는데, 귀차니즘 때문에... 궁상자님, 하하하, 이 정도면 15금정도랄까요? 직접적인 표현은 하나도 안썼다는! 쌍룡두미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대박정도는 아니라도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음 합니다. 절대꼭미남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마패님, 똥꼬가 뭘 그리 잘못했습니까? 하하하. 넬드라드님, 쿨럭, 그렇게 되는군요. 넬드라드님도 건필하세요! 아트리님, 자드키엘은 악마인데요. 악마를 부러워하시면... 소검무제님, 어째서 자드키엘에게... 대사자님, 하하하, 출판이 안되서 조금은 어려울 듯 합니다. 필사(必死)님, 많은 분들이 자드키엘을 원망하시고, 부러워하시는 군요. 破邪神劍님, 저도 아가페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스콜과 하티는 실은 형제라죠. 하하하. 승혁님, 과찬이십니다. 솔직히 말해서, 군대에서 썼던 붉은 서풍은 문체나 필체를 따질 수 없는 졸작이었죠. 그리고 출판은 아무래도 어렵게 된 것 같습니다. 출판제의 한번 들어오지 않았죠. 언제 술이나 하면서 세상이나 씹었으면 합니다. 이 글이 아마도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쉽군요. 74 해비(駭匕)2006-02-04 23:23:12 잘보고 갑니다~ 건필이요~ 75 巨時期2006-02-05 10:01:54 하핫. 이번 편이 제일 중요한 것 같이 느껴지네요.... 76 玄玄2006-02-10 18:34:54 흐음~ 저도 육체적인 사랑 에로스 랑 정신적인 사랑 아가페 .. 2개만 알고 있었는데.. 77 아그니2006-02-12 16:49:44 흠...프레키의 스톨게의 대상은 듀란인가요? 스톨게도 사랑이니 그렇다면 역시 프레키는 남색...[타앙] 78 륜.2006-02-19 23:30:39 음.. 아스크는 역시 소장가치가 있는 글임이 분명 합니다!! 책으로 안나온다는 점이 아쉽군요;; 79 김백호2006-02-20 00:01:30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80 카미드2006-02-22 19:49:58 똥꼬라는 이름이 분위기를 확 깨는군요. 풉풉 81 火狼2006-02-23 11:21:23 여러가지 사랑이 나오는 군요...하지만 역쉬 에로스가... 하지만 스카디는 스콜이랑 엮였으면 했는데.. 82 김백호2006-02-23 18:35:09 하하하, 스콜로서는 에로스를 표현하기가 조금 난감하죠. 왜냐면 자드키엘처럼 진지하긴 해도 뭐랄까요?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아직 서툰 녀석이라고 할까요? 83 쾌감조루2006-02-24 06:28:13 즐감했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8화 [64]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6화 [62]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03 14:02:38 고친날 2006-02-03 15:46:52 읽은수 1686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8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제30화 인형술사의 마을 스콜은 기억해냈다. 차원의 소용돌이 속으로 발을 내딛자마자 황궁의 별실에서 꾸었던 꿈처럼 주위가 어둠에 집어삼켜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 날 헤임달을 죽인 그는 스스로의 죄 값을 묻기 위해선지 동굴 속에 갇힌 꿈을 꾸었었다. 그 꿈과 같은 일이 지금 반복되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덮쳐온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스콜은 소중한 그 무언가가 한 순간에 튕겨져 나가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껏 소리쳤다. "소피아!" 방금 전까지 그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여성이 어둠과 함께 사라져버린 것이다. 오직 혼자서 검은 동굴 같은 곳에 다시 갇혀버리게 되었다. "소피아 실베스트르!" 들려오는 대답 따위는 없었다. 오직 그의 목소리만이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그의 몸은 이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어디론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세상은 완전히 뒤바꿔있었다. 조금은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 정도로 평화로운 숲 속에 그는 쓰러져 있었다. 짙은 청록의 빛, 중간대륙의 숲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풀이라든지 나뭇잎이라든지, 녹색이라고 하기보단 파랑색이 더 짙게 묻어나있었다. "스콜, 도착했다." 등에 걸려있던 미스텔테인에게서 거친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땐 웬만해선 입을 열지 않는다. 그런 미스텔테인이 입을 열었다는 건 적어도 그의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걸 뜻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떨어지면서 전부 뿔뿔이 흩어진 것 같군." 스콜은 청록의 숲을 둘러보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대기에 묻어있는 카르마를 느껴서 흩어진 동료들을 찾을 생각이었다. 대기의 흐름은 느껴진다. 허나 다른 사람들의 카르마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아니, 느껴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거대한 카르마가 부유대륙 발할라에서 뿜어져 나와서 다른 카르마를 일체 느낄 수가 없었다. '발할라,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겠다는 뜻이냐?' 눈을 감았다가 뜬 스콜은 숲 풀 하나, 하나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기분에 휩싸였다. 천공의 섬 발할라자체가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확실히 이곳은 위험했다. 어떤 생물이 사는지도 모르고, 얼마나 위험한 생물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발할라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르마로 인해서 적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미스텔테인과 아슈켈론이 있는 그는 괜찮다고 하더라도 시엘과 소피아가 혼자서 떨어졌다면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니었다. 다른 일보다 우선 그녀들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부스럭! 그때 나뭇잎이 밟히는 작은 소리, 숲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스콜은 놓치지 않았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 미스텔테인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그에게 나직이 경고했다. 스콜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울창한 숲 풀 덕에 보이진 않았지만, 상당히 가까이 와있는지 발끝에서 올라오는 발할라의 카르마도 방해가 되지 못했다. 풀을 밟는 소리가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처럼 바로 앞에서 들려왔고, 강렬한 카르마가 그의 눈을 부시게 할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낯익은 카르마다!' 인간의 것이라고 부를 수 없는 카르마에 스콜은 등에 있는 미스텔테인의 손잡이를 살며시 잡은 채 바로 앞까지 다가온 인영이 있는 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숲 풀을 헤치고 등장한 건 의외로 여성이었다. 가련해 보이는 외모와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로브를 입고 있는 여성이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눈매는 곱지 못했다. 엠블라였다. 아니, 엠블라의 인형이었다. 물망초처럼 아련하게 남아있는 엠블라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인형이 몇 개월 만에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오랜만이네요." "여긴 어떻게?" 적어도 스콜이 알기론 발할라로 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지개다리라고 불리는 비프로스트, 즉 라르크신전에 생겨난 차원의 소용돌이를 통하는 길밖에 없었다. 중간대륙에 있던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다. 신전에서 그녀의 카르마를 느끼지 못했던 스콜은 그렇게 물을 수밖에 던졌다. "절 당신과 같다고 보지 마세요. 실패작인 당신과는 다르게 전 발할라와 붉은 실로 이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이곳으로 올 수 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붉은 실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지옥의 일곱 군주가 라그나로크가 열리기 이전에도 중간대륙과 지옥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처럼 그녀도 발할라와 중간대륙을 마음껏 이동할 수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런가? 그나저나 무슨 일이지?" 스콜은 여기서 그녀를 만난 것이 절대 우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그녀는 용병양성학교의 교장 콘 히스토리에의 심연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심연의 카드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원하는 자의 카르마를 느껴서 어디에 있는지 말해준다. 즉, 타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발할라의 카르마가 진한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심연의 카드는 발동을 한다는 말이다. "당신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누구한테서?" "인형술사, 당신에겐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겠죠." 확실히 발할라에 올라온 두 가지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엘과 소피아를 찾는 것이 먼저였다. 지나간 과거보다는 그들에게 내려진 운명을 헤쳐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너를 따라가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뭐지?" "당신이 몰랐던 진실과 심연의 카드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찾아드리죠. 어떤가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지금 스콜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시엘과 소피아를 먼저 찾고, 갈 수는 없나?" "한시가 급한 문제입니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당신들이 발할라에 오는 그 순간부터 발할라와 미드가르드의 운명은 지나치게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인간들은 원래 발할라에 올라올 수 없습니다. 하나, 둘 정도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지금은 수많은 인간들이 발할라에 와버렸습니다. 아마도 발할라와 미드가르드를 지배하는 입장에선 아니꼬운 일이겠지요." 그것을 그녀는 운명이 뒤틀리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자신이 신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자신의 허락 없이 인간들이 발할라로 올라왔다면 내려지는 건 그에 응당 하는 처분이었다.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는 자, 신의 사자, 뒤틀린 운명을 바로 잡는 자, 엠블라를 죽인 자, 자신을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라고 말한 자, 대천사 미카엘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녀석이 움직인단 말인가? 좋다. 가겠다. 안내해라." 스콜이 등에 지고 있던 미스텔테인에게서 손을 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말없이 돌아서서 앞장을 서기 시작했다. 조용히 걸어가는 엠블라의 인형, 그녀의 뒤를 따르는 스콜은 묘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하늘보다 푸르른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후드는 걸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땋아 올린 머리카락과 가느다란 목선이 보인다. 슬픔이 묻어있는 뒷모습이다. 보는 것만으로 안타까워질 정도였다. 언젠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했던 것을 그는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킨다.' 그녀에게 들어서 이미 영혼이 없는 빈껍데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만큼 깊은 죄책감에 빠져버렸다. '지키지 못했다.' 아무리 강한 척 하려해도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아프지 않을 수는 없었다. 스콜은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처럼 혼탁해진 마음을 애써 붙잡아보았다. 그러나 자꾸 시선은 왠지 모르게 그녀의 뒷모습에 꽂힐 수밖에 없었다. "제 등에 뭔가 묻었나요?" 스콜의 시선을 느꼈는지 숲길을 걸어가던 엠블라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에 얘기하지 않았나?" "무슨 얘기를 말하는 거죠?" "너의 모습을 가졌던 여자, 나는 그 여자를 사랑했었다." 스콜의 얘기에 앞에서 걷던 엠블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콧방귀를 뀌었다. "흥, 꽤나 미련을 못 버리는 남자네요. 아마도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는 지금쯤 윤회를 거듭하고 있을 거예요.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불행을 받았으니 다음 생애에선 좋은 운명을 타게 되는 게 윤회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절 그런 눈빛으로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전 단지 그녀의 영혼이 담겨있던 그릇일 뿐이에요. 당신과 마찬가지로요." "알고 있다." 그것이 스콜에게 있어서 아픈 이유였다. 만약 정말로 엠블라가 눈앞에 있었다면 이렇게 가슴 아프진 않았을 것이다. 엠블라는 죽었는데, 그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자는 숨을 쉬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왠지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에 사로잡힌 스콜이었다. "많이 사랑했었나요?" 애써 맑은 공기로 가득 찬 청명한 하늘로 시선을 돌려 묵묵히 걸어가던 스콜에게 그녀가 생각지 못했던 질문을 던져왔다. "아마도……." 스콜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그 질문을 흐릿하게 받아넘겼다. 물론 수없이 사랑한다고 했었다. 다만 바보같이 그녀가 살아있을 당시엔 하지 못했었다. 그녀가 죽고 난 후에야 뒤늦게 말하고, 뒤늦게 느꼈던 감정이었다. "얼마나 걸리지?" 스콜은 아련하게 남아있는 추억을 집어삼키며 얘길 돌렸다. 엠블라의 인형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든 그리움이었지만, 지금은 약한 마음에 괴로워할 여유가 없었다. 그가 모르고 있었던 진실은 물론이고, 그들에게서 지옥의 문을 닫는 방법까지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중요한 시점, 그의 손에 중간대륙의 운명이 걸려있음을 자각해야만 했다. "1~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운이 좋게도 인형술사의 마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떨어졌습니다. 물론 반대로 얘기하면 지옥의 문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셈이 되었지만요." 처음 이곳에 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계산을 해두었던 태양의 움직임을 볼 때 그들은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옥의 문, 중간대륙 미드가르드의 운명을 결정짓는 장소는 발할라의 북쪽에 있다는 얘기였다. 청록의 숲 풀 사이로 빛나는 언덕이 스콜의 시야에 들어왔다. "거의 도착했군요. 저 언덕에 인형술사의 마을이 있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한 시간가량 남쪽으로 걸어온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스콜이었다. 그는 언덕 위에 세워진 몇몇의 집들을 바라보며 짓궂은 운명을 비웃고 있었다. 그 언덕위에 세워진 집들은 지난날 엠블라의 부모가 살고 있던 바벤베르크와 무척이나 흡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눈앞에는 비록 빈껍데기일 뿐이지만, 엠블라의 뒷모습이 보이고 있다. '빌어먹을…….' 마을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언덕이 시작되는 지점에 걸려있는 장식이라든지, 그들을 경계하는 듯한 사람들의 눈빛, 초라한 집들이 경사를 따라서 지어져있는 점, 모든 것들이 니플하임에서 가장 절망적인 도시라고 불렸던 바벤베르크를 닮아있었다. 스콜은 자신들을 배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슬쩍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전통적인 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왠지 그들에게선 사람의 냄새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개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차림새와 무표정한 얼굴, 전체적으로 중간대륙에서 사는 사람들보다는 선한 외모를 하고 있는 점 때문에 스콜은 혹시 그들이 숲의 종족이라고 불리는 엘프가 아닌가하는 의심을 했다. "혹시 이들이 엘프인가?" 소설에서 묘사된 것처럼 눈부신 글발에 백옥 같은 피부, 뾰족한 귀라든지, 호리호리한 몸매는 아니었다. 어쩌면 외모만으로 보자면 흔히 상상했던 엘프보다는 인간에 훨씬 가까운 외모를 하고 있었다. "훗, 엘프는 발할라의 중심에 있는 백금성에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인형술사들입니다." "인형술사……?" "뇌간충이라는 벌레를 키우는 일족들입니다. 자, 갈까요? 당신에게 있어서 아버지라는 존재에게로?" 스콜이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55년 전처럼 높은 언덕의 중턱에서 멈춰 섰다. 허름한 2층집이 시야에 들어온다. 모든 장면들이 바벤베르크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봄비만 내리고 있었다면 완벽했겠군.' 그가 그러한 생각을 하는 사이 앞에서 멈춰서 있던 엠블라가 돌아선 채 손가락으로 그 집을 가리켰다. "저깁니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지만, 연속되는 우연에 스콜은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기묘한 생각이 떠오른다.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지난날 바벤베르크의 기억과 겹쳐지고 있다. 만약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이 지난날 바벤베르크와 연관이 있다고 가정을 한다면, 그가 집 앞에 서서 문을 열기 전에 먼저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조금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본 스콜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허름한 2층집 앞으로 걸어갔다. '설마…….' 그의 예상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끼익'거리는 문소리를 내며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그가 집 앞에 서자마자 문이 열렸다. 허름한 나무로 된 문이 열리며 그에게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 살아 숨쉬던 중년남자가 집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눈앞에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버지라고 굳게 믿었던 남자가 있다. 그런데 반갑지가 않았다. 비웃음만 지어질 뿐이었다. 어느 때보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눈앞에 남자를 찢어죽일 기세였다. "너는 누구냐?" 스콜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묻어있었다. "질문이 잘못되었다. 왜 예전 기억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고 물었어야지. 나의 아들아." 비꼬는 듯한 말투를 내뱉으면서도 그의 앞에 있는 중년남자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다. 그의 눈동자는 흐릿한 눈물로 젖어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들어와라. 내가 아는 한도 내의 모든 진실을 얘기해주마." 그렇게 힘없이 말을 한 남자, 그에게 있어 아버지는 초라한 등을 보이며 집안으로 들어갔고, 뒤에 서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엠블라는 눈부신 햇살 때문인지 조금은 찡그린 표정으로 그에게 집안으로 들어갈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스콜은 진실을 알 수 있는 한걸음을 내딛었다. 그 한걸음은 그가 살아온 동안에 가장 무거운 걸음임에 분명한데도 망설이는 기색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윤이별2006-02-03 14:03:52 호호 첫빠네용. ㅎㅎ 2 주정2006-02-03 14:05:31 으어어~ 1타를 놓쳤구려 T^T 3 주정2006-02-03 14:07:45 '청공의 섬 발할라 자체가...' 천공! 4 윤이별2006-02-03 14:08:03 오오 ㅎㅎ 역시 ㅜ 기달렸던거만큼이나!! 흐흐 ㅎㅎ 5 ENA2006-02-03 14:08:57 크윽 6 주정2006-02-03 14:10:06 '혼탁해진 마음을 애서 붙잡아보았다' 애써! 7 도굴2006-02-03 14:12:08 우오오오오 순위권!! 8 김백호2006-02-03 14:17:05 윤이별님, 솔직히 연재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2월 10일날 제 인생이 걸린 결과발표가 있는데, 그때 사정을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주정님, 오타지적 감사드립니다. 항상 자세히 읽어주시는 군요.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웬만하면 오타를 내면 안되는데 퇴고를 해도 자꾸 나오는군요. ENA님, 크윽! 의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 도굴님, 하하, 글을 올리던 중 올려주셔서 얼른 다시 답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9 구정물2006-02-03 14:22:55 음음......인생이 걸린결과는 대학아니면...취직 문제 이신가.. 10 미캉엘2006-02-03 14:23:05 오~~ 오늘은 올라왔군요,, 백호님 건필~~~~ 11 冥王2006-02-03 14:58:29 드뎌 올리셨군요~ㅎㅎ 12 허걱보이2006-02-03 15:00:10 진실이 밝혀질 것인가. 잘 보고 갑니다. 13 캘시퍼2006-02-03 15:11:03 돌아오셨군요. 연참대전 끝난게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T-T 드디어 고무판에 들락날락거릴 맛이 생겼다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14 緋色の空2006-02-03 15:14:52 살아도라오셨군요! 건필하세요! 15 천심天心2006-02-03 15:17:47 최고다... 이말밖에는 생각이... 16 포도잔2006-02-03 15:21:09 흐~ 오랜만의 연재! // 건필요!! 17 몽몽2006-02-03 15:28:20 잘보고갑니다^^ 18 곤2006-02-03 15:33:08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19 극성2006-02-03 15:38:25 오호~! 20 Σ비호란™2006-02-03 15:39:15 과연 비밀이란 무엇일지.. 21 김백호2006-02-03 15:58:50 구정물님, 후훗, 지금 쓰고 있는 글하고 관련된 문제입니다. 취직은 몰라도 저에게 있어서 대학은 안가면 4년이란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곳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미캉엘님, 네, 죄송합니다. 한동안 쉬면서 문화생활을 즐겼다는, 애니 Beck에 푹 빠져서 1년 넘게 접었던 기타도 다시 잡기 시작했답니다. 冥王님, 아마도 페이스조절을 하면서 천천히 가다가 다시 일일연재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허걱보이님, 두가지의 감춰진 진실, 그 중에 솔직히 이미 한가지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기에 정리만 해드린다는 느낌이 될 것 같습니다. 캘시퍼님, 하하하, 한동안은 잘해야 이틀에 한편 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 2월초만 지나고 11일부터는 다시 일일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緋色の空님, 돌이켜보니 거의 일주일만에 돌아왔군요.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필하겠습니다. 천심天心님, 쿨럭, 감사합니다. 조금은 부담이... 아무쪼록 열심히 적겠습니다. 포도잔님, 네, 불씨를 천천히 살려보겠습니다. 몽몽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곤님, 오랜만이라서 죄송한 마음뿐인데 잘 봐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극성님, 오호! 댓글 감사합니다. 비호란님, 너무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으실 것 같습니다. 본문외에도 많이 설명드렸던 부분이었으니까요^^ 다음화는 그냥 정리하는 기분으로 보시면 될 듯 합니다. 22 이런////2006-02-03 16:14:41 소피아에게 안좋은 일이 벌어질까봐 보는게 두려워요... 앞에서 겁을줘버리니 23 바레이타2006-02-03 16:52:18 건필 24 카이렌2006-02-03 16:52:45 음.. 과연.. 무슨 일인건지... 진실은 어딘가에... 오랜만에 잘 보고 갑니다. 2월 10일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25 파란2006-02-03 17:00:18 잘 읽었습니다. 26 아미델린2006-02-03 17:01:25 돌아오셨네요. 으음.. 혹시 소피아가 엠블라의 영혼이 윤회한..[퍽] 혼자만의 망상이었습니다. 암튼 일이 재미있어지네요.. 그리고 인형술사라.. ㅎㅎ;; 건필하시길~ 27 Sangel22006-02-03 17:13:23 너무 재미있습니다! 28 성혼(聖魂)2006-02-03 17:19:55 오랜만에 오셨네요. 저도 2월 10일날 인생 최대의 고비(?)인 고등학교 발표가.. 29 破邪神劍2006-02-03 17:27:23 후음.. 뭔가복잡합니다 ㅎ 30 넬드라드2006-02-03 17:43:02 수고하십시오. 31 소면살우2006-02-03 18:13:55 진실은 저 너머에..~_~;;; 32 노란병아리2006-02-03 19:02:19 잘 보고 갑니다 33 질라르디노2006-02-03 19:57:46 아버지가 루시퍼일줄 알았는데,, 아닌가??ㅋ 34 데스카2006-02-03 20:01:0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연참대전 끝나고 오랜만에 보게되었네요. 이제 진실을~!! 알게 되는군요..크크크 빨리 다음화를~~!!! 그럼..건필하세요~ 감기도 조심하시길....제가 감기몸살로 고생중이라서..... 35 엠프티니스2006-02-03 20:02:48 ㅎㅎ 복귀하셨네요 ㅎㅎ 아스크 ㄱㄱ!!! 36 마셜2006-02-03 20:04:48 건필하십시오:) 37 朔月2006-02-03 20:08:55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ㅋ 드디어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드러나는 순간인가요? 아무튼 건필하십쇼 ^^ 38 매너모드2006-02-03 21:14:38 크헉 드디어 진실이~? 39 닥2006-02-03 21:47:40 미아신고~! => 소피아~ 꼭 찾아주세요^^* 40 대사자2006-02-03 22:13:28 수고하세요~ 41 천성패왕2006-02-03 22:20:19 많이 기다렸어요...건필하세요 42 세야아니스2006-02-03 23:09:39 잘봤습니다^^ 43 용신전2006-02-03 23:35:08 눈에~눈물이 아른거리는ㅠ_ㅠ)..최고에여~ 44 쾌인2006-02-04 00:12:26 으악 다음편 보고싶어요!!! 건필!! 45 켄파치2006-02-04 01:27:20 건필하세요 46 당근이지~2006-02-04 01:43:19 만세 밳호님올리기 시작하셨다 >0< 감사합니다 47 FLEEM2006-02-04 02:57:55 크악~ 끝을 쫓아서 1화부터 쉴새 없이 달려왔건만.. 으... 78화에서 멈춰버리네요. 정말 재미있군요. 진지하고, 뭔가 생각하게 만들면서도 간간히 코믹~! ^^ 북구 유럽 신화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구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한편 한편 기다리다가 울컥 했을지도? ^^ 작가님 건필하시고요~! 좋은 글 써주신거 감사합니다아~ 48 칼로쓰는글2006-02-04 03:28:04 후아~~1화부터 78화까지 열심히 달렸습니다. 건필하세요. 49 ampller2006-02-04 04:43:40 아...뒷편이 너무나도 궁금하네요 ㅠㅠ 어여어여~ 연참을...ㅠ_- 50 김백호2006-02-04 05:15:43 이런////님, 지금 소피아는 안전한 곳에 있답니다. 백금성이라고, 그러니 안심하세요. 바레이타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카이렌님, 2월 10일, 저에게 있어선 운명이 결정되는 날입니다. 아, 두렵습니다. 파란님, 감사합니다. 아미델린님, 확실히 마지막이야기이니만큼, 아무튼 실망하지 않을 정도로 멋진 엔딩이... 퍼억! Sangel2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뿌듯하군요. 성혼(聖魂)님, 저는 사실 알바트로스판타지문학대상에 공모를 했습니다. 결과발표가 나죠. 破邪神劍님, 네, 다음화에 깔끔하게 정리해드릴 것 같습니다. 넬드라드님,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소면살우님, 하하, 아니죠. 진실은 집안에 있죠. 노란병아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질라르디노님,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화에 어느 정도 밝혀지고, 마지막에도 등장한답니다. 데스카님, 감기몸살이십니까? 겨울이라서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드실 듯, 몸 조리 잘하세요. 엠프티니스님, 네,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GOGO하겠습니다. 마셜님, 건필하겠습니다! 朔月님, 목은 괜찮으십니까? 그냥 정리를 한다고만 알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매너모드님, 쿨럭, 너무 기대는 안하시는 편이... 하하하. 닥님, 네, 백금성에 도착하면 만나게 된답니다. 대사자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적겠습니다. 천성패왕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세야아니스님, 추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용신전님, 쿨럭, 눈물까지, 아무쪼록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글이 되었음 하네요. 쾌인님, 다음화는 내일쯤에 올려드리겠습니다. 요즘 제가... 켄파치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당근이지~님, 오히려 기다려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그런데 저번에 문제는 잘 해결되셨나요? FLEEM님, 먼저 수고하셨습니다. 일종의 도박이었는데 잘 봐주시니 뿌듯하군요. 앞으로도 쭉 함께 달렸으면 합니다. 칼로쓰는글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건필토록 하겠습니다. ampller님, 하하, 다음화는 최대한 정성을 들여야 해서... 퍼억! 51 엠프티니스2006-02-04 08:09:04 너를 수호 한다. 그것이 내가 무덤에서 돌아온 유일한 이유다 <- 이 말의이지금 상당히 신경쓰인다는 ㅋㅋ 52 수희2006-02-04 12:25:57 다른 작가님들과는 다른...답글에 일일이 답변해주시는 센스~!! 꼭 좋은 결과 있으실꺼예요^^ 53 소검무제2006-02-04 13:07:30 잘 보고 갑니다. 54 들아탈수2006-02-04 13:40:20 오 돌아오셨네요 ~ ㅎㅎ 잘 보고 갑니다 55 곰턍이2006-02-04 20:26:00 우오오오오 +ㅁ+ 진실이란 무엇인가!!! 56 마패2006-02-04 21:05:56 우오오오오 57 해비(駭匕)2006-02-04 23:26:02 잘보고 갑니다~ 건필이요~>.< 58 상상소년2006-02-04 23:49:12 아!! 안나와서 거의 맨날 들왓는데;; ㅋㅋ 정말.. 기다린 보람이 있어요,..ㅎㅎ 드뎌 진실이.... 넘넘 기대 되네요 ㅋ 59 잠이와요;;2006-02-05 00:06:26 드디어 봤네요 기다렸습니다 60 김백호2006-02-05 08:58:58 엠프티니스님, 네, 그 말은 딱 한번 나오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대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수희님, 하하, 시간도 많이 안걸리고,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소검무제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들아탈수님, 반갑습니다. 확실히 오랜만이죠. 곰턍이님, 별로 대단한 건 없습니다. 다만 다음화는 많은 얘기가 나온답니다. 마패님, 우오오오오!! 해비(駭匕)님, 감사합니다. 꼭 건필하겠습니다. 상상소년님, 죄송합니다. 다음화에 밝혀지죠. 진실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냥 정리의 의미죠^^ 잠이와요;;님, 후훗,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에서 뵙겠습니다. 61 巨時期2006-02-05 10:09:15 하핫. 잘 읽고 갑니다. 62 궁상자2006-02-05 15:32:10 잘보고 갑니다(__) 63 火狼2006-02-23 11:25:47 건필하세요 64 쾌감조루2006-02-24 06:38:05 잘 보고 갑니다.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9화 [57]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7화 [83]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05 09:05:25 고친날 2006-02-05 09:12:38 읽은수 1643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9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처음으로 머릿글을 남깁니다. 그만큼 이번화는 아스크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아마도 정독만 하신다면 어려운 내용은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혹시나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 자그마치 200년이 지났다. 중간대륙의 지형마저 미세하게나마 변하는 세월 앞에 중년남자의 얼굴은 굴복하지 않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을 일체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스콜의 기억 속에 있던 아버지라는 존재는 지금보단 자신감에 차있었고, 어깨가 조금은 더 넓었던 걸로 기억되고 있었다. 집안으로 따라 들어간 스콜은 의자에 앉아서 힘없이 양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깊은 한숨을 내쉬는 남자를 보며 살의조차 일으키지 못했다. "여기 앉아라." 스콜은 말없이 남자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철컥! 미스텔테인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묵직한 소리만이 방안을 휩쓸었다. 마치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에 중년남자는 한동안 침묵하고 있었다. 창가로 스며든 얕은 빛줄기가 그런 남자와 스콜을 감싸며 오랜 시간 끝에 재회를 위로하는 듯 했으나 감동 따위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진실을 말해라." 차가운 스콜의 목소리를 듣고, 중년남자는 흐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미카엘을 암살하려는 계획에서 시작되었다." "미카엘을 암살한다고?" 스콜의 되물음에 중년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류의 재앙이라고 불린 라그나로크는 미카엘을 암살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한명이라도 살아있으면 라그나로크가 닥친다. 이 사실을 인간의 입장이 아닌 악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남자는 악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했다. 확실히 악마의 입장에서, 특히 지옥과 중간대륙을 마음껏 넘나드는 일곱 군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여자아이 하나를 다음 죄악의 붉은 달이 떠오를 날까지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인간들이 죽이려고 하더라도 그들이 지켜주면 그 뿐이었다. "그러니까, 악마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언제든지 지옥의 문을 열 수 있었다는 거냐?" "그렇다. 하지만 악마들은 지옥의 문을 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중년남자의 되물음, 악마들이 어째서 지옥을 문을 열지 않았는지 스콜로서는 쉽게 짐작할 수 없었다. 그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남자는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천사들과 악마들의 힘은 지난 수 천 년 간 저울로 잰다면 수평을 이룰 만큼 대등했다. 즉, 라그나로크가 닥쳐서 지옥의 문이 열린다면 인간들뿐만 아니라 천사들과 악마들은 서로의 운명을 건 싸움을 해야만 했기에 모두에게 거대한 재앙의 시간이 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천사들의 입장에선 지옥의 문이 열려서 악마들이 중간대륙을 지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들과의 싸움에서 최대한 피해를 받길 원했다. 그래서 천사들은 인간들이 힘을 기를 때까지 라그나로크가 열리는 걸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악마들도 그러한 천사들 때문에 함부로 지옥의 문을 열 수 없었던 거다." 남자의 얘기를 듣고, 55년 전 바벤베르크에서 만났던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 아니, 대천사 미카엘을 떠올렸다. 그는 분명 아직은 라그나로크가 열리면 곤란하다고 했다. 인간들이 일방적으로 악마들에게 당해서 유흥거리조차 안된다고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미카엘은 악마들의 세력을 견제하고 있었던 거다. 어느 정도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미카엘뿐만 아니라 루시퍼 역시 지옥의 문이 열려서 발할라나 중간대륙으로 악마들을 보내기 전에 천사들의 전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보니 양쪽 모두 암묵적으로 지옥의 문을 걸어두었던 거다. "그러던 중 악마가 제시한 해답이 바로 대천사를 암살하는 계획이었던 거냐?" 스콜의 예리한 질문에 남자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엘을 죽이기 위해서, 루시퍼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미카엘 혼자만 중간대륙 미드가르드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다. 천사들과 악마들의 싸움이 아닌 일 대 일의 싸움에선 루시퍼는 미카엘을 이길 자신이 있었던 거다. 열 두 개의 날개를 가진 대천사 미카엘과 열 세 개의 날개를 가진 지옥의 왕 루시퍼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결국 그 계획 때문에 내가 태어났다는 말이군." 스콜은 몸속에 흐르고 있는 붉은 피가 차갑게 식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머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 미카엘의 입장에서도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아직은 힘이 없는 인간들이 악마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그리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인류에게 힘이 없는 시점에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살아있다면 다음 죄악의 붉은 달이 뜨기 전에 죽일 수밖에 없었다. 반드시 미카엘이 움직일 거란 걸 루시퍼는 꿰뚫어봤던 거다. 다만……." "다만?" 되묻는 스콜의 눈매가 살짝 올라갔다. "미카엘은 영리한 자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지키는 것이 악마의 계략이란 걸 눈치 챈다면 전력을 다해서 중간대륙으로 내려오게 된다. 루시퍼는 이 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들을 죽이면서 중간대륙뿐만 아니라 신계와 지옥의 균형을 지키는 우리 일족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스콜의 머릿속에도 대략적인 시나리오가 그렸지만, 남자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이미 어느 정도 알거라 본다. 미카엘을 혼자서 끌어들이기 위해선 악마가 관여했다는 느낌을 주어선 안 된다. 게다가 혼자서 왔더라도 그를 능가하는 힘을 가진 자가 유인책이 되어야 했다. 문제는 미카엘을 능가하는 자는 세상에 둘 밖에 없다는데 있었다." "빛의 신 발드르와 신의 사자 중 최강이었던 루시퍼인가?" "그렇지. 신을 부릴 수는 없는 일이니, 루시퍼는 본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복제해낼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뇌간충을 이용해서 루시퍼는 자신을 복제해내는데 성공했고, 그 결과물이 나란 말이냐?" 스콜은 방금 제시한 가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벨리알이 죽을 때도, 마몬이 죽을 때도 하나 같이 자신을 보고 그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자로 대우를 하면서 죽어갔다. 일곱 군주라 불렸던 벨리알과 마몬이 존칭을 쓰는 자라면 적어도 지옥을 만들어낸 루시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발생했다. "내가 듣기론 뇌간충은 사자(死者)의 뇌를 먹고 복제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는 건 설마?" 이게 핵심이었다. 엠블라의 인형도 말했고, 자드키엘에게도 들어서 스콜은 뇌간충이 어떠한 방식으로 복제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지적에 남자는 예상외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물론 뇌간충은 사자의 뇌를 먹고 복제를 한다. 하지만, 모든 절대정의에는 예외라는 것이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다. 뇌간충이 지옥에 서식하는 생물이란 건 알고 있겠지?" 남자의 말에 스콜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렇다면 잘 생각해봐라. 뇌간충은 지옥에 서식하는 생물이다. 지옥은 누가 만들어냈지?" 스콜의 눈동자가 조금이나마 커졌다. 지옥의 왕이라고 불리는 루시퍼였다. 그의 추락으로 인해서 지옥은 생겨난 것이다. "루시퍼……." "정답이다. 죽은 자의 시체를 이용해서 악마들의 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루시퍼가 뇌간충을 만들었다. 즉, 뇌간충은 루시퍼가 만들어낸 피조물에 지나지 않았기에 그는 굳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지 않고서도 복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물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실험이었다." 루시퍼는 신이 만든 최고의 피조물이었다. 그러한 자신을 또 다시 만들어내는 일이 쉬울 리 만무했다. 신조차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임엔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수 백 년이 걸린 실험이었다. 수천, 수만, 수억 번의 실험 끝에 어렵게 루시퍼의 복제는 단 두 번 성공을 하게 되었다." "두 번이라고?" "그래, 첫 번째인 너는 거의 완벽하게 복제가 되었지만, 두 번째는 힘은 완벽한데 반해 정신이 불안정하게 복제가 되었다. 그래서 루시퍼는 신이 만든 최초의 피조물인 아스크라는 이름을 너에게 주었지만, 두 번째에겐 이름을 주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두 번째 복제는 우리가 소유하게 되었다." 스콜은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소유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너희는 두 번째 남자도 중간대륙에 떨어뜨렸다." "그것은 루시퍼의 명령이었다. 아니, 그, 그를 만났나?" 만났다.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안개의 도시 미스트폴리스의 어두운 술집에서 헤임달이라는 이름을 받았다고 아이처럼 순수한 미소를 지으면서 죽어갔던 남자의 모습이 지워질 순 없었다. 이미 스콜은 그를 동생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헤임달이다." 그는 결코 실패작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헤임달이었다. "헤임달이라고?" "나의 동생의 이름, 헤임달이었다." 스콜의 입에서 나온 말, 동생이라는 말을 들은 중년남자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더니, 잠시 후 굵은 눈물방울을 감추지 못했다. 탁자에 떨어진 눈물방울은 통한의 슬픔을 담고 있었다. "이름을 지어주었구나. 고맙다." 알 수 없는 남자였다. 지금 남자의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은 거짓이 아니다. 타인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을 가진 스콜의 마음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이 루시퍼가 미카엘을 견제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거냐?" 스콜이 확인하기 위해서 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수많은 피가 흐르고, 눈물이 흘렀다. 그 모든 것들이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영역에 있지만, 단 하나의 존재에게서 만들어진 시나리오라는 말이었다. 너무나 부족한 이유였다. 너무나 하잘 것 없는 이유로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래,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네가 사랑하게 될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의 이름을 신이 만든 두 번째 피조물인 엠블라라는 이름으로 지어주고, 미카엘을 유인할 최적의 장소로 보이는 곳을 이곳의 모습을 본떠서 만들고, 엠블라의 부모를 그곳에서 살게 하고, 미카엘을 그곳으로 끌어들이게 된 것, 모든 것이 루시퍼가 만들어낸 시나리오였다." "결국 실패했지." 그렇게 대답하는 스콜의 눈매가 쓸쓸한 빛을 띠고 있었다. 마치 자신에 대한 조롱처럼 들리는 말을 듣고도 오히려 중년남자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토록 철저한 루시퍼가 계산하지 못한 변수는 우습게도 너에게 있었다. 그는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지켜주기 위해 네가 사랑을 배울 수 있게끔 만들어놓았다. 자신조차도 가지지 못한 사랑의 감정이었기에 그는 사랑의 위대함을 우습게 봤던 거다." "……." "아직 내가 절벽에서 한 말을 기억하고 있나?" "기억하고 있다." "사랑은 벼락보다 강하고 불꽃보다 뜨겁다. 그래서 너를 미치게 만든다. 무한한 용기를 주기도 하는 반면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한다. 또한 죽음마저도 가볍게 초월하게 만든다. 온 우주를 단 한사람에게 좁혀버리는 기적이 바로 사랑이다. 이 엄청난 변수를 루시퍼는 너무나 가볍게 여겼다. 어쩌면 이것, 악마의 마음에 인간의 마음을 더했던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루시퍼는 너를 버렸고, 우린 루시퍼의 명령을 따르면서도 너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나를?" "어쩌면 너를 지키는 건 우리 일족으로서는 마지막 남은 사명이었는지도 몰랐다. 악마들에겐 루시퍼가 있고, 천사들에게 미카엘이 있다. 하지만 인간들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인간들을 지켜서 중간대륙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일족의 사명, 인간들에겐 아스크라는 강력한 존재가 필요했다. 너는 아이러니하게도 루시퍼에겐 철저한 실패작일진 몰라도 인간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인간들을 위한 존재, 그것이 스콜에게 남은 유일한 숙명이라는 말이었다. 다만 한 가지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은 진실의 끝자락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눈앞의 남자를 다그친다고 하더라도 그 진실은 알아낼 수가 없었을 것 같았다. "묻겠다. 나를 이곳으로 부른 진정한 이유는 뭐지? 나에게 사명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인가?" 스콜의 말에 중년남자는 목뼈를 잃어버린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방울들이 자연스레 탁자위로 떨어졌다. "너를 부른 이유, 너를 만나야만 했던 이유, 그것은 용서받기 위해서다." "용서?" "나에겐 아버지의 자격이 없다. 너의 기억을 지웠고, 너에게 잔인한 사명을 내렸다. 그런 내가 아버지의 자격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한 가지 너는 다른 복제된 자들과는 달리 내손으로 직접 키웠다. 그 하찮은 자격으로, 너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너를 용서해달란 말이냐?" "아니, 너의 운명, 숙명, 네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모든 길, 그것은 전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낸 나의 길이었다. 그러니 너에겐 아무 잘못도 없다. 너 자신은 용서해주어라. 용서하고, 행복한 길을 찾아주었으면 한다. 이것이 마지막 부탁이다." 그 말을 끝낸 남자는 진한 눈물을 떨어뜨렸다. 한 동안 그를 지켜보고 있던 스콜은 조용히 일어섰다. 땅바닥에 떨어진 미스텔테인을 주워든 돌아서서 그대로 방안을 나갈 것만 같았다. "할 얘기는 그것뿐이냐?" "아스크, 지금은 스콜이라는 이름을 쓴다고 들었다." "……." "스콜, 좋은 이름이다. 잊혀진 시대의 신화를 보면 스콜이 태양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황혼을 끝없이 쫓지 않았더라면 낮과 밤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반대로 생각하면, 스콜이 태양을 쫓지 않았더라면, 태양도 도망가는 걸 멈췄을지도 모른다. 기억해둬라. 영원한 아름다움이 깃든 황혼을 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가 왜 황혼을 쫓는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FEELING군2006-02-05 09:11:55 헛 설마... 첫타는 아닐테죠? 2 엘렌드2006-02-05 09:14:37 리플먼저 달았어야했는데 읽다가 첫타놓쳤네 흑흑.. 리플이 아직까지 안달린줄 몰랐다.. 3 FausT2006-02-05 09:21:25 잘 보고 갑니다~ 4 朔月2006-02-05 09:25:55 진정한 정체가 드러나는순간이군요! 햐... 루시퍼 카피였다니... 5 Karsian2006-02-05 09:49:25 [del] 루시퍼 그자체가 기억을 잃은줄만 알았는데..카피였군요-_-a 6 僚2006-02-05 10:00:14 잘 보고 갑니다^-^ 7 緋色の空2006-02-05 10:08:41 건필하세요 ^0^ 8 巨時期2006-02-05 10:20:42 하핫; 이런 깊은 뜻이(?) 9 메머리2006-02-05 11:18:06 소름이 돋았어염;; 10 대사자2006-02-05 11:25:28 수고하세요~ 11 데스카2006-02-05 11:28:46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스크가 루시퍼 복제품이였다는건 예상한 일이고.... 전 아버지가 루시퍼인줄 알았는데...예상밖. 이 일의 시작은 루시퍼였군요...복제품이 악마 2명이나 날려먹었으니 화날만하지...쯧쯧.. 그런데 이번화에 소피아의 등장이...소피아가...소피아~~!!!! 아하...건필하세요~!!! 12 Σ비호란™2006-02-05 11:30:07 잘보고갑니다^^ 13 칼로쓰는글2006-02-05 11:55:23 흠...그러면 악마군주들이 죽을떄 행복해하면서 죽은것은 스콜을 루시퍼(기억봉인)와 동일인물이라고 착각해서.. 착각으로 행복하게 죽은건가요?? 14 冥王2006-02-05 11:59:24 언넝 다음편을 쓰시지요...ㅎㅎ 15 Sangel22006-02-05 12:06:18 아~ 너무 재미있어요!! 16 박선생님2006-02-05 12:07:55 오.... 17 아미델린2006-02-05 12:20:39 마지막 말이 압박.. ㅎㅎ;; 다음 편 기대됩니당 ~~ 건필하세요 18 천성패왕2006-02-05 12:26:40 건필하세요^^ 19 금기린2006-02-05 12:38:06 좋군요..ㅠ.ㅠ 20 바레이타2006-02-05 12:39:14 역시.. 건필 21 deathray2006-02-05 12:54:54 [del] 스콜은 클론이었군요.. 200년이 넘게 시나리오대로 되다니..;(맞나;) 웬지 루시퍼도 만나게 될거같은디.. 22 캘시퍼2006-02-05 12:55:51 조회수에 따른 댓글 비율이. 다른 글들의 몇십배~몇백배 정도는 되는듯. ^^; 그만큼 매니아가 많다는거고, 결국 이 글이 훌륭하다는 얘기겠죠 도대체 왜 출판을 안 해줘서 1권분량의 내용을 줄어들게 만든건지 T-T 23 포도잔2006-02-05 13:02:24 이거였군요 .. // 이제는 스콜에의해 균형이..?'' // 건필요!! 24 미캉엘2006-02-05 13:18:37 소피아~ 소피아가 안보여`~~~ -ㅅ- 25 닥2006-02-05 13:18:43 건필하세요^^* 26 몽몽2006-02-05 13:26:36 잘보고갑니다^^ 27 엠프티니스2006-02-05 13:37:41 ㅋㅋ 건필!!! 28 찡찡이2006-02-05 13:51:04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스콜이 루시퍼가 봉인한 상태인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아님 나중에 또다른 의외의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29 매너모드2006-02-05 14:03:05 흑흑 슬픈 숙명이군요 ㅜㅜ 30 카이렌2006-02-05 14:04:49 아.. 전율입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대사에서 찌릿 하는군요. 이제야 모든(?) 비밀이 밝혀졌군요. 지상에서 태어난 최초의 악마, 혹은 지상에 처음으로 내려온 악마... 스콜을 그렇게 불렀었지요. 루시퍼가 아닐까? 생각 했지만.. 뇌간충때문에... 어떨지 몰랐는데... 복제품이었군요... 아버지는 스콜을 정말 사랑했나 보군요... 잘 보고 갑니다. 31 들아탈수2006-02-05 14:43:15 루시퍼는 어느 구석에 박혀 있을까 갑자기 무진장 궁금해지는군요. 근데 카피라고 하면 루시퍼와 완전히 똑같은 능력을 가지는 걸까요? 미카엘을 죽이려고 만들었다면 루시퍼와 동급의 능력을 가진다는 소린데.. 아무래도 루시퍼랑 치고 박고 하게 될 꺼 같은 -_-a 32 천심天心2006-02-05 15:12:05 오오오오오오오~ 최고다 정말 내용 너무 멋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이건 정말 내 인생에 몇 안되는 최고의 작품이 될듯 하네요~ 33 궁상자2006-02-05 15:39:36 잘보구갑니다~ 건필하세요!! 34 Urim2006-02-05 15:53:56 멋져요.. 35 챌린저a2006-02-05 16:30:14 와... 내용이 정말 멋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36 주정2006-02-05 16:49:31 워~ 오타 발견 실패~! 생각해보니 지옥의 문을 열기 위해 악마들이 아무것도 안했다는걸 왜 이제야 깨달았는지 -ㅁ-;; 37 상상소년2006-02-05 17:30:08 ㅋ 예상외의 전개인데요..;; 그럼 루시퍼는.. 본격적인 천사들과의 전쟁전까지... 정예병(?)을 키우러 갔나..;;;ㅋ 혹시... 자드키엘이... 루시퍼??;ㅁ;ㅋ 너무 재밌어서 저도모르게 계속 볼려고... 위로.. 를 누룬;;;;; ㅎㅎ 다음편도 기대해요~~ 38 소검무제2006-02-05 17:47:21 잘 보고 갑니다. 39 소면살우2006-02-05 19:48:53 200백년짜리 계획실패면... 루시퍼 맘 아팠겠네요;;; 건필하세요... 40 크리노아2006-02-05 21:24:01 마지막 의미심장한 말씀이 이해가 안되요~ 해를 쫓아가지 않았다면 도망가지도 않았을 것이다....란 말씀을 하신 속뜻은?! 41 질라르디노2006-02-05 22:08:24 온 몸에 소름이 쫙~!!! 작가님 궁금한게 있어요... 루시퍼 복제가 스콜인데, 왜 마몬이나 자드키엘, 벨리알 등이 못알아본거죠? 분명 닮았을텐데.. 피부색이 다르다고는 해도... 42 겜소설폐인2006-02-05 23:41:00 음... 내용 좋고..ㅋ 잘보고 갑니다ㅋ 43 FLEEM2006-02-05 23:42:55 크.. 멋집니다. 근데, 결말이 뻔하게 가는건 아니겠죠? 신 악마 다 죽이고.. 쩔쩔쩔... 여태까지 재미있는 작품 써주신 것처럼, 멋진 결말 기대하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효오~ 44 잠이와요;;2006-02-06 00:42:41 보니깐 소름이 쫙 돋네요 ㅎㅎㅎ 정말 좋아요 빨리 ㅎㅎㅎ 45 spica2006-02-06 04:25:43 계시록에선 미카엘이 드래곤인 루시퍼를 1대1로 간신히 이기던데... 루시퍼가 미카엘 이전 천사장이었다는 가정을 한다면 미카엘은 날개 한장 차이를 극복한 것이군요. (계시록의 판타지 버젼...) 46 당근이지~2006-02-06 07:17:47 멋져요 >0< 47 질풍고영2006-02-06 11:07:48 오오...멋지군요. 제 추측으로는 엠블라 환생이 소피아일 것 같고... 좋은글 잘 봤습니다...^^ 48 루벨2006-02-06 11:29:39 이틀만에 다 읽었습니다.. 글 정말 잘쓰시는군요.. ㅎㅎ 이런글 써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49 破邪神劍2006-02-06 20:05:24 인간계의 희망 스콜이라.... 루시퍼와의 일전을 기대합니다^^ 50 블래스터2006-02-06 21:13:30 호오호오호오호오호오~ 51 켄파치2006-02-07 03:21:25 건필하세요 52 김백호2006-02-07 19:03:46 FEELING군님, 하하하, 첫타셨습니다. 엘렌드님, 뭐, 저로서는 리플보단 먼저 읽어주시는 게 반갑답니다. FausT님, 감사합니다. 朔月님, 그렇습니다. 스콜의 정체는 루시퍼의 카피였죠. Karsian님, 루시퍼, 혹은 루시퍼의 아들, 이러한 가정도 충분히 가능했죠. 다만 실패작, 뇌간충이란 요소를 제외했더라면요. 僚님, 네, 감사합니다. 緋色の空님,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巨時期님, 그렇게 깊은 뜻은... 왠지 부담이... 메머리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사자님, 댓글 감사합니다. 데스카님, 하하하, 오히려 루시퍼라면 즐거워할거요. 그리고 소피아는 다다음화에서 인사드릴 것 같습니다. Σ비호란™님, 댓글 잘읽었습니다. 칼로쓰는글님,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콜은 루시퍼와 카피, 즉, 루시퍼나 마찬가지이니까요. 冥王님, 하하,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지금 다음화 올려드리겠습니다. Sangel2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선생님님, 짧은 감탄사! 오! 아미델린님, 조금 힘을 준 대사입니다. 나중에 엔딩과 연관이 되겠죠. 천성패왕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금기린님, 울지 마세요. 뚝! 바레이타님, 요즘 정말 건필하고 있습니다. 다만 몰래 준비하고 있는 글이 있어서... 후후후. deathray님, 그렇습니다. 루시퍼와는 만나기는 만납니다. 캘시퍼님, 댓글 수에 항상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줄인 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시엘과 관련된 내용이라, 시엘의 비중에 심하게 줄었죠. 포도잔님, 인간대표 스콜이라죠. 하하하. 미캉엘님, 다다음화에서 인사드린다고 전화가 왔군요. 닥님, 네,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몽몽님, 감사합니다. 엠프티니스님, 네, 건필 맡겨주십시오. 찡찡이님, 아직 하나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기대해주세요. 매너모드님, 괜찮습니다. 스콜은 강합니다. 카이렌님,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어주신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이제 지루한 부분도 끝났고, 다다음화부턴 다시 불타오를 것 같군요. 아무쪼록 기대한 것에 조금이라도 답을 드렸으면 합니다. 들아탈수님, 네, 구석에 짱박혀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네요. 그리고 거의 비등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건 있죠. 후훗, 뒤에서 나오겠죠. 천심天心님, 쿨럭, 과찮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글이 되도록... 궁상자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Urim님, 후훗, 감사합니다. Urim님도 멋집니다! 챌린저a님, 네, 더욱 더 멋진 내용이 될 수 있도록 심열을... 주정님, 유후~ 주정님께서 실패하셨으면 이번화는 오타가 없음에 안심해도 되겠군요. 상상소년님, 그렇습니까? 뒷쪽에선 멋진 진실 하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자드키엘은 루시퍼가 아니랍니다. 하하하. 소검무제님, 댓글 감사합니다. 소면살우님은 글에 굉장한 자질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반전이 깊군요. 하긴 루시퍼, 조금 실망했겠죠. 크리노아님, 흑, 이 말은 마지막에 풀어줘야 하는 말이라서요. 죄송합니다. 일단은 노코멘트입니다. 질라르디노님, 아, 얼굴자체를 닮게는 복제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닮았더라면 미카엘이 루시퍼의 얼굴을 알고 있는 만큼 55년 전에 한눈에 알아봤었겠죠. 루시퍼의 클론이라고 해도 인간 하나의 희생은 있었죠. 겜소설폐인님, 감사합니다. 지켜봐주세요. FLEEM님, 하하하, 그렇게 되진 않습니다. 솔직히 지금 스콜은 미카엘과 루시퍼보다 약합니다. 신은 말할 것도 없죠. 잠이와요;;님, 최고의 칭찬인 것 같습니다. 소름이 돋았다는 말, 정말 감사합니다. spica님, 네, 실제로 루시퍼는 신의 오른쪽 옥좌에 앉게끔 허락된 자였죠. 그리고 아무래도 활약상이 있다보니 루시퍼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당근이지~님이 더 멋집니다! 질풍고영님, 후훗, 멋진 추측이십니다. 뒤쪽에 보시면 자세하게 알 수 있겠죠. 루벨님,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덧 제 글이 하루만에 읽기는 많은 량의 글이라는 사실에 흐뭇하군요. 破邪神劍님, 음, 자세하겐 말씀드릴 수 없지만, 루시퍼보다는 스콜에게 있어서 적은 미카엘이죠. 블래스터님, 오호오호오호오호! 켄파치님,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53 노란병아리2006-02-09 18:28:09 네 자신을 용서해라..허어 54 창공의바람2006-02-16 07:09:15 클론이군요.... 55 火狼2006-02-23 14:22:12 복제였을 줄이야... 56 쾌감조루2006-02-24 06:51:38 잘 보고 갑니다. 57 천령a2006-02-27 17:38:31 아일랜드 같네요 ㅋ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0화 [41]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8화 [6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07 19:18:25 고친날 2006-02-09 00:07:38 읽은수 1546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0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한때는 아버지라고 굳게 믿었던 남자의 초라한 모습을 뒤로 하고, 스콜은 집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햇살은 머리 위에서 눈부시게 그를 비추고 있었지만, 왠지 그의 마음은 깊은 심해 속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돌멩이와 같았다. '그래, 나의 정체성 따위를 두고, 고민에 빠져봤자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다. 나에겐 의지가 있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킨다. 그러기 위해서 지옥의 문을 닫는다. 그게 내가 이곳에 온 이유다.' 스콜은 복잡하게 얽혀버린 상념을 깔끔하게 풀어내며 엠블라가 서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너의 말대로 나는 진실을 들었다. 