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고등학교에서 생긴 일 1~40 연재기간：2005/12/21~2006/06/25 Written by 히카리천사 01. SM 고등학교,이 학교에는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고 한다.보통 보기에는 수많은 사립 인문계 고등학교와 다를 게 없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학생들의 외모가 전부 보통 이상이다.뜬소문에 의하면,SM 고등학교는 면접을 볼 때 외모가 50%나 좌우한대나 뭐라나.어쨌든,그 외에는 과목도 같고 동아리가 있다는 것도 같은 인문계 고등학교인 SM 고등학교.지금부터,그 안으로 들어가본다. "희철이 혀엉~" 복도에서 뿔테 안경을 쓴 채 책을 읽는 희철을 부르는 윤호.그 소리에 희철이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고갤 돌아본다. "왜 부르고 난리야 정윤호." "얼씨구!부르면 안 되나아~?" "이번에는 꼭 대학을 들어가야 된다고!!" "굳이 들어갈 게 뭐 있나,인기도 많아~전교회장인데 뭐가 아쉬워서." "꼴통인 너야 그런 속 편한 소리만 늘어놓을 수 있겠지.하지만,난 다르다고!이번에 못 들어감 난 집에서 쫓겨나!!!" "......혀엉,나 꼴통 아니야~그리고,쫓겨남 기숙사에서 지냄 되잖아." "난 집이 더 편해." "쳇,까다롭게 스리." 정윤호와 김희철,이들은 같은 동네에서 자란 매우 친한 사이의 소유자들.워낙 어릴 때부터 친했는지라 가끔 장난도 친다.김희철로 말하자면 올해 스물두 살.(1년 휴학)머리는 좋아 전교 10등 안에 드는 수재지만 왜인지 남들 다 가는 대학을 못 가서 현재 삼수생 전교회장이란 꼬리표를 단 비운의 사나이다.그리고,정윤호는 말 그대로 세상 속 편하게 사는 남자.공부와는 담을 쌓은 지는 이미 오래 되었지만 외모(?)덕에 턱걸이로 들어왔다는 소문이 있다.그만큼 그의 외모는 출중했다.게다가 늘씬하고 긴 다리의 소유자였으니...말하자면 그는 희철보다 키가 컸다. "근데 형,그 안경 벗어라~안 어울려." "요새 눈이 좀 나빠져서 그래." "그럼 렌즈 껴." "렌즈는 눈에 안 좋대." ".....예예,알겠습니다요.그럼 돌쇠는 이만 갑니다!자~알 공부하십쇼 마님!" "이게 어디서 마님이래!!!" "메롱~" 혀를 내밀며 약오르며 도망가는 윤호를 쫓다가 이내 포기해 버리는 희철.그래,내가 너 같은 새낄 어쩌겠냐.그렇게 생각하며 희철은 교실로 들어갔다. "야!!F4 등장이다!!" "...빛이 난다 빛이.와우~" 지나가다 누군가의 등장에 호들갑을 떨어대는 남.학.생.들.사실 이 학교는 남녀공학이 아닌 남자고등학교다.어쨌든,지금 이 남학생들이 말하는 F4는 꽃 미남 4명으로 구성된 비공식 클럽이다. 멤버로 말할 것 같으면,우선 윤호와 동갑이자 친구지만 1학년에 복학중인 김재중,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플레이보이 기질이 다분한 박유천,유천과 동갑이며 소위 동안이라 불리는 외모를 지녔으며 애교 많은 이동해,마지막으로 무표정일 땐 그저 그래 보이지만 웃으면 일명 살인보조개로 학생들 반을 실신시켜놓는다는 소문의 소유자 박정수.이렇게 꽃 미남이라 불리는 4명으로 구성된 F4였던 것이다. "재중이 형,매점 가자!" 유천이 꽃 미소를 날리며 재중에게 말한다.그러나,재중은 유천의 말에 있는 속사정을 알고 있었다. "너 혼자 가 이 자식아,괜한 사람 끌어들이지 말고..그치 정수 형?" "맞아,너 또 김준수 보러 가는 거잖아." 희철과 같은 삼수생 동기인 박정수.그도 공부는 그럭저럭 하는 수준이지만 삼수생 한번 해 보고 싶다면서 일부러 시험을 망쳐 삼수생이 된 케이스다..희철과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이기도 한 그는 희철이 1년 휴학하자 자기도 따라 같이 휴학했다.워낙 특이해서 별명이 이특이다.대략, 이 특이한 놈의 줄임말 이라고 할 수 있다. "뭐 어때!내가 걜 보러 가던 말던!" ".....말을 말자 말을...뭐,지금이 점심시간이니까 널 왜 말리겠냐.안 그래 재중아?" "맞아." "참,다들 왜 그래.유천이가 무슨 나쁜 의도로 보러 가는 것도 아니잖아~헤헤." 항상 입에 미소를 달고 다니는 동해가 말을 한다.그런데,유천이 눈을 번뜩인다..나쁜 의도?니가 말하는 그 나쁜 의도가 뭐냐.. "...동해야,니가 말하는 나쁜 의도가 뭐야?" "덮치는 거." "덮치는 게 뭔지나 알어?" "키스하는 거." ........그래,이래야 이동해지.유천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 매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버린다. "어서 오세...또 너냐?" 교내 매점 담당자인 김준수. 그는 유천과 동갑내기지만 조기입학으로 인해 일찍 졸업한 케이스다.성적도 좋아서 대학을 진학할 수도 있었으나 집이 가난해서 대학을 포기하고 대신 교내 매점을 담당하게 되었다.요 근래 계속 보는 유천의 얼굴에 준수의 얼굴이 찌푸려진다.저 자식,또 무슨 속셈으로.. "왜 왔니?" "에이~매점 오빠!왜 이러세요!" 자기 특유의 능글맞은 말투와 웃음으로 준수에게 슬쩍 다가오는 유천.준수는 더욱 인상을 찌푸리면서 뒤로 물러섰다.우웩,느끼해. "너 왜 이래?이런다고 내가 과자 값 깎아주는 줄 알어?매상 안 올려줄 거면 저리 가!" "쳇,웃기고 있네.매상의 20%는 다 잘나신 교장한테 가는 거잖아." "그,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런 생고생을 뭐 하러 하냐고요." "먹고 살아야지." "그래,내가 오늘은 특별히 사 줄게.스크류바 두 개!어때?이 정도면 짭짤하지?" "....이 추운 날에 그게 먹고 싶냐?지금 가을이야.너 배탈나고 싶어?" "와~걱정해주는 거야?" "........장염 걸려라." 저주하는 듯한 멘트를 날리며 스크류바 두 개를 꺼내 유천의 앞에 내놓는 준수.그러자 유천이 싱긋 웃으며 천원을 내민다. "이따 봐~" "장염 걸려서 아예 오지 마!" "죽기 전에라도 올 거야~걱정 마 매점오빠♡" 끝까지 웃으면서 가는 유천.그래,저 자식이 원래 저렇지 뭐. "내일 전학생 온다네?" "맞아,교장이 걔 보자마자 전학오라 그랬대!하여간 우리 교장은 알아줘야 돼!" "잘생겼겠지?" "야!우리 교장이 누구냐!외모가 잘 빠지면 성적 개떡이래도 무조건 OK 시키는 인간 아냐!" "참,아무리 그래도 다른 학교 학생까지 데려오냐?교장 참 악질이다." "그냥 신경 쓰지 말자.좀 있음 점심시간 끝난다.들어가자." 복도에서 내일 올 전학생에 대해 수군거리는 남학생들.이 소릴 창민이 우연히 듣게 된다. "전학생?" 심창민,그는 입학하여 중간고사를 보자마자 희철을 밀어내고 전교 3등에 오른 1학년 대표 전교부회장이다.머리는 억수로 좋은데다 먹성은 또 끝내준다.그것 때문에 매점 단골 손님 리스트에 오른 한 사람이기도 하다.(유천도 리스트에 포함.) "안 들어가고 뭐해?" 누군가 창민의 등을 툭 치면서 말한다.뒤를 돌아보니 2학년 대표 전교부회장인 려욱이었다. "어?려욱아!낼 전학생 온대!" "아아,나도 희철이 형한테 들었어." "어떤 사람일까?" 창민이 려욱에게 반말을 쓰는 이유?사실,려욱은 조기 입학했다.거기다 창민과는 꽤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지냈다. "5분 있음 수업 종 쳐,모범생 창민 군께서 수업에 늦으셔야 되겠어?" "하하,그래.갈게~" 생긋 웃으며 교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는 창민.려욱도 곧 교실 쪽으로 내려간다. 02. 하교길,대 부분의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대부분 기숙사 쪽으로 간다.그러나 희철은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한다.제 말로는 집이 더 편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비밀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이다. 기숙사에서 지내는 유천은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기다 갑자기 멈춰 서서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짓더니 가방 안에 든 러브레터들을 들고 매점으로 향한다.이 러브레터들로 말할 것 같으면,옆 학교 여학생들이 아침마다 아무도 모르게 이 학교로 잠입해 유천의 사물함에 몰래 집어넣는다는 그 유명한 러브레터들이다.유천은 그 러브레터들을 들고 매점에 도착한다. "어서 오.....야,너 또 왔냐?!" "나 오늘도 러브레터 받았어~~" 러브레터들을 흔들어 보이며 말하는 유천.그러나 준수는 무관심한 듯.그래,너 인기 많다.쳇..무표정인 준수를 보고 유천은 놀라는 척을 한다. "어어~?왜 무표정이야?" "왜,그럼 내가 무슨 표정을 지어주길 바라냐?" "나안~질투할 줄 알았는데~" "........야!!!" 저 자식이 진짜!!!주먹을 쥐려다 겨우 화를 가라앉히는 준수.유천은 재밌다는 듯이 웃어댄다. "와하하하하!!그렇게 화낼 것까진 없잖아~너무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고 하지마~그럼 병 난대!!!" "절대 안 나니까 걱정 마시고 가!" "헤헤,나 갈게 매점오빠!" "그렇게 부르지 마!" "하하하하!!" 오늘도 유천한테 한 방 먹은 준수. 손을 세차게 흔들며 가는 유천을 보고 한숨을 쉰다.하아,하느님..세월이 빨리 흐르게 해서 쟤 좀 일찍 졸업시켜주세요. "개새끼들...존나 드럽게 쓰네.." 청소당번이었던 종운은 남아서 교실을 싹 깨끗이 청소하고 가야 했다.그러나,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내가 이 반에 배정된 걸 저주해야지 어쩌겠어.자기 신세한탄을 하며 빗자루로 과자봉지 등 잡다한 쓰레기들을 쓰는 종운.그 때,끝났는지 영운이 종운의 반에 들어온다. "야!김종운!" 영운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며 영운 쪽을 쳐다보는 종운.짜식,멋지다.잠깐 넋을 놓고 영운을 쳐다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는 종운.이런 망할... "청소해?" "어,이번 주 청소당번이 나라서 말야." "혼자 하는데 안 힘들어." "에휴,지금 막 시작했어." "내가 도와줄까?" "됐네요,먼저 들어가세요." "왜 그러셔~도와준다니까!" 기어이 도와주겠다며 교실 안으로 들어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꺼내 들며 싱글벙글 웃는 영운의 모습에 종운은 미칠 지경이다.제기랄,내가 어쩌다 친구란 자식을 짝사랑하게 되었는지....하여튼 이놈의 심장이란....그러나 폐가 되는 것도 아니기에 종운은 못 이기는 척 하며 영운과 함께 교실청소를 했다.혼자 하는 것보단 역시 둘이 하는 게 낫다.30분도 안되어서 금방 끝난 교실청소. "야!끝났다!가자 종운아!" "그래.." 방금 가방을 멘 종운의 어깨에 팔을 걸치는 영운.그러자 종운은 흠칫하며 놀란다.얼굴까지 빨개졌다.그런 종운의 모습에 영운은 웃음이 나온다. "짜식,쑥쓰럼 타는 거냐?하하하..." "아,아니거든!!" "얼씨구,거짓말까지..하튼,빨리 가자!" "그래,배고프다!!" 그렇게 서로 웃으며 복도를 걷는 영운과 종운.그래,짝사랑이면 뭐 어떠냐..이렇게 같이 있는 것도 축복이라 생각해야지. "다녀왔습니다." "어,그래.별 일 없었지?" "당연하지,내가 누구 아들이야.엄마아빠 아들이지~아빤?" "늦게 오신댄다." "...아아.." "렌즈 안 불편해?집에 왔으니까 빼." "알았어요 알았어~" 집에 도착한 희철은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은 후 거울 앞으로 간다.뿔테를 벗은 후 왼쪽 눈의 컬러렌즈를 뺀다. 그러자 에메랄드 빛의 초록색의 왼쪽 눈이 드러난다. 희철은 오드아이(odd eyes)였던 것이다. "그래,앞으로도 상납 꼬박꼬박 해라.알긋냐?" "예,예!!!" "가라." 양아치로 보이는 상급생에게 돈을 뺏긴 1학년들은 부랴부랴 도망간다.삥을 뜯은 양아치는 돈에 침까지 묻혀 세며 피식피식 웃어댄다.그런데,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고..무언가가 파리채로 양아치의 머리를 강타한다.그리고 빼액 소릴 질러댄다. "으이그!!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줄 알았어!!야!!!이 인간 말종아!!너 언제까지 그 딴 식으로 인생 살 거냐?어?!" "아야야,씨발..왜 때려 김준수!" "얼씨구?이젠 큰소리까지.넌 더 맞아야 돼!" "악!아야야!아야!앗!으악!" 철썩거리는 소리와 함께 준수에게 맞으며 아야 거리는 양아치.아까 그 건들거리던 양아치가 맞나 싶다. "하여튼 이혁재 너 때문에..너 언제까지 그렇게 하급생들 삥 뜯으면서 살 거야..응?" "먹을 거 살 돈 없잖아..니가 하도 매상이니 뭐니 하니까.." "그렇다고 하급생들 돈 뜯니?그 돈으로 내 매점에서 뭐 사 먹을 거면 너한테 안 팔 거야!" "야!너 너무했다!친구끼리!" "친구는 무슨,양아치 주제에..." "니가 더 나빴어!!친구끼리 돈까지 내냐?" "......더 맞을려?" "아뇨!!하하하하하!!!!" 뒷짐을 진 또 다른 한 손을 보이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하는 준수.그 손에는 야구방망이가 들려있었다.혁재는 바로 기겁하였다.내,내가 저걸로 맞았다간....꺅!!!!상상하기도 싫다!! 김준수 진짜 나빴어!! "그래!내가 더 이상 양아치 짓 안 할게!!" "그래?그럼 그 댓가로 너한텐 특별히 30% 세일해서 팔게." "..........쳇,삐뚤어질 테다." "...그래,무상제공 해 줄게.됐냐?" "응!고마워 친구야♡" "흥!" 무상제공이란 말에 실실 웃으며 준수에게 달라붙는 혁재.준수는 콧방귀를 뀌며 고갤 휙 돌린다.짜식,공짜에 환장 했구만.. "친구야!진짜 고마워!베리베리 땡큐!" "영어 쓰지마 짜샤." "왜애~나 들어간다!" "그래,잘 들어가라." 기숙사 쪽으로 들어가는 혁재를 보며 준수는 미소를 짓는다.그래도 친구라곤 저 녀석 뿐이니.. 다음 날,그 전학생이 2-1반으로 전학 온다는 소식에 2-1반 학생들은 몰려서 수군거렸다. 그러자,반장인 려욱이 그들을 제재한다. "조용히 해!좀 있음 자습시간이야!다들 자리에 앉어!!" 그러자 학생들은 슬쩍 려욱을 째려보며 자리에 앉는다.려욱이 자기들보다 나이가 한 살 어리다 보니까 은근히 못마땅해했다. "저게 반장 뽑아줬더니 더 기어오르고 있어." "맞아." "니들 시끄러!!수군거리지 마!" 인상을 찌푸리며 동해가 빼액 소리를 지른다.잠시 후,종이 울렸고 담임이 들어왔다. "전체 차렷!경례!" "안녕하세요!" "그래,오늘 전학생이 온다는 건 다들 알고들 있겠지?" "예~" "자,들어오너라." 담임의 말에,문이 열리고 한 남학생이 들어온다.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이었으며,매우 잘생긴 외모를 지닌 남학생이었다.교단 앞에 멈춰선 남학생의 모습에 모두 수군거린다. "야,진짜 잘생겼다." "저렇게 잘생긴 새낀 첨이다." "다들 조용히 하고!!학생,자기소개 하도록." 그러자 남학생은 약간 입 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더니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자기소개를 한다. "안녕하세요,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하게 된 최시원이라고 합니다.전 구정고등학교에서 왔습니다.그럼,잘 부탁 드립니다.소갠 이만하면 됐죠 선생님?" "그래,저기 동해 옆에 앉거라." "네." 고갤 끄덕이곤 동해 옆에 턱 하니 앉는 시원.자신의 옆에 시원이 앉자 동해는 힐끔 쳐다본다.와,디게 잘생겼네.하지만 뭐,혁재보단 못해.히히히히히...그런데 낌새를 챘는지 시원이 동해 쪽을 쳐다보다 동핸 화들짝 놀란다. "뭐야?" "아,아,안녕~난..이동해 라고 해.앞으로 잘 부탁해." "반장은 이따 점심시간에 전학생 학교 안내 좀 해 줘라.알겠나?" "예." 애써 웃으며 손을 내미는 동해.담임은 나갔고,또 다시 떠드는 학생들을 저지하는 려욱.시원은 잠시 동안 동해를 쳐다보다 피식 웃는다.그러자 흠칫 놀라는 동해. ".....?" "그래?잘 부탁해.근데,그렇게 생겼으니 사내자식들이 따먹기 쉽겠네." "뭐,뭐어?!" "따 먹히지 않도록 조심해,알다시피 요즘 세상이 좀 무섭냐?하하하하.." "이,이 자식...너 말 다했어?!" 그러나 동해의 말은 싸그리 씹어버린다.뭐,뭐 저딴 싸가지 없는 자식이 전학을 왔어!! 03. 그 후,쉬는 시간에 동해는 재중의 교실로 올라가 울고불고했다.얘기의 주제는 시원의 싸가지 없는 말투들. "이잉!!완전 싸가지야 싸가지!! 흐잉...형,근데..따 먹힌다는 게 뭐야?" "..............뭐?" 순간,골 때린다는 단어가 재중의 머릴 왔다 갔다 한다.아무리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놈이라지만...이러다가 그 순진한 마음에 상처를 쉽게 입음 어쩌나...걱정도 된다. "...그런 건 몰라도 돼~" "히잉.." "이따 점심시간에 춤 연습 있는 거 알지?연습실로 와.알았지?" "응!히히.." 연습이란 말에 실실 웃는 동해를 보고 재중은 픽 웃는다.보나마나 이혁재 그 자식 볼 수 있어서겠지. "저기가 컴퓨터실이야.별관에 있어.별관에 있는 것을 더 말 하자면 도서실,미술실,음악실,과학실,가정실습실 등이 있어.좀 멀리 있어서 시간에 맞춰 잘 가야 할 거야.알겠지?" 한편,려욱은 담임의 분부대로 시원에게 학교 안내를 충실히 해 주고 있었다.그러나 정작 본인은 관심도 없다는 듯 계속 딴짓 중.그러자 려욱인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시원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좀 들어줄래?선생님 분부로 지금 내가 학교 안내 해 주는 건데...이렇게 사람 성의 무시하면 안 되는 거 아냐?" "그랬냐?미안.쿡.." 뭐,뭐 저 딴 자식이 다 있어..참자.려욱은 부들부들 떨며 애써 화를 가라앉혔다 "아!애들 말 들어보니까..너 조기입학이래매?" ".........그게 뭐." "왜 이렇게 까부냐 이거지~" "...까부는 건 너야,그리고 난 반장이야." "아하,그러셔?그런데 난 니가 반장으로 안 보여.어떡하면 좋니~?하하하하하!!!" 려욱,완전 어이 상실했다.그 때,빵을 입에 문 채 걸어가던 창민이 려욱을 발견하고 뛰어온다. "응?려욱아!" "..아,창민아.안녕..." "..누구?" "전학생." "아아..나 갈게." "그,그래...." 이내 가 버리는 창민을 보며 려욱은 약간 허탈함을 느꼈다.지나가던 창민을 보던 시원은 려욱에게 묻는다. "쟨 왜 저렇게 키가 크냐?" "전교에서 가장 크다고 보면 될 거야.1학년이고,나랑 같은 전교부회장이야." "...쳇,너 전교부회장이었냐?" ".....이 정도로 끝낼게,나머진 니가 알아서 찾아가든지 어쩌든지 해.다신 너 같은 놈 학교 안내는 안 해줄 거니까." "누가 해 달랬나요?" "...........들어가자,수업 종 치겠다." 화를 삭히며 억눌린 말투로 말하며 교실 쪽으로 향하는 려욱.풋,화 참을라는 거 다 티 나네.비웃는 표정으로 려욱의 뒤를 따라가는 시원이었다. 수업시간,윤호는 어느새 꿈나라로 가 버렸다.윤호의 짝꿍인 성민은 어이없어 코웃음만 나올 뿐이었다.와,지금 수업시간에 잠자는 인간 너밖에 없다 이 자식아.성민은 그래도 깨워야겠단 생각에 샤프로 윤호의 등을 쿡쿡 찌른다.그러나 요지부동.이 새끼 완전 곰이구만?! "으씨.." 이번엔 볼펜,이번엔 커터칼,이번엔 스카치 테이프를 볼에 붙였다 떼 본다.아무 소용 없다. 지금이 겨울이냐!!겨울잠 자게!!!결국,성민은 컴퍼스를 꺼내 윤호의 손등을 꾸욱 찌른다.그러자 피가 좀 나오기 시작했고 따끔한 고통에 일어나는 윤호. "씨발!!!어떤 새끼야!!!!!!!!!" 것도 하필이면 욕질을 하면서 일어났으니..시선집중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어느새 성민은 나는 모른다는 듯이 시선을 딴 곳에 두었고 갑작스런 시선들에 윤호는 뻘쭘하다.게다가,오늘은 수학시간이었다. "정윤호 이 자식!!복도에서 손 들고 무릎 꿇고 있어!!!" ....이성민,너 점심시간 때 보자. "안녕하세요~" "으유,창민이 또 왔어?" "치토스 주세요오~" 매일 오는 창민이지만 유천을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게 대하는 준수.사지도 않을 거면서 자꾸 능글맞은 말투로 귀찮게 대하는 유천과는 달리 매일 꾸준히 사 가면서 거기다 살갑게 애교 섞인 말투를 쓰는 창민에게는 매우 관대했다.그래서 때론 깎아주기도 한다. "그래,줄게.또 뭐 줄까?" "그냥,형이 주고 싶은 거요~" 거기다 꼬박꼬박 존댓말이니..어찌 귀여워하지 않으랴..준수는 미소를 지으며 캔음료 하나를 건네준다. "서비스." "정말요?헤헤,고마워요 형." "이 정도 쯤이야 뭐.자주 와." "여기 과자 값이요." "응,그래.잘 가 창민아~" 손을 흔들며 창민을 보내는 준수.그런데 그 광경을 오던 유천이 보고 말았다.얼레?저게 시방 뭐 하는 것이여?!유천은 빠른 속도로 준수 앞에 멈춰 섰다.깜짝 놀란 준수. "앗!뭐야!" "나한텐 쌀쌀맞게 대하면서,왜 창민이한텐 친절하게 대해주는 거야~!이건 차별이야!!엄연히 서방이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이런 경우가 어딨어 어딨어 어딨어~" "여깄다,그리고 니가 내 서방이라고?이게 날이 가면 갈수록 자꾸 기어오르냐 어째?!" 주먹을 위로 들어 보이며 때릴 기세를 하는 준수.유천은 순간 움찔한다.으아,내가 박유천 땜에 못 산다 진짜... "서방 때릴 거야?" ".....말을 말자 말을!!가!너 밴드 연습 있다며!!!" "아하!그랬지!" ....잘도 까먹는구나.쯧쯧 거리며 유천을 흘겨보는 준수.머릴 긁적이다가 준수를 쳐다보는 유천. "그럼 나 갈게 매점오빠." "........빨리 가라 제발." "..아!깜빡 잊을 뻔했네!!" 또 뭘 까먹은 거냐?!완전 어이 상실한 준수.그러나 유천은 싱글벙글 미소를 짓는다. "나 매점오빠한테 선물 줄 거 있어~" 얼씨구,웬일이냐?픽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꺼내려는 준수.그런데,말을 꺼내기도 전에 유천이 준수의 얼굴을 끌어당겨 키스를 한다. ..........선물이 이거였냐!!!!!!! "읍!" 당황한 마음에 주먹으로 유천의 가슴을 세게 때리지만 소용없었다.이윽고,준수에게는 매우 낯선 느낌이 시작되었다.유천이 혀를 집어넣자 눈이 동그래지는 준수.지,지금 뭐 하는 거야!!!!키스할 때..왜 혀까지!!!!!!! "읍!으읍!!!" 학생들이 도와주길 빌었으나 다들 보고 지나칠 뿐이다.하여간 남고라서 문제라니까!!그러나 이젠 이런 생각할 정신도 없다.유천이 혀를 이리저리 움직여 준수의 혼을 쏙 빼 놓았기 때문이었다. 한 10분은 넘어서야 키스는 끝났다.유천은 흐뭇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고 준수는 한껏 벙 쪄있는 표정으로 유천을 쳐다본다. "너,너,너어..!!!" "선물 잘 먹었지?나 갈게~" "머,먹어?!먹은 건 너잖아 이 개새꺄!!!" 소릴 꽥 지르는 준수.유천은 손을 한번 가볍게 흔들어준 후 별관으로 향한다.훗,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너 한번만 더 그러면 알아서 해!!" "그럼 졸지를 말든가 이 자식아!!!" "워워,다들 그만해~" 밥을 다 먹은 후,연습실에서 으르렁대고 있는 윤호와 성민.그리고 그들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리는 재중. "씨발,너 땜에 피 난거 안 보이냐?!" "쪼끔밖에 안 났구만!그럼 칼로 그어주리?" "이게 말이 점점!!!" "새끼들아!!그만 하랬지!!!!!!" 참다 못한 재중,결국 소릴 질러버린다.그러자 윤호와 성민 둘 다 놀라 재중을 쳐다 봄으로서 일단 싸움은 마무리.씩씩대며 둘을 번갈아 째려본 후 말하는 재중. "야 이 새끼들아,니들 지금 싸우러 온 거냐?연습하러 온 거잖아!!!니들,한번만 더 이러면 그 땐 당장 엉덩이 발로 까서 여기서 내쫓는다!!" "야,내가 리더.." "리더면 다냐!!!리더란 게 오자마자 시비 걸고 막 지랄해?!응?!" ".........." 워낙 화난 재중의 기세에 윤호는 풀이 죽었다.씨,나만 미워해.김재중 저주할 테다!!그 때,동해가 들어왔고 뒤이어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혁재가 들어왔다. "나 왔어이~히히." "나 왔어." "오오!커플동반!!" "윤호 형!" "에이,장난이야 혁재야~또 싸웠구나?" "어." "하여튼 이래야 이혁재답지,자!일로 와!연습하자.구호에 맞춰서 스텝 밟기다!" 손짓으로 동해와 혁재를 부르는 윤호.그러자 동해와 혁재는 윤호가 손짓으로 지정하는 자리에 각각 섰다.성민이 음악을 틀고 재빨리 자리에 섰고 음악이 흘렀다. "하나,두울,세엣,넷.다섯,여섯,일곱,여덟.자!본격적으로 스텝밟기!원스텝,투스텝.." 그리고 열심히 연습하는 멤버들.이들은 댄스동아리 'Free style' 이었다.리더 윤호를 중심으로 네 명의 멤버들로 구성되었으며,다들 춤 실력이 보통 이상이었다.그들은 춤을 창작한다.뭐,순전히 윤호가 다 창작하는 거였지만.정윤호,그는 춤에 매우 천재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었다. "가슴을 튕기듯이!탁!탁!팔도 오른팔부터 튕겨주고!탁!탁!그리고 다리도 오른쪽부터 튕겨!탁!탁!마지막으로 온몸 튕겨주기!탁!탁!탁!오케이!성민아!음악 꺼라!" 성민이 음악을 끄자 일단 연습은 잠시 중단되었다.다들 주저앉는다.이마에선 벌써 땀들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누구보다 행복했다.춤이 있으니까. "하아,좋다!그치 혁재야~?" "...........친한 척 하지 말랬지.어째 넌 내 말귀를 그렇게 못 알아먹냐?" "헤헤." "흥." "혁재야,이거 먹을래?단 호박 삶은 거야." "풉!!하여간 성민이 형 답다.고마워,잘 먹을게." 무슨 의미로 주는 지도 모르는 혁재는 기꺼이 성민의 삶은 단 호박을 건네 받아 먹었다.성민은 미소 지으며 보온병까지 혁재 쪽으로 민다. "보리차야,먹을 때 체하지 말라고." "오우,서비스!" 웃고 있는 혁재를 보며 동해는 잔뜩 삐져 있었다.사실,성민과 동해는 동시에 혁재를 좋아했다.그런데 혁재는 성민에게만 웃어주는 게 아니꼬와 보였다.쳇,혁재 진~짜 미워!입을 삐죽 내밀며 고갤 돌리는 동해.그 때,연습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순식간에 표정 굳어진 동해.다른 멤버들도 뭔가 하고 고개를 돌렸다. 시원이었다. 04. "저,저,저 자시익...!!" "니가 아까 말했던 싸가지야 동해야?" "응응!맞아 혀엉~쟤야 쟤!히잉!" 칭얼대는 건 재중에게 칭얼대면서 매달리는 건 혁재에게 매달리는 동해.당황한 혁재,인상이 일그러진다.성민은 새초롬하게 동해를 흘겨본다. "야!뭐야!!" "저 자식이야아~~" "아,아,아이 씨!!" 괜히 욕만 해대는 혁재.얼굴은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이런 상황이 재밌는지 피식 비웃는 시원.그리고 다물었던 입을 연다. "혹시...여기가..'Free style' 인가요?" "....맞아,근데..누구야 너?" 냉정한 말투로 묻는 윤호.왜일까,시원의 미소에서 비열함과 거만함이 묻어나 보였던 것은...미간을 찌푸리며 시원을 째려보는 윤호.그러나 시원은 계속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아아,제가 전 학교에서 댄스동아리를 했었는데요.여기 들고 싶어서요.괜찮죠?" "안돼!!윤호 형!쟤 받아주지 마아!!!" 시원의 말에 소릴 빼액 지르는 동해.이젠 재중과 혁재도 시원을 째려보고 있었다.물론,성민은 여전히 동해를 째려보고 있었다.이게 어디서 남이 침 발라 놓은 사람한테... "윤호야,나도 쟤 싫다.받아주지 마." "맞아,저 새끼 왕자병 환자 같아 보여.아,저런 새낀 창고에서 신나게 패줘야 되는데." "그래!혁재야!쟤 패줘!!나한테 심한 말 했어!!!" "............;;;" 동해의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 혁재.하아,너 땜에 미치겠다..잠시 눈을 감고 아무 말도 안 하던 윤호는 한숨을 쉰 후,말을 꺼낸다. "춰 봐,무반주로." 윤호의 말에 시원은 씨익 웃더니 춤을 추기 시작한다.멤버들,입 딱 벌어진다.무표정으로 보고 있는 윤호를 제외한다면 말이다.그리고 잠시 후,시원이 춤을 멈추고 윤호를 바라본다. 여유만만,지금 시원의 심정이 그러했다. "..좋아,들어와라." "안돼애!!!!!" 윤호의 말에 희비교차가 된다.그런 말 할 줄 알았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짓는 시원과는 달리 경악하며 소릴 지르는 동해.재중도 인상이 일그러졌고 성민은 무표정이다.그리고 혁재는 작게 욕을 읊고 있었다. "궁시렁 대지마,이제부터 쟨 우리 팀이야." ".....정윤호,얘 별로라니까?!" "맞아!왜 받아 줬어어~~~" "다들 그만해,이제 자기소개 해야지?신입멤버,이름이?" 재중과 동해를 애써 진정시키고 이름을 묻는 윤호.시원은 또 씨익 웃더니 이름을 말한다. "최시원이요." "그럼 우리 멤버 소개를 할게. 우선 난,정윤호 라고 한다.이 팀의 리더고 열아홉이지.쟨 김재중이고 역시 열아홉이야.얜 이성민이야.역시 열아홉.그리고 얜....." "쟨 알아요,이름은 이동해고 저랑 동갑에다 같은 반이죠." ".........그래." 말을 가로막은 시원의 태도가 몹시 맘에 안 들었으나 애써 참고 다시 소개를 한다. "후우,마지막으로 얜 이혁재야.열여덟이지." "...그렇군요..?" "그래,이제부터 넌 우리 팀 멤버다. 'Free style' 에 온 걸 환영한다,최시원." 시원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훗,이제 내 숨겨진 실력을 보면 당신들...기 죽을 거야. "야!너 왜 이렇게 늦었어 박유천!" "아이~미안해 영운이 형!" "형 또 매점 보이 보러 간 거죠?" "또?!야!박유처언!!!" "왜 말하고 지랄이야 김기범!! 아야!!영운이 형!!!잘못했어!!" 연습실에 들어가자마자 모진 구박을 받는 유천.기범은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었고 영운은 유천의 등 짝을 철썩철썩 때리고 있었다.그리고 종운은 악보를 보고 있었고 동희는 심심한지 괜시리 드럼이나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악!으아악!!" "엄살 떨고 있네." "으허엉,진짜 아파!가진 건 힘밖에 없으면서!!형 힘 빼면 시체잖아!" "...........더 맞자." "야야야야,이제 참아라 좀..;;;" 간신히 영운을 말리는 동희.후우,너 동희 땜에 산 줄 알아라.화를 가라앉히고 베이스가 세워진 곳으로 가는 영운.유천도 키보드 앞에 앉는다.그러자 다들 각자 자기들이 맡은 자리에 선다. 'Smart',5명으로 구성된 보이 밴드.멤버구성으로 말할 것 같으면 리더이자 베이스를 맡은 영운,보컬을 맡았으며 이 밴드의 핵심인 종운,맏형이며 드럼을 맡았으며 분위기 메이커인 동희,키보드를 맡았으며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작사,작곡에 뛰어난 재주를 보여 이 밴드의 작사,작곡까지 역임한 유천,그리고 이 밴드의 막내에다 일렉을 맡았으며 미국에서 살다 온 기범.이 다섯이 밴드의 멤버였다. "유천아,이번 곡." "짜잔~어때?맘에 들어 종운이 형?" "괜찮네,가사도...다들 악보 받아.각자 연습하다가 대충 되면 맞춰보자." 종운의 말이 끝나자 한 사람씩 돌아가서 연습한다.그렇게 몇 번 연습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자,그럼 맞춰보자.역시 핵심은 우리 보컬 종운이겠지?잘 해~" "어?그래." 영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진 종운.아,내가 이럼 안 되는데...동희가 드럼을 한번 치자 모두 연주를 한다.그리고,노래를 부르는 종운. My girl 작사&작곡:박유천 [*My girl, love you forever...그대는 내 여자에요 다른 곳은 쳐다보지도 말아요 내가 그대 곁에 있어줄게요..사랑..해요.. 어쩌면 너무 오래되었죠 우리 만난 시간이..하지만 그 오랜 시간도 우리 사랑을 식게 만들진 못하죠..I love you so much baby..너무 사랑해요 오랜 시간만큼 그댈 사랑해요 그대는 나보다 더 크게 사랑하리라고 믿을게요 *반복 지겨워질 때도 된 거죠 하지만 전혀 지겹지가 않은걸요 그대만 보면 내 기분이 좋아져요..사랑은 변하지 않은걸요 I wanna fall in love you baby 그대 내 곁을 떠나지 말아줘요...oh..나도 그대 곁에 있을 테니.. *반복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맹세할게요 그대도 맹세해줘요..영원히 사랑한다고 oh~ Forever loving you 나만의 사랑 내 곁에 있겠다고 맹세해줬으니 나도 그대 곁에 있겠다고 맹세할게요 다시 한번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 우리~지금처럼만 사랑해줘요..My girl.....love you~~] "흐음,좋긴 좋은데..박유천,딴 건 없냐?" "지금 신나는 곡 만드는 중이니까 걱정 마셔." 영운의 말에 어깨를 으쓱 하며 말하는 유천.그러나 영 못 미덥다는 듯 유천을 흘겨본다. 수업시간,희철은 오른쪽으로 얼굴을 기울여 받치면서 뚱한 표정으로 있었다. "자,이 부분,희철이가 말해봐라." 그러나 듣지 못하는 희철.듣지 못할 크기도 아니었는데 희철은 듣지 못했다.다들 의아하단 표정으로 희철을 쳐다보았다.윤호도 마찬가지.그러나 정수는 무언갈 알고 있단 눈치다.아씨,왜 하필 오른쪽을 받치냐 이 멍텅구리야~그러니까 못 듣지. "....희철 학생?" "...........?" "야,희철아!" 보다못해 희철을 쿡쿡 찌르는 정수.그 덕에 희철은 바른 자세로 돌아왔다. "왜?" "선생님이 뭐 시켰잖아~왜 오른쪽을 받쳐!그러니까 못 듣지!" ".....그랬냐?" 한숨을 내쉬는 희철.윤호는 무슨 일인지 하고 계속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또 나만 모르고 정수 형이 아닌 뭔가 있나..? "원래 오드아이는 말야,눈 색깔이 다른 쪽의 청력이 안 좋아." 쉬는 시간,궁금증이 도진 윤호는 정수에게 물어본다.그러자,정수는 술술 잘 말해준다. "희철이가 가만히 있었던 게 선생님 말씀을 못 들었기 때문이야.원래부터 왼쪽 귀가 안 좋았는데..지금은 아예 안 들린대.그러니까 못 들을 수밖에.들리는 귀는 오른쪽 귀인데 말야.." "...그랬어?근데 왜 형만 알어?난 모르고..내가 희철이 형이랑 더 오랜 시간 친하게 지냈는데." "니가 어리기 때문이야." "...뭐어?어려?!" 어리단 말에 약간 흥분하는 윤호.내가 어딜 봐서 어리단 거야 진짜!!그러나 정수는 태연하게 말을 한다. "아무래도 자기보다 나이 어린 애한테 그런 걸 쉽게 말할 수가 있겠어?그러느니 차라리 동갑한테 털어놓는 게 더 속 편하지. 안 그래?" "...씨이." 진짜 희철이 형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그럼 섭섭한데,나도 고민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는데...나한테 의존하기가 좀 그런가...? 약간 뾰루퉁한 표정의 윤호.맘도 그리 편치 않았다.씨,반드시 희철이 형이 날 그냥 동생으로만 보게 하진 않을 거야...나도 알고 보면 맘 넓은 남자라고~!!!! "기숙사 신청 할게요." 한편,시원은 하교길에 학교에 있는 기숙사 신청하는 곳에서 기숙사 신청을 했다. "혼자 쓰실 건가요?" "아뇨,기왕이면 룸메이트가 있었음 좋겠는데..룸메이트 구하는 사람 없나요?" "하나 있어요,등록해 드릴까요?" "예,근데..그 룸메이트가 누구.."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뭐요?" "학교 규정상.." 하,이놈의 학교란...어이없군. "....네,그럼..몇 학년인지는.." "1학년이요." 1학년?그럼 연하잖아..우려먹기 쉽겠는데?시원은 만족스러웠는지 미소를 짓는다.시원은 전 학교에서도 거의 기숙사 생활을 해 왔다.그래서 지금 기숙사를 구하는 것이었다. "여기 열쇠 받아가십시오." "고맙습니다." 시원은 열쇠를 받아 들고 그 곳을 빠져 나왔다. "매점 오빠~" ".......너어 이 자시익!!!" 유천이 웃으면서 다가오자 빗자루를 들고 유천을 위협하는 준수.난 어제 그 첫 키스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으억!!왜 그래!!!" "너,너,내,내,처,첫 키스...!!!" "좋았어?느낌 어떻디?죽이지?" ".........몰라!!허어엉!!!어쩔 거야!" "와,앙탈 부리는 거야?" ".......몰라아!!너 어떡할 거야 이제!!! 내 첫 키스!!이 때까지 아껴온 내 첫 키스!! 으어엉!!돌려줘 이 자식아!!!으아아악!!" 잔뜩 투정을 부리는 준수.그러나 유천의 눈에는 앙탈로밖에 안 보인다. "그러지 마~학생들 쳐다보잖아~" "너 때문 이야아!!!!" "그럼 우리 사귀자." "..........응?" "사귀자고,딱 백일만 사겨 보고..그 때 서로 사랑하게 된다면 계속 사귀고..감정 없으면 쿨 하게...어때?" "....계약연애하자는 거야?" "그렇지!" 이,이 새끼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계약연애는 무슨 계약연애여!!완전히 어이없어하는 준수.그러나 유천은 계속 웃고 있다.이 기회에 완전히 나한테 넘어 가도록 만들어야 겠어.흐흐흐흐흐...유천의 속은 음흉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친,너 드라마 얼마나 본 거냐?아예 재방송으로도 본 모양이구나?" "왜~재밌잖아.사귀자아,응?" "싫어." "아이잉~" "야아!!너 저리가!!꺅!!" 유천이 애교를 떨자 몹시 혐오스럽다는 듯 소릴 질러댄다.저게 돌았나 진짜!!! "사귄다고 말할 때까지 애교 떨 거야~" "저리가!!저리가!!!으아악!!!" "왜 그래애~" "너 느끼해!!저리가!!!" "오빠아아~" ".......그래!사겨!!!됐냐?" "진짜?" "진짜!그러니까 역겨운 짓 그만해!!!" "..............아싸!!!!!드디어 나한테 넘어왔다!!!야호!!!" ".....씨이.." "이따 봐~♡" 준수의 볼에 뽀뽀를 하고 기숙사 쪽으로 가 버리는 유천.준수는 망연자실한 듯 털썩 주저앉는다. 기숙사에 들어온 시원.오오,좋은데?예전 학교보다..하긴,사립고등학교니...훗.시원은 짐들을 가지런히 놓는다.그리고 TV를 본다. '딩동-' 얼마 지나지 않아 울리는 초인종소리.시원은 인터폰을 든다. "누구세요?" [룸메이트요.] "아아~들어오세요." 시원은 문을 열어준다.그런데,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넌?" 창민이었다. 05. "어?아까 그 형이네요..?" "...그러게." 룸메이트가 이 녀석..?시원은 흥미롭단 표정으로 창민을 올려다본다.솔직히,올려다 보는 게 무척 자존심상하는 일이지만 어쩌겠는가.창민이 자신보다 키가 더 큰 것을...이 자식,도대체 뭘 그렇게 쳐먹길래 키가 멀대 같이 크냐. "저,들어가야 되는데..." "그런가?풉,실례."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비켜주는 시원.창민은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여행용 가방을 끌고 들어온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게?" ".........짐 가방이에요." "아아~~" ".....자기소개 안 해요?새 룸메이트 들어왔는데,이럴 거면 왜 룸메이트 구한다고 하셨어요?" 아니,근데 이게 어디서 태클이야?예상 외의 창민의 반항 아닌 반항에 약간 화기가 오른 시원.그러나 이내 한 쪽 입 꼬리를 시니컬 하게 올린 후 여유롭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아~미안,난 최시원이라고 한다." "전 심창민이라고 해요,그런데요..형 표정이나 행동에서 보면 완전 거만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동해 형한테도 건방지게 굴었다면서요?려욱이한테도...그렇게 남 얕보시다가 언젠가 큰 코 다치실 거에요." .....이게 어디서 충고질이야!!! 시원은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창민을 째려본다.어째,저 자식이 내 인생에 태클을 걸어올 것 같다. "많이 아프냐?" "진짜 아퍼어.." "나 집에 가야 하는데 왜 사람 불러 세워가지고.." "형이 치료 해죠." "........" 한편,희철은 집에 가려다 자신을 불러 세운 윤호 때문에 몇 분 째 벤치에 앉아 윤호의 상처를 보고 있었다.하여간 애는 영락없는 애라니까. "근데,왼쪽 귀 안 들린다는 거 왜 나한텐 말 안하고 정수 형한테만 말했어?" ".......정수가 말했냐?하여간.." "내가 어리다고 말 안 하는 거야?" "......?" "나도 연하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건아야.난 무슨 그런 고민 하나 안 들어주는 쫌생인 줄 알아?나 형한테 실망했어.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너 어렸을 때 맨날 맞고 다닐 때마다 나한테 의지했잖아.맨날 '희철이 혀엉~쟤가 나 때렸쪄~!' 이러고 어리광 부린지가 어제 같구만.." 희철이 약올리듯 말하자 윤호는 입을 삐죽 내민다.쳇,그땐 그때고!!! "하지만 이젠 형이 나보다 더어~작아!" "그럼 뭐하냐?공부를 못하는데.." "......우씨." "이제 너 고 3이야,공부 좀 해." "형이나 잘 해,대학은 못 가면서.." ".........;" "근데,나 진짜 궁금한 게 있어." "뭔데?" "눈 이쁜데 왜 가리고 다녀?" ......정윤호,넌 역시 어리다.희철은 한숨을 푹 쉬며 잠시 눈을 감는다.희철의 긴 속눈썹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윤호.와,진짜 여자 같다.희철이 형이 여자였다며......언...?아아악!!내가 지금 무슨 상상을!!!! 희철은 눈을 뜬 후 말을 한다. "너야 단순해서 내 짝눈이 이뻐 보일 수도 있겠지만...다른 사람들이나 내가 보기엔 이상하고 동떨어져 보이거든.특히,사람이란 동물은 자기랑 다르면 마치 신기한 동물이나 외계인인 것처럼 대하잖냐.그런 게 싫어서...이렇게 렌즈 끼고 다닌다.왜?" "..그래도,난 형 원래대로 하고 다니는 게 더 좋고 이쁜데..뭐라 그럼 나한테 다 말해! 내가 다 아작 내줄게!!!" "..........지랄." 겉으론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완전히 싫은 것은 아니었다.짜식,지도 컸긴 컸다고.. "어?니가 웬일이냐 김기범?" 초인종 소리가 나 문을 열어 보니 기범이었다.뭐야,생뚱맞게. "그냥,얘기나 하고 싶어서요." "얼씨구..?" "형은요,그 매점 보이 뭐가 좋아요?" "매점 보이라니!매점 오빠라고 해야지!" ".........." "......처음 봤을 때.." <회상-1년 전> 나?미국 물 꽤나 먹고 오신 박유천 님이시다.오랫동안 살아왔던 미국을 등지고 이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여기서도 내 외모는 통했는지,옆 학교 여학생들이 난리도 아니다.덕분에,난 한 순간에 플레이보이로 등극했다.매일매일,여자들을 녹이는 눈빛과 말투,그리고 살인미소.이것이 무기라면 강력한 무기인 셈.그 중에 하나를 꼽자면.. "널 보고 있으면 내 심장이 타 버려서 죽을 것만 같아." 느끼하지만 내가 하면 명대사다!뭐,이 멘트 외에도 많지만 생략하기로 하고..아무튼 난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며 나름 즐거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진.. 때는 바야흐로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아,또 있다.학주 대머리가 반짝일 여름이 왔을 때였다. 근래 새로 매점이 생겼다고 해서 자식들 난리도 아니다.그 동안 먹을 것 때문에 무단 외출한 남학생들이 몇이던가.하여튼,그 중에 나도 속해있었기에 한번 가 보기로 했다.점심시간에 가 보니,사람들 장난 아니게 많더라.쯧,얼마나 굶주렸으면..그런데,매점 안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저 미소년은 누구란 말인가. "예!2000원입니다!네!여기!" 꽃 미소를 날리며 계산하고 과자를 내놓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워 보이던지..이게 첫눈에 반한다는 건지.. 그 날 이후로 난 계속 그에게 작업을 걸었다.여자들은 이미 등한시한지가 오래.그는 알고 보니 이 학교 출신으로 나와 동갑내기였다.이름은 김준수라나..?참,외모도 준수한 게 이름도 준수하기도 하지..그러나 이 남자,만만치 않다.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자꾸 튕기는 것이...그러나,여기서 포기하면 박유천 이름에 먹칠하는 꼴!!계속적으로 대쉬를 했다.결국,그는 나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그 꽁지머리나 자르고 와.성가셔.." ........꽁지머리라니!!이것도 스타일이란 말야!!! 그러나,적잖게 충격을 받았던 나는 방학을 틈타 머릴 짧게 잘라버렸고 갈색으로 염색을 했다.그리고 개학식 하자마자 매점으로 달려갔다. "매점오빠!나 머리 바꿨어!잘 했지이~?" "그래,잘~했다!" 그러나 계속 튕기는 저 도도함.....훗,언젠가 널 내 것으로 만들고 말테다!!! <회상 끝> "어때?" "첫눈에 반한다는 게 무섭긴 무섭네요." "그래서,오늘 사귀기로 했어!" "진짜요?" "그럼~내가 누구냐?어젠 첫 키스까지 뺏었는걸?찌~인하게.후후후후.." "야,기술 좋네요.부러워요." "아,너도 미국에서 한 인기 했었다고 했지?지금도 그렇지만.." "하하하.." "그럼,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유천의 물음에 기범은 잠시 움찔한다.말할까 말까 망설이더니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아뇨,없어요." 06. "없기는~얼굴에 있다고 써 있구만!누구야?혹시.........나야?" "제가 미쳤다고 형을 좋아해요?!" ".......쳇,그렇게 화낼 것 까진 없잖아." 정색하며 소릴 지르는 기범의 태도에 유천은 입을 삐죽 내민다.쳇,장난으로 말한 건데.. "그럼 누군데,안 말하면 나 좋아하는 걸로 간주할거야." "아 진짜,형은..절.대.아.니.에.요!!" "그러니까~말해!응?!" 자꾸 보채는 유천 때문에 이젠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괜히 왔네 진짜....말해도 될까? "대신,비밀로 해 주세요." "당연하지!"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요........." 기범의 대답에 유천은 놀란다.그,그,그,그 형을..........?! "으휴.." 털썩 주저앉은 채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 준수.결국엔 이렇게 되다니..내가...박유천이랑 사귀게 되다니!!!! "이건 꿈이야,그래!꿈인 거야!에잇!" 눈을 꼭 감고 볼을 힘껏 꼬집는다.꿈이면 난 깨어나겠지?그리고 첫 키스와 계약연애는 꿈이 되겠...........그러나,눈을 떠 보니 자신은 그대로 주저앉은 채로 있었고....확실히 꿈은 아니었다. "으아아앙!!이건 악몽이야!!" "종운아,라면 끓여줘." "니가 끓여라..." "니가 더 잘 하잖아~" ".............알았어." 숙소에서 잠깐 실랑이를 벌이다 자꾸 세게 뛰는 심장 때문에 종운이 끓여주겠다 하면서 실랑이는 끝났다. "응?종운이가 웬일일까?원래 말싸움하면 김종운 아니었던가?" "....라면 끓여준다니까 뭔 잔말이 많어." "아니,그냥 이상해서 말야." "안 끓일까?" "아니!끓여줘!!종운이가 해 주는 라면이 제일 맛있어!" "........." 참,사람 부끄럽게 만든다.종운은 얼른 뒤로 홱 돌아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라면을 끓인다.하아,하아..이놈의 심장은 내 맘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까 노래 진짜 잘 했어." ".....알긴 아네." "우리 종운이 어떡하냐,여자 한 번도 안 사겨 봤고 첫 키스도 못 해봤고..