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 처 : 슈퍼 주니어 팬픽 『SUFIC』 http://cafe.daum.net/SuperJuniorapan * 제 목 : [은혁/동해] 네 날개를 보여줘 * 작 가 : Shoren * E-mail : lee-_-1483@hanmail.net * 등록일 : 2009년 9월 3일 └───────────────────────────┘ * 이 소설은 소장용으로 간직하시길 권장하며, 그 외의 가공이나 변형은 원하지 않습니다. * 원본 파일에 이상이 있을 시,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네 날개를 보여줘 w.shoren 째깍째깍.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는 시계바늘을 노려보던 혁재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현관문을 걸어 잠그며 신발을 벗는 작은 인영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목이 살짝 덮일 정도의 머리카락을 억지로 끌어올려 묶은 꽁지머리에서부터 가늘게 뻗은 두 다리를 말없이 보던 그는 동해가 아무런 인사도 없이 방에 들어서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 동해 앞을 가로막은 혁재가 그의 가녀린 손목을 움켜쥐었다. “이동해.” “놔 줘.” “갑자기 왜 이래.” “내가 뭘.” 인상을 쓰며 손목을 비틀던 동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혁재는 자신을 쏘아보는 눈빛에 담담히 서있다가 그의 손을 끌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동해의 등 뒤에 메어있던 기타가 흔들렸다. 비틀거리는 그를 자리에 앉힌 혁재가 손에 힘을 풀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말해. 혼자서 끙끙거리지 말고.” “그런 거 없어.” “없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한숨을 자주 쉬는건데.” “난 한숨도 내 맘대로 못 쉬어?” 동해는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그의 손에 잡혀있던 손목을 간신히 빼내었다. 간신히 잡혀있던 손목엔 어느 새 붉은 자국이 남아있었다. 다른 손으로 손목을 쓰다듬던 동해의 귓가에 다시 혁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시선 피해.” “피한 적 없어.” “지금도 피하고 있잖아.” “…….” “무슨 일인지 말해. 나한테도 말 못할 일이야?” “…이혁재, 니가 신경 쓸 일 아니야.” 동해의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진 두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주먹을 더욱 세게 움켜쥔 동해는 그 말을 남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석상마냥 자리에 앉아있던 혁재는 문이 닫히는 소리에 천천히 동해의 방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에는 최근 들어 힘들어하는 동해가 보였다. 알고 지낸 지 이제 5년이었고, 이렇게 동거하게 된 지는 어언 2년째였다.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생각하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붙어있던 둘이었는데 그 정도도 파악 못할 리 없었다. 하지만 자꾸 걸리는 건 동해가 제 문제를 혁재에게 숨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겉으론 아닌 척해도 속은 무척 순수한 어린애 같아서 이제껏 그에게 기대었던 동해였다. 그런 그가 어쩐 일인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지 요즘 들어 야윈 얼굴을 볼 때마다 혁재는 마음이 아팠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사랑해, 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혁재는 까닭모르는 침묵을 일주일동안이나 참아왔다. 그리고 오늘, 견디다 못해 그를 앉혀다 놓고 물었건만 그는 오히려 화를 내고 사라졌다. “후우…….” 혁재는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며 부엌으로 걸어갔다. 컵에 찬물을 가득 따라 벌컥 들이킨 혁재는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리쳤다. 아무리해도 응어리진 듯한 기분이 풀리질 않았다. 어질거리는 머리에 손을 짚고 한 손으로 식탁을 잡은 채 버티던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쟁반 위에 밥과 몇가지 반찬을 올려놓았다. 수저와 젓가락까지 완벽히 갖춘 쟁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혁재는 그것을 들고 동해의 방으로 향했다. 상황으로 봐선 빈속일 것이 뻔했다. 혁재는 화를 삭이지 못하고, 밥은 챙겨먹지도 않았을 그의 모습이 떠올라 인상을 찌푸렸다. 노크하려고 들었던 손이 문을 향해 뻗어지려는 찰나, 방문 너머에서 들려온 동해의 목소리에 손은 허공에 뜨고 말았다. “내가, 내가 이 일 그만 두면 되요?” 문틈으로 빠져나온 목소리는 울먹이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동해는 지금 자신의 일을 그만두려 하고 있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대학축제와 라이브카페를 돌며 공연하는 밴드가 좋다고 히죽 웃던 동해의 미소가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무슨 일인 것일까 궁금해진 혁재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리에 멈춰 서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밴드 때리치고 다른 일 할게, 그럼 되는 거냐구요.” 