그리고 나의 길 역시 정했다. 이제 너의 차례다." 스콜의 말을 듣고 엠블라의 눈매가 조금은 곱게 변했다. 흔치않은 미소로 답한 그녀가 주머니에서 심연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눈을 감는다. 주문을 외운다. 천천히 카드를 한 장씩 허공에 놓는다. 신기하게도 그녀가 놓은 카드는 땅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그대로 둥둥 떠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카르마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허공에 흩어져있던 카드를 카르마가 감싸자 스콜의 바로 앞에서 소우주가 펼쳐졌다. 수많은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흐르고 있었다. 감탄이 날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뿐만 아니라 중간대륙에서 당신과 함께 왔던 모든 인간들은 발할라의 중심에 떨어졌습니다." "중심?" 스콜이 궁금한 듯 엠블라를 추궁하자, 그녀는 그들의 소재를 더욱 자세히 확인하려는지 카르마를 더욱 진하게 일으켰다. 어느 사이엔가 그녀의 깨끗한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역시 발할라였다. 중간대륙이라면 어디에 있든지 원하는 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발할라에서 피어오르는 카르마가 만만치 않게 그녀를 방해하고 있었다. "엘프들이 있는 백금성 근처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는지 눈앞에서 신비한 빛깔을 뽐내며 펼쳐졌던 소우주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엠블라는 카드를 수거하고 난 뒤에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쳐내며 말을 이었다. "발할라는 중간대륙만큼 넓지 않기 때문에 길어야 4~5일이면 백금성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날 그곳으로 안내해줄 수 있나?" 스콜의 질문에 그녀는 고민할 것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게다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에도 그들의 위치가 바뀌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드리죠." 차갑게 대답을 했지만, 그녀로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배려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엠블라가 먼저 앞장을 서서 걸어갔고, 스콜도 그녀를 따랐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깜박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몇 걸음 걸어가던 그가 멈춰 섰다. "왜 그러시죠?" "한 가지 듣지 못한 사실이 있다." "무엇인데요?" 그녀가 궁금한 듯 그에게 물어왔다. "지옥의 문을 닫는 법을 듣지 못했다. 지옥의 문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문을 닫는 법을 모르면 안 되겠지." "훗, 그거라면 당신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존재뿐 아니라 발할라에 사는 모든 엘프들도 알고 있을 거예요. 물론 저도 그에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닫을 수 있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당신들이 여기에 왔던 것처럼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의 피를 지옥의 문에 뿌리면 그것으로 문은 닫히게 되어있습니다." "단지, 그것뿐인가?" 스콜이 의구심에 차서 되물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지옥의 문을 닫는 방법은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지금껏 라그나로크 때문에 희생된 수많은 소녀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물론 몇 가지 제약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악마와 천사는 개입할 수 없고,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가진 피를 그곳에 모두 뿌려야 합니다. 즉, 그녀들이 수십 명이 살아남았다면 한명도 예외 없이 지옥의 문을 닫는 빗장이 되어야 합니다." 엠블라의 말에 스콜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옥의 문을 닫기 위해선 결국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들이 모두 죽어야 된다는 말이었다. 어떠한 길을 선택하든지 그녀들은 죽을 운명이었다는 거다. 시엘, 그녀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는 말도 된다. '도대체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서 여기까지 왔지?' 죄 없는 목숨들, 그 희생을, 그리고 앞으로 수없이 반복될 수많은 소녀들의 희생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길에서도 운명은 소녀들의 목숨을 요구하고 있었다. "라그나로크란, 결국 신이 만든 농간이었군."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희생이 없는 정의는 없다고 할까요? 라그나로크를 막든지, 막지 않든지 희생은 반드시 따릅니다.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내린 숙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스콜은 더 이상 자신의 길을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고심에 빠져버렸다. "다른 방법은 없나?" 한참을 침묵하고 있던 그가 어렵게 물었다. "아쉽게도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문을 닫지 않고, 지옥 자체를 멸한다면 몰라도요." 엠블라가 농담 삼아서 던진 말, 그 말을 들은 스콜의 눈매가 예리한 빛으로 번뜩였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지옥을 멸할 수 있을까?" 55년 전 엠블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 그 질문을 엠블라의 인형에게 다시 하고 있었다. "당연히 불가능하죠. 설마 지옥을 멸할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어쩌면……." 스콜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대답에 엠블라는 기가 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 소녀를 살리기 위해서 지옥을 멸할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그것이 과연 정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입장이 아니라, 지옥의 사는 악마들과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인간의 입장에선 악이라고 하더라도 지옥의 사는 자들의 생명의 값어치는 무겁습니다." 엠블라의 말을 들은 스콜은 고개를 저었다. 지옥을 멸하는 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서 지옥을 멸한다면 그녀의 말처럼 훨씬 무거운 희생이 따른다. 그렇다고 시엘을 죽일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죽이지 않고, 지옥도 그대로 둔다면, 분명 중간대륙은 악마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악마들이 인간들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건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니 말이다. 현실은 참혹하리만큼 냉정하다. 강한 힘을 가진 자는 약한 힘을 가진 자를 가만히 두려하지 않는다.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반드시 생겨나게 되어있었다. 그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법칙 중에 하나였다. "지옥을 멸하는 것도 안 된다. 그리고 시엘을 죽이는 것도 안 된다. 후훗, 하하하." 더 이상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 깊은 고민에 빠졌어야 정상이건만 스콜은 미친 사람처럼 시원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적어도 미소밖에 지을 줄 모르는 자다. 그러한 자가 웃음소리를 내면서까지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왜 그러시죠?" "지옥도 멸하지 않고, 시엘도 죽이지 않으면서도 중간대륙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마몬과의 싸움은 그에게 확실한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두 갈래 길을 두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에겐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이 있다는 거죠?" "강자가 된다. 그래서 지옥을 지배한다. 지옥의 문을 열어놓은 채 악마들이 중간대륙을 넘보지 않게 하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 물론 마찰로 인한 희생은 따른다. 그리고 어쩌면 지옥을 멸하는 길보다 악마들의 정신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훨씬 힘든 일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었다. 0.1%의 빛이 있다면 그 빛으로 고민할 것이 달리면 되는 것이다. "적어도 머리는 전부 베어버려야 할 걸요?" 그녀가 말하는 머리는 다름 아닌 지옥의 군주들을 뜻했다. "끝까지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베어버리는 방법밖에 없겠지." 너무나도 황당한 대답이었다. 그런데도 그 말을 하고 있는 스콜의 눈빛은 진심을 토로하고 있었다. '무서운 남자다. 겁을 상실한 남자다.' 엠블라는 스콜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스콜을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그 대신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죽였던 엠블라는 단순한 실패작과의 대면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인형술사들의 평가는 그녀와 달랐다. 하나같이 인류에게 있어서 그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떠받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러한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뭐, 제가 받은 임무도 지옥의 문까지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지키는 거니까 한번 지켜보도록 하죠. 그럼 갈까요? 백금성으로?" 그렇게 스콜과 엠블라는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북쪽으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러한 그들을 나무 위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한 마리 새가 있다. 까마귀, 평범한 까마귀였다면 눈알까지도 검은 색이어야 했거늘, 흥미로운 눈길로 남자를 바라보는 까마귀의 눈알은 핏빛이었다. 그 까마귀를 통해서 지금 스콜과 엠블라를 지켜보는 여성이 있었다. 얼굴만 얇은 베일로 가렸을 뿐 봉긋한 젖가슴과 여성에게 있어서 가장 부끄럽고 비밀스런 치부를 그대로 보이고 있다. 루시퍼의 정부이며, 6층, 욕정의 도시를 다스리는 군주 릴리스였다. 그녀는 까마귀를 통해 벨리알에 이어서 마몬까지 이 남자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를 닮았어.' 단순히 모습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겁 없이 자신들에게 대항하려는 배짱과, 그 배짱을 뒤받침 해주는 실력, 마치 루시퍼가 스스로 신이 되려했듯, 그는 자신들을 지배하려 들고 있었다. 농염한 육체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던 릴리스는 조금은 흥분이 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루시퍼의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된 지금, 그것은 200년 만에 느껴보는 묘한 감정이었다. 그녀는 베일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마몬의 성이 중간대륙으로 추락하던 날 수왕 베헤모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천사들과의 전쟁에 대비해서 묶어두었던 힘의 봉인을 풀어야 합니다." "이유는?"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료함에 지쳐있던 그녀가 대답했다. "잘못하면 사냥감에게 먹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수왕 베헤모스, 지옥에서도 흔치 않을 정도로 호탕한 성격을 가졌고, 마몬 다음으로 배포가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한 남자를 지나치게 경계하며 힘의 봉인을 풀 것을 요청했다. 허나, 옆에 있던 파괴자 아바돈이 그의 요청을 물고 늘어졌다. 수려한 외모와 눈부시게 번뜩이지만, 검은 핏자국이 묻어있는 황금갑옷을 입은 남자, 순수한 힘만으로 따진다면 베헤모스에게 조금 뒤질지 모르나, 전투력은 루시퍼가 조금만 방심했더라도 이겼을지도 모른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무서운 실력을 가진 남자, 루시퍼만 없었다면 지옥을 다스렸을지도 모를 비운의 남자, 아바돈이 입을 열었다. "사냥감한테 먹히는 건, 사냥꾼의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차갑고, 냉정한 아바돈과 뜨겁고, 다혈질인 베헤모스는 오랜 세월동안 앙숙지간으로 지내온 사이였다. "닥쳐. 네 녀석은 그 남자를 직접 보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내 감은 단 한번도 틀린 적이 없다. 그 자는 위험하다. 난 그 자를 보고 루시퍼님이 눈앞에 있는 줄 알았다." 베헤모스의 거친 말투를 듣고도 아바돈은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웃어 넘겼다. "흥, 먼저 너의 부족함을 깨닫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 넌 루시퍼님과 싸워본 적도 없잖아? 함부로 루시퍼님의 강함을 짐작하지 마라." 그랬다. 검은 이공간, 의자 8개만이 놓여있는 현실감이 부족한 이 곳에서 루시퍼와 자웅을 겨룬 자는 파괴자라 불리는 아바돈밖에 없었다. 황금갑옷 속에 감춰진 그의 가슴에는 루시퍼와 싸웠던 영광의 상처가 있었다. 아직도 그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선명한 핏줄기를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난 루시퍼님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그자에게 벨리알이 당했고, 마몬조차도 당했다! 그 둘을 짓밟을 정도로 상대는 강하다는 걸 알아둬라!" "겨우 벨리알과 마몬이 죽었다고 벌벌 떠는 거냐? 그러니 너는 반쪽군주밖에 되지 못하는 거다. 마음만 먹었다면 나라면 벨리알과 마몬을 죽이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을 거다." 파괴자 아바돈의 얘기, 오만에 사로잡힌 말 같았지만, 아쉽게도 사실이었다. 벨리알은 루시퍼의 아들 중에 하나였다. 그 중에서 조금 더 영리하고 뛰어난 자였기에 1층을 지배할 수 있었다. 즉, 벨리알과 비등한 실력을 가진 자는 7층에는 많다는 말이다. 하물며 마몬은 얘기할 가치도 없었다. 그는 힘으로 따진다면 7층에 있는 악마들보다 못했다. 다만 루시퍼는 그의 대담함을 높이 사서 군주로 두었던 것이다. 만약 아바돈이 지옥을 다스렸다면 어림도 없는 얘기였다. "미친 들개 두 마리가 싸우는 건 좋은데, 반쪽군주라는 말은 거슬린다. 아바돈, 죽고 싶냐?" 사실 여부를 떠나서 아바돈의 입에서 나온 반쪽 군주라는 말에 오히려 신경이 곤두선 것은 수왕 베헤모스와 함께 폭식의 도시를 다스리는 레비아탄이었다. 온몸이 비늘로 덮인 여성,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실뱀으로 된 무서운 얼굴을 가진 레비아탄의 눈매가 파르르 떨리더니 가늘어졌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아바돈을 찢어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만들 하게." 이쯤에서 중재에 나서야 했다. 신비한 문양이 새겨진 로브를 입은 노인, 눈에서 새하얀 기광을 뿜는 파리왕, 혹은 죽음의왕이라고 불리는 벨제불이 과열되는 분위기를 묵직한 음성으로 잠재웠다.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릴리스님." 루시퍼가 없는 지금 지옥에서 벌어지는 일의 모든 책임은 릴리스에게 있었다. 그녀는 분명 그 당시만 하더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까마귀로 스콜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오늘에 이르러서야 힘의 봉인을 풀어 혹시라도 있을 피해를 피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헤모스, 이쪽으로 와주시면 고맙겠군요." 그는 며칠 전 회의에서 요청이 기각되고, 아바돈에 무시까지 당하자, 그 뒤로 모습을 일체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허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둠이 일그러지더니 온 몸이 털로 덮인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시뻘건 한 쌍의 눈동자가 나신의 릴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벌레들이 발할라로 온 것을 알고 있으시죠?" "알고 있습니다." 베헤모스는 갑작스런 그녀의 부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투명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후훗, 봉인을 푸는 것을 허락하겠어요. 발할라로 올라온 중간대륙의 벌레들을 모두 죽이도록 하세요." 일방적인 명령이었지만, 기분 좋은 명령이었다. 방금 전까지 아니꼬운 태도를 보였던 베헤모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릴리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현재 아스크는 이틀에 한편씩 올려드리고 있지만, 실은 아스크의 후속작인 사랑가(蛇狼歌) -뱀과 이리의 노래-의 시놉시스가 거의 잡혀서 글은 쉬지 않고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물론 2월 연참대전에 참가했기에 11일부터는 다시 아스크에 전력을 다하겠지만, 이왕이면 아스크가 완결되고, 바로 다음작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아왜2006-02-07 19:19:22 후후 2 카이렌2006-02-07 19:27:56 잘 보고 갑니다. 멋지군요. 루시퍼를 능가할수 있을까요... 3 다섯자압박2006-02-07 19:39:32 조아조아 4 포도잔2006-02-07 19:40:44 ^^ 건필요!! // 5 데스카2006-02-07 19:45:2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스콜이 오리지널은 루시퍼를 이기고 숙적은 미카엘도 쳐먹이는 모습 꼭 보고싶네요...하하하 그런데요. 발할라가 떨어질때 발할라에 살던 주민들은 다 죽는지는 않겠죠? 미녀들은 재산입니다. 엘프를 말이죠...(어이..) 그리고 1부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에 소피아 죽으면 심하게 충격이 큽니다. 영화나 만화에서 마지막에 히로인 죽으면 정신적 충격이 심해서.... 2부도 빨리 보고 싶네요....2부라..인간들의 싸움이죠.. 인간들따위는 스콜이 그냥 식후겸으로 처리도 안되는것이죠...크크크 건필하세요~!!! 6 켄파치2006-02-07 20:09:28 건필하세요 7 천성패왕2006-02-07 20:26:13 건필하세요^^ 8 몽몽2006-02-07 20:34:00 잘보고갑니다^^ 9 김백호2006-02-07 20:38:10 아왜님, 첫타미소의 압박... 카이렌님, 음, 루시퍼를 능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루시퍼가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과 필적하는 존재를 만들면서 그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계산을 했겠지요. 다섯자압박님, 저도 다섯자압박님이 좋습니다. 부끄부끄. 포도잔님, 네, 열심히 쓰겠습니다. 데스카님,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루시퍼를 이기는 건 불가능합니다. 최후의 숙적은 미카엘로 봐야겠죠. 그리고 발할라가 떨어지더라도 미녀들은 죽지 않습니다. 발할라가 떨어지면서 흔히 판타지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이종족과의 공존을 하게 되죠. 물론 오래 살고, 아름답다는 이유로 인간들의 시기심을 부채질해서 원만한 관계는 이룰 수 없겠죠. 음, 엔딩에 관해선 노코멘트입니다. 하하, 딱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멋진 엔딩을 준비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2부는 일단 계획이 없습니다. 2부를 적을 형편이 안된다고 봐야겠죠. 사랑가 -뱀과 이리의 노래-는 아스크와는 전혀 상관없는 글이랍니다. 이상입니다. 켄파치님, 댓글 감사합니다. 천성패왕님, 네, 반드시 건필해보이겠습니다. 몽몽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10 巨時期2006-02-07 21:13:46 하핫. 잘 읽고 갑니다. 이제 베헤모스와 싸우겠군요... 11 대사자2006-02-07 21:17:57 수고하세요~ 12 소면살우2006-02-07 21:40:22 발전할수 있는 악마... 스콜인데... 루시퍼마저 이겨내야 진정한 발전...진화인데... 절대신 작가님이 막으신다니...ㅋ;;; 스콜 그게 너의 한계군...ㅎㅎ; ...최강자라는 이름보다는 고난을 이겨내는 모습이 스콜에게는 더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최강자는 아스크였죠...;;; 멋진 엔딩 기대하겠습니다^^ 13 당근이지~2006-02-07 21:40:45 수고하세요 +_+아스크 최고~ 14 김백호2006-02-07 22:00:23 巨時期님, 네, 베헤모스가 스콜에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전에 소피아파트를 잠시 다뤄야겠죠. 대사자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적겠습니다. 소면살우님, 음, 몇백년간 수련을 한다면 스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아서 루시퍼를 힘으로는 꺾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창조주를 잡을 수 없는 피조물의 한계라고 해야겠죠. 그리고 소면살우님의 말씀처럼 스콜은 고난과 역경을 힘겹게 이겨나가는 인물로 비춰졌으면 좋겠습니다. 당근이지~님, 최고는 바로 당신입니다. 유후~ 그럼 전 이만 자러가야겠군요. 아무쪼록 즐감하셨길 바라며, 소피아가 기다리는 꿈속으로... 15 매너모드2006-02-07 22:24:44 아스크 최곱니다 ㅠㅠ 16 궁상자2006-02-07 22:35:29 잘보고 갑니다(__) 17 바레이타2006-02-07 22:52:17 건필 18 질라르디노2006-02-07 22:55:26 작가님 후속작은 대충 어떤 내용인가요?? 1부 결말에서 전쟁이 다 끝나는게 아닌가요??? 19 김백호2006-02-07 23:45:58 매너모드님, 약간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글을 쓰라는 뜻으로 해석하겠습니다. 궁상자님, 감사합니다. 바레이타님, 네, 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라르디노님, 후속작, 사랑가 -뱀과 이리의 노래-의 무대는 현실입니다. 자세한 시놉시스는 공개할 수 없지만, 아스크가 죽음, 사랑, 정의처럼 조금은 서정적이고, 추상적인 주제를 내세웠다면, 뱀과 이리의 노래는 길들여지지 않는 정신(Rock)과 폭력, 섹스, 즉, 손에 잡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글이 될 듯 합니다. 전체적으론 아스크보단 가볍지만, 더 거친 글, 아마도 19금의 선에서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아스크의 결말은 처음 잡았던 시놉시스 그대로 밀고 나갈 예정입니다. 발할라에서의 이야기가 끝이다보니 인간들의 전쟁은 시작되지 않죠. 20 쾌인2006-02-07 23:52:00 아 후속작까지..^^ 기대되는 백호님 ㅋㅋ 건필하세요!! 21 캘시퍼2006-02-07 23:59:56 아스크 2부든, 다른 새로운 이야기이든.. 상관없답니다. 그냥 앞으로도 김백호님 글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만족~! 그러면, 앞으로도 선작 제일 윗자리는 고정되어버리겠네요. 흠.. ^^ 22 크리노아2006-02-08 00:18:22 잘 보고 갑니다. 23 칼로쓰는글2006-02-08 00:23:20 건필하세요. 24 소검무제2006-02-08 00:25:51 잘 보고 갑니다. 25 緋色の空2006-02-08 00:52:33 건필하세요! 26 ETERNITY2006-02-08 00:55:05 잘 읽고 갑니다 후속작도 기대할께요 ~ 27 오스칼2006-02-08 02:11:41 [del] 너무 재밌어요ㅋㅋ 정말 작가님 존경합니다. 이런글써주셔서 감사하고 이렇게 재밌는거 정말 오랜만입니다. 제가 재밌다고 느낀 소설은. 사이케델리아, 가즈나이트, 데로드앤드 데블랑 이3개뿐이지만. 이제 4개가 되네요. 정말 감사드려요ㅎ 28 상상소년2006-02-08 12:41:06 ㅎㅎ 2부도 기대되내요... 잘 읽고 가요~ ^-^;;ㅎ 29 잠이와요;;2006-02-08 14:11:38 아우 담편 기다릴께요 ㅎㅎㅎ 30 Sangel22006-02-08 15:36:59 다음편 더더더더욱 기대되는 군요!!! 잘보고 갑니다! 31 Σ비호란™2006-02-08 16:35:44 잘보고갑니다^^. 32 주정2006-02-08 17:49:57 지배해버리는게야~!!! 으핫핫핫! 무릎 꿇어라~ 주인님이라고 불러라~! 33 곰턍이2006-02-08 22:25:23 우오오오오 사랑가!! 아주 감사하신 말씀입니다!!! 34 겜소설폐인2006-02-08 23:52:35 잘보고 갑니다.... 내용이 보면 볼수록 딸려 들어가네요..ㅋㅋ 넘 잼써요... 연참대선 나가신다니까 더욱 기분 좋고요... 힘내서 탈락 되지 마세요!!ㅋㅋ 화팅!!ㅋ 35 破邪神劍2006-02-09 08:25:08 후속작도 기대되는군요^^ 엠블라 녀석 스콜을 사랑하게 되는건 아닌지 ㅎㅎ 36 노란병아리2006-02-09 18:29:42 즐겁게 보고 갑니다. 37 조은세상。2006-02-09 19:30:41 캬~ 바로 후속작이 나올수도 잇다니 환상이네요~^^ 38 김백호2006-02-09 20:15:35 쾌인님, 네, 기대해주세요. 아스크도 최선을 다하면서 적었지만, 더욱 힘을 주고 있습니다. 캘시퍼님, 쿨럭, 그렇게까지 믿어주시니, 반드시 좋은 모습으로 뵈어야겠지요. 스스로에게 채찍질중... 크리노아님,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칼로쓰는글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소검무제님, 감사합니다. 緋色の空님, 반드시 건필해보이겠습니다! ETERNITY님, 아마도 아스크보단 편하게 와닿을 듯 합니다^^ 오스칼님, 쿨럭, 과찬이십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적으란 뜻으로 알고 분발하겠습니다. 상상소년님, 일단은 후속작부터 연재할 생각입니다^^; 잠이와요;;님, 네, 지금 올려드립니다. Sangel2님, 아스크는 너무 기대하진 마세요. 혹시 소피아때문입니까? Σ비호란™님, 네, 댓글 감사합니다. 주정님은 왠지 무섭습니다. SM이 생각나는군요. 쿨럭... 곰턍이님, 음, 한번 - 프롤로그 -부분만이라도 올려보고 싶군요. 겜소설폐인님, 감사합니다. 이번으로 4번째 연참대전 참가라죠. 꼭 살아남아야겠죠. 破邪神劍님, 그럼 스콜은 바람둥이처럼 보일 것 같아서요^^; 노란병아리님, 감사합니다. 조은세상。님, 쿨럭, 환상까지는 그냥 글이 좋아서 적는거죠. 39 火狼2006-02-23 14:29:24 스콜은 가는곳마다 여자가..ㅡㅡ 40 김백호2006-02-23 18:35:57 하하하, 세상이 그런거죠^^ 41 쾌감조루2006-02-24 07:06:02 즐감했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1화 [55]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79화 [57]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09 20:23:58 고친날 2006-02-09 20:23:58 읽은수 1450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1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31화 격돌(激突)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옷을 입은 여인, 붉은 가죽옷은 흑발과 매혹적인 눈매와 어우러져 매우 도발적인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주위에 시선을 단번에 끌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은 지금 근심에 사로잡혀있었다. 차원의 소용돌이에서 오라버니의 손을 놓쳐버리면서 잠시 정신을 잃어버렸다. 눈을 떠보니 몽환적인 느낌의 새파란 숲 속이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라르크신전에서 함께 이곳까지 온 많은 사람들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쓰러져있거나 숲 속을 살피고 있는 듯 했다. 바로 옆엔 아직 깨어나지 못한 시엘과 엉거주춤 앉아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듀란이 있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자신들이 떨어진 곳이 어디인지 살피는 이사벨,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서 태양에 비춰 보는 프레키, 나무에 기대어서 눈을 감고 있는 자드키엘, 그 옆에 스카디, 안면이 있는 그 사람들 중에 한 남자만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똥꼬, 스콜오라버니는?" "모르겠어요. 지금 현자님께서 인원체크를 하고 계신데 딱 한명만 없다고 하던데요." 인간들 중에 유일하게 이곳을 두 번째 찾게 된 현자, 다리 하나를 악마에게 빼앗겨버린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결국 모든 인원이 한곳에 떨어졌지만, 그 남자만 제외가 되어버렸다. 이곳에 있는 모르는 사람들이야 이름도 없는 용병 하나가 발할라의 다른 곳으로 떨어져버린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한 눈치를 보였지만, 그 남자의 정체가 용병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로서는 절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점이었다. "언니, 이곳이 발할라야?" 시엘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새파란 잎들로 꾸며진 숲 속이 신기한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피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좀 더 숲 속을 둘러보던 시엘이 의아한 듯 입을 열었다. "언니, 스콜오빠는?" 소피아는 그 대신에 들고 있던 키타라를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스콜오라버니만 따로 떨어진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는 확실히 평소와는 달리 무거웠다. 어두웠다. 걱정이 되는 것이다. 발할라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단 하나 짐작 가는 것이라면 우연은 아니라는 거다. 어떠한 존재가 손을 뻗은 것 기분이었다. 그러한 기분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스콜오빠가 없으면 어떻게 해요?" "음, 일단 자드키엘오라버니한테 물어봐야지. 자드키엘오라버니!" 소피아의 목소리를 듣고, 저편 나무에서 기대어 있던 잿빛 피부를 가진 남자가 천천히 눈을 뜨며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스콜오라버니만 따로 떨어진 거 맞죠?" 그녀가 다그침을 듣고 자드키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양이 내리쬐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발할라에서 가장 무서운 점이 이것이었다. 대륙의 대부분이 숲으로 되어있고, 악마인 자신조차도 일체 카르마를 느낄 수 없었다. 적을 언제 만날지 예상할 수도 없을뿐더러 동료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지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일단 우리는 지옥의 문으로 향한다." "그럼 스콜오라버니는요?"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스콜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를 제외한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덤벼도 그 남자 하나보다 약한 게 사실이니까, 오히려 스콜보다는 우리가 걱정이다." 인간들 중에선 충분한 강한 자들이지만, 발할라에서 먹힌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일행, 차분하게 현실을 얘기한 자드키엘은 모든 인원들이 일어났음을 확인하고, 북쪽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숲 속에서 그들을 주시하고 있는 듯 한 눈빛이 느껴졌다. 쉬익! 카르마를 느꼈다기보다는 감에 의지해서 자드키엘은 바로 옆에 있는 스카디의 허리춤에 차여있던 단검을 뽑아서 던졌다. 사사삭! 단검이 날아간 쪽에서 숲 풀을 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숲 속에 떨어진 일행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한손을 자신들의 무기에 가져갔다. 숲 풀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 흔들리던 숲 풀을 헤치고 몇몇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그 아름다운 모습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기했다. 그림에서만 접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아름다운 사람이 실제로 걸어 다니고 있었다. 물론 그들 곁에 있던 소피아도 평범한 외모라고는 봐주기 힘들 정도였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인간으로서 현실적인 아름답다는 느낌이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왠지 동화적인 느낌이 강했다. 뾰족한 귀와 조금은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남녀들이 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자들, 그 중에서 가장 앞으로 나온 남자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눈부신 금발에 여성처럼 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 그윽한 눈길과 오뚝한 콧날,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꽉 다물어진 입술과 조각 같은 턱선, 참으로 이상적인 외모를 가진 남자였다. "엘프다." 자드키엘도 평범한 인간들보단 훨씬 뛰어난 외모를 가졌지만, 결정적으로 피부색깔이 그의 미(美)를 누그러뜨렸다. 게다가 눈빛이 항상 살기로 넘쳐서 아름답다보다는 무섭다는 느낌을 먼저 안겨다주었다. 그런데 반해 엘프들은 인간의 시각에서 보면 절대적인 미를 추구하고 있었다. 여성들도 대부분 170cm가 넘어서 듀란과 비슷한 키를 하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작은 키의 시엘은 난장이가 되어버렸다. "중간대륙에서 오셨습니까? 무슨 용무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까?" 가장 앞서 있던 엘프는 의외로 정중한 말투를 구사했다. 소설에서 엘프를 묘사할 때면 항상 타 종족에 대해 배타적인 시선을 가졌다고 묘사하지만, 결국 그것은 인간의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엘프의 태도는 우아하고 고귀한 기품이 묻어있었다. 눈빛도 서글서글해서 이상적인 외모를 가졌음에도 왠지 친근감이 갔다. "지옥의 문을 닫기 위해서 왔소." 엘프의 질문에 앞으로 다가가니 정말 작달막해 보이는 현자, 고트프리트 폰 스트라스부르크가 대답을 했다. "문을 닫는다고요?" "그렇소." 현자의 말을 듣고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호의적인 눈빛을 보내던 엘프들 사이에서 조금은 부정적인 빛깔이 피어나는 듯 했다. "지옥의 문을 닫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것은 중요한 얘기였다. 생각해보니 현자는 바보같이 지옥의 문을 어떻게 닫는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지옥의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한 것만으로 엘프들의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혹시?" 뒷말을 하려다가 현자는 눈치를 보며 엘프에게 다가가서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소곤소곤 얘기했다. "혹시, 발할라가 무너진다던지,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희생돼야 한다든지, 피할 수 없는 희생이 따르는가?" 늙은 현자의 말에 엘프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절반은 맞은 것이다. 지옥의 문을 닫기 위해선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의 영혼이 빗장이 되어야 했다. "허!" 설마하며 말했던 추리가 맞아 떨어지자 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곳까지 오셨으니 저희들이 사는 백금성으로 초대하는 게 예의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형식적으로나마 장로님의 허락이 필요하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들은 인간들이 예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친절했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거리를 둔 건 오히려 인간들이었다. "그럼 부탁하겠소." 현자는 그렇게 말하며 생각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지옥의 문으로 향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희생이 따른다. 시엘공주를 지키기 위해 이곳까지 왔는데, 결국 그녀가 죽어야 된다. 그러한 현실이 현자의 앞길을 막막하게 만들었다.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 보인 엘프들이 다시 숲 속으로 사라져버리자 일행은 잠시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쉬기로 했다. "배고픈데, 밥이라도 먹을까?" 차원의 소용돌이를 통해 눈 깜짝할 사이에 온 것 같았지만, 실제론 반나절이 넘게 흘러가있었다. 그 증거로 라르크신전에선 분명 밤이었는데, 지금 태양은 중천에 떠있었다. 듀란의 몸은 솔직했다. 배가 꼬르륵거리며 밥을 달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똥꼬, 내가 요리해줄까?" 시엘이 정답게 웃으면서 답한다. 순간 듀란은 소피아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지만, 아쉽게도 지금 그녀는 요리를 할만한 의욕이 없어보였다. 스콜이라도 있다면 물론 얘기는 달라졌다. 차마 거절은 할 수 없는 듀란으로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스콜을 찾아내든 안 그럼 시엘의 요리를 먹어야만 했다. 조금 웃긴 건 자드키엘마저도 시엘의 요리는 두려운지 은근슬쩍 스카디와 함께 자리를 떠버렸다는 것이다. 꼼짝없이 듀란과 프레키만이 시엘의 요리를 시식하게 돼버렸다. 지글지글! 시엘이 요리를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먹기 전보다 지금 이 시간이 더 괴로웠다. "왠지 피 말리지 않냐?" 듀란이 옆에 있는 프레키한테만 들릴 정도로 소곤거렸다. 왜 피가 마르지 않겠느냐? 프레키도 이미 시엘의 요리솜씨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그도 자드키엘을 따라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녀가 공주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충신으로 이름 높은 발라스칼프가문의 자제가 공주님이 직접 해주시는 요리를 피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싫든, 좋든 먹어야만 했다. 그렇게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시엘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큼지막한 접시에 주먹만한 미트볼 같은 요리를 해왔다. "오호~" 듀란, 매번 당하면서도 시엘의 요리에서 풍기는 향기로운 냄새에 의외라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시엘, 요리솜씨 늘은 것 같은데?" "후훗, 먹어봐." 시엘이 이번만은 자신 있는 표정을 지으며 먹기를 권했다. 이번엔 뭘까 하는 걱정으로 울상을 짓고 있던 듀란도 이런 숲 속에서는 먹을 수 없는 만찬과도 같은 미트볼을 보며 그녀가 건네준 포크로 살며시 집었다. 포크가 미트볼에 박히자 양쪽에서 하얀색과 검은색의 액체가 찔끔 흘러나왔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저기, 혹시 시엘, 이 요리 이름이 뭐야?" "응? 귀엽고 깜찍한 시엘의 특제 미트볼." 재료를 물은 거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같았다. 그래도 든든한 동료가 있었다. 시엘 대신 프레키가 그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우유랑 초콜릿이다." 미식가 프레키, 그는 먹기 전에 이미 하얀 액체와 검은 액체의 재료를 맞출 정도로 뛰어난 시각과 후각을 가지고 있었다. 프레키는 솔직히 감탄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굉장한 솜씨다. 미트볼 안에 우유랑 초콜릿이 한쪽씩 차지하며 전혀 섞여있지가 않았다. 아마도 튀김 속에 있는 고기가 열쇠인 듯 했다. 프레키는 미트볼을 코에 가져다가 냄새를 맡더니 시엘에겐 보이지 않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생선이다." 먹기도 전에 요리의 재료 맞춰대는 프레키의 능력도 놀랍지만, 그보다 듀란은 생선에 우유랑 초콜릿을 곁들여서 튀겨낼 요리를 생각해낸 시엘의 창조성에 더욱 놀랐다. 우유랑 초콜릿은 나름대로 밸런스가 맞다. 하지만 중간에 생선이 끼며 굉장한 언밸런스가 되어버린다. 이런 난감한 조합도 없을 것이다. '무슨 맛이 날까?' 미식가로서의 탐구정신, 조금 고민하던 표정을 짓고 있던 프레키가 먼저 주먹만한 미트볼을 한입에 넣었다. 그리고 몇 번 씹어서 삼키더니 결국 괴이한 신음소리를 내며 양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크윽, 아, 아, 아, 아, 기." 언뜻 듣기엔 '아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똥꼬, 어서 먹어봐." 옆에서 프레키가 참기 힘든지 괴로워하고 있는데, 시엘은 모른 척하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듀란에게 주먹만한 미트볼을 먹기를 권하고 있었다. 무서울 정도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눈 딱 감고 먹어야 했다. 듀란은 왠지 서러워졌다. 그는 눈물이 날려는 걸 꾹 참으며 미트볼을 입안에 넣고, 몇 번 씹지도 않고, 그냥 삼켜버렸다. "크헉, 아, 아, 아, 아, 기." 프레키와 똑같은 신음소리, 듀란은 그때서야 그가 왜 이런 신음소리를 냈는지 깨달았다. 첫 번째 지독하게 뜨거웠다. 그리고 두 번째 맛은 제쳐두고라도 생선뼈를 추리지 않아서 송곳처럼 날카롭고 굵직한 게 목구멍을 찌르고 있었다. 그랬다. '아기'가 아니라 '암기'였다. 미트볼은 살상력이 뛰어난 생선뼈를 감추기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저번엔 독, 이번엔 암기, 시엘의 요리는 날이 갈수록 극악해지고 있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화부터 아스크의 세번째 싸움, 베헤모스와의 싸움이 시작되서 이번화는 잠시 쉬어가는 화였습니다. 그럼 연참대전에서 뵙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드라카2006-02-09 20:28:59 오호 1등? 2 현윤2006-02-09 20:29:21 건필하세요 3 구정물2006-02-09 20:31:24 오~ 건필 하세요~ 4 카리리2006-02-09 20:32:43 잘 보고 갑니다 5 몽몽2006-02-09 20:35:27 잘보고갑니다^^ 6 무량상인2006-02-09 20:39:14 암기,,,, 7 미캉엘2006-02-09 20:39:50 건필하세요~~ 8 루　카2006-02-09 20:40:15 아..암기..(덜덜덜) 9 신우성2006-02-09 20:46:13 오우 ~ 10위건 ㅋㅋ 10 블래스터2006-02-09 20:46:21 ㅋㅋㅋ 극악 11 巨時期2006-02-09 20:47:09 암기... 살수의 기질이 보이는군요. 12 카이렌2006-02-09 20:53:35 아... 암기 최고군요... 누구누구보다 리버티의 살수가 되기 적합하군요 시엘... 잘 보고 갑니다. 13 冥王2006-02-09 20:58:47 시엘은 무섭군..후후 14 김백호2006-02-09 21:08:08 드라카님, 1등, 축하드립니다-_-;; 현윤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구정물님, 네, 이제 연참대전인데 건필해야죠! 카리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몽몽님도 감사합니다. 무량상인님, 사실 시엘은 사천당문의 소공녀였는데, 폭풍우에 휩쓸려서 중간대륙으로 오게 되었다죠. 미캉엘님, 네,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루카님, 드시고 싶으십니까? 시엘 배달 가능하답니다. 신우성님, 쿨럭, 제 글은 10위권은 굳이,,, 하하하. 블래스터님도 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배달 가능합니다. 巨時期님, 앞에서도 밝혔듯이 사천당문출신입니다. 미향사미(迷香死味:매혹적인 향기 아래 죽음의 맛) 시엘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죠. 카이렌님, 리버티의 작은 고추 롤랑이나 똥꼬 듀란은 상대도 안되죠. 시엘을 어찌보고 비교를 하신단 말씀이십니까! 冥王님, 제가 생각할 땐 듀란보다 더 코믹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15 엠프티니스2006-02-09 21:12:28 저번에..카프지엘이 시엘표 극독에 쓰러졌었으니.. 훔... 날이 갈 수록 느는 시엘의 요리 솜씨에 의해... 지옥의 군주중 한명은...시엘의 손에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새록새록 들기 시작하네요 ㅋㅋ 16 데스카2006-02-09 21:15:53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제 아이리스가 뭔가하는 여자랑 그 선생인가 뭔가하는 그 선생이랑 잊혀진 인물들이 많네요. 너무 잊혀지도 안좋은데...크크크 독자들의 마음에서 점점 멀어진다라고 할까나... 그럼..수고하세요. 17 성혼(聖魂)2006-02-09 21:38:59 잘읽었습니다.. 원하는 고등학교 붙어서 기분좋았는데^^ 오랜만에 글을 보니 더 좋아지네요 18 카이렌2006-02-09 21:41:18 음.. 아.. 그리고.. 내일 알바트로스 판타지 문학대상 공모...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글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19 천성패왕2006-02-09 21:42:43 언제나 건필하세요~~~ 20 김백호2006-02-09 22:24:00 엠프티니스님, 지옥의 군주들은 만독불침이라서 아무리 사천당문의 소공녀 시엘만이 가진 절기, 만천화우를 쓰더라도 통하지 않습니다. 아쉽습니다. 데스카님, 네, 아이리스는 자격미달로 발할라로 못 올라왔답니다. 그런데 루브룸여교사 이사벨 크리스티나는 살짝 나왔죠. 나무위에 올라가서 전망을 살피는 모습만... 아마 활약도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혼(聖魂)님, 축하드립니다. 고등학교때는 실컷 노는 겁니다! 화이팅! 카이렌님, 네, 내일 알바트로스가 있죠. 10월달에 거기에 공모를 했다죠. 그런데 1,2권분량으로 공모를 한거라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아스크의 시작은 뭐니뭐니해도 지옥의 군주들과의 싸움부터인데, 2권끝날때부터 시작되죠. 천성패왕님,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21 대사자2006-02-09 22:29:58 수고하세요 ^^ 22 매너모드2006-02-09 22:33:29 돌겠다 -_- 극악한 요리 방법은 도대체 누구에게 배우는 것이냐~?!?!? 23 김백호2006-02-09 22:55:29 대사자님, 네, 감사합니다. 매너모드님, 하하하, 실수겠죠. 설마 일부러 그랬겠습니까? 24 오스칼2006-02-09 23:23:34 으..요리가 살인무기가 될수있구나= = ㅋㅋㅋ 25 폭주전차2006-02-09 23:26:08 흠..... 독약을 만들든 암기를 만들든 다좋으니 해줄 사람이나 있었으면..... 찬바람이 포신을 스치며 울고 가네요...ㅋㅋ 26 당근이지~2006-02-09 23:37:34 무...무섭다..시엘..원츄!~ 27 잠이와요;;2006-02-09 23:46:35 아 스콜 혼자 떨어 진 것이였군 모두다 흩어진줄알았는뎅 28 캘시퍼2006-02-09 23:52:46 흐흐~ 쉬어가는 페이지.. 임무완수한듯. 크크~ 잘 웃었습니다 ^^ 29 소면살우2006-02-10 01:08:35 암기...-_-;;; 시엘의 심리전은 암살자를 가볍게 농락하는군요;;;; 30 칼로쓰는글2006-02-10 01:16:10 허..암기라... 무림으로 치면 시엘은 당가에서도 고위층에 위치할 듯... 요리에 독과 암기를 담아내는... 31 파진찬2006-02-10 01:57:54 대단하군요... 그나저나 초콜릿과 우유 생선의 조합이라? 정말 궁금하네요... 혹시 먹어본 사람이 있다면 맛을점.... 알려주시면 ㅋ 32 문휴2006-02-10 03:42:01 간만에 댓글 남겨봅니다... 진지하고 암울하던 분위기를 한번에 업 시켜주는...... 아.... 글구 바로 위에 파진찬님... 세가지의 조합은 아니지만....쵸코우유에 생선의 조합맛은 아는데..... 전에 생선구이(어종은 잊어먹었음) 먹으면서 마셨던 초코우유의 맛.... 머~~~~ 소주에 밥 말아드실 수 있을 정도의 위장을 가지셨다면 한번쯤 권해드리고 싶네요. 33 朔月2006-02-10 08:08:30 엘테미아에 버금가는 요리실력이군요 ;;;; 34 노란병아리2006-02-10 08:37:11 ㅋㅋㅋㅋㅋㅋ 35 緋色の空2006-02-10 08:45:26 건필하세요! 36 질라르디노2006-02-10 09:44:06 이젠 진짜 지옥을 정복해야 되는건가?ㅋㅋ 건필하세요^^ 37 Σ비호란™2006-02-10 10:04:27 잘보고갑니다^^ 38 천심天心2006-02-10 11:46:59 무서운 것... ㅡㅡ! 시엘 넌 악마닷! 39 破邪神劍2006-02-10 11:57:52 아스크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소피아와 시엘이 아닐지..;;; 40 파란2006-02-10 13:29:41 아하 역시 요리는 인생의 적이였군요 41 Sangel22006-02-10 14:32:05 아...아..아..기 ㅎㅎ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42 오스칼2006-02-10 14:46:04 [del] 작가님 오늘도 써주세요. 보고싶어요ㅎㅎ 언능 올리주3~ 43 궁상자2006-02-10 16:03:24 잘 보고 갑니다!! 44 챌린저a2006-02-10 16:17:56 아기 -_-;; 이제 다음화부터는 싸우는 장면이 많아지겠군요. 후훗! 45 상상소년2006-02-10 19:36:22 ㅋㅋ 시엘 가공적이군요;ㅁ; 요리 한번 먹고싶..;;; 어요 ㅋ 46 血死魔人2006-02-10 19:50:17 .....아이디어만.. 이번 연참대전 꼭 참여하시는겝니다 <- 47 캬캬2006-02-11 02:58:48 재밌어요!! 건필하세요^^ 48 김백호2006-02-11 21:04:34 오스칼님, 그렇죠. 저희 어머니도 살인무기를 가끔 만드십니다. 남은 요리를 모아서 정체불명의 요리를 만드시죠. 폭주전차님, 음, 개인적으로 반대입니다. 여자는 요리를 잘해야합니다. 3개월 넘게 김치볶음밥만 먹어보시면 느낍니다. 당근이지~님, 하하하, 시엘이 왠지 이번화로 개성을 얻은 듯 하군요. 잠이와요;;님, 네, 스콜만 왕따가 되어버렸습니다. 캘시퍼님, 즐겁게 보신 듯 해서 뿌듯하군요. 다음화부터 달려야겠죠. 소면살우님, 어디까지나 실수죠. 하하, 시엘, 쭈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을 듯... 칼로쓰는글님, 사천당문의 여식일지도...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처럼 폭풍에 휩쓸려서... 파진찬님, 저도 아직 못 먹어봤습니다. 왠지 알아선 안될 것 같군요. 문휴님, 생선우유조림은 있다고는 들어본 것도 같습니다. 왠지 맛은 좀... 朔月님, 엘테미아가 누군지 잘 모릅니다. 무서운 사람같군요. 노란병아리님, 병아리 발자국 남기세요!!! 緋色の空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질라르디노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옥은 너무 넓습니다. 남은 분량이 이제 한권분량밖에 없답니다. 후훗. Σ비호란™님, 댓글 감사합니다. 천심天心님, 버럭! 시엘은 악마가 아닙니다! 破邪神劍님,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말씀이군요. 파란님, 네, 아마도 숙제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Sangel2님, 후훗, 감사합니다. 오스칼님, 죄송합니다. 실은 다른 글도 몰래몰래 적고 있는 형편이라서요. 궁상자님, 네, 댓글 감사합니다. 챌린저a님, 그렇죠. 다음화부터는 싸우는 장면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상상소년님, 정말로 먹고 싶으십니까? 그냥 밥그릇에 생선 토막을 내서 우유넣고, 초코릿 녹여서 넣고, 대충 믹스하세요. 그리고 튀겨서 드셔보세요. 말만 해도 왠지 속이... 血死魔人님, 네, 다음화부터 연참대전 시작입니다. 캬캬님, 댓글 감사합니다. 열심히 적겠습니다. 49 소검무제2006-02-13 08:54:40 잘 보고 갑니다. 50 륜.2006-02-19 23:51:53 생선... 작가님이 바라시는 음식이 아닐런지 흐흐;; 51 카미드2006-02-22 20:00:27 생선;;;;;;;;;;;;;;;;;;;;; 52 火狼2006-02-23 14:33:44 시엘 점점 극악.. 53 한가한백수2006-02-24 02:28:33 무서운아이... 54 쾌감조루2006-02-24 07:18:09 ㅎㅎㅎ 무서운건 먹으면 고통?이 따른다는걸 알면서도 먹어야 되는 사실이죠... 역시 가장 무섭고 때론 가장 강하며 두려운건 사랑이죠 ㅎ 프레키 같은 경우는 듀란의 대한 사랑? 일까요? 남색? ㅋ 55 김백호2006-02-24 07:37:30 네, 기다리는 시간이 더 피가 마르겠죠. 오히려 먹고 나면 안식을...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2화 [41]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0화 [41]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11 21:14:29 고친날 2006-02-11 23:31:10 읽은수 1408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2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새파란 잎사귀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린다. 그 사이로 햇살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백금성이 보인다.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간 이사벨은 신대륙이라고 할 수 있는 발할라의 신비로운 풍경에 푹 빠져있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보고 있던 남부미인, 이사벨 크리스티나의 시야에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 변화가 포착되었다. 마치 두더지가 달려오는 것처럼 땅이 볼록하게 튀어나오면서 길을 만들고 있다. 심상치 않은 속도, 카르마를 느낄 수 없었기에 적이라고 쉽게 단언할 수는 없었지만, 경계를 게을리 해서 좋을 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묵 빛의 세련되어 보이는 갑옷을 입었음에도 날렵한 몸놀림으로 곧장 나무에서 내려온 그녀는 발할라원정대의 리드하고 있는 현자 고트프리트에게 이 사실을 고했다. 물론 빠른 대처였지만, 그들이 완벽하게 대비를 하기에는 땅속을 파면서 다가오는 생명체의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적의 습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네! 경계하도록 하게나!" 현자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스카디와 함께 나무에 기대어있던 자드키엘은 천천히 눈을 떴다. 분명 이곳 발할라는 카르마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곳이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습격을 당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습격이라니?' 만약 방금 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곳을 습격하려는 무리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숲의 종족이라고 불리는 엘프들, 그들이 아니라면 악마들 중에서도 폭식의 도시를 다스리는 군주일 가능성이 높았다. 4층의 군주인 수왕 베헤모스와 무한의 목숨을 가졌다고 알려진, 실제론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진 레비아탄은 카르마보다는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난 편에 속했다. 그들의 후각은 인간의 개념으로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발달되어서 발할라 어디에 있더라도 발할라원정대의 체취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엘프들이 자신들을 공격한다는 건 조금 지나친 추측이라고 봤을 때 적은 베헤모스나 레비아탄, 둘 중에 하나임에 분명했다. 자드키엘의 그러한 계산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두더지처럼 땅속을 뚫고, 일행이 모여 있는 중심에서 뛰어오른 인영, 하늘 높이 뛰어올라서 태양빛으로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훌륭한 곡선을 가진 여인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탁! 땅에 착지한 그녀, 옷은 입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야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온몸이 비늘로 덮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징그럽다고 평해야 될 것 같은 외모였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전사들의 시선은 여성의 비밀스러운 부분보다는 얼굴로 향하고 있었다. "아아!" 흉악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사납게 생긴 얼굴과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실뱀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니, 실뱀이었다. "얼굴을 보지 마라! 석화된다!" 자드키엘이 상대가 레비아탄임을 알아채자마자 재빨리 소리쳤지만,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여인이 땅에 착지하는 동시에 이곳에 있던 수많은 남자들이 한순간에 돌덩이로 변해버린 것이다. 레비아탄이 가장 무서운 점은 아홉의 목숨을 가졌다는 사실과, 강식의 정의로 자신보다 약하면서 다른 성(性)을 가진 자가 자신의 얼굴을 봤을 경우 예외 없이 석화마법에 걸리게 만드는 마력에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유롭게 보였던 새파란 숲 속에 수십 구의 돌덩이들이 생겨나버렸다. 물론 전부 돌로 변해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녀와 비등한 위치에 있는 자드키엘과, 여성들, 그리고 용케도 얼굴은 보지 않고, 그녀의 가슴에 초점을 맞춘 듀란과 프레키, 현자가 돌로 변하지 않았다. 셋은 오히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고개는 레비아탄에게 돌렸는데, 그들은 돌이 되지 않았고, 그들을 제외한 모든 남자들은 정직하게 돌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른 남자들이 그녀의 얼굴을 볼 때 그들은 그녀의 얼굴이 아닌 다른 곳을 보았다는 사실이 들통나버렸다. '변태! 똥꼬!' 시엘은 듀란이 석화마법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 그의 엉큼함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면서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레비아탄에 대해 대항책을 구상해야만 했다. "언니, 거울 있어요?" "거울은 왜?" 다급한 순간에 시엘은 생뚱맞게도 거울을 찾고 있다. 물론 그녀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언젠가 황립도서관에서 읽은 소설책을 떠올린 것이다. 자신의 얼굴을 보는 사람을 전부 돌로 만들어버리는 뱀의 머리카락을 한 여인, 그녀는 결국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돌이 되어버렸다고 적혀있었다. "거울을 비추면 돌이 되지 않을까요?" 시엘이 예리하게 물었지만, 조금 생각에 잠겨있던 소피아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사복검을 뽑아들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아닐 거야. 우리는 얼굴을 보고 있어도 멀쩡한데, 남자들만 돌이 되어버렸잖아. 아마도 저 여자와 성별이 같기 때문에 돌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즉, 저 여자도 자신의 얼굴을 본다고 해서 돌이 되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지." 소피아의 추리는 정답이었다. 맞서 싸우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게 결의를 다졌지만, 땅에 착지해서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레비아탄은 재빨리 눈을 감고 있는 세 남자와 힘이 없어 보이는 여성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자드키엘!' 그녀의 시선은 오직 한 남자, 조각처럼 완벽한 외모에 타오르는 불길처럼, 또는 시퍼런 칼날처럼 매서운 눈매를 하고 있는 잿빛 피부의 악마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레비아탄이 몇 걸음 걸어오더니 침묵한 채 자신을 노려보는 자드키엘을 보고 비웃음을 지어보였다. "흥, 베헤모스한테 부탁을 받고, 내심 기대하고 왔더니, 시작도 하기 전에 전부 돌로 변해버린 거야? 결국 남은 건 허약한 여자들이랑 네 녀석뿐이군." 그들에게 있어서 암담한 상황을 비꼬는 말이었다. 그러나 자드키엘은 그 정도 도발에 넘어갈 정도로 가벼운 성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그녀의 비웃음을 흉내 내고 있었다. 사실 자드키엘은 타락천사 벨리알도, 아슈타파다의 주인 마몬도 모두 그의 손으로 처리하고 싶어 했다. 다만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스콜에게 양보를 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양보를 할 필요가 없었다. "아쉽게도 이 몸이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너에게 있어선 불행이다. 뭐, 직접 가르쳐주마." 자드키엘의 자신 있는 대답에 레비아탄은 콧방귀를 뀌었다. "글쎄,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을까?" 그 말을 던지면서 레비아탄은 숨쉴 틈을 주지 않고 빛살처럼 달려왔다. 바로 앞까지 달려온 그녀가 번뜩이는 손톱을 휘두른다. 휘익! 베어지는 바람소리마저 무서운 공격이었다. 물론 자드키엘은 재빨리 물러서며 피해냈지만, 레비아탄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입을 벌려서 끝이 살짝 갈라진 혀를 쑥 내밀자 녹색액체가 함께 쏘아졌다. '독!' 그 액이 입고 있는 정복의 상의에 닿자마자 옷은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드키엘은 얼른 상의를 벗어서 던져버렸다. 물론 그러한 틈을 레비아탄은 버리지 않았다. 손을 뻗는다. 닿지 못할 거리로 보였는데 놀랍게도 그녀의 손은 고무처럼 쭉 늘어났다. 곧 레비아탄의 손아귀에 자드키엘은 머리통을 붙잡힐 수밖에 없었다. "크큭, 허접하군." 그녀가 비웃으며 고무처럼 늘어날 팔을 채찍처럼 휘두르자, 머리통이 잡혀있던 자드키엘의 몸도 따라서 던져질 수밖에 없었다. 콰쾅! 숲 속의 자라난 굵직한 나무를 부셔버릴 정도로 크게 부딪혀버린 자드키엘은 한줄기의 선혈을 흘리면서도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아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다!' 그의 예상대로 레비아탄의 공격은 지독스럽게 연계되고 있었다. 한손으로 목을 힘껏 누르며 다른 손으론 자드키엘의 머리를 반으로 자를 듯이 내리치고 있었다. 살벌한 공격, 지옥의 군주들은 우습게 볼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다. 허나, 자드키엘 역시 곱게 당할만한 그릇은 아니다.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목을 조르고 있는 팔뚝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하압!" 대기와 나뭇잎, 그리고 나무, 땅과 흙, 돌멩이, 그 어떤 것도 그것만으로 폭발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러나 자드키엘의 기합소리와 함께 재앙 같은 폭발이 일어났고, 그 충격에 레비아탄은 목을 조르고 있던 한팔을 잃어버리며 뒤로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폭발은 바로 자드키엘이 날개를 펼치는 충격에 의한 것이었다. 3쌍의 검은 깃털의 날개를 활짝 펼친 자드키엘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하나 잃고 땅바닥을 쓰러진 레비아탄을 향해 날아갔다. 찌익! 쩍! 살점을 뜯어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땅바닥에 쓰러진 레비아탄을 두 무릎으로 찍은 자드키엘,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양쪽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뜯어내었다. "커헉!" "크크큭, 감히 나에게 허접하다고 했나? 