이러다 장가도 못 감 어쩌냐~" .....난 절대 장가 안 간다.슬쩍 영운을 흘긴 후 아무 생각 없이 라면을 집어넣는다.그 바람에 물이 튀겼다. "앗!뜨거!!!"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서는 종운.종운의 외침에 영운은 재빨리 종운 쪽으로 달려온다. "괜찮아?어디 안 데였어?!" ".....괘,괜찮아..." "어휴,조심 좀 하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이리저리 보는 영운 때문에 종운은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제발 손 좀 놔줘!!!! "다녀왔습니다." 계속 윤호의 어리광 아닌 어리광을 받아주다 이제서야 집에 도착한 희철.그런데,이게 뭔 짐들이냐? "엄마,어디 가?" "아아,이번에 니 애비가 미국으로 출장인가 뭔가를 간다 그래서 엄마도 따라 간다 그랬어." "......그,그래서?" "기숙사에서 지냄 안되겠냐 희철아?" ..........노오오오오!!!!!!!희철은 경악한다.이,이놈의 양반들이 드디어 돌았구나!!!나 기숙사에서 지냈다가 룸메이트 생기면 나 오드아이인 거 들킬 텐데!!그런 건 생각도 안 했냐!!! "미쳤어?나 그냥 엄마 따라가면 안돼?" "니가 어린애야?너 내년이면 스물 세 살이야!!!스무 살도 훨씬 더 쳐먹은 사내새끼가 혼자 못 살아?" "룸메이트 생기면 내 눈 짝 눈인 거 들키잖아!!" "그럼 정수나 윤호랑 같이 지내면 되잖아!!!!!" .......아하!그런 방법이 있었지!!그제서야 인상을 피는 희철.근데,누구랑 같이 지내지..?생각 같아선 정수랑 지내고 싶지만.....윤호가 또 뭐라 그럴 테고.. "알았냐?" "....알았어,나 들어갈게." 희철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가방과 교복을 대충 벗어 던지고 옷을 갈아입은 후 렌즈를 뺀다.휴,이놈의 짝눈이 뭐길래.. "설거지 형이 하세요." "내가 왜?" "하라면 하세요." "야,내가 형이거든?" "형처럼 처신을 안 하잖아요." "......이 새끼가." "그래요,한번 실컷 욕해보세요.그런다고 제가 설거지 하나요?" ".....그래!!!내가 한다 이 새꺄!!" "밥은 제가 특별히 했으니까요." "특별히?왠 특별히냐?" "하지 말까 하다가 사람 불쌍해서 했으니까요." "이게!!!" "어서 설거지나 하세요." "..........씨팔." 밥을 다 먹은 뒤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마지못해 설거지를 하러 가는 시원.창민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시원을 차갑게 쳐다본다.시원은 팔을 걷어붙인 후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한다.젠장,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거야?! "어휴,드럽게 안 닦이네." "설거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 "그냥 세게 닦아요,그럼 잘 닦여요." "......니가 시범 좀 보여주라."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시원의 속셈은 바로 시범을 핑계로 창민에게 설거지를 시키려는 것이었다.그러나,창민은 이미 그 말뜻을 알아챘다.그리곤 코웃음을 치고는 말을 한다. "참,내가 그 속셈 모를 줄 알아요? 설거지 열심히 하세요~전 매점 가서 먹을 거 사러 갈 테니까요." 창민은 씨익 웃으며 숙소를 나간다.저 개새끼를 그냥 확!!!!! "...어?창민이네?"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요?" "응?아무것도 아냐아..뭐 줄까?" "치토스 세 봉지요." "하하하하,역시 창민이야.그래,줄게." 웃으며 치토스 세 봉지를 주는 준수.하여간,내가 창민이 땜에 웃고 산다.차라리 계약 연애하는 사람이 박유천이 아니라 창민이었다......어머 어머!김준수 미쳤어!! "1500원." "여기요~" "응,잘가!감기조심하고!!" "형도요!" 서로 손을 흔든다.창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준수.쟤가 내 친동생이었음 얼마나 좋을까?그 때,유천이 매점 문을 열고 들어온다. "으악!!왜 들어와!!!" "매점오빠~설마 날 저버리고 저 허우대한테 가는 건 아니겠지?" "미친 놈!!적어도 쟤가 너보단 훨씬 낫다!공부 잘 하지!귀엽지!키 크지!친절하지!!너는 느끼하지!역겹지!능글맞지!!정말 내가 너 땜에 제 명에 못 죽는다!!" "어머!왜 그러세요!오호호호!" "으에엑!역겨워!!어여 돌아가!" 귀찮다는 듯이 고갤 돌려버리고 손으로 가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준수.그러나,더 가까이 오는 유천 때문에 어느새 벽에 밀어붙여져 있었다. "...너,너 또오!!!" "창민이가 나아요 내가 나아요?" "이 잡놈이 어울리지도 않는 존댓말 쓰고 지랄이야!!!창민이가 훨씬 낫!!!!" 말을 하려다 또 입 막힌 준수.주먹으로 가슴도 쳐 보고 등도 쳐 봤지만 요지부동.으악,나 또 이렇게 당하는 거야?너무 억울하기만 하다.왜 하필 유천과 엮여야 하는 건지 준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내가 도대체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길래...!! ....그나저나 이 새끼 키스는 겁나게 잘 하네.미국 살다 와서 그런가? 다음 날,여느 때보다 학교에 일찍 온 희철.기숙사를 신청하러 간다. "기숙사 신청이요." "어머?학생이 웬일이야?예전엔 죽어도 기숙사에선 생활하지 않겠다고 하고선.." ".....하하..." 희철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자신이 든 짐들을 내려다본다.하아,이제 집이랑은 굿 바이 인가..약간 아쉽다. "저,누구랑 같이 써도 되나요?기존에 있던 사람하고요.." "되지,누구랑?" 희철은 잠시 눈을 감는다.정윤호냐,박정수냐 그것이 문제로다.갑자기 눈을 번뜩 뜬 희철.결정했는지 침을 한번 꿀꺽 삼킨 후 말을 한다. ".....정윤호하고요." 07. "일어나~김영운!야 이 곰탱아!일어나라고!!" 일찍 일어난 종운은 코까지 골며 퍼 자는 영운을 흔들며 깨우는 중이었다.으윽,드럽게 무겁네.하지만......좋은데♡<- "우웅...쫑운아아.." "그래,쫑운이 여깄다." ".....푸하아,일으켜 줘라아." "...................;"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너 같은 곰탱일 내가 어떻게 일으킬 수 있겠.........있지..사랑의 힘으로♡ "오냐." 종운은 있는 힘 없는 힘 다 써가며 영운의 두 팔을 잡고 일으키려 했다.그러나,일으키지 못하고 오히려 종운이 영운의 위에 엎어진다. "으악!!" 눈을 질끈 감았다.철푸덕 하고 엎어지자마자 느껴지는 이 느낌...?! "..........!!!" 입술이 닿아버렸다.것도 정통으로!!그러나 닿은 줄도 모르는지 영운은 계속 누워있는다. 종운은 재빨리 일어나 빨개진 얼굴을 추스리고 입술을 스윽 닦는다. ......나 어떡해!!!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에 들어서는 F4.유천은 어제 준수에게 그 찐하디 찐한 키스를 들이댄 게 생각나는지 실실 웃어댔고 재중과 동해는 시원의 합류가 썩 좋지 않았는지 약간 밉상을 하고 있었다. "재중이랑 동핸 왜 그렇게 밉상이야?" ".....암 것도 아냐 형.." 정수의 질문에 그냥 귀찮다는 듯 회피하는 재중.그 태도에 정수는 뾰족 입을 내민다.쳇,김재중 나쁜 노옴!!!그 때,저기서 오는 희철이 보이자 쌩 하고 달려가는 정수. "희철아!" 갑자기 나타나 와락 껴안는 정수 땜에 희철은 여간 놀란 게 아니다.뭐야,사람 깜짝 놀래켜 심장마비로 즉사시킬 일 있냐? "깜짝이야." "깜짝은 무슨~" "멤버들 냅두고 왜 나한테 왔냐?" "유천이는 미친 놈처럼 실실 웃어대고 재중이랑 동해느은 밉상이잖아~" "그렇다고 저버리고 오냐?느이 멤버들한테 어여 돌아가!나 바쁜 인간이여!" "치잇,알았어어." 씨익 웃으며 다시 F4에게 돌아가는 정수.정수가 다시 오자 유천이 정수를 쳐다보며 묻는다.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거야?" "희철이한테 잠깐 갔다 왔어~" ....희철이 형?그 말에 유천은 흠칫 하며 뒤를 돌아본다.그리고 유심히 쳐다본다.유천의 시선을 느꼈는지,희철이 유천을 쳐다본다.그러자 유천은 다시 앞을 보며 걷는다.희철은 언짢은 표정으로 유천에게 다가가 툭 치며 묻는다. "야." "....예?" "왜 쳐다봐?" "......아,아니에요~아무것도." 애써 웃어 보이며 사실을 숨기려는 태도의 유천이 미심쩍은 희철.저 자식,혹시 내가 오드아이란걸..?유천은 한숨을 내쉬며 희철을 슬쩍 쳐다본다. ......기범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희철이 형이라.. "혁재야아~!" 복도를 지나가는 혁재를 부르며 세우는 동해.혁재는 귀찮은지 툴툴거리며 뒤를 돌아본다. "아 왜!" "잘 잤어?" "아이 씨,그것까지 내가 너한테 말해야 돼?" "그냐앙,궁금해서." ".......야,어차피 연습시간에 볼 건데 뭐가 아쉬워서 자꾸 쫓아다니냐?" "혁재가 좋아서." "난 너 싫거든요?" "혁재도 언젠가 나 좋아하게 될 거야." "웃기시네,누가 너 좋아하게 될 것 같니?" "진짜야!나!혁재가 나 좋아하게 만들 거야!그 때까지 성민이 형한테 한눈 팔지마!" "한눈?야,나랑 성민이 형이랑 무슨 그렇고 그런 사인 줄 알아?그냥 친한 형 동생이여.그리고,너 성민이 형 사촌이면서 그렇게 견제하기냐?" "성민이 형도 너 노린단 말야,그래서 자꾸 불안해." "...불안 좋아하네,난 사랑 같은 거 관심 없으니까 너무 걱정 마쇼." 피식 웃으면서 울상을 짓는 동해의 머리를 손으로 비벼대는 혁재.수줍은지 고개를 약간 숙였다가 갑자기 들어올려 혁재의 입술에 기습뽀뽀를 하는 동해. "흡!" 갑작스런 뽀뽀에 눈이 동그래진 혁재.동해는 실실 웃어댄다.아싸,뽀뽀했다! "야!너 진짜!!!!" "좋으면서~" ....좋긴 뭐가 좋냐,그냥 뽀뽀인데.하긴,니가 키스할 줄이나 알겠니 동해는 손을 흔들며 교실 쪽으로 사라졌다. .........쳇,은근히 귀엽네. "자,이번에 새로 오신 선생님을 소개하겠다.내가 좀 사정이 생겨서 이 선생님이 당분간 담임 역할과 국어 교사 역할을 해 주실 거다.들어오시죠." 재중과 기범이 속해있는 반 담임의 말이 끝나자 문이 열리며 젊어 보이는 교사가 들어온다. "아,이 선생님은...중국 분이셔서 한국말이 아직 서투시다.그러니 이 선생님 가지고 놀렸다간 알아서들 해라!자,소개 하시죠." "아,안녕 하쎄요..하,한경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와써요.저..한국말 서툴러도 잘 부탁..트립니다.나인..스물..둘이에요." 어눌하면서도 서툰 한경의 말투에 학생들은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그러나 재중만이 무표정으로 한경을 쳐다본다. "자,그럼 선생님은 이만!새 선생님한테 잘 해드려라!이상!!" 그리고 교실을 나가버리는 담임.그러자 학생들이 한경 주위로 몰려든다.갑작스런 인파에 당황한 한경. "선생님!선생님은 중국 어디서 오셨어요?" "어떻게 국어 담당으로 되셨어요?" "선생님 말투 존나 웃긴 거 아시죠?" 질문이 쇄도했지만 한꺼번에 밀려온데다 자신이 모르는 말로 한 질문들도 있었기에 한경은 어쩔 줄 몰라 했다.그리고 그 무리 중엔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야,저 선생 존나 어리버리하다." "갖고 놀기 딱 좋겠네." "저런 스타일이 집단 따돌림 대상이라지 아마?" ....너희들,대체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야..당혹스런 표정으로 학생들을 쳐다보는 한경. 자기를 보며 수군대며 킥킥대는 모습들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하지만 무엇 때문에 자기를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동물 보는 마냥 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왠지,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것 때문인 걸까..그 때,이 인파들을 제압한 목소리. "지금 자습시간이야!선생님한테 무슨 행패야?다들 자리에 앉어!안 앉으면 이름 적는다!!!" 바로 반장이기도 한 복학생 재중이었다.자기들보다 나이가 많은 재중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어서 자리에 앉는 학생들.재중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한경에게 조심스레 다가간다. "안녕하세요,전 이 반 반장 김재중이라고 해요." ".......재중..?" "예." 환하게 웃어 보이는 재중의 태도에 약간 안심이 되었는지 따라 웃어 보이는 한경. "이따가 학교 안내 해 드릴게요." "....진짜..?" "네." "...고마워요,재중 학생." "말 놓으세요." 아까 전의 무리들과는 달리 자신을 대하는 재중이 매우 맘에 드는 한경이었다. 08. "이 녀석!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또 지각이냐!!!" "악!때리지 마세요!" 교실에 늦게 들어온 윤호를 모질게 대하는 담임.희철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아이 씨,쪽 팔려. "자리에 앉어!!" "...예." "아,오늘 자리 바꿨다.너 희철이랑 짝이다." ".....희철이 형이요?" "왜,싫으냐?" 싫긴요!!당빠 오케이죠!!!우겔겔겔!!그러나 애써 표정관리를 하곤 희철 쪽으로 가는 윤호.아싸 뒷자리!잘 때 편하겠네......설마 이성민처럼 하진 않겠지. "안녕 형!" "어 그래." "싱겁다~인사가 그게 뭐야!아,맞다!나 새 룸메이트 생겼대!" ".....그래?"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참고는 윤호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희철. "...아시겠죠?" "저,정말...고맙다.." "아녜요." 쉬는 시간,재중은 한경에게 학교 내부 구조를 안내해 주었다.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재중이 너무 고맙기만 한 한경.어쩔 줄을 몰라 한다. "걔들,신경 쓰지 마세요." "........." "걔들이 원래 좀 그래요,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에요." "...으응." "어?재중 선배 아니세요~?" 그 때,결코 달갑지 않은 소리가 들려온다.재중은 미간을 찌푸린 채 뒤를 돌아본다.시원이었다. "시원이구나." "네,안녕하세요.근데,이 분은..?" "새로 오신 선생님이야.선생님,이 쪽은 2학년에 재학중인 최시원이라는 애에요." "아,안녕...난,한경이라고 한다.쿠..국어 담당.." "다른 나라 분이세요?" "중국에서 오신 분이셔." "아아~짱깨요?" "...짱깨?" 짱깨 라는 말을 모르는 한경이 되묻는다.재중은 시원을 째려본다. "너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아 예~죄송합니다." 빈정거리며 고갤 까딱하며 사과하는 시원의 태도가 맘에 안 드는 한경과 재중.그 때,시원은 재중의 명찰을 본다.이 학교는 학년마다 명찰의 색깔이 달랐다.1학년은 파란색,2학년은 초록색,3학년은 노란색.그런데 자기보다 선배인 재중은 파란색 명찰을 달고 있으니.. "선배,1학년이세요?" "......어?" "1학년이신 줄은 몰랐는데..복학이세요?" "전에 있던 학교 중퇴했거든..그래서.." "아아~그러셨군요?" "학년이 사람의 다를 좌우하는 것은 아냐." "네네,알겠습니다.그럼 저는 이.." "여기서 뭐 해요?" 갑작스런 창민의 등장에 놀라는 시원.뭐야,왜 이럴 때 등장하고 지랄이야 이 자식은. "아,안녕하세요 형." "어,그래 창민아.." "시원이 형?" "왜." "방금..이 두 분의 비위를 상하게 한 말을 또 했어요.맞죠?" "...씨바,그래서 어쩌라고." "그러다가 큰 코 다친다고 제가 그랬어요 안 그랬어요?" "씨발,제발 참견 좀 안 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덧나서 못 살겠어요 아주." "저,저기....딴 데 가서 좀...;" "아,죄송해요.그럼,잠깐 얘기 좀 할까요?" ".........." 중얼거리며 창민의 뒤를 따르는 시원.계속 지켜보다 재중을 보며 묻는 한경. "키,키 큰 애는..?" "심창민이라는 애에요,1학년이고 1학년 대표 전교부회장이에요." "아아.." "다른 반 수업 있으시죠?제가 데려다 드릴게요.단,당분간만 데려다 드릴 거에요~" ".......하하,진짜..고마워..재중 학생.." "그냥 재중아 라고 부르세요." "....으응." 왜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친절하게 대해주는 재중이 너무 고맙기만 한 한경.재중은 한경을 데려다 주면서 생각했다. ....처음 선생님을 보니까 제가 생각났어요. "야,좀 있음 수업시간 아니냐?" "전 안 혼나요." "...그래,좋겠다." 계단을 내려가다 중간에서 멈추자 시원도 따라 멈춘다.창민은 팔짱을 끼면서 생각하다 시원을 보며 말한다. "도대체 형은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한 거에요?" "빽." "부잣집 아들이에요?" "좀 사는 집 아들이라고 보면 되지.우리 아버지께서 경찰서장이시고 우리 어머니는 육군소장의 따님이셔." "......하하,고작 그거요?" 고,고작 그거?!의외로 가소롭다는 듯이 보는 창민의 눈빛에 시원은 당황해 한다. "공부는 얼마나 해요?" "..........중간." "운동은?" "수행평가 때 A는 기본이었어." "친구들은 많아요..?" "......아니." "성격 좋단 소리 들어요?" ".........아니다,어쩔래?!" "사람은요,빽이 다가 아니거든요?그 사람의 성품과 그 사람 주변에 있는 진정한 친구들을 보고 판단하는 거에요.근데 형 말 들어보니까...형 성격 얼마나 더러운지 충분히 알겠네요." "뭐?!너 말 다 했어?!" 다짜고짜 창민의 멱살을 잡는 시원.그러나 표정변화가 없는 창민.오히려 태연한 목소리로 말한다. "때려보세요,그럼 형 화가 풀릴까요?" "...........씨발,수업 늦었어." 그래,오늘만 참자.오늘만.창민의 멱살을 탁 놔 버리고 계단을 오르는 시원.창민도 곧 교실 쪽으로 올라간다. 아까 전의 일이 계속 생각이 나는지 입술을 만지작거리는 혁재.아이 씨,기분은 진짜 찝찝하네. "어휴,수업이 안 된다 진짜." 그러나 내심 싫지는 않은 듯 풉 하며 웃는 혁재.그래도,그 녀석 은근히 귀엽긴 귀여워.. 쉬는 시간,종운의 반에 찾아온 영운.교실 문 밖에 있는 영운을 보자 화들짝 놀라며 동희 자리 쪽으로 간다. "왜,무슨 일 있어?" "동희 형,쟤 나 있냐고 하면 나 없다고 해주라." "왜~쟤가 뭔 사고 쳤냐 또?" "아니,그게 아니.." "구름아~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 "....에효." 그러나 이미 들켜버렸다.종운은 한숨을 푹 내쉬며 교실을 나온다.영운은 뭔 일인지 싱글벙글. "왜 피하구 그래~친구끼리!" 그러면서 어깰 툭 친다.살짝 친 건데 무지 아프다.으윽,하여간 힘만 쎄 가지고.. "근데,아침에 이상했어." "뭐,뭐가!!!" 바로 정색하는 종운.서,설마 그 입술박치기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그렇겠지? "뭔가가 내 입술에 닿..." "그,그래!!사실대로 말할게!!!너 깨울라다가 내가 니 위로 엎어져서 입술박치기 했어!됐냐? 하,하지만!!!고의가 아냐!!진짜로!!" "하하하하,뭘 그렇게 정색하면서 말하냐?친구끼리 그럴 수도 있지 뭐~" 또 그 놈의 친구타령이냐 진짜.그리고,친구끼리는 입술박치기도 허용되냐? "웃긴다,친구 끼리 입술박치기도 되냐?" "그거든 뭐든~" "그러다가 키스까지 허용되겠다 하겠다?" "글쎄,연습 상대로는." "지랄 마셔,그럼 나 들어가........읍!" ..........박치기가 아니다.입술박치기가 아냐,이건....제.대.로.다!!!!! "으,으읍!!읍!!" 교실에 들어가려는 종운을 돌려 기습키스를 하는 영운.그 덕에 꼼짝없이 당하게 된 종운.이,이러면 곤란해!!그러나 힘 하나는 겁나게 센 영운을 밀어낼 도리가 없었고 그대로 당했다.그리고 1분 후.. "헉,헉,헉....야!너 뭐 하는 짓이야!" "연습상대로는 친구만한 게 없잖아." "여자한테나 해 이 개새꺄!!" "갈게~친구!" 저,저 자식!!끝까지 친구타령!!분하지만 어쩌겠는가....내 짝사랑인데.어휴.. 09. "혁재 있니?" "걘 왜요?" "좀 불러줄래..?" "네,야 이혁재!어떤 선배가 부른다!" 같은 반 아이의 부름에 잠깐 잠을 청하던 혁재는 짜증을 내며 교실 밖으로 나간다.아이 씨,어떤 새끼가 부르고 지랄..어? "성민이 형,웬일이야?" "밥 먹었어?" "혼자 기숙사 생활하는데 그런 거 챙길 여유가 뭐가 있겠어." "아,그럴 줄 알고 내가 단 호박 케이크 만들었어!먹어봐!진짜 맛있어!" 그러면서 보따리를 건네주는 성민.혁재는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코웃음을 친다.하여간 성민이 형은 단 호박을 빼면 완전 시체라니까... "하하하하,알았어.잘 먹을게." "이건 둥글레차야!체하지 말라고..따뜻해." 그러곤 또 보온병을 건네주는 성민.거절하고 싶긴 싶었지만 사람 성의 무시하면 사람도 아니란 생각에 맨날 받긴 했지만.....솔직히 이젠 단 호박이란 말만 들어도 질린다. "으응,고마워.아!형!아까 이동해가 나한테 뽀뽀했다?" "......뭐?뽀뽀?!" "어?걔도 당돌하긴 당돌하다니까.그러면서 형을 견제하든데.형이 나 좋아한다면서." "....하하하!참!걔도 별 소릴 다 한다 얘!" "그치?" .......이동해 이 자식을 그냥 콱!이 형님이 먼저 침 발라놓은 인간의 입술에 도장을 찍어?!사촌이라고 누가 봐 줄줄 알어?!성민의 가슴 속에선 화염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지만 웃음으로 그것을 감춰두고 있었다. 어디 두고 보자 이동해. "느낌 어땠어?" ".....저승 갔다 온 것 같았어." 수업시간,조용히 종운에게 영운과의 키스가 어땠냐며 묻는 동희.그러자 종운은 한숨을 쉬며 저승을 운운하며 대답을 한다. "저승?" "마치 다른 세상에 갔다 온 듯 했어.걔 혀가 막 내 혀까지 휘감으면서 온갖 짓을 해대는데...완전 혼이 빠져나가는 줄 알았다니까?!" "거기 두 학생!수업 시간에 잡담은 금지란 거 모르나?!" 결국 들켰다.주의만 주고 말았지만 종운은 선생을 째려보고 있었다.어휴,저걸 그냥! "희철아,너네 부모님 미국 가셨다며~"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느네 엄마가 나한테 연락 했었걸랑.그래서,기숙사 쓰게 됐는데 나랑 쓰게 될 지도 모른다면서?" ....정윤호 얘긴 안 한 건가.이거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분명히 자기랑 같이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수에게 차마 윤호랑 함께 쓰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윤호는 부서 애들과 같이 먹겠다며 나간 지 좀 되었다. "...밥이나 먹자." "나랑 쓸 거지?응?응?" .....에라 모르겠다. "오늘 신청 했어." "진짜?!누구랑!!!나랑?!" ".......윤호랑." ".....정윤호?" "....(끄덕)...."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정수를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희철.천진난만하던 정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절망적인 표정으로 확 변해버렸다.벌써 눈엔 눈물까지 고여버렸다.아랫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글썽이다 울음을 터트리며 소릴 고래고래 질러대는 정수. "으아앙!!니가 어떻게 윤호랑 같이 쓸 수가 있어!!!!!!!!" "야,그....그게 있잖아..;" "친하게 지내는 건 나랑 더 친하게 지내고 고민 같은 건 죄다 나에게 말해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뒤통수 때리는 법이 어딨어 어딨어 어딨어어어어!!!" "야!내 말 좀 들어보..." "이제 우리 우정은 끝인 거야?영원히 디 엔드인 거야?응?으아아아앙!!말 좀 해!!!" "씨바,닥쳐!!!!" 참다못해 결국 크게 소릴 지르는 희철.그제서야 울음을 뚝 그치며 희철을 바라보는 정수. 어휴,저게 애야 어른이야?! "야,니가 애냐?무조건 징징대게?!" "........히잉,나 기숙사 혼자 써서 외롭단 말야아.." "으휴!그럼 내가 다음 달 되면 니 룸메이트 구해줄게!잘생긴 놈으로 한 마리!됐냐?!" "........." 눈물 맺힌 눈으로 한참 동안 희철을 쳐다보다 희철을 와락 안는 정수. "역시 넌 내 친구야!!" "...........어휴." 희철은 진이 다 빠진 채로 교실 천장만 올려본다.하느님,왜 제게 어린 애새끼들 두 마리를 보내주셨나이까...네?! "어서 오세......" "이거 함 먹어 볼래 마누라?" ".........꺼져라." 삼각김밥 하날 내밀면서 말하는 유천.배가 고팠지만 애써 참으며 유천을 째려본 채 말하는 준수. "사람들 있는 데서 그러지 마라~응?" "마누라니까 마누라라고 그러지,그럼 여보~이래?" "꺅!!" "왜 그래~배고파 보이는데..하나 먹어!" "...어디서 난 거야?" "몰래 나가서 샀어!학교 앞에 ○○○마트 있잖아.여긴 삼각김밥 같은 거 안 팔잖아.그래서 사 왔지.나는 내 꺼 또 있으니까 이거 먹어 마누라야~♡" "안 배고파,창민이나 줘." "걘 많이 싸 왔던데?" "........그냥 너나 먹어." "난 하나만 먹어도 배부른데~" 너 지금 배고픈 영혼 앞에서 배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구나 아주. 난 두 개 먹어도 모자란다 이 자식아. "어쨌든 난 안 먹어!" ".....섭섭해,서방 성의 무시하고.아무리 계약연예라지만 우린 엄연한 애인 관계가 성립된 사이라고." "아씨!난 안 먹으니까 딴 애새끼나 줘!!!" 소릴 버럭 지르자 다른 학생들이 쳐다본다.윽,쪽 팔려.그러나 유천은 이런 상황이 재밌는지 웃는다. "하하하,쪽 팔려?" "........." "어쩔 수 없지,그럼 나 먹어야지.." ".....니 꺼 있다며!!넌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다면서 이 자식아!!!" "배 안고프다며~" "....그냥 줘,나 지금 뱃가죽이 등에 붙었걸랑?" "헤헤,진작에 그럴 것이지.자!" 눈웃음을 치면서 준수에게 삼각김밥을 내미는 유천.준수는 잠깐 주위를 둘러보다 김밥을 받은 후,반을 베어 문다. "맛있지?속에 참치랑 김치가 있어~" "우웅,맜있네에.." "다 먹고 밖에 드라이브나 하러 갈까?" "매어으.."(매점은..) "다 먹고 말해 마누라~" "그어에 부으이 아!"(그렇게 부르지 마!) "귀엽네." 오물거리면서 말하는 준수가 마냥 귀여운지 웃으면서 바라보는 유천.반을 삼키고 또 반을 먹는 준수.다 먹자 준수가 말을 꺼낸다. "매점은?" "닫어." "창민이 올 텐데.." "신경 꺼~" "연습은?" "영운이 형아가 또 다른 곡 지으랬어.그 핑계로 감 되지." "학생이 무슨 드라이브여." "그런 걱정 마시고 일단 나오시죠!아,그 앞치마는 벗어라!" ".........." "뭘 망설여!언제까지 매점 안에서 살 작정이야?가끔씩은 바깥 세상도 봐 줘야 하는 거야!" "......잠깐만." 매점 안에서 앞치마를 벗은 후 나와 매점 문과 창문을 잠그는 준수,그리고 외출 중 이라는 말이 써진 문패를 건다. "자!갑시다!" 준수의 손을 꼭 잡으며 학교 밖으로 향하는 유천.준수는 새침하게 유천을 노려보았지만 내심 기분은 좋았다.오랜만에 나가는 거였기 때문에.. "선생님!" 학교에 있는 잔디밭,그 곳에 쭈뼛거리며 앉아있던 한경은 자신을 부르는 재중의 목소리에 환하게 웃는다. "오래 기다리셨죠?" 재중 역시 웃으면서 한경 옆에 자리를 한다.그리고 삼단 도시락을 꺼내 보인다. "와!" "선생님 몫까지 하느라 좀 늦었어요~" "....안 해도..괘안은데.." "안 하다뇨!해 드려야죠!" "고맙다,진짜로.." "아녜요!자!어서 드세요!짜잔!" 도시락을 열어 보이는 재중.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밥과 반찬들에 한경은 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남자가 이렇게 요릴 잘 하다니... "와,재중인..요리도 잘 하나 보다." "헤헤,제가 좀..;" "잘 먹겠다.이 은혜...절대 잊지 않켔다." "은혜라뇨~어서 드세요!저도 먹을게요!" "응!" 서로 웃으면서 바라본 뒤 도시락을 먹기 시작하는 한경과 재중.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재중이 만든 도시락은 진짜 맛있었다. 10. "뭐야 진짜,이거 서비스 정신이 영 없구만?" 창민이 도시락을 해 주지 않은 관계로 매점에서 사 먹어야 했던 시원은 외출 중이란 팻말만 걸린 채 닫힌 매점의 모습이 그리 달갑진 않았다. "안되겠다,심창민 찾아가야지." 밉지만 어쩌겠는가,룸메이트인걸.시원은 매점 근처를 벗어나 창민을 찾아 나선다.얼마 가지 않아 저 너머에서 다정하게 점심을 먹는 창민과 려욱이 보였다. "이거 디기 맛있어 려욱아!함 먹어봐!" "먹보께서 웬일이셔?먹을 걸 권하시고?" "친구잖아,헤헤헤." ".....저기 최시원 있다." 시원을 가리키는 려욱의 손가락을 보는 창민.정말 저기서 기웃거리는 시원이 보였다.곧,이들에게 다가오는 시원. "뭐에요,매점 가서 사 드시라고 했을 텐데요." "........외출 중이란다,닫혔어.씨발." "욕은 왜 써요?" "짜증나서,이젠 욕까지 못 쓰게 할라고 작정했냐?!" "안 될 거 뭐 있나요?" 안.될.거.없.나.요?!상당히 혈압이 오르는 말투였으나 시원은 뒷목 잡는 것만은 겨우 면했다.참자,쟤랑 말싸움 해 봤자 좋을 건 없으니.. "배가 고픈가 보구나?" "넌 참견 마 김려욱." "려욱이한테 그러심 안되죠~려욱인 형 있는 반 반장이시잖아요!" "반장이면 다냐?!씨발,배고프니까 하나만 줘." "싫어요!" "야,그래도 명색이 룸메이튼데!!" "룸메이트면 다인가요~?" "야,너 진짜!!!" "윤호 형이란 사람이 같은 부서 학생들이랑 같이 밥 먹는다는데...형 그 쪽 부서잖아요.그 쪽 부서 사람들한테 얻어 드세요.그리고,요리책 좀 보고 사세요.여긴 집이 아니라 학교에요." "............무서워서 가나,더러워서 가지." 그렇게 투덜거리며 가는 시원을 보며 려욱은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아하하하하!!창민이 너 진짜 대단하다!" "헤헤." "어떻게 저런 왕 싸가지를 제압했어?" "내가 쫌!" "얼씨구!!" "농담이야~먹자!" "그래!" "재중인 어디 갔냐?" 재중이 보이지 않자 행방이 궁금한지 윤호가 혁재에게 묻는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 "그래,니가 뭘 알겠니..." "엉?형아!저기 최시원 온다!!!씨이.." 시원을 발견한 동해는 볼을 한껏 부풀리며 혁재 옆에 달라붙는다.그러자 혁재 옆에 있던 성민이 힘껏 째려본다.어쭈,이동해....? "넌 또 어디 갔었냐." ".....잠깐,돌아다녔죠." 엄청 배가 고팠지만 애써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시원.윤호는 그러려니 하며 다시 도시락 먹는데 열중했다. "넌 도시락 없냐." "....다,다 먹었어...요." "혁재야,이거..단 호박으로 만든.." "저기,형?나 이제...단 호박 질려." 정색하며 말하자 성민의 표정이 굳어진다.지,질렸.......다고?!!!!그러나 애써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그래.미안해 혁재야..." "아냐,미안해 형." "성민이 형한테 미안할 게 뭐 있어!" 시방 니가 지금 죽고 잡냐..한편,시원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얻어먹을까 궁리를 하고 있었다.젠장,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아까 전에 그냥 어거지로 심창민 꺼 뺏어먹을 거 그랬나..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어쩌겠는가..어떻게든 얻어먹어야지...그래,이것만 얻어먹고 원래의 최시원으로 돌아오자.그래,아자아자...! "맛있어 보이네요,하나...먹어도 되죠?" "그래?먹어봐라." 오,의외로 순순히?시원은 김밥 하나를 집어 들었다.배고프니까 더 맛있다.이런 건 먹어본 적도 없었던 시원이었지만 지금,배고픈 이 시점에선 너무 맛있기만 했다.기어이 하나 더 집어먹는 시원.그리고 하나 더,하나 더........... "이,이봐...." 거의 거덜나기 일보 직전이 되자 윤호가 당황해 하며 시원을 저지하려 한다.그제서야 입 안 한 가득 김밥을 담은 채로 윤호를 쳐다보는 시원. "솔직히 말해,너 아무것도 안 먹었지?" "에?" "....됐다,그냥 먹어라." 이런 시원의 모습에 동해는 킥킥대며 웃는다.콧대 세우기만 하더니,샘통이다 최시원.혁재도 피식피식 웃어댔다.오직 성민만이 동해를 노려본 채 웃지 않았다. "여긴 어디야..?" 유천이 스포츠카를 몰며 도착한 곳은 어느 호수공원이었다.가을햇살에 반짝이는 호수가 여느 때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나만 아는 장소!" "구라." "하하,솔직히...내가 여자애들 꼬시던 데야..;" "그럴 줄 알았어,어쩐지 호수가 너무 예쁘더라." "그치?나중에 이런 데서 집 짓고 사는 게 내 소원이야." "꿈도 크셔." 피식 웃으며 호수 쪽으로 더 가까이 가는 준수.정말,바깥 세상에 나온 게 얼마만인지...준수는 두 팔을 쫙 피며 눈을 감아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이런 준수의 행동에 유천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준수의 허릴 팔로 감싼다.그러자 화들짝 놀라며 고갤 뒤로 돌리는 준수. "뭐야!" "타이타닉,아니었어?" "....영화 너무 많이 봤구나 너?" "뭐 어때,난 좋은데.." "..............." "앞으로 내가 이런 데 많이 많이 데려다 줄게." "...........치." "이제 좀 있음 10월이잖아,그리고 그 다음 달은 축제....요새 그것 땜에..." "곡 짓느라?" "응,다른 사람들도 미리미리 축제 준비 하고 있을 거야 아마.시월 중순인가...그 때 장기자랑 오디션 본단 소문이.." "그래.." 그래,축제...준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걸 눈치챘는지 유천은 웃으면서 준수를 자기 쪽으로 돌린다. "뭐야." "우울해?" "그래,존나게 우울해." "내가 우울하지 않게 해 줄게." 그렇게 말하며 준수를 안는다.처음엔 바둥거렸지만 이내 가만히 유천에게 안기는 준수. "......너 땜에 못 살겠다." 그렇게 10월이 찾아왔다.(처음 시작했던 때가 9월말임)10월이 되자,학생들은 알게 모르게 장기자랑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Free style과 Smart는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교실로 가는 려욱을 희철이 불러 세운다. "려욱아." "네,무슨 일이세요..?" "내가..부탁 하나만 좀 하자." 11. "....그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죠." "그래?고맙다 려욱아,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은혜는요 무슨...." 려욱의 승낙에 희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그래,박정수.이 형님께서 좋은 놈으로 구해줬다.됐냐?! "형,요즘에 형 삑사리 많이 나는 거 알긴 알어?" ".......뭐?" "뭐야,내 말 못 들었어?!" "........미안 유천아.." "어휴.." 자꾸 음정이 틀리는 종운 때문에 연습이 잠시 중단된 사이 유천이 종운의 옆에 앉아 물어본다.그러나 종운은 다른 생각을 했는지 유천의 말을 듣지 못했고 유천은 한숨을 쉰다. "무슨 일 있어?형 요새 영운이 형이랑 말도 안 하고..." "...........다른 사람한텐 비밀이야." "뭔데~말해봐!" <회상-키스사건 후(기숙사에서)> 기숙사에 돌아와보니 영운이 이 자식,먼저 와 있다.뭐야,아무렇지 않단 저 표정은.오히려 웃으면서 날 반긴다. "여~친구!왔어?" .........친구 좋아하네.그럼 그 키스는 도대체 뭐인 거야? "친구 좋아하네." "아까 키스 땜에 그래?그거 장난이었지?놀랬어?그랬다면 미안해." 장난이었다...?그 장난 땜에,나 착각할 뻔했다.혹시 니가 나 좋아하는 걸까 하고 말이다. "장난 좋아하네,그런 것도 니 기준에는 장난이냐?어?" "....많이 화났어?" "화난 정도가 아냐,실망이다." 이 정도 가지고 실망이라고 말하는 내가 소심하고 쪼잔 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인걸.그리고,이제 친구란 말은 싫다. "야,김종운.그렇다고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앞으론 그런 짓 안 할게!응?친구야!" "친구란 소리 하지도 마!!나 세상에서 제일 싫은 소리가!!친구라는 소리야!!그건 알긴 아는 거야?!" "..........뭐?" "조만간 다음 달로 넘어가면..나 기숙사 옮기거나 집으로 돌아갈 거야.그렇게 알고,다신 나한테 말도 걸지마." ".......야,김종운!" 방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잡아 세우는 영운이의 힘에 난 방으로 들어가지 못했다.이러지 마,이러지 마.. "너 말 너무 심하다..?" "나 소심하고 쪼잔 하잖아,것도 몰랐냐?맨날 친구친구 하던 새끼가?" "............" "나 들어갈 거야,놔라." 그러자 맥없이 내 팔을 놔 버린다.그러나 방으로 들어온 후 난 후회하고 말았다. 젠장,김종운.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알긴 아는 거냐?!이젠 친구로도 돌아갈 수 없다고!!! <회상 끝> "...형 진짜 쪼잔 하다." "너까지 그럴래?!" "근데,영운이 형 좋아했어?" "쉿!쟤 들어!" "아!맞다!" 종운이 주의를 주자 유천은 영운의 눈치를 본다.그러나 영운은 이들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지 기범과 얘기 중이다. "....기범아,나 어쩌면 좋으냐." "글쎄요.." "종운이 그 자식은 내가 친구인 게 싫은 건가?" "그럼요,언제부터 두 형의 우정이 흔들렸는지 되짚어 보시면 어떨까요?" "그런 적이 없단 말이야!" "..........에휴." 영운의 고민을 들어주는 기범은 피곤할 따름이었다.나더러 도대체 어쩌란 말이야.나도 신경 써야 할 사람이 있는데.. 한경은 교무실로 가고 있었다.이젠 제법 한국어도 익혔고 더듬는 것도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그러나 학생들의 괴롭힘은 계속되었다.그러나 한경은 그것을 다 재중에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면 재중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그러나 자신을 진심으로 챙겨주는 사람은 재중밖에 없으니.... "으악!!!" 복도를 지나가는데 숨어있던 학생들이 긴 파이프로 한경의 다리를 건다.그 바람에 한경은 복도에서 넘어지고 만다.다리에 이어 팔꿈치까지 부딪쳐서 여간 아픈 게 아니었다. "아아.." "어~선생님!죄송해요!저기 있는 거 주울려다가 그만~하하하하!" 한경을 넘어뜨린 학생이 비웃으면서 한경에게 다가온다.그러나 그 말은 전혀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그러나 한경은 애써 웃으면서 말을 한다.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지만 참았다.여기서 울면 안 된단 생각 때문에.. "하하,괜찮아요 학생.." "일어나세요,제가 일으켜 드릴게요." 그 학생이 손을 내밀었다.그의 패거리들은 킥킥거리면서 한경을 비웃었다.한경은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다 조심스레 잡는다.그러나,그 학생은 일으키는 척 하다가 비틀거리며 다시 한경을 놓아버린다. "악!" "어?어우 죄송해요,제가 현기증이 있어서요~" "........너 뭐 하는 짓이야." 그 때,때맞춰 나타난 재중이 매우 화난 표정으로 그 학생에게 말을 한다.그리고.. '퍽!' 그 학생을 주먹으로 강타하자 그 학생은 '으악!!' 하면서 쓰러진다.한경은 멍하니 재중을 바라볼 뿐이었다. "학생 주제에 선생님을 농간해?그러고도 니가 사람이야?!그리고,모두 경고하겠는데...한경이 선생님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릴 줄 알아." 주위를 둘러보며 매섭게 경고하는 재중을 보며 학생들은 수군거린다. "선생님,업히세요.양호실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그러자 한경은 주위를 둘러보며 힘겹게 재중에게 업힌다.그러자 재중은 한경을 업고 양호실 쪽으로 간다.재중이 그 곳을 벗어나자 그 패거리들이 수군거린다. "참 내,김재중 쟤 왜 저래?" "혹시 저 짱깨 선생 좋아하는 거 아냐?" "저 선생이 뭐 대단하다고 보디가드 노릇 하고 있어." 그리고,재중이 한경을 업고 양호실로 들어가는 것을 시원이 보게 된다.시원은 연습실로 가던 참이었다. ".....재밌는 상황이네." "거울 가지러 간 새끼가 왜 이렇게 안 오고 있어 진짜!!!!!!" 한편,윤호는 늦는 재중을 씹고 있었다.혁재는 거울을 보며 혼자 연습 중이었고 성민은 삶은 단 호박을 먹으며 동해를 째려보았다.그 때,시원이 들어왔다. "야,넌 또 왜 이렇게 늦었어!" "죄송합니다 선배님." "너,혹시 김재중 못 봤어?!" "봤어요." "어디서!!" "한경 선생님 업고 양호실로 들어가던데요?" ".......양호실?" 시원의 말에 모두들 시원을 쳐다본다.그 상황이 재밌는지 시원은 한쪽 입 꼬리를 슬며시 올린다.혁재는 윤호에게 다가가 말을 한다. "참,그 선생이 뭐길래 재중이 형이 그렇게 챙겨주는 거야?윤호 형이 좀 뭐라고 해!!요새 재중이 형 연습할 때도 잘 안보이잖아!!응?" ".....한번 말 해 볼게.일단 시원이라도 왔으니 연습하자." "전 잠깐 들른 건데요?" "......뭐?" 시원의 말에 윤호는 미간을 좁히며 시원을 본다.안 그래도 다음 달이 축제여서 연습이 시급한 때인데 시원이 그런 말을 했으니 윤호의 기분이 여간 안 좋은 게 아니었다.시원의 태도에 혁재가 어이없다는 듯 화를 내며 말한다. "얼씨구?야!여기가 무슨 니 맘대로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곳인 줄 알어?!아무 말 없이 연습하는 게 좀 이상하다 했어!!" "그 땐 뭐...할 일도 없었고.." "뭐?!아오 씨발,윤호 형!!쟤 그냥 확 탈퇴시켜 버려!!!!" "....이미 여섯 명 전용 안무를 완성시켰어.어느 새에 또 안무를 만들어.그리고 새 멤버는 또 어떻게 구하고....." "그럼 얘 그냥 내버려둘 거야?" "....오늘 연습은 없던 것으로 하자.다들 교실로 돌아가.좀 있으면 수업시간이잖아." 윤호의 말에 혁재는 시원을 노려보면서 신경질적으로 연습실을 빠져나간다. 12. "아!아야!!아야야!!아파요!!" "아이 참,참으세요.어쩌다 이렇게 넘어지셨어요?" "아!아야!!" ".......애들이 발 걸어서 넘어지신 것 같았어요." 양호실에서 한경은 팔과 다릴 걷어붙인 상태로 양호선생이 발라주는 소독약의 따가움에 연신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그 옆에서 재중은 한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하여간 걔들도 문제야,재중 학생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망정이지..안 그럼 누가 이 선생님 챙겨주겠어..안 그래?" ".....그러게요." "요샌 선생들까지도 이 선생님 좀 따돌리려는 것 같단 말이야.물론,나야 아니지만.." "무슨 소리세요?" "막 커피 타 오는 거 이 선생님한테 시키곤 하거든.그리고 잔심부름 같은 것도 죄다 한경이 선생님한테 시키고....낯선 땅 와서 고생이시지 뭐.." "......하아.." "재중학생이 잘 좀 보살펴줘." "네." 양호선생의 신신당부에 재중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을 했다.왜 선생님 주위엔 선생님을 싫어하는 무리들이 많은 걸까요...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교실에 돌아온 윤호는 기운이 빠진 채로 희철의 옆에 앉는다.그런 모습에 희철은 의아해한다. "야,무슨 일 있어?" ".......혀엉,나 진짜 힘들어.." "...뭐가.." "왜 다들 제멋대로일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최시원은 연습에도 잘 참가도 안하고 맨날 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김재중 그 자식은 그 새로 온 선생 챙기느라 코빼기도 안 보이고....그러니까 팀워크고 나발이고 다 깨져버리고........나 미치겠어.나 괜히 리더 한다고 했나 봐.." "..........." 힘없이 책상 위에 엎어지는 윤호를 보며 희철은 피식 웃는다.그래도 얘가 완전히 애는 아니네..희철은 말없이 윤호의 등을 두드릴 뿐이었다. 같은 반이었기에 동행 중이었지만 동해는 계속 시원을 노려보고 있었다.그 때,때맞춰 창민이 등장한다. "어?동해 형!" "창민아!얘 좀 혼내줘!!!!" ".....예?" "얘 땜에 연습 다 쫑 났어~~~" "나 때문인가?재중이 형 때문이지." "재중이 형은 사정이 있잖아!!" "그게 사정이냐?" "뭐?!" "워워,다들 그만하세요.동해 형은 먼저 들어가시고...형은 잠깐 얘기 좀." "싫어." "싫으셔도 해야 되요." 완고한 창민의 태도에 시원은 투덜거린다.쳇,지가 뭔데 참견하고 지랄이야 진짜... "형 땜에 연습 쫑 났단 거..도대체 무슨 소리에요?" "난 그냥 연습실에 잠깐 들렸다 가려던 것 뿐이라고.그런데 멤버들이 그거 가지고 시비건 것 뿐이고 말야.." "잠깐만요?형은 그 팀 멤버라고요!" "그래서.." "다음 달이면 축젠데 그런 정신으로 할 거면 왜 들어간 거에요!!!" "그냥,그리고..재중이 형도 없었어." "그 형은 사정이 있잖아요!" "사정?하!그것도 사정이냐?겨우 짱깨 선생 챙기느라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게?" ".....재,재중이 형....." '퍽!' 시원의 말이 끝나고 창민이 당황해 하는 새 언제 나타났는지 재중이 굳은 표정으로 시원을 돌려 한 방 먹인다. "윽!!" "정말 너 같은 놈이 왜 들어온 건지..너 같은 놈 들인 윤호가 불쌍하다 이 자식아.너 자꾸 그런 식으로 할 거면 나가.보기도 싫다.아,창민아 실례했어." "아녜요..." "이 자식 땜에 고생 많지?나 들어갈게." "네,어!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응...안..녕." "가요 선생님,이번 시간 선생님 시간이잖아요." "그래,잘 가..요.창민 학생.." "네 선생님!" "시,시원...학생도요." "............" 재중은 한경과 함께 교실 쪽으로 사라졌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그리고 시원이 창민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넌 왜 자꾸 내 일이 참견하는 거냐?" "형 바로 잡을라고요.그 정신머리를." "내가 바로잡을게 뭐가 있는데?!" "머리부터 밭 끝 까지 다요.저 들어갈게요." 창민마저 들어가고 시원은 탁탁 털고 일어선다.동해는 어느 새 가 버렸는지 보이질 않았다. 학교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정수는 기숙사로 돌아왔다.그런데,문은 열려있었고 신발이 더 있었다.어라,누가 들어온..... "아,안녕하세요." TV를 보다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재빨리 인사하는 려욱을 보며 정수는 어안이벙벙해할 뿐이다. "누,누구.." "김려욱 이라고 해요." "아아~전교부회장?