조금은 격앙된 동해의 목소리에 상대방은 무어라 얘기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동해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슬라이드를 닫는 소리가 통화가 끝났음을 알렸다. 혁재는 지금 들어가도 되는 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가 아는 이동해는 자신이 우는 모습이 못생겼다며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몸서리치게 싫어했다. 지금 혁재가 문을 열면, 아마도 그런 동해가 있을 것만 같았다. 찬 문고리를 쥔 채 망설이던 그는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문을 열어젖혔다. “동해야, 저녁…” 혁재는 동해를 바라봄과 동시에 말을 멈추었다. 동해는 그렇게 아끼던 기타를 높이 치켜든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감긴 눈 사이로 흐르는 눈물을 발견한 혁재가 움직이기까지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챙그랑- 바닥으로 추락한 그릇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것이 살을 때리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동해는 놀란 눈으로 한쪽 어깨를 감싸 쥐고 자신을 향해 무너지는 혁재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방보다 괴로운 표정을 짓는 연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혁재!” 바닥에 기타를 내려놓은 동해가 혁재를 부축하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동자가 혁재를 가득 담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얼굴로 눈을 살짝 뜬 혁재가 손을 들어 동해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동해야… 너 저 기타 아끼잖아….” “이…혁재…” “처음 샀을 때, 그렇게 자랑해놓고 왜 부수려고 해….” “……나 이제 밴드 안 해….” “왜,” “힘들어서… 못하겠어….” 동해는 말을 하다 감정이 복받쳤는 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 혁재가 그런 그를 품에 안고 토닥여도 무엇이 그리 서러운 지 눈물만 쏟아내었다. “하기 싫어?” “아니……” “그럼 해.” “못한다니까……” “왜 그러는 데, 말해봐.” 혁재는 울상이 된 얼굴로 눈물을 참는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 작은 입술을 앙 물고 침묵을 지키던 동해가 말한 이유는 이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집안에 가장이 된 그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밴드로 들어오는 수입은 너무 적어서 그의 어머니와 동생이 먹고 살기엔 너무 빠듯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해는 자신이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할 것 같은데 기타를 보면 미련이 남을 것 같아 부수려고 했단다. 그러는 참에 혁재가 뛰어 들어와 기타로 어깨를 맞아가며 막았다고 했다. 말하는 동안에도 몇 번씩 울먹거리는 동해를 달랜 혁재는 이야기가 끝나자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입술을 꾹 다물고 동해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던 그는 손을 천천히 동해의 뒷머리로 옮겼다. 부드러운 손길에 흐트러진 숨을 고르던 동해는 맑은 눈동자로 혁재를 마주보았다.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자 그의 뒷목에 놓여있던 혁재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혁재가 그를 잡아당겼다. 가볍게 닿아 포개지는 입술의 감촉에 두 사람은 눈을 감았다. 혁재는 동해를 끌어안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그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넣었다. 혀로 동해의 고른 치아를 훑은 혁재는 한참 후에야 입술을 떼었다. 천천히 뜬 눈에 촉촉이 젖은 동해의 입술이 보였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동해를 품에 끌어안은 혁재는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동해야, 나랑 결혼하자.” “무슨 소리야, 그게.” “그럼 내가 돈 벌테니까 너는 하고 싶은 거해.” “……혁재야……” 동해는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고 빼꼼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혁재의 눈가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다시 한 번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춘 그가 두 손으로 동해의 얼굴을 감쌌다. 작아서 손 안에 들어오는 얼굴을 보고 있던 혁재는 새어나가는 웃음을 막지 못하고 피식 거렸다. “네 날개는 내가 지켜줄게.” 난 이미 날고 있으니까 내가 네 날개를 지킬게. 그러니까, “네 날개를 펼쳐서 보여줘.” “멍청이…….” 그리고, “사랑해.” 네 날개를 보여줘 Fin. ─────────────────────────────────── 항상 부족한 글을 봐주시는 분들,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 나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