레비아탄!" 살기와 광기가 처절하게 묻어있는 자드키엘은 무섭게 그녀를 노려보며 몸통을 분해하고 있었다. 마치 사마귀가 메뚜기를 잡아먹듯 잔혹하게 뜯고 있었다. "끼아악!" 비명과도 같은 기합소리, 방금 전 자드키엘이 일으켰던 폭발 같은 것이 레비아탄의 몸에서도 터져 나왔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흙먼지가 잔뜩 일어났고, 자드키엘은 일단 몸을 추스르며 뒤로 물러났다. 짙은 흙먼지가 가라앉자 손에 땀을 쥐며 치열한 싸움을 지켜봤던 여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레비아탄의 몸, 만신창이가 되었어야 정상인데, 멀쩡했다. 작은 상처하나 입지 않았던 것이다. 자드키엘도 방금 전의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조금 놀란 것 같군. 어때? 부럽냐? 나의 불사의 육체가!" "치!" 자드키엘은 더럽다는 듯이 땅바닥에 침을 뱉으며 두 번째 대결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군. 분명 릴리스님의 명령으로 우리는 봉인이 풀렸다. 그런데 어째서 네 녀석 하나 쓰러뜨리지 못하는 거지?" 스스로에게 묻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자드키엘은 어리석은 레비아탄의 머리를 비웃었다. "왜 웃는 거냐?" "방금 봉인이 풀렸다고 말했나?" "그래, 그게 뭐가 우습지?" 자드키엘은 더 큰 웃음소리를 냈다. "넌 바보냐? 너의 적이기 전에 이 몸은 7층의 악마다! 위대한 루시퍼님의 후예란 말이다! 내가 무슨 정의의 용사라도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거냐?" 자드키엘의 말을 듣기 전까지 솔직히 그 생각을 못했던 레비아탄은 인상을 구겼다. 깜빡하고 있었다. 그 역시 악마라는 사실을, 그리고 봉인의 해택을 가장 많이 보는 루시퍼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흥, 그럼 이제 봐줄 필요가 없겠군. 전력을 다해주마." "네가 전력을 다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넌 여기서 죽는다." 자만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드키엘의 말을 듣고 레비아탄의 인상이 더욱 구겨졌다. "좋아! 코에 히드라에!" 코에 히드라에, 히드라의 심장이라는 말이다. 그것은 레비아탄이 부리는 괴수의 이름이기도 했고, 그 괴수를 부르는 주문이기도 했다. '히드라를 부르는 거냐?' 날카로운 자드키엘의 눈매가 이제는 독기까지 품고 있었다. 만약 물속이나 물이 근처에만 있었더라도 그녀를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물만 있다면 그녀는 무한의 카르마를 폭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 다행히도 근처에 물은 없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승부라고 여겼었지만, 히드라가 나온다면 그 가능성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해보는 데까지 해봐야지!' 레비아탄의 외침과 함께 땅이 갈라진다.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부유대륙 발할라가 통째로 흔들리는 것 같은 거친 충격 속에서 거대한 생명체가 땅속에서 기어 올라왔다. 레비아탄처럼 일반적인 도검의 공격 따위는 먹히지 않는 비늘을 가진 목이 아홉 개인 푸른 다두룡(多頭龍)이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끼이익!" 온몸이 떨릴 정도의 괴성을 지르는 히드라 앞에 자드키엘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어떻게 해서든 레비아탄과 히드라를 여기서 쓰러뜨려야만 했다. 그가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뻗자 빈 허공에서 손잡이 하나에 두개의 칼날이 달린 이도가 소환되었다. 강렬한 스파크를 튀기는 검을 쥔 자드키엘은 레비아탄과 히드라를 어떻게 요리해야할지 계산하고 있었다. "저쪽도 단수가 아니라면 저도 당신을 돕죠." 그의 지나칠 정도의 자만심, 그에 버금가는 자존심을 알고 있기에 뒤쪽에서 가만히 구경을 하고 있던 여인이 그의 옆에 섰다. 마몬이 만든 최강의 인간, 자드키엘과 비교해도 거의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한 여인, 얼음의 여왕 스카디가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검 한 자루를 뽑아들었다. 물론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화려한 자드키엘의 이도에 비해 초라해 보였다.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그 검에서 피어오르는 카르마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질이었다. 주변의 푸른 잎사귀들에 서리가 낄 정도 공기를 얼려버리고 있었다. "당신은 저 건방진 여자를 죽이세요. 제가 다두룡을 처리하죠." "가능하겠나?" 자드키엘이 묻자, 스카디는 미소로 답했다. "제가 누군지 잊으셨나요?" "나의 여자다." "네, 당신의 여자는 인간 중에 최강이랍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자드키엘은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안심을 할 수 없었다. 히드라는 드래곤에 버금갈 만큼 강한 생명체였다. 드래곤에게 브레스가 있다면 히드라는 지나간 자리를 밟는 것만으로도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지독한 독이 있었다. "저 다두룡을 잡는 거라면 저도 돕죠." 그때 또 한명의 여성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번엔 공기가 춤을 춘다. 마치 폭풍과도 같은 카르마로 주변의 모든 나무에 걸린 잎사귀들을 떨게 만드는 검을 쥔 여성이었다. 루브룸에 이른 전쟁영웅 이사벨 크리스티나, 그녀의 검은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정되면서도, 더욱 강렬한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바람과 얼음의 힘이라면 히드라에게 대항할 수도 있다고 판단되었다. "우리도 빼놓으면 안 되지!" "똥꼬, 우리라고 하면서 엮지 마라. 난 색골이 아냐." "프레키! 너 그러기냐! 너도 돌 안 되기는 마찬가지잖아!" "시끄러! 난 발목만 봤다." "거짓말 하지 마!" 티격태격하는 두 남자 모두 지금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을 감고 싸우는데 둘 모두 익숙하다고 할 수 있었다. 육감에 의지해서 싸우는 한 남자는 두 주먹에 지나칠 정도로 폭발하는 불꽃을 다스리고 있었고, 어차피 적을 베는 게 아니라 공간만을 베어내는 다른 남자는 숨소리조차 베어버릴 기세로 발도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풍(風)과 수(水)에 미친 화(火)와 공간을 베는 천(天)의 기운까지 더해진 상황이었다. 든든한 동료들이었다. 이것으로 히드라는 그들에게 맡기고, 자드키엘은 마음껏 레비아탄을 상대할 수 있었다. "흥, 재미있겠군!"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연참대전 시작했군요. 꼭 살아남도록 하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_♡2006-02-11 21:16:46 1타당...ㅋㅋㅋ 재미있게보고있습니다...건필하세요 2 Light2006-02-11 21:18:46 헉... 무서운여자들.. 3 루이나스2006-02-11 21:21:53 잘보고 갑니다 4 카리리2006-02-11 21:22:16 연참대전 성공 하실 겁니다.^^ 잘 보고 갑니다 5 카이렌2006-02-11 21:26:54 소.. 소피아랑 시엘은 구경만 입니까... 하하... 잘 보고 갑니다. 아참. 알바트로스 15일로 발표 연기 되었더군요. 상당히 궁금했는데; 물론 김백호님만큼은 아니겠지만요; 힘내시고 건필하세요! 6 Sangel22006-02-11 21:27:32 아~ 재미있어요! 7 데스카2006-02-11 21:34:0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번에도 연참대전 살아남으세요..^^ 그런데 요즘따라 소피아가 출연이 더 비약해진거 같네요. 소피아의 출연을!!! 늘려주세요. 스콜보다 많아지면 더 좋고요. 수고하세요. 8 김백호2006-02-11 21:38:04 ♡_♡님,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Light님, 그러고보니 이번화에 여성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군요. 소피아, 시엘, 이사벨, 스카디, 레비아탄까지, 많군요. 루이나스님, 네, 감사합니다. 카리리님, 연참대전, 큰사고를 당하지 않는 이상 살아남아야겠죠. 카이렌님, 소피아랑 시엘은 힘이 없다보니, 소피아는 아주 조금 도움은 되겠지만, 그냥 구경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알바트로스는 전혀 기대를 안한다는 건 거짓말이고, 아주 조금 기대는 하고 있지만, 어렵다는 걸 아니까 거의 신경을 안쓰고 있습니다. 사랑가에 모든 정신이 팔려있다는... Sangel2님, 현재 고무판이 상당히 느린데도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데스카님, 하하하, 소피아는 아마도 중요한 대사가 있어서 그거 외우느라 잠시 쉬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스콜과 만나면서부터 조금 비중이 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9 巨時期2006-02-11 21:57:05 하핫. 혼자 킥킥대면서 웃으면서 봤습니다. 다행히 집에 혼자있어서 미친놈 취급은 안 받았어요. 10 드라카2006-02-11 21:59:04 히드라가 레비아탄의 부하인건가요? 레비아탄의 친구정도도 아니고 부하인건 좀 아닌듯한데..... 뭐 상황때문이라고 쳐도 히드라 혼자서도 어지간한 마족 군주급 이라고 알고있는데.... 11 닥2006-02-11 22:03:28 똥꼬~ 프레키~ㅋㅋ 나랑 취향이 똑같네~ㅋㅋㅋ 12 캬캬2006-02-11 22:08:01 재밌어요! 13 넬드라드2006-02-11 22:15:33 힘내십시오(웃음) 14 緋色の空2006-02-11 22:20:17 건필하세요!!! 15 冥王2006-02-11 22:30:24 후후후...30K 꽉꽉 채워서 올려주세요~ 16 아미델린2006-02-11 22:37:45 소피아가 나서도 되는데.. ㅎㅎ~~ 17 칼로쓰는글2006-02-11 22:44:07 건필하세요^^ 아스크는 전투씬이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든다는..^^ 18 대사자2006-02-11 22:55:38 슬슬 종막에 향해 달려가네요~_~ 수고하세요~ 19 김백호2006-02-11 23:02:59 巨時期님, 쿨럭,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나름대로 진지한 부분이었는데, 역시나 듀란과 프레키가 문제였군요! 드라카님, 히드라가 마족의 군주급이라, 어떤 판타지소설의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레비아탄과 히드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히드라는 아시다시피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아홉 달린 뱀입니다.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영웅 헤라클레스, 즉 인간에게 죽게 되죠. 헤라클레스가 이겨내야 하는 12업중에 하나일 뿐이었죠. 허나, 레비아탄은 성서욥기 41장에 나오는 괴수로서 하느님이 만드신 무적의 바다뱀입니다. 천사들도 어찌할 수 없으며 지상최후의 날 베헤모스만이 죽일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음, 굳이 레비아탄급의 괴물을 그리스신화에서 찾으라고 한다면, 모든 괴수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티폰이나 에키드나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밝혔듯이 아스크에선 독을 뿜는 다두룡이나 불꽃을 뿜는 드래곤은 그냥 파충류로 나옵니다. 지옥의 군주인 베헤모스와 레비아탄과는 달리 지적생명체가 아니라는 설정이죠. 이것으로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되셨길 바랍니다. 닥님, 후훗, 현자도 빼놓으시면 안됩니다. 캬캬님, 댓글 감사합니다. 넬드라드님, 힘내서 열심히 적겠습니다. 緋色の空님, 네, 반드시 건필하겠습니다. 冥王님, 저도 마음만은 30kb, 꽉꽉 채워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적으면 글의 완성도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참겠습니다. 후훗, 비겁한 변명이라죠. 아미델린님, 하하, 실은 걱정됩니다. 나름대로 진지한 분위기인데 소피아가 나서면 히드라도 반해버리면 어떡합니까! 칼로쓰는글님, 감사합니다. 저도 전투씬만큼은 즐겁게 적습니다. 스토리는 최대한 빨리 풀고, 전투씬 그릴 날을 기다려왔답니다. 대사자님, 네, 80%이상이 진행되었죠. 어서 다음글을 준비해야겠습니다. 20 바레이타2006-02-11 23:11:58 건필 21 매너모드2006-02-12 00:08:15 호오 ㅋ 변태들은 역시 어딜가나 살아남는 다는....ㅡㅡ;; 저도 사실 여자 볼 때 다리부터 봅니다 ㅋ 다리가 예뻐야 여자죠 ㅋ 22 상상소년2006-02-12 00:44:32 ㅋㅋ 자드키엘이 드디어 힘을 발휘하네요 ㅎㅎ 담편이 기대되요;;ㅎ 히드라를 어찌 요리 할지도 ㅎ 23 김백호2006-02-12 00:46:50 바레이타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매너모드님, 후훗, 흔히들 먼저 어디를 보냐는 질문에 특정부위부터 본다는 것은 가식된 대답입니다. 전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0.1초내로 다 봅니다. 눈, 코, 입, 귀, 이목구비조화, 헤어스타일, 목선, 가슴, 몸매, 움직임, 등등... 상상소년님, 죄송합니다. 아쉽게도 다음화는 스콜과 베헤모스가 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_-a 24 캘시퍼2006-02-12 00:47:59 결국 소피아가 히드라를 테이밍해버리는걸로 전투종결? ^^; 드디어 연참대전 시작이네요. 흐흐~ 기쁘다는 T^T 25 사심안2006-02-12 08:10:55 호오...ㅜㅜ 저도 돌이 되진 않겠군요. 26 The[劍]2006-02-12 08:28:55 즐감했읍니당^^ 사랑가도 엄청 기대되공;;; 아스크1부 끝나간다는 생각이 점점 밀려오네요 아직은 즐거움으로 버티고 있지만 ㅋㅋㅋㅋ 암튼 건필하세요 27 당근이지~2006-02-12 08:55:14 화이티잉!! 28 破邪神劍2006-02-12 11:15:01 ㅎㅎ스콜의 그늘에 가려있던 자드키엘의 활약이군요.. 담화도 기대하겠습니다^^ 29 Σ비호란™2006-02-12 11:45:55 그들만 다른 부분을 봤던거군요.ㅋㅋㅋ 30 루이네카넨2006-02-12 16:00:19 으음. 저도 남았겠군요. 워낙 눈을 맞추는 성격이 아니라서(...그러면?) 어쨋든 한쪽은 1:1, 한쪽은 일명 '이지매'작전. 흐음; 31 상상소년2006-02-12 16:13:13 아~ 왜~- _-;;;ㅋㅋ 자드키엘!! 자드키엘~!!! 자드키엘조아요- _-;; ;ㅁ;ㅋ 32 잠이와요;;2006-02-12 17:02:03 으아악 스콜은 언제 나와 빨 튀와~ ㅎㅎ 역시 자드키엘 맘에들어 역시 굿 ㅎㅎ 33 질라르디노2006-02-12 20:56:36 작가님 자드키엘은 그냥 확~ 째려보면 사안땜시 다 죽는거 아닌가요? 사안의 원리가 궁금해요 ㅋ 34 들아탈수2006-02-12 23:45:41 잘 보고 갑니다~ 남자들이 대량 석화되는 장면에서 저는 석화되는 엑스트라들 사이에 있군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때 그 장소에 있다면 -_-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순발력이 없을 듯합니다..실속도 없고..단역..천생 엑스트라 팔자인가; 그에 반해 영웅이라는 작자들은 실속은 다 챙기고 무려 전투신까지 ; 이번 화 보는 내내 석화된 슬픈 단역 전사들의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군요 -_-;; 저 같은 경우 소설을 볼 때 어느 정도 자신이 그 세계에 있는 것처럼 투영해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아스크가 종결될 때에도... '역사는 이루어졌다!. 하지만 너는 그 곳에 돌이 되어 서 있다!' 라는 생각에 -_-;; 슬플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35 소검무제2006-02-13 09:00:40 잘 보고 갑니다. 36 독일건달2006-02-13 17:54:23 담편~~~ 덜덜덜~~~ 37 김백호2006-02-13 22:15:35 캘시퍼님, 하하하, 그렇게 되면 소피아가 정말 무적이 되버리기에 아니될 말씀입니다! 버럭! 사심안님, 축하드립니다. 험난한 세상, 돌이 될 순 없죠! The[劍]님, 네, 사랑가는 기대해주셔도 됩니다. 하루라도 빨리 보여드리고 싶군요. 당근이지~님, 화이팅하겠습니다!! 破邪神劍님, 후후훗, 다음화는 스콜이 나온답니다. 자드키엘쪽은 잠시 쉬죠. Σ비호란™님, 그중에서도 특히 듀란은 어쩌면 가슴을 안봤을지도 모릅니다. 퍼억! 루이네카넨님, 그런데 히드라의 머리가 아홉 개이고, 전부 뇌가 있고, 척추가 있기에 이지매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죠. 상상소년님, 자드키엘은 남자입니다. 혹시 프레키류이십니까? 잠이와요;;님, 네, 다음화에 튀어나옵니다. 고생 좀 하죠. 질라르디노님, 사안의 원리는 댓글로 남기기에는 조금 길어서 다음화에 본문뒤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들아탈수님, 왜 그렇게 절망하십니까! 돌이 되더라도 레비아탄만 죽으면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대로 돌이 되버리기에는 아까운 자들이 수두룩하죠. 그러니까 너무 절망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돌에서 깨어나서 함께 전설이 되실 겁니다. 소검무제님, 네, 댓글 감사합니다. 독일건달님, 다음화, 지금 올려드리겠습니다. 38 소면살우2006-02-14 09:50:26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똥꼬군...-_- 39 火狼2006-02-23 14:39:02 역시 똥꼬는... ㅎㅎ 40 김백호2006-02-23 18:36:53 똥꼬... 아마 한번 더 나올겁니다. 그의 활약... 41 쾌감조루2006-02-24 07:37:35 즐감했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3화 [38]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1화 [55]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13 22:18:52 고친날 2006-02-13 22:18:52 읽은수 1316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3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발목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코트를 입고, 등에는 거대한 검을 짊어지고 있다. 아름다운 남자다. 홍염의 머리카락이 불어오는 바람에 이글거린다. 그윽하다 못해 초점을 잃어버린 듯 보이는 칠흑의 눈동자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적이다." 그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 그 나무에 걸린 잎사귀들이 두려운지 하나같이 파르르 떨고 있다. 새파란 잎들은 마치 무언가 보이지 않는 적에게 도망가려는 듯 보였다. 엠블라의 인형도 바람결에 춤을 추는 로브자락을 움켜잡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그 옛날 중간대륙 미드가르드를 공포로 지배했던 거대한 생물, 드래곤이 창공을 활개치고 있었다. "끼욱!" 인간들의 신장보단 적어도 10배는 거대한 생물이다. 그 생물이 손가락 크기정도로 보일 만큼 멀리 떨어져있는데, 울음소리는 바로 옆에서 비명을 지른 것처럼 크게 들려왔다. "수왕 베헤모스가 부리는 종이군요." 드래곤을 발견한 그녀도 어느 정도 각오를 다졌는지 결연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스콜은 피할 수 없는 격돌 앞에 고개를 끄덕이며 흐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처음엔 지옥의 문을 닫을 생각으로 발할라에 올라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목표가 달라져있었다. 신이 지옥의 문을 닫는 대가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의 목숨을 요구했기에 스콜은 지옥의 군주들을 모두 발밑에 두는 한이 있더라도 중간대륙과 지옥의 균형을 지킬 생각이었다. "끼룩!" 한 번 더 귀청을 찢어놓을 듯한 울음소리를 낸 드래곤, 하늘을 마음껏 누비던 그 드래곤도 스콜과 엠블라를 발견했는지 몇 번 더 동그란 원을 그리더니 그들이 있는 곳으로 추락을 했다. 마치 날개 없는 짐승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그들 앞에 떨어져버린 것이다. 콰쾅! 흙먼지가 잔뜩 일어났다. 눈앞에 있던 몇 그루는 부러졌고, 주변의 나무는 그 충격에 요동을 치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던 새파란 잎사귀들이 마치 비를 쏟아진다. 떨어지는 잎사귀 사이로 순한 양처럼 땅바닥에 두 발을 붙이고 있는 언 데드 드래곤과 한 남자가 보였다. 그가 그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오랜만이라고 해야 하나?" 별로 반갑지 않은 낯짝이었다. 근육으로 꽉 잡힌 온몸뿐만 아니라 얼굴조차도 검은 털로 덮여있는 남자, 붉은 눈동자만이 밤의 숲 풀 사이에 몸을 감춰도 빛을 발하는 야수의 눈빛처럼 광채를 뿜고 있었다. 수왕 베헤모스, 그는 스콜이라는 강하고 신선한 먹잇감을 눈앞에 둬서 설레는지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네 녀석은 날 즐겁게 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베헤모스의 말에 스콜은 굳이 대꾸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이 없었다. 지옥의 군주라면 피할 수 없는 격돌이었다. 등에 짊어지고 있던 대검을 뽑아들면서 말없이 카르마를 불어넣는 스콜의 무뚝뚝한 태도를 보고 베헤모스는 코웃음을 쳤다. "쳇, 이봐, 이왕 피터지게 싸울 거 통성명은 해야 될 거 아냐. 네 녀석은 나의 정체가 궁금하지도 않냐? 그리고 우리가 무엇 때문에 싸워야 하는지도 정해야 되지 않나?" "너의 이름은 베헤모스, 폭식의 도시에 기거하는 있는 망나니로 알고 있다." 스콜의 차가운 말에 베헤모스의 눈동자가 싱싱하게 떨렸다. "날 알고 있었군! 이거, 영광인데!" "그리고 우리가 싸워야 하는 이유는 서로 믿고자하는 정의에 타협이 없기 때문이다. 틀렸나?" "크크큭, 그런가?" "그럼 이제 닥치고 시작할까?" 상대가 지옥의 군주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대화 따위는 필요 없다. 타락천사 벨리알이 그랬고, 아슈타파다의 주인 마몬이 그러했다. 그들은 죽음 앞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다. 어중강한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의지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스콜의 목적은 그러한 지옥의 군주들을 굽히게 만들어 중간대륙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즉, 그들의 정의인 강식을 보이지 않는 이상 타협이란 있을 수 없었다. 우웅! 스콜의 오른손에 쥐어진 미스텔테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폭발할 듯한 카르마가 한 순간에 주입된 것이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스콜은 니플이나 무스펠로 탐색전을 펼칠 생각이 없었다. 단번에 아슈켈론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크큭, 멋지군! 덤벼라!" 신나서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베헤모스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그를 도발하고 있었다. 반면 스콜의 얼굴에선 감정의 기복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너무나도 차분해 보인다. 그래서 잠이 오는 것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차갑게 식어버린 눈매로 베헤모스를 노려보던 스콜은 마치 부드러운 여인의 육체로 유혹하듯 그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새파란 잎사귀들이 떨어지는 풍경 속에서 코트자락을 펄럭이며 기다란 대검인 미스텔테인으로 땅을 그으며 달려간다. 그러한 싸움방식은 스콜만의 전매특허였다. 격돌! 미스텔테인으로 땅을 그으며 달려가던 스콜과 두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베헤모스의 신형이 겹쳐졌다. 땅을 긋던 미스텔테인이 하늘로 힘껏 휘둘러졌고, 베헤모스도 지지 않는 기세로 주먹을 내질렀다. 파파팍! 세상에서 가장 강한 금속과 세상에서 가장 강한 주먹이 맞부딪쳤다. 눈부신 기광 속에 뇌전이 춤을 췄고, 그들이 서있는 천지는 미칠 듯이 과열되었다. "크윽!" 아무리 지옥에서 가장 강한 주먹이라고는 하나, 신을 죽인 마검 미스텔테인의 강도를 견뎌낼 수는 없었다. 주먹이 아리는 통증을 감당하지 못한 베헤모스가 뒤로 튕겨져 나가며 주춤거렸다. 피가 맺힌 주먹을 살짝 핥는 베헤모스, 분명 첫 격돌에선 밀렸지만, 여전히 여유로워보였다. 스콜도 그를 빠르게 쫓지 않았다. 천천히, 천천히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탐색전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스콜이 입을 열었다. 전력을 다하라는 말이었다. 뜨거운 격돌을 앞두고도 얼음보다 차갑게 식어있는 스콜이 너무나도 신기한지 베헤모스는 대답 대신 음흉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네 녀석, 정말 재미있군." 지금 베헤모스는 너무나 신나보였다. 단 한번의 격돌이었지만, 오랜 세월동안 잠자고 있던 피가 눈을 뜨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좋아, 원한다면 보여주마. 강화(强化)!" 베헤모스의 외침과 함께 그의 얼굴이 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분명 검은 털로 덮여있었지만,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귀가 위쪽으로 뜯겨지며 올라가더니 쫑긋 선다. 입도 귀까지 찢어져서 날카로운 송곳니와 어금니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흡사 육식동물 중에 베헤모스의 변한 얼굴을 찾으라면 늑대나 사자가 떠올랐다. 그러나 조금 달랐다. 위로 치켜지며 찢어진 눈매와 함께, 이마에는 염소 뿔처럼 기이하게 꺾인 위엄스런 뿔이 양쪽으로 뻗어 나왔다. 흔히 중간대륙의 사람들이 악마를 묘사할 때의 악마의 얼굴과 흡사했다. 이 점은 이미 베헤모스의 모습을 보게 된 인간이 있다는 반증이었다. 어쨌든 베헤모스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었다. 등에는 천사였음을 뜻하는 깃털날개가 아닌 박쥐의 날개처럼 뼈대가 그대로 보이는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두 팔은 모든 것을 찢어버리는 곰의 팔처럼 굵직해졌고, 하반신은 말처럼 변해버렸는데 두 팔을 제외하고도 다리는 총 여덟이었다. 그 다리 하나하나가 황소의 다리처럼 튼튼해보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신형의 크기였다. 변하는 도중에 점점 커져서 어느새 순한 양처럼 앉아있는 드래곤이 작아 보일 정도로 커져버린 것이다. 베헤모스와 드래곤을 나란히 보니 거대한 사람과 독수리가 자신들 앞에 있는 것 같았다. '이 정도일 줄이야.' 스콜은 속으로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폭식의 도시에 사는 자들은 평상시와 전투를 할 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대표적으로 벨리알에게 죽었던 카프지엘이 그러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드래곤이 작게 보일 정도로 커질지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카프지엘이 덩치만 커진 것이라면 베헤모스의 모습은 흡사 모든 짐승들의 장점만을 따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째서 수왕이라 불리는지, 짐승 중에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언 데드 드래곤마저 그에게 굴복하는지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럼 놀아볼까?" 얼마나 커졌던지 그의 목소리가 동굴 안에서 듣는 것처럼 울리고 있었다. 베헤모스가 장난스럽게 주먹을 내지른다. 그러나 그 여파는 대단했다. 권풍만으로 약한 나무들이 쓰러진다. 마치 거대한 망치가 떨어지는 광경에 스콜은 이빨을 꽉 물며 미스텔테인을 휘둘렀지만, 힘과 속도, 어느 면에서도 이겨낼 수 없었다. 거대한 주먹을 맞은 그는 마치 지푸라기 인형처럼 힘없이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큭!" 빠른 건 둘째 치더라도 압도적인 힘, 순수한 힘만으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진다. 스콜은 공중에 내던져지면서 얼른 정신을 차려서 제비를 돌았다. 그리고는 미스텔테인에 맺힌 카르마를 변화시켰다. 아슈켈론의 프룻, 검은 소용돌이가 확하고 피어올랐다. 미친 듯이 폭발하는 소용돌이가 맺힌 검을 치켜들고, 바람에 나부끼는 작은 잎사귀 하나를 밟으며 거대한 괴물에게 날아갔다. 모든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리는 아슈켈론, 분명 무서운 검술이었으나 그 크기에 있어서 너무도 차이가 극명했다. 그가 베헤모스에게 날아가서 힘껏 검을 휘둘렀지만, 팔뚝의 살점이 극소하게 찢어지는 결과밖에 만들지 못했다. 베헤모스는 그런 스콜의 행동이 귀여운지 수도로 공중에 떠있는 그의 몸을 내리쳐버렸다. 파악!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인간들에게 있어서 절대영웅 용병왕 아스크가 수도 한방에 피를 토하고, 땅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쿨럭!" 떨어진 충격에 다시 한번 더 피를 토하는 스콜의 몸을 한 손아귀로 잡아챈 베헤모스가 아귀힘을 꽉 주자, 그는 온몸이 부스러지는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크아악!" 손아귀에 쥐고 있는 스콜에게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를 듣고 베헤모스는 흥겨운지 다른 손으론 주먹을 쥐고 그의 머리를 가격하고 있었다. 장난스럽게 때리는 것 같은데도 이마가 찢어지고,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뇌가 통째로 떨어져나가는 충격과 구토까지 유발될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베헤모스는 쉽게 죽지 않고, 괴로움에 떨고만 있는 스콜이 재미있는지 더욱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땅바닥을 향해 힘껏 내던져버렸다. 콰직! 내다꽂혀진 그의 신형을 8개의 다리를 사용해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밟기 시작한다. 전신의 근육과 뼈가 끊어지는 듯 하다.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수십 번을 죽고도 남았을 상황을 스콜은 견뎌내고 있었다. 그나마 카르마로 전신을 보호하고, 땅이 움푹 들어가면서 충격을 완해줬기에 망정이지 몇 십 톤이나 나가는 망치를 연속해서 맞은 거나 다름이 없었다. "크윽!" 물론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베헤모스가 강화의 법에 의해서 변신을 하자마자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는 분명 루시퍼의 분신이다. 그런데도 거대한 저 괴물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만 들 뿐이었다. 슉! 그때 처절하게 당하는 스콜을 돕기 위해서 엠블라가 카르마를 충만한 심연의 카드를 사력을 다해 날렸다. 물론 그녀의 카드는 베헤모스에게 가시에 박히는 충격밖에 주지 못했다.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의 막강한 힘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팔뚝이라도 깊게 벤 것이었다. 심연의 카드의 힘은 살점에 박히는 게 전부였다. "넌 뭐냐?" 베헤모스의 시선이 엠블라의 인형에게 꽂혔다. 작은 벌레를 보듯 하찮아 보이는 시선, 주먹을 꽉 쥔 베헤모스, 그가 힘껏 그녀의 신형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쾅! 엠블라가 피했다고 하기보단 주먹이 내질러지는 권풍에 먼저 날아갔다는 표현이 적합했다. 운이 좋아 목숨은 겨우 건진 엠블라를 보며 비웃음을 짓던 베헤모스는 천천히 땅에 박힌 주먹을 뽑아들었다. 그런데 어느새 스콜이 그의 주먹위에 매달려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입고 있는 코트가 붉게 물들었는데, 그의 주먹위에 올라탄 스콜은 분명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리발이 날릴 듯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검, 두 손에 쥐고 있는 미스텔테인에선 아슈켈론의 검은 소용돌이가 맺혀있었다. "하압!" 스콜이 비명처럼 찢어지는 기합을 지르며 미스텔테인을 베헤모스의 주먹에 박아 넣었다. 지직! 검신의 3분의 1정도가 살점에 박힌 상태에서 두 손으로 힘껏 손잡이를 부여잡고 팔뚝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한다. 주먹에서 시작되어서 팔뚝까지 미스텔테인에 의해서 찢어지고 있었다. + 지난 화에 한분께서 자드키엘의 사안과 강식의 원리를 궁금해 하셔서 간단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아스크의 세계관에는 아시다시피 카르마(karma)가 있습니다. 마나(Mana)의 개념과 같다고 보시면 되죠.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인간의 생명력과 함께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카르마만으로 그 인간의 본질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생년월일이라든지, 인격, 생각 같은 것들도 엿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카르마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갈고닦은 사람이나 심연의 카드가 없다면 자세하게는 알 수가 없습니다. 스콜이 아무리 카르마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심연의 카드를 가진 엠블라의 인형이나 현자 고트프리트보다 사람의 본질을 이해하는 못하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어쨌든 사람마다 가진 카르마는 갈고 닦기에 따라서 독특한 개성을 지니며 발전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난 화에 나온 천(天)의 프레키, 수(水)의 스카디, 화(火)의 듀란, 풍(風)의 이사벨이 있겠죠. 이런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카르마는 서로 섞이게 될 경우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융화가 되기도 합니다. 자드키엘은 바로 이러한 카르마의 특성을 활용한 기술을 펼칩니다. 우선 자신의 카르마를 쏘아서 타인의 몸속에 집어넣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대상의 몸속에 있던 본래의 카르마와 자드키엘의 카르마가 섞이게 되죠. 여기서 대상의 카르마가 자드키엘의 카르마보다 약하다면 선택권은 자드키엘에 주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자드키엘의 의지에 따라서 카르마의 충돌(사안에 의한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고, 카르마의 융화(강식의 의한 지배)가 되기도 합니다. 이상입니다.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되셨길 바랍니다. 혹여 또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질라르디노2006-02-13 22:21:50 설마 일타??? ㅋㅋ 2 질라르디노2006-02-13 22:22:34 오~~ 감격!!! 순간 급해서 위에는 아무것도 못씀 ㅋㅋ 작가님 건필하세요!! 3 챌린저a2006-02-13 22:23:16 아~~! 너무 멋지네요, ㅎㅎ!!! 4 바레이타2006-02-13 22:23:58 건필.. 5 매너모드2006-02-13 22:26:40 호오 자드키엘 기술에 그러한 묘미가~ ^^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건필해주세용 ^^ 6 巨時期2006-02-13 22:26:57 끄앙- 갑자기 가즈나이트의 휀 라디언트가 생각나네요오- 7 질라르디노2006-02-13 22:31:35 ㅜㅜ 제 질문에 저렇게 세심한 답변까지... 작가님 감사해요 ㅋ 8 冥王2006-02-13 22:38:53 작가님 건필요~ㅎ 초콜릿 드릴까요?ㅎㅎ 9 데스카2006-02-13 22:39:1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제 베헤모스도 스콜에게 요리되는군요. 점점 줄어가는 고위악마들...악마들의 세력이 점점 약해주네요. 뭐 죽어도 싼 놈들이 많긴 많지만..갑자기 공작이 생각나네요..-_- 그때 공작만 생각하면...이가 갈릴정도로....!!!! 스콜의 오의는 제약때문에 문제네요..제약만 아니면 일처리하는데 간단할것 같은데...흐음.. 수고하세요~!! 10 미캉엘2006-02-13 22:42:00 오~~ 카르마에 그런 심오한 뜻이 있다니 11 카이렌2006-02-13 22:45:12 흠~ 잘 보고 갑니다. 닥치고 시작~! 아슈켈론으로 승부! 에 우주의 포스를 느껴라!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군요.. 음.. 역시 백수왕 베히모스로군요... 기본적인 크기만으로 모두를 압도해주는군요. 12 드라카2006-02-13 23:06:28 한마디로 자신보다 약하면 전부 똘마니 라는 소리....쿨럭;; 13 김백호2006-02-13 23:33:01 질라르디노님, 아닙니다. 이런 거 설명하는 게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본편보다 더 잘 적힌답니다. 챌린저a님도 멋지십니다. 베헤모스만큼... 쿨럭... 바레이타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매너모드님, 자드키엘, 알고보면 쨉실하죠. 원격조종이랑 원격폭탄설치반이니까요. 巨時期님, 아쉽게도 판타지는 많이 못봐서, 어떤 부분을 보고 말씀하시는 지... 답변을 드릴 수가... 冥王님, 버럭! 남자한테 초콜릿 받는 취미는 없습니다!! 데스카님, 하지만 천사쪽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걸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만약 퇴고에 들어간다면 조금은 공작을 덜 작위적인 인물로 만들어야겠군요. 너무 극단적이었죠. 미캉엘님, 말 그대로 카르마는 업보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쌓는 모든 것이죠. 카이렌님,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수왕이라고 해주십시오. 백수왕이라고 하니까, 폐인왕이라는 뜻으로 해석이 되는군요. 드라카님, 그렇죠. 그것이 악마들의 첫번째 정의 오만, 강식이죠. 14 수암2006-02-13 23:42:13 오랜만에 정말 좋은 판타지를 만났군요!! 이틀동안 다 읽느라고 고생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참고로 속편 주인공은 듀란으로!! 전 왠지 듀란이라는 케릭터가 좋더군요 15 극성2006-02-13 23:51:18 훔냐 훔냐 점점더 기대되는 글이네요^^ 16 곰턍이2006-02-14 00:00:12 건필! 17 캘시퍼2006-02-14 00:10:22 초콜릿~ ★ (아.. 발렌타인데이 같은 거 싫다는 T^T) 대신 내일도 글 선물 해주실꺼죠? 초콜릿보다 더 좋다는 ㅡㅡa 18 캬캬2006-02-14 01:09:32 건필하세요! 19 칼로쓰는글2006-02-14 01:28:17 건필하세요. 수왕 배히모스...드래곤이 작게 보인다니... 상상해 보니... 끔찍하군요.. 20 마술전기염2006-02-14 02:13:30 재밌네요 건필하세요 21 독일건달2006-02-14 02:39:19 이 글이 재미있는 이유중에 하나는 분명한 세계관에 있읍니다. 김백호님에게서는 죽기 살기로 글을 쓰고 계신것 같아요 마치 스콜이 살아가는 것 처럼이요 멋져요 22 블래스터2006-02-14 06:29:08 호오 사실감이라고 말하는 편이 좋을듯하군요 건달님 ㅎ 23 노란병아리2006-02-14 09:46:04 재미있어요 ^^ 24 소면살우2006-02-14 09:59:13 우리 스콜군은 그쪽 기술은 없나요?? 그래도 루시퍼 v2 인데-_ -; 루시퍼군 기술이라두...;;; 25 Σ비호란™2006-02-14 11:25:08 잘보고갑니다^^ 26 아미델린2006-02-14 11:59:43 저는 베헤모스랑 소피아가 만나길 바랬었음 >_< ㅋㄷㅋㄷ 암튼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27 포리프a2006-02-14 12:08:08 볼 때마다 항상 문체에 감탄하고 가게된다는. 설정도 보면 볼수록 세심하고 꼼꼼하군요+_+ 취향에 딱입니다 정말ㅠㅠ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 이제껏 유령독자였던 녀석의 발렌타인 기념 중얼거림) 28 緋色の空2006-02-14 12:39:41 건필하세요~ 29 파란2006-02-14 12:59:38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써주세요.. 30 잠이와요;;2006-02-14 13:08:01 헐 살짝 찔러 달리는 그순간 이란.... ;ㅁ; 31 루크펠란2006-02-14 14:12:03 작가님아.....그런설정은 작품내용속에서 자연스럽게 설명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아무련 설명이 없으니 독자가 궁금해서 질문하게 되잖습니까.... 내용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은 설정들....이정도는 작가의 기본소양아니겠습니까???? 32 마패2006-02-14 20:31:18 정말 재밌다 33 김백호2006-02-14 20:50:37 수암님,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금 미안한 말씀이지만, 솔직히 속편은 현재상황으로서는 힘듭니다. 죄송합니다. 극성님, 거의 끝을 향해서 치닫고 있죠. 곰턍이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캘시퍼님, 하하하, 전 초콜릿이 더 좋습니다. 캬캬님, 건필하겠습니다. 칼로쓰는글님, 스콜이 손가락만한 크기로 보일 정도죠. 마술전기염님,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독일건달님, 후훗,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곧 완결이군요. 블래스터님, 하하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노란병아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소면살우님, 정확히는 루시퍼 MK-2죠. 그런데 아마도 다음화를 보시면 풀리실 듯 합니다. Σ비호란™님, 네, 감사합니다. 아미델린님, 쿨럭, 어째서, 무엇을 상상하신 겁니까! 버럭! 포리프a님, 아닙니다. 부족한 필력이죠. 후속작에는 더욱 멋진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緋色の空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파란님, 후훗, 솔직히 완결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지 지치기는 지치군요. 잠이와요;;님, 파판에서 클라우드가 바하무트를 상대로 펼쳤던 기술이죠. 루크펠란님, 음, 아무래도 독자분들의 취향이 달라서요. 자드키엘의 기술만 그리는 거라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모든 등장인물들의 기술을 본문에 적다보면 조금 루즈해지지 않을까요? 실제로 아스크의 설정 대부분은 전부 글밖으로 빼놨죠. 마패님, 감사합니다. 34 주정2006-02-15 20:50:38 어중강한 인간들과는 비교... 어중간! 35 破邪神劍2006-02-16 00:18:15 도저히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안되는군요;; 36 Sangel22006-02-17 08:34:29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37 火狼2006-02-23 14:45:56 건필하세요 38 쾌감조루2006-02-24 07:49:23 즐감했어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4화 [4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2화 [41]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14 20:58:50 고친날 2006-02-15 22:30:09 읽은수 1314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4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베헤모스의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었다. 겨우 검지 손가락만한 남자가 내지러진 주먹 위에 올라타더니 역시 손가락만한 검을 손등에 박고, 손목을 지나서 팔뚝까지 달려오고 있었다. 살결이 찢어지는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은 상처였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치이!" 베헤모스는 고통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다른 손으로 귀찮은 모기를 쫓아버리듯 스콜의 몸을 잡아채서 땅바닥을 향해 힘껏 내던져버렸다. 퍼억! 아까는 운이 좋아서 맨바닥에 떨어졌기에 그나마 몸이 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스콜의 신형은 불쑥 튀어나온 바위에 정통으로 부딪쳐버렸다. "쿨럭!" 스콜은 피를 한 가득 토하면서도 얼른 일어섰다. 흡사 악귀를 보는 것 같았다. 터져 나오는 카르마로 이글거리는 붉은 머리카락 아래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내린 핏줄기가 얼굴을 붉게 뒤덮고 있었다. 두 눈은 베헤모스를 찢어 죽일 듯이 치켜떠져있었고, 입술은 꽉 다물어져 있었다. 순백의 코트 역시 검붉은 핏줄기로 더럽혀져있었다. 수백, 수천 명의 인간을 죽이면서도 이렇게 심하게 다친 적은 없었다. 이미 인간으로서는 계산조차 불가능한 싸움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스콜은 부들부들 떨리는 육신을 잠재우며 고통을 이겨내고 있었다. "네 녀석, 정말 재미있군. 설마 이 정도까지 발악을 할 수 있으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베헤모스가 분노와 신기함이 섞여있는 눈빛으로 말했다. 만약 힘의 봉인이 풀리지 않았더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베헤모스는 힘의 봉인을 풀고 그의 앞에 있었다. 분명 베헤모스는 지옥에서 무력만으론 최강자라고 칭호가 헛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그런데도 스콜은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끝까지 저항을 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스콜은 입안에 고인 피를 바닥에 뱉어버리며 미스텔테인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거인 베헤모스를 노려보았다. 아슈켈론의 프룻은 단순히 검에 시간과 공간을 찢는 소용돌이를 맺히게 만드는 것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의 검이 예고 없이 휘둘러졌고, 마치 탄환처럼 검은 소용돌이가 베헤모스의 거대한 신형을 향해 쏘아졌다. 콰르릉! 벼락이라도 치는 것처럼 번개소리가 들려온다. 55년 전 절망의 도시 바벤베르크에서 대천사 미카엘을 상대할 때 썼던 기술, 미카엘조차도 두려워해서 피한 기술이 지금 베헤모스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때와는 다르다!' 스콜의 속으로 외쳤다. 베헤모스도 심상치 않은 소용돌이를 보며 재빨리 피한다고 피했지만, 그 커다란 덩치는 위압감을 주는 동시에 반대로 넓은 과녁을 의미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피한다는 건 예상하고 쏜 거다!' 진화(進化), 스콜이 미스텔테인을 쥔 채 다시 허공을 긋자, 이미 쏘아진 검은 소용돌이도 궤도가 살짝 변했다. 카르마로 검은 소용돌이를 이어서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대기를 찢으면서 달려간 검은 소용돌이는 베헤모스의 옆구리를 잔인하게 뜯어먹어버렸다. 으윽! 으드득! 갈비뼈가 부서지고, 살점이 으깨져버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뒤로 피가 터져 나오는 소리는 마치 폭포수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크으윽!" 스콜의 눈으로 확인하기에는 초라한 상처일지는 모르나 베헤모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깊은 상처였다. 검은 소용돌이에 관통당한 옆구리를 쥔 그가 무섭게 스콜을 노려보았다. "크윽! 유흥거리는 아니란 말이냐? 네 녀석! 소원이라면 부셔주마!" 스콜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그는 두 손으로 미스텔테인을 꽉 움켜쥐며 다시 한 번 더 휘몰아치며 미친 듯이 대기를 찢는 검은 소용돌이를 쏘기 위해서 카르마를 응집하고 있었다. "죽어라!" 마치 신이 노해서 지르는 것 같은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귀청을 찢어놓았지만, 스콜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조금 전 그의 검에 의해서 찢어진 상처 때문에 피로 물든 주먹이 그를 향해 덮쳐오고 있었다. 물론 스콜은 피하지 않았다. 딱히 피한다고 하더라도 기회를 엿볼 수 없었다. 오히려 연계되는 공격에 더욱 지독한 궁지에 몰릴 뿐이었다. 그래서 스콜은 자신의 키보다 20배는 넘는 신장을 자랑하는 거인 앞에 당당히 맞서고 있었다. "부서지는 건, 네 녀석이다!" 스콜도 지지 않겠다는 듯 목이 터져라 외치며 두 손에 쥐고 있던 미스텔테인을 다시 한번 더 휘둘렀다. 두려운 기술, 한번 경험한 적이 있기에 쏘아지는 검은 소용돌이를 보며 베헤모스는 주먹을 뺄 수밖에 없었다. "크으윽!" 주먹을 빼었지만, 이번에도 변한 궤도 때문에 살짝 스치는 것만으로도 살점이 휘말려서 떨어져나갈 정도였다. 길게 찰과상을 입은 베헤모스는 자신도 모르게 한발 물러서버리고 말았다. '두렵다!' 운이 좋아서 찰과상으로 그친 거였다. 만약 검은 소용돌이가 주먹과 정통으로 충돌했더라면 팔을 직선으로 관통하고 어깨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끔찍한 생각에 베헤모스는 한발 물러섰고, 스콜은 그 장면에 한쪽 입 꼬리를 살며시 올렸다. 정말 악귀가 내려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무섭냐?" 스콜의 도발에 베헤모스의 이마에는 굵직한 힘줄이 생겨났다. "뭐라고?" 노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베헤모스를 향해 스콜이 던진 말, 그건 사실이었다. 아무리 거대한 베헤모스라고 하더라도 검은 소용돌이를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검지 손가락만한 스콜이 만들어낸 기술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술임에는 틀림없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잘못했다고 빌면서 이 구두를 핥아라. 그럼 살려주마." 그러면서 스콜은 앞발을 살짝 내밀어보였다. 지독한 오만함에서 비롯된 말, 어찌 보면 스콜이 아니라 자드키엘이 와있는 듯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스콜의 모습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자드키엘이 상대방을 조롱하면서 전투를 즐기는 스타일이라면, 무거운 침묵을 지키며 검을 휘두르고, 승리한 다음에야 쓰러진 상대를 비웃는 스타일이 스콜이었다. 허나, 지금 그는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의 영향으로 차분했던 성격이 조금 격정적으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 그도 인지하고 있었다. 아슈켈론을 쓸 때마다 느끼던 점이었고, 망각의 늪 레테에서 아슈타파다인 룩과 비숍을 무찌를 때 철저하게 깨달은 점이었다. 아슈켈론을 쓰면 쓸수록 그의 성격은 루시퍼의 본성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치, 네 녀석, 그 분을 많이 닮았군." 스콜의 성격이 조금은 뜨거워지면서 베헤모스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 담력과 결단력, 그리고 차가운 성격, 모든 것을 발아래 두려하는 자, 지옥의 왕 루시퍼와 닮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루시퍼를 말하나?" 스콜의 되물음에 베헤모스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스콜의 피부색을 봐서는 악마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인간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외모는 인간이지만, 그의 능력과 성격은 오히려 악마에 가까웠다. 그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피부색을 봐서 절대 지옥에서 본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방금 지옥의 왕을 알고 있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네 녀석, 루시퍼님을 뵌 적이 있나?" "아니, 없다." 스콜이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 수 있다. 그 자가 어떤 성격을 가졌었는지, 이 검술을 쓰면 쓸수록 다가가는 느낌이다." "무슨 말이냐?"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 분명 우주의 기운을 담고 있다. 또한 루시퍼는 샛별의 아들이라 불리는 자다. 즉, 아슈켈론 속에 루시퍼의 혼이 느껴지고 있었다. "단 한 번 도 만난 적은 없지만, 그 자가 얼마나 오만하고, 인정이 없는 자인지는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아슈켈론이 가진 잔혹함에서 엿볼 수 있는 점이었다. "흥, 당연한 것 아닌가? 루시퍼님은 지옥의 왕이시다!" "지옥의 왕? 그게 대단한거냐? 어쩌면 루시퍼는 그 왕의 자리 때문에 내 손에 죽을 수도 있다." 검은 소용돌이와 함께 스콜은 교오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건방진!" 격돌은 재개되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두 남자, 화난 거인의 주먹과 발길질에 이 세상, 발할라가 떨고 있다. 천지를 요동치게 만드는 그의 무력 앞에서 핏빛 늑대는 으르렁거리며 여전히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크르릉! 늑대의 이빨, 미스텔테인이라는 강력한 이빨이 갈리면서 터져 나오는 소리에 주변의 숲 풀들, 바위, 나무, 그 모든 것들이 요란하게 떨어대었다. 미친 카르마가 폭발한다. 사력을 다해서 질러진 늑대의 이빨과 거인의 주먹이 정통으로 부딪쳐버렸다. 콰콰쾅! 검은 버텨냈으나, 스콜의 온몸에 있는 뼈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보다 20배는 넘게 큰 거인의 주먹도 남아나지는 못했다. 마치 바위가 산산조각 나듯, 거인의 주먹을 이루고 있던 강철 같은 뼈들이 '쩍쩍'소리를 내며 금이 가버렸다. "크윽! 빌어먹을!" 거인은 경탄이 섞여있는 눈빛으로 손가락만한 남자를 노려보았다. 아쉽게도 정면대결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놀라 노자였다. "이거 미치겠군!" 분명 조그마한 남자에게 밀리고 있는 현실이 치욕스러울 텐데도 거인은 거친 욕을 하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떨림은 고통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서 이길 수 없을 지도 모를 강자를 앞에 둔 설렘, 전사의 피가 그에게 소름을 끼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헉, 헉." 핏빛 늑대도 적에게 감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이토록 치열한 싸움은 겨룬 적이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격렬한 격돌이었다. 눈앞의 거인도 수많은 상처들을 입었지만, 그는 비참할 정도로 몸이 망가져있었다. 오직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도 그의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감정은 그를 혼란케 만들었다. 강자, 무시무시한 거인과 사력을 다해 싸우는 지금, 왠지 살아있다는 걸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즐겁군.' 스콜은 그러한 생각에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베헤모스도 그의 미소를 보고 호탕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 각오해라! 더 화끈하게 간다!" 베헤모스는 각오를 다졌다. 여기까지 온 이상 방어는 완전히 버린다. 그 큰 몸집에 퍼져있던 카르마를 두 주먹에 응집하기 시작했다. 몸이 뜯겨지는 건 상관하지 않는다. 두 주먹만 휘두를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물론 스콜도 그러한 결의로 미스텔테인에 카르마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베르세르크간의 대결이었다. 곰의 가죽을 뒤집어쓴 자, 곰의 영혼을 가진 자, 자신과 상대방을 파멸로 몰아넣는 자, 그들을 베르세르크라고 한다. "크크큭!" 상대방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피를 보는 것만으로 족하다. 자신의 몸이 부서지고, 피가 터져 나오는 건 상관치 않는다. 베헤모스의 웃음소리와 함께 경천동지할 카르마가 맞부딪쳤다. 스콜은 온 몸이 산산 조각나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미스텔테인을 휘두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하아압!" 생명을 건 비명과도 같은 기합을 내지르며 사력을 다해서 미스텔테인을 휘두른다. 온몸의 근육이 끊어지는 기분이다. 뼈가 부서지는 기분이다. 그런데도 쉴 틈은 없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주먹, 그 주먹을 한번이라도 막지 못하는 순간 바로 그의 패배는 결정이 나기 때문이었다. 파직! 퍼퍼퍽! 쾅! 내리쳐지는 주먹을 막아내고, 미스텔테인을 휘두르던 스콜의 신형이 한계에 다 달았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온몸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검붉은 핏줄기를 한 가득 토해낸 스콜, 그러나 눈빛만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크윽! 이대로는 위험하다! 뭔가, 뭔가!' 스콜이 해결책을 찾고 있던 그 시점, '슉'하는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간절한 그의 마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엠블라가 다시 한번 모든 카르마를 불어넣은 심연의 카드를 날린 것이다. 이미 한번 공격을 해봐서 소용이 없다는 걸 안다. 그래도 그녀가 카드를 날린 것은 한 치의 가능성을 버릴 수 없어서였다. 심연의 카드가 날아간 곳은 신이 나서 웃음을 머금고 있던 베헤모스의 입속이었다. 아무리 강철 같은 피부라 하더라도 약점은 있는 법이다. "컥!" 생각지도 못한 입천장과 목구멍에 창날이 깊숙이 박히는 것 같은 충격에 베헤모스는 잠시 주춤거렸고, 스콜은 엠블라가 만들어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고맙다! 엠블라!' 스콜은 거대한 주먹이 내질러지면서 생긴 여파로 대기 중에 흩날리는 새파란 잎사귀들을 밟으며 뛰어올랐다. 정신이 없는 미스텔테인을 휘두르는 와중에서도 방금 엠블라의 기술을 보고 힌트를 얻은 것이다. 수왕 베헤모스에게도 급소는 있다. 그리고 지금 베헤모스는 신형이 커진 만큼 급소도 엄청나게 커져버렸다.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하늘로 힘껏 뛰어오른 스콜은 미스텔테인을 곧추세우며 돌격했다. 그가 향한 곳, 그곳은 바로 베헤모스의 눈알이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사실 어젯밤 출판사에 친분 있는 사람이랑 얘기를 하던 도중 사랑가 -뱀과 이리의 노래-가 너무 구리다는 얘기를 듣고, 후속작의 제목을 생각 끝에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인페르노(Inferno), 지옥이라는 뜻이며, 연재를 시작하게 되면 그때 왜 이런 제목을 설정하게 되었는지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감이 괜찮은지 궁금합니다. 인페르노(Inferno), 어떻습니까?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카리리2006-02-14 20:59:48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2 천심天心2006-02-14 21:01:41 예아 베이베~ 2타에다가 빨리보는 기쁨까지? ㅋ 3 우주양단2006-02-14 21:09:15 왠지 디아블로가 생각나요.^^ 4 巨時期2006-02-14 21:12:18 끄앙- 인페르노... 괜찮은데요오-? 5 데스카2006-02-14 21:13:0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스크 불쌍하네요. 언제나 보스들이 나오면 주변에 알랑거리는 애들때문에 오의도 제대로 못사용하고..-_- 수고하세요~!! 6 천심天心2006-02-14 21:13:16 제목 멋집니다~ 인페르노라~ 히어로즈를 생각나게 만드는 +_+ 대사탄 너무 좋앙~ 7 들아탈수2006-02-14 21:26:35 널리 알려져 있어 흔하다면 흔할 수 있는 단어이긴 합니다만 강렬한 어감으로 그만큼 멋진 단어죠..김백호님의 글은 아스크가 처음입니다만 아스크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한 인상과 군더더기 없는 시원시원한 진행으로 볼 때 상당히 잘 어울리는 제목이 될 꺼 같네요.. 8 파란2006-02-14 21:28:41 좋지요.... 어쨋든 잘읽었습니다. 열심히 써주세요. 9 마패2006-02-14 21:31:06 오오오오 재밌어 10 여린남자2006-02-14 21:40:46 인페르노 ㅋㅋ 서풍의 광시곡이 생각난다는 ㅋㅋ 11 도우2006-02-14 21:40:49 건필여 인페르노 맘에 들어요 ] 12 질라르디노2006-02-14 21:48:23 ㅋㅋ 루시퍼와 스콜이 만나면 꽤 잼있겠네요ㅋㅋ 근데 작가님 루시퍼와 베헤모스의 대결은 어떻게 끝났나요? 루시퍼도 지금의 스콜처럼 힘들게 이겼나요??? 13 En2006-02-14 21:50:03 인페르노.. 좋네요.. 14 찡찡이2006-02-14 21:58:30 잘 보고 갑니다. 인페르노 좋은 어감입니다. 마음에 드네요. 15 The[劍]2006-02-14 22:08:04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인페르노// 어떤 작품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작품의 내용과 관계가 있고 분위기에 어울리겠지요^^ 일단 저는 작품을 모르기에 어울린다고 단정지어서 말씀드릴수는 없지만 백호님이 혼을 담아쓰는 작품이라면 어떤 이름도 아깝지 않고 잘 어울릴 거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잘봤구요 건필하세요^^ 16 바레이타2006-02-14 22:10:49 건필 17 김백호2006-02-14 22:32:45 카리리님,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천심天心님, 제 글을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영광입니다. 그럼 인페르노로 밀고 나가야겠습니다. 우주양단님, 하하하, 그렇습니까? 巨時期님, 어제 정할 때는 몰랐는데, 자꾸 말하니까 괜찮은 것 같네요. 오호호호~ 데스카님, 그것때문에 그나마 싸움이 벌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한방에 끝나버리면 재미없잖습니까? 하하하. 들아탈수님, 네, 아무래도 제목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기대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파란님, 네, 반드시 건필하겠습니다. 마패님, 감사합니다. 여린남자님, 그렇습니까? 여러가지 친숙한 단어이고, 이미지가 있는 단어이니 잘 적어야겠군요. 도우님, 감사합니다. 이제 조금 부담이 들기 시작하는군요. 제목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수 있도록... 질라르디노님, 루시퍼와 베헤모스는 싸우지도 않았습니다. 루시퍼와 싸운 자는 아바돈밖에 없죠. 물론 이것도 단 한방에 나가떨어졌지만요. 물론 베헤모스도 강하지만,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옥의 왕이라고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신이 따로없으니까요. En님, 말씀 감사합니다. 찡찡이님, 네,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어감이 좋다고 하시니 벌써부터 두근거리네요. The[劍]님, 쿨럭, 절 그렇게 높게 평가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기대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도록, 한 가지만, 아스크보단 더 재미있고, 심열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바레이타님, 건필하겠습니다. 18 冥王2006-02-14 22:35:27 인페르노라.... 많이 쓰이던 말이지만 뭔가 있어보이는 것 같아요 ㅎ 19 잠이와요;;2006-02-14 23:30:32 인페르노 친숙한 단어로군요 ㅎㅎㅎ 좋습니다 근데 스콜은 필살기 (검은 물방울 떨어지는거 맞나요?) 안쓰나요?? 그거 쓰면 한방일 듯한데 20 당근이지~2006-02-14 23:50:31 제목도 좋지만 이미 내용만으로 백호님의 아스크는 최고의 소설이라할수있습니다 21 칼로쓰는글2006-02-14 23:57:05 거대한 눈알을 순간 상상해 버렸다는... 22 극성2006-02-14 23:59:47 건~필~하~세~요!!! 23 緋色の空2006-02-15 00:10:33 검지손가락만한사람이면.... 눈알이 거의 몸통만...;;;; 인페르노 좋네요~ 건필하세요! 마지막까지 살아남으시길! 24 상상소년2006-02-15 00:20:23 ㅋㅋ 언제;; 2화나 나왓지;;ㅎㅎ 재빨리 읽었죠..ㅎㅎ 역쉬- _-ㅎ 곰의 가죽을 뒤집어쓴자 곰의 영혼을 가진자 자신가 상대방을 파멸로 밀어넣는자.. 맞나?;;; 베르세르크... 이건....!!!!!!!!! 미친곰- _-;; 아닌가요? ㅋㅋㅋ;;; 어쨋든 잘보고있어요 ㅎ 힘내세요~ ㅎ 25 상상소년2006-02-15 00:22:15 P.s 헐!!! 프레키 류 라뇨!!!!!!- _- 희롱죄로 고소 할거에요!!!-ㅋ 제가 그리되면... 님은.. 시엘과같은 요리실력을 가지신분과.. 백년회로(?)를... ㅎㅎㅎㅎㅎㅎ 26 실페리온2006-02-15 00:45:20 이름으로 나쁘진 않지만...내용을 봐야 제목과의 느낌이 매치가 되는지 아수 있으니까요 +_= 27 카이렌2006-02-15 11:27:24 쿨럭... 제가 아래편에서 백수왕 베히모스라고 한것은... 百獸王 인겁니다; 놀고 먹는 백수가 아니란걸 아시면서도.. 쿨럭~ 커헉! (각혈...) 어쨌든 잘 보고 갑니다. 알바트로스는 아직 발표가 나지 않은것 같더군요. 좋은결과가 있기를... 인페르노 좋은 이름입니다. 저는 화려한 불꽃을 좋아하지요. 28 만년근산삼2006-02-15 12:12:57 '눈'보다는.......'거시기'가 생각난 나. 나는 변태인가?. 