그런데,여긴 어떻게.." "희철 선배께서 부탁하셔서요.오늘 부로 같이 생활하게 되었어요." "아아...그랬구나.난 박정수 라고 해." "예,선배." "그냥 형이라고 해~난 그런 거 불편해서." "네 형!" ......희철아 고마워♡ 13. "어후,이제 좀 살겠네." 한편,기숙사에 도착한 희철은 왼쪽 눈에 끼고 있던 컬러렌즈를 뺀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언제까지 이렇게 숨길 수도 없는 거지만....우선은 내가 드러내기 싫으니까..쪽 팔리니까. "거봐,렌즈 빼니까 인물 사네." "속 없는 소리 하지마 정윤호,내가 그제도 안 말했었냐?인간이란 생물에 대해서?" "아~말했지!그래 그래...그나저나 나 진짜 어떡하냐 형....이러다 축제 못 나가는 거 아닐까?" "..........." "뭐야,왜 말이 없.....으엑?!!!" 갑자기 소파에 누워있는 자신의 위에 올라타는 희철의 행동에 윤호는 얼굴이 시뻘개진다.지,지금...뭐 하는겨!!! "뭐야!!혀,형!!미쳤어?!!" "그런 소리 하면 섭 하지~" 피식 웃더니 넥타이를 풀어헤친다.설마,아냐!!그건 아니야!!! "혀,혀,형...나....수 아니거든?" "어허,뭔 잔말이 그렇게 많다냐 아가야.잔말 말고,이 형아가 하는 대로 따르면 되는 거야.알았지?" "미쳤어?!씨,비켜!!!안 그래도 기분 꿀꿀해 죽겠는데 형까지 이러기야?!" 일어서려던 윤호는 다시 희철에 의해 눕혀진다.컥!!뭘 먹고 힘이 저렇게 쎄?! "형이 무슨 욕구불만이야?!그럼 야동 보면서 혼자 풀든가!!!!"" "어허,조용히 하래두." 그러면서 손가락을 윤호의 입에 대며 조용히 하란 제스처를 취한다.나,나,나,이대로 깔리는 거야?!그런 거야?!! "이러는 거 보니까 너 아직 어린애 같다?뭐,그게 귀엽긴 하다만....하하하하하." "형 진짜 왜 이래?!" "너 나 좋아하지?" "그,그건 또 뭔 개소리야!!!" "다 알아~이 엉아가 모를 줄 알았냐?하하하하하하.그러니까,조용히 해.쉬잇!" 계속 피식피식 웃어대며 윤호의 셔츠 단추를 푸르기 시작하는 희철.어떻게든 저지하려고 기를 썼지만 소용없었다.윤호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소릴 지른다. "내가 형 덮쳤으면 덮쳤지!!난 형한테 깔리기 싫어!!!!!!!!" '퍽!' "뭔 개소리여,나 오기 전부터 존나게 퍼 자드만....그새 꿈도 꿨냐?" "..........꿈?" "그리고,누가 누굴 덮쳐?내가 미쳤냐?!으이그!" 그러면서 희철은 한대 더 때린다.뭐야,그럼.....다 꿈이야?!!아아악!!!내가 어떻게 그런 꿈을!!!정말 미친 건 나다 나!! "왜 안 깨웠어!!" "너 잠꼬대하는 게 재밌어서." "이씨!내가 어린애야?!" "그럼,나한텐 아직 징징대는 열두 살 꼬마로밖에 안 보이는걸?" "미워!안 그래도 기분 열라 안 좋은데!" "어허!열라라니!무슨 열라면이냐!!!" "하이 개그야?" "응." "........나 방에 들어간다." "옹야,라면 끓일까 밥 할까?" "둘 다." "..........개새끼." 욕을 내뱉으며 부엌 쪽으로 가는 희철. 그런 희철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직 완전히 옮긴 건 아니었지만,영운과 같이 지내기가 어색해서 재중과 동해네 방에 머물게 된 종운.서로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뭐 어떠랴,영운과는 도저히 지낼 수가 없는데.좀처럼 돌아오질 않는 재중을 기다리면서 밥을 하는 동해.종운은 숙제를 하고 있다. "아씨,재중이 형아는 왜케 안 오지.혹시 그 중국인 선생 챙기는 거 아냐?" "저번 달에 새로 온?" "응,그 쌤이 재중이 형네 반 담임인데..왕따잖아,그래서 재중이 형이 그 쌤 챙기느라 연습 때도 안 보이고.게다가 그 최시원 새끼는 아예 참가도 안 할라고 하고!!것 땜에 윤호 형아가 여간 속 썩히는 게 아냐." "아아.." "근데,언제까지 있을 거야?" "왜,거슬려?" "아니,그건 아니고.." "나도 모르겠다.." 먼저 사과할까 생각도 했지만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핑계인 거 인정한다)사과도 하지 않은 종운이었다.열나게 고민하는 종운을 보며 동해는 고갤 젓더니 아까 전부터 하고 있던 두부 부치기를 하고 있다.기름이 자꾸 튀겨서 뜨겁다.그 때,문이 열리고 재중이 들어온다.들어오자마자 풍기는 참기름 냄새에,재중이 코를 킁킁거리며 부엌 쪽으로 간다. "어?동해 뭐해?" "두부 부쳐!나 착하지?" "어유~그래!동해 착하다~" 웃으면서 동해의 머릴 쓰다듬는 재중.그리고 부엌에서 나와 종운 옆에 앉는다. "안녕~" "그래,안녕." "아직도 화해 못 한 거야?" "..............." "어?또 말 안 하네?헤헤.." ".........." 동해와는 말문을 튼지 좀 되었건만 재중과는 아직까진 말문을 트진 못했다.되도록이면 종운에게 말을 많이 걸려 노력하는 재중이었지만 통 말을 할 생각을 안 하는 종운이 내심 속상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재중에게 맞은 후,멍이 든 뺨을 달걀로 문지르는 시원.창민은 밥을 지으면서 연신 킥킥댄다. "아씨!웃지마!!" "키키키키킥..." 웃지 말라는데도 자꾸 웃어대니 너무나도 민망하고 x팔린 시원이었다.하여튼 이놈의 학교로 전학 온 후로 되는 일이 없어 진짜...씨. 14.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그 동안 시원은 조금 달라졌다.재중한테 맞은 것 때문인지 창민이 계속 잔소릴 해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팀 연습에 꼬박꼬박 빠지지 않았다.물론,멤버들 바가지 긁는 건 변함없었지만... "너 겨우 그 정도냐?" "너 꺼져!!!으앙!!횩재야!!" "혁재거든." 그리고,요새 보이질 않던 재중도 연습에 참가하기 시작했다.그런데,재중은 연습할 때 마다 한경을 데리고 왔다.뭐,재중의 말을 빌리자면 선생님이 안 보이면 불안하고 누가 선생님 괴롭힐까 봐 걱정돼서 데리고 왔대나 뭐라나.. "저 잘 추죠?" "응!진짜...재중이 최고!" "하하." 또 그의 말을 빌리자면 휴일 날 놀러 가자고 약속까지 잡아 놨단다.사제간의 러브러브모드라..뭐,나쁜 건 아니다.나이차도 그렇게 나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동해와 성민은 나름대로 혁재에게 작업을 걸고 있었다.그 때문에 연습실에서 둘이 싸운 적도 몇 번 있었다.그 때마다 윤호와 재중이 말려야만 멈추었으니...그러나 혁재의 마음 아는 자 아무도 없었다.본인도 누굴 마음에 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Smart의 연습도 어느 정도 잘 되어가고 있었다.뭐,아직 영운과 종운은 냉전 모드지만 말이다..어쨌든,유천이 한 곡을 더 만들어와 지금은 그 곡으로 열나게 연습 중이다. 유천은 여전히 준수와 알콩달콩 모드를 유지하고 있었다.뭐,준수 본인은 귀찮아 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기범은 이제 어느 정도 희철과 가까워졌다.고백할 그날을 향하여 기범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동희가 한번 영운과 종운 이 둘을 화해시키려 애를 써 보았지만 결과는 말짱 꽝이었다. "야,김종운.화해 안 할거야?!" "몰라,어차피 늦었잖아." 이미 늦었다며 고갤 돌리는 종운이나,종운은 이제 친구도 아니라는 영운이나…둘 다 한심하게 보이는 동희였다. "근데요,형은 왜..삼수를 하는 거에요?" 학교에서의 일정이 끝나고,기숙사로 같이 가던 중 려욱이 정수에게 묻는다.그러자 정수는 곧바로 대답한다.뭐,어차피 숨길 일도 아니고...히히. "희철이가 하니까." "예?" "친구 따라 강남간단 말도 있잖아." "아,아무리 그래도...." "걱정 마,희철이도 올해는 대학 갈 거래.그러니까 나도 대학 가야지.희철이가 1년 휴학할 때 나도 따라 했는걸." "......왜요?" 워낙 모범생이었던 려욱은 정수가 말했던 것들이 썩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었다.희철 선배야 뭐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이 형은 당최.. "혼자다 보면 외로울 거 아냐.그런 이유도 있고..희철이가 무지막지한 비밀.....흡!!!아이 씨~" "비...밀?뭔데요?" "어?그,그게..암 것도 아냐~~하하하하;;" 박정수 넌 사형감이야!!!뭐냐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려욱의 눈빛을 애써 피하면서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정수. "말하면 안 되는 거에요?" ".......절대." "..그럼 말하지 마세요." "응." 어휴,살았네... "......나 어떡해..." 한편,혁재는 기숙사에서 한창 우울모드를 일관 중이다.이유인 즉슨,요새 동해만 보면 거기(!)가 선단 이유 때문이었다. "이혁재 미쳤어 미쳤어~~~악!!" 혼자 발광했지만 어쩌겠는가.내가 어쩌다 그런 어벙한 새끼를..그 녀석의 구애작전이 내게 제대로 먹힌 걸까..하지만,그 녀석.....섹....에이,하튼!!그 녀석은 남자애들 다 아는 것도 모를 텐데!!!!그렇게 혁재는 열나게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그러다,문득 떠오른 한 남.정.네. "김준수!!" 혁재는 급히 기숙사를 나왔다. 희철과 윤호는 밥을 먹고 있었다.역시 희철은 렌즈를 빼고 있었다.밥을 먹는 내내,윤호는 희철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하아,남자가 어쩜 저렇게 이쁘냐.. 아무리 오랫동안 친한 사이래도 희철이 형아 이쁜 건 부정할 수가 없.....나 왜 이러니. '딩동-' "누구냐?윤호 니가 물어봐 봐라." "어,누구세요~" [기범이에요.] "김기범이라는데?" ".....뭐?!야!!렌즈 어딨어!!빨랑 찾아!!!" 갑자기 기범이 왜 왔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어쨌든 희철은 렌즈를 찾으려고 안달나 있었다. 이윽고,렌즈를 찾아 낀 후 문을 열었다.마냥 싱글벙글 미소를 지은 기범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어,그래...안녕....." "왜 놀러 왔냐?" "그냥요,희철이 형 보고 싶어서요." "그래~잘 왔어!!지금 밥 먹고 있었는데..너도 퍼 줄까?" "아녜요~" 요 근래,기범이 희철과 가까워진 것을 알게 된 윤호는 기범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뭐,그건 기범도 마찬가지였지만... "요 사이,둘 너무 가까워졌다?" "뭐 어때~후밴데!질투하냐?" "아,아니거든!!!!" "너 얼굴 빨개,술 먹었냐?으이그~" 윤호가 귀엽다는 듯이 윤호의 양 볼을 쭈욱 잡아 늘리는 희철.그러자 윤호는 더 빨개진 얼굴을 한 채 '몰라!' 하며 화장실로 쏙 들어가 버린다.한참 동안 지켜보던 기범이 희철에게 묻는다. "두 분...친하신가 봐요?" "유치원 때부터 친했걸랑,하여튼..정윤호는 여전히 애 같다니까.." ".....네." .....앞으로 더 분발해야 하는 건가.저 형도,희철이 형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이씨,김희철 나쁜 놈." 한편,화장실로 들어가버린 윤호는 거울을 보며 희철을 씹어대고 있었다.하지만,어째 밉지는 않고....오히려 너무 사랑스러워서...매번 키스하고 싶단 충동을 겨우겨우 억누르고 있던 윤호였다.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자신도 모르게 희철을 좋아하고 있었단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정수한테만 의지할 때도 질투를 했고...지금도..단지....우정일지도 모르는데도 괜히 질투가 불타오르고.. ..........미칠 것 같다. "하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연습은 잘 하고 있어요?" "........땡 까먹지는 않아." "아주 좋아요!제가 그 동안 잔소리를 열심히 한 보람이 조금은 생기네요!!" "....x 까라." 한편,창민은 돈까스를 튀기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예전엔 거의 풀밭이었건만,오늘은 시원의 버릇이 조금 고쳐진 것도 있고 창민 또한 고기가 땡기던 차여서 돈까스를 맛나게 튀기고 있었던 것이다.시원은 소파에 거만하게 드러누운 채로 TV시청을 하고 있었다.그 때,부엌에서 창민의 비명소리가 들렸다.크게.. "앗!뜨거!!!!!" 순간,자기도 모르게 부엌으로 총알같이 달려가 창민이 데인 손을 덥썩 잡아버리는 시원.그 순간,창민도 놀라고 시원도 놀랐다. "뭐,뭐에요.." ".......응?아,괜찮..냐?" "기름 튀겨서 조금 데인 것 뿐이에요.형은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나 하세요." "그,그러지....뭐..." 시원과 창민은 약간 빨개진 얼굴로 다시 하던 일을 마저 했다.특히나,시원의 얼굴은 마치 잘 익은 당근 같았다. 한편,종운은 바람이나 쐴까 하고 기숙사 근처 정원을 거닐었다.그리고,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휴.." 말로는 이미 되돌릴 수 없다 했지만 솔직히 되돌리고 싶다.그러나,영운의 화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종운이었기에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하는 것이었다.그 때,기숙사에서 영운이 나오다 종운과 제대로 눈이 마주쳤다. ".....!" "....오랜.....아니,또 보네?" 말을 고치고는 냉큼 종운의 옆에 앉아버리는 영운.당황했는지 비키라고 하고는 영운에게서 조금 떨어진다.그러나 더 붙는 영운.그리고 종운의 손을 꽉 잡는다.왜,왜 이래 이 자식이...가을 타나... "뭐야!!이제 우리 끝났어!!!" "...말로만?" "................씨." "딱 까 놓고 얘기하자,너 내가 친구로서 싫은 거야?친구하기도 싫은 거야?" ...........이젠 숨기기도 지쳤다. "어,친구하기는 싫어." "........하,그랬냐?그러면서 어떻게 여태까지 친구 노릇 해 먹었냐..?" "..........좋아서..." "...뭔 소리야?좋아서?" "친구로서가 아닌......그런 감정이 내게 생겨버려서....계속 친구하다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그것 땜에 이렇게 꼬여버렸어.." "..........." "하지만,좋아한다고 말했다가 그냥 친구로 지내잔 말 듣기가 두려웠어." "......풉,김종운 존나 겁쟁이네." "그래,나 겁쟁이다 어쩔래!" "다시 들어와라." ".........어?" "일단은,다시 들어오라고.것도 안돼?" "........되지!!아,야!!그건 그렇고 내가 고백했잖아!!!대답은?!!!!" "평생 안 할거야~" "뭐?!" 영운의 장난기 섞인 말에 종운은 꽤나 충격 먹은 듯 하다.그러나,영운은 아랑곳 않고 계속 웃기만 했다. 김종운,의외로 귀엽네.풋.. 15. "....니들 뭐하냐?" "...........혁,혁재 왔...니?" "에이 씨.." 준수를 만나러 매점에 왔건만,지금 혁재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상황은 가관도 아니었다.준수의 셔츠 단추를 풀으려고 하고 있는 유천과 얼굴이 시뻘개져 있는 준수.... 느이들,설마 거시기 하려는 건 아니었겠지? "에이 씨,쪽팔려!이래서 내가 푸르지 말라고 그랬잖아 개새끼야!!" "아!그렇다고 왜 때려 서방을!!!!" "........사귀냐?" "사귀는 건 아니고..." "아니!왜 시치미를 떼시나!우리 사귀잖아!!!" "계약연애잖아!" "계약연애도 엄연한 연애다?" "아,하여튼.나 너한테 상담할 거 있어서 왔으니까 박유천 너는 좀 가라." "싫어,나도 듣자." 이 새끼가 진짜....한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혁재였지만 괜히 여기서 일 벌렸다간 좋을 것도 없단 생각에 겨우 화를 추스리곤 말을 했다. "후우.......그래 뭐.얘기하지.." 그리고 자신의 이러저러한 처지들을 늘어놓으며 한숨을 쉬는 혁재.그리고,이 두 명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같았다.아주. "덮쳐." .......이것들이 쌍으로 미쳤나.내가 그 딴 대답이나 들으려고 여기 온 줄 알어?!난 이 감정을 어찌해야 억누를 수 있느냐를 물으러 왔지......그 딴 대답 들으려고 온 게 아니란 말야.. "참,이혁재 답지 않네." "난 그 딴 대답이나 들으러 온 게 아냐." "어허!준수한테 뭔 망발을!!!" "쳇." "그건 그렇고,동핸 쳐다도 안 보더니 너 어쩌다가 동핼 좋아하게 된 거냐?난 그게 궁금하다.." "사람 마음이란게....참 알 수 없드라.그냥,어느 순간부터 동해가 귀여워 보이고 하는 행동마다 너무 이뻐보여서.....에라이!!그리고 볼 때 마다...알 수 없는 아방함이란.." "이혁재 점점 변삘 난다 나." "김준수!!!" "농담이야." "........" 저게 친구로서 제대로 된 조언 하나 못 해줄 망정..뭐,변삘?!그러나 정작 준수 본인은 피식 웃으면서 잠시 자취를 감춘다.그리고 잠시 후,소주 몇 병을 검은 비닐봉지에 넣은 후 혁재에게 건네준다. "뭐냐?" "이동해 엄청 순진하대매,아마 맨정신으로 덮쳤다간 널 피할 지도 몰라.술에 쩔게 한 다음에 확 덮쳐버려.그게 가장 좋아." ".......너 정녕 내가 동해를 덮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단정지을 생각이냐...?" "너도 솔직히 이동해 덮치고 싶으면서.." "그,그건 그렇지만!!!!" "피식,그러니까..덮쳐.술이 직빵이야." "나도 우리 준수 술 메긴 후에 덮칠까?" "시끄러!!!빡유 이 개새끼가 진짜!" 하여튼 이 커플만 보면 웃음밖에 안 나온다.부조화 속에 조화랄까..?혁재는 피식 웃으면서 준수가 자신에게 건네 준 검은 봉지 안의 소주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진짜 덮쳐버릴까.....? ".......흐음...." "뭘 망설여~사내답게 빨리 결정해!" ".......그래,까짓 거." "오오~좋아!그럼 우선,이동해를 니 숙소로 끌어들여서 술을 매겨.물론 너도 마셔야 되고.걔만 메기면 쫌 찔리잖냐.그리고 걔 취하면 침대로 끌고 가서 그냥~" "......너 야동 많이 봤지 김준수." "그냥 말하는 건데." ".........미친 놈." 정말 김준수는 세상에서 제일 가는 싸이코다. "잘 가 기범아~" "형도 잘 자세요." 한편,희철은 기범을 내보내고 나서야 렌즈를 뺄 수 있었다.후우,얼마나 조마조마 했던지....그나저나 정윤호 이 자식은 화장실에서 왜케 안 나오는 거야!!!! "미친 놈,x 싸는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 투덜거리며 화장실 문을 확 열어제낀 희철. 그런데,희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예상 밖의 광경이었다.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윤호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흐악!!!!" 희철은 놀라 크게 비명을 질러버렸다.뭐,뭐야!!물소리도 안 났는데!!윤호도 조금 놀란 모양인지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이 자식,나보다 몸 좋잖아!!거기다 머리까지 감았는지 젖어있는 머리카락..은근히 섹시 포스가 팍팍 풍겨지는.. "........어,언제 샤워..했....니?" "뭘 그렇게 놀라..?김기범은 갔나 보네?" "어?으응~보냈어.계속 렌즈 끼긴 쫌 그렇잖냐." "그렇지..근데,형은 걔 어떻게 생각해?" "기범이?동생 같은 후배." ".......그래,형도 샤워 안 할래..?" ..........단순히 샤워하겠냐는 말인데 왜 괜히 얼굴은 빨개지는 것일까...덮칠까 봐?아냐~저 새끼가 설마 날 덮치겠어?그래,진정해.김희철...쟨 동생 이라구~!!!하하하하하하!!!!!희철은 애써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옷을 벗어 던지고는 냅다 화장실로 들어와 샤워기를 틀어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 적셔버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호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형,진짜 섹시하다." ...........미친 노옴!!!! 샤워를 끝마친 후,대충 옷을 입은 윤호와 희철.그러나 덜 말려진 머리를 하고 있었다.그래서 수건괴 드라이로 열심히 머리를 말리는 중이었다. "어휴,이 놈의 머리 드럽게 안 말리네.괜히 길렀나 보다.너처럼 짧게 짤라버릴걸." "왜,난 형 머리 긴 게 더 이쁘고 좋구만." "사내새끼한테 이쁘다고 하면 못 써." "형,머리 말리지 말고 나 좀 봐봐." "아 왜~" "탁사마 따라하지 말고 어서." "...........오냐." 결국엔 못 이기는 척 머리를 말리는 것을 그만두고 윤호를 쳐다보는 희철.그 순간,일은 터졌다. "으읍!!!" 갑작스레 당한 기습키스에 놀란 희철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윤호는 키스에 몰두했다.자신의 입 안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물체에 움찔 하다가도 이내 눈을 감아버리며 그 느낌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희철이었다.그렇게 정확히 3분 후에 키스는 끝났고....희철은 벌떡 일어서서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야!너 미쳤어?!형한테 무슨 짓이야!!!!" "............" "너 낮술 마셨냐?!아님 나한테 왜 갑자기 키스를 한 거야?!" "............" "넌 이게 잘 한 짓이라고 생각해?!입 있으면 변명이라도 좀 해 봐 이 자식아!!" "...........흔들리지마." "넌 이런 상황에서 그런 쌩뚱맞은 소리가 나오냐?" "....김기범한테,흔들리지 말라고." "............?" "알아들었든,못 알아들었든 그건 상관없어.나 먼저 자러 간다.피곤해서." "너,너어...!!!" 뭐야,왜 알 수 없는 소리들만 해 대고...!!험악한 인상의 희철을 뒤로 하고 윤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방에 들어갔다.그리고 방에 들어가자마자...그의 얼굴은 빨개졌다. 희철이 형한테 키스했다!아싸아아!! "혁재야아~" 저 너머에서 꽃밭을 날리며 오는한 미소년.바로 동해였다.오늘 자기네 숙소에서 자러 오란 말에 동해는 마냥 신나있었다.뭐,재중이 좀 말리긴 했지만.무슨 위험하다느니 혁재가 이상한 짓 하면 어쩌냐느니 하는...그러나 재중의 충고는 이미 저 세상으로 날려보낸 뒤였기에...혁재는 우선 동해가 순순히 나온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었다.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동해에게 말을 걸었다. "들어갈까?" "응!!" 지금 동해의 태도를 보자면 오히려 빨리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 난 녀석 같았다.뭐,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다행이었지만...혁재는 흠흠 거리면서 동해와 함께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그 때,지나가던 성민이 우연히 이들을 목격하게 된다.뭐야,왜 이렇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거지...?설마..?아냐~혁재가....그럴 리가 없지. 동해는 혁재의 숙소에 처음 와 보는 것이었다.그랬기에 더욱 오고 싶었다.실제 혁재의 숙소는 그렇게 어지럽혀져 있지 않은..대체적으로 청결 상태는 무척 양호했다.마냥 신이 나는지 소파에서 방방거리며 뛰다가 실실 웃으며 앉는 동해.혁재는 앤드 테이블 위에 소주들을 나열한다. "뭐야?" "소주,이거나 마시면서 그 동안의 얘기들 한번 해 보자." "나 술 마셔본 적 없는데에.." "마실수록 느는 게 술이야!걱정 마!!" ".....우웅........" 그래도 불길한지 계속해서 입을 삐죽 내밀어대는 동해.그러나 그런 동해를 무시하고 과자 몇 개와 소주잔들을 가지고 왔다.과자는 안주나 할 까 하고 가져온 것들이었다. "자!우리 허심탄회하게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세상살이나 한번 얘기해 보자구!알았냐?!" "어?응!으응!!!" 어느새 혁재는 소주잔에 소주를 잔 가득 따라 동해에게 권하고 있었다.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소주잔을 받아 들고는 한잔 쭈욱 들이키는 동해.으웩,쓰다아.... "끄으으.." "한 잔 더어!!" 으에에에엑!!! "끅!그래서 내가 말이야아.." 그렇게 몇 잔 기울이더니 어느새 얼굴이 빨개진 채 동해는 만취 상태에 이르렀다.이제 때가 온 건가....? "도,동해야..?취했나 보다.자야겠어..." "끅.." 혁재는 동해를 안아 들고 방으로 들어간 후 동해를 침대에 눕혔다.그리고,잠시 동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조심스럽게 동해의 위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이동해,미안하다!! 16. "진짜?그럼 잘 된 거네..?" "흐응.....그런,셈이지..?" "그 의문형 대답은 또 뭐냐?" "...하하하..." 재중의 반격 아닌 반격에 종운은 머쓱한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동해랑은 말 튼지 꽤 되었는데 재중과는 아직까지 말문을 트질 못했던 종운이었기에 재중과의 이런 대화가 어색하고 뻘쭘 하기만 했다. "하아,그나저나 이동해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어디 나갔어?" "아아,혁재가 불렀다면서 나가든데.." "혁재?" "우리 댄스팀 멤버,애가 쫌 양아치 기질이 있긴 하지만 춤은 윤호 다음으로 잘 춰.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닐까?" "...글쎄." 종운은 피곤한지 연신 하품을 해 댔고 재중은 손톱까지 물면서 꽤나 초조해하고 있었다. 려욱은 벌써 잠든지 오래 되었건만 정수는 아직까지 눈을 꿈뻑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예전엔 잠 잘 잤었는데..요샌 왜 이러는지...이층 침대라서 려욱이 옆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려욱은 위에 있었다. "......으응,잠 왜케 안 오는 거야." 눈이 피곤해질라 치면 정신이 번뜩 뜨이니 정수는 미칠 노릇이었다.내일도 학교 가는데...그리고 두근거린다.왠지 모르게 말이다. "정윤호 이 자ㅅ....!!자네?" 한편,윤호 땜에 방 밖에서 서성이다 겨우 들어온 희철은 이미 꿈나라로 여행을 하신 윤호의 모습에 약간 놀라면서도 안심을 한다. "짜식,잠은 드럽게 잘 자요." 어릴 때도 잠은 잘 자드만...희철은 웃으면서 윤호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그 옆에 눕는다. 그 때,갑자기 초인종이 울렸고 희철은 놀란다. "씨발,야밤중에 어떤 새끼가.." 희철은 투덜거리며 렌즈를 찾아 꼈고 현관으로 나가 짜증난다는 투로 응답을 했다. "누구야?!" [..전데요,기범이.] .......기범이?! '끼익 - -' "어,어서 와~웬일이야?이 야밤중에." "혼자 자기 무서워서요,오늘 여기서 자도 되죠?" ".......어?!" 안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요로코롬 귀여운 후배의 청을 어찌 거절 하겠냐만...은!진짜 재워줘서 잘못했다간 자신의 오드아이를 들킬지도 모르는 마당이었다.희철은 한참 동안 망설였고,그 모습을 본 기범은 뭐지...?하는 표정을 짓는다. "...무슨..비밀이라도 있으세요..?" "어?아냐~아무것도.." "전 거실에서 잘 게요." "........괜찮겠어?" "예,전 괜찮아요.이 숙소 안에 형이 있는데요." "......그래 준다면 나야 고맙지.어여 들어와." 희철은 억지로 웃으며 기범을 들였고 기범은 뭐가 그리 좋은지 마냥 싱글벙글이다. "근데,윤호 형은 벌써 자나 봐요?" "어,자드라.들어가 보니까..이불 가져올게." "네에." 희철은 슬쩍 기범을 보고 방으로 들어간다.그 사이,기범은 소파에 앉아 희철을 기다린다. "어?형이 웬일로 방에 들어와요?예전엔 맨날 거실에서 자드니....." "......잔말 말고,나 좀 재워주라." 이제까지 시원은 '너 같은 싸가지랑은 한 침대에서 자기 싫다.' 하면서 지금까지 거실에서 잠을 청해왔다.그러나,요새 밤 날씨도 쌀쌀해지고 언제까지 소파에서 잘 수는 없단 생각에 시원은 어쩔 수 없이 또 자존심을 굽힌 채 방으로 들어왔던 것이다.창민은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이 마냥 재밌는지 연신 킥킥 웃어댄다.그 웃음소리에 시원은 자존심이 상하는지 약간 인상을 쓴다. "너어.." "알았어요~누워요." ".....내가 어쩌다가 이 꼴이 된 건지.." "현명한 선택을 하셨네요." "뭐?!" "시끄러워요,옆 방 학생들 깨면 어떡할 라고요." "........에이 씨." "어서 누우라니까요?왜 안 누워요?다시 소파로 가서 자고 싶어요?" ".......지금 누울라고 하잖아 진짜!!!"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시원은 신경질을 내며 창민의 옆에 눕는다.그리고 바로 벽을 향해 눕는다. "내가 그렇게 싫어요?"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냐?" "하하하하,네.말이라고 지껄이는 건데요?" "....크윽..!" 이 새끼,날이 가면 갈 수록 말빨이 느는구만..시원은 슬쩍 고개를 뒤로 돌려 창민을 째려봤다. "자꾸 그렇게 화 내지 말아요.그러다 진짜 정들면 어떡할래요?" "뭐?!" "싸우다 정든다 잖아요.그리고,남자애는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 잖아요.혹시 형 저 좋아하는 거에요?" "아니거든!!!내가 게이냐?!" "장난이에요~뭘 그렇게 정색을 해요?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다.몰라요?!" "됐거든!!!빨랑 쳐 자!!!" "하하하하하.." 시원은 버럭 화를 내며 다시 돌아누웠고 창민은 킥킥대며 웃다가 웃는 걸 멈춘 후 눈을 감는다.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웃기고 자빠졌네.내가 설마 너 같은 놈을 좋아할 리가 있겠어? "....읏...!하읏...!" "하아..동해야...하아..." "...하악...!" 혁재와 동해,이 둘은 거의 절정을 향해 있었다.동해는 혁재의 목에 팔을 감은 채 연신 교성을 내고 있었고 혁재는 허리를 움직이며 점점 흥분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그리고,혁재가 사정 함으로서 이 둘의 정사는 끝이 났다. "아아....하아..." "...동해야...아파?" 동해의 옆에 누운 혁재는 동해가 걱정되는지 조심스레 물어본다.그러나 대답은 않고 계속 숨만 내쉬는 동해의 태도에 이내 피식 웃어버리고는 동해를 품에 안는다. "...좋아한다...." "하아..하아..나도오....." 17. "으음.." 아직 새벽녘이었지만 기범은 눈을 떴다.아무래도 소파에서 자는 거여서인지 잠이 깊게 오질 않았다. "하암,목마르다.물이나 마셔야지." 눈을 비빈 후 기범은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열어 물병을 꺼낸 후 컵에 따른 후 물을 한번에 마셔버린다. "크으.." 물병을 집어넣은 후,다시 소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희철과 윤호가 자고 있는 방문 쪽으로 눈길이 간다.한번........들어가 볼까..? '끼익 -' 기범은 행여나 깰세라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그리고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 들어왔다.대체적으로 컴컴하긴 했지만 달빛 때문인지 누가 누군지는 구분할 수 있었다.이윽고,기범은 희철 쪽으로 다가갔다. ".....하아.." 한숨을 내쉬더니 손을 조심스레 뻗어 희철의 얼굴을 쓰다듬는다.남자피부가 무슨 여자피부처럼 하얗고 곱냐...기범은 피식 웃다가 손을 뗀다. "아아,김기범 너 왜 이래.이럼 안 되잖아.." 스스로 자기주문을 건다.그러나 뛰는 심장은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다.심호흡을 해가며 한참 동안 뚫어져라 희철을 쳐다보다 희철의 잠꼬대를 듣게 되었다. "으응...에씨..정윤호 이 망할 놈아~감히 내 입술을 훔쳐가?!너 밥 없어!!!" ............입술을 훔쳐가?! 희철의 잠꼬대에 기범은 윤호를 쳐다보았다.그러나 윤호는 태연하게 잘만 자고 있었다.하하,잠이 아주 잘 오시나 보군요...윤호 선배.그럼,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기범은 결심을 한 듯 바닥에 앉더니 희철의 얼굴을 끌어당겨 키스를 해 온다. ".....으응....흐으..ㅂ...!" 잠결이었으나 어쨌든 기습키스를 당하는 상황이었기에 희철은 바둥거리며 기범의 등을 세게 쳤다.그러나 그러면 그럴 수록 키스의 강도는 더더욱 짙어져 갔다. "흐으...으...ㅂ...으읍...............?!!!!!" 입 안에서 자꾸 무언가가 요리조리 움직이는 통에 희철은 눈을 뜨고 말았다. 그리고,자신에게 키스하는 사람이 기범임을 알고 눈이 동그래진다.이상하게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에 기범 역시 눈을 떴다.그런데,자신의 눈에 비치는 희철은 무언가 달랐다.어두웠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눈 색깔이 달랐다.왼쪽 눈 색깔이.. 달빛 때문에 그 색을 알 수 있었다.에메랄드 빛 초록색.... ..........오드아이..?! "혀,형..?!" "..........너,너어!!!" 희철은 놀라 벌떡 일어나 기범을 쳐다본다.그러다 이내,자신이 지금 렌즈 무착용 상태임을 깨달았다. .......나 들킨 거야?!!!!! "형,형 눈이....왜 그래요..?" "....언제 깼어....." "오드아이에요....?" "언제 깼냐고!!!!" "왜 저한텐 감추신 거에요?" "너 대답 안 해?!!" 기범이 자꾸 물었지만 희철은 언제 깼냐면서 소릴 치며 물어본다.그 때문에 윤호가 잠을 깨고 만다. "아으...뭐야아 진짜..." "......!!!!" 윤호가 깨는 소리에 기범과 희철,둘 다 놀란다.그러나 아직 이 심각한 상황을 모르는 윤호는 눈을 비비며 희철을 쳐다본다.그러다 기범을 보고 표정이 굳어진다. ".....뭐야?김기범 니가 왜 여기 있어." "......여기서 자기로 했어요.." ".......뭐야,들킨 거야?어?!" "...아니....자꾸 누가 키스하길래 넌 줄 알고 깼드니.......얘드..라.." "하아,김기범.너 죽을래?!"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기범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윤호.결국엔 기범에게까지 들키고야 말았다.만약,희철이 오드아이란 사실이 퍼진다면 희철의 학교생활은 힘들어진다.왕따 정도는 면하더라도 전교생한테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게 뻔한 일이었다.잠시 후,기범을 말을 했다. ".....비밀로 할게요." "...진짜?" 기범의 약조에 희철은 얼굴이 밝아졌지만 윤호는 그렇지 않았다.계속 노려보고 있을 뿐. 그러다 말을 꺼낸다. "약속할 수 있냐?" "......네." "만약에,희철이 형이 오드아이란 거 퍼트릴 시엔....넌 그 날로 세상 다 산 줄 알아라." "제가 무슨 에코인 줄 아세요?" "에코?그게 뭐냐?" "어유 이 바보,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수다쟁이 요정이잖아!!!" "아아.." "그것도 모르셨나 보죠?어쨌든..전 절대 말 안 할 거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뭘 걸고 장담할 거냐..?" ".............." "안 말해?!" ".....제 마음을 걸고,희철이 형을 향한 제 마음을 걸고 장담할 거에요.설마,이것조차 거짓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윤호 선배?" "..........!!!!!" 희철이 형을 향한 마음..?기범의 발언에 윤호는 미간을 좁히며 기범을 노려보다 말을 꺼낸다. "......가서 자." "....그러죠,잘 자요 희철이 형." "....으응..;;잘 자...기범아." 기범은 윤호를 노려보다 방을 나간다.잠시 정적이 흐르고 윤호가 먼저 말을 꺼낸다. "...저 자식,형 좋아하나 보네..?" "...그러게,내가 몰랐네..참,난 눈치도 없다." "그런 눈친 없어도 되는 거야." "뭐어?!" "얼른 잡시다.아직 새벽이야." 윤호는 피식 웃으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쳇,걔 맘만 알면 단 줄 아나......내 맘도 좀 알아주면 안돼? "으하암...." 아침이 되자 눈을 비비적 거리며 동해는 눈을 떴다.그러나,동해는 잠에서 깨자마자 머리에서 오는 고통과 허리에서 오는 고통을 동시에 맞아야 했다. "아으..머리 아파아..끄윽...허리도 아프네..히잉." 꽤나 큰 고통에 동해는 울상을 짓는다.그런데,여기가 어디지..?아,내가 어제 혁재 숙소 갔었지.그리고 술을 마셨는데....거기까지 밖에 기억이 안 나.... "아아아아아악!!!" 동해의 비몽사몽이 깬 건 바로 자신의 벗은 몸을 본 순간이었다.아니,내가 왜 옷을 벗고 있는 거지?게다가,몸에 있는 붉은 자국들은 대체...?!그 때,세수를 했는지 약간 젖은 얼굴의 혁재가 모습을 드러낸다.그리고,깨어난 동해를 보고 약간 놀란다. "깨,깼,깼어?!" "...혁재야,내가 이러고 잤어?" ".....으응....?" .......무슨 말...아니,설마 기억을 못 하는 건가?! "동해야,기억 안 나..?" "술 마시기 전까지밖에 안나..히잉." .........히유,십 년 감수 했구나. "하하하하...니 술버릇 아주 특이하드라 야~" "....그래?히잉,난 몰라아앙~~아,학교 가야 하지 않나?교복 없는데." "아직 시간 멀었어.얼른 옷 입고 가면 되." "고마워." 어제의 일을 정말 기억 못 하는 건지 동해는 그저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끄응...끙...!" 무거운 짐들을 이끌고 원래 머물던 숙소로 돌아온 종운.히야,이게 도대체 얼마 만에 돌아온.....종운은 희미하게 웃었다.그리고 문을 열었다. '끼익 -' 아직 자는 건가..?뒤척임이라든지 무언가의 움직임이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하여간,퍼 자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그래서 만날 지각했단 소리가 들려왔구나.내가 없으니까 깨워줄 사람도 없었겠지..종운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짐을 방 안까지 들고 들어갔다.그리고 짐을 내려놓은 후 아직까지 자고 있는 영운을 보며 푸욱 한숨을 내쉰다. "어휴,누가 곰탱이 아니랄까 봐.야!어여 일어나!!!지각하고 싶어 환장한겨?!어여 일어나!어여!!!" 소릴 빽빽 지르며 영운을 흔들어 깨우는 종운.그러나 웅웅 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깨질 않는 영운의 태도에 종운은 인상을 쓴다. "일어나 이 킹콩 같은 새꺄!!" '퍽!퍼억!!' "아,아야!!아이 씨발!!누구......종운이네?" 욕을 하면서 일어나다 자길 때린 사람이 종운임을 안 영운은 머쓱한지 허허 웃는다.종운은 씩씩댈 뿐이었다. "으이그!!하여간 퍼 자는건 예나 지금이나!!" "허허..돌아온거야?" "그래!돌아왔다 이 몹쓸 놈아!!내 고백에 아무 대답도 안 한 파렴치한!!!" ".....꼭 대답할 필요가 있나?" 능글맞게 웃으며 갑작스레 벌떡 일어나 종운에게 다가가는 영운.아,아니 시방 이 놈이 잠이 덜 깼나.... "야!야아!!김영운!!!너 눈꼽이나 ㄸ......" .....돌아오자마자 당하는구나. 18. "...흐음,커피 좀 뽑아다 줄래요?" "예?네,네..." 꽤나 젊어 보이는 여선생의 부탁에 한경은 주저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한 뒤 자판기로 향해 커피를 뽑는다.그 여선생이 돈을 준 것도 아니다.순전히 자기 돈으로 뽑는 거다. 내가 이럴려고 한국까지 왔나..가끔 이런 절망적인 생각을 하는 한경이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자신을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대표적인 예를 들자면...예쁘신 양호선생님과 자신이 맡은 반의 반장인...착한 재중이랄까. 한경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교무실로 들어갔다.그러나,잠시 딴 생각에 빠진 탓일까.. 문턱에 걸려 넘어져 커피를 쏟고 만다.그것도 하필이면 커피를 뽑아달라고 부탁했던 그 여선생의 치마에 쏟았으니... "꺄악!!!" 그 여선생은 냅다 비명을 질렀으며 한경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조심스레 일어선다.그 여선생은 죽일 듯이 한경을 노려보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게 뭐에요!제가 커피를 달랬지,커피를 제 치마에다 쏟으라고 그랬어요?!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에요?!한 선생님은!!!" "....미,미안...합니다.사과할..께..요." "어휴,하여간 중국 놈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니까..." "..........!!!!" 다 거기서 거기....?그 여선생의 말이 모욕임을 알았지만...아무런 대꾸도 할 수도 없었던 한경이었다.그 때,양호선생이 달려온다. "괜찮아요?" "...전,괜찮습니다.." "아니,이 선생님이 마실 거면 왜 한 선생님에게 뽑아오라 시켜요?이 선생님은 손이 없어요 발이 없어요?!" "유 선생님이 무슨 참견이세요?한 선생님한테 뽑아오라고 시키던 말던 그건 제 맘이에요!!" "뭐라고요?!" "....전,괜찮습...니다.나가,볼게요...자습.. .....시간...다 됐거든요.." "......몸조심하세요." 한경을 안타깝다는 듯 쳐다보는 양호선생의 눈빛을 뒤로 하고 한경은 눈물을 삼킨 채 출석 부를 집어 들곤 교무실을 나섰다. 같은 숙소에서 잔 탓에 윤호와 희철은 기범과 함께 등교해야만 했다.희철이야 뭐 그저 그렇겠지만 윤호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아니,희철의 옆에 딱 달라붙어서 도대체 어쩌려는 것일까?! "....좀 있으면 휴일이니까...시간 내서 미용실이나 갈라고." "왜요?" "머리 색..그냥 다시 까만 색으로 염색할라고." "와~어울리겠다." 거기다,지들끼리만 쑥덕쑥덕거리니..?날 아주 개무시 하기로 작정 했구만 이 작자들이!!! "어이,나도 좀 끼워주지?" "아!맞다...정윤호 너도 있었지!!미안~" 아!맞다...정윤호 너도 있었지..?시방,지금 뭐라고 한겨...어?장난해?!!!!!!! "정수 형." ".......응?" "형은요,인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난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전혀 없는데... 학교로 들어가는 길,갑작스런 려욱의 물음에 정수는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었다. 솔직히,처음엔 꽤 순진해 보이는 애라 생각했는데..이제 보니 나보다 정신연령이 더 높은 애늙은이로 보인다.... .......이런 애랑 합숙생활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그런 거,생각해 본 적...없어..." "스물 두 살이면서 그런 것도 생각 안 해보셨어요?" .......지금 날 무시하는 거니...나 그렇게 생각 없는 인간 아니거든요... "아니,꼭 그런 것까지 생각을..그럼!넌 뭐라고 생각하는 데에!!!!" "........허무해요." ........너 정말 열일곱이 맞는 거니. "혁재야?" 실실 웃으면서 교실로 들어가려는 혁재를 누군가가 불러 세운다.성민이었다. "어?성민이 형이 왠일이야?" ".....어제,뭐 했어?" "...응?뭐?" "어제,이동해 데리고 뭐 한거니?" .........어제 내 숙소로 동핼 데리고 온 걸 봤나?!설마 그것까진 보지 못 했겠지 라는 생각으로 혁재는 대충 얼버무린다. "아~기냥!술이나 한 잔 했지이~" "......그래?뭐,딴 일은....없었어....?" "....지금 날 의심 하는겨?!!" "솔직히 말해,너....동해 좋아해?" "내가 왜 그 어리버리를 왜 좋아하겠어~" "그럼 왜 술 마시지고 걜...불러내?불러낼 거면.....나 부르지..." "참,성민이 형!질투해?나 걔한테 딴 맘 없다?나 들어간다!끝나고 연습이지?그 때 보자구요!" 식은땀을 흘리며 들어가는 혁재를 본 성민은 이를 악문다. "......그럼,동해 목에 있던 키스마크는..뭔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습시간이 끝나고,한경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는다.그 모습을 본 재중은 뭔가 해서 의아해한다.그런 재중의 눈치가 보이는지 기범이 물어본다. "...재중이 형!저 선생 신경 쓰여요?" "...어?그냥...힘들어 보이셔서.." "아.." 기범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책상에 엎드린다.오늘따라 한경의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재중은 조심스레 일어나 한경의 옆에 다가가 묻는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에?아,아무것도...아냐....." "안색이 안 좋아 보이세요.." ".....하하.......;" 얘한테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걸까..한경은 아직까진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길 망설이고 있었다. 19. 기범과 헤어지고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은 윤호와 희철.희철은 기분이 좋은 건지 미소를 짓고 있지만....바로 옆에 앉아계시는 정윤호군께선 아주 심기불편이시다. "형,형...설마 그 자식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뭐?넌 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 자식이 고백했잖아!!!형은 혹시,남자가 남잘 좋아하는 거에 대한...뭐 거부감이나 그런 거 전혀 없어?!" 뭐,만약에 희철이 거부감 있다 대답하면 윤호에게도 희망은 없는 거였지만..지금 그런 것을 따질 윤호가 아니었다.그러나,희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윤호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없어,사랑은 사랑이잖냐." "......그러셔...?" "...근데 너,아까부터 표정이 쭈욱 안 좋다?너만 빼 놓고 얘기해서 삐친 거냐?" "그건 아냐." ....어느새 내가 키스한 건 안드로메다에다 갖다 버렸나 보지?응?!!!! "그럼~뭔데~!!!" "아이 씨,귀찮게 굴지 마 좀...." '드르륵 - - -' 그 때,문을 세게 열며 울상을 짓는 성민이 들어왔다.