여러분은 정말로 '눈'을 먼저 생각 하셨습니까? '거시기'보다 먼저? 29 구정물2006-02-15 17:34:52 베르세르크는 버서크의 일본 발음인데;;; 30 챌린저a2006-02-15 17:58:22 인페르노~~~ 뱀과 이리의 노래... 보다는 좀더 멋있는것 같네요 ㅋ 31 김백호2006-02-15 18:38:24 冥王님, 감사합니다. 인페르노로 결정입니다. 후훗. 잠이와요;;님, 그거 쓰면 한방이긴 하지만, 엠블라도 죽겠죠. 너무 강한 필살기는 항상 제약이 따르는 법이죠. 당근이지~님, 쿨럭, 너무 부담되는 말씀이시라는... 열심히 적겠습니다. 칼로쓰는글님, 몸통만 하겠죠. 하하하. 극성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緋色の空님, 네, 맞습니다. 몸통만 합니다. 그런데 연참대전 끝나기전에 완결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못 살아남는다는... 상상소년님, 하하하, 시엘처럼 예쁘고, 돈 많다면야 제가 요리학원을 다니면 되죠. 상상소년님은 자드키엘같은 멋진 남자랑 백년회로하세요. 룰루랄라~ 실페리온님, 네, 어서 빨리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카이렌님, 오늘 알바트로스발표가 있는 날인데, 청어람 홈피에는 아무런 말도 없네요. 역시 우리나라 출판사 일처리가 어름하죠. 기대는 안한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대로 왠지 사람이란 게... 두근두근거리네요. 만년근산삼님, 듀란류시군요. 전 거시기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당당! 구정물님, 버서크의 일본식 발음은 바사크죠. 제가 일본어는 조금 한답니다. 후훗, 베르세르크는 독일식 발음입니다. 원래 북구신화에서 유래된 말이니까 버서크를 쓰지 않고 베르세르크를 썼죠. 챌린저a님, 역시 그렇죠. 뱀과 이리의 노래보다는 인페르노가 낫죠. 결정했습니다! 쿠궁! 32 주정2006-02-15 20:56:26 잘못했다고 빌면서 이 구두를 핥아라. 그럼 [[살며주마]]<-- 이히히~ 33 破邪神劍2006-02-16 00:22:55 인페르노 좋은데요^^ 베헤모스 좀 맘에 드네요 안죽었으면 ㅎㅎ 34 김백호2006-02-16 00:24:52 주정님, 오랜만입니다.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破邪神劍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베헤모스, 후후훗. 35 소검무제2006-02-16 01:10:52 잘 보고 갑니다. 36 소면살우2006-02-16 09:33:05 잘못했다고 빌면서 이 구두를 핥아라. . . . 무릎을 꿇고 내 발을 핥아~ 챠앗~ 챠앗~ -- 여성주인공이었다면;;;; -_-;;; 37 Σ비호란™2006-02-16 12:38:58 잘보고갑니다^^ 38 Sangel22006-02-17 08:37:43 점점 더 재미가 더해지는 듯-0-! 재미있게 잘보고 갑니다! 39 륜.2006-02-20 00:07:55 인페르노 어감 괜찮고 책방에 있다면 눈에 확 띄는 이름인듯~ 40 카미드2006-02-22 20:30:30 인페르노... 갑자기 오페라가 생각나네요. 우후후. 그런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멋집니다. 41 김백호2006-02-22 23:56:21 감사합니다. 아마도 음악과 관련된 얘기도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유후, 지켜봐주세요. 42 FW창조2006-02-24 01:07:58 인페르노~! 상당이 멋있군요. ㅋㅋ 43 쾌감조루2006-02-24 08:01:28 인페리노 괜찮네요. 그치만 '황혼을 쫓는 늑대'처럼 뭔가 자극적이며 이끌어가는 분위기의 제목이 더 좋을듯 하기도 하네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5화 [50]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3화 [38]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15 22:56:11 고친날 2006-02-15 22:56:11 읽은수 1283 [ 14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5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금빛 바람에 흩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돌진해온 스콜의 칼날이 베헤모스의 눈동자에 박혀버렸다. "크아악!" 방금 전까지도 밝았던 세상, 미스텔테인이 시신경을 찌르면서 한쪽 눈은 영원한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고통에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비명을 지른 베헤모스, 그는 눈동자에 박힌 미스텔테인을 꽉 쥐고 비트는 스콜의 신형을 잡아채었다. "네 녀석! 찢어 죽여주마!" 뇌와 가까울수록 고통은 지독한 법이다. 견딜 수 없는 통증 앞에 광분한 베헤모스는 그의 신형을 잡아서 입속에 넣어버렸다. 그리고는 위어금니와 아래어금니사이에 깨우고 꽉 물어버렸다. 으드득! 소름끼치는 소리가 그의 입속에서 터져 나온다. 물론 스콜의 비명소리도 베헤모스의 입속에서 나오는 웃지 못 할 형국이 되어버렸다. 베헤모스는 눈알에 박혀버린 미스텔테인은 다시는 쥐지 못하도록 멀리 던져버리고, 몇 번 더 아작아작 씹더니 바닥에 침을 뱉듯 스콜을 뱉어버렸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스콜, 그는 한 팔로 땅을 짚으며 일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왼쪽어깨는 함몰되어버린 듯 축 늘어져있었고, 허벅지에는 송곳니가 박혔었는지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다. 몸 여기저기에 난 상처에서 피가 철철 쏟아진다. 뼈도 몇 개나 부러진 지 계산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면 벌써 수십 번도 넘게 죽고도 남았을 상황이다. 목숨이 아직 붙어있는 것이, 의식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 신기하고, 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헉, 헉." 스콜은 죽어가고 있었다. 유일하게 저항할 수 있는 무기인 미스텔테인마저도 숲 속 어딘가에 잃어버린 그, 더 이상 희망의 빛줄기는 그를 감싸지 않은 것 같은데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살아서 스스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는 순간 그걸로 끝이다. 스콜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 '베헤모스는 외눈이 되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눈 하나만 더 뺏는다면 베헤모스는 앞을 보지 못하는 형국이 되어버린다. 아무리 육감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카르마를 일체 느낄 수 없는 이곳에서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죽어도 좋다.' 스콜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베헤모스의 눈 하나만은 반드시 빼앗을 거라고 굳은 결의를 다졌다. 자신이 죽더라도 엠블라가, 엠블라가 안 된다면 자드키엘이 시력을 잃은 베헤모스를 처단해주리라 믿는 방법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반쯤 구부러진 자세, 주춤거리면서 겨우 일어선 스콜은 그나마 신체의 다른 부위에 비해 멀쩡한 오른손을 들어서 힘껏 소리쳤다. "뭘 꾸물거리고 있냐! 미스텔테인!" 그의 외침과 함께 하늘을 향해 뻗어있던 그의 손안으로 숲 어딘가에 떨어져있던 미스텔테인이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키킥, 다 죽어가는군. 지금 상태라면 네 녀석을 내가 벨 수도 있다." 섬뜩한 경고를 하면서도 말과는 달리 미스텔테인은 스콜에게 최대한 부담을 안주기 위해서 얌전하게 손안에 안착했다. "훗, 기다려라. 큼직한 먹이를 먹여주마. 아주 원 없이 피를 빨 수 있을 거다." "기대하도록 하지!" 미스텔테인 나름대로의 응원에 스콜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조차 힘들어보였다. 여러모로 가능성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다기보다는 오히려 거칠게 타오르고 있었다. "뭘 중얼거리는 거냐? 엉망진창인 네 녀석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없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어라. 네 녀석 정도면 공석인 지옥의 군주자리 하나는 문제없다." 베헤모스는 처절하기까지 한 스콜을 보며 왠지 아까운지 그러한 말을 던졌다. 물론 그도 깊은 상처를 입기는 했다. 그러나 죽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스콜은 지금 서있는 게 전부일 정도로 극심한 상처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대로 나눠도 얼마 못 있어 죽을 것 같았다. "포기?" 스콜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 그만 포기해라." "포기하는 순간 덮쳐오는 건 절망의 밤뿐이다. 이렇게 서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불타는 황혼을 볼 수 있다." 지금은 해가 중천에 떠있는 대낮이었다. 베헤모스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말에 고개를 조금 갸웃거리면서도, 그의 의지만은 느낄 수 있어 스콜을 인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네 녀석, 이것 하나만 말해주마." "……." 스콜은 대답할 여력도 없는 듯 했다. "네 녀석은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만난 최강의 상대였다. 그럼, 편히 죽어라." 베헤모스는 모든 카르마를 주먹 하나에 담았고, 스콜도 고개를 들어서 그 광경을 직시했다. 두발로 힘겹게 땅을 밟고 미스텔테인을 치켜든다. 그는 생명을 짜내면서까지 카르마를 불어넣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으로 그들의 치열했던 격돌은 끝을 보일 것 같았다. 크르릉! 사나운 늑대가 경계하는 소리가 미스텔테인에게서 터져 나왔다. 베헤모스의 커다란 주먹에서도 살기가 빛을 발하였다. "마지막이다!" 베헤모스가 있는 힘껏 외치며 주먹을 내질렀다. 대기를 양분하는 듯 날아오는 주먹을 보며 스콜은 미스텔테인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와라!" 진정 마지막 격돌! 검과 주먹이 지르는 비명소리, 뜯어지는 살점들, 잔인한 바람이 일으킨 폭풍우, 천지가 마구 울부짖는다. 한 남자와 한 남자는 그 속에서 서로의 살점을 잔혹하게 뜯어먹고 있었다. 하나의 정의와 하나의 정의가 맞부딪쳐서 내려진 결론은 스콜에게 불리했다. 카르마는 베헤모스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하더라도, 육체의 크기에서 철저히 밀리고 있었다. 내질러진 주먹을 베어냈지만, 그것은 겨우 손의 일부를 앗아갈 뿐이었다. 베헤모스는 그 아픔을 이겨내며 끝내 주먹으로 스콜의 몸통을 강타해버렸다. "크윽!" 지독한 고통의 비명이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것을 도로 삼켜버린 스콜은 주먹을 맞고도 두 다리가 땅에 붙어버렸는지 버티고 서서 미스텔테인을 다시 한번 휘둘렀다. 그러나 이미 전세는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었다. '안돼!' 엠블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처음 그를 봤을 때만 하더라도 그녀의 눈동자에는 원인모를 질투와 미움이 깃들어있었다. 하나같이 인형술사들은 말했다. 오직 스콜만이 중간대륙을 구할 수 있다고,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에 비춰진 그의 모습은 사명을 저버린 나약한 실패작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시일을 두고 그를 지켜보았다. 벨리알이 그에게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마몬이 그의 손에 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엠블라는 자신이 하찮게 여겼던 그가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있기에 벨리알과 마몬을 죽일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엠블라는 발할라로 올라온 그의 길안내를 자진해서 맡기로 한 것이다. 명령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아니, 몇 시간 전 발할라에서 스콜을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실패작이란 생각은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허나, 지금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벨리알이 죽었고, 마몬이 그에게 당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를 모르는 남자, 하지만 지금은 위험해보였다. 그의 의지와는 반대로 육신은 거인을 상대하며 한계에 다 달았던 것이다. 엠블라는 로브의 주머니에서 심연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투가 끝날 때까지 이미 날려버린 카드를 회수하는데 쓰는 카르마도 아까워서 아쉽게도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카드는 두장이 전부였다. 이것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보였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저 남자의 손에 이 두장의 카드가 들려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좋아!' 엠블라는 로브자락을 휘날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좋은 그녀는 베헤모스의 한쪽 눈을 찌른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두장의 카드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모든 카르마를 불어넣어서 베헤모스의 남은 외눈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타다닥! 그렇게 뜨거운 전장으로 달려온 엠블라,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앞에 방해꾼이 나타나버렸다. 이미 결정적인 순간마다 방해를 받아왔던 베헤모스가 드래곤에게 의지로 명령을 내린 것이다. "끼욱!" 울음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도마뱀처럼 생긴 거대한 파충류, 두 날개를 펄럭거리며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늘을 전부 가려버릴 정도로 그 몸집은 거대했다. 물론 베헤모스에 비한다면 독수리정도밖에 되지 못하는 크기였지만, 인간의 시각으로 볼 때 드래곤의 위용은 정말 대단했다. 그러한 드래곤이 그녀를 잡아먹으려하고 있었다. 드래곤이 그녀의 육신을 유린하기 위해서 달려드는 와중에서도 엠블라로서는 스콜이 뻔히 밀리고 있는 장면을 무시할 수 없었다. 찰나의 시간, 두 길 중에 한곳으로 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금 눈앞에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서 심연의 카드에 카르마를 집어넣고, 상대를 한다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그 길은 부서져가는 스콜을 버리는 길이었다. 그것이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드래곤을 떨쳐버리고, 카드에 카르마를 집어넣은 다음 베헤모스의 눈을 향해서 던지는 방법이 있었다. 여기서도 드래곤을 어떻게 떨치느냐하는 문제와 그동안 스콜이 버틸 수 있느냐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냐! 길은 하나 더 있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엠블라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드래곤을 향해 달렸다. 달리는 그대로 자세를 숙여서 드래곤의 밑으로 통과를 해버린 것이다. 그것은 드래곤을 제친다고 보기엔 너무나 어수룩한 행동이었다. '내 목숨을 버릴 경우엔 하나의 길이 더 생겨나!' 그녀는 어찌 보면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드래곤의 밑으로 달려가서 베헤모스의 얼굴을 포착했다. 그리고 온몸에 흐르고 있는 카르마를 심연의 카드에 불어넣었다. '지금처럼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실패작씨!'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친 엠블라는 카르마가 담긴 카드를 정확히 베헤모스의 눈을 향해 던지며 한때 스콜이 미치도록 그리워했던 미소를 지어보였다. "끼욱!" 날아가는 카드를 바라보던 엠블라, 그녀의 몸통, 그녀의 허리가 드래곤에게 이빨에 물려버렸다. 으드득! 허리가 끊어지는 소리가 전장에 울렸다. 드래곤에게 물려서 힘없는 인형처럼 춤을 추던 그녀의 신형이 뚝 하고 반으로 떨어져버린 것이다. 상반신과 하신으로 둘로 갈려버린 엠블라는 피를 콸콸 토해내면서 땅바닥에 떨어졌다. "……." 빛깔을 잃어가는 그녀의 눈동자는 자신의 몸이 찢어졌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던진 카드가 베헤모스의 눈에 맞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힘겹게 눈을 뜨고 있었다. 파팍! 강렬한 스파크가 튀기며 엠블라의 최후의 힘이 담긴 카드가 베헤모스에 눈알에 박히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섭도록 주먹을 휘두르는 걸 멈추고 두 손을 얼굴을 감싸며 번개소리를 닮은 비명을 질렀다. '성공했다…….' 엠블라는 크나큰 성취감과 함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짐을 느꼈다. 한편 만신창이가 된 스콜로서는 처음에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겨우 고개를 돌려서 주위를 둘러보자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녀가 있었다. 하반신은 드래곤이 뜯어먹고 있었고, 상반신만 덩그러니 땅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남아있던 걸까? 스콜은 달렸다. 차갑게 식어가는 엠블라를 보고 그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피를 토하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죽음을, 소멸을 앞두고도 그녀는 스콜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미소를 지어주었다. "어, 어째서?" 스콜이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와 베헤모스가 싸우는 사이 드래곤과 엠블라는 서로 대치상황을 이뤘을 것이다. 아무리 드래곤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녀라면 쉽게 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토록 처절하게 당했다. 아마도 베헤모스의 한쪽 눈을 앗아가기 위해서 엠블라는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았던 것일 테다. "바보…… 같네요." "무슨?" "우린 영혼이 없어요. 그래서 사랑도…… 희생이란 것도…… 현실적으론 하지 못해요……. 그런데 이상해요……. 왠지 당신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쌀쌀맞게 대했던 건지도 몰라요……. 미안해요……. 바보 같죠." "에, 엠블라……." 그녀의 말은 틀렸다. 분명 복제된 인형은 본체의 기억을 가지진 못한다. 그러나 비슷한 성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루시퍼의 복제인 스콜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얘기는 무엇을 뜻할까? 본체의 영혼, 그 미세한 조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너무 티끌 같아서 제대로 된 감정도 전부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완벽에 가깝게 복제된 스콜이 환희나 기쁨이란 감정이 결여된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미세한 조각만으로도 엠블라의 인형은 스콜을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엠블라가 스콜을 깊게 사랑했던 것이다. "황혼을 찾을 수 있길 바랄게요." 그 말을 남긴 그녀가 부르르 떨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죽은 것이다. 아니, 이 세상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끔 깨끗이 소멸되었다. "고마웠다."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한 스콜은 그녀를 땅바닥에 누인 채 쓸쓸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미스텔테인을 피가 나도록 꽉 쥐었다. 그녀가 생명을 걸고 만들어준 기회다. 엠블라의 인형, 그녀의 죽음은 55년 전의 엠블라가 아니란 걸 알지만, 55년 전의 그 지독스런 기억이 떠오르게끔 만들어주었다. 스콜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입술이 터져서 피가 흐른다. "그녀가 죽었다. 그녀의 죽음과 함께 너희의 죽음은 결정됐다." 스콜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두 눈을 감싼 베헤모스가 가소로운지 쩌렁쩌렁하게 대꾸를 날렸다. "크윽! 확실히 나는 두 눈을 잃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날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은 버리는 게 좋다!" 베헤모스의 대답,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는 육감뿐만 아니라 후각도 뛰어난 자다. 눈으로 볼 수 없다고 해도 자신의 위치를 냄새로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몰랐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베헤모스와 드래곤의 죽음 결정지어졌다. "아니, 두 눈이 멀쩡해도 너희들은 죽는다." 왜냐면 스콜은 잃을 게 없는 순간 가장 강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엔 베헤모스, 드래곤, 그에겐 적밖에 없었다. 그는 말없이 미스텔테인을 치켜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갈 수 있는 데까지 도망가라."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죽어가던 스콜, 그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심장에 묶여있던 사슬을 끊어버렸다. 이윽고 전개되는 카르마의 폭주, 그의 몸에서 미친 듯이 터져 나온 카르마가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장님이 되어버린 베헤모스였지만,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카르마에 그 커다란 덩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분명 발할라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르마 때문에 스콜의 카르마를 못 느껴야 정상이었는데, 지금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즉, 지금 스콜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카르마가 발할라의 카르마를 능가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뭐, 뭐냐?" 곧 망자가 될 자에게 대답 따위는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조용히 금지된 주문을 노래할 뿐이었다. 분노(忿怒)가 깃든 칼날은 아기의 숨결마저 벤다! 통곡(慟哭)으로 물든 황혼에서 깨어난 칼의 조각이여! 숙명(宿命)의 사슬마저 깨부수고 거짓된 태양을 멸하리라! 전율(戰慄)의 검(劍)! 최종오의(最終奧義)! 파멸(破滅)의 겁(劫)! 그의 노랫소리와 함께 미스텔테인이 춤을 춘다. 세상은 암흑 속에 잠들어갔고, 곧이어 하늘에서 칠흑빛깔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더 시작되었다. 이 세상에 살아있는 만물에게 평등한 시간, 죽음의 시간, 파멸의 시간이었다. 어디서 떨어지는지도 모를 빗방울 하나가 하늘을 날고 있는 드래곤의 등에 떨어졌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봤을 때 빗방울이라면 몸에 부딪치는 순간 부서지거나, 몸을 타고 흘러내리거나, 몸을 적시는 게 고작인데, 이 빗방울들은 드래곤의 몸통을 꿰뚫고, 직선적으로 내리고 있었다. "끼익!" 드래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더욱 많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 수많은 빗방울들이 베헤모스의 몸통의 크기만큼 넓은 면적으로 떨어졌다. "크아아악!" 예외는 없었다. 두 짐승은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수백, 수천 개의 빗방울의 먹이가 되어야만 했다. 강철처럼 튼튼한 베헤모스의 몸은 빗방울이 만든 수천 개의 구멍을 감당하지 못하고 함몰되어버렸다. 생의 마지막 비명을 지르며 그렇게 죽어갔다. 그의 검, 파멸의 겁이 남긴 것은 진한 핏자국밖에 없었다. + 오늘은 조금 힘든 날이었습니다. 작년 11월에 공모한 알바트로스판타지문학대상에서 아스크가 떨어졌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기대하지 않고 1,2권분량을 원고로 출력해서 보낸거였지만, 고무판에서 연재를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출판제의가 없었던 아스크로서는 그 길만이 출판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죠. 물론 현실은 절망을 논하더군요. 제 글보다 더 좋은 글이 많았기에 떨어진 것일 테지만, 혹시라도 인터넷에 많은 분량이 연재된 것 때문에 떨어진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서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뭐, 이제 남은 건 오기밖에 없습니다. 포기는 안합니다. 본 글에서도 말하듯 포기하는 그 순간 모든 것은 끝나기 때문이죠. 3월달부터는 생활전선에 뛰어들기로 어머니와 약속을 했는데, 아무래도 잔소리를 더 들어야 될 것 같아 걱정이군요. 후훗.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不狂不及2006-02-15 22:59:58 헉 설마 1타-0- 2 가마우지2006-02-15 23:01:09 리플이 아무것도없네... 작가님 힘네세요...즐감하고있어요 3 금기린2006-02-15 23:06:05 힘내십시오. 좋은 작품은 언제고 인정받게 됩니다. 4 데스카2006-02-15 23:09:13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쉽네요..하아 뭔가...힘빠지네요. (니가 왜?) 힘내시길.. 수고하세요..^^ 5 허걱보이2006-02-15 23:12:08 잘 보고 갑니다. 6 맛있는농약2006-02-15 23:15:57 파멸의검.. 오의.. 보는순간에 차가운 아이스바 먹은 듯이 소름이 쫙 ;; 저만 그런가요 = ㅅ= 7 질라르디노2006-02-15 23:16:13 후후 한명 또 제거 성공이네요.. 건필하세요~ 8 바레이타2006-02-15 23:17:07 건필.. 스콜 멋져요 9 카이렌2006-02-15 23:22:11 음.. 아까... 청어람 홈피에서도 확인했지만.. 이렇게 좋은 글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아쉽군요. 힘내시길... 엠블라는.. 언제나 스콜에게 힘을 가져다 주고 죽어버리는군요... 이번엔.. 존재의 소멸이군요...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10 지왕설2006-02-15 23:24:35 [del] 잘보고 갑니다 근데 스콜이 쇠사슬을 풀면 무슨 이상이 생기나요? 결정적인 순간에만 푸네요 11 매너모드2006-02-15 23:36:31 허억....ㅠㅠ아쉽습니다.. 그래도 힘내시길!! ^^ 12 김백호2006-02-15 23:47:29 不狂不及님, 네, 1타였습니다. 축하드리옵니다. 가마우지님, 하하하, 힘은 넘치고 있습니다. 오기라는 힘! 보십시오! 평소보다 3kb정도 많이 올렸잖습니까!! 금기린님, 다음 글로 인정을 받아야겠지요! 데스카님, 재미있게 읽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걱정까지 끼쳐드린 것 같아 괜히 죄송하네요. 열심히 적겠습니다. 허걱보이님, 댓글 감사합니다. 맛있는농약님, 겨울에 아이스크림 드시면 감기 걸립니다. 주의하세요. 질라르디노님, 네, 하나가 또 갔습니다. 여기서 아마 의심을 할 듯 합니다. 이러다가 악마랑 천사랑 균형이 너무 안맞는 거 아닌가! 하고요. 바레이타님, 감사합니다. 스콜은 정말 멋진 녀석이죠. 저도 스콜처럼 살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카이렌님, 그렇군요. 엠블라, 그러한 존재였군요. 이미 스콜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건필하겠습니다. 지왕설님, 쇠사슬이라, 도덕적인, 윤리적인 의식의 파괴를 뜻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쇠사슬이 풀릴 때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게 되니까요. 매너모드님, 네, 힘내서 건필하겠습니다!! 13 칼로쓰는글2006-02-15 23:49:43 힘내세요...아스크 충분히 출판될만 한 글같은데... 14 天照帝2006-02-15 23:56:26 좋은 글입니다~ 힘내세요!! 15 마패2006-02-16 00:01:35 재밌어 ㅠㅠ 16 冥王2006-02-16 00:04:12 감격!ㅎ 17 마술전기염2006-02-16 00:14:22 아니, 아스크가 출판할 수 없다니... 아쉽군요 그러나 언젠가 출판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18 아미델린2006-02-16 00:15:01 힘내세요 ^^ 재미있게 읽구 갑니당 19 s으헬s2006-02-16 00:22:25 즐감 20 도우2006-02-16 00:23:15 건필요 작가님 21 크리노아2006-02-16 00:24:08 잘 보고 갑니다. 건필! 힘내세요....란 말을 저도 할 수 밖에 없군요. 이런 글이 어떤 이유인지도 모른채 떨어져야 하다니... 그래도 제게 있어 현재 최고의 판타지 입니다! 22 破邪神劍2006-02-16 00:28:20 엠블라가 죽다니 ㅠㅠ 23 당근이지~2006-02-16 00:53:07 제가 보기에 아스크는 최고의 판타지소설중하나입니다.힘내십시오! 24 소검무제2006-02-16 01:16:27 힘내세요.^^* 생활전선도 포기하는순간 끝입니다. 화이팅~~~~~~~ 25 힌2006-02-16 02:05:35 어떤 작품보다도 흥미있고 탄탄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출판제의가 안오는지 저로서는 이해할수가 없네요. 책으로 나온다면 소장하고 싶어질 정도인데... 스콜이 저런데 작가님이 포기하면 되겠습니까~~ ㅎㅎ 힘내세요, 화이팅~!! 26 김백호2006-02-16 02:31:04 칼로쓰는글님, 네, 힘내고 있답니다. 그리고 출판제의가 안들어오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인사차원으로 생각하고 미련두지 않으렵니다. 天照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마패님, 우실것까진... 하하하. 冥王님, 감사합니다. 마술전기염님, 네, 다음작은 꼭 출판을 노려봐야겠죠. 아미델린님,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계시다니 뿌듯하군요. s으헬s님, 감사^^ 도우님, 네, 그런데 작가라는 표현은 솔직히 부담된다는... 글쓴이로 불러주세요. 하하하. 크리노아님, 쿨럭, 그렇게까지 봐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破邪神劍님, 그녀가 떠나버렸습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름으로요. 소멸이란 이름으로요. 하지만! 당근이지~님,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인데 좋게 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소검무제님, 생활전선도 힘들죠. 그나마 제가 잘하는게 이거라고 믿기에 끝까지 노력해봐야겠죠. 힌님, 부족한 점이 있으니까 그러겠죠. 소장이라, 정말 고맙습니다. 조금 힘든 얘기를 하고 괜히 한 건 아닌가하고 걱정했는데, 이렇게 응원을 해주시니 정말 힘내서 적어야겠군요. 네, 스콜을 봐서 달리야겠죠. 27 마음의병2006-02-16 02:40:15 ㅠㅠ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출판하지 않는다니..................... 28 박진섭2006-02-16 08:05:18 안타깝네요. 아스크는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힘내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29 The[劍]2006-02-16 08:14:09 아니 이렇게 재미있는 글이 떨어지다니 그사람들 눈이 삔거 아닙니까? -0-;; 그리고 출판하지 않으신다니ㅠ_ㅠ 출판하셨다면 전질을 소장하고 싶은데요(엉엉) 제가 출판사에 압력을(퍽! 무슨 힘이 있다고 ! 퍽) 오늘도 잘 봤습니다^^ 건필하세요 30 사심안2006-02-16 09:27:26 하아... 가차없는 작가님께.... 솔직히 날잡아서 소피아까지 저런식으로 보내시는거 아닌가 무지 걱정됩니다. 31 잠이와요;;2006-02-16 12:29:59 아그렇군요 김백호님 말씀대로 엠블라를 안죽이려고 ;ㅁ; 이제 엠블라가 죽으니 필살기를 쓰네요 아 제생각이 짧았네요 그리고 힘네세요 출판사가 눈이 없어서 그렇데요 여기 독자들은 눈이 있네요 ㅎㅎ 그럼 건필하세요 32 Σ비호란™2006-02-16 12:46:18 잘보고갑니다^^ 33 본인확실2006-02-16 12:51:34 힘내요 ㅎ 34 겜소설폐인2006-02-16 15:11:48 왜 최종오의를 안쓸까 의문이 있었는데... 엠블라 때문이였군요..ㅋㅋ 백호님 잘 보고 갑니다 넘재미있어요..^^ 35 감마2006-02-16 16:50:07 힘내십시요^^ 36 巨時期2006-02-16 18:02:45 끄앙-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아- 37 대사자2006-02-16 18:25:45 수고하세요 .. 이상하네요 이렇게 좋은 작품이 출판 제의가 없다니.. 38 血天修羅2006-02-16 19:03:42 백호님 힘내세요, 파이팅!!!! 이렇게 재밌는 소설을 왜 출판시켜주지 않는 것인지.......;;;; 39 난악마다2006-02-16 21:31:34 흐음...출판안돼는거_-;거이불가사의하군요. 잼있는데_-;; 40 오스칼2006-02-16 21:43:33 [del] 그렇더라도 출판사 좋은데서 출판하세요~ 그리고 힘내시구ㅋ 시중에 나와 출판되있는 소설보다 아스크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힘내세요! 진짜 이게 출판 안될수가 있나 싶기도하궁;; 돈많이 버세요ㅎㅎ 41 김백호2006-02-16 22:04:10 마음의병님, 정말 열심히 적었기에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감이 있지만, 다음 작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뵈면 되니까요. 미련 없습니다. 박진섭님, 말씀 감사합니다. 그냥 아스크는 다음작의 신임을 위한 준비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The[劍]님, 아닙니다. 제 글이 부족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별로, 솔직히 1,2권은 그다지 자신있는 부분도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건필하겠습니다. 사심안님, 소피아가 죽으면 선작수가 대략 20%이상은 떨어질걸로 예상되는군요. 후후훗. 잠이와요;;님, 엠블라의 인형, 왠지 엠블라라는 이름을 쓰면 항상 가엾는 결말을 내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프다는... 퍽! 거짓말! Σ비호란™님, 감사합니다. 본인확실님, 네, 열심히 쓰겠습니다. 겜소설폐인님, 확실히 강한만큼 무시못할 제약을 가지고 있죠.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흐뭇하군요. 감마님, 하하하, 힘주십시오!! 아자아자!! 巨時期님, 네, 다음화도 올려드리겠습니다. 대사자님, 뭐, 아쉽지만, 다음작으로 도전을 해봐야죠. 시련은 저를 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후훗. 血天修羅님, 어제 잠시 조금 기운이 빠진 것 뿐입니다. 지나간 일에 미련따위는 두지 않습니다. 항상 앞을 보고 달립니다. 난악마다님, 여기까지 봐주신 분들은 아마도 저와 코드가 같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아스크는 1화에서 대부분 접으시죠. 오스칼님, 말씀 감사합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까지 집필하겠습니다. 42 Sangel22006-02-17 08:40:11 꺄르륵!! 너무 재미있어요!! 43 緋色の空2006-02-17 14:53:00 건필하세요! 44 鬼舞2006-02-17 21:46:49 보는순간순간마다 전율이 오네요 ㅋ 45 극성2006-02-19 14:44:41 오오~!! 드디어 최종오의가!!! 46 륜.2006-02-20 00:14:01 크.. 정말 좋은 글인데 떨어지다니.. 힘내세요!! 47 쾌감조루2006-02-24 08:16:10 흠...엠블라가 너무 쉽게 죽었네요.. 48 앙탈재이2006-02-25 13:54:22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요. 음, 아마 문학대상에서 떨어진건.... 초반 글 도입부에서 한번에 확 끌어당기는 맛이 부족한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스크. 제가 여태껏 봐왔던 판타지 중 단연 탑3 안에 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랑, 또는 현실에의 정의 같은 깊은 것들을 다루고 있는만큼 표면적인 사건이 천계와 인간계(혹은 중간계) 그리고 악마계 지옥의 알력 싸움과 이것을 바꾸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 속에 많은걸 담고 있지요.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시는 작가님의 역량 역시 단연 탑3입니다. 재미와 기연에 치중하는 여타 무협이나 판타지와는 질적으로 다르지만.. 문학상 같은 거는 도입부에서 시선을 끌지 못하면 심사위원이 끝까지 읽어보지 않지 않을까요? 실망하지 마세요. 아스크, 분명 좋은 작품이고 분명 최고의 작가님이십니다. 벌써 이정도 경지에 오르셨는데,, 앞으로 성장해나가실 작가님이 내놓으실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언제고 말했던 작가님의 아버지와 커트 코베인. 그 글에 담긴 혼을 잊지 마세요 ^^ 언제나 건필이요 ~! 49 김백호2006-02-25 14:09:25 고마우신 말씀 감사합니다. 아직은 저 스스로도 느낍니다. 많이 부족하다고요. 다음글에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정말 제 인생에서 마지막 글이라는 각오로 글을 적어야겠죠. 그만큼 자신도 있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50 黑月影2006-02-28 08:58:33 어째서 아스크처럼 좋은글이 출판이 안되는지..ㅡㅡ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6화 [34]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4화 [43]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16 22:23:44 고친날 2006-02-16 22:23:44 읽은수 1241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6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32화 절망(絶望)속에서 절망(切望)을 찾는 법 스콜은 '철퍼덕'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져버렸다. 이미 육체의 한계는 넘어서버렸다. 이대로 죽는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불태웠고, 하얗게 재가 되어버렸다. 그의 주변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풀 한 포기조차 살아남지 못한 상황, 그가 쓰러져있는 발할라의 땅덩어리마저도 검은 빗방울에 마구 뚫려서 다른 지역보다 눈에 띌 정도로 움푹 파인 상황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비록 발할라를 뚫으면서 약해지긴 했을 테지만, 검은 빗방울은 천공의 대륙을 관통하고 중간대륙으로 내렸을 것이다. 검은 빗방울의 관통력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도 짐작하지 못하는 스콜은 제국의 하늘위에 발할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어리석었다.' 그는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도 중간대륙의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랐다. 그것만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여기가 그의 한계였다. 스콜은 감겨오는 눈꺼풀을 힘겹게 뜨며 마지막까지 처절한 저항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의 흐릿했던 눈동자에 한 여성이 비춰졌다. 시냇물처럼 발끝까지 가지런히 내려오는 머리카락에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진 여성, 그녀는 베일로 얼굴은 가리고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여성의 치부는 가리고 있지 않았다. 풍만한 육체, 봉긋 솟은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녀는 부끄러움이란 감정은 당초에 가지고 있지 않은 듯 그를 유혹하듯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휴, 정말 대단하군요." "크윽!" 스콜은 지금 걸어오는 여성이 적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쓰러져있을 수는 없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미스텔테인을 놓을 생각은 없었다. "무리하지마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힘겹게 떨고 있는 스콜에겐 너무나 자상하고, 부드럽게 들려오고 있었다. "뭐, 뭐냐?" 나직한 대답을 던진 스콜을 바라보던 그녀는 흥분이 되는지 자신의 몸을 한손으로 매만지며 미소로 답했다. "저의 이름은 릴리스라고 합니다. 신에게 버림받은 루시퍼와 함께 지옥을 만들었죠. 지금은 욕정의 도시를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몸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망가졌는데도, 조롱하는 듯한 말을 들은 스콜은 여전히 눈빛만은 불씨처럼 활활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신에게 매혹적인 제안을 하려고 왔습니다." "제안이라고?" "그래요. 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당신은 지금 여기서 저항 한번 못해보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흥, 쉽게는, 쉽게는 안 될 거다." 스콜은 그녀의 말처럼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몸이 명령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소의 카르마만이라도 미스텔테인에 집어넣는다면 상황은 달라졌다. 미스텔테인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그거라면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었다. "후훗, 그래봐야 발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요? 일단 들어보시죠. 저는 지금 당신을 치유해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무슨 말이지?" 스콜이 힘겹게 대답했다. "당신의 전신에 난 상처를 단번에 치유해드리죠. 저에게는 대천사 미카엘조차도 두려워하는 재생의 힘이 있습니다." 그 말에 스콜은 호전적인 기세를 조금은 거두었다. 무슨 얘기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협상을 하자는 말이었다. "조건이 있을 텐데?" "물론이죠. 이곳의 중심엔 백금성이 있고, 그곳에는 엘프들이 살고 있습니다." "아, 알고 있다." "그 엘프들을 다스리는 자를 죽여주었으면 좋겠군요. 그거면 됩니다." 그녀는 스콜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살인청부를 요구하고 있었다. 즉,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타인의 목숨을 죽여야 된다는 말이었다. 그런 제안을 스콜이 받아드릴 리가 없었다. "거부한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후훗, 끝까지 들어보시면 아마 생각이 달라지실 걸요? 이곳의 원래 이름은 알브하임, 그러나 중간대륙의 사람들은 발할라라고 부르죠. 영광된 죽음을 맞이한 전사들만이 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 "하지만 진실은 달랐죠. 사람들이 믿고 있는 발할라는 알브하임이며, 전사들은 실은 아름답고, 영원에 가까운 생명을 가진 엘프들이었죠." "그래서?" "신화를 잘 떠올려보세요. 엘프들, 그러니까 영광된 죽음을 맞이한 전사들을 발할라로 데려가는 자들을 당신들을 뭐라고 하죠?" "신의 사자, 천사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당신들이 영광된 죽음을 맞이한 전사들로 알고 있던 엘프, 그들을 다스리는 자는 바로 천사입니다. 그리고 그 천사 중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인 백금성을 다스리는 자격을 가진 자는 바로 대천사 미카엘이죠." 그녀의 말을 정리하면 지금 백금성에는 미카엘이, 스콜에게 있어서는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가 그곳에서 엘프들을 다스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나에 대해서 알고 있나?" 스콜은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55년 전 그와 하티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고, 그녀는 지금 스콜의 복수심과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도 방금 전 알게 되었습니다. 까마귀를 통해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죠. 하지만, 인형술사의 집안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몰랐어요. 호기심이 동해서 방금 전 인형술사의 마을에 들렸다가 오는 길입니다. 그곳에서 알게 되었죠. 당신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말이죠." "그런가?" 힘을 잃은 대꾸였다. "어떻습니까? 그는 당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을 죽였습니다. 그자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물론 저로서도 눈엣가시 같은 자를 없애서 이득이라고 할 수 있죠." "……." "솔직히 지금 지옥은 당신 하나로 인해서 혼란에 빠져버렸습니다. 지옥의 군주들 중 베헤모스까지 3명이나 당신에게 소멸되어 버렸으니까요. 이렇게 약한 틈을 타서 언제 천사들이 공격을 해올지 모르게 돼버렸죠." 스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천사들이 악마들에게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중간대륙이 평화로움을 유지할 수 있으란 건 보장할 수 없었다. 그것은 미카엘의 위선적인 성격을 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악마들이 잃은 전력만큼 천사들에게도 전력을 잃게 만들어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천사와 악마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대립하는 와중에서야 중간대륙은 진정 평화로울 수 있었다. "나에게도, 나에게도 조건이 하나 있다." "후훗, 지금 당신의 처지를 잊으셨나요? 당신은 저에게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닐 텐데요?"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지옥에서 미카엘을 죽일 수 있는 자가 있나? 지옥의 군주들이 날 루시퍼로 착각했다는 것, 그것은 지금 지옥에는 루시퍼가 없다는 말이 아닌가?" 스콜은 베헤모스가 죽게 되자 지옥의 악마들로서도 상황이 심각할 정도라는 걸 인지했다. 그렇기에 그녀가 직접 그의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좋아요. 한번 들어보죠." "난 너희가 천사들과 싸우는 건 관여하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 중간대륙 미드가르드는 너희들의 싸움에 연관시키지 마라." "네, 좋아요. 그런 문제라면 크게 고민할 것도 없을 듯 하군요." 스콜이 지금껏 가지고 있던 관념과는 달리 릴리스는 너무나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릴리스나 지옥의 악마들의 관심거리는 루시퍼의 강림과 천사들을 멸하는 것뿐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중간대륙의 인간들은 관심 밖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라. 개미가 왕국을 짓건, 왕국을 부스건 그건 솔직히 흥미꺼리밖에 되지 못하는 문제였다. 그처럼 중간대륙의 인간들은 악마나 천사들에게 있어서는 하찮은 존재였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녀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째서 당신은 그렇게 중간대륙 따위의 일에 연연하는 거죠? 당신정도의 힘을 가졌다면 천사나 악마, 어느 쪽에 붙더라도 환영을 받을 입장일 텐데요?" 릴리스는 그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말에 스콜은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약속이라 답했다. "무슨 약속을 한 거죠?" "황혼을 보기로 약속을 했다." "황혼이라고요?" 그녀의 눈매가 살짝 치켜떠졌다. 황혼은 태양이 서쪽으로 침묵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걸 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녀로서는 알 수 없었기에 호기심이 깃든 눈빛으로 만신창이가 된 스콜을 바라보았다. "나에겐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난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해주지 못한 채 이별하게 되었다. 지금 그녀는 아마도 천국에 있을 것이다. 천국에 가서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한번이라도 말해주는 것, 그것이 내게 있어서 황혼이다." 스콜의 독백을 들으면서도 릴리스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황혼이랑 중간대륙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죠?" 이 것이 의문점이었다. 사랑했던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한 마디를 하는 것과 중간대륙을 지키는 건 엄연히 별개의 문제였다. "중간대륙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이손으로 죽였다. 씻을 수 없는 죄악, 그 죄악을 중간대륙의 사람들에게 용서받아야 한다. 그래야 천국에 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아!" 릴리스가 스콜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는지 신음소리를 뱉어냈다. "그럼 지금까지 지옥의 군주들을 죽이고, 처절할 정도로 우리에게 저항했던 이유가 단지 한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란 말인가요?" "그게 나의 유일한 소망이다." 스콜은 확고하게 대답했다. 그 말을 하면서 그는 나약한 눈물방울을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리고 있었다. "콜록! 저, 절 죽이시면 되잖아요. 콜록……, 절 죽이시러 오신 거잖아요. 제발, 스콜님은 살려주세요. 저, 저를 죽여주세요." "스콜님은 저의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스콜님을, 스콜님을……." "스콜님은, 그러니까 스콜님은 저에게 있어서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미안해요. 정말 당신을 좋아하게 돼버렸어요." "전 괜찮아요. 마지막까지 부탁을 하게 되네요. 저의 마지막 부탁 들어주실래요?" "들어주세요. 당신의 검으로 저의 마지막을 장식해주세요." "고마웠어요.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전 지금 너무나 행복해요……. 언제나 당신의 기억 속에 살아있을 수 있으니까, 사, 사랑……." 5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단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엠블라…….'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유일한 소망이란 말을 하는 순간 그녀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져버렸다. 이것이다. 이것이 그가 살아야 하는 유일한 이유였고, 그가 죽고 싶어 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인간이 되고 싶다.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인간이 되서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허망한 기대, 이것이 그가 말하는 처절한 황혼의 끝자락이었다. "바보 같은 남자군요. 당신이란 남자는……." 릴리스는 땅바닥에서 쓰러져있는 나약한 남자의 몸뚱이를 외면한 채 두 손을 모아서 카르마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녀의 외모만큼이나 화려한 카르마가 저편에 있는 나무를 죽이고, 술 풀을 시들게 만들면서 반대로 스콜의 몸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여기서 릴리스의 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적의 생명력을 뽑아내어서 죽인다. 그리고 그 생명력을 아군에게 나눠주는 능력, 참으로 무서운 기술이라 할 수 있었다. 베헤모스도 아슈켈론의 오의를 펼치지 않았더라면 이길 수 없었겠지만, 릴리스는 손도 못 대고 당할 정도였다. "가세요." 그녀가 말했다. 슬픔에 잠겨있던 스콜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몸이 깨끗하게 치유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러진 뼈와 끊어진 내장, 찢어진 살점까지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치유되었던 것이다. "고맙다. 하티, 그자는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주마." 악마와 손을 잡아버린 상황이 돼버렸지만, 스콜은 이 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55년 전 죄 없는 소녀를 죽게 만든 위선에 가득 찬 얼굴을 한 남자, 하티의 얼굴만이 그려질 뿐이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만 가면 며칠 안에 그가 있는 백금성에 당도할 것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스콜은 미스텔테인을 움켜쥐고 북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의 몸에는 최후의 결전을 위한, 전에 없던 카르마가 폭발하고 있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매너모드2006-02-16 22:24:58 이야 따끈따끄낳네요^^ 2 冥王2006-02-16 22:28:33 키야~멋집니다! 건필하세요~ㅎ 3 血死魔人2006-02-16 22:30:09 연참하세요 ~ 4 화랑(花郞)2006-02-16 22:35:23 후우... 드디어 하티와의 제외인가요..? 스콜, 파이팅입니다..!! 5 질라르디노2006-02-16 22:36:31 허걱 설마 이번 전투가 마지막인가요???ㅜㅜ 아쉽다... 6 김백호2006-02-16 22:43:28 매너모드님, 다급하셨군요. 오타나셨습니다. 후후훗. 冥王님, 스콜이 아니라 제가 멋지다는 말씀이시죠? 감사합니다. 血死魔人님, 쿨럭, 다음작으로 연참해드리겠습니다. 현재 비축분 40kb쌓였습니다. 화랑(花郞)님, 그렇죠. 정말 반갑지 않은 남자와의 싸움이죠. 아마도 가장 힘든 싸움이 될 듯 합니다. 질라르디노님, 음, 스콜의 전투는 하티가 마지막입니다. 그런데 아쉬울 건 없습니다. '아스크'가 끝나더라도 '인페르노'의 주인공이 대신 싸우니까요. 후훗. 7 포리프a2006-02-16 22:55:22 너무 멋있어요ㅠㅠ 어휴. 엠블라도 너무 안타깝고. 미워요, 김백호님! (응?) 잘 보고갑니다ㅠ 도저히 댓글을 안남길수가 없더라구요; 8 칼로쓰는글2006-02-16 22:56:11 안 그래도 어떻게 회복하나 했는데... 간단하게 회복되는군요 9 ㅡ_ㅡ악덕2006-02-16 23:04:20 하티쯤이야 한방에!..; 10 아미델린2006-02-16 23:15:42 으음.. 건필 ^^ 11 데스카2006-02-16 23:18:4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제 최후의 결전이 다가오는군요. 왠지 점점 쓸쓸 해지네요. 마지막 하티와의 결투 멋있게 해주세요!!! 소피아의 해피엔딩도 바랍니다. 으악~!!! 이제 점점 끝이 다가오니 가슴 한구석이... 건필하세요..ㅜ.ㅜ 12 진(鎭)2006-02-16 23:47:10 힘내세요.~~~~` 13 마패2006-02-17 00:18:17 드디어 하티구나 14 쿠도히스케2006-02-17 00:36:22 으아아~ 3일만에 저 앞부터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오늘은 6시간동안 이 소설 붙잡고 보고있었네요; 다음화가 너무너무 기다려 집니다! 건필하세요! 15 김백호2006-02-17 00:48:06 포리프a님, 후훗, 미워하지마십시오! 버럭! 버럭! 솔직히 엠블라보다는 스콜이 더 불쌍하지 않습니까? 칼로쓰는글님, 하하하, 네, 스콜의 회복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가 짠하고 나타난 거죠. 릴리스의 존재목적이 이번화의 회복에 있었답니다. ㅡ_ㅡ악덕님, 한방에 죽을 수도 있을 듯... 후훗. 아미델린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데스카님, 저도 끝으로 가면 갈수록 섭섭한 기분은 드는군요. 이제 점점 정리가 되가자 왠지 씁쓸합니다. 그리고 엔딩은 멋지게 그려질걸로 예상됩니다. 기대해주세요. 진(鎭)님, 네, 감사합니다. 힘내겠습니다! 마패님, 그렇죠. 이젠 진짜 마지막까지 왔습니다. 쿠도히스케님,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그나저나 6시간씩이나, 제가 쓴 글이 벌써 분량 그 정도까지 됐군요. 나름대로 뿌듯하군요. 다음화에 뵙겠습니다. 16 캘시퍼2006-02-17 00:55:02 흠.. 응모하셨던게 안 되서 너무 안타깝네요. 아스크의 진정한 묘미는 뒤로가면 갈수록 글이 완벽해져간다는건데. 근데, 솔직히 저도 첫부분 봤을때는 조금 망설였답니다. 이유는, 인기투표에서 1위인 '소피아' 때문에 ㅡㅡ; 어의없는 수다를 떠는 여주인공이라는 설정에 고개를 설레설레했었는데, 오랜만에 판타지를 보고프단 생각에 참고 몇편 더 봤었던게.. 소피아의 과거 얘기를 본 후론, 오히려 그 어의없는 수다를 사랑스럽게 느끼게하는 백호님의 마술(대단함!)에 걸려 지금은 매니아가 되었지만 뭐, 아스크의 초반부를 버텨내는게 조금은 어렵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심사위원들이 4권정도만 봤어도 바로 대상이였을꺼예요 ^^; 제가 본 국내 판타지 첫작품이 '바람의 마도사'였는데, 아스크가 지금까지 본 작품중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의 대작이니, 맘껏 쓰셨으면합니다. 건필요~! ^^ (몇일간 댓글을 못 남긴게 죄송스러워서 장문을 ㅡㅡ;) 17 The[劍]2006-02-17 08:25:27 첫화에 나온 소피아보고 좋아한건 나뿐인건가?- _-ㅎ(읔!!) 건필하세요^^ 18 巨時期2006-02-17 09:10:27 끄앙- 잘 읽고 갑니다아- 19 당근이지~2006-02-17 09:43:08 백호님은 글을 너무 잘쓰셔.이런글 출판안되는 현실이 밉습니다 흑흑 20 천심天心2006-02-17 10:04:23 최고다~ 정말 최곱니다... 여기 회상장면... 엠블라의 그림자의 죽음...아, 안구에 습기가 차네... ㅋㅋ 정말 최고에요 정말 4권분량만 넣었어도 바로 대상입니다...ㅜㅜ 이게 왜 대상이 아닐까? 희한하네 ㅡㅡ 21 당근이지~2006-02-17 10:26:18 맞다 상!제가 심사위원들좀 심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짜르게요 22 카이렌2006-02-17 10:39:43 쿨럭.. 그렇다는 말은... 인페르노는 아스크와 충분히 연관이 있는 작품이라는것인가요? 이를테면 말그대로 후속작이 되는건가요? 마지막 전투와 인페르노의 주인공의 싸움이라... 뭔가... 의미심장하군요. 잘 보고 갑니다. 23 파란2006-02-17 10:40:19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써주세요 24 소검무제2006-02-17 13:07:11 잘 보고 갑니다. 25 Σ비호란™2006-02-17 13:08:20 잘보고갑니다^^ 26 바레이타2006-02-17 14:03:20 흑흑 감동 먹었어요 ㅜㅜ 27 緋色の空2006-02-17 14:56:32 건필하세요!!!!!!!! 28 잠이와요;;2006-02-17 15:41:33 와아~~ 미카엘 잡으러 갑시다 29 Sangel22006-02-17 18:11:34 으으 너무 재미있어요! 30 오스칼2006-02-17 20:19:47 [del] 재밌다= = ㅋ 31 김백호2006-02-17 23:10:38 캘시퍼님, 공모는 괜찮습니다. 과거에 얽매여서 미래를 망치면 안되겠지요. 그리고 공모한 작품들이 그만큼 더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배워야 할 점들이 많음을 느꼈습니다. 또 솔직한 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에 소피아의 과장된 연기를 그리면서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뒤에까지 보시는 님들은 오히려 이점때문에 좋아해주시지만, 처음에 접게 만드는 요인이 될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아무쪼록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서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 The[劍]님, 하하하, 저도 소피아가 처음부터 좋았습니다. 쿠쿡, 글쓴이는 예외인겁니까? 巨時期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훗. 당근이지~님, 아닙니다. 아직은 제 글솜씨가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다음글은 훨씬 더 노력해서 뵈어야겠지요. 천심天心님, 쿨럭, 감사합니다. 아스크가 초반부분이 약한 건 인정해야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재미를 위해서 그리다보니 혼이라고 할까요? 그런게 결여된 것 같습니다. 카이렌님, 아, 오해십니다. 인페르노는 아스크와는 전혀 무관한 글입니다. 물론 재미는 인페르노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즉, 다른 글이지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파란님, 네, 글을 적는 것이 제가 살아가는 이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검무제님, 감사합니다. Σ비호란™님, 네, 감사합니다. 바레이타님, 하하, 그렇습니까? 실은 글쟁이이다보니 더 감정몰입을 하게 되죠. 전 안구에 습기찼었습니다. 緋色の空님, 네, 힘내서 좋은 필력을 다음화도 찾아뵙겠습니다. 잠이와요;;님, 조금 걸리죠. 하하하. Sangel2님,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 거의 끝나가는군요. 오스칼님, 부족한 글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32 破邪神劍2006-02-18 18:19:28 하티와의 전투가 마지막인가보군요... 2부도 1부와 연관되겠지요? 33 쾌감조루2006-02-24 08:26:10 근데 스콜은 날개를 못 펼치나요? 궁금하네요..인간처럼 붉은 피를 흘리지만...거의 완벽하게 복제 됐다면 날개도 펼칠수 있어야 되는건 아닌지.. 34 黑月影2006-02-28 09:02:41 루시퍼는 대체 어디에..ㅡㅡ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7화 [33]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5화 [50]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17 23:17:02 고친날 2006-02-17 23:17:02 읽은수 1237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7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그녀의 머리카락은 꾸물거리고 있었다. 뱀들이 실타래처럼 엉켜서 혀를 날름거린다. 다가서는 것조차 망설여질 정도로 흉악한 얼굴은 전신을 덮고 있는 뱀의 비늘까지 자리해서 진정한 악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베헤모스와 함께 폭식의 도시를 지배하는 군주 레비아탄, 지금까지 베헤모스의 아성에 가려져서 빛을 발하지 못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해야 옳았다. 그만큼 그녀는 강했다. 치잉! 자드키엘의 검이 카르마를 터뜨리며 휘둘러졌지만, 그녀의 내뻗은 일수에 가볍게 막혀버렸다. 금속성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격렬한 불꽃이 튄다. 자드키엘은 막혀버린 검에 미련을 두지 않고 재빨리 다른 손에 쥐고 있던 검으로 그녀의 몸통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그런 얕은 수가 통할 것 같나?" 치열한 공방을 펼치면서도 레비아탄은 여유가 있는지 비웃음을 머금으며 무섭게 찔러 들어오는 두 번째 검마저도 손톱을 세워 쳐내버렸다. 이미 레비아탄은 자드키엘의 모든 공격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흥!" 자드키엘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 정도 공격도 막지 못한다면 지옥의 군주가 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이었다. 그의 마음가짐과 함께 검속이 빨라졌다. 그가 쥐고 있는 두 검에서 카르마가 이글거리더니 짙은 잔상을 남기며 휘둘러진다. 기괴한 소리를 울리며 폭발하는 검무, 자드키엘의 검은 지난날 가룸산맥에서 스카디를 상대로 펼쳤을 때와는 비교조차 거부할 정도로 성장해있었다. 칭! 치징! 치엥! 허나, 여전히 레비아탄에게는 먹히지가 않았다. 잘 짜여진 연극처럼 자드키엘이 검을 내지르는 족족 그녀의 손톱에 가로막히고 있었다. 마치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게 너의 실력의 전부냐?" 그녀가 비웃는다.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었다. "닥쳐라!" 물론 자드키엘의 실력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만 레비아탄이 강식과 사인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게 문제였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통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그가 쥐고 있는 이도, 이것으로도 결판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자드키엘의 머릿속에는 있었다. 촤악! 그때 얌전히 방어만 하고 있던 레비아탄이 휘둘러지는 자드키엘의 칼날을 쳐내버리고, 다음 검이 찔러 들어오기 전에 날카로운 손톱에 독기를 담아서 그의 가슴을 그어버렸다. "크윽!" 가슴을 깊게 베여버린 자드키엘은 재빨리 이도로 견제를 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가슴에서 터져 나온 핏줄기가 금세 땅바닥을 적실 정도로 상처는 길고 깊었다. "이거 어떡하지? 나의 손톱에는 맹독이 묻어있다. 뭐, 네 녀석 정도라면 카르마를 일으켜서 독은 이겨낼 수 있겠지만, 과연 날 상대하면서 그럴 여유가 있을까?" 그녀의 말 대로였다. 가슴에 맺혀있던 쓰라린 통증이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온몸이 미세하게나마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독의 기운이다. "너의 패배다." 레비아탄은 더 싸울 것도 없다는 듯 자드키엘을 가소로운 눈빛으로 내려봤지만, 그는 한쪽 입 꼬리를 살짝 올려보였다. '언제나 생각하고 있다. 스콜에겐 그의 길이 있고, 나에겐 나의 길이 있다. 만약 스콜이 나의 길을 막는다면 그마저도 부셔버릴 생각이다. 그런데 감히 독 따위가 나의 길을 막는다고? 독 따위가!' 불리한 상황,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 객관적으로 봤을 때 백이면 백, 레비아탄에게 손을 들어주는 상황, 그 상황 속에서 자드키엘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크아압!"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른다. 잠시 구부리고 있던 세 쌍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고, 검은 깃털이 꽃잎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온 금빛 카르마가 상처에 맺혀있던 독을 쫓아내버렸는지, 찢어진 가슴에서 상당량의 출혈이 있었다. 목구멍에서 터져 나온 피를 토해낸 자드키엘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전신을 펼쳤다. 자신의 카르마를 자신의 몸속에 집어넣어서 폭발시켜버린 것이다. 일종의 자학, 하지만 효과는 충분했다. 몸속으로 퍼지려했던 독은 다 빼낼 수 있었다. "하아아압!" 자드키엘은 다시 한번 기합을 내질렀다. 진정 카르마가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온 카르마에 대기조차도 두려워 떨고 있었다. 독수리의 눈빛처럼 날카롭고, 강렬한 의지를 담고 있는 자드키엘의 눈매가 예리한 칼날처럼 번뜩였다. 그 눈동자가 뱀의 머리를 하고, 온 몸 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비늘이 가득해서 추악하게 일그러진 레비아탄을 노려보고 있었다. "보여주마! 지금! 나의 진정한 힘을!" 그의 외침과 함께 두 손에 쥐고 있는 이도가 울부짖었다. 이글거리던 카르마가 폭풍처럼 거칠게 솟아오른다. 자드키엘 특유의 광란의 카르마였다. 정말 미쳐버린 것처럼, 격정적으로 솟아오른 카르마를 쥐고, 그의 검은 하늘 위에 떠있는 태양조차도, 그 아름다운 빗살마저도 베어버릴 기세로 레비아탄을 향해 휘둘러졌다. "윽!" 검은 막아낸 레비아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의 기세와는 차원이 달랐다. 같은 자였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드키엘은 스콜이 그러했듯 거만한 자존심을 버리고, 지금 생명력을 짜내고 있었다. 그러한 각오로 내질러진 칼날, 레비아탄으로서는 막아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녀는 눈에 뛸 정도로 인상을 구기며 이빨을 꽉 물고 있었다. 아무리 자드키엘이 7층의 악마라고 하더라도, 그녀 자신은 폭식의 도시를 지배하는 군주였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부끄럽다. 치욕적이다. 만약 같은 도시를 지배하는 군주인 베헤모스가 이 장면을 봤다고 생각을 하자 뱃속 깊숙이에서 분노가 이글거리며 올라오는 듯 했다. '빌어먹을!' 아무리 애를 써도 자드키엘의 이도를 막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궁지를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궁지에서 빠져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할 여유조차도 없었다. 푸식! 지독한 카르마를 담고 눈부시게 휘둘러지는 칼날, 그의 검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저돌적으로 치고 들어왔다. 레비아탄은 정신을 바짝 차려서 손톱으로 그 검을 막아내려 했지만, 그녀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검속이었다. 철퍼덕! 검은 대기를 그었다. 동시에 그녀의 팔, 갑옷 같은 비늘로 덮여있는 그녀의 팔이 자드키엘의 검에 힘없이 베여져서 땅바닥에 떨어져버린 것이다. '뭐야?' 고통을 느낄 세도 없었다. 방금 전 자드키엘의 미친 공격, 두 가슴을 뜯겼던 악몽이 반복되는 기분에 레비아탄은 재빨리 자드키엘에게서 일단 떨어졌다. 그리고 숨을 골랐다. 계속 자드키엘과 근접전을 벌였더라면 잘못하면 먹힐 수도 있었다는 기분에 휩싸인 것이다. "헉, 헉." 거친 숨을 내쉬는 건 자드키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뒤로 몸을 뺀 그녀를 쫓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팔 하나를 베었지만, 승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었다. 그녀에겐 독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무한에 가까운 재생력이 있었다. 잘려서 땅바닥에 떨어진 팔의 신경이 채 죽기도 전에 그녀의 잘린 팔뚝 부분에서 검은 핏줄기와 끈적끈적한 액이 터져 나오며 새로운 팔이 자라나버렸다. "큭, 이거 추한 모습을 또 보였군. 방금 전의 공격은 네 녀석 치고는 대단했다." "헉, 헉. 휴." 자드키엘은 거칠게 흐트러진 숨을 다스렸다. "하지만, 아무리 베어봐라! 나의 몸은 백 번이든, 천 번이든 회복된다! 결국 네 녀석은 모든 카르마를 다 짜내다가 시들어서 죽을 거다. 크큭." "시끄럽군." 자드키엘과 레비아탄, 그들의 격돌은 스콜과 베헤모스가 싸웠던 것처럼 치열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수 십 번 레비아탄에게 치명상을 주더라도 한번 공격을 당하면 그 피해는 막심했다. "하아압!" 독을 빼내기 위해서 거칠어진 카르마를 몸속에 집어넣고 터뜨리는 자드키엘, 마치 몸속에서 폭탄이 폭발하는 충격에 주춤거리는 그를 보고 레비아탄은 다시 여유를 찾아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자드키엘의 몸에는 하나, 둘 상처가 늘어가는 데 반해 그녀의 몸에 난 상처는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치유가 된다. "아무리 발악해봐야 소용없는 짓이다! 낄낄!" "닥쳐!" 마녀 같은 웃음소리, 레비아탄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도 자드키엘은 더욱 더 가속하고,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는 끝없는 투쟁의 그 끝을 쫓으려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계를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만약 그라면? 만약 그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자드키엘은 어찌 보면 절망적인 이 상황에서 그가 나가야 할 길을 찾고 있었다. 눈앞에 길이 있다. 절벽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뒤돌아서서 뒷걸음질 칠 수도 없다. 방법은 처음부터 하나밖에 없었다. 뛰어넘는다. 각성(覺性)! 이미 한계라 여겼다. 더 이상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하늘의 높이만큼, 바다의 깊이만큼, 가능성은 무한한 궤도를 그리고 있었다. 자드키엘의 검은 빛을 울게 만들었다. 어둠을 사르게 만들었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속도로 그의 이도가 휘둘러진다. 그의 검이 인간의 눈으로도, 악마의 눈으로도 쫓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려하고 있었다. 쉬익! 여유 있게 그를 비웃고 있던 레비아탄도 방금 앞으로 달려온 자드키엘이 휘두른 검의 소리를 듣고 경악으로 눈을 부릅떴다.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휘둘러지는 검을 따라가지 못한다!' 말도 안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쾌속의 검,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자드키엘의 검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뛰어난 청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휘둘러지는 그의 검은 음속마저도 뛰어넘고 있었다. 극쾌의 경지였다! 레비아탄은 경악하면서도 정신을 차려서 검을 막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자드키엘의 검은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끼아악!" 이 악마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그의 카르마는 점점 더 거칠게 폭발한다. 한계가 없는 듯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베여지는 고통 속에서도 얼굴의 비늘이 솟는 섬뜩함을 느꼈다. '나의 한계는 없다. 멈추어있는 너희들과는 다르다. 나는 그자와 마찬가지로 흐른다. 그 자가 흐른다면 나도 흐를 수 있다.' 자드키엘의 힘은 그의 믿음, 신념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그의 자만심이 끝이 없듯, 그에게 정해진 한계를 믿음과 신념으로 뛰어넘고 있었다. '나의 마음이 있는 곳에 나의 검도 있다!' 정신과 육체의 일치, 무척이나 단순해보이지만, 자드키엘의 욕심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쳤다. 신이 되려하는 그의 마음을 지금 그의 육체가 따르고 있었다. 자드키엘은 지금 루시퍼가 걸었던 길을 걷고 있었다. 자드키엘은 지금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워지고 있었다. "끼아악!" 그러한 그에게 레비아탄은 일방적으로 도살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도륙 당한다. 난도질당한다. 있었다. 광기가 맺힌 자드키엘의 눈동자가 하염없이 베여지면서도 끝없이 재생을 하려하는 그녀의 육체를 보고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끝없이 재생해라! 수 백, 수 천 번, 재생해라! 재생하는 만큼 베어주마! 끝없이 재생하지 못하면 넌 결국 죽는다!" 광란의 카르마가 폭주하는 칼날은 레비아탄의 육신을 마음껏 씹어 먹고 있었다. 처절한 고통과 끝없이 반복되는 통증에 그녀는 정신을 못 차렸다. "크크큭!" 뭐가 그리도 흥겨운지 그가 미소를 머금었다. 두 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도를 휘두르는 자드키엘, 지금 그가 얼마나 잔인한 악마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일부러 치명적인 뇌와 심장은 노리고 있지 않았다. 쩍! 찌익! 살점이 으깨지고, 뜯어지는 소리가 하염없이 들려오는데, 그녀의 얼굴과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만은 멀쩡했다. 그 이외 다른 부위는 벌집이 되어가고 있었다. 레비아탄의 눈동자가 공포로 굳은 채 부릅떠졌다. 그녀의 몸은 이미 움직이지 조차 못할 정도로 걸레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자드키엘은 서두르지 않았다. 이젠 베어내지조차 않는다. 잔혹하게 찌르고 비틀고, 뼈를 부시고, 내장을 칼날로 끄집어내서 그걸 가지고 잔혹하게 썰고 있었다. 땅바닥에 떨어져버린 레비아탄의 육신은 이제 죽은 고깃덩어리나 다름이 없었다. "크, 크헉!" 말도 제대로 못한다. 그나마 겨우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 것이다. 목구멍을 찔리고, 비틀어진 레비아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두 눈을 부릅뜨고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것이 전부였다. "왜 재생하지 않지?" 눈동자가 붉게 충혈 될 정도로 피에 굶주린 자드키엘이 물었다. 레비아탄으로서도 믿을 수 없었다. 재생을 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하, 하, 한계다……." 무한에 가깝게 치유되는 재생력, 그 재생력이 차마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레비아탄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꿈인 것만 같았다. 물론 그녀도 이미 한번 죽은 적이 있었다. 바로 6층 욕정의 도시를 다스리는 릴리스에게 당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토록 처참하게 당하지는 않았다. 생명력을 빼앗기면서 단번에 당했기에 이런 처절한 고통은 겪어보지 못했다. 재생되면 고통이 뒤따른다는 걸 안 그녀의 신경이 재생을 포기한 것이었다. 레비아탄은 눈물을 흘렸다. 순수한 고통,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불구덩이에 열 두 번은 넘게 떨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참지 못하고, 너무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 "그럼 죽어라." 걸레처럼 찢어져있는 고깃덩어리 같은 몸을 짓밟은 자드키엘은 그 말을 던지고, 한 치의 동정도 없이 이도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하나의 검이 그녀의 심장을 찔러서 비틀었고, 또 다른 검으로는 그녀의 머리를 반쪽으로 갈라버렸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冥王2006-02-17 23:19:44 스콜은...한장면도 안나온듯... 쿨럭... 2 시누사랑2006-02-17 23:20:02 선리플 하고 천천히 읽으께요~!^^ 3 데스카2006-02-17 23:22:40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요즘 소피아에 소홀하신것 같네요. 우리 소피아가 안나와요...ㅜ.ㅜ 소피아의 출연을 부탁드립니다!!!! 많이 출연좀!!! 그럼..건필하세요. 4 잠이와요;;2006-02-17 23:27:06 우와 자드키엘 멋져요 쿨하네요 ㅎㅎㅎ 5 ㅡ_ㅡ악덕2006-02-17 23:35:20 역시 자드키엘은 아스크와 쌍벽을 이룰 수 있는 녀석...멋으로는 ㅋ 6 마패2006-02-17 23:39:53 굿 7 포리프a2006-02-17 23:55:11 멋있어요∼ 자드키엘>_< (아. 마음속에서 아스크에 대한 열정이 사라져간다 .... OTL )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글성글성 합니다ㅠ_ㅠ 재밌게 보고 가요ㅠ_ㅠ! 8 Light2006-02-17 23:59:52 멋집니다~ 9 캘시퍼2006-02-18 00:00:02 그러고보니, 레비아탄이 부른 그 히드라는 어떻게 되었죠? 나머지 애들이 상대하려했던걸로 기억하는데.. 레비아탄이 먼저 죽어버리네요. 왠지 히드라부터 죽었어야할듯한데. 10 창조된신2006-02-18 00:05:39 저넘이 나중에 아스크랑 맞붙는거 아닌지 모르것네요..ㅎㅎ 11 카이렌2006-02-18 00:18:32 역시!!! 미칠듯한 스피드로 서걱~! 자드키엘 쵝오 ㅡㅡb 잘 보고 갑니다. 그나저나.. 전편에선 리플보고 제가 오해했었군요. 인페르노랑 아스크는 크게 관련 있진 않나보군요; 건필하세요! 12 김백호2006-02-18 00:22:22 冥王님, 실시간으로 따지자면 지금 스콜은 베헤모스랑 싸우고 있죠. 물론 엠블라도 살아있는 시점이죠. 후훗. 시누사랑님, 네, 댓글 감사합니다. 데스카님, 소피아는 원래 극악의 출현빈도를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저번에도 말씀하신 것처럼 중요한 대사를 외우고 있습니다. 스콜과 만나는 장면부터 대사가 좀 있어서요... 잠이와요;;님, 자드키엘, 악마스럽죠. ㅡ_ㅡ악덕님, 아무래도 지옥에서 자라다보니 카리스마는 자드키엘이 조금 더 위라고 생각해봅니다. 마패님, 감사합니다-_-;; 포리프a님, 네, 정말 얼마 안남았습니다. 짧으면 7화정도밖에 안남은 듯 하군요. 휴, 저도 아쉽습니다. Light님, 댓글 감사합니다. 멋진 녀석이죠. 캘시퍼님, 아직 옆에선 피터지게 싸우고 있죠. 그리고 레비아탄은 아홉의 목숨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히 끝났다고는 볼 수 없죠. 창조된신님, 오호, 멋진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미카엘이 기다리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얼마 안남았으니 스콜과 자드키엘이 어떻게 되는지 어서 보여드리고 싶네요. 후훗. 카이렌님, 네, 스콜의 전투방식이 대검으로 힘을 보여준다면, 자드키엘은 쌍검으로 극쾌를 보여주죠. 후훗. 13 칼로쓰는글2006-02-18 00:28:31 자드키엘의 전투는 스콜에 비해 간단하군요... 주연과 조연의 차이인가.. 14 아이시아2006-02-18 00:55:49 소피아~~~~ ㅠㅠ 15 질라르디노2006-02-18 00:59:57 먄약 스콜이 나의 길을 막으면 그마저도 부셔버리겠다... 카리스마 대박이다 ㅋㅋ 근데 자드키엘은 루시퍼까지 이길 생각인가요?ㅋ 신이 되려면 신보다 일단 루시퍼를 잡아야 될텐데.. 16 바레이타2006-02-18 01:30:39 건필 17 백현2006-02-18 02:03:11 흠 1편 보고 궁흠한게 있어서 여기에 적습니다. 태양 없이 살수 있나요?? 빛이 주는 에너지가 없다면 동식물은 살지 못하지 않나요?? 18 The[劍]2006-02-18 02:05:21 크윽~! 오늘은 또 자드키엘의 거칠은(?) 감동적인 전투!! 극쾌라함은 가즈나이트의 지크가 생각나는군요 캐릭터 성격은 자드키엘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갑자기 판타집입문하게된 가즈나이트가 생각나서 주절주절...- _-ㅎ 오늘도 잘봤습니다 건필하세요^^ 19 매너모드2006-02-18 03:08:37 결국 난도질 당하네요 ㅎㅎ 20 당근이지~2006-02-18 03:45:30 너무 멋지셔 작가님 원츄!! 21 개벽의별2006-02-18 09:47:48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었네요. 재미있습니다. ^^ 22 Sangel22006-02-18 09:48:43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23 Σ비호란™2006-02-18 09:49:12 잘보고갑니다^^ 24 巨時期2006-02-18 10:34:42 끄앙- 자드키엘 멋지다아- 25 緋色の空2006-02-18 12:40:59 자드키엘 군 멋있어욧~! 26 소검무제2006-02-18 13:11:45 잘 보고 갑니다. 27 쿠도히스케2006-02-18 13:32:32 자드키엘 짱멋있어요 ㅠㅠㅠ 28 파란2006-02-18 16:33:21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써주세요 29 破邪神劍2006-02-18 18:25:08 흐르는 악마라... 멋있네요^^ 30 김백호2006-02-18 21:55:31 칼로쓰는글님, 아무래도 그렇죠. 게다가 거의 마지막까지 왔으니까요. 조연들의 전투는 최대한 간단하게 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아이시아님, 소피아는 왜 부르십니까! 대사 외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질라르디노님, 자드키엘은 스스로 신이 되려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끝없는 욕심이죠. 뭐, 신계 아스가르드와 부유대륙 발하라, 중간대륙 미드가르드, 전부를 다스리는 건 무리라고 보지만, 혹시라도 지옥의 신이 되기 위해선 루시퍼를 꺾어야겠죠. 바레이타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백현님, 일단 저도 여기에 답변을 남겨놓겠습니다. 태양의 에너지가 없다면 백현님의 말씀처럼 동식물이 살아가기에 극악한 조건에 놓이게 됩니다. 아마 뒤쪽을 더 보시면 아시겠지만, 특정지역의 핌블베트르입니다. 그리고 마연석이라는 동력기관으로 태양에너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The[劍]님,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자드키엘은 저게 한계입니다. 극쾌를 펼치고나면 쓰러지고 말죠. 다음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후훗. 매너모드님, 네, 아마도 레비아탄이 가장 비참하고, 잔혹하게 살해되는 것 같습니다. 당근이지~님도 너무 멋지십니다! 원츄!! 개벽의별님, 네, 반갑습니다. 마지막까지 얼마 안남았으니 함께 해요! 원츄!! Sangel2님, 댓글 감사합니다. Σ비호란™님, 네, 감사합니다. 巨時期님, 자드키엘은 원래 멋진 녀석이었죠. 다만 스콜과 소피아의 아성에 가려서... 緋色の空님, 하하하, 말씀 감사합니다. 소검무제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쿠도히스케님, 왠지 이번화로 자드키엘의 인기도 약간이지만, 올라간 듯한 느낌이군요. 파란님, 네, 열심히 쓰겠습니다. 얼마 안남았습니다. 破邪神劍님, 스콜과 자드키엘이죠. 인간보다 아름다운 악마가 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쿠쿡. hongkid님, 어제 글 감동적으로 읽었는데, 오늘 보니까 지우셨더군요. 후훗. 자기 전에 읽어서 기억은 전부 나지 않지만, 힘이 되는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집필해서 다음작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31 앙탈재이2006-02-25 14:04:33 자드키엘 -_-a 반전이 있을법한,, 혹시 사라진 루시퍼가 자드키엘 아니에요? 자기 기억을 봉인했다거나 뭐 그런;; 32 김백호2006-02-25 14:10:21 후훗, 그건 아닙니다. 다만 자드키엘은 마지막에 뭔가를 보여주긴 하죠. 아마도 끝까지 보신다면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3 黑月影2006-02-28 09:06:37 건필하세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8화 [47]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6화 [34]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18 22:06:23 고친날 2006-02-19 16:32:04 읽은수 1280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8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얼굴이 반쪽으로 갈라진 레비아탄, 이마위로 떨어져나간 머리통에서 뇌수와 피에 섞여 흘러나와서 땅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꾸물거리던 뱀의 머리카락도 피가 공급이 되지 않자, 움직임을 완전히 멈춰버렸다. '이겼다.' 자드키엘은 많이 지쳐버렸는지 이도를 땅바닥에 꽂아버리며 무거워진 몸을 지탱했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녀의 죽음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은 여전히 석상처럼 굳어져있었다. 그리고 남은 일행은 거대한 괴수 히드라를 어렵사리 상대하고 있었다. 힘들어보였다. 자드키엘과 레비아탄의 싸움이 시작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아직 그들은 히드라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도와줘야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자드키엘에겐 카르마가 남아있지 않았다. 맹렬히 폭발했던 그의 극쾌의 검은 채 10분도 넘기기 힘들 정도로 카르마의 소비가 심했던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일어두어야 했다. "레비아탄은 죽었다. 눈을 떠라. 바보들아." 그 말을 던진 자드키엘은 지독한 피비린내를 풍기며 차갑게 식어버린 시체 옆에 주저앉아버렸다. 스카디를 믿는다. 이사벨이라면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눈을 뜰 것이다. 남은 건 동료들을 믿고 맡기는 방법밖에 없었다. 항상 자신만을 소중하게 여기던 남자, 자드키엘에게 어느새 그들은 연인, 혹은 동료라는 이름으로 곁에 있었다. 한편 자드키엘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감고 있던 듀란과 프레키는 천천히 눈을 떴다. 솔직히 아무리 공간을 벤다고 해도, 아무리 육감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눈을 감은 상태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평소에 이러한 연습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일체의 준비도 없이 바로 눈을 감고 실전에 임한 듀란과 프레키가 도움이 될 리는 없었다. 그렇다보니 강력한 괴수인 히드라를 상대로 이사벨과 스카디는 악전고투를 하고 있었다. 10분 동안 히드라의 치명적인 독과 거목마저도 가볍게 부러뜨려버리는 이빨을 피하면서 그녀들은 두, 세 번 괴수의 목을 벤 적이 있었다. 얼음으로 얼려서 목 자체를 깨뜨리고, 바람의 칼날로 베어내었다. 하지만 히드라의 목은 레비아탄이 그러했듯 빠르게 재생을 했고, 듀란과 프레키가 눈을 뜨기 전까지 의미 없는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동시에 아홉 개의 목을 베어내야만 히드라는 죽는다!" 자드키엘의 말을 듣고, 방금 눈을 뜬 고트프리트가 크게 소리쳤다. 그는 아무래도 전투에 참여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금 전투가 일어나는 숲 뒤편에 결계를 쳐서 소피아와 시엘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었다. 확실히 공격 면에서는 제로에 가까운 활약을 했지만, 그의 방어가 있었기에 듀란이나 다른 일행은 마음을 놓고, 히드라에게 저항을 할 수 있었다. 비록 대마법사 엘시드에 비해서 부족한 결계라고는 하나 한낱 짐승에 속하는 히드라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결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동시에 아홉 개의 목을 베라고?' 듀란은 눈을 뜨자마자 바로 앞에서 괴성을 지르는 거대한 괴수의 위용에 놀라면서 과연 저 두꺼운 목을 뜯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빛나는 햇살 아래 푸른 비늘로 번뜩거리는 히드라, 피를 빨아먹은 것 같은 아홉 쌍의 붉은 눈알이 금세라도 그들을 잡아먹을 것처럼 보였다. 이사벨과 스카디가 목숨도 아깝지 않은 듯 검을 휘두르는 다급한 와중에서도 듀란은 땅바닥에 있는 돌멩이 몇 개를 주워들어서 히드라의 머리를 향해서 던져봤다. 탁! 탁! 피하지 못하고 맞는다. 돌을 맞은 머리만 듀란을 볼 뿐 다른 머리들은 이사벨과 스카디에게 끝없이 독을 뿜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 듀란은 살벌한 지금의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장난기어린 비소를 지어보였다. 히드라는 덩치만 클 뿐이다. 머리가 아홉이란 말은 뇌가 아홉이란 얘기다. 제각각 따로따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아홉의 생명체가 한 몸에 붙어있다는 뜻이다. 그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싸우기도 전에 겁에 질리게 만들지만, 실상 히드라는 드래곤보다도 약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뇌가 아홉이기 때문에 척추 역시 아홉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 척추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무척이나 느렸다. 게다가 하늘도 날지 못했다. 지난날 가룸산맥에서 언 데드 드래곤의 거침없는 모습에 괴수라면 일단 강해보일 수밖에 없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듀란은 현명하게 돌 몇 개만 던져서 히드라의 단점을 파악해내었다. "내가 여섯을 베어주마. 너랑 선생님이랑 스카디님이 한 개씩 베어내면 될 거다." 그때 옆에 있던 프레키가 황당한 말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했다. 물론 방금 전에 돌을 던져서 적이 느리다는 사실을 깨우쳤지만, 그렇다고 우습게 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그나마 드래곤에 비해서 상대할만하다는 거였다. "됐다. 대사하고 표정이 너무 다르잖아." 듀란은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퉁명하게 대꾸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주먹에서 다시 한번 열화가 타오른다. 히드라를 통째로 구워버릴 듯 뜨거운 불꽃이었다. 타악! 땅바닥을 박차며 단번에 히드라를 향해서 달려가는 듀란, 그냥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아홉 개의 머리로 독을 뿜고,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거대한 괴수를 향해 달리는 그의 행동은 확실히 겁을 상실한 행동임에 틀림없었다. "아주 겁 대가리를 말아먹었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프레키처럼, 히드라도 자신에게 달려오는 작은 소년을 가소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더니 독을 뱉어내었다. 푸르스름한 산성의 액이 쏟아진다. 그런데도 듀란은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화룡아!" 듀란의 양손에 맺혀있던 불꽃이 더욱 더 멋들어지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으로 쏟아지는 독을 향해서 주먹을 내지른다. 치지직! 타들어간다. 그의 주먹에서 터져 나오는 불꽃이 놀랍게도 독액을 아예 증발시켜버리고 있었다. "자식아! 그런 건 안 먹혀!" 말귀를 알아들을 턱이 없는 짐승에게 소리친다. 독을 태워버린 듀란은 비소를 더욱 진하게 가꾸며 땅바닥을 한 번 더 박찼다. 그리고 두 손을 힘껏 내뻗었다. "하앗!" 호쾌한 기합성과 함께 점프를 한 듀란은 한손은 사자의 발톱이 먹잇감에게 내리쳐진 것처럼, 또 다른 한손은 곰의 발톱이 나무를 내리찍은 것처럼 불꽃이 감도는 두 손으로 히드라 목의 왼쪽과 오른쪽을 꽉 잡아채었다. 지직! 굵직한 목을 양쪽에서 잡아채고 있던 듀란의 두 손이 교차해버렸다. 드래곤의 비늘만큼 튼튼하지 않더라도 히드라의 비늘도 돌처럼 단단했다. 그러한 비늘이 마치 종이처럼 듀란의 두 손에 찢겨버린 것이다. 녹색의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히드라도 꽤나 당황한 듯 몇 개의 머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카디와 이사벨도 각각 얼음과 바람의 힘을 펼쳐서 히드라의 목을 하나씩 더 베어놓았다. "뭐야? 저 녀석!" 프레키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반년 전 괴이한 옷차림에 천한 이름을 가진 음침한 녀석은 지금 그 누구보다 활활 타오르며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금빛 햇살에 넘실거리는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강한 자존심이 새겨진 황금빛 눈동자가 꿈틀거렸다. 누구만큼 자존심이 강한 이 사내는 지금 동급생의 활약에 피가 끓고 있었다. 철컥! 뽑았던 검을 다시 칼집에 넣는다. 그리고는 발도자세를 취한다. 그 역시 수많은 실전을 겪으면서 반년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있었다. '네 녀석만 눈에 뛰게 할 수는 없지! 이사벨선생님한테 잘 보이는 건 이 몸이시다!' 프레키가 구사하는 검술, 의지의 검술 오딘은 굉장히 수비적인 검술이었다. 발도자세를 취하고 검극이 닿는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들어오는 적은 무조건 선제공격을 가한다. 게다가 공간까지 베기에 아무리 튼튼한 피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일섬에 승부를 보는 무서운 검술이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서 정작 본인은 검을 뽑기 전까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것이 오딘의 유일한 약점이었는데, 지금 그는 발도자체를 취한 채 달리고 있었다. 즉, 죽음의 공간자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듀란도 외눈박이 늑대 악셀 폰 페르젠후작에게 용섬기를 배웠을 당시보다 완성도가 훨씬 높아진 상태였지만, 프레키 역시 가룸산맥에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버렸다. 자드키엘이 유일하게 흐르는 악마인 스콜을 바라보며 라이벌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듯, 프레키도 듀란을 견제하면서 급성장을 이루고 있었다. 히드라에게 겁 없이 뛰어드는 두 소년, 그 모습은 훗날 일 검에 백 명을 베는 전설을 남긴 발라스칼프공작과 무너지는 제국을 주먹하나로 일으켜 세운 흑색용병대의 대장 란츠크네히트의 소년기에 지나지 않았다. 제국력 1722년 9월, 지금으로부터 대략 10개월 뒤, 제국은 니플하임과 무스펠하임의 연합공격에도 꿋꿋이 국경을 내주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서쪽의 패자 아르카디아왕국의 공격까지 받게 되자 더 이상은 버틸 수 있는 병력이 없었다. 그때 등장한 남자, 여황을 수호하는 블러디 세이버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너지는 제국을 떠받쳤던 두 기둥, 듀란 란츠크네히트와 프레키 발라스칼프가 지금 혼연일치가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끼오옥!" 히드라의 비명소리가 처량할 정도로 들려온다. 스카디가 매서운 눈발을 날리며 휘두른 칼날이 히드라의 목에 박혔고, 곧 그 목에서 만겁이 지나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얼음이 얼려가고 있었다. 반대편에선 잎사귀와 꽃잎을 춤추게 만드는 질풍의 칼날이 너무나도 가볍게 히드라의 목 하나를 베어버렸다. 지금껏 그녀들을 상대하는데도 벅찼던 히드라는 듀란과 프레키의 힘이 더해진 지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인간보다 뛰어나고 영리한 영물, 그 영물이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끝내 히드라는 네 방향에서 거침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숲의 종족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엘프들의 등장과 함께 수많은 화살을 맞고, 땅바닥에 아홉 개의 흉측한 머리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끝났다." 한 번의 실수면 독을 맞아 저승으로 갈지도 모를 아슬아슬했던 전투를 무사히 넘긴 프레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듀란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아리따운 엘프들에게 한눈을 팔다가 시엘에게 꿀밤을 맞고, 빌고 있었다. 이사벨은 엘프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고, 스카디는 쓰러져있는 자드키엘에게 걸어갔다. 소피아도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엘프들의 마중을 받으며 드디어 백금성으로 향하게 되었다. 쓰러져있는 자드키엘을 보고, 아름다운 엘프들은 조금 인상을 찌푸렸지만, 일행의 반감을 살 정도로 크게 티는 내지 않았다. 엘프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악마라는 존재에게 인간만큼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좋아하는 종족은 이 세상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일행은 백금성으로 향했고, 그들이 사라져버린 새파란 숲 속에는 진한 핏줄기와 스무 구가 넘는 석상만이 늦가을 바람이 맺힌 햇살을 받고 있었다. 휘이익! 아무도 없는 그곳, 심상치 않은 바람소리가 방금 전 뜨거웠던 전장에 불어왔다. 공간이 일그러진다. 일그러진 공간에서 유령처럼 한 여성이 나타났다. "호오, 레비아탄까지 당할 줄이야."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입을 연 여성은 지옥의 군주가 또 한명 당했는데도 분노하기 보다는 의외라는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신비함을 풍기려는 것인지 검은 베일로 얼굴은 가렸으나,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는 잿빛의 피부를 가진 여성, 욕정의 군주 릴리스는 완전히 뜯겨져서 걸레처럼 흐트러진 레비아탄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릴리스가 한 손을 하늘로 치켜들며 나지막한 주문을 외운다. 콸콸! 그녀의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치켜들었던 손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졌다. 그 물줄기를 빨아들인 레비아탄의 시체에선 마치 불을 뗀 것처럼 뿌연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일어나라." 릴리스의 고혹적인 목소리와 함께 죽은 줄로만 알았던 레비아탄이 언제 그랬냐는 멀쩡한 육체로 일어나고 있었다. "후훗, 많이 강했었나보지?" 일어나자마자 릴리스를 발견한 레비아탄은 서슴없이 부복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송구스럽습니다." "방심했나?" "아닙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는 강했습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레비아탄의 솔직한 말에 그녀는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훗, 묘한 일이군. 자드키엘, 그는 내 아들 중에서도 꽤나 강한 자이긴 하지만, 너에게 이길 수 있을 수준은 아닐 텐데?" 레비아탄은 그 말을 듣고,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이미 그는 죽은 벨리알을 능가할 정도로 강해져있었습니다." 재미있는 말이었다. 루시퍼와 릴리스 사이에 나온 자식들 중에 가장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타락천사 벨리알, 자드키엘이 그를 능가했다는 말을 들은 릴리스는 묘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후훗, 이거 왠지 흥분되는데? 어쩌면 배신자인 자드키엘이 우리의 계획을 완성시켜줄지도 모르겠는 걸?" + 오늘은 글을 적다가 문득 등장인물들의 출현도가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내용을 클릭하고, 이름을 넣어서 검색해봤습니다. 먼저 주인공 스콜 80화, 그리고 주요등장인물인 소피아 41화, 듀란 50화, 시엘 58화, 자드키엘 41화, 프레키 40화에 걸쳐서 이름이 거론되었더군요. 아마도 거론된 횟수만큼 등장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특이한 것은 시엘의 등장이 꽤나 많은데도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것이고, 스콜의 반 정도밖에 안되는 소피아가 프레키나 자드키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즉, 그늘의 여제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외엔 앞에서 거론된 인물들보다는 비중이 낮지만 중점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섯명, 엠블라 29화, 이사벨 22화, 에리 25화, 벨리알 40화, 마몬 26화, 베헤모스 18화정도 입니다. 후훗, 그냥 글 적다가 잠시 막혀서 조사해봤습니다. 그리고 다음화는 드디어 최종화군요. 아마도 연참대전이 끝남과 비슷하게 완결이 될 것 같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具2006-02-18 22:06:48 조회수 0... 2 사신[死神]2006-02-18 22:07:16 건필하세요~ 3 사신[死神]2006-02-18 22:07:52 조회수 5... 일타 놓쳤다...ㅜ.ㅜ 4 박선생님2006-02-18 22:12:41 항상 잘보고 갑니다^^ 파이팅!! 5 天照帝2006-02-18 22:15:45 건필~ !! 6 천심天心2006-02-18 22:19:17 정말 잘보고 가요~ 항상 건필~ 7 데스카2006-02-18 22:20:5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연참대전이 끝나면 아스크도 완결이군요..ㅜ.ㅜ 완결이 나면 다음 후속작 인페르노를 기다려야죠..크크크 완결나면 소피아 못보는거 생각하면...읏!!! 인페르노도 무슨 내용인지 상당히 궁금하네요. 그럼..건필하세요~!! 8 아미델린2006-02-18 22:23:50 헉. 벌써 최종화라니!! ㅎㅎ 이 다음편이.. 흘.. 암튼 건필하세요 ㅎㅎ~ 9 천심天心2006-02-18 22:24:53 그럼 89화 가 끝이란 뜻인지; 10 冥王2006-02-18 22:26:08 오늘도 스콜은 안 나오다니...크흑.... 소피아는 어디간겨~ㅎ 11 巨時期2006-02-18 22:26:57 끄앙- 잘 읽고 갑니다아- 12 들아탈수2006-02-18 22:28:19 기대 되네요~ 잘 보고 갑니다 13 포리프a2006-02-18 22:43:09 [다음화는 드디어 최종화군요] .. 에서 OTL .. 아스크가 완결나더라도 절대, 어디론가 도망치시면 안됩니다! (... 먼산) 그나저나 레비아탄이 다시 살아났네요. 마지막이 좀 불쌍해보였는데, 잘(?) 됐어요∼ 14 김백호2006-02-18 22:46:45 具님, 1타라고 하죠. 하하하. 사신[死神]님, 네, 마지막까지 건필하겠습니다. 박선생님, 오랜만이십니다! 이제 거의 달려왔으니 멋지게 끝내는 일만 남았네요. 天照帝님,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천심天心님, 아닙니다. 33화가 최종화라는 얘기죠. 아마도 7일 정도 쓰면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데스카님, 네, 저도 벌써부터 섭섭해지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아스크가 완결나더라도 일주일뒤면 인페르노로 뵐 수 있으니, 소피아랑만 헤어지는 거겠죠. 후속작의 내용은 비밀되겠습니다. 아미델린님, 하하하, 아닙니다. 스토리적으로 볼 때 바로 다음화가 최종화가 될 수가 없죠. 백금성에 이제 도착했는걸요. 스콜이 백금성에 도착하려면 4일은 걸립니다. 冥王님, 네, 스콜은 열심히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피아는 잠시 나왔죠. 안도의 한숨 한번 쉬고 들어갔죠. 巨時期님, 댓글 감사합니다. 들아탈수님, 네, 마지막까지 고삐 풀지 않고, 달려보겠습니다. 포리프a님, 일단 다음화가 완결이지만, 대략 95화정도에 끝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독자분들이 계신데, 제가 어딜가겠습니까? 하하하. 15 asd2006-02-18 22:47:11 [del] 2부 주인공은 프레키가 딱인듯 ㅋㅋ 16 緋色の空2006-02-18 22:55:02 벌써 마지막이군요! 소피아양을 더 볼수는 업는건가요 ㅠ0ㅠ!!! 17 緋色の空2006-02-18 22:56:05 아 그렇군요! 후속작에도 소피아양이~!!나오는군요!!!!!!!!!!!!!!!!!! 18 김백호2006-02-18 23:06:16 asd님, 하하하, 2부는 힘들 것 같습니다. 되도록이면 -황혼을 쫓는 늑대-에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보이겠습니다. 緋色の空님, 네, 마지막입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후속작인 인페르노는 아스크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글입니다. 현대물입니다. 19 카이렌2006-02-18 23:31:41 이럴수가!!! 듀란이나 소피아보다 시엘의 등장 횟수가 많다니!!! 이럴수가... 저런 엄청난 존재감을 내보이는 공주라니... 최고야.... 잘 보고 갑니다. 20 캘시퍼2006-02-18 23:56:51 아직 끝날 분위기가 아닌듯한데 벌써 끝나가는겁니까 T^T 스토리도 죽이지만, 전투신을 정말 잘 쓰시는듯. 계속 따라다니겠습니다~! 건필요~!! 21 칼로쓰는글2006-02-19 00:22:48 두명이 스콜보다 멋있어보이는 건 왜일까요,, 22 만년근산삼2006-02-19 00:27:59 2부 주인공은 블러디 세이버!!!!!(<===스콜!!!?) 23 남자의파워2006-02-19 01:07:39 흑흑 벌써 완결이라니.. 24 당근이지~2006-02-19 01:16:37 캬아 리플을 안남길수없는 글! 25 The[劍]2006-02-19 01:38:14 안되에에에에~우주제일초절정미녀인 소피아를 못보게 되다니~!! 인페르노에서 다시 환생을...ㅇㅅㅇ;;(쿨럭...) 아스크 인제 진짜 끝을 향해서 가고 있네요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건필하세요 26 아이시아2006-02-19 02:06:30 퀙~ 아쉬운 완결~ ㅠㅠ 소 ㅍ1 아 누님은......?? 27 破邪神劍2006-02-19 02:30:48 미카엘과의 결전을 볼 수 있겠군요^^ 부디 멋있게 써주시길..ㅎㅎ 28 김백호2006-02-19 03:41:14 카이렌님, 저도 의외였습니다. 소피아 출현횟수가 적은 건 알고 있었지만, 시엘이 저 정도로 많았는지는 미처 몰랐었습니다. 하하하. 캘시퍼님, 후훗, 꽤 오래 달려왔죠. 작년 11월초부터 달려왔으니까요. 이제 막을 내려야 할 때겠죠. 칼로쓰는글님, 저도 그건 모르겠습니다. 다만 듀란이랑 프레키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완성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스콜은 너무 재미없는 녀석이죠. 만년근산삼님, 만약 2부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주인공은 블러디세이버(스콜), 혹은 단테가 될 듯 합니다. 스콜이라면 먼치킨영웅물이 될테고, 단테라면 먼치킨성장물이 되겠죠. 남자의파워님, 쿨럭, 저도 왠지 아쉬운 느낌입니다. 당근이지~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써서 더 많은 리플을 얻을 수 있도록... The[劍]님, 하하하, 세계관이 전혀 달라서 무리일 듯 싶습니다. 쿠쿡,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죠. 아이시아님, 아스크의 영원한 히로인으로 남겠죠. 破邪神劍님, 네, 드디어 스콜이 그토록 그리던 하티와의 결전입니다. 필력이 부족해서 멋있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후회없이 적도록 하겠습니다. 29 루　카2006-02-19 03:46:33 헉..다음화가끝이라니 믿겨지지가 않는군요 ㅠㅠ 30 ampller2006-02-19 04:32:19 벌써 최종횐가요? 좀 더 길었으면 좋겠구만 ㅠㅠ; 31 실페리온2006-02-19 05:12:48 허허허....이제 종착역에 거의 다온거군요. 32 쌍장군2006-02-19 07:38:08 헉 이를수가 ;; 선작해놓구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가 밤새면서 다 봤는데 ..... 다음편이 최종회라니 ㅠ.ㅠ 다음에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33 Sangel22006-02-19 10:35:05 어머어머 왠일!! 최종화라니!! 이럴수가!!-0- 이런 날벼락 같은 일이 ! 아우 너무 아쉬워요! 그럼 오늘도 흑흑 잘보고 갑니다! 34 에스카샤2006-02-19 11:30:19 잘보고 갑니다 ㅠㅠ 마지막과 인페르노라는 후속작을 기다리겠습니다 +ㅁ+ 35 바레이타2006-02-19 12:47:26 최종회 안되 ㅜㅜ 36 Σ비호란™2006-02-19 14:35:48 잘보고갑니다^^ 37 노란병아리2006-02-19 15:09:35 잘 보고 갑니다. 38 파란2006-02-19 16:10:04 잘 읽었습니다.... 아쉽군요.. 39 오스칼2006-02-19 16:29:28 재밌어요^^ 2부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듀란을 주인공으로ㅋㅋ.. 40 김백호2006-02-19 16:57:41 루카님, 다음화가 완결입니다. 하지만 한 화는 대략 6~7편으로 구성되어있죠. 대략 일주일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ampller님, 하하하, 벌써 5권분량이랍니다. 총 15권분량으로 계획했던 아스크중에서 1부 황혼을 쫓는 늑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죠. 실페리온님, 마지막 전투만을 앞두고 있죠. 후훗. 쌍장군님, 다음편이 최종회는 아닙니다. 최종화죠. 앞으로 6~7편 정도는 더 연재한답니다. Sangel2님, 하하하,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대미를 장식해보이겠습니다. 에스카샤니, 네, 기대해주십시오. 인페르노, 확실히 멋진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바레이타님, 후훗, 아쉬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Σ비호란™님, 댓글 감사합니다. 노란병아리님, 끝까지 살아남아주셨군요. 파란님, 저도 아쉽습니다. 하하하. 오스칼님, 네, 하지만, 역시 아스크를 계속 적을 수 없는 입장이라서요. 죄송합니다. 41 질라르디노2006-02-20 00:15:08 2부에서 스콜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자드키엘처럼 자주 등장시켜주세요^^ 42 륜.2006-02-20 00:31:01 후속작은 꼭 성공 하시길!!! 43 소검무제2006-02-20 13:04:40 잘 보고 갑니다. 44 잠이와요;;2006-02-20 20:30:53 우와 좋아요 건필! 45 쾌감조루2006-02-24 10:07:39 솔직히...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듀란은 내용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첨가제 같은 존재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무게가 큰 인물인지 궁금하네요.. 확실히 주연급인건 인정하겠는데... 유난히 듀란을 키워주는거 같아 조금 어색합니다. 듀란은 어디까지 인간이고 나이도 어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경험과 능력도 있는 인간들은 거의 활약도 못해보고 사라지거나(석상이 되거나..) 아예 언급조차 안하는군요. 솔직히 듀란은 너무 터무니 없이 강하다고 생각되네요.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보기 안좋아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46 김백호2006-02-24 14:26:45 딱 잘라 말씀드리면 듀란은 강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쾌감조루님께서 고정관념을 가지고 계신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솔직히 말해서 지옥의 군주인 벨리알, 마몬, 베헤모스를 잡은 스콜이나 스카디와 레비아탄을 잡은 자드키엘에 비해서 듀란이 한 활약은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없습니다. 즉, 지금까지 항상 쫄병들만 상대해왔죠. 만약 지금이라도 벨리알이나 드래곤과 싸운다고 하더라도 듀란은 이길 수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듀란이 죽인 자들이라고 해봐야 마물이 전부라고 해야겠죠. 직접적으론 악마 한마리조차 죽였다는 장면이 안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듀란이 강해보이는 걸까요? 상대적인 것입니다. 스콜과 자드키엘이 상대했던 적들보다는 훨씬 약한 상대지만, 그에게 있어선 터무니없이 강한 적을 두고 듀란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 정신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헤쳐나갑니다. 그는 마음가짐이 강한 것이지, 결코 힘이 강한 자는 아닙니다. 실제론 스카디는 당연하고, 이사벨보다도 약하죠. 솔직히 본글에서 히드라 역시 스카디와 이사벨, 엘프들의 도움으로 물리칩니다. 이번장에서 혼자서 레비아탄을 죽인 자드키엘이나, 베헤모스와 드래곤을 물리친 스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소소한 활약이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주인공인 스콜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걸 알기에 듀란의 수련장면같은 건 시놉시스에서 전부 짤라버렸습니다. 죄악의 붉은 달이 뜨고 7개월이나 지났죠. 특히나 카르마의 카피를 가진 듀란에게 있어서 이 7개월은 평범한 시간이 아니었겠죠. 단지 수련하는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았던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물론 이 점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지 않아도 개인적으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글이 있습니다. 주인공만 나와서 깽판을 치는 글이죠. 아무런 개성도 없는, 생각도 없는 글, 물론 제 글도 그러한 성향이 강합니다. 왜냐면 전 먼치킨이라는 걸 잘만 살린다면 매우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인공만 나와서 전부 다 죽였다'라는 시나리오는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요. 47 黑月影2006-02-28 09:12:38 잘보고 갑니다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9화 [45]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7화 [33]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20 22:07:17 고친날 2006-02-21 03:17:22 읽은수 1230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9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아스크(Ask) 최종화 황혼을 쫓는 늑대 중간대륙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 아델베르크와도 비교를 거부하는 도시, 보석처럼 빛나는 성벽으로 동그랗게 축조된 도시였다. 그곳에서도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 같은 높은 언덕엔 빛의 신 발드르를 섬기는 웅장한 신전이 자리하고 있었고,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광장에는 부드러운 리듬으로 분수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돌로 만들어졌는데도, 광장의 분수대와 돌바닥은 위스키글라스처럼 햇살 아래 반짝거렸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곳에 앉아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새파란 잎사귀들이 흩날리고 있는 도시의 전체적인 정경은 수수한 미를 뽐내고 있었지만, 중간대륙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빼어난 경관을 차분한 눈길로 바라보는 매혹적인 여인이 있다. 다름 아닌 소피아 실베스트르였다. 엘프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며 선물한 등과 가슴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파인 도색적인 붉은 드레스를 입고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선 엘프들이 가진 동화적인 순수함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농염한 육체와 아리따운 얼굴은 현실적인 미를 극한까지 추구하고 있었다. 사랑을 하면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천공의 대륙 발할라에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오는 일은 없을 정도로 지금 소피아는 짙은 매혹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 그녀는 아름다운 이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게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발할라에 올라오면서 지난 5일간 스콜의 행방을 전혀 모른 채 지내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차갑고, 날카로운 성격, 얼음 칼 같은 성격을 가진 자드키엘이 신임이 가는 어조로 스콜은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게 지어진 건물의 중간층쯤에서 테라스로 나온 그녀에게 한차례 시원한 미풍이 불어왔다. 그 바람은 도시에 있는 사람들의 설렘을 그녀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있는 이 도시의 주인이 오는 날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도시는 한껏 들떠있었다. 물론 소란스럽거나, 활발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숲에 노니는 새들처럼 자연과 동화가 된 문화, 그 특유의 조용함속에 그저 설렘이 담긴 미풍이 그녀에게 알려줄 뿐이었다. "언니, 우리도 밖에 나가요." 은발을 양 갈래로 땋은 시엘이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테라스로 나오면 귀여운 입술을 열었다. 머리를 콕 때리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커다란 눈망울로 소피아를 바라본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깜찍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소피아의 손을 잡아끈다. 소피아로서도 깜찍한 시엘의 행동엔 못 이기는 듯 그윽한 미소를 지어주며 그녀를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시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 나름대로 말수가 많은 소피아가 요즘 통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신경이 쓰였던지 중간대륙으로 치면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으로 이끌었다. 과일도 팔고, 옷도 팔고, 잡화도 팔고 있는 것이 정말 중간대륙의 시장과 별반 차이 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말싸움이나 흥정을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찌 보면 꼭 영혼들의 장터에 온 기분들 정도로 엘프들은 조용하게 자기네들의 할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귀는 심심했지만, 눈은 즐거웠다. 중간대륙에선 볼 수 없었던 신기한 물건들, 그리고 아름다운 엘프들이 거리에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다. 소피아의 손을 잡아끈 시엘이 노상에 지어진 잡화상점 앞에 멈춰 섰다. 금빛, 붉은 빛, 푸른 빛, 은 빛, 묵 빛, 색색별로 반짝이는 목걸이와 반지, 장신구를 보며 그녀는 너무나 신기해하며 구경을 했지만, 소피아는 솔직히 그러한 보석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라버니, 지금 어디쯤이세요?' 그것을 여자의 육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목에 걸린 붉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쥐면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스콜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블러디오팔, 잘츠부르크에서 스콜이 사다준 그 목걸이를 쥐고 있다.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보석을 팔고 있던 엘프처녀도 그녀가 방금 쥐었던 붉은 보석을 유심히 보더니 깜짝 놀란 듯이 물어왔다. "혹시, 블러디오팔인가요?" "네? 네." 잠시 딴 생각에 젖어있던 소피아가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그 엘프처녀는 호기심이 깃든 눈빛으로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블러디오팔, 중간대륙에서도 귀한 보석이라 할 수 있지만, 발할라에서는 전문가들만 알고 있을 정도로 희귀한 보석이었다. 일반엘프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보석임에 틀림없었다. "블러디오팔의 유래에 대해서 아시나요?" "이 보석에 특별한 유래가 있나요?" 스콜이 선물한 보석에 유래가 있는 것 같다는 말에 궁금증이 치밀었는지 소피아가 얼른 되물었다. 중간대륙에는 끊어져버린, 오직 천공의 대륙 발할라에서만 전해 내려오는 블러디오팔의 전설을 엘프처녀는 미소를 지으며 풀어놓고 있었다. "아마 알고 계시겠지만, 무지개 빛을 가진 오팔의 뜻은 희망과 순결을 의미하고 있죠. 블러디오팔도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다만 색깔만 붉은 색일 뿐이죠. 아참, 때에 따라서 황혼을 닮은 금빛으로도 변한다고 하더군요." "네." 그러한 사실은 보석의 주인인 소피아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처음 스콜에게 이 목걸이를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붉은 색의 보석인 줄 알았는데, 아무리 짙은 밤이라도 어둠 속에 들어가면 보석은 금빛으로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신화를 보면 황혼을 쫓는 늑대가 있습니다. 그 늑대의 이름은 스콜, 블러디오팔은 바로 그 스콜이라는 늑대가 흘린 눈물이 결정이 되어서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소피아로서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스콜에게 받은 이 목걸이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태어난 순간부터 목표는 하나, 오직 태양을 쫓는 스콜은 순결을 뜻하고, 태양을 쫓던 스콜이 흘린 눈물은 절망의 밤에서도 황혼의 빛을 발한다고 해서 희망을 뜻하기도 하죠. 스콜이 어째서 태양을 쫓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장 고귀한 순결과 황혼을 뜻한다고 해서 이곳 발할라에서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취급을 받습니다. 잘 간직하세요." 엘프처녀가 웃으면서 해준 말,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블러디오팔은 어둠만 있다고 생각되는 밤에도 황혼의 금빛으로 빛난다. 그러나 빛 한점 없다면 보석뿐만 아니라 이 세상 그 어떤 존재도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즉, 아무리 짙은 어둠 속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블러디오팔이 빛을 발하는 이상, 그 어둠 속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어딘가에서 비춰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절망(絶望:희망이 끊어진다는 뜻)을 볼 수 있다면 절망(切望:절실한 희망이라는 뜻) 역시 볼 수 있다는 말일지도…….' 어쩌면 단순한 동음이의어의 말장난에 불과할지도 모르나, 그 말속에서 진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를 만날 수 있다. 그와 사랑할 수 있다.' 소피아는 지금의 상황에 낙담하기보단 그러한 믿음을 가졌다. 비록 떨어져있는 지금 상황이 그녀를 너무나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지만, 이러한 상황일수록 그녀는 그 믿음을 위해 미소를 지어야했다. '왜냐면 칠흑 같은 어젯밤에서 블러디오팔은 황금빛으로 빛났는걸.' 그녀가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짓자, 원인은 몰라도 시엘도 따라서 상큼한 미소로 대답했다. 그 모습은 소피아만이 가질 수 있는 밝고 쾌활한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은 느낌이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보석, 어느 분에게 받은 건지 물어볼 수 있을까요?" 보석에 유래와 숨겨진 의미를 깨달은 소피아, 그녀가 햇빛보다 찬란한 미소를 짓자 눈이 부셨던 엘프처녀가 물어왔다. 그 말에 대답을 한다. 대답을 하는 소피아의 눈동자는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저의 남편에게 받은 거예요." 소피아는 갑작스럽게 유부녀가 되어버렸다. 남편이란 말에 엘프처녀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반해 시엘로서는 까무러칠 만큼 놀랄 수밖에 없었다. 블러디오팔을 스콜이 선물했다는 사실을 소피아에게 귀가 따가도록 들었다. 그런 시엘로서는 언제 그들이 결혼을 했는지 궁금한 눈치를 보냈다. 하지만 소피아는 대답해줄 생각은 없는지 방긋 미소만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세 여인은 소소한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때 그녀들의 뒤로 한 남자가 불현듯 나타났다. 왠지 음침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남자였다. 시엘과 소피아의 등이 훤히 드러난 드레스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남자는 어울리지도 않게 점잖은 헛기침을 했다. "흠! 흠!" "어머, 똥꼬! 여긴 어떻게 찾아왔어?" 왠지 이제는 듀란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는 그였다. 물론 시엘에게서 똥꼬라고 불리는 것도 나름대로 애정이 느껴져서 그리 싫진 않았지만, 왠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가끔씩 저도 모르게 괄약근에 힘이 들어가는 게 문제였다. "시엘, 선배, 지금 신전에서 우리들, 부르는 것 같았어요. 저희가 이곳에 초대받은 손님이니 만큼 도시의 주인과 인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던데요. 대장로님이요." 항상 검은 도복을 즐겨 있던 듀란, 그는 지금 검은 정복을 입고 진지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옷이 사람의 성격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왠지 정복을 입자 자신도 모르게 딱딱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응, 알았어. 가보자." 활기차게 대답한 소피아가 잡화를 팔고 있는 엘프처녀에게 인사를 하고 먼저 신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똥꼬, 그런데 다른 일행은?" 시엘이 궁금한 듯 듀란에게 물었다. "먼저 도착해 있을 거야. 우리가 젤 늦었어." "그래?" 듀란이 얼른 앞장을 서고, 그녀들은 뒤따랐다. 그런데 신전으로 가기 위해서 언덕을 오를 때부터 소피아는 자꾸 힐끔힐끔 뒤돌아보는 듀란의 시선이 거슬렸다. 당연히 가슴이 깊게 파인 드레스, 언덕의 위쪽에서 보면 그 아슬아슬한 굴곡의 그늘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시엘, 쟤 좀 어떻게 좀 해라." 소피아가 귀찮은 듯 한손을 올려 가슴을 가리자, 듀란은 아무런 죄도 없다는 듯이 두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의 솔직한 한 쌍의 눈동자, 오른쪽 눈은 시엘의 가슴을 향해 있었고, 왼쪽 눈은 소피아의 가슴을 향해 있었다. "네가 무슨 카멜레온이야! 