성민의 자리는 바로 윤호의 뒤.성민은 자리에 앉은 뒤 바로 엎드려 흐느꼈다. "이성민,뭔 일 났냐..?" "...어허어어어엉..이혁재 개새ㄲ.." "....뭐여,씨." 성민의 사정을 윤호가 알 리는 없었다. 시원은 교실에 들어와서도 왠지 찝찝하단 기분이 들었다.아마,어제 창민의 발언 때문이 아닌 듯 싶다. "뭐?정들어?좋아해?웃기고 자빠졌어 진짜.." 계속 그 생각에 선생님의 조회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그런 시원을 본 동해는 그저 시원이 돌았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쟤가 돌았나?아아,근데 진짜 허리 아프네." ......이 생물을 어찌하면 좋으랴. 두 교시가 지난 후의 쉬는 시간,어제 혁재 때문에 다 못 했던 키스마크 남기기에 대한 아쉬움을 안은 채로 유천은 준수가 있는 매점으로 향했다.그런데,매점은 닫혀 있었다.의외의 상황에 유천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아니,왜 없는 거야? "뭐야,마누라 좀 보러 왔더니...쳇." 약간 화난 채로 유천은 다시 교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으응....." 그 때,준수는 양호실 침대에 누워있었다.그리고,조금씩 눈을 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무엇 때문일까....요새 자꾸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밤에 충분히 잠을 잤음에도 낮 시간대에 쭈욱 피곤하고.......아,어젠 잠을 좀 늦게 잤다.박유천 때문에..그리고 키스하다 혁재가 찾아왔었지....그 후에......... "어?깨셨네요?" 그 때,양호선생이 들어왔다.그래서 준수는 하던 생각을 잠시 중단해야만 했다. "아,네....." "기면증이신가 봐요?매점에서 갑자기 쓰러지시고.." ".....뭐라고요?뭔..증?" "기면증이요.불면증의 한 종류요." ......불면증의 한 종류..?! "그,그게 뭔데요...?" 점심시간,준수는 다시 매점으로 돌아가 매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그 때,그 곳에 있던 유천이 재빨리 준수에게 달려온다. "야!마누라!!" "깜짝이야!뭐야 너?!" "야,너 왜 2교시 끝나고 갔는데 왜 문 닫았어?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해!" .....아,그 때 내가 양호실에 있어서..아니,그렇다고 화를 낼 것까진.... "양호실에 있었어." "양호실?너 어디 아프냐?응?!" "......아 씨,시끄러!정신 사납게!!너 자꾸 사람 신경질 나게 만드...." '털썩 - !!'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준수는 유천에게 화를 내다 그만 자기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어?너 왜 그래!어디 아프냐?내가 거기로 들어갈까?!!" "......아니야,들어오지마.그냥,그냥...거기 있어.내가 일어날 테니까...." ".......알았어." 잠시 멍 해져있던 준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출석부 좀 저희 반에 갖다 놔 주세요." "....네에." 다른 선생들은 다 밥을 먹고 있었지만 한경만은 예외였다.한경은 식사를 하고 있는 선생들의 심부름을 해야 했다.왜 이래야 하는지는 자신도 몰랐다.그냥,그냥...몸이.. "어?선생님!!" 복도에서 힘없이 걷고 있는데 재중이 한경에게 다가온다.무슨 일이 있는 건지 재중은 환한 표정이다.난..아닌데.. "일요일날 놀러 가는 거요,거기 장소가요......에?" 이런 모습은 보이고 싶지는 않단 생각에 한경은 재빨리 재중을 지나쳤다.그러자 재중은 상당히 뻘쭘한지 잠시 가만히 있다가 한경을 쫓아온다. "선생님!!" 탁탁,달려오는 소리다.한경은 빨리 출석부를 갖다 놓아야 한단 생각에 심부름을 시킨 선생의 반으로 재빨리 들어가 출석부를 놓고 와 버린다.그러자,바로 앞에 재중이 헉헉대며 서 있었다.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왜 헉헉대는 걸까... "왜 다른 반에다 출석부를 놓고 오세요..?" "...5교시 수업이..저 반이라서." 5교시에 한경은 수업이 없었다.한경은 거짓말을 하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에 재중은 한경이 거짓말을 한다는 걸 금방 알아챘다.그러나,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그러시구나..배 안 고프세요?저랑 같이 도시락 드시러 가요." ".....응."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단 걸 눈치챈 것 같은데도 아무 말을 않는 재중이 그저 고마울 따름인 한경이었다. 20. 시원은 매점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었다.요리를 못 해서 가는 이유도 있었고,쪽 팔리게 창민한테 싸 달라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그래서 아침에도 창민보다 일찍 왔다.진짜,내가 나중에 요리책을 사든지 어쩌든지 해야지.어후,어후!!!!! "시원이 형!어디 가세요?" 그 때,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시원은 가던 길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보았다.그 곳에선 싱긋 웃으며 시원을 쳐다보는 창민이 있었다. "뭐야." "도시락 없으시죠?" "그래서 매점 가잖아 이 자식아!왜,아주 약올라 죽겠냐?어?!!" ".....짠!" .......뭔 짠은 무슨 짜....시원은 잠시 멍 한 눈으로 창민을 쳐다보았다.왜냐,창민이 자기 몫 외에 시원의 몫까지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너,너..." "참,싸 달라는 게 그렇게 자존심 상해요?그럴려면 저녁은 왜 드실까...뭐 해요!안 받고!!" ".............." .........이상해,뭐라 말이 안 나와. "어디 가!!" "기범이가 같이 도시락 먹재서!너도 같이 갈 거냐?!" ....왠지 김기범이 왜 3교시 끝나고 부르나 했다.이미 잔뜩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윤호는 그저 씩씩대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나도 가자!!" "근데 어쩌나,기범이가 넌 데리고 오지 말랬는데.." .........이보쇼,그럼 왜 같이 가잔 소릴 한 거냐!!!!이 자식,날 염두에 두고 그런 소릴 한 거야....그래,그렇다 이거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근데 너 왜 그래?누구랑 싸우기라도 했냐?" ........나 이미 중학교 때 손 씻은 사람이오.당신 눈에는 내가 쌈꾼으로나 보이나 보지?응?! "웃겨라!!그리고!지가 내가 오건 말건 뭔 상관이래?!괜찮아 괜찮아!!!나도 같이 갈거!!!!!" "참,그렇게 열 낼 필요까진..알았어 이 자식아!같이 가자!" 희철은 씨익 웃으며 윤호의 팔에 팔짱을 껴 온다.오올,먼저 스킨십?킥킥킥킥 "맛있어요?" "......어." 한편,재중과 한경은 나란히 벤치에 앉아 같이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아까 일 때문인지 한경은 수줍어해 한다. ".....아까 그거 거짓말인 거 다 알아요." ".........." "선생님." ".......?" "왜 자꾸 혼자서만 짊어지려고 하세요..네?" "............" "......하아.." 자꾸 대답은 안 하고 고개만 숙이는 한경의 태도에 재중은 한숨만 푹푹 나왔다. 그리고는,안되겠다 싶었는지 한경에게 기습키스를 해 왔다.그러자 한경은 엄청 놀래 눈을 크게 떴다. "으...ㅂ..?!" 그리고 잠시 후,재중은 입을 떼고 한경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본 후 말을 이었다. ".....좋아해요." ".......!!" "그러니까요,저한테 다 말하셔도 괜찮아요.혼자서 짊어지고 가시는 건 오히려 안 좋아요. 그러니까....저한테 다 말하시고...저한테 기대세요." .....이렇게까지 날 배려해주는데...난..난...한경은 죄책감과 그 동안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당했던 서러움에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흡...흑...흑.." "서,선생님?!" "으허어어어엉!!으흐흐흐흑...." 울음을 터트리며 재중의 품에 안기자 재중은 한숨을 나즈막히 쉬고는 말 없이 한경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힘내세요. "괜찮겠어?내가 매점 대신 봐 줘?" "...됐으니까 넌 얼른 도시락이나 드셔." "지금 도시락이 문제야!!그럼,쉴 때 같이 큰 병원 가서 검사 받아볼래?" "..........가도 나 혼자 갈 거야." 한편,아까 일이 걱정되는지 유천은 계속 매점 근처에 있었다.그러나 준수는 그것이 편치는 않았다.고맙기는 했지만,자기 땜에 신경 쓰는 것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다. "왜!" "부담되잖아." "부담 안 되게 할게,그리고 나 너 애인이다?계약이지만..." ".......하아..." 박유천,너 정말정말 고마운데.....이건 나 혼자 짊어지고 가고 싶어. "동해야!"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던 동해를 부르는 혁재.그러자 동해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이윽고,혁재인 것을 알자 환하게 웃는다. "어,혁재야!앉아!" "그래." 동해가 환하게 웃으며 앉으라고 말하자 바로 동해의 옆에 앉아버리는 혁재.참,녀석.....먹는 것도 이쁘네. "다 먹었어?" "응,그래서 너 찾았지." "왜애?" "너 다 먹음 연습실 같이 갈라고..." "헤헤,그래...?" "허린 괜찮아..?" "응,걸을 때만 쪼끔 아프드라." "아아아,그래도 아픈건 아픈 거잖아.내가 매점에서 파스라도 사 줄까?" "에이 괜찮대두~그런데,웬일이야?이렇게 나한테 잘해주고..."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헤헤,고마워." ........이렇게 이쁘게 웃는구나 자식..격하게 좋아한다 이동해!!!!!!!아,그나저나 재중이 형이 눈치 챘을라나? 한편,종운은 연습실에 쭈그려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연습실엔 동희도 있었는데 동희는 의자에 앉아 자꾸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돌판오겹사알~먹고 싶어요~~" "시방,그 타령 좀 그만혀!!" "넌 빨리 먹기나 해~어?영운이 왔구나?" "안녕 동희 형!" 그 때,영운이 연습실에 들어왔고 종운은 놀래 고갤 숙이며 열심히 도시락을 먹었다.영운은 씨익 웃으며 쭈그려 앉아 종운과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우리 구름이,도시락 먹는 거야?" "....그 닭살 멘트는 또 뭐냐?우리가 뭔 사귀는 사이냐?!어?!!!!" "....난 그러고 싶은데...넌 싫구나?" ..........뭐라,사귀고 싶다고...?영운의 말에 종운은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지금 뭐라고 한겨...." "왜?너 진짜 사귀는 거 싫은가 보구나?그럼 어쩔 수 없지~흥!" "누가 싫댔냐!!!" 버럭 소릴 지르며 벌떡 일어나는 종운.그러나 영운은 전혀 놀라지 않고 그대로 같이 일어선다. "그럼,사귀는 거다?" "........니 맘대로 해!" "어유 이쁜 것!앙탈도 잘 부려요!!" '와락 - ' "....지금 뭣들 하는 것이냐?니들 당장 나가!!!" 결국,이들의 닭살행각(?)을 지켜보던 동희가 소릴 버럭 지르며 나가라고 말을 한다. "......." "........" ".........." 윤호,희철,기범....이 셋은 침묵모드였다.도시락은 비운 지 오래.그러나 말들이 없다.기범이 뭔갈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쉽사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러다,말을 꺼낸다.희철에게. "....희철이 형." ".....응?왜?" "...할 얘기가 있어요." "그래?그럼 윤호 가 봐,불편할지도 모르잖아." "아니에요,윤호 형도 있어주세요." 기범의 발언에 윤호는 왠지 모르게 심기가 불편했다.뭐야,무슨 꿍꿍이로 저리 말하는 걸까........그 때,기범이 희철에게 기습키스를 한다. "흡!!" .......희철은 그대로 당했고 윤호는 굳은 표정으로 기범을 쳐다보았다.그리고,입을 뗀 기범이 희철에게 말했다. ".......사겨요 우리." 말이 끝나자마자 윤호는 자릴 박차고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김기범,니가 정녕 내게 정면도전을 할 셈이구나....응?! 21. 씩씩거리며 연습실로 들어온 윤호. '쾅 !!!' "아,깜짝이야!선생님 놀랬잖아!!" "한경이,괜찮아...." "...있었냐." 너무 세게 열고 들어온 탓일까,재중이 윤호에게 버럭 화를 낸다.그러나 윤호는 별 신경 안 쓴다. "혁재랑 동해는?" "걔들은 아직 안 들어왔어.그리고 저기 봐봐.성민이 왕따 놀이 한다..." 재중이 구석에 쪼그려 앉아 중얼거리는 성민을 가리키자 윤호는 무심코 쳐다보았다가 하마터면 풉 하고 웃을 뻔했다.성민은 바로 거울과 벽 쪽이 매치(??)되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손가락을 땅에 대고 빙빙 돌리며 무어라 중얼대고 있었다.일명 왕따 놀이.아마 혁재 때문이겠지 하고 생각한 후 윤호는 반대쪽을 쳐다보았는데...그 곳에선 시원이 의자에 앉아 창민이 준 도시락을 먹지도 않고 계속 들고 있었다.그리고 계속,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쟨 또 왜 저러냐?" "글쎄,그냥 도시락을 그대로 들고 들어오드만..." 그 때,혁재와 동해가 나란히 들어왔다.그것도,손.을.잡.은.채....... "나 왔어~" 아무것도 모르는 혁재는 그저 밝은 목소리로 자기가 왔다며 인사를 했다.밝은 건 동해도 마찬가지.혁재와 손을 잡았다는 그 자체가 좋은 건지 그저 싱글벙글.혁재의 목소릴 들은 성민이 홱 뒤를 돌아보더니 금세 벌떡 일어나 그들을 지나쳐 다른 곳에 털썩 주저앉아 버린다.인상을 쓴 채. "어,성민이 형은 왜 저래?" ".........이혁재,너 잠깐 나 좀 보자." "....응?뭐라고 했어 재중이 형?" "잠깐 보자고잉~?!" "아,아야야야!!" 재중은 빠직 마크를 단 채 혁재의 귀를 잡아당기며 연습실을 나갔다.동해는 그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히잉,혁재 어뜩해~" ".....흥." 흥의 주인공은 성민.그 소릴 들은 동해가 성민을 살포시 노려봐준다.그러자 성민도 벌떡 일어나 동해를 노려본다.사촌들끼리 뭣하는 짓이여들!! "뭘 꼬라 보냐?" "질투나?질투 나지?" "....너 어제 혁재랑 도대체 뭘 한 거야?" "술 마셨어." "또..." "잤지.그런데 깨 보니까 내 옷 다 벗겨져 있드..." "뭐?!!!!!!" 동해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성민이 버럭 소리를 질러버린다.동해 딴에는 그냥 말한다고 말한 건데..옷이 다 벗겨져있단 소린 뭔 일이 있었단 소리나 다름없지 않은가.그 소리에 시원과 윤호도 잠깐 그들 쪽을 보다가 다시 자기들 보던 쪽을 본다.시원은 도시락,윤호는 천창. "야!너 화장실 좀 가 보자!!" "아!!뭐야아!!!" 결국 참다 못해 성민이 동해의 손을 붙들고 연습실을 빠져나갔다.이제 남은 사람은 시원과 윤호와 한경 뿐.어색한 침묵이 흐르고...시원이 먼저 고개를 들면서 윤호에게 말을 건넸다.언제까지 도시락 보면서 얼빠져 있을 수도 없기에 말이다. "형,무슨 안 좋은 일이 있으신 가 봐요?" "......그래,졸래 안 좋은 일..그럼 넌 그 도시락이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먹지도 않고 쳐다만 보고 있었냐?" "...사실 심창민이 싸 준 건데요.....몰라요,나도 왜 이러는지....어,선생님도 계셨네요?" ".......아,응..어?재중,어디 갔어?" "아까 나가는 거 못 보셨어요?혁재랑 같이 나가던데..재중이." ".........아아,나 갈게.미안." 있기가 상당히 뻘쭘 했는지 한경은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는 연습실을 빠져 나왔다.시원과 윤호는 한숨을 나즈막히 쉬고는 다시 자기들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심창민...너란 놈은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날 아무 생각도 못 하게 만들어놓냐.... ....김기범,니가 감히 내게 정면도전을 신청했다 이거냐.....그래,희철이 형.최후에 누가 차지하게 되나 함 보자. 한편,Smart 연습실에서는 잠시 연습을 마치고 쉬는 중이었다.기범은 마냥 웃고만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유천이 기범 옆에 앉아 물어본다. "기범아,무슨 좋은 일 있어?" "...저요,희철이 형이랑 사귀게 됐어요." "진짜?야~축하한다 짜식!드디어 소원성취 했구나!!" "헤헤,고마워요~그런데...저 두 형아들도 왠지.." "저 운 브라더스들 께서도 오늘부로 연애모드시다." "진짜요~와!!그럼,형은 준수 형이랑 어떻게 되 가요?" ".....글쎄,준수가 요새 많이 아픈 것 같은데..나한테 기대지 않을려고 해.....내가 싫은가...?" "...에이,설마요.형한테 짐 되기 싫어서 그러는 걸 거에요." "..........후우." "자아!다시 연습하자!시간 얼마 안 남았어!!" 영운의 우렁찬 목소리에 기범과 유천은 동시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다.하여간,힘도 센 형아가 목소리도 크다니까.. "아이!뭐 하는 짓이야 이성민!!!" "형이라고 안 부를래!!가만히 좀 있어!!반항 좀 하지 말고!!!!" "너 미쳤어?!" "형이라고 했지!!!" 한편,화장실에서 성민은 동해의 교복을(상의)미친 듯이 벗기고 있었다.현재 넥타이까지 풀고 셔츠를 벗기고 있는 상태.성민의 이상한(?)행동에 동해는 왜 그러냐며 자꾸 반항을 해 댄다.그 바람에 셔츠 단추가 몇 개 튿어지고 말았다.그리고,셔츠 단추를 다 푸른 후 반 쯤 벗겨보니....키스마크가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순식간에 안색이 파래진 성민.동해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미쳤어 미쳤어,사촌동생 옷을 다 벗기고.." "...............기억 안 나?어젯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난 대니까 진짜!!!단추 다 떨어졌잖아이!!"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기억도 안...뭐야 허리에 그건?" 자꾸 따져대던 성민이 동해의 허리 부근에 붙여져 있는 파스를 발견한 성민이 물었다.그러자 동해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오늘 일어나는데 허리 아파서..혁재가 점심시간에 파스 사다 줘서 붙인 거야.그게 뭐?" "................." 역시 내가 예상한 그것이 맞는 건가?성민은 허탈한 미소를 지은 후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동해의 어깨를 탁 잡고 말을 한다. "어제,혁재가 너한테 뭐 했는지 알려줄까?" "?????" "보진 않았지만,너한테 이런 자국들이 남겨진 것과 허리가 아픈 걸 보면 확실히 알겠거든.어때,알려줘?" "........." 동해가 눈을 크게 뜨며 고갤 끄덕이자 성민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동해의 어깰 잡고 말을 잇는다. "그것은 바로....." '딱 - !!!' "아야!거울로 때림 어뜩해!!" "이혁재!!니가 어떻게 동해한테 그런 짓을!!!" 한편,학교 정원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서는 재중이 거울로 혁재를 때린 후 다짜고짜 혼내고 있었다. "어떤 짓 어떤 짓!!!" "너!동해 들어올 때 키스마크 있는 거 내가 다 봤어!!!니가 어떻게 그렇게 순수한 동해한테!!!!" "술 땜에 걔 기억도 못 해!!" "알면 어떡할래?" "뭐?" "동해가,니가 너한테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알면 어떡할 건데?" "..............." ".....너,동해 좋아하지." "....어." 혁재의 대답에 재중은 앞머릴 쓸어 올리며 깊게 한숨을 쉬더니 혁재를 쳐다보며 말한다. "그렇게 좋아하면,그런 짓을 하지 말고 고백을 해 봐." ".........." "동해도 너 좋아하니까." "..........." "...어?수업시간 다 됐네.선생님은 아직 계실려나.교실에 들어가라." "....응." 시계를 보던 재중은 한경이 생각났는지 얼른 안으로 들어갔고 혁재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를 걸었을까,저 쪽에서 걸어오는 동해를 발견한 혁재는 반가운 마음에 동해에게 달려갔다. "동해야!!" 그러자 동해는 흠칫 놀라며 혁재가 가까이 다가오자 뒤로 주춤거린다.동해의 행동에 혁재는 뭔가 하고 놀라면서도 설마 하는 생각으로 그냥 허허 웃으며 말했다. "에이,동해야 왜 그래~" ".......가까이 오지 마!!" "무,무슨 소리야!!" "짐승!!변태!!!!!!!넌 최악의 저질이고 인간쓰레기야!!" '짜악!!" "!!!!!!!!!!" "히잉..인간말종...으아아앙!!" 동해가 뺨을 때려서 잠시 멍해져 있던 사이 동해는 더 소릴 지르고는 얼굴을 감싸 쥐며 계단을 뛰어서 올라갔다. .........설마... 그리고,5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윤호는 희철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됐어?" "사귀기로 했어." "!!!!!!!!!!!!!!!" "......나도,한번쯤은 연애는 해 봐야지.그리고,걔 꽤 귀엽고...자상하고...." "웃기지마!!!!!!!!" 희철에 말에 윤호는 벌떡 일어서서 소릴 쳤다.그러자 희철은 깜짝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면서 위로 올려다본다. "뭐야,너 외롭냐?왜케 화를 내고 그래?" "........씨발." 욕을 내뱉더니 교실을 나가버리는 윤호.희철은 '쟤 진짜 왜 저래?' 하고 중얼거린 후 뒤쪽에 앉은 정수와 얘길 나눈다. "참..김희철 너도 가지가지 한다." "뭐?" "응?아냐아냐~" 스아실,말하자면 정수는 이미 상황을 대충 지레짐작하고 있었다.그러니까!!윤호가 희철을 좋아한다는 것도 윤호의 행동을 통해 알아챈 것이었다.그러나 이 둔한 희철께선 그것도 모르시고 기범이란 룰루랄라 하시겠다고 선전포고를 하셨으니.... "아!정수야,려욱이 어때?" "이상해." "응?" "뭐 인생 어쩌구 저쩌구~이상해!" "걔가 좀 나이에 비해 성숙해서 그래.걔 조기입학 했잖아~그것도 있을 거야." ".....뭐..." "그 밖에는 어때?" "어딘가 귀여운 면도 있긴 한데...어째 말을 못 붙이겠어.걔 범생이지?그래서 내가 쉽게 말을 못 붙이는 건가?" "하긴,려욱이가 쫌 범생이 기질이 있긴 하지.하여튼 힘내라!" "뭘?" "너 려욱이한테 관심 있는 것 같던데,아니냐?" "........????글쎄다?" 관심?관심?글쎄...정수는 아직 려욱에 대한 맘을 확정 지을 수가 없었다. 22. 짐승...변태......인간말종......인간쓰레기?! "으어어,동해야아.." 5교시,그러나 혁재는 수업에 집중을 않고 엎드려 중얼거리고 있었다.충격이 컸던 걸까..눈물까지 글썽인다.이런 혁재의 행동을 눈치챈 건지 선생이 출석부로 혁재의 머리를 세게 강타한다. "아!!" "밖으로 나가서 손 들고 무릎 꿇고 앉아있어!!" "........예." 당신이 내 맘을 알어?!!이렇게 외치고픈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랬다간 또 크게 혼날 게 뻔하기에..혁재는 아무 말도 않은 채 울상인 채로 복도로 나가 무릎을 꿇고 손을 들었다.썅,오늘 일진 진짜 안 좋네. "씨이,이동해 걘 진짜 왜 그래?!" 그 때,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더니...출석부를 들고 지나가는 동해가 보였다.아마 심부름인 듯 싶다.동해도 혁재를 보았다. "야!이동해!!너 도대체 왜 그래!!어?!" "............" 그러나 혁재의 말을 가뿐히 무시한 채 그냥 지나가 버리는 동해.열이 받는다.아니,이젠 무시까지?!뺨 때린 것도 모자라..... '퍽 !' "악!!" "이 놈의 자식이!!반성하랬지!!누구한테 화풀이 하랬어?!!!엎드려 뻗쳐!!!" "선생님이 내 맘을 알아요?!!아냐구!!!!" "...뭐,뭐시?!" 씨,암 것도 모르면서... 얼마나 많이 삐쳤길래 수업시간이 되도록 안 들어오는 걸까.옆자리가 텅 비니 희철은 그저 허전하기만 했다. "미친,왜 안 들어오고 지랄이야.안 들어오면 자기 손핸데."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의 희철군은 그저 정윤호 이 자식 가을 타는 건 줄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으아아아악!!!" '뻥 - !!!' 한편,윤호는 괜히 축구공을 세게 차며 화풀이를 했다.그러고도 분이 안 풀리는지 축구공을 밟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운동장을 뛰며 돌며 소릴 쳤다. "김희처어어얼!!!" 남들이 보면 미친 놈이라고 수군대겠지만 이 인간도 나름대로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일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겠는가?누구 때문? "너 땜에 미쳐버리겠다 김희철!!!" .....그렇다,김희철 때문이다... 심부름을 갔다 온 동해는 제자리에 앉는다.그러다,문득 혁재가 떠올랐다.손 들고 벌 서던.. "씨이,그 딴 자식을 내가 뭣 하러.." 정말 파렴치한,그 동안 그 딴 자식 좋아한 내가 또라이다.바보다....그러나,왠지...보고 싶다. 웃는 모습,틱틱대는 모습..다 보고 싶어. "흡..흐윽...으으으으..흑.." "아니,학생!!무슨 일 있는가?!왜 울고..." "아아아아앙!!!" 결국엔 울음을 터트리고 마는 동해. 그리고 하교시간,희철은 기숙사 안으로 들어간다.그러나,그 곳에서도 윤호는 없었다.이 자식 진짜 어디 갔어?! "개자식,하여튼 속을 썩여라 썩여." 투덜거리며 희철은 가방을 내려놓은 뒤 렌즈를 뺀다.정말,자꾸 걸린다.눈에 밟힌다....정윤호가. "진짜?" "그래!진짜!!아악!!내가 미쳐!!!" "쩝." 한편,윤호는 재중과 나란히 벤치에 앉아서 재중에게 희철 얘기를 하고 있었다.머리까지 쥐어뜯으면서.그런 윤호의 모습에 재중은 한심하게만 느껴질 뿐. "고백해,니가 그렇게 우물쭈물 대니까 희철이 형을 그 1학년한테 뺏긴 거 아냐." "피하면!!" "그럼 걘?걘 한 방에 골인했잖아." "......몰라몰라!!!!악!!!" "그렇게 악만 쓰지 말고 차분하게 생각해봐!" "...............후우." 진짜,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하여튼,그 김기범 자식은 어떻게 족쳐버릴까..... "서방님 왔다~" 유천은 환하게 웃으며 매점 앞에 섰다.그러나 준수 표정은 칙칙하기만 했다.또 왔니… "..." "자꾸 그렇게 밉상 보일래?표정 좀 펴~!" "...너 같음 피겠니?" "...........그래도..응?어차피 휴일 되면 병원 갈 거잖아.응?" "가도 나 혼자 갈 거니까...너무 그렇게 신경 써 주지마.고맙긴 고마운데....." "그런데?" .....그냥 나 좀 내버려 두면 안되겠니?유천아,너도 나처럼 암울해하는 거...보고 싶지가 않아. "어?그거 아직도 안 먹었어요?!지금 제 성의 무시하는 거에요?" "...아니,그게 아닌데....." "이거 다 먹는 대신 저녁 없어요.알았어요?!" "...치사 빤스." "형이 도시락 안 먹은 게 죄죠!!!" 그래,죄다.엄청나게 큰 죄로 생각할게.쳇.시원은 툴툴거리며 거실에서 아직까지 고이 들고 있던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진짜 맛있다.이 녀석,도대체 못난 데는 어디냐. "야,너 단점 없냐?" "그건 왜요~" "...........그냥." "글쎄요~형이 한번 알아맞혀볼래요?" 지금 사람 약올리는 거니 심창민.창민은 별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허나,지금 시원은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으니... 23. 그리고,토요일이 되었다.주 5일제가 다가오지 않는 이상은 수업을 진행하지만 일찍 끝나는 건 다른 학교랑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그리고 매점도 일찍 문을 닫는다.일찍 끝나긴 끝나는지라 연습할 시간도 남아돌았다.이제 11월도 그렇게 멀지 않았기 때문에...특히나 댄스부나 밴드부는 더했다. 각 반 반장들은 회의실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물론,여기에 전교회장과 전교부회장들은 당연히 있었다.실질적으로 이 회의를 이끄는 사람들이니까.주제는,축제였다.(참고로,전교회장과 전교부회장들도 반장이었다.) "제 생각에는...한번 여장콘테스트 같은 걸 해 봐 가지고 제일 예쁜 사람 뽑는게 어떤가 하고 생각되는데요..?" 한 사람이 이 얘길 꺼내자 특히나 긴장하는 이들이 있었으니....바로 희철과 재중이다.예쁜 걸로 따지자면 이들을 따를 이들이 없는데다 머리도 보통 남자애들보단 길었기 때문이다. "그래!그거 좋네!!" 다들 여기저기서 좋다며 찬성의 표를 던질 때..재중과 희철은 말이 없었다.만약에 진짜로 그걸 한다면 자신들은 당연히 나가야 할게 아닌가.그래서 차마 찬성을 못 하고..그렇다고 인간들이 이렇게 좋다고 난리 치는데 반대표를 던질 수도 없고..게다가 희철 자신은 명색이 전교회장인데... 이런저런...여간 고민이 되는 게 아니다. "전교회장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응?나?!" 창민이 웃으면서 희철에게 묻자 희철은 깜짝 놀랜다.그러자 창민은 왜 놀라냐는 듯 쳐다보았고 희철은 두어 번 헛기침을 하다가 말을 꺼냈다. "흠흠,나도...꽤 괜찮다고 생각이 듭니다..." "반대하시는 분?" 려욱이 주위를 둘러보며 묻자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그러나,이내 주위의 눈치를 보며 손을 드는 자가 있었으니...바로 1학년 5반 반장인 재중이었다.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너무나 논리적으로 묻는 창민의 태도에 재중은 잠시 주춤하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그것이.......만약,진짜로 그거 하면요....그러니까....." "어서 말씀하십시오." 덩달아 려욱까지 저렇게 말하니 재중은 더욱 쫄 수 밖에...그러나,절대 여장콘테스트에 나갈 수 없단 굳은 결심에 재중은 눈을 꼭 감고 말을 한다. "특정한 사람한테 불이익이 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 자식이,말끝마다 토를 달어.창민의 물음에 재중은 살짝 열이 받았지만 참자 하는 생각에 후우 하고 심호흡을 한 뒤...말을 꺼냈다. "예를 들자면....저와 전교회장이요..." "이유가 무엇입니까?" 좀 만한 게 진짜,어우 뒷골.이번엔 려욱이 저러니 정말 열 받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그러나,지금은 회의 중이니....재중은 겨우겨우 화를 억누르곤 차분히 말을 꺼냈다. "예,예쁘잖아요.그럼 당연히 나가야 되잖아요.전 나가기 싫거든요...그래서 안됩니다.여장..콘테스트." "왜 안돼~괜찮아 괜찮아~~" "다 추억인데~" 그러나,옆의 인간들은 다 괜찮다고 재중을 타이른다.이것들이 진짜...창민은 잠시 피식 웃더니 말을 잇는다. "그러나,다수결이 찬성을 했으니...여장콘테스트를 축제에 추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희비교차,이럴 때 쓰는 말이다. 회의가 끝나고,재중은 씩씩거리며 연습실로 들어온다.심창민 김려욱,내 느이들을 가만두지 않겠어!! '쾅 - !!!' "뭐야!살살 열어 이 자식아!!" 너무 세게 열었나 보다,윤호는 화를 버럭 냈고 다른 멤버들도 깜짝 놀랬다.그러자 좀 무안하지 재중은 머릴 긁적인다. "미안." "회의 갔다 왔다며.무슨 안 좋은 일 있었냐?" "..........아니다.연습이나 하자.축제 멀지 않았어." "그래,자!다들 자기 자리에 서!!" 윤호의 우렁찬 목소리에 다들 정해진 자리에 선다.언제나 그랬듯이,성민이 재빨리 음악을 키고 제자리에 선다.그리고,연습을 시작했다.곡명을 말하자면..... 'Hey Dude' 한편,Smart도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유천이 축제에서 부를 두 곡을 다 만든데다...그걸 맞추는 연습도 하고 타 가수 곡도 몇 개 부를 예정이었기 때문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거기다,어떤 곡을 락 버전으로 편곡하기까지..Smart는 진짜로 실력파들이 모인 밴드였다. "자!좀 쉬었다 하자!!종운아 일로와." 영운의 말에 다들 숨을 내쉬고는 자리에 앉았다.영운의 부름에 종운은 투덜거리며 영운에게 갔다. "아 왜." "왜,부르는 것도 안돼?요새 성질만 는 것 같애 너." "연습 땜에 예민해져서 그런 거니까 니가 이해해." "쳇,알았어~" 종운에 말에 영운은 웃으면서 종운의 머릴 쓰다듬는다.그러자 종운은 '야!!' 하고 소릴 지른다.그리고 한편,기범은 기분이 좋았다.연습 끝나고 바로 희철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그러나 유천은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준수가 걱정이 된 것도 있었지만... 준수의 증세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증세였기 때문이었다.뭐라고 했었나......기......하튼 그거였는데....... 24. 춤 연습이 끝나자,Free style 멤버들은 각각 바닥에 드러눕거나 소파에 앉아있었다.바닥에 누워있는 쪽은 윤호와 혁재,그리고 시원이었다.그리고,소파에 앉아있는 쪽은 재중과 동해,그리고 성민이었다.원래는 붙어있어야 할 혁재와 동해가 전혀 붙어있질 않자 재중은 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저번부터 표정이 아주 안 좋더만....진짜 뭔 일 났나? "동해야,무슨 일 있어?" 호기심을 푸는 덴 당사자한테 묻는 게 직빵이라 했던가.재중은 동해를 툭툭 건드리며 물어보았다.그러자 동해는 말을 하려다가 잠시 주춤한다.말해도..되는 걸까..? "어?으응....아무것도 아니야~" "너 요새 표정 안 좋아.그리고 왜 혁재랑 같이 안 다니는 거야?무슨 일 있었어?싸웠어?" "........그게..." "혁재야~나 매점에서 먹을 거 사 주라~" 동해가 망설이다가 말을 꺼내려는데 갑작스레 들리는 성민의 애교 섞인 목소리.바로 혁재에게 말한 것이었다.어느새 혁재 옆에 바짝 붙어있는 성민.그걸 본 재중과 동해.그리고 누워있으면서 성민을 올려다 보는 혁재. "...응?" "가자아~혁재야!응?" "...그,그게..." 성민이 계속 애교를 떨며 가자고 조르자 혁재는 일어나서 좀 난처하단 얼굴로 성민을 쳐다보다 동해 쪽을 쳐다본다.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동해는 곧 고개를 돌려버리고 혁재는 한숨을 푹 쉬더니 성민에게 대답을 한다. "그래,가자.어차피 준수가 나한테는 무상제공 한댔거든." "진짜?꺄~신난다!얼른 가자아~" "....응." 혁재의 대답에 마냥 신이 난 성민은 팔짱을 끼며 혁재를 일으킨다.그러자 혁재는 엉거주춤 일어나며 성민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한다.그 때,갑자기 재중이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 "...왜 그래 재중아.비켜어~" ".......후,야..이혁재.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네?" "무슨 일이 있어서 동해랑 저렇게 되었냐고." 재중의 말에 성민은 은근슬쩍 동해를 째려보았고 혁재는 어쩌나 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대 자로 뻗어있던 윤호와 시원도 사태파악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일어나 앉은 뒤 이 사태를 관람 중이었다. "....성민이 형,얼른 가죠." "...어?어,그래." 이윽고,혁재가 가자고 말하자 성민은 재중을 지나치곤 혁재와 같이 연습실을 나섰다.그 순간,혁재가 재중에게 스치듯이..그러나,재중에게 들릴 정도로만 말을 했다. "저도 미치겠어요." .....응?듣긴 들었지만 알 수 없는 혁재의 말에 재중은 뒤를 돌았지만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진짜,니들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거냐.재중은 한숨을 쉬면서 머릴 쓸어 올리고는 동해 옆에 다시 앉았다.그리고 말을 걸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따...숙소에서...얘기할게." "...그래,그래라....후우..." ......... "꽤 심각해 보이네요." "그러게 말이다." "....저거,형이랑 같이 지내는 형 아니에요?" "..어디!!!!!!!!" 한편,시원이 창문 쪽을 가리키며 말을 하자 윤호는 버럭 소릴 지르며 창문에 딱 붙는다. 윤호의 눈에 포착된 장면은...기범과 희철이 나란히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는 장면이었다. ........정말,나 미치게 만들 작정인 거냐. "준수야~나 왔.....어랍쇼?" 한편,혁재는 성민과 함께 매점에 갔다.그런데,매점을 보고 있는 건 준수가 아니라 유천이었다.갑작스런 유천의 등장에 혁재는 물론 성민도 놀랬다. "뭐,뭐야..이건 또 어디서 갑툭튀..." "그건 또 무슨 말이냐?" "하,하여튼!!주,준수는!!!" "...쉬라 그랬다,많이 아프거든." "...그,그래?" 유천의 말을 듣자 대충 상황은 이해된 혁재였지만.....참,앞치마만 입었지 교복차림 그대로구만...그나저나 이노무 자식,어디가 아픈 거냐. "아, 'Smart' 에서 키보드 맡고 있지?" "에?아,네." "이름이..박유천인가?난 이성민이라고 해! 'Free style' 에서 활동하고 있어.헤헤." "아,네.." 성민이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자 유천도 멋쩍은 듯이 웃으면서 성민과 악수를 했다.그리고,혁재는 얼른 먹을 거 몇 개 집어 들고 가야겠단 생각에 유천에게 말을 꺼냈다. "....흐음,저거 3개랑...저거,게토레이 하나랑 포카리 하나." "돈은 있지?" "...주,준수가 나한텐 공짜로 무상제공 해 준다고 그랬어~!!!" ".......웃기고 있네.좋은 말로 할 때 돈 내라." 아니,진짠데!!!진짜 무상제공인데!!!돈을 내놓으라는 유천의 말에 혁재는 얼굴이 빨개졌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이게 무슨 망신인가 해서 말이다. "아 씨!!진짜라고!!니가 준수한테 연락해봐!!" "친구라도 공과 사는 구별해야지!!너 괜히 돈 없으니까 거짓말 치는 거잖아!!그치?!!" "아 씨!!!진짜 아니라고!!진짜 무상제공 맞거든?!" "그만해 유천아,혁재 말이 맞아." 그 때,낯익은 목소리가 들렸고 혁재와 유천은 일제히 그 곳을 쳐다보았다.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약간은 핼쓱해진 안색의 준수였다. "....주,준수야.쉬고 있지.왜 왔어..." "진짜 맞어,혁재 말이 맞으니까...그냥 줘." "......이혁재,진짜지?" "진짜 맞다고~~이씨." ".........그래,자!!여기." 준수가 등장하고 나서야 혁재는 간신히 먹을 것을 받을 수 있었다.준수가 나타나줬기 망정이지...어휴… "서,성민이 형..가자..;" "그래~저기 가서 먹자!!!" "...어이,이혁재." "왜 꼬봉아!!" "...이따 통화 좀 하자?" 이 말을 한 이유는,왜 혁재가 동해랑 같이 있지 않고 성민이 형아랑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나온 것이었다.왠지 낌새가 이상하기도 해서 전화통화로 진상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준수의 제의에 혁재는 '...알았다.' 라고 대답하곤 성민과 함께 가 버렸다. "...내일 병원 가기다?" ".....그래." "이제 다시 들어가,푹 쉬어라." "...알았어~쳇." 유천의 걱정어린 말투에 준수는 장난스레 픽 하고 웃으면서 유천의 볼을 찌른다. "머리 까만색으로 염색해 주세요 누나.아,또 머리 여기까지 잘라주세요~" "네~" 한편,희철과 기범은 미용실에 있었다.기범은 잡지를 보면서 희철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몇 분이 흘렀을까.기범의 옆에 턱 하니 앉은 사내가 있었으니...어느새 부쩍 짧아진 까만 머리를 하고 나타난 희철이었다. "기범아,나 어때?" ".......진짜 이쁘다." "이쁘다니!그런 말 하면 못 써!!" 기범의 말에 희철은 약간 인상을 쓰며 주먹을 들어 보인다.그러나 기범은 픽 웃으면서 계속 잡지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진짜 이뻐요. 25. 한경은 따로 집이 없었기 때문에 교내 안에 마련되어 있는 숙직실에서 생활을 했다.한경은 옷장을 뒤적거리며 옷들을 한번씩 집어보고 있었다. "으음.." 이제 내일이 재중과 놀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어떻게 입어야 할까,재중이가 맘에 들만하게 입어야 할 텐데...그 생각에 한경은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나도 재중일 좋아하게 된 걸까...? 재중과 동해,그리고 윤호까지 씩씩거리며 연습실을 빠져나가자 남은 사람은 시원 뿐이었다.시원은 혼자서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곧장 기숙사로 들어가기도 싫었고 그닥 할 일도 없었기에...자기 파트를 연습 중이었다.그 때,누군가가 연습실에 들어왔다.창민이었다. ".....혼자 뭐 해요?" "...어?니가 여긴 웬일이냐?" 갑작스런 창민에 등장에 매우 놀란 시원이었다.그러나 창민은 픽 하고 웃으면서 시원에게 다가갔다. "혼자 왕따 같이...하하하하." "야,너어!!!!" "배 안 고파요?" '꼬르르륵 -' 창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원의 배에선 배고프단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고,창민은 또 웃음을 터트렸다.아 씨,타이밍 존나 구리네.하필 이럴 때!!!! "푸하하하하하!!어떻게 말이 끝나자마자!!" "....시끄러." "그럴 줄 알고 도시락 싸 왔지요~" 그러면서 뒤에 감춰두었던 도시락을 '짠!' 하면서 시원에게 보여주는 창민.잠시 얼이 빠져있던 시원은 몇 초가 지나서야 사태파악이 되었다. "너,너..." "왜요,싫어요?" "....왜,왠.......일로." "그냥요,안 들어와서 걱정된 것도 있고...그냥,형이 배고플 것 같아서...싸 왔죠.요새 형 엄청 착해진 것도 있고 해서 제가 특별히 쌌죠!" "....어쭈?특별히~?" "자자~일단은 앉아서 먹자구요!저도 배고프걸랑요." 시원이 인상을 쓰려 하자 창민은 시원을 앉히면서 상황을 무마시킨다.그러자 시원은 못 이기는 척 앉아버리고 창민은 보자기를 풀고 도시락 뚜껑을 연다.3단이네... "엄청 풍성하죠~?헤헤." .....창민의 해맑은 웃음에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리는 시원.그러다,잠시 창민을 멍하게 바라본다.언제부터 나와 이 자식이랑 이렇게 친해졌을까..?예전엔 완전 으르렁대던 사이였는데 말야.그러고 보니 내 성격도 조금 달라진 것 같아.조금 사교적인 성격으로.....남을 생각하게 되는 성격으로...이 녀석 때문인 걸까..?이 녀석이 나한텐.......무엇일까? "...뭘 그렇게 쳐다봐요,안 먹어요?" "....응?아,아냐.먹자.." "칫,안 먹을람 내가 다아~먹을라 그랬는데.." "미쳤냐?나 줄라고 싸 온 거라며!!!" "에이~농담인데!하하하~!!먹죠!" "...그래." 그리고 시원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맨날 겪는 거지만....이 녀석,요리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한다.샘이 나기도 하지만.....지금은 안 그래.뭘까,이 느낌은.혹시,흔히들 말하는.....좋아한다는 감정..? "야." "...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어떻게 되는 거냐?" "그건 왜요?" "어?그,그냥.." "으음.....좋아하는 사람 있죠?" "아,아냐!!!" "에이~맞으면서~!!" "빠,빨리 말 하기나 해." ".........옆에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심장이 두근거리고...그런 거에요 대충." .....젠장,지금 내 상황이잖아.그럼,내가 심창민을 좋아한단 소리잖아.하아,미치겠다. "...넌 또 어떻게 그렇게 잘 알어?" "....지금요,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쿠웅 - !!!!' "...누,누구..." "...있어요." "...그,그래.....고백은..?" "안 해 봤어요." "...그,그래?언젠간......빨리 하길..바랄게." "그렇게 말해주니까 더 고맙네요." ......존나 비참하네 씨발. 한편,정수는 기숙사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축제도 축제지만 서도,수능도 그리 멀지도 않지 않은가.거기다 려욱이 '형은 참 인생을 편하게 사세요.' 라는 발언에 충격을 먹은 것도 있는지라.... "씹탱,지가 몬데....우이씽." 정작,그 말을 한 당사자께서는 지금 여유롭게 영화감상 중이시다.그게 더 억울한 거다.난 이렇게 공부 중인데...지는...아,아직 밤도 아닌데 어디 나가고 싶어.정수는 눈치를 쓱 보더니 살며시 문을 열고는..살금살금 현관 쪽으로 걸어나갔다.그러나,이미 눈치챈 려욱이 고갤 휙 돌리며 물어보았다. "어디 가세요?" "어?어...그게.." "나가시려는 건 아니죠..?" "...매,매점에서 뭣 좀 살라고..." "...거짓말.나가 놀라 그런거죠?" "...씨!니가 공부할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공부를 하든 말든 할 거 아냐!!왜 넌 영화감상인데!!!!뭐야,흑백이잖아?" "옛날 거에요,로마의 휴일.오드리 햅번...오드리 햅번 이쁘지 않아요?" ".......됐다!그래!공부할게!!!!우씽!!!" 정수는 잔뜩 삐친 채로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참,그거 갖고 삐지긴...소심하긴 소심해.왕창.김려욱 나쁜 노옴!!!으허어어엉 희철아!!넌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응?! "나 이것도 사 주라!" "제 지갑 다 터실려구요?" "에이~사 줘!" "...에효,괜히 나왔네." "뭐어?!!야,니가 먼저 사귀자고 했다?!" "아,알았어요~사 줄게요!" 자꾸 이것도 사 달라 저것도 사 달라 떼를 쓰는 희철의 태도에 여간 당황한 게 아니었지만 뭐 어쩌랴,사랑하면 눈에 뵈는 게 없는데.거기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으니......윤호 쯤이야 라는 생각이 든 기범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시내도 돌아다니고 희철과 기범은 꽤나 괜찮은 데이트를 했다.환하게 웃는 희철의 모습에 기범도 기분이 좋았다. .......정윤호,당신은 희철이 형을 웃게 할 수 있어? '지치지 마요 힘을 내어요,oh 조금 더 오면~나를 느낄 수 있죠~♪' 그 때,기범의 벨이 울렸고 기범은 폰을 꺼내 들었다.발신자는 영운이었다.어라,영운이 형이 왜...? "네,전화 받았습니다." [너 어디 있어?유천이 말로는 희철이 형인가 뭐시긴가랑 데이트 하러 갔다면서.] "아,네.그런데요..?" [연습해야지,축제도 얼마 안 남았는데.] "에이,한참 좋았는데...참,판 깬다 깨." [.....등짝 후려 맞고 싶음 늦게 오든지.] '뚜뚜뚜뚜뚜 - - - -' ........에고,내 팔자야.한숨을 푸욱 쉬는 기범을 본 희철은 의아하단 표정으로 기범에게 물어본다. "왜,무슨 일인데?" "영운이 형인데요....바로 오라네요." "아아,그래.그럼 가자." "..더 놀고 싶은데.."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다음에 더 기회가 있겠지." ".......후우,네." 기범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희철과 함께 시내를 빠져나갔다.하여튼 영운이 형... "잘 들어가세요." "어,그래.너도 연습 잘 하고~" 희철과 기범은 학교 별관 앞에서 헤어졌고 희철은 기숙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런데, 누군가 밖에서 서성대고 있었다.뭐야,이 깜깜한 시각에... "누구여..참 내.어쭈,담배까지?학생 주제에..매점에서도 담밴 못 팔게 되어있는데..." 거기다 담배연기까지 보이니,희철은 도대체 어떤 녀석인가 하는 생각에 가까이 가 담배를 빼앗았다. "학생이 무슨 담배야?학생이면 학생답게 처신하란 말...어?너냐?정윤호?!!!" ".........." "니가...담배는 왜?" "...기분 안 좋아서.즐거웠어?기범이랑..?" 담배를 핀 학생이 윤호였다니...희철은 놀랠 노 자였다.그러나 윤호는 표정을 굳힌 채 즐거웠냐며 묻고 있다.진짜 이 자식 뭔 일 났나..? "...너,요새 진짜 이상해." "뭐가아.." "자꾸 화를 내질 않나,밉상을 하고 있질 않나..도대체 무슨 일인데에!말해봐라~응?" "....형 왔으니까 됐어.들어가자." 그러나 희철의 물음을 그대로 무시하곤 기숙사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윤호.그런 무심한 행동에 희철은 어이가 없었다.쟤 진짜 왜 저래?! 26. "흣..!기,김영운...읏..!그만..." 한편,영운과 종운의 숙소에선 한바탕 일이 치러지고 있었으니....낯뜨거운 신음소리가 온 방 안에 울려 퍼졌고 방 안의 공기는 매우 뜨거웠다.그리고,계속 그만하잔 종운의 힘겨운 말에 그제서야 영운은 아쉬운 듯이 일을 마치며 종운 옆에 누웠다. "에이,난 더 하고 싶은데.." "자꾸 그럼 너 변태취급할거다." "왜 그러셔~" "아 씨,허리 진짜 아프네...나 잔다." "꼭 안고 자도 되지?" "........니 맘대로 해." "그럼 안고 잔다~?" 영운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종운의 허릴 팔로 감았다.순간,종운의 입에선 이상한 소리가 나올 뻔했으나 그랬다간 또 당할까 두려워 겨우 참았다. "그런 일이 있었어..?" "....아,나 미치겠어 재중이 형.." 그리고 한편,동해는 재중에게 그 때 있었던 일들을 다 털어놓았다.동해의 말이 끝나자 재중은 잠시 눈을 내리깔며 곰곰히 생각했다.이성민이 그런 말을 한 의도가 뭐였을까....뭐,답은 뻔했지만 말이다. "그래서,이제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겠어." "계속 혁재랑 그렇게 지낼 거야,아님 어쩔 거야?" "......혁재가...무지무지 혐오스럽고 변태스럽게 보이는 건 사실인데.....보고 싶어.나 미쳤나 봐.히잉.." ...그건 미친 게 아니란다 얘야..재중은 쯧쯧 거리다 동해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그렇게 혁재가 좋으면 혁재한테 다가가봐..응?다 이성민이 니네들 떼 놓으려는 수작이야~이성민이 혁재 좋아하잖아.그러니까,이제 마음 다잡고 혁재한테 다가가.너 그렇게 있다간 진짜로 성민이한테 혁재 뺏겨!!" "........" "혁재도,너 무지무지 좋아해.그러니까,망설이지 말고..응?" ".......진짜?" "그래!혁재 자식도 너 좋아하는데...동해야,이젠 혁재 피하지 마.알았지?약소옥~?" ".....으응,약소옥.." "그래그래,우리 동해 착하다." 재중이 새끼손가락을 보이며 약속하란 포즈를 취하자 동해는 울먹이며 새끼손가락을 건다.그러자 재중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동해의 등을 토닥여 준다. 윤호를 따라 들어와 방에 들어가 보니 윤호는 어느새 침대에 등을 돌린 채 누워있었다.뭐 저런 자식이 다 있다냐 진짜.... "...후우.." 희철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면서 컬러렌즈를 빼 버린다.이 갑갑한 렌즈는 도대체 언제쯤 벗을 수 있을려나...아니,영원히 벗지 못 하겠지...?하하..희철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잠시 바람이라도 쐴까 하고 밖으로 나갔다.설마 이 오 밤중에 인간들이 돌아다니진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원하다.." 가을바람이 쌀쌀하지만 서도 꽤나 시원했다.그 덕분에 희철은 윤호 때문에 나빠졌던 기분이 어느 정도는 풀리는 듯 하였다.그런데,무방비 상태의 희철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보게 된다. "어라?저거 전교회장 아냐?" "쉬잇!듣겠다." 이들은 예전에 희철에게 찝쩍대다 윤호에게 된통 혼난 소위 불량학생이었다.아무리 사립이지만 어느 학교마다 불량학생은 있지 않은가.어쨌든,그 일 이후로 그들은 엉뚱하게도 윤호가 아닌 희철에게 앙심을 품었다.자기들이 찝쩍댈 때마다 뺨을 세게 때리거나 한 이유도 있고 뭐..어쨌든 이러저러한 이유를 가진 이들이었다.그런데,지금 그들의 눈에 비친 희철은 까만 눈이 아니라 왼쪽 눈이 에메랄드 빛을 띠는 모습의 희철이었다. "야,저게...뭐였지?영어로?" "오드아이!쉽게 말하면 돌연변이!!" "그래?이거 건수 생겼네?이거 그냥 바로 퍼트리면....저 인간은 끝장이겠네?" "당근이지!!" ....불길한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새근새근 자는 창민을 바라보던 시원은 애가 탈 것만 같았다.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 나는 대체 뭐가 되는 건가.속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달리 무슨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후우....." ...니가 뭐길래.니가 뭐길래 나 하나만 잘난 줄 알았던 나를 이렇게 비참한 꼴로 만들어 놓냐.심창민,재주 좋다. 다음 날,동해는 일찍 일어나서 혁재의 숙소 앞으로 갔다.그러나,몇 분째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들어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들어가자니 면목이 없고..그렇다고 안 들어가자니 계속 서먹서먹하게 지내야 하고...그렇게 동해가 쩔쩔매며 망설이는 사이,성민이 혁재의 숙소 쪽으로 오다가 동해를 발견했다. "....이동해?" 저 자식이 여긴 웬일로 찾아온 걸까?설마 혁재에게 또 무슨 해코지를 하려고? 아님.....화해하려고?화해란 생각이 떠오르자 성민은 절대 안 된다고 속으로 크게 외친 후 동해에게 다가갔다. "야." 성민의 부름에 동해는 조금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성민은 조금 굳어있는 표정을 한 채 동해의 어깨를 잡으며 다짜고짜 캐묻는다. "여긴 왜 온 거야?" "......왜애.." "혁재 만나러 온 거지?무슨 일로 온 거야?해코지?아니면.....화해할려고?" "........" "화해 같은 거,꿈도 꾸지 마.니네 둘은 이미 끝났어." "아,아니야!!안 끝났어!!!!!" "웃기지 마,너 혁재 피하고 다녔잖아.그거 땜에 혁재가 얼마나 상처를 많이 받았...!!" '짝 - !!' 가볍게,그러나 세게 성민의 뺨을 내리치는 동해.성민은 잠시 멍하니 있다 '하!' 하고 코웃음을 쳤다.동해는 울먹거리며 성민에게 빽빽 소리를 질러댔다. "이게 다 형 때문이야!!형만 아니었음!!!" ".....왜 나 때문이야?난 그저...사실을 말했을 뿐인데.안 그래?" "....그,그건 맞는...데.." "더 할 말이라도 있어?" ".......그,그....." 성민의 반문에 동해는 말문이 막혀버렸다.넌 나한테 안돼.성민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동해를 쳐다보았다.그 때,문이 열리며 혁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우,왜케 시끄....성민이 형?동해...?" "어?혀,혀,혁재야..." 갑작스런 혁재의 등장에 성민은 여간 당황한 것이 아니었다.그러나,혁재의 시선은 성민이 아닌 부르르 떨고 있는 동해에게 있었다. "....동해야...." ".....아,아,안녕.." "니가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야..?" ".....응?그,그...할 말 있어..." "...그,그래?성민이 형.미안한데..가 줄래?" ".......그래." 혁재의 간절한 눈빛에 성민은 마지못해 가 버린다.혁재가 안으로 들어가자 동해도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여기서..내가 혁재랑......그 짓을....동해는 약간 어색해한다. "...할 말이 뭔데?" 거실 소파에 앉은 혁재가 무표정으로 동해를 쳐다보면서 물어본다.그에 동해는 잠시 멍하니 있다...겨우겨우 말을 꺼낸다. "그,그게 있지....그..." "..뭔데." ".....가지 마아.." "...어?" "가지 마,성민이 형한테 가지 마.응?" "도,동해야.." 동해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자 혁재는 몹시 당황해 하며 일어선다.그러나 동해는 계속 말을 이었다. "미안해,혁재야 미안해.널 그런 애로 오인해 버려서.다신 안 그럴게..다신 안 그럴게..혁재야...흑..흑...으허어엉." "......미안한 건 내가 미안하지." '와락 - ' 혁재는 조용히 동해를 안아주었고 동해는 울음을 터트리며 혁재의 품에 안겨있었다. "나한텐..너밖에 없어.딴 사람한테는 절대 안 가." "....으흑..." ".....그만 울어,어린 애도 아니고.." "으허어어어엉." 울지 말라고 하니까 더 우네...뭐,어쨌든 화해는 했으니까...좋네. 27. "엉엉,내 꼴 좀 봐......으흑." 화장실 안에서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본 정수는 혼자 신세한탄을 했다.왠지 밤 새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려욱이 뭐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린 나머지 진짜로 밤을 새서 공부하고 말았던 것이다.난생 처음으로 밤을 새서 공부했으니....대가는 참담했다.정수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눈에는 다크서클,코에는 쌍코피,자꾸 졸려서 서 있는데도 눈이 감겨왔다.내가 미쳤지,진짜로 밤을 새서 공부하다니..좀 있으면 꿈 같은 축젠데 내가 무슨 짓을!!!!!! '끼익 - ' 그 때,화장실 문이 열렸고 막 일어난 듯한 려욱이 들어오다 정수를 보더니 조금 놀란다. "어?여기 계셨네요?어머!얼굴이 그게 뭐에요!" "너 때문이야." 려욱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하며 정수에게 다가가자 정수는 려욱을 흘기고는 고개를 돌려버린다.그러자 려욱은 피식 웃더니 알겠다는 듯 말을 한다. "밤 샜죠?" .......알긴 아는구나 이 자식.정수는 '흥!' 하고 계속 려욱을 무시했다.그러나 이에 아랑곳 않고 려욱은 계속 말했다. "나 때문이죠?" "........" "내가 계속 공부하라 그러니까...밤 샌 거죠?저는 밤 새란 말은 안 했어요~형 너무 순진하시다." "시끄러!!!" "쌍 코피나 닦으세요." 아!맞다..정수는 무안해하며 수건으로 코피를 닦아냈다. 한경은 서성이고 있었다.이 옷,괜찮게 입은 걸까..날 보면 재중이가 뭐라고 할까..한경은 괜히 설레었다.그 동안은 계속 학교 안에만 있었기 때문에 밖에 좀체 나가질 않았기에 더 설레는 것이었지만....난생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낀 사람과 외부로 나간다는 것이 무척 설레였다. "선생님!!" 그 때,재중이 기숙사 건물 밖을 나와 한경을 부른다.그러자 한경은 손을 흔들면서 웃어 보였다.그리고 재중은 한경에게 달려가 한경의 손을 덥석 잡았다. "와!옷 되게 잘 입으시네요!!" "......지,진짜?" "진짜죠~설마 제가 거짓말 하겠어요?가요." "..으응." 재중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하자 한경은 괜히 수줍기만 했다.그런 한경의 모습에 재중은 마냥 기분이 좋았다. ......짝사랑이 아닌 게 너무 감사하게 느껴져요..선생님. 누굴까,도대체 누굴까.심창민을 사로잡은 사람은 과연 누굴까.가까이에 있는 사람?아님,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누구지?도대체....어떤 사람이지..? "뭘 그리 생각해요?" 바깥 쪽을 빤히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던 시원을 부르는 창민의 목소리.그제서야 시원은 제정신을 차린다.마치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원을 계속 쳐다보는 창민의 사슴 같은 눈망울에 시원은 또 얼굴이 달아오르려 했다. "......알아서 뭐 하게." "체,맨날 차갑게 대하고.형은 진짜 나쁜 사람이에요." ........니가 더 나쁜 사람이야 심창민.알긴 알어? "심심해요,우리 어디라도 나가요." "나 지금 그럴 기분 아니다." "에이~형!" 시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민은 계속 나가자며 시원을 졸랐다.그러나 시원은 요지부동.그러다가 결국 시원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마구 소리쳤다. "그렇게 나가고 싶으면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나가든지!!왜 괜한 사람한테 나가자고 생떼를 부리는 거야?!" "........혀,형.." "......후우..." 시원이 화를 내자 창민은 여간 놀란 게 아닌지 쇼크를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시원은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다 위에 얇은 재킷을 걸친 채 밖으로 나가버린다.그리고, 시원이 나가자 창민은 털썩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형이랑 나가고 싶은데...." .....이리 엇갈려 버린 이 불쌍한 한 쌍을 인도해 주실 분... "떨려?" "응?아냐,안 떨....려." "떨리면서,풋.." "웃지 마.안 그래도 무서워 죽겠는데.." 한편,유천과 준수는 병원에 비치되어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종합병원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붐볐다.거기다 일요일이니 더 붐빌 수 밖에.정말 기면증이면 어떡하나 하고 준수는 매우 두려워하는 표정이었지만 유천은 별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진짜 기면증이면...어떻게 할 거야..?" "..........진짜여도 난 상관없어.지금 내 눈에 비치는 김준수는 SM 고등학교의 멋진 매점 오빠니까....." "......치잇,닭살." "김준수 환자 분." 그 때,준수를 호명하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준수는 잠시 긴장을 한 듯 유천의 바지를 움켜쥐었다.그 모습에 유천은 피식 웃다가 준수의 손을 살며시 떼어낸 후 준수의 손을 꼭 잡아주며 격려의 말을 했다. "파이팅..!" .....너만 있으면 내가 어떤 병에 걸려도 버틸 수가 있을 것 같아.고맙다 유천아,날 좋아해줘서.사랑해줘서..........내 옆에 있어줘서. ....나도 사랑해. 한편,재중과 한경은 좀 넓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즐거운 데이트를 만끽하고 있었다.한경은 혹시라도 떨어질세라 재중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그런 한경의 반응에 재중은 신이 났는지 일부러 넘어질 듯 말 듯 자전거를 운전한다.그러자 한경은 '으악!!' 하며 비명을 지르면서 눈을 꽉 감아버리며 재중의 허리를 더 꽉 안아온다. "무,무,무서워!!" "어어어!!어떻게요!!넘어질라 그래요!!아악!!" "아아아아아악!!" 재중은 그저 소리를 조금 질렀을 뿐인데 한경이 더 야단이었다.하하,이렇게 순진해서야.. 이제 좀 그만하자는 생각에 재중은 다시 자전거를 똑바로 운전했다.그제서야 한경은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제...괜,찮은 거야..?" "네~괜찮아요!그렇게 겁이 많으셔서 앞으로 교사생활 어떻게 하실려구 그러세요~?하하하하.." ".........." "좋죠?이렇게 나오니까.." "...응." 자전거를 타면서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한경과 재중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자 그들의 데이트는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Free style의 연습실에 사람들이 있었다.정체는 바로 시원과 윤호.기숙사를 빠져 나와 방황하던 시원이 역시나 똑같이 방황하던 윤호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서로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공감하게 된 것이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쩝,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냐.." "...그러게요." "야.그래도 창민이한테 화 낸 거는 좀 심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 중이에요.그럼,형은 어떡할 거에요..?" ".....글쎄." 시원의 물음에 윤호는 또 생각에 잠긴다.생각 같아선 희철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면서 과격하게 밀어붙이고픈 마음이었지만 그랬다가는 희철과 더 멀어져서 기범에게 망신을 당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하지 못 했다.계속 고민하는 윤호의 모습에,시원도 잠시 생각에 잠긴다. "혁재야,너무 좋다." "나도 좋아." 잔디밭에 앉아 서로 손을 잡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혁재와 동해.서로를 바라보길 몇 번,그러다가 쑥쓰러워서 웃기를 또 몇 번 정도 반복한 뒤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혁재는 뭔갈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동해에게 점점 다가온다. "..혀,혁재..야..?" "......그냥 나만 믿어." 혁재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짐에,키스를 하려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한 동해는 잔뜩 긴장을 했지만 자기만 믿으라는 혁재의 말 한 마디에 약간 안심이 되어 눈을 슬며시 감아버린다.그리고,저 만치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외로운 한 사람. "...이제 게임 오버...인 건가..?" 성민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톡 떨어졌다. 28. 데이트를 마친 재중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걷고 있었다.한경과의 데이트가 여간 즐거운 게 아니었는지 연신 픽픽 웃어댄다.그런데,저기서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왠지 낯이 익은 뒷모습이... "누구지?" 조심스레 다가가다가 조금 위쪽을 올려다보니 혁재와 동해가 키스하는 모습이 보였다.순간 재중은 '어머나..' 하고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했다.야,저 자식들..진도 한 번 겁나게 나가는.........이성민?! "하아..울지 말자.이성민,울지 말자." 눈물을 닦으면서 휙 돌아서는데 바로 재중이 보였다.뭐야,왜 얘는 여기 있는 거야.성민은 고개를 숙이며 재중을 툭 치며 지나가려 했지만 재중이 성민의 손목을 잡고 저지했다. "뭐야,귀찮게 하지마." "슬퍼?" "........" "....잠깐 얘기 좀 하자." "싫어,난 너랑 할 얘기 없어." "...너,나한테 상담 좀 받아야 할 것 같다." "....싫다니까.." 성민은 계속 싫다고 말하며 재중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럴 수록 더 꽉 잡아오는 재중이었다.결국,성민은 재중에 의해 그 곳에서 끌려 나왔다.아무것도 모르는 혁재와 동해는 그저 계속 키스에 몰입할 뿐이었다. "어디 갔다 왔어?" "...연습실,시원이랑 얘기 좀 하다 왔어.." 기숙사에 돌아온 윤호의 표정은 그닥 좋지 않았다.계속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희철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에 기분도 그닥 좋지는 않았고 말이다.그러나 희철이 그걸 알 리가 있을까.희철은 그저 그런가 하고 생각하곤 계속 TV를 보고 있었다.그런 희철의 옆에 앉는 윤호.희철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진짜,처음에 볼 땐 괴물 같았는데 계속 보니까.....보석 같네.진짜 예뻐. "....야,너 뭘 그렇게 쳐다봐?" 계속 쳐다보는 윤호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지 눈썹을 꿈틀거리며 윤호를 노려보는 희철.그러자 윤호는 무표정으로 말을 한다. "형 눈 말야...진짜 예쁘다." "........뭐가 예뻐,괴물 같고 저주스러운데." "자꾸 그렇게 자학하지마!형 눈이 얼마나 예쁜데." "...다른 사람들은 뭐라 그럴까?" ".........흠흠,형.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 눈이 예쁘다는 말에 희철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뭐라 그러겠냐며 비야냥 거렸고 그 말에 윤호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두어 번 헛기침을 한 뒤 화제를 돌렸다.처음 만났던 때로. "그게 뭐." "그냥....옛날 추억 꺼내보자는 거지." "난 싫어,그 때 니가 나한테 이티라고 그랬잖아." "그건 너무 어릴 때고~사과할게!응?" "지랄,이미 다 지난 일인데.." 희철의 말에 윤호는 '에이~형!왜 그래애~' 하면서 애교를 떤다.그러자 희철은 '어우!징그러!저리 꺼져!' 하면서 윤호를 밀어낸다.그에 윤호는 피식 웃으면서 옛날 추억을 꺼내보았다. <윤호 번외-괴물을 만나다.> 때는 바야흐로 윤호가 6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여느 때와 같이 윤호는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전쟁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를 따르라!!음하하하!!!" 워낙에 리더십이 있어서인지 윤호가 대장이 되어 자기 팀 아이들을 이끌며 전쟁놀이를 하고 있었다.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다가 전쟁놀이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윤호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그런데,집 근처에 웬 큰 차가 들어서있었다.아마도 이사센터 차인 모양이다.누군가가 새로 이사를 온 건가..그리고,윤호네 옆집 담장에 누군가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호기심이 생겨 조금 가까이 가 보니....눈 색깔이 달랐다. "히익,괴물이다.." 양 눈 색깔이 같은 사람들만 봤으니,오드아이인 이 남자애를 보고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그러나,괴물이라고 한 건 실수였다.그 말에 그 남자애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윤호를 노려보았다. "괴물!야,너 말 다 했어?!" "난 그냥 사실대로 말한 건데?진짜 이티같애." ".....야아아아아아!!!!" 이젠 한 술 더 떠서 이티라고 말한다.그러자 그 남자애는 괴성을 지르면서 눈을 크게 뜨더니 윤호를 밀어 넘어뜨리고 자기가 그 위에 올라 윤호에게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너!말이면 다야?!!" "아야!!악!!아악!!!엄마아!!!" 계속 그 남자애에게 맞게 되자 윤호는 울부짖으면서 계속 엄마를 찾는다.그 때,그 남자애의 어머니인 듯한 여자가 놀란 표정으로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그 남자애를 번쩍 안아 올린다.그러자 그 남자애는 악을 써 대며 어떻게든 빠져 나오려 애를 썼다. "아이고 희철아,이게 무슨 짓이야~" "얘가 나보고 괴물이래!이티라고 그랬단 말야!!놔 엄마!!놔아아아!!" "씨,맞잖아!!너 이티야!!이티!!!!" "봐!!지금도 그러잖아!!놔줘 엄마!!!" 윤호가 계속 이티라 놀려대자 그 남..아니,희철은 또 발악을 해 대며 계속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그러자 윤호는 혀를 내밀며 더욱 희철을 약올리기에 바빴다. <번외 끝> "참,새록새록하네." "새록새록은 얼어 죽을...완전 최악이었어.그 때부터 너의 인간성이 완전 개 같다는 걸 깨달았지." "왜 그러셔~" "어,전화 왔다....기범이네?" "......." 기범에게 전화 왔다는 말에 윤호의 표정이 단박에 굳어진다.희철은 전화를 받으려고 폴더를 열었는데,갑자기 윤호가 희철에게서 폰을 잽싸게 낚아채간다. "야!!" "김기범 전화 받지마." "너 진짜 왜 그러냐?내가 좋은 애로 하나 소개시켜줘?!" "형이면 충분해." "....무슨 소리.....흐읍..!!" 윤호의 말에 희철은 어리둥절해하며 말을 꺼내는데 그만 입이 막혀버렸다.키스와 동시에 윤호는 폰을 던져버렸다.갑작스레 찾아온 진한 키스에 희철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윤호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마른 희철의 팔로는 윤호를 밀어내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읍..!!으읍....!!!" 이제는 아예 소파에 누워버리게 되었다.그 덕에 희철은 윤호의 밑에 깔린 채로 계속 키스를 해야 했고 말이다.그리고 시간이 10분도 훨씬 넘었을 무렵에야 윤호는 희철에게서 떨어져 앉았다.화가 나기도 하고,분하기도 한 마음에 희철은 윤호의 뺨을 세게 때렸다. '짜악 - !!!!' "미친 놈."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마." "야,너 요새 야동 보냐?그래서 욕구불만이냐?!" "말 그것밖에 못 해?!형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내가 뭘!뭘 모르는데!!!!" "그렇게 형 좋아하는 티를 냈는데 형은 그것도 모르잖아!!!" ".......?" "나 형 좋아해,좋아한단 말야.." 갑작스런 고백에 희철은 머릿속이 하얘져옴을 느꼈다.좋아해,좋아한단 말야...'하아..'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윤호는 말없이 희철에게 맞은 뺨을 어루만진 채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혁재가 그렇게 좋아?" "....좋아,너무 좋아.그래서 이동해랑 잘 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어..진짜로." "그런데 지금은 잘 되는 것 같은데?" 한편,재중은 성민의 숙소에서 성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지금까지 재중과 성민은 계속 혁재와 동해의 얘기만 하고 있었다.그리고,재중의 의미심장한 물음에 성민은 울컥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냥,혁재 포기해." "....그런 말 할려면 지금 당장 나가." "너 이러면 안돼,같은 팀에 소속되어 있는데 고작 이런 일로 엮여서 팀워크 깨지면 안 되잖아.안 그래?축제도 얼마 안 남았어." "......차라리 나가버릴까?" "미쳤어?너 나가면 멤버 또 어디서 구해.축제도 거의 코앞인데." ......그래,나 지금 무지 미칠 것 같아....성민은 벌떡 일어나 재중에게서 멀어진다.그리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언제부터 혁재를 좋아했었지...?아,아마 혁재가 새로 신입생으로 들어왔을 때였을 거야..그 때 그 똑 부러진 듯한 외모와 호리호리한 몸매가 좋았지..그 땐 아마도 동해랑 같은 반에 있었을 거야.그런데 그 때 당시에는 혁재가 좀 양아치였지 아마..?툭하면 폭력사건 일으켜서 교장실에 불려오고 징계받고 뭐하고 했으니까..그런데도 좋았어.그리고,혁재가 새로 팀에 들어올 땐 무척 좋았지.그래서 무지 가까워 지려고 노력도 했었고. 그리고 새 학기가 되었을 때,재중이가 이 학교에 입학했지.그리고 우리 팀에 들어오게 되었고..윤호랑 너무 친해서 가끔은 윤호를 휘어잡기도 했었지.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지.윤호한테 대들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말야.그런데,언제부턴가 혁재를 보는 동해의 눈이 심상치가 않아졌어. ......설마 사촌동생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리라는 건 상상도 못 했지.나와 동해는 형제 이상으로 친했으니까....동해가 내 뒤통수를 치리라곤...전혀 생각을 못 했지. 그리고,동해의 마음을 안 순간...정이 확 떨어졌어. '너,혁재 좋아해?' '어?성민이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았어?야,형 귀신이다.' '........걔 건들지마.걘,내가 먼저 좋아했어.' '...뭐?' '걔한테 눈독들이면 너랑 나랑은 더 이상 친하게 지낼 수가 없어.' '....성민이 형.' '사촌동생인 니가,그 누구보다 친한 니가 내 뒤통수를 쳐?너 나한테 이럼 안되지.' '.............' '....이제,넌 내 사촌도 아냐.넌 나랑 모르는 사람이야.' 그렇게 선전포고를 한 뒤에는 나와 동해의 사이는 급격히 멀어져 갔지.서로를 경계하고,툭하면 시비 걸고 혁재를 사이에 두고 자리쟁탈전도 벌어졌으니 말야. .........난,난 왜 이렇게 되야 하는 거야..?난 왜 패배자가 되야 하는 거야..? "흑..으흐흐흑...으으으.." 서러움이 복받쳐와 결국 성민은 흐느끼고 말았다.그러자 재중은 말없이 성민에게 다가간다. '후우..' 하고 한숨을 쉰 뒤 우는 성민을 위로해준다. "...잊는 게 제일 나.이제 이혁재는 잊어버려." ".....흐어어어엉." .....불쌍한 자식,나중에 좋은 애 소개시켜줘야지. 창민은 먼저 자고 있었다.그러자 시원은 한숨을 푹 쉬며 창민에게 이불을 덮어준다.니가 미운데....진심으로 미워할 수가 없다.... "너는 내 마음 알기냐 하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창민의 머리를 쓸어 올린다.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창민은 그저 새근새근 잘만 잤다. "어떡하냐,나 목 감기 걸린 것 같다." ........신이시여. 종운의 폭탄발언에,영운은 머릿속이 텅 비어옴을 느껴온다.목 감기라니,이제 축제가 코 앞인데 감기에 걸리면 어쩌잔 거야.악기파트도 아닌 보컬 파트인 김종운 니가!!어떻게 뒤통수를 칠 수가 있어!!! "너,너 이 자식!!이런 식으로 뒤통수 치기냐?" "아 씨,내가 걸리고 싶어서 걸렸냐고!!동희 형한테 옮은 건데!!" ".........형이고 뭐고 다 죽었어!!" "야야!참어참어!!!" 영운이 씩씩거리며 팔을 들어올리는 시늉을 하자 종운이 영운을 말린다.팔을 내려놓아도 분한 건 어쩔 수가 없다.요런 녀석에게 감기를 옮기다니...이런 시한 폭탄 같은...앞으로 형 취급도 안 해줄 테다. "내가 내 몸 관리 잘 못 한게 잘못이지." "...씨,그래도!!!축제가 얼마 안 남았는데 그 동안 어떻게 다 낫냐고!!" "못 나아도 노래는 불러야지." "미쳤냐?목소리 쉰 채로 부르게?" "아씨!그럼 어쩌라고!!!!" "니 감기 내가 다 가져가면 안되냐?" "얼씨구?니가 신이냐?니가 무슨 재주로........"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바로 키스해 버리는 영운의 태도에 종운은 여간 놀란 게 아니다.그리고 키스가 끝나자 영운은 씨익 웃으면서 말을 한다. "이렇게 하면 내가 옮지 않을까?" "미친,야..어유 골 때린다.키스한다고 감기 안 옮아.넌 책도 안 보냐?" .......제대로 뒤통수 얻어맞았다. 다음 날,왠지 오늘따라 유난히 학생들이 많이 몰려 소란스러웠다.학생들이 몰린 곳은 바로 학교 게시판.도대체 뭐가 있길래 이리 소란스러운 걸까.희철과 윤호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같이 학교에 등교했다.그런데,웬지 학생들이 희철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게 느껴졌다.이상한 시선에 희철은 뭔가 불안했다. "왜 자꾸 쳐다보고 지랄들이야." 혼자 중얼거리며 쳐다보는 사람들을 다 째려보는 희철이었다.오늘 희철은 오랜만에 뿔테를 쓰고 나왔는데,그것 땜에 잠깐 윤호와 다투었다.렌즈 낀 인간이 왜 그 위에 안경을 또 끼냐며 말이다.이윽고,그들은 학교 게시판 근처까지 도착했다.그러자 학생들이 더욱 수군거린다. "진짜일까?" "렌즈 꼈겠지,그런데 안경도 썼네?" "보고 싶어,진짜 어떤지...." .........무슨 소릴 하는 거야..?그리고,학교 게시판에 학생들이 많이 몰려있는 것을 발견했다.뭔가 불길한 예감,그 때 재중이 윤호와 희철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희철이 형!형 진짜 오드아이에요?!" .........뭐?!재중의 말에 희철은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윤호는 인상을 쓰며 재중에게 역정을 낸다. "무슨 헛소리야!" "아니,헛소리가 아니고...저기 붙여져 있는 거 봐봐!!난리도 아냐!" ".......뭐?!" 재중의 말에 윤호는 새파랗게 질린 채 학생들을 밀치고 학교 게시판에 가까이 갔다.희철 역시 재중의 도움으로 학교 게시판에 가까이 갔다.그러자 수군거림이 더욱 심해졌다.희철은 천천히 고개를 올렸다.학교 게시판에 웬 종이가 붙어있었는데,무슨 글과 함께 희철의 사진도 있었다.그 때,밤에 돌아다녔을 때의 사진이었다.글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였다.비록 한 줄이었지만.. 「 전교회장은 오드아이다!!!!」 29. ....이,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 "어?전교회장이다!!" "진짜 오드아이에요?" "말해주세요!!네?" "그거 컬러렌즈죠?!!" 희철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학생들이 희철의 주변으로 모여들어 희철에게 질문을 퍼붓는다.그러자 희철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안절부절 해하고 있었다.그 때,이 상황을 본 윤호가 학생들을 밀어내 희철에게 몰려드는 학생들을 막아서며 소릴 질렀다.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이 지랄들이야?얼른 들어가 이 자식들아!!" 그러나 학생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더 몰려들었다.희철은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누구야 도대체...누구.. 너무 분한 나머지 눈엔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한번 보여주세요!" "진짜 오드아이 맞아요?!" ".....에이 씹,형...내 손 꽉 잡아.뛰어가게." "........" "...울어?" ".....아,아니야.얼른 가자...빠져나가고 싶어." ".........." 눈물이 고인 희철의 모습에 윤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희철의 손을 꽉 잡아 학생들을 뚫고 있는 힘껏 뛰었다.그리고,겨우 건물 안으로 들어선 후에야 손을 놓았다.그러나 교실에 들어가서도 상황은 똑같았다.학생들의 시선은 전부 희철을 향해 있었다.정수는 아직 보이지 않았고 성민은 역시나 궁금하다는 듯이 희철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젠장.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단 옛 속담이 진짜로 딱 들어맞았다.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학생들은 이제 그 문제의 사진을 잘라 복사까지 하고 다니며 포토샵일까 아님 진짜 오드아이일까 하고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포토샵 같은데?" "진짜 같은데?" "포토샵이야!" "진짜거든?!" "니가 봤냐?어?봤어?!!" 이 때,유천과 같이 연습실을 향하던 기범이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기범은 아직 희철이 오드아이란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뭐,이미 알고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쫙 퍼진 것은 아직 몰랐던 것이다.이런 학생들의 모습에 기범은 의아해하며 유천에게 물어봤다. "형,쟤들 왜 저래요?" "너 몰라?니 애인,희철이 형 얘기.." "뭔데요?" "오드아이래 그 형,몰랐어?애인이라면서..벌써 소문 쫙 퍼졌어." ".......뭐,뭐라구요?!" "아침에 학교 게시판에 전교회장은 오드아이라고 써져 있는 종이가 붙여져 있었는데 거기에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드라.애들이 그거 잘라가지고 복사해서 갖고 다니잖아." "......희,희철이 형...!!"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희철은 분명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음이 분명했다.왜 이런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걸 몰랐을까...기범은 바로 희철의 교실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참,그래도 지 애인이라고 엄청 챙기네....준수는 괜찮을라나.언제쯤에 검사결과가 나올런지...하하. "보여 줘봐~" "딱 한번만!응?!" "아이 씨,니들 저리 가지 못 해?!니들 점심시간인데 밥도 안 먹어?!" 희철이 오드아이임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 중의 한 명인 정수가 팔을 휘저으면서 학생들을 희철의 근처에서 몰아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희철은 그저 고개만 숙인 채 책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아무 말 없이.. "그냥!딱 한번만!그 사진이 진짜 인지만 증명해주라!" "진짜 아니면 진짜 아니라고 말해!!!" "야,니들 자꾸 이런 식으로 희철이 귀찮게 할 거야?!" "아이 씨,특이한 놈은 빠져!이 특이한 놈 주제에.." "이특이거든!!!!하여튼 니들 꺼져!!니들이 이러면 이럴수록 희철이는 더 난처해진단 말야!!!니들은 배려라는 것도 몰라?!!" 정수와 반 학생들간의 실랑이가 계속 벌어졌고 희철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그런데,갑자기 안경을 벗어 던지더니 무언갈 매만진 후 벌떡 일어섰다.그러자 희철의 에메랄드 빛의 왼쪽 눈이 훤히 드러났다.그러자 학생들은 제각각 수군거렸고 정수는 기운이 쫙 빠졌다.이 자식이 미쳤나!!! "됐냐?니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내 짝퉁 눈이야.어때?신기해?존나,이티 같냐?니들이랑은 다르니까?응?!" "야,야 김희철 너 미쳤어?!" "시끄러 박정수." "........너,너어..왜 그래..." 싸늘해진 희철의 목소리에 정수는 절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그건 반 학생들도 마찬가지.그러나 여전히 대다수는 신기하다는 둥 수군거리며 계속 희철을 쳐다보았다.그러자 희철은 피식 웃으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시니컬하게... "이래서,인간이란 존재는 아직 미성숙하다니까?인간이 제일 월등한 생물이라고?웃기지마.이렇게 떼거지로 몰려드는 거 보면 아직은 원숭이에 불과하잖아?그치?니들도 그렇게 생각하지?응?!" "왜 말을 그렇게 해!!" "전교회장이라고 깝치냐?삼수생 주제에..1년 꿇었다면서!" "맞아..쳇." "니,니들 그럼 안되지!!!!!희,희철아..그만 앉아.응?" "개같은 새끼들,이래서 내가........학교를 다니기가 싫은 거야.." 학생들을 있는 힘껏 노려본 뒤 눈물이 고인 채로 희철은 교실을 빠져나갔다.그 때,막 교실 앞에 도착한 기범과 부딪쳤지만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형!!!" 어떤 누구와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아.차라리 혼자 있는 게 좋아.....아니,죽어버리고 싶어.하느님은 진짜로 있는 걸까..? "전교회장이 진짜 오드아이에요?" "시원아,제발 묻지 마라." "윤호야,진짜 희철이 형이 오드아이야?" "시끄럽다 이성민." "진.짜.냐.고!!!!!" "니들 커플도 닥쳐!!!!연습이나 해!!!!" 한편,Free style의 연습실에서도 질문은 쇄도했고 참다못해 결국 화를 내고 만 윤호였다.그러자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 윤호를 힐끗힐끗 보는 나머지 멤버들.그리고,갑자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연습실을 나가려 하는 윤호의 행동에 멤버들은 당황해 한다.그런 윤호를 말려보려는 재중. "야!너 어디 갈려구!니 파트 연습해야지!" "지금 상황에 연습이 될 것 같냐?응?!" "아무리 형이 걱정 되도 좀 참어!!우선은 연습을 해야...." "닥쳐." 싸늘하게 툭 내뱉은 뒤 재중을 뿌리치고 연습실을 나가버린다.그런 태도에 재중은 '저 자식을 그냥 확!!!' 하고 주먹을 들어 보인다.한편,나머지 멤버들은 뭔가 하고 윤호가 나간 쪽을 쳐다보았다. "진짜 오드아일까?혁재 넌 어떻게 생각해." "진짜니까 저렇게 윤호 형이 날뛰지...안 그래 동해야?" "그나저나 진짜 그 형이 좋은 건가...나랑 똑같은 짝사랑이면서.." ".....응?너 짝사랑하는 사람 있었냐?!" 무심코 내뱉은 시원의 말에 동해가 재빨리 반응한다.그건 혁재와 성민도 마찬가지.순간,시원은 '아차!' 하고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시선집중.아직도 씨부렁대며 윤호를 욕하는 재중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누구야?누구냐거~!!!" "야 이 짜식,그런 사람도 있었냐?!" "실토 안 하면 단호박 100개 먹여버린다!!!!" "아 씨,시끄러!!!연습이나 하자고들!!!" "안 말하면 안 할 거다!메로옹~!!" 어쩐 일인지,혁재와 성민,그리고 동해가 합심해서 시원을 놀려댄다.그리고,순간 정적이 흐르고 서로가 머쓱해한다.아,우리 이런 사이가 아니었지...참.. "미,미안 성민이 형...;" "괜찮아 나는....니들 다시 합쳤던 말건.." "....??" 혁재가 미안하다며 말하자 성민은 도리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그에 혁재와 동해는 뭐냐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성민을 쳐다보았다.그리고,성민의 입에서 떨어진 한 마디. "대신!내 앞에서 닭살 떨면 죽어!!!!" ....아무래도 재중의 위로가 큰 작용을 한 듯 싶다.그리고,시선은 다시 시원에게 집중되었다.이런,시선을 돌릴 수 있는 큰 기회였는데...아 씨,민망하게스리..... "말해라!말해라!!!" "......쉬잇!그 대신 다른 사람들한텐 비밀이다?" "무슨 일들이길래 그렇게 소란들이야?" "재중아!최시원이 좋아하는 애 있대!!너도 같이 들을래?" "됐다,난 우리 선생님이나 만나러 갈랜다.정윤호 오면 내가 작살을 내 주겠다고 전해라." ....우리 선생님이란 분명.....그렇게 재중마저 연습실을 나가고..시원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눈을 감았다 떳다 하다가 입을 어렵게 떼 말을 하였다. "....1학년 전교부회장......시,심창민.." ".......룸메이트?!!!" "그렇게 걱정되면은 찾아봐." "....하아,저도 미치겠어요 유천이 형..." "김기범!연습 똑바로 안 해?!종운이도 목 아픈데도 이렇게 열습 중이잖아!!!!" ".....열습은 또 뭐에요." "...열심히 연습." .......잘 한다.체엣..! 기범은 연습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그 때 뛰쳐나가던 희철의 눈에 고인 그 눈물을 떠올리니 더더욱 집중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그런 기범의 마음을 알 턱이 없는 영운은 연습 좀 제대로 하라며 면박을 주고 있었다.그 때,동희가 말을 꺼냈다.주제는 당연히 희철. "아,그 전교회장 오드아이란 소리 들었어?" "아아,응.들었어...아!그 사람이 기범이 애인이었지?콜록.." 대답을 하다 종운이 기침을 하자 영운이 호들갑을 떨며 '괜찮아 마누라?!' 하고 종운의 옆에 철썩 붙는다.그러자 종운은 '꺼져 이 킹콩아!!' 하면서 영운을 밀어냈다.영운과 종운의 닭살행각에 동희는 괜시리 드럼을 세게 쳐 화풀이를 해 댔고 그러건 말건 기범은 여전히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그러다,이내 결심을 했는지 연습실을 빠져나간다. 아무래도 찾아봐야겠어. 