죽었어! 똥꼬!" "아냐! 이건! 그러니까!" "변태응징룡아!" 변태를 응징하는 용의 어금니, 연인은 닮는다고 했다. 묘한 기술 명을 외치며 시엘이 드레스를 입은 채 뛰어올랐다. 그리고 듀란의 앞에 떨어지며 주먹을 휘둘렀다. 파악! 통쾌한 소리가 났다. 직격으로 꿀밤을 맞은 듀란은 두 손으로 머리를 쥐고 주저앉아버렸고, 시엘은 콧방귀를 한번 뀌더니 총총거리며 앞서 걷기 시작했다. 소피아도 혀를 살짝 내밀어서 듀란을 놀리며 먼저 걸어갔다. 그렇게 그들은 신전 앞에 당도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신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빛의 신 발드르의 석상을 지나서 그들은 두 명의 엘프신관이 지키고 있는 신전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저기." 신전 앞에 있는 사람크기만한 종을 지키고 있는 엘프신관 중 한명이 그들을 불러 세웠다. "네?" 소피아의 대답에 엘프신관은 미소를 지으며 이곳을 통과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빛의 신 발드르를 모시는 신전으로 거짓말을 하는 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전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진실을 한 가지 말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만약 거짓을 말할 시에는 여기 있는 종이 울리니 반드시 진실을 말하셔야 할 겁니다." 거짓말을 하면 종이 울린다는 말에 신기한 눈빛을 한 소피아가 망설이지 않고 툭 내뱉었다. "저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한 남자만을 사랑할 겁니다." 너무나 낭만적인 말을 서슴없이 했지만, 신전 앞에 있는 거짓의 종이 울리지 않았다. 진실이란 얘기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시엘도 그녀와 비슷한 말로 자신을 시험했다. "저도 한 남자만을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역시 거짓의 종은 울리지 않았다. 시엘도 통과했고, 뒤쪽에서 따라오던 듀란으로서는 조금 긴장이 되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될 것 같았다. 분명 듀란은 시엘만을 사랑한다. 앞으로 사랑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는 조금은 자신 없는 투로 입을 열었다. "저, 저도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하겠습니다." 댕! 댕! 헉! 신기했다! 아무도 없는데 거짓의 종이 치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바로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시엘의 눈매가 매섭게 변해버렸다. 신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조금 전에 맞았던 변태응징룡아가 기다리고 있단 걸 직감했다. "진실만을 말하셔야 합니다." 엘프신관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는지는 관심도 없는지 무뚝뚝하게 말을 했다. 듀란으로서는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는, 그러니까 저는……." "어서 말하십시오."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저, 저는 가슴 큰 여자가 좋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종은 울리지 않았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최종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시놉시스대로라면 아마도 94화에서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슬픔의언덕2006-02-20 22:12:53 흠 불행에 한표~ 2 바레이타2006-02-20 22:15:11 건필 3 미캉엘2006-02-20 22:16:06 듀란 이미지가 망가질대로 망가졌군요 ㅎㅎ 4 데스카2006-02-20 22:16:51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듀란의 말에 동감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빈유도 좋아하는 편이라... 그리고 소피아는 충격이였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이런 대사를.... 충격이 컸습니다. 하아..이제 최종장이네요...^^ 그럼..건필하세요~~!!! 5 天照帝2006-02-20 22:17:58 최종장.... 수고하세요 ^^ 6 드디어2006-02-20 22:19:05 컥..최종화 7 빙시(氷矢)2006-02-20 22:21:09 아....최종화군요. 후에 쓰실 작품도 반드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8 현윤2006-02-20 22:22:23 어엇..89화인데..10화도안남았네 ㅠ 9 캘시퍼2006-02-20 22:24:48 푸핫핫~!! 코믹 쪽 글도 은근히 잘 쓰실 수 있을듯. 아스크 끝나고, 너무 오래 잠적하시면 안 됩니다! ^^; 10 독일건달2006-02-20 22:25:30 듀란 감동입니다 11 맛있는농약2006-02-20 22:30:48 허허허... = ㅅ-; 처음게 거짓말이라는게 더 걸리는<- 12 冥王2006-02-20 22:41:22 쿨럭...ㅎㅎ 13 종이나라2006-02-20 22:49:30 하하하..이제 최종화인데..전 내일이면 입대네요 ㅠ_ㅠ 여러분~모두 안녕히~ 14 카이렌2006-02-20 22:53:02 쿨럭.. 듀란... 니녀석... 진정으로 뭔가를 아는녀석이구... 툭 털썩.... 잘 보고 갑니다. 15 하여그2006-02-20 22:58:31 똥꼬의 마지막 말 !!! ㅋㅋ저도 동감 ㅡ.,ㅡㅋㅋㅋ 이제 최종화... .. 다음작품도 기대 할꼐요 ㅎㅎ .. 16 실페리온2006-02-20 23:22:24 듀란....남자로군요 -_- 17 천심天心2006-02-20 23:29:00 아 아깝다 벌써 끝나다니~ 듀란 넌 영원한 변태! 18 소검무제2006-02-20 23:37:16 역시 듀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ㅋㅋ 19 당근이지~2006-02-20 23:42:12 ㅋㅋ 간간히 나오는 유머가 소설의 활력소가되는군요. 백호님 멋있어요! 20 극성2006-02-20 23:46:42 다음 작품이 기대되네요^^ 21 김백호2006-02-21 00:53:38 슬픔의언덕님, 전 절망에 한표입니다. 바레이타님, 네, 건필해야지요. 미캉엘님, 원래 듀란이미지가 밝힘증이었죠. 뭐, 망가질 것도 없다고 생각되네요. 후훗. 데스카님, 듀란은 저의 분신같은 존재입니다. 솔직히 자드키엘이랑 듀란을 합성해놓으면 딱 제 성격나올 것 같은데... 그리고 소피아 대사가 어째서 충격이란 말입니까! 버럭!! 天照帝님, 네, 이제 5편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지켜봐주세요. 드디어님, 후훗, 놀라실 것 없습니다. 빙시(氷矢)님, 아마도 아스크를 완결하고, 바로 신청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보통 4~7일정도 걸리니까 아스크가 완결되는 날부터 못해도 일주일 뒤에 바로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윤님, 정확히 5편 남았답니다. 하하하. 캘시퍼님, 아스크는 코믹을 쓰기에 소재도 좋은 편이죠. 변태 듀란이랑 남색 프레키만 잘 엮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대략 일주일 뒤에 돌아옵니다. 독일건달님, 쿨럭, 감동하실 것까지는... 맛있는농약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길을 많이 주는 녀석이죠. 冥王님, 저도 쿨럭, 쿨럭, 종이나라님, 아, 상당히 아쉽습니다. 이제 2년이죠. 이 글 못 보시겠지만,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금방 갑니다. 카이렌님, 그는 항상 뭔가를 알아왔죠. 남자의 로망을 추구하는 자. 하여그님, 많은 분들이 똥꼬의 말에 감동을 느끼시는 듯, 그런데 아직 아스크 끝나지 않았습니다! 5편이나 남아있습니다! 실페리온님, 듀란, 여자는 아니죠. 후후훗. 천심天心님, 바로 그거죠. 본능에 솔직한 놈이라는 거죠. 소검무제님, 아직까지 듀란에 뭔가를 기대하고 계셨습니까! 버럭! 버럭! 당근이지~님, 감사합니다. 아마도 저게 마지막 밝은 이미지 같네요. 다음화부터 피터지게 싸우니까요. 극성님, 네, 완결나고 일주일뒤쯤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22 破邪神劍2006-02-21 02:52:34 으핫핫 뒤집어지겠네 듀란녀석 니가 진정한 개그케릭터다 ㅋㅋㅋ 23 도굴2006-02-21 04:09:40 건필하세요. 끝까지 완주를 !!! ㅋㅋㅋ 너무 재밌게 보는 소설중 하나입니다. 24 αγιοs2006-02-21 07:29:48 완결 나면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은 소설 -.- 25 질라르디노2006-02-21 08:42:47 최종화 황혼을 쫓는 늑대 이거보고 왠지모를 전율이 느껴지네요 듀란 최고!!! 26 Sangel22006-02-21 09:38:46 황혼을 쫒는 늑대라.. 너무 어감이 좋아요~ -0- !! 듀란 가슴 큰 여자 -_- 하하 역시 듀란! 재미있게 잘보고 갑니다! 27 노란병아리2006-02-21 09:44:11 듀란 깔깔깔.. 28 하늘마루2006-02-21 10:24:06 깔깔;;; 듀란아; 너무하자나 29 에스카샤2006-02-21 10:28:14 잘보고 갑니다 ㅎㅎ 30 FLEEM2006-02-21 11:35:22 헉 이게 끝인지 알고 놀랬네요. 최종화 엄청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고, 막판인데, 멋지게 끝을 장식해주실거라 믿쑵니다! ^^ 31 박선생님2006-02-21 11:37:03 ㅎㅎㅎㅎ 잘보고갑니다^^ 감동적이네요 32 緋色の空2006-02-21 12:50:38 듀란이 왠지 분위기를 깨는듯한.;;;; 소피아양 멋져요~~~~~0ㅠ!!!!!!1 건필하세요~! 33 매너모드2006-02-21 13:33:36 ㅋㅋㅋ역시똥꼬 ㅋㅋㅋ 34 만사휴의2006-02-21 13:44:09 후훗!~..진실의 종아..울려라!~~>.가 아니라.. 거짓의종아 울려라~군요!~..ㅎㅎ 35 칼로쓰는글2006-02-21 14:39:51 똥꼬는 좋은 분위기 꺠는데 선수군요. 36 마패2006-02-21 15:43:37 zzzzzzzz 37 포리프a2006-02-21 15:52:11 아, 너무 웃겨요 똥꼬(듀란이라는 이름보다 이게 더 친근하니, 원;) . 진짜 저런종이 이 세계에도 있다면 재밌을텐데 말이죠. 하하∼ 그나저나, 블러디오팔+_+ 보석말(?) 예쁩니다∼ 38 아미델린2006-02-21 16:22:18 그러게요.. ㅎㅎ; 음.. 소피아 오랜만에 등장해서 좋네요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 39 김백호2006-02-21 17:46:27 破邪神劍님, 다른 건 없죠. 듀란은 타인들보다 조금 더 솔직한 거, 아닐까요? 후훗. 도굴님, 연참대전의 끝과 함께 완결을 목표로 달리겠습니다. αγιοs님,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질라르디노님, 하하하, 정말 듀란이 최고인겁니까? 털썩! Sangel2님, 네, 최종화의 제목은 이것이죠. 그리고 어째서 황혼을 쫓는지가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노란병아리님, 깔깔깔... 삐약삐약하고 웃으셔야죠... 하늘마루님, 모르겠습니다. 왠지 솔직했던 것 같습니다. 에스카샤님, 네, 댓글 감사합니다. FLEEM님, 후훗,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물론 몇개월간 기다린 장면을 그리는 거지만, 그래도 기대는 금물입니다!! 박선생님, 쿨럭, 감동까지는 다음화에서도 뵙겠습니다. 緋色の空님, 듀란은 항상 깼죠. 하루이틀일이 아니죠. 매너모드님, 똥꼬는 더럽습니다. 추합니다. 병균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똥꼬가 없으면 인간은 죽습니다. 만사휴의님, 네, 거짓의 종이죠. 후훗. 칼로쓰는글님, 최강이라죠. 마패님, GG 포리프a님, 큰일나죠. 아마 남자들은 절대 그 근처는 안갈걸요. 저만해도 안갈겁니다. 네버!! 아미델린님, 소피아는 마지막까지 쭉 나옵니다. 나머지는 스콜과 소피아의 이야기니까요. 40 Σ비호란™2006-02-21 19:18:36 아................. 이젠 정말 마지막을 향하여....... 41 The[劍]2006-02-21 19:59:40 오예~소피아 나왔당 ㅇㅅㅇ;;; 소피아 만쉐이~소피아 만쉐이~소피아 만쉐이~ 누구 그림잘그리시는분 소피아좀 그려주세요~ㅇㅅㅇ;;; 아님 비슷한 이미지라도 좀 찾아주세용 ㅋㅋㅋ 저도 찾아볼께용 ㅋ 건필하세요^^ 42 쿠도히스케2006-02-21 21:25:25 ...완벽하게 오타 (..) 43 절영검2006-02-21 22:05:26 듀란 너무 진실하군요 ㅋㅋ 44 김백호2006-02-21 23:13:21 Σ비호란™님, 네,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다음화가 마지막 장소라고 해야할까요? The[劍]님, 후훗, 제가 그림을 조금 그립니다. 사실 글보다는 그림이랑 기타를 먼저 시작했죠. 다만 귀차니즘... OTL 쿠도히스케님, 무슨 말씀이신지, 완벽하게라는 말이 오타라는 뜻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군요ㅠ.ㅠ 가르침을!! 절영검님, 이 시대 가장 진실된 남자죠. 45 잠이와요;;2006-02-21 23:34:11 헐 뎅뎅뎅 !!!!!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0화 [41]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8화 [47]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21 23:17:44 고친날 2006-02-22 19:57:33 읽은수 1173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0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신전 안으로 들어가면서 시엘은 계속 투덜거리고 있었다. "소피아언니가 나보다 가슴 크니까, 나보다 소피아언니가 더 좋다는 말이네? 그런 거네? 똥꼬?" "아니, 그게……." "가슴만 크면 다 좋다는 거네? 그런 거네? 똥꼬?" "……." 소피아는 배를 잡고 웃으면서 먼저 걸어갔고, 듀란은 한여름에 겨울옷을 껴입은 것처럼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시엘의 투정은 신전안쪽에 있는 홀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광장처럼 넓고, 동그란 홀 안에 들어간 소피아일행, 그들은 더 이상 웃고 자시고 할 수가 없었다. 홀 끝 쪽 단상에 한 남자가 서있었는데, 엘프보다는 인간을 닮은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엘프보다 아름다웠다. 사실 백금성에는 남자건 여자건 전부 아름다운 자들밖에 없었다. 평범하게 생긴 듀란이 추남으로 보일 정도로 말이다. "설마 저에게 덤비려는 겁니까?" 단상위에 있던 남자가 이도를 소환해낸 자드키엘을 가소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험난한 분위기에 방금 이곳으로 들어온 시엘과 듀란은 당연하고, 그들을 초대한 대장로조차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소피아는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눈치를 보였다. 그녀는 입고 있는 붉은 드레스를 두 손으로 쥐더니 스스로 찢어버렸다. 붉은 드레스는 신전의 바닥에 떨어졌고, 놀랍게도 소피아는 가슴 파인 풍성한 드레스 속에 실크소재의 옷과 경갑을 걸치고 있었다. 허벅지에는 사복검까지 차고 있었던 것이다. "시엘, 고트프리트님 뒤에 가있어." 소피아는 매혹적인 눈매로 단상위에 있는 남자를 쏘아보면서도 시엘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의 목표가 시엘이란 사실조차도 알고 있는 소피아, 그녀는 사복검을 뽑아들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피아가 홀 중앙으로 걸어가는 사이 자드키엘이 이도를 치켜들며 단번에 단상위로 날아가며 소리쳤다. "네 녀석, 오늘 여기서 죽는다! 미카엘!" 과연 그들이 없었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자드키엘일행은 정확히 소피아일행보다 10분전에 이곳에 도착했었다. 대장로는 비록 악마가 끼어있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지옥의 문을 닫겠다는 의지를 보인 그들을 인자한 미소를 맞이했다. 그런저런 담소를 나누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상 뒤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 남자가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분위기는 서서히 변해버렸다. 단상위로 나타난 남자가 다름 아닌 미카엘이란 걸 자드키엘이 알아본 것이다. 한번도 본적은 없었지만, 본능이 소리쳤다. 신의 사자다. 신의 사자 중에서도 가장 강한 자, 오른쪽 옥좌에 앉도록 허락된 미카엘이었다. 그래도 자드키엘은 당장에 살의를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백금성, 그에게 칼을 겨눈다는 것은 이곳에 있는 엘프들을 전부 적으로 돌린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단상에 선 미카엘이 조금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악의를 모르는 이사벨과 스카디, 그리고 고트프리트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했지만, 자드키엘은 아니꼬운 듯 노려보고만 있었다. "당신은 왜 제게 인사를 하지 않는 거죠?" 미카엘이 조용히 노려보고 있는 자드키엘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 "천사 따위에게 굽힐 목은 없다." 살의까지는 아니라도, 적의가 가득 배어나오는 말에 대장로는 잠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장로는 얼른 자드키엘의 말을 농으로 치부하며 웃음으로 어색해지려는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노력했다. "흥, 자신의 탐욕을 위해서 인간들을 이용하는 악마주제에 너무 말씀이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방금 나온 미카엘의 말에 대장로의 수고는 가볍게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자드키엘이 눈매가 더욱 날카롭게 치켜떠졌다. "당신의 목적은 어차피 지옥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를 죽이고, 저의 주인님까지 죽이고, 스스로 이 세상의 주인이 되려는 거잖습니까?" "그렇다." 자드키엘은 그의 비꼼에 당당히 대답했다. "혼자서는 못 할 것 같으니, 나약한 인간 뒤에 숨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닙니까? 흥, 썩은 정신을 가진 주제에 입만 살았군요." 미카엘의 조롱, 그 말을 들은 자드키엘이 이마에서 힘줄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의 입장에선 매우 치욕적인 말, 그 말을 웃어넘길 정도로 자드키엘의 아량은 넓지 않았다. 그는 이 세상의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다. 그는 대답 없이 두 손을 하늘 위로 치켜들었고, 빈 허공에서 두 자루의 검이 소환되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결판을 봐야겠군." "후훗, 바라던 바입니다." 그렇게 된 거였다. 치잉! 자드키엘이 휘두른 두 자루의 검과 미카엘이 소환해낸 황금빛 검이 맞부딪쳤다. 현란한 불똥과 금속성의 마찰음이 홀에 울려서 귀청을 찢어놓을 것 같았다. 이사벨은 여기까지 와서 누구의 편을 들어야할지 모를 난감한 상황에 스카디를 바라보았다. 스카디, 그녀는 고민할 것 없다는 듯 얼음의 검을 뽑아들었다. '내가 죽인 사람들만큼 나는 사람들을 살리려했다.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것이 정의라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 나의 마음은?' 황금 검을 여유롭게, 휘황찬란하게 휘두르는 남자에게 저항하는 자신의 연인, 모든 힘을 다하는 듯 보였지만, 이대로는 위태로워보였다. 도와줘야 한다는 걸 안다. '아니, 정의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이야. 그를 지킨다.' 스카디의 검은 그렇게 다짐을 했다. 고트프리트도 우선은 시엘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카르마를 끌어올려서 결계를 치고 있었다. "미카엘님,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들을 용서해주십시오." 엘프대장로만이 평화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미카엘과 자드키엘의 싸움을 말리려하고 있었다. "훗, 대장로, 그럼 제가 이 남자에게 죽길 바라고 계십니까?" 자드키엘의 기세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몰아치는 파도와도 같았다. 그런 기세가 담긴 자드키엘의 이도를 쳐내면서도 미카엘은 여유롭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어차피 그들은 지옥의 문을 닫고, 중간대륙으로 내려갈 자들입니다. 사악한 악마들을 영원히 봉인하려는 계획을 가진 인간들은 미카엘님의 계획가 크게 다르지 않기에……." "후훗, 물론 여기 있는 인간들은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의 목을 끊어서 지옥의 문을 닫아줄 고마운 인간들입니다.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의 목숨을 강제적으로 끊을 수 없는 저희로서는 환영해줘야겠지요." 맹렬한 기세의 이도를 강렬하게 쳐내고는 미카엘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다릅니다. 이 남자는 절 죽이러 이곳에 왔습니다. 혼자서는 힘이 부족하니 인간들과 합세해서 절 죽일 생각으로 온 것입니다. 이런 자, 이런 악마를 용서해야합니까?" 미카엘의 말은 거짓말이다. 이미 55년 전 그는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의 목숨을 끊게 만들면서 중간대륙의 운명에 개입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자신의 손에 피는 묻히지 않았다. 교묘하게도 인간들을 부추겨서 죽이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스콜에 의해서 그 계획은 망가져버렸고, 결국엔 스콜의 손으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죽이게 만들었다. 물론 그는 이름조차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라는 이름을 남긴 것이 전부였다. 그러한 사정을 전혀 모르는 대장로는 미카엘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지옥의 문을 닫기 위해서는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의 목숨이 필요하다고?' 오히려 미카엘의 방금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란 자들은 홀 안에 있던 듀란을 포함한 발할라원정대였다. 방금 얘기를 풀자면 시엘을 죽여야 그들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18년 96일마다 2천에 가까운 안타까운 희생, 그 반복되는 희생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시엘을 지키기 위해서 이곳에 올라왔지만, 이 길조차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것이 절대선, 천사라 불리는 미카엘이 바라는 정의였다. '결국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란 말이야?' 듀란은 고트프리트 뒤에 숨어있는 시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처량하게 떨리고 있었다. 절망으로 가득차있다. 신전으로 들어오기 전, 듀란이 말할 때 거짓의 종이 울렸던 이유, 아마도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시엘의 고개가 땅을 향해 떨어졌다. 그녀는 애써 주르륵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고 있었다. 그 모습에 듀란은 고개를 힘껏 저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고? 그게 정의라고? 아냐! 난 시엘을 죽이지 않아!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이곳에 온 거란 말이야! 제길! 좋아! 시엘을 죽이는 게 정의라면, 그 정의마저도 짓밟아버릴 거야!' 지옥의 문을 닫는 방법을 방금 알아챈 듀란은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자드키엘이 자신들을 이용했다는 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했다. 중요한 문제는 미카엘이 시엘을 자신들을 이용해서 죽이려했다는 거다. 이렇게 된 이상 지옥의 문 따위는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중간대륙 따위,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중간대륙 따위, 없어져도 그만이다. 다만 시엘이 죽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그녀다. '악이라 불려도 좋아! 너만은 꼭 내손으로 지킨다!' 언젠가 만취해서 자신의 얘기를 책에 비유하며 술주정을 하던 그에게 스콜이 해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인간은 이기적인 생물이다. 너에게 소중한 하나의 생명과 네가 모르는 수많은 생명을 저울질해봐야 결국엔 인간은 전자를 택하게 된다. 중요한 건 하나다." "하나라고? 그게 뭐지?" 듀란이 물었다. "그녀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느냐하는 믿음이다. 끝까지 지키지 못할 바엔 지금 죽여라." 스콜이 그렇게 대답해주었다. 그것은 스콜이 엠블라에게 얻은 교훈이기도 했다. 듀란은 술이 취한 와중에서도 긴장이 되서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끝까지 지키지 못할 바엔 지금 죽이는 게 낫다고? 괜한 사람들이 죽고 나서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듀란이 다시 물었고, 스콜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너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백 명이 죽든, 천 명이 죽든, 만 명이 죽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한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를 죽이는 게 아파질 거다.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만취해서 들었던 말이지만, 그 말은 쉽게 잊혀지지가 않았다. 듀란은 두 주먹을 꽉 쥐며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만들어내었다. 쏟아지는 극쾌의 검과 얼음의 칼날을 여유롭게 막아서는 한 남자를 노려보며 그는 걸음을 내딛었다. 미카엘, 그는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고, 가소로운 듯 자드키엘과 스카디를 한손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그때 뱀처럼 날카로운 채찍이 그의 신형을 향해 쏘아졌다. 치잉! 갑작스럽게 쏘아진 공격을 얼른 쳐낸 미카엘, 그에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여인, 그녀의 눈매가 어울리지 않게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천사라는 자가 거짓말투성이네요. 정녕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의 목숨을 끊게 만든 적이 없나요?" 소피아가 말했다. 적어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미카엘이 55년 전 한 만행을, 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검과 함께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던 불꽃의 주먹의 미카엘을 덮쳤다. 4대 1, 미카엘로서는 조금 귀찮은 파리들이 늘어난 것에 불과했다. 55년 전 미스텔테인을 쥐고, 절정에 이르렀던 스콜을 상대하는데도 상처 하나 입지 않았던 그다. 그런 그가 고작 악마 하나, 인간 셋의 공격으로 위기에 몰리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이었다. 여전히 전세는 미카엘의 압도적인 힘 앞에 밀리고 있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프레키, 그는 지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상대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상대가 좋지 않았다. 강한 건 둘째치고라도 지금껏 악마들을 상대해왔던 프레키는 자신 있게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있는 적은 절대선이라 불리는 천사였다. 그를 적으로 돌리게 되면 자신이 악이 되는 상황이었다. '듀란은 악이었나? 자드키엘은 악이었나? 나는 악이었나?' 자존심이 누구보다 강한 황금빛 눈동자가 시엘과 듀란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았다. 시엘은 제국의 공주, 평생을 바쳐 황족을 수호하는 것이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영광이며 운명이다. 그리고 지금 가장 친한 친구 듀란이 미친 듯이 불꽃을 폭발시키며 천사와 싸우고 있었다. "빌어먹을!" 프레키는 뭐가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함을 질렀다. 어째서 하늘위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절대선이 그들이 선이라 믿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어쩌면 평민들의 눈에 비춰진 귀족들 역시 그랬던 것은 아닐까? 그는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랬던 그도 평민이나 노예를 하찮은 눈길로 바라봤었다. 그들의 목숨은 귀족들의 목숨보다 싸고, 가볍다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한 생각을 인간들을 보며 천사가 하고 있었다. 저 눈앞에 천사는 그것이 정의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뿌리부터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 결국 강한 것만이 정의라는 말과 동등시되는 이 상황에 프레키는 발도자세를 취했다. 더 이상 모르겠다. 다른 건 없었다. 친구와의 의리, 공주와의 충의, 그가 발라스칼프공작가문의 검을 천사에게 겨눈 유일한 이유였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카로나2006-02-21 23:18:13 조회수 1이네.. 2 화창한오늘2006-02-21 23:20:14 조회수 4네 ㅎㅎ 3 冥王2006-02-21 23:23:50 후후후... 미카엘은 짜잉나~ㅎ 4 세야아니스2006-02-21 23:25:26 와우~ 멋집니다^ㅡ^ 5 곤2006-02-21 23:26:23 [del]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6 엘렌드2006-02-21 23:28:50 불쌍한 미카엘.. 다굴엔 장사가 없다는데 저기다 스콜까지 합세한다면.. 7 데스카2006-02-21 23:32:50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제 VS 미카엘 라스트 보스로군요. 아직까지 스콜의 등장은 하지않는군요. 회상패스. 당연한것이겠지만요. 위험의 순간에 뛰어나오는 센스~!! 이번에는 방해없이 아슈칼론 오의로 마무리를..!!! 원래 라스트 보스는 초초초필살기나 숨겨둔 초초초초필살기로 끝내는게 법칙이라...(누가 그래? 내가..퍽) 개인적으로 닭날개 달린 애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여자제외. 그럼,..건필하세요. 8 緋色の空2006-02-21 23:35:19 미카엘에게 척살령을~!!!! 미인과 미소녀는 국보입니다!!!! 건필하세요~~~~~` 9 잠이와요;;2006-02-21 23:40:49 스콜 등장한거라고 해야하나 ;ㅁ; (회상이 라도 등장은 등장?) 스콜님 보고싶습니다. 어서오세요. 10 달빛속2006-02-21 23:43:30 멋있다 ..... 11 하여그2006-02-21 23:57:56 미카엘 안되겟네 ... ㅎㅎㅎ .. 잘 보고 갑니다 ... 12 Huses2006-02-22 00:05:13 오오 프레키 13 독일건달2006-02-22 00:07:31 감동 14 칼로쓰는글2006-02-22 00:11:05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미카엘) 황혼을 쫓는 늑대 스콜(아스크) 마지막 대결을.. 15 김백호2006-02-22 00:13:16 카로나님, 화창한오늘님, 조회수를 말씀하시니 딱히 할말이.. 추, 추, 축하드립니다. 冥王님, 극존칭을 쓰는 게 더 짜증나지않습니까? 개인적으로 쓰면서 이 점이 제일 짜증나더군요. 세야아니스님, 제가 멋지다는 칭찬, 고맙게 받겠습니다. 곤님,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엘렌드님, 파리 4마리랑 사냥개 한마리는 그의 목숨을 위협할 수 없죠. 어서 늑대가 와야겠죠. 데스카님, 네, 드디어 라스트보스전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슈켈론의 최종오의는 베헤모스전에서 끝났습니다. 동료와 연인을 희생하면서까지 쓰지는 않겠지요. 緋色の空님, 미인과 미소녀가 국보라는 의견은 동감하는 바입니다. 잠이와요;;님, 등장했다고 해야겠죠. 멋진 대사도 날렸잖습니까! 재탕이라서 문제지만요. 후훗. 달빛속님, 말씀 감사합니다. 하여그님, 조금 맞아야 정신을 차리죠. Huses님, 주가상승중인 겁니까? 쿨럭... 독일건달님, 쿨럭, 이번화는 그다지,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칼로쓰는글님, 이제 끝나가죠. 스콜은 지금 백금성 앞에 도착했습니다. 16 카이렌2006-02-22 00:16:19 전율입니다.. 멋집니다... 미카엘과 스콜의 싸움을 기대하겠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나타나주겠지요... 잘 보고 갑니다. 17 아미델린2006-02-22 00:22:01 ㅎ_ㅎ 천사가 나쁘게 나오다니 슬퍼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상이니 -0-;; 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_+ 건필하시길!! 18 당근이지~2006-02-22 00:51:32 언제나 멋져~~!! 19 血死魔人2006-02-22 00:51:41 프레키도 좋은녀석이군요 -_-ㅋ 동성애자로 나와서 그렇지. 20 극성2006-02-22 01:15:24 소피아 화이팅!! 21 마술전기염2006-02-22 01:50:11 흠... 스콜 일행들이 심하게 다칠지도... 22 절영검2006-02-22 02:32:24 끝나더라도 에필로그는 필수에요^^ 23 김백호2006-02-22 04:40:19 카이렌님, 하하하, 아무래도 그렇겠죠. 조금 늦게 도착을 하게 되겠지요. 왜냐면, 왜냐면... 아미델린님, 천사가 나쁜 게 아니고, 세상이 비뚤어진 게 아닐까요? 후훗, 어쨌든 건필하겠습니다!! 당근이지~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적겠습니다. 血死魔人님, 나름대로 괜찮은 녀석이죠. 남색도 어디까지나 오해가 부른... 실은 이사벨을 좋아하는 열혈청년이죠. 극성님, 네, 소피아 화이팅입니다!! 마술전기염님, 아무래도 많이 다칠 듯, 그냥 넘어가면 라스트보스라고 할 수가 없겠죠. 후훗. 절영검님, 쿨럭, 에필로그는 저도 잘, 어서 인페르노를 연재하고 싶은 욕심때문에... 장담은 드릴 수 없습니다. 24 破邪神劍2006-02-22 06:53:07 스콜은 다음화에 등장하겠죠?ㅎㅎ 기대하고 있겠습니다(씨익) 25 질라르디노2006-02-22 08:19:33 으헉~ 소피아는 전투에 참가시키지 마시지... 괜히 불안하잖아요ㅡㅜ 26 朔月2006-02-22 08:36:40 휴우우... 며칠 안봤는데 정말 많이 밀렸네요. 한꺼번에 몰아 보느라 코멘트 남길 시간도 없었습니다. 94화가 끝이라면 앞으로 4화남았군요 27 에스카샤2006-02-22 08:43:03 잘봤습니다 ㅎㅎ 28 소검무제2006-02-22 08:53:23 드디어 미카엘과의 전투..ㅎㅎ 29 The[劍]2006-02-22 09:34:15 오옷;; 남색(?) 프레키도 멋지네요 ㅋㄷㅋㄷ 어서 스콜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ㅇㅅㅇ;; 아직은 소피아의 대사가 적다는!! (뭔소리를 하고 싶은 게냐? 퍽!) 쿨럭, 건필하십시오^^ 30 鬼舞2006-02-22 09:59:57 잘보고 있어요 절대선 절대악이란 없는건가요..ㅋ 31 박선생님2006-02-22 10:31:27 아..감동입니다^^ ㅎㅎ 마이클은 역시 재섭군요??? ㅎㅎㅎ 32 파란2006-02-22 10:44:21 잘 읽었습니다. 33 Sangel22006-02-22 11:28:18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34 Eapeon2006-02-22 16:52:01 후후훗. 처음부터 다 봐버렸습니다. [-_-] 어서어서 다음편 써주세요 ^0^ 35 대사자2006-02-22 18:58:12 재미있습니다 ^^ 36 쿠도히스케2006-02-22 19:29:17 미카엘, 그냥 없어져 주면.... 안되겠니??? (..) 37 매너모드2006-02-22 19:38:44 천사구이로 만들어버려 똥꼬~~~ 38 카이혼2006-02-22 20:29:54 흐음..느낌이 배드엔딩쪽으로 갈거 같다는..... 스콜이나 소피아가 죽는다든다......... 스콜이 죽을 확률이 높지만.. 자기 힘으로 지옥문 닫고 사라진 다던가.. 아니면 소피아가 죽어서 스콜이 분노해 미카엘을 죽이고 미련이 없어진 스콜이 지옥문 막고 죽는다던가..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엔딩은??? 건필! 39 Σ비호란™2006-02-22 21:53:35 잘보고갑니다^^ 40 김백호2006-02-22 23:53:24 破邪神劍님, 어랏, 어떻게 아셨습니까? 네, 다음화가 스콜이 백금성에 입성하는 장면이죠. 질라르디노님, 하하, 살짝 그러한 점을 노린 것도 어느 정도는 있습니다. 긴장감이 없으면 안되겠죠. 朔月님, 오랜만입니다. 아마도 95화쯤에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미카엘과의 전투가 너무 짧아지더군요. 94화로 끝내면요. 에스카샤님, 댓글 감사합니다. 소검무제님, 아마도 다다음화부터 본격적으로 전투에 돌입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부담이 되는군요...OTL The[劍]님, 프레키는 남색에 자존심만 빼면 어디 내놔도 괜찮은 녀석이죠. 그리고 다음화에 스콜이 나온답니다. 하하하, 열심히 적겠습니다. 鬼舞님, 그렇죠. 세상은 흑백논리로 단정지울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는 않다고 보는 게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박선생님, 하하하, 어째서 마이클이 된 겁니까!! 버럭!!! 파란님, 댓글 감사합니다. Sangel2님, 네, 재미있는 글이 되도록 더욱 열심히 적어보겠습니다. Eapeon님, 우선 반갑습니다. 다음편은 지금 올려드리겠습니다. 대사자님,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함께해요~ 유후~ 쿠도히스케님, 미카엘이 그냥 없어지면, 아스크의 엔딩이 너무 시시할 것 같아서 마지막까지 살려두겠습니다. 후후훗. 매너모드님, 쿠쿡, 닭날개구이라고 해야겠죠. 카이혼님, 음, 제가 직접 답변을 드리는 것보다는 역시나 본문으로 확인을 해달라고 해야겠죠? 제 나름대로는 멋진 엔딩이라 예상해보지만, 어떻게 보일지 걱정이 앞서네요. Σ비호란™님, 네, 댓글 감사합니다. 다음화에서 뵙겠습니다. 41 黑月影2006-02-28 09:25:35 스콜이 나올때가 됐는데...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1화 [48]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89화 [45]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22 23:55:06 고친날 2006-02-22 23:55:06 읽은수 1169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1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오후가 지나면서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고 있었다. 햇살에 반사되어서 눈부시게 빛나는 푸른 갑옷을 차려입은 엘프전사들은 백금성의 정문을 지키며 지루한지 하품을 하고 있었다. 터벅터벅! 멀리서 무거운 발걸음소리가 들려온다. 하품을 하고 있던 엘프는 새파란 숲 속에서 나온 한 남자의 모습에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냈다. 잿빛의 거대한 대검을 등에 짊어지고, 다 찢어진 옷을 입은 핏빛 머리카락의 남자, 그는 그들이 서있는 정문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다른 엘프들과는 달리 전사의 표식으로 이마에 은빛 문양이 새겨진 엘프는 초췌한 남자의 모습을 보며 '과연 살아있나'하는 생각에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비켜라. 나는 이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가 조용히 입술을 떼었다. "무슨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이종족의 출입은 허가 없이는 금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대장로님에게……." "한 남자를 죽이러 가는 길이다." 은빛 문양이 새겨진 엘프의 자세한 설명이 지루했던지 핏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 스콜은 그 엘프의 말을 잘라버리며 자신의 목적을 밝혔다. 솔직히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옷에 묻어있는 진한 혈흔 때문에 호감보다는 반감을 사는 차림새를 한 스콜에게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말을 하던 엘프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 남자를 죽이러 백금성안으로 들어온다는 말은, 다른 종족인 그가 엘프를 죽인다는 의사를 그들에게 대놓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용한 숲 속에 살며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이었지만, 적의가 확연히 드러나는 말에 미소 지으며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어떤 원한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목적이 살인이라면 저희들은 입성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습니다." 이마에 은빛 문양이 새겨진 엘프, 중간대륙으로 치자면 기사단장 쯤 되는 자의 눈빛에 경계하는 빛이 역력히 드러냈다. 그러나 스콜은 그의 눈빛이 어떻건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지금 백금성안 그 남자가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들이 만들어갔던 이야기의 원흉, 발할라 전체를 뒤덮고 있는 카르마의 주인, 그가 성안에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너희들이 나를 막는다면, 난 너희들을 죽이고서도 지나간다." 스콜 역시 고집을 굽힐 생각 따위는 없는지 적의를 확연히 드러냈다. "협박을 하셔도 통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당신을 들여보내줄 수 없습니다." 스콜은 그 엘프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신념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다. 자신의 목숨과 신념을 동등시하는 자의 눈빛이었다. 이런 자에게는 더 이상 대화를 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만약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다른 쪽의 성벽을 타넘어서라도 갔었겠지만, 지금은 그러한 여유가 없었다. 시엘과 소피아, 그리고 많은 이들이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와 같이 있다면 한시가 아쉬울 만큼 위험했다. 대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시간조차도 아까웠다. 스콜은 등에서 미스텔테인을 뽑아들었다. 전혀 가공되지 않은 것 같은 칼날이 햇살 아래 번뜩인다.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고 탄생된 잿빛의 십자대검을 그가 뽑아들자, 정문을 지키고 있던 엘프들도 활을 겨냥했고, 앞서 나온 은빛 문양의 엘프도 허리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검을 뽑아들었다. "지금은 그냥 돌아가십시오. 당신이 인간 중에선 강한 자였다고 하더라도 저희들을 전부 이길 수는 없습니다. 괜한 죽음을 자초하는 길입니다." 이마에 은빛 문양이 새겨진 엘프, 그는 전사들 중에서도 엘리트로 손꼽히는 자였다. 호전적인 성격으로 걸어오는 싸움을 피한 적은 없었지만, 대장로님의 가르침을 받들어서 타 종족간의 대립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는지 마지막까지 친절한 경고를 해주었다. "덤벼라. 내가 이곳을 지나갈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마." 물론 끝까지 피하려했지만, 그의 입장에서 스콜은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 이미 전투가 벌어질 것을 염려한 뒤쪽에 있던 엘프 중에 하나가 스콜을 향해 활을 겨냥하면서도 낮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주문, 그 주문과 함께 그들이 서있는 풀숲에서 작고 푸른 기운이 튀어나오더니 그 엘프의 입가에서 몇 번 더 회전을 그리다가 백금성의 안으로 예쁜 빛을 뿌리며 날아가 버렸다. 혹시라도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 경계령을 내린 것이다. 그들 나름대로는 최선의 행동, 현명한 선택이었지만, 그것은 결국 더욱 큰 참사를 늘리는 길밖에 되지 못했다. "지금부터 비키지 않으면 무조건 베겠다." 그 말을 하며 스콜이 몇 걸음 더 걸어왔고, 엘프들은 그의 원인모를 자신감에 조금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정의는 자신들에게 있다고 굳게 믿기에 그를 막는데 있어 망설임은 없었다. "죄송하지만, 비켜줄 수 없습니다." "그것이 너희들의 마지막 대답이냐?" 몇 걸음 더 내딛어서 다가온 스콜이 미스텔테인을 아주 가볍게 휘둘렀다. 미풍에 흩날리는 갈대를 쥐고 흔들 듯이 휘둘러진 대검,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대검의 크기가 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이마에 은빛 문양이 새겨진 엘프는 검에 카르마를 불어넣어서 푸르스름한 빛이 맺히게 만든 다음 휘둘러지는 대검을 막아내려 했다. 쨍강! 허나, 대검이 그리는 궤도에 있던 엘프의 검이 마치 종이가 찢어지듯, 유리가 깨지듯 부서져버렸다. 너무나도 쉽게 부서진 검신을 본 엘프는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혹시 꿈인 건가?' 적어도 지금 벌어진 이 일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검을 쥐고 있는 엘프는 알고 있었다. 같은 금속이 맞부딪쳤다. 아니, 인간으로서는 따라올 수 없는 카르마를 검에 불어넣었기에 엘프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이 남자는 대검을 놓쳤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의 검신만 부서지는 꼴이 나버렸다. 이마에 있는 은빛 문양이 조금 일그러졌다. 엘프는 지금의 상황을 찬찬히 돌이켜보았다. 자신의 검이 부서진 이유는 단 하나, 저 남자의 대검이 휘둘러진 속도와 힘이 자신의 검을 압도했다는 말이었다. 문제는 너무나 가볍게 휘둘러졌는데도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대검에서 카르마가 맺혀있는 것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이 남자의 한계가 도대체 어디인지 그로서는 짐작을 할 수 없었다. 그 엘프의 눈은 정확했다. 비록 카르마가 맺혀있지는 않았지만, 방금 투박하게 휘둘러진 검은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의 시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일찍이 아슈켈론의 시드만으로 스콜에게 덤벼들었던 기사 400명이 비엘가르드평원에서 죽은 적이 있었다. 지금껏 항상 지옥의 악마들만 상대해왔던 스콜, 그에게 있어서 이들은 사실 싸울 가치도 없는 자들이었다. 퉁! 슈욱! 쉭! 검을 빼들었던 은빛 문양이 있는 엘프가 잠시 당황해서 뒤로 물러서자 뒤에 있던 몇 명의 엘프가 화살을 쏘아대었다. 겨우 열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서 쏘아진 일곱의 화살, 엘프들은 그가 당연히 막지 못할 거라고 여겼다. 물론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며, 착각이었다. 스콜의 대검이 휘둘러진다. 대검인데도 육안에 흐릿한 잔상을 뿌릴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지고 있었다. 이윽고 날아가던 화살들이 '툭툭'소리를 내며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져버렸다. 믿지 못할 그 장면을 보며 엘프들은 직감했다. 열명도 안 되는 그들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상대가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물러서라. 죽는다." 눈앞에서 그의 실력을 목격한 엘프들은 방금 무겁게 나온 그의 말을 우습게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들도 모르게 한걸음, 혹은 반걸음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때 성벽 위에서 수많은 엘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깃털이 달린 투구에 중무장까지 한 그들은 일단은 활을 메겨서 활시위를 당겨 스콜에게 겨냥했다. 명령권이 있는 자, 은빛 문양의 엘프의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라도 활을 쏠 기세였다. "휴, 왔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낸 은빛 문양의 엘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저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하지만 제 명령이면 화살이 당신의 몸을 향해 비처럼 쏟아질 것입니다. 아무리 당신의 대검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쏘아진 수십 개의 화살은 막아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콜은 지루했던지 그의 말을 자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 주십시오. 제가 저녁때 대장로님께 한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엘프는 적이지만, 그가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검사라는 점을 인정하고 물러설 것을 정중하게 부탁해왔다. 그의 뜻을 안다. 하지만 스콜로서도 물러설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냥 쏴라." 스콜이 망설임 없이 얘기하며 정문을 향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어서 명령을 내려야만 했다. 조금만 더 늦어진다면 성벽이 만든 사각에 가려져서 그를 활로 겨냥할 수 없게 되었다. 다시 한번 이마에 있는 은빛 문양이 일그러진다. 그는 이를 질끈 깨물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당신을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쏴라!" 그 엘프의 명령과 함께 무수한 화살들이 질풍을 맞고 떨어지는 잎사귀처럼, 흐린 날 구름사이로 내비춰지는 빛줄기처럼 아름답게 떨어졌다. 물론 수많은 화살들이 쏘아지며 번뜩이는 빛을 만들어내서 아름다운 장면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그 화살 하나, 하나에는 살벌한 카르마가 잔뜩 담겨있었다. 화살을 쏜 엘프들은 활시위를 놓으면서, 이제 벌집이 될 남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허나, 그것은 사실 쥐가 고양이를 걱정하는 꼴에 지나지 않았다. "하아압!" 스콜은 미스텔테인조차 휘두르지 않았다. 단순한 기합성에 그의 몸이 눈부시게 폭발했고, 그의 핏빛 머리카락이 몸속에서 터져 나온 카르마의 바람에 흩날렸다. 투툭! 툭툭! 다시 한번 믿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어버렸다. 그에게 쏟아지던 수십 개의 화살들, 백에 가까운 화살이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 튕겨져 나가서 힘없이 땅바닥에 꽂혀버렸다. 화살을 쏜 엘프들도, 정면에서 눈을 질끈 감았던 엘프들도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차원이 다르다!' 지금 성벽 앞에 있는 엘프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박힌 생각이었다. 그들의 공격을 무너뜨린 스콜은 처음부터 죽일 가치도 없었다는 듯 앞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은빛 문양의 엘프의 몸을 밀치며 육감이 소리치는 방향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너무나도 황당해서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엘프들, 그들은 가공할 스콜의 실력을 보고도 포기하지 않았는지 뒤에서 달려와서 그를 에워쌌다. "이제 알았을 텐데? 적어도 너희들이 모두 덤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작은 상처 하나 줄 없다는 것을?" 앞을 가로막은 이마에 은빛 문양을 한 엘프에게 얘길 던지자 조금 전의 당황했던 빛을 겨우 지우며 그가 대답했다. "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악의를 가진 당신을 입성하게 놔둘 수는 없었습니다. 비록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백금성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저희들의 목숨보다 중요하기에 당신을 막겠습니다." 확고한 의지가 묻어있었다. "결국 죽어야 비켜줄 수 있다는 말이냐?" 스콜의 말에 엘프가 허리에 차고 있던 두 번째 검을 뽑아들며 대답했다.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스콜은 오른손에 쥐고 있던 미스텔테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렀다. 서걱! 그곳에 있던 그 누구도 스콜의 오른손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였다. 다만 뒤늦게 무엇인가가 베어지는 소리가 났고, 앞을 가로막았던 엘프의 목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나가버렸다. 두려운 장면이었다. 몇몇 엘프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데 반해 또 몇몇의 눈동자에는 복수라는 감정이 새겨지고 있었다. "한꺼번에 덤벼라. 고통은 없이 죽여주마." 어루만질 수도 없는 신념을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전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스콜의 마지막선물은 영광된 죽음에 따르는 고통을 잊게 해주는 것이었다. 수많은 엘프들이 검을 치켜들며 덤벼든다. 동료의 죽음을 가엾게 여겨서 스콜의 길을 막으며 덤벼들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휘둘러지는 대검과 불나방처럼 타들어가는 엘프들,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는데도 '서걱'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 비명소리하나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소름끼치는 장면이었다. 일 검에 한명씩 쓰러진다. 지난날, 비엘가르드에서의 학살이 반복되고 있었다. 미스텔테인은 맛있는 핏줄기에 흥겨운 듯 노래했고, 스콜은 피비린내 나는 세상을 보지 않으려는 듯 눈도 뜨지 않고, 단 일 검에 덤벼오는 엘프들의 목이나 심장을 찢어놓고 있었다. 온 몸을 피로 적신 스콜, 더 이상 덤벼오는 자들이 없다고 여겨졌을 때쯤 그는 어느새 발드르의 신전 앞에 도착해있었다. 동족의 짙은 혈향(血香)을 풍기는 그를 발견한 신관들은 인상을 조금 찌푸릴 뿐 크게 동요는 하지 않았다. "비켜라." 스콜이 외쳤다. "비켜드릴 수 없습니다." "너희들도 죽고 싶으냐?" 진한 피를 뚝뚝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스콜의 말은 결코 허황된 협박으로 들리지 않았다. 두 신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희에겐 당신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다만 저희가 비키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당신은 이곳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의 진실을 말하셔야 합니다. 그것만 얘기한다면 저희는 당신의 길을 막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피에 젖은 스콜은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한다." 그의 말에 거짓의 종은 울리지 않았다. 신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나도 쉽게 나와 줬고, 스콜은 신전의 안쪽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아이시아2006-02-23 00:00:35 한여자란 과연 누구~? ㅎㅎ 잘읽었어요 건필요~ 2 아미델린2006-02-23 00:01:28 헉.. 불쌍한 소피아.. 스콜은 오직 엠블라만.. ㅡ.ㅡ; 암튼 건필하세요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 3 당근이지~2006-02-23 00:01:54 멋져~!~ 4 당근이지~2006-02-23 00:02:14 헉...내가 이 최고의 소설 아스크에 3번째로 댓글을 달았단말인가?감동이에요! 5 캬캬2006-02-23 00:03:32 건필하세요~ 6 바레이타2006-02-23 00:05:06 소피아는 버림받는건가? 7 포리프a2006-02-23 00:05:08 소피아는 안중에도 없는 것입니까∼ (엉엉) 뭐 사실 엠블라가 더 좋았지만ㅠ_ㅠ 와, 오늘 댓글 빨라요∼ 힛. 다 와가는군요∼ 두근두근. 8 冥王2006-02-23 00:11:19 몰상식한 엘프같으니라구....ㅎㅎ 근데 한명은 엠블라인가??? 9 Homeros2006-02-23 00:20:47 쩝. 두 여자면 안되남...? 10 닥2006-02-23 00:22:04 ㅠㅠ 소피아는 어쩌고~~~ 엠블라는 이미 없는데... 그냥 소피아는 저 소개시켜 주세요^^* 11 빙시(氷矢)2006-02-23 00:30:31 역시....소피아를 좋아하는 구나. 여러분, 엠블라가 아닐겁니다. 이미 스콜의 히로인은 소피아라구요! 12 들아탈수2006-02-23 00:34:48 헉 소피아 -_ㅠ;; 13 카이렌2006-02-23 00:39:50 소피아.. 안타깝군요.. 노력은 했지만... 스콜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엠블라는 너무나도 거대하군요... 잘 보고 갑니다. 14 산길2006-02-23 00:46:27 아...왠지 멋있지만..소피아양이...흑 15 맛탕씨2006-02-23 00:47:58 소피아 군요. 엠블라는 이미 죽었으니 사랑했던 존재 지 사랑하는 존재는 아니잖아요. 16 루　카2006-02-23 00:48:57 소피아는.. 17 달빛속2006-02-23 00:52:45 음 소피아 일듯한대 으으음~!!!! 설마 반전이? ㅋ 18 데스카2006-02-23 00:52:56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냥 스콜에겐 '죽은' 엠블라 주시길. 전 소피아로 만족할께요. 하지만 스콜이랑 황혼을 어쩌고 한거보면 역시나 소피아인듯. 뭐 이제 라스트이니 최후의 대결 아스크 VS 미카엘의 숙명적은 대결 멋지게 해주시길. 역시나 1:1, 먼치킨 VS 먼치킨으로요. 그리고 에필로그 해주시면 좋을텐데...너무 큰 꿈인가요? 그럼..건필하세요. 19 매너모드2006-02-23 01:08:07 흐음...엠블라에서 소피아로 대상이 바뀐듯?ㅋ 20 당근이지~2006-02-23 01:12:19 소피아냐 엠블라냐!그것이 문제로다! 21 血死魔人2006-02-23 01:43:22 3,4편 뒤에 완결일까요? ..) 22 첫째별2006-02-23 01:56:37 소피아....짝사랑이란 말인가 ㅠ.ㅠ 23 김백호2006-02-23 01:59:59 아이시아님, 본글에서 언급한 존재는 아마도 엠블라겠죠. 아미델린님, 현실속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판타지이기에 용서가 되겠죠. 당근이지~님, 쿨럭, 최고의 소설이라니요. 과찬이십니다. 소피아냐, 엠블라냐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후훗. 캬캬님, 네, 힘내서 집필하겠습니다. 바레이타님, 음, 그건 아니겠죠. 거짓의 종은 운명을 논하는 종이 아니라 현재 그의 마음가짐을 논하는 종이니까요. 포리프a님, 그렇습니다. 거의 종착역입니다. 연참대전 마지막날, 아스크도 함께 완결될 걸로 예상됩니다. 4개월 연속 생존이죠. 冥王님, 아마도 분위기를 보면 엠블라로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죠. Homeros님, 하하하, 제가 양다리를 걸치다가 한번 데인 적이 있어서요. 가슴아픈 일은 웬만하면 만들어주고 싶지 않네요. 닥님, 앞에서도 얘기드렸지만, 운명을 논하는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현재마음가짐이죠. 여기서 볼 수 있죠. 듀란의 현재마음가짐이 종이 울릴까? 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끝내 진실과는 무관하게 종이 울려버렸죠. 자신감 결여로 인해서요. 빙시(氷矢)님, 하하하, 아쉽게도 현재 스콜의 마음은 아무래도 엠블라에게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그것이 운명은 아니죠. 들아탈수님, 울지마세요. 뚝! 카이렌님, 네, 그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거대한 존재, 이길 수 없는 존재, 하지만... 산길님, 후훗, 결말이 나면 알 수 있겠죠. 맛탕씨님, 아스크에서는 죽음을 심장이 멈추는 순간 닥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죠.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면 살아있는거죠. 그게 아스크에서 말하는 죽음에 관한 얘기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그의 현재마음가짐을 말하는 장면입니다. 이것으로 운명이 결정나진 않죠. 루카님, 소피아는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스콜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만큼요. 달빛속님, 앞에서 얘기를 많이 했더니, 하하하, 역시 소피아가 아스크에 끼치는 영향은 강하군요. 데스카님, 네, 감사합니다. 누구마음대로 소피아를 가지신다는 겁니까! 버럭! 그리고 마지막대결은 생각보다 별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결보다는 스토리마무리에 주안점을 둬야 하니까요. 매너모드님, 하하하, 저기서 소피아에 관해서 얘기하면 뭔가 이상하잖습니까! 버럭! 버럭! 血死魔人님, 연장이 되버렸습니다. 연참대전 끝날 때 함께 완결을 지을 것 같습니다. 첫째별님, 단언하긴 이르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스콜과 소피아는 황혼을 찾아야합니다. 절망속에 절망을 찾는 것이 이 글의 주제이기 때문이죠.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스콜의 마지막 대사에 나오는 한 여자는 소피아보다는 엠블라에 가깝습니다. 다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것으로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없다는 겁니다. 거짓의 종이 울리지 않은 이유를 두고, 스콜의 운명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종이지, 앞으로의 운명을 결정짓는 종은 아닙니다. 24 질라르디노2006-02-23 08:11:28 엠블라의 환생이 소피아라고 생각합시다!!! 그러므로 한 여자 맞네 ㅡㅡㅋ 근데 작가님 인페르노가 끝나면 아스크2부시작인가요??? 25 솜사탕2006-02-23 08:34:54 ㅡㅅㅡ 우우~~~ 곧 끝나겠다...;; 소피아 화이팅! 26 천심天心2006-02-23 08:38:32 너무나 멋진 스콜! 27 Sangel22006-02-23 09:33:16 멋있어요!! 스콜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0-! 28 극성2006-02-23 09:36:23 과연 한 여자는 누구일지 엠블라 일수도 있지만 저 대답으로는 과거 이야기는 없으니 소피아일 확률도 있는데 궁금하네요 ㅡㅡ;; 29 하여그2006-02-23 10:40:58 스콜.... 카리스마가 ,, ,ㅋㅋ 잘 보고 갑니다 .. 30 버거선인2006-02-23 11:07:51 오옷 한여자만이라니 감동~~~~~~ 31 칼로쓰는글2006-02-23 11:23:17 다음편이 무척 기대대는군요. 32 질풍고영2006-02-23 11:41:34 척하면 착이죠. 소설 앞단에 보면, 분명히 "환생"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그럼 엠블라 = 소피아죠. ㅋㅋㅋㅋ 33 찡찡이2006-02-23 11:46:04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혹시 소피아가 엠블라의 환생이 아닐까 합니다. 엠블라가 죽은지 55년이나 지났으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34 緋色の空2006-02-23 12:43:55 스콜군 멋있군요!!!! 우리불쌍한 소피아 아가씨는 어떻게...흐흑..... 소피아아가씨는 제가.....(퍽!퍽!탕!쿠엑!) 건필하세요~ 35 deathray2006-02-23 13:00:54 [del] 소피아 너무 불쌍하다.. 웬지 닭쫓던 개 신세랄까...;;; 36 라타니엘2006-02-23 15:53:54 엠블라는 과거 이제는 소피아다 37 술독오른곰2006-02-23 16:14:37 재밌게 보고 갑니다. 수고하세요~ 38 독일건달2006-02-23 17:51:40 요즘은 아스크 땜시 고무판을 못벗어난다는 책임지셈 내인생 (퍽~~몬소리) 39 박선생님2006-02-23 18:55:12 아...요즘 아스크 감동입니다^^ 잘보고갑니다!! 40 破邪神劍2006-02-23 20:46:21 멋있네요ㅎㅎ 개인적으로 엘프들 안죽기를 바랬는데 뭐 어쩔 수 없는게지요..ㅎㅎ 41 잠이와요;;2006-02-23 21:38:40 한 여자 과연 누구 일까???? 42 검한자2006-02-23 21:47:15 소피아겠군요. 죽을때까지라고 했지만, 처음부터라는 단서가 없으니, 지금부터 죽을때까지가 되지 않을까요? 43 김백호2006-02-23 23:22:41 질라르디노님, 하하하, 정확한 근거를 대십시오! 그런데 아스크 2부에 관한 문제는 조금 복잡합니다. 인페르노가 잘되서 출판이 되면, 아스크 1부도 출판이 될 가능성이 있기에, 2부를 쓸 수 있는 형편이 되겠지만, 인페르노도 출판에 실패한다면 인페르노가 제게 있어서 마지막 글이 되겠지요. 언제까지 놀면서 글만 적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솜사탕님, 네, 조금 있으면 끝입니다. 다음주 화요일날 끝날 것 같습니다. 