운동장 벤치에 홀로 앉아 쓸쓸히 도시락을 먹는 정수의 옆에 난데없이 려욱과 창민이 앉았다.그러자 정수는 조금 당황하기도 했자만 이내 태연해졌다.얘들이 전교부회장들이니까 보나마나 희철이를 찾는 거겠지... "형 왕따에요?혼자 먹구..." .....김려욱 이 자식이!!!!말을 해도 곱게 못하냐!!!그러나 화내기도 귀찮기에 그냥 무시하며 꿋꿋하게 밥을 먹었다. "쳇,내 말 씹기나 하고..." "저기요,희철이 형 어디 있는지 아세요...?" "....몰라,교실에서 나간 뒤로는 모습도 안 보여..나도 걔가 어디 있을지 진짜 궁금해." "그런데 진짜 오드아이에요?" ".......려욱아?" "네." "그 질문 벌써 수 백 번도 들었다 이 새끼야!!!!!" ".....씨이,왜 화를 내고 그래요." 려욱은 없는 볼살을 잔뜩 부풀리며 삐진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괜히 화풀이 하고 있어 진짜....저런게 진짜 선배 맞냐?애지 쳇... 혹시나 해서 숙소로 들어가보니 예상대로 희철이 들어와 있었다.아직 학교도 안 끝났는데 왜 숙소에....가방은 안 가져온 듯 싶지만 서도.. "왜 여기 있어,얼른 교실로 들어가자.." "....싫어." 구석에 쭈그려 앉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희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기만 했다.그런 모습을 보기가 싫은 나머지 윤호는 희철의 고개를 억지로 들어올린다.그런데,희철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있었다. "...혀,형..." "나 그냥 이대로 끝인 거야?학교생활....이대로 끝..?" "..그,그게 무슨.....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원만한 학교생활을 해?너라면 그럴 수 있어?" "..........." "...너 올 거라고 생각하니까 진짜로 니가 왔네..." "김기범 그 자식은 코빼기도 안 보였나 보지?" "..아까 교실에 들렀는데 그냥 지나쳤어...내가." "......왜..?" '꿀꺽 - '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은 왜일까...윤호는 눈을 크게 뜬 채 희철을 쳐다보았다.그런데,갑자기 희철이 윤호의 목을 팔로 감싸 안아오자 윤호는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냥,걔보단 니가 더 보고 싶었어.." "......아,아아...." ....타이밍도 정말 죽인다,마침 열린 문 사이로 기범이 그 광경을 보며 허탈해하고 있으니... 30. "준수야~" 하교 시간,유천은 준수의 매점으로 쏜쌀 같이 달려왔다.준수의 기색은 예전보단 조금 나아진 듯 했다.그걸 보자 유천은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왔냐." "좀 어때?" "처방 받은 약 먹으니까 좀 나아진 것 같아.검사결과 언제 나온댔지?" "내일." "그럼 내가 갈까?" "아냐~내가 학교 끝나고 갈게!" "괜찮겠어?" "내일 모레부터 끝나고 남아서 연습하는 거야." "참,태평하네."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좋은 준수였다. 윤호의 말대로 수업에 들긴 했지만 희철은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다시 렌즈를 끼긴 했지만 수업 중에도 계속 학생들은 그를 쳐다보았다.그것 때문에 정수와 윤호가 쉬는 시간에 그만 보라고 닥달을 해 대야 하는 고생을 치렀다.그리고 지금,하교시간에도 그 시선은 계속되었다.그것 때문에 희철은 윤호와 정수더러 먼저 가라고 했다.학생들 다 빠져나갈 때 까지는 먼저 나가지 않으리라는 심산에서였다. "제기랄...도대체 어떤 자식이...." 정말 잡히기만 하면 바로 죽여버리고 싶을 심정이었다.그리고,학생들이 드문드문 많지 않아 보이자 희철은 가방을 멨다.그 때,교실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다.한경이었다. "아,선생님..." "희철...선생님이랑...얘기..해요." ..........오드아이에 대해서인가..?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한경이 나쁜 말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이 들자 희철은 씩 웃으면서 '네.' 하고 웃은 뒤 한경을 따라 나섰다.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이 선생은 나쁜 얘기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겉보기에도 순하게 생긴데다 하는 짓도 죄다 어리한데 나쁜 얘기 같은 것은....하긴,나쁜 얘기라는 것도 모를 거야. 그 때,기범이 희철의 교실로 향하다 한경과 그 뒤를 따라가는 희철을 본다.그러자,기범은 점심시간 때의 일이 떠오르면서 감정이 복잡해진다.그 때,희철이 형이 왜 정윤호를 안으면서 먼저 생각났다고 한 걸까...........그럼 난 뭐가 되지? .......모르겠어,저 사람의 마음을...저 사람의 진짜 진심을...저 사람의 마음이 누구에게 가 있는지.... "약 먹고 좀 누워." "야,나 알약 즐이거든?" "그럼 그 따구로 축제에서 노래 부를 생각이야?!그냥 알약 하나 넣고 물 마셔서 그냥 꿀떡 삼켜 버리면 되는 거야!!뭐가 어려운데?" "꿀떡?나 차라리 그거 먹을래?" "야,너 지금 그렇게 한가하게 하이 개그 할 때가 아니거든?얼른 먹어!!!이 서방님이 너 병원까지 데려가서 친히 지어온 건데 말야!왜 못 먹어!!!" "쳇,괜히 승질이여." 영운과 종운은 알약 때문에 한참 동안이나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종운은 계속 먹지 않겠다고 생떼를 썼지만 영운은 축제를 미끼로 얼른 먹으라면서 거의 협박하다시피 윽박지르고 있었다.결국,종운은 투덜거리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알약을 먹기로 했다.그러나,한 번에 삼켜지지 않으면 물 때문에 녹아서 매우 쓸 텐데....하는 생각에 또 먹기가 싫어져서 불쌍한 눈으로 영운을 쳐다보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영운아아." "어,왜." "나,이거 진~짜 안 먹으면 안되겠니~?" "........셋 셀 동안 그거 한 알 안 삼키면...." "으악!먹을게!먹을게에!!!!" 영운이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카운트다운을 하려 하자 종운은 다급한 마음에 알약을 얼른 입 안에 넣고 물을 최대한 많이 마셔 삼켜버린다.다행히도 첫 알약은 성공.종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거봐,잘 삼키는 구만." "야!내가 얼마나 조마조마해 했는 줄 알어?!삼키지 못 하면 완전 쓰잖아!" "그래도,우리 마누라 장하다~" "흥!" 나쁜 놈,이 깟 알약 때문에 마누라를 협박까지 하고.오늘은 1미터 접근금지다. 창민이 나가겠다며 잠시 숙소를 나간 사이,밖에선 가을비가 조금 세게 내리고 있었다. 바깥을 보면서 시원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안 그래도 가을 밤바람이 쌀쌀한데 비까지 내리니 맞기라도 하면 무척 춥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자식,진짜 안 들어오네..." 혹시 내가 차갑게 말한 것 때문에 상처를 받은 건 아닐까...시원은 괜히 그런 말을 한 것을 또 다시 후회해야만 했다.진짜,최시원 바보.또라이.멍청이...........고백도 못 하는 쑥맥 자식. "아!이러고 있음 뭐 하냐!!얼른 나가야지!!!" 시원은 우산꽂이에서 우산 하나를 꺼내 들고는 숙소를 나섰다.기다려라 심창민,이 최시원님이 나가신다!!! 희철은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는지 평온해 보이는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다.그 모습에 윤호는 웬일인가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그리고,점심시간 때의 일을 떠올리니 괜히 자기도 기분이 좋아졌다. "김기범 자식,그 녀석이 이 일을 알면 아주 펄펄 날뛰겠지?큭큭큭." 괜히 혼자 중얼거리면서 좋아하고 있는 윤호였다.한편,희철은 한경과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피식피식 웃어댔다. <희철 회상-하교 후 벤치에서> "...에,희철...오드아이?아닌가?아니..하여튼...그거...맞죠?" 역시,첫 질문은 그거임을 예상한 희철이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그런데,오드아이란 단어도 몰랐는지....참,선생이 그것도 모르나. "...네,왼쪽 눈이 초록색이에요." "...아아,그렇구나아...희철,힘들죠?" "...엄청 힘들죠,마치 절 동물원에 갇혀있는 호랑이마냥 보는 시선 같고...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박제마냥 보는 것 같아서 짜증나고....괴로워요." 인상을 쓰면서 말하자 한경이 '이,인상...쓰면 주름살..쭈글쭈글 생기는데..;' 하고 말한다.그러자 희철은 그만 '푸하하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뭐 이런 웃긴 선생이 다 있다냐? "서,서,선생님!!하하하하하!!선생님 너무 웃겨요!!하하하하하..." "아,아아..." 매우 뻘쭘해 하는 한경의 모습에 희철은 마음이 풀리는 듯 했다.이 선생은 다른 선생들과는 조금 다른 선생이었다.다른 선생들이 왠지 딱딱해 보인다면 한경은 뭔지 모르게 편한 형 같은 느낌이었다.그래서 보고 있노라면 왠지 편해진 달까...그래서 윤호 친구 김재중이가 좋아하는 거구나. "아,아,그러니까...내 말은...주위 시선...절대!신경!안 쓰면 되..요.희철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말든 그냥..희철은 희철의 있는 모습 그대로...살면 되는 거..야.계속 감추려고 하면 더 힘들지도..몰라요.당당하게,희철답게 당당하게!희철은...당당하니까.." 저런 얼굴에서 좋은 말들이란 말들은 잘도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쨌든,위안이 되긴 위안이 되었다.여지까지 내가 꿈꿔왔던 선생님의 이상향은 바로 이 사람이었을 지도 모른다.어딘가 좀 없어 보이면서도 위로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해 주는 선생님.편안하고 좋은 선생님... "....고맙습니다.." "...재중한테,대신 고마워해...해요." "네?" "사실,재중이....부탁했어요.희철,위로해 달라고...윤호가,많이 괴로워 한다고." "......아아,네에.." 그런 거였구나.윤호가 하도 괴로워 하니까 재중이가....정윤호,그 정도로 날 좋아했었구나. "알겠습니다,그럼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희철,잘 가요~" 희철은 웃으면서 벤치에서 일어나 기숙사 건물로 향했다.그리고,뒤에 숨어있던 재중이 나타나 한경의 옆에 앉아 웃으면서 한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생님,오늘 정말 멋지셨어요." "진짜?코마워...헤헤." "오늘 제가 본 선생님의 모습들 중에서 가장 멋있었던 모습이었어요.." "......재중이..더 멋있어." "하하,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재중은 하하 웃으면서 한경의 볼에 뽀뽀를 했다.이래서 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니까.. <희철 회상 끝>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응...그냥..;" 회상하느라 완전 넋이 나간 희철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윤호의 시선에 희철은 괜시리 민망했다.그런데,윤호는 어딜 나가려는지 외출복 차림이었다. "근데 어디 나갈려고 그렇게 입었냐?" "그냥,매점이나 갔다 올라고.뭐 먹고 싶은 거 없어?" "홈런볼.큰 걸로 사 와라." "오케이,접수 완료." "빗소리 꽤 들리드라.우산 가지고 나가." "어휴~그 정도는 나도 알거든요?하하하하.나 나갔다 올게!" 그렇게 윤호는 우산을 들고 숙소를 나갔다.그리고 희철은 계속 TV시청을 하다 또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요즘 따라 왜 이리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지 원....그 때 내가 왜 윤호를 안았을까...기범이도 아닌...하지만,그 땐 진짜로...기범이가 떠오르질 않았어.그냥,윤호가 떠올랐어.왜였는지는 모르겠지만....그냥,그냥 떠올랐을 뿐이야.왜였을까...?왜,윤호가.... '딩동 - ♪' 창민은 비를 쫄딱 맞으면서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그냥,잠시 근처 팬시점에서 뭣 좀 사려고 학교를 나간 게 다인데...그새 비가 오고 말았던 것이다.우산도 없으니 그대로 쫄딱 맞고 올 수 밖에 없었던 창민은 감기 걸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그리고,그와 동시에 시원 생각이 났다. "하아.." ...마중 나오지 않겠지,나한테 그만큼 화났을 테니...그리고,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고.....괜히 마음이 또 슬퍼지려 그러자 창민은 애써 웃으면서 계속 뛰었다.하지만,눈이 시큰해지는 것은 왜일까.. "이러지 말자 창민아,그깟 사랑 땜에 이렇게 약해지지 말자.절대로.." 잠시 멈춰 서자 창민은 더 많은 양의 비를 고스란히 맞았다.숨을 고르다 고개를 드니 누군가 우산을 들고 창민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누굴 기다리는 건지...고생 많네. "심창민." ....지,지금 날 부른 거야? "또라이 같이 그렇게 비 맞고 다님 좋냐?얼른 와." ...이 목소리는,시원이 형...... 창민은 믿겨지지가 않아서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자 시원은 아무 말 없이 다가왔다.그러자 창민과 시원은 한 우산 안에 있게 되었다.창민은 계속 멍하니 시원을 보았고 시원은 애써 시선을 피하면서 말을 이었다. "너,내일 감기 걸리겠네?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네.흥..." "......." "너는 일기예보도 안 보냐?" "......" "들어가자,집에 가서 몸이라도 녹이게." "......형은,제가 진짜 싫어요...?" "............" 창민의 물음에 시원은 잠시 멈칫 한다.그건 왜 묻는 거야?그래,이제 숨길 이유도 없겠지....어떻게 되든 말야. "좋아한다." "...네?" "너 좋아한다고.심창민,널 좋아한다고.내가...왜,이상해?" "......아,아녜요!!!저도....형 좋아요.좋아해요." "........!!!" ....이,이 상황은 지금 뭐야...그럼,나 지금까지...쇼 한거야?!좆됐다. "뭐 그렇게 벙쪄 있어요~하하하하." ".........." "그럼 우리 서로 좋아하는 거네요.그것도 모르고 서로 오해만 하고...정말 이.....흡!!!" 시원이 키스를 해 오자 창민은 잠시 놀랐지만 곧 시원과 같이 키스에 몰입했다.한 우산 안에서의 키스라....왠지 로맨틱한..... ".........." "....형의 맘,확실하게 알려주세요." 초인종을 누르면서 들어온 주인공은 바로 기범이었다.기범은 점심시간 때 자신이 봤던 상황을 얘기하면서 희철에게 확답을 원했다.그러자 희철은 여간 난감한 게 아닌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왜 하필 그걸 본 거야 진짜....초 난감하네. "왜,제 생각이 아니라...정윤호 생각을 했어요?" "......그건....." "그렇게 우물쭈물해 하지만 말고 좀...확실히 대답을 좀 해 주세요!" "...그냥,그냥 윤호 생각이 났어.그리고,윤호가 오니까......마음이 좀 나아진 것 뿐이야. 진짜로 그냥 그것뿐이야.왜 니 생각이 안 났는지는.....그건 나도 모르겠어." ".....윤호 형 좋아하시는 거에요?" "...응?!" 기범이 꺼낸 의외의 말에 희철은 눈을 크게 뜬다.내가,내가 윤호를 좋아한다고?아냐,말도 안돼..설령 윤호가 더 편하더라도 그건 윤호가 제일 가까이에 있는 동생이서 편...아니,어제 윤호가 고백을 했었으니까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을 텐데.......왜지? '벌컥 - !!' "특별히 내가 두 개로 사 왔.........뭐야 넌." "....주인공 또 한명 납시셨네요." 상황은 더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31. "여보세요?응,나 동해.왜긴~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한편,동해는 숙소에서 혁재와 통화를 하며 닭살을 떨어대고 있었다.그 모습을 매우 아니꼽게 보는 재중.어차피 연습 때문에 맨날 볼 것들이 이젠 전화로 닭살을 떨어대고 있으니...아니꼽게 보이는 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응~혁재 잘 자!사랑해~♡" ......우웩. 동해는 전화통화를 끝내고도 못내 아쉬운지 한숨을 내쉰다.그 모습에 재중은 혀를 끌끌 차며 동해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렇게 보고 싶냐?어차피 연습 때문에 맨날 볼 텐데도?" "응,보고 싶어.나 진짜 사랑에 빠졌나 봐." "지랄." "쳇,괜히 심통이야.형도 국어선생이랑 연애하잖아!!!" "그래서." "그러면서 왜 그렇게 아니꼬운 눈으로 바라보는 거야?" "한심해서 그런다 왜!!" "뭐어?!!!" 씩씩대며 화 내는 동해를 무시한 채 재중은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눕는다.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자신과 한경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본다.그리곤 흐뭇해한다. "보고 싶다..헤헤." 결국엔 그럴 거면서.... 설상가상,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호까지 나타났으니 희철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매우 난처해 하고 있었다.윤호는 희철과 기범을 번갈아 보더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기범을 말 없이 노려보았다. "........." "뭘 그렇게 노려보세요?제가 뭘 잘못했나요?" "뭐?" "전 그저 희철이 형을 만나러 온 것 뿐이라고요.안 그래요?" 비아냥거리면서 희철의 어깨에 손을 얹는 기범이었다.그러자 희철은 더 어쩔 줄을 몰라서 기범과 윤호를 번갈아 보았다.윤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차마 칠 수가 없어서 속으로 욕만 해대고 있다. 김기범 망할 놈,네깟 놈은 희철이 형 애인 할 자격 없어.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 거에요?한 대 칠 거에요?" "............." .......이 새끼가,보자 보자 하니까 이젠 아주 기어 오르는 구만....? 윤호는 알게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는 부르르 떨고 있었다.그러다,희철을 보았다.희철은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그러자 윤호는 아무 말 없이 매점에서 사 온 홈런볼 두 개를 희철의 옆에 놓는다. "특별히 내가 두 개로 사 왔어." "....어떻게 다 먹어,한 개도 큰데." "재주껏 먹으셔.난 형의 영원한 베스트 프렌드잖아." "........." "방에 들어가 있을게." 목이 메여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는 윤호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희철은 기범이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은 손을 내려놓고는 윤호를 따라 들어가려 했다.그러자 기범이 저지한다. "형!!" ".........." "형은,형은....저 안 좋아해요...?" "......미안,미안해." ".....뭐가요." "...나,윤호 좋아하는 것 같아.미안해 기범아." "...저보고 말해요." "............." '탁 - ' 희철은 애써 기범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치곤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린 기범은 비틀거리면서 일어선다. "....하,하하하하....." .......결국엔 이렇게 될 것을..... 다음 날,희철은 당당하게 컬러렌즈 미착용으로 학교에 나왔다.전교생들은 당연히 수군거렸다. "뭐야 저거." "야,신기하다." 그래,니들 맘대로 생각해라.갑작스런 희철의 행동에 당황한 건 윤호도 마찬가지. "형,갑자기 무슨 생각으로...;" "그냥,어차피 들킨 거 계속 숨겨봤자 소용없잖아?차라리 이러는 게 훨씬 더 좋지." "....그,그건 그렇지만 서도..." "얼른 들어가자." 윤호의 말을 끊어버리고 희철은 교실로 들어갔다.그래,새 출발한다고 생각하자.두려워할 거 없어.어차피 이게 본래 내 모습이니까.누가 뭐래도 듣지 않을 거야.내 생각대로,내 마음대로 할 거니까....내 사랑도. "야,너 봤냐?" "어 봤어,전교회장 눈." "신기하지 않냐?" "그러게..." 1학년 5반의 교실도 소란스러웠다.희철의 에메랄드 빛 오드아이로 인해.그러나 기범의 표정은 그닥 좋지 않았다.아마 어제의 일 때문이었으리라.그런 기범의 표정에 재중은 그저 의아해 할 뿐. "무슨 일 있었나?표정이 안 좋네..." .....이대로 끝인 건가...이대로,이대로....? 점심시간,모두가 점심을 먹을 시간에 너무나도 오랜만에 모인 이들이 있었으니.. "야,이거 얼마 만에 모인 거냐." F4였다.그 동안에 있었던 많은 일들 때문인지 이들은 자주 모이질 못했다.물론 재중과 동해는 같은 팀인데다 같은 숙소를 쓰기 때문에 자주 마주할 순 있었지만 정수와 유천은 그러지 못 했다.거기다 유천은 준수의 기면증 소동 때문에 한동안 맘고생이 심했으니 모여야 한단 생각을 그리 많이 하지는 못 했다.그런 그들이,이렇게 오랜만에 모여 같이 점심을 먹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야,우리도 축제 때 뭐 준비해야 하지 않나?" 제일 연장자이지만 리더는 아닌 정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그러자 다들 골똘히 생각을 했다.그리고,먼저 말을 꺼낸 것은 유천. "퍼포먼스 같은 거 하는 게 어때?" "퍼포먼스?예를 들자면 어떤 거?" "....여장이라든가..." "야~그건 축제 때 메인 코너야!!!" 재중이 정색을 하며 바로 반문했다.그러자 유천은 시무룩한 표정이다.그 때,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동해가 '아하!' 하고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말을 꺼냈다. "우리가 여자가수가 되 보는 건 어때?" "오!그거 좋은 생각이네!!!" "맞아,그것도 나쁘진 않겠네!!재중이 형 생각은 어때?" ".....그래,나쁘지는 않겠다.근데,우리 인원수에 맞는 여자가수가 누구 있냐?" "핑클이랑...천상지희.이것밖에 기억 안 나." 동해가 눈을 굴리면서 말을 했다.핑클,천상지희....정수가 '그냥 천상지희 하자!' 라고 말하자 모두 동의하는 눈치다. "....곡은,뭘로 하지..?" "당연히 부메랑이지!!!" 정수가 고민하는 듯이 말하자 유천이 서슴없이 말한다.그러자,다들 약간 어색한 분위기를 띠면서 '하하..;' 하고 웃는다.그 이유는....중간에 있는 강렬한 춤(?)을 추는 멤버를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한 것 때문이었다. "상미린아는 재중이 형이 하고,다나는 정수 형이 해라.그리고,선데이는 내가 할게.......그럼,스테파니는......동해네?" "왜 니 멋대로야!!망할 놈의 뺙유야!!!!" 얼떨결에 스테파니가 된 동해가 항변했으나 모두가 '괜찮네~' 하면서 동의하는 눈치를 보이자 동해는 울상이다.히잉,쪽 팔리게 어떻게 혁재 앞에서... "정수 형은 어딜 갔담.." 한편,려욱은 혼자 두리번거리고 있었다.왜냐하면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정수랑 같이 먹을 생각에서였다.그런데 보이지 않으니 꽤나 섭섭했다. "누구랑 먹지,먹을 사람이 정수 형밖..아,창민이도 있었지.하지만 걘 시원이라는 사람이랑 먹을 테고....아아....솔로는 외롭구나." 괜시리 정수가 그리워지는 려욱이었다.나이만 먹었지,하는 짓은 완전 애인 정수였지만 가끔 가다가는 형 같은 면모도 보여주는 정수가 그리 싫지는 않은 려욱이었다.거기다 다정하고,웃을 때 들어가는 왼쪽 보조개가 여간 예쁜 게 아니었다. "그 형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설마 공부밖에 모르는 싸가지로 생각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되는 려욱이었다. "종운아,김기범 왜 저러냐?" "으이구,김영운.몰랐냐?쟤 차였대." "누구,전교회장?" "쉬잇!애 듣겠다." 한편,연습실에서 말없이 일렉기타를 만지작거리는 기범을 보면서 영운은 종운에게 소곤거렸다.그러자 종운은 쯧쯧 거리면서 영운을 밀어내며 계속 목을 푸는데에 전념했다. ".....희철이 형." ....괜히 희철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검은 머리,큰 눈,웃는 모습.....모든 게 떠올랐다.모든 게 예뻤고 모든 것이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였는데...그런 사람에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단 말을 들은 기분은....완전 처참했다.완전 구겨진 종이와도 같았다. "...왜 하필,왜 하필 정윤호에요...." 내가 진 건가,진짜로 내가 진 건가....기범은 패배자의 기분이 이런 것인지 하고 생각했다. 32. "이동해,너 연습에 집중 안 할래?왜 자꾸 움직임이 뚝뚝 끊겨!!!" ".......미안." 윤호의 호통에 동해는 '쳇!' 하고 콧방귀를 뀐 후 건성건성 대답하는 동해.아마 자신이 그런 중대한(?)자리를 맡게 되었다는 부담감과 동시에 리더도 아니면서 역할을 제 맘대로 정해버리는 유천에 대한 원망감 때문 여간 심란한 것이 아니었다.그런 동해가 걱정되는지 혁재는 동해에게 다가간다. "동해야,무슨 일 있어?" "어?아,아무것도 아니야...하하.." ......혁재한테 말하기도 쪽 팔리다.동해는 대충 얼버무리며 고개를 돌렸다. "빨리 먹어라,5교시 될 시간 얼마 안 남았어.그르게 왜 날 기다려." "가,가치...머글 사람...없자나여...우웅..맛있다.배고파 뒈지는 줄...쩝쩝..알았네." 한참 동안이나 정수를 찾아 헤맸던 려욱은 회의(?)를 마치고 오는 정수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붙잡아서 밥 같이 먹자고 졸라댔고 그런 려욱을 차마 무시할 수 없었던 정수는 려욱의 옆에 려욱이 밥을 게걸스레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쩝,언제부터 기다린 거야..괜히 미안해지네. "너 창민이랑도 친하잖아.그런데 왜 걔랑 같이 안 먹어?" "걔 일요일 부로 시원이 녀석이랑 사귀기로 했대요.그래서 걔랑 같이 먹겠다고..." "아,그 싸가지?" "이젠 싸가지 아니에요~예전보단 많이 순해지고...창민이 때문이죠." "마누라가 남편 바꾼다는 말이 정말 있긴 있나 보다." "그런 말 없는데요?" "........" 꼭 좋게 봐 줄 때 태클을 건다니까 이 자식은?괜히 무안하기도 하고 묘하기도 해서 정수는 려욱을 넌지시 째려보았다.그에 아랑곳 않고 열심히 도시락을 먹어대는 우리의 전교부회장 김려욱. "....아,그러고 보니 말야..너 창민이랑 다닐 때 외엔 항상 혼자던데...희철이 말로는 너 거기서도 반장이라면서...친구 없어..?" ".....쩝..제가요,조기 입학했거든요?" "응응,그건 알어." "....그거 가지고 애들이 막 무시하고 그래요.동해는 제외하고.." "아,걔랑도 같은 반이었구나.." "처음에 최시원도 저 조기 입학한 거 알고 막 무시하고 그랬어요." "....조기입학이 뭐가 어때서." "그쵸?!괜히 지들이 저보다 딸리니까....겉으론 왕따 안 같은데 저 은근히 따 당하고 있어요.뭐,요새 최시원은 창민이의 영향으로 제게 태클은 안 걸지만요.." 웃으면서 태평스레 말하는 려욱이었지만 기분은 그닥 좋지 않았다.그리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에 장학생으로 이런 사립학교에 들어오는 것도 힘든데 자기 또래들은 중 3일 시간에 자긴 고등학생이 되어 자기보다 한 살이나 더 많은 동급생들 사이에 껴서 지냈으니 그 누구보다 더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그것 때문에 남몰래 눈물도 흘렸지만 이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공부 뿐이라고 생각하고 독하게 공부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걸 보면 려욱은 웬만큼 마음을 독하게 먹은 게 아닌 듯 싶었다.그나마 금년에 같은 동네 살았던 창민이 입학하고 자기랑 같은 위치에 서 있으니 망정이지...안 그랬으면 더 버틸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철없는 삼수생 선배 정수도 지금은 자신이 존재할 만한 이유가 되었다.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싫지는 않고,자꾸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이 감정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이란 감정인 것일까.....정수 형은 이 감정을 알까....... 점심시간도 거의 끝나가고 해서 윤호는 멤버들에게 '연습 끝!!다들 교실로 들어가라!!' 하고 외친 후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연습실을 막 나왔다.그런데,손수건을 든 어떤 손이 윤호의 땀을 닦아주기 시작하자 윤호는 화들짝 놀라 그 손의 출저를 보았다.희철이었다. "어,어라?형이 여긴 웬일이셔?" "왠일이셔 라니?내가 싫은 모양인가 봐?" "...그건 아니고." "어,안녕하세요!" "어 그래,재중이 안녕~" 재중의 인사도 받아준 뒤 계속 윤호의 땀을 닦아주는 희철이었다.싫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어색해서 윤호는 굳은 채로 서 있었다. "니가 돌하르방이냐?그렇게 뻘쭘하게 서 있게?" "......꼭 그런데다 비교를 해야 되겠어?" "그럼,조각상에 비교를 해 주랴?" "그거 좋네!!!" ".......됐다,얼른 들어가자." 조각상 얘기를 꺼내자 기색이 환해진 윤호의 모습을 보면서 콧방귀를 뀐 뒤 윤호의 앞에서 걷는 희철이었다.그러자 윤호는 '같이 가~' 하고 외치면서 희철의 옆에서 걸었다. 그 날,왜 그렇게 기범을 보냈던 걸까.그 땐 방 안에 있었기에 기범과 희철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하게 모르는 윤호였다.그 때 마침 희철이 말을 꺼냈다. "....나,기범이랑 깼어." ........응?!김기범이랑 깼다고?그럼.......애인 사이 끝났단 소리 아녀..희철의 발언에 윤호는 그 자리에서 멈춰선 채 멍하니 희철을 바라보았다. "...깨...깼다고..?" "...응." "뭐,뭣 때문에...." ".....윤호야." "응....."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걸까,희철이 형이 무슨 말을 꺼낼지도 모르는데...그 때,희철이 갑작스레 윤호에게 가까워지더니 윤호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그 덕분에 더 정신이 나가버린 윤호.희철이 살짝 붉어진 얼굴을 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좋아해,윤호 너를..." ........하느님 믿기를 백 번 천 번 잘 했구나. "준수야!!!!!김준수우우우우우!!!!!" 하교 시간,잠깐 어디로 나가던 유천이 소릴 지르면서 매점 앞까지 들이닥쳤다.에라이,이 자식아.너 땜에 귀청 떨어지겠다.준수는 인상을 쓰면서 유천을 노려보았다. "야!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썅!!!!!" "너 기면증이니 뭐니 그런 거 아니래!!의사가 그랬어!!그냥 좀 무리해서 피로 같은 것이 너무 누적되어서 그런 거였대!!!준수야!!!!!!!!!" ".......그,그래?잘 됐네...하하.." "것봐,그렇게 불안해 하지 말래두~" 유천은 웃으면서 준수의 볼을 쓰다듬었다.그러자 준수는 '징그러~' 라고 말한 뒤 유천의 손을 내렸다.그러자 유천은 삐친 얼굴을 하며 볼을 부풀렸다. "어쭈?" "쳇,준수 미워." "그래,미안해!!!우씽." 울상을 한 채 미안하다고 말하는 준수가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는지 유천은 씨익 웃는다. 그 때,기범이 다가와 유천에게 다가선다.여전히 죽은 얼굴을 한 채로.... "...유천이 형." "아씨,누구.....어,기범아." "...저 술 좀 사 주세요......" 얼마나 괴로웠으면 술까지 사 달라고 저럴까.유천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준수에게 작별을 고한 뒤 기범과 함께 학교를 나왔다. 그 날 밤은,지금까지의 밤들 중에서 가장 뜨거운 밤이었다고 자부하고 싶다.세게 밀어붙이면 밀어붙일수록 더 인상을 쓰며 머리카락을 잡아오며 신음을 내뱉는 그의 모습은 가히 섹시하다고 볼 수 있겠다. "아,하악..유,윤호야....으윽...흐응...그,그마안....흣..!" "허억..허억...내가...이제까지...얼마나..어으...참았는지 알어?" "....으흣..!" "그러니까..하아..하아...오늘은 안 봐줄거야." 기범이 유천과 함께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자신의 신세한탄을 하고 있을 이 야심한 시각에 이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였고 아주 아주 뜨~거운 밤을 보내며 쌀쌀한 가을 밤을 지새웠다.이들의 뜨거운 열기는 가을바람마저 잠재울 정도로 뜨거웠으니....어느 정도였을지 짐작도 안 된다. 33. "그만 마셔라 기범아,취했다..." "저 안 취했어요오오...." ".....어휴,오늘따라 기분이 무지 좋은데 니 술 동무나 해 줘야 된다니.." "죄송합니다~" "그럴 거 없다,니 잘못이냐..신을 원망해야지." 그 시각,기범과 유천은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뭐,기범이 일방적으로 유천에게 모든 얘기들을 하는 것이었지만...겉으로는 불평을 하는 유천이지만 속으로는 기범이 참 안 됐다라는 생각이 들어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사립학교여서 통금시간이 정해져 있고 다른 학교들보단 꽤나 엄격했지만 유천이 준수에게 미리 부탁을 해 놓아 준수가 수위에게 손을 써 놓았다고 연락이 오던 차여서 유천은 조금은 안정된(?)마음으로 기범과 소주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형,정말 나는 안 되는 거에요..?" "......" "너무 허무해요...이렇게,순식간에 끝나버렸다는 게...너무..허무해요."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글썽이고는 있었다.그렇게 또 신세타령을 하고는 또 한 잔을 들이키는 기범이었다.그러곤 '끄윽 - ' 하고 가볍게 트림을 한다.유천은 소주 한 잔,안주로 나온 돼지껍데기를 번갈아 먹으면서 계속 기범을 주시했다.그래,니 속 어떨지 충분히 이해된다. "지금,뭐 하고 있을까요?" ".....누구?" "희철이 형이랑......정윤호요.지금,밤이잖아요...뭐 하고 있을까요?" "자고 있겠지?" "글쎄요,그냥......자기만 할까요?" "너,너 설마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거야?!" "..............글쎄요." 이내 눈물을 흘리며 다시 소주 한 잔을 들이키는 기범이었다.아까부터 줄곧 안주는 먹지도 않고 계속 소주만 들이켜서인지 기범은 이미 잔뜩 취할 대로 취한 상태였다.분위기가 점점 어두워지자 유천은 화제를 돌릴 궁리를 하다 이내 뭔가를 떠올리고는 애써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아!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연습 들어가는 거 알지?내일부터 방과 후에 남아서 연습하는 거야!!!그러니까,너무 그렇게 우울해하지마....그냥,밝은 쪽으로 생각해.뭐,장난하냐고 말하고 싶겠지만.희철이 형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는 거잖아?그러니까,기운 내.그 컨디션으로는 내일 연습도 못 할걸?" "............." "...기범아?" '툭 - ' "....이런,뻗었군." "하아...하아..." "형,내가 안아줄까?" 한편,윤호와 희철은 한바탕 밤일을 치른 뒤 숨을 고르며 나란히 침대에 누워있었다.윤호의 말에 희철은 바로 윤호의 옆에 바짝 붙어 윤호에게 꼬옥 안긴다.서로의 몸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에 희철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형,누굴까?" "...응?뭐가?" "그거,형 오드아인거 까발린 놈들." "괜찮아,이젠 신경도 안 써." "그래도,뭔가 원한을 품고 그런 짓을 한 거 아니겠어?나,그 자식들 꼭 찾아내서 형 앞에 무릎 꿇게 해 줄게." 윤호의 단호한 말투에 희철은 잠시 할 말을 잃는다.뭐,윤호의 말이 섭섭한 것은 아니었지만...왠지 조금은 불안했다.희철이 아무 말이 없자 윤호 역시 아무 말을 않은 채 희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어,준수야~" "어유,너 통금시간 한참 동안이나 지난 거 아냐?!" "미안,이 자식이 좀 엔간히 마셔야 말이지.그러더니 뻗었어." 교문 앞에서 초조하게 유천을 기다리던 준수는 유천이 나타나자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괜히 화를 버럭 냈다.뻗어버린 기범을 부축한 채 낑낑대며 온 유천은 그런 준수의 반응이 귀여울 뿐이었다.그리고,아무 말 없이 기범의 숙소로 같이 가 기범을 눕혔다.그러자 기범은 잠꼬대를 했다. "정말....나는 안 되는 거에요...?희철이 형..?" .....미련 곰탱이 자식.유천은 이렇게 생각한 뒤 준수의 손을 꼬옥 붙잡고 기범의 숙소를 나왔다.그리고,그 건물을 빠져 나온 뒤 조금 걷다가 잠시 멈춰 섰다.그리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유천. "다행이야,우린...저렇게 불행하지도 않으니까..." "그럴 상대가 없는 거겠지." "에이~왜 그러셔!!!" 준수가 따갑게 쏘아붙이자 유천은 능청스럽게 받아 친다.그러자 준수는 이내 피식 하고 웃더니 유천의 목을 팔로 휘감으며 유천을 꼬옥 안아왔다.그러자 유천도 준수의 허릴 꽈악 끌어안았다. "나,너무 행복해.내가 그런 병이 아니란 것이 밝혀진 것도 그렇지만..." "그렇지만....?" "널 만났다는 것 자체가 내겐...너무 행복한 일이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뜨겁게. 그로부터 또 얼마가 지났다.이젠 정말 얼마 안 남았다.축제가...11월 2일까지. Free style 의 연습은 꽤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아무래도 이 팀은 그 동안의 골치 아팠던 일들이 모두 해결된 대다 성민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커플모드인 관계로 컨디션도 최고였다.뭐,그렇다고 성민의 컨디션이 꽝이란 소리는 아니지만... Smart 의 연습도 그럭저럭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었다.기범이 유천과 술을 마신 다음 날에 연습을 나오지 않아 좀 차질이 있긴 했지만 유천과 영운이 어르고 달래고 설득한 끝에 현재는 연습에 합류한 상태다.기범의 기분은 그럭저럭.뭐,영운과 종운이 옆에서 투닥대며 닭살을 떨어준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유천이 옆에서 큰 위로를 해 준게 기범이 그나마 연습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축제 코너가 얼추 정해지자 그것에 관련된 계획이나 준비를 하느라 회장인 희철과 부회장인 창민과 려욱은 어느 학생들보다도 힘들었다.그러나,그 무엇보다도 설렌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F4의 연습도 남 몰래 잘만 되어가고 있었다.뭐,처음에 동해가 땡깡을 피우긴 했지만...재중은 반 대표로 여장대회에 나가기로 되어있어서 여간 심기가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연습 때에는 그 누구보다도 더 충실하게 임했다.그건 유천과 정수도 마찬가지. 그리고,윤호는 희철이 오드아이란 사실을 퍼트린 그 학생들을 기어이 찾아내 반 죽여놓으려 했으나 주변의 만류에 그저 한 방 먹이고 말았다.희철은 화를 냈지만 속으로는 너무나도 고마워서 뽀뽀라도 막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든 주인공들이 나름대로 누군가와 짝을 이뤄가며 러브모드를 형성해가고 있을 때 쯔음...오직 려욱과 정수만이 조금 미묘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었다.뭐,려욱이 짝사랑 중이지만 서도.... '쾅 - !!!' 문이 벌컥 열렸고 반에서 꽤 논다는 패거리들이 몰려 들어오기 시작했다.축제 계획에 대해 설명하느라 앞에 나와있었던 려욱은 이들의 지각에 꽤나 심기가 불편했다.먼저 화를 낸 것은 동해. "아 씨!!니들은 왜케 늦게 왔냐거!!!" "꼬맹인 쫌 닥쳐라?" 한 명의 말에 동해는 입을 꾸욱 다문 채 그들을 째려볼 뿐이었다.시원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들을 노려보면서 속으로는 매우 험한 욕들을 마구마구 내뱉고 있었다.개보다 못 한 새끼들.아니,먼지보다 못 한.. "니들,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던 려욱이 차분하게 말을 꺼내자 그들은 피식 비웃으면서 려욱의 머릴 손가락으로 기분 나쁘게 툭툭 치면서 말을 꺼냈다.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꾸욱 참았다.그래도 명색이 반장인데다 전교부회장이니까.... "조기 입학한 어린 놈은 좀 입 좀 다물어라?!" "야!니들 반장한테 말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니는 동해바다로 꺼져버려." "이,이씨이......" 그들의 만만치 않은 반격에 동해는 잔뜩 화가 난 듯한 얼굴로 자리에 도로 앉는다.그리고,려욱은 자신의 머릴 툭툭 치던 그 손가락을 세게 치더니 그들을 올려다보며 말을 했다. "지각한 주제에 뭔 말들이 이렇게들 많으실까?너희들,방과 후에 남아서 교실 청소해.선생님껜 내가 말씀 드려놓을 테니깐.오늘 교실 청소는 너네 들이 다 해." "어쭈,이게 말 다 했냐?" "충분히 다 했어,얼른 자리에 앉어." "........재수없어,니가 그러고도 무사하나 보자." 려욱을 잔뜩 노려보며 그 패거리들은 자리에 앉았다.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 려욱이었지만 내심 불안하긴 불안했다.그 패거리들은 바로 꽤나 잘 사는 축에 속해있기 때문이었다.의사 아들부터 판사 아들,정치인 아들들까지...완전 잘난 것들끼리 뭉쳐 다녀서는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니 학교에서도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지만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니들은 잘난 아버지 둬서 잘났다. 34. "아 씨,저 새끼를 그냥!!" "참어,저런 자식 상대해 봤자야." "쟤 작년에 엄마까지 죽었대~위암으로.그래서 쟤 고아래.형제도 없대나 뭐라나." "우리 학교랑 완전 안 어울린다,안 그러냐?" "맞아,그러니까 끼리끼리 다니지...그 심창민도 사실은 가정형편 말짱 꽝이래잖아~가족이랑은 흩어져서 살고....그리고 쟤 룸메이트는 삼수생에다 얼빵하기 까지...환상의 조합이다." "그러게 말야~큭큭큭...." .........다 들리거든...? 잘난 패거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려욱은 고스란히 다 들어야만 했다.그들이 바로 려욱의 뒤에 앉아있었기 때문에.....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렸다.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할 수만 있다면 저 패거리들을 어떻게 해 버리고 싶었다.그리고,자습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뜻밖의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더니 그 패거리들에게 다가갔다. "심창민 어쩌구 한 새끼 일어나." 그 사람은 시원이었다,아까 자습시간 때 려욱을 흉보던 패거리들이 창민의 이름까지 거론하는 것을 들었는지 심기가 꽤나 불편해 보였다.사실 시원도 빠지는 형편은 아니었다.아마 잘난 패거리들 정도는 될 듯 싶었다.시원이 '안 나오면 니들 모가지 계속 붙어있는단 보장 못 해.' 라는 무시무시한(?)협박에 한 놈이 '아이 씨..' 하면서 일어섰다. "니가 심창민 이름 들먹이면서 욕한 새끼냐?" "짜증나게,말끝 마다 새끼새끼 하지 말지?기분 나뻐." "글쎄,나보다 기분이.......나쁠까?" '퍽 - !!!' 한 방 먹인 후 시원은 '조심해라.' 라는 말을 하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았다.괜찮냐며 일으켜주니 욕을 해대면서 일어난다.그리고는 자리에 앉으면서 시원을 죽어라 노려봤다.그리고,또 한 놈이 려욱을 툭툭 건드린다. "뭐야.." "저 새끼,니 친구 보호해줬네.넌 없지?왕따라서 그런 사람 없지....?" "....이,있어." "누구?하늘에 계시는 부모님?아님,어딘가에 있을 막연한 친척들...?" "........." "거짓말,없잖아~반장이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 계속 빈정거리는 태도에 려욱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얼굴이 시뻘개졌다.그 주위의 다른 패거리들은 킥킥댔고 다른 학생들은 그냥 모르는 척 하거나 그 광경을 보며 수군거렸다.그런데 이 상황에서 '니들 뭐냐거!' 하며 나서야 할 동해는.............혁재네 반으로 간지 오래였다. "너,이 학교 다니기도 쪽 팔리지 않냐?" "내가 왜." "야,뻔뻔하네?너 같이 구질구질한 자식이 학교에 다니면...우리 학교 이미지가 뭐가 되겠냐?" .......구질구질...니들 말 다 했냐? '휘익 - ' "으앗!!" 려욱이 갑자기 필통에서 커터 칼을 꺼내 빈정거리던 놈에게 휘둘렀다.그러자,그의 팔에 스친 상처가 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가 흘러내렸다.