천심天心님, 잔인한 녀석이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죄없는 자들을 저승으로 보내버렸으니까요. Sangel2님, 네, 감사합니다. 다음화에서 뵙겠습니다. 극성님, 한 여자라, 한 여자겠죠. 그녀가 누구인지는 끝에 밝혀지겠죠. 하여그님, 아무래도 마지막에 이르다보니 아낄 필요가 없겠지요. 버거선인님,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얘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칼로쓰는글님, 아마도 다음화를 보시면 그 다음화가 더 기대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됩니다. 후후훗. 절취선공을 써야겠군요. 질풍고영님, 후후훗, 정확한 근거를 대십시오!! 버럭!! 찡찡이님, 가능성은 충분하죠. 다만 근거가 부족하죠. 緋色の空님, 데스카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죠. 퍼억! 푹! 지익! deathray님, 음, 소피아에게도 황혼이 있을거라고 예상해봅니다. 왜냐면 스콜이 소피아와 함께 황혼을 보자고 얘기했기 때문이랄까요? 라타니엘님, 현실적인 문제였다면, 엠블라를 잊는 것이 맞습니다. 술독오른곰님, 댓글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독일건달님, 하하하, 버럭! 남자분을 책임질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화 지금 올려드리겠습니다. 박선생님,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破邪神劍님, 저 개인적으로도 엘프가 안죽었으면 했지만, 자신의 정의를 위해서 걸어야 한다면 타인의 정의를 짓밟을 수밖에 없는 거겠죠. 그것이 진정한 정의가 아닐진 몰라도 스콜의 정한 길은 그런 길이죠. 잠이와요;;님,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검한자님, 다, 다, 다음화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거라 보입니다. 44 숫자신공2006-02-23 23:33:53 이제야 진도를 따라와 댓글이라는 것을 남기네요^^ 워낙 유령 독자라 댓글남기는 것 자체가 어색하지만... 작가님의 노고와 정열, 그리고 작품의 감동때문에 댓글 남깁니다. 작가님의 지속적인 집필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반드시 출판되기를 맘속으로 기원하면서 다시 유령질하러 갑니다^^;; 45 숫자신공2006-02-23 23:34:42 헉... 쓰고 보니 댓글번호가 44라니... 죄송하지만 45를 채우기 위해 하나 더 댓글달고 갑니다 죄송죄송^^;; 46 소검무제2006-02-24 13:03:02 잘 보고 갑니다. 47 Σ비호란™2006-02-24 13:45:59 잘보고갑니다^^ 48 黑月影2006-02-28 09:28:15 한여자가 소피아입니까 엠블라 입니까..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2화 [56]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0화 [41]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23 23:27:13 고친날 2006-02-24 17:42:10 읽은수 1178 [ 11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2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빌어먹을!" 자드키엘이 거칠게 소리쳤다.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도 작은 상처하나 주지 못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진 존재,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약한 스스로에게 욕을 한 것이다. 방금 내질러진 휘황찬란한 검을 쳐내려했지만, 근육이 끊어지는 통증을 감수하고도 막지 못했다. 미카엘이 내지른 검이 늑골 아래를 찔러 들어왔다. 박힌 검이 비틀어지면서 피가 솟구쳤다. "크윽!" 자드키엘은 부상을 입은 현실보다 그의 검을 막지 못했다는 능력의 한계에서 오는 충격에 더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전바닥에 한손을 짚으며 다시 일어났다. 가소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미카엘, 한줄기 선혈을 머금으면서도 그를 찢어죽일 듯 자드키엘은 쏘아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장에 찢어서 죽여 버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에게 미카엘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없었다. 아직 그에겐 하나의 열쇠는 있었지만, 그걸 쓸 수는 없었다. 왜냐면 미카엘도 그 열쇠를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은 그의 자존심이 용납을 하지 않았다. 자드키엘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듀란의 주먹이 미카엘을 태워죽일 듯 내질러졌다. "하아압!" 기합을 지르며 호쾌한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 허나 미카엘이 일으킨 손바람 앞에 그의 주먹에 맺혀있던 불꽃이 꺼져버렸다. 듀란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잠시 굳어졌다. 움츠렸다. 그의 두 주먹에 맺혀있던 불꽃은 일반적인 불꽃이 아니다. 비속에서도, 폭풍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카르마로 만들어진 불꽃이었다. 그 불이 꺼졌다는 말은 미카엘도 그와 마찬가지로 휘둘러진 손바람에 카르마가 잔뜩 맺혀있다는 말이었다. 아니, 오히려 엇비슷한 카르마였다면 듀란의 주먹에 맺힌 불꽃을 더 크게 만들었어야 했다. 그것이 불꽃과 바람의 관계였다. 그런데 꺼져버린 것이다. 이미 싸우기도 전에 패배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듀란은 어금니를 꽉 물며 다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만들어내었다. '꺼지면 다시 붙이면 된다!' 각오는 칭찬받아 마땅했지만, 현실은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듀란의 곁으로 금빛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달려들었다. 자신의 공간 안으로 들어온 자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선제공격을 가한다. 게다가 공간까지 베어버리기에 방어조차 불가능하다. 발도자세를 취하며 달려오는 프레키는 움직이는 죽음의 공간을 뜻했다. 푸욱! 분명 죽음의 공간 안에 미카엘이 들어왔다. 그래서 눈부신 속도로 검을 휘두르려 했던 프레키는 아찔한 장면에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사공에서의 검속만은 최고라고 자부했는데 미카엘의 검이 훨씬 더 빨리 찔러 들어온 것이다. 프레키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프레키의 팔뚝에 박힌 검을 뽑아든 미카엘은 마무리로 검을 휘두를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는지 하찮게 그를 바라보며 황금빛 검으로는 그가 쥐고 있는 검을 쳐내버리고, 발을 들어서 그의 몸통을 후려 차버렸다. "크헉!" 가벼운 발길질이라 여겼다.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몸에 가격된 그 충격은 전신을 관통하는 듯 했다. 척추가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았다. 털썩! 프레키는 마치 버려진 강아지처럼 신전의 바닥에 넙죽 쓰러져버렸고, 그 장면에 분노가 맺힌 듀란의 주먹이 다시 한번 내질러왔다. 콰아아! 흉험한 기세였다. 불꽃의 주먹을 가진 듀란의 몸조차 태워버릴 정도로 활활 타오르는 불꽃, 그 불꽃이 맺힌 주먹이 미카엘의 얼굴을 향해 덮쳐왔건만 그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보이면서 순간 듀란의 시야에서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어디로 간 거야?' 고개를 돌려서 사라진 미카엘을 찾는 듀란, 미카엘은 그러한 그를 조롱하는 불꽃이 활활 타고 있는 듀란의 주먹을 밟고 서있었다. 전혀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듀란은 고개를 들어서 그의 주먹 위를 밟고 서있는 미카엘을 노려보았다. 미카엘의 눈빛, 프레키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도 하찮은 벌레를 보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한발을 들어 듀란의 얼굴을 강타했다. 퍼억! 뇌가 통째로 떨어져나가는 충격, 믿을 건 타오르는 불꽃과 맷집밖에 없었던 듀란은 그 한방에 나가떨어져서 신전의 기둥까지 날아가 버렸다. '쾅'소리를 내며 기둥을 부셔버릴 듯 부딪친 것이다. "쿨럭! 제길!" 듀란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용케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고통스러우십니까? 그 고통이 현실입니다. 아직도 저한테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허망한 기대는 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들은 아무리 발악해봐야 저에게 있어선 귀찮은 파리 떼일 뿐입니다." 미카엘은 사력을 다하는 그들을 철저히 농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웬만하면 그 입 좀 닥치죠?" "후훗, 아직도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군요. 죽음 앞에 닥쳐야만 깨닫게 되는 겁니까? 인간이란 존재는?" 듀란은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덤벼들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의 행동은 가엾은 발악에 지나지 않았다. 미카엘의 걱정은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엘프를 상징하는 파란 나무가 그려진 하늘거리는 하얀 옷이 듀란이 내지른 불꽃의 주먹에 혹시라도 그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그것밖에 없었다. 폭발하는 불꽃,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왔던 모든 카르마를 이 한 순간에 폭발시킬 요량인지 듀란은 주먹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그 어떤 인간도 막아낼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공격이었지만, 상대가 너무나 나빴다. "크아악!" 듀란의 몸에 칼집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화가가 화판에 대고 붓 칠을 하듯 미카엘은 여유롭게 칼로 듀란의 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나가는데도 듀란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기로 버티고 서있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자드키엘로서는 더 이상 자존심에 연연해서 열쇠를 쥔 채로 문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 자존심 따위는 잠시 버린다! 다만 각오해야 할 거다! 이 자존심을 버린 치욕은 반드시 돌려받겠다!' 갑작스레 신전한쪽에서 터져 나온 눈부신 황금빛, 세 쌍의 검은 날개가 자드키엘을 감싸고 있었다. 루시퍼의 자식임을 증명하는 검은 날개, 자드키엘의 최종 진화된 모습에 지루한 눈빛을 하고 있던 미카엘은 애써 버티고 서있는 듀란을 차버리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드키엘에게 있어서는 최후의 기술, 그것이 그나마 미카엘의 흥미를 자극했던 것이다. "간다!" "후훗, 지루하던 차였습니다.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은 재미있어지겠군요." 눈부신 황금빛을 뿌리며 날아드는 자드키엘, 극쾌의 검이 터져 나왔고, 살갗을 찢을 듯 불어오는 카르마의 폭풍에 미카엘은 조금은 흥분이 되는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드키엘의 검은 눈으로 보기엔 흡사 니플과 비슷했다. 다만 허상을 섞어서 수백, 수천 개의 칼날로 나눠지는 검술이 절망의 검술 니플이라면, 지금 자드키엘의 검은 수백, 수천의 칼날로 나눠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모든 칼날이 허상이 아닌 진짜였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기술, 일찍이 백금성에 오기 전, 정확히 4일 전에 지옥의 군주인 레비아탄조차도 죽였던 기술이었다. 치징! 칭! 칭! 검과 검이 격렬하게 부딪친다. 현실이 아니라고 치부해버리고 싶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가장 강한 공격력을 발하는 자드키엘의 수천 개의 칼날이 미카엘의 검에 가로막히고 있었다. 두 남자가 뿜어내는 카르마만으로 광풍이 일어나 신전을 통째로 날려버릴 것 같았다. 너무나 험난해서 쉽게 끼어들 수 없어보였지만, 미카엘의 뒤쪽으로 한 여성이 돌격해왔다. 얼음의 여왕 스카디, 자신의 검으로 미카엘을 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다만, 자드키엘의 공격이 먹힐 수 있도록 미카엘의 검을 저지하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흥!"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카르마의 기운에 미카엘은 오른손으로 여전히 자드키엘을 상대하면서도 왼손을 들어보였다. 허공에 생겨난 또 하나의 황금빛 검, 자드키엘의 이도를 오른손으로 상대하고, 왼손으론 되레 스카디에게 내질렀다. "허억!" 얼음을 쏘려했던 스카디의 오른쪽 어깻죽지에 그의 검이 박혀버렸다.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여전히 자드키엘의 이도를 상대해내면서도 검에 카르마를 주입해서 스카디의 몸속에서 넣어버렸다. "당신도 꺼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과 함께 스카디의 몸속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카르마에 의한 폭발, 미카엘의 얘기를 듣고, 대비를 하고 있었던 스카디였지만, 거친 피를 토해내며 신전의 바닥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치명상은 피했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몸속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이대로 있다가는 언제 죽을지 모를 상황에 닥쳐버린 것이다. "크헉!" 신전의 바닥에 검붉은 핏줄기를 하염없이 토하는 스카디를 보며 소피아 역시 미카엘에게 덤벼들었다. "우리의 악연은 여기서 끝내는 게 좋겠네요! 거짓말쟁이씨!" 사복검의 장점은 리치, 자드키엘과 합세해서 돕기에는 제격이었다. 그녀가 현란한 춤을 추듯 회전을 그리며 사복검을 휘둘렀고, 마치 먹이를 향해 쏘아진 뱀의 머리처럼 미카엘의 신형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하찮은!" 미카엘은 정말 가소롭다는 듯이 왼손에 쥔 검을 휘둘러서 달려드는 사복검의 머리를 쳐내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미카엘의 인상이 전투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미세하게나마 찡그러졌다. "호오, 재미있군요." 미카엘은 아름다운 소피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굉장한 흥미가 피어났는지 미소를 머금으면서 잔인한 웃음소리를 냈다. "네 녀석에겐 그럴 여유가 없을 텐데!" 자드키엘이 기합을 지르며 또 다시 극쾌의 검을 날렸다. 미카엘의 심장을 향해 무섭도록 빠르게, 소리조차도, 빛조차도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내질렀지만, 미카엘은 그의 검을 쳐내버리며 두 손에 쥔 검을 신전바닥을 향해 놔버렸다. "여유는 충분히 있습니다." 검을 신전바닥에 던져버린 미카엘의 두 손에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카르마가 맺혀있었다. 뇌전, 검푸른 뇌전이 맺혀서 자드키엘의 몸으로 꽂혀들었다. 콰르릉! 강렬한 빛줄기를 뿌리며 번개가 치는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자드키엘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튕겨져 나가버렸고, 양손에 뇌전이 짙게 맺힌 손으로 미카엘은 소피아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반갑군요. 굉장한 우연입니다. 설마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전 하나도 반갑지 않은 걸요? 거짓말쟁이씨!" 다가오는 미카엘을 노려보면서도 소피아는 언제든지 출수할 수 있도록 사복검을 꽉 쥐었다. 소용이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뭐, 죽여 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 저에게 죽기 위해서겠죠?" "아뇨! 이번엔 당신 마음대로 쉽게는 안 될걸요! 이번엔 당신이 죽을 거예요!" 소피아가 다시 한번 춤을 추듯 사복검을 치켜들며 회전을 그렸다. 채찍처럼, 그녀의 몸을 감싸던 사복검이 '사악'하는 바람을 베어내는 소리를 내며 미카엘에게 날아갔다. 물론 그것은 헛된 저항에 불과해보였다. 그런데도 미카엘은 사복검의 끝자락을 쳐내지 않았다. 슬쩍 피한 것이다. "왜 피하는 거죠? 두렵나요? 자신의 치졸한 죄악이 떠오르는 것이? 거짓말쟁이씨!" "후훗, 전 신에게 가장 신임 받은 천사장입니다. 그런 제게 당신과 연관된 기억은 유일한 오점, 즉, 여기서 당신만 죽으면 저의 오점은 사라집니다." 소피아와 미카엘, 둘 사이엔 무엇인가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너무나 여유롭게만 보이던 미카엘이 방금 소피아가 내지른 사복검을 튕겨내면서부터 안 좋은 기억이라도 떠올랐는지 어서 그녀의 목을 치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다급해보였다. "그럼 죽으십시오." 미카엘이 작게 소리치며 두 손에 맺혀있던 뇌전을 날려버렸다. '콰르릉'거리는 번개의 소리와 함께 검푸른 빛줄기가 지그재그를 그리며 소피아의 전신을 덮칠 것 같았다. 치지직! 떨어지는 벼락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질끈 눈을 감았던 소피아, 그러나 아무런 충격도,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천천히 눈을 뜬 그녀의 앞에 너덜너덜하게 떨어진 피에 젖은 코트를 벗어던지는 남자의 등이 보였다. 너무나 듬직한 등이었다. 옆으로 다가간 소피아는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피부 결, 짙은 눈썹과 뭔가를 잃어버린 초점 없는 칠흑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의 손에는 시공을 찢는 검푸른 카르마로 둘러싸인 대검이 쥐어져있었다. 그 검이 그녀에게 떨어지려는 벼락을 쳐내버린 것이다. "늦었지?" "오라버니! 지각이잖아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소피아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아세요! 아세요! 아세요! 정말 미워요!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편지도 안 쓰고! 텔레파시도 안 보내주시고! 정말 미워요! 미워요! 미워요!" 소피아, 못 본 4일 동안 말을 반복하면서 대사를 늘리는 고도의 기술을 익힌 것 같았다. "미안." 짧게 대답한 스콜이 초연한 눈빛으로 걸어오고 있던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미카엘로서도 조금은 의외인 것 같은 기색이었다. "오랜만이구나." "당신은?" "스콜이다. 죽을 준비는 되었나?" - - - - - - - - - - - - - 절 취 선 - - - - - - - - - - - - -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데스카2006-02-23 23:31:40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절단마공이로군요..쿨럭 엄청난 정신적 공격입니다. 스쿨의 등장에서 끊어버리시다니... 닭날개 달린 XXX를 잘 구워서 치킨을 만들어 버리시길..클클 아~ 소피아 스콜이 엠블라만을 사랑한단다. 내 품에 안기렴..클클클 그럼..건필하세요. 2 루　카2006-02-23 23:34:57 건필....~ 이전화에 봤는데 또 스콜이 보고싶네요 카리스마(d) 3 冥王2006-02-23 23:37:03 마지막 절취선의 압박...쿨럭! 4 Karsian2006-02-23 23:37:07 [del] 소심한태클이지만 주었냐보단 주었나가 나을듯.. 낄낄 잘읽고갑니다 5 바레이타2006-02-23 23:38:58 죽을준비 멋져요 6 당근이지~2006-02-23 23:41:13 크허헉 강하다 절단마공...쿨럭!주화입마입니다 7 루이나스2006-02-23 23:41:23 재밌게 보고 갑니다 설마 연참신공? 8 카이렌2006-02-23 23:42:32 쿨럭 쿨럭 쿨럭... 순간 전율이군요... 소피아=엠블라 인건가요 정말로 설마 설마 설마........ 잘 보고 갑니다. 그런데.. 사공의 뜻이 무엇인가요; 사공의에서의 검속 사공이 무슨뜻인줄 모르겠군요. 9 산길2006-02-24 00:04:45 ......... 갑자기 절취선 이라니!!!!! 순간 당황했습니다 흐흐 잘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10 잠이와요;;2006-02-24 00:07:24 으악!!! 몰입된 순간에 ;ㅁ; 11 달빛속2006-02-24 00:09:20 -------------절단선----------------- 12 銀夢2006-02-24 00:16:12 절단선이라...컥 13 캘시퍼2006-02-24 00:19:18 '절취선' 이란 말에 순간 할말을 잃었다는. ^^; 14 매너모드2006-02-24 00:25:58 헉.....절단신공이아닌....절취선이라뇨... 충격 싱크로율 120%.....OTL 15 닥2006-02-24 00:41:13 절단~!! 미워요 미워요 미워요~!!! 16 크리노아2006-02-24 00:43:02 ....진짜 황당.... 절취선은 일부러 독자들을 애태우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란 말인가?! -_-; 한 독자의 푸념이었습니다. ^^ 잘 보고 갑니다 17 들아탈수2006-02-24 00:50:02 헛.. 소피아도 뭔가 있었단 말인가; 소피아가 엠블라라면 -_- 저 고도의 말발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_-; 18 첫째별2006-02-24 00:50:40 절.....-_-;;;;;; 잘봤습니다.... 순간떠오르는 소피아=엠블라????????????????? 19 Huses2006-02-24 00:52:30 크어 전율이~ 20 血死魔人2006-02-24 01:01:54 자자, 보스전 Fight 21 독일건달2006-02-24 01:38:31 헉 절취선 이제까지 본 최고의 절단 마공입니다 22 ....2006-02-24 01:57:36 [del] 크헉 저런 절취선.. 23 마술전기염2006-02-24 02:43:51 헉 내일까지 못 기다리겠어요 24 김백호2006-02-24 05:48:14 데스카님, 이름하여 절취선공입니다. 그런데 몇화전부터 소피아를 노리는 눈길이 예사롭지가 않으시군요. 아무리 그러셔도 결국 소피아에겐 오직 스콜뿐이라죠. 루카님, 건필하겠습니다. 조금 늘어나서 이제 완결까지 4화 남았는데, 스콜과 소피아의 이야기만으로 가득 채울 것 같습니다. 冥王님, 어느 분의 말씀처럼 정신적인 충격을 주기 위한 저의 선공입니다. Karsian님, 어느 부분인지 몰라서 찾아보고 수정할 방안이라면 충분히 수렴하겠습니가.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바레이타님, 저 남자, 확실히 죽어야겠죠. 당근이지~님, 주화입마엔 연참이란 약이 있지만, 아쉽게도 소지하고 있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후훗. 루이나스님,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제 능력의 한계입니다. 카이렌님, 과연 그럴까요? 근거를 찾아서 제시하시기 바랍니다. 후훗, 과연 소피아는 미카엘과 어떠한 사연이 있을까요? 다,다음화를 기대해주세요. 참, 사공은 '죽음의 공간'이란 뜻이며 검속은 '검의 속도'라는 말입니다. 산길님, 가끔씩 절취선공도 써줘야겠죠. 잠이와요;;님, 죄송합니다. 오늘 분량은 이것이 한계입니다. 달빛속님이 쓰신 것은 절단선공, 제가 쓴 것은 절취선공. 銀夢님, 아닙니다. 절취선입니다. 캘시퍼님, 여기까지 오시면서 이미 몇번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오랜만에 쓴거죠. 매너모드님,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120%라니, 성공한거군요. 닥님, 그건 소피아가 특허낸 말투같은데, 쓰시면 안됩니다. 뭐, 늦었습니다. 그럼 법정에서 뵙겠습니다. 크리노아님,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끝인사로 딱히 할말이 없을 때도 사용하죠. 들아탈수님, 뭔가 있습니다. 스콜의 여자라는 것에서부터 뭔가 있죠. 첫째별님, 그건 다다음화에서 정확히 알 수 있을거라고 답해드리고 싶습니다. 역시 뭔가 있겠죠. Huses님,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전율을 찾으시는 군요. 겨울철입니다. 정전기조심하세요. 血死魔人님, 네, 아스크의 마지막씬 시작합니다. 독일건달님, 하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갈고 닦겠습니다. 절취선공이 아니라, 더욱 재미있는 글을 적겠다는 말인거 아시리라 믿습니다. ....님, 감동하실 필요까진... 마술전기염님, 죄송합니다. 기다리셔야 합니다. 비축분이 없습니다. 25 The[劍]2006-02-24 06:52:15 으윽...몸이 안좋아서 어제 못봤네요ㅠ_ㅠ 12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한결좋아졌음 ㅇㅅㅇ;; 말짱한 정신으로 잼나게 보고 갑니다 ㅎㅎ 그러나 절취선의 압박으로 털썩.....OTL 다시 쓰러집니당 ㅋㅋㅋ 건필하세요^^ 26 질라르디노2006-02-24 08:21:18 후훗 작가님 제가 맞춘건가요? 역시 소피아는 엠블라의 환생이었다!!! 27 緋色の空2006-02-24 08:24:01 절취마공이군요! 절대 선(仙)공이 아닙니다! 소피아양 궁금해요~!!! 건필하세요~ 28 후레쉬맨~2006-02-24 08:48:29 흐흐.. 너무 오랜만에 코멘달고 오랜만에 피식웃어봅니다.. 절취선 ㅎ 건필하세용ㅇㅇ~ 29 린스2006-02-24 09:03:05 네 죽을준비 되어있습니다. 살살점.. 30 천심天心2006-02-24 09:27:36 최고!~ 정말 잘보고 가요~ 31 파란2006-02-24 09:36:47 .....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써주세요. 32 Sangel22006-02-24 09:49:50 아~ 스콜 멋있어요!! -0-!!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33 대사자2006-02-24 10:08:43 크크 환생이구만!!!!!!!!! 34 쾌감조루2006-02-24 10:50:52 재밌게 읽었어요, 35 미캉엘2006-02-24 11:03:14 크~~ 이대로 연참가는겁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ㅎㅎ 36 버거선인2006-02-24 11:21:14 오옷~~~!!스콜등장 37 panic2006-02-24 11:55:15 잘보고 갑니다~~~ 38 마음의병2006-02-24 12:02:55 또다른 마공의 등장인가........... 절취마공... 절단 마공의 뒤를 이를.... 39 극마무영2006-02-24 12:33:18 ....간만에 속이 뒤엉켜버리는 마공에 당했심 -_-; 작가님대단하오!!;;; 40 江東妙手2006-02-24 12:45:15 절단마공과는 또 다른 마공이네요. 아니 선공이구만... 절취선공... 41 아미델린2006-02-24 12:49:52 ^^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으음.. 절단마공은 독자들한텐 독이랍니다 ㅠㅠ 암튼 건필하시길~ 소피아 스콜과 잘 되길~ 42 소검무제2006-02-24 13:08:00 잘 보고 갑니다. 43 카이렌2006-02-24 13:17:07 흐음... 죽음의 공간이었군요... 물론 검속은 압니다만; 44 쿠도히스케2006-02-24 13:40:10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ㅠㅠㅠㅠㅠㅠ 끊으시다니 ㅠㅠㅠㅠ 45 Σ비호란™2006-02-24 13:52:15 잘보고갑니다^^ 46 朔月2006-02-24 13:53:05 크으으으음. 47 극성2006-02-24 14:24:59 절단마공.... 48 수짱2006-02-24 15:05:01 절취마공이라니......쿨럭;;;;; 소피아와 미카엘 사이에 무슨일이?? ........사랑하는 자드키엘.... 내품으로~ㅎㅎ 49 검한자2006-02-24 15:52:32 엠블라 = 소피아??? 되살아난 엠블라의 영혼이 소피아 인가? 소피아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건가? 마지막 장이니까 다른 새로운 사건은 터질리 없을 테고, 미카엘이 관여한게 나타난 사건은 55년전거 뿐이니까. 소피아가 엠블라의 전생 기억을 가지고 환생한 건가? 50 설냥2006-02-24 19:59:50 절단마공입니다=ㅁ= 51 본인확실2006-02-24 22:10:02 한 사람만 사랑한다면 그건 엠블라=- =? 소피아 - - ?ㅠ 절취선 너무해요! 52 김백호2006-02-24 22:14:49 The[劍]님, 몸이 안좋을 땐 역시 푹 자는 게 좋지요. 저도 지금 글을 한편 적었는데, 바로 뻗을 것 같습니다. 좋지 않군요. 질라르디노님, 지금 답을 드리고 싶지만, 다다음화쯤에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후훗. 緋色の空님, 선공입니다. 절취선+공이죠. 그리고 이제 완결까지 정말 얼마 안남았습니다. 곧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레쉬맨~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절취선을 쓴 효과가 있군요! 린스님, 쿨럭, 무슨 말씀이신지!! 천심天心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파란님, 네, 마지막까지 힘내서 쓰겠습니다. Sangel2님, 스콜한테 반하신겁니까? 안됩니다. 소피아가 있습니다. 대사자님, 후훗, 지금은 노코멘트입니다. 쾌감조루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캉엘님, 제가 요즘 몸이 안좋아서, 지금도 눈이 너무 감기네요. 한편올리고 자러가야겠군요. 버거선인님, 네, 스콜군이 등장했죠. panic님, 감사합니다. 마음의병님, 아닙니다. 절취선공이랍니다. 절대 마공이 아닙니다. 극마무영님, 글쎄, 마공이 아니라니까 그러십니다. 선공이라고 해주십시오. 江東妙手님, 네, 선공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미델린님, 이제 마지막까지 왔습니다. 과연 결말은 어떻게 날까요? 저도 모릅니다. 거짓말! 퍼억! 소검무제님, 항상 댓글 감사합니다. 카이렌님, 아, 검속도 얘기하신 줄 알았습니다. 후훗. 쿠도히스케님, 어쩔 수 없었습니다. 원래 여기서 끊어줘야 합니다. Σ비호란™님, 네, 감사합니다. 朔月님, 혹시 주화입마 당하신 겁니까? 그런 겁니까? 극성님, 버럭! 글쎄! 절취선공이라니까요! 새로운 코드입니다. 수짱님, 여자분이시면 자드키엘이 가겠지만, 남자분이시면 난감한 사태가 발생합니다. 참고로 자드키엘은 여자역은 안할 듯 합니다. 검한자님, 음, 직접 본문에서 확인해주십시오. 아마도 다,다음화에서 보여드릴 듯 합니다. 설냥님, 아닙니다. 절취선공입니다. 본인확실님, 음, 제가 답을 드리기보다는 본문에서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후후훗. 53 破邪神劍2006-02-25 12:13:16 미카엘 상당히 얄밉군요-ㅁ- 54 칼로쓰는글2006-02-25 12:15:01 드디어 스콜 도착~ 55 카이혼2006-02-25 18:45:24 컥..절취선... 곧 완결이군요... 56 黑月影2006-02-28 09:32:20 큭,,절취선... 완결이 아쉬워여..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3화 [39]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1화 [48]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24 22:22:18 고친날 2006-02-24 22:22:18 읽은수 1084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3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하늘 위에 태양이 있다. 태양은 눈부시고 따스한 빛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밝혀 정의를 내린다. 그 태양 같은 존재가 있다. 신을 대신해서 이 세상을 다스리는 치천사 미카엘, 태양처럼 찬란한 존재, 그에게 칼을 겨눈다는 것은 스스로 악으로 낙인찍히는 길이었다. 스스로 멸망을 촉구하는 길이었다. 그 길을 해쳐나가는 자들의 이야기다. 태양도 궁금한 듯 백금성의 언덕에 세워진 발드르의 신전을 비추고 있었다. 정의에 맞서는 악의 결말을 태양조차도 궁금해 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땅속에서 피어난 씨앗이 넝쿨이 되어 석조기둥이라든지 벽면을 타고 자라있어서 유서 깊은 역사를 뒷받침한다. 넝쿨들이 무성하게 자라있는데도 나무와 풀, 숲과 친근한 엘프들의 관리 아래 지저분하다는 느낌보다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있는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광명의 신 발드르의 신전, 순백의 돌로 축조된 거대한 신전은 그 크기만으로도 장중함과 위엄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스신족과 거인들의 전쟁, 신들의 황혼이란 뜻을 가진 라그나로크에서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빛의 신 발드르는 그 무엇보다 평화를 상징했다. 허나 그의 신전에선 지금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지독한 살기가 맺혀있었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던 남자, 그는 55년 전의 원수를 눈앞에 두고 진정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그의 살기가 얼마나 지독했던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신전의 바닥을 밟으며 걸어갈 때마다, 그 살기만으로 대리석바닥이 '쩍쩍'하고 금이 가고 있었다. 중간대륙을 다스리는 미카엘에게 덤벼들었다 처절하게 내동댕이쳐졌던 자들,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자들 모두가 그 장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스콜이 용병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사벨로서는 기겁을 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솔직히 말해볼까? 스콜이 와준 건 고마웠지만, 인간으로서는 범접할 수도 없는 강한 미카엘을 보고 그리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 스콜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살기는 주변에 있는 그녀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었다. 학생으로 처음 만난 날부터 그에게 감춰진 뭔가가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이사벨 크리스티나, 전형적인 남부미인의 풍만한 몸매가 부르르 떨렸다. 살기만으로, 주변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데 그 눈빛을 받고 있는 당사자는 어떠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이 살기의 대상이 된다면? 끔찍했다. 생각하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였다. 그녀의 생각처럼 스콜은 지난 55년간 남몰래 감춰뒀던 악한 감정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폭발하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잘못 들은 겁니까?" 살기의 대상, 미카엘의 조롱하는 말투에 스콜은 천천히 걸음을 내딛으며 대답했다. "55년간 기다려왔다. 오직 이날만을!" "후훗, 혹시 저를 복수의 대상으로 생각하십니까? 이거 왜 이러십니까? 분명 그 여자는 당신의 손으로 죽였습니다. 그 여자를 죽인 것은 제가 아닙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으드득! 스콜은 이를 꽉 물었다.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난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듀란, 프레키, 스카디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스콜의 모습에 소스라쳤다. 그가 미카엘보다 강하든, 약하든 그건 둘째치더라도 스콜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이 남자와 함께 긴 여정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소름이 끼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스콜의 오른손에 쥐어진 미스텔테인, 그 검에 시공을 찢고 있는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이 거칠게 소용돌이치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스콜은 지금까지 그들 앞에서 아슈켈론을 제대로 펼친 적이 단 한번도, 단 한번도 없었다. 자드키엘을 제외한다면 그나마 아슈켈론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소피아밖에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듀란은 신성왕국에서 벨리알의 몸속에 박혀버린 아슈켈론의 카르마를 미약하게나마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오른손으로 아슈켈론을 펼쳤기에 듀란이 그 무서움을 짐작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지금 폭발하고 있다. 분노의 비명을 지르며 검은 소용돌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부정하듯 휘몰아치고 있었다. 프레키와 이사벨, 그리고 고트프리트와 시엘은 지금 스콜의 몸에서, 스콜의 검에서 터져 나오는 살기와 검은 폭풍 앞에 몸을 떠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거, 많이 흥분한 것 같습니다. 지나친 흥분은 몸에 좋지 않죠." "다물어라!" 어금니를 꽉 물면서 스콜이 외쳤다. 그와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시공을 찢는 검을 두 손으로 움켜쥔 스콜이 그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파바박! 단순히 달려가는 것뿐인데, 스콜의 발이 내딛어진 신전바닥의 대리석이 부서지며 대기로 흩어지고 있었다. "흥!" 미카엘은 전력 질주해오는 스콜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미카엘로서도 그의 아슈켈론만은 우습게 볼 수 없었다. 아슈켈론의 최고의 장점, 그것은 그 누구도 막지 못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55년 전 이미 검을 겨뤘다가 낭패 본 적이 있는 미카엘은 눈앞에서 치열하게 휘둘러지는 무시무시한 칼날에 얼른 뒤로 후퇴하며 피해버렸다. "아무리 그래봤자 당신의 검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격이 너무 단순해서 다 보입니다. 절대 절 벨 수 없습니다. 어떻습니까? 정답입니까?" 비웃음과 함께 재수 없는 말을 던진 미카엘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두 손을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넓은 홀 천장에 뚫려있는 그리 넓지 않은 구멍으로 태양빛이 내리쬔다. 그 빛을 어루만지던 미카엘이 두 손을 스콜을 향해 내리꽂자, 좀 전과는 비교조차 거부하는 벼락이 스콜을 향해서 지그재그를 그리며 날아왔다. "하압!" 검은 소용돌이가 치는 미스텔테인에 카르마를 더욱 불어넣으며 힘껏 휘두른다. 하늘에 있는 미카엘, 그리고 떨어지는 벼락을 모두 베어버릴 기세로 휘둘렀다. 콰르릉! 콰직! 오만한 번개소리와 분노한 소용돌이가 맞부딪쳤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찢어진다. 그 공간에서 광자의 울음소리 같은 기괴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벼락이 졌다. 스콜이 검을 휘두르면서 날린 검은 소용돌이는 벼락을 삼켜버리고, 미카엘의 신형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치!" 떨어뜨린 벼락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깨닫고 여유 있게 파하려던 미카엘은 순간적으로 섬뜩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검은 소용돌이의 궤도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꺾여서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콰아아! 듣지 않을 수만 있다면 고막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콜이 날린 검은 소용돌이는 신전의 천장에 박혀버렸고, 미카엘은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천장의 돌들이 대리석바닥에 툭툭 떨어지는 와중에 미카엘은 땅에 내려와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거 꽤나 놀랐습니다. 설마 따라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군요. 비장의 수인 것 같은데 안 먹혔으니 말이죠." 그는 스콜을 여전히 조롱하면서도 아슈켈론이 스치고 지나간 옷자락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위험했다. 물론 작은 상처 하나 입지 않고 피해냈다. 그저 옷만 갈기갈기 찢어졌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스콜의 미간이 약간이지만 구겨졌다. 미카엘의 말대로 이것은 그에게 치명타를 주기 위해서 만들어낸 기술이었다. 조금 성급한 감이 있었다. 두 번 다시 통하지 않을 거란 걸 그는 직감했다. "그럼 55년 전의 악몽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어드리죠." 미카엘이 웃으면서 벼락이 감도는 손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바로 귓가에서 들려오는 번개, 하늘마저 두 쪽 내버릴 듯한 벼락을 향해 스콜은 맞섰다. 미스텔테인을 감으로 휘두르며 벼락을 흡수하고 있었다. "크윽!" 벼락을 미스텔테인으로 막아내는 그 충격이란 실로 뼈를 잘게 부수는 듯 했다. 한줄기 선혈을 머금고서도 스콜은 이번만은 질 수 없다는 눈빛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호호호, 어서 공격해보십시오. 그렇게 막고만 있다가 설마 죽을 생각인 겁니까?" 흥겹게 손을 내지르는 미카엘, 그러나 그는 지금 중요한 한 가지를 망각하고 있었다. 스콜과 버금가는 자, 그 자가 조금 전 벼락 한방으로 나가떨어졌다. 단 한방, 그걸로 정신을 잃을 정도로 그는 약하지 않았다. 약한 척 한 것뿐인지도 몰랐다.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그는 쓰러진 채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미카엘이 등을 그에게 보이는 순간이 오자 세 쌍의 날개를 활짝 펼치며 돌격했다. 미카엘의 등 뒤에서 눈부신 극쾌의 검이 폭발했다. "크으윽!" 미친 듯이 벼락을 날리고 있던 미카엘이 순간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등 뒤에서 갑작스레 느껴지는 서늘한 칼날을 피한다고 피했지만, 겨드랑이 아래와 등을 길쭉하게 베여져버렸다. "크큭, 네 녀석은 너무 나불대!" 조롱을 조롱으로 갚아준 자드키엘이 연계를 펼치려 했지만, 미카엘은 급히 비상하며 그의 공격을 우선 끊어놓았다. 미카엘의 인상이 심각할 정도로 굳어져버렸다. "감히! 신조차도 손상을 입힌 적이 없는 나의 옥체에 상처를 주다니! 감히! 감히 악마 따위가!" 뒤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자드키엘을 찢어죽일 듯이 노려보는 미카엘, 반대로 자드키엘은 흥겨운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 따위와 날 비교하지 마라. 겨우 신의 종 주제에! 크큭!" "이! 이!" 악마에게 상처를 입고, 거기다가 무시까지 당하는 미카엘은 눈에 띌 정도로 흥분을 하고 있었다. 그런 미카엘의 발목으로 흐릿한 기체가 스며들고 있었다. "나와 싸우고 있었단 사실을 잊었나?" 스콜이었다. 만약 여기서 아슈켈론의 폭풍 같은 공격을 날린다면 미카엘은 어렵지 않게 피해낼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카르마가 느껴지지 않으면서 강렬한 공격을 가하면 된다. 답은 절망의 검술 니플이었다. 눈으로 보기엔 안개만 보이면서 카르마도 결여되어있다. 미카엘은 스콜의 목소리를 듣고, 순간 이렇게 햇빛이 비춰지는 날에 안개가 땅 밑에서 솟았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곧 그 안개가 땅 밑이 아닌 스콜의 오른손에서 퍼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더 높이 비상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절망(切望)의 검(劍)! 최종오의(最終奧義)! 천년(千年)의 연(煙)! 안개에 휩싸여있던 미카엘의 발목에 수십, 수백 개의 칼집이 나기 시작했다.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피가 튀고 있었다. 발목하나를 거의 잃어버린 미카엘은 더욱 더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하찮은 것들이!" 그는 분노해서 소리쳤지만, 스콜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런 결과였다. 니플은 원래 장검으로 구사를 해야 한다. 레이피어라면 더 좋고, 단검이라면 훨씬 환영을 받는다. 그게 상식이다. 대검으로 니플을 사용한다면 더해진 중량과 부피만큼 카르마가 극심하게 소진된다. 그나마 니플의 창시자, 누구보다 깊게 카르마의 원리를 깨닫고 있던 스콜이었기에 구사가 가능한 기술을 펼치고도 얻은 것은 발목의 살점을 뜯어놓은 걸로 그쳐버렸다. 니플은 그 특성상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 기술이었다. 그 계산대로라면 발목 하나는 완벽하게 끊었어야 했는데, 그러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니플은 막을 내린 것이다. 한편 미카엘의 입장에서는 스콜과 자드키엘이 귀찮은 모기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잘못했다가는 그 모기떼한테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치욕에 더 이상 참지 못했다. "그으윽!" 기합이라는 단어를 모를 것 같던 그가 천식환자 같은 소리를 내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자드키엘의 변신과는 사뭇 다른 휘황찬란하고, 눈부신 빛이 그들이 있는 신전 안을 가득 채웠다. 다른 사람들은 그 여파만으로 밀려나고 있었고, 고트프리트의 결계도 힘없이 깨져버렸다. 지팡이를 신전의 바닥에 내리찍으며 믿지 못할 표정을 짓고 있는 고트프리트의 뒤에 있던 시엘, 그녀는 아예 날아갈 지경이었다. 그 폭풍 같은 여파 때문에 잠시 눈살을 찌푸렸던 스콜의 시야에 미카엘의 모습이 들어왔다. 자드키엘의 두 배인 여섯 쌍, 총 열 두개의 순백의 깃털날개를 활짝 펼치자 무수한 깃털이 대기를 수놓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군." "스콜, 갈까?" 각오를 다지는 스콜에게 다가온 이도를 쥔 자드키엘이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물어왔다. 스콜과 자드키엘, 지금껏 한번도 힘을 합쳐서 적을 쓰러뜨린 적이 없던 그들이 처음으로 한 남자에게 검을 겨누었다. 고개를 끄덕인 스콜이 먼저 미카엘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깃털을 밟으면서 공중에 떠있는 그를 향해 내달렸다. 그의 검에는 다시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컨디션이 별로군요. 아무래도 몸에 니코틴은 충분하게 쌓여있는데 알콜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섭취를 해야겠군요.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天照帝2006-02-24 22:24:00 잘보고 갑니다 ^^ 2 데스카2006-02-24 22:28:19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흐음 1:2로군요. 1:1이 라스트는 좋긴하다만... 하지만 아슈켈론의 최종오의도 사용하지 못하니 어쩔수 없는건요. 그런데 미카엘에게 아슈켈론의 최종오의도 못먹인게 아쉽네요. 저번 엠블라때도 사용하지 못했는데...클클 그럼..건필하세요...^^ 3 deathray2006-02-24 22:28:49 [del] 조회수 2에서 본 소감이란... 이런경험 처음이다..ㅜㅜ 스콜도 웬지 날개 나올거같네요.. 13쌍.. 4 친구[親寇]2006-02-24 22:29:49 저는 글을써주시는 작가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좋은 소설을 볼수있게해주셔셔 감사드립니다 ^^ 5 카이렌2006-02-24 22:31:21 쿨럭.. 힘내시고 건필하시길... 잘 보고 갑니다. 막 나갔다가 들어와서 씻으러 가려다가 아스크에 N 뜬거 보고 이거 보고 갑니다. 스콜... 아쉽군요.... 아직은 힘을 합쳐야 하나보군요.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니까요... 아아.. 자드키엘은 언제나 멋집니다. 소피아의 비밀(?)은 끝에나 가야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아마 이번화에서 소피아에 대한 언급은 딱 한번인듯하군요. 좋습니다. 미카엘 당신에게 타락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 고결한 12장의 날개위로 어둡고 아름다운 검은 날개를... 13번째의 타락의 날개를... (퍽~! 쿨럭....) 6 緋色の空2006-02-24 22:31:45 유후~ 멋있어요 스콜군! 갑자기 떠오른 스콜이란 이름의 음료수...;;;; 건필하세요! 7 血死魔人2006-02-24 22:33:04 자, 루시퍼로 각성! 8 하여그2006-02-24 22:33:27 알콜.. 흡수하시로 ....ㅎㅎ. . 잘 읽고 갑니다 ... 건필하세요 ㅎㅎ 9 冥王2006-02-24 22:53:27 아~저런 미카엘은 언넝언넝 사지를 토막토막 잘라서 오크밥으로 줘버려야 한다니까... 10 포리프a2006-02-24 23:11:36 윽; 원래 미카엘 좋아했는데 (.. 그냥 이유도없이) 아스크에선 너무 밉게만 나온다는∼ 아아. 두 편 남은겝니까ㅠ_ㅠ 11 매너모드2006-02-24 23:11:42 저잣거리에서 능지처참이나...ㅋㅋㅋ 12 아미델린2006-02-24 23:12:23 이제 3화 남았나요.. ㅎㅎ 으음.. 다음이 너무 궁금해서 잠이 안 오겠는걸요.. ㅠ_ㅠ 소피아가 얼른 등장해서 미카엘과의 관계를 밝혔음 하는데.. ㅎㅎ; 에구구.. 암튼 건필하세요 ^^ 13 절영검2006-02-24 23:16:29 아, 그러고보니 스퀘어소프트사에서 나온 파판8의 주인공 이름도 스콜이던데... 그러고보니 대검을 쓰는 것도 비슷하군요^^ 14 히로유키2006-02-24 23:17:30 힘네세요~ 15 루　카2006-02-24 23:22:54 헉..니코틴과 알콜이라니 ㅠㅠ....조금만 섭취하세요 건강에 해롭답니다 16 당근이지~2006-02-24 23:26:18 하하^^ 알콜도 너무 과잉섭취하시면 안되요~^^건강하셔야 좋은글을쓰지요 17 The[劍]2006-02-24 23:46:25 금방 알콜 과잉섭취하고 체력 모질라서 헐떡이고 있어요;;; 지금 막 내려가는 눈꺼풀을 성냥으로 막아놓고 보는중 ㅋㅋㅋㅋ 어제는 감기에 쩔고...오늘은 술에 쩔고....ㅠ_ㅠ 그래도 아스크 보는 재미에 또 하루를 보냅니다 건필하세요^^ 18 극성2006-02-24 23:58:20 잡것들은 사라지고 오의를 쓰란말이다~!!! 19 캘시퍼2006-02-25 00:29:02 스콜이 루시퍼의 복사체니까..미카엘에게 거의 몰렸을때.. 자신도 모르게 13장의 날개가 나오면서.. 업글되어 대역전극을 벌여도 될듯하단 생각이 문득.. ^^ 근데, 왠지 루시퍼는 한번도 안 나올듯하다는.. 보고픈데.. 크크 20 바레이타2006-02-25 00:30:07 건필.. 21 버거선인2006-02-25 00:43:18 막판에 철저히 미카엘을 부셔놓으면 좋겠군요.. 건필하세여~~~!!!!!! 22 무량상인2006-02-25 01:45:24 음..니플하고 무스펠인인가..하고 아슈켈론을 하나로 합친 검술이면 어떨까요'; 23 마술전기염2006-02-25 03:34:21 흠... 아무래도 대천사니까 쉽게 이기기는 힘들겠고, 비장의 한 수 - 13 쌍의 날개 같은 -나... 아니면 그냥 이대로 싸우다 이기거나... 혹은 오직 한 대상에게만 집중 시킬 수 있는 아슈켈론의 오의를 시전한다거나 어떻든간에 기다려지는군요~ 24 Huses2006-02-25 03:42:30 '신 따위와 날 비교하지 마라. 겨우 신의 종 주제에!' 캬아~~ 25 쾌감조루2006-02-25 05:27:00 홍정훈님의 소설 '더 로그'에서 처럼 마지막 날개를 펼쳐서....승부를 결정지을듯.. 26 쾌감조루2006-02-25 05:29:26 더로그에서는 미카엘이 주인공이었죠...카이레스...라는 이름으로.. 27 마음의병2006-02-25 08:39:34 _-)..ㅋ 스코르~ 화이팅~1` 28 Σ비호란™2006-02-25 09:05:09 재밌습니다!!^^ 헌데 저번에 94화가 마지막 화가 될거라는 작가님 말씀에 의하면 다음화가 설마 마지막편인가요??ㅠ 29 천심天心2006-02-25 09:30:41 아 역시 너무 재밌네요~ 스콜 너무 멋집니다~ 최곳!! 30 김백호2006-02-25 09:43:52 天照帝님, 말씀 감사합니다. 데스카님, 크게 나눌 수 있겠죠. 그런데 마지막 대결부분을 많은 분들이 이미 예상하셨더군요. 속으로 은근히 놀랐다는, 댓글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본문으로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deathray님, 하하하, 본문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친구[親寇]님, 저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후속작도 기대해주시는 거죠? 카이렌님, '아직은'이란 말이 중요한 거겠지요. 그리고 아마도 다음화에 자드키엘의 카리스마는 폭발할 것 같습니다. 스콜의 다리가 되는 셈이죠. 그리고 소피아의 비밀은 본문에서 확인하시길, 후훗. 緋色の空님, 스콜이라는 음료수가 있었습니까? 쿨럭. 쿨럭. 血死魔人님, 하하하,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 있죠. 하여그님, 연참대전 쉬는 날 해야겠죠. 일단은 글을 써야하니까요. 冥王님, 후훗, 제눈에도 밉게 보이는데 오죽하겠습니까. 포리프a님, 전 미카엘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아담과 이브를 낙원에서 추방한 것도 미카엘이라죠. 자비롭다고 자비로운 모습은 잘 보이지않은 자, 최후의 날에 나팔을 부는 자, 그가 미카엘이죠. 매너모드님, 하하하, 능지처참이라고 하시면 무협풍이잖습니까! 버럭! 아미델린님, 네, 정확히 3화가 남았습니다. 관계는 아마도 다음화에 언급이 되고, 다다음화에 완벽하게 밝혀질 걸로 예상됩니다. 절영검님, 재미있게 했던 게임입니다. 그러나 FF8은 정확하게 스퀼이죠. 후훗, 엄연히 철자가 다르답니다. 히로유키님, 네, 감사합니다. 건필하겠습니다. 루카님, 오호, 저 건강 걱정을 해주시는 분도 계시다니! 영광입니다! 역시 글 때문인 겁니까! 당근이지~님, 역시 글 때문이었군요! 그래도 알콜이 부족하면 글이 안적히죠. 글쟁이들, 인생이 다 거기서 거기죠. The[劍]님, 하하하, 과잉섭취는 구토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하하하. 다음화에서도 뵙겠습니다. 극성님, 그럼 너무 없잖습니까! 버럭! 미카엘과 스콜이 만났다. 오의를 썼다. 이겼다. The End. 이거 보십시오! 얼마나 싱겁습니까!! 캘시퍼님, 후훗, 본문에서 직접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루시퍼는 아마도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아쉽습니다. 바레이타님, 네, 건필하겠습니다. 버거선인님, 미움을 산 만큼 그에 따르는 응당한 대가가 있으리라 예상해봅니다. 무량상인님, 하하하, 짬뽕이잖습니까! 각각 다른 원소를 사용하다보니 카르마의 소진이 걱정됩니다. 마술전기염님, 후훗, 본문에서 직접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네,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결말이 났으면 하는군요. Huses님, 자드키엘의 전형적인 대사죠. 자신이외에는 깔보는 남자. 쾌감조루님, 후훗, 그렇습니까? 판타지는 제가 솔직히 많이 읽지 않아서... 마음의병님, 쿠쿡, 네, 화이팅해야죠. 이제 마지막인 걸요! Σ비호란™님, 아닙니다. 96화가 마지막이 될 듯 합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뵙겠습니다. 31 Sangel22006-02-25 10:29:10 미카엘 이 얄미운것 ! -_- 재미잇게 잘보고 갑니다! 32 칼로쓰는글2006-02-25 12:19:21 미카엘 더럽게 강하네요.. 33 破邪神劍2006-02-25 12:20:54 빨리 아작내주세요 -ㅁ-;; 다음편 보러 갑니다 ㅎㅎ 34 후레쉬맨~2006-02-25 16:07:22 다음편으로 고고고고~ ㅎ 35 잠이와요;;2006-02-25 18:34:15 바로 담편 ㅎㅎ 36 소검무제2006-02-26 18:46:43 잘 보고 갑니다. 37 뿔따귀2006-02-26 18:55:02 잘보고 갑니다..건강하세요..^^ 38 들아탈수2006-02-28 00:05:50 어째서 아스크가 3편이나 밀렸던 걸까요.. -_-;; 뭐 이제서야 알아놓으니 볼 게 많아서 기분은 좋군요;; 39 黑月影2006-02-28 09:35:54 스콜도 날개를 펴라~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4화 [65]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2화 [56]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25 09:50:18 고친날 2006-02-25 10:16:22 읽은수 1350 [ 13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4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바람에 흩날릴 정도로 가벼운 깃털, 그 깃털을 밟고 하늘을 누빈다는 것은 깃털보다 가볍거나 혹은 깃털이 그의 무게를 느낄 새도 없이 빠르다는 말이었다. 지금 스콜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웠다. 전율의 마검 미스텔테인의 무게만 성인남자 몇 명의 무게인지 모를 정도로 무겁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짐승보다도 빠르게 깃털을 밟으며 날아오르던 핏빛늑대는 미스텔테인이라는 이빨로 가장 성스러운 존재를 물어뜯으려했다. 그의 이빨은 시공을 찢는다. 태양처럼 눈부시고, 처녀처럼 순결하다고 알려진 미카엘에게 시공을 찢는 송곳니를 드러냈다. 허나 미카엘에 비해선 느린 감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절대적인 평이 아니라 상대적인 평이었다. '그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듀란이나 프레키, 그리고 신전에 있는 인간들의 눈에는 미카엘은 아예 보이지 않았고, 스콜만이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 보였다. 콰아아! 숨이 막힐 듯한 살기를 터뜨리며 공간을 집어삼키는 검은 소용돌이를 피해낸 미카엘은 깃털을 밟으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스콜에게 오히려 날아가고 있었다. "수십, 수백 번을 시도한다고 해도 그런 것은 맞지 않습니다." 농락, 도발, 조롱, 미카엘은 그런 말을 던지며 스콜의 코앞까지 날아가선 날카로운 손톱을 그의 어깨에 박아버렸다. "고통스러울 겁니다." 그의 어깨에 박힌 손톱에서 검푸른 뇌전이 맺혔다. 대기와 스파크를 일으키는 카르마의 벼락이 스콜의 몸속에서 내리친 것이다. "크아악!" 일찍이 이토록 처절한 고통은 없었다. 어깨에서부터 산산조각이 나는 듯한 통증에 깃털을 밟고 오르던 스콜은 하늘을 닿을 듯 쌓던 바벨탑이 신의 분노로 무너진 것처럼 신전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희망은 없어보였다. 절망밖에 보이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스콜은 등 뒤를 덮쳐온 절망을 모른 척했다. 빛줄기는 있다는 반드시 있다고 믿었다. 그 증거로 신전의 바닥에 '콰직'하는 소리를 내며 강하게 부딪치면서도 그는 미스텔테인을 놓지 않았다. "제가 이렇게 변한 이상 당신들에게 승산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미카엘은 바닥에 나가떨어진 스콜을 노려보며 아예 끝장을 내놓으려는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어마어마한 크기의 벼락을 떨어뜨렸다. "네 녀석의 생각대로는 안 될 거다!" 자드키엘, 그는 두 손에 쥔 이도에 카르마를 있는 힘껏 주입해서 미카엘이 던진 벼락을 향해 날려버렸다. 콰지직! 두 자루의 검이 가루가 될 정도로 부서졌지만, 스콜은 구해낼 수 있었다. 이제 자드키엘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검은 버렸다. 자존심도 버렸다. 그는 지옥 끝에서부터 살아남은 주먹을 쥐고 여섯 쌍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는 미카엘에게 덤벼들었다. 꼭 두 마리의 거대한 날짐승이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세 쌍의 날개를 가진 잿빛늑대와 여섯 쌍의 날개를 가진 순결한 사자의 싸움, 검은 색 날개와 순백의 날개, 악과 정의, 그 모든 것들은 정의인 미카엘의 편에 손을 들어주는 듯 했다. '아니, 강한 것이 정의다!' 강하기 때문에 정의로 보이는 미카엘에게 자드키엘은 흉흉한 살기를 뿌리며 손톱을 세워 베거나 주먹을 휘둘렀지만, 번번이 미카엘의 방어에 가로막히고 있었다. 오히려 주먹과 주먹이 맞부딪칠 때마다 미카엘의 두 손에 맺혀있는 벼락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통증에 자드키엘은 피를 토해내며 가냘픈 저항을 하고 있었다. 겨우 일어난 스콜 역시 그들의 싸움으로 떨어지는 수많은 깃털들을 밟아서 하늘로 뛰어올랐다. 힘에 부치고 있는 자드키엘에겐 지금 든든한 동반자가 있었다. 물론 그들만으론 역부족이었다. 미카엘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했다. 빌어먹을 정도로 강했다. 55년 전에도 상처하나 줄 수 없었던 완벽한 강함, 완벽한 정의, 그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으나 이대로 패배하고 죽어줄 수도 없었다. "하아압!" 노한 기세로 휘둘러진 미스텔테인에 미카엘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피한다고 피했지만, 수많은 날개 중에 하나가 스쳐서 피를 뿜어냈던 것이다. 확실히 미카엘의 입장에서는 자드키엘보다는 스콜이 위협적이었다. 자드키엘의 공격은 빠르긴 해도 자신의 목숨을 해할 정도로 강하진 못했다. 하지만 스콜의 아슈켈론은 막을 수가 없었다. 잘못했다가는 치명상을 입을 지도 몰랐다. 아무리 그가 날고 긴다고 하더라도 저 검에 맺혀있는 검은 소용돌이를 정면으로 맞는다면 소멸의 길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미카엘로서는 스콜을 먼저 죽이는 게 순서였다. 정신적으로 먼저 죽인다. "당신이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십시오." 자드키엘과 스콜의 맹공을 막으면서도 미카엘은 기회를 틈타서 벼락이 맺힌 한손을 의미 없는 방향으로 휘둘렀다. 검푸른 뇌전이 날아간다. 치열하게 검과 주먹을 주고받고 있던 스콜과 자드키엘은 뇌전이 지그재그를 그리며 다시 그들에게 돌아올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돌아오지 않았다. 손끝에서 터져 나온 벼락의 목표는 그들이 아니라 바로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공주 시엘이었던 것이다. "피해라!" 자드키엘이 스콜보다 조금 더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소리쳤지만, 빠르게 날아가는 벼락은 이미 시엘의 앞에서 그녀의 몸을 관통하려하고 있었다. 인간의 힘으로 쫓을 수 없는 벼락, 그 앞에 있는 시엘, 상황은 이것으로 끝날 듯 보였다. '나의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를 지킨다. 이것이 나의 임무다.' 다만 시엘의 바로 앞에는 고트프리트라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밀어버리고, 스스로 떨어지는 벼락의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콰르릉! 미카엘의 벼락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고트프리트의 뚱뚱한 몸이 꿰뚫려버렸다. 배에 커다란 구멍을 내버리고, 구멍이 난 주위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할아버지!" 동그랗게 뚫려버린 상처에서 내장과 함께 검붉은 핏줄기가 홍수처럼 터져 나온다. 입에서도 피를 뿜는다. 마치 물을 입안 가득 머금었다가 뱉어내는 것처럼 끝없이 피를 토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시엘의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단지 앞을 지켜주던 할아버지가 그녀를 밀쳐냈고, 번쩍하면서 할아버지가 땅바닥에 쓰러지는 장면밖에 보지 못했다. 그녀 대신에 희생을 한 것이다. "시엘, 이 할아버지 기억하겠니?" 부유대륙 발할라로 오면서 고트프리트와 시엘은 별다른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고트프리트는 이곳의 길이 초행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리 하나를 잃으면서 발할라와 지옥을 다녀간 적이 있었다. 바로 시엘의 피를 이용해서 말이다. "할아버지……." 시엘은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 그녀가 어렸을 때 가시를 이용해서 그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었다. 생명은 지장은 없었지만, 지옥으로 가기 위해선 얼마만큼의 피가 필요한지 몰랐던 고트프리트는 어린 소녀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시엘은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 하지만 고트프리트는 시엘의 손등에 있는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상처를 보며 잊을 수 없었다. "미, 미안했다……." 초라한 죽음이었다. 누구의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간직한 노인, 그는 가녀렸던 소녀에게 상처를 준 일이 몹시도 마음에 걸리는지 초라하고 쓸쓸한 죽음을 선택했다. "비겁한 녀석!" 차갑게 식어가는 고트프리트를 보며 자드키엘이 인상을 구기며 미카엘의 면상에 주먹을 내질렀다. 어쩌면 그러한 당연한 반응일지도 몰랐다. 동료가 죽은 것이다. 물론 죽은 아니엘이나 카프지엘이 지금의 자드키엘의 모습을 봤다면 믿을 수 없는 눈빛을 했을 지도 몰랐다. 그는 변했다. 처음 스콜과 손을 잡기 위해서 중간대륙에 왔었을 때, 그 때만 하더라도 미카엘처럼 인간을 하찮은 벌레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았었다. 그래서 용병양성학교의 학생들에게 강식을 걸고, 미끼로 썼다. 술집의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는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술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 어떤 죄책감도 없었다. 그랬던 그다. 그랬던 그가 지난 몇 개월 동안 스콜과 함께 여정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변해버렸다. 지금은 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이 얼마나 추하고 비겁한 행동인지 지금은 안다. 그는 분노했다. 마치 개미의 몸통을 뜯어버리듯, 곤충의 다리를 뜯어버리듯 너무나도 쉽게 인간의 죽이는 미카엘의 썩은 정신 앞에 철저히 분노하며 힘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하아압!" 자드키엘은 목청이 터질 듯한 기합을 지르며 빠르게 미카엘의 왼쪽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스콜 역시 입을 열지 않지만, 눈매가 예리하게 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또 다른 희생이 뒤따른다는 생각에 그의 검은 더욱 더 흉폭 해지고 있었다. 사력을 다해서, 이대로 온몸이 부서질 각오를 하며 방어를 완전히 버리고, 미카엘을 궁지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허나, 번번이 스콜과 자드키엘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크윽!" "빌어먹을!" 핏빛늑대는 벼락을 맞으며 신음을 토해냈고, 잿빛늑대는 한계를 초월한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욕설을 내뱉었다. 이대로 안 된다. 이대로는 지쳐서 결국엔 패배할 뿐이었다. 뭔가 지금의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만 했다. 자드키엘은 미스텔테인을 거칠게 휘두르며 미카엘을 쫓는 스콜을 냉정하게 직시했다. 저 사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 자신이 미카엘을 죽인 주인공이 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선물이다. 스콜, 내 목숨을 걸고 네 녀석이 미카엘을 죽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마!' 알 수 없는 각오를 새긴 자드키엘은 모든 카르마를 세 쌍의 날개에 불어넣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우주를 통틀어 가장 빠른 존재다!' 자드키엘의 독수리처럼 부리부리한 눈매가 미카엘의 열두 날개에 꽂혔다. 눈부신 속도로 날아간 그는 그 중에 왼쪽에 자라난 여섯 날개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며 소리쳤다. "스콜! 날 베라!" 수많은 깃털을 밟으면서 미카엘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던 스콜은 방금 자드키엘이 한 말에 의구심이 든 눈빛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필사적으로 미카엘의 날개를 잡고 있는 자드키엘, 그가 미소를 짓고 있다. 그가 말하려는 의도를 안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서 미카엘의 한쪽 날개를 모두 뜯어버리겠다는 얘기였다. 신이 되고자 희망했던 그다. 그 희망을 접고, 그는 스콜에게 기회를 주려하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동료의 희생으로 얻어진 승리 따위를 반길 리가 없었다. 그러나 스콜에겐 자드키엘의 의지에 반론을 할 여유가 없었다. 너무나도 빨라서 자드키엘에 날개를 잡혀버린 미카엘은 중심을 잠시 잃은 채 날개에 매달린 그를 향해서 벼락을 내리치려하고 있었다. 스콜이 망설이는 찰나의 시간, 그 시간에 자드키엘은 죽고, 그의 뜻마저도 저버리게 된다는 사실에 그는 이빨을 꽉 물었다. '너의 의지, 새겨 받겠다!' 스콜의 눈매가 잔혹하게 변해버렸다. 그는 깃털 하나를 힘껏 박차며 날아가서는 미카엘의 신형을 향해 시공을 찢는 미스텔테인을 휘둘렀다. 스콜과 자드키엘의 뜻은 통하고 있었다. 미카엘은 시공을 찢는 소용돌이가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것을 보고 우선 피해야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벼락을 긴급히 거둔 그는 왼쪽으론 피할 수 없었다. 자드키엘이 그의 날개를 사력을 다해서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익!" 미카엘은 온 힘을 다해서 오른쪽으로 힘껏 날개 짓을 했지만, 자드키엘이 천근이라도 나가는지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이거 놓으십시오! 이대로는 당신도 죽습니다!" "크큭! 바라는 바다!" 오른쪽으로 피할 걸 예상하고, 미카엘의 정면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스콜, 오른쪽으로 피하게 되면 끌려가더라도 자신의 목숨과 미카엘의 날개는 끊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자신을 죽여도 상관없다는 말을 한 자드키엘, 두 사나이의 의지는 완벽히 일치했다. 미카엘은 필사적으로 달아나려고 날개 짓을 하다 결국 잔인한 미스텔테인에게 그어졌다. 촤악! 거침없는 잔혹한 폭풍이 자드키엘과 미카엘의 날개를 베어버렸다. 핏줄기가 튄다. 붉은 핏줄기 사이로 검은 핏줄기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왼쪽의 여섯 날개 중 다섯 날개가 잘려나갔지만, 그 날개를 온 힘을 다해 붙잡고 있던 자드키엘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그의 몸 역시 미스텔테인의 제물이 되어 어깨에서부터 정확히 두 동강이가 나버렸다. "크큭, 잘 했다! 스콜!" 전신이 두 동강이로 베여졌는데도 자드키엘은 광기에 찬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미스텔테인의 먹이가 되면서도, 소멸이라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면서도, 그가 그토록 원하던 하늘에 닿지 못하는데도, 그는 웃고 있었다. 차가운 대리석바닥에 떨어지면서도 그는 웃고 있었다. 철퍼덕! 힘을 잃은 자드키엘의 몸이 신전의 바닥에 부딪치며 무거운 소리를 울렸다. 미카엘도 다섯 날개를 잃어버린 고통에 하늘 높이 비상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기에 전투는 잠시지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자드키엘……." 스콜은 저 높은 하늘로 날아 올라가버린 미카엘에겐 관심조차 없는지 신전 바닥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자드키엘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크크큭……." "이것이 너의 길이냐?" 스콜이 나지막이 물었다. "크큭, 모르겠다. 어쩌면 그 녀석처럼 나도 미쳐버린 거겠지. 크크큭." 듀란을 대신해서 벨리알에게 죽어버린 폭식의 악마 카프지엘, 그의 얼굴이 잠시 스쳐간 자드키엘이었다. "허나, 중요한 건 나로서는 저 쓰레기의 깃털 하나 상하게 하지 못했을 거란 거다. 그런데 날개를 다섯 개나 베었다." 그는 한 손에 쥐어진 날개 한 장을 꽉 움켜쥐었다. "나의 운명, 나의 한계, 그 모든 걸 뛰어넘었다는 증거가 여기 있다!" 자드키엘은 스콜의 초점 없는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흐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스콜과는 다르게 비웃음, 조소밖에 지을 줄 모르는 남자, 그가 만족감에 참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뒤를 부탁한다. 친구여. 그 동안, 그 동안 눈이 부실 정도로 즐거웠다." 그 말을 끝으로 자드키엘은 눈을 감았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소멸의 강을 건너버렸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했던 오만의 악마, 친구나 우정 따위는 믿지 않았던 교오의 악마, 그는 마지막 말, 그 말속엔 친구라는 말이 있었다. "……." 스콜은 어찌 보면 자신을 가장 이해하고 있던 친구를 잃었음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망자를 아쉬워하기엔 이르다. 아직 미카엘은 죽지 않았다. 메말라보였다. 그렇게 보였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어금니를 꽉 물었다. 잇몸에서 피가 날정도 꽉 물었다. 미스텔테인을 꽉 쥐었다.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빌어먹을 것들이! 감히!" 날개를 다섯이나 잃은 미카엘의 눈동자에는 광분이란 감정이 섞여있었다. 그 증거로 더 이상 그들에게 존칭은 쓰고 있지 않았다. "낄낄, 하지만 네 녀석, 55년 전과 마찬가지로 결국 동료를 또 베었구나. 그게 네 녀석의 운명이다! 살아서 숨을 쉬는 동안 영원히 반복될 수밖에 없는 네 녀석의 운명! 저주받은 운명! 그게 네 녀석이 살아있는 이유다!" "닥쳐!" "왜 정곡을 찔렸냐? 자, 이번엔 누구를 죽일 거냐? 저기, 저 여자는 어떠냐? 네 손에 두 번이나 죽고도 너를 용서할 수 있을까?" 스콜은 미카엘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고 순간 의구심이 든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이나 죽이다니, 그 말을 스콜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55년 전에 너의 검에 죽었던 여자, 과연 그 속마음은 어떠할까? 네 녀석을 당장에 찢어죽이고 싶어 할걸! 낄낄낄!" 미카엘의 농락은 스콜의 심장에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벌리고 있었다.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분노와 함께 슬픔에 빠질 수밖에 없는 스콜이었다. "웃기지 마세요! 모든 게 당신 때문이잖아요!"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소피아, 그녀가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쳤다. 지금 스콜에게 이 이상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 설령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소멸이 된다고 하더라도 말해야만 했다. '당신을 지켜드릴게요! 그것이 제가 무덤에서 돌아온 유일한 이유이니까요!' + 96화가 완결입니다. 이번화로서 소피아와 미카엘의 관계를 거의 모든 분들이 아셨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결구도 역시 많은 분들이 예상을 해주셨더군요. 이제 '그녀가 어떻게'라는 의문만이 남았군요. 지난 4개월간 입이 근질근질했는데, 1화부터 시작된 복선과 암시, 그것을 다음화에서 차근차근 풀어드리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작은마음2006-02-25 09:52:54 아악!!! 완결 이라니 ㅜㅜ. 2 작은마음2006-02-25 09:53:31 완결되기 전에...얼릉 여기까지 읽어야지.. 3 대사자2006-02-25 09:58:51 크 죽다니.... 4 남자의파워2006-02-25 10:01:12 -_ㅜㅜ 5 버거선인2006-02-25 10:04:24 헉 완결이 이렇게 가까워지다니!!!!!! 6 솜사탕2006-02-25 10:04:53 허어...결국.....소피아가....그녀였군요!!!! 7 혈우진인2006-02-25 10:06:32 깊은 상처를 죽었다. (오타인듯..) 잘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 8 개벽의별2006-02-25 10:08:24 흠 ... 재미있어요 9 casiopea2006-02-25 10:13:48 5일입니다.. 1화부터 읽었는데 말이죠 너무 감동입니다 5일동안 읽기에는 많은분량이긴하지만 다 읽었습니다 정말 감동적이고 최고입니다 마지막매듭. 기대하겠습니다 10 데스카2006-02-25 10:16:0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침에 올리셨네요. 대부분 밤에 올리셨는데..하하하 무덤에서 돌아왔다라..역시 소피아는 엠블라랑 관련이 있었던것... OTL...내 사랑 소피아~ 스콜한테 가면 안되~~~ 소피아짱~(어이..) 96화가 완결이군요...에필로그 플리즈~~ 에필로그~ 그럼..건필하세요. 11 소울트리2006-02-25 10:19:07 음..검은비를 안쓰려나?(~ㅇ ㅅㅇ)~ 12 도우2006-02-25 10:22:20 너무 재밋어요 작가님 건필염 13 라타니엘2006-02-25 10:32:25 다음이 궁금해 숨겨진 비밀이 머지.. 건필하세요 14 Sangel22006-02-25 10:33:16 드디어 완결이 조금씩 스물스물 -_- 아 너무 재미있어요! @@@ 15 근이2006-02-25 10:49:48 소피아가 그녀였다니... 쿨럭... -_-;; 그랬군요... 음냐... 16 닥2006-02-25 10:59:00 소피아~~~~쿨럭~! 또 다치게 하면 작가님 미워합니다 ㅠㅠ 17 달빛속2006-02-25 11:00:35 으음 .. 좀비 인가? ㅋ 18 천심天心2006-02-25 11:08:30 아너무 재밌다 이제 완결이라니 이런 치명적인 일이 ㅜㅠㅠㅠㅠㅠㅠ 스콜 너무 좋습니다~ 다음작에서도 주인공으로 ㅡㅡ; 19 Huses2006-02-25 11:09:03 이런 대반전이... 20 친구[親寇]2006-02-25 11:10:29 아아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 소피아가 마음속으로한 마지막말에,,, 미치겠습니다. 아스크는 사람의마음을 움직이게 하는뭔가가있는것같습니다 21 Σ비호란™2006-02-25 11:13:33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했던 오만의 악마, 자드키엘... 소피아의 정체가 드러낸 것보다 자드키엘이 훨씬 마음을 울리는군요.. "나의 운명, 나의 한계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는 증거가 여기있다." 멋집니다. 22 빙시(氷矢)2006-02-25 11:26:42 소피아가 그녀였구나아아아아아! 23 박선생님2006-02-25 11:29:47 아!!!!!!!!!!!!!! 감동 그 자체입니다...ㅠㅠ ㅎㅎㅎ 파이팅!! 24 엠프티니스2006-02-25 11:51:49 !!! 25 산길2006-02-25 12:13:07 아...다들 너무 멋지군요!! 26 칼로쓰는글2006-02-25 12:24:38 지드키엘의 희생.. 27 緋色の空2006-02-25 12:25:02 자드키엘 너무멋져요!!!!!!!!!!!!!웃.. 소피아 역시 엠블라 였군요 건필하세요! 28 破邪神劍2006-02-25 12:33:06 아악 자드키엘이 죽다니 ㅠㅠ 어떤 면에서는 스콜보다 더 좋았던녀석이었는데 ㅠ 아쉽네요.. 환생시켜줘요! ㅠㅠ 29 冥王2006-02-25 12:52:50 얼라려?? 반전??? 30 카이렌2006-02-25 13:24:47 쿨럭... 자드키엘..... 소멸해버린거군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존재의 소멸... 잘 보고 갑니다. 소피아=엠블라 라는게 어느정도 맞는거 같군요. 멋집니다. 31 겜소설폐인2006-02-25 13:35:17 넘 잼써요.ㅋㅋ 잘보고 갑니다..^^ 32 바레이타2006-02-25 13:48:06 음 결국 버림도 받지않고 오래전부터 둘이 흐흐.. 33 鎧馬武士2006-02-25 13:53:40 에엥...? 뭐가 어떻게 되버린겨.. 34 매너모드2006-02-25 14:11:19 이런 대반전이?!?!?! 두둥~ "55년전의 그녀가 바로 나였다 ..." 파문... 35 맛난구름2006-02-25 14:12:40 감동입니다! 4개월동안 입이 근질거리셨다니 다음화를 그만큼기대해 볼수 있겠지요? 36 극성2006-02-25 14:59:53 동일 인물?? ㅡㅡ;; 37 血死魔人2006-02-25 15:04:57 소피아 = 엠블라 라는 식이 성립되는걸까요 38 파란2006-02-25 15:14:52 아쉽지만 기대하겠습니다.... 39 화랑(花郞)2006-02-25 15:15:17 다음편은 언제??ㅜㅜ 너무 기다려지는데요?? 아.. 재미있게 읽어왔던 아스크가 완결이라니.. 슬프네요.. 40 아이크2006-02-25 15:39:09 다음편이 엄청 기다려져요. 41 아미델린2006-02-25 15:45:45 아 역시였나.. +_+ 그나저나 이제 2편밖에 남지 않았다는게 슬퍼요 ㅠ_ㅠ 넘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암튼 건필하시길~~ 42 삼국무쌍N2006-02-25 16:12:36 그럼ㅋ 메인에 있는 대사는 ㅋ 결국 ㅋ 소피아의 대사였꾼요 ㅋ 43 후레쉬맨~2006-02-25 16:15:07 크.. 어느새 완결이 눈앞이군요.. ㅎㅎ 전 개인적으로.. 세드엔딩보단 해피엔딩이 좋은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건필하세용ㅇㅇ~ 44 하여그2006-02-25 16:24:22 건필하세요 ..ㅎㅎ 45 질라르디노2006-02-25 16:30:10 ㅜㅜ 자드키엘... 46 질풍고영2006-02-25 16:49:09 재밌게 잘 봤습니다. 역시 소피아 = 엠블라... ㅋㅋㅋ 47 마음의병2006-02-25 16:51:14 아놔.............................................. 다음이 끝이라니.............................. 가슴이 아파용~~~~ 48 실페리온2006-02-25 17:49:46 곧...입니다 +_+ 완결이 코앞이군요. 남은 두편도 건필해주세요 +_+!! 49 잠이와요;;2006-02-25 18:40:42 아......... 다음편만 기다리는 이 마음 ㅠㅠ 끝이라도 좋아~~~ ;ㅁ; 50 포리프a2006-02-25 18:41:19 소, 소피아가 그, 그녀? ... 뭐 어느정도 예상을 한 것이였기에-_- ;; 별로 놀라진 않았지만, 자드키엘이 죽어버리다니 OTL, ...... 아아. 암울. OTL , OTL , OTL , OTL , .. 크어어, (?) 51 The[劍]2006-02-25 18:43:55 크윽// 인제 겨우2화 남았네요ㅠ_ㅠ 역시 자드키엘은 멋진넘이었군요 ㅇㅅㅇ;; 소피앙의 등장 ~!! 두둥 뒷편이 궁금해 지네요^^ 건필하세요~~ 52 캘시퍼2006-02-25 20:40:34 D&D는 개인적으로 3부가 조금 제 취향이 아니여서 아쉬웠었는데 아스크는 정말 끝까지 맘에 드는 소설이네요. 백호님 원츄~!! ^^ 53 카이혼2006-02-25 20:52:07 흠... 역시 예상대로 소피아=엠블라 이군요.. 예상 했습니다!! 흠... 엠블라랑 미카엘이랑 어떤 거래(계약)가 있었던거 같은데... 그 거래를 미카엘이 깨고 엠블라가 죽어서 스콜이 죄책감을 가지게 된거 같구요. 엠블라가 살고 싶었던 걸까요?? 그래서 미카엘과 거래를 했는데 그 거래를 미카엘이 어겨서 엠블라가 죽은거고.... 엠블라는 자신 때문에 죄책감을 가질 스콜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살아 돌아온거고. 몇화전쯤에서 미카엘의 오점을 소피아만 알고 있다고 넣으신거 같은데.. 그걸 바탕으로 이정도가 예상입니다^^; 헛다리만 짚은거면..OTL... 내 예상과 어떻게 다를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기대 됩니다~! 뒤2편 결말편!! 건필요! 54 샤이라2006-02-25 21:01:07 흥미진진....즐겁게 보고있습니다. 건필하세요,, 55 당근이지~2006-02-25 21:01:21 아아 작가님 너무 재미있어요 아아악 이거 출판 왜 안돼는거야!출판사들 미워@!!!!!!!!!! 56 수짱2006-02-25 23:12:28 세상에......소피아!!!ㅎ 사랑하는 자드키엘이 결국....ㅠ 슬퍼라.......... 57 상상소년2006-02-26 00:56:51 ㅎ 이런 반전이... 92화부터인가.. 예상했었던;; 늦었지만 ㅋ 그럼.. 아스크의 주인공은.. 소피아군요... 젤위에.. 무덤에서 돌아온 이유......... ㅎㅎ 자드키엘은.. 릴리스의 힘으로 못살리나요?ㅋ 릴리스가 백금성까지 못들어오라나..ㅎㅎ 일이있어서.. 못봣던거.ㅋ 다 봄 ㅎ 역시 기대한것만큼..... 재밋어요 ㅎㅎ P.s 저보단... 김백호..님이!!!! 프레키 과 이세요 ㅎㅎㅎㅎ- _-;;; (84화..인가에서..... ) 58 첫째별2006-02-26 07:10:55 이번화는 이제까지중 제일 절정에 이른듯한 부분이네요^^* 다음편 기대합니다 ^^ㅎㅎ 59 루　카2006-02-26 15:55:14 흑...죽었군요 ㅠ... ....흠..역시 소피아.. (중얼) 몰표를 받은 이유는..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모종의 무언가를 알아차려서 그런걸지도..(중얼중얼) 60 소검무제2006-02-26 18:53:23 잘 보고 갑니다. 61 본인확실2006-02-26 23:14:52 허허... 그렇군요=ㅇ = 한 여자만을!! 오호- 이렇게해서 진실이 되는군요ㅎ 멋져요 그런데 ㅠㅠㅠㅠㅠ 자드키에에에엘ㅠ 62 찡찡이2006-02-26 23:38:33 소피아가 엠블라 였을 거라 생각했는데 맞군요. 곧 완결은 한다니 축하합니다. 제대로 된 완결편들을 보지 못하고 대부분 출판으로 인해서 중도하차 한 경우가 많아서 읽다가 많이 아쉬웠었는데 아스크는 완결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좋네요. 수고하세요. 63 천하무상2006-02-27 03:37:14 소피아가 엠블라일거라는 예상했었는데 맞군요...완결이라니 너무 아쉽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소피아가 엠블라라는 것을 스콜이 알면 안되는 것 같은데....소피아로 다시 살아가기 위해 어떤 계약을 한거 같은데 그것을 어기면 소멸된다던가하는...다음편이 너무 궁금하네요~ 건필하세요 64 들아탈수2006-02-28 00:11:23 바...반전물이었단 말인가!!! -_-a 전혀 눈치 못 챘군요; 아무튼 결말이 기다려지는군요 65 黑月影2006-02-28 09:40:45 소피아가 엠블라였군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5화 [56]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3화 [39]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27 23:04:32 고친날 2006-02-27 23:04:32 읽은수 834 [ 12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5화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쌍꺼풀이 보기 좋게 자리 잡아 고혹적인 눈동자, 그 눈동자가 흐릿하게 젖어있었다.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천공의 대륙을 비추는 햇빛이 아파한다. 불러온 바람도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하고 있다. 가엾은 운명, 그 운명을 걸고, 생명을 걸고 그녀는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절대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를. 당신을 처음 봤던 그 날, 제대로 바라볼 수조차 없었어요. 魔의 유혹을 이겨낸 그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마치 神처럼 눈이 부셔서 그만 눈물이 나와 버렸죠. 당신은 생명의 관을 짊어지면서도 깃털처럼 자유롭잖아요. 저도 당신처럼 유혹을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나 당신과는 달리 전 절름발이에요. 게다가 죽어가고 있어요. 어쩌면 당신이 서있는 이곳에 속할 자격조차 없는지도 몰라요. 미안해요. 저는 魔의 유혹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 실은 魔에게 기도드렸어요. 어떤 고통이 따른다 해도 좋아요. 단 하루만이라도 순결한 백합이 되어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그럼 기억해주시겠죠. 제가 사라지고 난 빈자리를……. 지금 스콜의 귓가에 절대 잊을 수 없는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 엠블라의 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노랫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외모보다는 마음이 훨씬 아름다운 소피아, 그녀의 눈동자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이 노래를 마쳤다. '어떻게, 어떻게, 소피아가 엠블라의 노래를 아는 거지? 어째서, 어째서?' 55년 전, 어둠이 속삭이는 숲 속에서 들었던 노래를 들은 스콜은 순간 소피아의 모습이 엠블라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착각에 얼굴에 소름이 쫙 끼치는 걸 느꼈다. "소피아! 설마!" 스콜은 너무 놀라서 차마 뒷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신전의 바닥에 안타까운 눈물을 떨어뜨린 소피아가 곱게 한손을 든다. 그녀의 손끝이 빛줄기를 뿌리면서 사라지고 있었다. 가련한 운명, 모든 것은 55년 전 그 날 시작되었다.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에게 죽은 그녀는 윤회의 법칙에 따라서 모든 기억이 지워지고, 다음 생을 준비해야 했다. 운명의 뒤틀림, 그녀가 가지고 있던 스콜에 관해 기억이 무엇 때문인지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원인은 그에게 있었다. 그녀의 숨이 멈췄을 때 그녀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준비는 이뤄진다. 그녀에게 있어서 원래 스콜은 단순한 지인의 기억에 속했다. 즉, 스콜이 지인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기억에서 지워졌을 텐데, 문제는 그녀가 죽고 나서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사이 스콜은 그녀와 결혼을 해서 부부의 연을 맺어버린 것이다. 그녀가 죽는 순간까지 그녀에게 있어서 부부라는 연은 적어도 없었다. 즉, 하늘조차도 계산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해버렸고, 스콜에 관한 기억은 강한 연으로 지워지지 못한 채 윤회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녀를 잃은 아픔, 상실감, 고통에 스콜은 비엘가르드에서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학살을 저지른다. 사랑을 잃은 충격에 미쳐가는 그를 보는 그녀는 신계 아스가르드에서 하염없이 눈물만을 떨어뜨렸다. 그 눈물이 차가운 날씨에 눈이 되어서 스콜에게 내렸던 것이다. 그렇기에 혹한의 핌불베트르가 끝났는데도 눈은 그의 머리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가려한 운명의 남녀를 지켜보던 존재, 그가 그녀에게 너그러운 바람을 불어주었다.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광명의 신 발드르, 그는 그녀에게 제안했다. 기억을 가진 채로 다시 중간계로 그녀를 보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천사가 되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기억을 지우는 대신 중간계에서 가장 축복받은 운명을 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하루라도 좋으니 그의 곁에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간절한 부탁, 절실한 눈빛, 신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기억을 봉인해두겠다. 중간계에서 그를 만나지 않는 이상 너는 평범한 삶을 살 것이다. 그렇게 너의 운명을 지어주겠다. 그런데도 만약 인연이 닿아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모든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대신 절대 너의 정체를 말해서는 안 된다. 윤회의 증거를 말하는 순간 너는 먼지처럼 사라져버린다. 이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말은 혹여 스콜을 만나더라도 엠블라가 아닌 또 다른 여인으로서 사랑을 해야 된다는 말이었다. 그 옛날,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처럼, 스콜과 소피아는 진실을 볼 수 없는 남자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여자의 운명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나요?" "너희가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한다면, 연이 깊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것이다." "그럼 하겠어요. 그의 곁을 지켜줄 수만 있다면, 지옥에 떨어져도 상관없어요." 그렇게 엠블라는 윤회의 법칙에 따라서 중간계에 내려오게 되었다. 게다가 얼마나 그와 그녀의 인연이 짙었으면 실베스트르가문에 태어난 것이다.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이란 말인가?' 신은 한탄했다. 불쌍한 소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와 만나서는 안 되었는데, 그녀가 진정 바랐던 행복은 그의 곁에 있는 것, 그녀의 바람은 신조차도 꺾을 수 없는 것이었다. '부디 행복을 찾길 바란다. 가엾은 소녀여.' 신은 안타까운 심정에 눈물을 흘렸다. 어렵게 다시 만난 소피아와 스콜, 그녀는 그 순간부터 그에 관련된 기억이 하나, 하나 떠오르는 걸 알 수 있었다. 스콜은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그가 강가에서 했던 친구에 관한 얘기, 9살짜리의 소녀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얘기였다는 것을, 작은 돌멩이에 비유해서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리려고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돌멩이를 그녀는 찾아왔다. '왜 그때 알아채지 못했던 거지?' 돌멩이 하나를 찾기 위해서 밤을 새워 호수를 뒤지는 것, 그건 너무나 무모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녀가 돌을 찾아왔다는 사실만을 주의했을 뿐, 어째서 그토록 처절한 선택을 했는지는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녀는 울면서 돌을 찾았을 것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돌멩이 하나를 쥐었던 거다.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그와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스콜은 온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에 지금 그녀가 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피아, 그녀의 손, 자신에게 뻗은 손이 빛이 되어서 사라지고 있었다. 스콜은 온몸을 덮친 전율을 삼키며 그녀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왜! 왜! 그녀와 있었던 일을 사소하게 넘겨버렸나!' 임무 때마다 항상 소피아가 그를 깨우러 와줬다. 스콜이 쉽게 눈을 뜨지 않던 이유, 그것은 소피아의 목소리가 엠블라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서 그는 일부러 자는 척을 했다. 소피아는 그런 그의 곁에 눕는다. 그리고는 아무런 경계도 없이 잠에 빠져든다. 언젠가 그녀가 잠이 표정을 본적이 있었다.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가슴이 아릴 정도로 행복해보였다. "소피아, 일어나야지." 그의 말에 일어난 소피아는 짙은 어둠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스콜은 뒷골이 싸해짐을 느꼈다. 그 미소 역시 그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엠블라의 미소를 닮아있었다고 언제나 느꼈었다. 그렇게 여기면서도 그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스콜은 한 팔이 사라져가는 소피아에게 달려가며 눈물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목에 메여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할 것 같았다. 눈물 때문에 목이 아프다. 너무 아프다. '그녀가 말이 많았던 이유가 그냥, 그냥…….' 단순히 그를 가엾게 여겨, 동정해서, 혹은 좋아해서 자신의 미소를 보기 위해서라고 여겼다. 말수가 적은 그에게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 한번이라도 더 그의 미소를 보고 싶어 하는 그녀의 마음, 그걸 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농담을 던지면서도 처절할 정도로 진지했던 것이다. "설사 눈이 멀었다 해도 전 오라버니를 사랑하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어요!" "저는 오라버니의 그 미소에 반해버렸는걸요. 그러니까 책임지셔야 해요! 언제나 제 옆에서 미소를 지어주셔야 해요!" "만약 이번 일이 잘 해결 되서 오라버니랑 저랑 둘 모두 살아남게 되면 그땐 저한테 프러포즈해주세요." "오라버니가 가신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갈 거예요." 가볍게 듣고 넘겨버렸던 그 모든 말들, 그녀에게 있어서는 생명을 건 부탁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면서 언제나 행복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마치 전생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언제나 스콜만을 바라봐왔다. 심지어는 같이 달릴 때조차도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싫어요! 앞을 보면서 달리는 것보단 오라버니의 옆얼굴을 보면서 달리는 편이 훨씬 즐겁단 말이에요!" 그녀는 확실히 자주 넘어졌다. 1분, 1초라도 더 보고 싶은 그녀의 마음, 절실한 마음, 그 마음을 스콜은 너무 덜렁댄다고, 상식이 부족하다고 질책해버렸다. '넌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엠블라의 인형과 처음 만났던 날, 이미 본체의 영혼은 천국으로 갔을 거라고, 자신에겐 아무런 기억도 남아있지 않다고 인형이 말했었다. 스콜은 그때라도 알았어야 했다. 그녀가 그가 바라던 천국에만 머물러있는 게 아니라 55년이라면 윤회를 거듭해서 자신의 곁에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기, 저와 친구가 되어주실 수 있으세요?" 지금 생각해보면 호수에서 놀고 있던 어린 소녀의 물음에 그가 대답을 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었다. 그녀의 쓰러질 듯 안타까운 등이 엠블라의 초라한 등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소피아는 언제나 그녀의 미소와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등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전혀 몰랐었다. '소피아가 그녀였다는 걸 알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지 있었다.' 키타라, 엠블라의 악기, 그것 역시 너무나 쉽게 간과해버렸다. 키타라는 언어학적으로 봐도 대륙서쪽 아르카디아지방의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동쪽에 위치한 제국에는 없는 악기, 게다가 독학으로 배운다면 악보를 보고 따라 치는 시간만 1~2년이 넘게 걸리고, 절대음감을 가져서 작곡을 하려면 적어도 4~5년은 넘게 걸린다. 피리가 아닌 이상 모든 악기는 그러한 노력과 시간이 투자해야만 연주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소피아는 어느 날 갑자기 키타라로 그에게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생명을 걸고 자신을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사라져간다. 스콜은 어느 날 밤 소피아에게 리라자리에 관한 별자리를 얘기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 소피아는 그 말을 되뇌었었다. "왠지 알 것 같아요. 진실을 볼 수 없는 남자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을……." 그 날 스콜은 일찍 눈을 감았고, 소피아는 눈을 감고 있는 그의 모습을 애틋한 미소를 그리며 바라봐주었다. 진실을 볼 수 없는 남자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여자, 그것은 전설로만 치부해버릴 수 없는 얘기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속으로 외쳤던 것이다. '오라버니! 바보!' 그녀가 있어서 스콜은 비록 희미하고 흐릿했지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스콜은 어리석게도 그 웃음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지난 10년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도 얘기해주었다. 태양은 쫓으면 쫓을수록 도망을 간다고, 어쩌면 가만히 멈춰서있으면 영원히 아름다운 황혼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해주었다. 그 말은 자신의 곁에 이미 소중한 황혼이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어리석었다. 바보 같았다. 아름다운 빛줄기를 남기며 사라져가는 그녀, 그녀의 몸이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웃고 있다. 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불꽃처럼 스콜을 바라보면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 그가 죽는 날까지, 소멸되어 사라지더라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소피아! 안돼!" 스콜은 달려가서 그녀를 붙잡을 요량으로 꼭 끌어안았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다. 그녀가 서있던 자리엔 아름다운 빛줄기만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지난 10년간의 기억이, 추억이 지독스럽게 아름다웠던 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스콜은 신전의 바닥에 두 무릎을 꿇었다. 눈물이 세상을 가렸다. 빌어먹을 정도로 어리석은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태양을 곁에 두고도 그 따스함을 몰랐다. 태양을 곁에 두고도 그 눈부심을 깨닫지 못했다. 사랑은 언제나 그의 곁에 존재하고 있었는데,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이런 가구한 운명을 만든 신이나 미카엘을 탓할 생각 따윈 없다. 모든 것이 자신의 어리석음이 불러온 대가였다. 형편없는 자신한테 분노할 뿐이다. 매번 임무를 받을 때마다 그는 소피아에게 물었었다. "소피아, 내가 얼마나 잤지?" 으레 있는 질문에 소피아는 집게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살짝 깨물면서 대답을 했다. "오라버니를 못 본지 정확히 173일만이니까 대략 반년정도 주무셨네요." "반년? 그럼 겨울?" "네! 소녀에게 있어선 너무나 춥고 외로운 겨울이었어요! 물론 오라버니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까진 말이죠!" 그렇게 대답했었다. 이런 어리석은 그를 깨울 날을 그녀는 하루, 하루 날짜를 새어가며 기다렸던 것이다. 그렇게 10년간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 깊은 사랑 앞에 스콜은 철저하게 무너져버렸다. "아아악!" 스콜은 울부짖었다. 두 무릎을 꿇고, 오열해버렸다. 미칠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 지금 단 한번이라도 보고 싶은데, 어루만지고 싶은데, 이젠 다신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제길! 어째서! 어째서냐고! 이대로는 너무 가엾잖아!" 스콜은 지금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망각한 채 지칠 줄 모르고 오열했다. 그러한 그에게 잔혹한 벼락이 떨어졌다. 피할 생각 따위는 하지 못했다. 떨어지는 벼락을 정통으로 맞은 스콜은 등을 꿰뚫리면서도, 피를 토하면서 털끝만큼의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건 비교도 되지 않는 소피아를 잃은 아픔 때문이었다. "낄낄, 그거 보십시오. 당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불행해지고, 끝내 죽음을 맞이하잖습니까. 그녀가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속으로 원망을 하고 있을 겁니다." 미카엘은 다시 존댓말을 쓰며 절망에 빠져버린 그에게 더 큰 아픔을 주려고 현실을 조롱했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스콜은 그의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린 눈물방울이 신전의 바닥에 떨어져서 깨져버렸다. "네 녀석,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을 아나? 고통을 아나? 실패를 아나? 절망을 아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든 걸 아는 척 하지마라. 네 녀석과 나에게 피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설마요? 당신과 제가 공통점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니, 있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모르는 쓰레기라는 거다." 스콜의 거친 외침과 함께 그의 심장에서 '두둑'거리는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심장을 옭아매고 있던 사슬이 전부 끊어져버렸다. 루시퍼가 만들어놓은 사슬, 그것이 전부 끊어져버리자 그의 몸에서 칠흑의 빛이 터져 나왔다. 말도 안 되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둠이 빛이 되어서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칠흑의 빛에 휩싸인 미카엘의 눈동자가 소스라치게 놀란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무릎을 꿇고 있는 스콜, 그의 등에는 지금 열 셋의 검은 깃털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너는 반드시 내가 죽인다."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1 삼국무쌍N2006-02-27 23:05:10 으흐흐흐흐 ㅋ 감사히 읽고 갑니다 ㅋ 2 눈꽃편지2006-02-27 23:07:48 건필 3 바레이타2006-02-27 23:09:31 오오오.. 죽이세요 4 冥王2006-02-27 23:10:19 크흑....너무 슬퍼... 5 원달러2006-02-27 23:10:22 드디어 ㅋ 6 冥王2006-02-27 23:10:55 언넘 무늬만 천사인 저넘을 조각내시길... 7 엔젤하트2006-02-27 23:12:46 아~ 결국 소피아가..... 안타깝네요... ㅠ.ㅠ 8 엘렌드2006-02-27 23:12:47 오오 멋져요 9 Light2006-02-27 23:14:01 오오~~ 스콜 각성이네 ㅎㅎ;.. 소피아가 죽는거 너무아쉬워요 ㅠ_ㅠ.. 다시살려내요 ㅠㅠ 10 하여그2006-02-27 23:14:49 ㅠㅠ...소피아... 스콜. .너무. ..너무 ... 왜왜 .. 왜 ... 이렇게... ㅠㅠ. .. 안타깝네요 ...ㅉㅉ 11 일휘소탕2006-02-27 23:15:11 [del] 복제품이 아니라 애초에 루시퍼= 스콜 ?? 12 鬼舞2006-02-27 23:15:25 슬프다..ㅠㅠ 13 緋色の空2006-02-27 23:17:12 소피아양 ㅠㅠ...... 너무좋아요!!!!!!! 소피아양!!!!!!!!!!!!!!!! 드디어 스콜이 날개를 펴는군요! 소피아를 다시만나게해주세요 배코님!! 건필하세요 ㅠ0ㅠ!!!!!!! 14 당근이지~2006-02-27 23:18:31 아아...안구에 쓰나미를 넘어서는 해일이...어흐흑 너무 슬퍼요 작가님...ㅠ.ㅠ 15 화요일비2006-02-27 23:20:20 아~~ 소피아 미카엘 루시퍼에게 관광 당하겠군.. 16 具2006-02-27 23:24:41 헐 안돼 ㅠㅠ 17 데스카2006-02-27 23:25:56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예상했던 일이 터져버렸군요. 지금 충격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세상이 허탈한..클클 어째서 소피아가!!! 소피아가!!! 소피아는 안되요!!! 그냥 시엘이나 이사벨이나 아니면 시엘 누나를 처리하면 잖아요!!!!(억지) 해피엔딩이어야 합니다. 해피엔딩 해피엔딩 해피엔딩 해피엔딩 그냥 스콜 죽이고 소피아 살려주세요. 스콜만 없었으면 스콜만. 다 그녀석때문입니다~!!! 스콜!!!! 닭날개 달린 XXX한테 죽어라~!!! LLS(러브 러브 소피아)분들 함께 스콜을 척살합시다!!! 흠..너무 흥분했네요...클클 그래도 아쉬운건 아쉽네요. 전부터 소피아를 죽이지 말로고 간곡히 요청을 했는데.. 그런데 다음화가 최종장이네요. 또한 아쉽네요...에필로그도 써주시길..^^ 에필로그에서 소피아 재등장하는 센스를.... 그럼..건필하세요... 18 직립보행犬2006-02-27 23:26:05 너무 감동적입니다.. 소피아....ㅡㅜ 건필하세요.. 19 StrongHold2006-02-27 23:26:54 대단하십니다..ㅠㅠ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20 緋色の空2006-02-27 23:28:38 이다음편이 완결이죠? 너무궁금해요 ㅠ0ㅠ! 21 은월(銀月)2006-02-27 23:30:27 소피아 살려내애~~ㅠㅠ 22 s으헬s2006-02-27 23:30:35 초대박 슬프군요 ㅡ ㅜ 23 버거선인2006-02-27 23:30:45 음 너무나도 충격이군여 마지막까지 건필하시길!!!!! 24 매너모드2006-02-27 23:33:19 결국엔 스콜이 자드키엘의 아빠인거죠 -_- 너무 감동적인 스토리에 어울리지 않는 리플 ㅡㅡ;; 스콜 曰 : 아임 유어 파더 ㅋㅋㅋ 25 Homeros2006-02-27 23:34:31 작가님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소피아를 슥삭~! 하셨나요. 26 αγιοs2006-02-27 23:34:47 크윽 잠을 자지 않고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0^ 27 빙시(氷矢)2006-02-27 23:40:52 헉. 그래서 그녀가 스콜을 치료해줬던거구나;; 맙소사... 그래서 계획을 완성한다고 했고. 28 까망울보2006-02-27 23:47:30 소피아 살려주세요....ㅜㅜ 너무 가슴 아파요.....ㅠㅠ 55년의 기다림이 너무 안타깝네요...ㅠㅠ 29 질라르디노2006-02-27 23:49:07 ㅜㅜ 작가님 너무 해요!!! 어찌 스콜을 자기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는 놈으로 만드는 겁니까ㅜㅜ 실수는 한번으로 족한데... 근데 발드르는 미스텔테인에게 죽었지 않아요?? 여하튼 소피아 살려내세욧!!! 30 Sangel22006-02-27 23:52:37 흑흑 소피아가 엠블라엿다니!! 이럴수가 스콜 드디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두둥!! 열 셋의 검은 깃털 -0-! 하얀 깃털보다 검은 깃털이 왜 더 마음에 드는지.. 아~ 마지막에는 스콜과 소피아가 길고 긴 기다리에 끝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다음편을,...-_- 31 질라르디노2006-02-27 23:56:05 암튼 제가 판타지소설 읽으면서 운적은 처음이네요... 정말 이거 출판되면 대박날겁니다... 32 銀夢2006-02-27 23:58:48 발드르는..신화속에서도 부활하죠... 미카엘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천산데.. 아스크에서는...재수만빵 33 akafubu2006-02-28 00:15:10 음.. 34 산길2006-02-28 00:15:10 아아...결국 이렇게 되는군요-_ㅠ흑 작가님......미워요!!!!(...응?) 35 들아탈수2006-02-28 00:16:39 ..................누가 없어지는 것을 본 거 같은 기분이..... 음.. 역시 기분 탓인듯.. 36 독일건달2006-02-28 00:19:50 소피아 대신 스콜을 죽이고 소피아 살려주세여 헉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37 캘시퍼2006-02-28 00:36:20 소피아가 왜 그리 말이 많은건지 알 수 있게되어서 기쁘다는 ^^; 정말 끝까지 멋진 작품이네요. 스토리도 느낌도.. 좋아하던 작품중에서도 끝까지 괜찮았던건 정말정말 몇편 안 되는데. 이상혁님의 '하르마탄' 만큼이나, (개인적으로 초강추하는 작품이죠) 김백호님의 '아스크'가 인상적이랍니다. 보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는.. 오죽하면 준비하는 셤이 D-6인데도, 아스크땜에 꼭 한번은 접속한다는 마지막 한편.. 눈물을 머금고.. 기다리겠습니다. T^T 38 一劍破天2006-02-28 00:36:42 소피아를 죽이시다니이이이이~~ 차라리 저를 죽이시죠!!! 39 Huses2006-02-28 00:43:53 크아악 안습크리다1!!!!!!!!!!!!!!!!!!!!!!1!!!!111 40 마술전기염2006-02-28 01:01:40 헉, 이렇게 되다니... 아쉽군요. 소피아는 소멸하는 겁니까? 저런... 41 고등과학2006-02-28 01:01:42 ㅠㅠ 42 드라카2006-02-28 01:02:01 과연 스콜은 진짜 루시퍼 인것인가? 단순히 카피라고 하기엔 너무 강하다..... 강하다는걸 떠나서 13쌍의 날개.... 아 진짜 루시퍼가 등장할지 너무 궁금하네요... 43 극성2006-02-28 01:03:28 루시퍼가 부활한건 기쁜데 소피아가 소멸한건 좀 슬프네요 ㅠㅠ 44 곰턍이2006-02-28 01:08:41 우오오오오오~~~+ㅁ+ 거어어어어언 피이이이이일~~ 45 조은세상。2006-02-28 01:44:21 황혼을 쫒는 늑대라.. 항상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운명인가 ; 슬프네요 46 화랑(花郞)2006-02-28 01:52:43 너무 감동적이네요... 소피아랑 다시 연결 안되나요..?ㅠ 47 CVZ2006-02-28 02:55:09 스콜에게 황혼이란 천국에서 엠블라와 다시 만나는거 아니었나..미카엘 때려죽이고 천국에서 다시 소피아와의 재회... 같이 황혼을 보자는 약속도 지키고 딱이네.. 일단 내가 기대하는 해피엔딩~ 48 The[劍]2006-02-28 08:00:39 소피아는 내가 지킨다 두둥(어이~) 멋진 마무리 부탁 드립니다^^ 건필하세요 49 黑月影2006-02-28 09:49:41 너무 감동적입니다..소피아좀 살려주세요.. 50 쾌감조루2006-02-28 09:51:46 소피아 너무 불쌍하네요.. 51 카이혼2006-02-28 10:05:24 커헉!! 설마...작가님이 분명소피아는 행복해 진다고 했다고요!!!믿습니다! 52 Σ비호란™2006-02-28 10:11:31 아... 슬프다. 53 카이렌2006-02-28 12:36:27 아.. 어제 일이 있어서 못 보고 오늘 보는건데.. 소피아... 죽었군요... 잘 보고 갑니다. 아.. 안습... 54 소검무제2006-02-28 13:03:59 이제 대망의 마지막을 향해서..고고고 55 칼로쓰는글2006-02-28 14:18:46 오~루시퍼는 12인데 하나 많은 13... 근데 양쪽으로 6개씩 6쌍으로 존재하는건 이해가는데 나머지 하나는 어디에... 설마..짝짝이.. 56 데스카2006-02-28 17:02:06 루시퍼가 날개 13개에요. 미카엘이 12개이고요. 고무판 캠페인 : 상대방의 의견은 자신과 다릅니다. 틀린 게 아닙니다. name pass 우리말 배움터 [목록보기] 윗 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完結 [136]김백호 아랫글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94화 [65]김백호 Copyright 1999-2006 Zeroboard / skin by GO! 武林 판타지 이 곳은 GO! 武林 판타지입니다. http://www.gomufan.com/ =+=+=+=+=+=+=+=+=+=+=+=+=+=+=+=+=+=+=+=+=+=+NovelExtra(novel@quickskill.com)=+= 이 작품의 장르는 판타지 입니다. [로그인] [목록보기] [이전] [다음]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글쓴이 김백호 글쓴날 2006-02-28 04:24:40 고친날 2006-02-28 04:24:40 읽은수 833 [ 10 K ] 제목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完結 글보기 화면설정 댓글 부분으로 고치기 지우기 소피아가 죽었다. 그녀가 죽었다. 스콜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준 그녀에게 그는 1분의 보답도, 1초의 보답도 해주지 못했다. 그런 어리석은 남자에게 그녀는 말할 것이다. "괜찮아요. 오라버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피아는 행복했어요." 그녀의 마음, 미소 뒤에 가려져있던 그녀의 진심을 알기에 스콜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눈부신 황혼 같은 그녀를 곁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더 이상 잃은 건 없었다.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그의 눈동자에 들어온 한 줄기 희망이라고 해봐야 어리석은 스스로에게 복수, 그리고 여명을 쫓는 늑대 하티의 죽음, 그것만이 전부였다. "너는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눈물을 떨어뜨리며 이 말만을 가슴속 깊이 되새길 뿐이다. 남은 건 이것밖에 없다. 미카엘은 천천히 일어서는 스콜의 모습을 보며 기겁을 하고 있었다. 열 셋의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는 자, 가련한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는 자, 잔혹하리만큼 아름다운 루시퍼의 모습이었다. "루, 루시퍼!" 빛의 신 발드르보다 강했다고 알려진 치천사, 성스럽게 불타오른다는 뜻을 가진 트라스아기온 세라핌, 지옥의 절대자 루시퍼가 눈앞에 있었다. 그자가 울고 있었다. "네, 네 녀석이 어떻게?" 존댓말을 할 여유를 잃어버린 미카엘, 스콜이 루시퍼의 인형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던 그로서는 열 셋의 날개를 보고 그를 루시퍼라고 단정했다. 아니, 슬픔의 분노로 심장에 있던 루시퍼의 사슬이 끊어진 이상 그는 이미 루시퍼나 다름없었다. "널 죽이고, 나 스스로도 멸하겠다." 그녀를 쫓는다. 지옥의 끝까지라도 쫓겠다고 했던 그녀의 마음을 이젠 되돌려줄 때였다. 스콜은 미카엘의 질문에 답을 하기보다는 그 강렬한 의지만을 되뇌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스콜이 미카엘을 직시했다. 그 어떤 위협도 없었다. 그 어떤 카르마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직시하는 눈동자였다. 그저 노려볼 뿐이었는데도 미카엘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강식의 최우선 정의, 눈빛만으로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지금 미카엘은 개구리나 마찬가지였으며 스콜은 그 개구리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는 한 마리의 구렁이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만이 진정으로 누릴 수 있는 자연계의 첫 번째 원칙, 직시하는 눈동자, 이것이 바로 루시퍼의 첫 번째 기술이었다. "우, 움직여지지가, 움직여지지가 않잖아!"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어서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미카엘에게 스콜은 천천히 다가서고 있었다. 그의 걸음걸이, 그의 숨결은 너무도 아파보였다. 지독한 전장이 되어버린 발드르의 신전과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았다. "분노가 깃든 칼날은 아기의 숨결마저 벤다." 스콜이 지금 걸어가면서 외치는 말은 바로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의 최종오의에서나 들을 수 있는 주문이었다. "무, 무슨!" "통곡으로 물든 황혼에서 깨어난 칼의 조각이여." 그 말과 함께 스콜은 움직이지 못하는 미카엘 앞으로 가선 미스텔테인을 치켜들었다. "숙명의 사슬마저 깨부수고 거짓된 태양을 멸하리라." 전율의 검술 아슈켈론의 최종오의, 그 주문은 어쩌면 미카엘, 즉 하티를 향해서 달려온 자신의 얘기이기도 했다. 분노가 깃든 칼날이란 정의롭지 못한, 사리사욕으로 가득한 투쟁심을 뜻했다. 그러한 마음은 아기의 숨결, 즉 아무런 죄도 없는 이의 목숨을 취할지도 모른다는 경고였다. 그는 여기까지 오면서 엘프들을 죽였다. 그 전에는 노예 소녀들을 죽였다. 그전엔 비엘가르드평원에서 사백에 달하는 기사들을 죽였다. 그전엔 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인간들을 도살했다. '나는 정의가 아니다.' 그러나 다음 문장을 보며 그러한 악일지라도 슬픔은 안다는 대목이 나온다. 통곡으로 물든 황혼에서 깨어난 칼의 조각이란 결국 그녀를 잃어버리고, 눈물에서 태어난 지독한 복수심만이 남아있다는 걸 뜻했다. 이제 숙명의 사슬, 즉 절대 죽여서는 안 되는 태양 같은 존재마저 그 마음으로 베어버리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 의해서 태양은 거짓이 되는 것이다. "죽을 준비는 되었나?" 차분하게 묻는 스콜, 보는 사람마저도 가슴이 아릴 정도의 눈물이 맺혀있는 그의 눈빛을 피하려했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미카엘은 고개를 저으려 했다. "이익!" 움직이려고 발악을 하고 있는 미카엘의 앞에 스콜은 거대한 미스텔테인으로 그의 한쪽 눈을 겨냥했다. 천천히 찔러 들어가서 미카엘의 눈동자에 박아 넣는다. "크아악!" 그토록 원하던 복수, 미카엘의 눈알 하나를 금세 도려내버린 그는 지금 상황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게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허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던 그는 미스텔테인을 신전의 바닥에 떨어뜨려버렸다. 대신 한손을 천천히 뻗어서 미카엘의 오른쪽 어깨를 매만졌다. "비, 빌어먹을! 그래, 죽여라! 어서 죽여라!" 한쪽 눈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미카엘은 이를 갈며 죽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어깨를 짚었던 손에 힘을 가하는 스콜이었다. "크으윽! 젠장!" "걱정마라. 쉽게는 죽이지 않는다." 미카엘의 어깨뼈가 스콜의 아귀힘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어깨가 함몰되어서 축 늘어져버린 한 팔을 유심히 지켜본 스콜은 천천히 눈물을 지웠다. "이것으로 어깨뼈가 부서졌다. 부서진 어깨 따위는 필요 없겠지?" 불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스콜은 왼팔을 뻗어 움직이지 못하는 미카엘의 어깻죽지를 붙잡고, 오른팔로는 미카엘의 부서진 어깨를 잡아 그대로 뜯어내버렸다. 드득!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소리를 미카엘의 처절한 비명이 뒤따랐다. 끊어져서 신전의 바닥에 버려진 한팔, 피가 콸콸 쏟아지는 어깨에 미카엘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지금 벌어지는 일이 현실이 아닐 거라고 항변했다. "크윽!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번엔 어디를 뽑아볼까?" 지워진 눈물, 새로 샘솟는 눈물, 그 속에 맺혀있는 복수와 광기, 마치 어린 아이가 작은 곤충의 팔다리를 뽑는 것처럼 진한 호기심이 묻은 말로 미카엘에게 물었다. "이건 어때?" 한 발을 들어서 미카엘의 무릎을 거칠게 차버렸다. '파악'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 뼈가 박살나버린 미카엘은 그대로 신전의 바닥에 쓰러져버렸고, 스콜은 펄럭거리는 날개를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뽑아내기 시작했다. 뿌직! 푸욱! 찌이익! "크아아악! 아아악!" 날개가 있던 미카엘의 등이 떨어진 살점과 진한 핏줄기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부르르 떠는 미카엘을 노려본 스콜은 멀쩡한 한 팔과 남은 다리마저 짓밟아버리며 끊어놓았다. 마치 모든 날개와 팔 다리를 잃어버린 잠자리가 땅바닥에서 넙죽 쓰러져있는 것 같기도 했다. "괴롭나?" "주, 죽여 다오. 부, 부탁이다." 신전의 바닥에 쓰러져있던 미카엘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죽음을 구걸하고 있었다. 그의 아픔, 통증이 얼마나 지독했던지 천공의 대륙 발할라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었다. 그의 힘으로 부유하고 있던 천공의 대륙 발할라가 부들부들 떨더니, 천천히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쪼그려 앉아서 한 발로 미카엘의 머리를 짓밟고 있던 스콜도 더 이상의 괴롭힘은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이제 그만 미카엘의 숨통을 끊어놓으려고 했다. 어서 그를 죽이고, 어리석은 자신도 멸해서 그녀에게 사죄해야 했다. 그녀를 쫓아야 했다. "그래, 죽여주마." 그 말과 함께 그의 손이 잔혹하게 내질러졌다. 뇌가 들은 두개골을 파내려고 내질러진 그의 손가락, 칠흑 같은 어둠으로 물든 타락의 손끝이 눈부신 광명에 의해서 가로막혀버렸다. "그만하게나." 눈부신 빛이 그의 손끝을 막으며 간곡히 부탁해왔다. "누구냐?" 스콜은 자신의 공격을 막아선 존재에게 의구심을 느끼며 되물었다. 인자한 바람이 그의 얼굴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준다. 스콜은 보이지 않는 이 존재가 신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를 살려주게나. 복수보다 용서를 위하는 자는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네." "소중한 것이라고?" 스콜은 신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심장에 있던 모든 사슬이 끊어진 후 스콜은 하늘의 법을 깨달아버렸다. 그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은 그녀, 신조차도 이미 죽은 생명은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윤회조차도 할 수 없게 돼버렸다. 윤회의 증거를 스스로의 입으로 얘기해버린 그녀에게 또 다른 삶은 보장되지 못했다. 그녀의 영혼이 축복을 받을 수 있다면 당장에라도 그만둘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소중한 것이라고? 그녀를 살려줄 수 있단 말이냐?" 스콜의 간곡한 되물음,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유일한 소망이다. 그것이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버릴 수 없는 한낱 희망이었다. "나의 힘은 광명이 존재할 때만 미칠 수 있네. 그녀를 살릴 수는 있지만 그것은 밤이 오기 전까지일 뿐, 단 하루라도 좋다면 그녀를 살려주겠네." "하루라고?" 스콜은 처음엔 신의 조건을 비웃으려했다. 그러나 비웃을 수 없었다. 다시 눈물이 떨어지고야 말았다. 그녀의 말이 떠올라버린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단 하루라도 좋으니 진정으로 사랑받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소망이었다. "하루라도 좋다. 그녀를 살려다오."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미카엘, 그를 죽이는 것보다는 그녀를 다시 만나는 길을 택한 스콜은 추락하는 천공의 대륙에서 눈을 감았다. 이것으로 중간대륙도 평화를 찾았다고 할 수 있었다. 릴리스가 약속을 지킨다면 인간들 사이에 끝없는 투쟁은 계속되겠지만, 어차피 그것은 삶의 증거였다. 더 이상 죄악의 붉은 달 아래 태어난 소녀가 죽는 일은 없다. 그것만으로도 스콜은 만족할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그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익숙한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익숙한 동굴 안이었다. 무릎까지 고인 동굴, 지독한 피비린내만이 진동을 하는 그곳에 평화가 오고 있었다. 그때 자신을 부르는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너무나 그리워했던 그녀의 목소리였다. "오라버니……." 천천히 다시 눈을 뜬 스콜의 눈앞에는 황혼 아래 여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스콜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참으로 못난 모습이었지만, 눈물만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미안해. 널 하루밖에……." 그의 얘기를 듣고, 그녀가 돌아섰다. 미소를 짓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그러니까 오라버니 울지 마세요. 우시면 나쁜 오라버니에요." 이제 그녀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듣고 싶다. 그녀의 손을 잡고 싶다. 그녀를 꼭 끌어안고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스콜은 일어나서 달려갔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아주었다. 그와 그녀의 사이에선 더 이상의 거짓은 없었다. "이 말 꼭 하고 싶었어." "……." "사랑해." 얘기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세상을 살며 단 한번밖에 할 수 없는 말, 그 말을 그녀에게 해주었다. "저도 오라버니를 사랑해요." 그녀에게 진한 키스를 해준 스콜도, 소피아도 눈물을 하염없이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이별을 준비해야만 했다. 이제 다시는 얘기를 나눌 수 없다. 다시는 끌어안을 수 없다. 그러한 생각에 그녀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오라버니, 소녀의 청하나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어떤?" "절 이곳에 묻어주세요." 황혼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비춰지는 눈부신 언덕에 선 그녀가 조심스럽게 부탁을 해왔다. 그녀 나름대로는 최대한 밝게 부탁을 한 것이지만, 그 말을 들은 스콜의 마음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스콜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대답 대신 그녀를 힘껏 부둥켜안아 올렸다. 그리고는 말없이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의구심에 찬 소피아가 그를 나지막이 부른다. "오라버니, 저희는 해가 지면 헤어져야 해요." "그래, 하지만 해가 지지 않으면 우린 헤어지지 않아도 돼." "오라버니……." 그 말뜻을 알기에 소피아는 그를 으스러지도록 꼭 안았고, 스콜은 황혼의 빛줄기를 쫓기 시작했다. 무모하다는 걸 안다. 기껏해야 몇 시간 헤어지는 것을 지연시키는 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껏 그의 얼굴만을 비췄던 황혼이 처음으로 그의 가슴속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는 거였다. "우리 죽는 날까지, 죽는 날까지만 황혼을 쫓자." 단 한번도 짓지 못했던, 그래서 그에게 없었다고 여겨졌던 기쁨에 찬 미소가 지금 서쪽으로 달리는 스콜의 입가에 그려져 있었다. 아스크 -황혼을 쫓는 늑대- 完結 [목록보기] [선호작 추가] [윗글] [아랫글] 완결이라..완결이군...완결이였어...완결...완결이... 결국 완결이 되었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인페르노가 시작되는군요. 인페르노 빠른 시내에 뵐수있으면 좋겠네요. 내일이라든지 오늘이라든지....(퍽) 일주일 후라고 하셨죠..^^ 아스크 끝나니 아쉽네요. 섭섭하고요. 에필로그도 좋아하는데...하하하 에필로그 어떻습니까? 안된다면 할수없고요. 스콜은 이제 죽어라 황혼만 쫒으러 가야겠군요..-_- 다 원인이 스콜이라니..-_- 스콜때문에 부유대륙이 떨어지고.. 자기때문에 떨어졌는데 교묘히 튀는 센스. 쩝..그래도 이제 스콜을 못보니 그것도...하아 졸업식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이때까지 지내던 친하게 지내던친구이랑 헤어져야하는 느낌같은..흐흐흐 그럼..인페르노에서 뵙겠습니다. 솔직히 일주일은 너무 길다고 생각하는데요..^^ 66 화려한시절2006-02-28 11:00:58 소피아가 불쌍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빨리 돌아오세요 67 銀夢2006-02-28 11:11:06 수고하셨습니다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