이성을 잃었는지 숨을 헐떡이며 계속 칼을 휘두르는 려욱의 모습에 반 학생들은 전부 경악했다.시원이 '미쳤냐?!야!!너 반장이야!!!' 하면서 말리려 했지만 도리어 려욱의 손톱에 얼굴을 긁힌 꼴이 되고 말았다. "다 꺼져!!!죽여버릴 거야!!!!" "이 새끼가 진짜!!!" '퍽 - !' "............" 려욱의 칼부림은 려욱에게 빈정댔던 놈의 발길질로 일단락되었다.바닥에 엎어진 려욱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고 머리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발길질에 '비켜!!' 라는 말만 하곤 바로 교실을 빠져 나왔다. 그 때,혁재와 같이 오는 동해와 마주쳤고 동해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려욱에게 물었다. "어,려욱아!좀 있음 수업시...." '툭 - ' 그러나 그대로 무시하고 려욱은 화장실로 들어가 한 칸에 들어간 뒤 문을 잠궜다. 윤호와 희철이 서로 윙크를 해대며 애정표현을 하고 있는 지금 시간은 1교시 수학시간이었다.성민은 열심히 수업을 경청하고 있었고 정수는 꿈나라로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침까지 줄줄 흘리면서... "....흐흐흐흐....아싸!대학 붙었다!!!오오오오..........서울대다!!!!!!!!!!!" '타악 - !!' "............." '휘잉 ~ ' 순간,교실에서는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펭귄 천 마리가 추운 남극을 돌아다녔다.수학선생은 잠꼬대를 하다가 벌떡 일어선 정수를 노려보더니 이내 무서운 속도로 정수에게 다가가들고 있던 막대기로 정수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아!아야!!!쌤!!!왜 때려요!!!" "으이구!!이 자식아!!!스물 둘이나 먹은 자식이 쪽 팔리지도 않니?응?!!당장 나가!" "........씨잉." "2교시 시작할 때까지 들어오지마!그렇다고 땡땡이를 쳤다간 죽음이다!" "네네,땡땡이 같은 거 안 칠게요." ...........남 혼내기 전에 니 대머리나 어떻게 좀 해 보지 그러니?너무나도 눈부셔서 미치겠단다. 시간은 왜 이리도 안 가는 건지,아무리 싸 돌아다녀도 수학 시간은 끝날 줄을 몰랐다.한참을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정수는 화장실로 들어갔다.세수라도 해서 잠을 퇴치하려는 생각으로.. "흐윽...흐어어엉...으흐흐흐흐흐흑.." ........응?이건 또 무슨 소리야? 누군가의 울음소리에 정수는 잠시 오싹한 생각이 들었으나 이네 떨쳐버리고 조심스레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제일 맨 끝에 위치한 칸에서 나는 소리였다.수업시간에 누가 이토록 애처롭게 울고 있는 건지....불쌍타.속으로 쯧쯧 거리며 세수를 한 후 들어가려는데 왠지 맘에 걸린다.저대로 울게 내버려두기엔 양심의 가책이 올 것 같기도 하고.....?한참을 망설이던 정수는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똑똑 - ' "저기,안에 누구 있어요?" "....흡...흐윽...누구...?" .....어째 낯설지 않은 목소리네...? 익숙한 목소리에 정수는 잠시 당황했다.아무래도 자신이 아는 사람인 듯 했다.그러나 자신이 아는 사람들 중에서 저리 애처롭게 울 이유를 가진 사람이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정수는 다시 문을 두드리면서 말을 걸어왔다. "저기...전 박정수라고 하는데..." "....흑..저,정수 형...?" '끼익 - -' "...어?려욱아!!!" 칸에서 나온 사람은 려욱이었다.거의 눈물범벅이 되어있는 려욱의 모습에 정수는 놀람을 금치 못 했다.눈물 때문에 머리도 다 얼굴에 붙어서 꼴은 말이 아니었다.콧물도 나오는지 훌쩍대다가 정수를 올려다본다. "려,려욱아.너 무슨 일 있었어?얼굴이 이게 뭐야?!" "....가난한 애들은...이런 데 다닐 자격도 없어요....?" "응?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저같이 가난한 자식들은...이런 학교...다니는 건 안 되겠죠..?" "야!그게 무슨 소리야!!!부잣집 아들래미들만 다니란 법은 없지!!공부만 잘한다면야 누가 다니든 상관은 없잖아!!왜,누가 뭐라 그래...?" '와락 - ' ".....?!" "흑...흑흑흑흑..." "......려,려욱아..." 정수를 꽉 안으면서 목이 쉴 정도로 서럽게 울어대는 려욱이었다.그런 려욱을 어쩌지 못 하고 정수는 그저 멍 하니 서 있으면서 려욱이 울음을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2교시가 바로 시작하기 직전에 려욱은 교실로 돌아왔다.들어오자마자 다른 학생들은 수군거렸고 그 패거리들은 그저 피식피식 웃을 뿐이었다.동해가 '영어쌤께서 너 어딨냐고 하길래 양호실 갔다고 했어!' 하고 동해가 말하자 려욱은 고맙다며 맥없이 말한 뒤 한숨을 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무슨 정신으로 정수의 품에서 서럽게 울어댄 건지...려욱은 후회가 막심했다.아아,정수 형 내 눈물 때문에 교복 다 젖었을 텐데...나중에 빨아줘야 되겠네. '드르륵 - ' 이번 시간이 국어시간 이여서 한경이 들어왔다.그러자 그 패거리들은 짱개가 왔다며 알게 모르게 수군댔다.그러나 한경은 듣지 못 한 듯 그저 웃을 뿐이었다.그런데,한경은 조금 달라진 듯 하였다.그걸 눈치챈 동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니임!!" "아,동해...왜요?" "염색하셨어요?머리 색이 달라졌어요!!" "아아,네...했어요.이상해요?" "너~무 이쁘세요!그래서 질투나요!!" "하하하하하하하!!!" 동해의 귀여운 발언에 반 학생들이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시원도 마찬가지.려욱도 조금 미소를 지었다.그 패거리들을 제외한다면....동해의 말에 한경은 약간 얼굴이 빨개지더니 동해의 말에 대답을 했다. "저...예뻐 아니에요..." "에?" "예뻐 아.니.라.구.요!!" ".......아~안 예쁘시다 구요?에이~미인이신데!" "....동해,자리에 앉아요,안 그러면...손 들어 시킬 거에요." "예!" 한경의 말에 동해는 힘차게 대답해 보이고선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이로서 아까 전의 어두운 분위기는 어느 정도 풀린 듯 싶었다.그러나,그 패거리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수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한경이 교과서에 수록된 시를 읽고 있을 때 쯔음에 사건은 시작되었다. "어저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다냐 이시라 하더먼 가라마난 제 구태야 보내고 그리나안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자,이 시에 대해...설명..누가 좀 해 줄래요..?" "선생님." "아,네..이름이...으음..구성현 학생....?" "원래 그렇게 읽는 게 아니지 않아요?발음이 조금 그러신데요?" ".....아아,미안해요.." 그 패거리 중의 한 명,아까 전에 려욱에게 빈정대다가 칼에 긁힌 한 놈..아니,구성현이 한경에게 태클을 걸어오자 한경은 미안하다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이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될 정도로 한국어는 익혔지만 발음상 미숙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런데 구태여 그걸 콕 집어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선생님은,어떻게 국어선생님이 되셨어요?" "....에?" "야,너 김려욱한테도 그러더니 또 태클이냐?귀찮게 굴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앉아." "왜,민준이처럼 때리게?" "......." "아,앉아요...안 앉으면....저 뒤에서 손 들어 시킬 거에요." "그게 뭔데요?좀 잘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실래요?"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구성현 때문에 수업은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았고 다른 학생들은 수군거리는데 여념이 없었다.한경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노려보다가 '나와요.' 라고 단호하게 말했다.처음엔 나오지 않더니 왠지 호기심이 생긴 것도 있어서 앞으로 나왔다.그러자 한경은 교탁 위에 올려놓았던 막대기를 들었다.그러자 수군거림은 더 심해졌다.설마 쟬 때리려는 거 아니냐고... "...이건 또 뭐 하자는 플레이?" ".....칠판 잡고 서 있어요..학생은,맞아야 마땅해요." "싫은데요?그리고요,제가 누구 아들인 줄 알고 이러시는 거에요?" "누구 아들이건 선생님은 학생을 선도해야 해요.그게..옳아요.얼른요,안 그러면 더 세게 때릴 거에요." "저 이래 뵈도 잘 나가는 그룹의 외동아들이거든요?이러시면 곤란한데요~" "빨리 안 잡아?!!!" 한 번도 화를 낼 것 같지 않았던 한경이 드디어 열이 올랐는지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냈다.그러자 나머지 학생들,그리고 동해와 시원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모두들 한경이 화 내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일 것이리라.한경의 기세에 성현도 '젠장..' 이라고 중얼거리고는 칠판을 잡았다.그러자,한경이 막대기로 성현의 종아리를 세게 내리쳤다. '퍽 - !!' ...비명을 지르진 않았다.그저,독기를 품었을 뿐이었다. "진짜야?" "진짜야~나 한경 선생님이 화 내는 거 처음 봤어.그치 최시원?" "맞아요,저도 깜짝 놀랬는데요." 점심시간,연습실에서 동해와 시원은 2교시 때 있었던 일들을 나머지 멤버들에게 다 말했다.그러나 재중은 그리 쉽게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그렇게 순하디 순한 한경이 화를 냈다니...쉽사리 상상은 가지 않았다.그러나 대충 이해는 갔다.그 동안 쌓인 것도 많았을 테고....그게 구성현이라는 불량학생의 태클 하나 때문에 폭발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뭐,어쨌든 그 자식이 잘못한 거잖아?맞을 짓은 했으니까 맞는 건 당연하지." "그래도 윤호 형,걔가 잘 나가는 그룹 회장의 외동아들이라던데...쌤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 태연스레 말하는 윤호와는 다르게 혁재는 다소 걱정스런 말투로 말을 꺼냈다.솔직히 혁재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그렇다고 윤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재중은 말은 안 꺼냈지만 한경이 걱정되긴 엄청 걱정되었다.정말로 선생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35. 밴드부에서도 코앞에 닥친 축제를 위한 연습이 한창이었다.그리고,잠깐 쉬라는 영운의 말에 모두들 각자 다른 모습으로 휴식을 취한다.기범은 아까 매점에서 사 놓은 설레임을 따 먹기 시작했고 영운은 꽤나 격한 뼛소리를 내면서 몸을 풀었다.종운은 물을 마시며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 중이었고 동희는 왠지 자신과는 전혀 정반대인 다이어트 서적을 읽고 있었다.그리고,유천은 연습이 끝나자마자 준수를 보러 갔는지라 보이지 않았다. "야,그런데 요새 학교 분위기 이상하지 않냐?" 갑작스레 먼저 말을 끝낸 것은 영운.그러자 모두들 영운을 쳐다보면서 수긍한다.밴드부 멤버들은 모르는 려욱의 반에 소위 잘 나가는 불량아들 때문에 솔직히 학교 분위기가 뒤숭숭한 건 사실이었다.물론,현재는 려욱의 반만이 뒤숭숭했지만... "축제가 다가와서 그런 거겠지." 그에 동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태평스레 대답을 했다.영운은 '그럼 그렇지.' 하는 눈으로 동희를 쳐다보며 쯧쯧 거렸고 동희는 '내가 뭐!' 라고 외치며 영운에게 반박했다.그 때,문이 벌컥 열리면서 유천이 헥헥 대면서 등장하자 모두들 유천 쪽을 쳐다본다. "으이구,이 한심한 화상아!!" "쳇,영운이 형 또 심통이다.....짜잔~우리 준수한테 쫌 얻어 왔지롱!!" 유천이 양 옆에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를 들어보이자 영운이 재빨리 낚아채 그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꺼내보았다.온갖 과자들과 맥주였다.모두들 '와 - !!!!' 하고 탄성을 내질렀고 기범도 씨익 웃었다. "야,그런데....학교 매점에서 술이나 그런 것도 파냐..?원랜 안 되지 않냐?" "원랜 선생님들한테만 파는 거래~저번에 이혁재도 얻어갔어~" "이혁재?그 댄스부 양아치?" 이제는 양아치 생활을 청산하고 동해의 하나뿐인 연인으로 재 탄생한 혁재이건만,그걸 알리 없는 영운이 말을 내뱉었다.그러자 유천은 더 신났는지 계속 조잘댄다. "어,걔가 준수랑 무지무지 절친한 친구 걸랑~그래서 밤에 얻어갔었어.그리고,이 뒷 얘기는 준수가 본인한테 직접 들은 거라던데....이동해를 먹여서.....덮쳤대~" "..........진짜?!!!오오,그 자식 기술 좋은데?나도 우리 종운이한테 술 좀 팍팍 메겨서 덮쳐?" "즐이셈." 영운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종운은 바로 못마땅한 표정으로 '즐이셈' 이라고 말했다.그러자 영운은 또 왜 그러냐며 어울리지도 않는 앙탈을 부리기 시작했고 나머지 멤버들은 '우웩!!' 하고 토 하는 시늉을 했다.기범은 그저 웃긴지 하하하 하고 웃다가 나지막히 한숨을 쉰 뒤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그래도,요새는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다.." 희미한 미소를 지은 뒤 교내 건물 밖을 나갔다.그 때,저 너머서 웬 사람이 무거운 걸 드는지 뒤뚱 뒤뚱대며 걸어오기 시작했다.기범은 뭔가 해서 바로 그에게 다가갔다.그는 바로 성민이었다. "저...무거우면 같이 들어드릴까요?" "아,고맙습니다.씨잉,정윤호 죽여버려." .........정윤호? 순간 멈칫했으나 기범은 애써 모른 척 하고 성민이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같이 들어주었다.안에는 꽤나 많은 양의 군것질거리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아마 부서 멤버들 외에 다른 외부인들이 온 모양이었다. "저,고마운데 이름이라도...." "김기범이요." "김기범?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아아!알겠다!!" "....?" "그...전교 회장이랑 사겼었다던 1학년?" "아...네." "난 이성민이야!3학년이지.3학년으로 안 보인다고는 절대 말 하지마!!" "....푸훗...네." 성민은 절대 깔보지 말라는 듯이 말을 했지만 기범은 그런 성민의 마냥 웃기기만 했다.세상이 이런 사람도 존재하는구나...이성민이라.....그렇게 기범과 성민은 댄스부 연습실 앞에 도착했고 성민은 문을 세게 열었다. "예라이 이 몹쓸 띨구 같은 자식아!!!기범이 이제 괜찮아~이리 줘.니가 갔다 오지 왜 나한테 시키고 지랄이야!" 성민이 씩씩대면서 연습실로 들어갔고 기범은 찬찬히 연습실 주위를 둘러보았다.재중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있었고 정말 외부인들이 들어왔다.그 외부인들로 말할 것 같으면...창민과 희철이었다.기범은 희철을 보자 바로 굳어졌고 희철도 윤호와 얘기하다가 기범을 보더니 약간은 놀란다. ".....!!!" "...으흠,전 이만..." 기범은 재빨리 그 곳을 빠져 나왔다.왜 이렇게 잊을 즈음에 또 마주치는 걸까....정말,정말....그렇게 비참하게 차였는데도 아직까지 희철이 형을 마음에 두는 나는 또 뭐란 말인가.... 한편,재중은 상담실에서 한경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아,그런 일이 있었어요...?" "으응,걔들....정말 나빠." "그래도 조심하세요,걔들 아버지나 할아버지들이 꽤나 잘 나간다는 사람들이라서 걔들이 그렇게 깝치는 거니까요.선생님한테 걔들이 해라도 끼치면 전 어떡해요." "하,하지만...선생한테...그런 태도로 대하면....나쁜 학생이야!!" "그래요,걔들....나쁜 학생들이에요.전 착한 학생이죠?" "응,차칸 학생.재중이는 착해." 착하단 말에 재중은 입을 가린 채 웃어버린다.자기가 착하다고 말해놓고는 한경에게서 착하단 말을 들으니 왠지 무안하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해서였다.그러나 속으로는 계속 한경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만 앞서는 재중이었다. '촤아아아아아 - - -' "....아 씨,쫌 빨리 나오지..마려 죽겠는데...이힝.." 볼 일이 급했던(?)정수는 학교가 파하자마자 재빨리 숙소로 달려왔으나 화장실에서는 려욱이 샤워를 하고 있는지 물소리만 가득했다.어흑,나올 것 같애..빨리 좀 나와라....나와라.......나와ㄹ....... '벌컥 - !!' 마침 문이 열리고 아래만 가린(...)려욱이 나오자 정수는 뭐라 할 것도 없이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가 버린다.그러나 려욱은 별 반응 없이 머리를 말린다.잠시 후 정수가 볼 일을 보고 나온 후에도 정수에겐 신경도 안 쓴채 머리를 계속 말린다.기분이 많이 좋지 않은 듯.그러나 정수는 갑자기 말이 없어진 려욱의 모습이 이상하기만 하다.이 자식....아까 울더니 그것 땜에 그러나..... "려욱아~려욱아아~" ".......왜요." "왜요는 일본 담요잖아." ".......재미없어요." "어 그래..." ...........쪽팔려!!!!!!!! '퍽- 퍼억 - ' 썰렁한 려욱의 반응에 정수는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그러나 려욱은 계속 무표정으로 일관한다.이내 머리를 다 말리자 옷을 챙겨 입고는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그러자 정수도 려욱의 옆에 꼭 붙어 앉았다. "....저,아깐...왜 울었어?" "왜요.." "아니...궁금하잖아!!같은 룸메이트인데다...형의 입장으로서..." "신경 쓰실 필요 없잖아요." .........려욱아,너 왜 이러니.형 소심한 사람이야... 계속 툭툭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려욱의 태도에 정수는 섭섭한 마음이 먼저 앞섰다.아무리 진짜로 기분이 안 좋다지만 나한테까지...궁금해 죽겠네 진짜.도대체 뭔 일이 있는 거냐고요!!!! "괜찮아~말해봐~~" "제가 다 알아서 하니까 신경 끄세요!!!!" ".......려,려,려욱아..." "...동정이면요.....제발 신경 꺼 주세요." ".....에에?!" 끝내 폭발한 려욱의 모습에 정수는 지레 겁을 먹는다.부들부들 떨면서 정수를 노려보다 이내 신경질적으로 TV를 꺼 버린 뒤에 려욱은 방에 들어가 버린다.그리고 숙소 안에 감도는 적막.....려욱은 이내 정수에게 화 낸 것을 후회했지만 왠지 자신에게는 정수의 태도가 그저 단순한 동정으로 느껴졌다.정수 형도...나를 좋아해 주면....나와 같은 감정이면... 그리고,다음 날 아침.....기어이 일은 터졌다. '드르륵 - - !!' '짝 - !!!' 36. 경악,그 자체였다.성현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40대 중반의 여인의 매서운 손찌검에 자리에 앉아 얌전히 숙제를 하고 있었던 려욱의 고개가 휙 돌아가 버렸다.갑작스레,예고 없이 찾아온 매서운 손길에 려욱은 그저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네 놈이 감히 우리 귀한 아들을!!!오늘 너 죽고 나 살자!!!" 말이 끝나자마자 려욱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더니 마구 흔들어댄다.시원과 동해가 교실에 없는 마당에 지금 이 소동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저 쳐다보면서 쑤군덕 댈 뿐이었다.그 때 마침,정수가 교실 근처에 등장했다.이유인 즉슨,아침에도 아침을 먹지 않고 도시락도 안 챙기고 간 려욱이 안쓰러워서 손수 도시락과 영양제를 준비해 가지고 온 것이었다.콧노래를 부르면서 교실 문을 열어 제꼈건만,정수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려욱이 어떤 아줌마에게 멱살을 잡힌 채 힘없이 흔들리는 모습이었으니 어찌 황당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뭐,뭐에요!!!!이게 무슨 짓이세요!!!" 지레 기겁을 한 정수가 도시락과 영양제가 들어있는 검은 봉지를 바닥에다 내려놓은 뒤 급히 성현의 어머니를 려욱에게서 겨우 떼어낸다.그러자 려욱은 바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성현의 어머니는 발악을 해댔다. "이거 놓지 못 해?오늘 이 녀석!!내가 고소하고 말 거야!!!" "얘가 뭔 잘못을 했다고 그러세요?!생사람 잡지 마시고 그냥 가세요!!!" "뭐?생사람을 잡어?!내가 지금 생사람 잡는 것 같애?이 건방진 녀석이!!내 아들에게 칼을 휘둘렀단 말야!!그리고 넌 뭔데 얘 편을 드는 거야?아~이제 보니 둘이 한 통속 이구만?!" "........" "....잘못.....했습니다......" 그 때,려욱의 말에 정수는 '응?' 하고 려욱을 쳐다보았다.성현의 어머니는 기가 차다는 듯이 려욱을 노려보았다.다른 학생들도 쳐다보았지만 려욱은 아랑곳 않고 무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어떤 상황에서든 칼을 휘두른 건 너무 심한 것 같아요...죄송합니다..." "려,려욱아...." "....하!그래도 잘못한 건 아는 구만?!!어쨌거나,교장선생님께 알릴 테니 그리 알아.이제 그 한경인가 뭔가 하는 그 국어선생도 족치러 가야지.감히 내 아들의 귀한 다릴 때려?하!참 내...기가 막혀서 원.좋은 사립학교라더니 이게 뭐야 이게.학교 꼴이 완전 개판 이구만?!!" "너무 말씀이 심하신 거 아니에요?!!" ".......뭐어?!" 홱 돌아서서 교실을 나가려는 성현의 어머니를 정수가 불러 세운다.정수의 눈에선 분노가 한없이 타오르고 있었다.그녀의 태도 때문인것도 있었지만,지금 려욱이 고개를 숙이면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기에. "그렇게 아줌마 아들이 잘났으면 아예 민사고나 그런 쪽으로 보내시지 그러셨어요?" "아니,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네 놈이 뭔데 나한테 바락바락 대들어?!!" "뭐 같은 거 없는 놈이니까요,어디 한 번 알아서 해 보시죠." ".....허 참!!어이가 없어서....." 그리고,성현의 어머니가 나가자 정수는 려욱을 부축해 자리에 앉게 했다.그리고 바닥에 내려놓았던 검은 봉지를 려욱의 책상 앞에 올려놓으며 '점심 때 도시락 먹구...영양제도 있으니까 꼭 먹기다..?' 하고 다정스레 말을 건넸다.그에 려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그리고,정수는 교실을 나가려다 다시 뒤를 돌아보며 계속 수군거리고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말을 했다. "니들,아까 있었던 일 떠벌리고 다니면......" .........적어도,려욱이는.....내 손으로 지켜주고 싶어. "내 손에 죽는다." 그래서,려욱이 앞에서만은 강한 남자가 되고 싶어. 한경은 자습시간에 교실에 가려는 준비를 하려고 출석부와 노트북을 챙기고 있었다.그 때 마침 교무실의 문이 세게 열렸고,성현의 어머니가 등장한다.그러나 한경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리고,급한 발걸음과 자신에게 쏠린 시선조차 의식하지 못 했다. "이봐,당신이 그 잘난 국어선생이야?" 그리고,성현의 어머니의 말에 한경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한경은 성현의 어머니를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그저 '아...네,한경...임미다.' 하고 일어나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했다.그리고,일은 터졌다. '짝 - !!!' "!!!!!!!!!!!" '털썩 - ' 한경은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그 덕분에 모든 선생님들의 시선들이 그 쪽으로 향했고 한경과 가장 친했던 양호선생은 바로 기겁하며 달려와 한경을 부축해 주었다.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한경은 그저 멍하니 초점을 잃은 눈을 하고 눈물방울을 매달고 있었다. "한경 선생님!!괜찮으세요?!" "........에,에...?" "네 깟 게 뭐길래 감히 우리 귀한 아들을 때려?!들으니까 중국사람이라고 들었는데...그 쪽 사람들은 원래 다 그렇게 몰상식한가 보지?그래서 우리 귀한 성현이의 종아리를 가차없이 때린 모양이지?!!" ".....!!!!" 머엉 - ,그 말 한 마디에 한경은 또 다시 털썩 주저앉는다.양호선생이 괜찮냐며 다시 일으켜 줬지만 이미 다리에 힘을 잃어 버린 지 오래였다.몰상식.....?나,나는....그런 사람 아니에요.아닌데.........아닌데...에......자습시간임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들리지 않았다.지금 상황에 그런 소리가 들어올 리도 없었기에...그런데 아직도 성이 안 차는지 계속 한경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말을 하는 성현의 어머니였다. "하여튼,요새 학교 꼴이 이게 뭐야 이게...교장은 무슨 생각으로 중국사람을 국어선생으로 불러올 생각을 한 건지 원.......학교 꼴이 이 모양이니까 우리 성현이가 그런 변을 당하지." "그럼 전학 보내시든 가요." 뜻밖의 목소리에 시선을 두니,재중이 교무실 문 앞에 서 있었다.자습 종이 울린 지 조금 지났음에도 한경이 오지 않자 반장이란 직책을 이용해서(?)교무실에 오다가 그 말을 들은 것이었다.재중의 표정은 단박에 굳어져 있었다. "학생이 잘못을 했으면 그에 맞는 체벌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에요.그거에 아주머니께서 뭐라 뭐라 참견하시면 안 되죠.선생님,괜찮으세ㅇ.........거긴 왜 그렇게..." "........." "....설마 손찌검까지 하신 건가요...?우와,정말 대단하시네......그렇게 이 놈의 학교가 막 돌아가는 거 보고 싶지 않으시면요.아주머니 아들부터 딴 데로 전학 보내세요.그 못난 아들래미부터 전학을 가야 학교 꼴이 무지 잘 돌아갈 것 같거든요." "뭐,뭐?!!" "...선생님,애들 기다려요.얼른 가요." "...아,아아....응.카자.얼른....칼래..." 재중의 말에 한경은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노트북과 출석부를 주섬주섬 들고는 재중을 따라 나섰다.그런데,재중이 잘 가다가 남자화장실로 들어서자 의아해했지만 같이 따라 들어갔다.그런데,재중이 화장실 문을 닫고 한경의 출석부와 노트북을 낚아채 바닥에 내려놓더니 한경을 화장실 칸 중 한 곳으로 밀어붙인다. "아,저기...자,자,자스읍...." "....바보에요?왜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있어요..?" ".....그,그건......." "선생님은 몰상식하지 않다고,그건 그 녀석의 태도에 대한 정당한 행위였다고 왜 당당하게 말을 못 해요..네?" "....미안...." "미안하단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선생님도....이젠 당당해지세요.선생님은 딸리는 것도 없고 충분히 교사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계시니까.....어떤 일에든 움츠러들지 마시고 당당해지세요.그래야 선생님도 편하고...제 맘도 편할 테니까요." "....응..."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한경의 모습에 재중은 피식 웃어버렸다.그리곤 잠시 정적,곧 이어 정적을 깨려는 듯 재중이 한경의 앞머리를 걷어 올리더니 이마에 '쪽 -' 소리가 나도록 베이비키스를 했다.그리고 다음 코스는 눈.그러자 한경은 반사신경으로 인해 눈을 감은 채 사시나무처럼 약하게 떨었다.눈을 감자 보이는 한경의 곱고 긴 속눈썹에 재중은 그 속눈썹에도 살짝 입을 맞췄다. "자,자,자습..." "쉿.." 눈을 감은 채로 간신히 말을 꺼냈건만 그마저도 묵살당했다.왠지 모르게 초조해져 왔지만 이 느낌이 싫지는 않은 한경이었다.그리고 재중은 이어서 선이 날카로우면서도 고운 코에도 입을 맞췄다.계속 눈을 감고 있는 한경은 알지 못 했다.현재 재중의 표정이 얼마나 들떠있는지...왠지 모르게 색기까지 흐르는 듯 싶다. "코 다음에 어딘지는 아시죠?" "....어,어디이...?" "요기." 약간의 콧소리를 내면서 손가락으로 한경의 입술을 톡톡 건드린다.그리고 바로 키스한다.갑작스런 키스에 한경이 조금 놀랐는지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이미 벽에 떡 하니 붙어있었는지라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 한경의 치아와 입 안을 정신 없이 헤집고 다니는 통에 한경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흐으...으브...으으....ㅂ.." 아마 재중은 이대로 자습시간을 보낼 작정인 듯 싶었다. 점심시간,정수가 준비해 준 도시락과 영양제 몇 알을 먹은 려욱은 정수를 찾아 헤멨다.교실에까지 들어가서 성민에게 물었지만 '글쎄...나도 모르겠네.그런데,지금 나 연습실 가야 하거든?미안.' 이라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그래서,지금 찾아야 하는데.그 때,체육창고 쪽에서 무언가 수군거림이 들려오는 게 느껴졌다.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해 온 거냐거!!!" 이건 동해 목소리. "야,그럼 이 상태로 나가리?야!박유천!반항 말고 얼른 가발 쓰시지?" 이건 재중선배 목소리... "아 싫어!!!근데 나 진짜 빠지면 안되겠니~?" 이건 유천이 목소리. "야,그렇게 야비하게 나옴 안 되지!그럼 나이 쳐 먹었으면서 이 꼴을 하고 있는 난 뭐냐?!!" .............정수 형 목소리. "정수 혀엉!!!!" '벌컥 - !!!!!' ".......이방인이다." 세게 문을 열자마자 재중이 약간 경계 어린 목소리로 말을 했다.바로 정수의 모습이 보일 줄 알고 문을 열어 제꼈건만......안에는 여자 옷차림을 하고 있는 네 명의 싸이코만이 둘러앉아있을 뿐이었다.(려욱 왈) "누,누구야!!!당신들이야말로 이방인들이잖아!!!!" ".....저,려욱아.나야...저,정수.........." "........에?!" 자세히 보니,진짜 정수임에 틀림없었다.전혀 다른 정수의 모습에 려욱은 그저 벙쪄있을 뿐이었다.아아,그럼...가슴은 뽕 넣은 거구나.그리고 긴 머리는 가발....아,저 짧은 머리는 유천이고.....그,그나저나 이건 무슨 상황?!! "이게,도대체....뭔 상황이...죠...?" ".....아아 진짜,일급비밀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들켜버릴 줄이야.음,그래.사실 말이지...우린,축제 때 이 차림을 하고 춤을 출 예정이야.천상지희의 부메랑이고....희철이 형한테는 이미 말해놨지." "......그,그,그래요....?" 재중의 차분한 설명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했지만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 가시지 않은 려욱이었다.한편,정수는 꽤나 민망했는지 가발을 벗어 던지고 화장을 급히 지우기 시작했다.려욱이 앞에선 강한 남자의 모습으로 있겠다고 그리 다짐을 했건만....이게 무슨 개망신이냐고!!!!!! "......저,정수 형...할 얘기 있으니까요....잠깐,저 쪽으로....." 어색의 극치다.아까 전의 상황 때문인 건지 정수는 속으로 계속 쪽 팔리다고 되 뇌이고 있었고 려욱 역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꺼내다 말고 자꾸 버벅댔다.그리고,정수가 겨우 말을 꺼냈다. "저,저기...아까 그거....비밀이다..?" "무,물론이죠." 끝. 또 정적이다. "......" "........." 심호흡 한 번,두 번,세 번.........그리고,말을 꺼낸다. "저기!" "저기요!!!" 이 무슨 드라마틱한 상황인가.동시에 말을 꺼내고 말았다.이렇게 어색한 상황은 또 없으리라. "니,니가 먼저 말해라." "혀,형이 먼저.....하시..죠...." 뻔한 상황,그러나 재미있는 상황이다.서로 뻘쭘해 하며 말하는 순서를 서로에게 미루는 모습이란..그리고.또 정적이 찾아오는 듯 싶었으나 정수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괜찮니?" "...아아,네." "듣기론 뺨까지 맞았다던데...." "......" "그리고,넌 잘못한 게 없었어.그런데 왜 사과를 했어..." "......아니에요,제가 잘못한 거 맞아요." "려욱아..." "이제,학교생활도 끝일 거에요...정수 형,그 동안 즐거웠어요...그리고,어제 화 내서 죄송합니다." "........." "그,그럼 일어날 게ㅇ...." '와락 - !!!' "!!!!!" "그런 소리 하지마,학교 생활 끝 아냐." "....저,정수 형....." "내가 있는 한은,너 학교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갈 거야.절대로...." "......." "내가 지켜줄게,무슨 일이 있든...내가 널 지켜줄게." "..........." "........좋아해,말로...표현 못 할 만큼." ".........!"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상대방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만큼 가슴이 벅차 오르는 순간이 또 찾아올까.....지금까지의 정수의 행동이 동정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온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안 지금 이 순간은......너무 행복하다. "....나도.....좋아해요." 그리고,상대방에게 그에 합당한 답을 하는 것은 나의 도리. 그 후,성현은 전학을 갔고 나머지 패거리들은 거의 우두머리 격이었던 성현이 전학을 가 버리자 조용히 찌그러져 있을 수 밖에 없었다.그리고,학교 강당도 축제 준비 덕에 무대가 설치되고 조명이 설치되고 현수막이 준비되어 있었다.그리고 축제를 이틀 앞둔 지금,몇몇 학생들이 의자를 나르고 있었다.그 중에서는 시원과 창민도 포함되어 있었다.얼떨결에 의자를 나르게 된 시원은 계속 투덜거리는 중. "아 씨,춤 연습만 해도 피곤해 뒤지겠구만 진짜..." "뭐 그리 불만이 많아요~학교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좀 성심 성의껏 해 보세요~" "너 같음 그게 되냐." "되죠~" 싱긋,창민의 웃는 모습에 시원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다. "....창민아?" "네?" "...우리,그거 할까?" "그건 또 무슨 소리........미쳤어요?!!" "일로 와 우리 창민이~♡" "으아아아아악!!!!" 후다다닥,냅다 줄행랑을 치는 창민의 행동에 시원은 재밌다 생각하면서도 계속 창민을 뒤쫓았다. "계속 도망치면 밤에 진짜 그거 한다!!!" "으아아악!!!사람 살려!!!!!!" 그거 하는 게 뭐가 무섭다고 저리 줄행랑인지.시원,살짝 열 받았다. "거기 서엇!!!!" 그리하여 지금 상황은 창민과 시원이 강당을 몇 바퀴씩이나 돌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중. "니들 의자 안 나르지!!!" 그리고 그 뒤를 또 쫓는 윤호가 있었다. 한편,성민은 오른쪽에서 사다리를 겨우 올라타고는 현수막을 걸려 하고 있었다.왼쪽에는 힘의 제왕이신 영운이 현수막을 수월하게 걸어나가는 중이었다.그러나,성민은 바들바들 떨면서 좀처럼 현수막 거는 데 집중을 하지 못 했다.사실,성민은 고소공포증이 있었다.지금도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태산이다. "야!!!!너 제대로 안 할래?!!!" "아,알았어!!!하면 되잖아!!!!!" 큰 소리 뻥뻥 쳤지만 무서운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손은 계속 떨려오고,밑은 왜 이리 눈에 들어오는지.계속 맘 잡아도 떨려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떨리는 손으로 현수막 끈을 묶으려는데,그만 왼쪽 발이 제멋대로 삐끗해 미끄러지고 만다.그와 동시에 끈을 잡던 손도 놓아버리고 그대로 사다리에서 추락. "으아아아아아악!!!!!" 난 이제 죽었다.어흐흐흐흑,나 아직 대학도 못 가봤는데...애인도 못 사겨 봤는데....이대로 죽는 건 너무 허... "..........?!" 그러나,성민은 죽지 않았다.아니,오히려 바닥은 푹신했다.그런데,허리를 감고 있는 팔이 보이자 성민은 벌떡 일어났다.자신의 밑에는 바로 기범이 있었던 것이었다.아마 성민이 떨어지는 것을 보자 성민의 허리를 꽉 붙들고 그대로 매트리스 역할을 한 듯 싶었다.꽤나 아픈지 기범이 약간 인상을 쓴다. "기,기범아..." "제가 할게요.형은 가 계세요." "...아,응." "야!!괜찮냐?!!!!!!!" "....." 영운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성민의 눈에는 자신 대신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기범만이 보였다.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왠지.너무나도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듯 싶었다.혁재 이후로는 처음인 듯 싶다. 37. 드디어 SM고 학생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축제일이 되었다.기숙사에 있는 학생이건,사가에 있는 학생들이건 다 들떠있긴 마찬가지였다.옆 여고 같은 데서도 한 번 보러 가야겠다고 난리법석 이였고 선생님들도 하나같이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특히,학교에 온 이후로 처음 축제를 보게 된 한경은 더욱 더 설레었다. 재중인 어떤 모습으로 축제에 오르게 될까....?헤헤,기대된다. "야 이 곰탱아~넌 축제날에도 퍼 자기만 하냐?!얼른 일어나!!마지막으로 맞춰봐야지!!!오후엔 점심 먹고 리허설도 해야 된단 말야!!!!넌 이런 날에도 잠이 잘 오냐?이 티라노 사우루스야!!!!" "으응......아이 씨X.....냅 두란 말야~" 한편,종운은 어떻게든 영운을 깨워보려고 안간힘을 써 봤지만 영운은 요지부동이다.꿈쩍도 하질 않았다.곰 같이 자대는 영운에 종운은 씩씩대면서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하다가 이내 씨익 웃으면서 말은 한다. "아,난 요새~동희 형이 좋드라?뭐...몸매가 쫌 그렇긴 하지만 인간성은 굿이잖아?그리고 재밌고....아,그런데 지금 침대에서 드럽게 퍼 자고 있는 누구는 얼굴만 잘났지,인간성은 완전 제로야 제로.나 어쩌지..동희 형에게 마음이 가고 있어." ".........뭐?!!!!!" .........나이스,작전 성공. "야!김종운!너 말 다 했어?" "어?언제 깼어~?참,별 일이다 얘." "뭐,뭐?!동희 형이 좋다고?!내가 왜 인간성이 제로야!!!!" "지가 더 잘 알면서어~?하아,이 갈 데 없는 마음을 어떡할까....." 종운의 능청스런 연기에 영운은 깜빡 속아넘어간 채 계속 화를 내고 있었다.잠은 어느 정도 다 깬 듯 싶어서 연기를 끝낼까 하다가 영운의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계속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는 종운이었다.아,나 완전 탤런트 뺨치네.나 한번 그 쪽으로 진출해 볼까...? "아아,힘 빠지네.....얼른 양치질하고 세수해.그리고 교복 입고 무대 올라갈 때 입을 옷 챙기고...마지막으로 맞춰봐야지 않겠어?그런데 동희 형은 드럼 치는 모습도 멋있더라?완전 싸나이가 따로 없어.내 스타일이야." ".......야,싸나이 하면 이 김영운님 아니시냐!!!!" "김영운님 좋아하네,너한텐 '님' 자도 붙이기 아깝다 야.빨랑 준비해 이 곰탱아.사랑스런 동희 형 빨리 보러 가게.그 형은 살만 조금 빼면 진짜 귀여울 거야.아,언제 내가 한 번 동희 형 중학교 졸업사진을 봤는데 완전 짱!!판타스틱 하드라!!!" "내 중학교 졸업사진도 판타스틱 하거든?!" "아함~" 영운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하품만 해대며 방을 나가버리는 종운.그리고,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영운이 소릴 빽 지른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단순히 영운의 잠을 깨우기 시작된 종운의 연기,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야!이동해,일어나~!!!" "....우움,재중이 혀엉......5분만." "그놈의 5분 타령 좀 그만 하면 안되겠니~?" "....씨,일어날게!!!" 한편,재중도 곤히 자고 있는 동해를 깨우는데 여념이 없었다.그러자 동해는 마지못해 투덜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눈꼽 같은 이물질들을 떼어낸다.아,더 자고 싶은데.....동해는 하품을 하면서 세수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고 재중은 도시락을 싸려고 부엌으로 향했다. 세수를 한 후,동해는 거울을 보았다.머리카락이 물 때문에 얼굴 여기저기에 붙어 난리도 아니었다.아,언젠가는 이 머리도 그냥 왕창 잘라버려야겠다.조금 아깝긴 하지만.....한 번쯤은 이미지를 확 바꿔보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그리고 점심시간,려욱은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학교 벤치에 앉아있었다. "언제 오는 거야.." 얼핏 봐도 려욱에게 무슨 변화가 온 건지 알 수 있었다.길던 머리는 조금 짧아졌고 갈색 머리는 검은색으로 바껴 려욱을 조금 다르게 보이게 했다.그리고 잠시 후,정수가 저 만치서 헥헥대며 헐레벌떡 뛰어왔다.그런데,정수의 머리도 조금은 다르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정수의 머리색은 려욱과 똑같은 검은색이었고 머리는 조금 컷트를 쳐서 얼핏 봐도 달라졌다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그런데,문제는 따로 있었다. "어?려욱이 어디 있지?" ..........바로 앞에 앉아있는 려욱을 알아보지 못 하는 정수였다. "....저 여기 있거든요?" "....응?어!!!려욱아!!!언제 바꿨어?!" "오늘요,형도 바꾸셨네요?" 매우 놀란 정수와는 달리 꽤나 담담한 말투로 말을 건네는 려욱이었다. "어,응...야~그나저나 우리 커플 머리 색이다.똑같애!" "준비는 다 되신 거에요?" "당근이지~넌 사회 본다며." "네,창민이랑 희철이 형이랑요.." "야~쓰리 MC!아주 좋아!!!" "....왜 그렇게 오버하세요?" "응?아,아냐....하하하...." 려욱의 말에 괜히 무안해지는 정수였다. "바꿀 거면 진작에 바꿀 거라고 말을 하지...괜히 오늘 바꾼다고 지랄이야 지랄은..." "박유천 너 자꾸 궁시렁 댈래?!!" "........흥." 약간 맞춰본 후 밴드부는 점심시간임을 틈타 미용실로 가기 시작했다.모든 것은 영운의 갑작스런 결정이었다.그 때문에 유천은 가면서 자꾸만 궁시렁 대면서 영운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그리고,근처에서 꽤 넓은 미용실에 도착한 후 각자 잡지를 보다가 기범을 제외하고 다들 자리에 앉았다.기범은 안 바꾸겠다고 의사를 분명히 해서 제외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아,전 이 쪽들 좀 잘라 주시고요....검은색으로 염색해 주세요." 종운의 주문을 우연히 들은 영운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꺼낸다. "저 좀 왕창 잘라주시고요.....아,반삭은 안되고...저도 검은색으로." 기왕 머리 색 바꾸는 김에,김종운이랑 커플로 맞춰보자 이거야. 동희도 좀 많이 잘라달라 주문했고 유천은 파마만 조금 해 달라고 주문했다.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저마다 다른 머리스타일로 변신한 멤버들이 기범의 눈에 띄었다.다들 많이 바꼈구나....나도 좀 자를 걸 그랬나... "와~동희 형 진짜 잘 어울린다!!최고야 최고!" 또 시작됐다,종운의 능청스런 연기.그 덕에 아무것도 모르는 동희만 종운의 상대가 되어야만 했다.종운의 발언에 영운은 발끈하며 종운을 노려보았지만 종운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동희에게 팔짱을 껴 왔다.어쭈,이게 아주 도를 넘을려고 작정을 했구나..... "...야,니 남편은 어쩌고 왜 나한테 찝쩍대!" "형,좀만 부탁할게.나 너무 재밌어서 그래.동참해주라,응?" ".....김영운 약올리는 거냐?" "첨엔 그냥 잠 깨울라고 시작한 건데 쟤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말야.도와줄 거지?" "오케이." .........그러나 영운은 듣지는 못 하고 그들의 소곤대는 행동만 보면서 발끈했다.김종운,니가 정녕 나한테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절대 가만 있지는 않을 거야....어디 한 번 머리를 굴려 볼까........?! '웽 ~ 웽 ~' .........텅 빈 영운의 머리에선 파리가 웽웽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한편, 'Free style' 도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다.윤호,재중,성민,혁재,동해,시원.이 여섯 명의 춤 솜씨는 정말 환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거기다 그들은 메인으로 준비한 춤 외에도 해야 할게 꽤 있어서 더욱 더 막바지 연습에 열을 올렸다.땀이 맺히다 못 해 떨어졌지만 그들의 연습에는 끝이 없었다.그리고,막바지 연습이 끝나자 그들은 '으아~' 하고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하아,이제 리허설이랑 본 공연만 남은 거냐...?" 잔뜩 힘이 빠진 목소리로 재중이 윤호에게 물었다.그에 윤호도 역시 힘이 빠진 목소리로 응답했다.얼마나 연습에 매진했으면 목소리에 기운까지 빠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냐,진짜 그것만 남았네 이제." 그리고 그렇게 얼마를 드러누워 있었을까,동해가 슬그머니 일어나더니 혁재에게도 일어나란 신호를 준 뒤 혁재와 함께 나가버렸다.그리고는 시원까지 따라나간다.그리고 잠시 후,재중마저 어디론가로 나가버린다.그리하여 연습실에 남은 사람은 윤호와 성민 뿐이었다. "....뭐야,쟤들 왜 다 나간 대냐?"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어.....야,정윤호.나 귀 뚫었는데.이쁘냐?" ".......좆까." 그와 동시에 성민이 '야!!!!!!!!!' 하고 소리를 빽 지르자 윤호는 귀를 틀어막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지금부터 SM고 제 10회 축제를 시작하도록 하겠슴미...아아아아,혀 꼬였다." 희철은 현재 조그만 대본을 들고 사회 연습에 한창이었다.그러나 자꾸 꼬여가는 발음은 거의 한경 수준이었고 말이 잘 나오지 않음에 희철은 한숨만 푹푹 쉬어댔다.반면,창민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너무나도 정확하게 대본을 읽어 내려갔다.방금 정수와 헤어지고 온 려욱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의 모습에 희철은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지는 듯 했다.쟤들은 저렇게 잘 하는데 난 뭐냐.... "어?연습 안 하세요?" "....어?아...할 거야 려욱아.니들이나 해." "잘 안 되죠.."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발음이 자꾸 꼬여." "괜찮아요~계속 하다 보면 괜찮아 지겠죠." ".....고맙다 심창민." 창민의 격려에 희철은 다시 대본을 읽어 내렸다.그러자,신기하게도 술술 잘 읽어지는 것이 아닌가.희철 자신도 놀라 까무러칠 지경이었다.그래,자신감만 갖는다면 두려울 게 없지.안 그러면 내가 어떻게 컬러렌즈도 안 끼고 오드아이인 채로 다니겠어?아자!김희철 파이팅!!! 38. "....니들 머리,그게 뭐냐?" 얼마 되지 않아 돌아온 시원과 혁재,그리고 동해.그러나 조금 달라진 머리모양에 윤호가 '허 - !!' 하면서 물어본다.재중 뺨치는 길이를 자랑하던 동해의 긴 머리는 어디론가 없어졌는지 지금은 완전 유천 뺨치는 머리길이가 되어버렸다.혁재 역시 머리를 자른데다 머리까지 염색했고 시원도 조금 자른 상태였다.어쭈,이것들이 단체로 머릴 자르러 갔다 온 게로구만..? "뭐가 어때!혁재는 내가 어떻게 하든 괜찮다고 그랬단 말이야!!!그치~?" "당연하지,우리 동해는 뭘 해도 이뻐!!!" "히히히...." "...하아,차라리 따로 나갈 걸 그랬어요.옆에서 자꾸 닭살을 떨어대는데..." 시원의 넋두리,그리고 이어지는 동해의 반격. "닌 창민이가 있잖아~그렇게 꼬우면 너도 창민이랑 닭살 떨라거~" ".......뭔 말을 못 해." "...아,맞다!!!아 씨....혁재야,나 어디 좀 갔다 올게!!!" "도,동해야!어디 가!!!!" 혁재가 잡을 새도 없이 동해는 뭐가 그리 급한지 재빨리 연습실을 뛰쳐나갔다.그러자 혁재는 긴 한숨을 쉬면서 구석에 앉아 왕따 놀이를 한다.성민은 고데기 좀 하고 오겠다며 잠시 기숙사로 간 상태였다. ......그나저나 김재중 이 자식은 어디로 갔길래 코빼기도 안 비추냐? 「넌 내게 속았다 말하지~맞아,내 친구였어~♪하찮은 한 번의 눈길에~넌 넘어갔지 니 마음까지~♪」 '벌컥 - !!!!' "헥...헥.....미안해.내가 쫌 늦었지이...?" 한창 춤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확 열어 제끼며 헥헥대는 동해의 모습에 정수와 재중,그리고 유천은 춤을 추다 말고 동해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유천이 눈치를 본 후 음악을 껐고 동해는 민망한지 고개만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야,너 왜 이렇게 늦게 왔.....너 머리가 그게 뭐냐?" ".....잘랐지이..." 약간 화난 듯한 재중의 말투에 동해는 잔뜩 기가 죽은 채로 대답한다.그러자 재중은 '어휴..' 하고 한숨을 내 쉰다,원래 천상지희 안무에선 스테파니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역할을 맡은 동해가 지금 지각을 했으니 어찌 화가 안 날수가 있겠는가.그러나 계속 닥달해봤자 좋을 것도 없고 애 기만 잔뜩 죽일 것 같단 생각에 재중은 '니 자리에 서,다시 연습하게.' 라는 말을 하고는 다시 음악을 틀었다.그러자 동해는 금세 환한 표정으로 '형 사랑해!!!' 하고 외쳐댄다.어휴,하여튼 미워할 수가 없어요... 축제 시작 15분 전,이미 학생들은 꽉 찼는데도 불구하고 옆 학교 학생들까지 몰려드는 통에 강당 안은 차다 못해 미어터질 지경이었다.그 덕에 학교엔 경찰까지 동원되어 질서유지에 한 몫을 하고 있었다.그리고,매점을 지키고 있는 준수는 계속 몰려드는 학생들 덕분에 강당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아 씨,사람들 딥따 많이 오네..." 어떻게든 매점 문을 닫고 강당으로 달려가 유천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옆 학교 학생들까지 매점에 몰려들어 먹을 것을 사는 것도 모자라서 사진까지 찍어대는 통에 준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제발 좀 그만 오라고!!!난 애인도 못 보냐!!!!! "와,진짜 잘생겼다.그치?" "맞아,헛소문이 아니었나 봐.웃으면 귀엽겠다.꺅!!!" ......다 들린단다.그나저나 누가 이 수렁 속에서 나 좀 구해주세요!!!제발,제바알........ "아아!!!거기 매점 앞에 몰려있는 떨거지들에게 알립니다!!!지금 매점 오라방께서 무지~하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매점 문을 닫고 싶지만 댁들 때문에 차마 닫지도 못 하고 계시니 지금 그 곳에서 속히 사라져 주시길 바랍니다!!!안 그러면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 하오니 속히 거기서 빠져나가 주시길 바랍니다아 - !!!!" 때마침 어디선가 준수를 구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그 덕에 타 학교 학생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매점 앞을 빠져나갔다.그리고 잠시 후,어디선가 누군가가 매점 앞으로 쫄래쫄래 뛰어나온다.손에는 확성기가 들려져 있었고 머리는 무척 짧았다.혁재였다. "어?이혁재!!!" "쯧쯧,소심한 자식.그렇게 가고 싶은 자식이 꺼지라는 말도 못 하냐?" "너무 많이 몰려오잖아!!!!너 같은 하겠냐?!!!이씽...." "어쭈,고맙단 말 안 하지?" "근데 너 머리 왜 그래?잘랐니?" ".......고맙다고 말 안 하면 저 인간들 다시 불러온다?나한텐 확성기가 있다구." "........고맙다 짜샤." "얼른 닫고 나와~" 마지못해 고맙단 말을 한 후 준수는 재빨리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매점 문을 닫고 혁재를 따라 나섰다.그런데 강당 정문이 아닌 좀 뒤 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는 혁재였다.이유인 즉슨,정문 쪽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많기 때문에 좀 뒤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야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였다.그리고,강당 안으로 들어가자 객석에 학생 들이 장난이 아니게 많았다.그 덕에 준수 입은 쩌억 벌어졌다. "흐익,왜케 많어!!!"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오는 통에....그래도 자린 있어.특별이 맨 앞자리는 비워놨지롱~" "어떻게?" "예약석이라고 뻥 까면 만사 오케이~" ".....에휴,고맙다." "짜식,뭘 알긴 아는 구만?!그나저나 우리 동해는 어디 있...동해야아~♡" 계속 준수에게 어깨동무를 하다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동해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동해에게 달려가는 혁재. 의리 없는 자식,니가 그러고도 친구니....아,얼른 자리에 앉아야 겠다!!!!!! "지금부터,SM 고등학교 제 10회 축제를 시작하겠습니다!!!!!" 희철의 목소리와 함께 조명은 환하게 켜졌고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조명 덕분에 희철의 오드아이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희철이 오드아이란 것을 미처 몰랐던 타 학교 학생들은 신기하다느니 하면서 저마다 수군거리기에 바빴다.희철의 양 옆에는 창민과 려욱이 웃으면서 서 있었는데 세 명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자니 마치 도레미 같았다.제일 키 작은 려욱과 중간 정도의 희철,그리고 SM고에서 제일 키가 크다고 소문난 창민이 나란히 서 있었으니.... "야,진짜 잘생겼다!!꺅!!!" "저 제일 키 큰 애가 1학년이래!!쟤 내 꺼야!" "그럼 저 오드아이는 내 꺼!!" "저 귀여운 애는 내 꺼!!!" ......이들의 속사정을 모르는 타 학교 여학생들은 서로 내 거라며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와우!강당 안이 꽉 차다 못 해 터질 것 같아요!그쵸 창민 씨?" "네!그러게나 말입니다!!어디 보자...오오!여학생들도 계시네요!타 학교에 오신 모양인데..이거 원 쑥쓰러워서 진행이 제대로 될라나 모르겠습니다!!아 왜들 오셨어요~!!!진행 잘 안 되면 책임 지실 것도 아니면서~!!!" 재치가 넘치다 못해 능글맞은 창민의 말투에 여학생들은 완전 자지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한편,무대 뒤에서는 오디션에 합격해 장기자랑을 하게 된 사람들과 Free style 멤버들,그리고 Smart 멤버들이 있었다.서로 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서로를 격려하면서 긴장감과 불안감을 달래고 있었다.혁재와 동해는 서로 수다를 떨고 있었고 윤호와 동해도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시원은 창민이 능글맞게 사회를 봄에 혼자 발끈하면서 중얼거렸다. "어쭈,심창민.....너 나중에 보자." 그에 반면 성민은 기범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물론 기범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39. 그렇게 오디션에 합격한 몇몇 참가자들의 무대가 끝난 지금은 Free style 팀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신화의 'Hey Dude' 를 첫 번째 순서로 멋지게 마무리한 뒤 팝송에 맞춰 각 멤버가 자유롭게 무대 위에서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윤호와 혁재였다. "꺅!!!쟤 진짜 멋있어!!!!" "어떡해 어떡해!!!!이 학교 진짜 잘생긴 남자애들만 있어!!!!" 당연하지,어떤 학굔데... 희철도 무대 뒤에서 Free style 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역시 희철의 눈에는 윤호밖에 들어오질 않았다.와,아무리 내 애인이라지만 저건 진짜 지나치게 멋지다고 봐.정윤호 이 자식,넌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멋진 거냐. "뭘 그렇게 봐요?" "어?아,아아....빨리 올라갈 준비하자 차,창민아아...아하하하...;;다음 순서가아~" 창민이 부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대본을 꺼내보는 희철이었다.그러나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그러자 창민은 '무대 보고 있었죠?' 라고 말하면서 희철을 툭 건드렸다. "아,아냐!!" "그것도 윤호 형." "아니래두!!!" "얼굴에 다 써져 있는데요?" "......에씨!!"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요,저도 시원이 형 보고 있던 중이었어요.어차피 같은 처지네 뭐~" ".........." ........그런가? Free style 의 무대가 끝나고 사회자들이 사회를 보고 있는 동안 Smart 팀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기범과 유천은 표정에 별로 변화가 없었다.그러나,영운의 표정은 심히 좋지 않았다.종운의 연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동희 형!나 지금 무지 떨려!!" "나도 떨린다 야." "그치그치?야~역시 우린 뭔가 통하는 게 있다니까?!형이 짱이야!" .........김종운,너 지금 시방 서방님이 보고 계신데 뭣 하는 짓이냐.지금 공개적으로 바람 피는 거니? 것도 나보다 잘난 구석 하나 없는 동희 형하고?!장난하냐?! "야,김종운." "아 왜~귀찮게 스리." 겨우 화를 참고 종운을 불렀건만 종운은 귀찮다면서 영운을 단번에 무시해 버렸다.후훗,김영운.지금쯤이면 단단히 약이 올라 있겠지?야,이거 진짜 재밌다.종운은 영운 모르게 킥킥 웃으며 계속 동희의 옆에 붙어있었다. ........김종운,오늘 밤 너의 허리를 아작 내 주겠어. 「 가시처럼 깊게 박힌 기억은...아파도,아픈 줄 모르고....♪ 」 자작곡 2곡을 다 부른 뒤에 종운은 '가시' 를 열창하고 있었다.종운의 뛰어난 가창력에 관객석에 앉아있는 학생들은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으로 종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그리고,노래가 끝나자 박수소리가 강당 안에 울려 퍼질 정도로 크게 울렸다.가시를 끝으로 Smart 는 무대에서 내려왔다.내려오자마자 재중은 유천을 손목을 대뜸 잡은 뒤 정수와 동해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한편,종운은 다시 연기에 몰입 중이었다.영운도 이제 화가 날 대로 단단히 나 있는 상태였다. ".....동희 형,나...이거,장난으로 하는 말 아니야.들어줄래..?" "응?뭔데?" 종운이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면서 뭐냐면서 반문하는 동희였다.영운의 반응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조금은 두려웠기에 종운이 빨리 이 연극을 끝내길 바랬다.그러나 종운은 끝낼 기색조차 내지 않은 채 계속 위험한 연극을 벌이고 있었다. "....나,정말 형이 좋아." ..........기어이 일 내는구나. "조,종운아..?" "나 어떡해?나한텐 김영운이 있는데....이상해,자꾸만 형아가 좋아져.나 진짜 형 좋아하나 봐." 영운이 보는 앞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는 종운의 모습에 동희는 완전 미칠 지경이었다. 이 자식아,이젠 제발 그만 해!!!!넌 김영운이 무섭지도 않냐?!!!저 표정을 보라구!!마치 나랑 너를 믹서기에 갈아 마실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단 말이다아아....... "....야,이제 그만 해.무서워 죽겠어." "괜찮아 괜찮아,나 믿지?" "......난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단다.아 배고파,나 잠깐만 나갔다 온다?" "뭐야!!왜 혼자 갈라고 그러는데!!!" "난 죽고 싶지 않다.죽을려면 너 혼자 죽으렴." ".........안 죽어!!!" 슬쩍 영운의 눈치를 본 뒤 동희는 빠져나갔다.동희가 나가자마자 바로 영운이 종운의 어깨를 잡아 돌려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그러나 종운은 별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물론,속으로는 조금 겁을 먹었지만. ".....뭐야?" "너,어떻게 내가 보는 앞에서 그런 망발을 할 수가 있어?니가 그러고도 내 마누라냐?!!" "........내가 뭐." "...후우,그래.그렇게 나보다 동희 형이 좋냐?좋아 죽어?!" "..........내가 지 짝사랑하는 거 모르던 새끼가 누구더라." 종운이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영운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부터 영운을 쭈욱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왔던 종운이었지만 영운은 그것도 모른 채 종운을 계속 친구로 대해서 종운이 여간 속앓이를 한게 아니었다.정말로 그에 대해선 영운도 뭐라 할 말은 없었다.그러나,지금 그게 중요한가. "그,그래.그건 진짜 미안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야....너 정말,이러기냐...?나 죽는 꼴 보고 싶어?" ".............야." "......왜,서방님 화난 거 안 보이냐.." "....너 되게 순진하다?" "......??????" "뻥인데~~뻥인데~~~나랑 동희 형이 연기한 건데~~~김영운 바보 멍청이 밴댕이 소갈딱지!!!" "!!!!!!!!!!" 갑자기 씨익 웃더니 연기라면서 영운을 손가락질하는 종운.그에 영운은 잠시 갸우뚱거리다 이내 사태파악이 된 건지 '허!' 하고 얼빠진 표정으로 종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뭐,뭐야..그러면...........다 구라?다 뻥?!!!! "....뭐,뭐야!!" "사실은 너 깨울 때만 살짝 하려던 건데 너 반응이 너무 재밌어 가지고 말야.하하하,많이 화났어?" "...........야,내가 얼마나 속을 태웠는데!!!내가 얼마나 속을 끓였는데!!!!" "진짜 많이 화 났냐?미안해지네 이거..." "......미안하면 오늘 밤 올나잇." "응?" "나한테 미안하면 오늘 밤,군말 없이 올나잇 하기다." "....야,야!!그,그래도 그건 아니다!!!" "미안하다며,그럼 올나잇." ..........그래,단순무식 김영운에게 내가 뭘 바라겠니.그나저나 오늘 밤은 정말 허리 아작나게 생겼구나.아이고 내 팔자야. "자!다음 순서!!!려욱 씨가 말씀해 주시죠!" "네에!다음 순서는 바로....여자분들입니다!!!!" 려욱의 말에 관객석에서는 엄청나게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이들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거의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더 환호하는 것 일수도 일지도... "아,제가 듣기로는...천상지희 분들이라고 들었는데..." 천상지희라는 창민의 말에 환호성이 더 커졌다.꽤나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자 사회를 보던 세 명은 왠지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사실은 여자 아닌데.....그리고 한편,관객석에서 준수의 옆에 자리를 잡은 혁재는 준수와 함께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야,진짜 천상지희가 왔나?" "설마 거짓말을 치겠냐?그나저나 유천이 이 자식은 공연한 뒤로 통 감감무소식이야." "아까 끝나서 내려오자마자 재중이 형이 끌고 가든데?정수 형이랑 동해도 같이 갔고..." "그래?무슨 일이지?" "이 넷이 F4잖아." ".......하긴 뭐." 혁재의 말에 준수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그러나,그러려니 넘긴 것은 큰 오산이었다. "자!천상지희 모셔보겠습니다!부메랑!!!" 희철의 멘트를 끝으로 조명이 화려하게 바꼈고 이윽고 네 명의 여자(?)들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그런데,왠지 모르게 약간 낯이 익은 얼굴들 같았다.그에 준수와 혁재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야,이상하다..?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냐?" "...그,그러게 말이.......야!!!도,동해다!!그리고 저거!!니 애인!!" "..........뭐어?!어라,진짜네?!!!!" 둘은 동시에 경악했다.그건 선생님들만 앉아있는 자리에 앉아있던 한경도 마찬가지. "....재,재,재중...?!!!" 그러나 이들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이 못 말리는 F4 멤버들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그리고,하이라이트인 천무스테파니의 독무 부분 반주가 나오자 동해가 중앙에서 멋지ㄱ..아니,섹시하게 그 어느 여자 가수들 못지 않게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었다.그에 혁재도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죽인다." "변태." 준수의 말에 혁재는 '이게!!' 하면서 주먹을 들어 보였지만 준수는 콧방귀만 뀐 채 계속 무대만을 주시했다.그리고,그들의 화려한 무대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끊이질 않았다.재중은 이것 외에도 여장남자 선발대회라는 코너 스케쥴이 잡혀있어서 재빨리 내려갔고 다른 멤버들도 조금은 부끄러웠는지 재빨리 내려갔다. "야,나 동해 보러 간다!너도 같이 갈래?" "난 그냥 문자로 할란다." 준수의 말에 혁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무대 뒤 쪽으로 돌진했다. 여러 코너가 끝나고 모든 관객들이 은근히 기대했던 코너가 시작되었다.이름하여 자신이 그 동안 숨겨왔던 비밀 같은 것을 말하는 코너였다.몇몇 학생들이 자신들의 비밀을 용기 있게 무대 위에서 말한 뒤,다음 타자가 무대 위로 쪼르르 뛰어나왔다.바로 성민이었다. "네,이름이?" "이,이성민...입니다." "현재 학년은?" "3학년에 재학 중이고!!열아홉입니다아!!!" "아아,그럼 어떤 비밀이 있으시길래 이 무대 위에 올라오신 거죠?" 창민의 질문에 성민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숨을 한 번 몰아 쉬고는 마이크를 꽉 잡은 채 말을 했다. "조,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와!그게 누구죠?" 흥미롭다는 듯이 묻는 희철의 물음에 성민은 관객석을 주시했다.공연이 다 끝난 Smart 팀들이 맨 앞에 앉아있었다.한참 동안 그 쪽을 주시하던 성민은 이내 결심이 선 듯 아주 우렁찬(...)목소리로 외쳤다. "1학년 김기범!!!내가 너 좋아한다!!!!!!!" Smart 멤버들의 시선은 전부 기범에게 쏠렸고 기범 본인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성민을 주시했다.옆 학교 여학생들은 김기범이 누구냐는 둥 하면서 저들끼리 수군거리고 있었고 남학생들은 제각각 반응이 달랐다. .......거절당해도 난 몰라. "이로서!제 10회 SM고 축제를 마치겠습니다!!와 주신 여러분들 모두 감사합니다!행복한 하루 되세요!!!" 려욱의 멘트를 끝으로 축제는 막을 내렸다.세 MC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그들의 애인(....)들이 각각 이들을 데리고 기숙사로 발걸음을 하였다.다른 학생들도 각자 집이나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리고, 또 한 쪽에서는 기범과 성민이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지,진짜에요..?" "....더 말하기 쪽 팔려." 다소 떨리면서도 단호한 성민의 대답에 기범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희철에 대한 마음이 많이 사그라 들었지만 조금은 남아있었기에 성민의 당돌한 고백이 조금은 난처하기도 했던 기범이었다. ".....저는요,아직도 희철이 형에 대한 마음이 조금 남아있어요." ".........으,으응." "....하지만요." 그러나,새로운 사랑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형도 좋아질 것 같아요." "...에,에에?!" "사겨요 우리." ............오늘부터 하나님을 믿을게요♡ 40(완결). SM 사립 남자고등학교,그 곳에도 크리스마스란 날은 찾아왔다.거기다가 눈까지 내리고 있어서 몇 십 년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그들에게 다가왔다.과연,이 아름다운 날에 그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1.윤호와 희철(윤철커플) "와,눈 많이도 오네..." 공원에 가는 길에도 계속 내리는 눈에 희철은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그래서인지 그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그러면서도 왜 윤호가 굳이 공원에서 보자고 하는 것일까에 의문을 가졌다.허튼 이유가 아닐 것 같은 희철이 더 잘 알지만 서도 말이다.그리고,공원에 도착했는데 정작 윤호는 보이지 않았다. "어?이 자식이 기껏 사람 불러다 놓고 어디로 토낀 거야?!" 희철의 기분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바로 그 때,뒤에서 윤호가 살금살금 다가왔고 곧 '혀엉~!!!' 하고 희철이 벌렁 미끄러져 넘어질 정도로 심하게 놀래켰다.저,저,정윤호 이 망할 시벨리우스야!!!!! "야!깜짝 놀랬잖아!!이 정초딩아!아직도 그런 장난 치고 다녀?!재밌냐?!" "에이,그렇게까지 화 낼 필요는 없잖아~헤헤...." "어휴,내가 못 산다." "괜찮아?" "미끄러져서 넘어졌는데 괜찮을 리가 있겠냐?" "너무 사납다,내가 부축해줄게." 희철이 화를 버럭 냄에도 윤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웃으면서 희철을 일으켜 주었다.역시나 골반뼈 쪽의 통증이 상당함에 희철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그리고,윤호는 희철과 함께 벤치에 앉았다.겉에 걸친 것이 방수가 되는 것이라서 벤치에 소복히 쌓인 눈에 젖지는 않았다. "야,좋다.그치?" "그러게,몇 십 년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래냐..?그런데,왜 굳이 나오자고 한 거야?" 희철의 물음에 윤호는 그저 빤히 희철을 쳐다보기만 했다.그러다 이내 씨익 웃고는 희철의 손을 꼬옥 잡고는 희철과 눈을 마주한 뒤 조심스레 말을 이어나간다. "내가 말야,이번 겨울방학 때 Free style 녀석들이랑 미국 베낭 여행을 가기로 했어.짝 있으면 짝도 데려와도 된다는 조건 하에서 말야." "어쭈,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나서 베낭 여행이냐?것도 미국으로...." "........다는 아니지만 말야,몇 개 주에서는 동성결혼도 가능하대." ".........????" 희철이 뭔 소린가 하고 의아해 하고 있을 때,윤호가 갑자기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희철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그에 희철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그리고,윤호는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냈다.반지상자였다.윤호는 그것을 열어 반지가 보이게 한 뒤,그것을 희철에게 내밀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을 했다. "형,나랑 결혼해 줄래...?" 그 한 마디에 온 세상이 그대로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희철은 멍해진 채로 윤호를 쳐다볼 뿐이었다. "....." "너무 성급하다는 것도 알아,나 아직 어른 아닌 것도 알아.하지만,진심이야.난 형이랑 영원히 함께 있고 싶고,죽을 때까지 형이랑만 사랑하고 싶어.다른 사람은 안돼.청소년기 때의 그런 순간적인 감정이 아냐.이건...진짜로 사랑이야." "......윤호야." "어떻게 할 거야...?" "....." 아무 말 없이 쳐다보다 이내 반지를 꺼내 자신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끼는 희철이였다.이리 봤다,저리 봤다 하더니 이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꺼낸다. "야,정윤호가 반지 보는 눈 하나는 있나 보네?진짜 예쁘다.이거 에메랄드지?" ".......으,으응." "정말,평생 나 데리고 살 자신 있어?" "응."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할 수 있어?" "응." ".......나도 그럴게.나도 평생 너만 사랑할게." 그리하여 이 커플은 너무나도 행복한 해피 엔딩....아니,지금이 시작일지도? 2.재중과 한경(재경커플) 동해가 혁재를 만나러 간 틈을 타 재중은 한경을 숙소로 불러들였다.'로마의 휴일' DVD를 어렵게 구해 본 후,재중이 만든 쇼콜라 케이크를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이었다. "으응,진짜 맛있다." "진짜요?" "응,재중이 요리....너무 잘 해." "하하하...거기다가 눈까지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먹는 케이크니 더 맛있을 수 밖에요." "그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한경의 모습에 재중은 픽 하고 웃어버렸다.그러자 한경은 약간 인상을 쓰면서 재중을 노려보았다.그러자 재중은 애써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외면했다. "웃었지?" "아녜요~" "웃었잖아,내가 웃겨?" "아니에요...선생님이 너무 귀여워서 웃은 거에요." "....귀여워?" "네,너무 귀여워요." ".....헤헤헤헤." 귀엽다는 말이 그리도 좋은지 헤 하고 웃어 보이는 한경이었다.그 모습에 재중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재중은 이제 내년이면 막 2학년이 되기 때문에 아직은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어서 한경과는 계속 마주할 수 있었다.뭐,자기 또래들과는 바이바이지만. "선생님." "응?왜애?" "우리 둘만 있을 때는요....애칭으로 부르면 안 될까요?" "애칭?" "말도 놓고요.둘만 있을 때." ".....재중이 좋을 대로." "그래 경아."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말을 놓고 한경의 이름 끝 자를 부르는 재중이었다. "우리,있다가 밖에 나가서 트리 꾸밀 것 좀 사 가지고 올까?" "트리?" "크리스마스 트리." "아아,응!가자!한경인 꾸미는 거 너무 좋아해!!" "그래 경아,하여튼 안 귀여운 구석이 없어." 약간 닭살(?)이지만 밉지는 않은 커플이다. 3.시원과 창민(시창커플) "으아,이제 나도 3학년인 건가.." 기지개를 쫙 펴면서 넋 나간 사람마냥 중얼거리던 시원은 이내 하품을 한 채 방으로 어기적어기적 들어갔다.방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창민이 뒹굴 거리며 곤히 자고 있었다.참,낭만 없게스리.....쳇. "에휴,이런 날엔 좀 일어나 있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방을 나가려다 그래도 깨워야 겠단 생각에 다시 몸을 돌려 창민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한다.그러나 그리 쉽사리 깨지 않는 창민이었다. "야아,일어나~오늘이 뭔 날인지는 알고 퍼 자는 거냐?!" "아으으....싫어어어어...." "야 이 곰탱아,제발 일어나라!!서방님 심심해서 돌아가시겠다~!!!" "...........씨이이." 결국엔 마지못해 눈을 비비적대며 일어나는 창민.그런 창민의 모습에 시원은 괜시리 미안하단 생각이 들어 방을 나가버린다.겨우 정신을 창민은 세수를 한 뒤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시원의 옆에 앉는다. ".....흐음,오늘이 무슨 날인진 않고 늦게 일어나는 거냐?" "딱히 할 일이 없잖아요." ".....다른 녀석들은 어디 놀러 간다 뭐 한다 하고 난리도 아니드만.우린 뭐냐 이게.." "그럼,형은 뭘 바라는데요?" "나?나야 뭐............." 막상 뭐가 하고 싶냐는 물음에 시원은 달리 대답을 하지 못 한다.아,이러면 안 되는데....무슨 대답이라도 아무거나 해야 되는데.... "거 봐요,대답도 못 하면서 무슨..." "아,아 그게 아니라!!!" "그럴 줄 알고 제가 미리 준비해 둔 게 있죠." 씨익 웃으면서 창민은 잠시 방으로 들어가더니 곧 무언갈 들고 나온다.바로 영화 티켓 두 장이었다. "빨리 옷 입고 준비해요,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서둘러야죠." ".....언제 준비한 거냐?" "크리스마스를 허무하게 보낼 순 없잖아요?" ".......야,너 센스 죽인다?" "아,얼른 준비하기나 해요~!!!" "네 마누라님!!!" 드디어 밖에 나간다는 생각에 시원은 입가에 미소가 가실 줄을 모른다.그런 시원의 모습을 본 창민 역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머리손질을 했다. 이 커플의 앞날은 아마 환하게 열린 듯 싶다. 4.유천과 준수(유수커플) "으아아악!!!!" 미끄러질 듯이 손을 허우적대다 겨우 중심을 잡은 준수는 유유히 저 혼자서만 잘 타고 있는 유천을 노려보았다.당연히 유천이 스케이트 타는 것을 도와줄 줄 알고 온 건데,정작 유천은 조금밖에 안 도와주고 자기 혼자만 신나게 타고 있는 모습이라니.... "씨이,박유천 개자식." "준수야~뭐 해!빨리 와!!!심심해!!!!" "....심심하긴 개뿔." 투덜거리면서도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미끄러지듯이 가는 준수였다.내가 누구 땜에 이런 수고까지 해야 되는 건지....겨우겨우 유천 근처에 도착했을 때 또 넘어질 뻔 했으나 이번엔 유천이 잡아주었다. "아직도 적응 안 됐어?참..." "내가 이런 데 온 적이 있어야 말이지..." "타다 보면 잘 탈 수 있을거야." "아까 전에도 넘어질 뻔 했거든?" 준수의 말에 유천은 그저 어색하게 '하하하하..' 하고 웃어 보일 뿐이었다.준수는 그런 유천을 있는 힘껏 노려보았고 유천은 '한 바퀴 돌까?' 하고 준수의 손을 덥석 잡고는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다. 처음엔 조금 비틀거렸지만 유천의 손에 의지해 조심스레 스케이트를 타는 준수의 모습이 약간은 긴장한 듯. "그래도,이 서방님 덕분에 이런 데도 오고..얾마나 좋냐?" "그래,오질나게 좋아 죽고 싶다." "어우,너무 까칠하다 마누라야~" "여기 사람 많다.지금 우리가 손 잡고 가는 것도 다 쳐다보고 있거든?" "혼자 타고 올 수 있으면 손 놓지 뭐." ".......손은 그냥 잡아." 씨익 웃어 보인 채 능청스레 대답하는 유천의 말에 준수는 금세 기가 팍 죽은 채로 말 없이 유천의 손을 꽈악 잡았다.그리고,한 바퀴 조금 넘게 돈 후 둘은 스케이트장에서 나와 의자에 앉았다. "아,좋다.그치 준수야?" "글쎄다?" "에이~왜 그래!" "....그래,좋다.네 덕에 이런 데도 첨 와 보고...." 마지못해 인정을 하면서 입을 삐죽 내미는 준수의 모습에 유천은 픽 하고 웃어버린다. 그리고 잠시 후,유천이 따뜻하게 데워진 캔 커피 두 캔을 사 들고 와서 마시고 있을 때 쯔음에 준수가 스케이트장에 시선을 두면서 유천에게 말했다. "나,대입검정고시 준비하고 있어." ".....대입검정고시?" "언제까지 매점 보이로 남아있을 수는 없잖아.안 그래?나도 대학 캠퍼스에서 자유로운 환경 아래 내가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고,미팅도 하고 싶고,엠티도 가고 싶고....." "미팅이란 말이 심히 거슬린다?" "농담이야~하여튼,나도 나름대로 꿈이 있으니까...열심히 준비 중이야." "우리 준수는 그 까짓거 한방에 합격할 수 있을 거야!" "말이래두 고맙다." "빈말 아니다~?" "네에~알겠으니까 그거나 다 마시고 말씀하시죠 박유천씨~?" 준수의 말에 유천은 입을 삐죽이면서 투덜거린다.그러나 마음까지 완전히 삐친 것은 아니었다. '아,따뜻하다.' 라는 준수의 말에 괜시리 설레기만 한 유천이었다. 어처구니없는 계약연애에서 진정한 사랑까지 이른 이 커플의 앞날도 밝기만 하다. 5.혁재와 동해(은해커플) 혁재와 동해는 기숙사를 나와 시내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영화도 보고,밥도 먹고,이것저것 사고,그리고 나서 들른 곳은 스티커 사진을 찍는 곳이었다.솔직히 혁재는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았지만 동해가 하도 졸라대는 통에 결국엔 어쩔 수 없이 입성하게 되었다.그러나 여전히 똥 씹은 표정이다. "저기,동해야...안 찍음 안 되냐?" "이것도 추억이라거~!!" ".......응." 마누라 이길 남편 없다,그 말이 딱 맞는 듯 싶다. 동해가 기계에 돈을 넣은 뒤 배경을 선택하고 있는 동안 혁재는 힘없이 추욱 늘어져 있었다.이윽고,배경을 선택한 동해가 혁재를 반강제적으로 자기 옆으로 끌어당기고 어깨동무를 하며 브이를 하며 포즈를 취한다.그러나 별 반응 없는 혁재의 모습에 동해는 인상을 찡그리며 소릴 지른다.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올 거야?기왕 찍을라면 좀 스마일~하면서 찍으란 말야!!포즈도 좀 취하고!!!" 오버액션까지 하면서 자꾸 요구를 해대는 동해의 모습에 혁재는 픽 웃어버린다.그리고,어깨동무를 한 채로 한 번,서로 볼에 뽀뽀하는 모습으로 또 한 번....그리고,또 한 번 찍을 준비를 한다.기계가 카운트를 세고 있고 거의 다 세어갈 쯔음....혁재가 동해의 입술에 기습키스를 한다. "읍!!!" 그들의 키스신은 스티커 사진기에 그대로 찍혔고 잠시 후,스티커 사진이 나왔다.마지막에 찍힌 사진을 본 동해는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 혁재를 노려본다.그러나 혁재는 내가 뭘 잘못했냐는 듯한 눈빛으로 동해를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난 그저 내가 취하고 싶은 포즈를 취한 것 뿐이라고. "너 진짜!!!어우,쪽팔려!!!이걸 어떻게 보관하란 거야!!" "왜,잘 나왔네.사진빨 죽이고.우리 드라마에 출연해도 되겠다 야." "넌 그런 농담이 나오냐?이씨...하여튼,이혁재애..." "좋으면서." ".....몰라!!" "어랍쇼?진짜로 좋아??" "아 모른다거!!얼른 나가자거!!!!" ".....귀여워." 귀엽다는 말에 동해의 얼굴은 완전 홍당무가 되어버린다.이런 반응을 한다는 것은...즉,동해도 키스신이 찍힌 스티커 사진이 싫지는 않다는 소리가 된다.뭐,잘 나오긴 했네.제일 잘 나왔어..... 아기자기 귀여운 이 커플에게 행복한 날만 가득하길... 6.영운과 종운(투운커플) "You are the one..오직 너만이 내 사랑~♪" 한편,영운과 종운은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지금은 종운이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 있는 발라드를 부르고 있었다.영운은 종운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푹 빠져들어서는 헤어나올 줄을 모른다.하여튼,세상에서 저렇게 노래 부르는 모습이 예쁜 마누라가 또 있을까...있음 텨 나오라 그러지. "...아!" "......응?" "나 다 불렀어.근데 넌 뭘 그렇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넋을 놓고 있냐." "정신 안 나갔거든?몇 점 나왔어?" "올백~" "좋겠수." "니 차례야,한 곡 뽑아.얼마나 정신을 놓고 있었으면 예약도 안 하냐...." 종운에 말에 약간 자존심이 상했는지 '쳇!'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 마이크를 잡고 곡을 선곡한다.영운이 선곡한 곡은 버즈의 '겁쟁이' 였다.비록 파트는 베이스지만 영운의 노래실력도 상당히 수준급이었다. 「 미안합니다...고작 나란 사람이 당신을 미친 듯 사랑합니다...기다립니다....잘난 것 하나 없는데 염치없이 당신을 원합니다... 　세상을 더 헤메어 봐도 눈을 더 크게 뜨고 찾아도...당신은 단 하나란 걸 알아서...내가 꼭 갖고 싶지만 ~ ♪ 　날 사랑해줘요 날 울리지 마요 숨쉬는 것보다 더 잦은 이 말 하나도..자신 있게 못 하는..늘 숨어만 있는 나는...겁쟁이랍니다~♪ 」 영운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종운 역시 아까 전의 영운처럼 넋이 나간 채 영운을 빤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어쭈,김영운.제법 잘 부르는데...?쟤가 보컬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그리고 잠시 후,노래를 마친 영운은 점수까지 다 본 뒤에 제자리에 앉았다.그런데,멍하니 있는 종운을 보자 약간 어이없어했다.어쭈,아까 정신 나갔냐고 한 인간이 누구더라....? "헤이,김종운!!" ".....어?!벌써 다 불렀냐?" "아까 전에,정신 나갔냐고 했던 인간이 누구더라....?응?" "흠흠!!" "김종운,니가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이...응?" "내가 뭐!!!!아이 씨,곰탱이 주제에." "너 자꾸 서방님한테 곰탱이 곰탱이 할래?!" "그럼 킹콩으로 불러주랴?!!!" 사소한 것 가지고 금세 크게 말다툼을 벌이는 영운과 종운.그러다 이내 서로 '흥!' 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따로 떨어져 앉아버린다.그러나,그들의 신경전은 계속되었다.메롱을 하는가 하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만행까지 서슴치 않는다. 어찌 보면 커플 이라기엔 믿기지 않지만,커플 맞다... 7.정수와 려욱(특려커플) 그러나,한편으로는 잠깐의 이별을 해야 하는 안타까운 커플도 있었다. 정수와 려욱은 현재 공항에 있었다.떠나는 사람은 다름아닌 려욱이었다.이유인 즉슨,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처음 이 사실을 통보 받았을 때는 적잖게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었다.물론,정수가 대학에 입학하면 떨어지는 것은 똑같았지만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은 그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것이었기에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정수가 자긴 괜찮다고,지금 자신 앞에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격려를 해 준 덕에 이렇게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방학 때마다 한국 올게요.." "그래,그리고 거긴 기숙사가 있대.거기다 학비 같은 건 SM고랑 그 쪽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고 하니까 돈 걱정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나중에 좋은 대학 가야 된다?" ".....보고 싶을 거에요." "자주 전화할게." "바람피지 마요." "너나 피지 마~" ".....사랑해요." ".....그래." '와락 - ' 둘은 서로 아무 말 없이 꼭 끌어안았다.려욱의 눈에는 벌써부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발걸음을 떼고 싶지가 않았다.그러나,이내 끌어안는 것을 멈춘 정수가 어서 가라고 재촉하자 겨우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그러나,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빨리 가." "나 기다려줘요!!" "그래,자주 전화할게!수신자부담으로~!!" 정수의 재치 있는 한 마디에 려욱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픽 하고 웃어버린다.그리고,손을 흔들며 려욱은 완전히 문 너머로 발걸음을 하였다.그리고,문이 닫힘과 동시에 정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리고 혼자 중얼거리는 말 한 마디. "......너 안 돌아오면 나라도 가서 너 찾을 거야.....사랑한다 김려욱." 지금은 이렇게 슬플지라도,그만큼 나중에는 매우 행복하게 될 것이다. 8.기범과 성민(범민커플)그리고 동희... 이 커플 역시 시내에서 데이트를 했다.영화도 보고,아기자기한 액세서리들도 사고,성민의 성화에 못 이겨 커플티까지 맞추는 등....그 날 이후로 성민과 기범의 관계는 날로 상승곡선을 타고 있었다.물론,성민은 희철과는 매우 다른 점이 많았지만 다른 만큼 성민만의 매력이 존재했다.희철이 약간 내성적인 쪽에 속한다면 성민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데이트를 마친 뒤 성민과 기범은 손을 꼬옥 잡은 채 기숙사 앞까지 도착했다.콧노래를 연신 흥얼거리던 성민은 갑자기 멈춰 선 기범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우리,키스한 적 한 번도 없죠?" "으,으응?!" "....눈도 오고,배경도 좋고...한 번 해 보죠." "기,기범아........" 그러나 점점 가까워짐에 성민 역시 더 이상 뭐라 말하지도 못 하고 눈을 꼭 감아버린다.그리고,입술 사이의 거리가 거의 10cm를 임박했을 때에,때마침 먹을 것을 사 들고 숙소로 가려던 동희가 이 장면을 목격했고 솔로였던 동희에겐 이 장면이 매우 치명적인 장면이어서 바로 소리를 질러 그들을 저지했다. "솔로 앞에서 키스신은 즐이다!!!!!!!!!" ........제길,거의 다 되어갔는데.결국 이 둘은 동희와 같이 숙소에서 같이 술동무를 해 주었다는 슬픈 전설이...(;;;) 그리고,몇 잔 마시던 중에 성민이 노래를 한 곡 하겠다며 소주병을 마이크 삼아 들고는 고운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그런데,그 노래는 다른 사람들도 부르고 있었다.비록 다른 장소에 있었지 만은 말이다.려욱,재중,윤호,동해,준수,창민,종운.......그리고 성민.이들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똑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 너와 영원히 하기를 소망해 조건 없이 너를 너무 사랑해 세상 모든 행복과 비교할 수는 없어..너만큼은 절대 아냐~♪ 　I love my beautiful ordinary life....I love my beautiful ordinary life~With you~♪ 」 이 노래처럼,그들의 마음도 언제나 한결같을 것이다.지금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지금부터가 시작인 것이다.사연 많고 탈도 많았던 SM고 남학생들만의 사랑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지만... 그들은 지금도 서로 사랑을 하고 있다.앞으로도 영원히...